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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의 지출 내역, 매일 공개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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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의 지출 내역, 매일 공개하고 있다고?

admin | 목, 2021/03/11- 00:05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가 은평시민신문에 기고한 정보공개 칼럼입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세입세출 내역, 함께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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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의 자랑 불광천

 

정보공개 청구 교육을 할 때마다 수강생들에게 공공기관의 어떤 정보를 알고 싶어서 교육을 듣느냐고 질문한다. 그때마다 항상 나오는 답변이 “구청에서 돈 쓴 내용을 알고 싶다”는 것이다. 물론 정보공개 청구는 구청에서 돈을 어떻게 썼는지 살펴보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정보공개 청구는 청구하고, 답변이 올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자칫 비공개 통지라도 나온다면 더 시간이 걸리고, 이의신청 절차까지 밟는 와중에 더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사실 ‘구청에서 돈 쓴 내용’은 굳이 정보공개 청구를 하지 않더라도, 이미 구청에서 매일 공개하고 있다. 지방재정법 제60조 5항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세입ㆍ세출예산 운용상황을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매일 주민에게 공개하여야 한다. 이 경우 주민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하여 세입ㆍ세출예산 운용상황을 세부사업별로 조회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하여, 세출예산 운용상황, 즉 '구청이 돈 쓴 내용'을 매일매일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 2015년부터 법으로 의무화 되어 있다. 시민들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과 관련한 내용은 수시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매일 세출예산 운용상황을 공개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또, 그 정보를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찾기 어렵게 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다. 오늘은 은평구의 사례를 통해 ‘구청이 쓴 돈’의 내역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은평구의 ‘돈 쓴 내역’ 확인하기

은평구의 경우, 구청 홈페이지 메뉴에서 열린 행정 - 예산/결산을 클릭하면 [세입세출예산 운용현황]이라는 링크가 나온다. 여길 클릭하면 은평구 세입세출 공개라는 페이지가 뜬다.

 

구청 홈페이지 메뉴 - 열린 행정 - 예산/결산 - 세입세출예산 운용현황

 

이 사이트는 서울특별시에서 운영하는 서울재정포털의 하위 페이지로, 서울재정포털에서는 서울시의 각종 재정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은평구 뿐 아니라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세입세출 내역을 모두 살펴볼 수 있다. 

각 자치구 페이지에서는 크게 세입세출총괄, 세입운용상황, 세출운용상황 정보를 확인 가능하다.

세입세출총괄은 한마디로 매일 지자체의 총수입액과 총지출액, 그리고 잔액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메뉴다. 현재 다른 자치구들은 이 메뉴를 통해서 세입세출 내역을 살펴볼 수 있는데, 은평구의 경우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얼마 전부터 검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세입세출총괄 내역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입운용상황은 역시 일 단위로 지자체의 세입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메뉴다. 일반회계, 특별회계로 나누어, 매일 매일 지자체의 수입이 어떠한지 살펴볼 수 있다. 한 달 동안 구청에서 얼마나 수입이 생기는지 궁금하다면, 세입운용상황 메뉴에서 검색해보자. 2021년 1월 기준으로 은평구가 거둔 세입은 1063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집중적으로 살펴볼 메뉴는 세출운용상황이다. 세출운용상황은 말 그대로 지자체가 돈을 쓰는 내역, 세출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메뉴다. 세출운용상황에서 다시 세부 메뉴로 예산집행현황, 사업 및 예산정보, 지출정보라는 탭이 나오는데, 예산집행현황 탭에서는 분야별 예산 집행 총계를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다른 자치구와 다르게 은평구는 이 메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불광천 관리에 돈이 얼마나 쓰이는지 궁금하다면!

