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북한의 일상생활 속 감시 – 비밀 정보원

지역

북한의 일상생활 속 감시 – 비밀 정보원

admin | 월, 2021/03/29- 19:00

감시가 일상인 삶

망원경으로 김일성광장을 내려다보는 김정은 위원장

망원경으로 김일성광장을 내려다보는 김정은 위원장

조지 오웰의 저서 『1984』는 감시가 일상이 된 독재 국가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가상의 국가 ‘오세아니아’에서는 당과 최고지도자의 권력을 위해 개인의 삶이 철저히 통제된다. 감시는 사회통제의 핵심수단으로 작용한다. 개인을 대상으로 물 샐 틈 없이 이뤄지는 감시는 완벽한 수준의 ‘통제된 사회’를 구현해 냈다. 이 점에서 『1984』가 묘사하는 일상생활 속 감시의 모습은 북한의 그것과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북한의 감시는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한다. 감시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지속된다. 감시가 일상에 밀접하게 침투하면서 이들의 사생활은 더이상 사적인 영역이 아닌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는 해도 24시간 관찰되고 있다는 사실이 주민들에게 엄청난 공포심이나 두려움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감시에 대해 의문을 품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 자연스럽게 그것에 순응하여 따를 뿐이다.

북한의 주민 감시 체계는 체제의 안보를 위협할 만한 잠재적 근원을 사전에 포착하고 위험 발생을 차단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당국에게는 핵심적인 사회통제 기제로 인식된다. 문제는 주민들을 향한 무분별한 사찰과 검열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 억압[1] 뿐만 아니라 사생활 침해[2] 등 다양한 인권 침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집단의 안녕을 위한다는 미명 아래 개인의 권리가 억압되는 그곳. 감시를 일상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북한이야말로 바로 ‘통제된 사회’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북한의 대민(對民) 감시 기구 – 국가보위성

2012년 보위기관창립절을 맞아 국가보위성(당시 국가안전보위부)을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2012년 보위기관창립절을 맞아 국가보위성(당시 국가안전보위부)을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

북한의 감시제도는 현존하는 그 어떤 나라보다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구축되어 있다. 북한의 정보기관인 국가보위성은 대표적인 대민 감시 기구이기도 하다. 국가보위성은 사회 질서와 치안 유지 목적을 가진 기관인 사회안전성에서 감시 조직이 분리되어 설립되었다. 이후 반국가, 반당, 반사회주의 세력에 대한 정치사찰 기능 및 방첩에 특화된 초법적 정보기관으로 발전했다.

각 도(道), 시(市), 군(郡)에는 해당 지역을 담당하는 국가보위성이 있다. 하부 행정 구역인 읍(邑), 동(洞), 리(里) 단위까지도 국가보위성 보위지도원이 상주하며 일상생활에서 주민과의 접촉점을 유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직장, 학교 등과 같이 다수의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보위지도원의 감시망에 포함된다.

보위지도원은 직접 사찰(査察)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담당구역 내 일반 주민 중 신뢰할 만한 자를 매수, 포섭해 그들에게 주민 동향을 파악하고 불순분자를 발견해 보고하도록 지시한다. 국가보위성에 포섭된 주민은 자신의 주변인을 공개적으로, 또는 비공개적으로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주변인의 사생활을 몰래 살피는 자 – ‘정보원’

미행과 감시

미행과 감시

2021년 3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이하 ‘앰네스티’는 북한에서 국가보위성에 포섭된 후 지시를 받고 비밀리에 정보원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는 한 탈북인을 만났다. 그는 약 10년간의 비밀 정보원 활동 기간 자신이 거주하던 지역의 주민 동향을 몰래 살피고 이를 정기적으로 국가보위성에 보고했다. 그가 10년 가까이 비밀 정보원으로 활동했던 것에 대해 자신의 가족도 탈북 후에야 알게 되었을 정도로 비밀스럽고 은밀하게 감시 활동이 이뤄졌다. 그는 앰네스티에 자신의 비밀 정보원 활동을 낱낱이 밝혔다. 그는 면담에서 감시 활동을 하면서 접한 정보를 통해 북한의 모순된 모습을 알게 되었고, 이것이 주요한 탈북의 이유가 되었다고 증언했다.

아래는 앰네스티가 그와 면담한 내용을 대화체로 재구성한 것이다. 면담자의 요청으로 개인 신상을 추측할 수 있는 민감한 정보와 일부 상세한 설명은 제외하고 편집한 내용임을 미리 밝혀 둔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서 북한의 주민 감시 체계를 대략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앰네스티, 면담자: A

앰네스티: 북한에서 특이한 활동을 했다고 했는데?
A: 주민 동향을 수집, 제공하는 일을 했다.

앰네스티: 주민 동향 정보는 무슨 목적으로, 누구를 위해 수집했는가?
A: 나는 보위부국가보위성 지시를 받아 비밀 정보원으로 활동했다. 아무도 모르게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했다. 나쁜 말로 하자면 스파이다.

“아무도 모르게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했다.”

