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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구를 함께 지켜야 합니다

지역

우리 지구를 함께 지켜야 합니다

admin | 수, 2020/12/23- 03:32
식물을 만지고 있는 하니 실바

식물을 만지고 있는 하니 실바

 

저는 콜롬비아에서 ‘캄페시나(캄페시노)’라고 불리는 소규모 농부, 하니 실바(Jani Silva)입니다. 올해 57세로, 푸투마요 남부 지역의 페를라 아마조니카 농업 보호 구역(Perla Amazónica Farming Reserve Area)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제가 확신하는 것을 따랐고, 저의 신념을 지켜왔습니다. 아마존과 이곳의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최근 저는 우리의 영역과 환경을, 우리의 생활 방식을 지킨다는 이유로 살해 협박을 받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 있는 무장단체들은 우리의 작물과 토지, 지역사회를 통제하려 합니다.

또한 석유 채굴 역시 우리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아마존 생태계를 보호하는, 조심히 다뤄져야 할 생물학적 통로가 파괴되었고, 저희 캄페시노, 캄페시나의 생활 방식도 급격히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온갖 장애물과 난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확신합니다. 이 투쟁이 올바르며 꼭 필요한 일이라고요. 우리 모두는 생명이고, 물 같은 존재들입니다. 아마존을 보호하는 것은 현재와 미래 세대의 삶을 보호하는 것과 같습니다. 인류는 이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콜롬비아의 아마존 풍경

콜롬비아의 아마존 풍경

 
저희 캄페시노는 곧 아마존입니다. 아마존은 우리가 가진 전부입니다. 이곳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곳이자 아이들을 기르는 곳이며 그 아이들의 아이들이 다시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될 곳입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살아가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생명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보호하고, 캄페시노의 문화와 역사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이 지역의 숲과 습지에서 생산되는 산소로 숨을 쉬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막대한 책임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습니다. 이곳이 위협을 받는다면, 지역사회만 위험해지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물과 나무, 생물종들도 멸종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우리 나라에 대해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를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들과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 하나로 이어져 지구의 생명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죠.

지구에 사는 우리 모두는 같은 땅과 자원, 환경을 공유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모두가 토지 활동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가진 것들이 모든 생명에게 매우 중요한 것들임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이대로 파괴되거나 오염되게 둘 수는 없습니다. 이 문제를 위해 세계적인 연대가 필요합니다. 모든 생명을 함께 보호해야 합니다.

가장 큰 장애물은 탐욕과 무관심입니다. 모든 것을 없애버리거나 우리 지역을 팜유, 쌀 농장으로만 가득 채울 생각만 해서는 안 됩니다. 이곳의 토양은 각양각색이라, 단일 재배로만 뒤덮여서는 안 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다양한 작물을 기르고 자연의 다양성을 보존하고 싶습니다.

우리 지역사회의 상황을 개선할 방법에 대해 단 하루라도 고민하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밤 늦게까지 모든 사람들을 위해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이 무엇일지, 우리를 공격하는 기업에 맞설 방법이 무엇일지를 고민합니다. 정부는 우리를 잊어버린 채 우리의 영역을 착취하는 기업들을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자연이 받은 피해는 돈이나 일자리로 고칠 수 없으며, 오직 자연을 존중하는 방법으로만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아마존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하니 실바

아마존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하니 실바

 

저는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압니다. 그 변화를 위해 싸워야 합니다.

 

콜롬비아에서는 돈을 가진 사람, 힘을 가진 사람이 항상 이긴다고들 하지만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적은 숫자에도 불구하고,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석유 기업이 이곳에서 활동하는 것을 3년 동안 연기시키기도 했죠. 그러나 우리 지역사회는 더 이상 깨끗한 식수를 얻지 못합니다. 이제는 비가 내려서 빗물이 모일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강과 하천은 석유 기업에서 버린 폐기물로 오염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이 물로 목욕을 하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만지기만 해도 피부에 물집이 생깁니다. 더 이상 식수를 얻을 곳이 없어졌고, 목마름에 시달리는 가족들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저를 향한 살해 위협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저를 암살해서 침묵시키려는 새로운 계획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제 의지를 짓밟고, 저를 불안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그러나 가장 힘든 것은 이런 위협이 아닙니다. 정말 힘든 것은 제가 사랑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저는 캄페시나로서 제 땅을 사랑하고, 제가 기르는 닭과 저희 집을 사랑합니다. 맨발로 다니는 것도 좋아합니다. 시골 풍경과 강의 모습도 좋아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가족들과 함께 일출을 보는 것이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저를 향한 위협 때문에 이런 것들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위협 때문에 제 농장에서 더 이상 살지 못하게 되었고, 머물고 있는 집에서 최대한 나오지 않으려 합니다.

끊임없는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사는 것은 삶이 아닙니다. 억압 속에서 사는 것은 삶이 아닙니다. 우리는 목소리를 높여 줄 사람이 필요하며, 옹호자들을 지켜줄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그 사이 저는 계속해서 우리 지역과 내 가족, 예쁜 손주 일곱 명의 미래와 그들의 삶을 지킬 것입니다.

 

2020 Write for Rights
하니 실바와 연대해함께 아마존을 지켜주세요.
하니 실바가 보호 받을 수 있도록
콜롬비아 정부에 편지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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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오리팍 간사

오리오리팍 간사가 전하는 앰네스티 사무국 4월 소식


앞당겨진 대선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지금, 앰네스티 사무국도 대선 준비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국제앰네스티가 도출한 한국 사회 8대 인권의제에 대해 후보자 5인에게 질의서를 보냈는데요, 답변을 받기까지의 과정은 참으로 험난했습니다. 사무국 4월 소식은 ‘8대 인권의제’ 답변서를 받기까지, 그 험난했던 이야기로 대신할까 합니다.

캠페인 담당자는 독촉하는 사무국과 언론사, 캠프 사이에 끼어 ‘똥줄이 타고 화병이 나서’ 안 내던 주류세를 내게 될 지경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성실납세하는 애국시민이 된다.)

이제서야 말하는 험난했던 일주일의 속사정은 이랬습니다.

    • 마감을 정확히 지킨 캠프는 한 군데밖에 없었습니다.
    • 마감 시간에 대한 사전 양해를 구한 캠프도 한 군데밖에 없었습니다.

 

답변서 제출 미루다 결국 ‘못 보내겠다’

    • 어떤 캠프는 “2시간 후에”, “이틀만” 등등으로 마감을 차일피일 미루는가 하면요.
    • 미루고 미뤄서 일주일을 기다렸더니 결국은 못 보내겠다는 최종통보가 왔습니다.
    • 마감이 이미 지났는데 본인도 “몇 시간 전에야 전달 받았다”는 담당자도 있었습니다.
    • 다른데에서는 다 받았는데, 그럼 그 캠프만 빼고 언론에 보도될 거라고 했더니, 그제야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부랴부랴 답변서를 보낸 캠프도 있었습니다.

 

‘앰네스티가 독촉해서 파일이 날아갔다’

    • 앰네스티 측에서 질의서 진행을 취소했다고 우기던 한 캠프 관계자님.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해보라고 했더니 결국 캠프내에 ‘착오가 있었다’며 사과를 하긴 했는데 무척 당황스러웠고요.
    • (다른 캠프는) 답변서라고 절반 짜리 깨진 파일을 아무런 설명도 없이 보냈길래 다시 보내달라고 했더니 똑같은 첨부파일을 무려 4번이나 보냈던 담당자님.
    • 전화해봤더니 “작성 중 파일 뒤가 날아갔는데 그쪽(앰네스티)에서 자꾸 독촉해서”라는 핑계를. (마감은 이미 한참 전에 지났습니다만..)
    • 결국은 대답을 준 것도 아니고 안 준 것도 아닌 상태로 준 담당자님. (슈뢰딩거의 입장인가요)
    • 도저히 이대로 실을 수 없어 담당자가 캠프에 전화해서 콜센터 서비스 상담사 마냥 “그럼 다음 질문에 캠프의 답변은?^^ 추진한다~^^ / 추진 안 한다~^^ / 일부추진^^ 중에 답변주세요. ^^”를 해야 했던 일화.
    • 통화를 듣고 있던 팀원들은 그에게 갓- 칭호를 수여했다.
    • 우리는 .docx 및 .pdf 파일로 보냈는데 왜 돌아오는 파일은 hwp인가에 대한 의문을 남기며..

이렇게 마감 날짜 열흘 남짓이 지나서야 5개 캠프에서 보낸 답변서가 정리되었습니다. 울화통 터지는 과정과는 별개로 결과물은 깔끔합니다.

짜잔 @L@..

5명 후보 인권의제에 대한 입장 비교 (feat.굽시니스트)

최대한 간결하고 정확하게 후보자를 비교할 수 있도록 메시지 구현에 많은 고민을 쏟았습니다.

재미있는 일화도 있었습니다.

