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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서울시예산학교(주제:이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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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서울시예산학교(주제:이주민)

admin | 월, 2020/09/28- 17:24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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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에세이 공모전은 5월 31일까지 상시 진행 중이니 많은 참여 부탁 드립니다. (▶에세이 공모전 참여하기) 네 번째 시민 에세이는 김진배 님의 에세이입니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따뜻한 봄날을 기대했던 우리에게 이번 계절은 유독 가혹하다.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는 면접 연기 소식에 절망했고 다른 친구는 버스운전대를 놓아야만 했다. 소망했던 봄이 왔음에도 가슴은 시리고 손은 여전히 건조하다.

만남과 애정표현은 사회의 분위기를 거스르는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었고 외롭던 사람들은 더욱더 외롭게 되었다. 차갑고 건조한 손을 누군가의 온기로 바꿔보려는 시도조차 불가능한 계절이다.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삶은 고립을 유도하고 불안감을 강화한다.

따뜻한 빛과 사람들의 옷차림은 봄을 표현하려 애쓰지만, 눈으로 마주한 장면이 마음에 잘 전달되지 않는다. 꽃은 피고 지고 분명한 봄인데도 말이다. 위안거리를 찾아 노래를 듣기도 하고 혼자 뛰어보기도 했지만, 사랑으로 아픈 것이 아니기에 노래는 큰 효용이 없었고 바람은 걱정거리를 날리지 못했다. 내 마음은 그렇게 정지된 채로 서 있었다.


마음은 굳었지만, 일상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일하고 가끔 장을 보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 메시지로 대신하던 인사를 목소리로 하게 된 것은 이 시절이 바꾼 행복한 변화였다.

뉴스는 불안과 공포에서 나쁘지 않다는 것들로 바뀌었다. 확진자 수는 줄었고 정부의 지침도 조금 바뀌게 되었다. 우리가 잘 이겨내고 있다는 뜻이다. 미소를 조금 잃었고 친구들을 위로해 줘야 하는 일이 늘었지만 하루는 계속되고 있다.

면접을 기다렸던 친구는 다른 회사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운전대를 놓은 친구는 더 이상 일을 지속할 수 없게 되었지만 새로운 도전을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계획과는 다른 삶이 되었지만 실패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내일을 바꾸려 노력했고 인내했다.

봄에 누릴 수 있는 몇 개의 행복이 사라지긴 했지만 디지털 언어 대신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 늘어 행복했다. 위기에서는 도전이라는 꽃이 피었다. 버스운전을 하던 친구처럼 10년째 같은 일을 반복하던 내 삶에도 그 꽃이 피었다.

눈을 감으면 우리가 포기했던 봄의 꽃놀이가 눈 앞에 펼쳐진다. 감을수록 선명해지는 꽃은 우리가 잃은 봄과는 교환할 수 없는 것이다. 내일을 살아가게 하고 기대하게 하는 것 우리는 새로운 봄을 얻었다.

– 김진배 님

목, 2020/05/2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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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20년 다섯 번째 희망편지를 드립니다.

5·18 민주화 운동은 40년 전 6월 민주항쟁과 촛불 항쟁을 거쳐 한국 민주주의의 터전이었고, 세계적으로도 민주화 운동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5·1 8 민주화 운동 당시 주먹밥을 나눠 먹고, 부상자를 살리기 위해 헌혈하는 등 인간적 유대와 연대, 그리고 타인을 위한 헌신이 넘치던 ‘대동정신’은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작금의 시대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우리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감내할 수밖에 없습니다. 감염병은 누구에게나 위협이 되지만, 경제 침체는 불안정한 고용노동자, 영세자영업자와 같은 취약계층에게 훨씬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K-방역’의 성취가 자랑스럽지만, 코로나19의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은 취약 계층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과 함께하는 대동 정신이 필요합니다.

현재 위기에 대응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명박 정부의 위기 대응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이었지만 문재인 정부의 대응은 대략 금융 지원을 포함해 223조 원으로 GDP의 11.7% 수준에 이릅니다. 최초로 전 국민 재난기본소득이 지급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우정을 키우는 대동정신을 정부가 실천하려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취약 계층이 코로나19의 난관을 넘어서기란 역부족입니다. 자영업자 대상으로 최대 3,000만 원 1.5% 저리 대출, 이자 납부 기간 연장, 공공기관 건물 임대료 인하 등이 추진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합니다. 일자리 대책도 한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사업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탓에 고용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절반에 가까운 국민에게는 유효한 대책이 아닙니다.

고용보험 가입을 전제한 고용안정지원금도 비슷한 실정입니다. 정부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영세자영업자, 무급휴직 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에게 별도의 대책을 만들어 월 최대 50만 원을 16만 명에게 지원한다고 하지만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규모 220만 명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합니다.

그나마 경제 살리기에 집중한다면서 기업을 살리기 위한 지원에는 180조 원을 계획하고 있지만 민생과 기업의 고용 유지 지원은 49조 원에 불과합니다. 당장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만들기 어렵지만, 취약 계층에게 사회적 부담이 가중되는 현실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먼저 ‘실업부조’를 새롭게 상상해야 합니다. 현재 일자리 불안과 관련해 국민취업지원제도와 전국민고용보험을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기존 ‘취업성공패키지’와 ‘청년구직활동지원제도’를 통합한 형태입니다.

그러나 근로빈곤층에 대한 소득 지원은 미미하고, 직업 훈련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원 대상에서 빠진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전국민고용보험은 당장 도입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고용보험이 제조업 및 정규직 중심이라 고용형태노동자나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하기엔 근본적으로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형 실업부조’의 길을 새롭게 만들어야 합니다. 사회 보험의 틀이 아닌 새로운 방향과 모습을 상상해야 합니다. 보험 기금에 관한 기여와 고용 여부와 관계없이 저소득실업자에게 소득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구직자만 위한 게 아니라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와 같은 불안정한 노동자까지 포괄하는 제도로 만들어야 합니다.

상상력의 빈곤은 관료 중심으로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탓이 큽니다. 우리는 경제 관료 중심의 ‘비상경제회의’를 넘어서야 합니다. 경제 대책과 사회 정책을 균형 있게 논의하고,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비상사회경제회의’로 거듭나야 합니다. 정책의 수요자이자 주권자인 시민이 정책을 만드는 데 마음껏 상상을 펼칠 수 있어야 합니다.

‘국민주권 시대’를 선언한 문재인 정부가 실천해야 할 숙제입니다. 이러한 실천이 있어야 5·18 민주화 운동 정신을 계승하고 대동정신을 실천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거룩한 일상을 지키며 늘 평안하시길 빕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목, 2020/05/2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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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경제, 사회, 문화 분야부터 일상 생활에서도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시민이 일상 속 문제를 발견하고, 대안을 만드는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만큼 지방정부, 시민사회, 전문분야 등 다양한 현장 이야기를 담은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시민의 목소리를 전하는 ‘시민 에세이 공모전’(▶참여하기 )도 진행(5월 31일 마감)하고 있습니다.

이어 희망제작소는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진행하는 ‘코로나 위기 극복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전’에도 함께 하고 있는데요. ‘코로나 위기 극복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전’은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안전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시민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이벤트로 지난 3월부터 시작하여 6월 7일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아이디어 공모 분야는 ◎ 침체된 지역 경제, 골목 상권 활성화 방안, ◎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방안, ◎ 학생·학교 안전 대책 마련을 위한 방안, ◎ 국민적 협력과 범국가적인 연대 관련 제안, ◎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실질적 방안 등입니다.

시민이 직접 낸 아이디어는 한국지방행정연구원 홈페이지(▶ 바로가기 )를 통해 매주 공개되고 있는데요. 5월 21일 기준으로 시민이 제안한 아이디어는 총 719건, 이중 희망제안 50건, 우수제안 15건이 선정되었습니다. 희망제안과 우수제안으로 선정된 분야는 다음과 같습니다.

분야별로 침체된 지역 경제, 골목 상권 활성화 방안 – 지역경제 분야 29건
학생·학교 안전 대책 마련/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방안 – 복지 분야 16건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방안 – 정책 분야 10건
국민적 협력과 범국가적인 연대 관련 제안 – 문화·기타 분야 10건

지역경제 분야는 주로 소상공인 배달, 주문 앱 개발 관련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온라인 주문/배달 앱 서비스에 지역화폐를 결합하거나, 지역 청년 자원을 활용한 지역 소상공인 온라인 판매, 운영 지원 등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청년의 취업 연계까지 고려된 아이디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이 외에도 연기되는 학사 일정으로 급식 재료 공급처, 농가와의 직거래 장터 제안부터, 화훼농가 판로 확대를 위한 아이디어도 제안되었습니다.

