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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기후문제 : 에너지 문제에서 X-솔루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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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기후문제 : 에너지 문제에서 X-솔루션으로

admin | 금, 2021/06/04- 19:43

기후와 생물다양성의 위기에 직면하여 인류는 탄소중립적인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것 뿐만 아니라, 경제의 순환과정에서 자연자원의 가치를 재할용하고 재평가하여만 한다. 이러한 목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의 발전이 매우 소중하다.

헬싱키 –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의 실종은 우리 시대의 가장 긴급한 도전으로 책임있는 모든 정치지도자들은 이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해야만 합니다. 실현가능한 목표를 향한 분명한 전략이 필요하며, 과감하게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야만 합니다. 특별히 신뢰할만한 기후 전략을 채택함에 있어서 기술적 혁신이 가지는 중요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2035년까지 기후중립을 시현하고 이후 곧 탄소음성(배출되는 것보다 더 많은 대기 탄소를 제거)을 목표로 하는 핀란드의 기후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야심찬 목표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는 배출량 감축뿐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폐기물제거에 초점을 맞춘 순환경제를 도입함으로써 선진경제권의 리더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우리의 계획은 2035년까지 자원효율성과 순환비율(경제로 돌아가는 모든 재료의 비율)을 두 배로 늘리는 것입니다.

이것이 화석연료로부터 해방되는 최초국가가 되기 위한 핀란드의 길에 대한 주요 벤치마크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귀중한 천연자원을 보존하는 나은 방법 없이는 기후목표를 달성 할 수 없습니다. 과학적 발견, 신기술 및 혁신은 모든 장기적인 대책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먼저 모든 국가지도자들은 화석연료의 사용을 멈추는 방법을 보다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초점은 생물다양성을 손상시키지 않는 연료와 에너지원의 사용을 늘리는데 있어야 합니다. 엄격한 지속가능성의 기준을 준수하고 수명주기 동안 배출량을 줄이는 연료의 사용을 장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바이오-매스 연료의 부산물은 섬유 및 건축자재와 같은 고품질의 지속가능하고 생분해 가능한 제품에 사용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산림자원에 대한 수요를 줄여 생물다양성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Power-to-X” 변환기술은 전기를 열과 수소 또는 합성연료로 바꾸는 다양한 프로세스에 대한 문을 열어줍니다.

과감한 투자와 혁신을 통해 이러한 기술은 포획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합성연료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석탄와 ​​석유 및 천연가스를 분리할 수 있게 해줍니다. 여기에서 바이오 기반산업, 시멘트 고로 및 고형 폐기물 소각로 등 기존 산업에서 발생하는 가스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 건물에서 배출공기를 수집하거나 심지어 직접 공기 포집(DAC)과 같이 중간수준의 탄소원을 활용하는 새로운 기술도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험이 이미 진행 중입니다. 전기분해에 의해 생성된 수소를 이용하여, CO 2 산업설비 및 DAC로부터의 배출탄소 중립도, 해상, 및 항공 용도의 합성액체와 기체연료의 공급원을 만들 수 있습니다이러한 방법은 합성메탄올을 중간 생성물로 생성하고 이를 가솔린과 등유 및 디젤로 전환 할 수 있습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는 희박한 공기로 연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과 프로세스는 비용적 부담을 갖고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태양전지판과 연료전지에서 보았듯이 기술비용은 사용량이 늘어나기 시작하자마자 급락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정부지원 수준에 따라 (연료혼합 규제 및 탄소가격 책정과 같은 조치를 통해) 깊이와 범위가 다양하지만 다른 새로운 기후친화적 기술에 대한 시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망한 새로운 수소기반 기술은 규모를 달성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전기 생산량을 대폭 증가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는 풍력과 태양열의 사용을 확대함으로써 충족될 수 있으며, 이미 세계 여러 지역에서 가장 저렴한 전력생산의 옵션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은 많은 선진국 및 개발도상국에서 지속가능한 연료원의 주요 전환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단지 글로벌 배출가스를 줄이는 것에 멈추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됩니다. 배기가스의 배출량뿐만 아니라, 미래에 탄소음성이 되기 위해 많은 산업을 배치해야 합니다.

또한 기술만으로는 인류를 위한 기후위기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반드시 올바른 정책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녹색전환의 핵심요소는 높은 탄소가격의 책정이며, 이는 국제적 수준의 조정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탄소시장 메커니즘에 대한 지속가능한 기준에 동의하는 것은 중요한 진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는 규제프레임 워크와 재정적 인센티브를 통해 구조적 변화를 지원하기 위해 더욱 많은 일을 해야 합니다.

화석연료에서 전세계를 해방시키려면 에너지생산 및 산업공정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순환 및 녹색경제를 개발하려면 보다 많은 작업이 필요합니다. 국가마다 필요와 장점이 다릅니다. 그러나 최고의 솔루션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적용하고 확산할 수 있는 솔루션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결론은 우리가 배출량 감소목표를 달성하고 미래의 기후재난을 피하려면 지구의 배기가스 배출량이 조만간 정점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완전히 기후중립적인 순환적 세계경제를 만들려면 유망한 신기술들을 종합적인 시각에서 개발, 최적화 및 전 세계적으로 배포해야 합니다.

 

출처 : Project Syndicate on 2021-05-17.

SANNA MARIN

핀란드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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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20세기의 유럽은 사민당의 역사이었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의 사회당은 존재가 사라졌고, 스웨덴의 사민당은 1당의 위치를 유지는 하였으나 무기력한 정당으로 전락하고, 유럽진보 정치의 중심이었던 독일 사민당(SPD)조차 소수정당으로 전락하는 위기에 처해진 가운데, 아래의 기사는 10월-11월간에 벌어지는 사민당 당대표 선출의 과정을 묘사한 내용이다.

한국 내 노동운동과 진보정당은 유럽의 교훈, “사회적 정체성으로서 산업 노동계급의 감소, 노조 가입자 정체 및 더 많은 맞춤형 정책과 정체성을 제공하는 녹색당, 포플리즘 정당 등 다양한 요구들이 좌파 정치조직의 과거 빅텐트(big-tent) 모델에 도전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 달 바이에른에서 열린 회의에서 독일 사회민주당을 이끌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모습

9월 중순 화요일 밤, 독일 사회민주당원 수 백 명이 1960~70년대 독일을 이끌었던 빌리 브란트(Willy Brandt) 총리의 동상을 지나 베를린 당사로 몰려들었다. 1964년부터 1987년까지 당을 이끌었던 브란트의 동상은 마치 그의 동료 당원들을 보호하듯 한쪽 팔을 벌리고 있는 모양새다.

참가한 당원들은 대강당에 자리했고, 곧 이어 남녀 7쌍이 무대 위에 올랐다. “검투사가 나타났다” 필자 근처에 있던 누군가가 속삭였다. 각 쌍은 당의 차기 당대표에 출마하여 한 때 브란트가 홀로 맡았던 역할을 둘로 나눠 가지게 됐다

“우리 당을 다시 노동자의 당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한 후보가 말했다. “사회민주당은 희망의 당이 돼야 한다”고 다른 후보가 말했다. 또 다른 후보자는 사회민주당과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성향의 기독민주당으로 구성된 연합인 “대연정을 파기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날 밤 대강당을 가득 채운 에너지에도 불구하고, 사회민주당(독일어 약자로 SPD)의 일원이 되기에 좋은 시기라고 할 순 없었다. 당의 전임 지도자 안드레아 날레스(Andrea Nahles)는 취임한 지 불과 1년여 만인 지난 6월 대표직을 내려놨다. 사민당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또 다른 큰 패배를 맛본 바 있었다. 지난 2017년 총선에서 사민당의 득표율은 20%로, 2000년대 중반 34%, 1998년 40%의 득표율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 수치를 보였다. 현재는 여론조사 지지율이 약 15%대로 떨어졌다. 한 때 독일 좌파의 지배적 목소리였던 사민당은 현재, 특히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녹색당에 자주 밀리는 형국이다.