    • 어떤 캠프에서는 캐릭터를 선거운동에 사용해도 되냐고 문의했습니다. 다른 캠프도 문의하신다면 언제나 열려있는 앰네스티입니다. (정작 기다리던 캠프에서는 연락이 없다. 마음에 안 드시나여.)

이리하여 공개된 대선 후보자 5인, 국제앰네스티의 8대 인권 의제에 답하다! 많은 사람이 차기 대통령을 판단하는 데에 인권을 고려해주시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바로가기: 대선 후보자 5인, 국제앰네스티의 8대 인권 의제에 답하다!

인권을 인권답게!
당당한 인권 대통령!
인권이 이긴다!
인권의 새 희망!
인권이 당당한 세상!

월, 2017/05/0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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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네스티는 지난 7월, 오랜만에 <퀴어토크>와 <퀴어문화축제> 등 대중행사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공교롭게 두 행사를 치른 날 모두 억수같이 비가 쏟아졌는데요, 행여나 사람들이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스태프들의 마음은 침수됐지만, 다행히도 행사는 성황리에 끝이 났습니다. 반가운 얼굴도 많이 만났고요!

이 자리에 아쉽게 함께 하지 못하신 분들은 기사를 통해서라도 꼭 확인해보세요!

퀴어토크 3부 패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손미나, 나비, 봉레오, 지미, 김도훈

퀴어토크 3부 – 「미운 우리 “퀴어” 새끼」

<퀴어토크>  3부 – 「미운 우리 “퀴어” 새끼」 셀프 영상


 

<퀴어문화축제> 이야기 보기 – 허프포스트코리아

올해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부스에서는 하트타투와 스티커, 자선 작가의 일러스트 엽서 그리고 야심 차게 준비한 깃발을 나눠드렸어요. 장대 빗물에 젖어 금세 너덜너덜해졌고, 스태프들의 마음도 추적추적 젖었습니다만, 이후 의외의 곳에서 앰네스티 하트 스티커를 확인하니 만감이 교차하면서도 뿌듯했습니다. //ㅅ//

SBS 『그것이 알고 싶다』작가 노트북에 붙은 여러 스티커 중 우측 상단에 앰네스티 하트 스티커가 떡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페미니즘 교육을 진행하고 계신 한 선생님의 책상에 앰네스티가 나눠드린 일러스트 엽서와 스티커가 붙어있다.

 


 

행사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 자리를 빌려 행사 치를 때마다 스태프들끼리 하는 하소연을 살짝 공개합니다.

해외에서 악명높다는 한국인의 ‘NO SHOW’ 현상은 정녕 NGO 행사도 예외가 아닌가 봅니다. 제한적인 현장 시설과 물품 준비, 행사 진행시간 등의 흐름 때문에 참가자 규모 예측은 행사 진행에 있어 아주 중요한데요, 그런데.. 참가비 없는 행사 신청자의 참석률을 어떤 행사이건 간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50% 내외입니다. 오죽하면 참석률을 높이고자 보증금 형식으로 참가비를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일단 신청하고 보자 하신 분들, 참석이 어려울 때는 꼭 취소 연락을 주세요. 다른 누군가에게 그 기회가 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더불어 무작정 찾아오시기 보다는 사전에 꼭 신청을 해주세요!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라는 마음은 좋지만, 이런 상황 역시 당일 행사 진행에서 저희를 난감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감된 행사일 경우에 거절당한 분들도 많으니까요. 가벼운 메일이나 전화 한 통이면 충분합니다!

그럼 저희는 선선해진 날씨와 함께 더 좋은 행사로 찾아오겠습니다. 또 만나요!

금, 2017/09/0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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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은 애플이고, North Face는 노스페이스, STARWARS는 스타워즈인데
왜 Amnesty International(국제앰네스티)는  국제사면위원회인가?


국제앰네스티는 국내에서 ‘국제앰네스티’로 불리지 못한 채 주요 언론사나 교과서, 그리고 사람들에게 ‘국제사면위원회’로 알려져 있다.

언론에 나온 '국제사면위원회' 캡처 화면

TV 뉴스에 나온 국제앰네스티. 주로 국제 발 뉴스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국제사면위원회’라는 명칭이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각종 백과사전과 교과서, 뉴스 기사에 “국제사면위원회”로 표기되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1972년 3월 28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창립총회. ‘앰네스티 한국위원회’라고 쓰여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설립 초기에는 영문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한국지부, 앰네스티 한국위원회, 한국 앰네스티를 혼용하였으나, 회원들의 결의를 통해 ‘국제사면위원회’라는 명칭을 쓰지 않기로 합의하고, 2006년 한국지부가 사단법인 등록을 할 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라는 국문명칭으로 통합했다.

1978년 12월 23일 동아일보.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날)이 당시 양심수 김대중 석방을 환영한다는 내용이 실렸다.

1998년 2월 5일 한겨레.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이 100여 명의 양심수 명단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달했다는 내용을 싣고 있다.

국제 ‘사면’ ‘위원회’의 문제점

국제앰네스티를 ‘국제사면위원회’로 부르는 것은 의미상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사면’은 정치 권력의 시혜 조치라는 뜻을 담고 있어, 인권운동 단체 이름으로 부르기에 적절하지 않다. 또, 국제앰네스티는 회원으로 구성된 조직이므로 ‘위원회’라는 표현은 조직 성격과도 맞지 않는다.

근래에는 ‘국제사면위원회’보다는 ‘엠(!)네스티’라고 쓰이는 것을 더 자주 보곤 한다. 발음상 [앰-네스티]여서 그런지, 알파벳 M [em]의 국문 표기인 ‘엠’으로 자주 쓰인다. 영국에서는 [암-네스티]로 발음하는데, 이것만큼은 피하고 싶다. 

공식 명칭이 ‘앰’네스티이기 때문에 소셜미디어 공식계정을 홍보하거나, 공문서를 수정할 때 종종 곤란한 경우가 있다.

“카카오톡에서 앰네스티를 검색하시면..”
“아.. 어이 엠 말고요, 아이 앰이요.”
“개미할 때 ㅐ 예요.”
….

엠넷(Mnet)이요?

사실 ‘앰네스티’로 쓰던, ‘엠네스티’로 쓰던 앰네스티라는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이니 반가울 따름이다. “앰네스티요.”라고 하면 “엠넷이요?”라는 반문을 듣는 경우도 많으니까.

나는 얼마나 많이 이름을 알고 있는가! 그러나 그 이름을 내가 잊을 때, 나는 무엇에 의하여 이 많은 것을 기억해야 될까? 모든 것은 그 자신의 이름을 가지지 않으면 아니 된다. 우리에게 있어서 그 이름을 안다는 것은 그것의 태반을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참으로 이름이란 지극히도 신성한 기호다.

– 김진섭 수필, 명명철학 중에서

김치찌개가 생각날 때 찌게인지 찌개인지가 중요한가. 그저 인권이 있어야 할 자리에 엠네스티든 앰네스티든 떠올려 주는 것이 고마운 일인 것을.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을 패러디해 <나의 이름은> 포스터

국제앰네스티..

화, 2017/09/0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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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2] 조혼, 강제결혼

 

상황 1)

  • 피해자 : 대너리스 타르가르옌 (몰락한 왕가 타르가르옌의 마지막 공주)
  • 가해자 : 비세리스 타르가르옌 (몰락한 왕가 타르가르옌의 마지막 왕자)

쫓겨난 왕위 계승자 비세리스 타르가르옌은 도망자 신세라서 아무것도 가진 게 없습니다. 아, 하지만 그는 발상의 전환을 했습니다. 예쁘고 어린 여동생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한거지요. 그는 여동생을 강력한 무장세력(기마민족 도트라키)의 수장(칼 드로고)과 결혼시키는 대신 왕좌를 탈환할 병력을 얻고자 합니다. 여동생 대너리스는 친오빠에 의해 교환가치가 있는 물건 취급을 받은 셈이지요. (대너리스는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만 그녀의 오빠는 무시무시한 폭언으로 답합니다. “난 필요하다면 그자의 4만 명의 병사와 말들이 전부 널 강간한다고 해도 그냥 둘 거야”) 결국 그녀는 팔려가다시피 원치 않는 결혼을 합니다. 그녀의 나이는 고작 13살이었습니다. (원작 소설 기준) 그녀의 초야는 강간과 다름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남편의 큰 사랑을 받고 그녀 역시 점점 마음을 열게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가 원하지 않았던 정략결혼이란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건 자식 농사 뿐입니다.


