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인사청문회 제도’는 죄가 없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
▲ 마포구의회 및 마포구청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청구 관련 jtbc 보도
지난 10월 6일 JTBC에서는 '풀뿌리' 썩는 지방의회' 기획으로 기초의원의 비리와 업무추진비 오남용 실태를 보도했다. 놀랍지도 않았다.
사실 정보공개센터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매 때마다 지방의회 의원들 업무추진비를 청구하고 살펴봐 왔기 때문에, 이제 웬만한 사례에는 감정이 동요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번 서울 마포구 사례는 달랐다. 단순히 몇몇 의원들의 '법카' 오남용이 문제가 아니라, 지역 카르텔이 시민들 감시를 피해 어떻게 권력을 유지하고 비리를 저지를 수 있는지가 보도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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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선 마포구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 청구와 더불어, 마포구가 시민의 정보공개청구를 묵살한 사실을 다루었다. 마포구청 위생과장이 정보공개 청구를 한 시민단체에 '후원금을 주겠다'고 제안한 것도, 구청장이 나서서 '소주나 한잔하자'며 회유를 시도한 듯한 정황도 충격적이었지만, 자치단체가 당연히 공개해야 하는 정보마저도 이렇게 손쉽게 비공개한 뒤 계속 공개하지 않는 '배짱'을 부릴 수 있다는 현실이 더욱 뼈아프다.
'업무추진비'는 시민 감시 상징과도 같은데... 이렇게 손쉽게 '비공개'하는 마포구
정보공개청구는 시민들이 공공기관에서 생산·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로, 1998년부터 시행돼왔다. 정보공개제도가 도입되면서 시민사회에서 가장 먼저 청구했던 정보는 바로 현재 업무추진비에 해당하는 '판공비'였는데, 당시 판공비는 그야말로 기관장 마음대로 유용할 수 있는 '불투명하고 무책임한 정부를 상징하는' 비용이었다(참여연대 빛나는 활동 중 '판공비 공개운동').
20여년 전 당시만 해도 판공비 사용내역과 영수증을 공개하라는 시민들 요구는 마치 국가행정 권위에 도전하는 것처럼 여겨졌고, 이에 따라 2000년대 초반까지 수많은 소송·싸움을 거친 뒤에야 점차 공개될 수 있었다. 2004년 정보공개법 전면개정으로 사전공표제도가 강화되면서 중앙정부와 일부 지자체부터 업무추진비가 정기적으로 공개됐고, 2011년부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전 공공기관이 업무추진비를 주요 행정정보로서 미리 공표하도록 하고 있다.
이 시기를 지나 2020년에 이른 지금, 업무추진비는 엄연한 공공의 세금이며 그 사용처를 제대로 밝혀야 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됐다고 할 수 있겠다. 업무추진비에 대한 정보공개는 이렇듯 정보공개제도의 발전과 투명성 강화의 흐름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시민감시의 상징과도 같은 항목이라고 할 수 있다.
▲ 정보공개제도 도입과 함께 시작된 각 지역의 판공비 공개 운동
하지만 '판공비 공개 운동'으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기본 중의 기본인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청구마저도 무시되고 있는 곳은 적지 않다. 의회가 행정기관을 감시하지 않고 오히려 결탁돼 있는 곳, 지원사업 등으로 행정이 개인에게 쉽게 이익이나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곳, 이른바 카르텔이 형성된 많은 지역에서 정보공개청구로 행정 권력을 감시하는 것은 상당히 고되고 어렵다.
서울 마포구에서 업무추진비 청구에 대해 '양이 많고 시간이 오래 걸려서 비공개'를 했다고 당당하게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것은, 현행 법마저도 무시하는 행정 권력의 자의적인 비공개 행태가 통제되지 않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니꼬우면 행정심판이나 소송을 해라'(행정심판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본 3개월 정도가 소요되며, 소송에는 통상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라는 막가파식 태도를 마주한 곳곳의 지역 활동가, 시민들이 얼마나 많겠나.