앰네스티: 비밀 정보원으로 선택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A: 먼저, 우리 집안이 괜찮았다. 내 직계 가족 중 한국이나 중국으로 간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타지방에서 건너온 사람이었다. 이사 후 탈북 전까지 10년 넘게 살던 곳에서 주변 관계도 깨끗했다. 또, 나는 식품 도매업을 했다. 도매 집이다 보니 만나는 사람이 많을 것이지 않나? 사람 관계가 많다는 말은 들을 수 있는 정보가 많다는 말이다. 그리고 내 남편은 집에서 잡화를 수리하기도 했다. 집으로 사람들이 매일 찾아왔다. 그렇다 보니 우리 집은 매일 북적북적했다. 나는 인민반에서 인민반장도 하면서 여러 일을 겸직했다. 여러모로 사람들을 접하기 수월한 위치였다.

앰네스티: 어떻게 정보원이 되었는가?
A: 보위지도원과 따로 만나서 상담 후 정보원이 되었다. 북한에는 구역마다 담당 보위지도원이 있다. 어느 날 담당 보위지도원이 나에게 만나자고 하더라. 단 둘이, 남편 없이. 나는 뭔가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담당 보위지도원, 보안원과 같은 사람들과 관계가 좋아야 한다. 특히 나 같이 장사하는 사람들은 더 그렇다. 어디 다른 지역을 가자고 하면 여행 증명서가 필요한데 인맥이 좋아야 수월하게 발급받을 수 있다. 그래서 담당 보위지도원이 만나자고 했을 때 무슨 이야기인지나 들어보자고 생각해서 만났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보위지도원이 같이 좀 일하자고 말하더라. 사람이 살면서 본의 아니게 죄를 지을 수 있지 않나? 그런데 같이 일하면 내가 죄를 지어도 면제받을 수 있고, 내가 장사꾼이다 보니 많이 다니곤 했는데 여행 증명서도 임의로 떼어 줄 수 있다고 하더라. 한국은 돈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지 않나? 북한은 여행 증명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무튼, 그런 것이 조건이었다. 나는 장사꾼 입장에서 조건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동의를 했다. 이후 어떻게 활동하는지에 관한 방법을 배웠다. 1년 지나니까 대호(隊號)정식 이름 대신 사용하는 암호를 따로 주더라. 다른 사람들 모르게 활동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앰네스티: 정보원으로 오래 활동했는가?
A: 2010년쯤 비밀 정보원 활동을 시작했다. 탈북하기 전까지, 10년 가까이 계속 활동했다. 우리 딸도 내가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을 한국에 오기 전까지 몰랐다. 북한에서는 누가 누구를 감시하는지 모른다. 주변 사람 그 누구도 내가 다른 사람을 감시하는지 몰랐다. 내 존재가 밝혀지는 날에는 내 삶은 끝이라고 보면 된다. 가족도 감시하고, 친구도 감시하고, 주변 사람 다 감시했으니 그런 사실이 알려지면 인간관계가 끝나는 것이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했다. 아무도 모르게 행동해야 했다. 보위부는 비밀 정보원 외에도 공개적으로 사람들을 감시하는 사람인 ‘통보원’도 거느리고 있다. 물론 이 사람도 일반 주민이다.

“북한에서는 누가 누구를 감시하는지 모른다. 주변 사람 그 누구도 내가 다른 사람을 감시하는지 몰랐다.”

앰네스티: 혹시 다른 비밀 정보원이 누가 있었는지도 알고 있었나?
A: 이런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직감이란 게 있다. ‘아, 쟤도 비밀 정보원이구나’하는 감이 온다. 그렇게 의심되는 사람도 나처럼 집에 다른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었다. 그리고 보통 어디 갈 때 일반 사람들은 다른 지역 이동을 잘 안 하다 보니 지역을 이동할 때 거쳐야 하는 절차도 잘 모르기도 하고 여행 증명서 발급받는 것도 힘들다. 사무소를 거쳐야 하고 지역 반장, 담당 보안원 등등 다 거쳐야 한다. 물론 돈 주고 여행 증명서를 바로 뗄 수 있기도 하지만 돈 안 주고 떼려면 정말 복잡하다. 그런데 비밀 정보원으로 의심되던 사람은 나처럼 쉽게 여행 증명서를 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따금 보위지도원이 우리 집을 방문할 때처럼 그 사람 집에 가는 것을 목격했다. 그런 것을 하나씩 보다 보니까 ‘나하고 같은 일을 하는구나’라는 느낌이 왔다.

앰네스티: 국가보위성으로부터 감시 방법에 대해서도 배웠나?
A: 먼저, 활동 전에 선서를 써야 했다. 그러고 나서 자료를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방법을 배웠다. 장소, 시간, 인원, 사건 내용 등과 관련한 정보를 어떻게 기록하고 제출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보위부에서는 나에게 A4 용지와 비슷한 것을 주기적으로 줬다. 내가 장사를 하다 보니 자주는 아니었지만 다른 먼 곳으로 가는 것처럼 꾸미고 보위부 건물 안에 몇 번 들어가서 교육도 받고 그랬다.

