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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통령 지지율 더 떨어져야 진짜 집값 잡는 대책 나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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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통령 지지율 더 떨어져야 진짜 집값 잡는 대책 나올 것”

admin | 금, 2020/07/24- 03:10

■ “7·10 대책 효과 못 볼 것…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보고서 ‘조작’된다고 생각”
■ “부동산은 MB가 가장 잘해… 집값 급등 주범인 현 정부가 국민에 세금 전가”
■ “대통령이 임명한 1만여 고위공직자가 얼마나 부동산을 가졌는지 밝혀낼 것”
■ “시민운동가가 정치권에 기웃거리니 정치도 망하고 시민운동도 망해”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끝까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부동산 위선을 파헤치겠다고 다짐한다.

“내가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을 12%까지 떨어뜨린 사람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도 70%에서 40%대까지 내렸는데 더 떨어져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이 나올 것이다.”

김헌동(65)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부동산 건설개혁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본부장은 집권층의 ‘급소’를 정밀하게 저격했다. 청와대 등 고위공직자와 민주당 의원들의 부동산 민낯을 까발리자 시민들은 경악했다. ‘다주택자들이 정책을 짜는데 집값이 잡힐 턱이 있겠느냐’는 비판이 쇄도했다. 그 여파로 이들은 부랴부랴 ‘한 채만 남기고 집을 팔겠다’는 촌극을 빚었다. 그러나 강남 집만 남기고 매각하는 행태에 여론은 폭발 직전으로 치달았다.

‘일개’ 시민단체 경실련의 존재감은 103석 야당 미래통합당을 사실상 압도한다. 경실련이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52%(3억1400만원) 올랐다’고 터뜨리자 바로 다음 날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14.2% 올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부동산 정책은 작동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변명은 4·15 총선 압승 이후 치솟던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트리거가 됐다. 민심이 흔들리자 정부는 6·17 대책, 7·10 대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그러나 7월 13일 경실련에서 만난 김 본부장은 여전히 정부 부동산 정책을 신뢰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이 정부는 집값을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어느덧 부동산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 때처럼 문재인 정부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靑 1급 이상 공직자 아파트 40%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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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다주택 공직자의 주택 처분을 촉구하는 경실련의 집회.

Q : 사실상의 증세 정책인 7·10 부동산 대책을 접한 시장은 벌써 냉소적이다.

“당장 내놓을 만한 게 없으니 세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집값 잡는 데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가 가장 좋다는 건 이정우(노무현 정부 정책실장) 등 (토지공개념을 주장한) 헨리 조지파들이다. 이들이 종합토지세를 없애고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라고 이름을 바꿨는데 계속 ‘세금폭탄’ 논쟁 유발 같은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Q :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는데 어찌 된 일일까?

“노무현 정부도 정확히 임기 절반인 2005년, 8·31대책을 내놨다. ‘노 대통령 임기 30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값 7%, 전국적으로 3.5% 올랐다’는 말도 안 되는 보고서를 가지고 대책을 만들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내놓은 진단을 보면 ‘상승률이 높지 않다. 국지적 현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토의 12%지만,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이 오르면 전국적으로 70%가 오르는 것이다.”

Q : 어떻게 실상을 대통령에게 알리겠다고 판단했나?

“청와대 1급 이상 공직자들을 경실련이 분석했다. 그랬더니 그 사람들 아파트가 40% 올랐다. 한 사람당 평균 3억원이었다. 그중 10명은 평균 10억원, 57%가 올랐다. 다주택자는 37%였다. 이어 20대 국회 전국에 퍼져 있는 국회의원 아파트를 보니까 평균 42% 올랐다. 서울시의원 110명 중 102명이 여당이다. 5명이 81채 주택을 갖고 있었다. 혼자 31채, 20채를 보유한 이들도 있었다. 그런 발표를 경실련이 계속했다. 그 이유는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보고서가 ‘조작’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Q : 김수현 정책실장만 청와대에 들어오면 부동산값이 폭등했다.

“(정책실장에서 물러난 뒤 2019년 12월) JTBC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미안하다’고 사과 한마디 할 줄 알았다. 뻔뻔하게 ‘OECD 평균에 비하면 안정적이고 오르지 않았다. 정책을 잘 관리했다’고 하더라. 이걸 보고 땅값 상승률을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 30개월 동안 2054조가 올랐다. (‘1076조만 올랐다’는 국토부 반박에 대해) 관료들이 대통령과 국회를 속인 것이다. 이대로 놔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文 대통령, 부동산 정책 관련자들 다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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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2017년 8월 임대사업자 제도를 장려했다. 이는 부동산 정책의 치명적 패착이 됐다.

Q : 경실련의 고발 이후 ‘부동산 정책의 진정성은 이 정부 사람들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면 된다’고 사람들이 믿게 됐다.

