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기의 사진들은 14년 전인 2006년에 북측의 초대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며 일부 기업들의 입주가 시작한 개성공단을 방문하면서 찍은 사진들이다. 전문적으로 준비된 사진들이 아니지만 당시의 환경과 분위기를 전달해주고 있다. 비록 미국이 지원을 포기했지만, 남북 당국이 협력하여 개성산업단지GIC를 착수하여 진행해온 점은 매우 높게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개성이 폐쇄된 오늘 GIC를 둘러싼 노력을 제대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이는 124개의 업체와 5만 4천명의 북한 노동자와 700여명의 남한 관리자들이 함께 일해온 역사적 현장이다.
미국이 한반도 정책의 방향을 선회한 탓에, GIC가 준공되어 가동을 시작한 이래 워싱턴은 이에 대해 적정한 평가를 내린 바 없다. 1994년 제네바 일반협정이 체결되었지만, 조지 W. 부시 정권이 2001년에 들어서면서 이를 무시하였다. 2015년에 발생한 이란과 맺은 핵협정의 파기에 대한 비극적이고 전초적인 사건이었다. 2001년과 2015년 당시 동일한 인물들이 개입하였는데, 그 중의 한 인사가 바로 존 볼턴이다.
개성공단의 운용이 함께 일해온 5만4천명 북한노동자의 일상이 한국전쟁 이후 가장 인도적으로 전진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외부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맥락에서 GIC는 매우 상징적인 사업이었으며, 남과 북이 함께 이룬 성공이었다.
미국의 경제분석가들은 GIC의 운용이 자본주의 방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매우 비판적이었고 이에 따라 미행정당국은 광범위하게 감시를 지속하여 왔다. 북한에 지불되는 임금에서 시작하여 남한이 제공하는 각종 지원의 내용들을 이들은 변칙으로 간주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내의 몇몇 싱크탱크의 전문가들은 GIC에 추가로 투자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하여 왔다. 만약 이들 검토가 현실로 진행되었다면, 북한 경제가 지니고 있는 투자의 위험을 보다 안정적으로 전환시켰을 것임에 분명하다. 대부분의 외국투자는 선행된 최초의 투자를 따라서 이루어진다. 이런 검토가 현실화되었다면, 투자의 규모는 점차로 확대될 수 있었다.
그러나 물론 실현되지 않았다. 2001년 조지 부시가 당선되면서 투자확대의 검토는 철회되었고 GIC의 활력은 사라졌다. 남한 정부 (이명박 정권) 역시 계획대로 규모를 유지하고 확대할 능력도 의지도 갖고 있지 않았던 점도 실패의 원인이었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2016년 산업공단을 폐쇄하였고, 포용정책이 만들어 낸 성과물은 과거의 추억으로 남았으며 이후 강압정책으로 재개되지 못했다.
GIC의 미래전망
현재의 시점에서 북한과 협력하여 GIC를 새로운 경제사업의 차원으로 통합시키는 것이 워싱턴과 서울 당국의 주요 현안이다. 분명한 것은 서울당국이 기대하는 만큼 워싱턴이 당분간 이 현안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남한 당국이 상황을 주도해야만 한다.
만약에 GIC사업모델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었고, 서울과 워싱턴 당국이 포용정책으로 이를 지원하려 했다면, 투자에 대한 적정한 규제의 절차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해관계의 일차적 당사자인 남한은 북한과 함께 그러한 절차의 기구를 설립하는 것이 매우 합당했을 것이다.
이러한 기구가 필요한 배경에는 1980년대 말 소비에트가 붕괴되면서 발생한 경제적 재앙의 사례에서 볼 수 있다. 당시 국제사회는 러시아를 순리에 맞게 시간을 두고 개방하면서 공공의 자산을 공공의 목적에 따라 처분하고 보호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매우 잘못된 일들을 진행하였다. 국가소유의 기금들이 소수의 조직된 권력자들에 넘겨지고 일반시민들은 사기를 당했다. 당시에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는지 판단할 수는 없지만, 외부의 행위자들(서구세력들)이 보다 적극적(전향적)으로 협력하는데 실패했다고 당시에 관계하였던 많은 이들이 증언한다.
GIC에 대한 다른 사례는 현대그룹이 남한 정부와 무관하게 사전에 북한과 협상을 진행하면서 보였던 탐욕과 이기심이다. 미리 합의된 사항을 당시 김대중 대통령에게 제시하여 615 회담을 앞둔 대통령에게 선택의 여지를 봉쇄하였다. 아마도 여러분들도 기억하실 것이다. 현대그룹이 사전에 일을 진행시킨 부담으로 김대통령의 퇴로가 막힌 셈이었다. 투명한 절차로 통제하지 않으면 거대 기업들은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만들곤 한다. 이점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향후에 북한에 투자가 다시 재개된다면, 투자가 남한에서 이루어 지던, 이웃국가 도는 국제적인 차원에서 진행되던, 반드시 투명성을 유지하고 최상의 금융시행과 신뢰가 담보되는 강력한 ‘투자의 절차 investment gate’로 진행되어야 한다. 아마도 우선적으로 남한과 북한의 금융개발 공직자들이 일차적으로 기구를 조직하고 차후에 세계은행 유엔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적인 기구의 주요한 지침에 따라서 보완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물론 최종적인 결정권은 북한당국에 있지만, 상기 조직들의 지난 수십 년간 선행된 사례에서 얻은 경험들이 북한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서울당국 역시 절차라는 과정에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 미국이라는 동맹이 이러한 복잡하고 상호협력을 요구하는 다자적인 사업을 구상하거나 이에 기여할 의지도 없고 그럴 능력이 없다는 점은 의심에 여지가 없다.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과정도 동일하다.
GIC현안을 남북한 당사자들에게 맡기었다면, 준공한지 20년이 지난 지금 크게 확장된 공단의 사업을 자축하였을 것이고 한반도에는 비핵화가 실현되었을 것이다. 지난 20년은 남북한 지도자들이 GIC 사업에 책임을 함께 나누고 관계자들의 이익을 보호하면서 규모를 확장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미국 역시 자신들의 이익이 보호되고 확장된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못했다). 여러 측면에서 한국이 미국을 필요로 하는 것보다, 미국에게 한국의 역할이 더욱 절실하다.
편집자 주: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미국 언론계의 전설이 된 우드워드 기자가 오는 9월 11일 ‘ Fear : Trump in the White House’라는 책을 출간할 예정으로 있는데 그 내용은 아래로 번역된 칼럼의 내용처럼 매우 충격적이다. 미국의 주류사회는 지난 수 십년간 북한에 대해 근거도 없이 매우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입장을 취하여온 반면에, 트럼프는 이런 흐름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지난 6월12일 북미간 정상회담을 싱가포르에서 성사시키면서, 한반도에 종전과 평화체제의 가능성을 열어주면서 한국인에게는 마치 평화의 수호천사로 다가왔다. 그러나 상기 책을 통한 우드워드 기자의 폭로는 괴물 트럼프라는 인물이 단지 미국사회뿐만 아니라, 한반도에도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인물임을 암시하고 있다. 다른백년은 문재인 정부가 단지 트럼프가 제공하는 기회와 가능성을 활용하는 데만 그칠 것이 아니라, 미대통령으로서 그가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상황 역시 철저히 분석하고 대비해야만 한다고 제안한다.
