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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문] “인터넷 시대의 ‘가짜뉴스’의 의미와 대응” 웨비나 (2021.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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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문] “인터넷 시대의 ‘가짜뉴스’의 의미와 대응” 웨비나 (2021.05.15.)

admin | 금, 2021/05/28- 19:59

글 | 천미림(한양대)

사단법인 오픈넷과 HY-CELPST(한양대학교 과학기술윤리법정책센터)는 2021년 5월 13일(목)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인터넷 시대의 ‘가짜뉴스’의 의미와 대응에 관한 주제로 웨비나를 공동개최했다.

이 세미나에서는 최근 가짜뉴스와 허위조작정보 문제 등에 있어 인터넷 시대에도 밀이나 하버마스 등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전통적인 이론을 통한 접근과 대응은 여전히 유효할지, 그리고 가짜뉴스 혹은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를 논하기 전에, 가짜뉴스 혹은 허위조작정보의 유포와 확산 메커니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자 했다. 아래는 각 발제문과 질의응답의 요약이다.

▶영상 다시보기 / 발표자료

[개회사] 황성기(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장)

표현의 자유, 공공데이터 개발, 저작권, 입법 활동 등을 하고 있는 오픈넷은 가짜뉴스와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반대 논평자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이번 토론을 통해 표현의 규제를 반대하고 철학의 사상적 기초에 초점이 맞춰 구체적인 입법 관련한 여러 가지 사안들을 확인하려고 한다.

[발제] 자유주의, ‘열린 사회’, 사안별(piecemeal) 사회공학 | 이상욱(한양대학교 철학과 교수)

이상욱 교수는 ‘가짜뉴스’에 관한 논의를 제시하고 논쟁의 주제로 다루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하면서 이번 웨비나가 주제에 대한 쟁점들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짜뉴스를 둘러싼 주제들은 우리나라보다 유럽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논의라고 설명하며, 라트비아 등에서 가짜뉴스를 조직적으로 활용해서 선거의 방향을 바꿔서 선거에 선출되는(사회적인 객관적 합의) 등의 예를 설명했다. 그는 자유주의적 가치를 긍정하는 곳에서도 가짜뉴스 규제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가짜뉴스가 어떤 지위를 갖는지, 그리고 표현의 자유는 어떤 종류의 가치인지 논의했다. 그에 따르면 가치는 본질적 가치와 도구적 가치로 구분할 수 있으며, 공적 토론의 공간 내에서 서로 의견들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표현의 자유의 가치는 도구적 가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이나 집단이 사회에 참여할 때, 소기의 목적을 잘 달성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가 잘 사용되는 것이 표현의 자유가 보호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유주의자 존 밀턴, 존 스튜어트 밀, 칼 포퍼, 필립 키처 등 학자들의 논의를 인용하여 표현의 자유에 대하여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존 밀턴은 출판의 자유가 없는 것에 대항하기 위한 책을 발간하기도 했으며, 사실과 가짜뉴스를 자유롭게 힘겨루기를 하게 하여 그 중 어떤 것이 진리가 될 수 있을지 자명하게 만들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존 스튜어트 밀은 일반 공공에게 참된 것과 거짓된 것 중 참된 것이 왜 참인지를 다시 한 번 일깨울 수 있도록 이를 표현의 자유를 통해 겨루게 만들면 이것이 이익이 된다고 말했으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칼 포퍼의 말을 인용하면서 일반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해 사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포퍼가 폭력 정치에 반대하면서 개인의 자율적 선택에 제한 없이 발휘될 수 있는 열린사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바람직한 공적토론을 위해서는 각각의 의견을 참이라고 증명하는 증거가 단지 존재해서만은 안 되고 이것이 공정해야 한다는 필립 키처의 이론을 소개했다. 증거는 모두가 공정하게 접근 가능해야 하고, 대칭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는 키처의 주장과 함께 그는 유전자 변형식품의 예시를 들면서 무지의 복종에 대한 문제를 설명했다. 그는 바람직한 공적 토론에 있어 정보량이 많아졌기 때문에 이를 적절하게 이해하고 시민적 숙의가 가능한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모든 일반 시민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하면서, 형식적인 측면에서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고 공적 합의를 했다는 주장은 표면적인 것이고 옳지 않으며, 진정한 민주주의적 숙고가 가능한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만 정보에 관한 네 가지 주요 쟁점을 제시했다. 첫째, 기만 정보의 의도성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둘째, 기만 정보의 ‘거짓/부정확/잘못된‘의 정도를 어떻게/누가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어떤 사회적, 제도적 대응을 할 것인가? 셋째, 기만 정보 생산과 전파의 기술적 특징(3E)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넷째, 기만 정보의 기만성을 개의치 않는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이다. 이상욱 교수는 이 쟁점들을 바탕으로 기만 정보에 대응하는 태도와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 1]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과 사상의 (자유)시장, 가짜뉴스 | 윤성현(한양대학교 정책학과 교수)

윤성현 교수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중심으로 사상의 시장과 가짜뉴스에 대해 토론하였다. 그는 밀의 자유개념을 소개하면서, 밀에 따르면 자유의 원칙은 자기보호(self protection)와 타해 금지(to prevent harm to others)가 있고, 원칙은 명백해 보이지만 구체적 실천에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밀이 자유개념을 통해 언론, 출판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중요하게 보았다는 점과 말과 행동을 구분하여 행동보다 말의 자유인 언론, 출판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밀이 가짜뉴스를 어떻게 보았을까에 대해 잠정적으로 해석했다. 그에 따르면 밀은 다면성을 지닌 학자이며 절충주의, 회의주의 등 밀의 학문적 방법론과 태도를 생각하면 현대사회를 새롭게 고찰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밀은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에 더 가치를 두었고, 언론 출판도 정신적인 것이기 때문에 언론출판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대로 밀이 국가 절대 권력이나 사회적 여론의 압제에 반대했기 때문에 의도성을 지닌 적극적 허위조작정보에 대해서는 사회적 해악의 가능성 때문에 규제하고자 하지 않았을까 해석하기도 했다.

그는 가짜뉴스를 규제하려는 이유에 대하여 자신들이 듣기 싫어하는 정보를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의 측면이 있다고 보면서, 만약 밀이라면 이를 규제하려고 했을 것이라 말했다. 공적 숙의의 맥락에서 도구적 가치를 갖는다는 이상욱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는 밀에게 있어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는 측면과, 밀이 표현의 자유와 숙의민주주의의 관계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공적 가치에서의 말하기 기능, 즉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다고 보았다. 특히 그는 이상욱 교수 발제에서 다룬 네 번째 쟁점(기만 정보의 기만성을 개의치 않는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하여 탈(脫)진실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 부분이 강조되고 숙의민주주의를 더 확대, 강화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보탰다. 그는 또한 전문가들과 지식인들이 견제, 비판, 감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야 함을 강조함과 동시에 시민단체, 대학, 언론 등이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 2]성구(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홍성구 교수는 밀턴, 하버마스, 롤스, 존 킨을 중심으로 인터넷 공론장에 관하여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자유주의 사회에서의 공론장을 강조하며, 신속한 규제보다는 공론장 자체를 건전하게 만들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출판허가제 등이 가짜 정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 숙의민주주의 관점에서 하버마스식의 공론장 안에서 대화와 토론이 무한히 이루어지는 것이 곧 가짜 정보를 걸러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공론장은 특정한 세력의 전략적 의사소통과 타자간 상호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의사소통이고, 이 중 후자가 보편적 이해를 반영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숙의민주주의를 건전한 여론을 바탕으로 그 위에서 법안이나 정책이 발현되는 것으로 정의하면서 최근 현대사회는 공론장의 필터링 기능이 약화될 뿐만 아니라 정보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들이 주장하는 식견을 갖춘 시민 개념도 이상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사실에 입각한 뉴스 생산을 지원하고, 뉴스 소비에 있어서도 국민들이 건전한 뉴스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존 롤스의 이론을 인용하여 시민들이 무지의 장막 속에서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존 킨의 논의를 설명하면서 언론의 상업적 경쟁에 대한 부정적 견해에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가짜뉴스도 궁극적으로 권력에 대한 파수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언론의 권력에 대한 감시 및 견제를 강조했다.

[토론 3] 가짜뉴스, 온라인 허위정보 | 박아란(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박아란 선임연구위원은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에 초점을 맞춰 토론을 진행했다. 그는 인터넷이 발달하고 사회관계망 서비스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사실이 아닌 내용이 진짜 뉴스 정보처럼 확산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가짜뉴스가 심각해졌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허위조작 정보를 이익집단 주체가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국가, 미디어, 시민단체와 더불어 현재 기술에 의해 다른 양상으로 더 문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짜, 가짜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진실을 오도하며, 유럽연합과 여러 유럽 국가 등에서는 가짜뉴스 대신 허위정보(disinformation), 오정보(misinformation)라는 중립적 용어 사용을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뢰할 만한 미디어가 부재한 상황에서 자신의 이해관계와 맞는 정보를 들으려 하는 사람들의 경향과 추천 알고리즘 기술의 결합이 가짜뉴스 양산을 가속화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러한 경향이 우리나라에서 더 강하며, 미디어(언론)도 이를 이용하여 강한 입장의 정보들을 내보이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가속화되는 것으로 보았다.

그는 허위정보가 정치적 이익, 영리, 혐오범죄 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허위조작정보는 민주주의 사회 유지에 위협이 되고 민주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가짜뉴스는 민주주의 사회 안에서 시민들의 숙의와 합의를 이루는 데 문제를 일으킨다고 비판하면서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 이를 대처하는 방식을 소개했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경우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서 가짜뉴스 자율규제 가이드라인 마련 및 신고센터 운영, 다양한 기관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실시 및 법안 발의와 같은 방식으로 이를 대응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남은 문제들을 지적했다. 그는 어떤 법안을 만들 것인지, 그리고 실효방안 및 범위, 대상, 언론보도 방식 등 규제의 대상을 어떻게 상정하고 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허위조작에 대응하는 안전장치의 마련이 요구된다고 강조하면서, 허위정보 확산에 맞서야 할 책임이 있지만 표현의 자유와 인터넷에 대한 기본권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문제를 단기적인 대책보다는 공개적인 의견 수렴,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의 이해 반영 등 사회적 대응을 바탕으로 하는 장기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양한 대응책들이 효율적인지도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동시에 의도를 가진 거짓을 알고도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사람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에 관한 질문을 남겼다.

[토론 4] Conspiracy Theories | 강정수(미디어스피어 이사)

강정수 이사는 음모론의 측면에서 가짜뉴스나 허위정보를 논의했다. 달착륙, 마녀사냥 같은 다양한 세계적 음모론을 소개하면서 음모론은 지식의 권력 투쟁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그는 인간이 음모론을 믿는 이유는 필터링의 문제, 즉 선택적 인지를 할 수 있는 근거들이 많아지면서 문제가 된다고 말한다. 그는 이를 선택적 인지와 인지편향(selection perception)이라고 설명했다. 정보복잡성이 많아지면서 정보를 다각적인 측면에서 고찰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순화하여 이해하려고 하는 경향성을 뜻한다. 그 외에도 그는 필터버블(알고리즘 추천, 유저 친화적인 것들이 사고의 편협성을 만든다는 주장)이나 종교 등도 허위정보와 관련된다고 보았다.

