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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지축을 흔드는 삼중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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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지축을 흔드는 삼중 위기

admin | 일, 2020/07/19- 20:48

이제 코로나 팬데믹은 제2의 단계로 접어들면서, 많은 국가들이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거리두기에 대한 통제를 완화하거나 일부에서는 통제조차 거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일반적인 치료법이나 백신의 개발이 지연되면서, 정상 상태로 복귀하는 것은 현실보다는 희망사항으로 남아 있다. 더구나 좁은 범위이던 광역단위이던 또는 훨씬 확대된 대륙 또는 지구적 규모로 제2차 대유행이 발발할 위험이 존재한다.

첫번째 대유행으로 펜데믹이 지구를 덮친 현재, 정책결정권자와 의료관련 전문가들, 과학자들과 공공분야의 종사자들 모두 엄청난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따라서 두번째의 대유행이 발발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긴 하지만, 첫번의 감염 때보다는 잘 대응해 나갈 것이다.

모든 경제활동을 중단시키고 사회전반을 격리시키는 대신,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온라인 업무와 영상회의 등을 활용하여 봉쇄대상을 엄격히 제한하는 조치가 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대유행의 진행 정도에 따라, 심한 경우에는 해당지역 내지는 광역단위의 봉쇄가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팬데믹의 첫번째 대유행에서 경험한 것처럼, 두번째 상황이 닥치면 세가지 위기가 동시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우선 지구적 규모로 감염이 확산되는 것을 막지 못하면,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는 경제와 사회적 어려움에 부담을 더하게 되면서 국제정치적 와해가 가속될 것이다. 국제적으로 경제가 깊은 불황 속으로 빠져들어가 회복이 쉽지 않게 되면서 미중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이다.

특히 미국의 대선이 예정된 11월 이전의 몇 달 간이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다. 공공보건의 위기와 사회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국제정치적 격변이 상호 결합되면서 안정을 되찾지 못하는 가운데, 우리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한가지는 바로 트럼프라는 변수이다. 만약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현재 겪는 지구적 혼란은 극적으로 더욱 혼란해질 것이고, 다행히 그의 경쟁자이자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던이 이긴다면 상황은 상대적으로 안정을 찾아갈 것이다. 미국의 대선이 갖는 비중이 국제적으로 현재보다 더욱 중요한 적은 없었다.

세계적 규모로 위기가 가중되어 가면서 이제 인류는 중대한 교차점(고비)를 맞이하고 있다고 해도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경제상황이 가혹한 불황 속으로 진입할 것인지 여부는 이번 겨울이 오기 전에 판명이 날것이고, 만약 예상된 불황이 닥친다면 이는 또 다른 충격을 던질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심리적으로나 실제적인 의미에서도 오로지 지속적인 성장에만 익숙해져 왔기 때문에, 이처럼 극적으로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을 감당할 경험을 일찍이 갖지 못했다. 서구와 동아시아의 부유한 국가들이 이렇게 깊고 광범하며 끝이 보이는 않는 불황 아니 공황을 극복해 낼 수 있을까? 현재 완전한 붕괴를 방어하기 위해 충분하리만큼 수조 달러의 구제지원금을 풀고 있지만, 문제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님)에, 트럼프가 재선되고 팬데믹의 제2차 대유행이 지구 전체를 덮치고 각국의 경제적 이해가 서로 충돌하면서 동아시아의 냉전이 열전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상기에 언급한 삼중의 위기는 새로운 시대를 촉발하면서, 개별국가 단위의 정치경제 시스템 그리고 현재의 다자간 국제기구가 재구성될 수도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과거의 구태의연한 체제가 다시 돌아 오지 않을 것이다. 과거는 과거대로 흘러간 것이고 이제 우리는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미리 결정해서는 안된다. 팬데믹이 불러온 위기는 너무나 깊고 넓게 퍼져서 세계적 규모로 권력power과 재력wealth의 급격한 재편을 가져올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미리 예비하여 필요한 에너지와 노하우를 비축하고 투자를 진행해온 사회는 승자가 될 것이고, 미래를 읽어내지 못한 사회는 패자로 전락할 것이다.