“백악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중 우리가 이제껏 보지 못한 가장 충격적인 내용이다. 이 중 10분의 1만 사실 이어도 우리는 진정 국가비상사태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제이크 존슨 (Jake Johnson), 전속작가
밥 우드워드 (Bob Woodward) 기자가 2017년 1월 3일, 뉴욕시에 위치한 트럼프 타워로 들어서고 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그 인수팀은 내각 및 새 행정부의 고위관료를 구성하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보도한 전설적인 기자 밥 우드워드(Bob Woodward)가 다음달 새 책을 출간한다. 이 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중 첫 1년 6개월 간의 자세한 이야기를 다룬다. 지난 화요일 워싱턴포스트와 CNN이 책의 일부를 발췌해 소개했는데, 보좌관들조차 대통령을 ‘멍청이 (idiot)’, ‘바보천치 (fucking moron)’, ‘입만 열면 거짓말인 (professional liar)’ ‘초등학교 5, 6 학년’ 정도의 이해력 밖에 가지지 못한 ‘빌어먹을 얼간이 (goddamn dumbbell)’로 부르고, 그 대통령 때문에 백악관이 ‘신경쇠약’에 걸렸다고 묘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멍청이다. 그에게 뭔가를 납득시키려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는 선을 넘었고, 우리는 미친 세상에 살고 있다.” — 존 켈리 (John Kelly), 대통령수석보좌관
우드워드가 기자와 편집인으로서 수십년간 몸담고 있는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그의 신간 백악관의 트럼프(Fear: Trump in the White House)는 대체로 “북한과의 긴장관계나 향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정책 등을 포함한 주요 결정과 백악관 내부의 의견 충돌”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요 결정과 의견 충돌의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지함과 내각과의 부조화가 드러나는 놀라운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존 켈리 (John Kelly) 대통령수석보좌관은 소규모 회의에서 ‘트럼프는 멍청이다. 그에게 뭔가를 납득시키려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불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선을 넘었고, 우리는 미친 세상에 살고 있다. 대체 우리가 백악관에 왜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껏 가져본 직업 중 최악이다.”
이번 달 11일 출간되는 이 책의 가장 의미심장하고 충격적인 구절 몇 가지를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죽여버리자! (Let’s fucking kill him!)”
우드워드는 지난 4월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President Bashar al-Assad) 대통령이 민간인을 상대로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했다는 혐의를 받자 트럼프는 제임스 매티스 (James Mattis) 국방장관에게 아사드 대통령을 암살하고 싶다고 했다고 썼다.
매티스 장관과의 통화에서 “죽여버리자! 시리아로 들어가자. 그것들 죽여버리자.” 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드워드는 이런 이야기들을 백악관 고위 관료들과 수백시간 동안 인터뷰를 바탕으로 얻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매티스는 트럼프에게 바로 착수하겠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고 자신의 보좌관에게 ‘대통령이 말한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다.
“사람 죽이는 데에는 전략이 필요 없다. (You don’t need a strategy to kill people.)”
지난 7월 한 회의에서는 트럼프의 국가안보보좌관들이 대통령에게 외교정책을 “가르치려고” 한 일이 있었다.
이 회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엉망이 됐지만, 트럼프는 아프가니스탄 전략 논의는 군 장성들에게 떠넘기기로 마음을 정했다.
우드워드는 트럼프가 ‘군인 여러분은 지금 적을 죽이고 있어야 한다. 사람 죽이는 데에는 전략이 필요 없다’ 라고 했다고 전한다.
“증언하지 마세요. 공개망신, 아니면 감옥 갑니다.”
트럼프가 자신은 로버트 뮬러 (Robert Mueller) 특별검사와의 면담에서 자신이 “진정 훌륭한 증인”이 될 것이라고 고집을 피웠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사임한 트럼프의 전 변호사 존 다우드 (John Dowd)는 트럼프가 뮬러 특검과 이야기하면 위증죄를 저지르고 말 것이라고 확신했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다우드 변호사는 지난 1월 뮬러 특검에게 대통령이 ‘거기 앉아서 멍청이처럼 보이게’ 둘 수는 없기 때문에 대통령이 증언하는데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다우드 변호사는 이 면담 대본은 유출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사람들이 ‘그것 봐라. 트럼프는 멍청이, 빌어먹을 얼간이라고 했지. 대체 우리는 왜 이런 멍청이를 상대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상황이 올 것을 노심초사했다.
이후 다우드 변호사는 트럼프에게 직접 이렇게 애원했다고 한다. “증언하지 마세요. 증언하면 공개망신, 아니면 감옥 갑니다.”
“그는 답답한 남부 사람”
트럼프가 습관적으로 제프 세션스 (Jeff Sessions) 법무장관을 공식석상에서 질책하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드워드는 트럼프가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훨씬 더 거칠고 공격적인 발언으로 세션스 장관을 조롱한다고 썼다.
트럼프는 앨라배마 (Alabama) 상원의원 출신인 세션스를 법무부 수장으로 고르면서 ‘이 사람은 정신박약’이라고 했다. “그는 답답한 남부 사람이죠… 앨라배마에서 혼자 작은 변호사 사무실도 열지 못할 걸요.”
“행정부의 쿠데타”
백악관 보좌진들은 언제 터질지 모를 트럼프의 무식함과 충동성의 조합에 불안한 나머지, 트럼프의 책상에서 문서를 훔쳐서 트럼프가 보지 못하게 또는 서명하지 못하게 하는 전략을 고안했다고 한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게리 콘 (Gary Cohn) 전 국가경제 위원장은 지난 봄 ‘트럼프의 책상에서 편지 하나를’ 슬쩍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이 서한에 서명해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탈퇴할 계획이었다.
나중에 콘은 한 직원에게 트럼프는 그 편지가 없어졌는지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했다 한다.
편집자 주: 지난 10월 17일 원테준 교수 초청강연에 110여명이 참석하여 많은 관심과 질문으로 분위기에 열기를 더하였다. 농정신문의 심증식 편집국장의 사회로 농촌경제연구원의 김영훈 박사, 농업농정연구소 녀름의 장경호박사 그리고 대안농정 대토론회 김원일 운영위원 등이 패널로 참여하여 원교수의 강연내용에 대한 비판과 추가적인 검토가 이어졌다. 전체적인 내용을 오마이뉴스의 기사로김덕영 기자가 전문적인 시각을 보태어 잘 정리하여 주셨다.
원교수는 강연 초부터, 시공간적인 거대한 스케일의 내용을 전제로 시작하였다. 공간적으로는 북한을 출발하여 북만주를 거쳐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를 경과하면서 북아프리카까지 자본제의 산업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벨트를 엮어 인류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환경친화적 유기농을 중심으로 한 생태농업 생태문명의 가능성을 제시하였고, 역사적으로는 19세기로 거슬러 서구사회의 제국주의가 미친 영향과 그에 따른 일본의 군사적 제국주의가 동아시아에 미친 충격,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전쟁이 가진 세계사적 의미를 조명하였다. 이후 7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미패권주의의 대북한제재의 특수성이 새롭게 다가왔다.