“왜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재산을 조사했느냐,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공시가격이 낮게 책정돼 재산을 축소 신고하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시세로 신고해서 재산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자는 것이다. 또 하나는 지난 3년 서울 아파트값을 52% 오르게 한 건 정부~청와대~여당 세 축이다. 이 사람들 중에 다주택자가 많으니 이런 대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집을 팔라고 한 적 없다. 20번 넘게 화살을 쐈는데 과녁을 다 비켜갔다. 바꿔야 한다. 제대로 임명해야 한다.”

Q : 정부나 여당에서 경실련에 조언을 청하진 않나?

“만나자고 해도 안 만난다. 경실련이 주장하는 정책을 100% 받는다는 전제 없인 어렵다. 찔끔찔끔해서는 절대 집값이 잡히지 않는다. 집값은 대통령과 정부가 ‘정말 잡을 거 같다’고 느낄 때 진정된다. 그런 믿음이 이 정부에서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니 사람들이 돈을 빌려서라도 집을 산다.”

Q : 시늉만 내는 정책만 남발하는 의도는 ‘처음부터 잡을 생각이 없었다’로 해석해야 그나마 납득이라도 간다. 정부가 집값 잡는 방법을 정말 몰라서 이러는 건 아닐 텐데.

“경기부양이다. 토건 사업, 부동산 투기로 경제를 띄우지 않으면 지탱할 길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미 (노동·산업 분야의) 모든 게 다 실패했다. 재벌들은 설비투자를 안 한다. 해외로 나가고 있다. 서울, 수도권 알짜 땅을 산업단지 등의 명목으로 재벌기업이 원가에 사들이고 있다. 재개발, 재건축도 재벌의 먹잇감이다.”

Q : 무늬만 부동산 대책이고, 진짜 목적은 증세라는 시각도 있다.

“부동산에서 나오는 세금은 얼마 안 된다. 재산세 12조, 종부세 2~3조다. 거래가 되면 양도세가 나온다. 그 외에는 별로 없다. 그보다 대통령이 뉴딜정책 한다고 하지 않나? 전부 토건이다.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까지 무시해가면서. 이 정부는 성장률을 지탱하기 위해선 오로지 토건 사업, 부동산밖에 대안이 없는 것이다.”

Q : 집값을 안정화하는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사다리를 끊고 편을 가르는 부동산 정치가 선거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이러는 건 아닌가?

“(여당이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야당이 무능해서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여당의 부동산 실패라는) 황금 같은 기회가 왔는데 자살골을 차고 있다. 토건 업자 출신 국토위 위원, 건설업자들이 만든 연구원 출신, 그런 사람들이 완전히 당을 망가뜨리고 있다. 지난 총선 때 오세훈 후보와 유튜브 토론도 했다. 황교안 대표 들으라고. 그런데 안 듣더라.”

Q :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김 본부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호평했다.

“나는 잘한 건 잘했다고 한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때까지 분양가가 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고 지시하자 관료들이 말을 안 들었다. 그러자 현대건설 직장 동료를 LH토지 사장으로 앉혔다. 해봤으니까 아는 거다. 그전엔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2006년 9월 분양가상한제, 분양원가공개, 후분양제를 선언하자 노무현 대통령도 2007년 4월 주택법을 개정했다. 집값이 안 올랐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법을 만들어서 10년 분납 분양 등 서민을 위한 다양한 주택정책을 내놨다. 2010년 강남 서초구 평당 970만원, 경기도는 평당 700만원으로 분양했다. 전 정부 때 5억5000만원에 분양했던 용인 아파트가 3년 만에 2억으로 떨어졌다. 왕십리 뉴타운 아파트는 평당 1800만원에 분양하려 했는데 900세대 중 2세대만 신청했다. 이명박 정부는 종부세를 반으로 줄였다. 종부세로 아파트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시 재건축, 재개발 조합들이 해산하겠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최경환 부총리가 ‘빚내서 집 사라’고 할 정도였다. 집을 사기만 하면 손해 보고, 분양받기만 하면 집값이 내려가는데 누가 사겠나. 혹자는 (MB 정부 집값 안정을) 2008년 금융위기 탓이라 하는데 잘못된 진단이다.”

“이 정부는 부동산 정책 MB한테 배워야”

Q : 분양가상한제가 집값 안정에 특효약이라고 믿는 듯하다.

“분양가상한제를 안 한 기간에 집값이 올랐다. 노무현 5년, 박근혜 1년, 문재인 3년 총 9년 동안 집값이 올랐다. ‘이낙연 아파트(서초구 잠원동 동아아파트)’를 보면 된다. 1999년 2월 이낙연 의원이 2억대에 산 아파트는 2007년 14억이 됐다가 2006년 12억으로 떨어졌다. 그러다 2019년 20억이 됐다. 이낙연이 19억원대에 팔았으니 국회의원 하는 동안 아파트에서만 17억원을 번 것이다. 국회의장 박병석이 40년 살았다는 반포주공 1단지는 지금 57억원(호가)이다. 더 중요한 건 노무현 때 17억,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23억이 올랐다. 여당 의원일 때, 자기 집값만 오른 셈이다.”

