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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합법성 위기 – 자본주의와 경찰 강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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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합법성 위기 – 자본주의와 경찰 강제력

admin | 수, 2020/07/01- 19:15

미국합중국은 코로나 팬테믹을 대응하는 과정에서 봉쇄정책과 인종차별의 폭력이 발생하면서 합법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의 살해, 그리고 확인되지 않은 몇 건의 경찰에 의한 흑인사망 사건이 즉각적인 시민들의 항의시위를 불러왔으며, 일련의 사태는 지속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의 확산방지를 위한 봉쇄가 일상화되는 것을 거부하는 운동이 집단화의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경찰의 인종차별적 조치에 저항하는 시위가 광범한 지지를 받으면서 겉잡을 수 없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이라는 국가의 합법성에 대한 위기는 여러 상황적 조건과 얽혀 있다. 이제 수백 수천만의 미국인들은 실직을 당해도 자신이 당하는 고통에 대하여 스스로를 탓하지도 않고 이웃과 하나님을 탓하지 않을지 모른다. 반면에 이들은 1930년대와 1960년대에 분노가 저항과 폭동으로 표출되었듯이, 이를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볼지 모른다. 그 동안 익숙했던 일상적 과소비의 습관이 중단된 현재의 상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아야 한다. 더구나 할리우드 영화산업이 어려움에 처해지고 대중이 열광하던 스포츠가 중단되어 있는 상황이 (스트레스에 쌓인) 일반시민들에게 자신이 처한 세상을 비관적으로 판단하게 만들지 모른다.

그간 미국의 정치질서는 단지 강압에만 기초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강압과 더불어 선거를 통해 합의를 용이하게 만들어가는 기제들로 이루어져 왔으며, 이러한 과정들로 인해 국가전복이 가능하지 않도록 작동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 많은 영역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상실되면서 권위에 대한 합법성이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이라는 합중국은 군조직, 경찰, 법원, 정치와 행정시스템 등 기구들을 갖추고 있는데 이중에 시민들은 경찰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행정부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했다. 경찰력은 군대와 마찬가지로 정부에게 반드시 필요한 (강제력의) 무기이다. 인종과 계급 그리고 젠더 위에 군림하는 지배구조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정치질서를 유지하고 방어하는 임무를 지닌다.

현재 일어나고 있듯이, 권위에 대한 합법적인 동의를 형성하지 못하는 경우에, 정부는 국가의 강화된 강제력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국가강제력은 평시에도 결코 방관의 휴식상태에 있지 않다). 이것이 조지 플로이드 살해에 대한 항의시위를 진압하기 위해서 무장경찰과 국가수비대가 동원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군대조직이 대기한 이유이다.

미국이라는 국가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억압기구로써 물리적 폭력에 의존하고 있다.

소위 미국의 위대함에는 인종차별이 필수적이었다. 트럼프가 외치는 ‘위대함’속에 인종차별이 내재되어 있으나, 경제적인 성공이라는 구호 속에 묻혀 있었다. 논쟁의 여지는 있겠지만, 건국의 시절부터 미국의 인종차별은 국가가 후견하는 정책이었고, 그동안 북아메리카의 원주민 학살과 노예제도 그리고 실제적인 인종분리를 진행하여 왔다. 역사를 통해 멕시코 땅을 남서부에 합병시켰고, 쿠바와 필리핀 푸에토리코, 하와이, 괌, 알래스카의 침략 및 정복을 진행하여 왔으며, 이 과정에서 물리적 폭력을 자행하고 종종 잔인한 학살(carnage)의 트라우마를 남겼다.

물리력은 침략과 억압 그리고 폭동에 항상 개입하지는 않지만, 폭력은 억압받는 사회와 지역의 높은 실업률, 가난, 경찰의 잔악함 그리고 감금 등 동반한다. 동시에 폭력의 결과는 개인과 사회의 파괴라는 현상으로 발전하는데, 자살과 심한 음주, 마약복용 등으로 표출된다. 이것이 자본주의가 갖는 제국주의적 성격의 한 측면이며, 자본주의가 정착되면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통 피와 먼지를 쏟아 붓게 된다’고 마르크스가 논평한 배경이기도 한다.

미국의 자본주의 시스템은 외국에서 자원을 약탈하고 시장을 장악하고 지배하기 위해서 군사력에 의존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내적으로도 저임수준에서 일을 해야 하는 숙달된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필요하다. 소수의 혜택을 위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비참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체제를 정당화시키는 이념과 상응하는 물리력을 동시에 필요로 한다.

Chris Parenti(1999)에 의하면, 어쩔 수 없는 모순이 자본주의 심장의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으며, 산업예비군을 유지하기 위해 가난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빈민들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위협을 받게 된다. 이런 배경으로 발생하는 모순을 관리하기 위하여 경찰과 감옥 그리고 범죄처벌법 등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1960년대에 항의시위와 폭동이 폭발한 결과로 경찰에 이들 새로운 범죄를 다루는 부서가 팽창하고, 1979년대 중반에 이르러 투옥의 비중이 절정에 이르게 된다. ‘마약과 전쟁’정책을 입안한 Glenn Tonry는 이 정책의 시행으로 미국도시들의 주변(소수인)지역에 집중되면서 많은 흑인들과 라틴계 인종들이 투옥되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금지지역(ghetto)이 설정되고 마약의 전쟁은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수행되면서 이 제도는 폐쇄와 폭력이라는 수단을 사용하여 해당 인구들을 부정직하고 위험하며, 격리와 감시대상으로 만들었다.

Pamala Oliver에 의하며, 2004년에 일어난 흑인파워운동에 대해 흑인남성들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대규모의 투옥을 강제 도입하였으며, 억압받는 사람들이 상황에 저항하는 것뿐만 아니라 혁명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는 이들을 ‘위험인물’이라는 범죄의 이름으로 억압했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대부분의 경우, 기업독점국가의 형태로) 사적소유권과 이익 그리고 경쟁에 기초하고 있다. 창출되는 부는 사회가 공유하지 않는다. 단지 소수가 소유하며 보상과 명예가 집중되는 상황을 정당화하기 위한 이념이 필요하다. 부는 어디에서 오는가? 노동을 통해서 발생하며 토지와 자원을 이용해서 발생하는 것이 분명하지 않는가?

경찰의 효시는 1829년에 영국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당시 영국정부는 산업자본주의의 새로운 경제질서를 지원하고 정치적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강제력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따라서 경찰의 역할은 애초부터 부유한 유산계층을 폭도들로부터 보호하고 자본주의가 야기하는 무질서를 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동시에 당시 아일랜드를 식민지로 점령하면서 발생하는 폭동과 정치적 반란을 혁신적으로 제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였다.

Alex S Vitale는 미국의 경찰은 본질적으로 인종과 계급의 불평등을 통제하는 것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동자들을 억압하고 흑인과 황색인종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이 경찰의 핵심적 역할이라는 것이다 사적재산권을 보호하고, 폭동을 진압하고, 파업 등 산업의 쟁위행위들을 억제하는 일이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노예제도와 필리핀의 식민지화를 지원하고, 텍사스 원주민을 억압하고 미국의 영토확장을 위한 수단으로 텍사스 원주민을 억압하고 무력화시켜 왔다.

현재 미국경찰력의 목표는 자동화와 탈산업화 및 탈규제화 등으로 빈민층과 소수인종의 집단에서 발생하는 노동의 잉여인구를 관리하는 것이다. Parenti가 지적하였듯이, ‘마약과의 전쟁’은 바로 이러한 정책 목표를 가장한 트로이의 목마였다.

경찰조직과 국가강제력은 항상 정치적 중립이라는 문제를 야기하여 왔다. Charles Tilly의 연구는 강제력과 합법성의 변증적 관계를 잘 보여준다. 그는 사회계약설에서 말하는 것처럼, 국가의 성격이 무엇이던 간에, 국가는 가능한 모든 것을 조직하고 폭력을 독점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민간적인 단체들과 비교하여 공식적인 기구들과 협력을 도모하며 적용대상인 시민들의 광범한 동의 하에 보다 효과적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광범위하게 폭력을 조직하는 과정을 통하여 국가의 합법성이 획득된다고 설명한다.

Stephanie Kent 와 David Jacobs는 가장 권위적인 정치인이 이를 독점한다 하더라도 강제력만으로는 사회가 유지될 없으며, 다른 수단들과 결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연구를 보면, 경찰력이 갑자기 시위 등 진압 과정에서 무기력해지고 대응을 못하는 경우들을 열거하면서, 빈민들이 더 이상 불평등을 수용하지 않고 부의 재분배를 요구한 여러 사례들을 증거하고 있다. 때때로 저항하는 시위대는 설정된 금지선을 넘어서 행동하는데, 이는 폭력에 항거하여 즉흥적으로 진행되곤 한다.

다시 말하면, 시위자는 자신의 뜻에 따라서 금지선을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구타를 당하거나 타의로 저지당하면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질서의 확립과 유지를 위해서는 핵심적인 요소가 강제력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민주사회에서 보듯이 자원의 분배가 불평등하여 소수만이 실제적 자유와 권리 그리고 안전을 누린다면, 해당사회는 불안정하게 된다.  현재 미국에서는 유색인종이 범죄를 다루는 것이 법질서의 목표가 되었고, 이에 따라 비대칭적인 처벌을 받으면서 이들 개인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불평등한 관계는 12백만의 경찰 및 군대조직에 의해 유지되고 있으며, 수십 수백 억불의 예산이 이러한 강제력의 기구에 투입되고 있는데, 경찰조직에서 시작하여, 교도관, 국가수비대 그리고 일부 군대조직에 이른다. 이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미국이라는 국가를 유지하고 세계 속에서 헤게모니를 행사하는 국내외 정책을 받쳐주는 기능을 한다.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데 미국 국내에만 7백만 명이 종사하고 있으며, 세계의 경찰력을 유지하는 목적으로 형편없는 조건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해외에 배치되어 있다.