북한은 소연방이 해체되기 전까지는 소련의 물물교환 방식 지원 하에 기계농업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농업 생산성을 실현하고 있었으나, 소비에트가 붕괴되면서 기계 및 부품공급이 완전히 차단되고 유류공급조차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를 대체할 경화수단의 자본이 축적되지 못한 상태에서 천재지변까지 겹치면서 농업이 전반적으로 초토화되는 비극을 경험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더구나 아시아 전승의 재래적 농업방식에 익숙하지 못했던 북한농민들은 추수과정에서 기술적인 이유로 20-30%의 수확량 손실마저 발생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듯이 수십 수백만명이 아사한 1994-1999년 간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었다고 한다.
전세계적으로는 제조업 분야뿐 만 아니라 농산물에서 조차 과잉생산에 시달리는 현재, 원교수는 중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의 특유한 농민 농촌 농업의 삼농주의에 기초하여, 북한이 이후 개방의 시기를 거쳐 다시 기계농으로 되돌아 갈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전승의 노동집약적 소농을 중심으로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유기농적 생태농업에 집중하기를 조언하면서, 기술, 생산, 판매, 자본 즉 소유 등 전 영역에 걸쳐서 농민과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전략을 채택할 것을 강력히 역설했다. 집단협업(지원)농업 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라는 용어를 도입하면서 소농중심이 가질 수 있는 취약점을 지역을 거점으로 하여 자산asset과 경험과 성과를 공유하는 협업적 방식으로 해결하는 전략을 제시하였다. 이는 남한에도 도입 또는 적용되지 않은 사안으로 북한뿐 만 아니라 남한도 가능한 지역과 부문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할 만한 내용이 아닌가 판단된다. 이하 강연의 내용은 오마이뉴스의 김덕영 기자가 아래와 같이 상세히 담아 주셨다.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 2018-10-22
지난 17일 사단법인 다른백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정신문 등은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중국 원톄쥔 교수의 강연회를 개최했다. 이날 강의는 ‘북한개혁개방과 농업 중심 발전모델’이란 주제로 진행되었다. 변화하는 한반도의 정세 속에서 개혁개방을 준비하고 있는 북한 사회에 농업 중심 발전모델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간이었다.
원테쥔 교수는 지난 2-30년간 농민, 농업, 농촌의 삼농주의로 중국 개방개혁기의 농업분야 정책을 주도해온 전 중국인민농업대학장 겸 농업개혁위원장 출신이다. 그는 삼농문제 전문가이자 “농민의 대변인”으로 불리는 학자이다. 특히 연구실에서 앉아서 이론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조사하고 관찰하여 정책을 연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 혁명은 사회주의가 아닌 민족자본주의 건설과정’
2013년 국내에 출간된 원톄쥔 교수의 저서 <백년의 급진>은 그의 사상과 정책의 대안적 사유가 한국사회에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중국 현대사를 새롭게 해석해내는 그의 독창적인 사유는 국내의 많은 지식인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회주의를 표방한 중국 혁명의 정치적 목표는 민족자본주의의 건설이었다는 것이 그의 핵심 주장이다. 국가 중심의 자본 축적 과정은 당시 중국의 극심한 자본 결핍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인식된다. 그러나 그의 사유 속에서 중국은 국가 중심의 자본축적 모델의 경로를 밟은 우파적 발전모델 국가이다. 국가 중심의 한국 자본주의 산업화 발전 모델과도 친자본적인 면에서 유사성이 높다. 이와 같은 그의 사유는 기존 이데올로기 중심의 중국 현대사 통념과는 거리가 멀다. 정통 마르크스주의 역사 발전론 해석과 달리 중국 혁명은 좌파적 과정이었다기보다 우파적 자본축적의 과정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원테쥔 교수는 강의 도입부에 남북 분단의 정치경제적 정세부터 짚었다. 오늘날 남북 분단의 정세를 낳은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2차 세계대전을 마주하게 된다. 그렇다면 2차 세계대전은 왜 일어나게 되었는가.
바로 자본주의 경제발전의 모순 때문이라는 것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생산과잉, 산업과잉, 금융과잉의 모순은 지속 가능한 체제를 위협한다. 서구사회에서 불균형과 경제위기를 돌파하고자 선택한 것은 새로운 시장의 개척이었다. 과잉된 생산력을 새롭게 생성된 시장에서 해소하고자 했다. 이것이 제국주의 정책의 정치경제적 동기였다.
생산과잉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서구식과 중국식의 차이
서구사회는 제국주의적 외부 식민지 시장의 확장을 통해 과잉 문제의 해결을 도모했다. 그러나 국가 수립 직후부터 미국의 봉쇄 전략에 맞서야 했던 중국은 다른 방법을 동원해야 했다. 제국주의 해양으로의 시장개척이 아닌 내륙의 농촌을 개발하며 과잉 문제의 위험과 비용을 계속해서 농촌에 전가한 것이다. 중국이 현재까지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중요한 배경에는 중국 농민의 희생이 있었던 것이다.
원테쥔 교수가 주목한 중국 농촌의 현실은 바로 중국 농민들은 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농민공으로 일하더라도 자신들의 농토에 대한 권리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농민이 도시로 나가 공업 부분에서 일자리를 찾는 동안에도 고향의 토지에서 산출되는 곡물에 의지해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급격한 도시화와 공업화가 진행되었음에도 지금까지 도시의 대규모 슬럼화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 원테쥔 교수의 분석이다. 중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친자본적 농업의 발전이 아닌 친민생적 협업 농업을 통해 생태적 문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에게 있어 선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필수 요소이다.
친자본적 농업발전인가, 친농민적 농업발전인가
자본 중심의 농업발전에서 농지의 사유화와 자유로운 매매가 허용되면, 그 순간 소농들은 지방 권력과 결탁한 자본에 의해 대규모로 토지를 빼앗길 위험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소농들은 농촌의 생활 기반을 잃게 될 것이고, 그런 농민들은 안정적으로 도시에 정착하기도 힘들어질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농촌, 농민, 농업은 죽게 되고 그 결과는 전체 체제의 위협이 될 수 있다. 농촌이 죽으면 그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1980년대 이미 북한은 중국보다 앞서 소련식 빠른 공업화를 이루었다. 당시 북한은 산업화와 도시화 및 농촌 기계화가 높은 수준으로 진행되어 전체 인구 중 농민의 비율은 30%에 불과했다. 기계에 의존한 석유 중심의 북한 농업은 1991년 구소련 해체에 따른 원유 공급 중단으로 큰 식량 위기에 봉착한다. 이후 계속된 미국의 봉쇄정책에 맞서 북한은 효과적인 정책수단을 발휘하지 못하고 대규모 기아문제까지 초래했다.