잔존 지도부는 날레스 대표가 사임할 당시, 그녀의 후임은 대개 비밀리에 결정되던 것과는 달리 모든 당원들에게 공개되는 예비선거에 의해 선출될 것이며, 9월 베를린에서 있을 프레젠테이션을 포함해 전국적인 공개방송을 통해 발표함으로써 이번 금요일 최종 투표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사민당은 토요일 투표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독일 법에 따라 선출 대의원 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겠지만, 정치적으로 당원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당대표 투표는 당원과 당 기득세력 간의 싸움이 됐으며, 동시에 연정을 유지할지 여부에 대한 싸움이 되기도 했다. 많은 평당원들은 당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맺은 타협을 쇠퇴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만약 연정 “탈퇴”를 주장하는 후보 팀이 예비선거에서 승리하는 경우엔 연정이 붕괴되고, 내년 독일은 조기선거를 치르거나 소수당 정부로 전락하게 될 수도 있다.

특히 이 같은 후보자 명부의 경우, 사민당 투표는 당 역사상 유례없는 경우다. 노스트라인베스트팔렌주 의회 의원이자 연정을 탈퇴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인인 크리스티나 캄프만(Christina Kampmann, 39)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사민당 역사에서 결정적인 시기를 보내고 있다. 새 출발, 새 시대에 대한 열망이 엄청나다. 이번 예비선거는 누가 그런 변화를 실현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새 시대는 독일 사회민주당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서유럽 국가들에서 사회민주당의 득표율이 90년대 중반 평균 3분의 1을 훌쩍 넘어섰던 수준에서 최근 몇 년간 약 5분의 1로 줄었다. 프랑스 사회당과 같은 일부 정당들은 특히 큰 타격을 입었다. 2017년 총선에서 프랑스 사회당의 득표율은 7.4%에 그쳤으며, 오스트리아 사회민주당과 같은 기타 정당들은 그보단 나은 사정이지만, 여전히 종종 선거에서 패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쇠퇴에 국가별 요인이 작용하긴 했겠지만, 대부분의 사회과학자들은 근본 원인이 정치구조에 있다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 중도좌파 유권자의 비율은 안정적으로 유지되지만, 사회 민주당은 점점 더 그들을 동원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취리히 대학의 정치학자 실야 하우저만(Silja Häusermann)은 유럽사회의 분열이 전후 시대를 지배했던 경제 및 계급적 요소에서 이주 및 기후변화와 같은 문제로 옮겨갔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문화적으로 보다 진보적인 세계주의자와 문화적으로 보다 보수적인 “사회주의자”를 갈라놓는데, 이 둘은 모두 한 때 전통적 사회민주주의 유권자들이 가졌던 이념을 공유하고 있다.

게다가 사회적 정체성으로서의 산업 노동계급의 감소, 노조 가입자 축소 및 더 많은 맞춤형 정책과 정체성을 제공하는 녹색당, 포퓰리즘 정당, 극좌 정당의 부상 등 이 모든 것들이 좌파 정치조직의 과거 빅텐트(big-tent) 모델에 도전하고 있다.

쇠퇴의 압력 속에서 유럽의 많은 사회민주당은 대표직을 두고 벌이는 싸움과 당 진로에 대한 격렬한 싸움에 빠져들었다. 그들은 재정정책과 경제부양 비법을 가지고 있는 포르투갈인이나 반이민 정책을 주장하는 덴마크 사회민주당원이 제시하는 쇠약한 희망에 지나치게 현혹되는 경향이 있다.

뒤셀도르프 대학(University of Düsseldorf)의 정치학자 토마스 포군트케(Thomas Poguntke)는 유럽의 다른 정당들이 고려하고 있는 공개 예비선거의 경우 당 기반세력이 기득세력보다 더 온건하다면 완화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의 마테오 렌치(Matteo Renzi)가 2013년 비당원들에게 개방된 경선에 의지하며 좌파 지도부에 맞서, 사민당 내에서 중도 노선을 힘겹게 방어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공개예비선거는 결과를 왜곡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와 같은 비정통 후보자가 선출되어 기득세력의 반대를 극복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극좌파 후보 브누아 아몽(Benoît Hamon)이 주류 선두주자인 마뉘엘 발스(Manuel Valls)를 제치고 사회당을 장악했다. 영국에서는 평화주의 사회주의자 제레미 코빈(Jeremy Corbyn)이 2015년 3파운드에 표를 산 “기명 지지자들”에 의해 노동당 지도자로 선출됐다.

독일 후보자에는 제레미 코빈이 없다. 심지어 대연정 탈퇴를 옹호하는 사람들조차도 비교적 온건하다. 그럼에도 위험성이 높은 것처럼 대연정 탈퇴에 대한 지지율도 여전히 높다. 사민당 예비선거는 새 지도자 또는 정부를 떠나는 것 같은 단기적인 움직임이 당을 비틀거리게 만드는 요인을 고칠 것이라는 환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어느 쪽도 중도파 타협에서 멀어지면서 철저히 양극화로 다가가는 유럽 정치의 구조적 변동에 대해 고심하고 있지 않다.

이제 유럽 내 사회민주당의 미래는 누가 그들을 이끌 것인가 보다는 새롭고 지속적인 기반을 구축하도록 이끌 수 있은 인물이 누구인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누구의 얼굴이 포스터에 그려지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제공해야 하는 가다. 그리고 지금까지 사회민주당은 그 부분을 파악하지 못해왔다. (2019-10-26, 1차 개표결과 독일 사민당 당대표 선거에서 숄츠 재무장관이 1등을 차지했으나 과반수 미달로, 현재 숄츠와 대연정 파기를 주장하는 발터-보어얀스 간에 결선투표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며 11월 30일 경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다른백년).

 

안나 사우어브레이(Anna Sauerbrey)

독일 타게스슈피겔(Der Tagesspiegel) 편집자 겸 논설위원

토, 2019/11/16-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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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지를 찾아가는 세상의 의사들은 모두가 존경스럽다. 현재 한국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대구로 모여든 의사들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훈훈한 소식이다. 그들을 응원하고, 고마운 마음은 지나침이 없는 일일 게다. 새삼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의사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 고민해 봄 직한 소식이었다. 그래서 쿠바 의사에 대해 잠시 이야기해보려 한다. 쿠바에는 누구나 가족 주치의가 있다는 사실로부터.

