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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으로 분리수거를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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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으로 분리수거를 할 수 있을까요?

admin | 수, 2021/02/03- 02:11
희망제작소는 지난 1월 22일, 희망제작소 2층 희망모울에서 온갖문제연구소 연구지원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온갖문제연구소는 모든 시민이 연구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제작소의 비전 아래, 시민연구자들의 연구를 지원하는 시민연구 플랫폼입니다. ‘2020년 온갖문제연구 시민연구’에 선정된 시민연구자 두 팀(강지수 연구자/손가락 끝에 희망 팀 연구자)이 진행한 연구와 워크숍 현장을 공유합니다.
※ 온갖문제연구소 바로가기 ▶https://lab.makehope.org/
※ 워크숍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진행되었습니다.

온갖문제연구소는 지난 1월 22일 시민 연구자들과 함께 희망제작소에서 연구지원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작년 8월 시민 스스로 불편함을 느낀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온갖문제연구소를 오픈했습니다. 해당 플랫폼에서는 시민 누구나 연구 주제를 제안할 수 있고, 시민 연구 공모를 통해 직접 연구를 진행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온갖문제연구소 오픈 기념 시민 연구 공모에 선정된 두 팀이 지금까지 연구를 함께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지원워크숍은 일종의 중간보고와 같은 자리였는데요. 시민 연구자들이 각자 연구를 얼마나 진행했는지 서로 파악하고, 남은 연구를 이어갈 때 필요한 워크숍을 진행하며 의견을 나눴습니다.

먼저 강지수 연구자는 재활용품의 낮은 재활용률 때문에 온갖문제연구소를 찾았습니다. 연구 공모 당시에는 1인 가구에 올바른 분리수거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분리수거 도감(가제) 제작’을 제안했고, 이후 연구 주제를 좀 더 심화해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 전달을 위한 비주얼커뮤니케이션 연구’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강 연구자는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분리배출 정보 사례를 조사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그가 제작한 프로토타입은 종이와 플라스틱의 분리배출 방법을 설명하는 포스터로, 프로토타입 테스트는 2030세대 1인 가구 7명에게 진행했습니다.

강 연구자가 사례 연구와 프로토타입 테스트에서 찾은 핵심 요소는 홍보물 노출과 설득형 디자인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홍보 경로를 조사하면서 홍보물을 어떻게 노출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한, 물리적 트리거와 심리적 트리거를 활용하는 넛지(Nudge) 개념을 통해 설득형 디자인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연구지원워크숍 이후, 관련 조사를 마치고 디자인과 채널을 결정할 계획입니다.

이날 중간보고 이후 많은 워크숍 참여자가 강지수 연구자에게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거나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질의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희망제작소 연구원 6명은 강지수 연구자로부터 프로토타입과 질문지를 미리 받아서 시범적으로 테스트하고,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해당 답변에 관해 연구원과 강 연구자 간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최종적으로 결과물을 내놓기에 앞서 강 연구자의 연구를 함께 살펴보며 대안을 모색했습니다.

이번 연구지원워크숍에 참여하기 전까지 일상 속 분리배출과 그 디자인에 관해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없었는데요. 워크숍을 거치면서 분리배출에 관해 다시금 짚어볼 수 있었습니다.

강지수 연구자의 분리배출 연구는 시민이 직접 주제를 선정하고 연구할 수 있다는 온갖문제연구소의 장점을 잘 드러내는 사례입니다. 앞으로 온갖문제연구소에 참여하는 시민 연구자가 많아져서, 지금보다 더 다양한 연구 주제를 논하고, 토론하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길 바랍니다.