사실 팬데믹이 발발하기 오래 전부터, 디지털의 시대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기술과 과거의 주도적 산업들 그리고 권력과 재력 등 영역에서 전환transition이 광범위하게 진행되어 왔다. 이에 더하여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세계적 위기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후위기는 우리가 겪은 어떤 것보다 깊고 심각하며, 백신이라는 해법조차 없다.

때마침 코로나 팬데믹이 전환점으로 작동하고 있다. 지난 몇 세기 동안 우리는 주권국가라는 자기이해에 갇힌 정치경제의 시스템과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막론하고 화석에너지에 의존해온 산업구조, 한정된 지구자원을 무절제하게 낭비한 소비행태 등에 의존하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급격히 한계를 드러내면서 어쩔 수 없이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과제는 삼중 위기의 첫번째 대유행으로부터 가능한 많은 것을 배우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 경제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나 (미국에 비하여) 많이 뒤쳐져 있으나, 이제 명백한 약점을 보완하여 대응할 계기가 뜻하지 않은 기회로 다가온 것이다.

유럽 사회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민주주의, 법치, 사회적 평등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유럽자신과 넓게는 인류전체의 규범과 목적을 위하여 결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적인 노하우와 투자능력을 가지고 있다. 남는 유일한 문제는 유럽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출처 : Project Syndicate 2020 on 2020-06-28.

Joschka Fischer

1998-2005년 간 독일의 외무장관을 역임하였고 지난 20년간 둑일녹색당의 지도적 역할을 맡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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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생태계와 코로나 사태




SARS-CoV-2(사스 코로나바이러스 2형)의 변형으로 2019년 12월부터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국내에는 지난 1월 20일 첫 환자 발생 이후 4월 29일 현재 누적 10,752명이 확진되었으며, 1,654명이 치료 중이다. 지난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적 대유행, 즉 전염병이나 감염병이 범지구적으로 유행하는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29일 현재 세계적으로 3백여 만 명이 감염되었으며 사망자도 약 217,784명에 이른다. 




한국을 포함하여 세계 각국은 코로나에 맞서 감염자 검사 및 추적, 치료에 온갖 역량을 동원하고 있으며,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도 전 세계가 힘을 모으고 있다. 코로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자가 격리 및 도시와 지역 봉쇄, 내외국인의 출입을 막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해외여행을 비롯한 경제 교류까지 차단되고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3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0년 올해 전 세계 항공 운항이 38%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국 내 항공 수요는 전년대비 95%까지 감소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코로나바이러스 한 종에 의해 전 세계가 멈추었다. 현재 지구에 약 160만 종의 바이러스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며, 인류에 의해 정체가 밝혀진 것은 약 1% 정도라 한다. 나머지 99%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코로나19는 우리가 잘 모르는 99% 중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출현 경로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다. 현재까지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박쥐나 천산갑을 통해 사람을 감염시킨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사실 인간은 오랜 역사를 통해 자연을 통한 질병을 경험했다. 돼지와 조류에서 비롯된 독감, 소에서 비롯된 결핵(소결핵균), 침팬지나 박쥐에서 비롯된 에볼라 등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확인했듯이 인간은 새로운 질병에 취약하다. 인간과 질병을 주고 받는(?) 자연 역시 유사하다. 사실 자연생태계는 역사만큼이나 오랜 기간을 통해 안정화되었다. 건강한 야생 개체군과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공간이 충분한 곳에서는 자연도 질병에 강하다. 다양성이 풍부한 생태계는 인간에게도 담수와 음식, 비옥한 토양 등의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벌목과 채굴, 도시개발 등을 이유로 한 인간의 경제적 활동과 이로 인한 기후변화 등은 불행히도 자연생태계를 파괴한다. 야생의 공간은 축소되고 야생동물 간 이격 거리 역시 축소된다. 동물은 서로 가까워지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건강도가 낮아지며, 동물들 사이에서 질병을 공유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산림이 훼손되면 박쥐나 설치류가 가장 먼저 인간에게 접촉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질병은 야생의 공간을 침범한 인간에게 전파된다. 