상황 2)

  • 피해자 : 산사 스타크 (에다드 스타크의 딸)
  • 가해자 : 타이윈 라니스터, 피터 베일리쉬, 램지 볼튼

전형적인 ‘공주병’에 빠져있던 철없는 소녀 산사 스타크의 꿈은 왕자와 결혼하여 왕비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아빠친구가 왕이었기 때문에 그리 비현실적인 꿈도 아니었죠. 자연스럽게 두 집안 간에 약혼 분위기가 형성되고 소녀의 꿈은 곧 이뤄질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아빠친구 아들(조프리 바라테온)이 정작 왕이 되자마자 한 일은 아빠(에다드 스타크)를 사형시키는 것이었죠. 그녀는 하마터면 아버지를 죽인 남자와 결혼할 뻔 했습니다. 그의 잔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어서, 참수되어 걸려있는 아버지의 목을 그녀로 하여금 강제로 쳐다보게 할 정도로 끔찍한 심성의 소유자입니다. 그런 남자를 남편으로 받아들이고 평생을 살아야한다니 끔찍하죠.

가해자 : 타이렐 라니스터 “그 아이의 행복은 중요하지 않아.”

가해자 : 피터 베일리쉬

여차저차하여 결국 아버지의 원수와 결혼하는 것은 피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그녀에게 스스로 배우자를 고를 권리 따위는 전혀 없습니다. 그녀는 볼모로 잡혀있는 신세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용당할 뿐입니다. 결국, 그녀의 남편이 된 사람은 원래 약혼했던 조프리의 삼촌인 티리온 라니스터였습니다. 나이, 외모, 가족관계 등 여러모로 보았을 때 산사가 원하던 남편감과는 심각한 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원치 않는 결혼이었을지언정 티리온 라니스터는 여성의 주체적인 의사를 존중할 줄 아는 신사였습니다. 그는 강제결혼을 당한 산사와 동침할 의사가 전혀 없었지요.

 

산사의 세번째 강제결혼 상대는 <왕좌의 게임> 세계의 최악의 악당인 램지 볼튼이었습니다. 그는 오빠와 엄마를 죽인 자의 아들입니다. 게다가 고문과 살인을 일삼는 사람이었죠.

결국 대너리스가 그랬던 것처럼, 산사의 첫날밤도 강간이었고 그녀의 결혼생활은 지옥 그 자체였습니다.

아빠를 죽인 남자와 결혼할 뻔 했다가, 그 남자의 삼촌과 결혼했고, 그 다음 오빠와 엄마를 죽인 자의 아들과 결혼하게 되었죠. 산사의 여성성은 철저히 이용당했으며,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 결혼으로 고통받았습니다. 산사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겠죠.

근거
성과 재생산 권리(Sexual and Reproductive Rights)

  • 자신의 몸에 대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
  • 자신의 몸과 건강에 대한 정보와 교육, 서비스를 요청하고 받을 권리
  • 임신 여부와 임신의 시기를 선택할 권리
  • 결혼 여부와 결혼 시기, 파트너를 선택할 권리
  • 성폭행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세계인권선언 제 16조
1. 성년 남녀는 인종, 국적 또는 종교에 의한 어떤 제한도 받지 않고 혼인하며 가정을 만들 권리를 가진다. 그들은 혼인기간 중 또는 그것을 해소할 시에 혼인에 관하여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
2. 혼인은 그 의사를 가진 양 당사자의 자유롭고 완전한 합의에 의해서만 성립된다.

문제점
나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릴 사람, 나와 잠자리를 가질 사람은 당연히 나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누구도 이것을 강요, 강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여성의 신체와 성은 너무나도 쉽게 도구화되고 물질로 취급 받아 왔지요.

현실에서는
부르키나파소의 여성의 절반 이상이 17세 이전에 결혼합니다. 이는 대부분 가족의 협박과 폭력에 의한 강제결혼입니다. 13세의 소녀가 이미 5명의 아내가 있는 70세 노인과 결혼해야했던 사례도 있습니다.
관습적인 조혼이 성행하고 있는 네팔에는 많은 여성들이 ‘자궁탈출증’을 앓고 있습니다. 이 여성들은 평균적으로 15세에 결혼을 하는데, 신체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상태로 결혼하여 동의 없는 성관계를 강요받은 결과로 자궁탈출증을 앓게 되었습니다. 자궁탈출증은 임신과 출산을 거치면 더욱 악화되는데 네팔의 자궁탈출증 환자들은 남편과 시댁의 강요로 피임조차 자유롭게 할 수 없습니다.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등 일부 북아프리카 국가들 중에는 강간 가해자가 피해자와 결혼을 할 경우 처벌을 피하는 어처구니 없는 법이 있습니다. 모로코의 16세 소녀 아미나 피라일리는 자신을 강간한 남자와 강제로 결혼하게 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여론이 들끓자 모로코 의회는 개정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여전히 여성의 젠더에 대한 폭력적인 법 조항들이 철폐되지 않고 있습니다. 모로코의 형법은 성경험이 있는 여성을 강간하는 것을 경험이 없는 여성을 강간하는 것보다 ‘가벼운 죄’로 취급합니다.

또 있습니다. 극단주의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다에시(IS)’는 납치한 여성과 어린이를 전투원에게 전리품처럼 나눠주어 아내로 삼거나 노예로 만드는 전쟁범죄를 저지르며 시간을 중세로 거꾸로 돌려놓았습니다.

특히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고령화는 노동력과 생산력 감소로 이어지며 경제에 치명타를 주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가 출산율 높이기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홍보와 선전, 정책들은 살짝 삐끗하는 순간 여성의 성을 ‘국가 노동력을 생산하는 출산 도구’로 전락시킬 수 있습니다. 임신과 출산은 온전히 여성 개인들의 뜻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는데, 국가의 필요에 의한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며 ‘애를 낳으라’고 종용받는 것은 부당한 일이지요. 아이를 낳지 않든, 몇을 낳든, 그것은 오롯이 여성의 권리입니다. 그러니까 참견하지 마세요! 대신 키워줄 것도 아니면서.

국제앰네스티는..

나의 몸, 나의 권리! 국제앰네스티는 국가가 개인의 성과 재생산을 통제하기 위해 형사법을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등의 개인의 의사결정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해 My Body My Rights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금, 2017/10/2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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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망자로 인해 생긴 무덤들

코로나19 사망자로 인해 생긴 무덤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이 브라질을 강타했다. 6월 1일KST 기준으로 확진자는 50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 역시 2만 9천여 명에 이른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확진자를 보유하게 되었으며 상승폭도 가파른 상황이다. 이 가운데, 브라질 내에서 소외되어온 사람들이 코로나19에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상파울루 시당국 자료에 따르면 흑인은 백인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위험이 62% 높다. 보건부 자료에서도 이미 유색인종의 치사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망자 3명 중 1명은 유색인이었다. 또한, 빈민가에서의 사망자도 늘고 있다. 교도소 내 감염 증가의 위험도 존재하고, 선주민 사이의 감염이나 아프리카계의 감염 및 사망 역시 증가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집단들의 요구 사항을 충족할 만한 정부 정책은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노숙자를 위한 포괄적 정책은 마련되지 않았고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긴급 지원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이런 현실 때문에 감염 위험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주레마 워넥Jurema Werneck 국제앰네스티 브라질 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지금까지 정부가 취한 조치로는 부족하다. 소외된 사람들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파악하고 인정해야 한다. 이들 중 많은 수가 코로나19, 그에 대한 현재의 대처로 부정적인 상황에 놓일 위험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사람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 그를 통해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조치, 모든 사람의 생명권과 건강권이 보장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는 빈민가 거주민, 여성과 소녀, 선주민, LGBTI, 아프리카계 사람들, 노숙자, 부적절한 주거지에 사는 사람, 자유를 박탈당한 사람, 쉼터와 같은 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인, 비공식 부문 노동자 및 자영업자 등이 포함된다.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대통령과 부통령, 각 부처 장관과 주 정부, 시장에게 촉구한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시급히 조치를 취하라. 브라질은 현재 팬데믹의 가장 중요한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정부는 모든 사람의 권리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온라인액션
브라질 정부는 모두를 위한 코로나19 대책을 수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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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는 코로나19 고위험군이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자신의 인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브라질 정부가 취해야 할 조치들을 제시하였다. 여기에는

  1. 모든 사람들의 건강권, 생명권을 보장할 것
  2. 선주민들이 코로나19와 관련하여 동일한 의료 서비스, 보호 조치를 받을 수 있게 보장할 것
  3. 여성, 아동, 노인 등 가정 폭력의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에게 신고를 할 수 있는 창구를 잘 전달하고 이들을 위한 지원 및 복지 서비스를 시급히 제공할 것
  4. 격리 등의 상황에서 수도, 위생, 전기, 식량, 의료 서비스 등 모든 필수 서비스를 적절히 제공할 것
  5. 노인, 빈민가 주민, 노숙자 또는 부적절한 거주지에 사는 사람 등 모든 사람들이 필요한 경우 스스로를 격리할 수 있는 적절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
  6. 자유를 박탈당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에 나서고, 교도소의 인구 과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급히 노력할 것
  7. 당국은 투명성을 유지하며 의료 서비스 및 치료와 관련된 정보, 그 외 모든 과학적 정보에 어떠한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
  8. 더 큰 위험에 직면해 있는 소외된 사람들이 코로나19 해결책을 구축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모두의 사회적 참여를 보장할 것
  9. 취약 계층이 보건 의료 서비스에 충분히 접근할 수 있고 사회적 복지 및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

주레마 워넥 이사장은 “사회적으로 가장 소외된 집단도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들도 이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고, 코로나19 위기 기간 동안 자신들의 권리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그 요구를 이해하고, 역사적으로 계속된 불평등을 바로잡아야 한다. 또한 모든 사람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 2020/06/0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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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스 탈Hadas Tal*, 이스라엘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하다스 탈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에서 저지르고 있는 인권침해행위에 반대하며 2017년 8월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8월 7일 처음 체포된 이후, 지난 10월 16일부터 세 번째 징역형이 시작되었다. 아래는 지난 8월 3일 하다스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병역을 거부하는 성명을 번역한 것이다.