세입세출예산 운용현황의 '사업 및 예산정보' 탭

‘구청이 돈 쓴 내용’을 제대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사업및예산정보 탭이 중요하다. 부서별로 어떤 사업에 얼마나 예산을 책정하고 있는지, 사업 내용은 무엇인지 살펴볼 수도 있고 사업에서 예산을 집행한 내역도 일자별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부사업명으로도 검색이 가능한 것도 편리한 부분이다. 은평구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걸어봤을 불광천, 관리에 예산이 얼마나 쓰이는지 궁금하면 세부사업명에 불광천을 키워드로 넣고 검색을 하면 된다. 불광천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구청의 사업 예산들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불광천' 키워드 검색 후 보이는 사업내역

 

‘불광천 유지 관리’라는 사업이 눈에 띄어서 사업내역을 클릭하면, 어떤 목적으로 이뤄지는 사업이고 사업 추진 근거는 무엇인지, 사업의 내용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돈을 쓴 내역’이니까, 지출현황을 살펴보자.

 

불광천 유지관리에서 지출현황을 통해 세세한 지출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가을마다 불광천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코스모스 종자 구매비는 90만원, 레인보우 다리를 꾸미는 꽃모에는 32만 4800원이 쓰인다. 또, 불광천 꽃길 조성에 들어간 사업비는 4800여만원 임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사업별로 지출 내역을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포괄적으로 구청의 지출 내역을 살펴보고자 한다면 지출정보 탭을 클릭한다. 부서별 / 세부사업 키워드 별/ 기간별로 본인이 원하는 설정을 통해 구청의 지출 내역을 자유롭게 검색할 수 있고, 또 엑셀 파일로 다운로드 받아 분석할 수도 있다.

 

이렇게 서울재정포털을 활용한다면, 굳이 정보공개 청구를 하지 않더라도 구청의 예산 지출 내역을 언제든지 살펴볼 수 있다. 문득 구청에서 하는 사업에 돈이 얼마나 쓰이는지 궁금해졌을 때, 혹시 부풀려진 공사 예산은 없는지 궁금할 때 얼마나 돈을 쓰고 있는지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아직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세출예산 공개제도, 의문이 생길 때마다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자.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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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의 은평시민신문 정보공개 칼럼입니다.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라는 게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일하는 작업장에서 건강에 유해할 수 있는 화학물질, 소음, 고열, 각종 분진 등이 있는 경우, 이 유해물질의 농도가 어떠한지, 작업장에서 일하는 동안 건강장해가 생길 수 있는지 등을 평가하는 보고서입니다. 일하다가 질병에 걸렸는데, 이 병이 유해물질에 노출되어서 생긴 산업재해임을 증명하기 위해선 자신이 어떤 물질에 얼마나 노출되었는지 입증해야 합니다. 특히 희귀질환의 경우, 작업환경과 질병 사이의 관계를 입증하기 까다롭기 때문에 이런 데이터가 들어 있는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를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미지 : 픽사베이

따라서 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일하다가 희귀질환이 생긴 산업재해 피해자들은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를 확보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작업환경측정보고서를 공개하면 영업비밀이 새어나간다며, 비공개를 주장했습니다. 고용노동부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공개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결국 여러 차례 행정소송을 거치게 되었습니다.

소송이 계속되던 2018년 2월, 대전고등법원은 작업환경보고서를 모두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는 영업비밀이 공개되어, 법인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정보는 비공개 할 수 있다고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예외 조항을 두어 “사업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위해로 부터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는 공개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대전고등법원은 이에 따라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이 희귀질환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산업자원부를 끌어들인 것이죠. 산업자원부 산하 산업기술보호위원회는 작업환경 측정보고서가 ‘국가 핵심기술’을 포함하고 있다고 판정했고, 이를 근거로 다시 재차 비공개와 행정소송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삼성전자 측 변호사는 보고서 공개에 관한 문제가 입법적으로 해결되었으니, 이를 비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산업기술보호법이 개정이 되어 ‘국가 핵심기술은 비공개한다’는 조항이 생겨버린 것입니다. (관련 기사 : 삼성과 싸우는 변호사)

노동자의 알 권리를 가로막은 산업기술보호법

이전까지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를 둘러싼 쟁점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의 해석 문제였습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정보공개법에서는 영업비밀은 비공개 하되, 만약 예외조항에 해당한다면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산업기술보호법에서 ‘국가 핵심기술은 비공개’한다는 조항이 생겨버리니, 이제 작업환경측정보고서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1호, ‘다른 법률에 따라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된 정보’로 취급되어 버리게 된 것입니다.