쿠바 의료시스템의 높은 의료적 성과는 비록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하여 이미 국제 사회에서는 널리 통용되는 사실이다. 인정되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높은 의료복지를 갖추고 있는 캐나다와 같은 선진국에 견주어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따라서, 어떻게 제3세계 쿠바의 의료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의료적 성과를 낼 수 있었는가를 궁금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에, 나의 질문은 첨단 의료시설은 고사하고 반세기가 넘는 미국의 금수 조치로 인해 만성적인 물자 부족이 일상이 되어버린 곳 쿠바에 정착된 의료시스템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동력이 된 사회적 잠재력은 무엇인가로 자연스럽게 향하게 되었다. 어쩌면 쿠바 역사의 한 축이 되어버린 사회주의 체제라는 큰 틀을 벗어 나서는 설명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의 물음이 계속되는 것일지도.

쿠바에는 콘술또리오(consultorio)라는 의료시설이 있다. 보통 국내에서는 진료소라고 알려져 있고, 우리가 가정의라고 일컫는 의사와 한 명의 간호사가 기본 의료팀을 이룬다. 쿠바 보건의료시스템의 가장 기본단위이자, 보건의료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해당 지역주민의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비롯하여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자 관리는 물론 고위험군 질병을 앓는 주민이나 노인과 임산부, 신생아 등과 같은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까지 진료소의 의료진들은 언제나 바쁠 수밖에 없다.

지역 골목의 곳곳에 포진된 진료소에서 공식적으로 담당하는 주민이 800여 명이 넘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1,000여 명이 훌쩍 넘고 있으니, 가정의와 간호사가 어지간히 바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그렇지만 노동강도가 높기로 소문난 한국사회 출신이라서 그럴까. 내게 그들의 일상은 심지어 평화롭게 느껴지니 난감할 뿐이다.

진료소의 상급기관인 폴리클리닉(Policlinic)은 진료소 수준에서 불가능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할 때 가정의의 처방에 따라 방문하는 의료기관이다. 약 20~30여 개의 진료소를 총괄 지휘하고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지역 단위의 공중보건이 이루어진다. 그렇다고 가정의를 통해서만이 폴리클리닉을 방문해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은 언제든지 지역 근처에 있는 폴리클리닉에서 필요한 의료조치를 받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가정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폴리클리닉을 찾는 이유는 수만 가지에 이를 테니 그 세세한 사정까지는 어찌 다 알 수 있으랴.

쿠바 진료소의 가정의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표현이지만 “가족 주치의”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소위 “가족 차트”를 기록하여 가족 구성원의 기본정보를 포함 질병 유무, 건강상태, 생애주기 등을 기록하여 전반적으로 지역 구성원들의 건강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의사의 방문이 요구되는 특별한 경우, 예를 들어 신생아나 암 환자 등과 같은 중증 질병을 앓고 있다면 가정의나 간호사의 가정방문은 필수적이다. 이 외에도 가정의와 간호사는 정기적으로 해당 지역의 가정을 방문해야 하는 지침도 마련되어 있다.

한국사회에서 개인 주치의를 갖는다는 것은 재벌들이나 유력 정치인들이나 누릴 수 있는 호사일 뿐 나 같은 ‘인민’들에게는 언감생심 주치의가 가당키나 할까. 나의 건강을 수시로 물어보고 살펴봐 주는 주치의를 갖는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쿠바 사람들에게는 이미 일상이지만, 오며 가며 마주치게 되는 의사가 내 이름을 부르고, 가족의 안부를 묻는가 하면 어디 불편한 곳은 없는지 관심을 받는 일은 우리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호사이니 살짝 부러운 제도임에는 분명하다.

쿠바 보건의료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진료소와 폴리클리닉은 이른바 “일차의료”가 이루어지는 현장이다. 이미 발병한 질병을 다루는 임상의학 못지않게 예방의학을 더욱 강조하는 시스템이다. 결국, 질병의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고 예방하는 것이 일차의료 활동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떡하면 이 같은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는가이다.

의료인류학적 관점에서 보면, 건강추구와 의료행위는 단순히 근대적 의미의 의학적 측면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문화적인 맥락이 고려된 총체적인 문화적 실천으로 파악해야 한다. 한 문화에서 진행되는 질병과 의료에는 그 문화의 사회적 역사적 경험이 투영되어 있다는 사실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에 기대어 보면, 보건의료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은 쿠바의 사회문화적 맥락은 물론 역사적 경험까지도 총체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한편에서는 낙후된 쿠바 의료시설을 비판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쿠바 의사들의 높은 사명감이나 헌신적인 인류애를 칭송하는 일에 머무는 것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어 보인다.

약 2년 전 20년 경력의 베테랑 간호사이자 현재는 연구자인 동료와 함께 쿠바 진료소에 근무하는 가정의와 간호사의 일상을 가까이서 지켜보기로 했다. 다음은 당시 작성한 현장 스케치의 일부이다.

진료소 앞 누군가 지나갈 때마다 저 사람인가? 이 사람인가? 초조하게 엉덩이를 들썩이길 20여 분. 드디어 진료소 건물 아파트에서 남성 한 명이 진료소로 들어갔다. 드디어 가정의를 만나는 구나! 설렐 틈도 없이 남성은 다시 문을 잠그고 헬멧을 쓰고 뒤따라온 딸인 듯 보이는 여자아이에게까지 헬멧을 씌워 오토바이에 태우고 떠나려 한다. 깔마춤이라도 한 듯 어여쁜 노란색 오토바이와 노란색 헬멧을 쓴 모습이 영락없는 푸후(예쁜 곰돌이)를 연상케 했다. 흔히 의사에게 느껴지는 위압감이나 경직된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있는 골목길 스쿠터 맨(?)이었다. 때마침 옆 건물에서 아이를 안고 나온 여성이 진료소로 들어간다. 달려가 들어보니 어딜 갔다가 올 테니 좀 기다리라는 눈치다. 우리는 애타는 마음에 혹시 의사 알레만이 아니냐고 다급하게 달려가서 외쳐본다. 그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처방전 용지가 없어서 근처 폴리클리닉에 간다며 곧 돌아온다는 말을 남긴 채 부르룽~ 스쿠터는 떠났다.

잠시 멍해졌다.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을 가다듬고 결연하게 진료소 앞 나무 밑에 주저앉기로 했다. 가정의가 진료소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으므로. 앗! 그러나, 우리는 앉기도 전에 다시 일어서야 했다. 여기는 쿠바! 진료소 앞의 우리가 궁금한 주민들이 다가와 말을 걸기 시작한다.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가 궁금한 주민들을 맞이한다. 가장 먼저 다가와 긴 이야기를 들려주신 분은 에밀리오(Emilio) 아저씨.

“처방전 용지를 가지러 갔다고?” “오토바이 타고 가던가?” “그럼 23번가에 있는 폴리클리닉에 갔을 거야. 가까우니까 금방 와.” “알레만? 잘 알지. 미션을 세 번이나 다녀왔어. 좋은 사람이야.”

에밀리오 아저씨의 말이 끝나기가 바쁘게 뒤에서 서성이던 남성과 곧이어 등장한 여성 네나(Nena)가 말을 이어갔다. 감기로 약을 처방받아 복용 중인데 약이 독해서 얼마나 오래 먹어야 하는지 물어보러 왔단다. 남편을 따라서 진료소에 함께 산책 나오듯 나오셨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자 그러지 말고 아주머니 집으로 가서 커피를 마시자고 제안하시지만, 가정의 알레만과의 면담을 미룰 수 없어 정중히 거절한다. 그러자 집의 주소를 알려주시며 언제든지 들르라는 당부를 하시고 자리를 떠나신다. 자신들이 사는 집을 스스럼 없이 알려주고, 문을 열어 집안으로 맞이하는 모습이 이제는 낯선 풍경이지만 우리에게도 이와 같았던 세월이 있었던 것 같다.