앰네스티: 국가보위성으로부터 지시는 어떻게 받았나?
A: 보위지도원을 직접 만나서 구두로 지시를 받는다. 우리 집에는 집 전화와 휴대전화가 있었다. 보통 보위지도원은 집 전화로 연락했다. 언제, 어디서 만나자고 연락이 온다. 담당 보위지도원 방은 우리 집에서 3~5분 거리에 있었다. 인민병원 안에 보위지도원 방이 있다. 병원 건물 내부에 보위지도원 방이 자리 잡고 있어서 나는 환자처럼 위장하고 보위지도원을 만나러 가고는 했다. 장소 자체를 그렇게 묘하게 만들어 놨다. 보위지도원들은 보위부 건물이 아닌 일반 공공장소나 기관에 별도로 방을 가지고 있다. 내 담당 보위지도원은 병원 안에 방이 있었고 나와 같은 비밀 정보원들만 그런 것에 대해 알고 있었다. 나는 매달 그곳으로 가서 담당 보위지도원으로부터 지시 사항을 전달받았다. 급하게 정보를 제출해야 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보위지도원 방 근처 용지를 넣는 함에 정보를 담은 종이를 몰래 탁 던져 놓고 오곤 했다.

“나는 매달 그곳으로 가서 담당 보위지도원으로부터 지시 사항을 전달받았다.”

앰네스티: 지시 내용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A: 연도마다, 때마다 다르다. 만약에 4·15김일성 생일가 다가온다고 하면, 이와 관련한 주민 동향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2·16김정일 생일이라면 또 그 시기 주민들의 동향 자료를 요구한다. 장성택이 처형되었을 때도 이와 관련한 주민 동향을 보고하라고 해서 주변 사람들을 감시하고 관련 동향을 정리해 제출했다. 당시 수집된 정보를 총체적으로 봤더니 ‘잘 죽었다’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당이나 지도자에 대해 나쁜 말이 나오는 것을 포착하고 이를 살피는 것이 내 임무였는데 그건 안 나왔다.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군(郡)급 조직인 농근맹조선농업근로자동맹, 여맹조선사회주의녀성동맹, 청년동맹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건물이 있었다. 그 앞에는 식당이 있었는데 이곳 사람들이 식당에 드나들면서 들리는 소문 중에 비리 사건과 관련 있을 만한 정보를 별도로 수집하라고 해서 하기도 했다. 그리고 대체로 명절을 전후로 주민 동향 자료 수집 지시가 내려온다. 그런데 요구 내용은 매번 다르다. 예를 들어 1·8김정은 생일에 명절을 쇠는데 사람들이 이와 관련해 불평, 불만이 없는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도 했다. ‘영도자(김정은)가 젊은데 생일을 쇠나?’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런 것을 전부 기록하고 보고하는 것이다. 그런 자료를 보위부에서 요구했다.

2015년도인가? 보위부에서 별도의 자료집이 새로 내려왔다. 우리가 활동하는데 필요한 내용이 지침으로 나와 있는 자료집이다. 우리는 항시적으로 그런 내용을 알고 있어야 했다. ‘해외 파견자의 주민 동향 보고’ 라든지 무슨 자료, 무슨 자료 등등 엄청 많은 내용이 있었다. 자료집에 나온 내용을 계속 읽다 보니까 결국엔 내 주변에 모든 사람을 다 감시해야 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 자료를 본 이후 어느 때부터 인가 마음속에서 살며시 비밀 정보원 일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그 자료집에 따르면 내 남편도 감시 대상자였다. 지인, 친지를 감시하는 것은 응당했다. 이게 할 짓이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감시 대상은 전부 다 잡아넣어야 하는 체포 대상이었다.

“자료집에 나온 내용을 계속 읽다 보니까 결국엔 내 주변에 모든 사람을 다 감시해야 하는 것으로 보였다.”

앰네스티: 가족이 감시 대상이라는 것에 대해 많이 충격받았을 것 같은데?
A: 자료집에서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따로 있었다. 자료집에는 ‘일반 주민들 중 공화국에 대해 쇄국 정치, 독재 정치라고 불평, 불만을 가지는 사람이 있는지 잘 감시하라’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읽고 나니까 ‘아니, 그렇다면 자기네들이 스스로 쇄국 정치, 독재 정치를 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2015년 그 자료집을 받고 나서부터 많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혼란스러웠다.

앰네스티: 최근 북한 지도부에 대한 일반 주민들의 인식은 어떤가?
A: 김정은에 대한 불만은 없다. 응당 그러려니 생각하는 것 같다. 북한 사람은 어릴 때부터 ‘김씨 가문에서 대를 이어야 한다’, ‘그 사람들은 위인들이다’라고 세뇌가 되어 있다. 김정은이 권력을 이어받은 것에 대한 불만 표시는 없었다. 대신, 사람들은 ‘아, 우리도 개혁해야 하는데’, ‘우리도 달라져야 하는데’,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식으로 많이 표현하기는 했다. 그런데 나라에서는 힘든 상황이 모두 미국과 한국 때문에 그렇다고 말해왔다. 나라에서 계속 그렇게 말하다 보니 일반 사람들도 지금의 어려움을 모두 미국과 한국 탓으로 생각하게 되어 당국에 대해서는 별 불만이 없었다. 그런데 나는 감시 활동을 하면서 여러 정보를 접하다 보니 자꾸 다른 식으로 생각이 되더라. 나중에는 ‘자기네들이 독재 정치를 해서 그런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비밀 정보원 일을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까 많은 생각과 의문이 생기면서 나라에 대한 내 생각도 변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게 계기가 되어 결국 탈북했다.

