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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지금처럼 한살림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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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지금처럼 한살림답게

admin | 수, 2020/07/01- 23:28

2월부터 거의 반 년 동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코로나 이후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 모두 궁금해 합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한살림이 중요한 가치로 생각해온 것들이 정말 필요한 이야기였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과거부터 이어온 한살림 가치를 지키면서 새로운 시대와 사회의 필요에 맞게 쇄신하는 한살림의 ‘뉴노멀’을 조합원과 함께 만들어가야 할 때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깨달은 것은 우리는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게 연결된 느슨한 관계라도 도미노처럼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일찍이 한살림은 모든 생명이 전체의 일부인 동시에 부분의 합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웃과 협동함으로써 공동체성을 회복해 나가자고 〈한살림선언〉을 통해 제안했습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개인의 책임을 다하는 공동 행동이 중요하듯, 유기적으로 연결된 우리가 함께 잘 살기 위해서는 서로 포용하고 연대하는 삶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서로의 울타리가 되는 공동체 가치의 지속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과 재택근무, 언택트 쇼핑 등 비대면 방식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개인의 안전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만남과 교류를 자제하고 각자 집에서 ‘집콕놀이’나 게임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코로나 블루’라 불리는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아무리 혼자 재미있게 놀아도 인간은 사람과의 연결을 원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이기에 다른 이들을 불가피한 연결로 피해를 주는 존재로 보는 대신 호혜적인 연결을 통해 모두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공동체성을 간직해야 합니다.

한살림 조합원은 오래전부터 가까운 이웃과 모여 마을모임, 소모임 등을 함께해 왔고, 생산자 역시 마을 단위로 협력하며 전통적인 농촌 공동체의 의미를 이어왔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한살림 모임도 점차 온라인으로 옮겨가며 방식은 변화하고 있지만, 함께 한살림하는 즐거움을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다음 세대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공동체의 가치는 여전히 지켜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전염병이 일상화될거라는 우울한 전망도 있기에, 앞으로의 관계와 만남은 사람 사이의 온기는 간직하되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지구별에 사는 생명으로서 생태적 가치 실천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로 지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깨끗해졌습니다. 세계여행을 자제하면서 항공기 운항이 줄어들고 각국이 봉쇄 정책을 펼치자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난해보다 17% 줄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개선은 일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한살림은 인간과 자연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일찍이 생태적 관점의 유기농사를 시작하고, 병재사용운동·공급상자 재사용 등 자원순환운동을 펼쳐 왔습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유한한 지구 자원을 더욱 귀하게 여기고,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적극 행동하는 등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의 일부로서 우리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먹을거리 수출입에 차질이 예상됨에 따라 ‘식량’의 중요성이 부각됐습니다. 주변에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듯 보이지만, 베트남과 인도, 러시아 등 주요 곡물 수출국들은 이미 수출을 제한하고 있고, 세계 곳곳에서 먹을거리 사재기와 농업 노동력 부족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금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식량자급을 위한 식물공장과 생산성이 높은 GMO 개발을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농업의 본질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코로나19는 먹을거리의 안정적 공급과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였습니다. 성장과 효율 만을 중시한 생산주의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농업의 길을 진지하게 모색하고 실현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와 식료품 등의 수급 불안을 겪으면서, 장바구니 영역을 넘어 자국 내 식량자원을 확보하는 ‘식량안보’ 차원에서 국산 먹을거리 생산의 중요성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하면 밀, 옥수수, 콩 등 곡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합니다. 낮은 식량자급률은 글로벌 식량공급망이 붕괴되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은 물론 수급 불가로 이어져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한살림이 말해온 농업살림의 가치를 되새겨야

 

생계태를 살리는 유기·환경농업 추구

‘유럽그린딜’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생태지향적 농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한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스마트팜 중심의 농정 이야기에 그치고 있어 아쉬운 실정입니다. 한살림은 환경을 보전하는 전통적인 농업의 가치와 역할을 추구하고, 나아가 각 지역의 기후와 풍토에 맞는 농사 방식을 지향합니다.


관행농사에서는 제초제를 뿌리면 간단히 끝나지만, 한살림 농부들은 직접 풀을 뽑거나 우렁이, 오리, 쌀겨 등 자연의 힘을 빌려 유기농사를 짓는다.

 

식량작물에 대한 자급 기반 확보

식량작물만큼은 다른 나라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책임져야 합니다. 이는 한살림이 유기농업을 지향함에도 국산 잡곡을 취급하는 이유입니다. 또 물품 생산과 조합원 활동을 통해 우리밀과 우리보리, 토박이씨앗을 살리는 운동을 펼쳐 우리 농업의 자생력을 높이며 종 다양성을 지키고 있습니다.


1984년 정부의 수매 중단 뒤, 한살림은 1987년 앉은뱅이밀을 어렵사리 구해 재배한 것을 시작으로 멸종 직전까지 갔던 우리밀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농 중심의 지역순환농업 지향

한살림은 대규모의 단작농업 형태가 아니라, 중·소농을 중심으로 한 다품종 소량생산의 지역순환 먹거리 체계를 지향합니다. 소농이 생산한 농산물은 대부분 자국 유통되므로 수출입 중단 시 중요한 식량 공급원이 될 수 있고, 주로 가족 노동력을 이용하기에 외국인 노동력 부족 사태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며, 종 다양성을 유지하기도 좋습니다.


중·소농 중심의 한살림 생산자들은 마을별로 공동체를 구성해 다양한 작물을 자급자족하듯 농사짓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올해 1분기 동안 건강기능식품 상위 5개 업체의 매출이 지난해 1분기에 비해 약 20% 증가했다고 합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면역 증진을 위한 건강식품이나 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먹는 것뿐만이 아닙니다. 감염병에 대한 불안과 스트레스, 애도와 상실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을 위해 보건복지부에서는 ‘감염병 스트레스 정신건강 대처법’을 배포하고,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는 ‘생활 속 거리두기와 함께하는 마음건강지침’을 안내했습니다.