코로나 등 신흥감염질환(EID. Emerging Infectious Diseases)과 관련하여, 지난 1940년부터 2004년 사이 발생한 EID를 분석한 2008년 연구에 의하면 EID의 71.8%는 HIV, 에볼라, 인플루엔자, MERS 및 SARS 사례에서 확인되듯이 야생동물에서 발생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또한 이러한 질병은 사회 경제적, 환경적 및 생태적 요인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방역선진국이자 기후 악당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이 멈추었다. 일부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자연생태계가 회복되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코로나19를 만든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훼손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사실 무심코 마시는 아침 커피 한잔과 점심 식사에 먹었던 참치 한조각도 기후위기와 관련이 있고, 과자와 화장품에 사용되는 팜유를 위해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서부 산림이 벌채되고 있다. 그것은 코로나19 상태와 무관하게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여 변한 것은 도시라는 공간에서의 활동과 지구라는 공간에서의 인간의 이동 뿐 이다. 




코로나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우리의 활동 범위는 다시 늘어날 것이고, 지구라는 행성에서 인간이라는 한 종의 이동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시 활발하게 될 것이다. 기후위기는 계속될 것이고, 기후위기와 변화에 따라 철새를 비롯한 동물의 ‘이상 이동’ 혹은 ‘이동 패턴의 변화’는 더 증가할 것이고, 인간과의 접촉은 더 빈번해질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는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저개발국에서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국제적인 경제위기는 저개발국에서의 벌채 및 산림개간 등 생태계 훼손을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새로운 세계는 선진국과 저개발국에 차별적인 경험과 계측하기 어려운 차별적 결과를 전해줄 것이다. 한 국가 내에서도 위기는 차별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사회적 약자가 재해 대응력이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의 이러한 활동은 항상 축적된 결과로 나타난다. NASA 등의 연구에 의하면 1992년과 2017년 사이 남극 대륙은 2,720±1,390십억톤(Mg)이 상실되었고, 해수면 상승은 7.6±3.9 mm에 달한다고 한다. 지구 표면의 75%는 측정 가능한 인간의 압력을 경험했다. 미지의 공간은 사라지고 있다. 2018년 연구에 의하면, 1700년 이래로 전 세계 습지 자원의 최대 87%가 손실되었고, 이는 자연림의 훼손보다 3배 빠른 속도이다. 습지의 손실은 수질, 식량안보, 생물다양성 등에서 명백히 부정적 영향을 준다. 2019년 코넬대 연구에 의하면 북미에서만 1970~2017년 사이 50년 동안 약 29억 마리의 조류가 감소했다. 북미 전체 조류 개체수의 약 29%가 사라진 것이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은 코로나19 사태를 촉발한 기후위기와 관련하여 대표적인 ‘기후악당 국가’이다. 2016년 영국 기후변화 전문 언론 ‘클라이밋홈(www.climatechangenews.com)’으로부터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세계 4대 기후 악당’ 반열에 올랐다. 또한 2017년 11월 ‘기후변화이행지수(CCPI) 2018’ 보고서에서 60개국 중 58위라는 처참한 평가를 받았다. OECD 국가 중에서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속도는 가장 빠르다. 다른 국가는 줄어들고 있지만, 온실가스의 주범인 석탄연료 발전이 많고, 여전히 증가 중에 있기 때문이다. OECD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노력하는 동안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을 확대했다. 또한 2019년 조사에 의하면, 산림면적은 지난 60년 동안 지리산 국립공원 9개 면적이 사라졌다. 공장이나 택지, 도로 개발 때문이다. 갯벌면적은 지난 5년간 여의도 면적의 1.79배가 감소했다. 





포스트 코로나, 우리의 선택은?






우리나라는 방역의 선진국으로 회자되고 있다. ‘투명성, 민주주의, 선진기술, 집행력, 시민의 참여’ 등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의 방역이 세계적으로 화재라는 칭찬도 접할 수 있다. 방역 방식을 세계에 전파하는 방역선진국이라고도 한다. 