– 글: 김혜빈 기획팀 인턴연구원
– 사진: 기획팀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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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보호를 찾다
  대학 다닐 시절, 기말고사 대체 레포트 공지 도중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 여러분의 과제물을 인쇄할 종이에게 미안하지 않을 만한 글을 써오세요.
  동기들은 웃었지만 나는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인쇄값 50원이 아까워서 4쪽 모아찍기를 해본 적은 있었어도 종이를 만들기 위해 베어진 나무에게 미안하지 않기 위해 과제물에 정성을 들인 기억은 없었다. 교수님께서는 그저 ‘열심히 하라’라는 말을 위트 있게 하고 싶으셨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한 문장 때문에 유래 없을 만큼 최선을 다해 레포트를 썼다. 나중에 내가 ‘고작 이런 글을 쓰려고 종이를 허투루 낭비한 건가?’ 라는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서. 나무 앞에서 당당할 수 있도록. 물론 그 후기를 들은 친구들은 너도 참 이상한 애라고 말했고 나 또한 웃고 넘어갔지만 그 때 당시의 심정은 그랬다.
  나의 ‘환경에 위한 행동’이라고 명명할 법한 것들은 모두 죄책감에서 시작되었다. 콧구멍에 빨대가 꽂혀있던 거북이 사진을 보고난 후에는 빨대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 새들이 마스크 끈에 발목이 묶여 구조되는 경우가 늘었다는 기사를 읽은 다음에는 무조건 마스크 끈을 잘라 버렸다. 집에 쌓여가는 플라스틱 테이크아웃 잔에 다육식물을 심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준 적도 있었고, 지구촌 불끄기 운동 이야기를 듣고 난 뒤에는 밤 11시 이후에는 불을 끄고 지내는 게 습관이 되기도 했다. 어린 시절 내가 그린 환경 보호 포스터에는 무조건 ‘지구야 미안해’ 류의 표어가 들어갔다 -대상은 특정 동물로 대체되기도 했지만-. 누군가는 지구를 보호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텀블러나 에코백을 들고 다닌다는데 나는 환경 문제 관련으로 이야기를 하다보면 미안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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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테이크아웃잔을 활용하여 심은 다육식물
  나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또 지구를 위해 많은 불편함을 감수할 정도로 이타적인 성격도 되지 못한다.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는 게 문제라는 걸 알면서도 코로나를 핑계 삼아 음식을 배달시키고, 잔뜩 쌓인 배달용기 앞에서 한숨 쉬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나마 있던 양심을 지키기 위해서 매번 ‘일회용 젓가락/포크는 넣어주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라는 요청사항을 기입하고는 있지만, 가게 측에서 깜빡하고 동봉해주시는 건 어떻게 처리할 방도가 없어 서랍 안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중이다. 숫자가 늘어가는 나무젓가락이 내 한계를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져서 가끔은 모두 내다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기까지 한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탓에 그렇게 되었다면, 집에 있으면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하던 차에 일단 쓰레기를 줄여보자고 결론지었다. 우선 쓰레기 중 비율을 가장 많이 차지하던 청소포와 휴지 및 물티슈, 그리고 생리대를 일회용에서 다회용 물건으로 교체하였다. 청소가 끝나고 밀대용 걸레를 세척하는 일이나 외출할 때마다 손수건을 챙기는 건 불편함을 동반했다. 그렇지만 환경뿐만 아니라 내 몸에도 좋은 선택이었을 거라 믿고 몇 달간 이용해본 결과, 일반 쓰레기가 많이 줄어든 것과 동시에 함께 나오던 재활용 쓰레기-휴지심, 물티슈 비닐 등- 또한 덜 나오게 되었다. 가끔은 쏟은 물을 휴지로 닦아 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긴 하지만 그래도 익숙해지는 과정이라고 믿고 있다.
  ‘지구가 점차 더워지고 있다는 증거’라는 제목을 클릭하면 작은 얼음 위에 균형을 잡고 서있는 북극곰 사진이 나오는 게시글을 최근에 열람했다. 묘기에 가까운 자세로 바다에 빠지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던 북극곰의 사진에서 얼굴을 알아보긴 어려웠으나,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표정처럼 보였다. 그 날 마트에 갔다가 다회용 봉투에 그려진 바다표범을 보니 기분이 편치 않았다. 계산대에서 순서를 기다리다 평소 발견하지 못했던 코너가 눈에 띄었다. 분리수거함이었다. 칫솔이나 분무기 같이 플라스틱이지만 다른 재질의 부품이 섞여있어 분리수거가 까다로운 물건들을 모아 재활용한다는 안내문구가 적혀있었다. 그동안은 플라스틱이니 괜찮겠지, 하고 버렸던 것들이 분리수거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집에 돌아와 올바른 분리수거 방법을 검색해보았다. 다른 것들보다도 과일 포장지가 스티로폼이 아닌 일반 쓰레기였다는 점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는 편인 우리나라가 실질적인 재활용 비율은 그렇게 낮을까, 하던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단순히 종류에 따라 따로 버리는 게 전부인 게 아니라 재활용할 수 있도록 이물질을 제거하고 분리배출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걸 실감했다.
  학창 시절 선생님의 지휘 아래 반 아이들과 학교 근처 공원으로 환경 미화를 나갔던 다음 날, 그 공원을 찾아가 본 적이 있다. 분명 모두들 집에서 가져온 쓰레기봉투를 한가득 채워 떠났는데 여전히 산책로에는 담배꽁초들이 굴러다녔다. 그 때 처음 우리가 애써봤자 다른 사람들이 안 하는데 무슨 소용인지 의문을 품었다. 나의 노력은 무력해보였고, 큰 흐름을 이겨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산처럼 쌓여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볼 때도 똑같은 의문이 고개를 쳐들곤 한다.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은 그저 자기만족에서 그치는 정도의 힘만 가지고 있는 건 아닌가. 대단한 효과를 내고 있다고 단언할 만한 자신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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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렇게 내가 지구에게 느끼는 미안함의 이유는 더 잘 할 수 있지만 환경보호에 대한 실천들을 귀찮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덮어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내가 하는 실천이 대단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두가 실천력과 용기를 낼 수 있다면,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인다면 조금은 나아질 수 있는 부분들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투명 플라스틱 병의 라벨을 제거하고, 카페의 컵 홀더들을 모아 냄비받침을 만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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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유스토리(Youth Story)는 기후위기의 끝에서 청년이 당신에게 보내는 이야기를 담고자 하였습니다.