세계적인 감염병은 우리 일상의 모습은 물론 마음 건강까지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또 다른 감염병이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생활 속에서 몸과 마음을 스스로 돌보고 나아가 내 주변의 이웃도 돌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한 먹을거리로 몸 돌보기

단순히 영양 성분이 많고 효능이 좋다고 해서 좋은 먹을거리는 아닙니다. 한살림은 우리 또한 자연에 발딛고 살아가는 자연의 일부이기에, 때와 철에 맞게 자연에 큰 부담을 주지 않고 자란 먹을거리가 우리 몸에도 이로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살림은 유기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최대한 배제한 농산물을 우선하며, 작물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호르몬제(성장조정제)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는 2001년 정부가 친환경농산물 인증 제도를 실시하기 훨씬 전인 1986년부터 땅을 살리는 농사를 시작해 1998년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한살림 농업·물품 정책과 취급 기준을 정하며 30년 넘게 지켜온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신념과 실천입니다.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마음살림

감정 노동, 스트레스 등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코로나19로 인한 우울, 불안, 트라우마까지 더해졌습니다. 한살림은 몸과 마음이 따로 떨어질 수 없기에 좋은 먹을거리로 몸을 챙기는 것만큼 마음을 돌아보는 일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살림연수원은 10년 전부터 나와 이웃과 세상이 연결되어 있다고 믿으며 ‘자기살림의 기술’을 조합원과 나눠왔습니다. 마음은 우리의 숨겨진 몸이므로, 생활 속에서 마음을 잘 돌보는 것에서 몸의 돌봄이 시작됩니다. 내 마음을 잘 돌아보는 것은 결국 이웃과 세상과 더불어 사는 방법입니다.

 

한살림연수원 몸마음돌봄 과정 소개

● 몸마음살림연습 : 몸과 마음을 돌보는 방법을 익혀 일상에서 자기돌봄을 생활화할 수 있는 과정

● 몸마음정화식 : 피로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몸의 기운을 바르게 하고, 정화음식을 통해 새로운 기운을 얻는 시간

● 자연과 하나되기 :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생태적 감수성을 회복하고 삶의 활력을 찾는 시간

● 살림행공 : 간단한 동작으로 스스로를 다스리고 몸과 마음의 관계를 이해하는 과정

● 마음닦기 : 호흡과 명상으로 자기를 돌아보고 내면의 고요함과 평화를 얻는 과정

 

※ 한살림연수원 몸마음돌봄 과정은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조합원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일정과 내용은 한살림연수원 홈페이지(edu.hansalim.or.kr)에서 확인하세요.


[살림의 눈]

 

코로나 이후,
한살림의 미래를 생각한다

 

 

문명적 전환을 강제당하는 지금의 세계

코로나19로 이미 많은 것이 변했고 더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전쟁 및 테러 대응을 안보의 기조로 삼았지만 이제는 식량, 건강, 환경, 공동체, 경제, 정치 안보를 중심으로 세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고, 국가의 역할은 점차 강화될 전망이다.

코로나19는 인간의 개발로 서식지가 줄어든 생명들이 인간과 접촉해서 발생했다. 이에 사람들은 지구상의 뭇생명과 공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중국에 의존했던 생산량이 인근 국가로 이동하는 반세계화와 지역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공급망을 바꾸어 생산기지를 자국으로 돌리는 ‘리쇼어링’으로 경제흐름이 바뀔 것이 예상된다. 물질적 성장을 위해 비대해진 도시가 위기 상황에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깨닫게 된 만큼 귀농과 귀촌 등 탈도시 현상들이 가속화되고 생태적 생활양식 등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개별 국가뿐 아니라 전 지구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새로운 시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을 강제당하고 있다. 가히 거대한 문명사적 전환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다시 중요해진 한살림 정신

코로나19를 통해 전 지구적으로 강제되는 이러한 전환의 깨달음이 한살림에게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눈 맑은 한살림 선배들은 35년 전부터 이 상황을 예견하며 전환을 주장해왔다. 코로나19 사태로 한살림 정신과 한살림운동의 가치는 명확하게 증명되었고, 한살림의 사회적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코로나19로 우리가 새삼 깨달은 사실은, 세계는 이처럼 촘촘히 연결되어 있고 서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수퍼확진자가 수많은 사람을 감염시키는 것을 보며 한 사람이 주변과 전 세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도 확인했다. 인간의 번영은 단순히 인간만이 아니라 자연과 그 안의 뭇생명들과 함께 이뤄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같은 ‘자연에 대한 생태적 각성’은 이미 30년 전 〈한살림선언〉을 통해 강조해온 바이다.

〈한살림선언〉에서 한살림은 다른 생명과 조화를 고려하지 않는 인간중심주의에 반대하며 ‘생명에 대한 우주적 각성’을 강조해왔다. 이들 우주생명을 공경하고 모시고 살리는 문명으로의 전환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이미 이야기 해온 것이다. 동시에 물질적 성장과 경제적 풍요를 통해서는 인류의 위기와 더불어 국가와 계급 간의 갈등만 초래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과정과 관계를 소중히 하며 협동과 자립, 자급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에 대한 공동체적 각성’도 강조해왔다. 그밖에 물질적 풍요를 통한 행복이 아니라 정신적 풍요와 영성적 깨달음과 수양을 통해 인간의 초월적 가치 구현을 강조하며 ‘자기실현을 위한 생활수양활동’을 역설해왔다.