산업기술보호법이 갑자기 개정되면서, 그전까지는 공개 대상이었던 보고서가 비공개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그에 따라 산업재해 피해자들이 작업장의 유해물질과 자신의 질병 사이의 상관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산업재해 피해자들과 함께 싸우던 반올림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도, 이런 내용의 법이 통과된 사실을 뒤늦게야 알게 되었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법안의 내용이 무엇인지, 법안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법을 통과시킨 당사자인 국회의원들도 잘 알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은 일본과의 무역 마찰이 심화되던 2019년 8월에 통과된 법안입니다. 당시 본회의에 참석했던 210명의 국회의원 중, 재석하지 않아 기권한 4인을 제외한 206명의 국회의원들이 법안 통과에 찬성했습니다. ‘국가 핵심기술은 비공개’한다는 독소조항에 주목하지 않고, 그냥 산업기술 보호를 강화한다니 여야를 가리지 않고 찬성표를 던진 것입니다. 결국 산업기술보호법의 문제점이 드러난 2020년 2월, 국회의원 14명이 법안을 면밀히 검토하지 못했다며 반성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관련 기사 : "산업기술보호법 곳곳에 삼성 흔적이"... 뒤늦게 '자아비판' 국회의원들 )

1호 비공개, 이대로 괜찮을까?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비공개 통지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각호에 따르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성격이 다른 것이 바로 제1호입니다. 1호 비공개 사유를 근거로, 정보공개법에서는 충분히 공개할 수 있을 만한 정보가 법 개정에 따라 순식간에 비공개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현재 공직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모두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인사청문회 회의록 역시 언제나 국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공직자 역량 청문회와 공직자 윤리 청문회를 분리하여, 후자를 비공개로 진행하자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 계속 발의가 되고 있는데, 만약 이 법안이 통과가 된다면 공직자 윤리 청문회 회의록 역시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비공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인사청문회가 종료된 이후에도 회의록 내용이 계속  비공개된다면, 국정에 대한 시민의 알 권리는 심각하게 제한될 것입니다.

정보공개법에서는 이미 2호부터 8호까지, 일곱 가지 비공개 근거를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기존의 비공개 근거에 따라서도 충분히 특정 정보의 공개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법령의  제·개정에 따라 1호 비공개가 늘어난다면 시민들이 알 수 있는 정보들은 점차 줄어들 것입니다. 산업기술보호법 사례에서도 나타나듯, 국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똑같은 회의록이더라도, 규칙에 따라 제멋대로

1호 비공개에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법률에서 위임한 명령’ 부분입니다. 법률의 경우 적어도 국회를 통해 공개적으로 검토가 되지만, 각종 시행령이나 규칙은 법률만큼 시민들의 눈길이 가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 중에서는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이 있는데, 말 그대로 인터넷언론사의 선거보도가 공정한지 심의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이를 고발하거나 반론보도를 청구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위원회입니다. 

이렇게 선거철에 언론사의 선거보도가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심의하는 유사한 역할의 위원회들이 여럿 있는데, 인터넷 언론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신문사는 선거기사심의위원회, 방송사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각각 담당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유사한 역할을 하는 심의위원회임에도, 회의록의 공개 여부는 규칙으로 각각 다르게 정해져 있습니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으로 구성되며, 심의위원회 회의는 비공개로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은 ‘1호 비공개’의 요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경우 회의록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1호 비공개’ 대상이 됩니다.

선거기사심의위원회는 언론중재위원회 규칙으로 구성되는데, 역시 심의위원회 회의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론중재위원회 규칙은 정보공개법의 ‘1호 비공개’ 대상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회의록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하더라도, 법적으로 따지면 ‘1호 비공개’를 해서는 안 됩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규칙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서는 또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정보공개 청구를 한다면, 회의록 역시 공개 대상이어야 합니다.