저는 열여덟 살, 하다스 탈Hadas Tal이라고 합니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저는 입대 예정일인 8월 7일, 입대를 거부할 생각입니다. 그로 인해 아마도 감옥에 갇혀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겠죠.

저는 10학년이 될 때까지 점령지역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9학년 때 직접 그렸던 지도를 최근 발견했는데, 점령지역은 텅 빈 공간으로만 남겨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10학년이 되면서 정치의식을 키우기 시작했고, ‘로컬 토크Local Talk‘의 게시물과 ‘브레이킹 더 사일런스*Breaking the Silence‘의 증언들, 소셜 네트워크상의 관련 게시물을 접하면서 지금까지 몰랐던 점령지역의 현실을 알게 됐습니다. 군의 통제를 받는 무력한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특히 충격적이었던 것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언어를 쓰는 군인들이 한밤중에 집에 들이닥치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11학년이 되면서 저는 이미 병역을 거부하겠다는 결심을 굳혔습니다.
*이스라엘 퇴역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점령지역 근무 당시를 증언하고 인식을 높이고자 활동하는 이스라엘 비정부단체

이스라엘 국민이 아닌, 소수 집단의 이익만 옹호하는 체제는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 체제하에서 군은 가장 강력하고 파괴적이며 폭력적인 조직으로 군림하며, 점령체제 유지를 최우선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제가 병역을 거부한 것은 군입대가 50년 넘게 이스라엘 군이 점령 정책을 시행하는 동안 그 모든 일을 모른 체하며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반복하는 것에 동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점령 정책으로 수백만 명은 기본권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지만 이스라엘 국민들은 이들의 존재조차 모릅니다. 이 수백만 명은 자기가 사는 지역의 정부를 직접 선출할 수도 없습니다. 이 체제 아래서는 모든 해결책은 폭력이 됩니다. 그저 무력을 이용해 공격하고, 우월을 과시하며 지배하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란 대체 어떤 사회입니까?

제가 군에 입대하기를 거부한 것은 이 문제가 아주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그저 점령지역이나 이스라엘에 국한된 일이 아니며, 오직 부유한 자와 정부를 위해서만 운영되는 자본주의라는 세계적인 문제입니다. 실제로 이는 제3 세계와 소외집단을 착취하고, 천연자원을 파괴하고, 전쟁과 갈등을 부추기며 우리를 파괴로 내몰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 예로, 이스라엘은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남수단 등 지금까지 존재했던 수많은 독재자와 압제자에게 군사 지원을 제공해 왔습니다. 이는 이념과 당파를 초월하는 문제입니다.

제가 병역을 거부한다고 해서 점령이 중단되거나 자본주의가 붕괴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거부하는 이유는, 이러한 점령과 체제가 아무런 저항 없이 유지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전까지의 병역 거부자들은 그들이 맞서 싸웠던 점령 제도를 무너뜨리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행동으로 큰 의의를 남겼습니다. 관련 인식을 높였고, 논의에 불을 붙였습니다. 그들은 ‘아니오’라고 말할 줄 알았고, 그저 원래 그랬기 때문에, 또는 그게 더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체제에 순응하는 것은 거부했습니다.

저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다”는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이는 국민과 거주민이 아닌 국가를 향한 맹목적인 충성과 무비판적인 현실 수용이 문제의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정부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군에 입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며, 당연한 일이 되어서도 안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왜 이스라엘 사회와 인류사회, 자연에까지 피해를 주는 조직에 합류하고 복무해야 합니까?

세계 각국의 지도자와 의사결정자들은 국민의 복지와 미래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속이고, 빼앗고, 착취하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사회를 위해 책임을 다하는 방법은 뿌리까지 썩어버린 제도에 협조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비판하고 반대하는 것입니다. 폭력과 혐오의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입니다.

※ 원본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목, 2017/11/0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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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함께한지 10년이 훌쩍 넘어 “이젠 몇 년째 후원하고 있는지 세지도 않는다”는 김모 회원의 페이스북에서 발췌해 편집했습니다. 이 글은 본래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김 회원이 기고한 글에서 일부를 자기복제한 글이며, 이 글 형식은 로빈 윌리엄스가 쓴 <내가 성공회 신자가 된 10가지 이유>의 패러디이기도 함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내가 앰네스티 회원이 된 10가지 이유


 10  이념을 취급하지 않는다. 

미국의 공익제보자 에드워드 스노든. 누군가는 그를 '반역자', 누군가는 '영웅'이라고 부른다. 국제앰네스티는 공익제보를 이유로 위험에 처한 스노든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미국의 공익제보자 에드워드 스노든. 누군가는 그를 ‘반역자’, 누군가는 ‘영웅’이라고 부른다. 국제앰네스티는 공익제보를 이유로 위험에 처한 스노든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1960년대, 국제앰네스티의 초창기는 미국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양 진영간 갈등이 극에 달한 냉전의 시대였기에 오로지 세계인권선언문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동시에 불편부당성에 대한 공격을 받지 않기 위해 신경을 썼다. 미국과 소련 양쪽 모두에서 앰네스티를 비난했다. 미국은 “앰네스티는 KGB 말만 듣는 빨갱이 단체다” 라고, 소련은 “앰네스티는 가면을 쓴 CIA다“와 같은 수사를 쏟아냈다. 양쪽에서 고르게 욕을 먹었다는 것은 그만큼 국제앰네스티가 특정한 정치체제와 진영에 상관없이 오로지 인권을 기준으로 활동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블로그] 「”앰네스티는 불공정” 인권침해를 인정하지 않는 5가지 방법」 중에서)


 09  이 넓은 세상에 인간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다. 

 


 08  인간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활동가가 될 수 있다. 

 

인권옹호 활동은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온라인액션에 참여하는 것부터 성소수자 권리를 위해서 몸에 타투를 붙이는 것, 피켓을 들고 행진에 참여하는 것, 국제앰네스티와 같은 인권단체에 후원하는 것 등 다양하고 넓은 범위의 많은 활동으로 실천할 수 있다.


 07  활동을 위해 무엇을 할까 머리를 굴려야 할 필요가 없다. 

Rohingya fleeing ethnic cleansing in Myanmar's northern Rakhine State arrive on a beach on Cox's Bazar, Bangladesh

미얀마의 인종청소로 방글라데시의 Cox’s Bazar해변으로 대피하고 있는 로힝야족

그냥 하게 된다.


 06  탄원편지를 쓰면서 자연스럽게 전 세계 각국에 이메일과 편지를 보낼 수 있다. 


 05  시기에 맞물려 활동하는 인권 사례가 있다. 

강남역 10번출구 추모 메시지 ⓒ비더슈탄트

강남역 10번출구 추모 메시지 ⓒ비더슈탄트

차갑던 바람에 온기가 스며들 때쯤 3.8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고,  4.16 세월호를 기억하다보면, 5.15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 5.16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5.17 IDAHOT, 5.18 민주화운동을 지나 이렇게 더울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때쯤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사형제도를 반대하다 보면 어느새 겨울이 되어 12.10 세계 인권선언일이 된다.


 04  전 세계의 인권소식을 접할 수 있다. 

도나텔라 국제앰네스티
위기대응 선임 조사관. 국제앰네스티는 전 세계 곳곳의 인권침해 상황을 직접 조사한다.


 03  다양한 활동 방식이 있다. 뭘 할지 정하면 된다. 

2016년 2월 24일, 억압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옹호하기 위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유령집회를 개최했다.

2016년 2월 24일, 억압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옹호하기 위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유령집회를 개최했다.


 02  활동을 하기 위해 투사가 될 필요가 없다.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가 사형제도폐지 팻말을 들고있다.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가 사형제도폐지 팻말을 들고있다.

물론 투사도 중요하지만, 인권에 대한 관심만으로도 누구나 활동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첫 번째 이유
 01  이 단체의 목적은 단체 해산에 있다. 더는 인권 옹호를 위한 활동이 없는 세상을 바란다. 

피터 베넨슨, 영국의 변호사로 1961년 포르투칼의 두 청년이 자유를 위해 건배를 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기사를 보고 “Amnesty” 운동을 제안했다.