잠시 후 알레만이 돌아왔다. 진료소 문이 열렸지만 우리는 멀찍이 지켜볼 뿐 다가 가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 어디에서들 보고 있었는지 알레만이 진료소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방문자들이 줄줄이 진료소에 따라 들어갔기 때문이다. 진료소에 들어가는 주민들을 부럽게 지켜보며, 우리는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역으로 인터뷰를 당하고 있다. 진료소 앞을 서성이는 우리에게 궁금한 것이 많을 법도 한 일이다. 그러는 중에 갑자기 알레만이 진료소를 나선다. 안에는 여전히 몇 명의 주민들이 남아있다. 무조건 따라 뛰었다. 알레만은 사거리 건너편에 있는 가정집으로 들어갔다. 가정의도 간호사도 없는 진료소에서 주민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간간이 하하 호호 웃는 소리도 들린다. 잠시 후 알레만이 진료소로 복귀한다. 뒤따라가 사진 찍은 것에 대해 사과하자 괜찮다며. 방금 방문한 집에 암 환자가 있는데 상태가 안 좋다고 아들이 전화해서 와 달라고 했단다. 아하! 가정방문은 이렇게 수시로 이루어지기도 하는구나! (···· 중략 ····)

가정의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진료소는 주민들의 사랑방이 된다. 서로 안부를 묻고 정보를 교환하고, 간호사는 대기실에 앉아 있는 노인들의 혈압을 재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가정의 알레만은 이 구역에서 단연 가장 인기 있는 인물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여느 쿠바 사람다운 다정함은 물론 잘 웃지도 않는데 말이다. 이를 함께 지켜본 연륜 있는 동료는 저런 모습이 바로 “츤데레”의 매력이란다. 아마 그럴지도 모르겠다. 약 4주가 지나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쯤 알레만은 결국 우리를 만나면 먼저 인사를 반갑게 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알레만은 언제나 주민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진료소가 있는 건물에 있는 아파트에서 살고 있으니, 오며 가며 만나는 사람들, 진료소를 찾는 이들은 모두 알레만의 이웃인 셈이다. 자신이 처음 가정의를 시작했을 때 돌보았던 신생아가 이제는 임산부가 되어 자신의 진료소를 찾는다며 으쓱한다. 알레만은 그 신생아와 함께 성장했고 삶을 공유했음이 분명하다. 쿠바 지역사회에서 가정의로 살아가는 사람이 얻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경험에 괜히 내가 흐뭇하다.

진료소에는 최첨단 의료시설은 물론 자랑할 만한 의료 기구도 별로 갖춰져 있지 않다. 간단한 소독기구, 주사, 약품 등과 같은 기본적인 구성을 갖추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알레만의 진료소에는 왁자지껄 여러 사람이 함께 이야기하는 소리, 박장대소하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의사실과 대기실의 분리는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알레만의 진료는 정해진 틀 없이 어디서나 이루어진다. 약 한 달간의 진료소 추격전(?)을 통해 이제 인도 위에서, 아파트 앞에서, 때로는 오토바이 위에서 주민들과 얘기하거나 등에 손을 얹고 위로하는 듯 보이는 모습의 가정의 알레만과 간호사 글레이비스의 모습은 이미 우리에게도 익숙한 일상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면, 쿠바 보건의료의 성과를 분석하는 단초는 결국 자본주의 시스템과 구별되는 쿠바 지역사회의 사회문화적 특성과 맥락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일단 쉼표를 찍기로 했다. 고가의 최첨단 의료장비만이 좋은 의료의 시작이라는 우리의 믿음에도 쉼표가 찍혔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말이다.

목, 2020/03/0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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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구성된 국회에서도 역시 ‘법사위’가 커다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주지하는 바처럼, 우리 국회에서 법사위의 힘은 막강하다. 바로 법사위가 모든 법률안의 체계ㆍ자구 심사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사위는 모든 상임위원회 중에서도 ‘상원 아닌 상원’ 혹은 ‘제2원(院)’이라 칭해지기도 한다.

그간 우리 국회에서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법사위의 ‘월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법사위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법안을 스톱시킬 수 있고, 때로는 소관 상임위에서 의결한 법안 내용 자체를 수정하여 상임위 간 갈등이 빚어진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2013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불산가스 등의 유해물질 배출 기업에 대해 해당 사업장 전체 매출액의 최고 10%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만, 법사위는 규제 기준을 대폭 완화하여 5%의 과징금 부여로 낮췄다. 뿐만 아니라 단일 사업장의 경우 매출액 대비 2.5% 이하의 과징금을 매기도록 했다. 이에 대해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법사위가 재계의 입법로비에 무릎을 꿇고 자구 체계를 벗어나는 월권을 했다며 크게 반발하였다.

 

제헌의회; “자구 정리를 법사위에 부탁할 수 있다

그런데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 조항이 처음부터 오늘날처럼 철옹성의 룰로 군림했던 것은 아니었다.

제헌의회 당시 국회법의 해당 조문은 단지 “제3독회를 마칠 때에 수정결의의 조항과 자구의 정리를 법제사법위원회 또는 의장에게 부탁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었을 뿐이었다.

그 뒤 1951년에 개정된 국회법은 “위원회에서 입안 또는 심사한 법률안은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를 경유하여야 한다. 단, 법제사법위원회는 법률안의 체계와 형식에 대한 심사를 하여 소관위원회에 회송한다.”라고 규정하여 처음으로 ‘법사위 심사’ 규정이 출현했다. 하지만 이 당시의 해당 조항에 대한 개정안 제안 취지는 “본회의 시간을 절약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법사위 심사’는 본회의 3독회 체제 중 본회의 1독회 전에 이뤄지는 보조적 기능에 지나지 않았다.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에 공식성이 부여된 것은 2공화국 국회법에서였다. 1960년 9월 26일에 개정된 국회법은 “위원회에서 법률안의 심사를 끝내거나 또는 입안한 때에는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라고 규정하였다. 다만 당시에도 여전히 본회의 3독회 체제 하에 본회의 2독회에서 축조심사가 이뤄졌기 때문에 본회의에 부의되기 전에 행해지는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는 그 의미와 역할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이었다.

 

유신정권이 확립한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권한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사실은 다음의 사실에 존재한다. 즉, 오늘날과 같이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 기능이 막강해진 것은 바로 1973년 유신정권에서 이뤄진 국회법 개정이라는 점이다.

박정희 정권은 1963년에 이어 1973년에 다시 국회법을 개정하여 그간 본회의에서 시행하도록 규정되어왔던 축조심사 기능을 소관 상임위에 이전시켰다. 동시에 위원회 심사를 거친 안건에 대하여 질의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였다. 이제 법사위의 체계ㆍ자구심사 기능은 마침내 오늘날처럼 극대화되고 ‘법제화’, 제도화되었다.

이렇게 하여 법사위의 ‘제2원’ 기능을 분명하게 보장했을 뿐 아니라 유신정권의 유정회에 의해 보장된 집권 다수당의 본회의 ‘문지기’ 역할을 법사위가 담당할 수 있게 제도화한 것이다(서복경, “법제사법위원회 ‘제2원 기능’의 역사적 기원에 관한 연구”, 「의정논총」 제10권 제2호, 2015년).