같은 미국 봉쇄정책의 위기 가운데 쿠바의 선택은 북한과 달랐다는 것이 원테쥔 교수의 설명이다. 쿠바는 미국의 장기간 경제봉쇄에도 불구하고 2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식량위기를 극복하고 생태농업으로 전환하였다. 반면 북한은 여러 차례의 농촌경제관리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지 못하다. 가장 큰 원인은 북한은 이른 시기의 기계화 농업을 이루어 30%의 농민 비율로 소농 중심의 자급자족 생태농업의 전환이 쉽지 않았고 경로의존성의 영향으로 기조 전환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테쥔 교수는 현재 북한은 개혁개방을 통해 기회가 열리면 어느 나라보다 생태농업의 전환이 빠를 것으로 예상했다. 긴 시간 동안 발전이 지체된 북한은 오히려 산업화로 오염되지 않은 자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어서 이를 활용한 생태농업 중심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유기농품은 품질이 우수하여 해외 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하며, 판매 수입으로 베트남, 중국, 한국 등에서 생산된 저렴한 식량을 구입하여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원 교수는 분석했다.
동아시아 생태문명을 상상하라
친민생적 유기생태농업의 전환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본이 지배하는 농촌이 아닌 농민, 사람이 중심이 되는 농촌을 건설하는 것이다. 각 개개인 농민은 자본에 대항하기 어렵다. 원테쥔 교수가 제시하는 방안은 공동체 지원 농업(CSA)이다. 공동체 지원 농업은 풀뿌리 조직들을 중심으로 농민이 직접 생태농업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한다.
서구 중심의 발전모델을 목표로 농업을 현대화하고자 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과잉의 문제를 초래한다. 오히려 농민과 농촌 그리고 농업을 자본의 지배 아래 두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생산과잉, 산업과잉, 금융과잉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기농 농업 중심의 생태문명은 지속 가능한 조화사회를 특징으로 한다. 제국주의 식민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시장에만 의존하지 않는 자체 순환적 경제시스템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생태문명의 기본적인 조건은 미개발 자연자원이다. 북한과 몽골, 시베리아 등의 내륙의 개발이 미진한 상태는 생태문명 관점에서는 최적 조건이다. 원톄쥔 교수는 앞으로 남북통합의 지정학적 변환과 함께 미국의 제재가 중지된다면 동아시아 생태문명이 탄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가 ‘직접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고 이를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스위스 국적의 직접민주주의 전도사 Mr. Bruno Kauffmann이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하여 의원회관에서 강연을 하는데 국민주권연구원의 상임이사 자격으로 인사말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계기를 통해서다. 강연 내용은 상당히 신선하여 새로운 내용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고 당시의 느낌을 4월 6일자 프레시안에 “직접민주제 – 시민발안과 국민투표를 중심으로” 라는 제목으로 기고를 통해서 소상히 밝힌바 있다.
한편 한국사회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통하여 군부독재를 종식시키며 민간정부로 출범하는데 성공하였고 2016/7년간의 촛불시민혁명을 통해 탈법적이며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을 단죄하고 문재인 정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면서 세계인의 찬사와 부러움을 받았으나, 정작 이후 전개될 미래정치의 로드맵은 실종되었고, 목불인견의 구태의연한 과거식 정치형태가 일상적으로 되풀이 되면서 우리의 정치판이 도로묵으로 회귀하는 형국이다. 복장이 터질 지경이다.
이에 대하여 헌법개정과 선거법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현재 한국 정치판의 구성과 상황, 헌정 제도의 결함과 시정잡배 수준의 정당구성원 자질 등 여러 문제로 난항을 겪으면서, 의회와 정당구조를 개혁하는 것이야말로 적폐청산 중의 최우선이라는 공론이 형성되면서 현하 한국사회의 가장 주요한 개혁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사회 내 선진적 시민사회의 주도로 비례민주제의 도입을 논의하고 있는 시점에, 정작 정당명부식 비례민주제 시행의 모범국가로 알려진 독일에서는 오히려 대의적 정당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혐오와 곱지 않은 시선으로 집권여당인 기민기사연합당은 차치하고라고 160년 역사를 지닌 사민당조차 냉대 속에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현실에 처해 있다고 한다. 로마현지에 만난 독일 활동가들의 독일의 정당중심 정치에 대한 반응은 한마디로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세상’ 이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유럽의 주변부라고 칭할 수 있는 그리스를 시작으로 스페인 그리고 급기야 이탈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 즉 시민들이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거대한 흐름이 형성되어 급기야 중앙정치를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 대하여 국내 언론의 보도와 학계 대부분의 평가는 이를 부패하고 무능력한 남유럽의 정치문화에 국한된 일과성 내지는 대안을 찾지 못해 표출하는 포플리즘으로 치부하면서 오로지 책임질 수 있는 대의적 정당정치로의 복귀가 정답인 것으로 단정하고 있는 편이다. 정말 그럴까?
한국정치의 현실에 대한 답답함과 미래구상에 대한 갈증과 함께, 유럽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시민직접참여의 생생한 정치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볼 욕심으로 추석 다음날 일찍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사비를 털어서 함께한 이들은 대구가톨릭대 이정옥 교수를 비롯하여 주권자전국회의 문국주 집행위원장 그리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신형식박사 등 이었다.
이번 제 7차 글로벌포럼이 영원한 도시(Eternal City)로 불리는 로마에서 열렸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대단히 상징적이었다. 로마시의 배려로 2,000여 년 전 인류역사에서 매우 소중했던 민회 중심의 공화정이 실행된 장소인 ‘포로로마노’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시청건물(Palazzo Senatorio)에서 진행되어 역사적 의미를 크게 부여하였고, 유럽의 21세기형 시민혁명이라고 평가받는 오성운동 운동의 출신으로 37세의 젊은 나이에 로마시장에 당선된 Ms. Verginia Raggi의 아낌없는 지원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특별했으며, 60여 개국에서 500여명이 참석할 만큼 이젠 직접민주주의 운동이 국제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열기 속에서 열렸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이런 분위기로 대회 이후 직접민주제의 확산을 위한 마그나 카르타의 제정 결의로 발전한다.
회의 일정은 25일 저녁 등록과 함께 개회선언과 로마시장의 저녁초대로 시작하여, 26-27일 양일간의 오전의 공동주제 발제와 오후의 각론적 워크샵으로 진행되었고, 28일은 전체회의를 평가하고 2019년 대회 주최 예정국인 대만 타이중(臺中)시의 구상 발표에 이어 마그나 카르다 제정작업의 착수를 선언하는 것으로 마감되었다.
매우 인상적인 것은 전세계 7개 주요도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사례발표를 한 것으로 로마는 시장이 직접 발표를 하였고 다른 도시들은 모두 부시장들이 참여하여 발제를 하였는데 서울과 마드리드 시를 제외하고는 모두 여성이었다는 점이었다. 역시 압권은 Raggi 로마시장의 사례발표였다.
그녀는 우선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율이 해마다 떨어지는 것은 기존 정치체계에 대한 불신으로 정치체계와 참여방식의 일대 혁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전제하면서, 그리스와 로마시대의 아고라 광장의 원칙과 개념에 따라 모든 의제는 공개와 토론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하며 현대적인 통신기법인 on-line과 기존의 off-line 방식을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으로 결합시키는 것을 고민 중이라고 밝힌다.