선거보도의 공정성을 심의한다는 점에서 그 역할이 유사한 세 개의 위원회인데, 회의록 공개 여부는 규칙에 따라 각자 달라지는 것입니다. 정보공개제도의 취지에 따르면, 이렇게 규칙에 따라 공개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회의록을 원칙적으로 공개하되, 부작용이 우려되면 부분적으로 비공개함이 옳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혼란이 생기는 것이 바로 ‘1호 비공개’가 가진 문제입니다,

이미지 : 픽사베이 

공개 기준, 정보공개법으로 일원화가 필요

앞서 살펴보았듯 ‘1호 비공개’는 시민의 알 권리를 제약할 가능성이 너무나 큰 조항입니다. 전 세계의 정보공개법을 비교하고 분석하여, 정보접근권의 등급을 매기는 RTI-RATING의 평가 지표에는 “정보공개법의 공개 기준이 다른 법의 정보제한 조항보다 우선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굳이 다른 법으로 정보공개를 제한할 것 없이, 정보공개법에서 비공개에 대한 충분한 기준을 마련해두어 공개 판단 여부를 정보공개법으로 일원화하라는 취지의 평가 지표입니다. (‘1호 비공개’가 존재하는 한국의 경우, 이 지표에 따른 평가 점수는 0점입니다.)

어떤 정보가 ‘1호 비공개’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해당 정보에 관련된 법률과 조례, 규칙을 모두 살펴봐야 합니다.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측에서도, 정보공개를 처리하는 측의 입장에서도 혼란을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알 권리를 제약할 우려가 큰 ‘1호 비공개’, 계속 지속시킬 필요가 있을까요? 정보공개법에서 비공개 근거들을 구체적으로 정해놓고, 이에 따라 공개/비공개 여부를 판단하게 하는 것이 ‘공개가 원칙’이라는 정보공개법의 취지에 더욱 부합하지 않을까요? 

화, 2021/08/03-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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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20대 국회, 정보공개 관련 의정활동 점수는?)을 통해서 20대 국회에서 모두 17건의 정보공개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지만, 단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습니다. 오늘은  '정보공개법'이 아닌 방향에서 국회가 시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어떤 의정활동을 했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보통 국회의원들이 어떤 법안을 발의할 때는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등과 함께 국회에서 정책 토론회를 열어 법안과 관련한 이슈의 중요성을 환기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마련입니다. 최근 오픈한 열린국회정보 사이트에서는 국회의원 별로 어떤 정책 세미나/토론회를 열었는지 그 목록을 공개하고, 자료집 역시 함께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를 통해서 국회의원들이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의정활동을 펼쳐나갔는지 살펴볼 수 있는 셈이죠. (정보공개센터의 열린국회정보 사이트 소개 글

정보공개센터는 국회에서 열린 정책 세미나 중에서 정보공개, 알 권리, 투명성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여 이와 관련한 행사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뽑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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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센터 역시 시민의 알 권리 확대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의 하나로 20대 국회의 몇몇 토론회에 발제자, 혹은 토론자로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이런 토론회 중에서 주목할 만한 법안 발의로 이어진 사례를 따로 살펴보겠습니다.

정보공개법 개정

정보공개센터는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 이재정 의원이 2017년 7월 13일에 공동주최했던  '박근혜 정부의 기록관리 ·정보공개를 평가한다' 토론회에 참여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정보공개센터는 악의적 비공개 처벌, 회의 공개법 제정, 정보공개위원회의 상설기구화 등 정보공개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을 제안했습니다.  지난 글에서 살펴봤듯이 진선미, 이재정 의원은 이러한 내용을 상당히 반영한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재정정보 공개 강화를 위한 법률 제정 토론회