 

한살림의 과제, 문명을 거스르는 실천으로

한살림은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상황에서 사업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대한 전환을 상상하면서 더 깊고 길게 한살림운동의 근본으로 집중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성장이 아니라 성숙의 사회로, 직선이 아니라 순환의 사회로 가야 한다. 탈성장·제로성장 사회에서 행복과 발전을 도모하고, 각자도생이 아닌 협력적 공동체 사회로, 도시집중이 아닌 탈도시 귀농운동이나 농업이 근본이 되는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물질적 욕망의 확대가 아니라 정신적인 행복으로 욕구를 이동시키고, 소비의 경제에 머물지 말고 공유경제로 나아가며, 지역공동체와 마을만들기 등의 공동체 운동을 펼쳐야 한다. 세계화를 맹신하지 말고 지역적 자립의 사회로 나아가며, 석유의존적 문명에서 재생가능한 에너지문명으로 가는 모든 활동들을 조합원 중심으로 다양하게 모색해 가면 좋겠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한살림이 있어야 하지만 그중에서도 다음과 같은 활동을 집중적으로 제안하고 싶다. 먼저, 농민기본소득운동을 해보면 좋겠다. 코로나19로 러시아나 베트남 등이 곡물수출을 금지한 것에서도 확인했듯, 앞으로도 감염병으로 인해 식량위기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농업을 살리고 농촌을 살리며 자립·자급하는 일에 국가의 사활이 달린 것이다. 자립을 위한 생산기반 마련의 측면에서 농민기본소득운동은 꼭 필요하다. 이번에 전 국민이 경험한 재난기본소득으로 사회적 동의를 쉽게 얻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교육이나 서명·청원 운동 등을 통해 농민기본소득을 정착시키는 데 집중했으면 한다.

두 번째, 그 연장선상에서 귀농운동을 펼쳐야 한다. 도시의 높은 인구밀도는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확산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려운 도시를 벗어나는 탈도시운동, 우리 식량작급 기반을 늘리는 귀농귀촌운동을 전개하는 일은 앞으로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될 것이다. 부농의 헛꿈을 꾸게 만드는 관변 귀농교육이 아니라 교육과 계몽을 통해 지역의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방향을 한살림이 제시하면 어떨까. 지역에서 건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한살림 선배 생산자들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자산이다. 이들의 지원과 협력을 받으며 귀농귀촌운동과 농촌공동체운동을 전개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조합원 개개인과 한살림 매장에서 지산지소운동, 로컬푸드운동을 펼치고 한살림이 지역순환사회를 주도하는 일을 해보면 좋겠다.

세 번째는 공유경제운동이다. 이제껏 살아온 것처럼 자본과 물질에 의지하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사람과 관계에 의존하며 협력과 협동해가는 것밖에 없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마을 내에서 나누고 교환하고 공유하는 선물경제, 호혜경제의 작은 지역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매장이라는 공간 자원과 조합원이라는 인적 자원을 충분히 확보한 한살림이 소비주의를 뒤집는 이러한 실천에 적극 나서보자.

마지막은 마음살림운동이다. 한살림은 지난 6~7년간 마음살림위원회를 통해 운동과 수련,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해왔다. 이러한 격변의 시대를 위해 한살림이 앞서 준비해온 것이다. 한살림의 근본인 생명운동을 마음운동과 결합하여 새로운 행복운동으로 강화하는 데 나서야 한다. 지역에서 마음공부모임을 만들어 명상과 수련을 전개하고 이 모임이 공유운동과 마을공동체운동을 전개하는 단위 역할을 해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대안사회운동, 전환운동을 위해서는 한살림이 목표와 방향을 정해 전국적으로 진행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조합원의 자발적인 실천이 우선되어야 한다. 지혜로운 조합원 개개인이 전환을 위한 대안적 실험과 창조적인 모험을 펼치고, 개별 실천을 통해 검증된 결과가 한살림 전체로 확장되는 방식으로 진행되길 바란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전환을 위한 메시지이며, 다가올 기후변화를 위해 대비하라는 경고임을 환기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구체적으로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 이제는 ‘변화를 예측하기’보다 ‘변화를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하다. 한살림은 지금의 상황을 이미 경고해왔고, 준비해온 예언적 목소리였다. 이제 한살림이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유정길 | 불교환경연대 녹색불교연구소장, 전 한살림 마음살림위원

글을 쓴 유정길은 1990년 정토회 에코붓다에서 공동대표를 역임했습니다. 불교환경연대에서 불교운동과 환경운동을, 아프간에서 국제개발협력활동을, 평화재단에서 남북문제를, 귀농운동본부와 국민농업포럼에서 농민운동을 전개해왔습니다. 한살림선언에 깊이 공감하며 고양시에서 지역공동체를 위한 협동조합운동을 펼치고, 한살림모심과살림연구소와 한살림연수원 마음살림위원회에서 오랫동안 함께해온 조합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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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가 전세계를 멈춰 세웠다. 
WHO는 팬더믹을 선언했고, 전 세계가 국경을 막아섰고, 시민들은 집안에 감금당하였다. 
도시는 텅 비었고, 상점은 개점 휴업 상태이며, 학교는 개학을 계속 미루고 있다. 
공항 이용율이 평소의 1/10에 그치고 비행기는 하늘 대신 땅에 가득차 있다.

경제 상황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으며, 트럼프 정부는 미국민 모두에게 1천 달러를 2번씩 나눠주기로 결정하였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의 국가들은 혼돈 상태에 빠졌다. 병상과 의사가 부족하여 살아날 확률이 많은 경증 환자를 우선 돌보다보니 사망률이 치솟는다고 한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뒤 불과 3개월만에 전세계가 바이러스 공포에 뒤덮여 버렸다. 

인간세상이 멈춘 후 희망을 보았다. 우리는 분명히 확인하였다. 
인간 세상의 모든 것이 멈춰버린 지금 역설적으로 하늘과 땅, 물이 맑아지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대한민국, 이탈리아의 하늘이 파랗게 맑아졌고, 베네치아 운하에 물고기가 돌아오고, 사람이 사라진 해변에 80만 마리의 바다거북이 산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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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된 미국 플로리다의 주노해변에 바다거북 둥지가 증가했다.   