Q : 현 정부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를 배워야겠다.

“절대 배우지 않는다. MB의 22조원 들인 4대강 사업을 그렇게 비판했던 사람들이 자기들은 50조원짜리 도시재생 뉴딜을 예타도 하지 않고 추진한다. 보수 언론도, 야당도 제대로 비판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두 달 동안 경실련이 대통령 지지율 20%, 민주당 지지율 10%를 뺐다.”

기사원문 :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020219?lfrom=kakao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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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7,8월호 – 시사포커스(4)]

지금의 남북관계는 누구의 탓인가?

 

조성훈 경실련통일협회 간사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촉발된 남북 긴장 상황은 해결책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폭파 이전부터 쌓여온 남한에 대한 불신으로부터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대북 전단 살포를 표면적인 문제로 삼았지만, 한반도 문제 해결에 대미 의존이 큰 정부의 태도와 지지부진한 남북 합의 이행이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이로 인해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사퇴했으며, 국정원장·청와대 안보실장에 이르는 대대적인 외교안보 라인 인사가 단행됐다. 통일부는 정치 상황을 들어 남북 합의 이행에 내내 소극적으로 임했다. 청와대 외교안보실은 과도한 대미 의존으로 인해 주체적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에 나서지 못했다. 이러한 통일부의 무능과 청와대 외교안보실의 대미 의존이 합쳐져 빚어낸 결과물이 현재 상황을 만들었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현 상황을 타개할 방법으로 인적 쇄신을 택했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시작된 남북 평화 무드는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졌으며, 사상 초유의 북미정상회담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러한 평화 무드가 무색해질 만큼 남북관계는 살얼음판을 걷게 되었다. 다행히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로 급한 불은 끈 것처럼 보이지만 갈등은 언제라도 재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지금의 남북관계는 누구의 탓일까? 미국의 비협조, 북한의 강경한 대응, 우리 정부의 무능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는 70년을 끌어온, 결코 단시간에 해결하기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 외부 요인을 탓하기보다는 우리 스스로의 노력을 다시금 살펴봐야 한다. 외부 요인의 도움이 있다면 최상이겠지만 그렇지 못하기에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경실련은 남북교류협력 기반 조성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당장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산가족 상봉 추진,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의 문제들도 이론상으로 남북 간의 결단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미국이라는 현실적 제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남북교류협력법, 남북협력기금 등 교류협력 관련 법·제도를 개선하고, 남한 내 대북정책에 대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러나 정부는 매우 소극적이었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북관계를 정상회담 개최처럼 일회성 이벤트 정도로 취급한 듯 보였다.

그렇다면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정답은 남북관계가 우리 문제임을 인식하고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나서는 것이다. 이와 연결해 과도한 대미 의존의 산물인 한미워킹그룹은 해체해야 한다. 남북관계 모든 사안에 대해 미국의 눈치를 볼 경우, 아무것도 진전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좀 더 전향적인 방법을 고민해본다면, 한미워킹그룹 대신 남북워킹그룹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한반도 문제는 남과 북 당사자가 직접 해결하겠다는 발상이 어느 때보다 필요할 것이다.

금, 2020/07/31-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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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단상

 

김철환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새안산상록의원 원장

 
1. 질병의 대유행을 막을 수 있을까?

1347년부터 3년간 유럽인 1/5의 생명을 앗아갔던 흑사병(黑死病: Plague)은 야생의 설치류(齧齒類:다람쥐·쥐·비버 등)의 돌림병이었다. 벼룩에 의하여 동물 간에 유행하는데, 사람에게 전염된 후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환자로부터의 비말감염(飛沫感染:환자가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 튀어나온 병원균에 의하여 감염됨)과 보균동물을 흡혈한 벼룩에 물려서 감염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유럽의 대규모 인구 손실은 유럽 경제의 기반을 이루고 있던 장원제도와 봉건제도를 뒤흔들었고, 죽음에 대한 공포는 사람들로 하여금 미신에 지나치게 의존하도록 하였다. 이후에도 페스트에 버금가는 대유행이 독감, 사스,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페스트를 일으킨 세균보다 훨씬 작은 바이러스이다. 바이러스는 20~400나노미터의 작은 생물체로 정의한다. 나노미터(nm)가 천만분의 1mm이니 얼마나 작은 지 상상이 가능한가? 바이러스는 너무나도 작아서 전자현미경으로만 관찰 가능한 생물체이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생존할 수 없고 동물, 식물, 세균 등 살아있는 세포에만 기생하고 증식 가능하다. 즉, 세포 밖으로 나오면 수 분 내지 수 시간 내 사멸되는 미생물체이다. 따라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사이 직접적인 접촉이나 가래, 침, 성관계 등 매우 긴밀한 접촉이 아니면 옮길 수 없다.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세포벽에 붙어서 유전체의 DNA 혹은 RNA를 세포 내로 들여보낸다. 이후 세포 내에서 끝없이 분열되고 증식해서 병을 유발한다. 현재 인류가 알고 있는 바이러스 종류는 수 만 가지이지만, 그 중 인류에게 병을 일으키는 것은 많지 않다. 코로나-19는 평소에는 심한 병을 일으키지 않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종을 일으켜서 대유행을 일으킨 것이다.