“비밀 정보원 일을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까 많은 생각과 의문이 생기면서 나라에 대한 내 생각도 변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1. 세계인권선언 제19조: 모든 사람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이 권리에는 간섭받지 않고 자기 의견을 지닐 수 있는 자유와, 모든 매체를 통하여 국경과 상관없이 정보와 사상을 구하고 받아들이고 전파할 수 있는 자유가 포함된다.

2. 세계인권선언 제12조: 어느 누구도 자신의 사생활, 가족관계, 가정, 또는 타인과의 연락에 대해 외부의 자의적인 간섭을 받지 않으며, 자신의 명예와 평판에 대해 침해를 받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그러한 간섭과 침해에 대해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이번 글에서는 저번 글에 이어 2명의 탈북 보건의료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 북한 보건의료 제도 속 변화의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화려한 겉모습 속에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북한은 ‘무상치료제’를 적극적으로 선전하던데, 잠깐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이번 글에서는 저번 글에 이어 2명의 탈북 보건의료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 북한 보건의료 제도 속 변화의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2보건의료 제도 속변화의 모습
ⓒ 조선중앙TV_련속참관기_영상 캡쳐

화려한 겉모습 속에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지부, 김지은 한의사, 이혜경 약사
북한은 ‘무상치료제’를 적극적으로 선전하던데, 잠깐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무상치료제는 북한 당국에 ‘우리 정부는 오로지 당신 인민들을 위한 정부입니다’라는 것을 내세우기 정말 좋은 선전 도구예요. ‘돈을 내지 않고도 치료를 받을 수 있다’라는 것은 정말 매력적이죠. 그래서 북한 사람들은 ‘이런 사회주의 제도에서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영광스럽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죠. 무상치료제는 북한 체제를 지탱하는 매우 큰 중심축이었어요.
말만 들었을 때는 북한의 보건의료 제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아 보이는데요?
그런데 1990년대 들어 북한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무상치료제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졌어요. 생각해보세요. 평생 병원에서 무료로 치료받던 사람들이 갑자기 돈을 내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순간을 마주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병원에 가도 필요한 약과 물품은 환자가 직접 구해와야 했어요. 그래도 돈이 있는 환자는 약을 구해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돈이 없는 환자는 그러지 못해 고통받았어요. 의사 역시 병원에 약이 부족하니 환자의 건강을 더 이상 책임질 수 없어 혼란에 빠지게 되었죠. 북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무상치료가 갑자기 중단된 것은 굉장한 충격이었어요.

경제난으로 무상치료제가 무너지면서 사실상 유상치료제로 변한거죠.

그런데 1990년대 들어 북한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무상치료제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졌어요. 생각해보세요. 평생 병원에서 무료로 치료받던 사람들이 갑자기 돈을 내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순간을 마주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무상치료제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병원에 약이 없어 환자가 필요한 약을 직접 구해야 한다… 얼핏 보기에도 모순적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환자는 치료받기 위해서 반드시 돈이 있어야 하나요?
지금의 북한 의료 분야는 공식적으로는 국영 의료 시스템이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민영화가 가속화되면서 시장화가 상당히 진행된 모습을 관찰할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병원 같은 국영 의료 기관의 의사뿐만 아니라 민간 영역에서 비공식적으로 활동하는 의사도 환자에게 돈이나 음식, 물품 같은 뇌물을 받고 치료하는 행위가 일상화되고 있어요.

무상치료제가 명목상으로는 존재하다 보니 병원에서도 대놓고 돈을 많이 받고 그러지는 않죠. 하지만 최근 북한 사람들 사이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은, 예전과 달리 돈을 더 주고서라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싶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에요. 그러다 보니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이 전보다 줄었다고 해요. 왜 그런가 하니, 돈이 없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병원에 가지만, 돈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의사를 직접 찾아가서 치료를 받는다는 것이죠.

지금의 북한 의료 분야는 공식적으로는 국영 의료 시스템이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민영화가 가속화되면서 시장화가 상당히 진행된 모습을 관찰할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병원 같은 국영 의료 기관의 의사뿐만 아니라 민간 영역에서 비공식적으로 활동하는 의사도 환자에게 돈이나 음식, 물품 같은 뇌물을 받고 치료하는 행위가 일상화되고 있어요.

