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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자율규제를 허(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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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자율규제를 허(許)하라

admin | 화, 2020/06/16- 17:38

글 |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픈넷 이사장)

일제강점기 일본 조선총독부는 시국 불안정 등을 이유로 조선에 댄스홀을 허가하지 않았다. 1937년 잡지 삼천리에 실린 한 레코드 회사 소속 여성들의 ‘경성에 딴스홀을 허(許)하라’라는 제목의 기고는 조선총독부에 대한 탄원서 형식의 글이지만, 조선의 제도적 자유를 얻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도시에는 있는 댄스홀을 유독 조선에만 허가하지 않는 것을 통탄하며 댄스홀에서 춤을 추게 해달라고 청원하는 것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상품 등의 정보제공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한 바 있다.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확률형 상품 판매 시 사업자가 공급 가능한 재화 등의 종류와 종류별 공급 확률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도록 하는 의무를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것이다. 여기의 확률형 상품에는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도 포함된다는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본입장이자 입법의도이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의 개정안은 매우 잘못된 정부규제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첫째,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는 개정안보다 매우 높은 수준의 확률정보 공개 자율규제가 이미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는 2015년 한국게임산업협회 주도 확률형 아이템 확률정보 공개 시작부터, 2018년 확률정보 공개대상 범위 확대 및 개별 아이템 확률정보 공개로의 일원화, 2018년 게임자율규제기구인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의 출범을 거치면서 발전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게임 분야에서의 자율규제를 정부규제로 전환하는 것은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제공되는 게임서비스에서 정부규제는 결코 만능이 아니고, 과거처럼 정부규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생각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둘째, 공정거래위원회의 개정안이 시행되는 순간부터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수준은 떨어져서,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유도한다는 명분에 반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해 높은 수준의 자율규제와 낮은 수준의 정부규제가 동시에 공존하는 경우, 전체적인 규제수준은 당연히 떨어진다. 수범자인 사업자 입장에서는 공권력에 의한 제재가 적용되는 정부규제만 준수하면 되지, 비용도 많이 드는 높은 수준의 자율규제까지 준수할 필요성이나 유인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율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영역에는 정부규제가 끼어들면 안된다. 사회적 요구에 비해 자율규제 수준이 낮은 경우에만 정부규제의 명분과 실효성이 생긴다.

셋째, 공정거래위원회의 개정안으로는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게임자율규제기구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서 그 준수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일정한 규제가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규제의 준수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위반자를 적발해서 제재를 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니터링기구, 위반 여부 심의를 위한 인적ㆍ물적 자원이 상당히 소요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정안의 준수 여부를 어떻게 모니터링하고 어떠한 세부기준을 갖고 위반 여부를 심의할지 등에 대한 계획을 들어본 바가 없다.

넷째, 자율규제도 ‘규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부규제의 정당성 및 실효성 문제를 해소해 줄 수 있는 대체재 혹은 보완재 역할을 한다. 이러한 자율규제의 의미와 필요성을 정부가 먼저 나서서 부정하고, 이미 작동하고 있는 자율규제의 싹을 뿌리째 없애는 것은 오늘날의 스마트 시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구태의연한 모습이다. 아니면 최소한 자율규제에 대한 이해가 일천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국내 서버를 두지 않은 해외 사업자들의 경우에는, 정부규제도 속수무책이다. 오히려 의도치 않게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만 발생시킨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게임 규제는 산업계의 자율규제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지 않았는가. 국회 입법조사처의 보고서에서도 게임 자율규제의 확대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산업계는 갈수록 스마트해지는데, 정부는 산업계의 흐름을 제대로 따라 가지 못하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개정안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 “게임 자율규제를 허(許)하라!

이 글은 아시아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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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비나] 여성의 SRHR(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과 정보접근권

2021년 4월 27일(화) 16시 – 18시 (RSVP only)

주최: 사단법인 오픈넷, 진보네트워크센터

<기획취지> 

지난 2019년 3월 1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위민 온 웹의 접속을 차단했다. 위민 온 웹은 여성의 재생산권과 관련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홈페이지이다. 그러나 방심위는 해당 웹사이트에서 ‘의약품 구매’ 행위가 벌어진다고 판단해 차단했다. 심의 과정에서 여성의 알 권리는 논의되지 않았고, 해당 웹사이트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논의되지 않았다. 

사회적 맥락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사이트를 차단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이와 같은 행위는 다양한 문제와 사회적 갈등을 초래했다. 특히 위민 온 웹과 같은 해외 사이트의 경우 심의 과정에서 특정 사이트에 대한 차단의 필요성과 적정성을 따져야 하고, 그 결과 차단이 이루어졌다면 해당 사이트 운영자에게 이를 정확히 알릴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심위는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히 2019년 도입된 SNI 차단 기술은 특정 url 차단이 아닌 홈페이지 전체를 차단하고 차단사실을 이용자가 제대로 인지할 수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더욱 문제적이다. 