세계의 경제 교류와 인적 교류가 이처럼 활발하고 앞으로는 더 활발해질텐데 감염성질환의 대유행을 막을 수 있을까? 밀접접촉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면 바이러스의 유행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바이러스가 변종을 일으키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변종은 아무도 면역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밀접접촉을 통해 국내와 국외로 대유행을 일으킨다. 변종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와 예방하는 백신을 개발하는데 수 개월에서 수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미 유행은 끝난 후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질병의 대유행을 막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2. 바이러스를 이기는 면역체계는 있는가?

우리 몸 면역체계의 컨트롤 타워는 T 림프구이다. T 림프구는 우선 인터페론이라는 천연 방어물질을 만들어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한다. 또한 T 림프구는 특정 바이러스에 대해 면역적으로도 공격할 수 있는 감작세포로 변화도 하고, B 세포로 하여금 항체를 생산하도록 지휘해서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고 퇴치한다. 한 번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온 후 없어지더라도 우리 몸 면역체계는 오랫동안 같은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이겨내는 능력을 갖게 되는데 이것이 면역력이다. 이러한 면역력을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오기 전에 미리 갖추도록 하는 것이 예방접종이다. 현재 홍역·볼거리·소아마비·풍진 등과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을 막는데 이용된다. 독감 예방접종도 이런 방식으로 항체를 형성하도록 해서 예방하고 있다. 다만, 독감 바이러스는 변이가 심해서 매년 4가지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유행을 예상해서 백신을 생산하고 있고, 예방접종도 매년 맞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바이러스를 막는 면역체계는 예방접종을 통해서 미리 갖추는 것이 최선이고, 그럴 수 없다면 물리적으로 화학적으로 우리 몸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차선이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서 접종을 받으면 예방의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다만, 독감백신도 예방효과가 60% 정도에 불과해서 완전하지 않은 것처럼 변이가 심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평소 개인위생관리로 전염성질환을 예방하고, 건강관리를 통해서 만성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혹시 만성질환이 있다면 잘 관리해서 최대한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 몸의 면역력을 강화하여 바이러스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3. 가장 강력한 방역은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 의식이다.

2020년 들어서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독감 바이러스가 크게 유행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 원인 중에는 극히 일부만 차지한다. 그동안 사스, 메르스, 신종플루로 사망한 숫자는 담배 관련 질환으로 사망하는 한국인이 한 해 5만 명인 것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숫자이다. 이 중 간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수 천 명인데 사람들은 담배를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를 무서워한다. 건강한 사람은 대부분 코로나-19 감염이 일어나도 가볍게 지나간다. 폐렴까지 진행해서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는 건강한 사람에서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과도할 정도로 두려운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는 새로운 균에 대한 두려움이다. 인간 무의식에 존재하는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바로 제노포비아(xenophobia)이다. 나와 다른 것, 특히 새로운 것(사람, 환경, 먹거리 등)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의 무의식 깊이 숨어있다.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본능적으로 새로운 것을 경계하고 조심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합리적인 수준을 넘어서면 득보다 실이 크다. 예로부터 전해온 지혜와 의과학의 합리적인 대처방법으로 이겨내면 되는데 지나친 걱정이나 혐오는 불행한 일이다. 바이러스 결벽증이 사람들에게 퍼져있으면 마스크를 아무리 공급해도 모자란다. 청주시에서 택시기사가 감염되어 승객감염이 걱정되었는데 가족 감염은 있었지만 승객 감염은 없었다. 그 기사가 운행 시에 마스크를 잘 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쉽고 상식적인 방법인 개인위생을 지키면 된다.

– 마스크 잘 쓰기(폐쇄된 공간이나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 손씻기(30초 이상, 손 세정제로 대신할 수 있다.)
– 손씻기 전에는 얼굴(눈, 코, 입) 만지지 않기

이런 예방 수칙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만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독감 바이러스와 감기 바이러스 등 수많은 바이러스와 세균 감염을 예방하는 수칙이다. 특히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지켜야할 에티켓이다. 인간이 그 작은 바이러스조차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강력한 자연의 힘이고 현상이다. 겸손하게 자연현상을 받아들이되 인류가 축적한 지식과 연대의식과 공동체 정신으로 재난을 이겨나가는 길만이 인류의 건강과 행복을 지속할 수 있는 길이다.