재정 정보공개 강화

2019년 6월 5일, 국회에서는 '재정정보 공개 강화를 위한 법률 제정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 날 토론회에서는 미국의 「디지털 책임성과 투명성에 관한 법률」을 사례로, 통합적인 재정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정부 및 공공기관의 지출정보는 당연히 공개가 원칙입니다. 이에 따라 현재 열린재정, 지방재정365, 교육재정알리미, e나라도움, 알리오 등 여러 재정정보 공개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으나 각 시스템의 정보들이 통합적으로 제공되지 않아 보조금 수혜가 집중되는 등의 문제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2019년 10월 31일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공기관의 지출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안」은 토론회에서 제기되었던 내용을 반영, 개별적으로 제공되었던 재정지출 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합하고, 지출정보 공개 표준화를 이루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재정정보의 투명성 확대와 접근 편의 개선은 일부 관료와 전문가들에게 관련 정보가 집중되어 있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꼭 이뤄져야 할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비록 20대 국회에서는 법안 발의에 그쳤지만, 21대 국회에서는 꼭 이러한 과제를 해소할 국회의원이 등장하길 바랍니다.

판결문 공개

정보공개센터가 주목한 20대 국회의 알 권리 관련 의정 활동 중 하나는 사법 개혁을 위한 판결문 공개 확대입니다. 정보공개센터 역시 여러 차례 판결문 공개가 확대 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는데요, 20대 국회에서는 특히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판결문 공개 확대를 위한 토론회와 법안 발의에 힘쓴 바 있습니다. 2018년 2월 22일, 2019년 6월 5일 두 차례에 걸쳐 판결문 공개 확대를 위한 토론회를 주최한 금태섭 의원은 2017년 2월 24일  "누구든지 판결서의 열람 및 복사를 할 수 있도록 함", "판결서는 문자열과 숫자열이 검색어로 기능할 수 있도록 기계 판독이 가능한 형태로 제공되어야 함"을 골자로 하는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하였습니다.

판결문 공개는 사법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다시 세우기 위한 방안입니다. 최근 디지털 성착취 사건과 관련해서도 많은 시민들이 재판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성범죄에 대한 형량이 달라지는 문제를 비판하고 있는데요, '동일 범죄 동일 형량'이라는 원칙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판결문들이 공개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법원 역시 판결문 공개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아직 공개 확대가 지지부진한 현실입니다. 사법 투명성 확대를 위해 앞장 설 국회의원, 21대 국회에서는 누가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국민은 찬성하고 판사는 반대하는 판결문 공개, 국회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출처 - 리걸타임즈)

사립 대학 투명성 강화

유치원 운영실태 평가결과 공개, 유치원운영위원회 회의록 공개 등을 포함한 '유치원 3법'으로 유명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교육위원회 소속으로 사립대학 회계 투명성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인 바 있습니다. 2019년 4월 17일, 박용진 의원실 주최로 열린 '사립대 외부회계감사 실효성 강화를 위한 토론회'에서는 끊이지 않는 사립대학 재정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사립대학 재정정보 공개 강화가 논의되었습니다. 현재 각 대학 인터넷 홈페이지와 대학알리미 등을 통해 회계 및 재정정보를 공시하도록 되어 있지만, 사립대학의 법정기준 충족 여부나 적립금 사용 계획 및 투자 현황 등은 공시 대상이 아니어서 대학 운영의 투명성 확보라는 목적을 제대로 이루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사립대학의 불투명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바로 이사장 및 총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공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공공기관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료도 제대로 공개되고 있지 않은 셈입니다.  

이러한 토론회를 거쳐 박용진 의원은 2019년 3월 22일, 6월 17일, 10월 29일 세 차례에 걸쳐 사립대학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의하였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사립학교법인에 대한 외부 회계감사를 의무화/결과 공개, 이사회 회의록 공개 강화, 학교 법인 결산 내역 공개, 회계부정 처벌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0대 국회 임기 중에 이러한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했지만, 21대 국회에서는 사립 유치원에 이어 사립 대학 비리 문제 해결을 위한 더욱 실질적인 방책들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화학물질 알 권리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의원은 2017년 12월 29일 '화학물질 조사결과 정보공개, 올바른 이해와 소통을 위한 토론회 '를 개최했습니다. 표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이듬해인 2018년 3월 19일에는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과 공동으로 '지방정부 화학물질 관리체계 개선방안 : 전문가 간담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서형수 의원과 강병원 의원은 화학물질 알 권리와 관련한 법안들을 여럿 발의한 대표적인 국회의원입니다.