퓨마, 코요테, 리들리 바다거북, 듀공, 사슴, 염소떼, 야생 칠면조 등이 사람이 사라진 도시를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다. 자연의 복원력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엄청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코로나가 인간에게 자연의 위대한 생명력을 깨우쳐 주고 있다. 그동안 인간이 얼마나 다른 동물들의 삶을 위협하고, 행동반경을 제약해 왔는지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도 잠시뿐, 인간의 활동이 멈추면서 경제도 멈췄고, 대량의 실직자가 발생하였고, 그 피해는 지구촌의 가장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당장 굶어 죽게 생겼는데, 코로나 19가 문제냐! 
조금이라도 호전되는 기세가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경제활동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한가지 정확히 알려주고 있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사람이 먹고사는 문제를 함께 풀어가야 하고, 특히 취약계층의 경우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렇다고 다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야 하나? 
백신과 치료제가 발견되면 돌아가도 되는 것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바이러스는 전체 200만종의 1% 정도라고 한다. 
최근에만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2020년 코로나 19가 번창하였다. 
오랜 지구의 역사속에서 인간과 닿지 않은 오지에서 조용히 살아가던 바이러스가 인간의 무차별적인 자연파괴로 지구상에서 가장 개체수가 많은 인간을 숙주로 살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2005년 미 알래스카 영구동토층에 묻힌 여성 사체에서 스페인독감 바이러스가 발견되었고, 2016년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75년 전 탄저균에 감염된 동물사체가 외부에 그대로 노출돼 균이 퍼지면서 1명이 사망하고 순록 2천 마리 이상이 떼죽임 당했다”는 사실을 인용하며 YTN은 “코로나 19 사태가 일시적이길 바란다면 이산화탄소 줄이기는 절대 일시적이어선 안 됩니다.” 라고 보도하였다.  

“코로나 19는 생태위기 무시에 따른 자연의 대응이다”라는 교황의 말씀처럼, 기후위기, 6차 대멸종, 해양오염, 플라스틱 쓰레기, 초미세먼지, GMO, 유해 화학물질로 하늘과 땅, 물이 죽어가는 세상을 더 이상 두고 보아서는 안된다. 

이제 코로나 19 이전 그대로 돌아갈 수 도 없고, 돌아가서도 안된다. 2, 3년에 한번씩 코로나 19에 버금가는 바이러스들이 창궐한다면 어떻게 견딜 수 있겠는가? 

자연을 망가뜨리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화석연료를 태워서 성장하는 경제에서 탈출해야 한다. 지금이 좋은 기회일 수 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의 현대문명에서 땅과 지구, 사람을 돌보고 생명을 보장하는 경제체제로 대전환할 바로 그때이다.  

코로나로 미국에서 2200만명이 실직할 때 억만장자 8명은 1조 2300억원을 벌었다고 한다. 현재의 경제체계는 자연만을 착취하는 것은 아니다. 전세계 상위 10% 부의 7%만으로도 지구적 빈곤을 영원히 끝낼 수 있다고 한다. 대전환의 또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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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황호섭(한국DMZ평화생명동산 사무국장, 생태지평연구소 운영위원)
수, 2020/04/29-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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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을 대응하고 있는 지방정부의 소식을 비롯해 전문가와 현장 활동가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피해가 컸던 대구 지역에서 주거취약계층인 쪽방 거주민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사단법인 자원봉사능력개발원의 오현주 간사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인터뷰는 지난 5월 13일 화상회의를 통해 진행됐습니다.

▲ 쪽방촌 방역을 위해 나서는 오현주 간사의 모습.(사진 오른쪽) ⓒ오현주

집단감염 발발 당시, 불안이 가중되는 나날

Q. 코로나19로 인해 시민의 일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간사 님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나요.
평소 사무실을 버스로 출퇴근했는데요.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불특정 다수가 타는 버스를 타지 못하겠더라고요. 남편은 평소 아이를 유치원에 등원시키고 출근하는데, 유치원도 휴교령이 내리자 시댁에 아이를 맡기고 출퇴근 카풀을 시작했어요. 저뿐만 아니라 대구시민들 모두 일상이 뒤흔들리는 경험을 했을 거예요. 워킹맘인 저는 두 달여간 어머니께 돌봄을 부탁 드릴 수밖에 없었고, 관절 질환이 있는 시어머니는 병원 치료가 어려우셨을 거예요.

Q. 코로나19 초기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 발발 당시 지역사회 분위기는 어땠나요.
신천지교회가 코로나19 확산지로 밝혀지면서 현장도 바빠졌어요. 저희끼리 얘기로 대구 사람들은 세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라고 할 정도인데, 대규모 확진자들이 발생했으니 불안했죠. 비슷한 시기에 대구에서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청도 대남병원에서도 확진자들이 발생했고요. 무엇보다 이때 특정 종교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로 인해 서로서로 불신과 불안이 계속되는 나날을 보냈던 거 같아요.

Q. 사회복지사로서 업무나 역할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원래 쪽방생활인에 관한 연구조사나 상담, 행정지원, 후원물품 관리 관련 일을 해왔어요. 사무실에서는 팀장으로서 쪽방 생활하는 어르신 대상으로 하는 자조모임(공통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경험을 나누는 모임) 사업 진행을 맡았는데 코로나19 이후로는 사무실과 모임 모두 폐쇄됐죠.


▲ 후원물품 배분 및 포장 작업을 벌이는 모습 ⓒ오현주

Q.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요.
의료동행을 했던 쪽방생활인이 다니는 대구의료원이 코로나 거점병원으로 지정되자 의료동행을 하지 못하게 됐고, 저희 진료소와 중구 사무실도 폐쇄됐어요. 직원들도 사무실에서 전화상담을 하거나 찾아오는 주민에게는 건물 밖에서 응대할 수밖에 없었죠. 당장 시중에서 KF 마스크와 체온계를 구할 수도 없었고, 재고로 갖고 있던 마스크와 덴탈마스크로 코로나 키트를 만들어 보냈어요. 상황 결정이나 판단이 빨리 이뤄져서 저희 사회복지사들은 모두 눈코뜰 새 없이 바쁘게 두 달을 보냈어요. 한 명도 재택근무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돌아가면서 돌봄 휴가를 쓰거나 특별휴가를 쓰면서 버티고 버텼어요.