3부 필자: 김단아


문예창작과 대학원생.



곳곳에서 뛰쳐나오는 환경문제 때문에 양심통을 앓으며 살아가고 있다.


월, 2021/01/25-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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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광장에 부는 페미니즘 – 시민연구자 박재승 님

우리는 되돌릴 수 없는 바람 속에 광장으로 나간다. 바람이 여성을 부른 것이 아니라 여성이 바람을 불렀다. 아무도 부르지 않았기에 그들을 반기는 것도 그들 서로일 뿐이다. 그럼에도 여성은 하늘 가장 가까운 곳으로 마이크를 들었다. ‘우리의 문제는 한 번도 끝난 적이 없어.’ 나는 그런 마음으로 여성의 광장을 촬영해왔다.

여성의 목소리는 광장 밖으로 나가 일상으로 들어가는 순간 다른 목소리에 비해 훨씬 빠르게 사라진다. 나는 그것들이 사라지게 놔두기 싫었다. 페미시국광장을 주시한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당시 ‘버닝썬’에 대한 의제를 놓치지 않는 시위는 이곳이 유일했다.

페미시국광장에 처음 갔을 때 다 같이 모리바야사(Moribayassa) 춤을 췄다. 모리바야사는 서아프리카 기니 북동쪽에서 여성들이 기쁨을 나누고 싶을 때 추는 춤이다. 성차별에 대항하는 힘과 의지를 북돋기 위해 준비한 퍼포먼스라고 했다.

그때 추석을 앞둔 시점이었다. 광장에서 나와 수차례 버닝썬 수사와 검찰 개혁 등의 공적의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서 추석 명절의 스트레스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의 문제는 공적이었고, 그것은 다시 사적이었으니 여성의 삶은 속속들이 모든 것을 고발해도 모자란 지경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 뒤로 10차까지 페미시국광장은 쉬지 않고 이어졌다. 10차 집회가 마지막이었는데 강간죄개정을 두고 머리에 빨간 두건을 둘렀다. 시위 현장에 도착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그 광경을 보던 노년의 남성이 웃으면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저기 봐. 민주노총이야. 서초동 시위를 여기에서도 하나 봐.”

이때가 서초동 시위와 맞물려 검찰개혁의 의제가 광장 내에 한참 퍼지는 시기였다. 그리고 10차에서는 강간죄개정이라고 적힌 빨간 두건을 머리에 두르고 있었기에 이를 노동궐기로 착각했던 것 같았다. 웃겼다. 그리고 동시에 마음 한편이 뒤척거렸다.