 

상임위의 평등성과 의원의 평등대표성 원리에 위배

의회 상임위원회에서 소관 위원회의 결정을 다른 위원회가 존중하는 이른바 ‘위원회 소관주의(Jurisdictionalism)는 중요한 의회 규범 중 하나이다. 우리 국회처럼 법사위가 여타 상임위에서 이미 심사, 의결한 법안에 대한 체계ㆍ자구 심사를 함으로써 위원회 위에 옥상옥으로 군림하는 것은 위원회의 평등성 원리 그리고 국회의원의 평등 대표성 원리에 대한 심각한 침해에 해당된다.

세계 어느 의회에도 우리와 같은 법사위의 이러한 ‘제2원’ 권한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미국 의회에서는 각 상임위원회 내에 ‘축조심사회의(Mark up)’가 구성되어 여기에서 수정안 작업과 체계ㆍ자구 심사의 기능을 수행한다. 즉, 체계ㆍ자구 심사는 세계 모든 나라 의회에서 너무도 당연하게도 각 상임위원회에서 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스스로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바꾸지 않으면 불신 당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국회는 과거 군사독재 권력에 의한 국회 무력화와 통제의 유제(遺制)에 포획되어 있다. 이 ‘유제’를 ‘군사독재의 잔재’라고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단순한 ‘잔재’가 아니다. 왜냐하면 독재 권력이 만든 그 제도와 시스템들은 거의 변화됨 없이 현재까지도 거의 원형 그대로 유지되고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국회의원들 자신들이 이러한 군사독재의 유제나 잔재, 혹은 적폐에 계속 안주하여 무임승차해왔던 것이 가장 핵심적인 장애물이다. 동시에 지식인을 포함한 거의 모든 사람들도 이 적폐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지금과 같이 그 적폐의 틀과 관행을 개혁하지 않고 그대로 안주하고 있는 한,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더욱 심화된다. 바꾸지 않으면 불신 당할 수밖에 없다.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 문제는 과거 독재권력 유제의 중요한 한 요소로서 이 땅의 정치발전과 민주주의 전진을 위해 반드시 개혁되어야 할 우리 시대의 중요한 과제이다. 왜곡으로 가득 찬 우리 국회는 이제부터라도 한 가지 한 가지씩 바꿔나가 의회로서의 ‘기본’과 ‘원칙’을 복원시켜야 하며, ‘법사위 문제’ 역시 이러한 차원에서 의회로서의 최소한의 원칙과 기본을 갖춰 정상화되어야 한다.

월, 2020/06/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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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황열병, 나폴레옹, 아메리카 권력지도의 재편

1802년 나폴레옹은 중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식민지였던 세인트 도미니크를 다시 프랑스 식민지로 편입시키기 위해 카리브해에 프랑스 정예군을 파병했으나 황열병(Yellow Fever)이 돌면서 5만의 군대가 몰살하자, 나폴레옹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철수를 결정하였다. 나폴레옹의 카리브해 침공의 실패로 세인트 도미니크는 역사상 최초로 흑인 자유공화국이 되었고, 토마스 제퍼슨 미국대통령은 뉴올리안즈에서 록키산맥을 거쳐 캐나다에 이르는 828,000km2에 달하는 거대한 프랑스 영토를 아주 싼 값에 구입함으로써 신흥 미국이 서부 태평양으로 프론티어를 확장할 수 있는 기틀을 쌓음으로써 미국을 아메리카 대륙의 패권국가로 부상시켰다. 황열병이라는 에피데믹이 아메리카 대륙의 권력지도를 바꾼 것이다.

팬데믹은 경제적 생산양식과 생산관계를 변화시킬 뿐 아니라 정치적 권력구도를 바꾼다. 1802년에 중남미를 휩쓴 황열병이라는 에피데믹은 나폴레옹의 신대륙으로의 패권확장을 저지하였고, 미국이 아메리카 대륙의 신흥 패권국가로 부상시키는 지역정치질서의 변화를 초래했다. 이와 같이 팬데믹 재앙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세계경제질서의 변화 뿐만 아니라 새로운 국제정치질서가 등장한다. 그렇다면 코로나 팬데믹은 기왕의 국제질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2.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국제질서: 세계화에서 포스트 세계화로

(1) 세계화 시대의 도래: “이 장벽을 허물어라!”(Tear down this wall!)

1987년 도널드 레이건대통령은 베를린 장벽 앞에서 “이 장벽을 허물어라!”(Tear down this wall!)라는 역사적인 연설을 했다. 레이건의 예언대로 1989년 베를린 장벽은 무너지고 냉전이 종식되었으며, 구 공산권을 비롯해서 전 세계에서 국경의 장벽이 무너지고 자본, 기술, 문화, 노동이 국경을 넘어서 자유롭게 이동하는 “국경이 없는 세계”(borderless world) 또는 세계화의 시대가 열렸다. 미국이 주도한 세계화는 워싱턴컨센서스로 불리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였다. 미국은 초당적으로 국경개방정책 (open border policy)을 채택하여 값싼 멕시코, 남미, 아시아의 노동자들의 유입을 허용함으로써 조직 노동자들은 손실을 감수해야했으나 자본가들은 값싼 노동력으로 초과 이윤을 얻게 되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미국은 전후 최장기의 호황을 누렸으나, 기실 세계화로 가장 이득을 취한 나라는 중국이었다. 세계화로 중국은 마침내 자본주의 세계 경제에 통합되었고 “세계의 공장“이 되었고, 곧 이어 세계최대의 소비시장이 되었다. 중국은 1978년 개방이래 30년만에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초강대국(Great Power)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미국이 주도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내재적인 결함을 안고 있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국내적으로는 계급간의 불평등을 낳았고 국제적으로는 부국과 빈국간에 시장의 혜택이 불균등하게 배분되는 결함이 있었다. 극단적인 불평등은 세계화에 대한 저항을 불러일으켰고,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와 같은 세계화를 주도하는 월스트리트 대금융자본에 대한 저항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다. 이러한 반세계화 운동과 감정이 정치적으로 조직되어 나타난 역사적 사건이 2016년의 브렉시트(Brexit)와 트럼피즘(Trumpism)이다. 브렉시트와 트럼피즘의 공통점은 ’국경이 없는 세계‘를 끝장내어야한다는 것이다. 세계화는 국경의 장벽을 철거함으로써 제3세계의 이민자와 노동자들이 국경을 넘어서 밀려들어와 미국과 영국의 백인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뺐고 있기 때문에 이제 국경의 장벽을 다시 세움으로써 토착(native) 미국인과 영국인의 일자리를 보호해야한다는 것이었다.

 

(2) 세계화에서 포스트 세계화로: ”장벽을 쌓아라“ (Build the wall)

브렉시트와 트럼피즘으로 포스트 세계화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트럼프는 대통령선거 유세중에 이미 국경개방정책을 폐기할 것이라고 공언하였다. 트럼프는 당선되자 7개 회교국가 이민자와 피난민의 미국입국을 금지하는 대통령령을 공표하였고, 미국과 멕시코 간에 1,951mile (3,140km)에 달하는 21세기 판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 트럼프의 장벽쌓기 정책은 미국인 대량실업의 책임을 국경을 넘어 들어온 불법 이민노동자와 이주노동자에게 돌리는 포폴리스트 정책이었다.