'양이 많아 비공개'라니... 투명성에 대한 기관 책무, 더 강하게 규제돼야
몇몇 공공기관들의 두둑한 배짱을 확인할 때마다, 무엇이 이런 '막장 행태'를 가능하게 만드는가를 고민한다. 일단 정보공개법에는 기관의 악의적 비공개에 대해 책임을 묻는 처벌 조항이 없다. 정보공개센터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현재까지 서울 마포구처럼 기관이 악의적으로 비공개로 일관하는 경우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정보공개법 개정을 제안해왔고(링크), 처벌에 관한 규정을 포함한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부정부패와 비리는 밀실이 보장될 수록 자라날 수 밖에 없고, 악의적 비공개는 사회적 불신을 키우기에, 투명성에 대한 권력기관의 책무는 지금보다 훨씬 강하게 규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정보공개 및 예산사용을 관장하는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의 업무추진비 내역 공표에 대한 표준지침 역시 아직은 허술하다. 행안부에서는 지난해부터 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정보공개 종합평가'를 진행해 사전정보공표를 평가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각 기관이 업무추진비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주기와 공개의 수준이 모두 천차만별이다. 대부분 기관은 '간담회', '직원 격려' 등 최소한의 용도 정보와 일자, 금액 등 최소한의 정보를 공개하고 있고, 카드내역서 등 세부적인 내용은 청구를 통해서만 받아볼 수 있다.
기관마다 사전 공표를 꼭 하게 하고, 시민들 관심도가 높은 정보들은 별도로 청구를 하지 않아도 누구나 확인할 수 있게 지침을 강화하는 것이 마포구 같은 사례를 방지하고 공무원들도 정보공개청구 업무를 오히려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따라 정보공개센터에서는 열린 정부를 위한 국제협약인 '오픈가버먼트 파트너쉽(OGP)'의 국내 계획으로 1)업무추진비를 지출일시, 행사(사업)명, 지출목적, 지출대상, 지출대상 인원 수, 지출장소(상호), 구매내역, 지출금액 등으로 세분화해 공개하고, 2)카드 지출내역을 함께 첨부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업무추진비 투명성 강화> 제안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주무관청인 행정안전부에서는 공개 표준을 강화할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카드 지출내역 공개에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 서울시 마포구청장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2020.09) 마포구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구청장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살펴보면 집행장소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마포구 공직자 부정부패 주민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지역구의 기관장, 지방의회 의원들이 업무추진비를 남용하는 행태는 이미 너무나 오랫동안 지적돼 온 문제였다. 지난 2018년 정보공개센터에서도 이미 마포구의 사례도 공익감사를 청구한 바 있었지만, 감사원에서는 '법률 위반 사항이 없다'는 이유로 특별한 처분을 내릴 수 없다고 결정했다.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한 규정 자체도 문제이지만, 시민들의 감시를 피해 뿌리내리려는 지역의 카르텔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정보공개를 위한 싸움과 제도 변화가 꼭 필요하다. 권력 남용·비리에 대한 감시는 권력이 존재하는 한 늘 필요한 일이겠지만, 그 내용이 '20년 전 논의에서 왜 변한 게 없는가'에 대해 우리는 치열하게 반성하고 고민해야 한다. 이제는 업무추진비의 오남용 사례에서 한단계 나아간 논의와 비판이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

그러나 이렇게 매일 세출예산 운용상황을 공개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또, 그 정보를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찾기 어렵게 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다. 오늘은 은평구의 사례를 통해 ‘구청이 쓴 돈’의 내역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은평구의 ‘돈 쓴 내역’ 확인하기

각 자치구 페이지에서는 크게 세입세출총괄, 세입운용상황, 세출운용상황 정보를 확인 가능하다.