허위정보를 가리기 위해서 그는 사실의 나열보다 맥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위험성에 대한 인간 평가 능력의 결여나 디지털에 항상 접속되어 있는 현상 등을 지적하면서 팩트체크보다 콘텐츠를 소비하려는 경향성을 비판했다. 그는 과거에는 극단적인 사람들은 소수였으며 특정한 지식에 완전한 동조를 이루지 않는 중간 계층이 많았던 것에 반해, 현대에는 인터넷이 양 극단을 연결시켜 중간에 있는 계층을 끌어들여 논쟁을 만든다고 설명하면서 분쟁이 음모론이나 허위정보를 만든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디어, 정치세력, 언론 등이 이를 심화시킨다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문제들을 특정 지식인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이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질의응답]

이상욱 교수) 주장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가 공적 숙의의 맥락에서는 도구적 가치라는 점이다. 저와 반대로 윤성현, 홍성구 교수님은 본질적 가치로 봐야 한다는 견해를 잘 설명해주셨다. 기만 정보에 대해서는 제제와 규제가 필요하다. 공론장에서 자유로운 토론은 보장되어야 하지만, 어떤 사실적 정보에 대해 의도성을 가지고 제시되는 기만 정보는 민주적 숙의과정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동시에 자유주의 전통에서도 옹호되기 어렵다. 과학지식이나 과학적 사실은 사회적 숙의과정에 중요하다. 견해와 사실적 주장을 구분하기 쉽지는 않지만 과학기술이나 과학적 사실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숙의과정에서는 그 사실의 진위여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Q) 오늘 계속 논의된 숙의민주주의의 전제는 어떻게 보면 교육수준이 높은,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을 전제로 하는 것 같은데, 이는 자칫하면 엘리트주의로 경도될 위험이 있지 않은지, 결국 가짜뉴스/기만, 허위정보의 판단은 전문가나 엘리트만 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흐르지 않게 될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홍성구 A)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일반 시민들도 충분한 학습과 정보의 기회를 제공하면 공적 숙의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공론장이 학습을 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공론조사의 경우 추첨으로 선발한 일반 시민이 참여한다.

Q) 가짜뉴스 소비자들 입장에서 가져야 할 자세는 무엇일까?

청중 A) 팩트체크 사이트 확인을 들 수 있겠다.

황성기 교수) 오픈넷은 가짜뉴스에 대한 목표를 공유하고 규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관점과 근본적인 논의들을 다루고자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오늘 여러 분야의 학자분들이 참여하셔서 대단히 유익한 시간이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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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의 균형적 보호를 위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개정방향’ 토론회

2020. 7. 28.(화) 오전 10:00 – 11:30 /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이수진 (동작)의원실, 대한변호사협회와 공동으로 7월 28일(화)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의 균형적 보호를 위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개정방향’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현행 형법 및 정보통신망법은 진실한 사실을 말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진실 여부를 불문하는 명예훼손 법제는 정치적·사회적으로 악용되어 미투 운동, 내부 고발, 소비자불만글 등을 비롯한 각종 사회 고발 활동 및 언론 활동을 심대하게 위축시키는 폐단을 낳고 있으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를 침해하여 사회의 감시·비판 기능을 마비시키고 사회 진보의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 진실한 사실을 말한 경우에도 과거 성이력과 같이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사실을 적시하는 것은 제재할 필요가 있으며, 통신기술의 발달로 프라이버시 침해가 가져올 수 있는 폐해는 커진 반면 형법에 일반적인 프라이버시 보호 조항은 없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필요도 있다.

이에 본 토론회에서는, 명예훼손 법제가 헌법 및 국제인권기준을 준수하고 표현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개인의 프라이버시도 균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개정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이번 토론회는 황성기 교수(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가 좌장을, 손지원 변호사(사단법인 오픈넷)가 주제발표를 맡고, 토론자로는 윤해성 박사(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장철준 교수(단국대학교 법과대학), 정성민 판사(사법정책연구원), 김한규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가 참여할 예정이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화, 2020/07/21-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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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에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인터넷에서의 인종차별적, 반유대주의적 혐오 발언에 대하여 강력한 조치를 마련할 것을 약속한 이후, 2019년 3월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의 대변인 래티시아 아비아(Laetitia Avia) 의원은 독일의 네트워크집행법을 모델로 한 ‘인터넷에서의 혐오 콘텐츠 규제 법안’(이하 “인터넷 혐오표현 금지법”) 일명 ‘아비아법’을 발의했다. 동 법안은 2019년 7월 프랑스 하원을 통과하고 상원으로 올라갔으나, 법안에 반대하는 일부 상원의원들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사를 청구했다. 그리고 2020년 6월 18일, 프랑스 헌법재판소(Conseil constitutionnel)는 인터넷 혐오표현 금지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프랑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환영하며, 이 결정이 임시조치 제도와 ‘n번방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 부가통신사업자의 불법촬영물 유통방지 의무 등 한국판 아비아법에 갖는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아비아법’은 SNS, 검색 엔진 등 플랫폼 사업자에게 신고가 들어온 지 24시간 이내에 ‘명백한(manifestly)’ 불법 콘텐츠를 삭제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한 사업자를 처벌하는 법이다. 명백한 불법 콘텐츠에는 인종, 종교, 민족, 성별, 성적 지향 또는 장애를 이유로 차별, 적대감, 폭력을 선동하는 혐오표현, 이러한 집단이나 개인에 대한 차별적 모욕, 홀로코스트 부인, 성폭력 등이 포함된다. 아울러 테러 미화·선동 콘텐츠나 아동음란물은 행정당국의 요청이 있으면 1시간 이내에 삭제해야 한다. 사업자가 이를 어길 경우, 개인은 1년 이하의 징역 및 25만 유로 이하의 벌금, 법인은 125만 유로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아비아법에 대해 프랑스 내부에서도 혐오 콘텐츠의 범위가 모호하고, 사업자에게 과도한 검열 권한을 준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찬성파 의원들은 인터넷 혐오표현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플랫폼에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사업자가 합법적인 콘텐츠마저 삭제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의원들도 상당수였다. 아울러 국가디지털위원회(CNNum: Conseil national du numerique), 국가인권자문위원회(la Commission nationale consultative des droits de l’homme), 프랑스의 디지털 권리 단체인 라 캬드라튀르 뒤 넷(La Quadrature du Net)과 같은 기관들도 이 법안의 채택을 반대해왔다. 민간 사업자에 검열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었다. 또한 국제적 인권단체인 아티클19은 아비아법이 표현의 자유에 관한 국제 인권 기준에 반한다고 하면서, 플랫폼과 불법 콘텐츠의 범위가 광범위하며 법원의 판단이 배제된 사적 검열을 강화하고, 24시간 이내라는 삭제 기한이 너무 짧고, 처벌이 과도하여 콘텐츠의 과잉 삭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비판해왔다.

프랑스 헌재는 아비아법의 해당 조항들이 프랑스 헌법상 표현과 의사소통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먼저 테러 콘텐츠 또는 아동음란물 1시간 이내 삭제 조항에 대해서는 1. 테러 콘텐츠인지 아동음란물인지가 콘텐츠의 본질적인 특성에 따라 결정되지 않고 행정당국의 판단에 전적으로 달려있다는 점, 2. 사업자가 1시간이 경과한 후에 삭제 요청에 대해 이의를 신청하거나 1시간 기간을 정지시킬 수 없다는 점, 3. 사업자가 콘텐츠 삭제 전 법원의 결정을 받을 시간이 없는 점, 4. 형량이 과도한 점을 들어 목적을 달성하기에 필요하고 비례적인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다음으로 명백한 불법 콘텐츠 24시간 이내 삭제 조항에 대해서는 1. 신고가 접수되었을 때 명백한 불법 콘텐츠로서 삭제할지 여부에 대한 결정을 법원이 아니라 전적으로 사업자가 내리는 점, 2. 명백한 불법 콘텐츠인지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 있다는 점, 3. 사업자는 24시간 이내에 결정해야 하는데 불법성 판단의 어려움과 사업자가 검토해야 할 신고의 건수가 많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24시간은 매우 짧은 기간이라는 점, 4. 사업자 책임 면책 조항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 5. 형량이 과도하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동 조항은 사업자가 신고가 들어오면 콘텐츠의 불법성과 상관없이 삭제하도록 강제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보았다.  

정보매개자에게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불법적인 이용자 게시물에 대해서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는 정보매개자 책임제한 원리(intermediary liability safe harbor)는 국제 인권 기준의 일부이다. 왜냐하면 정보매개자가 사전검열이나 일반적 감시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이다. 아비아법은 행정기관이나 사인의 신고가 있는 게시물에 대해 책임을 지운다는 면에서 본연의 정보매개자 책임제한 원리를 위배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나, 게시물의 존재만 인지했을 뿐 그 불법성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보매개자에게 게시물에 대한 책임을 지운다는 면에서 정보매개자의 사적 검열을 강요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프랑스 헌재가 아비아법 결정에서 불법성 판단을 행정당국 또는 사업자에게 전담시킨 것에 표시한 불만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비추어 우리나라 법을 살펴보자면 우선 “임시조치”라고도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가 바로 이런 문제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1] 권리자가 정보의 삭제를 요청하면 사업자가 게시물이 권리를 침해했는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실무적으로는 요청이 들어오면 판단을 거치지 않고 무조건 차단(임시조치)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제21조 3호 및 4호에 의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2]의 통신심의 역시 행정기관이 표현물의 삭제를 강제한다는 면에서 아비아법 전반부와 비슷하다. 여기에 더하여 ‘n번방 방지법’이라는 미명 하에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는 제1항에서 불법촬영물등에 대한 신고가 들어왔을 때 사업자가 지체 없이 삭제할 사후적 의무를 지우고 있고, 제2항에서 사업자가 불법촬영물등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적 조치를 취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3]

사업자의 불법정보 사후적 유통방지 의무를 규정한 아비아법은 콘텐츠 게시자가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절차와 악의적인 신고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를 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위헌 판단을 받았다. 그렇다면 프랑스 헌재의 입장에 비추어볼 때 제22조의5 제1항의 사후적 유통방지 의무는 이의제기 절차도 없고, 신고 남용에 대한 제재도 없으며, 불법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전혀 개입하지 않으므로 위헌의 소지가 높다. 게다가 제2항에 따른 사전적 유통방지 의무는 사업자가 게시물의 불법성 및 존재 자체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형사책임을 지운다는 면에서 정보매개자 책임제한 원리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으며 아비아법보다 위헌성이 훨씬 크다. 

오픈넷은 불법촬영물의 유통을 방지하고자 하는 ‘n번방 방지법’의 입법 취지와 그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유통방지에 전혀 실효적이지 않으면서 플랫폼 사업자에게 사전적인 사적 검열 의무를 지워 인터넷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 제2항에는 반대한다. 제22조의5 제1항 역시 정보통신망법의 ‘임시조치’ 제도 및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행정심의와 함께 이번 프랑스 헌재 위헌 결정에 비추어 계속 재검토가 되어야 한다. 오픈넷은 이번 프랑스 아비아법 위헌 결정의 취지와 같이 한국판 아비아법들에 대한 입법적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 제44조의2(정보의 삭제요청 등) ①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자는 해당 정보를 처리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그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이하 “삭제등”이라 한다)를 요청할 수 있다.
②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제1항에 따른 해당 정보의 삭제등을 요청받으면 지체 없이 삭제ㆍ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즉시 신청인 및 정보게재자에게 알려야 한다. 이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필요한 조치를 한 사실을 해당 게시판에 공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③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운영ㆍ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제42조에 따른 표시방법을 지키지 아니하는 청소년유해매체물이 게재되어 있거나 제42조의2에 따른 청소년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 없이 청소년유해매체물을 광고하는 내용이 전시되어 있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내용을 삭제하여야 한다.
④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제1항에 따른 정보의 삭제요청에도 불구하고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이하 “임시조치”라 한다)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임시조치의 기간은 30일 이내로 한다.
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필요한 조치에 관한 내용ㆍ절차 등을 미리 약관에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⑥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운영ㆍ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유통되는 정보에 대하여 제2항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하면 이로 인한 배상책임을 줄이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