병원 말고 또 다른 곳에서 진료를 봐주는 의사가 있다는 말인가요?
북한은 의사담당구역제또는 호담당구역제를 통해 의사가 일정 구역의 가구를 맡아 건강을 관리하고 있어요. 쉽게 말해, 의사들은 국가 소속으로 국가에서 나오는 약을 가지고 자신이 담당하는 환자들을 돌보죠. 그러나 의약품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의사는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환자는 병원에 와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죠. 그러면서 환자들은 다른 병원의 의사나 병원에 근무하지 않는 의사들, 예를 들어 정년퇴직했거나 다른 이유로 직장에 나가지 않는 의사를 찾아가 따로 돈을 주고서라도 치료를 받기 시작했어요. 즉, 원칙적으로 A 환자는 B 병원의 C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야 하지만, 치료를 잘한다고 알려진 D 병원의 E 의사나 병원에 묶여 있지 않은 민간의 F 의사에게 가서 치료를 받고 그 대가를 E 의사나 F 의사에게 지불하는 거죠.

이러한 모습은 국가에서 인정하는 시스템이 아니에요. 하지만 민간에서 공공연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이에요. 이것이 바로 북한 내부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의료 시장화인 것이죠.

북한에서는 이런 현상 자체가 체제에 반하는 것이죠. 그러나 당국도 이런 현상을 눈감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인 거죠.

이러한 모습은 국가에서 인정하는 시스템이 아니에요. 하지만 민간에서 공공연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이에요. 이것이 바로 북한 내부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의료 시장화인 것이죠.

국가의 통제 속에서도 민간에 의한 보건의료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상당히 흥미롭네요. 이는 북한의 보건의료 제도가 애초부터 부실하기 때문에 그런 건가요?
무상치료제나 의사담당구역제와 같은 기본 보건의료 제도 자체는 정말 잘 만들어진 제도예요. ‘환자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환자를 내 가족같이’와 같은 선전 구호처럼 의료인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의 피를 뽑아 환자에게 바칠 정도로 헌신적으로 일에 종사했어요. 하지만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의료인들의 월급과 배급이 끊기자 일단 먹고 사는 일이 시급한 과제가 되어버리면서 여러 좋은 제도가 무색하게 되어버렸죠. 그런 상황에서 의료인들도 현실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고 제도가 부실하게 유지되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봐요.
무상치료제와 의사담당구역제는 과거 수십년간 북한 체제를 지탱하는 핵심이었어요. 특히, 의사담당구역제는 그 취지만 놓고 보면 정말 좋은 제도는 맞아요. 하지만 이 제도가 가진 함정이, 개인에게는 어떠한 선택권도 없다는 것이죠.
ⓒ 연합뉴스 헬로포토

우리가 일상적으로 누리는 권리가
누군가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개인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는데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한 가지 예를 들어 볼까요? 만약 가족 중 암 투병하는 환자가 있다고 한다면 암 치료를 제일 잘하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하고 싶겠죠. 한국은 환자가 비용을 지불할 능력만 있다면 적어도 자신이 원하는 병원에 가서 어떤 서비스를 받을지 선택할 수 있어요. 하지만 북한에서는 제도상으로 이런 선택을 생각해 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아요. “너는 A 지역에 살고 있으니까 B 병원에서 치료받아라.”라는 것이 당연하죠. 하지만 최근 북한에서는 사람들이 웃돈을 주고서라도 자기가 가고 싶은 병원, 자기가 원하는 의사에게 가서 치료받고 싶어 하고, 그게 점점 가능해지고 있어요. 이렇게 의료 영역에서도 북한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거죠.
비공식적으로나마 환자가 원하는 의료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큰 진전으로 보이는데, 이런 변화 하나하나가 모이면 의료제도 전체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도 있겠군요.
이런 변화는 비단 환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에요. 선택권은 환자에게도 있지만, 의사에게도 있겠죠? 예전만 하더라도 의사는 환자가 많이 오든 적게 오든 국가에서 배급이 나왔기 때문에 담당하는 구역의 환자만 돌보면 됐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환자가 의사에게 치료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변했기 때문에 의사는 전보다 더 열심히, 효율적으로 치료에 임하게 되었죠. 의사 입장에서, 예를 들어, A 환자가 오늘은 치료비로 10만 원을 가져왔지만, 치료를 잘해 돌려보내면 다음에는 20만 원을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하는 거죠. 의사는 환자를 자신의 단골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되죠. 의사 입장에서는 고객(환자) 관리나 서비스의 중요성과 같은, 그 사회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개념들이 점차 부각되면서 더 나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에요. 저는 이런 것들이 앞으로 북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 연합뉴스 헬로포토

질병 발병 상황을 보면
보건의료 현실을 알 수 있다

북한 사람들이 주로 걸리는 질병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자주 언급되는 감염병에 다 취약해요. 특히, 이런 감염병들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부족해요. 국제사회를 통해 북한으로 결핵약 등 치료 약이 종종 들어가고는 있어요. 하지만 이러한 인도적 지원이 남북, 북미 관계라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이뤄지다가 중단되다가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죠.
못 먹고 살던 시절에는 별난 것을 다 먹고 살다 보니 이에 기인한 질병이 많이 생겼죠. 강냉이송치옥수수를 먹고 남은 하얀 속대를 갈아서 가루로 만든 뒤 물에 개어 먹고 그러다가 위천공위에 뚫린 구멍이 생긴 사람도 종종 있었어요. 거친 음식으로 인해 소화불량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특히 많았죠.