소셜 미디어와 정보의 수단을 활용하여 시민들로부터 직접 제기된 안건에 대하여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내용을 공개하면서 모든 시민들에게 제공된 정보의 접근권을 보장하며, 회합과 토론을 통한 숙의 그리고 결론에 이르는 일련의 종합적인 과정에 치밀한 시민참여와 시민발의라는 민주적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에 대한 예시로 로마시는 여론조사와 시민제안을 통하여 핵심 프로젝트로 지속가능한 공간이동권 (sustainable mobility in Rome)으로 선정하고, 이를 시민의 공론과 참여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특히 젊은 세대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영화제작과 다양한 이벤트를 통한 참여의 경로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뒤를 잇는 다양한 발표내용은 상기의 시나리오에 준하여 각자 도시들이 안고 있는 나름대로의 현안과 조건에 상응하는 여러 사례들을 발표하였는데, 추가로 몇 가지 사항을 보태어 설명하자면, 투명성(Transparancy)과 책임성(accounterbility)를 유난히 강조하였고, 발안와 숙의의 과정뿐만 아니라 실제의 집행과장에도 발안을 주도한 시민그룹들이 반드시 참여하여 모니터링하는 경로를 마련하여 땅에 떨어진 정치와 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경로설계과정에서 핵심적으로 다루어야 할 사항으로 적정한 예산배정과 더불어 충분한 시간과 일정의 중요성에 대해 모두가 입을 모았다.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가능한 모두가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하고 숙의하고 결론을 도출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참여 여부도 강압이나 규정이 아니라 관심과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경험을 공유했다.
스위스 글라루스주의 주민 총회 장면이다.
현재 국가단위에서 시민발안제를 포함한 직접민주제도를 채택한 나라에는 스위스와 우루과이 그리고 놀랍게도 이웃나라인 대만이 있다. 대부분의 참여국가들은 지방자치단위 수준에서 참여 민주주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거나, 주요 남유럽국가들과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대부분 주정부, 미국의 선진적 주정부(캘리포니아, 매사추세츠, 오리건 등)에서 시민발안제도가 채택되고 시행중인 듯하다. 우루과이라는 나라가 언급되자 농민출신으로 대통령으로 봉직하다가 건강문제로 사직하고 다시 농민으로 돌아간,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알려진, 호세 무히카의 이야기가 필자에겐 직접민주제도와 함께 연상으로 겹쳐지는 것은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대만의 경우에도 국가의 중대한 사안은 아닐지라도 생활의 현안문제를 시민적 발안을 통해서 국민투표를 시행한 수 차례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타이중시의 사례발표에는 초등학교부지의 선정과 학교이름을 작명하는 과정을 시민 발의와 투표과정으로 진행한 사례가 재미있게 소개되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사례발표는 스페인의 경우, 포데모스 운동이 격하게 진행되기 전인 2011 선거과정에서 시민들은 특별한 이슈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한 민주주의(real democracy)를 외치면서 기존의 정치제도를 다시 생각하고(rethinking), 다시 정의하고(redefine) 다시 설계(redesign)할 것을 대대적인 가두시위를 통해서 요구하였으나 기존의 정당과 정치인들은 이들의 요구에 등을 돌리면서 포데모스 정당운동이 비로소 시작되었다고 설명하면서, ‘우리 시민들이 직접 책임지고 결정한다( we, people, are to make decision in responsibility’)라는 구호를 들고 모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경우 아직 전국단위의 직접민주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중앙정부에 직접민주제 책임장관을 임명하여 이를 준비하고 있으며, 대부분 지방정부에는 시민참여부서를 국장급단위로 직접 운용하고 있다. 직업정치 영역과 일반시민간의 간격을 줄여가기 위한 전자시스템의 구축이 활발히 진행 중이며, 시민들은 이미 직접민주제도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데 반하여 정작 정치인들은 이의 시행에 꼬리를 빼고 있다고 고백한다.
디지털 디바이드, 시민 연령의 고령화 및 25개의 지방정부간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 그리고 정부와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과 투명성 부재가 직접 민주제를 당장 시행하지 못하는 현실적 장애라고 지적한다. 일부 학계에서는 시민간 자질의 간극과 경험의 부재에서 오는 위험을 경고하면서 전문가들의 안내와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치적 고려와 기술적 사항 그리고 제도적 정착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한다. 시민발안 확정 이후 실제로 시행된 국민투표에 시민들의 참여가 매우 저조했던 경험도 지적되었다.
시민발안과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 직접민주제도가 비경제이라는 지적에 대해, 바젤 대학의 교수출신이 마이크를 잡아채듯이 단호한 목소리로 절대로 반대의 경우라고 외치면서 스위스 경험에 비추면 직접민주제를 통한 결정이 대의민주제의 과정보다 직접 비용이 20% 정도 절감되며 사회갈등으로 발생되는 간접비용까지 감안하면 어떠한 경우에도 직접민주제도가 시민들에게 만족감을 제공하는데 훨씬 경제적이며 효과적이라고 단언한다. 아이슬랜드의 사례로 금융위기로 국가부도상태에서 이를 극복한 것은 시민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여 해결책을 찾고 모두가 하나되어 실천한 덕분이라는 발언도 있었다.
민주제도를 정치를 중심으로 분류하자면 리바이던의 저자 홉스식으로 권력자에게 모든 것이 위임된 통치(統治)에서 시작하여 루소의 시민적 일반의지에 따른 사회계약론과 칸트의 보편적 법정주의에 따른 법치(法治)가 변형되어 공직사회가 시민을 통제하는 관치(官治)를 거쳐 시민들이 참여하여 진행하는 협치(協治)의 형태로 발전해 온 셈이다. 법치의 다른 형태로 민주적 사회로 들어오면서 합의된 선거의 규칙을 통해 시민의 선택을 받은 정당들이 책임지고 국정을 운용하는 이당치국(以黨治國)이 일반적인 형태로 받아들여져 온 것이 인류사회 오늘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촛불혁명을 거친 2018년 한국사회는 이제 강압적up-bottom 통치시대를 끝내고 관치를 넘어서 협치를 지향하는 시점에 있기는 하나, 민본과 민생과는 거리가 먼, 표만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show-up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참여민주제로 포장한 유사민주주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셈이다. 동시에 정당이라는 이름은 있으되 정당이 추구해야 할 강령과 정책의 실천의지가 실종된 사이비 정당시대에 한국시민들은 살고 있기도 하다.
이때 직접민주주의를 들고 나선 일군의 유럽 시민들은 기존 정당중심의 정치는 모두 실패했다고 선언하면서 민주주의는 반드시 bottom-up 방식의 민치(民治)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인류사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중요한 출발점이며 새로이 마그나카르타를 준비하는 배경과 근거이기도 하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의 헌법에 비추어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동의적으로 반복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실제 한국현대 정치사를 살펴보면 민치가 이루진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성숙한 대의적 민주제를 실현하기 위해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의 개혁 역시 매우 바람직하며 반드시 쟁취해야 하는 정치적 과제임에는 분명하지만, 정당다운 정당이 없는 한국정치의 현실에서는 텅빈 메아리가 되기 십상이다. 정당이 정당답게 변하고 제대로 작동하는 대의적 민주제도의 확립을 위해서도 시민발안제의 도입이 절실하다는 것이 로마에 참여한 지인 참석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자 한국사회에 던지는 조언이기도 하다. 이제 비례적이고 균형적인 대의제도와 시민발안을 중심으로 한 직접민주제의 쌍(双)도입이 2018년 이후 한국정치의 과제상황이 된 셈이다.