어떻게 보면 강간죄 개정은 여성에게 노동 운동이기도 했다. 왜냐면 여성이 직장 내에서 노동을 안전하게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강간죄 이슈가 잘 해결되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투쟁의 상징인 빨간 두건을 사용한 것도, 강간죄 개정은 정말 ‘투쟁’이며 그것은 더 남성의 얼굴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기에 그랬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불러일으킨 오해를 풀 길이 없어서 그랬는지, 이것이 새삼스러운 감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엇인가 마음을 계속 들쑤시는 걸 막을 길이 없었다.

이후 행진 때의 기억은 더 선명하게 남았다. 한 시간 넘도록 긴 행진을 하고 광화문 앞으로 돌아왔을 때 마주한 광경은 그야말로 ‘광장’이었다. 광화문 앞에는 서초동 시위의 연장선인 집회가 큰 무대 구조물 사이로 조명 빛과 노래를 흘리고 있었고, 반대편 길에는 그에 반하는 집회가 열려 수많은 소리와 다른 외침이 한 공간에 섞여 있었다.

페미시국광장의 행렬은 사이를 지나가며 강간죄 개정과 검찰개혁을 외쳤다. 같은 검찰개혁 의제를 외치고 있는데 다른 집회던가, 아니면 같은 집회던가. 그 생각을 안고 광장의 한 가운데를 넘어보며 걸어 내려왔다.

페미시국광장 10차의 참여자 수는 백 명을 겨우 조금 넘겼다. 서초동 시위의 규모가 아주 컸던 것을 보면서 의제 집중의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했다. 문제는 그곳에 있지 않았다. ‘여성시민의 의제는 과연 광장의 중심에서 발화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사념이 되어서도 떠돌아다닐 것 같은 오랜 고민이었으나 그날 따라 한참 맴돌았다. 버닝썬 수사에 대한 의제, 불법촬영물 카르텔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검찰개혁을 말하는 것은 순서를 따지기 이전에 여성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여성에게 강간죄 개정과 남성카르텔과 검찰개혁, 불법촬영카르텔은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 시스템의 권력관계가 여성의 삶 곳곳에 존재하는 아주 미세한 이야기가 맞닿아 있다. 그렇기에 여성의 시국은 일상의 두려움에서 버닝썬 수사와 양진호 카르텔로 이어지고, 검찰개혁에 대해 말하다가도 설·추석과 같은 명절에 독박으로 소진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광장에 한 개 의제가 아니라 열 개 의제가 나오게 된 것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과연 필연적인 것을 새롭다고 볼 수 있을까. 페미시국광장의 열 가지 의제의 등장을 새로운 형태의 광장이 유의미한 것으로 보고 연구를 시작했으나 그것은 사실 필연적이다.

어떤 공적 담론에서도 본인의 의제가 우선하지 못하고 밀려나는 삶을 지속하는 자에게는 공적 담론과 사적 담론은 구분되지 않는다. 일상과 공공(public)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둘 중 하나가 해결되려면 다른 하나가 해결되어야 한다. 일상에서 안전은 버닝썬의 강간 문화가 사라지지 않으면 영위할 수 없고 버닝썬 수사는 검찰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여성 시민은 열 개 의제가 계주를 달리듯이 이어지는 것을 그다지 새롭지 않게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특정한 의제에 공감하기보다 이 흐름 자체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듯이 달려야 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일상 정치라는 것은, 분명히 따로 존재하는 독립적인 영역이지만 공적인 것으로 담론화 못했기에 일상의 것으로 밀려난 자들의 정치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광장의 형태가 새로운 운동 네트워크-미시맥락적 동원 네트워크-를 부르는 것일까. 아니면 언론이나 정부로부터 알림 받지 못한 이들의 네트워크는 사적 네트워크를 통해 구성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연구를 마무리 지을 때는 이것을 중점적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바람은 멈추지 않는다. 어떻든, 어떤 경로든 비집고 스며들어 광장에 맴돌게 된다. 그 경로가 아무리 사적인 통로가 될지라도 결코 좁지마는 아닐 것이다.