Q.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났지만, 그만큼 대구 지역을 향한 관심도 높았습니다.
기존엔 폭염이나 혹한처럼 특정 시기가 아닐 경우 물품 후원 위주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대전, 영주, 제주도, 서울 등 각지에서 대구로 보낸 후원물품이 폭풍처럼 밀려들었어요. 그중에서 주거 취약계층 지원을 하는 저희 상담소에도 하루가 다르게 많은 물량이 들어왔어요. 임시로 물류팀을 꾸릴 정도로요. 이 물품을 대구 전지역 쪽방 생활인에게 골고루 배분하려면 각 후원물품의 개수와 품목을 고려해 세트를 다시 만들어야 해서 마치 물류창고에서 일하듯이 매일 박스를 만들고, 물품 배분해 넣고, 포장하는 걸 반복하는 나날을 보냈습니다.


▲ 쪽방주거민에게 배분하는 후원물품이 한가득 쌓여있는 모습. ⓒ오현주

연구조사 및 상담 업무에서 쪽방촌 긴급 물품 지원으로

Q. 현재 대구시 쪽방 거주민의 분포는 어떻게 되나요.
쪽방은 주택은 아니지만, 주택 이하 수준의 거처 형태로 비주택거주지입니다. 현재 대구 지역에는 약 1,200개 쪽방이 있습니다. 동대구역이나 시외버스터미널, 시내 중심가 쪽에 쪽방촌이 밀집돼 있고, 거주민은 재개발로 인해 강제퇴거를 당했거나 여러 사정으로 인해 쪽방에 살고 계십니다.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쪽방 거주민은 765명으로 나타났는데 이 중 남성 90%, 여성 1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연령대는 50~60대이고, 절반 정도의 거주민이 국민기초생활수급을 받고 있고요.

Q. 코로나19 이후 쪽방촌에는 어떤 지원이 이뤄졌나요.
보건소에 쪽방촌 방역이 취약한데 해줄 수 있냐고 알아보니까 당장 확진 검사에도 인력이 부족해서 쪽방촌까지 신경쓰기 어렵다면서 확진자가 나오면 방역해주겠다는 답변을 듣고는 저희 기관에서 방역전문가를 데려와 직접 아저씨들과 방역복을 입고 쪽방촌을 누비며 소독을 했어요. 더불어 주1회 생계물품지원, 주3회 방역, 격주마다 도시락 및 밑반찬 지원이 계속 이뤄졌어요. 비대면 물품 지원을 위해 쪽방촌 건물 앞에 물품을 두고서 똑똑 노크하고서 바로 자리를 옮겼죠.

Q. 각지 지역사회의 물품 지원도 많았죠.
기존에는 폭염과 동절기 두 차례 후원물품을 요청했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새로운 후원처들이 연락을 많이 주셨어요. 연예인부터 지역 마을기업이나 시민단체, 협동조합, 4·16연대, 주한모로코대사관 등 다양했죠. 대개 2~4월은 상담소 보릿고개였거든요. 평소라면 겨우내 후원 물품도 다 떨어지고 비누 하나 칫솔 하나 밖에 드릴 수 있는 게 없었을 텐데, 코로나19에 따른 후원 물품이 계속 들어왔어요. 현재까지 쌀이나 라면 6만개, 쌀 6천kg, 마스크 2만 개, 손소독제 8천 개 등을 비롯해 김치, 영양제, 빵, 도시락, 노니 등 다양한 물품의 배분이 이번 주면 끝날 것 같습니다. 물품 지원뿐 아니라 코로나19사태를 계기로 대구시민센터를 통한 후원, 독립영화협회,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 전국각지 NGO단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Q. 후원 물품이 몰리면서 현장에서 체감한 지점이 있다면요.
후원 물품이 천 마스크처럼 한 종류로 쏠릴 땐 타 기관이나 지역의 작은 도서관에 나눔을 했어요. 즉석조리밥을 물품으로 많이 보내주셨는데, 쪽방의 특성상 대개 전자레인지가 없어서 먹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대구에 온 공중 보건의에게 컵밥과 컵라면 등을 나눴어요. 또 발달장애인분들이랑 같이 물품을 포장하면서 ‘사람들이 이렇게 연결되어 있구나’라고 많이 느꼈습니다. 혼자 사는 사회가 아니라 ‘우리가 누군가를 돌보면 남도 우리를 돌본다’라는 문구를 체감했어요. 몸으로 체감하는 부분은 육체노동의 고단함이었지만요.

코로나19, 사회적 돌봄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어

Q. 쪽방촌 거주민들은 코로나19 관련한 정보를 얻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 2G폰을 쓰시고, 데이터도 거의 쓰지 않으시거든요. 주변 지인으로부터 ‘카터라’ 소식을 접하거나 텔레비전을 통해 얻는 정보가 전부죠. 어떤 정보를 들어도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재난 긴급생계자금이 발표됐을 때, ‘중위소득 몇 퍼센트’라는 기준도 복잡했잖아요. 비수급자 쪽방촌 거주민인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지, 온누리상품권을 받는다면 어디에서 쓸 수 있는 건지 등을 묻는 분들이 많았는데 물품 지원할 때 여러 차례 안내하고 설명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Q. 쪽방상담소 활동으로 취약계층 사각지대 모니터링을 꾸준히 해오셨는데,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발견한 점이 있나요.
노숙인이나 쪽방촌에 관한 혐오감이 높다는 걸 다시 체감했어요. 대구에 쪽방 거주하는 분들은 정말 뉴스를 잘 듣고 외출을 자제했거든요. 쪽방 거주민 250여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와 긴급재난 관련해 전수조사했을 때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쪽으로 나타났습니다.(코로나19 빈곤층 생존권 보장 마련을 위한 토론회 자료집▶내려받기)

그런데 서울에서 노숙인일시보호시설에서 노숙인 입소를 거부하는 사태가 있었잖아요? 실제 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수칙은 더더욱 잘 지키는 모습을 봤는데 오히려 이런 기사가 노숙인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Q. 코로나19 사태가 현재 진행형이지만, 무엇을 남긴 것 같나요.
코로나19는 사회적 돌봄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 같아요. 쪽방 거주민이 감염됐다가 퇴원했을 땐 자가격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쪽방에서 지내는 게 정말 자가격리인지 등 돌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문제를 비롯해 사회 곳곳에서는 택배노동자의 사망과 같은 비정규직 문제들이 터져 나왔잖아요. 큰일이 생기면 약자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는 걸 다시금 보게 됐어요.