최근 사람들이 잘 걸리는 병은 감염병이 많아요. 간염, 결핵 등… 이런 병은 근본적으로 제대로 먹지 못하고 위생 환경이 불결해서 걸리는 후진국형 가난병이죠. 만병의 근원이 영양 결핍과 비위생적인 환경이라고 할 수 있어요.

최근 사람들이 잘 걸리는 병은 감염병이 많아요. 간염, 결핵 등… 이런 병은 근본적으로 제대로 먹지 못하고 위생 환경이 불결해서 걸리는 후진국형 가난병이죠. 만병의 근원이 영양 결핍과 비위생적인 환경이라고 할 수 있어요.

최근에도 북한에서 아사하는 사람이 있나요? 2020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발표를 보면 북한의 식량 부족이 심각하다고 하던데…
오늘날에는 북한에 못 먹어 굶어 죽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돼요. 하지만 식단이 워낙 부실해 영양이 불균형적으로 공급되다 보니 저런 감염병이 계속 유행할 수밖에 없어요. 북한에서 비타민 섭취라는 것은 배부른 소리죠.
위생적인 측면에서 발병을 일으키는 원인은 어떤 것인가요?
북한은 경제난으로 인해 전기 사용이 여의치 않아 깨끗한 물 또한 쉽게 구할 수 없어요. 전기가 돌아가지 않으면 수도와 정화시설부터 작동이 중단되기 때문이에요. 어쩔 수 없이 정화되지 않은 수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요. 온갖 감염병은 수질 오염으로 인한 위생 불결로 발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북한에서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재래식 화장실이 일반적이며 화장실 근처에 우물이 있는 경우도 많아요. 화장실과 우물이 가까이 있다 보니 지하수가 오염될 수밖에 없죠.

이러한 감염병은 병을 앓는 사람뿐만 아니라 병을 앓았다가 완치된 사람, 그리고 건강한 사람도 균을 가지고 있는 보균자일 수 있어요. 육안상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균을 달고 다니는 것일 수 있죠. 그래서 끊임없이 균이 전파되고 병이 재발할 수밖에 없어요. 북한에서는 이런 것이 워낙 일상이다 보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북한사람들은 감염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나요?
북한 사람들은 감염병에 대해서 내성이 있어요. 감염병에 대한 면역 체계를 갖췄다는 말이 아니라, 감염병이 돌아도 항상 그런 상황에서 살아왔기에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옴, 홍역, 콜레라, 간염, 결핵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발진티푸스, 사스, 에볼라,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 까지… 감염병은 끊임없이 북한을 위협했어요. 과거부터 끊임없이 감염병에 시달리다 보니 이제는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정도로 정신적 내성이 쌓인 것이죠.

ⓒ 연합뉴스 헬로포토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은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면 코로나19에 대해서도 크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감염병에 대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북한 당국은 감염병 예방에 신경을 쓰고는 있어요. 그러나 현실은 제대로 된 치료조차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요.

한 예로 결핵은 꾸준히 약을 먹으면서 치료만 잘하면 완치가 가능한 병이에요. 다만 치료 기간이 길어요. 결핵약은 비싸다고 볼 수는 없으나 북한 자체적으로는 결핵약에 대한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죠. 그래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계속 반복되는 거예요.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에 전 세계가 두려움에 떨고 있지만 아마 북한의 일반 사람들은 우리만큼 크게 놀라거나 겁먹지는 않았을 것이에요. 수많은 감염병에 끊임없이 시달려야만 했던 열악한 환경이 북한 사람들을 무감각하게 만든 것이겠죠.

이 때문에 우리가 코로나19로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만큼 북한 사람들이 불안해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북한에서는 매년 감염병에 시달리는 것이 일상이기에 옆에서 사람이 죽으면 그냥 ‘죽는가 보다’하고 생각하죠. 슬픈 현실이지만요.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에 전 세계가 두려움에 떨고 있지만 아마 북한의 일반 사람들은 우리만큼 크게 놀라거나 겁먹지는 않았을 것이에요. 수많은 감염병에 끊임없이 시달려야만 했던 열악한 환경이 북한 사람들을 무감각하게 만든 것이겠죠.

북한은 최근까지 공식 발표를 통해 확진자 0명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더 이상의 상세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북한의 열악한 의료상황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해서 어떻게 보세요?
북한은 자존심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표현이 웃기긴 하지만 ‘말하기 싫어’, ‘자존심 상해’와 같은 그런 태도라고 봐요.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 달라고 요청하면 얼마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텐데 굳이 ‘우리는 괜찮아’, ‘우리는 우월해’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그것을 자존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북한은 비교적 일찍, 2020년 1월부터 국경 차단과 주민 이동 통제를 시작했어요. 그렇다고 해도 북한의 주장처럼 확진자가 전혀 없다고 보기엔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공개된 게 없으니 아무도 모르죠.