[2]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및 운영에 관한 법 제21조 제3호와 제4호 (심의위원회의 직무) 심의위원회의 직무는 다음 각 호와 같다. [중략]
3.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에 규정된 사항의 심의
4.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 제44조의7 (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생략]
② 방송통신위원회는 제1항제1호부터 제6호까지, 제6호의2 및 제6호의3의 정보에 대하여는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또는 게시판 관리ㆍ운영자로 하여금 그 처리를 거부ㆍ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다. 다만, 제1항제2호 및 제3호에 따른 정보의 경우에는 해당 정보로 인하여 피해를 받은 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그 처리의 거부ㆍ정지 또는 제한을 명할 수 없다. <개정 2016.3.22, 2018.6.12>. . . [전문개정 2008.6.13]

[3]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부가통신사업자의 불법촬영물 등 유통방지) ① 제22조제1항에 따라 부가통신사업을 신고한 자(제22조제4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를 포함한다) 및 특수유형부가통신사업자 중 제2조제14호가목에 해당하는 자(이하 “조치의무사업자”라 한다)는 자신이 운영ㆍ관리하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다음 각 호의 정보(이하 “불법촬영물등”이라 한다)가 유통되는 사정을 신고, 삭제요청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ㆍ단체의 요청 등을 통하여 인식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해당 정보의 삭제ㆍ접속차단 등 유통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따른 촬영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
2.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에 따른 편집물ㆍ합성물ㆍ가공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
3.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5호에 따른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
② 전기통신역무의 종류, 사업규모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의무사업자는 불법촬영물등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술적ㆍ관리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

2020년 7월 30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사단법인 오픈넷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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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20/07/30-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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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오픈넷은 유명인의 사진을 이용해 해당 유명인을 비판하는 포스터를 제작한 패션노조 대표에 대한 저작권법 위반 형사사건을 2016년 6월부터 공익소송으로 지원해왔다. 대법원은 지난 2020. 6. 25. 무려 3년간 상고심에 계류 중이던 해당 사건에 대해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원심(서울남부지방법원 2017. 4. 13. 선고 2016노1019 판결)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판단을 내렸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7도5797 판결). 패러디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해학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다분하며 구체적인 오픈넷의 입장은 아래와 같다.

법원은 패러디에 대한 엄숙주의에 머물러 있어, 전향적 태도 변화가 필요

원심은 해당 작품이 패러디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패러디는 “누가 보더라도 기존의 원작품을 과장하여 흉내낸 것으로 풍자하거나 희화화한 것이 명백하여야 할 것”이라는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법원은 그동안 패러디를 원작품에 대한 풍자만 가능하고 해당 작품을 통한 사회현상의 풍자나 비판은 패러디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서울지방법원 2001. 11. 1.선고 2001카합1837 결정, 이른바 ‘컴배콤’ 사건[1]) 본 사건을 계기로 패러디의 범위를 넓히고 엄숙주의에서 벗어날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대법원이 기존 입장을 고수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원심은 원 저작물이 “나체를 진지하게 담아낸 작품”인 반면 해당 저작물을 이용한 포스터는 “조롱하고 비하”하기 위한 것으로 보면서 “노동착취 현실을 고발하기 위한 목적은 통상적인 프로필 사진을 게재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대중에게 공표된 사진을 이용한 행위만으로 “조롱하고 비하”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판단한 것도 유감이지만, “진지”함을 기준으로 예술을 바라보는 원심 법원과 대법원의 시각이 바뀌어야 함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법원은 원 저작물에 대한 “조롱”과 “비하”가 패러디의 주된 창작 동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미국 연방대법원 역시 이른바 ‘pretty woman’ 사건(Campbell v. Acuff-Rose Music, Inc.)에서 조롱이 패러디의 표현적 요소임을 인정한 바 있다. 원 저작물에 대한 “조롱”으로 인하여 원 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죽인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유형의 침해는 비평의 결과이지 상업적 경쟁의 결과가 아니며, 공정이용 분석을 위해 시장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패러디는 재기발랄하고 웃음을 자아내는 해학적 요소가 핵심을 이룬다. 법원은 이러한 예술적 성취를 “진지”하지 않다는 이유로 보호해야 할 표현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른바 ‘컴배콤’ 사건에서도 법원은 해학적 요소에 대해 “단순히 웃음을 자아내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라고 판단하여 해학적 표현의 가치를 가벼이 여긴 바 있다. 법원은 남에게 웃음을 주는 일이 얼마나 철저한 준비와 “진지”한 노력이 필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법원이 패러디의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이상 해학적 표현의 자유는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 사건 원 저작물과 포스터_오픈넷 소송자료.jpg
<원저작물과 인용작(패러디물)>

형태적 변형 없이 새로운 미적 효용을 불러 일으키는 개념 예술에 대한 협소한 이해

원심은 이 사건 패러디물의 2차적 저작물 해당성을 판단하면서 원 저작물의 “상하좌우 여백을 약간 삭제하였거나 제2저작물의 사진 부분을 제외한 전시안내 문구부분을 삭제한 후 이를 제1,2 포스터에 그대로 삽입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하면서 “어떠한 새로운 창작성이 더해졌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라고 판단하였다. 이 역시 예술과 창적성에 대한 협소한 이해에서 비롯된 아쉬운 판단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형태의 변형이 물리적으로 이루어져야 비로소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판단에 다름아니다. 원 저작물이 가진 미적 효용이 유명인의 “순수함”에 대한 “진지”한 성찰에 있었다면, 이 사건의 패러디물은 이러한 순수성과 대비되는 패션계 저임금노동 현실과 대비되어 피사체의 이중성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새로운 미적 효용을 가져다준다. 요컨대 이 사건 패러디물은 원 저작물의 물리적 변형 없이 그대로 이용해야만 패러디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기획된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른바 “변형적 이용”을 물리적인 변형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제한 해석함으로써 예술에 대한 협소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 사건 원 저작물에 포함된 다소곳하게 인사하는 포즈의 누드사진은 전시회 포스터가 아닌 해당 피사체 인물의 행위를 비판하는 포스터에 자리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미적 효용이 발생한다. 이 사건에서처럼 법원이 2차적 저작물 작성의 창작성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물리적 변형 유무라는 기계적 잣대만을 적용하게 되면 패러디 표현의 다양한 기획을 저해할 것이다.

패러디, 장르적 특성을 반영해 출처표시 의무에 대한 예외 적용 필요

패러디물에 대해 법원은 공정이용에 대한 네 가지 요건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은 채 출처를 명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정이용 해당성을 손쉽게 부인하였다. 그러나 패러디라는 장르적 특성상 원 저작물을 표시하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고, 패러디된 저작물의 경우 대부분 사회적으로 유명하고 잘 알려져 있는 저작물이기 때문에 출처명시 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학계의 유력한 견해가 있다(오승종, <저작권법> 제2판, 614면).

이 같은 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패러디 기법을 사용한 예술작품은 “성공”한 패러디인 경우가 아니라면 출처표시를 누락했다는 이유로 저작권 위반으로 처벌될 위험이 크다. 특히 법원이 보기에 “진지”하지 않은 패러디물은 더욱 그러하다. 출처표시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저작물의 공정이용의 전제가 됨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법원이 패러디의 범위를 좁게 해석하더라도 출처표시 의무 이행과 관련하여 패러디라는 장르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저작자의 동의 여부를 공정이용의 판단의 기초로 삼은 법원의 태도는 표현의 자유 침해

한편 이 사건 판결에서 “저작자의 포스터 삭제 요청이 있었다”는 이유를 들어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 즉, 공정이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는 저작권이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침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저작자는 대체로 패러디 방식의 이용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사건에서처럼 오히려 적극적으로 반대할 경우가 많을 것이다. 

공정이용 조항은 저작자로부터 동의를 받기 어려운 창작 행위에 대해서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예외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기능한다. 저작권의 보호와 저작물의 이용을 통한 표현의 자유 간 균형을 고려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서 법원이 저작자가 적극적으로 반대하였다는 사실관계를 판단의 기초로 삼은 것은 입법취지를 몰각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법원이 패러디물 창작에 저작자의 동의 여부를 따져보는 순간 공정이용 조항이 적용될 기회마저 빼앗아 버리는 셈이다. 

본 판결로 인해 공정이용 조항의 판단에 저작자의 동의 여부를 포함시키는 관행이 생기면 안 된다. 저작자가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패러디적 표현에 형사처벌을 감내하는 결단을 요구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법원이 보기에 진지하지 않은 조악한 패러디일수록 손쉽게 형사처벌로 금지하기보다 공정이용 요건을 적극적으로 판단하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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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신청인들이 이 사건 원곡에 추가하거나 변경한 가사의 내용 및 그 사용된 어휘의 의미, 추가·변경된 가사 내용과 원래의 가사 내용의 관계, 이 사건 개사곡에 나타난 음정, 박자 및 전체적인 곡의 흐름 등에 비추어 피신청인들의 이 사건 개사곡은 신청인의 이 사건 원곡에 나타난 독특한 음악적 특징을 흉내어 단순히 웃음을 자아내는 정도에 그치는 것일 뿐 신청인의 이 사건 원곡에 대한 비평적 내용을 부가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고(피신청인들은 자신들의 노래에 음치가 놀림받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비판하거나 대중적으로 우상화된 신청인도 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등의 비평과 풍자가 담겨있다고 주장하나, 패러디로서 보호되는 것은 당 해 저작물에 대한 비평이나 풍자인 경우라 할 것이고 당해 저작물이 아닌 사회 현실에 대한 것까지 패러디로서 허용된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 사건 개사곡에 나타난 위와 같은 제반사정들에 비추어 이 사건 개사곡에 피신청인들 주장과 같은 비평과 풍자가 담겨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피신청인들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 사건 원곡을 이용하였으며, 이 사건 개사곡이 신청인의 이 사건 원곡을 인용한 정도가 피신청인들이 패러디로서 의도하는 바를 넘는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개사곡으로 인하여 신청인의 이 사건 원곡에 대한 사회적 가치의 저하나 잠재적 수요의 하락이 전혀 없다고는 보기 어려운 점 등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소명되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결국 피신청인들의 이 사건 개사곡은 패러디로서 보호받을 수 없는 것이라 하겠다.”

2020년 8월 5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수, 2020/08/0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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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보고서는 아주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수행하고 오픈넷이 참여한 ‘2019년도 국가인권위원회의 정보인권 보고서 개정 발간 연구용역보고서’의 일부분입니다.

본 보고서는 출처표시, 상업적 이용금지, 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연구참여자: 김가연,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제1절 통신의 비밀과 자유의 보호 현황과 쟁점
1. 통신의 비밀과 자유의 의의와 최근 침해 양상
(1) 통신의 비밀과 자유의 헌법적 의미
(2) 통신의 비밀의 보호대상
(3) 최근 침해 양상
2. 국제 동향 및 기준
(1) UN
(2) EU
(3) 각국의 법제 동향
(4) 시민사회
3. 국내 법·제도 현황
(1) 관련 법제 현황
(2) 헌법재판소 주요 결정례
(3) 국가인권위원회 주요 결정례
4. 주요 쟁점 사례
(1) 통신자료 제공 남용 사례
(2) 기무사의 세월호참사 유가족 사찰 및 불법감청 사건
(3) 전교조 서버 압수·수색 사건
(4) 국가정보원의 이탈리아 해킹팀 RCS 프로그램 구입 및 실행 사건
(5) 사인간 감시 사례

제2절 통신의 비밀과 자유 증진을 위한 개선방안
1.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1) 통신제한조치(감청) 제도 개선
(2)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제도 개선
2. 통신자료 제공 제도 개선
3.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 제도 개선
4. 정보수사기관 개혁
5. 사인간 감시 문제

제3절 온라인에서의 표현의 자유 보호 현황과 쟁점
1. 온라인에서의 표현의 자유의 의의와 제한
(1) 일반적인 표현의 자유의 의의와 제한 원리
(2)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의 제한 유형
2. 국제 동향 및 기준
(1) UN 자유권규약위원회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일반논평 34호
(2)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라 뤼의 한국보고서
(3) 유럽평의회의 인터넷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자유를 위한 7원칙
(4)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데이비드 케이의 기업 책임에 대한 보고서
(5) 정보매개자 책임에 관한 마닐라 원칙
(6) FOC의 인터넷의 자유와 인권 보호에 관한 정책 및 관행 수립을 위한 탈린 의정서
3. 국내 법·제도 현황
(1)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제도
(2) 선관위 선거법 위반 정보 삭제 명령 제도
(3) 정보통신망법 임시조치 제도
(4)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
(5)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모욕죄
4. 주요 쟁점 사례
(1) 혐오표현 규제
(2) 허위정보 규제

제4절 온라인 표현의 자유 증진을 위한 개선방안
1.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 제도의 폐지 혹은 개정
2. 임시조치 제도의 개정
3. 공직선거법상의 실명제와 선거관리위원회 삭제명령제도 폐지
4.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폐지
5. 혐오표현에 대한 대응
6. 허위정보에 대한 대응

수, 2020/08/1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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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얼마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떠돌았을 때, 많은 사람이 ‘우리는 북한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다’라는 말을 새삼 실감했다. 북한 특유의 폐쇄성으로 인해 그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는 특히 북한에 대해 무지한 부분이 많다. 북한을 반국가단체나 적으로 취급하든, 혹은 같은 언어와 민족성을 나누는 통일과 화합의 대상으로 보든, 상식적으로 우리가 분단국으로서 북한을 제일 잘 알아야 하는 나라임을 고려하면 더욱 아이러니하다.