 


마지막 양심수가 풀려나고, 마지막 고문실이 폐쇄되고, 세계인권선언이 모두에게 실현되었을 때, 우리의 일도 끝나는 것입니다.

피터 베넨슨, 국제앰네스티 창립자


 

"FIGHTING BAD GUYS SINCE 1961" 트럼프 혐오 발언에 맞선 세계여성대행진을 마친 한 참가자가 백악관 앞에 서있다.

“FIGHTING BAD GUYS SINCE 1961” 트럼프 혐오 발언에 맞선 세계여성대행진을 마친 한 참가자가 백악관 앞에 서있다.

목, 2017/11/1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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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는 정치적으로 개방되었다고 알려져 있음에도, 표현, 집회, 결사의 자유에 대한 억압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가 쿠바 활동을 시작한 지 50주년을 맞아, 쿠바사람들이 겪고 있는 인권문제를 만화로 엮었습니다.

 

1화 그라시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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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시엘라, 2017년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생긴 일

요즘 쿠바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요? 그라시엘라는 역도 챔피언이다. 경기가 끝난 후, 그라시엘라는 국영방송사와 인터뷰를 나눴다. 그라시엘라는 훈련할 때 정부 지원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그 인터뷰는 방송되지 않았다. 그 후 그라시엘라는 반 혁명세력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라시엘라는 더 이상 역도를 하는 것이 금지되었고 국가대표선수에서 영구제명 되었다. 그라시엘라는 20일 만에 새로운 직업을 구해야 했다. 이후에도 무직인 경우, ‘위험인물’로 고발당할 수 있고, 범죄자 또는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용의자로 취급받을 수 있다. 반역자 신분으로는 일을 구하기 어려웠고 기회도 별로 없었다. 유일한 일자리는 들판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일은 따분했다. 그라시엘라는 걱정이 되었다. 이 일로 버는 돈으로는 가족들을 부양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라시엘라는 다른 결정을 해야 했다. 결국 그라시엘라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 쿠바를 떠났다.


그라시엘라의 이야기는 국가대표이자 챔피언였던 호르헤 루이스Jorge Luis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합니다. 호르헤 루이스는 국영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부족했으나 가족들의 응원과 노력으로 이를 극복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인터뷰는 방송되지 않았고, 선수 생활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호르헤 루이스는 국가대표에서 제명된 후, 20일 만에 새로운 일을 구해야 했습니다.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위험인물’로 고발당할 수 있습니다. 일을 구하러 가는 곳마다 호르헤를 ‘반역자’로 취급했고,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호르헤는 쿠바를 떠나야만 했습니다.
수, 2017/11/2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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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놀드 팡(Arnold Fang)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

동아시아의 인기 휴양지인 아름다운 섬 제주도에 가을이 찾아왔다. 갓 수확된 제주 특산물 감귤이 시장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시기와 맞물려, 올해 초 제주도에 들어왔던 예멘인 수백 명에 대한 난민 지위 신청 결과 역시 나오고 있다.

예멘인 550명이 올해 모국인 예멘의 처참한 내전을 피해 제주도에 도착했다. 본래 관광객 유치가 목적이었던 제주의 무비자 입국 제도를 이용해 들어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저 안전한 피난처를 찾으러 온 이들은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가 예상보다 훨씬 힘겨운 일임을 체감하고 있다.

부정적인 여론

제주도 사회는 넘쳐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 익숙해져 있고, 이미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 온 난민 신청자들도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수백 명의 예멘인이 들어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국에 온 예멘인들의 강렬한 사연은 호기심 많은 한국 언론의 취재 의욕을 자극했다.

알부카티(Albukhati) 역시 그런 사연을 지닌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가족들의 압박으로 강제 결혼에 내몰려야 했던 예멘 여성들이 유럽과 미국에 정착하도록 지원하는 단체를 공동 설립했다. 가족들의 주선으로 이루어지는 결혼은 예멘에서 매우 수익성이 좋은 사업으로, 특히 중개인들이 이 사업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 이러한 활동으로 권력자들에게도 밉보이게 된 알부카티는 결국 예멘 밖으로 망명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알부카티는 말레이시아에서 3년을 보낸 후 2018년 5월 제주도에 들어왔다.

알부카티와 마찬가지로 많은 예멘인이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한국인들의 난민에 대한 공포를 더욱 부추기는 데만 이용됐다.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인들 중에는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도 있고, 내전이 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좋은 직업군에 종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이전까지 난민과 접한 경험이 거의 없는 일부 한국인들은 이들의 고통을 선뜻 이해하지 못하고 “가짜” 난민이라고 간주하기도 한다.

“난민을 환영하지 않는 것에 대해 한국인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그들은 예멘인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지 않은가. 우리는 생김새도, 종교도 다르다. 중국인들과는 달리 아주 머나먼 나라에서 온 사람들 아닌가.” 알부카티가 말했다.

언론의 왜곡 보도로 한국에서는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고, 이는 예멘인들의 난민 지위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정부 청원에 70만 명이 서명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는 동안 일부는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며 외국인 혐오 정서를 표출하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예멘을 떠나야 했던 알부카티는 2018년 5월 제주도에 들어왔다.

섬에 갇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대중의 요구에 응답했다. 지난 6월, 정부는 제주도 무비자 입국 가능 국가에서 예멘을 제외하고, 제주도에 난민 지위를 신청한 사람들이 한국 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도 금지했다. 이는 유엔난민협약을 위반하는 조치였다.

가명을 요구한 캄란은 “예멘인은 제주도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결정에 깜짝 놀랐다. 이곳의 물가는 상당히 비싸다. 관광지이기 때문에 일자리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제주 현지인들이 모두 난민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아니지만, 예멘인들은 제주에 갇혀 있다는 사실로 인해 더욱 눈에 띄는 집단이 됐다. 사실 제주 현지인들의 태도는 오히려 적대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예멘 난민 신청자 다수가 소지금이 전혀 없는 상태로 노숙을 시작하자, 지역의 시민사회와 종교단체, 외국인 강사들이 모여 제주 난민 인권을 위한 연합을 결성하고 난민들에게 식량과 보금자리, 한국어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예멘인들이 재정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기가 나날이 어려워지면서, 한국 정부는 법적 예외조항을 마련해 난민 신청자가 6개월간 체류하지 않아도 구직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이들은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게 됐지만, 이는 어업 계열과 같이 한국인들이 꺼리는 일자리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예멘 북부에서 산간 지역에 거주하며 농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인 만큼, 예멘인들에게 어업은 생경한 개념이었다. 캄란은 “다들 고기 잡는 법을 모른다. 어업에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다.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일이 맞지 않기 때문에 오랫동안 일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인기 있는 관광 명소다

인정받지 못한 난민 지위

올해 난민 지위를 신청한 예멘인 481명 중 362명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 80명은 아직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한편, 30명 이상은 난민 신청이 거절됐다.

“인도적 체류” 허가가 있으면 예멘인들은 제주 이외에도 한국 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지만, 여전히 이들은 한국 정부로부터 난민으로 인정받은 것은 아니며, 한국이 당사국인 1951년 난민협약에 명시된 난민으로서의 권리를 인정받은 것도 아니다.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예멘인들은 여러 가지 새로운 문제를 겪게 된다.
먼저, “인도적 체류” 허가만으로는 가족을 한국에 데려올 수 없다. 제주도에 있는 예멘 난민 중 대다수가 남성인데, 결국 이들의 아내와 아이들은 예멘에 남아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남편, 아버지와 만나지 못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 허가만으로는 고등교육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학위과정을 마치지 못한 예멘인들은 앞으로도 학위를 획득할 수 없게 된다. 한국에서는 물론 앞으로 예멘에 돌아가서도 장래 직업 전망에 큰 걸림돌이 되는 문제다.
마지막으로, “인도적 체류” 허가는 예멘 내전이 끝날 때까지 매년 갱신해야 한다. 전쟁이 끝나면 체류 허가를 갱신할 수 없으며, 예멘인들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언제 한국을 떠나야 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예멘인 수백 명은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

캄란은 “지금 예멘에 안전한 지역은 없다. 전쟁이 끝난다고 해서, 돌아가도 안전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전쟁이 끝나도 여전히 살인과 암살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역사를 통해 얻는 교훈

예멘인들에게 제주도는 자유와 희망의 섬이었다. 한국 사회의 일부 집단은 여전히 편견을 갖고 있지만, 제주도 주민은 대부분 예멘인들을 친구로 받아들였다.

“어떤 한국인들은 우리를 반대하는 청원에 서명했지만, 그때는 우리에 대해 잘 몰라서 그랬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와 직접 만나고 소통하면서, 한국인들은 우리가 본인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아주 다르다는 걸 깨닫고 있다. 우리를 끌어안고 청원에 서명한 것을 사과하는 사람도 있다.” 알부카티는 이렇게 말했다.
한반도 역시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빼앗기고 가족들이 헤어져야 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한국인이 세계 곳곳으로 피난을 떠났다. 캄란은 “제주도의 노년 세대가 젊은 세대보다 우리의 상황을 훨씬 잘 이해해주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지역사회와의 잦은 소통과 더 큰 이해가 예멘인들이 한국 사회에 통합될 수 있는 열쇠라고 믿는다.