이쯤에서 이제 돌아봐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만든 근본원인에 대한 치유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후위기 악당국가이면서, 코로나 방역선진국이라는 모순적인 처지의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코로나19를 만든 근본 원인에 대한 한국의 접근 방식은 무엇이어야 하나? 




인간 바이러스의 침범에 소리 없는 자연은 코로나라는 아우성으로 세계의 변화를 만들었다. 전쟁이 아닌 다른 요인으로 전세계 행성인이 모두 단일한 문제에 대한 총력적 대응을 취하고 있는 지금. 코로나는 한국사회가 잃어버린 것과 불명예를 다시 돌아보게 하고 있다. 코로나 19 판데믹이 아니라 근본위기라 할 수 있는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에 빠른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에 대한 ‘투명성, 민주주의, 선진기술, 집행력, 시민의 참여’가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코로나 이전은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19가 만든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의 척도는 자연생태계에 대한 영향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자연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보호, 기후위기 대응 정책과 삶의 방식이 새로운 전염병의 출현을 줄일 수 있다. 




우리 인간 종은 다양한 기능을 가진 생태계에 의존하는 매우 취약한 종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염병이 보여주는 것처럼 자연생태계를 파괴함으로써 인간 생태계도 파괴되고 있다. 지금 변화를 위한 거의 유일한 전략과 행동은, 사회 운영 패러다임, 목표 및 가치를 포함한 기술적, 경제적, 사회적 요인을 다루는 시스템 전체의 기본적인 재구성뿐이다. 지구의 건강을 위한 불편하고 간소한 삶. 이제 선택은 오로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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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명호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

화, 2020/05/2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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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강경아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결국 그래도 사람이더라”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 언제 이 상황이 끝날 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높은 사회를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복지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교에서도 곳곳에 변화의 흐름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현재 복지관 휴관이 몇 개월 째 지속되고 있는 요즘, 내가 종사하고 있는 장애인복지관 또한 이용자와 대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부에서는 멈춰있는 듯 보일 수 있지만 어느 때 못지 않게 내부는 변화 흐름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이용자에게 조금 더 정보가 피부로 닿을 수 있도록 그리고 만나고 있지 못하지만 항상 곁에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영상을 통한 정보 제공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방법 중 일부이지만 이용자 분들도 평소 대면으로 주고 받던 대화와 정보를 영상을 통해 접하는 새로운 경험에 그리고 직원들의 노력에 따뜻한 메시지로 그 수고로움을 위로해주고 있다.

현재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이번 학기가 비대면 강의로 확정되고 나서 캠퍼스를 누리지 못한 큰 아쉬움이 있었다. 또한 이런 시기에 전공 대표가 되면서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번 학기에 새로 입학한 신입생들에 대해 환영회를 해줄 수 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다못해 수강신청 정보부터 신입생들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예상하여 줌(ZOOM)을 통한 대면으로 인사를 나누고, 학교 정보를 공유하며 딱딱한 분위기를 조금은 부드럽게 만들고자 하였다. 또한 그래도 입학한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학교 기념 굿즈를 구성하여 개별적으로 직장이건 자택으로 우편배송하여 환영의 마음을 전하기도 하였다.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되다 보니 어떻게 하면 마음을 닿게 할까라는 생각부터 어떤 존재에 대한 애틋함이 더욱 생기는 듯 하며 잔인한 코로나19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결국은 사람이라는걸 느끼게 해주는 듯하다.

현재 코로나19를 경험하고 있는 모든 존재들에게, 마음을 담은 위로와 희망의 안부를 전합니다.