왜 그럴까. 한국은 북한에 대해 알려고 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는 뿌리 깊은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가 생긴 배경에는 북한을 찬양·미화하는 표현물을 ‘이적표현물’로 보고, 이의 유포와 소지를 범죄화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제7조가 가장 큰 몫을 하고 있을 것이다. 많은 남용의 역사를 거쳐, 법원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 등으로 처벌 규정을 엄격히 해석하는 기준을 마련하긴 했다. 그러나 이는 개인을 형사처벌하는 경우에만 고려될 뿐, ‘이적표현물’ 조항의 존재는 여전히 우리가 북한에 대해 알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고 위축시키고 있다.

북한의 폐쇄성, 통제성으로 인해 북한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조선중앙통신,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의 국영·선전매체가 직접 생산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에는 누구나 알다시피 낯간지러운 북한 체제에 대한 찬양·미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이들 콘텐츠와 북한 사이트 등 거의 모든 북한발 정보를 이적표현물(국가보안법 위반 정보)로 분류하고 온라인상에서 차단하고 있다.

이러한 관행으로 수난을 겪은 두 명의 외국인 ‘마틴’ 씨들이 있다. 북한 기술과 관련한 뉴스를 전달하는 온라인 매체인 ‘노스코리아테크’를 운영하는 영국인 ‘마틴 윌리엄스’는 뉴스의 출처로써 조선중앙통신을 링크하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사이트가 차단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노스코리아테크는 북한발 보도에 의혹을 제기하거나 독자적·학술적 분석을 해온 매체였기 때문에 법원에서 차단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아 차단은 해제되었지만, 그는 한국 정부가 북한 정보를 통제하는 방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북한학을 공부하는 독일인 ‘마틴 와이저’씨는 연구를 위해 북한의 장애인 관련 단체 사이트를 비롯한 각종 북한 사이트에 접속하려고 했지만 대부분이 차단되어 있어 한국에서 정상적인 인터넷 활동으로 북한의 정책이나 관행을 연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고 한다. 그는 인권위에 정보 접근권 침해를 이유로 민원도 넣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그는 아마 한국이 전 세계에서 북한 연구가 가장 힘든 곳일 거라는 말을 덧붙였다. 최근에는 외국인이 운영하는 KCNA watch라는 사이트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으로 한국에서 차단된 것 같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 사이트는 조선중앙통신 등의 북한 매체 및 각종 온라인상 북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아카이빙하여 검색 편의를 제공하는 사이트로, 북한 연구자, 외교부, 통일부 등 공공기관 관계자, 언론 등에서 많이 활용했던 사이트다.

우리나라는 북한에 대한 정보가 최대한 많이 파악되고 공유되어야 하는 나라다. 북한발 정보의 왜곡·과장·미화는 건전한 상식을 가진 대부분의 국민이라면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또한 모든 ‘정보’가 그러하듯, 정보를 어떻게 수용하고 활용할지는 정보에 대한 접근 이후 비로소 독자들이 선택하는 영역이다. 북한발 정보가 북한 체제에 대한 찬양·미화적인 요소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의 존립·안전에 위협이 될리는 만무하다. 또한 세계적 시각에서 북한의 동향은 늘 ‘핫한’ 이슈로, 한국의 국가 가치 역시 북한과의 관계에서 중요성이 더 크다. 실리적 관점으로도 북한 정보에 대한 접근을 수월하게 하여 이해관계나 언어적 이해력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가 북한 연구와 보도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럼에도 북한발 정보를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로 보는 뿌리 깊은 관행으로 인해 우리 국민의 북한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 사실상 원천적으로 통제·차단되는 위헌적 결과가 발생하고 있다. 나아가 우리 국민의 보도·연구 활동이 오히려 다른 나라에 비해 크나큰 제약을 받게 됨으로써, 북한의 소식을 외신을 통해 접하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장과 통일부 장관이 새로 임명되었다. 정부는 더 이상 국가보안법을 확대해석하여 우리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불필요하게 옥죄는 구태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새 수장을 맞이한 기관들이 당장 이적표현물 조항의 폐지 추진은 어렵더라도, 최소한 북한 정보에 대한 우리 국민의 자유로운 접근과 활용을 보장하는 열린 태도를 견지하길 기대한다. 그것이 바로 정부가 우리 체제와 북한 체제와의 근본적인 차이를 선언하는 길이자, 우리 국민과 체제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을 보여주는 길일 것이다.

*이 글은 미디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08.05.)

수, 2020/08/12-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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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오픈넷이 2020. 8. 21. 2020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KrIGF)에서 진보네트워크센터와 ‘인터넷 공간의 안전’이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개최합니다.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KrIGF)은 국내 주요 인터넷 공공정책 이슈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대화 및 토론을 위해 다자간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KIGA),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 기관 및 단체가 함께 연 1회 개최하는 포럼입니다.

2020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KrIGF)은 “팬데믹 시대의 인터넷 거버넌스: 뉴노멀, 연결, 안전”이라는 주제로 8월 21일(금) 온라인웨비나로 개최될 예정입니다.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관심사를 폭넓게 반영하고자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프로그램을 제안 받아 KrIGF 프로그램을 구성하였습니다. 

KrIGF에 꾸준히 참여해왔던 오픈넷은 진보네트워크센터와 함께 2020 KrIGF의 이슈 중 인터넷 환경의 안전에 집중하여 “인터넷 공간은 ‘모두’에게 안전하고 정의로운 공간인가?”라는 제목의 워크숍을 개최합니다. 본 워크숍을 통해 오픈넷과 진보넷은 사회적 소수자에게 인터넷은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하는지, 모두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이를 위해 우리가 해야할 것들은 무엇인지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인터넷 공간은 ‘모두’에게 안전하고 정의로운 공간인가?”

일정: 2020년 8월 21일(금) 13:00-14:30
기획: 오경미, 미루 
사회: 미루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여는 말: 오경미 (오픈넷 연구원)
토론1: 양지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가)
토론2: 왹비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토론3: 이승현 (비온뒤 무지개 재단 이사장)
토론4: 오영택 (국가인권위원회 혐오차별대응기획단 사무관)

참여방법: 

  •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KrIGF) 홈페이지(krigf.kr)에서 2020 참가자 사전등록하실 수 있습니다.
  • 사전등록자에 한해 Zoom을 통한 ‘2020 KrIGF’ 온라인 웨비나를 진행합니다. (링크 및 비밀번호 제공)
  • 사전등록하지 않은 일반참가자는 유튜브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 채널을 통해 워크숍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토, 2020/08/1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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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모 중학교에서 수업시간에 프랑스 영화 <억압받는 다수>를 상영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송치당한 배이상헌 교사가 8월 11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광주시교육청에 의해 수사의뢰와 직위해제를 당하고 2019년 9월, 경찰에 의해 아동복지법 위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당한 후 거의 1년 만이다. 결정이 좀 더 빨리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지만 헌법이 전문성과 자주성을 보장하는 교육 영역에 대한 국가의 일방적 개입을 우려하고 교권 보장을 위해 교육 당사자가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해왔던 사단법인 오픈넷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환영하는 바이다.

오픈넷은 앞서 검찰에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불기소처분을 요구하는 논평을 발표했으며 관련 토론회에 참여하여 해당 사건은 수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학생과 교사 간의 의사소통 부족이 갈등의 원인임을 지적했다. 배이 교사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증폭되면서 젠더 갈등의 양상을 띠게 된 것이지, 담당 교사가 학생들에게 프랑스 예술영화 <억압받는 다수>를 보여준 행위 자체는 성비위에 해당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건의 중심이었던 영화에 대해서도 감독이 선택한 ‘미러링’ 기법이 몇몇 학생들에게 거북함을 불러일으켰을지 모르나 수업의 맥락과 무관한 영상이 아니었고, 인간의 신체를 설명하기 위해 인간의 신체를 교육용 자료로 보여주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이를 성비위로 보는 것은 수업의 목적을 훼손하고 교사의 재량권을 위축시킨다고 주장했다. 광주지검 역시 8월 11일, 영화의 화면에 모자이크 처리 등을 하지 않아 중학생 교육용으로는 부적절할 수 있지만 남녀 차별에 대한 인식 개선을 다룬 영화인 점, 성교육 자료로 사용한 점을 토대로 아동학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8월 7일, 검찰에 검찰시민위원회의 판단을 받아들일 것과, 해당 학교 성고충심의위원회가 성비위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직위해제 처분한 광주시교육청에 직위해제를 즉각 취소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불기소처분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이번 사건이 성비위가 아님에도 스쿨미투라 규정했다. 아마도 스쿨미투를 학생들이 교사들로부터 당하는 성희롱과 성폭력을 고발하는 운동이라고 규정하기보다 비대칭적인 학교내 권력의 관계를 문제삼고 전반적인 학생의 인권을 향상시키는 운동이라고 규정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러나 스쿨미투의 정의가 이렇게 확장된다면 학교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건이 스쿨미투의 범주에 포함될 것이며 그로 인한 혼란도 초래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쿨미투에 대한 개념이 보다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작 학생들이 제기한 문제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는 것이다. 2차 가해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나 사건의 본질을 명확하게 판단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사건의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질 필요가 있다. 추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학생들을 보호하면서도 그들이 제기한 문제를 어떻게 공론화시킬 것인지, 그리고 이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소외시키지 않으면서 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째서 해당 교과목의 영상자료에서 학생들이 느낀 불쾌감이 이렇게나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었는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모든 교사가 모든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과 충분히 소통하는 것은 아닐 것이며, 이러한 수업에 대해 불만과 불쾌감을 느끼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왜 타 수업에서 느낀 불쾌감은 문제가 되지 않고 성과 관련한 수업에서 느낀 불쾌감은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가? 이 질문은 성교육이라는 수업의 교육 내용과 방식에만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성인지적 감수성의 수준과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담당 교사 개인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는 없다.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이다.

2020년 8월 24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글]
[논평] 수업시간에 성평등 영화를 상영한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경찰의 기소의견을 우려한다 (2019.10.01.)
[발제문]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경찰 기소의견을 비판해야 하는 이유” – 학교성평등교육, 어디로 가야하나? 토론회 (2019.11.15.)
월, 2020/08/24-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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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오픈넷은 2020. 8. 24.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위축시킬 수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정청래, 2829, 신현영, 2613)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전용기, 2828)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요지로 국회에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이른바 ‘가짜뉴스’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언론사에게 시정명령을 하고 이에 따르지 않은 경우 과태료 부과대상으로 삼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정청래, 2829)은, 결국 국가기관이 ‘허위’와 ‘진실’을 결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표현행위를 규제하는 것으로써 민주국가에서 금기시되는 국가의 표현물 ‘검열’과 다름없다.