대회 이틀째인 로마대회의 직접민주주의 토론은 정치의 영역을 훌쩍 뛰어 넘어간다. 각론으로 넘어간 오후의 워크샵에서는 수많은 주제들이 다루어져 필자가 모두 참석할 수는 없었으나 정치의 영역을 넘어서 삶의 구체적 경험과 내용을 담아내는 사회 경제 그리고 철학의 주제로 이루어 졌다. 필자가 선택하여 들어간 두 군데의 워크샵 주제는 ‘민주주의는 예술이자 타자와의 대화이다’ 와 ‘창의적인 공유재와 민주제도 – 혁신’이였다. 불행히도 주제강연과 토론이 독일어와 이태리어로 이루어졌고 어설픈 통역으로 깊고 세밀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첫째의 주제는 일정에 없던 것으로 저명한 독일 철학교수가 참여하면서 급조되어 이루진 워크샵이었다. 그는 민주주의를 제도로 보지 말고 자신의 삶에 채워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음악의 여신인 뮤즈로 받아들이라고 권고한다. 뮤즈와 함께 춤추고 노래하면서 자신 내면의 소리를 들으면 깨달음을 얻게 되고 자신을 둘러싼 타자와 대화를 통해서 더욱 성숙된 내용으로 정진하면서 일상적인 실천으로 나가게 된다고 가르치면서, 삶의 주인인 자신과 타자인 우주와 세계 및 사회간의 관계적 연결 매체로서 직접민주제도가 반드시 요청된다는 요지이다. 내용이 어려워 필자가 이해했는지는 불명하여 그가 강의 중에 칠판에 그려낸 한 폭의 예술적 강의기록을 찍은 사진을 아래에 게재하면서 이를 보완하고자 한다.
두 번째 주제의 발제와 패널은 그야말로 로마시를 대표하는 지성들의 자리였다. 로마시당국의 시민참여국장, 로마시의 유럽대학 학장, 장관(?)연합회 의장, 디지털이태리 대표 등이 참석하여 주로 직접민주제를 사회경제적 영역으로 확장하는 문제를 다룬 것으로 이해했다. 직접민주제를 실시하는 데는 정보와 데이터가 매우 중요한데 현실적으로 이를 사기업이 소유하고 있어 비용이 발생하면서 일반시민들의 접근이 제한되는 것을 여하히 극복하는 문제와 기업과 경제활동의 영역에 이해관계자 중심 또는 사회적 공유라는 개념을 직접민주제와 결합시켜 적용하는 주제를 다루면서 어떤 경우라도 모두를 위한 혁신과 창의를 기본으로 하지 않으면 실패한다 것을 분명히 한 자리였다.
결론부이다. 3-4일간의 로마대회를 참여하면서 이제 정치적 제도는 통치와 법치의 영역을 뛰어넘어 스스로를 통제하고 지배하는 민치의 시대(以民治國)로 진입하고 있다는 강한 느낌을 받으면서, 직접민주주의는 단순한 정치적 제도의 영역을 넘어 모든 이들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시간적 사건 속에서 원칙과 과정과 대화를 통하여 개인 그리고 인류사회를 보다 높은 미래의 영역으로 안내하는 길라잡이 라고 스스로 정리해본다. 2018-10.
추신 :
참여한 대부분 주요 도시에서 시민참여와 교육을 위한 수백만 유로(수십억원)의 예산을 운영하고 있는 반면에 일년에 1,700조 이상의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나라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시민민주교육 예산이 3-4억에 불과하다고 한다. 대회에 공식적으로 참여한 한국 인사들의 발표 내용과 수준도 이에 준했다. 촛불시민혁명의 세계적 명성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현대적 민주주의에 관한 한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네번째 규모인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한국의 정치인, 경제학자, 기업인, 그리고 이들이 구성하는 한국 내 권력의 회랑(corridors of power) 사이에는 예상 밖의 주제가 대화를 지배하고 있다. 바로 위기다.
외부에서 볼 때는 한국 경제가 견고해 보이기 때문에 이런 걱정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올해 성장률은 3%를 약간 못 미치는 수준, 수출은 계속 왕성하고, 실업률은 4%를 하회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표들이 한때 아시아의 호랑이로 불린 한국 경제의 냉엄한 현실을 가리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특정 요소들이 만나면, 정부가 대대적인 구조개혁을 즉각 실시하지 않는 한 한국 경제의 성장궤도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 주장한다. 그런데 그 요소들이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중국과의 경쟁부터 빠른 고령화까지, 점증하는 실존 위협에 맞서 반드시 새로운 성장모델로 신속히 전환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이웃나라 일본처럼 장기적 불경기를 겪어야 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에 따라 한국의 인구분포가 일본의 인구분포와 비슷해지고 있다.
“한국은 분수령에 서있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의 말이다. “과거의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지금 이대로 나아가기만 하면 한국 경제의 성장에 드리운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이다.”
이는 지난해 민생을 살피고 한국을 더욱 평등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경제 공약으로 압도적인 대선 승리를 거머쥔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대통령 임기 5년 중 1년이 넘도록 아직 문대통령의 경제계획은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고, 최근 국정지지율이 크게 떨어지며 65세의 대통령 본인도 걱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최근 “최소한 한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희망을 국민들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평가들은 좀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엄치성 국제협력실장은 “완전한 구조적 변화가 사회 차원, 정부 차원, 기업 차원 등 모든 차원에 필요하다” 라면서 “일종의 정신적인 혁명이 필요하다” 라고 주장했다. 이 문제의 핵심은 한국의 경제모델이 더 이상의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한국 경제는 서구와 일본 기업들의 생산량을 더 경쟁력 있는 가격에 “빠르게 따라잡는” 데 탁월한 것으로 인정받은 몇몇 재벌들을 등에 엎은 채 성공했고, 시민들은 번영을 누렸다.
중국의 부상과 함께 한국의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은 떨어졌다.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현대와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은 조선, 자동차, 전자 등에 진출했고, 세계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한국 GDP의 55% 이상이 수출인 때도 있었다. 지금도 수출이 견조한 추세를 유지 중으로, GDP의4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한국의 경쟁력이 무너지고 있고, 그 원인은 한국 바로 옆에 위치한 중국이다. 오세정 의원은 세계의 조선, 자동차, 철강, 심지어는 휴대전화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 하락을 지적하며 “한국의 제조업 분야는 위기를 맞았다”고 말한다. 조선업을 예로 들어보자. 클락슨리서치(Clarksons Research)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10년간 조선시장 점유율이 35%에서 24%로 줄은 반면, 중국의 점유율은 동기간 거의 두배가 되었다.
“중국과 인도가 경쟁자로서 위협을 가하는 지금, 한국은 후발주자의 이점을 활용해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그렇다고 한국이 자신만의 노하우를 축적한 것도 아니다.”