 

▪세계화 시대와 포스트 세계화 시대의 정책레짐

▪세계화 시대 포스트 세계화 시대

▪규범규칙기반 자유주의, 민중주의와 현실주의

▪국제질서 자유국제주의 민족주의

▪무역규범 자유무역, 다자주의, 보호주의, 양자주의

▪대외정책: 동맹우선주의 자국우선주의

▪시민권 속지주의, 국경개방, 혈통주의, 국경장벽

▪국제안보: 미국단극 헤게모니, G2간 비대칭적 패권경쟁

▪동아안보 중추와 부챗살체제 역외균형과 인도패시픽

▪민주화: 세계적 민주화 물결, 비자유주의적 스트롱맨

트럼프가 추진하고 있는 포스트 세계화 정책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팍스 아메리카나’와 자유무역주의의 전지구적 확산과 같은 국제주의적 개입주의가 퇴조하고 백인 블루칼라 아메리카를 복원하려는 미국 중심주의 (America First)와 중국, 동아시아, 유럽으로부터 밀려오는 시장침탈에 대해 미국상품과 산업을 보호하려는 보호주의(protectionism)가 외교정책의 근간이 되었다. 미국은 더 이상 잠재적 경쟁자인 중국에 ‘호구잡혀서는'(ripped off) 안되며 오로지 미국의 경제와 안보우위를 방어하는데 치중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제조업 중심의 보호무역주의, 백인 우월주의에 기초한 국가주의, 백인 노동자 계층과 같은 ‘보통 미국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외교정책을 펴고 있다. ‘강한 미국’ (strong America)을 표방하는 트럼프의 근육질적 (muscular) 내셔널리즘은 미국의 핵심적 이익(vital interests)이 위협받을 때 군사적 공격으로 대응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국제주의가 퇴조하고 민족주의가 득세하고 있다. 포스트 세계화 시대에는 베스트팔리아 국제체제(1648)의 기본 단위였던 영토적 민족국가가 다시 포스트 세계화 시대의 국제체제의 기본단위로 소환되고 있다. 트럼프의 ‘강한 미국’ (Strong America), 미국제일주의 (America First) 구호들은 전통적인 미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예외주의 (exceptionalism) 구호이다. 트럼프는 보편적 속지주의적(jus soli) 시민권제도를 종교, 종족, 인종에 바탕을 혈통주의적 (jus sanguinis) 시민권제도로 방향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셋째, 신자유주의가 퇴조하고 자신을 선출해 줄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을 최우선시하는 포퓰리즘(민중주의)이 득세하고 있다. 트럼프는 백인 노동자와 중산층의 표를 얻기 위해 기왕의 자유주의적 무역규범을 폐기하고 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역외에 진출한 오프쇼어링 (offshoring) 미국기업을 다시 미국본토로 되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으로 중서부 러스트벨트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되돌려주려 하고 있다.

넷째, 세계화시대에는 미국은 경쟁자없는 단일 헤게모니 국가가 되었으나 포스트 세계화시에는 중국이 글로벌 파워로 부상함에 따라 미중간에 패권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2019년 3월 5일 중국의 리커창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우리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개발도상국이다”라고 선언한데서 볼 수 있듯이 중국과 미국의 패권경쟁은 미국의 압도적 우위 하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대칭적 패권경쟁이다.

 

3.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신 국제질서

(1) 1차대전 이후 스페인플루 팬데믹과 국제주의적 협력체제의 실패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신세계질서를 조망하는데 있어서 1차 세계대전 이후 1918년에서 1919년 사이에 유럽과 세계 전역에서 4,000만에서 5,000만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독감(Spanish flu)으로 불리는 팬데믹의 재앙을 겪은 후 유럽에서 국제질서가 출현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흑사병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인명을 앗아간 스페인플루 팬데믹은 윌슨을 비롯한 전후 지도자들로 하여금 민족주의적 국가 간 경쟁체제보다는 국제주의적 협력체제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모색하도록 작용했다. 왜냐하면 스페인플루 팬데믹은 국경을 넘어서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팬데믹이기 때문에 일국단위로 해결할 수 없는 초영토적인 외부효과(extra-territorial externality)를 내는 특성을 갖고 있어서 팬데믹의 퇴치를 위해서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1차대전 후 세계의 지도자로 부상한 윌슨대통령은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에 기반하여 국제협력체제를 구축하려하였다. 윌슨 14개조를 발표하고 국제연맹이라는 세계정부를 결성하려하였다. 그런데 스페인독감이 윌슨의 전후 자유주의적 국제협력 질서 구축노력에 타격을 가했다. 윌슨대통령 자신이 스페인독감에 걸린 채 베르사이유 협상에 참여하였고, 프랑스의 클레망소는 스페인독감으로 극도로 취약해진 윌슨을 압박하여 패전국 독일에 가혹한 배상금 지불을 강요하는 베르사이유 조약에 사인하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자유주의적 국제협력주의 전후질서 수립을 목표로 했던 베르사이유 조약이 이기적인 국가이익 (특히 프랑스)을 우선하는 국가주의 문서로 종결됨으로써 독일의 반발의 씨앗을 뿌렸고 궁극적으로 나치독일의 길을 열어주었다. 스페인플루 팬데믹은 윌슨대통령을 마비시켜 2차세계대전 발발의 간접적 원인을 제공하였다.

 

(2)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국제질서 1: 자국이익 우선주의, 민족주의, 고립주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내적으로는 “사회적 거리두기”, 국제적으로 “국가간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있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폐쇄하고 공항과 항만을 폐쇄하여 ‘국가간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국경을 넘나드는 국가 간 무역과 인적교류와 교환이 급격히 감소함으로써 세계화는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국가간 거리두기가 강화되면 국제주의 또는 세계주의는 약화될 것이고 정치인들과 국민들은 국제적이 되기보다는 국내문제에 치중하는 내향적(inward-oriented) 시민으로 전환하게 될 것이고, 대외적으로는 배타적 민족주의가 힘을 얻게 될 것이고 민주주의는 쇠퇴할 것이다. 코로나의 세계화가 일어나면서 방역과 치료에 있어서 종족적 불평등이 민족주의의 불을 지피고 있다. 위그르의 소수 민족에 대한 억압이 강화되고 있고 인도에서 힌두 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차드, 리비아, 말리, 니제르, 나이제리아, 소말리아, 시리아, 우크라이나에서 극단주의자들의 폭력이 그 지역을 지키는 외국 군대들이 코로나를 피해서 본국으로 귀환하면서 더욱 격화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국경을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은 국경을 폐쇄하여 자국민들만을 위한 방역과 치료를 하려하였다. 트럼프는 코로나 문제 해결의 국제협력기구인 WHO가 친 중국적이라는 이유로 WHO에 대한 펀딩을 중단함으로써 코로나를 해결하기 위한 다자간(multilateral) 국제협력 거버넌스에 심대한 타격을 가했다. 그리고 코로나 초기 대응의 실패의 책임을 코로나의 최초 발생지인 중국에 돌림으로써 중국을 희생양으로 하여 민족주의적 감정을 고취시켜 정부의 책임을 모면하려하고 있다. 중국 역시 코로나 진원지가 미국이라는 음모설을 퍼뜨림으로써 미국과 중국 간에 “책임떠넘기기 전쟁”(blame game)이 벌어지고 있다.