기사에 대한 열람차단청구권을 규정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신현영, 2613)은, 기사의 대상이 된 공적 인물들이 자신에 대한 의혹 제기나 비판적 내용의 보도에 대하여 열람차단청구를 남발하여 언론중재법상 절차에 대응할 사실상의 의무가 있는 언론사와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언론활동을 심대하게 저해·위축시키는 수단으로 남용될 위험이 높다.

‘상대방을 혐오·차별하거나 혐오·차별을 선동함으로써 상대방에게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내용의 정보’를 규제 및 처벌 대상으로 정의하고, 피해자가 자살에 이른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의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전용기, 2828)은, 추상적·상대적·불명확한 기준으로 규제 대상 표현을 정의하여 명확성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모욕적 표현(행위)과 상대방의 자살(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이 거의 불가능하고, 자살은 행위자가 합리적으로 예견가능한 결과라고도 보기 어려움에도 과중한 형벌을 예정하고 있는 위헌적인 법안이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화, 2020/08/25-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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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8. 4.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산업기술보호법’)이 이수진 의원(비례, 더불어민주당)의 대표발의로 발의됐습니다. 2019. 8. 2.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의 심각한 문제를 일부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에는 공감이 가지만, 결과적으로는 문제를 바로잡기에 많이 부족하고 무기력한 안이라고 판단합니다.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의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가 제9조의2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는 공개해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 조항으로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반도체 등을 만드는 사업장이라면 어떠한 정보도 비공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습니다. 삼성전자 공장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같은 안전보건정보도 바로 이러한 근거를 들어 비공개되었습니다. ‘영업비밀’을 내세워 알 권리를 막아왔던 기업들의 행태를 조금씩 바로잡아왔던 법원의 판결도 무력화되었습니다. 사업장의 안전을 감시하기 위해서도, 직업병을 인정받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안전보건정보가 가려지면서 노동자들의 안전은 다시 캄캄한 어둠 속으로 떨어졌습니다. 국제적으로 ‘국가핵심기술(national critical technologies)’ 지정제도는 영업비밀보호 차원이 아니라 외국기업의 기술소유 방지 차원으로 운영된 것이서 규제되는 행위가 ‘정보유출’이 아니라 ‘인수합병’이었음을 고려했을 때, 정보의 흐름을 규제하는 우리나라 법은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법입니다.

하지만, 이번 이수진 의원의 개정안은 이러한 알 권리 침해조항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핵심 독소조항을 방치한 무기력한 안이고, 시민사회의 우려를 거의 담아내지 못한 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이 조항의 문제를 알려왔던 오픈넷과 시민사회는 실망을 감출 수 없습니다.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의 두 번째 심각한 문제는 안전보건 목적 등 정보의 정당한 활용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제14조 제8호는 ‘적법한 경로를 통하여 산업기술이 포함된 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다른 용도로 그 정보를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부정한 목적으로 혹은 부정한 방법으로 산업기술을 취득하고 활용할 경우 처벌하던 법이 이제 적법한 목적과 적법한 방법으로 취득했다 하더라도 취득 목적 외로 사용하면 처벌하는 것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제34조 제10호는 ‘정보공개 청구, 산업기술 소송 등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한 자’를 처벌하도록 되었습니다. 사업장의 안전보건 위험을 알리는 행위도, 직업병 인정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도 예외를 두지 않았습니다. 안전보건활동 전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을 가하는 것입니다. 지역의 환경을 훼손하거나 개인정보를 침해했는지 등 공공복리를 침해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필요성도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이수진 의원 개정안은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만 예외를 둘 수 있도록 제14조 제8호를 수정하였을 뿐, 위와 같이 다른 여러 공공복리가 침해되는 경우는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이마저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를 공개하는 행위’만 예외를 두어 실제 효과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도록 하였습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신창현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시민사회의 문제제기를 접한 후 제9조의2를 포함한 더 폭넓은 법률개정이 필요하다는 법률개정 촉구 국회의원 연명에 함께한 바 있습니다. 심각한 잘못을 조금만 바로잡는 것은 문제를 방치하는 것입니다. 잘못을 제대로 바로잡으려면 문제를 꼼꼼히 살펴보고, 무엇이 필요한지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합니다.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에 대한 노동시민사회의 문제제기는 이미 충분히 이루어져왔고, 이 과정에 뜻있는 국회의원들도 함께 해왔습니다. 21대 국회가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에 대한 시민사회의 정당한 우려를 진지하게 듣고, 문제를 바로잡을 제대로 된 개정안을 마련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2020년 8월 27일

사단법인 오픈넷,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반도체·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및 산업기술보호법 청구 기자회견] “국민의 알권리와 건강권을 침해하는 산업기술보호법, 위헌이다!” (2019.03.05.)
[토론문] “비밀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모두 비밀이 되는 것이 아니다 - 헌법상 국민의 알권리에 근거한 산업기술보호법 제9조의2의 문제점” – 산업기술보호와 알권리 토론회 (2020.01.14.)
목, 2020/08/2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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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역사는 항상 희극과 비극이 섞여 있는 회색 덩어리 같은 것이다. 역사로부터 배운다는 말은 보통 역사의 비극에 초점을 두고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상징한다. 그런데 비극으로부터 배우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면 비극에 갇혀 있을 수도 있다. 공산주의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의만으로 가득 찬 사회는 자본주의의 착취로 나아갈 수 있고, 그 반대 벡터도 가능하며 양극단 사이에서의 진동이야말로 진정한 비극이 될 것이다. 비극의 관점에서만 역사를 볼 것이 아니라 비극이 실현되지 않은 경우의 수들, 즉 희극도 엄연히 역사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는 자세가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칭했다고 하여 명예훼손 유죄가 선고되었다. 과거에 공산주의자라는 칭호가 국민들에게 씌웠던 누명과 천형을 생각하며 종북몰이에 대한 경계심을 갖는 것은 올바른 일이다. 필자도 수년 전 이정희 의원에게 ‘종북’이라고 불렀다고 해서 민사 손해배상 판결이 난 것에 대해서 ‘국가보안법의 역습’이라고 자위했다. 진보적인 인사들이나 독재에 순응하지 않은 사람들을 부당하게 처벌하고 심지어는 정치에 무관한 사람들을 간첩으로 엮었던 역사를 생각해본다면, ‘종북’ 칭호는 상대를 공공의 적으로 간주하는 것이며 맹목적인 반공 사회의 사법적 피해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라고 볼 수 있었다. 분단사회의 질곡이라는 역사로부터 배우려면 저런 판결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공산주의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역사의 비극으로부터 너무 많이 배우려다가 역사의 비극 속에 갇히는 사례가 될 것이다.

명예훼손 형사처벌은 세계 각국에서 사문화하거나 폐지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명예란 도대체 무엇인가? 불특정 다수가 나에 대해 가지고 있는 평가의 집합, 곧 평판이다. 평판은 나를 고찰하는 사람의 사상과 의견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내가 통제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내가 아무리 천사처럼 살아도 아무런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할 수 있다. 그런데 내 평판이 훼손되었다고 해서 훼손의 씨앗이 된 말을 한 사람의 신체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은 비례성에 어긋난다. 민사 손해배상으로 한정되어야 한다. 더욱이 명예훼손이 형사처벌의 형태로 존재하면 기소와 압수수색만으로도 피의자들의 삶을 피폐화할 수 있는 검찰은 쉽게 권력 연장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역사의 희극은 더 이상 종북몰이가 먹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 민중은 완전히 승리하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승리했다. 역사는 항상 그런 것이다. 그런데 역사의 비극, 즉 분단사회에서 진보 인사들이 받은 핍박에만 매몰되어 종북 발언, 공산주의자 발언을 형사처벌까지 하려고 든다면 그 역사의 다른 면에 갇힐 수밖에 없게 된다. 이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유지된다면 이제 문재인 정권을 ‘독재’라고 불러도 나를 포함한 문재인 정권 지지자들은 할 말이 없게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제 ‘공산주의’를 포함한 다른 진보적인 사상들, 즉 사회주의 등등은 우리 사회가 절대로 언급해서는 안 되는 극악의 지표로 남게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판결을 절대로 진보적인 판결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이다.

명예훼손으로 법정 구속된 종편 출신 송아무개 기자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송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수위는 송의 디지털스토킹이 불러왔을 피해자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피해자가 송의 ‘만행’을 먼저 알렸다면 피해를 막지 못했을까? 혹시 알리지 못한 이유는 거꾸로 송으로부터 명예훼손 고소를 당할 위험 때문 아니었을까? 우리가 피해자가 겪은 비극으로부터 배우려는 자세에만 매몰되어 형사처벌을 통한 검열에만 심취한다면, 소비자들의 이용후기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죄 없는 기업들의 블랙컨슈머리즘에 대한 고발도 같이 위축될 것이다. 역사로부터 배운다는 말은 항상 반만 옳다.

이 글은 한겨레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09.03.)

금, 2020/09/0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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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립성에 대한 인터넷 이용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단법인 오픈넷이 지원하고 박경신 이사가 감수한 특별기획 웹툰(글: Nica, 그림: farming)이 나왔다. 웹툰은 ‘라이즈 오브 망중립성의 수호자’, ‘리턴 오브 망중립성의 수호자’라는 제목으로 총 2부작으로 제작되었다. 1편 ‘라이즈 오브 망중립성의 수호자’는 주인공이 정체불명의 박교수와 함께 2030년 망중립성이 사라진 미래로 시간여행을 하게 되면서 인터넷 세계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망중립성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2편 ‘리턴 오브 망중립성의 수호자’에서는 2020년으로 돌아온 주인공이 박교수가 알려주는 망이용료 및 발신자종량제 상호접속고시, CP서비스안정화의무법 등 현재 이슈들의 문제를 깨닫고 망중립성 지키기 운동을 벌여 인터넷의 미래를 바꾼다는 내용이다. 특히 ‘커뮤니티 네트워크’라는 국내에 생소한 개념을 소개하여 서울시 공공와이파이 논란의 맥락도 짚어준다.  

인터넷은 서로가 서로의 정보를 품앗이로 전달해줌으로써 누구나 무료로 매스커뮤니케이션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망중립성’이란 각자가 정보 전달에 돈을 받으려거나 정보의 내용에 조건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단말 간 상부상조의 약속이다. 오픈넷은 그동안 인터넷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보장, 건강한 인터넷 생태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망중립성 강화 운동을 지속해왔다. 최근 망중립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용자들에게 망중립성 원칙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웹툰을 만들게 되었다. 

5G폰을 왜 지금 사면 안 되는지, 인터넷은 왜 전화나 우편에 비해 무료인지, 인터넷은 왜 “쓴 만큼 내는 것”이 아닌지, 왜 한국 인터넷기업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는지, 왜 국내에서 넷플릭스와 페이스북 접속속도가 느린지 등등 인터넷 이용자가 실생활에서 직접 겪었을 상황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지금처럼 미래에도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서 망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이유에도 공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웹툰은 오픈넷 홈페이지(opennet.or.kr)에서 볼 수 있으며, 망중립성에 대한 좀 더 자세하고 세부적인 내용을 알길 원하는 독자에게 웹툰과 더불어 아래의 글을 읽기를 권한다. 

[망중립성 특별기획 웹툰①] 라이즈 오브 망중립성의 수호자
[망중립성 특별기획 웹툰②] 리턴 오브 망중립성의 수호자

<망중립성 더 읽기>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월, 2020/09/07-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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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유수의 시위 현장에서 목격하게 되는 무기가 있다. 바로 ‘비살상 무기’다. 비살상 무기는 경찰이 사용하는 살상 무기 사용에 비해 사망의 위험이나 부상의 위험이 적은 진압 무기다.경찰 등의 법 집행 공무원은 여러 폭력 속에서 시민들을 보호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필요에 따라 비살상 무기를 사용해야 할 수 있다. 국제 법 집행 기준에 맞게만 사용한다면 비살상 무기는 시위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적법한 무기이다.