중소기업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지역신생·우수 기업에 대한 공공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과 관광지의 지역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관광지별 지역 화폐 선불카드 대여 제안과 재난지원금 조기 사용 촉진을 위한 아이디어 등도 나왔습니다.

학생·학교 안전,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방안에 관해서선 주로 비대면 관련 방안을 꼽았습니다. 예컨대 은퇴교사, 지역 대학생 등 유휴 인적자원을 활용한 비대면 교육 및 방문 학습 지원, 온라인 방과후 강의 개설 등으로 돌봄과 학습의 공백에 대응하고자 하는 아이디어가 제안되었고요.

또 개학 연기로 유휴자원이 된 급식 시설 및 재료를 활용한 저소득층 학생 도시락 지원, 독거노인 등 지역사회 내 도시락 배부를 비롯해 복지소외계층을 위한 공동냉장고 운영을 통한 지역사회 음식 나눔 아이디어도 제안되었습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에 대한 돌봄을 강조하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방안에 관해서는 시차출퇴근제의 한시적 의무 운용부터 기타 세금의 감면, 부가세 면제, 연말정산 혜택 등 소비 촉진을 위한 제도 제안이 나왔고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관련 산업의 규제 샌드박스 운영으로 개발·생산의 효율화와 활성화를 도모하는 아이디어도 제안되었습니다. 자가격리기간 중 지병이 있어 정기적인 처방이 필요한 경우, 직계가족이 없을 때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도 나왔습니다.

이 외에도 트래픽 빅데이터를 통한 밀집지역 경고와 전염병에 대한 예방 수칙, 증후군의 내용을 빅데이터화 해서 객관화된 정보를 전달하는 방안 등이 제안되었습니다. 이는 확진자 동선 반경 거리별 감염 확률부터 기저질환자의 감염 확률, 유증상자의 체온, 상태 등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 전달함으로써 객관적으로 상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아이디어입니다.

국민적 협력과 범국가적인 연대 제안인 문화·기타 분야에서는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됨에 따른 글로벌 TV 채널 운영을 통해 상시적으로 세계적 확산 추이와 관련 정보를 청취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또 영화/공연계를 살리기 위한 특별영화채널 편성, 재난지원금의 내고향 기부, 생활 예방 습관 확산 등의 아이디어가 제안되었습니다.

기타로 출입 정보를 QR코드 도입을 통한 관리 아이디어, 마스크 및 손 소독제 자판기, 식당의 마스크 거치대, 현관문 센서를 활용한 자가격리자 관리 등 작지만 생활 현장의 직접적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새롭게 지역과 관계가 재구성되고 있습니다. 내가 거주하는 곳, 나의 활동반경 중심으로 관계와 경제활동이 재구성되면서, 지역경제와 관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시민이 몸소 체험하며 느낀 부분에 관해 아이디어를 낸 만큼 향후 실효성 있는 정책과 제도로 반영되길 바랍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마주한 가운데 ‘단절’에 치우친 대응보다 서로 연결되며 코로나19의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코로나 위기 극복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전’은 6월 7일까지 진행됩니다. 공모전에서 선정된 아이디어뿐 아니라 제안된 모든 아이디어가 관련 단체나 기관에 공유되고 있어 해당 분야에서 적용, 실현 가능성을 기대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글: 안영삼 미디어센터 센터장

금, 2020/05/22-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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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에 오래 후원하셨다면, 혹 몇 년 전 희망제작소 연구원과 명함을 주고받으신 적이 있다면, 싱긋 웃는 미소가 담긴 판화 작품 하나를 기억하실 겁니다. 바로 이철수 화백의 ‘웃는 마음’인데요. 마음 ‘心’자에서 발견했다는 미소는 보기만 해도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우리는 명함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설명하고, 누군가와 관계를 맺곤 합니다. 희망제작소와 오랜 인연인 이철수 화백(1004클럽 3번)을 만났습니다. 이 화백은 ‘관계’와 ‘존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식탁에 오르기까지 필요한 수고와 노력

많은 분이 알고 계신 것처럼, 이 화백은 제천에서 유기농업으로 다양한 작물을 키우고 있습니다. 생각보다는 조금 많은 농사를 짓고 있지만, 온전히 ‘자급자족’을 위해서라고 합니다.

“우리가 먹을 건 직접 지어서 먹자고 생각했어요. 남는 건 지인과 가족들과 나누는데요. ‘가게에 가서 사면 된다고, 안 주셔도 된다’고들 하더라고요. 미안해하는 마음을 그렇게 표현 하는 거지요. 농사 지어 나누는 농산물이 어떤 곳에서는 돈을 내면 바로 식탁 위에 올릴 수 있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땅을 갈고 거름을 뿌리는 수고로 길러지는 생명’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게 되면 좋겠습니다.”

자신 주변의 모든 생명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또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살피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인데요. 이어 자신의 경우, 농사가 ‘마음은 편하지만, 몸은 힘든 일’이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보였습니다. 다만 이 정의가 농사짓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데요. 자급자족을 위해 농사를 짓는 자신과 달리 전업농의 경우 마음마저 힘들고 바쁜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판화로도 수입이 생기지만 농사만 하시는 분들은 그것으로 생활을 하셔야 해요. 돈 되는 농사를 해야 되는 거죠. 그런 분들의 마음에서 평화를 찾기란 어려운 일이죠. 저희처럼 다품종 소량생산도 쉽지 않고요. 저희는 직접 기른 것들만으로도 밥상을 다채롭게 차릴 수 있는데 전업농이신 분들에게는 어려운 일이에요. 그럴 여유가 없지요. 모든 농민이 넉넉해져서 아름다운 밥상을 차릴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이철수 화백은 이 이야기를 하며 어쩌면 자신이 ‘허영’이 남아있는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에서 그 단어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시선은 관계에 대한 이 화백만의 독특한 관점에서도 드러납니다.

“우리는 사람을 만날 때 관계에 공들이려고 하지 않아요. 단순히 나에게 잘해주고 친절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천천히 소통과 신뢰를 쌓으며 상대의 ‘인생서사’를 파악해야 ‘그래서 저 사람이 여기에 이렇게 살아가고 있구나…’ 할 수 있는데, 그럴 수 있는 기회는 적죠.”

관계는 귀찮고 번거로운 것

이 화백은 사람관계가 원래 귀찮고도 번거로운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를 당연하게 생각해야 사람과 사람 사이가 공허와 황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서울에 가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사람들이 늘 일사불란하게 저를 외면하더라고요. 안 보는 건 아니에요. 그냥 못 본 척하는 거죠. 한 사람이라도 웃어주었다면 염화시중(拈華示衆)의 미소라고 생각했을 텐데, 다들 외면했어요. 이처럼 현대인들은 서로를 외면하고 살아요. 인사조차 불편해하죠. 그러면서 많은 이유를 댑니다. 위험한 세상에서 남을 어떻게 믿느냐면서요.”

그러면서 자신에게 좋고 편한 것만 취하고 불편한 것은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미운 정, 고운 정’이라는 말에 담긴 통찰도 전했는데요. 사람과의 관계에서 항상 좋은 것만 있을 수는 없다는 겁니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난다고 하죠. 외로움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반려동물이 ‘나만 바라보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특히 강아지는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잖아요. 사람은 그런 법이 없죠. 다들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하려다 보니, 사람과 사람 사이에 불모(不毛)의 사막이나 깊은 강이 생겨요. 각자 고립된 섬처럼 살지요.”

울창한 빌딩 숲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도시인들. 하지만 이 화백은 시골도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보통 도시는 삭막하고 시골은 따뜻함이 넘치는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상대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다를 바 없다는 것인데요.

“선승(禪僧)의 모습도 하나가 아니에요. 근엄하고 차가울 수도 있고 따뜻할 수도 있죠. 어떤 얼굴일 거라고 예단하면 안 됩니다. 생명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생각보다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꽤 다채롭거든요. 살아있는 존재에, 늘 끊임없이 집중해야 합니다. 귀찮고 번거롭더라도요.”

한 마디 한 마디에 삶의 깊이가 묻어났습니다. 저항이 당연하던 1980년대에 민중미술가로 이름을 떨쳤고, 농사를 지으면서도 사회에 관한 목소리를 멈추지 않았으니 그럴 법도 합니다. 요즘 사무실에는 4개의 다른 세대가 공존한다고 합니다.