현재 미국인구의 12%가 흑인이며 15%가 라틴계이다. 그러나 통계에 따르면 이들 2개 그룹에서 구속 수감된 사람들의 60%를 차지한다. 2012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수감된 흑인 숫자는 2,841 명이고 라틴계는 1,158 명에 달하는 반면에 백인의 경우에는 463 명이다. 이렇듯 인종별로 편차를 보이는 수치는 범죄를 다루는 법체계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수감자 수치는 산업화된 국가군에서 가장 높으며, 인종별로 분류하면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다중(mass) 수감 상태는 사회의 주변층에 대한 봉쇄를 의미하며, 흑인과 유색인 그리고 원주민과 빈민층에게 비대칭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사회적 특권과 부유함과는 담을 쌓고 있는 이들 그룹은 동시에 정치적 질서를 가장 위협하는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인종적 접근을 통해 분석해보면 왜 소수인종들이 범죄를 야기하는지 잘 설명해 준다.

경찰력의 집행이 빈민과 소수인종의 집단에 편중되면서, 이들이 다수인 일부 주 단위에서 시민들의 요구에 응하지 못하고 권리를 보호하지 못하면, 범죄는 국가를 무시하는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이들의 시위는 주정부의 합법적인 권위를 붕괴시키고 항거와 폭동과 조건을 형성한다.

조지 플로이드의 살해에 대한 전국적인 시위가 폭발하면서, 그동안 경찰에 의해서 살해된 알려지지 않은 많은 흑인들의 죽임에 대해서도 분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것 역시 비상식적이고 정당화될 수 없는 죽임이었고 이에 대해 경찰은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법집행의 일방강행은 흑인, 라틴계, 원주민 그리고 빈민사회를 격분하게 하고 있다.

이제 문제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게 되었다. 매일 항의와 폭동이 일어나면서, 그동안 비무장의 흑인과 시민들을 반복적으로 살해한 경찰에 대하여 모든 시민들이 주목을 한다.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의하며 경찰에 의해 사살 또는 죽임을 당한 시민의 상당수가 백인이었다.

그러나 여기서도 흑인들은 비대칭적으로 사살당하였다. 흑인의 인구 비중이 13%에 불과한데, 경찰에 의해 살해당한 수치는 백인의 두 배에 해당한다. 라틴계에도 같은 경우가 적용되며, 미국에서 경찰에 의해 살해당하는 수치 역시 산업국가군에서 압도적으로 높다.

살해의 배경은 비무장 상태와 무장상태, 범죄가 확인된 사례와 단지 혐의를 받고 있던 경우, 그리고 인종적 차별 등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일치하는 것은 법집행 과정의 살해가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에 핸드폰의 카메라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강제로 수색을 당하지 않았으면, 시민들은 경찰의 요구에 순응하였을 것이다. 특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상대가 흑인이거나 유색인종인 경우, 경찰이 더욱 무자비하게 취급했으며, 이런 행동이 일부 예외적인 경찰과 소수의 조직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국가의 권위가 위기에 봉착하면서 기존의 주류 매체들은 흑인들의 항의가 제한된 지역에서만 일어난 것으로 묵살할 수 없게 되었다. BLM(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운동이 성공하게 된 배경에는 운동을 조직한 중심에 흑인들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이 함께 결합한 것이다. 경찰의 잔혹함을 경험한 흑인들과 유색 사회의 자연발생적인 항거와 폭동이 BLM운동을 계기로 하여 이러한 부정의不正義한 행동들이 미국전역과 국제사회에 알려지게 되었다.

다문화의 다양한 지원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유명인사들과 스포츠 선수들까지 응원을 보냈다. 갑자기 모든 시민들이 인종차별의 반대운동을 벌리고 있다. 동시에 이번 사건이 기회주의적인 양대 정당의 독점적인 정치시스템, 그리고 잘못된(거대기업이 소유한) 대중매체를 손볼 계기라는 것을 모두가 인식하게 되었다.

반면에 양당의 정치지도자들과 대중매체의 기업들이 그들에 의해 반쯤 불신을 당해온 정치질서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정치인들과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새로운 앵커들은 조지 플로이드의 살해를 비난하는 동안에도 미국의 현재라는 현상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이들은 논쟁의 초점을 경찰력 행사과정에 대한 훈련, 책임의 당사자에 대한 기소와 해고, 인종문제에 대한 교육, 그리고 현재의 분노를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해소하는 등으로 유도한다. 불행하게도 이들은 극심한 불평등의 미국사회에서 경찰이 수행해야 하는 근본적인 역할과 임부에 대해서 전혀 이해하고 못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조지 플로이드의 살해에 따른 분노를 폭력적이며 불복종적이고 약탈과 방화라는 측면과 결합시키면서, 미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항거의 다양한 수단이 시민불복종과 파괴와 기업재산과 국기의 훼손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과 경찰이라는 조직이 문제라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시위자들을 도적, 테러리스트 또는 러시아나 Antifa(반파시즘)의 외부세력에 조종당하는 자들로 폄하하는 것은 ‘미국이 바로 문제 그 자체’라는 사실을 회피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수백 수천만 명의 시민들은 미국에 대한 신뢰를 포기하였고, 정치인 자신들만을 위해 지속되는 정치의 과정에서 소외를 당하고 있었다. 유명한 아나키스트가 다음과 같이 외친 것처럼 말이다 “선거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이는 불법적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오랜 관행인 착취적인 시스템이 더욱 급진화되었다. 실제로 2011년에 있었던 점령시위와 2013년에도 있었던 BLM운동 역시 정치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면서 발생하였던 것이다. 현재의 운동이 시민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게 된 것은 상기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정치 지도자들은 이들을 전혀 대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3년 Ferguson의 경찰살해 등 여러 사건들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더구나 양당 체제하에서 이러한 사건들은 정치적으로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합법성의 위기는 정치권이 경찰살해 사건에 무관심하면서도 당시 금융위기 당시 월가를 살리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대비하면서 발생한다. 현재 COVID-19 상황에서도 양대 정당들은 기업구제에 우선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양대 정당들은 1994년 클린턴 행정부 당시 입안되었던 폭력범죄 법안 등 범죄에 대한 가혹한 입법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 법안들은 일부 다중의 수감과 소수인종을 대상으로 하는 가혹한 법집행의 조항을 담고 있었다. 양대 정당들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화함으로써 빈민층과 일반시민들에게 경제적 고통과 불안정을 야기시킨 책임을 지고 있다.  이들은 클린턴 시절 사회안전망을 악화시키는 데도 공조하였다.

또한 오바마 시절에는 월가 구제에 온갖 정성을 다 쏟으면서도, 일반건강보험의 도입 대신에 부담자원칙의 건강보험을 채택하였고, 2014년에는 푸드뱅크의 예산을 삭감하는 Farm 법안을 도입하였다.

양대 정당은 미국의 잘못된 현상을 유지시키는 양측의 날개일 뿐이다. Glen Ford는 날카로운 분석을 통해 비록 백악관에 흑인이 주인으로 들어갔어도 인종차별적 자본제 국가는 흔들림없이 지속되었다고 지적하며, 마치 인종차별의 시대가 지나간 것처럼 각색하는 동안에, 기업의 파워는 강화되었고 제국주의적 아젠다는 계속되었다고 비판한다.

1960년대에는 다양한 국가정책이 도입되어, 도시에서 폭동이 줄어들고 정치적 지위와 시장직 등에 유색인들이 참여하고 선출될 수 있는 입법조치가 이루어 졌지만, 이는 사회심리적인 것인 환상에 불과한 것이었다. 미국이라는 국가가 자본제국주의라는 성격을 변화시키지 않고, 형식적인 조직 개혁에만 안주하면서 현재의 정치적 질서를 고집하는 한 경찰조직의 성격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이번에 겪는 합법성의 위기는 행정부를 포함한 양대 정당에 대한 불신을 담고 있으며, 경찰력은 단지 문제가 많은 국가의 유지 수단이라고 지적하는 것이 옳다. 현재 길거리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항의와 지속적인 시위들이 이를 입증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경찰조직의 책임자로부터 시위현장병력까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침묵의 푸른 선 밖에 숨어 있는 진실로, 시민들을 경찰과 대치하게 만드는 것은 푸른 저지선과 경찰을 대치하는 시민들의 태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가 지니고 있는 불평등과 불의不義인 것이다.

출처 : Global Research on 2020-06-11.

Vince Montes

사회학 교수이자 의사. 뉴멕시코 대학에서 의학과 사회학을 전공하였고 워싱턴대학 등에서 연구생활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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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을 대응하고 있는 지방정부의 소식을 비롯해 전문가와 현장 활동가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코로나19 대응과 보건의료의 개편방향에 관한 기고를 전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남긴 상처는 참혹하기 짝이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월 31일 중국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해당된다고 선언하고, 유럽, 미국 등 제반국가에 제대로 대비책을 갖추지 못하고, 속절없이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할까.