8월 30일, 시위를 위해 거리로 나온 벨라루스 시위대

8월 30일, 시위를 위해 거리로 나온 벨라루스 시위대

 

지난 8월 30일, 벨라루스에서는 벨라루스 현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집회가 개최됐다. 알렉산더 루카센코Alexander Lukashenko 대통령의 26년 장기 집권에 반대하기 위해서였다. 수도 민스크Minsk를 비롯해 각 도시에서 시위가 일어났고 최소 10만명의 시민이 시위에 참여했다. 시위 참여자들은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고, 정부가 벌인 인권 침해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대통령 선거 이후 지지자들에게 연설을 하는 알렉산더 루카센코 대통령

대통령 선거 이후 지지자들에게 연설을 하는 알렉산더 루카센코 대통령

벨라루스 시위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지난 8월 9일, 벨라루스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26년간 장기 집권 중인 현 대통령 알렉산더 루카센코가 자신이 선거에서 압승했다고 주장하자, 선거가 조작되었다고 판단한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나?

시위는 평화적이었지만 벨라루스 정부는 광범위한 체포, 폭력으로 대응했다. 경찰들은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 섬광 수류탄, 최루가스, 물대포 등을 사용했다. 벨라루스 내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8월 9일부터 14일까지 무려 6,700명이 체포되었다. 50명 이상의 기자들이 구금되었으며 이외 다수의 기자들이 자격을 박탈당하거나 벨라루스에서 추방되었다. 8월 30일 당일에도 140명의 평화적인 시위대가 구금되었다.

 

시민들을 체포하는 경찰들

시민들을 체포하는 경찰들

 

시위 진압, 체포 과정에서 어떤 경찰 폭력이 있었나?

시위 시작 이후, 국제앰네스티는 민스크에서 이루어진 잔인한 진압 행위를 모니터링하고, 전 구금자를 만나 그들의 경험을 직접 들었다. 이들 다수의 증언에 따르면, 민스크와 벨라루스의 각 도시에서 구금된 사람들은 경찰 버스에 끌려들어간 그 순간부터 구금 기간 내내 심하게 구타를 당했다. 이러한 폭행은 구금자들이 “분류”되는 경찰서에서도 계속되었으며, 석방 또는 재판 전까지 머무르는 임시 구금 시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신에 대한 자료는 다 갖고 있다.
여기서 다시 만나면 죽이겠다

카츠얄리나 노비카바를 풀어주며 경찰이 그에게 건넨 말

 

사례 1

카츠얄리나 노비카바Katsyaryna Novikava는 8월 10일 저녁 민스크 도심에서 수퍼마켓을 가던 도중 구금되었다고 국제앰네스티에 증언했다. 그는 범죄자격리시설TSIP에서 34시간을 보냈다. 카츠얄리나는 이 시설의 앞마당에는 체포된 남자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으며, 모두 흙바닥에 강제로 누워 있어야 하는 상태였다고 한다. 시설 내부에는 남성 수십 명이 알몸이 상태로 엎드리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경관들은 그들을 발로 걷어차고 경찰봉으로 폭행했다. 카츠얄리나 역시 강제로 무릎을 꿇어야 했으며, 다른 피해자들의 비명 소리를 들어야 했다.

카츠얄리나는 4인용 감방에서 다른 여성 20명과 함께 갇혔으며, 모두 바닥에서 잠을 잤다. 구금 기간 동안 물이나 음식은 전혀 제공되지 않았고, 의사의 진료도 받을 수 없었다. 함께 수감되었던 여성 중 여러 명은 경찰관에게 강간 위협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8월 12일 아침 석방되었다. 경찰관은 석방되는 카츠얄리나에게 “당신에 대한 자료는 다 갖고 있다. 여기서 다시 만나면 죽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의 여권, 아파트 열쇠를 비롯한 소지품은 석방된 이후에도 돌려받지 못했다.

시민들을 체포하는 경찰들

시민들을 체포하는 경찰들

 

사례 2

러시아의 온라인 뉴스매체 Znak.com의 기자인 니키타 텔리졘코Nikita Telizhenko는 8월 10일 밤 체포되었다. 그는 기사를 통해 그날의 일을 이렇게 회상했다. “경찰 버스에서 사람들이 계속 구타 당하고 있었다. 문신을 했거나, 머리가 길다는 이유에서였다. “게이 자식, 교도소에서 제대로 된 인간으로 만들어주지!” 그들[경찰관]은 그렇게 소리쳤다.”

니키타는 마스코스키 내사 사무소에서 16시간을 보냈다. 그는 그곳에서의 경험을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경찰은 구금자들에게 강제로 기도를 하고, 성서를 읽게 했다. 거부하는 사람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폭행했다. 강당에 앉아 있는데 아래층과 위층에서 사람들을 때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정말 무서웠다. 나도 온갖 일을 다 겪은 사람이지만,
그건 정말 무서운 광경이었다.

체포되었던 기자 막심 솔로포브의 증언

 

사례 3

“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있거나, 바닥에 다리를 펴고 앉아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 ] 정말 무서웠다. 나도 온갖 일을 다 겪은 사람이지만, 그건 정말 무서운 광경이었다.”

또 다른 기자인 막심 솔로포브Maksim Solopov도 매체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위와 같이 증언했다. 러시아 국적으로 라트비아의 온라인 매체 Meduza에서 일하는 막심은 8월 9일 밤 체포된 이후 40시간 동안 강제 실종됐다. 그는 여론의 압박과 러시아 대사관의 중재 끝에 석방되었으나, 눈에 띄게 몸에 멍이 든 상태였다.

인권단체 비아스나Viasna가 수집한 증거에 따르면, 일부 경찰서에서는 구금자들이 몇 시간 동안 바닥에 엎드려 있어야 했거나 복도 또는 마당에서 벽을 보고 서 있어야 했으며, 조금만 움직여도 폭행을 당했다. 이는 다수의 증언과 외부로 유출된 동영상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시민들을 체포하는 경찰들

시민들을 체포하는 경찰들

 

사례 4

구금자 수백 명의 행방은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일부 구금 사례는 강제 실종에도 해당할 수 있다. 대부분 8월 9일부터 구금된 사람들이다. 구금자들의 가족과 변호인은 경찰서에 전화를 걸거나 ‘법률대리인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고 법원에 경고하는 등, 이들의 행방을 알아보려 노력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8월 12일, 전경은 아크레츠냐 구금시설 앞에서 평화적으로 집회를 연 구금자 가족 200여 명을 무력을 동원해 강제 해산하기도 했다.

 

경찰 폭력을 겪고 눈물을 흘리는 시위대

경찰 폭력을 겪고 눈물을 흘리는 시위대

 

국제앰네스티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시위 과정에서 체포되어 구금된 평화적 시위대와 행인들은 독방에 구금되어 있다. 그 과정에서 가장 기본적인 절차 규정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들의 기본권이 전혀 보장되고 있지 않은 상태다.

벨라루스 정부는 구금자들에 대한 고문 및 부당대우를 즉시 중단하고 자의적으로 체포한 사람들을 모두 석방해야 한다. 독립 감시단은 지금 즉시 아무런 방해 없이 모든 구금 시설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장에서 과도한 폭력을 사용한 경찰관, 인권침해를 명령하거나 방관한 지휘관 등 인권침해에 관여했거나 공모한 사람은 모두 처벌을 받아야 한다.

마리 스트러더스Marie Struthers 국제앰네스티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국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아래와 같이 밝혔다.

“벨라루스 정부는 지금까지 시위대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위가 벌어지기 시작했던 초기 며칠 동안 경찰이 자행한 대규모로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 관련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국제앰네스티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평화적인 시위대 수백 명을 잔인하게 고문했던 경찰에 대해서는 단 한 건의 형사기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반면 시위대를 대상으로는 수십 건의 형사기소가 이루어졌다. 범법 행위가 있었다는 믿을 만한 증거가 없는 경우도 많았다. 벨라루스 시민들은 이처럼 (인권침해를 한 사람들이) 처벌받지 않는 위험한 문화를 막기 위해 평화적으로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위정자들과는 달리, 벨라루스 시민들은 이례적일 정도로 훌륭한 자제력을 보여줬으며 집회 역시 매우 평화적으로 진행했다. 수도 민스크를 비롯해 각 도시를 행진했던 수만 명의 시위대 모두가 거리의 쓰레기를 청소하고, 벤치 위로 올라갈 때는 신발을 벗고 올라갈 정도였다.”

국제앰네스티는 벨라루스 정부에 즉시 경찰의 폭력을 중단하고, 지난 1달 동안 벌어진 심각한 인권침해행위에 대해 조사할 것을 촉구한다.

목, 2020/09/1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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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오픈넷은 2020. 9. 7. 부가통신사업자에 불법촬영물등 유통방지 조치의무 및 기술적·관리적 조치의무를 지우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명 ‘n번방 방지법’에 대한 시행령 개정령안에 대해 정부에 의견을 제출했다. 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개정령안 제30조의5 제3항 및 제4항에서는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 제도와 유사한 차단조치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가 있으므로 정보게시자에게 차단조치에 대한 이의제기권을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개정령안 제30조의6의 모법인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 제2항은 “전기통신역무의 종류, 사업 규모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가통신사업자”가 불법촬영물등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할 의무를 지우고 있는데, 이는 헌법상 원칙인 죄형법정주의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명백히 위배되는 조항이다. 따라서 개정령안 제30조의6에서 “조치의무사업자”의 범위와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구체적이고 제한적으로 규정한 것은 적절하지만, 이러한 내용을 모법에서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 않는 이상 모법의 위헌성이 치유될 수 없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 대한 의견서

1. 제30조의5 “차단조치등”에 대한 의견

  • 개정령안 제30조의5 제3항 및 제4항은 조치의무사업자가 불법촬영물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임시적으로 해당 정보를 차단하거나 삭제하는 조치(“차단조치등”)를 할 수 있다고 하고 있음. 이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2항 및 제4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임시조치” 제도와 유사함
    • 개정령안 제30조의5 제3항은 차단조치등을 “할 수 있다”고 하여 마치 조치의무사업자에게 차단 여부에 대해 선택권이 있는 것으로 보이나, 법 제22조의5 제1항에 따른 유통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무조항임
  • 신고, 삭제요청에도 불구하고 불법촬영물등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표현물은 불법촬영물등이 아닌 합법 정보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러한 정보도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차단하도록 하고 있어 과도한 표현물 규제로 인한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가 있음. 이러한 우려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정보게시자에게 차단조치에 대한 이의제기권을 보장해야 함 

2. 제30조의6에 대한 의견

가. 전제: 모법인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 제2항의 위헌성

  • 개정령안 제30조의6의 모법인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 제2항은 “전기통신역무의 종류, 사업 규모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가통신사업자”가 불법촬영물등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할 의무를 지우고 있음. 이러한 조치를 하지 않는 사업자는 법 제95조의2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법 제104조 제1항에 따라 5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됨
  • 법 제22조의5 제2항은 헌법상 원칙인 죄형법정주의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명백히 위배됨
    • “법률이 없으면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라는 말로 표현되는 죄형법정주의는 이미 제정된 정의로운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되지 아니한다는 원칙으로서 이는 무엇이 처벌될 행위인가를 국민이 예측가능한 형식으로 정해야 한다는 법치국가 형법의 기본원칙임
    • 한편 헌법 제75조는 대통령령에 의한 위임 입법을 허용하고 있지만, 위임을 하는 경우에도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하며, 특히 처벌법규를 위임할 때는 처벌대상인 행위가 어떠한 것일 것이라고 이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정하고 형벌의 종류 및 그 상한과 폭을 명백히 규정하여야 함
    • 그런데 “종류, 사업 규모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가통신사업자”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술적·관리적 조치”라는 문언만 봐서는 어떤 부가통신사업자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전혀 예측을 할 수 없음. 즉 처벌 규정의 수범자와 처벌 대상인 행위의 내용을 전혀 알 수 없게 포괄위임을 하고 있어 죄형법정주의와 포괄위임금지 원칙 위반임
  • 모법 제22조의5 제2항이 헌법상 원칙인 죄형법정주의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명백히 위배되어 위헌이기 때문에 그 시행령도 당연히 위헌이라는 점을 전제로, 개정령안 제30조의6의 세부 내용에 대해 아래와 같이 의견을 제시함 