역사는 되풀이되는 경우가 많다. 아직도 무장 분쟁은 여전히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지만, 한국을 비롯한 세계인들은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고, 가장 도움이 절실한 시기에 자국민이 받았던 보호와 지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월, 2018/11/1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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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는 여덟 명의 여성에게 2018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이야기하고 싶은 여성 인물에 대해 글을 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조혜영님은 영화감독 故 박남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첫 번째 여성감독 박남옥과 오늘의 박남옥들

박남옥 감독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국영화사에서 크레딧에 감독으로 이름을 올린 첫 번째 여성이다. 1997년 박남옥 감독의 데뷔작이자 유일한 영화 <미망인>(1955)의 필름 프린트가 발굴되었고 제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상영되면서 소문으로만 듣던 영화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영화는 왜 여성들이 여성의 이야기를 만들고 보여줘야 하는지를 오롯이 증명했다.

1955년에 제작된 <미망인>은 전후에 제작된 한국영화의 유행을 일정 정도 따르고 있었다. 전후의 전통적인 젠더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난 새로운 여성, 즉 아프레걸의 표상이다. 그러나 박남옥의 주인공 ‘신’은 남성감독들이 수없이 그려낸 아프레걸, 즉 <자유부인>이나 <지옥화>에 나오는 여성인물들과는 다르다. 남성감독들의 눈에 아프레걸은 외래문화에 취해 허영에 차있거나 치명적일 정도로 매혹적이어서 남성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팜므 파탈이었다. 이 여성들은 이전의 여성들과는 달리 자신의 욕망과 주장을 뚜렷하게 표명하지만, 남성들의 프레임 속에서 그녀들은 헛되고 비도덕적인 행위를 일삼는 존재로 그려지며 처단 받거나 순치되었다. 그러나 박남옥은 전쟁 과부인 ‘신’이 왜 남편친구인 이사장을 찾아갈 수밖에 없는지, 왜 사랑하는 딸을 자신이 키울 수 없고 모성과 사랑 사이에서 양자택일 하도록 강요되는지, 그리고 여성들 간의 연대는 왜 필요한지 등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여성의 모성, 성적 욕망, 경제적 조건이 어떻게 그녀의 삶을 교차하고 관통하는지,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한정된 조건에서 주체적이고 전략적인 방식으로 어떤 선택과 결단을 하고 그 와중에도 자신의 욕망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지 보여준다(영화는 “이웃에 이러한 미망인이 있었다. 수렁에 빠졌을 때라도 그는 해바라기였다”라는 자막으로 시작한다). 이 영화에는 중산층 여성, 과부가 된 빈곤한 여성, 자원이 많지 않은 비혼 여성이 등장해 그들의 성별과 경제적 자원이 그들의 욕망에 어떤 한계를 지우는지를 보여준다. 왜 ‘신’은 경제적 독립과 모성, 사랑을 모두 얻을 수 없는 걸까? 그것은 정말 ‘신’의 문제인가? 하층민 남성은 어떻게 해서 다양한 계급과 조건의 세 여성 모두를 이용하고 속이는가를 이 영화는 흥미롭게 풀어놓는다. 어떤 면에선 <미망인>은 팜므 파탈보다는 옴므 파탈의 영화라고 볼 수도 있다. 여성은 동일한 소재를 갖고도 전혀 다른 관점의, 그리고 더 복잡하고 독창적인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이를 업고 촬영중인 박남옥 감독

열정적인 시네필이고, 투포환 선수였고, 기자이자, 친언니와 함께 자매 프로덕션을 설립한 제작자이기도 했던 박남옥 감독은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현장에서 아이를 업고 스탭들에게 직접 밥을 해먹어가며 <미망인>을 완성했다. 그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고자 하는 절실한 욕구에서 수많은 한계와 도전을 넘어 나온 결과물이었다. 박남옥 감독은 두 번째 영화를 향한 꿈을 늘 버리지 않고 있다고 인터뷰 때마다 밝혔지만 2017년 94세로 세상을 뜨면서 그 꿈을 실현할 수 없었다. 그러나 박남옥의 꿈은 여전히 지금 현재 우리에게 유효하다. 그녀의 꿈은 슬프게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1950~1980년대까지 상업장편 영화를 만들었던 여성 감독은 10년마다 거의 1명씩이다. 1950년대의 박남옥, 1960년대의 홍은원(<여판사>)과 최은희(<민며느리>), 1970년대의 황혜미(<첫경험>, <관계>), 1980년대의 이미례(<수렁에서 건진 내딸>, <영심이>). 게다가 데뷔 10년, 20년 뒤에도 지속적으로 경력을 이어갔던 감독은 전무하다. 1990년대 임순례, 이정향, 변영주, 정재은 감독을 필두로 많은 재능 있는 여성감독들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영화진흥위원위 통계에 따르면 총제작비 10억 원 이상어거나 최대 스크린수 100개 이상 기준을 충족하는 한국상업영화에서 여성 감독이 연출한 영화의 편수는 2012~7년에 4~8편에 머무르고 있다,

<미망인>의 마지막 10분은 안타깝게도 사운드가 손상되어 대사를 들을 수 없으며, 마지막 장면은 프린트가 완전히 소실되어 갑작스럽게 끝난다. 사운드가 소실된 이 장면에서 주인공 ‘신’은 자신의 욕망을 따라 딸을 버리고 사랑하는 사람 ‘택’을 택했지만 그가 자신을 떠났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리고 괴로워한다. 한편 ‘택’은 경제적으로 자신을 지원한 유부녀 애인 이사장의 부인, 새롭게 관계를 맺은 과부 ‘신’, 다시 만난 첫사랑 ‘진’ 사이에서 갈등한다. 경제적 독립을 하고자 하는 ‘진’은 이사장의 도움으로 차린 ‘신’의 양장점에 직원으로 들어간다. ‘신’과 ‘진’은 ‘택’이 삼다리를 걸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함께 술을 먹으며 서로의 고충을 털어놓는다. 그 술자리에서 어떤 대화가 오고가는지는 사운드가 소실되어 알 수 없다. 두 여성간의 대화 장면은 깊은 고뇌에 빠진 척하며 홀로 휘청휘청 거리를 걷는 ‘택’과 교차편집된다. <미망인>에서 대화 장면의 연출을 무엇보다 환상적이다. <미망인>의 대화 장면들은 관계의 복잡한 구조와 긴장을 능수능란한 리듬의 연출로 보여준다. 이 소리 없는 그러나 여성들 간의 위로와 연대가 엿보이는 ‘신’과 ‘진’의 대화 장면은 그러한 빛나는 장면들 중에서 가장 돋보인다. 다른 여성영화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없고, 홀로 그 길을 개척해야 했던 박남옥 감독은 분명 외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하는 오늘날의 여성들에게는 이제 서로가 있다. 오늘의 박남옥들은 박남옥 감독이 남겨놓은 그 묵음의 대화 장면을 수많 가지 다양한 목소리들로 채우며 강력하고 다채로운 해일을 만들어 낼 것이다.

  ★ 박남옥 감독의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는 소중한 서적과 영화들
– 박남옥 감독의 자서전: <박남옥, 한국 첫 여성 영화감독>(마음산책, 2017)
– 박남옥 감독을 비롯한 한국여성영화인들의 목소리를 담은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생존: 여성영화인이 말하는 영화>(임순례, 2001)
– 박남옥 감독의 작품 <미망인>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링크

글. 조혜영
그림. 구자선

목, 2018/03/0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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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는 여덟 명의 여성에게 2018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이야기하고 싶은 여성 인물에 대해 글을 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문화평론가 손희정님은 ‘꽃할머니’ 심달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 목소리가 들려오기까지: 꽃할머니 심달연과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

#MeToo 운동으로 한국 사회가 뜨겁다. 피해 사실에 대한 고발은 고통의 기록이지만,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혁명의 시간을 만들어내는 현장을 목격하는 흥분 역시 공존한다. 바로 지금, 바로 여기, 그리고 바로 우리야말로 변화의 주체임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중요한 시기에 상징적이게도 3.8 여성의 날이 법정 기념일로 지정되었다. 이를 축하하며 오늘이 있기까지 우리의 역사를 쌓아온 선인들의 삶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리하여 오늘 기억하고 싶은 인물은 ‘꽃할머니 심달연’이다. 이전에도 꽃으로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꽃할머니’라고 불리는 심달연의 존재를 몰랐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의 삶에 대해 구체적으로, 그리고 오랜 시간 생각하게 되었던 것은 권효 감독의 다큐멘터리 <그리고 싶은 것>(2012)을 보고 나서였다.