민주화운동을 주도한 386세대, IT붐을 일으킨 1970년대생,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1980년대생,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소통하고 배우는 게 익숙한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가 그것인데요.1)성장 배경이 다른 만큼 가치관에서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종종 ‘깊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요.

“깊이가 없다고요? 지금 세대는 그 세대의 눈으로 나름 자신의 시대를 감당하려 애쓴다고 생각해요. 저는 젊은 세대를 잘 몰라요. 함부로 말하면 안 되지요. 다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살아있는 존재에 집중할 뿐입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중심에는 항상 ‘공생’이 있어야

인터뷰하는 동안 이 화백은 불교 용어를 자주 꺼냈습니다. 실제 다양한 영성(靈性)에 관심이 많다고 하는데요. 종교를 소재로 한 판화 작업도 여러 번 진행했습니다. 2015년에는 원불교 <대종경>2)의 가르침을 판화로 새겨 작품전을 열었고, 지금은 불교의 <무문관>3)을 소재로 한 판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내년쯤 전시회도 열 계획인데요. 이 작업이 끝나면 기독교 성서를 주제로 한 연작 판화 작업에도 도전한다고 합니다.

“‘공안집’(公案集, 화두집)이라는 말이 생소하실 거예요. 불교에서 깨달음을 구하는 수행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되는 문답 또는 언표를 ‘공안’ 과 ‘화두’라고 부르는데요. 이를 모아서 놓은 책이 공안집이에요. <무문관>에는 모두 48개의 공안이 담겨 있습니다. 그걸 소재로 연작을 합니다. 사막이 된 내면을 안고 사는 우리사회에 ‘나’와 만날 기회를 제안하려는 거지요.”

그림으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이철수 화백. 그 기회를 만드는 게 자신의 임무라고도 생각하는데요. 다만 ‘화가’라는 이름이 아닌 보통 ‘시민’으로 그 역할을 감당하고 싶다고 합니다. 보통 시민, 평범한 일상에서 더 많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2월에 희망제작소에 갔잖아요. 사실 제가 인터뷰나 강의 등을 잘 안 해요. 일상을 지키고 싶어서요. 하지만 지난번에는 동질성이 높은 분들을 만나게 될 거라는 기대로 승낙했어요. 들어보니 희망제작소가 많이 힘들다고 하던데, 그런데도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는 건 존재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 아닐까요? 그러니 사람들이 ‘희망제작’의 불씨를 꺼버리려고 하지 않는 거죠.”

이 화백은, 과거 희망제작소가 선도했던 의제가 제도와 정치권으로 진입하고 확산된 것을 긍정하고 자부를 가지라고 말합니다. 이제는 의제설정을 새롭게 하기 위해 시대정신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할 때라는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그 중심에는 ‘공생’이 화두처럼 있어야 한다는 말에, 희망제작소가 앞으로 어디에 징검돌을 놓아야 할지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 글 : 최은영 | 이음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 인터뷰 진행 : 최은영 | 이음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 사진 : 이규리 | 이음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 각주
1) 2019.07.19 동아비즈니스리뷰 “Z세대와의 협업에 실패하는 까닭” (http://bitly.kr/v8Z1RNdCn)
2) 원불교 교조 소태산(少太山) 대종사(大宗師)의 언행이 수록되어 있는 경전. 원불교의 모든 교서(敎書) 중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경전이다.
3) 중국 남송(南宋)의 선승(禪僧) 무문 혜개(無門慧開)가 지은 불서

화, 2020/05/26-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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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에세이 공모전은 5월 31일까지 상시 진행 중이니 많은 참여 부탁 드립니다. (▶에세이 공모전 참여하기) 여섯 번째 시민 에세이는 토란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버스 도착예정 시간은 14분. 저 버스를 타게 되면 지각을 면할까. 급행버스를 기다려야 하나 선택해야 한다. 버스를 2개월 만에 탄다. 코로나19 31번 확진자발 지역사회 확산은 출퇴근의 풍경도 우리 가족의 아침도 모두 다르게 채색되었다. 시내 중심가 도로나 상가는 인적이 드물었다.

그나마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은 마스크에 가려져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의심하는 표정이 읽혔다. ‘당신, 신천지 아니야? 할머니는 왜 버스를 타러 나오신 거지?’

처음 보는 사람들 모두 서로에게 침묵하고 속으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침묵만이 감도는 버스 안은 흔한 라디오 음악 소리도 허용하지 않은 채 텅 빈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내가 확진되면 어떡하지, 내가 타고 다닌 이 524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나로 인해 감염되면 어떡하나?’ 여러 가지 복합적이고 미묘한 두려움이 엄습한다.

다음날부터 나는 카풀을 시작했다. 딸아이를 휴교령이 내려진 유치원대신 시어머니에게 맡기면서, 출근하는 발걸음은 오히려 무거웠다. 재택근무나 돌봄휴가를 써야하나? 이런 상황에서 맞벌이를 하는 집안은 어떡하나? 다들 말못할 고민과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견뎠을 것이다.

kf마스크가 주는 답답함보다 내가 숨쉬고, 출근하던 일상이 이렇게 한 순간에 통제될 수 있구나 하는 무서움과 연일 보도되는 확진자수와 동선으로 인해 본의 아닌 사이버 추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꼬리표처럼 물고 늘어지게 된다.

남편과 같이 출근하는 길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서로의 아침 전쟁을 치러낸 전우애나 오늘도 출근길에 올랐다는 패잔병의 심정이라기보다 연애 이후 이렇게 오전시간을 오래 함께했던 적이 있을까? 무슨 말로 위로나 격려를 할까? 오늘도 바쁘려나 속으로 되뇌는 말들이 마스크를 가린 입 속으로 쑥 기어 들어갔다.

차라리 버스를 타고 다닐 때가 좋았다. 아이가 자고 있을 때 도망가듯 기어 나오는 엄마의 모습이 미안하기도 하지만, 출근 길에 듣는 노래나 팟케스트가, 짧은 출근 시간에 보던 책 한 구절이 내가 오롯이 누릴 수 있는 문화적 시간이었으니까.

가족이래도 불편하고 미묘한 권력 관계랄지, 아침에 마주하는 시어머니의 짧은 인사말 하나에도 신경이 곤두섰다. 워킹맘인 사회복지사인 내 존재의 문제 같기도 했다. 그게 아닌데, 밀려드는 후원물품은 몸을 계속 힘들게 하고 마음을 지치게 한다. 나만 이렇게 힘드나 울분이 생기기도 하고, 오늘도 아이를 맡기려 전전하는 동료엄마 사회복지사의 얘기를 듣다보니 같이 화가 나고 억울했다.

2개월이 지났다. 벚꽃도 지고 라일락도 져버렸다. 흩날리는 꽃눈들 사이에서 많이 울고 웃었다. 봄을 만끽하기보다 흘려보냈다. 이렇게 세월이 흘러가면 코로나19도 없어지고, 다들 건강을 되찾을까 생각이 많아지니 잠도 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이렇게 지난날을 회상할 겨를이 생겼지, 당시에는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서 눈코 뜰 새 없었다. 우예 안되겠습니까? 연대나 우정 아니겠습니까? 구수한 사투리로 위로하는 유명 연예인의 화상 채팅으로 잠깐 웃어보기도 한다.

세상은 한동안 음률을 잃은 것처럼 조용했다. 조용하니, 작은 것들의 외침이 들리기 시작했다. 고라니가 도로를 뛰어 놀고, 해파리가 운하를 거슬러왔다고 한다. 마스크 없는 얼굴을 까먹을 정도로 그전으로 돌아가기 힘들겠지만, 음악가들이 방구석 콘서트를 열고 방세가 밀린 사람들이 무지개 깃발로 저항한다. 인간들은 다시 일상을 찾으려는 자구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할머니 집에 가는 게 지겨운지 유치원 유치원 노래를 부른다. 신청만 해뒀던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너희들이 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잠시 생각에 빠진다. 잠든 아이의 얼굴은 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하다.

다시 버스에 오른다. 창밖의 풍경은 초록으로 뒤덮이고, 사람들의 마스크도 kf에서 덴탈, 천마스크로 변했다. 여전히 서로 말이 없지만, 간혹 음악소리가 열린 창문으로 흘러 들어온다. 절망을 춤을 추며 견디듯이 오늘도 내일을 희망해보며 버스에 오른다. 점심은 뭘로 할까 생각하면서.

– 토란 님

금, 2020/05/2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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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이승연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요즘이다. 올해의 거사 중 하나였던 ‘이사’는 얼렁뚱땅 진행되어버렸다. 이사하면서 아이 방도 새로 꾸며주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가구 구경 다니는 사치도 누릴 수 없었다.