Q. 그럼에도 여전히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맞아요. 사회복지사보다 현장에서 드러나지 않으신 분들은 당사자(쪽방 거주민) 조합원분들의 힘이 컸어요. 열심히 물품을 포장해 놓으면 배달이랑 방역은 조합원분들이 도맡아 하셨거든요. 비대면으로 진행되었다고 해도 정말 힘든 하루하루였을 거예요. 어려운 상황은 인생에서 반드시 나쁘게만 작용하지 않잖아요. 가족들이랑 오랜만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사람들도 있고,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개발하기도 했잖아요. 활동가 분들도 세상이 암울하니까 자기 비하가 생길법한데, 코로나19로 인해 작은 변화도 생긴다는 걸 발견하는 것 같아요. 세상의 변화를 기대하며 오늘을 잘 살아내는 것이 지금 저희의 몫이 아닐까 싶습니다.

– 인터뷰 진행: 안영삼 미디어센터 센터장 [email protected]
– 인터뷰 정리: 방연주 미디어센터 연구원 [email protected]
– 사진: 오현주 간사

화, 2020/05/19-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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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 확산에 따른 격리 조치 이후 헝가리에서는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가정 폭력의 위험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정부령을 통해 보건 비상 사태라고 하더라도 가해자가 피해자와 거리를 두도록 경찰이 명령할 수 있게 하였으며 피해자들에게 대체 숙소를 제공하도록 하였다.

늦은 저녁 코로나19로 격리된 건물의 모습

늦은 저녁 코로나19로 격리된 건물의 모습

코로나19COVID-19 확산에 따른 격리 조치 이후 헝가리에서는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가정 폭력의 위험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정부령을 통해 보건 비상 사태라고 하더라도 가해자가 피해자와 거리를 두도록 경찰이 명령할 수 있게 하였으며 피해자들에게 대체 숙소를 제공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헝가리 의회는 여성 폭력에 반대하는 이스탄불 협약을 비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헝가리 정부가 “이스탄불 협약은 불법 이민을 돕는 것”이며 “위험한 성 이념을 제시”한다고 주장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헝가리는 2014년, ‘여성폭력과 가정폭력 예방 및 퇴치를 위한 유럽 평의회 협약’, 이른바 이스탄불 협약에 서명했지만 의회 비준을 거쳐 해당 협약을 국가 법에 포함하지는 못한 상태다. 헝가리 정부 역시 협약 비준을 요구하는 시민 사회의 압박을 무시하며 시민사회의 우려를 ‘정치적 칭얼대기political whining’라고 표현했다.

이번 의회의 결정에 대하여 국제 앰네스티 헝가리지부 처장 데이비드 비그David Vig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스탄불 협약을 비준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번 결정은 매우 위험한 결정이다. 이는 여성과 소녀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 뿐 아니라 가해자들에게 그들이 저지른 일로 기소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심지어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정부는 여성 폭력을 적절히 예방하고 방지하지 못했으며 조사 및 기소 역시 초라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여성과 소녀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 뿐 아니라
가해자들에게 그들이 저지른 일로 고소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데이비드 비그, 국제앰네스티 헝가리지부 처장

 

“’이스탄불 협약이 불법 이민을 돕는다.’, ‘위험한 성 이념을 제시한다.’라는 헝가리 정부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학대 속에 살아가는 여성과 소녀들의 비극적인 현실이 정부의 능력 부족에서 비롯되었음을 감추기 위한 시도일 뿐이다.

헝가리는 이 선언을 반드시 취소하고 이스탄불 협약을 조속히 비준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이들을 포함한 여성과 소녀들을 여성 폭력 및 가정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수, 2020/05/2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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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는 포스트 코로나(Post COVID-19) 시대를 앞두고 의료 리빙랩의 역할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유럽 전 지역의 400개가 넘는 리빙랩이 모인 국제적 연합체인 유럽리빙랩네트워크(European Network of Living Lab,이하 ENoLL)는 지난 4월부터 코로나19(COVID-19: Current actions preparing our digital societies for a post-COVID future)와 관련해 연속적으로 웨비나(자세히 보기)를 열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열린 웨비나에서는 ‘의료시스템을 혁신하는 지역사회: 코로나19에 대한 대응과 무엇이 남을 것인가(Communities innovating around the health system: the reaction to the COVID-19 emergency and what will remain)’라는 주제에 따라 세 명의 발제자들이 각 나라의 의료 시스템의 개선 필요성과 리빙랩을 통한 시민의 역할을 논했습니다.


https://enoll.org/covid19/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현재 많은 매체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변화하는 사회에 관한 경고와 준비된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리빙랩에서는 시민의 관심과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실질적으로 시민들이 느끼는 불편함과 수요를 탐색해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주체가 되는 것을 목표로 있는 만큼 이번 웨비나에서 소개된 의료 리빙랩 사례(스페인 갈리시아 의료리빙랩, 이탈리아 마드리드공과대학의 EIT 의료리빙랩, 호주 모던 에이징 글로벌센터)를 세 번에 걸쳐 연재합니다.