[칼럼] 필연(必然)의 운동: 90년대생의 페미니즘운동 – 시민연구자 소정 님

“조선일보 폐간하라”라는 문구가 흔들리지 않던 조선일보 건물을 뒤덮었고 나의 SNS엔 친구와 함께, 동료와 함께 붉은 머리끈을 동여매고 나선 인증샷이 피드를 가득 채웠다. 7월 12일부터 9월 28일까지 두 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어진 페미시국광장이 보여준 모습들이었다.

1997년생인 나에게 거리로 뛰어나가 목소리를 외친다는 건 필연인지도 모른다. 2014년엔 나와 동갑인 친구들이 가라앉는 와중에도 수능영어기출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외치는 어른들 틈에 진절머리가 났다.

행동할 용기는 없고 숨은 탁탁 막혀와서 친구들의 손을 부여잡고 매일같이 어떤 감정인지 모르는 수많은 감정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2016년 그 감정이 분노이고, 공포이고, 두려움이었다는 걸 찾아가면서 대학교에 입학해 1년을 보냈다.

그러던 중에도 강남역에서 누군가 살해 당했으며 고등학생 때 미처 말하지 못한 성폭력 사건이 공유됐고 디지털성범죄 피해를 호소하던 주변인은 생사의 길목에 섰다. 그 모든 시간을 거쳐 2016년 말에는 먹먹한 마음을 풀어내기라도 하듯 광화문에, 시청에 우리는 모여들었다.

2016년 촛불집회는 정권을 교체해내는 쾌거를 이뤘지만, 우리의 분노와 먹먹한 응어리는 여전히 남아 사라지지 않았다. 2018년 미투운동은 언어화되지 못한 수많은 성폭력 사건들을 수면 위로 떠올렸지만 동시에 문제 해결이 절대 쉽지 않다는 절망을 느끼게도 했다. 풀어지지 않는 응어리진 마음들은 모이고 모여 다시 우리를 시위 현장으로 이끌었고 우리는 광장에서, 길거리에서, 학교 동아리에서 그렇게 다시 만났다.

누군가는 사회운동의 사회라고 말한다. 사회운동이 사회 내에 하나의 영역(sector)으로 자리 잡아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창구가 될 수 있다고 전한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의 목소리가 과연 사회에서 하나의 영역을 구성할 만큼 견고한가’라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할 것 같다. 사회운동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조차 일반 시민이 남성으로 상정된 이상 여성의 목소리는 배제되거나 타자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운동의 불씨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에 대한 고발과 남성권력카르텔에 대한 문제 제기는 페미시국광장 한참 전부터 이뤄졌다. 페미시국광장 이전에도 오랜 기간 고발의 역사가 있었고, 저항의 역사가 있었으니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성폭력 문제는 친한 몇몇 사이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기도 했고, 피해자들은 용기를 내어 언론을 향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역사가 뿌리 깊은 남성 중심의 권력을 뽑아내기에는 그 권력의 뿌리가 너무나 견고했다.

사회학자 래윈 코넬은 안토니오 그람시가 재정립한 헤게모니 개념을 차용해 ‘헤게모니적 남성성’을 제안했는데 이 권력의 뿌리를 이해하기에 적합한 개념이다. 헤게모니는 개인이 벗어나고자 해서 쉽게 벗어날 수 없고 벗어나기 위해서는 저항이나 협상을 통해 대가를 치러야 한다. ‘헤게모니적 남성성’은 이들이 쉽게 벗어날 수 없도록 사회 전반적으로 성별 역할 및 지위에 관여하고 기존의 가부장제와 남성중심적 권력 체계를 유지한다.

1990년대생에게 이 헤게모니는 일생에 거쳐 강력하게 작동했다. 그러나 2014년, 2016년, 2018년에 걸쳐 헤게모니가 ‘평화롭게’ 굴러가기 위해 탄압과 폭력이 전제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화했다는 게 90년대생의 특징이다.

앞서 언급했던 무수히 많은 사건과 90년대생보다 앞서 길거리에서 사회운동을 이끌었던 사람들의 역사는 작게 나마 90년대생에 저항의 싹을 틔웠다. 학교를 다니며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한 또래는 동아리를 만들거나 주변 지인들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연대를 이끌어나갔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전진했다.

그렇게 사회 운동을 체화한 세대에게 열 개 의제는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90년대생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느꼈던 응어리를 토해내는 광장이었다. 응어리와 공명하는 지점을 명확하게 포착하고 그 문제의식을 기존의 집단과 공유·연대하면서 사회운동은 일상이 됐다.