첫째가 당분간 유치원에 가지 않아 아이 둘과 함께 집콕이 계속되다 보니 이사하기 전 짐 버리기, 이사 후 짐 정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찜찜한 날들이 이어졌다. 낯선 동네에 와서 집에서 아이 둘과 온종일 있으려니 머리도 지끈거리고 우울함이 밀려왔다.

해야 할 일을 다음으로 계속 미루고 그냥 하루하루를 때우는 날들, 그런 날들의 한가운데서 둘째 아이의 피부가 심상치 않아 보여 소아과를 방문했다.

“어머니, 이거 농가진이에요. 심하면 입원까지 해야 할 수도 있는 거예요. 왜 이제 오셨어요? 이렇게 심하게 돼서 오는 분은 없는데요. 제가 다 놀랬네요.”

나보다 더 호들갑을 떠는 의사의 꾸지람에 가까운 진단을 듣고 보니 그제야 둘째 목에 생긴 시뻘건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어린 게 얼마나 아팠을까. 무심한 엄마 때문에 고생하는 5개월 된 둘째가 측은해서 나도 모르게 기저귀를 갈다가도 분유를 먹이다가도 ‘에구, 미안해’하고 연거푸 사과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있던 첫째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흥, 엄마는 왜 나한테는 미안하다고 안 해? 내 공책도 찾아준다고 해놓고 안 찾아주고, 나랑 놀아준다고 해놓고 있다가~있다가 하고만 말하고. 언제 내 말 들어줄 건데~~~”

그냥 미안하다고 하고 아이를 안아주면 될 걸 나도 모르게 첫째한테 화를 냈다.

“엄마가 놀고 있니? 엄마도 지금 해야 할 게 많은데 못하고 있잖아. 좀 기다려! 이제 혼자 좀 놀면 안 되니! 너 자꾸 울면 반성문 쓰라고 한다.”

내 안에 쌓인 스트레스를 첫째한테 쏟아놓고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내 휴직은 엉망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은 많은데 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답답함.

그리고 평소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삼시 세끼 아이 끼니를 챙기고 어질러진 집을 치우는 노동을 지속해서 반복해야 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휴직을 하면서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아이와 실컷 놀기’ 아니었던가! 일할 때는 할 수 없었던 소소한 것들 해보기, 이를테면 맛있는 요리 함께 만들어서 먹기, 일상 속에서 소소한 사진 찍고 그림 그리며 추억 만들기 뭐 이런 거 아니었나? 또 휴직 중이 아니었다면 불안해하며 아이를 긴급 보육으로 유치원에 보내야 할 뻔했는데 다행인 거 아닐까.

머리로는 하루하루 시간이 아깝다고 하면서 주어진 시간을 사용하기보다는 흘려보내기에 바빴다. 아이들 밥 챙기고 놀아주느라 스트레스라고 말하면서도 하루 한 끼는 꼭 빵, 인스턴트로 대신하며 평소보다 더 대충 차려주고, 실질적으로 아이와 마주 앉아 온전히 놀아준 시간은 하루 한 시간도 될까 말까 했다. 거기다 둘째는 자주 씻기고 살피지도 못해서 전염병에 걸리게까지 하고 말았다.

반성문을 써야 하는 건 아이가 아니라 나였다. 언행불일치,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는 나. ‘바깥’의 상황을 탓하느라 내 ‘안’을 들여다보지 못한 어리석은 나. 일상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하고 어려운 것인지 알면서 우습게 생각한 나.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날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나. 약자인 아이에게 화를 내고 설득력 없는 말로 합리화하려는 엄마라는 이름의 나.

무슨 말을 하다가 첫째가 그랬다.

“엄마 오늘 무슨 요일이야? 유치원에 안 가니까 오늘이 주말인지 언제인지 모르겠다.”

“엄마도 그래. 오늘 날짜도 모르겠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네.”

“맞아. 밖에서 놀지도 못하고 놀이터도 못 갔는데 하루가 너무 빨리 가서 싫어. 근데 엄마! 그거 알아? 하루가 하루를 만든다? 어~그러니깐 오늘이 내일을 만들고 또 하루를 만드는 거지.”

다른 생각을 하다가 아이가 하는 말에 대충 대꾸를 해줬는데 생각해보니 참 그럴싸한 말이었다. 하루가 하루를 만들다니! 도대체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하는 거지? 7살 딸아이도 오늘 하루하루가 쌓여서 내일이 되고, 이런 일상들이 차곡차곡 모여 또 하루를 만든다는 걸 알았나 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명언 중의 하나. 헬렌 켈러는 이렇게 말했다.

‘행복의 한쪽 문이 닫힐 때, 다른 한쪽 문은 열린다. 하지만 우리는 그 닫힌 문만 오래 바라보느라 우리에게 열린 다른 문은 보지 못한다.’

일상을 성실하게 살아내는 것.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게 아닐까.

– 글: 이승연 님

* 사진은 본문과 상관없는 이미지 활용 사진입니다.

화, 2020/06/0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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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이정훈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인위적인 조명보다는 자연의 빛이 좋다. 빛을 따라 카메라 구도를 바꾸니 훨씬 낫다. 머리가 뜨진 않았는지 확인한다. 자세를 잡고 몇 번 카메라 테스트를 하며 입을 푼다. 분명 몇 번 점검한 시나리오인데, 생방송을 앞두고 눈에 거슬리는 표현들이 보인다. 순서도 엉망이다. 분명 어제까진 마음에 들었던 구성인데! 수정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방송시작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입술이 바짝 마른다. ‘오늘은 애드리브가 술술 나오길! 돌발상황이 없길!’ 많은 것을 하늘에 맡기며 ‘액션!’ 방송이 시작된다.

“자! 안녕 6학년~ 좋은 아침이야! 오늘도 열심히 수업 시작해보자~ 아직 안 들어온 친구들한테 전화 좀 해 볼래? 다 모이면 오늘 하루 일정 설명하겠습니다!”

왁자지껄한 교실에서 아이들과 놀이로 하루를 시작했던 초등교사의 아침이 저렇게 바뀐 지 어느 새 한 달이 넘어간다. 온라인 수업 초기에 이러한 수업 형태가 잠깐 머물다 가는 해프닝 정도일 줄만 알고 조금 무리해서 ‘오전엔 화상수업을 한다!’라고 선언해 버린 탓에 할 일이 많아져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계속 쌍방향 수업을 한 이유는 거창한 교육적 목적이 있어서는 아니다. 그저 얼굴 보면서 수업을 해야 나도 더 재밌으니까! 그런 소소한 이유로 이 작은 시골학교에서 아이들과 매일 쌍방향 수업을 하며 코로나를 이겨내고 있다. 이 글에서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 겪고있는 소소한 학교 이야기들을 써보고자 한다.

1. 확실히 학교에 있을 때 보다 아이들이 덜 웃는다. 화면에 비춰지는 아이의 표정이 굉장히 근엄해서 눈치가 보일 때가 있을 정도로. 그런 표정을 보면 어떻게든 웃기고 싶다. 교실에서 수업할 땐 이렇게까지 계획적으로 아이들을 웃기려고 하지 않았는데, 요즘엔 아이들이 과제를 잘 했을 때 보다 아이들이 많이 웃으며 수업에 참여했을 때 더 성공적인 수업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재미’에 집착하는 중이다. 근엄한 표정의 아이들을 깔깔거리며 웃게 한 뒤엔 검은 화면의 아이들에게 눈이 간다.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 걱정되니 채팅이라도 해달라고 하자, 키보드로 열심히 웃어준다. 한바탕 웃고 나면 교실에서 만큼은 아니지만, 온라인으로도 ‘우리 반’ 이 느껴져서 참 좋다.