 

(3)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국제질서 2: 자유주의적 국제협력주의 대안의 등장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은 일국단위로 해결할 수 없는 세계적 전염병이기 떄문에 자국이익 우선주의나 민족주의는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즉자적 대응 또는 임시방편적 대응은 될 수 있으나 팬데믹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코로나 팬데믹을 종결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자주의적 국제협력이 필요하다. 토론토 대학 Lipscy 교수는 코로나 사태 해결에 있어 국제협력을 거부하고 고립주의와 민족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미국을 ‘바보 헤게모니’(hegemonic stupidity)로 부른다. 헤게몬(hegemon) 국가가 바보가 되면 국제체제는 불안정해지고 국제위기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헤게몬 국가인 미국은 민족주의를 버리고 국제적 책임을 다해야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국제적 협력주의로 복귀해야한다는 주장은 96세의 국제정치학 대가인 헨리 키신저로부터 나왔다. 키신저는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이 미국의 헤게모니를 약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키신저는 먼저 코로나 팬데믹은 국경을 가리지 않고 침투하기 때문에 일국 단위로 코로나에 대해 대응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으며, 반드시 글로벌 협력의 비전과 프로그램을 가지고 대응해야한다고 한다. 그런데 코로나사태 와중에 중국은 코로나 피해국에 의료진을 파견하는 등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고 있는 반면, 트럼프는 이란, 베네주엘라, 쿠바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상반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키신저는 트럼프에게 자유주의적 세계질서 원리를 포기하지 말고, 공적 신뢰와 사회적 연대가 미국 중심의 헤게모니 체제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시대착오적인 성벽도시(walled city)를 쌓아서 코로나 팬데믹의 공격으로부터 미국을 방어할 해결할 생각을 하지 말고, 반대로 국제협력주의적인 “코로나판 마셜플랜”을 펀딩하여 코로나로 고통받는 국가들의 국민들을 지원함으로써 전 세계적인 신뢰와 지지를 되찾아야한다고 주장한다.

 

(4)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국제질서 3: 미중패권전쟁의 격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 중국은 초기의 혼란을 수습하고 코로나 확진과 치료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96만 명의 확진자와 5만 4천명의 사망자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엄청난 인명손실과 그로 인한 경제위기에 대한 희생양을 중국에서 찾으려하면서 미중 간에 ‘책임 떠넘기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미중관계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상대적으로 성공적인 코로나 대응을 바탕으로 제3세계에 코로나 방역지원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대해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중국에 대해 코로나 발원의 책임을 지라면서 천문학적인 배상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이 코로나 음모론을 퍼뜨려 중국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이기적으로 전 세계로부터 미국 국가를 자가격리 시킴으로써 국가신뢰를 떨어뜨려 신뢰에 기반한 ‘소프트 파워’가 약화된 반면, 중국은 전 세계 82개 국가들의 방역을 지원하는 ‘코로나 실크로드’를 가동함으로써 중국의 방역 소프트 파워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 대응의 차이로 중국은 미국에 대해 전략적인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군사력, 경제력, 기술력 패권전쟁에 더한 코로나 사태로 방역 소프트 파워 경쟁이 미중 간에 벌어지고 있다. 미중패권전쟁에 대해 미국과 중국의 승리지상주의자들(triumphalists)들은 제로 섬적인 관계에서 미중관계를 바라보면서 어느 한쪽이 일방적 승리를 거둘 때까지 패권전쟁을 밀어붙여야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헨리 키신저같은 공진론자(co-evoultion)들은 미중이 협력과 ‘공진’(co-evolution)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승리지상주의자들과 공진론자 중 누구가 최종적으로 승리할 것인지 알 수 없으나, 한반도 문제와 관련하여 키신저의 공진론에는 매우 위험한 함정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키신저의 공진론은 현실주의 이론으로 1815년 메테르니히가 주도한 유럽협력체제(Concert of Europe)에서 적용되었던 강대국주의(plurilateralism)에 기초하고 있다. 현실주의자인 키신저는 강대국인 미중간의 수교를 위해 약소국인 대만을 희생시킨 것처럼, 강대국인 미중간의 협조체제를 위해 주한미군철수와 같은 약소국인 한국의 안보이익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이 점이 우리가 키신저의 공진론에서 경계해야 하는 함정이다.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지스트 석좌교수

금, 2020/06/0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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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코로나 폐렴역병이 왜 세계를 개변시키는가? 이는 현실문제일 뿐 아니라 더욱더 이론의 문제이기도 하다. 현대 국제관계 이론과 역사 서술 중에서, 바이러스 전염병의 각도에서, 역병이 도대체 인류의 기본 사회생활, 국가사이의 권력경쟁 및 이익분배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총결산하는(总结) 글은 거의 없다(少有).

그렇지만, 이번 신코로나 역병은 민족, 국적, 성별, 피부색, 연령 등을 구분하지 않고, 이미 세계 200여 국가와 지역에 확산되었다. 이로써 인류의 위기와 재난의 서술을 새롭게 다시 쓰게 되었고, 우리의 세계정치이론 인식과 역사경험을 변화 및 개선시켰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신코로나 역병은 다음의 4가지 방면에서(从以下四方面) “전대미문”적으로 세계를 개변시키고 있다.

첫째, 신코로나 폐렴역병이 인류의 경제질서와 경제활동에 가져온 충격은 전례가 없을 정도이다(前所未有的). 이 전염병 때문에, 세계 절대 다수 국가가 자가격리를(居家隔离) 경험하고, 또 사회적 거리두기를(社交距离) 유지하고, 심지어는 도시봉쇄까지(封城) 해서, 경제활동 중의 소비수요는 압축을 받아(被压缩到了) 생활필수품 공급에 그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산업과 제조업은 모두 정상적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자본도 역시 명확한 투자방향을 제대로 못 잡고 있다. 이는 경제활동의 모든 요소가 정지상태(停摆)에 놓여 있음을 말한다.

신코로나 역병이 궁극적으로 어떠한 전 지구적 경제쇠퇴를 가져올지에 대해, 어떤 사람은 앞으로 1929-1933년 대공황(大萧条)이후 최대의 세계 경제위기가 될 것이고, 심지어 어떤 이는 대공황시기에 비해 더 엄중할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둘째, 신코로나 폐렴역병은 대국간 전략경쟁을 모든 요소의 대결시대로 진입하도록 만들고 있고, 현재의 중·미관계 악화는 이의 전형적인 보기이다. 우리들이 과거에 인식한 중·미관계의 경험적 사실은 “좋긴 하지만 좋아 보았자 얼마나 좋아지겠는가? 또 나쁘긴 하지만 나빠 보았자 얼마나 나빠지겠는가?”였다(“好也好不到哪里,坏也坏不到哪里”). 그렇지만 오늘날의 중·미관계에는 이미 거대한 “범주적(파라다임의, paradigm) 변화(范式变化)”가 발생해버렸다. 정말로 총체적 대결의 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경제나 군사뿐 아니라 과학기술협력, 인문교류, 각자 국내시장과 경제관리체계 등의 방면에까지 포괄하여, 모두 충돌과 대결의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 중·미관계가 오늘날 악화되는 과정 중에 가장 위험한 요인은 감정화와 정치화이다(情绪化和政治化). 특히 미국정부는 “잘못을 남에게 떠넘기기(甩锅)”위해 끊임없이 중국의 거동에 대해 “낙인찍기(污名化)”를 해왔다. 중·미관계는 “최악은 아니지만, 단지 더욱 악화될(没有最坏,只有更坏)” 가능성이 높다.