서형수 의원이 2017년 발의한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은 그동안 화학물질 자료를 허위로 제출해 취급정보를 비공개했던 경우를 방지하고, 화학물질 사고에 대한 영향 평가 제도를 강화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강병원 의원은 고독성물질 취급 사업장이 배출 저감 계획서를 제출하고, 이를 공개하여 고독성 화학물질 사용을 줄여 나가도록 하는 법안을 냈구요. 2017년 11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러한 법안을 반영하여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알 권리 국회'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20대 국회에서도 여러 국회의원들이 시민들의 알 권리를 확대하기 위한 의정활동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이 발의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어, 제도로 안착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알 권리'가 중요하고 필요하는 점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더라도, 그것이 시급을 다투는 정치적 과제로 인식되지는 않기 때문일까요? 모든 정당과 정치인들이 사안에 따라 '알 권리'를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알 권리를 다루는 법안이 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듯 합니다.


지난 해 정보공개센터가 주최한 국회 기록관리 오픈세미나



 곧 새로 출범한 21대 국회는 달라질 수 있을까요? 그러나 불안하게도 21대 총선에 나선 정당들의 정책과 공약 중에서는 '알 권리 확대' 이야기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정보공개센터는 '투명한 국회를 위한 기록관리/정보공개 정책제안'을 통해 1. 국회의원 기록관리 및 정보공개 제도화 2. 국회의원 기록 생산 및 공개 플랫폼 구축 3. 회의록 및 속기록 등 의사결정과정의 기록관리·정보공개 의무 강화를 21대 국회의 정책 과제로 제안했습니다. 어느새 내일로 다가온 총선, 부디 '투명 국회'를 만들기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제안이 잘 반영되는 21대 국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화, 2020/04/1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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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오늘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299명의 생명이 바다 밑으로 가라 앉았고 5명은 아직도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희생자분들을 추모하며 다시는 이런 재난과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또 아직 참사에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진실이 명명백백히 드러나기를 바랍니다.

특히 어제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었습니다. 새롭게 당선된 당선인들은 당선인의 신분으로 처음 맞은 아침이 4월 16일 이었다는 사실을 잊지말고 안전한 사회를 위한 책임감 있는 의정활동을 시작했으면 합니다.

여기 지난 세월호 참사 당시 정보공개센터가 분석하고 공개했던 정보들을 다시 한 번 공유합니다. 정보공개센터는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항상 같은 자리에서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관련 정보공개]

해수부와 해경청 합동 여객선 안전점검, 배 한척 점검하는데 13분?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행된 여객선 선령규제완화

컨트롤타워가 없다? 해양수산부 위기관리 매뉴얼엔 국가안보실이 실질적 컨트롤타워로 명시!

● 해수부 위기대응매뉴얼, 언론대응부분 (충격상쇄아이템 개발) 슬쩍 빼버려!!

언딘과 유착 논란 일자 홈페이지 차단한 한국해양구조협회...과연 어떤 곳인가?

해수부 ‘세월호’관련 문서 목록 70%가량 비공개!

[세월호 6주기 관련 추모 홈페이지 및 아카이브]

세월호참사 6주기 온라인 기억관

세월호는 왜

세월호 아카이브

4.16 기억저장소

4.16 모으다

목, 2020/04/16-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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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센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의 지원으로 「공공기관의 시민참여를 위한 정보공개 개선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 연구는 공공기관 중 시장형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주), 준시장형 공기업인 한국철도공사,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인 국민연금공단을 대상으로 사전정보공개 운영현황, 정보공개처리현황, 불복절차 현황을 분석을 주된 연구과제로 수행하였습니다. 그리고 해외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제도 운영에서 시사점을 살펴보고 공공기관 운영에 대한 보다 활발한 시민참여를 위해 정보공개운영에 있어서 개선점을 도출하였습니다.