첫째, 보건의료 돌봄의 개편방향에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급속한 고령화와 빈곤이 가져오는 끔찍한 현실 앞 존엄한 삶에 대한 절실한 요구가 나온 것이 커뮤니티케어다. 커뮤니티케어는 고령화와 건강 불평등이 심화되는 우리 사회에서 고령화의 사회적 부담을 덜어주고, 건강 불평등을 완화하고 감염병의 대응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보다 고령화를 앞서 경험했던 유럽과 일본 사례를 보면, 지자체가 커뮤니티케어(통합돌봄)에 직접 나서서,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돌봄의 수요, 서비스의 내용 등을 조사하고, 지역사회에서는 돌봄수요에 맞춰 서비스 제공인력을 발굴하고 역량강화를 했던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통합돌봄에 나서야 한다.

둘째, 보건의료, 돌봄의 개편은 시민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코로나 19는 전파가 빠른 특성을 가진다. 시민이 협조하지 않으면, 코로나19의 전파를 차단할 수 없고, 환자를 위험군에 따라 분류해 신속하게 치료하는 일도 불가능하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시민들의 차분한 대응은 코로나19 극복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향후 성숙한 시민이 각 사회 분야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회 구조로 개혁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분권을 통해 지방정부로 내리고, 지방정부는 주민자치를 활성화하고 시민들과의 협력체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 보건의료 돌봄의 개편에서도 시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셋째, 음압병상을 갖춘 공공병원을 확충한다.

사회적 위기에서 노인, 만성질환자, 장애인 등 건강 취약계층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이번 코로나19 감염자 가운데 만성질환이 있는 노인의 사망률은 일반인보다 10배 이상 높았다. 그러나 현재 (5월 15일 기준) 확진 환자만 6,868명이 발생한 대구에 국가지정 음압병상은 10개에 불과하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감염병 전문병원을 공공으로 설립해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아 적자가 나더라도 전문인력을 훈련·교육하며 운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이를 약속했지만 사실상 하나도 진척시키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공공병원 병상은 10.4%에 불과해 OECD 꼴찌로 민간의료 의존도가 높다. OECD 국가에서 공공병원의 평균 비율인 73%까진 어렵더라도 최소한 20∼30% 정도로는 공공의료 병상을 확충해야 한다.

넷째, 주치의제 도입을 통해 시민들의 일상적인 건강관리를 강화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차의료에 대한 개념이 부재하고, 소위 동네의원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와 신뢰도가 낮은 관계로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할 수밖에 없다. 환자의뢰체계의 부재로 인한 병원 의료이용 시 혼선과 낭비, 의료전달체계의 미숙한 발달로 인한 의료기관의 종별을 뛰어넘는 무차별적 경쟁 등 비효율적인 의료공급체계를 갖고 있다. 국민의 신뢰와 만족도가 높은 양질의 보건의료시스템을 가진 의료선진국은 제도화된 일차의료시스템, 즉, 주치의제도를 갖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전문의 중심인 동네의원체계보다 효율적이다. 일차의료의 질적 향상을 위한 투자와 노력이 있어야 하며, 의료제공자 중심이 아닌 시민 중심으로 일차의료를 재구성해야 한다.

다섯째, 지역에 기반한 정신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한다.

코로나 19를 통해 정신병원의 반인권적 실태가 드러났다. 청도 대남병원 103명의 입원자 중 확진자가 101명으로 발병률이 무려 98%이다. 이중 사망자가 7명이다. 정신장애인들은 정신뿐만 아니라 몸도 오랫동안의 감금을 통해 황폐화되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정신장애 대응의 방향을 탈수용화로 분명히 정하고, 지역에서 정신보건체계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만시지탄이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신장애인들의 건강관리를 병원에서 지역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반인권적인 요소를 지닌 정신병원 강제 입원은 없어져야 한다.

– 글: 임종한(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장, 한국커뮤니티케어 보건의료협의회 상임대표, 인하의대 교수)

* 해당 기고의 원문은 <목민광장>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금, 2020/05/2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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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19, 21대 국회는 경제민주화와 양극화 해소 입법에 나서라!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불평등,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요구 높아져

반면 거대양당은 경제민주화, 양극화 해소에 역행하는 반개혁적 움직임 보여

△상법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최저·최고임금법 △가맹대리점법 △주택임대차법 등 99%의 상생을 위한 경제민주화·민생입법 나서야

기자회견 일시장소 : 2020년 5월 27일(수) 오후 1시30분, 국회 정문 앞

포스트 코로나19, 21대 국회는

경제민주화와 양극화 해소 입법에 나서라

곧 20대 국회가 활동을 종료하고 21대 국회가 새로운 임기를 시작한다. 코로나19 시대에 저소득 구직자의 실업안전망을 강화하는 구직촉진법, 상가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상가임대차보호법 등 다양한 민생법안이 처리되긴 했지만 20대 국회는 36%라는 역대 최저의 법안처리율을 보이며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6년 20대 국회가 처음 들어설 당시 여야가 앞다투어 내수경제 활성화를 통한 상생경제, 사회안전망 확대 등을 내세웠던 것에 비하면 경제민주화와 양극화 해소를 위한 20대 국회의 입법성과는 미미하기 짝이 없다. 오히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여야가 합심하여 재벌대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규제는 완화해주는 조치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코로나19 대재난은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 문제가 비단 먹고사는 문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득감소와 일자리 절벽은 영세·중소업체와 그곳에 소속된 노동자,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노동자와 프리랜서, 매출감소에도 불구하고 고정적인 임대료 부담은 계속 감수해야 하는 상가·주거세입자들을 가장 먼저 절망으로 내몰았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와 양극화가 장기화될수록 생존의 위기에 우선적으로 내몰리는 이들은 바로 사회경제적 약자들이며, 상위 1%를 중심으로 한 경제력 집중은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21대 국회에게 주어진 과제와 역할은 자명하다. 경제민주화와 양극화해소를 위해, 1%만을 위한 경제가 아닌 99%가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해, 재벌대기업 중심의 경제체제를 개혁하고 중소기업, 중소상인, 시민들이 상생하는 경제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기에는 소수의 지분만을 가진 재벌총수일가가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불법적인 일감몰아주기와 편법승계를 통해 부를 이전하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상법」,「공정거래법」의 개정이 필수적이다. 재벌대기업의 무분별한 경제력 확장을 규제하고 중소상공인과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갑질·불공정행위를 근절하는 한편, 다른 경제주체들과의 상생교섭을 강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가맹대리점법」, 「하도급법」개정도 최우선적인 과제이다.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확대와 소극 격차 완화, 주거세입자들의 주거안정과 주거비 부담 해소, 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한 국민들의 피해구제를 강화하는 「최저임금법」, 「최고임금법」,「집단소송법」등의 민생노동법안도 빠질 수 없다.

경제민주화와 양극화 해소라는 국민적인 열망과 요구에도 불구하고 21대 국회를 바라보는 전망은 벌써부터 암담하다. 177석에 달하는 거대여당은 벌써부터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약속했던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우선순위 목록에서 제외하고 실체도 불분명한 혁신경제, 규제완화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총선공약에서부터 철 지난 대기업 규제완화, 부자감세를 내세우며 2012년 이전으로 완전히 회귀하는 반개혁적인 행태를 보였다. 이 거대양당이 어떤 21대 국회를 만들어나갈지,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설 수 밖에 없다.

노동자, 중소상인,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99% 상생연대는 다가올 21대 국회에 요구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경제가 위기에 처한 지금이 재벌대기업 중심의 경제체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99%가 상생하는 경제구조를 만들 수 있는 다시 없는 기회임을 명심하고 경제민주화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입법에 나서야 한다. 만약 21대 국회에서도 상위 1%를 위한 규제완화와 부자감세 등의 반개혁적인 행태를 반복한다면 99%의 분노와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 21대 국회는 경제민주화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입법에 나서라.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20대 국회의 과오를 답습해서는 안된다.

2020. 5. 27.

경제민주화와 양극화 해소를 위한 99% 상생연대

기자회견문_21대국회_입법과제

목, 2020/05/2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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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에세이 공모전은 5월 31일까지 상시 진행 중이니 많은 참여 부탁 드립니다. (▶에세이 공모전 참여하기) 여섯 번째 시민 에세이는 토란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버스 도착예정 시간은 14분. 저 버스를 타게 되면 지각을 면할까. 급행버스를 기다려야 하나 선택해야 한다. 버스를 2개월 만에 탄다. 코로나19 31번 확진자발 지역사회 확산은 출퇴근의 풍경도 우리 가족의 아침도 모두 다르게 채색되었다. 시내 중심가 도로나 상가는 인적이 드물었다.

그나마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은 마스크에 가려져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의심하는 표정이 읽혔다. ‘당신, 신천지 아니야? 할머니는 왜 버스를 타러 나오신 거지?’

처음 보는 사람들 모두 서로에게 침묵하고 속으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침묵만이 감도는 버스 안은 흔한 라디오 음악 소리도 허용하지 않은 채 텅 빈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내가 확진되면 어떡하지, 내가 타고 다닌 이 524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나로 인해 감염되면 어떡하나?’ 여러 가지 복합적이고 미묘한 두려움이 엄습한다.

다음날부터 나는 카풀을 시작했다. 딸아이를 휴교령이 내려진 유치원대신 시어머니에게 맡기면서, 출근하는 발걸음은 오히려 무거웠다. 재택근무나 돌봄휴가를 써야하나? 이런 상황에서 맞벌이를 하는 집안은 어떡하나? 다들 말못할 고민과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견뎠을 것이다.

kf마스크가 주는 답답함보다 내가 숨쉬고, 출근하던 일상이 이렇게 한 순간에 통제될 수 있구나 하는 무서움과 연일 보도되는 확진자수와 동선으로 인해 본의 아닌 사이버 추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꼬리표처럼 물고 늘어지게 된다.