‘낙태죄’가 폐지된 후 임신중단과 관련한 적절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현재의 시점에서 여성들이 풍부하게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사이트를 차단한 것은 바로 지금 도움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여성의 현실을 방관하는 일이기에 긴급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에 우리는 위민 온 웹 차단으로 침해된 여성의 알권리와 현재 한국 여성이 마주하고 있는 성과 재생산권의 현실을 짚어보고 방심위의 일방적인 사이트 차단 행위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프로그램>

사회: 오경미(오픈넷 연구원)

  1.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이트 차단의 근원적인 문제와 해결책 | 미루(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2. 성과 재생산권의 전반적인 현실과 정보접근권의 중요성 | 류민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3. ‘낙태죄’ 폐지 후의 제도 공백과 위민 온 웹 사이트 차단의 문제점 | 윤정원(성적재생산 권리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기획운영위원)

토론:
박경신(사단법인 오픈넷 이사/고려대 교수)
이주영(서울대 인권센터 전문위원)
김새롬(시민건강연구소 젠더와건강연구센터장)

  • 본 행사는 줌(Zoom)으로 진행되며, 참가신청을 하신 분만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참가신청을 하신 분들께 행사 전 이메일로 웨비나 입장 링크를 보내드립니다.
  • 참석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주시고 신청하신 분은 꼭 참석해주시기 바랍니다. 참가신청 후 참석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사전에 참석을 취소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본 행사는 유튜브 오픈넷 채널을 통해 실시간 중계됩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수, 2021/04/2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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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 긴급기자회견 

쿠데타 주역 참석하는 아세안 정상회의 규탄한다

아세안은 미얀마 시민의 편에서 사태 해결에 나서라 

일시·장소 : 4. 22. (목) 오전 11시, 주한 인도네시아대사관 앞

취지와 목적

지난 2월 1일, 쿠데타 이후 미얀마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군부의 폭력적인 유혈 진압에도 미얀마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외치며 목숨을 걸고 시민불복종 운동(CDM)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난 4월 19일까지 군·경의 폭력으로 인한 사망자만 738명에 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얀마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4월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예정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특별 정상회담에 온라인으로 참석할 예정입니다.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하고 있는 최고책임자가 국제사회에서 국가수반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에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은 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오는 4월 22일(목) 오전 11시, 주한인도네시아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아세안이 미얀마 시민들의 편에서 군부 쿠데타 문제에 개입할 것을 촉구할 예정입니다. 기자회견 이후 한국의 331개 단체가 연명한 공개서한을 아세안 회원국의 주한 대사관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개요

제목 :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 긴급 기자회견 <쿠데타 주역 참석하는 아세안 정상회의 규탄한다, 아세안은 미얀마 시민의 편에서 사태 해결에 나서라> 

일시·장소 : 2021년 4월 22일 (목) 오전 11시, 주한 인도네시아대사관 앞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방로 380) 

주최 :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

<프로그램> 

  •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희생된 미얀마 시민들을 위한 추모
  • 쿠데타 주역의 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 규탄 발언
  • 미얀마 시민들의 희생과 저항에 대한 연대 발언
  •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보내는 공개서한 낭독
  •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 및 주한 아세안 회원국 대사관에 공개서한 전달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수, 2021/04/21-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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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오픈넷은 2021. 4. 21. 형법상 모욕죄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최강욱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 2109360)에 대한 찬성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의견서

본 개정안은 형법상 ‘모욕죄(제311조)’를 삭제하는 내용임.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에서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단순히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말함. 그러나 구체적인 사실이 아닌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경멸적 감정 표현’이란 기준은 지나치게 포괄적, 추상적, 불명확한 개념으로, 판단자의 주관에 따라 범죄의 성부가 달라질 수 있어 헌법상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높음. 모욕죄 판례들을 보아도 단순한 욕설은 물론이고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 감정 표명에 대해서도 모욕죄를 인정한 사례가 많으며, 분명한 기준이나 일관성을 찾기가 어려움. 최근 헌재의 결정 중 3인의 반대의견에서도, “모욕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상대방의 인격을 허물어뜨릴 정도로 모멸감을 주는 혐오스러운 욕설 외에도 타인에 대한 비판, 풍자·해학을 담은 문학적 표현, 인터넷상 널리 쓰이는 다소 거친 신조어 등도 모욕죄로 처벌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음.