금, 2020/03/13-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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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5,6월호 – 시사포커스(1)]

2천조 원 거품 떠받치겠다는 정부, 21대 국회가 막아야 한다

 

김성달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

 
문재인 정부가 20번째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5월 6일 국토부는 수도권 내 연간 25만 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수익성이 없는 재개발 사업에 공기업을 투입해 특혜를 제공하겠다는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세부방안으로 ▲분양가상한제 제외 ▲기부채납 비율 완화 ▲용적률 특혜 제공 ▲조합원 지원확대 등을 제시했다.

최근 부동산시장은 코로나19 여파로 투기형 거래가 위축되며 집값 하락 등 정상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재개발조합 등 특정 세력에게 규제 완화로 포장한 특혜를 무분별하게 제공하면서까지 도심재개발을 활성화시켜 공급을 늘려가겠다는 것은 가만히 놔두면 하락할 집값을 정부가 규제완화와 공급확대로 떠받치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한 채당 평균 3억 원, 강남권은 7억 원이 상승했다. 경실련 조사결과 대한민국 전체 땅값은 출범 이후 30개월 동안 2천조 원 상승했다. 때문에 국민들은 미친 집값을 최소한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도 공개적으로 부동산투기 근절과 경기부양을 위한 부동산대책을 쓰지 않겠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결과는 규제완화와 공급확대에 기댄 거품부양책이니 정부가 무능하거나 국민을 속이고 있거나 둘 중 하나이다.

특히 공공재개발로 포장된 토건특혜책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정부는 서울 내에는 총 531곳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추진 중이고 일부 재개발이 사업성 부족 등으로 정체 중이라며, ▲LH·SH의 시행자 참여 ▲조합원 중도금 및 이주비 등 지원확대 ▲용적률완화 및 분양가상한제 적용제외 ▲사업비의 50%까지 주택도시기금 지원 등의 다양한 지원책을 제시했다. 반면 세입자 대책은 지원대상 확대와 영세 상인을 위한 대체 영업지 조성뿐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가장 큰 문제인 불로소득의 사유화와 세입자와 원주민 내쫓김을 방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존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바가지분양을 허용하여 막대한 시세차액을 투기세력과 건설사에게 안겨주고 수많은 세입자와 원주민 등은 삶터에서 내쫓겼다. 주변 집값 폭등에 따른 서민들의 주거불안, 환경파괴와 자원낭비도 심각했다. 사업추진을 통해 공공주택을 확보했다고 했지만 개발이익환수장치가 거의 전무했기 때문에 공공임대주택 확보도 미흡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개발·재건축사업에 더 많은 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투기세력과 토건세력에게 맘껏 투기하라는 신호를 정부가 보내준 것과 다를 바 없다.

서울시가 2015년 이후 추진 중인 청년주택도 공공임대 확대를 내세워 ▲종상향 특혜 ▲용적률 완화 특혜 ▲기금지원과 세제 특혜를 제공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공공임대는 10~20%에 불과하고, 주변 집값만 올려놨다. 민간업자가 그 결과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겼음을 명심해야 한다.

용산정비창 부지 등 국공유지는 100% 공영개발 후 공공주택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정부는 코레일 등이 소유한 용산정비창 부지 등 15개의 국공유지를 개발하여 1만 5천 호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공유지 개발에도 민간분양이 포함되어 있다. 용산정비창 부지의 경우 51만㎡(15만 평)를 업무, 상업시설, 주거 등 복합개발하여 주택은 8천 세대를 공급하고 이 중 50%를 공공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50%는 민간분양이고, 공공주택도 공공분양과 임대가 섞여있어 실질적인 장기공공임대주택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개발계획 발표 이후 코레일의 만성적자가 해결될 수 있는 기회라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고, 용산 일대로 투기세력이 몰리면서 집값도 상승하고 있다. 정부는 용산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여 투기를 차단하겠다고 밝혔지만 막대한 불로소득을 차단하고 서민들의 내집마련과 집값안정 효과를 위해서는 공영개발 후 100% 공공주택으로 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선진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LH, SH라는 막강한 공기업이 존재하고 이들의 설립취지는 서민 주거안정이다. 때문에 ▲신도시 독점개발권 ▲강제수용권 ▲토지 용도변경권 등 막강한 권력을 공기업에 부여해왔다. 하지만 2000년부터 분양가가 자율화되고, 공기업의 장사논리가 허용되면서 공기업조차 투기세력과 자기들 배불리는 데에 막강한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다. 공기업이 땅장사 집장사를 일삼는다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 서민주거안정을 위해서는 저렴한 공공주택 확대가 매우 절실하며 이를 민간에게 구걸해서 확보하겠다는 것은 특혜를 제공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국공유지를 공공이 개발하여 공공주택, 공공상가 등 국민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며 결코 민간분양, 민간매각되어서는 안된다. 재원확보가 어렵다면 주택도시기금, 국민연기금 등을 공영개발 재원으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면 강남에서도 1억 원(평당 500만 원, 20평 기준)에 내집마련이 가능하다. 저렴한 공공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때 기존 주택값도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서민주거안정과 집값거품 제거를 위한 1억 원대 아파트 공급이 이루어지도록 공영개발해야 한다.