– 글: 강경아 님

월, 2020/06/1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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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는 포스트 코로나(Post COVID-19) 시대를 앞두고 의료 리빙랩의 역할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유럽 전 지역의 400개가 넘는 리빙랩이 모인 국제적 연합체인 유럽리빙랩네트워크(European Network of Living Lab,이하 ENoLL)는 지난 4월부터 코로나19(COVID-19: Current actions preparing our digital societies for a post-COVID future)와 관련해 연속적으로 웨비나(자세히 보기)를 열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열린 웨비나에서는 ‘의료시스템을 혁신하는 지역사회: 코로나19에 대한 대응과 무엇이 남을 것인가(Communities innovating around the health system: the reaction to the COVID-19 emergency and what will remain)’라는 주제에 따라 세 명의 발제자들이 각 나라의 의료 시스템의 개선 필요성과 리빙랩을 통한 시민의 역할을 논했습니다.


https://enoll.org/covid19/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현재 많은 매체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변화하는 사회에 관한 경고와 준비된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리빙랩에서는 시민의 관심과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실질적으로 시민들이 느끼는 불편함과 수요를 탐색해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주체가 되는 것을 목표로 있는 만큼 이번 웨비나에서 소개된 의료 리빙랩 사례(스페인 갈리시아 의료리빙랩, 이탈리아 마드리드공과대학의 EIT 의료리빙랩, 호주 모던 에이징 글로벌센터)를 세 번에 걸쳐 연재합니다.

환자의 주체성에 기반한 갈리시아 의료 리빙랩(Galician Health Living Labs)

갈리시아 의료 리빙랩은 스페인 북서쪽에 위치하고, 7개 의료 영역, 14개 병원, 500여 개 주요 치료센터, 3만 6천 명의 의료 전문가와 연구원을 잇는 최초 네트워크 의료 리빙랩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접근성 △효율성 △혁신 △지속가능성 등 4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시민과 이해관계자를 연결하고 협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발제자인 호세 마리아 로메로(Galician Health Knowledge Agency ACIS – Galician Health Living Labs LABSAUDE)는 갈리시아 의료 리빙랩이 포스트 코로나를 대응하는 리빙랩의 청사진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혁신적인 솔루션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실, 공감각 가상공간, 케어가든, 공동작업 공간 등 다양하고, 필수적인 의료 장비와 기술을 제공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호세 마리아 로메로는 갈리시아 지역의 의료서비스의 경우 환경에 점차 적응하면서 서비스를 제공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적절한 의료 기반과 의료 전문가 간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공공영역에서는 쉽게 제공되지 않는 자원을 제공하는 등 지역 의료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첫째, 혁신적인 생태계(innovative ecosystem) 마련을 강조했습니다. 혁신적인 생태계는 비즈니스 확산의 기회와 사용자 중심의 혁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입니다. 현재 갈리시아 의료서비스와 그 외 이해관계자 간 공동작업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쿼드러플 헬릭스(산∙학∙연∙관 네 개 기관과 시민사회의 참여를 함께하는 긴밀한 협력을 목표로 하는 접근법: quadruple helix)’를 시행 중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환자 혹은 현장에서 현장의 최종 사용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삶의 질을 증진할 수 있습니다.

둘째, 기업의 혁신 네트워크 협업과 대응을 강조했습니다.

1) 65세 이상의 환자 혹은 만성질환 중장년층
65세 이상의 환자 혹은 만성질환 중장년층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이들이 의료서비스와 맺는 관계를 개선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50년 전체 인구 중 25%는 65세 이상이고, 이들 4명 중 1명은 만성질환에 시달린다고 예측됐습니다(the guardian 기사, 2018). 현재 고령화 이슈가 자주 제기되면서 이에 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2) 환자의 역량 증진
환자가 스스로 건강 및 의료에 관련한 지식을 습득하고, 자기 관리를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환자에게 주체성과 힘을 기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3)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ICT 기술을 활용해 원활하게 원격진료 및 원격치료를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경우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을 대비한 원격진료에 관한 법안이 마련돼있지 않으며 많은 의료진이 원격진료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The Conversation 기사, 2020). 특히 장애인, 노인 등 코로나19로 인해 이동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사회적으로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4) 로봇화와 가상현실
현재 환경에 맞춤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로봇화와 가상현실의 가능성을 실험해야 합니다. 팬데믹에 따른 사람과 사람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점점 로봇의 사용 영역(The NewyYork Times 기사, 2020)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5) 입원 환경과 영향력
병원에 머무는 환자들의 경험을 개선하고, 치료를 더 용이하게 만드는 프로젝트가 필요합니다. 입원(거주)환자는 병원 서비스의 최종 이용자이므로, 의료체계에서 발견되는 문제를 정의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선 이들의 경험과 참여는 필수적입니다.