특정 개인에 대하여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여 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부정적인 감정이나 의견을 표현하는 행위가 국가 형벌권의 개입이 필요할만큼 중대한 해악이나 권리 침해가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려움. 또한 단순히 타인을 욕하는 경미하고 일상적인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는 모욕죄는 다수의 국민들을 피의자, 범죄자로 낙인찍을 수 있는 법으로, 국민의 법 감정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높음. 헌재 결정의 반대의견에서도, “국가형벌권의 행사는 국가권력행사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고 대상자에게는 가혹한 강제력에 해당하므로 그 행사는 최소한의 행위에 국한되어야 한다. 단순한 모욕행위에 대하여는 시민사회의 자기 교정기능에 맡기거나 민사적 책임을 지우는 것으로 규제할 수 있다”고 설시한 바 있음.

한편, 단순한 모욕적·비하적 표현일지라도 사안에 대한 거친 분노나 반대의 의사를 함축하고 있어 민주사회에서 일정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하여야 함. 헌재의 반대의견에서는 “모욕죄의 형사처벌은 다양한 의견 간의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을 통하여 사회공동체의 문제를 제기하고 건전하게 해소할 가능성을 제한한다… 뿐만 아니라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현대민주주의 사회에서 모욕이라는 광범위한 개념을 잣대로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으로도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지적된바 있음. 즉, 모욕죄는 그 추상성, 포괄성을 이용하여 공인이나 기업이 고소를 남발하여 그들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위축시키는 데에 남용될 위험이 큼. 실제로 국회의원이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공인 등이 자신들의 기사에 비판적 댓글을 단 네티즌을 무더기로 고소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로 발견되고 있음.

2011년 UN 인권위원회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일반논평 34호에서 사실적 주장이 아닌 단순한 견해나 감정표현에 대한 형사처벌은 폐지할 것을 규약 당사국들에게 권고함. 이러한 국제인권기준과 헌법원칙을 고려하여 모욕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본 개정안에 찬성함.

목, 2021/04/2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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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8일 경찰은 대통령의 백신 바꿔치기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게시한 누리꾼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한 후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 “캡 열린 주사기로 주사약 뽑고 칸막이 뒤로 가더니 캡이 닫혀 있는 주사기가 나오노”라는 내용 등으로 ‘대통령 부부가 백신 접종 시 주사기를 바꿔치기했다’는 취지로 올라온 게시글들에 대해 질병관리청이 허위사실 유포로 공무집행을 방해하였다며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 역시 종로구 보건소에 백신과 관련한 항의전화와 백신 접종 취소 사례가 잇따르는 등 보건소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보아 입건했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이 공무와 관련하여 의혹을 제기하는 표현행위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함부로 적용하여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국가가 형벌권을 이용하여 정부 비판적 여론을 위축시키려는 반민주적 행태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경찰이 백신 관련 의혹제기글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등을 이유로 하여 진행중인 수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위계’란 그 상대방에게 오인이나 착각 등을 일으켜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 등 상대방이 직접 이러한 오인이나 착각을 일으켜 이에 따라 잘못된 행위나 처분을 하여야 성립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무를 집행하는 보건소 직원 등에 대한 위계가 없고, 이들의 오인이나 착각 및 이에 따른 잘못된 처분의 결과도 없는 이 사건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한 법적용이자 수사권의 남용이다.  더군다나 백신의 효과 자체에 대한 허위사실이 아닌 백신 바꿔치기 의혹을 제기한 표현만으로 국민의 백신 거부나 방역공무의 현저한 방해로 이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것이 무리한 법적용일 가능성을 경찰 측도 의식한 것인지, 의료진 등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가 있는지도 검토하겠다고 하였는데, 이 역시 투망식으로 혐의를 상정하고 일단 수사를 진행시켜 관련 행위를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의심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경찰은 ‘올린 글의 표현 내용이 단정적이고 악의적인 부분이 있는 데다, 명확한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 없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하면서, 관련 보도를 한 방송사 2곳 영상물 등을 분석한 결과 당시 의료진 판단에 따라 오염 가능성에 대비해 ‘주사기 리캡(뚜껑 다시 씌우기)’을 한 것으로 확인했고, 또 방송 영상에서 당시 실제 백신 주사량, 간호사가 냉장고에서 백신을 꺼낼 때 빨간색 계열 보호 캡이 있었던 점 등을 들어 화이자 등 다른 백신과 바꿔치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반 국민에게 이렇듯 경찰 수준의 면밀한 사실관계 확인 의무를 요구할 수는 없으며, 일반인으로서는 주사기 리캡 이미지만으로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의혹이라 할 수 있는데, 국가가 이렇듯 의혹을 제기하는 국민에게 사실확인이 없이 단정했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악의’를 덮어씌워 형사처벌의 위협을 주어서는 안 된다. 방역당국은 위와 같이 확인된 구체적인 정황을 국민에게 차분히 공표함으로써 불필요한 의혹을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성숙한 민주정부의 모습이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모든 공무에 대한 의혹제기를 공무의 원활한 집행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공무집행방해죄, 업무방해죄 등의 혐의를 씌우거나, 정부 인사의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고발, 수사한다면 국민이 정부의 공무 집행이나 국정 운영을 감시하고 비판할 표현의 자유는 크게 위축되고 억압될 것이다. 세월호 침몰과 관련하여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시 업무수행을 제대로 하지 않고 시술을 받고 있었다는 의혹 제기, 해경이 구조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 당시 국정원이 세월호의 관리책임이 있어 이를 축소·은폐하려 하였다는 주장, 유병언 회장의 시신 사진을 기초로 각종 의혹을 제기했던 글들, 천안함 피로파괴설이나 사드(THAAD)의 유해성을 과장했던 글들 모두 시각에 따라서는 정부의 공무나 공익을 해하는 ‘가짜뉴스’로 단죄될 수도 있는 표현물들이지만, 이러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환경 속에서 진실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시스템을 보강, 발전시키는 기회가 마련되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방역 정책의 원활한 진행을 저해할 수 있는 허위정보나 국민의 반응에 대응할 필요성은 있다. 그러나 이는 질병관리청 등 방역당국이 정부가 가진 막강한 미디어 자원을 활용하여 진실한 정보를 국민에게 더욱 널리 유통시켜 허위정보를 바로잡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방역당국과 경찰이 국민의 방역, 백신에 대한 의혹 제기에 대하여 형사처벌의 위협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방식의 대응을 중단하길 바란다. 