2. 산골학교에 아이들이 없으니, 새 지저귀는 소리가 온 학교를 덮었다. 창밖엔 다람쥐가 지나가고, 교실에 딱새가 들어오고, 아이들이 다니던 흙길엔 풀꽃이 자란다. 코로나로 인해 자연이 회복되고 있다는 기사가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났다.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는다. ‘내일 아침 퀴즈로 내야지~’ 점점 퀴즈 매니아가 되어가는 것 같다. 다람쥐가 보일 때 마다 사진을 찍어서 숨은그림찾기 퀴즈를 내다보니 다람쥐 찾기 도사가 되었다. 이젠 교실에 딱새가 들어와도 당황하지 않고 잠자리채로 쉭 잡아챈다. 코로나 이후 잘 하게 된 것이 은근 많다. +동영상편집+다람쥐 찾기+새잡기+퀴즈 만들기+대본 외우기……. ‘에휴 우리 애들도 이 기간동안 잘하게 된 게 한 개는 있어야 할텐데……’ +걱정하기

3. 온라인 수업에서 더욱 빛나는 아이들이 있다. 마치 온라인 수업을 한 5년은 해본 듯한 놀라운 적응력을 보이는 아이들 말이다. ‘자기주도학습’ 그 자체! 겨울방학을 지나며 부쩍 커서 그런건지, 온라인이 적성인건지는 개학해서 교실수업을 해봐야 확인할 수 있겠지만, 그런 아이들을 보며 괜시리 교육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한편으론, 온라인이라는 벽에 갇혀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지 못하는 많은 아이들이 안쓰럽다. 하루 빨리 교실수업으로 돌아와 너의 훌륭함에 대해 세세하게 말해주고 싶은데! 지금 보이는 것은 과제 미제출 화면뿐이니……. 잔소리만 늘어가는 선생님을 용서해주겠니?

4. 요즘 부쩍 우리 사회가 ‘서로 기대어 사는 삶’이란 것을 실감한다. 힘든 온라인 개학 상황에서 항상 함께 고민하고, 자료를 공유하며 서로의 짐을 덜어주는 선생님들, 아이들 돌봄으로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도 항상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시는 학부모님들, 코로나 상황을 이해하고, 그 누구보다 빠르게 변화에 적응해가는 아이들, 서로의 고됨과 노력을 격려하는 분위기의 사회까지. 크고 작은 위기가 지나갔고 종식까지는 몇몇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훗날 이 상황을 이겨낸 우리들의 모습을 가르치는 장면을 즐겁게 상상해본다. ‘코로나? 그 때는 말이야~ 말도 마~ 너희 선배들이 얼마나 훌륭했냐면…….’

– 글: 이정훈 님

* 해당 사진은 이미지 활용 사진입니다.

화, 2020/06/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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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이음센터에서 후원회원 정보를 관리하는 이규리 연구원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걸까 걱정하며 다가서니 놀란 눈으로 “고등학교 때 문학 가르쳐주셨던 담임 선생님이 저희 후원회원이세요.”라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무려 이규리 연구원이 ‘은사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유일한 분이라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은사님은 오랜만의 연락에도 이 연구원을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지난 5월 스승의 날을 맞아 이규리 연구원이 고교시절 은사이자 희망제작소 후원회원인 최혜숙 선생님을 찾았습니다.


▲ 이규리 이음센터 연구원(사진 좌), 최혜숙 후원회원(사진 우)

이규리 연구원(이하 규리) : 선생님. 오랜만에 정말 반가워요. 잘 지내셨죠? 자주 연락을 못 드려 죄송했는데, 희망제작소에 후원하고 계셔서 깜짝 놀랐어요.

최혜숙 후원회원(이하 최혜숙) : 네 전화를 받고 나도 놀랐지. 2011년에 박원순 전 상임이사의 전교조 주최 강연을 듣고 후원을 시작했어. 당시 희망제작소 사업 중에 ‘은퇴한 시니어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다양한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는 강연 내용이 인상이 깊었거든. 네가 그곳에서 일 한다고 해서 신기했어.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해가 되더라구. 규리 너는 ‘할 말은 하는 학생’이었달까.

규리 : 제가요? 어떤 면에서요.

최혜숙 : 그때만 해도 학교의 구조적인 문제 등에 이의 제기를 하는 학생이 거의 없었어. 반항하는 친구들도 단순히 ‘학교와 공부가 싫어서’ 그러는 경우가 많았지. 하지만 규리는 학교에서 강제로 시키는 것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할 줄 아는 학생이었어. 학급회의 할 때는 ‘학생들 의견도 물어보셔야죠’라고 꼭 말하곤 했지.

규리 : 지금은 많이 부드러워졌어요. (웃음) 제 기억에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으시면서도 아이들을 잘 통제할 수 있는 분이셨어요. 저희와 말도 잘 통하셨죠. 어느 날에는 제 치마를 보고 ‘조금 더 짧으면 예쁘겠다’라고 하신 적도 있어요. 기억나세요?

최혜숙 : 그랬나. 하하. 교편 잡기 전에 사회생활을 했던 게 학생들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 형편이 넉넉지 않아서 고등학교 졸업 후에 대학 안 가고 은행에 취업했거든. 시간이 지나면서 이 일이 나와 잘 맞는지 의구심이 생겼어. 공부를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구. 그러다가 야간대학 국문과에 들어가게 됐어.

규리 : 공부 다시 하시면서 힘들진 않으셨어요.

최혜숙 : 글쎄. 난 재미있었어. 은행에 사표를 내고 전업학생(?)이 되어 낮에는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밤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들었어. 말 그대로 종일 공부를 한 거지. 교수님들이 수업하시는 거 보면서 가르치는 직업도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교직 이수를 했고, 1년 재수한 끝에 임용고시에 합격했어.

규리 : 학생들과 처음 만났을 때 어떠셨어요.

최혜숙 : 은행에서는 고객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별의 별 일이 다 있고, 때론 영업도 해야 하거든. 그러면서 많이 지쳤어. 그러다 학교에 와서 아이들을 만나니까 너무 천사 같은 거야. 하지만 사회생활을 학교에서 시작한 선생님들은 나와 좀 다르게 생각하시더라구. (웃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학교 오기 전의 사회생활이 내겐 도움이 된 거지.

규리 : 선생님이 학생들을 항상 따뜻하게 대해주셨던 이유를 알 것 같아요. 하지만 학교도 조직이니까 불합리한 일도 종종 발생할 것 같은데요.

최혜숙 : 아주 오래 전 일인데, 새학년 교과서를 보관한 교실에 비가 새는 바람에 쌓아둔 교과서가 젖는 일이 있었어. 당시 교장선생님이 숙직기사님이 배상을 해야하는데 우리가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도와드리자고 했어. 그때 한 선생님(전교조 교사)이 손을 들고 학교의 관리 책임은 교장인데, 왜 숙직기사님께 책임을 전가하냐고 물었지. 그 사건을 계기로 전교조에 가입을 했고 교육 현장을 민주적으로 바꾸는 일에 참여하게 되었어.

규리 : 선생님의 교육철학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최혜숙 : 나는 학창시절에 철저히 주입식 교육을 받았거든. 뒤늦게 들어간 대학에서는 운 좋게도 열의 있는 교수님들을 많이 만났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을 반복했지. 야간수업 이후에도 카페에 모여 열띤 토론을 하면서 많이 배웠어. 전교조에서 기획한 다양한 국어수업 연수도 도움이 됐지. 연수 후에 모둠수업, 발표수업 등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교사인 내가 오히려 배우게 되더라구. 집단지성의 힘도 깨달았지. 희망제작소를 후원하고 응원하는 이유도 ‘다양한 시민의 참여’로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만들고 실행하기 때문인 것 같아.

규리 : 모둠수업, 조별과제 등을 하다 보면 무임승차 문제도 생기지 않나요? 요즘 젊은 세대들은 ‘공정’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기도 하고요.

최혜숙 : 최근 5년 사이에 무임승차에 분노하고 못 견디는 친구들이 많아진 것 같아. 물론 무책임하게 아무 것도 안 하는 친구들은 문제가 되지. 하지만 사정이 있는 경우도 있잖아. ‘무조건 잘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어떻게 하면 함께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되는 것 같아. 그래서 요즘 만나는 학생들에게는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고 말하곤 해. 또 생각해보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공정의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대면서 자신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것 같아. 아이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건 어른들 탓이 클거야. 교육과 학교가 만든 것일 수도 있지. 높은 점수를 받아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데, 이 말은 친구가 내 아래에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잖아. 그러다 보니 공정함에 더 예민해지지. 한번은 10점 만점에 9점 받은 친구가 만점 중에서도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즉 커트라인에 걸린 친구와 자신의 차이점을 이야기 해달라고 하더라구. 이런 걸 보면 교육현장에 대한 신뢰가 없는 것도 같아.

규리 : 많이 힘드셨겠어요. 코로나19로 학교 풍경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선생님은 어떠셨어요.

최혜숙 : 역사의 물줄기가 꺾이는 순간을 목도했달까. 요즘 아이들 장래희망 1순위가 유튜버거든. 영상의 영향력이 커진 거지. 하지만 누구도 지금까지 영상으로 수업하는 시대가 올 거라고는 생각을 못한 거야. 지금은 안정이 되었지만 처음에는 엄청 혼란스러웠어. 사실 선생님들보다 학부모님들이 더 힘드실 거야. 수업 틀어놓고 딴짓 하는 친구들도 많을 텐데 말이지.