다큐멘터리는 2007년 한국, 중국, 일본의 작가들이 ‘평화’를 주제로 그림책으로 완성해 각 나라에서 동시 출판하기로 했던 ‘평화 그림책 프로젝트’를 따라간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그림책 작가 권윤덕은 위안부 피해 여성 심달연의 증언을 그림책에 담기로 한다. 권윤덕은 의미 있는 작품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지만, 작업은 생각처럼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책 작업을 방해한 것은 여러 가지였다. 무엇보다 13살에 일본군에 의해 강제 연행된 꽃할머니의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작가는 기억 속에서 지워버렸던 자신의 성폭행 피해 경험과 대면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묻어놓은 상처를 꺼내어 고스란히 대면하는 과정이었다. 결국 권윤덕은 위안부 문제를 식민지 약탈의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닌 가부장제가 조장하는 여성 폭력의 문제로 그려야 한다는 고민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이런 고민은 남성 동료 작가들의 반발에 부딪힌다.

예컨대 남성 작가들은 왜 권윤덕이 그림책에서 욱일승천기를 강조하지 않는지 답답해한다. 민족주의적으로 더 선정적인 재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일본에 의한 조선 침탈이라는 비극적 역사의 소산이고 이는 재차 강조되어도 부족함이 없다. 일본이 전쟁 범죄인 위안부 문제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는 일본의 침탈로만 설명될 수는 없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2017)가 보여주는 것처럼 피해 여성들의 고통은 위안소에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피해자들을 역사와 사회에서 배제하여 지워버린 것은 해방 이후 한국의 가부장제와 국가권력이었다. 권윤덕은 여성에 대한 성폭력의 역사를 ‘일본’의 문제로만 국한시켜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전쟁 범죄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일본의 문제는 책의 출간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의 우경화 흐름 속에서 역사 인식은 치열한 정치공방의 장이 되고, 위안부 문제 해결을 둘러싼 여론은 악화되었다. 상황이 그러하다보니 일본 쪽 출판사에서는 책의 출간을 무기한 연기해버린다. 결국 책은 2010년 중국과 한국에서 먼저 출간되었고, 일본판은 2018년에도 여전히 미출간 상태다. 다큐멘터리는 ‘평화그림책 프로젝트’를 따라가면서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복잡하고 다양한 층위의 문제를 세심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 이제는 세상을 떠나신 심달연 할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역시 감사한 일이다.

여성의 날을 기념하면서 심달연 할머니를 떠올린 것은 끊어지지 않는 기록을 통해 가능해지는 기억의 연결 때문이었다. 심달연은 용기 있는 증언으로서 침묵을 깨고 일제가 자행한 전쟁 범죄와 만행을 기록하고 그리하여 기억할 수 있게 했다. 그 기억을 권윤덕은 그림책의 형식으로 재기록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기록은 사실의 복기나 지워졌던 존재의 복원에 그친 것이 아니라, 아주 적극적인 해석을 통해 지금/여기의 가부장제 및 식민주의와 싸우는 투쟁의 과정이 되었다. 그 과정은 또 권효의 <그리고 싶은 것>으로 이어졌다. 잊지 않고 기록하려는 노력 위에 서있는 심달연의 이야기는 그렇게 나에게 도달했다. 마지막으로, 심달연의 ‘꽃그림’은 KBS에서 제작된 위안부 여성에 대한 드라마 <눈길>(2015)의 오프닝 크레딧 배경으로도 사용되어 많은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주었다.

심달연의 꽃이 아름다운 것은 그 꽃 안에 담긴 꺾이지 않는 자기표현의 의지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 의지를 배워 더 많이 말하고 더 많이 표현하겠다 생각해 본다.

글. 손희정
그림. 구자선

목, 2018/03/0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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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는 여덟 명의 여성에게 2018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이야기하고 싶은 여성 인물에 대해 글을 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나를 위로하는 그림]의 저자 우지현님은 화가 조세핀 니비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 Amnesty International X 자선

여기, 한 여성이 있다.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그림 대부분에 등장하는 인물이자 그의 아내인 조세핀 니비슨Josephine Nivison이다. 뉴욕미술학교의 동급생으로 화가의 꿈을 키우던 이들은 졸업 후 우연히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러나 결혼을 계기로 탄탄대로를 걸은 호퍼와 달리 조세핀은 화가로서의 삶이 중단된다. 그녀가 화가로 활동하는 것에 관해 그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아내가 전통적인 주부의 역할을 하기를 바랐으나 그녀가 계속 그림을 그리자 “별 재주도 없는 그림” 혹은 “한심해 보일 정도로 볼품없는 그림”이라며 대놓고 조롱하거나 깎아내렸다.

이것이 발단이 되었을까. 이들의 대립은 끝이 없었다. 당당한 현대 여성인 조세핀은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삶을 살고자 했고,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호퍼는 그녀가 집안일에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며 늘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은 성격도 판이하게 달랐는데 그녀는 활달하고 사교적이며 수다스러운 성격이었고, 그는 내성적이고 과묵하며 수줍은 성격이었다. 지나치게 말이 없는 그에 대해 그녀는 “때때로 그와 대화하는 건 벽에 돌멩이를 던지는 것 같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성격부터 기질이나 성향, 가치관, 인생관 등 모든 것이 달랐던 이들의 불화는 종종 심각한 수준의 부부싸움으로 이어졌다. 한번은 남편인 자신보다 고양이를 더 챙긴다는 이유로 말다툼을 하다가 육탄전을 벌였고, 운전하지 말라는 자기의 말을 거부하자 호퍼는 조세핀의 양다리를 잡아당기며 강제로 차에서 끌어내리기도 했다. 그녀 역시 그의 얼굴을 할퀴며 저항했지만 그녀가 150cm의 작고 왜소한 체구였고, 그는 2m의 거구였던 것을 생각하면 눈앞이 아찔해진다.

이처럼 전쟁 같은 결혼생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평생을 함께 했다. 서로가 서로를 갉아먹으면서도 떨어질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다만 그녀의 삶을 생각해본다. 오랫동안 품었던 화가의 꿈을 접고 평생 다른 화가의 모델이 되어야 했던 억울함, 동시에 자신보다 재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던 그를 보며 느꼈을 비참함, 그를 화가로서 존경하면서도 자신의 내조를 받아 나날이 성공가도를 달리는 남편을 보며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또 서로 너무 달랐기에 매번 충돌하면서 겪는 좌절감, 자신을 무시하고 억압하고 심지어 폭력적이기까지 했던 남편에 대한 증오, 그런 미움을 바탕으로 평생 투쟁하고 복수하고 반목하고 원망하면서도 끝까지 헤어지지 않았던 그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가령 결혼생활 전체가 고통, 분노, 질투, 후회, 상실, 환란, 저주, 체념, 슬픔 따위로 채워진다고 해도 그 끝은 사랑으로 마무리되기를 원했던 것일까. 호퍼의 그림 속 그녀의 모습은 고독하고 치열했던 조세핀의 삶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글. 우지현
그림. 구자선

목, 2018/03/0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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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는 여덟 명의 여성에게 2018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이야기하고 싶은 여성 인물에 대해 글을 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한국 대중문화 속 여성혐오에 대한 책 [괜찮지 않습니다]의 저자 최지은님은 송은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늘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여성이 대중을 웃기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던, 팟캐스트 [송은이 & 김숙의 비밀보장]이 시작되었던 2015년은 말 그대로 암흑기였다. 데뷔 20년을 훌쩍 넘긴 두 베테랑 방송인조차 고정 프로그램을 모두 잃고 “애하고 시어머니가 없어서 방송 못 한다”는 자조적인 농담을 던지는 환경 속에, 수많은 여성 예능인들이 점점 더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눈에 띄는 자리는 모두 남성들의 것, 새로 생긴 자리도 거의 남성들의 몫이었다. 여성이 웃길 기회조차 씨가 말라 버린 원인에 대해, 인기 예능 작가 A는 말했다. “여성 시청자들은 남자를 좋아한다. 남성 시청자들은 예쁜 여자가 아니면 무관심하고, 나이 든 여자나 똑똑한 여자는 싫어한다.” 그를 비롯한 여러 제작진들은 시장의 관성, 시청자의 이중잣대, 여성 예능인 간의 네트워킹 부재 등을 언급했다. A는 덧붙였다. “이 모든 압력을 버틸 수 있는 여성 스타가 나타나면 달라질 수도 있다” 물론 그가 도저히 수행 불가능해 보이는 복잡한 조건들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의 얘기였다.