세입세출총괄은 한마디로 매일 지자체의 총수입액과 총지출액, 그리고 잔액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메뉴다. 현재 다른 자치구들은 이 메뉴를 통해서 세입세출 내역을 살펴볼 수 있는데, 은평구의 경우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얼마 전부터 검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세입세출총괄 내역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입운용상황은 역시 일 단위로 지자체의 세입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메뉴다. 일반회계, 특별회계로 나누어, 매일 매일 지자체의 수입이 어떠한지 살펴볼 수 있다. 한 달 동안 구청에서 얼마나 수입이 생기는지 궁금하다면, 세입운용상황 메뉴에서 검색해보자. 2021년 1월 기준으로 은평구가 거둔 세입은 1063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집중적으로 살펴볼 메뉴는 세출운용상황이다. 세출운용상황은 말 그대로 지자체가 돈을 쓰는 내역, 세출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메뉴다. 세출운용상황에서 다시 세부 메뉴로 예산집행현황, 사업 및 예산정보, 지출정보라는 탭이 나오는데, 예산집행현황 탭에서는 분야별 예산 집행 총계를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다른 자치구와 다르게 은평구는 이 메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지난 3월 3일, 서울행정법원은 대학원생 A씨가 사법연수원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처분취소 소송에서 어이없는 이유로 사법연수원의 손을 들어줬다. 사법연수원을 대상으로 했던 정보공개청구에서 ‘비공개’결정을 받은 A씨가 이에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사법연수원은 이를 기각, 결국 행정소송에 이르게 된 것이다. 헌데, 사법연수원은 A씨에게 ‘비공개’ 결정 통지문을 보냈는데 행정법원은 사법연수원이 ‘공개’를 한 것이라며 사법연수원의 처분이 위법한 것이라 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1. 서울시립대학교 일반대학원 법학과 박사과정 A씨는 사법연수원을 대상으로 2019년도 사법연수원에서 발간한 민사집행법 외 7권에 해당하는 교재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하였다. 이에 사법연수원은 ▲‘사법연수원 교재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서, 저작권 침해 우려가 있는 단행본 또는 전자파일 형태로 사법연수원 교재를 제공할 수 없다’ ▲‘사법연수원 교재는 국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법원도서관 등에서 열람, 대출이 가능함을 알린다’며 비공개 결정을 하였다. 이에 A씨는 이의신청 등의 과정을 거쳐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그런데 서울행정법원은 사법연수원이 ‘해당 정보의 소재 안내’의 방법으로 공개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소송을 기각하였다.
2. 사법연수원은 2018년도 까지 사법연수원에서 발간한 교재들을 단행본의 형태로 시중 서점 등을 통해 판매하였으며, 관련 법학자, 변호사 등은 물론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해당 교재를 구입하여 볼 수 있었다. 하지만 2019년도부터 사법연수원 교재를 일반인을 포함 변호사에게도 공개하지 않고 외부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일명 로스쿨) 학생들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후퇴를 택한 것이다. 2018년도까지 모두에게 공개하던 정보에 대해 갑자기 2019년도부터 그 접근을 제한하고 특정 소속의 사람들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보 인권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시대에 오히려 국민 대다수의 정보 접근권과 알권리를 후퇴시키는 차별적 정책이다.
3. 정보공개 청구 당시 사법연수원은 해당 교재를 제공할 수 있었음에도 ‘도서관에서 열람, 대출이 가능함’을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했다. 그런데 법원은 이를 ‘공개’의 형식으로 인정하였고 해당 사건을 기각하기에 이르렀다.
사법연수원은 이미 해당 교재의 전자적 형태의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나 이를 공개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청구 당시 2019년도 교재는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지 않았다. 즉, 사법연수원이 ‘공개’했다고 법원이 인정한 소재 정보 역시 잘못된 정보였으며, 청구인인 국민의 정보 공개 요청을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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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관한 법률’ 제15조 공공기관은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하여 청구인이 전자적 형태로 공개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그 정보의 성질상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청구인의 요청에 따라야 한다. |
4. 게다가 사법연수원은 대법원 산하 조직인 공공 기관이므로 사법연수원의 기록물, 간행물 등 저작물은 공공 저작물로 저작권법 제24조2 공공저작물의 자유이용 규정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이 저작재산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유한 사진, 영상, 음원, 연구보고서 등으로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저작물”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연수원은 해당 저작물을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저작물”이라고 주장하며 “저작권 침해 우려가 있는 단행본 또는 전자파일 형태로 사법연수원 교재를 제공해 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해당 교재의 2019년 이전 저작물 등은 국회도서관 등을 통해 얼마든지 피디에프(PDF) 형식의 전자 파일로 취득할 수 있음을 고려해보면 ‘저작권 침해’를 우려하는 사법연수원의 답변이 어불성설임을 알 수 있다. 결국 A씨가 요청한 정보는 애초부터 공공 저작물로서 모두에게 전자 파일로 제공했어야 마땅함에도 ‘저작권’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5. 정보공개청구제도는 “공공기관이 업무 수행 중 생산하여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국정운영에 대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이다. 이 제도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보다 많은 국민의 알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보공개청구 요구에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 공공저작물의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국민 모두가 접근할 수 있도록 사전에 공개되어야 한다. 특히 자유로운 열람 및 이용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전자 파일의 형태로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나 활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6. 따라서 우리 단체는 공공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사법연수원의 정책적 퇴행을 개선하여 모든 저작물에 공공누리를 적용, 국민 모두에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며, 서울고등법원은 1심의 오류를 바로잡고 국민의 알권리와 정보접근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올바른 판결을 내릴 것을 요구한다.