확진자가 있는지 없는지 확실하게 알 수 없는 상황이에요. 북한 사람들은 외부 사람과 연락할 경우 아무리 보안을 철저히 해도 당국에 의해 감시/감청당하거나 후에 검열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죠. 그래서 보통 통화나 편지 내용도 누군가 이 내용을 듣거나 볼 수 있다는 전제하에 만들어져요. 북한 쪽과 연락하는 외부 사람이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아무리 물어본다 한들 북한 사람들은 자신이 설령 알고 있는 정보가 있다 하더라도 그 내용에 대해 쉽사리 언급하기 힘들 것이에요.
보건의료 제도 속에서 피어나고 있는 새로운 변화를 통해 현재 북한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접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 화에서 다룰 건강권과 북한 보건의료 개선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기대가 됩니다.
화, 2020/06/23- 17:30
4
0

이번 글에서는 저번 글에 이어 2명의 탈북 보건의료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 북한 사람들이 누리는 건강권과 보건의료 개선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인권적 측면에서의 고찰이 필요하다. 북한 보건의료의 상황을 전체적으로 보면 과거와 비교해 봤을 때 제도적으로는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 같으나, 그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이 제도의 틈을 비집고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는 게 느껴지네요.

이번 글에서는 저번 글에 이어 2명의 탈북 보건의료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 북한 사람들이 누리는 건강권과 보건의료 개선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3북한 보건의료와 건강권지향점과 개선 방향
© 연합뉴스 헬로포토

인권적 측면에서의
고찰이 필요하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지부, 김지은 한의사, 이혜경 약사
북한 보건의료의 상황을 전체적으로 보면 과거와 비교해 봤을 때 제도적으로는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 같으나, 그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이 제도의 틈을 비집고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는 게 느껴지네요.
지금 북한은 변화하고 있어요. 북한 사람들은 원하는 의료 서비스를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과 자신의 노력과 선택에 따라 더 나은 의료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하나하나 스스로 알아 가고 있는 중이에요.

이건, 외부에서 알려주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터득해 나가는, 정말 놀라운 현상이라고 봐요. 그래서 저는, 현재 북한의 의료 현실이 열악해 많은 사람들이 아프고 사망하는 그런 상황에 대해서는 정말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만큼 더 고통스럽지만, 아픈 만큼 새로운 시스템을 북한 사람들 스스로 만들어내고 적응해 가는 모습을 보며 북한 의료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어요.

지금 북한은 변화하고 있어요. 북한 사람들은 원하는 의료 서비스를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과 자신의 노력과 선택에 따라 더 나은 의료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하나하나 스스로 알아 가고 있는 중이에요.

북한에서는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은 어떠한가요?
최근의 상황은 어디까지나 돈의 문제라고 봐요. 돈이 없으면 누구라도 약을 구하기 힘들고 돈이 있으면 구하기 쉬워요. 취약계층이라고 해도 의료 접근성에 있어 차별이 있거나 하지는 않아요. 특별한 우대도 없고요.
적어도 의사들을 만날 기회는 많아요. 이 점에 대해 의아하시겠지만, 의사담당구역제에 의해 의사가 가가호호 방문하다 보니 오히려 의료 접근성은 한국보다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어요.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의료 체계만 놓고 본다면 북한이 정말 잘 만들었기는 해요.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공식적인 북한 보건의료 제도에서는 선택권이라는 개념이 없어요. 선택권은 개인에게 매우 중요한 권리 중 하나잖아요. 이것은 인권과 관련된 것이에요.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원하는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은 곧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인, 내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당하는 것이라고 봐요.

북한 보건의료 제도가 가진 장단점이 뚜렷하군요.
북한 보건의료 제도는 표면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인권 존중이 결여되어 있어요. 하지만 저는 북한에 있을 때 이러한 것들을 전혀 몰랐어요.

북한에는 아직도 개인이 가질 수 있는 권리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한국에 와서 살다 보니 북한에 있을 때는 몰랐던 인권의 가치를 알게 되면서 ‘북한에서는 정말 중요한 것들을 못 누렸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보여지는 것에만 열광하고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건의료와 같은 특정 분야에 한정해서만 말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모든 곳에서 인권침해가 만연하고 있어요.

북한에서 인권이라는 잣대를 놓고 바라본다는 것은, 정말 인권이라는 말 자체가 그야말로 행복에 겨운 비명일 정도로 일반적이지 않아요.

아직도 많은 북한 사람들이 인권이라는 잘 말을 모르거나, 그 개념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살아가고 있어요. 병원, 공장 등 기관과 조직 곳곳에서 인권은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죠. 북한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누리고 있는 인권이라는 것이 없다고 보면 돼요.

북한에서 인권이라는 잣대를 놓고 바라본다는 것은, 정말 인권이라는 말 자체가 그야말로 행복에 겨운 비명일 정도로 일반적이지 않아요.