환자의 주체성에 기반한 갈리시아 의료 리빙랩(Galician Health Living Labs)

갈리시아 의료 리빙랩은 스페인 북서쪽에 위치하고, 7개 의료 영역, 14개 병원, 500여 개 주요 치료센터, 3만 6천 명의 의료 전문가와 연구원을 잇는 최초 네트워크 의료 리빙랩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접근성 △효율성 △혁신 △지속가능성 등 4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시민과 이해관계자를 연결하고 협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발제자인 호세 마리아 로메로(Galician Health Knowledge Agency ACIS – Galician Health Living Labs LABSAUDE)는 갈리시아 의료 리빙랩이 포스트 코로나를 대응하는 리빙랩의 청사진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혁신적인 솔루션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실, 공감각 가상공간, 케어가든, 공동작업 공간 등 다양하고, 필수적인 의료 장비와 기술을 제공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호세 마리아 로메로는 갈리시아 지역의 의료서비스의 경우 환경에 점차 적응하면서 서비스를 제공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적절한 의료 기반과 의료 전문가 간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공공영역에서는 쉽게 제공되지 않는 자원을 제공하는 등 지역 의료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첫째, 혁신적인 생태계(innovative ecosystem) 마련을 강조했습니다. 혁신적인 생태계는 비즈니스 확산의 기회와 사용자 중심의 혁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입니다. 현재 갈리시아 의료서비스와 그 외 이해관계자 간 공동작업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쿼드러플 헬릭스(산∙학∙연∙관 네 개 기관과 시민사회의 참여를 함께하는 긴밀한 협력을 목표로 하는 접근법: quadruple helix)’를 시행 중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환자 혹은 현장에서 현장의 최종 사용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삶의 질을 증진할 수 있습니다.

둘째, 기업의 혁신 네트워크 협업과 대응을 강조했습니다.

1) 65세 이상의 환자 혹은 만성질환 중장년층
65세 이상의 환자 혹은 만성질환 중장년층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이들이 의료서비스와 맺는 관계를 개선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50년 전체 인구 중 25%는 65세 이상이고, 이들 4명 중 1명은 만성질환에 시달린다고 예측됐습니다(the guardian 기사, 2018). 현재 고령화 이슈가 자주 제기되면서 이에 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2) 환자의 역량 증진
환자가 스스로 건강 및 의료에 관련한 지식을 습득하고, 자기 관리를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환자에게 주체성과 힘을 기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3)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ICT 기술을 활용해 원활하게 원격진료 및 원격치료를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경우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을 대비한 원격진료에 관한 법안이 마련돼있지 않으며 많은 의료진이 원격진료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The Conversation 기사, 2020). 특히 장애인, 노인 등 코로나19로 인해 이동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사회적으로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4) 로봇화와 가상현실
현재 환경에 맞춤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로봇화와 가상현실의 가능성을 실험해야 합니다. 팬데믹에 따른 사람과 사람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점점 로봇의 사용 영역(The NewyYork Times 기사, 2020)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5) 입원 환경과 영향력
병원에 머무는 환자들의 경험을 개선하고, 치료를 더 용이하게 만드는 프로젝트가 필요합니다. 입원(거주)환자는 병원 서비스의 최종 이용자이므로, 의료체계에서 발견되는 문제를 정의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선 이들의 경험과 참여는 필수적입니다.

6) 바이오 보안
동물이나 식물을 거친 질병의 확산을 막는 바이오보안을 비롯해 음식 등 다양한 영역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갈리시안 의료리빙랩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면서 각 주체들의 혁신적인 대안을 실험하고 검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자원을 연결하는 데 열려있으며 최종 이용자인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뿐 아니라 더 나은 의료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19로 고통을 겪고 있는 노년층의 욕구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혁신적인 대안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참고자료
ENoLL Webinar Series “Let us Tackle the COVID Together” https://enoll.org/covid19/

– 글: 정보라 경영지원실 연구원 [email protected]

목, 2020/06/18-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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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7~8월을 새 보기 안 좋은 계절이라고 한다. 일단 사람이 덥고, 갯벌을 뒤덮는 도요물떼새들도 본격적으로 남하하기 직전인데다, 녹음의 절정에 오른 숲에서는 번식을 마쳤거나 번식 중인 새들의 기막힌 은폐술 때문에 새를 찾기가 쉽지 않다. 얼마 전, 새도 없고, 보기도 쉽지 않은, 하필 이 시기에 탐조대회를 했다. 꽃 피고 새 우는 5월에 진행하려던 강화비비알이 코로나에 밀려 표류하다가, 이대로 넘어가기에 아쉬워 ‘비비알 외전(外典)’ 형식으로 치른 것이다. 이름하여 ‘2020코로나19비비알’. 

코로나 때문에 한자리에 모여서 하는 대회가 불가능하다면, 모이지 말고 자기 동네에서 탐조하자는 것이었다. 비비알 때문에 만난 인연으로 SNS를 이용한 소통공간이 있는 데다, 탐조 기록은 ‘갯벌키퍼스’라는 모니터링 플랫폼을 활용해 왔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었다. 

물론 문제 제기도 있었다. 한두 달만 지나면 더 많은 새들을 볼 수 있는데 왜 좋은 시기 다 놔두고 하필 이 시기냐는 것이다. 그런데 버드워처(Bird Watcher)들에게 ‘새 보는 때’와 ‘장소’가 따로 있지 않다. 수시로 보고, 수시로 찾아 나선다. 많이 볼 수 있으면 많이 보는 대로,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은 대로 탐조를 즐긴다. 저어새는 저어새대로, 참새는 참새대로, 귀한 새, 흔한 새가 따로 없다. 우리는 새를 통해 미적 쾌감을 얻고, 자연의 신비로움과 생명에 대한 존중을 배운다. 탐조대회의 목적이 반드시 ‘많은 새를 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시기, 어떤 종류이든 새들을 찾아나서는 것은 그 자체로 즐거움이고 자연과 동화되는 희열을 준다. 함께 새를 관찰하고, 그 경이로운 기억을 함께 즐기고 공유하는 것, 그것이 우리 탐조대회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누구는 대회 이름에 굳이 코로나를 붙여야 하느냐고 했다. 많은 사람을 공포에 빠뜨린 부정적인 이름을 좋은 대회 이름에 붙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모두가 움츠리고 갇혀 지내는 시기에, 그럼에도 우린 새로운 방식으로 함께 즐기며 나눌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더불어 코로나는 ‘악’의 대명사가 아니라 ‘성찰’의 아이콘이라고 생각했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사람들은 코로나로 인해 그간의 생활방식을 돌아봐야 했고, 적지 않은 부분을 버리거나 바꾸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했고 이번 코로나비비알도 그 하나였다고 본다.