셋째, 신코로나 폐렴역병이 냉전종식 근 30년래 전대미문의 정치와 사회 사조에 새로운 격동과 기복을(激荡起伏) 가져왔다. 냉전종식은 자유주의 가치관과 그 실천의 세계화를 가져오도록 했고, 구체적으로 시장에 그 요소를 배치하고, 가치 및 산업의 연계구조의 배치를 통해 세계화를 구현했다. 더 나아가 각국 정치, 사회의 협치 프레임과 중대한 초국가적 의제설정과 협치(관리, 거버넌스 governance) 기제의 세계화도 가져왔다.

신코로나 역병이 폭발하면서, 유럽연합(EU)과 같은 지역 협치(거버넌스) 기제가 엄중한 도전을 받고 있다. 이뿐 아니라 더욱더 “미국우선주의”의 협애한 대중영합주의(狭隘民粹主义, 포퓰리즘) 때문에 국제제도의 규칙을 기초로 하는 전 세계적 협치(글로벌 거버넌스, global governance) 역시 심각하게 쇠약해지고 있다. 역병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사회 및 개인의 관계는 중대한 역사적 조정을 겪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정부의 개입과 자원배치 능력을 강화시키는 “신국가주의”가 전 세계 각지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넷째, 신코로나 폐렴역병이 전세계의 여론방향을 재(再)설정하고(다시 빗고, 重塑) 있다. 전대미문의 여론 “히스테리화”를 조성하고, 민족주의, 인종주의, 배외주의가 다시 일어나고 있다. 세계화 시대의 자유 및 상호개방과 국가와 지역을 넘어선 사회적 교류왕래는, 신코로나 사태 이후, 엄중한 타격과 제한에 직면해 있다.

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의 중요 경제체 사이에 상호 방어 장벽을 유발하고, 전략경쟁은 경제, 사회 및 여론 등 영역에까지 전면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래서 각국이 가치와 관념에서 상호 경계와 장벽을 치는 새로운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는 서방 매체의 영향을 받아 “중국차별론”으로 대응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서방매체는 더 나아가서 도발의 기회를 잡고 중국에게 아프리카 국가의 채무를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일부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정체를 강요당하고 있기도 하다.

신코로나 폐렴역병은 전 세계적으로 4단계의 “충격효과”를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각각은 “공공위생위기” “경제와 민생위기” “사회위기” 그리고 일부 국가에 나타나는 “정치위기”라고 할 수 있다. 이제까지 충격은 제1, 제2 단계에 처해 있었고, 지금은 제3단계로 향해 건너가고 있는 이행기다. 제4단계는 아직 출현하지 않았다.

신코로나 역병은 어떻게 세계를 개변시킬까? 필자는 다음 3개 방면의 개변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본다.

하나의 방면은 세계가 “신 전국시대”로 진입해서, 국가 간 경쟁, 방어, 경계 등의 전선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장기화(持续拉宽和拉长)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 우리는 언제나 “단극” 또는 “다극”을 이야기 해왔지만, 신코로나 폐렴역병은 앞으로 “극”의 개념을 전례가 없을 정도로 공허하게(空前虚化) 만들 것이다.

국제구도는(国际格局) 더 이상 간단하게 “극”이란 개념을 주체의 권력분배 구조로 삼을 수가 없다. 오히려 이해관계의 경계, 방어, 충돌 등이 더욱 세밀해 지고, 전면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 결과 국제구도는 앞으로 국제질서의 주도적 영도 역량이(리더십, leadership) 부족해지고, 국가 간 다(多)영역, 다(多)전선, 다(多)차원의 “옥신각신 다투는(明争暗斗)” 신시대가 열릴 것이다.

우리가 본래 적극적으로 만들었던 브릭스(BRICS)국가협력기제, 상하이협력조직기제, 신흥경제체협력기제 등 모두가 앞으로 매우 많은 새로운 도전과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국제역량에서 “동승서강东升西降—동양은 상승하고 서양은 하강하는” 구도(格局) 또한 중대 시련을 겪을 것이다. 브릭스국가와 신흥경제체제는 역병발생으로 비교적 큰 충격을 받았고, 남아프리카, 브라질, 인도의 화폐는 지난 2개월 동안 대폭 평가절하 되어 사람들이 우려하게 되었다.

미래의 세계 권력과 이익구조는 다시 재조직될 것인가? 우리는 이 “신(新)전국(戰國)시대”를 어떻게 넘길 것인가? 이러한 도전은 전대미문이다.

또 하나의 방면은 대국의 전략경쟁이 더욱더 엄준한 신단계로 진입한다는 점이다. 이미 중국과 미국은 “신냉전” 진입을 시작한 바와 다름없는 것 같다. 이 문제는 여전히 논쟁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현재의 추세를 두고 볼 때, 중·미관계는 “신냉전”으로부터 아마 한 걸음 떨어진 정도로 다가 와 있는 것 같다(只有一步之遥). 만약 미국 트럼프정부가 역병 방역의 실패를 덮고 또 선거에서 경쟁하기 위해, 중국 “낙인찍기”를 계속한다면, 중·미는 역병 이후 시대에도 아마 “신냉전”이라는 악마의 그림자에서(魅影) 벗어나기는 힘들(难以摆脱) 것이다.

“신(新) 냉전”과 구(舊) 냉전의 최대 차이는 국제체계가 다시는 간단하게 새로운 진영 편입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과 미국은 경제와 상업에서 여전히 서로 뒤얽혀(交集, 교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면적인 적대는 아마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在所难免). “신냉전”은 중국이 원하는 바가 결코 아니고, 더욱이나 중국굴기의 전략이익에 부합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트럼프정부가 만약 “신냉전”을 한사코(硬要) 중국에 강압하면(强加于中国), 우리로서도 물러날 길이 없게 된다(无路可退)!

또 다른 하나의 방면은 세계 경제 질서가 대규모로 새로 짜질 수 있고(重组), 세계화 진행의 조정 또한 피할 수 없는 추세(势在必行)라는 점이다. 1990년도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 빈곤인구 수는 끊임없이 내려가고 있다. 그렇지만 신코로나 폐렴역병은 세계적으로 4-6억 빈곤인구를 새로이 증가시킬 것이다. 더 나아가 이 숫자는 계속 확대될 것이다.

게다가(再加上) 새로운 세계적 가뭄과 신코로나 폐렴역병의 반복 출현 가능성으로, 전 세계적으로 근 40개 국가에 엄중한 경제후퇴가 나타날 것이다. 신코로나 역병은 전 세계 발전의 현존 구도를(现有格局) 개변시킬 것이다.

신코로나 폐렴역병에 의한 세계의 개변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이에 우리들은 사상, 심리, 지식 등에서 충분한 준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출처: 新冠疫情会如何改变世界 (환구시보 게재)

역자: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

중국 환구시보에 실린 글을 강정구 동국대 명예교수가 번역하여 통일뉴스(20.05.09)에 실린 글로 역자의 동의를 얻어 본지에 실린 것임.

저자: 주펑(朱锋)

난징대학 국제관계연구원 원장 / 난징대학 중국남해공동혁신연구센터 소장

토, 2020/05/30-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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