6) 바이오 보안
동물이나 식물을 거친 질병의 확산을 막는 바이오보안을 비롯해 음식 등 다양한 영역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갈리시안 의료리빙랩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면서 각 주체들의 혁신적인 대안을 실험하고 검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자원을 연결하는 데 열려있으며 최종 이용자인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뿐 아니라 더 나은 의료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19로 고통을 겪고 있는 노년층의 욕구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혁신적인 대안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참고자료
ENoLL Webinar Series “Let us Tackle the COVID Together” https://enoll.org/covid19/

– 글: 정보라 경영지원실 연구원 [email protected]

목, 2020/06/18-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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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김정아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희망 찬 종소리 울리고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새하얀 드레스와 검은 턱시도를 입은 두 사람이 둘이 아닌 하나가 되기로 약속한 날, 우리는 2020년 3월 22일 13시 결혼을……하지 못했다.

우리는 3개월이라는 짧은 준비를 통해 ‘결혼식’이라는 큰 행사를 준비했다.

하객들을 생각해서 이왕이면 점심에, 여름이면 더우니까, 겨울이면 추우니까 그래서 봄을 선택했고 결혼식의 피날레는 음식이라 자칭하며 식대가 높더라도 결혼식장 맛집을 찾아 다녔다.

예랑(예비신랑)에게는 쿨한 척 ‘결혼식은 간단하게 하자!’라고 이야기 했지만 청첩장을 손수 만들고, 스튜디오 촬영에 서브작가를 투입시키고 단기간에 일과 결혼 준비를 병행하며 열심히 준비한 만큼 시름은 깊어졌다.

양가 스케줄을 고려하여 잡아 둔 결혼식이라 날짜를 쉽게 변경 할 수도 없고, 취소할 수도 없는 상황. 결혼식을 진행하더라도 손님을 초대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고, 초대받은 하객들은 축하하러 올 수도 없고, 안 올 수도 없는 그런 애매한 시점에 우리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심각해졌고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했다. 악화되는 상황 속에 우리는 결혼식을 연기하기로 했다.

많은 커플들이 결혼식 연기, 취소를 진행하면서 위약금을 개인들이 전부 떠안아야 하는 현실을 뉴스로 접했지만, 우리와 계약한 웨딩홀, 여행사, 드레스샵, 메이크업샵, 한복집은 위약금 없이 연기를 진행해주었다.

안전하고 건강한 결혼식을 올리라고, 몇 달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우리에게 바닥난 체력을 충전시키라고, 더 살라고 이렇게 된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코로나가 바꿔 놓은 나의 결혼식 날짜.

그리고 우리가 함께 살기 시작한 지난 2개월.

우리의 결혼식 날짜는 바뀌었지만, 예정이었던 날짜부터 함께 지내기로 했다. 코로나 덕분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 각자 자라온 인생과 생활 패턴, 습관 등을 공유하기로 했다.

우리는 빠르게 적응해 갔고 가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간혹 설거지 할 때 퐁퐁을 엄청 많이 쓴다든가, 치약을 칫솔 처음부터 끝까지 짠다든가, (이런 행동은 내 생각에는 ‘낭비’의 일부분이라 생각한다.) 잘 맞춰가려는 배려심으로 미리 부부로서 연습하고 있다.

물론 이 상황이 즐겁거나 해피하지는 않지만 코로나라는 악재에 대한 상황에 대해 코로나 때문에 가 아니라 코로나 덕분에 라고 코로나의 상황을 이해하며 긍정적은 마인드를 꺼내 극복하고자 한다.

2020년 가을 그리고 겨울에는 마스크를 벗는 날을 기대해보며 우리 모두 파이팅!