이 암울한 전망은 산업 허브들이 수만개의 일자리를 없애면서 전국에서 사실로 증명되고 있다.
울산은 현대그룹의 중공업과 자동차 산업 본거지로서 한때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가장 부유한 도시였다. 오늘날 울산은 한국의 러스트벨트(미국 북동부 사양화된 공업지대)로서 경기하락으로 (올해 들어 지금까지 거의 200건의) 자살시도가 잇따르는 도시가 되었다. 젊은이들 역시 이 도시를 떠나 1970년대 이후, 이탈 인구는 4배가 되었고, 그 결과 울산의 인구는 2016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울산은 정부가 지정한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아홉 곳 중 하나로서 십억 달러 가량의 지원예산을 책정 받았다. 서울시 역시 일자리 창출과 약 10%대에서 좀처럼 잡히지 않는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35억달러 가량의 추경예산을 집행 중에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근원적인 구조 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근본적으로 불안정한 산업을 받쳐주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비평의 목소리도 크다. “한국은 연구개발과 첨단 기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대규모 투자와 함께 빠르게 한국 기업들을 따라잡고 있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의 주장이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이수현 연구원 역시 문제의 핵심은 한국의 “재벌 중심 수출 의존”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양교수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는 “한국의 전략산업을 결정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한국이 아니라 한국의 재벌이다” 라고 덧붙였다.
한국이 대기업들에 의존하고 있다는 인식은 중국 발 위협이 점증하는 가운데 이번 달 삼성이 성장을 공고히 하기 위해 16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다시금 힘을 얻었다. 삼성은 규모와 수익 면에서 한국 최대 기업이다. 해당 투자금액 중 100조원 가량이 자본 지출이며 그 중 대부분이 반도체라는 단일 사업에 배정되었다. 세계 기술 기업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데이터 저장을 필요로 하면서 칩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그 결과 지난해 메모리칩이 삼성전자의 수익 성장을 이끌었다. 이는 한국의 수출 증가로 이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도체는 올해에만 지금까지 전체 수출의 20퍼센트를 차지하며, 2016년 12% 대비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은 반도체시장에 호시탐탐 눈독을 들이고 있고, 중국 정부의 지원이 이들의 뒤를 받쳐주고 있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 청사진을 제창해 첨단기술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열망을 분명히 했다. 서울에 위치한 미래에셋자산운용 투자전략가 피터김(Peter Kim)은 “수출 측면에서 봤을 때 한국은 문제가 있다. 한국의 최대 고객이었던 [중국]이 경쟁자로 부상했다”면서 “단 하나 현재 버티고 있는 것이 반도체다” 라고 말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두 갈래 경제전략을 발표했다. 그 첫번째가 “소득주도 성장”이다. 문대통령은 소비진작이 고용과 성장의 선순환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 하에 근로조건 향상과 임금인상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과거에는 한국의 경제성장이 대부분 수출 중심이었던 반면, 이제는 가계소비 증가와 꾸준한 임금인상을 동반한 더욱 균형 잡힌 성장을 목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인상된 임금을 감당하기 벅찬 수익이 많지 않은 중소기업들의 저항에 부딪혔다. 거기에다가 가계부채는 약 1조1천5백억 달러 가까이 치솟아 소비에 찬물을 끼얹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또다른 갈래는 정부가 명명한 “혁신성장”을 육성하는 것이다. 한국은 중국 발 위협을 인식,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기술산업을 장려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광범위한 규제완화를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참고로 특정 분석방식에 의하면 한국의 규제완화 정도는 미국의 절반에 불과하다. 윤수석이 언급한 스타트업 및 소규모 기업을 위한 “공평한 경쟁의 장”이 이러한 정책의 중심에 있다. 오랜 시간 한국의 신생 소규모기업들은 거침없이 몸집을 키우는 대기업, 즉 재벌의 시장 독점 행위의 방해를 받아왔다. “재벌은 세금을 내고, 고용을 창출하며 한국 경제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하지만 이제 불공정한 사내 거래로 부당 이익을 취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권구훈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강력한 기술 분야와 고학력 인구 등을 감안, 한국 경제가 가치 사슬의 윗 단계로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보며, 그러기 위한 열쇠는 한국이 “지금보다 더 넓은” 세계화를 포용할 수 있는가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 중 전망과 운영 면에서 진정한 글로벌 기업은 많지 않다는 생각을 내비치며 “우리는 [한국 기업들]이 따르는 특정 경로가 옳은가 틀린가가 아니라, 어떻게 그들이 전략을 실행하고 변화하는지, 그리고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 구체적으로 말하면 세계화를 받아들이는지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많은 이들이 이제 세계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인구학적 역풍을 마주한 한국의 경우에는 세계화가 필수적이다.”
인구문제는 이전 정부들도 해결하지 못한 한국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5천만 인구의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 중인 국가 중 하나다.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현재 전체 인구의 13%에서 크게 증가해, 2060년 40%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15세에서 65세 사이의 노동가능 인구 비율은 2016년 73%에서 정점을 찍은 후 2060년 50%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IMF의 이코노미스트인 에다 졸리(Edda Zoli)는 “한국 경제는 장기 성장전망을 방해하는 여러가지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가장 주된 문제가 불리한 인구구조” 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인구부족사태가 중국의 산업 위협과 결합되면서 많은 이들이 한국은 필연적으로 장기간의 성장둔화와 인플레이션, 즉 일본이 지난 20여년 간 경험한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믿게 되었다.
서울 소재 스탠다드차타드 리서치 박종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일본이 겪은 바를 피할 수 없다”면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우리가 일본화(化)를 미루고 그 영향을 최소화할 것인가이다”라 말했다. IMF의 이코노미스트 졸리 역시 한국과 일본의 유사점을 인정했다. 다만, 일본의 일명 “잃어버린 20년은 일련의 외인성 충격의 결과”였음을 지적했다. 또한 그는 한국이 성장을 북돋을 여러 정책 도구를 가지고 있다면서 노동시장 개혁을 돕기 위해 “상당한 재정 여력”을 활용해야 하고, “[한국]은 선진경제 중 가장 뛰어난 재정건전성을 지닌 나라 중 하나” 라고 말했다.
마침내 한국 정부도 상황을 인정할 준비가 된 듯하다. 지난 목요일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내년 예산 지출을 올해 5.5% 보다 많은 7.7%까지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투자전략가 피터 김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겪으며 수천만의 한국 국민이 금을 모아 고비를 넘긴 경험을 언급하며 “이 모든 상황에서도 한가지 긍정적인 점은 한국은 위기에 몰릴 때, [국민들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언제나 위기와 싸워왔다”고 덧붙였다.