토건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부, 21대 국회가 강력한 투기근절책을 입법화해야

2017년 1월 국민은행 통계 기준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호당 6억 원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50조 원 뉴딜대책, 재건축 고분양 허용 등의 투기조장책으로 출범 이후 집값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김현미 장관도 취임사에서 공급부족이 아닌 투기적 거래가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투기근절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대책은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면제 대출확대 등의 특혜책으로 이어졌고(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 2017.12) 그 결과 다주택자들의 투기과열로 집값은 더욱 상승했다. 게다가 2019년에는 수도권 30만 호 신도시 개발을 발표했고, 다시 1년이 지나 이번에는 도심재개발활성화 방안까지 지속적으로 투기조장 공급책을 발표하고 있다. 그 결과 2020년 4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호당 9억 2천만 원으로 문재인 정부 이후 매년 1억 원씩 상승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지 오래인데도 불구하고 공급확대로 집값을 잡겠다는 과거 정부의 토건식 발상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문재인 정부에게 서민 주거안정과 부동산 투기근절에 대한 철학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20대 국회도 정부의 투기조장책을 방관하며 막대한 불로소득의 수혜를 누렸다. 21대 국회는 달라야 한다. 코로나19 여파로 고통받는 국민들을 최소한 주거불안에서라도 벗어나게 해줘야 한다. 강력한 투기근절책으로 집값거품을 잡을 때 서민주거안정도 이룰 수 있다. 특히 짓지도 않은 채 주택을 분양할 수 있는 선분양제를 완공 후 분양제로 전환해야 한다. 만일 지금처럼 선분양제를 유지해야 한다면 강력한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해서 소비자의 바가지 분양피해는 막아야 한다. 재벌법인 등에게 막대한 보유세 특혜를 제공하는 불공정 공시가격 제도 폐지, 건설사와 투기세력 배불리는 개발정책 중단, 임대사업자 특혜 페지 등을 위한 입법화도 시급한 과제이다. 문재인 정부의 투기경제, 거품경제를 21대 국회가 막아야 한다.

금, 2020/06/05-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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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9년 3,4월호 – 시사포커스4]

다시, 문제는 신뢰다

김일한 통일협회 운영위원 / 동국대학교 DMZ평화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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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6월,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호텔의 대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결렬되었습니다. 회담 결과가 ‘결렬이 아니다’ ‘양국정상이 새로운 대화를 준비하기로 했다’ 등등의 관전평이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합의’를 전제로 한 회담이 결과를 내지 못했다면 결렬이 맞습니다. 양국간에 ‘구체적인 합의안이 있었다’ 그러나 ‘문턱이 높아졌다’ 등등의 이유도 지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합의안’에 사인이 없다면 역시 결렬이 맞습니다.

‘완전한 비핵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과 ‘단계적 해결’을 제시한 북한의 입장이 결국 회담을 무산시킨 가장 큰 원인입니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요. 결국 문제는 다시 ‘신뢰’의 부족이었습니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봅니다. 우리는 늦었지만 차분하게 북한과 미국의 신뢰문제를 다시 제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남한의 중재자역할에 대해 다시 고민해야 합니다.

22년 전인 1997년 6월,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의 메트로폴호텔에서는 작은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무려 4일간에 걸친 회의는 전쟁당시 미국 국방장관 로버트 맥나마라를 포함해서 양국의 책임자들이 모여 과연 전쟁은 피할 수 없었는지, 전쟁이 확전된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성찰하는 자리였습니다. 미국측 대표 맥나마라는 다음과 같이 하노이 대화의 교훈을 강조합니다.

“하노이 대화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베트남전쟁은 미국과 베트남 쌍방의 지도자가 보다 현명하게 행동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전쟁이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대화의 교훈을 바르게 배운다면, 미래에 이와 같은 전쟁은 막을 수 있을 겁니다.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교훈을 두 가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는 우선 적을 이해하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 적을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비록 상대가 적일지라도 최고 지도자끼리의 대화, 그렇습니다.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도 게을리 했습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교훈입니다.”