– 글: 김정아 님

월, 2020/06/22-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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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7~8월을 새 보기 안 좋은 계절이라고 한다. 일단 사람이 덥고, 갯벌을 뒤덮는 도요물떼새들도 본격적으로 남하하기 직전인데다, 녹음의 절정에 오른 숲에서는 번식을 마쳤거나 번식 중인 새들의 기막힌 은폐술 때문에 새를 찾기가 쉽지 않다. 얼마 전, 새도 없고, 보기도 쉽지 않은, 하필 이 시기에 탐조대회를 했다. 꽃 피고 새 우는 5월에 진행하려던 강화비비알이 코로나에 밀려 표류하다가, 이대로 넘어가기에 아쉬워 ‘비비알 외전(外典)’ 형식으로 치른 것이다. 이름하여 ‘2020코로나19비비알’. 

코로나 때문에 한자리에 모여서 하는 대회가 불가능하다면, 모이지 말고 자기 동네에서 탐조하자는 것이었다. 비비알 때문에 만난 인연으로 SNS를 이용한 소통공간이 있는 데다, 탐조 기록은 ‘갯벌키퍼스’라는 모니터링 플랫폼을 활용해 왔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었다. 

물론 문제 제기도 있었다. 한두 달만 지나면 더 많은 새들을 볼 수 있는데 왜 좋은 시기 다 놔두고 하필 이 시기냐는 것이다. 그런데 버드워처(Bird Watcher)들에게 ‘새 보는 때’와 ‘장소’가 따로 있지 않다. 수시로 보고, 수시로 찾아 나선다. 많이 볼 수 있으면 많이 보는 대로,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은 대로 탐조를 즐긴다. 저어새는 저어새대로, 참새는 참새대로, 귀한 새, 흔한 새가 따로 없다. 우리는 새를 통해 미적 쾌감을 얻고, 자연의 신비로움과 생명에 대한 존중을 배운다. 탐조대회의 목적이 반드시 ‘많은 새를 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시기, 어떤 종류이든 새들을 찾아나서는 것은 그 자체로 즐거움이고 자연과 동화되는 희열을 준다. 함께 새를 관찰하고, 그 경이로운 기억을 함께 즐기고 공유하는 것, 그것이 우리 탐조대회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누구는 대회 이름에 굳이 코로나를 붙여야 하느냐고 했다. 많은 사람을 공포에 빠뜨린 부정적인 이름을 좋은 대회 이름에 붙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모두가 움츠리고 갇혀 지내는 시기에, 그럼에도 우린 새로운 방식으로 함께 즐기며 나눌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더불어 코로나는 ‘악’의 대명사가 아니라 ‘성찰’의 아이콘이라고 생각했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사람들은 코로나로 인해 그간의 생활방식을 돌아봐야 했고, 적지 않은 부분을 버리거나 바꾸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했고 이번 코로나비비알도 그 하나였다고 본다.

또 어떤 이는 공정한 대회와 심사가 가능하겠냐고 물었다. 나쁜 맘을 먹고 대회 기간 외에 촬영했던 사진을 업-로드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우려였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사진의 메타데이터나 EXIF 정보마저 쉽게 수정할 수 있는 마당에, 탐조대회의 공정성은 데이터의 진실성보다 참가자들의 진실성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들은 기록을 가지고 평가하는 외국의 탐조대회에 비춰볼 때, 새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대회에서 경쟁과 공정은 상호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들이 심사위원을 맡고 있기에 심사의 공정성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상 유래가 없이 길고 난폭한 장마가 이어졌고, 한 차례 연기한 끝에 지난 8월1일~2일 이틀간 탐조대회가 열렸다. 강화를 비롯해 서울, 경기, 경북, 전북 등 각지에서 16개 팀 80여 명(폭우로 포기한 7개 팀 40여 명 제외)이 참가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탐조를 이어가는 ‘투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날씨를 검색해 비가 오지 않는 지역을 찾아다니며 탐조를 이어간 팀도 있었다. 오히려 ‘우중탐조’가 특별한 경험이었다는 소감도 이어졌다.
어려운 조건이었지만,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봤던 대회였다. 밴드의 라이브방송을 이용해 심사위원장의 인사말과 함께 개막식을 진행했고, 참가팀들의 짬짬이 라이브방송도 이어졌다. 참가자들이 자기 지역을 소개하고 인사를 나누는 라이브방송은 참신하고 재미있는 시도였다는 평가다. 물론 기술적으로 제한적이어서 보강해야 할 점도 많지만, 이후 공식 비비알을 진행하더라도 참가자들이 서로 교류하고 탐조 정보를 공유하는 장으로 응용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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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 물이 불어나자 새벽에 텐트를 철거, 비가 오지 않는 지역으로 이동해야 했던 ‘강화도로가오리(경북)’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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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덕. 열심히 새를 찾고 있는 참가자.