편집자 주: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센토사 북미정상회담 전후하여 핵실험장을 폭파시키고 미사일 발사대를 해체하고 있으며 미군 유해를 송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이 북한에 취하고 있는 더욱 강경한 제재조치에 의아하고 있다. 캐나다에 소재한 글로벌 리서치는 이러한 배경에 대해 아래의 글처럼 매우 소중한 시각을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다. 트럼프 뒤에 숨어 있는 네오콘들, 특히 폼페이오와 헤일리 등은 강화된 봉쇄정책을 장기간 지속하면서 북한의 일방적 양보(굴복)와 중국으로부터 격리를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 강경파는 북한 핵무장 해체라는 과정을 악용하여 동아시아에 미국의 패권을 강화하고 연장하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가능한 옵션으로 북한 정권이 붕괴되기(regime change)를 기대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트럼프 자신은 김정은에게 여전히 호의를 갖고 있으면서도 오로지 11월 중간선거와 2년 뒤에 있을 차기 재선에 북한 이슈를 자신에게 유리한 카드로 최대한 활용하는데 골몰할 것이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에는 관심이 없다. 문재인 정부가 담대히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미국 전 대통령 지미 카터(Jimmy Carter): “북한이 얼마나 미국의 공격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1994년 북한과의 평화협정 협상을 성공리에 마친 후)
“비핵화”라는 단어의 의미를 혼동할 사람이 있을 리 없다. 그런데 서구 언론의 여러 보도에 따르면 북한과 미국은 각자 그 뜻을 완전히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명한 싱가포르 회담 합의문은 다음을 명시하고 있다.
“3. 북한은 2018년 4월 27일의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안전 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확고하고 흔들림 없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사진: 한국일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싱가포르 회담 후 공동 서명한 합의문을 통해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천명했다. 그런데 해당 합의문의 어느 구절에도 북한의 일방적인 비핵화는 명시되지 않았다. 그리고 7월 20일 성사된 폼페이오 장관과 헤일리 (Nikki Haley)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유엔 안보리의 만남을 통해 미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성사시킬 뜻이 없으며, 싱가포르 회담의 두번째 약속인 다음의 항목을 지킬 것이라는 근거도 없음이 명백히 드러났다.
“2. 미국과 북한은 한반도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힘을 모을 것이다.”
확실히 미국은 북한과 협상을 할 의지가 없다. 북한에 명령을 내리고, 유엔 안보리를 압박해 추가적인 대북 석유공급을 중단, 북한의 숨통을 더욱 조일 작정이다. 다행스럽게도 중국과 러시아가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며 미국의 공격적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헤일리는 대북제재에 반하여 89차례나 배에서 배로 석유를 옮기는 “사진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진증거”는 과거 콜린 파월(Colin Powell)이 유엔 안보리에 제시했다가, 이후 허위임이 밝혀진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사진을 떠올리게 한다.
다음은 헤일리 대사의 주장이다.
“더 많은 정보는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우리의 친구들 중 규칙을 피해가려는 무리들이 있다는 겁니다.”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지 않다는” 헤일리 대사는 계속해서 북한을 향해 “일단 쏘고 보고하라 (shoot first, ask questions later)” 식 접근법을 들이대고 있다. 북한은 이를 일컬어 “깡패 같고 암적이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의 친구들 중 규칙을 피해가려는 무리가 있다”고 했다. 그 “규칙”을 도입하고, 이런 악성 제재를 지지하도록 안보리를 협박, 위협, 매수한 것은 미국인 바, 헤일리 대사는 러시아와 중국이 의연하게 대처하며 미국이 강요하는 “규칙”에 얽매이기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그들을 질책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러시아와 중국이 이런 야만적인 제재조치를 수년간 지지했다는 것이 비극이다. 이제라도 스스로의 위엄과 자존심을 찾고 북한의 굴복을 받아 내기 위한 협박에 굴하지 않는다면 이는 존경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헤일리 대사는 마치 유치원 교사가 반항하는 학생들을 타이르듯 다음의 주장을 이어 나갔다.
“현재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를 준수하고, 현 상황의 훌륭한 조력자로서 비핵화를 돕도록 이들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헤일리 대사의 황당한 주장과는 반대로 유엔 안보리 제재는 지난 12개월간 전 세계를 핵전쟁의 구렁텅이에 내던진 심각한 갈등을 악화시킬 뿐이었다. 북한으로서는 북미 간 평화협정 체결로 내내 북한을 위협해 온 휴전이 끝나기 전까지 비핵화를 실행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비록 북한은 1년 가까이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지 않았고, 미국은 최근 도발적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했지만, “북한정부 참수작전”이라 불리는 오싹한 군사훈련이나 북한을 두렵게 할 수 있는 지시 등은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 미국 전대통령지미카터(Jimmy Carter)는 1994년 북한과 평화협정 협상을 성공리에 마친 후 채널13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를 포함, 북한이 미국의 공격을 받을까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은 이해타산을 따지느라 평화협정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고, 이는 최근의 위기상황을 지속시켜왔다. 왜 미국이 평화조약 서명을 거부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미국의 평화조약 거부는 결국 언젠가, 가깝거나 먼 장래에 1950년에서 1953년까지 북한과 중국을 상대로 벌어진 거대 전쟁을 재개하겠다는 의도를 암시한다. 1950년 미국은 북한이 촉발한 침략에 대한 공격을 승인하는 유엔 결의안이 통과되기도 전에 북한을 공격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 안보리를 압박해 북한에 대한 다양한 제재 결의안을 지지하도록 하기 위해 과거와 다를 바 없는 전략이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 제재들은 명백한 반 인도적 범죄들로 구성된다. 과거 소련의 안드레이 그로미코 (Andrei Gromyko) 외무장관이 마키아벨리 스타일의 현실주의를 시현하고, 미국이 이를 이용해 북한에 전쟁범죄를 자행할 “명분”을 얻은 이후 68년이 흐르는 동안 그 무엇도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핵무기 전문가 시그프리드헤커 (Siegfried Hecker) 박사는 안전을 위해 비핵화는10년 또는 그보다 긴 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폼페이오와 헤일리, 거기에 트럼프까지 나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지 유엔 안보리 제재는 계속될 것”임을 강조하는 것은 모르는 척 인명을 해하는 위선적인 제재정책에서 기인하는 기아와 질병 및 기타 잔혹한 제재의 영향 등으로 북한 주민들을 서서히 고통스럽게 죽이는 정신나간 요구라고 말한다. 폼페이오는 “북한은 완전하고 충분한 비핵화를 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김 위원장이 약속한 조치이고,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통해 세계가 요구하는 조치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현실을 왜곡한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체제”가 구축된다는 조건 하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하겠다고 약속했을 뿐이다. 그런데 폼페이오와 헤일리, 트럼프가 그의 입장을 곡해하는 것은 싱가포르 회담에 대한 배반이며, 북한이 묘사한 “암적인” 태세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는 짧은 기사 하나를 조용히 실어 다음을 시인했다.
“지난 8월 발표된 유엔 제재조치는 인도주의적 피해는 피하려 했던 기존 제재의 일부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대북 압박을 강화했다.”
7월 23일 CNN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이 비핵화 전 평화를 위한 ‘과감한 행동’에 나서고, (중략)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기를 원한다. (중략) 이 문제에 대한 북한 내부 입장에 정통한 한 관료는 미국이 한국전 휴전협정을 북한의 김정은 정권의 생존을 보장하는 영구적 평화로 대체할 의지가 없다면, 북한도 더 이상의 비핵화 논의를 진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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