다시 북미협상으로 돌아오면, 둘 사이에는 여전히 건너지 못할 불신의 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함해서 대량살상무기 전체를 폐기하라고 합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단계적으로 폐기할 것이라고 맞섭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과정을, 북한은 미국의 관계정상화 약속을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22년전 메트로폴호텔 대화의 교훈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새로운 파국을 준비하기 보다는 오래된 미래를 다시 복기하는 것이 양국의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3차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양국은 차분하게 서두르지 말고 상대를 신뢰할 수 있는 절대적인 대화의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서두르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새로운 북미협상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집단제재에서 독자제재로, 외통수 정국의 새로운 상상력

완전한 비핵화를 신뢰하지 않는 미국과, 시간을 두고 관계정상화 이행 약속을 확인하겠다는 북한 사이에 대치상황은 퇴로가 없어 보입니다. 양국의 빅딜을 위한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UN의 대북한 집단제재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제재해결 방법에 대한 양국간의 믿을 만한 약속과 이행 로드맵 없이는 현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UN 집단제재를 안보리이사국 각각의 독자제재로 전환하는 방법도 생각해볼만한 해법입니다. 견고한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가 손상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은 스냅백(snapback) 장치를 통해 조건부 해제가 가능할 겁니다. 대신 북한은 가시적인 비핵화 타임테이블을 국제사회에 제시해야 합니다.

이상의 조건에서 진행되는 비핵화와 관계정상화가 양국의 ‘신뢰대화’와 병행된다면 그 효과가 배가될 수 있을 겁니다.

 

포기할 수 없는 한국역할론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면 어떻고, 트럼프의 푸들이면 어떻습니까. 이 땅에서 전쟁만 없앨 수 있다면,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 수만 있다면 그 따위 말장난이 대수겠습니까.

중재자 없이 진행된 중국과 베트남의 대미 관계정상화 과정을 기억하실 겁니다. 분단 70여년 만에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북한과의 신뢰있는 대화를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미국과의 책임있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어렵지만,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서 한국의 중재자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입니다.

흉물스런 철조망이, 군사분계선(Military Demarcation Line, MDL)이 국경선인줄 알고 살아온 남북한의 국민들에게 새로운 한반도의 희망을 보여줘야 합니다.

수, 2019/03/2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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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5,6월호 – 특집. 그리고… 다시 시작(4)]

21대 국회의 전망과 소망

 

황도수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건국대학교 교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요즘 공화국 개념을 사회복지주의의 근거 원리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으나(사회복지주의에 대한 근거는 헌법의 다른 조항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공화국 개념은 ‘합의체 기관’으로서 국회가 국가기관 중 최고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게 옳다. 그것이 공화국의 원래 의미이다. 공화국 원리에 따라, 헌법은 헌법 아래에서 최고의 국가의사인 ‘법률’을 국회가 제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가 이처럼 막강한 입법권을 행사하므로, 헌법은 국회의원에게 공무원으로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공무원 의무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 제발 1. 청렴하고, 2.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고, 3. 그 지위를 남용하여 국가·공공단체 또는 기업체와의 계약이나 그 처분에 의하여 재산상의 권리·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하여 그 취득을 알선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국회의원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할 수 있는 수양(修養)이 되어 있어야 한다. 국가의 미래, 20년 뒤에 우리 자손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를 구상하고,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자리를 탐해서 국회의원이 됐다면, 이제 국회의원을 해봤으니 즉시 사표를 내고 나올 일이다.

20대 국회에 대해서 국민이 완전히 실망했었다. 국회는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과거 청산에만 몰두했다. 여당, 야당이 서로 편을 갈라 으르렁거리는 데 시간을 허비할 뿐, 미래를 위한 대화와 토론은 뒷전이었다. 동물국회, 식물국회였다. 이렇게 국회를 운영하는 의원들의 가슴속에 미래 청사진이 들어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차라리 저들 없는 국회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렇다고 해도 국민은 21대 국회에 대한 기대마저 저버리지는 않았다.

이제 21대 국회가 새로 출범한다. 늘 그랬듯이 국민은 절묘하게 선택했다. 국회의석수 300석 중 5분의 3에 해당하는 180석을 여당에 몰아줬다. ‘한 번 해보라!’라는 격려이다. 국회의원 각자가 원래 가슴속에 품고 있던 비전을 실현해 보라는 명령이다.