규리 : 그러면 아이들 간에 학습 격차가 생길 것 같은데요.

최혜숙 : 그게 문제야. 못 따라 오는 아이들은 손을 놓게 되니까. 다행히 이번 온라인 수업 내용을 가지고선 평가를 못하게 되어 있어. 학교에 등교하게 되면 온라인 수업내용을 다시 정리해 주려고 해. 아직 직접 아이들 얼굴을 보지 못한 게 아쉽긴 하지만, 온라인 수업의 경험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야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다양한 변화, 학교 교육의 ‘뉴노멀’을 만드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규리 : 선생님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남은 기간에 해보시고 싶은 일은 없나요.

최혜숙 : 어떻게 하면 학교에서 아름답게 퇴장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야. 일단은 지쳐서 학교를 그만두지 않았으면 좋겠어. 학교 밖에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야. 요즘 언론을 보면 생각이 서로 다른 사람들을 부추기는 것 같아 걱정이 돼. 하지만 우리 사회가 이렇게 유지될 수 있는 건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자신의 일에 충실한 분들이 많아진 덕분인 것 같아. 이런 걸 보면 작은 것부터,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껴. 나도 그러고 싶구. 희망제작소가 이런 판을 더 많이 깔아주면 좋을 것 같아.

인터뷰 후, 이규리 연구원은 선생님에 대해 몰랐던 이야기를 알게 되어 뭉클하다고 했습니다. 동행한 저 역시,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눌수록 선생님과 제자 사이를 넘어 더 넓고 깊은 관계로 발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구성원의 동질감과 유대감을 발견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희망제작소에는 최혜숙 선생님을 포함하여 교사이신 후원회원분들이 많습니다. 고3을 시작으로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됐는데요. 여전한 혼란과 불안에 선생님들이 많이 힘드실 것 같습니다. 일선에 계신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보냅니다.

– 글 : 최은영 이음센터 연구원
– 인터뷰 진행 : 이규리 이음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최은영 이음센터 연구원・ [email protected]
– 사진 : 이음센터

목, 2020/06/0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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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시민이 다양한 상황에 적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워크숍 매뉴얼인 <희망드로잉 26+ 워크숍 활용설명서>(이하 희망드로잉26+)를 발행하고,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민주권센터 연구원들은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발열 확인, 마스크 착용, 지속적인 손소독과 같은 생활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2020년 첫 <희망드로잉 26+>활용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지난 5월 28일(목)과 29일(금), 이틀에 걸쳐 천안NGO센터에서 진행한 교육에 20여명의 천안지역 활동가 및 시민이 참여했습니다. 지역의 활동가가 시민과 함께 다양한 워크숍 기법을 활용하여 공동체의 문제를 발굴하고, 지역 자원을 활용하여 해결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교육을 진행하였습니다. 이것은 당사자가 생각을 모으고, 함께 고민하고, 해결방법을 찾아보는 <희망드로잉26+>의 기본 흐름입니다.

<희망드로잉26+>에 대한 소개와 참여자 간의 거리를 좁히는 얼음깨기로 교육을 시작하였습니다. 얼음깨기 기법으로는 참여자들이 서로에 대해 재미있게 알아갈 수 있는 ‘신상빙고’와 자연스럽게 서로를 소개하고 관심사를 나눌 수 있는 ‘초상화 그리기’를 함께 해 보았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하고 있는 사람

이번 교육에 참여한 분들은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워크숍 방법을 활용하여 공동체 활동을 해야 하므로 워크숍 진행자(Moderator)가 알아두어야 할 주요 내용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특히 귀의 기술 ‘경청’, 눈의 기술 ‘관찰’, 손의 기술 ‘기록’, 입의 기술 ‘요약 및 질문’, 마음의 기술 ‘신뢰’와 같은 진행자가 알고 있어야 할 중요한 기술에 대해 알아보고, 함께 연습해 보았습니다.




 

말 대신 글로 아이디어를 모으는 워크숍

브레인라이팅을 통해서 천안시와 관련한 의제를 찾아보았습니다. 참여자들은 각자 천안시와 관련한 다양한 생각을 자유롭게 3개씩 적은 후, 모둠별로 자신이 적은 내용을 공유하였습니다.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비슷한 유형을 중심으로 생각들을 정리하고, 공통의 주제들을 도출하였습니다. 모둠별로 도출한 주제를 참여자 모두가 공유한 후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를 선택하여 주제별 모둠을 만들었습니다.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역할 정하기

새롭게 정해진 모둠에서 모두가 역할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역할을 정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전체 논의를 진행하는 ‘진행자’, 논의 내용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기록자’, 시간을 조정하고 갈등을 중재하는 ‘조력자’, 도출한 내용을 모두와 공유하는 ‘발표자’와 같이 꼭 필요한 역할들을 구성원들이 나누어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모두가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원인 발견하기

모둠에서 주제와 관련하여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함께 생각하고 공유하는 워크숍을 진행하였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문제를 접착식 메모지에 기록하고, 그것과 관련한 여러 가지 원인을 다른 색을 가진 접착식 메모지(포스트잇)에 기록하였습니다.

문제를 기록한 메모지를 중심으로 원인을 기록한 메모지를 붙여서 문제와 원인을 한번에 볼 수 있도록 배치하면서 다른 구성원과 공유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작성한 것뿐 아니라 다른 구성원이 작성한 다양한 문제와 원인을 재배치하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문제와 원인, 문제와 문제 사이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시나리오 작성하기

공통된 주제에 관련된 다양한 관계를 점검해 보기 위해 시나리오 작성하기를 실습하였습니다. 앞서 도출한 주제(문제 및 원인)와 관련하여 지역에서 만나게 되는 시민의 특징을 정리해 보고,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도 상상해 보았습니다.

부딪히게 되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이해관계자는 누가 있는지도 찾아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문제 의식과 상황을 정리하고, 이해관계자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PMI 회고

이렇게 첫날 교육을 마치면서 하루를 돌아보는 회고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여자들은 좋았던 점(Plus)과 아쉬웠던 점(Minus), 깨닫거나 새롭게 알게 된 점(Insight)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기록해 보았습니다.

자신이 기록한 내용을 공유하면서 비슷한 내용을 모으기도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교육 진행자와 참여자 모두 더 나은 시간을 위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상상 워크숍

두 번째 날 교육은 현실의 제약을 벗어난 사고를 통해 이상적인 미래를 그려보는 소셜픽션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제약조건 날리기’를 통해 상상을 방해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자유로운 생각을 바탕으로 미래상을 만들고, 10년 후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10년 후의 상상한 모습을 측정할 수 있는 평가기준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것을 위해 지금의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투표를 통해 구체적으로 사업을 기획해 보고 싶은 것을 선택하였습니다.


 

자원찾기

‘사회상상 워크숍’을 통해 선택한 구체적인 해야할 일에 대한 사업을 기획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자원찾기’를 해 보았습니다. ‘자원찾기’는 어떤 계획을 세우기 전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 또는 자원을 찾아보는 워크숍입니다.

모둠별로 해야할 일에 필요한 자연자원, 역사자원, 문화자원, 사회자원, 인물자원과 같은 자원의 대분류를 정하였습니다. 정해진 분류에 따라 자신이 생각하는 자원을 적어보고 공유하면서 사업 기획에 필요한 자원을 발견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장단점찾기

지역 공동체의 장점과 현재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장단점찾기’를 통해 객관적인 상황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참여자들은 해야할 일과 관련하여 지역 공동체의 장점과 단점을 기록한 후, 이를 공유하면서 실행계획을 세우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였습니다.

특히 장점과 단점에서 각각 가장 중요한 3가지를 숙의과정을 통해 선택하여, 사업을 기획하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내용에 대해 합의하였습니다.