남편과 같이 출근하는 길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서로의 아침 전쟁을 치러낸 전우애나 오늘도 출근길에 올랐다는 패잔병의 심정이라기보다 연애 이후 이렇게 오전시간을 오래 함께했던 적이 있을까? 무슨 말로 위로나 격려를 할까? 오늘도 바쁘려나 속으로 되뇌는 말들이 마스크를 가린 입 속으로 쑥 기어 들어갔다.

차라리 버스를 타고 다닐 때가 좋았다. 아이가 자고 있을 때 도망가듯 기어 나오는 엄마의 모습이 미안하기도 하지만, 출근 길에 듣는 노래나 팟케스트가, 짧은 출근 시간에 보던 책 한 구절이 내가 오롯이 누릴 수 있는 문화적 시간이었으니까.

가족이래도 불편하고 미묘한 권력 관계랄지, 아침에 마주하는 시어머니의 짧은 인사말 하나에도 신경이 곤두섰다. 워킹맘인 사회복지사인 내 존재의 문제 같기도 했다. 그게 아닌데, 밀려드는 후원물품은 몸을 계속 힘들게 하고 마음을 지치게 한다. 나만 이렇게 힘드나 울분이 생기기도 하고, 오늘도 아이를 맡기려 전전하는 동료엄마 사회복지사의 얘기를 듣다보니 같이 화가 나고 억울했다.

2개월이 지났다. 벚꽃도 지고 라일락도 져버렸다. 흩날리는 꽃눈들 사이에서 많이 울고 웃었다. 봄을 만끽하기보다 흘려보냈다. 이렇게 세월이 흘러가면 코로나19도 없어지고, 다들 건강을 되찾을까 생각이 많아지니 잠도 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이렇게 지난날을 회상할 겨를이 생겼지, 당시에는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서 눈코 뜰 새 없었다. 우예 안되겠습니까? 연대나 우정 아니겠습니까? 구수한 사투리로 위로하는 유명 연예인의 화상 채팅으로 잠깐 웃어보기도 한다.

세상은 한동안 음률을 잃은 것처럼 조용했다. 조용하니, 작은 것들의 외침이 들리기 시작했다. 고라니가 도로를 뛰어 놀고, 해파리가 운하를 거슬러왔다고 한다. 마스크 없는 얼굴을 까먹을 정도로 그전으로 돌아가기 힘들겠지만, 음악가들이 방구석 콘서트를 열고 방세가 밀린 사람들이 무지개 깃발로 저항한다. 인간들은 다시 일상을 찾으려는 자구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할머니 집에 가는 게 지겨운지 유치원 유치원 노래를 부른다. 신청만 해뒀던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너희들이 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잠시 생각에 빠진다. 잠든 아이의 얼굴은 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하다.

다시 버스에 오른다. 창밖의 풍경은 초록으로 뒤덮이고, 사람들의 마스크도 kf에서 덴탈, 천마스크로 변했다. 여전히 서로 말이 없지만, 간혹 음악소리가 열린 창문으로 흘러 들어온다. 절망을 춤을 추며 견디듯이 오늘도 내일을 희망해보며 버스에 오른다. 점심은 뭘로 할까 생각하면서.

– 토란 님

금, 2020/05/2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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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이승연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요즘이다. 올해의 거사 중 하나였던 ‘이사’는 얼렁뚱땅 진행되어버렸다. 이사하면서 아이 방도 새로 꾸며주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가구 구경 다니는 사치도 누릴 수 없었다.

첫째가 당분간 유치원에 가지 않아 아이 둘과 함께 집콕이 계속되다 보니 이사하기 전 짐 버리기, 이사 후 짐 정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찜찜한 날들이 이어졌다. 낯선 동네에 와서 집에서 아이 둘과 온종일 있으려니 머리도 지끈거리고 우울함이 밀려왔다.

해야 할 일을 다음으로 계속 미루고 그냥 하루하루를 때우는 날들, 그런 날들의 한가운데서 둘째 아이의 피부가 심상치 않아 보여 소아과를 방문했다.

“어머니, 이거 농가진이에요. 심하면 입원까지 해야 할 수도 있는 거예요. 왜 이제 오셨어요? 이렇게 심하게 돼서 오는 분은 없는데요. 제가 다 놀랬네요.”

나보다 더 호들갑을 떠는 의사의 꾸지람에 가까운 진단을 듣고 보니 그제야 둘째 목에 생긴 시뻘건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어린 게 얼마나 아팠을까. 무심한 엄마 때문에 고생하는 5개월 된 둘째가 측은해서 나도 모르게 기저귀를 갈다가도 분유를 먹이다가도 ‘에구, 미안해’하고 연거푸 사과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있던 첫째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흥, 엄마는 왜 나한테는 미안하다고 안 해? 내 공책도 찾아준다고 해놓고 안 찾아주고, 나랑 놀아준다고 해놓고 있다가~있다가 하고만 말하고. 언제 내 말 들어줄 건데~~~”

그냥 미안하다고 하고 아이를 안아주면 될 걸 나도 모르게 첫째한테 화를 냈다.

“엄마가 놀고 있니? 엄마도 지금 해야 할 게 많은데 못하고 있잖아. 좀 기다려! 이제 혼자 좀 놀면 안 되니! 너 자꾸 울면 반성문 쓰라고 한다.”

내 안에 쌓인 스트레스를 첫째한테 쏟아놓고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내 휴직은 엉망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은 많은데 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답답함.

그리고 평소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삼시 세끼 아이 끼니를 챙기고 어질러진 집을 치우는 노동을 지속해서 반복해야 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휴직을 하면서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아이와 실컷 놀기’ 아니었던가! 일할 때는 할 수 없었던 소소한 것들 해보기, 이를테면 맛있는 요리 함께 만들어서 먹기, 일상 속에서 소소한 사진 찍고 그림 그리며 추억 만들기 뭐 이런 거 아니었나? 또 휴직 중이 아니었다면 불안해하며 아이를 긴급 보육으로 유치원에 보내야 할 뻔했는데 다행인 거 아닐까.

머리로는 하루하루 시간이 아깝다고 하면서 주어진 시간을 사용하기보다는 흘려보내기에 바빴다. 아이들 밥 챙기고 놀아주느라 스트레스라고 말하면서도 하루 한 끼는 꼭 빵, 인스턴트로 대신하며 평소보다 더 대충 차려주고, 실질적으로 아이와 마주 앉아 온전히 놀아준 시간은 하루 한 시간도 될까 말까 했다. 거기다 둘째는 자주 씻기고 살피지도 못해서 전염병에 걸리게까지 하고 말았다.

반성문을 써야 하는 건 아이가 아니라 나였다. 언행불일치,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는 나. ‘바깥’의 상황을 탓하느라 내 ‘안’을 들여다보지 못한 어리석은 나. 일상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하고 어려운 것인지 알면서 우습게 생각한 나.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날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나. 약자인 아이에게 화를 내고 설득력 없는 말로 합리화하려는 엄마라는 이름의 나.

무슨 말을 하다가 첫째가 그랬다.

“엄마 오늘 무슨 요일이야? 유치원에 안 가니까 오늘이 주말인지 언제인지 모르겠다.”

“엄마도 그래. 오늘 날짜도 모르겠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네.”

“맞아. 밖에서 놀지도 못하고 놀이터도 못 갔는데 하루가 너무 빨리 가서 싫어. 근데 엄마! 그거 알아? 하루가 하루를 만든다? 어~그러니깐 오늘이 내일을 만들고 또 하루를 만드는 거지.”

다른 생각을 하다가 아이가 하는 말에 대충 대꾸를 해줬는데 생각해보니 참 그럴싸한 말이었다. 하루가 하루를 만들다니! 도대체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하는 거지? 7살 딸아이도 오늘 하루하루가 쌓여서 내일이 되고, 이런 일상들이 차곡차곡 모여 또 하루를 만든다는 걸 알았나 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명언 중의 하나. 헬렌 켈러는 이렇게 말했다.

‘행복의 한쪽 문이 닫힐 때, 다른 한쪽 문은 열린다. 하지만 우리는 그 닫힌 문만 오래 바라보느라 우리에게 열린 다른 문은 보지 못한다.’

일상을 성실하게 살아내는 것.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게 아닐까.

– 글: 이승연 님

* 사진은 본문과 상관없는 이미지 활용 사진입니다.