모니터링 플랫폼인 갯벌키퍼스도 진가를 발휘했다. 갯벌키퍼스는 생태지평이 ‘2016년 구글임팩트챌린지코리아(Google Impact Challenge Korea)’에서 우승해 제작한 시민모니터링 플랫폼이다. PC는 물론 스마트폰을 이용해 현장에서 직접 기록할 수 있도록 만든 갯벌키퍼스는, 표준화된 모니터링 항목들이 탑재되어 있어 관찰자들은 잘 찾고, 찾은 내용을 제대로 기록하기만 하면 된다. GPS수신기가 있는 카메라나 스마트폰으로 찍은 경우에는 자동으로 관찰 장소의 좌표와 날짜가 기록되니 데이터의 기록, 관리도 무척 쉽다. 물론 멀리 있는 새를 관찰한 경우에는 새의 위치와 촬영자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다시 세부적인 위치 정보를 조정해야 한다. 갯벌키퍼스의 가장 탁월한 점은 자유로운 개인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유의미한 과학적 데이터로 집적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소수 전문가들에게 독점되어 온 과학적 모니터링의 지평을 일반 시민들에게 확장시켜 준 것이 갯벌키퍼스다. 그런 점에서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개념인 ‘시민과학’의 대중화를 위한 일상적, 기술적 토대를 제공한 좋은 프로그램이다.


우여곡절 끝에 코로나비비알은 잘 끝났다. 계절도 계절인데다 폭우라는 악재까지 더해져 한 50여 종 보면 많이 보겠거니 했는데, 결과는 의외였다. 무려 103종. 2019년 5월에 열렸던 2019’강화비비알의 전체 기록 종수가 116종인 것에 비춰볼 때 놀라운 기록이다. 계절이나 상황과 무관하게 우리 주변에는 항상 많은 새가 존재한다는 것과 함께 4년째 접어들면서 비비알 참가자들의 스킬이 늘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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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키퍼스로 기록한 코로나비비알의 탐조 기록. 충청, 전남, 경남권이 빠져 있는 것이 가장 아쉬운 점 중 하나다.

주춤하던 코로나가 다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일부 집단의 광기 때문이든, 오랜 스트레스로 인한 방심 때문이든,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번지는 코로나 소식은  사람들을 좌절시키고 있다. 
“페스트는 얼핏 보면 시민들에게 연대의식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동시에 전통적 군집 관계를 파괴하고 사람들을 저마다 고독에 잠기게 했다. 이로 인해 혼란이 초래되었다.(페스트, 알베르 까뮈)”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던 페스트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자 사람들은 환호했지만, 까뮈는 그것이 착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팬데믹이 만들어낸 혼란의 원인이 질병 자체라기보다는 공동체와 연대의식의 파괴에 있다고 보았다. 지금 나타나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까뮈의 진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공동체의 개념이 인간 사이를 넘어, 인간과 비인간, 인간사회와 자연계 사이의 개념으로 진화할 때, 연대의 개념 역시 그러한 개념으로 확장될 때, 팬데믹의 혼란과 공포는 근본적으로 사라지지 않을까. 강화비비알이 그 작은 발걸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너무 거창한 망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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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여상경  생태교육허브물새알 협동조합 관리자



강화로 흘러들어와서 어쩌다 새를 보기 시작, 덕분에 심심치 않게 시간 보내며 남은 여생을 준비하고 있는...

화, 2020/08/2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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