 

사업계획서 작성하기

이틀 동안 함께한 다양한 워크숍에서 도출한 내용을 정리하여, 공유하거나 제안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보는 ‘사업계획서 작성하기’를 함께 해 보았습니다. 사업계획서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명료하게 정리하여 실제 사업으로 실행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모둠별로 사업의 특징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짧은 문장 또는 핵심 단어의 조합으로 만들 수 있는 사업명과 왜 사업을 제안하게 되었으며 이 사업을 통해 해결하려는 문제를 설명하는 배경 및 목적, 이 사업으로 영향 또는 혜택을 받는 사람이나 집단과 같은 사업대상, 사업이 이루어지는 사업위치, 이 사업을 위해 필요한 시기와 기간,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한 실행계획, 누구(내부 및 외부, 개인 및 단체 등)와 함께 하는지에 대한 실행체계 등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SSCML회고

이틀 간의 교육을 마치면서 잘한 일은 더 잘할 수 있게 하고, 잘못한 일도 다음에는 더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회고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작해야 할 일(Start), 그만해야 할 일(Stop), 계속해야 할 일(Continue), 더 많이 해야 할 일(More of), 더 적게 해야 할 일(Less of)을 중심으로 각자의 생각을 적어보고 함께 공유하였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교육에 대한 평가와 함께 각자의 삶터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 글: 희망제작소 시민주권센터 손정혁 연구원 [email protected]
– 사진: 희망제작소 시민주권센터 손정혁 연구원, 이시원 연구원

목, 2020/06/04-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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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성실애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마스크는 있어?”
“이제 3장 남았어. 이따 퇴근길에 편의점 가보려고.”

지난 2월 말 남편과 했던 통화다. 남편은 결국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했다. 나 또한 인터넷 쇼핑몰 여러 곳을 전전한 끝에 장당 사천 원 꼴인 대형 마스크 20개를 주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깜깜무소식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한 책과 함께 온 대형 KF94 마스크 한 장을 남편에게 보냈다.

설을 며칠 앞두고 남편은 승진을 했다. 발령을 받아 간단히 옷과 침구를 싸들고 대구로 내려갔다. 내려가자마자 대구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사이 상황이 달라졌다.

주말에 오겠노라고 했던 남편은 발령 첫 번째 주말을 숙소에서 보내야 했다. 김치와 마른반찬을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 우체국으로 향했다. 주소를 확인 한 우체국 직원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대구는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 바로 택배가 안 들어갈 수도 있다고. 다행히 택배는 다음날 도착했다.

마스크가 3장 남았다던 날, 대구 이마트에는 마스크를 개당 820원에 팔았다. 100m가 넘는 긴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사는 사람들을 뉴스 화면으로 만났다. 낮에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남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다행히 다음 날 회사에서 마스크 5장을 보급 받았다. 그리고 집에도 돌아오지 못한 채 숙소에서 재택근무가 시작되었다.

대구에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대구에 다녀온 사람을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코로나에 걸렸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남편이 회사고 뭐고 다 두고 왔으면 싶다가도 주변의 시선이 두렵다. 주말에 못 오는 남편과는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애들 사회생활을 위해서 보고 싶지만 어쩌겠어…”

양가부모님의 걱정과는 달리 의연한 목소리로 자신의 근황을 전하는 남편의 목소리 뒤로 종종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저녁이면 우리는 영상통화로 만난다. 아이들은 자신의 게임 레벨과 새로 생긴 아이템 이야기를 아빠에게 전하느라 정신이 없다.

코로나쯤은 게임 속 전사처럼 다 무찌를 기세다. 철없는 아빠는 아이들이 자신의 레벨보다 한참 높게 올라갈까 봐 호들갑을 떤다. 택배 안에 게임기를 넣어 보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내가 당장 코로나 퇴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하지만 작은 것이라도 지켜보자. 위생에 신경 쓰고 외출 시 꼭 마스크를 쓰자. 수시로 손을 깨끗이 닦고 되도록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말자. 다른 때 보다 건강에 신경 쓰자. 단순 감기라도 무시하지 말자. 그리고 엄마로서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자.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잘 씻기고.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2~3일 마다 보내는 택배는 다행히 남편의 손에 전달된다. 우체국 택배기사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현장에서 코로나와 직면해서 일하고 계신 분들을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자.

– 글: 성실애 님

수, 2020/06/03-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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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명
2020 더 많은 시민, 더 열린 참여를 위한 예산학교(공통교재)

■ 발주처
서울특별시

■ 소개
– 2020년 서울시 예산학교에 참여자에게 배부하는 공통교재로 참여예산 전반에 대한 소개와 서울시 시민참여예산제도, 지방예산, 서울시 예산 등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 시민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쉽도록 다양한 사례와 웹툰, 사진, 그래프 등을 활용하여 제작하였습니다.

■ 목차

Ⅰ. 시민참여예산이란
1. 참여예산, 어렵지 않아요
2. 세계의 참여예산, 어떻게 운영하나요
3. 참여예산으로 무엇을 하고 있나요

Ⅱ. 함께해요, 서울시 시민참여예산
4. 서울시 시민참여예산은 무엇이 다른가요
5. 서울시 시민참여예산에 함께하고 싶어요

Ⅲ. 예산, 이것만 알면 돼요
6. 지방예산이 무엇이죠
7. 서울시 살림살이, 어떤가요

# 부록
1. 서울특별시 시민참여예산 운영 조례
2. 주요 재정 용어

■ 연구진
서울특별시 시민협력팀 최인욱 팀장
희망제작소 시민주권센터 기은환 팀장
희망제작소 시민주권센터 손정혁 연구원

■ 펴낸 날
2020. 6.

화, 2020/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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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는 최소민 님의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연준아, 자 지금부터 시작이야! 준비해!”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나가기 전, 아들은 비장한 각오로 마스크를 귀에 건다.

“오늘도 잘할 수 있지?”

물어보면 연준이는 제법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함께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일을 하고 있는 나는 어쩔 수 없이 긴급보육으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가 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현관 앞에서 실랑이가 벌어진다. 마스크를 벗으려는 자와 씌우려는 자의 팽팽한 신경전! 이미 하루 에너지의 절반을 다 써버렸다!

이제 갓 세 돌을 지낸 네 살 아이에게 마스크 쓰기는 답답하고, 생소하고, 험난한 사회 적응의 과정이었다. 결국 달램과 으름장으로 마스크를 걸치긴 하지만 그것은 승자 없는 상처 뿐인 영광이었다.

고민의 밤이 깊어지던 어느 날, 한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소아병동에 살다시피 할 정도로 몸이 안 좋았던 청년의 이야기였다. 일반적으로 병원에 오래 있다 보면 우울해지고 힘이 빠지게 되는데, 이 청년은 병원에서의 시간만큼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항상 엄마가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 병원을 상상력의 공간으로 바꿔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항상 다음 날 일어나면 무슨 일이 펼쳐질지 설레고 기다려졌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오래 전 보았던 한 영화가 생각났다. 전쟁으로 아들과 어린 아들이 공포의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됐는데 아들에게 이 생활을 단체게임이라 돌려 말하고 1,000점을 따는 우승자에게는 진짜 탱크가 주어진다고 말한다. 순식간에 두려움의 시간은 즐거운 시간으로 바뀐다. 바로 이거다!

“연준아, 오늘부터 엄마랑 마스크 게임을 할 거야. 연준이가 좋아하는 캥거루는 항상 배에 아기 캥거루를 안고 다니지? 연준이한테도 아기 캥거루 같이 보호해줘야 되는 친구가 있어. 바로 목이야. 목은 아주 연약해서 세균이 들어가면 너무 아파해. 연준이가 마스크를 잘 쓰면 세균이 못 들어가니까 목도 안 아프고 핑크퐁 노래도 더 잘 부를 수 있어.”

마스크 하면 무조건 거부부터 하던 아이였는데 캥거루와 핑크퐁의 등장에 드디어 귀를 열었다. 그 후부터 아이는 목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목아, 내가 마스크 썼어. 안 아프지?”
“목아, 내가 마스크로 이불 덮어줄게.”
“목아, 내가 지켜줄게.”

엄마 캥거루가 아기 캥거루에서 모성애를 발휘하듯 말이다.

얼마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어린이집 앞에서 한 엄마와 아이가 한 치 양보 없이 마스크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 연준이가 빠른 걸음으로 출동해 친구에게 목을 보호해야 한다며 마스크를 권유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방을 날린다.

“마스크 하면 핑크퐁 노래도 잘 부를 수 있어!”

그러면 그 아이는 쓱- 마스크를 걸친다. 그렇게 연준이는 마스크 전도사가 되어갔다. 캐릭터가 그려진 마스크라도 산 날이면 아이는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이었다.

코로나가 바꾼 세상은 위기이자 도전이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제한되고, 개인과 타인의 위생을 위해 서로 힘써야 했다. 전 국민적인 노력 앞에서 네 살 아이도 예외일 수 없고 그 시간은 누구나 공평하게 견뎌야 한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연준이가 훌쩍 커서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기억할까? 바이러스가 가득했던 코로나의 시대일까 아니면 신나는 마스크 게임이었을까!