화, 2020/06/0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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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망자로 인해 생긴 무덤들

코로나19 사망자로 인해 생긴 무덤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이 브라질을 강타했다. 6월 1일KST 기준으로 확진자는 50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 역시 2만 9천여 명에 이른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확진자를 보유하게 되었으며 상승폭도 가파른 상황이다. 이 가운데, 브라질 내에서 소외되어온 사람들이 코로나19에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상파울루 시당국 자료에 따르면 흑인은 백인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위험이 62% 높다. 보건부 자료에서도 이미 유색인종의 치사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망자 3명 중 1명은 유색인이었다. 또한, 빈민가에서의 사망자도 늘고 있다. 교도소 내 감염 증가의 위험도 존재하고, 선주민 사이의 감염이나 아프리카계의 감염 및 사망 역시 증가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집단들의 요구 사항을 충족할 만한 정부 정책은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노숙자를 위한 포괄적 정책은 마련되지 않았고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긴급 지원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이런 현실 때문에 감염 위험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주레마 워넥Jurema Werneck 국제앰네스티 브라질 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지금까지 정부가 취한 조치로는 부족하다. 소외된 사람들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파악하고 인정해야 한다. 이들 중 많은 수가 코로나19, 그에 대한 현재의 대처로 부정적인 상황에 놓일 위험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사람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 그를 통해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조치, 모든 사람의 생명권과 건강권이 보장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는 빈민가 거주민, 여성과 소녀, 선주민, LGBTI, 아프리카계 사람들, 노숙자, 부적절한 주거지에 사는 사람, 자유를 박탈당한 사람, 쉼터와 같은 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인, 비공식 부문 노동자 및 자영업자 등이 포함된다.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대통령과 부통령, 각 부처 장관과 주 정부, 시장에게 촉구한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시급히 조치를 취하라. 브라질은 현재 팬데믹의 가장 중요한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정부는 모든 사람의 권리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온라인액션
브라질 정부는 모두를 위한 코로나19 대책을 수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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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는 코로나19 고위험군이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자신의 인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브라질 정부가 취해야 할 조치들을 제시하였다. 여기에는

  1. 모든 사람들의 건강권, 생명권을 보장할 것
  2. 선주민들이 코로나19와 관련하여 동일한 의료 서비스, 보호 조치를 받을 수 있게 보장할 것
  3. 여성, 아동, 노인 등 가정 폭력의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에게 신고를 할 수 있는 창구를 잘 전달하고 이들을 위한 지원 및 복지 서비스를 시급히 제공할 것
  4. 격리 등의 상황에서 수도, 위생, 전기, 식량, 의료 서비스 등 모든 필수 서비스를 적절히 제공할 것
  5. 노인, 빈민가 주민, 노숙자 또는 부적절한 거주지에 사는 사람 등 모든 사람들이 필요한 경우 스스로를 격리할 수 있는 적절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
  6. 자유를 박탈당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에 나서고, 교도소의 인구 과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급히 노력할 것
  7. 당국은 투명성을 유지하며 의료 서비스 및 치료와 관련된 정보, 그 외 모든 과학적 정보에 어떠한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
  8. 더 큰 위험에 직면해 있는 소외된 사람들이 코로나19 해결책을 구축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모두의 사회적 참여를 보장할 것
  9. 취약 계층이 보건 의료 서비스에 충분히 접근할 수 있고 사회적 복지 및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

주레마 워넥 이사장은 “사회적으로 가장 소외된 집단도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들도 이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고, 코로나19 위기 기간 동안 자신들의 권리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그 요구를 이해하고, 역사적으로 계속된 불평등을 바로잡아야 한다. 또한 모든 사람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 2020/06/0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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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이정훈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인위적인 조명보다는 자연의 빛이 좋다. 빛을 따라 카메라 구도를 바꾸니 훨씬 낫다. 머리가 뜨진 않았는지 확인한다. 자세를 잡고 몇 번 카메라 테스트를 하며 입을 푼다. 분명 몇 번 점검한 시나리오인데, 생방송을 앞두고 눈에 거슬리는 표현들이 보인다. 순서도 엉망이다. 분명 어제까진 마음에 들었던 구성인데! 수정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방송시작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입술이 바짝 마른다. ‘오늘은 애드리브가 술술 나오길! 돌발상황이 없길!’ 많은 것을 하늘에 맡기며 ‘액션!’ 방송이 시작된다.

“자! 안녕 6학년~ 좋은 아침이야! 오늘도 열심히 수업 시작해보자~ 아직 안 들어온 친구들한테 전화 좀 해 볼래? 다 모이면 오늘 하루 일정 설명하겠습니다!”

왁자지껄한 교실에서 아이들과 놀이로 하루를 시작했던 초등교사의 아침이 저렇게 바뀐 지 어느 새 한 달이 넘어간다. 온라인 수업 초기에 이러한 수업 형태가 잠깐 머물다 가는 해프닝 정도일 줄만 알고 조금 무리해서 ‘오전엔 화상수업을 한다!’라고 선언해 버린 탓에 할 일이 많아져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계속 쌍방향 수업을 한 이유는 거창한 교육적 목적이 있어서는 아니다. 그저 얼굴 보면서 수업을 해야 나도 더 재밌으니까! 그런 소소한 이유로 이 작은 시골학교에서 아이들과 매일 쌍방향 수업을 하며 코로나를 이겨내고 있다. 이 글에서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 겪고있는 소소한 학교 이야기들을 써보고자 한다.

1. 확실히 학교에 있을 때 보다 아이들이 덜 웃는다. 화면에 비춰지는 아이의 표정이 굉장히 근엄해서 눈치가 보일 때가 있을 정도로. 그런 표정을 보면 어떻게든 웃기고 싶다. 교실에서 수업할 땐 이렇게까지 계획적으로 아이들을 웃기려고 하지 않았는데, 요즘엔 아이들이 과제를 잘 했을 때 보다 아이들이 많이 웃으며 수업에 참여했을 때 더 성공적인 수업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재미’에 집착하는 중이다. 근엄한 표정의 아이들을 깔깔거리며 웃게 한 뒤엔 검은 화면의 아이들에게 눈이 간다.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 걱정되니 채팅이라도 해달라고 하자, 키보드로 열심히 웃어준다. 한바탕 웃고 나면 교실에서 만큼은 아니지만, 온라인으로도 ‘우리 반’ 이 느껴져서 참 좋다.

2. 산골학교에 아이들이 없으니, 새 지저귀는 소리가 온 학교를 덮었다. 창밖엔 다람쥐가 지나가고, 교실에 딱새가 들어오고, 아이들이 다니던 흙길엔 풀꽃이 자란다. 코로나로 인해 자연이 회복되고 있다는 기사가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났다.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는다. ‘내일 아침 퀴즈로 내야지~’ 점점 퀴즈 매니아가 되어가는 것 같다. 다람쥐가 보일 때 마다 사진을 찍어서 숨은그림찾기 퀴즈를 내다보니 다람쥐 찾기 도사가 되었다. 이젠 교실에 딱새가 들어와도 당황하지 않고 잠자리채로 쉭 잡아챈다. 코로나 이후 잘 하게 된 것이 은근 많다. +동영상편집+다람쥐 찾기+새잡기+퀴즈 만들기+대본 외우기……. ‘에휴 우리 애들도 이 기간동안 잘하게 된 게 한 개는 있어야 할텐데……’ +걱정하기

3. 온라인 수업에서 더욱 빛나는 아이들이 있다. 마치 온라인 수업을 한 5년은 해본 듯한 놀라운 적응력을 보이는 아이들 말이다. ‘자기주도학습’ 그 자체! 겨울방학을 지나며 부쩍 커서 그런건지, 온라인이 적성인건지는 개학해서 교실수업을 해봐야 확인할 수 있겠지만, 그런 아이들을 보며 괜시리 교육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한편으론, 온라인이라는 벽에 갇혀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지 못하는 많은 아이들이 안쓰럽다. 하루 빨리 교실수업으로 돌아와 너의 훌륭함에 대해 세세하게 말해주고 싶은데! 지금 보이는 것은 과제 미제출 화면뿐이니……. 잔소리만 늘어가는 선생님을 용서해주겠니?

4. 요즘 부쩍 우리 사회가 ‘서로 기대어 사는 삶’이란 것을 실감한다. 힘든 온라인 개학 상황에서 항상 함께 고민하고, 자료를 공유하며 서로의 짐을 덜어주는 선생님들, 아이들 돌봄으로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도 항상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시는 학부모님들, 코로나 상황을 이해하고, 그 누구보다 빠르게 변화에 적응해가는 아이들, 서로의 고됨과 노력을 격려하는 분위기의 사회까지. 크고 작은 위기가 지나갔고 종식까지는 몇몇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훗날 이 상황을 이겨낸 우리들의 모습을 가르치는 장면을 즐겁게 상상해본다. ‘코로나? 그 때는 말이야~ 말도 마~ 너희 선배들이 얼마나 훌륭했냐면…….’

– 글: 이정훈 님

* 해당 사진은 이미지 활용 사진입니다.

화, 2020/06/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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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을 대응하고 있는 지방정부의 소식을 비롯해 전문가와 현장 활동가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코로나19과 관련해 재난긴급지원금과 기본소득에 관한 기고를 전합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인 레베카 솔닛은 재난이 고통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재난이 “선물이 도착하는 통로”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다만 그럴 수 있기 위해서는 공동체에 대한 신뢰와 새로운 것을 상상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미증유의 사회적, 경제적 위기 속에서 모든 국민에게 주어진 긴급재난지원금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한 재난 기본소득이 당장의 어려움을 벗어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새로운 것을 상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코로나19 위기가 심대하기 때문에 이미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이 주기화되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런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차분히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에서 대다수는 이미 재난 상황 속에서 살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IMF 외환위기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글로벌 자본주의는 그 이전부터 이른바 ‘신자유주의’라고 부르는 흐름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 더 불거지긴 했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에 대한 경고도 이미 오래 전부터 울리고 있었다. 최근에는 로봇화와 인공지능(AI)의 발전 속에서 더욱 불확실한 미래가 현재의 삶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렇게 보면 코로나19 위기는 갑자기 우리의 삶을 바꾼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가 겪고 있는 재난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우리의 사회적, 경제적 생활이 불안정하다고 했는데, 또 한 가지 특징을 들자면 쉬지 않고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의 주기화와 장기화는 경제 활동이 주기적으로 중단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것은 보건뿐만 아니라 경제적 보장, 즉 소득 보장의 문제가 될 것이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전국민고용보험’은 이런 변화에 맞추어 위기 시에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난점이 있다. 사회보험의 한 축인 고용보험(혹은 실업보험)은 다른 사회보험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풀타임 고용을 전제로 한다. 이를 통해 정상적인 고용 시기에는 기여금을 내고, 실업이라는 비정상 시기에는 실업급여를 받으며, 필요한 경우 재교육과 훈련 등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증가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계약직  등을 고용보험으로 포괄하는 것은 유인도 적고, 고용-실업을 나누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자영업자의 경우는 어느 정도 어려워져야 실업이라고 볼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있다.