© 연합뉴스 헬로포토

생각과 태도의 전환이 필요하다

북한은 자신들이 맞닥뜨린 보건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 않나요?
이런저런 노력은 굉장히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김정은은 집권 이후 제약산업에 큰 관심을 보였어요. 또, 종합대학의 약학부를 따로 분리해 규모를 늘려 새로 약학대학으로 만드는 등 보건의료 분야 교육에도 관심을 보였죠. 이번에 신축하는 평양종합병원도 그렇고 보건의료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을 하기는 해요. 하지만 병원만 하더라도 거기에 필요한 의료 기기가 제대로 들어갈지, 완공되더라도 전기가 제대로 공급될지에 대해서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에요.
그렇다면 북한 보건의료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병원이나 제약 공장만 짓는다고 해서 끝이 아니잖아요. 세부적인 부분에 대한 꼼꼼한 관리가 끊임없이 이뤄져야 하는데 아마 이런 점에서 어려움이 있을 거예요. 즉, 제약 기계와 설비를 돌릴 원료가 있어야 하며, 의약품 생산에 들어가는 재료도 있어야 하죠. 이런 것들을 북한 혼자서 충당하기는 불가능해요. 필요한 물품을 수입해야 하는데 북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 대북 제재로 인해 상황이 여의치 않아요.
최근 북한에서도 기본적인 치료 정도는 이뤄지고 있어요. 한국이나 국제사회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아주 막막한 상황은 아닌 거죠. 나름의 보건의료 체계가 갖춰져 있고, 그 체계의 기초만은 정말 뛰어나기 때문이에요. 의료 교육의 질과 의료인들의 수준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북한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원료와 의약품 생산에 들어가는 재료가 부족하다 보니 시설을 제때 돌릴 수 없어요. 원재료가 부족해서 그렇지 의료 시설과 같은 하드웨어, 그리고 의료진과 같은 소프트웨어 등 필요한 체계는 웬만큼 갖추고 있는 상황이에요.

북한 보건의료의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그 어떤 지원보다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지원해 주는 것이 북한의 의료환경 개선과 자력화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효율성 측면에서도 더 바람직하다고 봐요.

충분한 원료와 재료만 있다면 북한도 큰 문제 없이 지금 맞닥트린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위기를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충분한 원료와 재료만 있다면 북한도 큰 문제 없이 지금 맞닥트린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위기를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명백한 것은, 우리가 언제까지 북한에 지원만 할 수는 없어요. 보건의료 측면에서 보면 이런 상황은 엄밀히 말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마찬가지예요. 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의약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원료와 재료를 북한에 지원해서 북한이 혼자서 일어서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자생 능력을 찾을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비록 제 바람은 북한으로의 의약품 원재료 지원이 무리 없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긴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이를 제재하는 데에도 여러 가지 수긍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보여야 할 모습, 그리고 국제사회가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요?
한두 가지로 간략하게 말하기에는 어렵지만… 일단, 북한 당국은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하지 않았으면 해요. 북한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에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필요한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으로의 지원을 바라봄에 있어 정치적인 상황과 연결하거나 정치적 잣대를 가지고 바라보지 않았으면 해요. 모든 것을 떠나서 생명과 관련된 것이지 않나요? 인도적 지원의 취지를 한 번 더 고려해줬으면 좋겠어요.

물론, 북한은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기 위해 먼저 나서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원 물품에 대한 투명한 관리·감독과 사용 내용 공개가 이뤄져 지원 물품이 무기 만드는데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국제사회도 의혹을 거두고 북한이 원하는 것을 고려해 더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리라 생각해요. 아쉽게도, 북한에 지원되는 물품에 대한 모니터링이 어렵다 보니 국제사회의 지원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봐요. 무엇보다 북한 당국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해 국제사회와 협력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보건의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북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군요.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인도주의적 측면을 고려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원 노력도 필요하다는 점…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북한 보건의료 상황 개선을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양보, 협력과 협조가 필수적이다.
화, 2020/06/30- 17:33
3
0

 

█  UN 디지털다자협력 거버넌스 수립 및 비전 권고를 위한 설문조사 실시

설문조사 참여하기 ☞ https://forms.gle/FXn1UTLcc6L1p9Vn9 (클릭)

 

1. 개요

디지털 인권 및 경제 이슈를 중심으로, UN 디지털 다자협력체제(거버넌스) 수립 방안에 관한 설문조사 실시

 

 

2. 목적

– UN 디지털다자협력 비전 권고(안) 설정 및 제시를 위한 인식 조사
– 우리 정부가 시급히 대응해야 할 국내 디지털 이슈를 설정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향후 정책과제 반영 촉구

 

3. 대상

– 민주 시민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
– 관련 산업계, 학계 전문가 및 연구자,  학생, 기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등등

 

 

4. 기간

2020년 1-2월, 한 달 동안 진행

 

5. 참여방법

아래 구글 설문조사 링크에 접속하시어, 총 12개 객관식 문항 응답

구글 설문조사 링크 ☞ https://forms.gle/FXn1UTLcc6L1p9Vn9 (클릭)

 

█  아울러 1/21(화)에 예정된 관련 토론회에도 많은 참석 부탁드립니다.

토론회 관련 정보: http://bit.ly/2ZcVt1B

문의: 경제정책팀, 국제팀 02-766-5623

화, 2020/01/14- 03:45
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