– 글: 최소민 님

화, 2020/06/09-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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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서경훈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우리 가족이 얼굴 맞대며 식사하고 TV를 시청하며 깔깔대며 웃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모두가 코로나19로 외출이나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자연히 가정에서 가족들의 얼굴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식사도 모두가 같이 하니 더욱 맛있고 대화가 많아져서 웃음소리가 커졌습니다 바쁘게 살았나 봅니다

우리 큰 애가 이렇게도 말수가 많았었는지. 우리 아들이 과학자가 되겠다고 자기의 이야기로 흥분을 가라앉지 않네요.

온종일 집안에서 얼굴을 부대끼는 게 힘겨울 법도 한데 우리 애들은 더욱 더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 겨우 진정시키고 각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저는 코로나19로 가족들이 더욱 더 말수가 많아지고 우리 애들이 이렇게도 활발했었지 다시금 놀랍고, 가족의 즐거움으로 가슴 벅찹니다.

코로나19는 자유롭게 외출만 안 될 뿐이지 우리 가족은 더욱 더 친밀하고 활발한 가정이 되었습니다.

– 글: 서경훈 님

화, 2020/06/0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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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의 2020년 기획강좌가 희망제작소 희망모울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 연구자와 현장 활동가의 네트워크인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는 창립 10주년을 맞아 사회적경제의 기본인 돈, 관계, 공존, 돌봄, 사회, 경영, 노동의 철학을 총 7강에 걸쳐 학습하는 자리를 마련했는데요. 희망제작소는 기획강좌의 내용을 간추려 시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희망제작소의 핵심가치 중 하나인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풍성해지는 것”에 한 발짝 다가서고자 합니다.

※ 본 포럼은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하여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 손소독제 사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진행했습니다.

2강 돌봄의 철학 | 나는 돌본다, 고로 존재한다-나준식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원장

자신, 서로, 공동체를 돌본다는 것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민들레)의 여러 표어를 보면 ‘나로부터’, ‘나부터’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2001년, ‘민들레’라는 이름조차 없던 발기인 모임 단계에서도 우리는 홍보 현수막에 “자신을 돌보라, 서로를 돌보라, 그리고 공동체를 돌보라.”라는 말을 내걸었다.

‘자신을 돌보라’가 가장 먼저 나온 까닭은 일상에서 자신을 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잘 준비되어 있으면 상대방이 힘들어해도 위로하고 지지할 수 있지만, 나에게 문제가 있다면 그러한 상태가 일, 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나는 돌본다, 고로 존재한다

사전에서 돌봄은 “건강 여부를 막론하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거나 증진하고, 건강의 회복을 돕는 행위”라고 적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규정에 따르면 건강은 “질병이나 허약한 상태가 아니라, 정신적·신체적·영적·사회적·생태적으로 안녕한 상태”라고 한다.

따라서 돌봄은 건강한 상태를 유지, 증진하고 회복을 돕는 행위이기에 상당히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돌봄이라고 하면 제도 속 서비스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이 생각에는 돌보는 주체의 문제-돌봄을 받거나 제공하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이 빠져 있다.

‘돌봄의 철학’은 “나는 돌본다, 고로 존재한다”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돌봄이라는 것이 이미 나의 존재를 정의한다. 내가 여기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런데 누군가 돌봄 없이 가능할까? 누군가가 나를 돌보고 있어서 숨 쉬고 있는 거다. 우리의 삶에서 돌봄 아닌 것이 없다. 나는 누군가로부터 돌봄 받고 있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동조, 공명, 동기화라고 부르는 현상이 있다. 대표적으로 반딧불이의 반짝거림이다. 반딧불 수천 마리는 처음엔 각자 반짝이다가 어느 순간부터 동시에 반짝이는데, 주변 불빛에 반응하면서 동시에 반짝임을 만들어내는 거다.

세계의 많은 존재가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의 주파수나 진동, 에너지를 주고받고 조율하며 살고 있다. 눈에 띄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우리가 잘 의식하지 못하는 것 뿐이다. 인간 역시 물질적이든 비물질적이든 무언가를 서로 주고받고 동조를 일으키며 살아가고 있다.

돌봄의 철학은 결국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인식하는 문제다. 돌봄은 단지 주고받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내가 다른 것들과 연결되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 그러한 자각을 바탕으로 삶과 관계를 그 본성에 맞게 재구성하는 실천이 돌봄이다.

한 사람 한 사람 삶의 방식과 리듬

돌봄의 사회적경제도 마찬가지다. 존재에 대한 자각이 기본이어야 한다. 나는 돌보는 사람 또는 돌봄 받는 사람이라는 한편의 입장에 서 있으면 사회적경제를 할 이유가 없다.

내 안에서 여러 장기가 서로 돌보는 것처럼, 관계 안에서도 나는 돌봄을 주기도 때로는 받기도 한다.

즉, 돌봄은 주고받는 것이다. 누군가 주기만 하는 사람, 받기만 하는 사람이라고 정확히 규정지을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그러다 보면 결국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때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나는 ‘돌봄을 받는 존재지만 동시에 주기도 하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돌봄의 공급자와 수요자는 명확히 구별되지 않는다. 내가 돌봄을 받아야 할 경우에도, 나를 돌봐 줄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해 봐야 하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다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게 되면 결국 전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일치하게 된다. 이것 또한 일종의 동조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없으면 만들어서 가지, 뭐!

노인요양보험제도 안의 요양 서비스는 해당 등급을 받으면 월 몇 시간 동안 요양사를 쓸 수 있다. 그런데 일상생활을 존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몇 시간의 돌봄으로 평가되기 어려운 영역이 매우 많다.

개인의 환경이나 조건, 욕구에 따라 필요한 것이 다 다른데, 서비스 제공자 중심으로 정해놓은 방식은 이런 차이들을 사실상 반영하지 못한다. 개인의 환경이나 조건, 욕구에 우선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실제로 필요한 부분이 많이 빠져 있거나, 불필요하지만 서비스 제공자 관점에서 돈이 되니까 제공하는 것들이 있다. 어떤 분은 꽤 건강해서 청소 같은 가사 지원만 2시간 해주면 되는데, 불필요하게 그 이상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식인 거다.

당사자의 욕구를 반영하려면 2시간만 재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머지 시간은 지역사회의 다른 활동을 연계하는 등 수요자 특성에 맞춘 서비스를 설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본 내용은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의 주최로 진행된 기획강좌이며 희망제작소의 입장과 무관합니다. 희망제작소는 시민연구공간인 희망모울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글: 기은환 시민주권센터 팀장 | [email protected]
– 사진: 강의자료(나준식 제공),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

목, 2020/06/11-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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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강경아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결국 그래도 사람이더라”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 언제 이 상황이 끝날 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높은 사회를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복지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교에서도 곳곳에 변화의 흐름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현재 복지관 휴관이 몇 개월 째 지속되고 있는 요즘, 내가 종사하고 있는 장애인복지관 또한 이용자와 대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부에서는 멈춰있는 듯 보일 수 있지만 어느 때 못지 않게 내부는 변화 흐름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이용자에게 조금 더 정보가 피부로 닿을 수 있도록 그리고 만나고 있지 못하지만 항상 곁에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영상을 통한 정보 제공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방법 중 일부이지만 이용자 분들도 평소 대면으로 주고 받던 대화와 정보를 영상을 통해 접하는 새로운 경험에 그리고 직원들의 노력에 따뜻한 메시지로 그 수고로움을 위로해주고 있다.

현재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이번 학기가 비대면 강의로 확정되고 나서 캠퍼스를 누리지 못한 큰 아쉬움이 있었다. 또한 이런 시기에 전공 대표가 되면서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번 학기에 새로 입학한 신입생들에 대해 환영회를 해줄 수 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다못해 수강신청 정보부터 신입생들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예상하여 줌(ZOOM)을 통한 대면으로 인사를 나누고, 학교 정보를 공유하며 딱딱한 분위기를 조금은 부드럽게 만들고자 하였다. 또한 그래도 입학한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학교 기념 굿즈를 구성하여 개별적으로 직장이건 자택으로 우편배송하여 환영의 마음을 전하기도 하였다.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되다 보니 어떻게 하면 마음을 닿게 할까라는 생각부터 어떤 존재에 대한 애틋함이 더욱 생기는 듯 하며 잔인한 코로나19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결국은 사람이라는걸 느끼게 해주는 듯하다.

현재 코로나19를 경험하고 있는 모든 존재들에게, 마음을 담은 위로와 희망의 안부를 전합니다.

– 글: 강경아 님

월, 2020/06/1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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