물론 적절한 가입 유인을 제공하고, 더 관대한 방식으로 실업을 판정하는 방식을 추구할 경우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을 수 있다. 다른 하나의 문제는 고용보험은 경제활동인구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주로 여성인 가정주부가 빠지게 되고, 앞으로 점점 일자리가 줄어들 경우 고용보험에 포괄될 기회조차 못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물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고용은 여전히 중요할 것이며, 다른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대량 실업이 발생할 경우 그 사회는 붕괴 지경에 다다를 수 있다. 따라서 전국민고용보험과 함께 고용 유지 지원금 같은 제도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불충분하거나 불완전할 것이다. 기본소득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서 말했듯이 기본소득은 모두의 권리이며, 모두에게 경제적 보장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리고 이런 기본소득 아이디어가 오늘날 부상한 것은 기존의 복지국가가 잘 작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까운 장래에도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기존의 복지 체제는 여러 가지 난점을 제외하고도 근본적으로 사각지대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이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개별적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분명 여전히 낯선 아이디어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라는 긴급 사태가 이런 낯선 아이디어에 기대 보편적인 긴급재난지원금의 실시를 가능케 했다. 이는 하나의 정치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전 국민이 보편적인 경제적 보장의 권리를 열망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한국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잘 견뎌내고 있는 배경에는 ‘메르스 때의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경험이 지금의 토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한 연대의 정신이었을 것이다.

코로나19 위기 이후의 시대는 누구나 예측하듯이 이전과는 다를 것이며, 이는 우리에게 창조성과 연대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바탕에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논쟁에서 바로미터 역할을 한 보편적 권리의 정당성이 있을 것이다.

* 해당 기고의 원문은 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글: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

수, 2020/06/0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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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성실애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마스크는 있어?”
“이제 3장 남았어. 이따 퇴근길에 편의점 가보려고.”

지난 2월 말 남편과 했던 통화다. 남편은 결국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했다. 나 또한 인터넷 쇼핑몰 여러 곳을 전전한 끝에 장당 사천 원 꼴인 대형 마스크 20개를 주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깜깜무소식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한 책과 함께 온 대형 KF94 마스크 한 장을 남편에게 보냈다.

설을 며칠 앞두고 남편은 승진을 했다. 발령을 받아 간단히 옷과 침구를 싸들고 대구로 내려갔다. 내려가자마자 대구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사이 상황이 달라졌다.

주말에 오겠노라고 했던 남편은 발령 첫 번째 주말을 숙소에서 보내야 했다. 김치와 마른반찬을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 우체국으로 향했다. 주소를 확인 한 우체국 직원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대구는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 바로 택배가 안 들어갈 수도 있다고. 다행히 택배는 다음날 도착했다.

마스크가 3장 남았다던 날, 대구 이마트에는 마스크를 개당 820원에 팔았다. 100m가 넘는 긴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사는 사람들을 뉴스 화면으로 만났다. 낮에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남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다행히 다음 날 회사에서 마스크 5장을 보급 받았다. 그리고 집에도 돌아오지 못한 채 숙소에서 재택근무가 시작되었다.

대구에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대구에 다녀온 사람을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코로나에 걸렸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남편이 회사고 뭐고 다 두고 왔으면 싶다가도 주변의 시선이 두렵다. 주말에 못 오는 남편과는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애들 사회생활을 위해서 보고 싶지만 어쩌겠어…”

양가부모님의 걱정과는 달리 의연한 목소리로 자신의 근황을 전하는 남편의 목소리 뒤로 종종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저녁이면 우리는 영상통화로 만난다. 아이들은 자신의 게임 레벨과 새로 생긴 아이템 이야기를 아빠에게 전하느라 정신이 없다.

코로나쯤은 게임 속 전사처럼 다 무찌를 기세다. 철없는 아빠는 아이들이 자신의 레벨보다 한참 높게 올라갈까 봐 호들갑을 떤다. 택배 안에 게임기를 넣어 보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내가 당장 코로나 퇴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하지만 작은 것이라도 지켜보자. 위생에 신경 쓰고 외출 시 꼭 마스크를 쓰자. 수시로 손을 깨끗이 닦고 되도록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말자. 다른 때 보다 건강에 신경 쓰자. 단순 감기라도 무시하지 말자. 그리고 엄마로서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자.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잘 씻기고.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2~3일 마다 보내는 택배는 다행히 남편의 손에 전달된다. 우체국 택배기사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현장에서 코로나와 직면해서 일하고 계신 분들을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자.

– 글: 성실애 님

수, 2020/06/03-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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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N 한국정부, 6•25 참전 미 인디언 원주민 나바호 자치구 참전용사에 마스크 1만장 전달 – 나바호족 800여명 한국전쟁 참전, 현재 130여명 생존 – 뉴욕주 버금가는 감염율, 마스크 및 개인위생장비 보내 – 한국정부, 전세계 참전용사에게 100만장 마스크 전달 미국의 온라인 매체 GNN은 지난 2일, South Korea Sends 10K Masks to Navajo Nation to Honor Their Service a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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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20/06/05-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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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지난 2일 일자리 전문가와 각 지역의 일자리 담당 공무원과 함께 ‘제1차 지역일자리 위기대응 포럼’을 개최했습니다. 이날 포럼에서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선도적으로 일자리 정책을 시행하는 전라북도 전주시와 서울특별시 구로구의 사례를 발표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석자들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지방정부가 지역의 특성에 맞춰서 만드는 일자리 정책이 지속가능성에 있어서 중앙정부의 정책보다 더욱 성공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역 거버넌스 형성과 혁신적인 시각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전주시, 거버넌스 구축과 당사자 간 소통의 필요성 강조

전라북도 전주시의 사례를 발표한 김병수 전주시 신성장경제국장은 이번 정책이 실행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을 ‘거버넌스 구축’과 ‘당사자 간의 소통’을 꼽았습니다. 전주시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고 고용문제가 심각해지자 공무원이 직접 현장으로 나가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노동자를 직접 만나 어려운 점을 직접 보고 경청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노ㆍ사ㆍ정 거버넌스를 구축해 고용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의견을 모았습니다. 전주시는 거버넌스에서 토의된 내용을 주축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쉬운 신용대출과 그 액수의 상한선을 늘리기 위해 신용보증기금을 직접 설득했습니다. 또 대량 실직사태를 막기 위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유급휴직지원금과 직업훈련을 주도적으로 제공했습니다.

전주시 사례는 직접 현장과 만나 당사자 간 거버넌스를 구축해 각 부문의 창의적인 생각을 모으고, 그것을 실행하는 방법으로 일자리 정책을 한층 발전시키고 있었습니다. 토론자로 나선 채준호 전북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거버넌스가 가동이 되려면 지역역량을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노사관계 전문가 과정’이나 ‘일자리 혁신학교’와 같은 지역역량의 수준을 한층 높일 수 있는 교육을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시 구로구, 지역특성과 재정정책 강조

서울특별시 구로구 사례는 지역 일자리 정책을 시작하는 단계로서 재정적 정책을 먼저 시작하고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단계였습니다. 사례 발표에 나선 김성종 구로구 기획경제국장은 구로구 일자리 정책의 가장 중요한 점을 ‘지역특성’과 ‘재정정책’을 꼽았습니다. 구로구는 국가산업단지가 존재하고, 청년층이 많은 도시라는 특징을 갖고 있어 자체적인 경제 동향을 파악한 뒤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먼저 ‘해고없는 도시, 구로’ 상생선언에 참여한 기업과 다중이용시설에서 운영하는 소상공인에게 직접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했습니다. 지역적 특성을 이용해 G밸리(서울디지털산업단지) 고용환경 개선 및 일자리 조성사업, 캠퍼스타운조성사업을 기획했습니다. 구로구 내 G밸리의 존재는 지역적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 지방자치단체를 주축으로 한 거버넌스, 상공인과 노동자와의 상생거버넌스로 구로구만의 ‘사회적 대타협 모델’을 구축하고자 했습니다.

토론자로 나선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자체마다 지역적 조건과 일자리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일률적인 정책은 서로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며, 지방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구로구처럼 지역에 맞는 정책을 발굴해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정책의 중앙집권화를 지방분권의 기회로

전문가 발제자로 나선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영향평가센터장은 전주시와 구로구의 선제적인 지역 일자리 정책의 사례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특히 지방정부의 창의적인 일자리 정책 시행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심화되고 있는 정책의 중앙집권화를 다시 지방분권으로 돌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중앙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지방정부의 지역적 특성과 여건에 맞지 않은 정책이 많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창의적인 극복 주체가 된다면 중앙정부의 정책방향을 오히려 전환시킬 수 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토론자인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정부가 단순히 중앙정부의 정책을 바라보기보다 지방정부 간 교류를 통해 소통하는 게 사회혁신의 출발이라고 말했습니다. 여러 지자체의 논의 속에서 아이디어가 공유가 되는 수평적 정책행위 플랫폼을 희망제작소가 중심이 되어 만들어낸다면 상호 사회혁신에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역적 특성에 맞춘 일자리 정책을 마련해야

토론 이후에는 이번 포럼에 참여한 경상남도 거제시, 경상북도 구미시, 부산광역시 부산진구의 상황을 공유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 지역 모두 지역적 특성이 명확해 그에 맞는 일자리 정책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경상남도 거제시는 조선 산업 및 제조업 경기 침체로 인해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다시금 경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청년주도형 일자리사업을 추진했으나 조선산업 침체로 인해 많은 청년이 지역을 떠났고, 신중년 일자리 사업으로 전환해 일자리를 창출한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경상북도 구미시는 상생형 일자리 모델인 구미형 일자리가 실시되고 있는 곳으로서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진 경험이 있는 지역입니다. 또 코로나 19 이후에 구미시가 선제적으로 소상공인 지원정책을 실시했는데, 이러한 정책이 경상북도 전체로 확대됐다고 말했습니다. 노사정 대타협의 경험과 선제적 정책의 시행으로 인해 지방자치단체의 아이디어가 오히려 잘 시행되고 확대될 수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부산광역시 부산진구에서는 청년 계층이 많은 곳으로 청년에 관한 맞춤형 일자리 정책을 시도 중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자리 정책을 시행하는데 있어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 간의 갈등과 실질적인 사업보다는 ‘보여주기식 사업’이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상황도 덧붙였습니다.