오늘날 정치는 ‘행정부(대통령) : 입법부(국회)’의 견제 균형이 아니라, ‘정부와 여당 : 야당’의 견제 균형이다. 그리고 5분의 3 이상 의결정족수 국회법 조항으로 인해 여당과 야당의 싸움으로 국회가 마비될 수 있다. 국민은 국회의 이런 현대적 구조를 꿰뚫고 있었다. 그래서 여당에 180석을 몰아줬다. 국민은 정부와 여당의 가슴속에 품고 있는 원대한 꿈이 실현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 꿈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이제 여당은 자신의 정치적 포부를 국민에게 보여야 하고, 보일 수밖에 없다. 더는 야당을 핑계 삼아서 자신의 무능을 숨기거나 변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핑계를 댈 곳이 없어졌다. 자신의 적나라한 진상을 보여야 한다. 평소 품고 살았던 비전을 국민 앞에 솔직하게 펼쳐놓아야 한다. 지금까지 정권을 잡겠다고 노력한 이유와 목적이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개인적 영달을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진정 국민을 위하여 헌신하기 위해서 노력해 왔던 것인지, 단순히 정권을 움켜쥐고 장기집권하고 싶었던 것인지,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국민과 함께 누리기 위한 것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이제 정권을 잡았고, 더하여 다수 여당이 되었다. 자신을 돌아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재정립할 때다. 이제 ‘정권을 잡기 위한 소수정예 정치인’이 아니다. ‘국가를 운영하는 자’이다. 이제는 정권을 잡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비밀을 유지하던 사람들 속에서 뱅뱅 돌 것이 아니다. 국가가 발전하고,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국가 인재들과 함께 국정을 논의할 때다.

그동안 정권을 잡기 위해서 공부할 시간을 충분히 가지지 못했던 것을 벌충할 수 있는 국가 인재들을 서둘러 영입해서 함께 걸어갈 시점이다. 국가를 운영하고 있으니 내 주머니 수첩에 적혀 있는 사람이 아니라 국가에 있는 수많은 인재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 다음 정권이 사용할 수 있도록 국가의 인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놓아야 한다. 누가 어느 분야에서 어떤 공부를 깊이있게 하고 있는지 축적해둬야 한다.

내 편에 속한 사람도 다시 관리해야 한다. 어떤 ‘자리’에 가면 사람이 바뀌는 사람들이 있다. 권력 앞에서 제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도 있다. 만일 내 편 사람이 잘못되었으면, 그 사람을 없애고 더 좋은 사람을 새로 찾아 함께해야 한다. 그래야 내 편 전체가 튼실해질 수 있다. 내 편이라고 해서 불성실하고 부정한 사람을 끝까지 옹호하다가 내 편 전체를 무너뜨리는 어리석음은 피할 일이다. 편 가르기는 정의, 공정, 올바름을 뒤흔드는 ‘눈의 들보’이고, 편견이고, 고정관념이다. 시야를 넓게 확보해야 한다.

정권을 잡은 이유는, 국가를 운영할 때 네 편 내 편을 나눠서 내 편을 먹여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들과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위한 것이다. 우리 헌법이 기본원리로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는 함께 잘사는 민주주의이다.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국민을 죽여서 더 이상의 경쟁자를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에서 다른 생각과 아이디어를 가진 상대방과 경쟁자는 필수요소이다. 그들이 없다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경쟁자와 상대방이 없어질 것을 꿈꾸기보다 진실과 정의를 두고 경쟁하기 위해서 나가야 한다. 대화와 토론, 비판과 설득이 이뤄져야 한다.

이곳에서 굳이 21대 국회가 할 일의 ‘내용’을 일일이 열거하지는 않겠다. 헌법을 고치는 일, 국가조직을 정비하는 일, 국민의 거래질서를 개선하는 일 등등. 국회에서 180 의석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은 수없이 많다. 주어진 시간 속에서 그중에 무엇을 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쓰기보다는 오히려 정부 여당이 원래부터 가졌던 꿈과 비전을 펼쳐보라고 주문하고 싶다. 만일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없다면 차라리 사표를 내는 것이 마땅하다. 하루하루 일어나는 일이나 처리하면서 세월을 보내고 세비로 맛있는 음식이나 먹을 생각이라면 또한 사표를 내는 것이 마땅하다.

할 일의 내용과 관련해서 한마디만 덧붙인다. 우리나라 국가질서에서 정치는 ‘시장’을 전제로 하고,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 정치는 시장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규제하고 조정할 사명(使命)을 다해야 한다. 시장을 모른 채 정치를 한다면 시장에 놀림만 당할 것이다. 시장에 끌려다닌다면 정치의 사명을 저버리는 셈이다. ‘나는 정치가 전공이니, 경제는 모른다’거나 ‘몰라도 된다’라는 어리석은 말은 꺼내지도 말라.

우리 헌법에 시장과 정치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조문이 있다. 제119조이다.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국가(정치)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국민은 시장 속에서 삶을 영위한다. 시장에서 죽고 시장에서 산다. 시장에서 아프고 시장에서 괴로워한다. 국회, 국회의원, 정치하는 사람들이 시장을 모른다면 국민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할 것이고, 벌거벗고 활보하는 임금님을 보고 있을 것이다.

진보정권과 진보여당이 마음껏 뜻을 펼칠 기회를 얻었으니 멋있는 정치를 국민에게 선사해줄 것을 간절히 기대한다.

금, 2020/06/05-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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