분석 결과 한국수력원자력(주), 한국철도공사, 국민연금공단의 사전정보공개도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었으며 시민 및 고객들의 정보공개청구에 따른 비공개율이 다른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3~5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비공개 결정통지에 대한 청구인의 이의신청에 대해서도 정보공개심의회를 제대로 개최하지 않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주)의 경우에는 2019년 19건의 이의신청에도 정보공개심의회 심의는 2회 진행한데 그쳤고 국민연금공단의 경우에는 2018년 13건의 이의신청에도 정보공개심의회 심의를 단 2회만 개최해 정보공개심의회를 소극적으로 운영함으로 시민 및 고객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한국철도공사는 공공기관이 생산·접수한 문서의 목록인 정보목록에서 부분공개 문서와 비공개 문서를 아예 정보목록에 포함하지 않아 정보를 은폐하거나 축소·편집해 공개한다는 의혹을 발견되었습니다.

앞으로 정보공개센터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제도 운영이 개선되어 알권리를 기반으로 시민들이 공공기관 운영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공공기관들의 정보공개제도 운영 실태를 점검하도록 하겠습니다.


20200305_이슈페이퍼_공공기관_정보공개_시민참여.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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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의_시민참여를_위한_정보공개_개선_연구(제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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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20/04/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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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정보공개센터 김조은 활동가


코로나 감염 상황이 악화된 최근 몇 주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회의를 비롯한 주요 의사소통은 '구글 미트'로 진행하고, '생존신고'라고 이름을 지은 그룹채팅방에서 동료들과 각자의 점심 메뉴를 공유한다. 개인적으로 참여하던 세미나와 모임 역시 화상으로 진행하거나 무기한 연기되었다. 식당이나 카페를 가는 것도 부담스러우니 먹거리와 생필품은 온라인 마켓 배송이나 배달 어플로 해결한다.

코로나의 창궐과 함께 등장한 이른바 '언택트'시대. 우리의 일상을 이루던 물리적인 만남과 체험이 정보통신으로 대체될 수 있지 않겠냐는 이 공세적인 물음은 어느새 '어쩔 수 없는 변화'라는 위협으로 변모해있다. 시장은 이미 마트와 점원 대신 'e-커머스'와 '키오스크'로 어느때보다 빠르게 재편되고 있고, 정부는 '디지털 뉴딜'을 위한 펀드까지 조성해 디지털, 비대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이제야말로 '언택트' 문화를 '뉴 노멀'로 받아들이자는 기획 앞에서, 고민과 우려가 깊어진다. 마치 모두가 이러한 흐름을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그저 수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중에도, 어떤 목소리들은 수면 아래 묻혀있기 때문이다.

'이거는 아무나 쓸 수 있는겨? 어떻게 쓰는 거여?'

자가격리에 가까운 생활로 몸의 움직임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위기감이 들때,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강변을 한바퀴 돌고 오는 것이 나의 낙이다. 시내에는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나 빌려 탈 수 있는 자전거가 무려 2만여대, 1200여 곳의 대여소에 설치되어 있으며, 그것은 서울에 대한 나의 애정도를 20%는 상승시키는 요인이었다. 하루는 신나게 따릉이를 빌리는 나에게 한 할아버지가 다가와 '이건 어떻게 쓰냐'고 물었고, 그에 나는 '아 이거 아무나 쓸 수 있어요. 핸드폰으로 하시면 돼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말을 뱉은 그 순간, 나는 그것이 거짓말임을 느끼고 있었다. 따릉이 앱을 설치하고 카드를 등록해 실제 빌리기까지 과정이 꽤 까다로운데, 과연 견디고 할 수 있을까? 스미싱이라고 생각하려나? 아니 일단 스마트폰을 안 쓸 수도 있잖아? 심지어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새롭게 설치하고 있는 '뉴따릉이'는 QR코드를 이용해서만 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이 없으면 아예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서울시의 공공자전거 따릉이ⓒ서울시 제공서울시의 공공자전거 따릉이ⓒ서울시 제공