2020.5.27.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보공유연대 IPLeft, 진보네트워크센터
[첨부] A씨_사법연수원교재_정보공개소송_의견서법원제출
담당자: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강성국 활동가
전화: 02-2039-8361 E-MAIL: [email protected]
[시론] ‘인사청문회 제도’는 죄가 없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
2014년 6월, ‘영원히 고통받는 정홍원 총리’ 시절, 박근혜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제도가 정쟁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후보자의 국정수행 능력이나 종합적인 자질보다는 신상털기식, 여론재판식 비판이 반복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당시 야당과 언론은 대통령 스스로의 인사검증 실패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제도를 문제 삼는 ‘유체이탈’ 화법을 일제히 비판했다. (링크)
2020년 6월,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과도한 신상털기와 망신주기로 현재 인사청문회는 정쟁 도구로 변질됐고 국회 파행과 공직 기피 등 부작용도 크다”며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를 분리하고, 그중 ‘공직윤리청문회’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링크) 보통 법안을 발의할 때 10~20명의 공동발의자가 함께하는데, 이 법안에는 무려 45명의 여당 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나섰다. 이는 그만큼 여당이 이 법안을 통과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으로부터 딱 20년 전, 헌정사상 첫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김대중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인사청문회 제도는 우여곡절 끝에 이한동 국무총리 후보자를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인사청문회법이 아직 통과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국회 개원 연설을 통해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존중”하겠다고 선언했고, 치열한 논의 끝에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 이르러서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검찰총장, 국정원장 등 권력기관장과 국무위원까지 청문회 대상이 확대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 청문회도 버티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같이 일하기 곤란하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권한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인사의 공정성, 객관성, 절차의 신중성을 높이는 방안”이라며 인사청문회 제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링크)
이처럼 인사청문회는 민주당 정권에서 도입하고, 확대한 제도였다. ‘자기 목에 방울 달기’ 아니냐는 도입 초기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야당이 된 민주당이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기능했다.
그동안 인사청문회가 후보자의 능력보다는 도덕성을 판단하는 과정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물론 누가 여당인가에 따라서 발화자가 달라졌다는 것이 ‘웃픈’ 지점이지만, 인사청문회가 고위공직자의 자질 검증보다는 당리당략에 따르는 정쟁의 장으로 변했다는 비판은 충분히 숙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는 청문회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 간의 신뢰와 합의가 사라진 한국 정치문화의 문제이다. 인사청문회 제도의 원조 격인 미국의 경우 한국보다 검증 절차가 더 까다롭고,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 공직 취임자는 수천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미국의 청문회 제도가 역량 검증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후보자를 지명하기 이전에 백악관 인사관리처, 정부윤리처, FBI, 국세청 등에서 1년 가까이 중복 검증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정쟁에 치우치기보다는 후보의 능력과 정책을 검증한다는 청문회 과정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링크)
정말로 인사청문회 제도가 ‘신상털기’로 변질되고 있다면 그것은 국회 내의 토론과 협의로 ‘꼬투리 잡기’식 정치문화를 바꿔나가야 할 문제이지, 청문회의 일부를 비공개하여 시민들의 눈을 가리는 방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직자 윤리 역시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공직자의 자질일뿐더러, 주권자인 시민들이야말로 다른 누구보다도 고위공직자의 적합성을 직접 살펴보고 판단해야 할 주체이기 때문이다.