나. “조치의무사업자” 범위에 대한 의견

  • 개정령안 제30조의6 제1항은 “조치의무사업자”를 웹하드사업자 및 일반에게 공개된 형태로 부호ㆍ문자ㆍ음성ㆍ음향ㆍ화상ㆍ동영상 등의 정보가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에 의해 유통되는 부가통신서비스를 기본적인 대상으로 하면서 일정규모 이상의 부가통신사업자 또는 소규모 사업자라 할지라도 방심위로부터 불법촬영물등의 삭제요구를 받은 사업자를 포함하도록 하고 있음
  • 조치의무사업자에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과 같은 비공개 대화방 서비스도 포함된다면 이는 통신비밀의 침해이자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의 녹음 또는 청취를 금지하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임. 다만 개정령안은 이러한 지적을 고려하여 “일반에게 공개된 형태”가 아닌 비공개 대화방 서비스는 제외한 것으로 보임. 또한 대상자와 그 서비스를 지정하도록 함으로써 사업자가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에 대해 조치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별로 조치의무 부과 여부를 달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임. 또한 방통위가 대상자를 지정하는 경우에도, 불법촬영물등의 유통가능성, 일반인에 의한 불법촬영물등의 접근 가능성 및 서비스의 목적‧유형을 고려하도록 하여 불필요하게 수범자의 범위를 확대하지 않도록 하고 있음
  • 개정령안에서 “조치의무사업자”의 범위를 위와 같이 제한적으로 규정한 것은 적절하다고 보이나, 이러한 내용을 모법에서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도록 규정해야 가.에서 언급한 위헌성을 치유할 수 있을 것임

다. “기술적·관리적 조치”에 대한 의견

  • 개정령안 제30조의6 제2항은 조치의무사업자가 취해야 할 기술적·관리적 조치로 1. 불법촬영물등을 상시적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 2. 정보의 명칭 등을 비교하여 이용자의 검색 결과를 제한하는 조치, 3. 정보의 특징 등을 비교하여 이용자의 게재를 제한하는 조치, 4. 불법촬영물등을 게재할 경우 삭제ㆍ접속차단 등의 조치가 취해질 수 있으며, 관련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미리 알리는 조치 이상 네 가지를 나열하고 있음. 이 중 1. 상시적 신고 조치와 4. 경고 조치는 이용자나 게시물에 대한 감시·검열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나, 2. 검색 결과 제한 조치와 3. 방심위 불법촬영물등 DB에 기반한 필터링 조치는 아래와 같은 문제점이 있음
  • 개정령안 제30조의6 제2항 제2호의 검색 결과 제한 조치는 금칙어에 기반한 필터링 일명 키워드 필터링이고, 제3호의 필터링 조치는 해시값/DNA값 필터링임. 키워드 필터링은 정보의 제목이나 파일명 등이 특정 금칙어를 포함하는지를 비교하여 필터링하는 기술이고, 해시값/DNA값 필터링은 동영상의 해시값이나 DNA값 등 특징을 분석하여 만들어진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한 필터링 기술임
    • 키워드 필터링의 경우 불법촬영물등에만 사용되는 금칙어를 한정하기 쉽지 않고, 청소년유해매체물 금칙어처럼 광범위하게 설정할 경우 합법적인 정보까지 검색 제한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가 있음. 해시값/DNA값 필터링은 기존에 존재하는 DB에 기반한 필터링이기 때문에 새로운 불법촬영물등은 필터링이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음
    • 그리고 어떤 방식의 필터링을 적용하든지 간에 사업자가 불법촬영물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이용자가 공유하는 정보를 다 들여다봐야 한다는 문제가 있음. 비공개 대화방이 아닌 일반에 공개된 게시판이라도 정보매개자인 플랫폼에 이용자가 올리는 모든 콘텐츠를 일일이 확인하도록 하는 소위 “일반적인 모니터링(general monitoring)”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사적 검열을 강화해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정보매개자 책임제한에 대한 국제적 인권 기준에 어긋남
  • 다만 개정령안은 제2호 조치의 경우 “법 제22조의5제1항에 따라 신고된 정보”를 바탕으로 금칙어를 설정하도록 제한하고 있고, 검색 결과만 제한할 뿐 게재 제한이 아니어서 정보를 올리기 전 사업자에 의한 사적 검열이 이루어질 우려는 없다고 보임. 제3호 조치의 경우 방심위가 불법촬영물등으로 심의·의결한 정보, 즉 방심위 불법촬영물등 DB에 기반하도록 하고 있어 조치의무사업자의 판단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음. 또한 개정령안 제30조의6 제7항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적 지원 및 협력체계 구축 권한을 부여하고, 규제영향분석서에서는 “과기부 R&D 사업을 통해 사업자들이 영상 필터링 시 활용할 수 있도록「(가칭) 표준 DNA DB」 기술을 개발·보급할 예정”이라고 하여 정부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바람직함
  • 결론적으로 개정령안에서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구체적이고 제한적으로 규정한 것은 적절하다고 보이나, 나.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내용을 모법에서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도록 규정해야 가.에서 언급한 위헌성을 치유할 수 있을 것임
목, 2020/09/17-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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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는 지난 14일 디지털교도소 사이트를 차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디지털교도소 사이트 내에 명예훼손 정보 7건과 성범죄자 신상 정보 10건 등 총 17건 개별 페이지에 대해서만 차단 결정했다.

일부 불법정보가 있다는 이유로 웹사이트 전체를 함부로 차단하는 관행은 지양되어야 한다. 오픈넷은 디지털교도소 사이트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많은 가운데에서도 엄정한 판단을 내린 방통심의위의 이 같은 결정을 환영한다.

디지털교도소가 사실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타인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허위의 사실을 함부로 유포함으로써 무고한 피해자를 양산한 부분이 있다면 운영자는 마땅히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그러나 일부의 불법정보 유통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과 웹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일부 불법정보가 있다는 이유로 웹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면 그 안에 있는 합법정보까지 모두 차단되어 필연적으로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의 부당한 침해로 이어진다. 우리 판례 역시 개별 정보의 집합체인 웹사이트 자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웹사이트 내에 존재하는 개별 정보 전체가 불법정보에 해당하여야 할 것이나, 해당 웹사이트의 제작 의도, 웹사이트 운영자와 게시물 작성자의 관계, 웹사이트의 체계, 게시물의 내용 및 게시물 중 위법한 정보가 차지하는 비중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전체 웹사이트를 불법정보로 평가할 수 있고 그에 대한 전체 차단이 불가피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해당 웹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두26432, 판결, 서울행정법원 2017. 4. 21. 선고, 2016구합62993). 일부 불법정보가 있다거나 그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웹사이트가 닫혀야 한다면 모든 웹사이트가 차단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허위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언론사 자체를 함부로 폐쇄시킬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이트 내 일부 불법정보 유통을 이유로 웹사이트 전체를 차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디지털교도소 사이트 내에는 이미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는 성범죄, 학대 범죄 등 악성 범죄 피의자들의 신상정보와 범죄사실을 알리는 정보가 대다수이고, 그들이 밝히고 있는 성범죄를 비롯한 악성범죄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범죄자들이 사회적 심판을 받게 하여 범죄 재발을 막고 경종을 울리겠다는 운영 목적은 사회 고발적 성격, 공익적 목적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디지털교도소 내의 정보가 진실한 사실이고 이러한 타인의 비위사실 고발에 공익적 목적이 인정된다면 명예훼손죄는 성립하지 않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렇듯 디지털교도소 사이트 전체가 명백히 명예훼손성 불법정보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법기관도 아닌 행정기관인 방통심의위가 선제적으로 웹사이트 전체를 함부로 차단하여 일방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

방통심의위가 디지털교도소를 차단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이 같은 헌법적 고려를 엄정히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최근 방통심의위가 허위정보라도 뉴스 댓글창의 표현이거나 실제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지 않는 내용으로써 이용자들이 스스로 자정이 가능한 정보는 삭제 의결하지 않는 등 과도한 행정심의를 지양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앞으로 방통심의위가 이러한 기조를 계속 유지하길 바란다. 

2020년 9월 16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목, 2020/09/17-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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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망인프라는 첨단일지 모르나 정보전달료 부과 법은 인터넷의 자유에 대한 세계유일의 위협이다”

에피센터(epicenter.works), 액세스 나우(Access Now), 아티클 나인틴(Article 19) 등 14개의 국내외 시민사회단체는 대한민국의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2020년 5월에 통과된 콘텐츠제공자(CP) 서비스안정화법을 통해 망중립성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 연대체는 이 법뿐만 아니라 발신자종량제 상호접속고시를 폐지하여 한국 내에 인터넷에 대한 개방성과 접근성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5월 대한민국은 트래픽이 많은 콘텐츠제공자에게 “서비스 안정화 조치”를 강제하는 법을 통과시켜 콘텐츠제공자가 정보가 전달되도록 보장할 의무를 부과하여 실질적으로 소위 ‘망이용료’를 납부할 수밖에 없도록 하였다. 이와 같이 “돈을 내야 정보를 전달한다”는 체제는 망중립성 원리를 위배하며 온라인 공간을 비민주적으로 만든다. (이러한 이유로 2018년 통과된 캘리포니아 망중립성법은 명시적으로 ‘망이용료’의 부과를 금지하고 있다. California Civil Code, Section 3101(a)(3)(A))  

자유와 개방의 인터넷은 망사업자는 일률적으로 ‘접속제공’에 대해서만 돈을 받고 그렇게 온라인 세계에 입장한 이용자는 온라인에서의 콘텐츠와 서비스 이용에 있어서는 자유를 얻는다. 콘텐츠가 이용자들에게 도달하면서 거치는 망의 ‘이용’에 대해 콘텐츠제공자로부터 돈을 받으려는 것은 인터넷의 모든 설계원리에 반하며 국민들의 온라인 참여권을 박탈한다. 이 경악스러운 법은 2016년부터 실행되어 망사업자들 사이에 인터넷 이용을 전화통화처럼 정산하도록 강제해왔다. 이제 2020년 서비스안정화법은 정보전달의 기술적 재정적 부담을 콘텐츠제공자에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에피센터의 집행이사인 토마스 롱기어(Thomas Lohninger)는 “이런 규제는 거대 통신사가 이용자들이 서로 소통하게 해준다는 명목으로 전 세계 모두로부터 돈을 받던 80년대로의 회귀이다. 5G 시대도 이런 모델을 따른다면 우리는 인터넷의 혁신, 다양성, 그리고 세계성을 모두 잃게 된다.”

오픈넷의 박경신 집행이사는 “인터넷을 만든 이유가 바로 사람들의 소통에 통행세를 부과하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개정법은 그 역사를 뒤집어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유일한 방법은 우표값이나 통화료로 수백만 원을 쓰는 수밖에 없던 시간으로 되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액세스 나우의 라만 짓 싱 치마(Raman Jit Singh Chima)는 “정부와 통신규제기구는 이용자들의 이익과 인터넷 연결의 혜택을 확대하는 것이어야 한다. 브로드밴드와 개방된 인터넷을 주도했던 한국의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 이 후진적인 법은 과거의 비효율적인 통신정책을 답습하며 망중립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왜 정보전달료로서의 망이용료 부과는 망중립성을 위반하는가? 