이번 포럼을 주최한 희망제작소의 임주환 부소장은 “향후 포럼에서는 기존에 논의된 정책들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면서 전주 모델, 구로 모델, 구미 모델 등을 심화시키고, 지방정부 간 협력을 통해서 지방중심의 지속가능한 일자리 정책을 마련하도록 돕겠다”라고 밝혔습니다.

– 글: 김세진 연구원

금, 2020/06/0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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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는 이원기 님의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가 겪은 물리적, 정신적 피해가 막대하고 아직도 그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비록 사회에는 우울한 얘기가 가득하지만 나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내가 알게 된 사소하지만 즐거운 일들을 정리하면서 시간을 가져보았다. 요즘 나에게 위안이 되는 것들은 마스크 착용에서 비롯된다. 마스크 덕분에 내가 알게 된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J군의 헤어스타일 규칙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J군의 헤어스타일에는 규칙성이 있다. 평소에 나는 J군의 헤어스타일을 보고 ‘신경 쓴 날’과 ‘신경 쓰지 않은 날’로만 구분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헤어스타일에는 속에는 비밀이 있었다. 퇴근 전에 업무를 끝마친 날 다음 날에는 머리를 넘기고, 고정한다. 하지만 전날의 업무를 끝내지 못한 날에는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그냥 출근 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일종의 습관같은 것이라고 한다. 학부 때부터 인연이 되어 알고 지낸지 6년이 되어가는 J군의 헤어스타일의 규칙을 마스크 덕분에 발견할 수 있었다.

2) 검은색을 선호하는 B군

최근에 사무실에 들어온 B군은 검은색을 좋아한다. 그는 사무실에서 나눠준 흰색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고 따로 구매한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한다. B군에게 이유를 물으니 자신은 검은색이 좋아서 따로 구매했다고 한다. 얘기를 듣고 생각해보니 평소에도 B군은 검은색 옷을 자주 입었던 것 같다. 회식이나 부서 사진 속의 B군은 검은색 옷과 함께 있다. 다음에 B군에게 무언가 선물을 할 일이 생긴다면 그가 좋아하는 검은색으로 사줘야겠다.

3) 눈이 선한 K군

대학부터 동기였던 K군은 선한 눈을 가졌다. 사실 K군의 외모를 전체적으로 보면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강한 인상을 준다. 나 역시도 그래서 장기자랑을 하던 그의 첫 모습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나와 K군을 함께 아는 친구의 말에 따르면 K군은 처음 만났을 때 다가가기 힘든 인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마스크를 낀 K군을 보니 그동안 몰랐던 그의 여린 눈빛을 알 수 있었다. 인상과 달리 다정하여 반전매력을 뽐내곤 했는데 이제서야 그가 가진 따뜻함이 눈에 담겨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코로나가 바꿔놓은 나의 사무실 풍경은 외관에서 느껴지는 거리감과는 달리 온기가 있다. 우리 사이에는 마스크 착용 덕분에 알게 된 사실들에서 이어지는 시시한 이야기 주제가 있다. 조용한 사람들끼리 모여 있어서 적적했던 사무실은 이제 나름 서로의 목소리로 북적거린다. 코로나 사태가 빨리 마무리되길, 우리의 일상에 예상치 못한 유쾌한 일들이 생기길 응원한다.

– 글: 이원기 님

화, 2020/06/09-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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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는 최소민 님의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연준아, 자 지금부터 시작이야! 준비해!”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나가기 전, 아들은 비장한 각오로 마스크를 귀에 건다.

“오늘도 잘할 수 있지?”

물어보면 연준이는 제법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함께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일을 하고 있는 나는 어쩔 수 없이 긴급보육으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가 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현관 앞에서 실랑이가 벌어진다. 마스크를 벗으려는 자와 씌우려는 자의 팽팽한 신경전! 이미 하루 에너지의 절반을 다 써버렸다!

이제 갓 세 돌을 지낸 네 살 아이에게 마스크 쓰기는 답답하고, 생소하고, 험난한 사회 적응의 과정이었다. 결국 달램과 으름장으로 마스크를 걸치긴 하지만 그것은 승자 없는 상처 뿐인 영광이었다.

고민의 밤이 깊어지던 어느 날, 한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소아병동에 살다시피 할 정도로 몸이 안 좋았던 청년의 이야기였다. 일반적으로 병원에 오래 있다 보면 우울해지고 힘이 빠지게 되는데, 이 청년은 병원에서의 시간만큼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항상 엄마가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 병원을 상상력의 공간으로 바꿔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항상 다음 날 일어나면 무슨 일이 펼쳐질지 설레고 기다려졌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오래 전 보았던 한 영화가 생각났다. 전쟁으로 아들과 어린 아들이 공포의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됐는데 아들에게 이 생활을 단체게임이라 돌려 말하고 1,000점을 따는 우승자에게는 진짜 탱크가 주어진다고 말한다. 순식간에 두려움의 시간은 즐거운 시간으로 바뀐다. 바로 이거다!

“연준아, 오늘부터 엄마랑 마스크 게임을 할 거야. 연준이가 좋아하는 캥거루는 항상 배에 아기 캥거루를 안고 다니지? 연준이한테도 아기 캥거루 같이 보호해줘야 되는 친구가 있어. 바로 목이야. 목은 아주 연약해서 세균이 들어가면 너무 아파해. 연준이가 마스크를 잘 쓰면 세균이 못 들어가니까 목도 안 아프고 핑크퐁 노래도 더 잘 부를 수 있어.”

마스크 하면 무조건 거부부터 하던 아이였는데 캥거루와 핑크퐁의 등장에 드디어 귀를 열었다. 그 후부터 아이는 목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목아, 내가 마스크 썼어. 안 아프지?”
“목아, 내가 마스크로 이불 덮어줄게.”
“목아, 내가 지켜줄게.”

엄마 캥거루가 아기 캥거루에서 모성애를 발휘하듯 말이다.

얼마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어린이집 앞에서 한 엄마와 아이가 한 치 양보 없이 마스크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 연준이가 빠른 걸음으로 출동해 친구에게 목을 보호해야 한다며 마스크를 권유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방을 날린다.

“마스크 하면 핑크퐁 노래도 잘 부를 수 있어!”

그러면 그 아이는 쓱- 마스크를 걸친다. 그렇게 연준이는 마스크 전도사가 되어갔다. 캐릭터가 그려진 마스크라도 산 날이면 아이는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이었다.

코로나가 바꾼 세상은 위기이자 도전이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제한되고, 개인과 타인의 위생을 위해 서로 힘써야 했다. 전 국민적인 노력 앞에서 네 살 아이도 예외일 수 없고 그 시간은 누구나 공평하게 견뎌야 한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연준이가 훌쩍 커서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기억할까? 바이러스가 가득했던 코로나의 시대일까 아니면 신나는 마스크 게임이었을까!

– 글: 최소민 님

화, 2020/06/09-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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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서경훈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우리 가족이 얼굴 맞대며 식사하고 TV를 시청하며 깔깔대며 웃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모두가 코로나19로 외출이나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자연히 가정에서 가족들의 얼굴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식사도 모두가 같이 하니 더욱 맛있고 대화가 많아져서 웃음소리가 커졌습니다 바쁘게 살았나 봅니다

우리 큰 애가 이렇게도 말수가 많았었는지. 우리 아들이 과학자가 되겠다고 자기의 이야기로 흥분을 가라앉지 않네요.

온종일 집안에서 얼굴을 부대끼는 게 힘겨울 법도 한데 우리 애들은 더욱 더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 겨우 진정시키고 각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저는 코로나19로 가족들이 더욱 더 말수가 많아지고 우리 애들이 이렇게도 활발했었지 다시금 놀랍고, 가족의 즐거움으로 가슴 벅찹니다.

코로나19는 자유롭게 외출만 안 될 뿐이지 우리 가족은 더욱 더 친밀하고 활발한 가정이 되었습니다.

– 글: 서경훈 님

화, 2020/06/0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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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을 대응하고 있는 지방정부의 소식을 비롯해 전문가와 현장 활동가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코로나19와 정책문제에 관한 기고를 전합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잠깐 겪고 넘어가는 감기와 같은, 단순한 ‘교란’ 차원의 위기가 아니다. 자본주의 전체가 이전에 가보지 않은 길로 들어서게 되는 변곡점이며, 그렇기 때문에 ‘포스트코로나’의 세상은 이전의 ‘하던 대로(business as usual)’의 세상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우리는 어떠한 사회경제 정책의 전환을 준비해야 할까? 이 글은 국가와 조세의 역할 변화, 기본소득의 중요성, 고용 보장제의 검토 등을 제안하고자 한다.