‘공직자 윤리’ 문제는 비공개하는 법을 대표발의한 홍영표 의원, 그리고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45명의 국회의원들은 스스로를 다시 한번 돌아보길 바란다. 이번 개정안의 취지가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하고 확대했던 김대중·노무현의 정치와 가까운지, 아니면 인사검증의 실패를 제도 탓으로 돌리던 박근혜의 정치에 가까운지. 공개적인 검증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인사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인사청문회의 도입 이유였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2020년 6월 24일자 경향신문 기고글
정보공개센터는 매년 홈페이지에 국회의원들의 재산 내역을 데이터로 정제하여 공개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가 터진 후 해당 게시물의 조회수가 급격하게 늘었다. LH 사태를 계기로 국회의원들이 ‘수상한 부동산’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2021년 3월 기준 국회의원 재산공개 내역 - https://www.opengirok.or.kr/4890 )
관심이 몰리는 것은 국회의원 뿐만이 아니다. 기자들이나 지역의 활동가들로부터 지방의원들의 재산 내역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라는 하나의 기구가 관할하는 국회의원 300명과 달리, 지방의원은 광역/기초의원을 통틀어 4천 명에 달하고, 17개 광역시도 각각의 공직자윤리위원회로 관할 기구가 나뉘어 있어 재산 내역도 각기 따로 공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초의원의 경우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광역지방자치단체이기 때문에,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시보나 도보에서 재산 내역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은평구를 지역구로 하는 선출직 공직자들의 재산을 살펴보려면, 국회의원의 경우 국회 공보를, 서울시의회 의원의 경우 대한민국 전자관보를, 은평구의회 의원의 경우 서울시보를 각각 찾아보아야 한다. 만약 우리 동네 공직자들의 재산 내역을 살펴보고 싶은 시민이 있다면,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겨우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관보와 공보는 PDF 파일로 공개되는데다가, 표 양식도 정렬이나 필터링을 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다. 따라서 이 자료를 데이터 형태로 변환을 해야, 누가 얼마나 많은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지 비교 분석을 하고, 시민들이 쉽게 살펴볼 수 있도록 시각화도 가능해진다.
문제는 관보와 공보의 재산 공개 내역을 자유롭게 활용 가능한 데이터로 변환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언론이나 시민사회단체들도 보통 국회의원의 재산 내역들을 정제하는 것에서 그치지, 지방의원이나 지방공사/공단의 기관장까지 재산 내역을 분석하거나 살펴보기에는 어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MBC는 올 해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가 공개되자마자, 발빠르게 국회의원들의 재산 내역을 시각화한 페이지를 공개했다. (http://property.assembly-mbc.com) 매우 편리하게 국회의원들의 재산 순위나 자산 구성 비율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웹사이트지만, 이 역시 국회의원들만 공개 대상으로 한다는 한계가 있다.


인사혁신처는 올 해 공직자 재산공개 소식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공직자들의 재산내역이 담긴 두꺼운 자료 책자를 넘겨보고 있는 사진을 함께 제공했다. 그러나 실제로 공직자들의 재산 내역을 살펴 볼 때 필요한 것은 이런 두꺼운 책자가 아니라, 쉽게 검색하고 가공할 수 있도록 정제된 데이터다.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에 대해 뜨거운 분노가 모아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이제는 책자가 아닌 데이터를 기준으로 재산공개 제도를 바꿔나갈 때 아닐까?
※ 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강성국 정보공개센터 활동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 및 고위 공직자들이 국민의 공복으로서 신뢰감과 명예보다 개인의 부동산 재산을 선택하고, 여기에 더해 여당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집값수호에 나섰다. 그러자 정권 자체에 대한 비판적 평가들이 잇따르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23일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법무부에 ‘전문수사사자문단 회부에 관한 민언련 의견서’를 제출했다.ⓒ민주언론시민연합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패착은 부동산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과 그것을 실현할 정교한 정책 없이 부동산 가격 변동에만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처럼 당장 사람이 먹고 사는 공간에 대한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 민주주의와 국정의 근간이 되는 정보공개 역시 같은 종류의 문제를 안고 있다. 정권 시작부터 지금까지 정보공개의 가치를 강조할 새로운 패러다임과 그것을 실현할 정책이 부재했다. 최근엔 일선 공공기관들의 정보공개에 대한 태도가 급격하게 보수화 되고, 심지어 위법한 정황까지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다. 아래 몇 가지 사례들이 그렇다.
안일규 전 부산경실련 의정·예산감시팀장은 지난해 12월 부산오페라하우스와 관련해 기획재정부와 부산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시민사회 출신 부산시 정무직 인사 2명이 안 전 팀장에게 직접 전화를 해 정보공개청구를 취하하라고 압박한 것이 드러났다. 이는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전체에 적잖은 충격과 회의감을 주었다. 안일규 전 팀장은 지역시민사회 선배들이 직접 정보공개청구를 취하하라고 요구해 큰 압력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같은 행태는 당연히 부당한 협박·회유이며,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는 위법한 행위이다.