그때는 떠올리지 못했다. 송은이가 그 ‘초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새로운 여성 스타가 나타나길 기대했지만, 개편 시즌마다 남자들이 숨만 쉬어도 방송 아이템이 되는 프로그램들이 쏟아지는 것을 보며 체념하기도 했다. 그러나 송은이는 계속 만들어냈다. 유료 광고 대신 ‘지인 광고’로 팟캐스트를 시작해 제작사 ‘콘텐츠랩 비보’를 설립했고, 2017년 가장 핫한 예능 [김생민의 영수증]을 성공시킨 뒤, 방송 경력 합산 100년에 달하는 여성 예능인들을 모아 ‘셀럽 파이브’를 결성하며 웹 예능 [판벌려]의 막을 올렸다. 뛰어난 기획자이자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송은이, 독보적 캐릭터와 비범한 감각의 소유자 김숙이 비춘 조명과 함께 이영자, 최화정, 박소현, 황보, 안영미, 김신영, 박지선, 신봉선, 이지혜 등 수많은 여성 예능인들의 존재감도 다시금 선명해졌다. 세상에 이렇게 다양하게 웃길 줄 아는 여자들이 많다는 것, 게다가 그들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여자들이라는 것은 그들을 배제해 온 시스템의 편향성과 게으름을 확인시킨다. 오랫동안 여성들을 끼워주지 않았던 ‘남성 예능’들은 요즘 앞다투어 ‘송은이 사단’을 초대한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여성들에게는 여전히 아주 적은 기회만이 주어지고, 남성보다 몇 배의 능력을 증명해내지 못하면 문은 금세 닫힐 것이다. 하지만, 이미 흐름은 바뀌고 있다. 여성의 존재를 외면한 채 만들어지는 웃음이 얼마나 지루한지 깨닫지 못하는 세계는 계속 도태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겐 이제 더 재미있는 세계가 있다. ‘나이 들고 똑똑한 여자’ 송은이가 그 문을 열었다. 아니, 만들어냈다.

글. 최지은
그림. 구자선

목, 2018/03/0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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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는 여덟 명의 여성에게 2018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이야기하고 싶은 여성 인물에 대해 글을 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공연칼럼니스트 장경진님은 공연예술가 이자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몇 해 전, 공연이 끝난 후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한 관객이 물었다. “왜 여자 이야기죠?” “제가 여자니까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이자람이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대중 앞에 서 온 그를 설명하는 타이틀은 많다. “예솔아”로 시작되는 동요의 주인공, 판소리 <동초제 춘향가> 최연소·최장시간 완창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소리꾼,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서는 배우, 아마도이자람밴드로 활동하는 가수, 현대적 판소리를 만들어내는 창작자. 하지만 내게 이자람은 언제나 ‘다채로운 여성을 말해온 여성’으로 정의된다.

시작은 <사천가>였다. 100여 년 전 자본주의를 꼬집은 브레히트의 희곡은 이자람의 손을 거쳐 뚱뚱하다 멸시 받던 순덕이 풍채 좋은 남성으로 변신해 복수하는 판소리가 되었다. 착하게 살면 괄시받는 세상에서 각종 차별과 무례함, 가난과 싸우며 살아가는 순덕은 당시 스물여덟이었던 여자 이자람의 고민이 그대로 녹아든 인물이었다. 이후 그의 관심은 부조리한 사회구조 안에서 분투하는 여성의 삶으로 꾸준히 이어졌다. <억척가>에서는 아비가 다른 세 자녀를 먹여 살리기 위해 타국의 전쟁 속으로 저벅저벅 들어간 억척 어멈이었다. 외모가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온갖 조롱과 폭력에 노출된 언년이는 <추물>에서, 지식인으로 보이는 남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창부 우뽀의 이야기는 <살인>에 담겼다. 여성 전용 고시원에서 숨죽인 채 살아가는 20대의 ‘나’(<여보세요>)도, 지난한 타국에서의 삶을 퉁명스럽게 견뎌온 라사라(<이방인의 노래>)도 소설을 벗어나 무대로 걸어 나왔다. 가장 최근에 공연된 <소녀가>는 프랑스 동화 <빨간 망토>를 모티브 삼아 소녀의 성을 얘기하는 작품이었다.

지난 10년간 시대와 나라, 나이와 역할을 초월한 여성의 목소리가 이자람의 판소리에서 터져 나왔다. 자신이 자라온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한 이들 모두는 고통과 차별로 점철된 세상에서도 자신 안에서 생겨난 감정을 부정하지 않았다. 육체적 욕망이 생겨나면 모른 척 하지 않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쟁을 이용하기도 했다. 자신의 삶을 망친 이를 살해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상대가 전직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할 말은 하고 살았다. “추물이 추물을 낳았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삶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고, 죽음의 공포에서도 누군가의 도움이 아닌 스스로의 기지로 상황을 빠져나왔다. 무대 위의 여성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수많은 규범을 부수며 전진하는 이가 바로 내 눈앞에 있다. 객석에 앉은 여성 관객이 이들에게 반하지 않을 방법은 없었다.

그러나 이자람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자신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다른 여성 소리꾼에게 돌려 왔다. 상대의 재능을 알아봐주고 그에게 맞는 옷을 지어내는 것. 이자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만큼 공을 들이는 작업이다. 스스로 낸 목소리의 힘을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또 다른 여성을 만나고, 그만의 매력을 발견하고 내일을 기대한다. 이자람과 동시대를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대단한 아티스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타인의 기대가 아닌 자신의 행복을 기준으로 유연하게 삶을 꾸린다. 자신 안에서 생겨나는 감정을 소중히 다루고, 그것을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여러 사람과 나눈다. 그는 자신의 고민과 답을 작품으로 말한다. 나와 당신의 삶이 무대 위 여성과 다르지 않고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할 수 있다고. 이자람과 함께 우리도 자란다.

 

글. 장경진
그림. 구자선

목, 2018/03/08-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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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29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자긍심 행진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거대한 무지개깃발을 함께 들거 행진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성과 임신, 출산에 관한 권리를 범죄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인권을 가로막는 장벽이자 수백만 명 시민의 인간적 존엄성을 부정하는 일이다.  

국제앰네스티가 ‘몸의 정치: 성과 임신출산의 범죄화’Body Politics: Criminalization of Sexuality and Reproduction를 시작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캠페인은 전세계에서 이러한 범죄화에 맞서며 인권을 옹호하는 활동가들에게 힘을 실어줄 새로운 도구다.

성, 임신 및 출산의 범죄화란 무엇인가?

성과 임신 및 출산의 범죄화란 상호 동의된 성적, 임신과 출산 행위 및 결정, 또는 성과 젠더 정체성의 표현을 제한하거나 처벌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때때로 낙태를 형법으로 금지하는 것과 같이 직접적인 규제를 통해 이루어진다. 공공질서 또는 “도덕성”과 관련된 다양한 법과 정책을 이용해 성과 재생산에 대한 선택이나 젠더 표현을 간접적으로 통제하고 처벌하기도 한다.

이러한 법은 매우 쉽게 남용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간통”을 범죄로 처벌하면 강간 피해 여성이 혼외 성행위로 처벌받게 될 수도 있다.

 

이런 범죄화는 어디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일부 라틴아메리카 국가와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낙태에 대한 접근을 한층 더 제한하고, 임신 중에 한 행동을 이유로 여성을 처벌하는 법이 늘어나고 있다.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는 HIV 감염인들의 행동이 부쩍 입법자와 검찰의 주의를 끌고 있다.

아시아와 중동, 북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혼외 성관계를 형법상 범죄로 금지하고, 기본적인 의료정보 또는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모든 사람의 성과 임신출산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영향을 받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처럼 처벌적인 법과 정책은 경제적 상황, 성별, 인종, 젠더 표현, 성 지향성 또는 이민, 건강 상태, 장애 여부에 관련된 정체성 또는 결정 때문에 일반적인 사회 규범에 따를 수 없거나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게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성과 임신출산에 관련된 “범죄”로 제재를 당하거나 구금을 당할 위험에 놓인 사람들은 빈곤, 사회적 배제, 정체성 또는 사회적 지위와 관련해 취한 행동 및 결정으로 처벌을 받게 된 사람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임산부의 행동을 통제하는 법은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낳으며, 특히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저소득층 여성들에게 더욱 영향을 미친다. 성노동을 처벌하는 법은 달리 생계를 유지할 방법이 없는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고, 이들에 대한 낙인과 차별을 더욱 강화한다.

 

이러한 문제에 국제앰네스티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몸의 정치’ 시리즈를 통해, 국제앰네스티는 사람의 신체와 성, 재생산, 젠더 표현을 부당하게 범죄화하는 현실에 맞서 일어서야 할 때임을 보여주고 있다.

‘몸의 정치 입문서’ 는 부당한 범죄화에 맞설 만한 지식과 역량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몸의 정치 : 캠페인 도구 모음’ 은 이러한 문제에 관한 캠페인 활동을 전략적으로 전개할 것을 권고한다. 활동가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이러한 문제에 관한 의식수준을 높이고,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며 나설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국제앰네스티는 ‘몸의 정치’ 시리즈 세 번째, ‘몸의 정치 교육 지침서’를 2018년 하반기에 공개할 예정이다.

목, 2018/03/2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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