과연 어떤 삶을 살아온 것일까. 공유된 토대 위에서 개인이 각자 쌓아 올렸던 경험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무엇에 공명해 이들은 시위에 참여했는지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감정과 경험을 어떻게 체득했는가에 따라 페미시국광장의 원동력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응어리져있는 우리의 감정들, 우리의 경험을 펴내고자 한다.

화, 2020/01/2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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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쓰레기를 가장 많이 남기는 '오염기업'은 어디일까요?

전 세계 환경단체들의 네트워크인 '플라스틱 추방 연대 (Break Free From Plastic)'가 올해 51개국에서 진행한 쓰레기 수거 조사 결과, 1위는 바로 코카콜라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뒤를 이어 펩시코와 네슬레가 2,3위를 기록했고, 10위 권내에 유니레버, P&G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회사들이 포함되었습니다.

코카콜라는 지난해 조사에 이어 올해에도 1위에 기록되었습니다. 총 11,732개의 제품들이 4대륙 37개의 나라에 걸쳐 발견되었는데, 이는 다음 순위 3개의 기업을 합친 양보다 많았습니다.

대륙별로 발견되는 기업 순위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유럽, 아프리카에서는 코카콜라가 1위를 기록했고, 아시아와 북미에서는 네슬레가 코카콜라를 앞질렀습니다.

북미 지역에서는 주로 파티용으로 쓰이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만드는 솔로 컵 컴퍼니(Solo Cup Company)와  스타벅스가 2,3위를 차지했습니다. 북미 시민들의 생활 소비 패턴의 일부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유럽에서는 맥주회사인 하이네켄이 3위를 기록했고, 호주에서는 대형슈퍼마켓인 울워스(Woolworths) 그룹이 쓰레기 수거품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가장 많이 발견된 플라스틱 종류는 비닐 백, 일명 비닐봉지와 소포장 봉지류였습니다. 비닐 백은 특히 대체가 쉬운 물품이라 향후에는 사용량이 더 줄어들 수 있길 기대합니다. 그 다음은 역시 생수와 음료수 병으로 쓰이는 플라스틱 병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서울, 제주, 창원 등 9개 지역에서 조사가 진행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독특하게도 담뱃갑과 라이터, 꽁초 등 담배 관련 용품들을 많이 수거할 수 있었습니다.

식음료 쓰레기 중에는 글로벌기업의 제품들 외에도 롯데칠성의 제품들이 다수 발견되었습니다.

[caption id="attachment_202672" align="aligncenter" width="650"]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에서 진행되고 있는 폐기물 제로 도시 프로젝트[/caption]

그럼 이 플라스틱 쓰레기가 더 이상 지구를 점령하지 못하게 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기업들은 '재활용 가능' 혹은 '100% 생분해'와 같은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종이로 전환하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종이를 만들어내기 위한 삼림의 벌채 문제는 또 어떻게 할까요? 이는 모두 잘못된 해결책입니다.

이제는 '일회용'을 버려야합니다. 분해가 되는 플라스틱이든 아니든 한번만 쓰고 버려지는 모든 물건들은 지속적으로 폐기물을 늘려 지구에 부담을 증가시킵니다.

2016년 아시아 지역에서 '폐기물 제로 도시(Zero Waste City Solutions)'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25개국에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책임있는 생산과 소비, 재사용을 통한 모든 자원의 보존, 그리고 제품과 포장, 타지 않는 소재의 회수 등을 실천합니다. 이 프로젝트의 성과는 참여 도시의 확대로 이어져, 400개 이상의 도시와 유럽의 지방 자치단체들이 폐기물 제로 도시를 선언하고 있거나 할 예정입니다.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기업들의 책임감 있는 노력과 전 지구적인 시민들의 협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자세히 보기 : 2019 브랜드 조사 보고서 - BRANDED Volume II : Identifying the World’s Top Corporate Plastic Polluters

금, 2019/10/25-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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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3일(수) 청주새활용시민센터 ‘다채로움’이 개관을 하였습니다~

‘다채로움’은 자원의 재생과 공유를 위한 종합시설입니다.