‘불확실성’: 30년대 대공황과의 비교

많은 이들이 현재의 상태를 1930년대의 대공황과 비교하고 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공통점이 있으니, 그것은 ‘불확실성uncertainty’이다. 역사적 통계적 데이터와 수리 모델을 동원하여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고 또한 확률적인 위험 감안의 가치까지 (‘VaR’) 계산이 가능한 위험을 우리는 보통 ‘리스크’라고 부른다.

하지만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기에 데이터도 찾을 수가 없고 또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ceteris paribus’이라는 전제가 성립할지조차 불확실하여 모델 구성도 불가능한 상태, 즉 존 메이너드 케인즈가 ‘한마디로 말해서 도저히 알 수가 없는 미래’라고 표현했던 상태를 우리는 불확실성이라고 부른다.

코로나19 사태의 가장 중요한 특징 또한 이 ‘불확실성’에 있다. 감염성은 대단히 높지만 치사율은 그다지 높다고 할 수 없으며 게다가 노인과 젊은이를 차별하는 경향까지 보이는 이 괴생명체의 출현이 경제와 사회와 세계에 어떤 충격을 가져올 것인가. 예측하고 준비하는 데에 지침이 될 데이터를 찾을 수 없다.

또 이것이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시스템 중 어떤 것을 어떻게 건드릴지를 알 수 없으므로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이라는 가정이 성립할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하다. 사람들이 지금 1930년대 대공황을 떠올리는 가장 중요한 유사점이 여기에 있다고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30년대 대공황과의 단순한 비교는 아주 중요한 차이점을 못 보게 만들 위험이 있다. 1930년대의 대공황을 모델로 하여 정형화된 현재의 위기 대응 매뉴얼이라는 것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는 별 소용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1930년대의 대공황이 어떤 양태로 벌어졌던가를 잠깐 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자산 시장에서 거품이 터진다. 이것이 신용경색으로 이어지면서 세계 금융 시스템 전체의 마비 심지어 붕괴를 가져온다. 이로 인해 투자가 위축되면서 불황이 시작되고 이것이 다시 실업과 과잉 생산설비로 이어진다.

만성적인 대량 실업으로 인해 사회가 붕괴하고, 이것이 다시 정치적 위기로 이어지면서 민주주의 시스템이 붕괴하는 나라들이 속출한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세계 질서도 ‘현상타파’ 세력의 대두로 인해 위기에 처하고 급기야 세계대전으로 비화된다.1)

20세기의 자본주의는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거치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단선적인 인과관계’의 위기 대응 모델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 자산 시장에서 생겨난 불씨가 진화되지 못하고 금융 시스템, 산업, 노동시장, 사회, 정치, 국제관계 등의 장으로 확산되면서 전체 시스템을 화마에 휩싸이게 만드는 단선적인 인과율의 연쇄에 주목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대응 매뉴얼이 생겨나게 된다.

위기가 발생하면 즉시 중앙은행과 국가 재정을 동원하여 무제한의 유동성을 금융 시스템에 제공 혹은 약속할 것이며, 주요한 기업들에 대해서도 자금을 지원하고 악성 부채를 떠안아 준다.

즉 자본주의의 위기의 진원지는 ‘거의 항상’ 자산 및 금융 시장이며, 이것이 산업과 사회와 정치로 확산되는 것이 위기의 양태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 대책 또한 그 ‘중심부’인 자산시장과 금융 및 주요 기업들에 돈을 풀어 안정성을 부여하는 것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는 다르다. 불씨는 자산시장에서 시작되어 그러한 한 줄기의 인과율을 따라 차례로 퍼져나가고 있는 게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괴생명체는 2020년 3월 자산 시장, 금융 시스템, 생산 기업, 노동 시장, 사회 영역, 정치 영역을 동시에 공격하였다.

주식시장은 최근 들어 안정세 심지어 예전 수준으로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을 위시한 주요 산업국가에서 노동 시장은 처참할 정도로 무너지고 있으며, 다양한 사회적 위기와 갈등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태이다.

지금 상황은 30년대 대공황 이후로 정형화된 위기 대응 매뉴얼로 맞설 수 있는 사태가 아니다. 유동성을 넉넉히 공급한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노동 시장과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위기를 대처할 수 있는 별개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쉽게 정치적 위기 나아가 지정학적 위기로까지 비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미국을 필두로 주요 산업국의 노동 시장은 무너지기 시작하였으며, 빈곤율과 자살률이 치솟는 등 각종 사회적 위기가 나타나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의 협력에 기초했던 지난 40년간의 세계 질서는 두 나라의 적대적 대립이 격화되면서 밑둥부터 흔들리고 있다.

국가의 새로운 역할

이 부분에서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과 기능을 갖춘 국가가 나타나게 될 개연성을 얻게 된다. 따지고 보면 불확실성이란 인류가 특히 대규모 농경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매년 항상 겪어온 기본적인 존재 조건이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발명한 최초의 장치가 바로 흉년이나 홍수 가뭄을 대비하여 다량의 곡물을 저장해 둔 신전과 거기에서 발전한 초기 국가였다.

모든 기존의 규범이 혼란에 빠지고 아무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엄습하는 순간 사람들이 사회의 안녕을 보장하고 사태를 헤쳐나가기 위해 사용하는 제도는 언제가 국가였다. 이번 사태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 금융 시장이든 노동 시장이든 그 자체의 자기조정 메커니즘으로 사회의 필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다고 믿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유동성과 구매력의 배분에 있어서나 구직자들의 안녕을 지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능력에 있어서나 국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리쇼어링’을 통한 산업 재배치와 기존 도시 계획의 변화 등과 같은 부분에서의 국가의 역할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또한 언제 다시 새로운 물결의 감염과 맞닥뜨릴지 모르는 방역의 과제 또한 전국적 차원과 지역적 차원에서의 유기적인 보건 시스템을 국민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건설할 것을 필요로 하고 있다.

2009년 세계 경제 위기 당시 영국의 중앙은행 총재였던 머빈 킹의 명언처럼 ‘지금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것 뿐’이다. 한 가지 더 확실한 것이 있다면,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국가 역할의 확대가 확실하다’는 점이다.

이는 세수와 지출의 운용을 둘러싼 기존의 규범에도 분명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뉴노멀’의 출현도 가능하게 할 수가 있다. 지난 40년간 경제학에서 세금은 ‘경제의 실체’라 할 시장의 생명력을 ‘흡혈귀’에(제임스 갤브레이스) 해당하는 국가가 빨아먹는 ‘필요악’과 같은 것이므로 줄이면 줄일 수록 좋다는 사고방식이 지배해왔다.

그 이전 보조금으로 주어지던 인센티브는 그래서 이제는 세금 감면으로 대체되는 일이 벌어져왔다. 지금 대한민국의 세금제도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래서 세제는 이런저런 크고 작은 각종의 세금 감면 조치로 덕지덕지 기워져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앞으로도 용납될까? ‘조세 국가’를(슘페터) ‘흡혈귀’로 보고 여기에 균형 재정의 원칙을 더하여 지출 최소화를 지향하는 ‘작은 국가’가 앞으로도 받아들여질까? 이 ‘작은 국가’라는 원칙이 무너지면 균형 재정의 원칙도 또 조세 국가는 ‘흡혈귀’라는 원칙도 연쇄적으로 흔들릴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현대화폐이론MMT: modern monetary theory’의 입장에서는 세금이란 지출과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바람직한 사회적 행동을 장려하고 그렇지 못한 행동을 억누른다는 원칙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균형 재정이라는 신화를 벗어던지고 사회적 필요가 있다면 과감하게 지출을 늘리고 이를 통해 사회 전체의 생산성과 후생을 증대시켜서 중장기적으로 재정의 균형을 맞추는 관점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세입에 세출을 맞추는’ 기존의 재정 정책fiscal policy의 관점을 벗어나서 사회적 필요가 있다면 과감하게 지출하고 거기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고 ‘융통’하는 고전적인 공공 재정public finance의 관점을 회복하도록 촉구하고 있다.2)

다시 말하지만, 지금 전 세계 자본주의 문명은 지구적 거시적 규모에서나 지역적 미시적 규모에서나 ‘지도에 나와있지 않은’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에서 가장 해로운 것은 어제의 세계에서나 통용되던 상식들 – 균형재정, 규제완화, 최소국가, (금융)시장의 완전성 등등 – 에 머리와 손발이 묶이는 것이다. 지금은 과감한 상상력과 대담한 행동이 필요한 순간이다.

그리고 각급 정부를 이끄는 ‘국가 지도자들statesman’은 바로 그러한 상상력과 행동의 과감성과 대담성을 보여줄 위치에 있는 이들이며 또 그러한 의무가 있는 이들이다.

이 글에서 설명한 것 이외에도 ‘지역에서의 보건 커먼스commons’의 조직이나 마을 단위에서의 생산 활동 커먼스 – 도시 농업, 메이커 스페이스 등등 – 의 조직 등 여러 다른 제안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눈과 귀를 넓게 열고 활발히 의견을 나누며 힘과 용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각급 정부의 수장들이 떠맡아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 글: 홍기빈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

* 각주

1) <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로버트 하일브로너, 홍기빈 옮김, 미지북스 참조.
2) <균형재정은 틀렸다: 화폐의 비밀과 현대화폐이론> 랜덜 레이 저, 홍기빈 옮김, 책담 출판사 참조.

목, 2020/06/11-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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