지난 1월 17일 시민단체 ‘성남을 바꾸는 시민연대’는 성남시가 특정 정당과 주민단체 등 활동 내용을 담아 작성한 ‘지역 여론·동향’이라는 문건을 정보공개청구 했다. 그런데 성남시 측은 자료를 파기해 존재하지 않는다고 통지했다. 이에 해당 시민단체는 감사원에 감사청구까지 진행했고 경기도가 이를 넘겨받아 감사를 실시한 결과, 시측은 해당 문건이 존재함에도 자료가 없다고 허위통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단순한 알권리 침해를 넘어 시민을 심각하게 기망한 행위이다. 해당 시민단체가 감사를 청구하지 않았다면 성남시는 끝까지 문건의 존재를 감출 심산이었을 것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23일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법무부에 ‘전문수사사자문단 회부에 관한 민언련 의견서’를 제출했다.ⓒ민주언론시민연합
지난 4월 ‘은평구정개혁시민모임’이 은평구청을 자체 조사한 결과 정보공개의 주요한 권리구제 불복절차인 이의신청이 열리지 않는 정황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서울특별시 시민감사 옴부즈만위원회가 은평구청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결과 2017년 7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정보공개 이의신청 143건 가운데 정보공개심의회를 개최한 사례는 18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의가 필요한데도 열지 않고 부서가 임의로 결정한 경우가 77건이나 있었다. 행정기관의 결정통지에 대한 이의신청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정보공개심의회를 개최하지 않은 것은 청구인의 법적권리를 박탈하고, 은평구가 위촉한 정보공개심의회의 심의위원들까지 기만한 것과 다름없다.
최근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유착 의혹사건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을 구성하는 것을 밝혀내고, 자문단 운영의 근거가 되는 대검찰청 예규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 본문에 대해 정보공개청구 했다. 그러자 대검찰청은 수사와 관련된 사항이라는 이유로 단순한 공공기관 운영 지침인데도 이를 비공개했다. 대검찰청의 업무와 행정정보 어느 것 하나 수사와 관련 없는 것이 있을 수 있는가. 전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에 대해 운영되는 전문수사자문단의 정확한 기능도 구성방식에 대해서도 일반 시민들은 알 권리가 없다는 권위적인 처분이다.
앞선 사례에서 드러나듯 사례 면면이 권위적이며 단순한 위법행정으로 치부하기에는 질적으로 반민주적이다. 정보공개에 있어 모세혈관에 해당하는 일선 공공기관들의 투명성이 이처럼 심각하게 썩어나가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왼쪽)와 김태년 의원(자료사진).ⓒ정의철 기자
더욱 걱정되는 부분은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여당에 등극하고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입법하고 있는 주요 법률안들의 내용에 폐쇄적인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19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안의 주요 내용에는 현재의 인사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나누어 실시하고 공직윤리청문회의 경우에는 비공개로 실시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형식적으로는 인사청문회가 정쟁과 인신공격으로 치우치는 걸 방지하고 공직후보자의 가족·친인척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함이라 하지만, 이는 대통령비서실이 사전 검증을 철저히 하고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청문회의 목적에 충실하게 청문회에 임하면 해결될 일이다. 성찰 없는 입법에 애먼 국민들의 알 권리만 축나는 격이다.
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월 14일 발의한 『국회입법조사처법』 개정안에는 국회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국회입법조사처가 작성해 제공하는 자료에 대해 해당 국회의원 또는 위원회가 비공개를 요청하는 경우 일정기간 비공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국회의원에 대해 정보에 대한 공개여부 권한을 필요 이상으로 부여할 뿐이지 그밖에 공익적 개선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기존 정보공개법에 따라 자료의 공개여부를 결정해도 공익적 측면에서는 하등 지장이 없다. 오히려 별다른 정보요청이 없더라도 법률안 발의 즉시 관련 국회입법조사처 자료를 함께 공개하면 국민들은 입법맥락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이런 폐쇄적인 방향으로 입법안을 발의하는 데 대해 동의가 되지 않는다.
그나마 현 정부에서 추진중인 정보공개 관련 정책 중 긍정적인 내용을 찾아 보자면, 최근 행정안전부가 입법예고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있겠다. 이번 개정안에는 주민번호 수집 폐지, 정보공개심의회 외부위원 비중 강화 등 그간 시민사회에서 수년간 요구해 온 개선점들이 일부 반영되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만으로는 현재의 퇴행적 폐쇄성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공공기관 및 공직자의 투명성을 높이고, 정보공개에 대한 가치를 근본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또 이를 실천하기 위한 견고한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향후 문재인 정부의 정보공개에 대한 평가는 절망적일 수밖에 없겠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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