또 어떤 이는 공정한 대회와 심사가 가능하겠냐고 물었다. 나쁜 맘을 먹고 대회 기간 외에 촬영했던 사진을 업-로드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우려였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사진의 메타데이터나 EXIF 정보마저 쉽게 수정할 수 있는 마당에, 탐조대회의 공정성은 데이터의 진실성보다 참가자들의 진실성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들은 기록을 가지고 평가하는 외국의 탐조대회에 비춰볼 때, 새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대회에서 경쟁과 공정은 상호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들이 심사위원을 맡고 있기에 심사의 공정성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상 유래가 없이 길고 난폭한 장마가 이어졌고, 한 차례 연기한 끝에 지난 8월1일~2일 이틀간 탐조대회가 열렸다. 강화를 비롯해 서울, 경기, 경북, 전북 등 각지에서 16개 팀 80여 명(폭우로 포기한 7개 팀 40여 명 제외)이 참가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탐조를 이어가는 ‘투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날씨를 검색해 비가 오지 않는 지역을 찾아다니며 탐조를 이어간 팀도 있었다. 오히려 ‘우중탐조’가 특별한 경험이었다는 소감도 이어졌다.
어려운 조건이었지만,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봤던 대회였다. 밴드의 라이브방송을 이용해 심사위원장의 인사말과 함께 개막식을 진행했고, 참가팀들의 짬짬이 라이브방송도 이어졌다. 참가자들이 자기 지역을 소개하고 인사를 나누는 라이브방송은 참신하고 재미있는 시도였다는 평가다. 물론 기술적으로 제한적이어서 보강해야 할 점도 많지만, 이후 공식 비비알을 진행하더라도 참가자들이 서로 교류하고 탐조 정보를 공유하는 장으로 응용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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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 물이 불어나자 새벽에 텐트를 철거, 비가 오지 않는 지역으로 이동해야 했던 ‘강화도로가오리(경북)’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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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덕. 열심히 새를 찾고 있는 참가자.

모니터링 플랫폼인 갯벌키퍼스도 진가를 발휘했다. 갯벌키퍼스는 생태지평이 ‘2016년 구글임팩트챌린지코리아(Google Impact Challenge Korea)’에서 우승해 제작한 시민모니터링 플랫폼이다. PC는 물론 스마트폰을 이용해 현장에서 직접 기록할 수 있도록 만든 갯벌키퍼스는, 표준화된 모니터링 항목들이 탑재되어 있어 관찰자들은 잘 찾고, 찾은 내용을 제대로 기록하기만 하면 된다. GPS수신기가 있는 카메라나 스마트폰으로 찍은 경우에는 자동으로 관찰 장소의 좌표와 날짜가 기록되니 데이터의 기록, 관리도 무척 쉽다. 물론 멀리 있는 새를 관찰한 경우에는 새의 위치와 촬영자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다시 세부적인 위치 정보를 조정해야 한다. 갯벌키퍼스의 가장 탁월한 점은 자유로운 개인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유의미한 과학적 데이터로 집적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소수 전문가들에게 독점되어 온 과학적 모니터링의 지평을 일반 시민들에게 확장시켜 준 것이 갯벌키퍼스다. 그런 점에서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개념인 ‘시민과학’의 대중화를 위한 일상적, 기술적 토대를 제공한 좋은 프로그램이다.


우여곡절 끝에 코로나비비알은 잘 끝났다. 계절도 계절인데다 폭우라는 악재까지 더해져 한 50여 종 보면 많이 보겠거니 했는데, 결과는 의외였다. 무려 103종. 2019년 5월에 열렸던 2019’강화비비알의 전체 기록 종수가 116종인 것에 비춰볼 때 놀라운 기록이다. 계절이나 상황과 무관하게 우리 주변에는 항상 많은 새가 존재한다는 것과 함께 4년째 접어들면서 비비알 참가자들의 스킬이 늘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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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키퍼스로 기록한 코로나비비알의 탐조 기록. 충청, 전남, 경남권이 빠져 있는 것이 가장 아쉬운 점 중 하나다.

주춤하던 코로나가 다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일부 집단의 광기 때문이든, 오랜 스트레스로 인한 방심 때문이든,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번지는 코로나 소식은  사람들을 좌절시키고 있다. 
“페스트는 얼핏 보면 시민들에게 연대의식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동시에 전통적 군집 관계를 파괴하고 사람들을 저마다 고독에 잠기게 했다. 이로 인해 혼란이 초래되었다.(페스트, 알베르 까뮈)”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던 페스트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자 사람들은 환호했지만, 까뮈는 그것이 착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팬데믹이 만들어낸 혼란의 원인이 질병 자체라기보다는 공동체와 연대의식의 파괴에 있다고 보았다. 지금 나타나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까뮈의 진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공동체의 개념이 인간 사이를 넘어, 인간과 비인간, 인간사회와 자연계 사이의 개념으로 진화할 때, 연대의 개념 역시 그러한 개념으로 확장될 때, 팬데믹의 혼란과 공포는 근본적으로 사라지지 않을까. 강화비비알이 그 작은 발걸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너무 거창한 망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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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여상경  생태교육허브물새알 협동조합 관리자



강화로 흘러들어와서 어쩌다 새를 보기 시작, 덕분에 심심치 않게 시간 보내며 남은 여생을 준비하고 있는...

화, 2020/08/2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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