* ‘다채로움’은 다 함께, 모두를 위해 새로움과 이로움을 채워가는 공간이라는 청주새활용시민센터의 별칭입니다.

 

개관기념행사에는 멋진 공연과~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부스가 열렸고,

 

사전에 진행된 2019 ‘다채로움’ 업사이클작품 공모전 시상식도 진행이 되었습니다.

 

 

청주새활용시민센터는 사)풀꿈환경재단에서 위탁받아 운영중입니다~^^

목, 2019/11/21-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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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비상사태

[caption id="attachment_210704" align="aligncenter" width="640"] 24일 부산 강서구 부산시자원재활용센터에서 재활용 폐기물 분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손형주 기자[/caption]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해 택배, 배달음식과 같은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감염의 우려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을 이용하고, 집에서 배달로 끼니를 해결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 온라인몰인 SSG닷컴 조사 결과, 배송 주문 건은 작년보다 20% 늘었고, 매출 또한 두 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또한, 지난 2월 배달음식 주문량은 2752만 건이었는데, 이는 지난해 2월 주문량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양이다. 이에 따라 국내 쓰레기양도 증가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쓰레기가 작년보다 평균 약 20% 가까이 증가하면서 지자체에서는 쓰레기 처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재활용품의 단가 또한 연일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쓰레기 대란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결국 미뤄진 재포장금지법

소비자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쓰레기 증가에 대해 문제점을 인식하고, 일상생활에서 쓰레기를 줄일 방법을 찾고 있다.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제품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더 나아가 기업에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생산할 것을 요구하고, 같은 소비라면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소비를 선택하고 있다. 이에 기업들도 “친환경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언론과 광고를 통해 자사의 제품은 재활용이 용이하고, 자사는 환경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실제로 기업들이 환경친화적인 경영을 하고 있을까?

플라스틱 포장재로 인한 위기의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과대포장과 이미 포장된 제품을 추가로 포장하는 재포장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포장 폐기물로 인한 환경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가정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 중 포장재 폐기물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포장 폐기물은 대부분이 플라스틱으로 구성되어 있어 쉽게 분해되지 않고,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환경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규제가 시급하다. 이에 환경부는 불필요한 포장재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과대포장과 재포장 금지에 관한 제도(이하 재포장금지제도)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유통업체들의 반발과 일부 언론들의 왜곡 보도로 시행되지 못하고 미뤄졌다.

[caption id="attachment_210705" align="aligncenter" width="960"] 환경부가 발표한 재포장금지법 팩트체크 ⓒ뉴스톱 권성진[/caption]

재포장 금지법이란, 기업의 할인 판촉 과정에서 이미 포장된 제품을 과도하고 불필요하게 다시 포장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이다. 예를 들면, 현재 우유 한 개의 가격에 두 개를 제공할 때, 두 개의 우유를 비닐 팩에 또 담아서 판매하고 있는데 결국 별도의 포장재 쓰레기를 발생시키고 있는 셈이다. 재포장 금지법은 우유를 하나 더 가져가도록 안내하거나 고리 또는 띠지로 묶어서 판매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언론들은 “‘재포장금지법’은 묶음 할인을 금지하는 제도”라고 왜곡 보도하며 소비자를 혼란에 빠뜨렸다. 유통업체 또한 재포장금지제도에 대해 “과대포장과 재포장 문제는 제조업체가 먼저 나서야 할 일”이라고 말하며 재포장과 과대포장 문제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재포장 금지제도’에 대한 필요성은 이미 전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는 포장재 폐기물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결국 제2의 쓰레기 대란을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사실 대형 마트에서 포장 폐기물을 줄일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 아일랜드는 151개 매장과 온라인에 판매하는 모든 상품에 대해 재포장 묶음 판매 상품을 하지 않음으로써 불필요하게 사용되는 포장재 양을 줄이고 있다. 편의점에서도 묶음 포장 대신 낱개로 계산할 때 할인가를 적용하거나 추가로 증정하고 있고, 소비자들도 이 방식에 잘 따르고 있으므로 유통업체의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10년간의 협약 깨뜨린 '진로이즈백'

[caption id="attachment_209459" align="aligncenter" width="480"] ⓒ환경운동연합[/caption]