신기술이 무용지물이 되는 사례는 따릉이뿐만은 아니다.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도입되고 있는 무인 점포의 '키오스크'는 일정한 키를 넘지 않으면 사용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글자의 크기, 터치패드의 감도나 음성서비스 제공에 대한 표준도 없다. 삼성 '갤럭시' 시리즈처럼 일반적으로 쓰이는 스마트폰도, 콘텐츠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와 어플리케이션도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 장애인이 접근권과 관련해 겪는 '웃픈' 상황에 대해서는 유튜브 채널 '당장만나'를 살펴볼 것을 추천한다.)

생각해보면 인터넷에 연결된 전자기기를 사용해 원하는 정보를 얻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많은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컴퓨터등의 물리적 기기를 살 수 있어야 하고, 인터넷에 연결되기 위해서는 매월 통신요금을 지불 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환경에 대한 경험치가 다르기 때문에 이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기기와 인터넷 사용법을 배울 시간과 여유가 있어야 한다. 정보생산과 유통과정에서 일정한 서비스가 제공 되지 않으면 앞서 말한 모든 조건이 충족되어도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람들도 있다.

'디지털 포용'이 아닌 '정보접근권의 보장'을

'언택트'를 새로운 기준으로 삼자는 기획의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현재 진행형의 현실을 무시한 채 인터넷, 전자기기 사용을 누구나 가져야 하는 '기본적 소양'으로 설정한다는 것이다. 사실 디지털 사용환경에 따른 정보불평등은 전자매체를 통한 정보전달이 주류화 되면서 계속 존재했고 점점 심화되어 왔지만, 그동안 이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정치적 고민과 정책적 의지는 미미했다. 이제까지 정부는 정보취약계층의 디지털 기기 접근 및 활용 수치가 늘었음을 근거로 매년 정보격차가 완화되고 있다고 발표하는 한편, 취약계층을 교육시켜 '디지털 포용'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워왔다. 하지만 점차 인터넷 사용자가 늘어나는 것과 현존하는 정보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 외식업체의 필수품이라 할 키오스크 주문기가 전시돼 있다.ⓒ뉴시스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 외식업체의 필수품이라 할 키오스크 주문기가 전시돼 있다.ⓒ뉴시스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정보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것'은 공론의 영역에 참여하기 위한 기본적인 권리이고, 사회전반의 ‘정보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알 권리'의 보장 여부는 사회문화적 차별, 개인의 구체적인 불이익, 나아가 생명과도 직결된다. 때문에 우리는 디지털 중심의 정보전달 체계를 '지금 현재, 이 정보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이 존재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성찰해야 한다. 만약 '언택트' 시대, 혹은 정보산업 육성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는 정보를 수집하고 필수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통로가 막혀버린다면 그것은 '정보격차'가 아닌 '기본권 침해'와 차별로 불려야 할 것이다.

디지털 산업은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발전하겠지만, 정보화가 차별이 되지 않도록 규칙을 정하고 이를 실행시키는 것은 입법과 행정, 공공의 권력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정부가 '디지털'과 관련한 정책을 세운다면 먼저 공공을 중심으로, 기관이 생산하는 정보 및 서비스의 특징이 무엇인지, 각 계층과 상황에 따라 접근을 보장할 방법은 무엇인지를 설계 단계부터 필수적으로 고려토록 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구시대적'인 대면, 우편, 전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이러한 방법을 유지하고 사용해야 한다. 코로나19가 보여주었듯 재난은 언제나 현재 상황이 될 수 있고, 이때에 우리가 설정해야 할 기준은 가장 취약한 사회 구성원이 정확한 정보를 적절한 때에 알고, 대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화, 2020/10/13-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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