인터넷은 무료이다. 인터넷의 발명은 모든 사람들이 서로 직접 연결하지 않고도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인터넷은 전 세계의 라우터들이 모든 데이터를 자신의 이웃 라우터에게 전달해주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이를 성취하였다. 각 라우터가 라우팅표에 따라 데이터 패킷의 종착지에 더 가까운 이웃 라우터에 ‘옆으로 전달하기’를 충분히 반복하기만 하면 최종전달이 이루어졌다. 이제 전 세계 모든 단말들은 근처 라우터에 접속만 하면 전 세계 다른 단말들과 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 발명의 핵심에는 라우터들의 ‘옆으로 전달’이 무료이며 무조건이라는 것에 있다. 모든 라우터들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수발신 메시지를 ‘옆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우터들이 ‘옆으로 전달’에 대해 요금이나 조건을 부과하기 시작하면 통행세와 통행조건의 집행비용만으로 인터넷은 붕괴되었을 것이다. ‘이웃에게 옆으로 전달’에 금전적, 비금전적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약속을 ‘망중립성’이라고 부른다. 

데이터 패킷의 과금여부나 내용에 따라 ‘옆으로 전달’ 여부가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과금여부나 내용에 따라 전달속도를 빠르게 또는 느리게 해서도 안 되며 그래서 ‘망중립성’의 더 잘 알려진 버전이 “고속차선은 없다(no fast lane)”는 것이다. 

이 발명의 사회경제적 의미는 지대했다. 망중립성 덕에 온라인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비용을 걱정하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인터넷의 이런 성격이 바로 민주주의를 강화시켰다. 방송과 신문이 정치권력과 기업 광고주들의 영향력 하에 있을 때 힘 없고 가난한 자들에게도 거의 무료로 매스커뮤니케이션의 도구를 부여한 것이다. 

망사업자들은 접속료를 받고 있는데 그렇다면 더 이상 인터넷은 무료가 아니지 않은가?    

망사업자들은, 위에서 말했듯이 이용자들이 인터넷 즉 망중립성의 약속으로 묶여진 라우터들의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 되는 동네 라우터가 되어줌으로써 인터넷 접속을 제공하고 돈을 받는다. 망사업자들이 돈을 받는 것은 ‘무료로 무조건 옆으로 전달’이 이루어지는 라우터들 간의 물리적 접속을 유지하는 비용이 들고, 지역 망사업자의 라우터들도 스스로 전 세계 라우터들과 접속하지 못하므로 자신보다 전 세계와의 연결성이 더 좋은 상위 망사업자에게 물리적 접속(‘트랜짓’)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접속료를 받더라도 망중립성의 무료-무조건의 약속은 유지된다. 첫째, 접속료는 접속용량에 대해서 부과되고 접속지점을 통과하는 데이터량에 대해 부과되지 않으며, 둘째, 각 이용자는 인터넷의 세계로 들어오는 관문이 되어준 망사업자에게 딱 한 번만 접속료를 내면 그 접속지점을 통해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보내거나 받더라도 아무 비용이 부과되지 않는다. 

‘망중립성’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낸 팀 우(Tim Wu)는 차별 없이 모두에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인터넷을 전기나 수도에 비유했는데, 은유는 바로 거기에서 끝나야 한다. 우리는 전기와 수도에 대해 ‘쓴 만큼’ 돈을 내지만 인터넷 상의 정보전달은 그렇지 않다. 첫째, 인터넷에서의 정보전달은 무한정 다양한 조합의 라우터들 사이에 분화되고 크라우드소싱되어 있다. 이 라우터들은 수많은 다양한 망사업자들에 속해 있어, 모두가 정보전달서비스의 제공자이며 소비자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누가 누구에게 돈을 받을 상황이 아니다. 둘째, 물리적 접속이 만들어진 후에 데이터 패킷을 이루는 빛 신호가 통과하는 비용은 거의 제로이다. 놀라울 것이 없다. UHD 방송을 아무리 많이 봐도 많은 양의 데이터가 쏟아져 들어오는 비용이 지상파이든 케이블이든 모두 정액제인 것을 생각해보라. 

무선 전화망을 통해서 인터넷을 쓸 때 종량제로 돈을 내는 이유는 인터넷망 이용료가 아니라 이동통신사들이 원래 음성통신을 위해 만들어 놓은 기지국망을 통해 인터넷 라우터에 접속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기지국망 이용료이다. 물론 어떤 이동통신사들은 아예 기본요금을 무제한 정액제로 바꾸고 있다. 

한국의 발신자종량제는 인터넷 생태계를 어떻게 무너뜨리고 있는가?  

한국은 지금까지 설명한 국제기준을 일탈하고 있다. 2016년초 한국 정부는 망사업자들이 서로 접속료를 받을 때 순발신량에 따라 접속료를 산정하도록 강제하는 법을 통과시켰다(발신자종량제). 결국 메시지를 보낸 쪽에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것인데 당장은 망사업자들 간에만 적용되지만 그 부담은 공식/비공식적으로 메시지의 원 발신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모든 개인들이 정보전달 비용을 고민하지 않고 전 세계의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인터넷의 약속이 위협받는다. 

발신자종량제 하에서 인터넷접속료는 이미 매우 비싸졌다. 소위 킬러 콘텐츠나 인기 있는 플랫폼을 고객으로 호스트하면 자신의 망으로부터 다른 망사업자 고객들로의 트래픽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발신자종량제 하에서는 다른 망사업자들에게 돈을 많이 내야 하니 망사업자들이 이들을 고객으로 유치하지 않거나 이들로부터 높은 인터넷접속료를 받아서 발신자종량제 정산비용을 전가하게 된다. 결국 텔레지오그래피 조사에 따르면 초당 1메가바이트 월 인터넷접속료가 서울이 파리의 8.3배, 뉴욕의 4.8배에 이르는 지경에 와 있다. 결국 수많은 국내 스타트업들이 한국에 서버를 두는 한 좋은 품질의 서비스를 할 수 없어 외국으로 떠나고 있다. 특히 동영상 서비스는 화질 자체에서 큰 차이가 난다.     

망사업자들이 자신의 인터넷접속서비스 고객들인 국내 업체들에는 접속료를 높게 받아서 발신자종량제 비용을 메꿀 수 있지만 자신의 고객이 아닌 해외 업체들에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분쟁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KT는 기존에 자신의 상위 망사업자와의 접속료를 아끼기 위해 무료로 페이스북의 국내 캐시서버를 호스트하여 국내 이용자들에게 전달하였다(아래 그림에서 민트색 루트). KT가 발신자종량제 이후 발생한 비용을 페이스북에 전가하려고 하자, 페이스북은 비용을 내면서까지 이용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국내 캐시서버의 작동을 중단했고 이에 따라 국내 이용자들의 페이스북 접속이 캐시서버에서 오지 않고 원래 루트(그림에서 파란색)를 통하게 되면서 속도가 급격하게 느려졌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게 소위 ‘망이용료’를 내라면서 상위 망사업자의 접속용량을 확충하지 않아 SK브로드밴드 이용자들의 넷플릭스 시청 품질이 저하되었다. 두 가지 사안 모두 현재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해외의 콘텐츠를 국내 이용자가 이용한다고 해서 ‘망이용료’를 내라고 한다면 한국 콘텐츠를 해외 사람들이 많이 쓴다고 해서 해외에서 망이용료 고지서가 날아올 땐 어쩌려고 하는가? 

망사업자들은 자신들이 소위 ‘망이용료’를 해외 업체들로부터 받지 않으면 엄청난 인터넷접속료를 내고 있는 국내 업체들에 비해 ‘역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적반하장이다. 해외 콘텐츠는 국내 망사업자들로부터 인터넷 접속을 구매하고 있지 않으니 국내 업체들의 인터넷접속료와 비교될 이유가 없다. 해외 콘텐츠가 캐시서버를 통해 제공되더라도 해외 콘텐츠가 국내 망사업자들로부터 받는 서비스는 국내 이용자들과의 접속일 뿐이지만(위 그림에서 민트색), 국내 콘텐츠는 국내 망사업자들로부터 전 세계와의 접속(그림에서 분홍색 망 전체)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비교가 불가능하다. 국내 망사업자들이 진정으로 ‘역차별’의 폐해에 관심이 있다면 국내 업체들이 내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접속료를 먼저 낮춰줄 일이다.

발신자종량제는 국내 업체들에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접속료를, 해외 업체와는 끊임없는 망이용료 분쟁을 일으켜 결국 부담은 이용자들에게 부과시키고 있고 CP서비스안정화법은 이 상황을 더 강화시킬 것이다.   

아래는 해외시민사회단체들이 CP서비스안정화법 및 발신자종량제 폐지를 요구하는 서한의 국문번역 전문이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님께,

우리, 이 서한의 연명자들은 망중립성 원칙에 반하는 한국 통신 규제의 위험한 전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합니다. 이를 방치하면 한국은 개방된 인터넷의 혁신적인 역량을 상실한 위험이 있으며, 자유로운 아이디어와 정보의 흐름을 통한 전 세계적인 표현의 자유가 가져다주는 혜택을 훼손할 위험이 있습니다.

통신규제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가 페이스북을 상대로 ISP의 망을 넘어 캐시서버를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소송에서 패소하자, 국회는 지난 5월 콘텐츠제공자(CP)의 “서비스 안정화 조치”를 의무화하는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은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으며 일정 트래픽량과 이용자수를 초과하는 콘텐츠제공자는 최종 사용자(end-user)에게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서 통신사에 망사용료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 “돈을 내야 정보전달을 해 준다(pay to play)” 체제는 망중립성 원칙에 정면으로 반합니다.

개방된 열린 인터넷의 기본적 구조는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글로벌 망에 접속할 수 있게 합니다. ISP에 접속료만 지불하면 세계 어디로든지 어떤 서비스이든 전송할 수 있기 때문에 혁신 비용이 매우 낮고 경쟁을 활성화시킵니다. 그런데 2016년에 도입된 한국의 발신자종량제는 이러한 개방형 체제를 근본적으로 부정합니다. 이 규제는 오래된 전화통신 시대에서 비롯되었으며 개방된 열린 인터넷 구조 하에서 경제 성장과 기본권의 향유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수십 년의 증거와 모순됩니다.

서비스 안정화 의무법은 기본적으로 발언자에게 표현의 전달에 대해 비용을 부과하여 현재 인터넷을 통해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규모화된 표현의 자유’를 위협할 것입니다. 인터넷의 도래 전에 표현의 자유는 표현할 자유였을 뿐 발언자가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어떠한 자원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주로 권력과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만이 신문, 방송 같은 전통적 미디어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평등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힘 없는 개인도 데이터 접속 속도에 비례하는 요금만 지불하면 글로벌 인터넷망의 어디에서든 인터넷에 접속하는 한 수백만 명, 수십억 명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인터넷 보급률과 광섬유망 보급률이 높은 모범국가로 여겨져 왔는데, 망중립성 위반이 이러한 잠재력을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은 이미 2016년 1월부터 인터넷서비스제공자 간 발신자종량제를 의무화하는 상호접속고시를 시행 중이며, 새로운 법은 콘텐츠제공자가 라스트마일 전달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콘텐츠제공자의 비용을 더욱 증가시킵니다. 더욱이 한국은 다른 국가들에게 인터넷의 세계적 특성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선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래 서명한 시민사회단체 및 학계는 대한민국 정부에 콘텐츠제공자 서비스안정화의무법과 발신자종량제를 즉시 폐지할 것을 촉구합니다.

Open Net Korea (South Korea)
epicenter.works – for digital rights (Austria)
Access Now (Global)
European Digital Rights (EDRi)
Article 19 (Global)
The Benton Institute for Broadband & Society (USA) 
ICT Users Association (ASUTIC) (Senegal) 
Asociación por los Derechos Civiles (ADC) (Argentina) 
IT-Pol (Denmark)
Homo Digitalis (Greece)
D3 – Defesa dos Direitos Digitais (Portugal) 
Seguridad Digital (Mexico)
Electronic Frontier (Norway)
Korean Progressive Network Jinbonet (South Korea)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목, 2020/09/1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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