재활용에 나 몰라라 하는 기업은 또 있다. 지난 2009년 소주 제조사들은 환경보호와 비용절감을 위해 소주병 재사용률을 높이고자 환경부와 함께 '소주병 공용화 자발적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에 따라 360ml 초록색 소주병이 공용병, 즉 표준용기로 지정됐고, 국내 주류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하이트진로 ㈜'와 '롯데칠성음료'를 포함하여 총 7개 소주 제조사가 이 협의에 동참하여 공용화병 사용에 합의하였다. 그러나 2019년 4월, 하이트진로가 초록색 소주병이 아닌 비표준 용기에 담은 ‘진로이즈백’을 출시하면서 공병 재사용 활성화 정책을 흔들기 시작했다. ‘진로이즈백’은 출시하자마자 72일 만에 천만 병이 넘게 판매되는 등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엄청난 판매량에 비례하여 비표준 용기는 주류 시장에 점점 쌓여가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공용병을 사용해오던 타 제조사들과의 갈등을 빚게 되었다. 10년 동안 표준용기를 사용해온 만큼 소주 공병 수거 시스템이 표준용기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소주병 재활용 시스템은 도매사가 음식점 등 소매점에서 빈 병을 수거하여 소주 제조업체 공장에 되돌려주는 방식인데, 대부분 공용병이다 보니 음식점이나 도매사에서 제조사 브랜드에 상관없이 한꺼번에 병을 수거하여 제조사에 전달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회수된 비표준 용기는 기계로는 분류가 어려워 일일이 사람이 분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이트진로는 왜 진로이즈백만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으며, 자사의 제품이 불러일으킨 비표준 용기 논란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25일, 주류 업체 10개사는 논쟁 끝에 표준용기(초록색 병)과 비표준용기(투명색 병)을 1:1 맞교환할 수 있다는 원칙에 끝내 합의했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비표준 용기를 사용하는 업체라면 공병 교환 시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부담하고 비표준 용기를 받는 시스템이었으나, 이 협약으로 인해 비표준 용기를 사용하는 업체여도 어떠한 부담 없이 1대1로 바로 병을 교환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환경부도 "기업 간의 협의를 존중한다."라고 말하며 비표준 용기 유통에 대해 어떠한 제재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결국, 이 협의는 10년 간 쌓아왔던 '소주병 공용화 자발적 협약'을 무너뜨리는 협의인 것이다.

 

쓰레기 문제 해결의 주체임을 깨달아야

[caption id="attachment_210706" align="aligncenter" width="480"] 환경운동연합이 진행한 플로킹에서 쓰레기가 가장 많이 발견된 기업 순위 ⓒ환경운동연합[/caption]

소주 공용화 자발적 협약, 유통업체들의 플라스틱 포장재 절감, 비닐봉투 사용 금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환경부와 기업들이 맺은 ‘자발적 협약’에서부터 시작된 정책이라는 것이다. 자발적 협약이란 말 그대로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는 협약이다. 따라서 이 협약을 위반하더라도 어떠한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없다. 환경부는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기업을 규제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기보다는 자발적 협약을 권유하며 쓰레기 문제 해결에 기업 스스로가 앞장설 것을 ‘부탁’하고 있다. 또한, 기업들이 자발적 협약 내용을 위반하더라도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번 비표준 용기 논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발 물러서 “기업 간의 협의를 존중한다.”라는 식이다.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선 기업들과의 자발적 협약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을 생산단계부터 강력하게 규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것이 진정한 환경부의 역할이고,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제품을 생산하는 것 자체가 쓰레기를 만드는 행위다. 또한, 생산 ‧ 폐기 ‧ 재활용 단계에서의 다차원적인 접근을 통해 쓰레기 문제 해결에 주체적으로 나서야 한다. 생산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이 용이한 제품을 생산하고, 플라스틱 사용량을 최대한 줄이고, 불필요한 포장재는 제거하는 등 생산단계에서부터의 감축을 선행해야 한다. 폐기 이후에도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폐기된 자원이 다시 새로운 자원으로 쓰일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환경문제 해결은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시작된다. 쓰레기를 생산하고, 쓰레기를 판매하면서 이익을 남기는 만큼, 쓰레기 문제 해결에 대해 앞장서야 한다.

토, 2020/10/24-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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