2021년 4월 22일

사단법인 오픈넷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금, 2021/04/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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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오픈넷은 워마드 운영자를 부당한 형사처벌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워마드 지켜주기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8년 부산시경찰청은 워마드에 올라온 남자 목욕탕 몰카 사진 게시물이 문제되자, 워마드 운영자를 아동음란물 유포죄, 음란물 유포죄, 명예훼손죄 “방조”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사하려 했습니다. 오픈넷은 이러한 경찰의 시도가 국제인권기준에 어긋난다고 비판하고, 워마드 운영자의 동의를 얻어 2019년 10월 28일 “워마드 지켜주기”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오픈넷은 캠페인의 일환으로 서명운동과 소송기금 모금을 성공적으로 진행했으며, 모금액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해 경찰청 출석시 동석하고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워마드 운영자에게 법률지원을 제공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경기도남부경찰청에서도 남성 성기 사진 게시물을 이유로 워마드 운영자를 음란물유포죄 방조 혐의로 입건했음이 밝혀졌고, 이 사건에 대해서도 법률지원을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과 4월에 경기남부경찰청과 부산경찰청은 각 사건에 대해 불송치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로서 워마드 운영자는 형사처벌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워마드는 다양한 사람들이 익명으로 ‘미러링’ 전략에 입각하여 자신들의 의견을 올리는 급진적 페미니즘 성향의 웹사이트이며, 워마드 운영자는 이 글들을 방문자들이 볼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유지보수함으로써 공론의 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정보를 직접 제공하지 않고 제3자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제공하는 자를 강학상 ‘정보매개자(digital intermediary)’라고 부르며,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중 “정보의 제공을 매개하는 자”가 이에 해당됩니다. 이러한 정보매개자에는 워마드처럼 커뮤니티형 웹사이트뿐만 아니라 네이버, 다음, 구글, 유튜브,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과 같은 포털, 검색엔진, SNS, 메신저 등이 다 포함됩니다.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들이 무궁무진한 양과 내용의 정보를 유통시킬 수 있는 인터넷의 특성상, 합법정보뿐만 아니라 불법정보도 유통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불법정보를 직접 유통한 자가 아닌 정보매개자에게 정보가 유통되는 장을 마련했다는 이유로 불법정보에 대한 책임을 지운다면, 정보매개자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모든 게시글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검토하고 불법성을 판단하여 신속히 차단·삭제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기술적으로 불가능하며, 설사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정보매개자가 과도한 사적 검열을 행하여 합법적인 게시물도 삭제하거나 게시물을 올리기 전에 허가를 받도록 하는 사전허가제로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인터넷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됩니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정보매개자책임제한(intermediary liability safe harbor) 원칙 즉, 정보매개자에게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이용자들이 올린 불법게시물에 대해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는 마닐라 원칙을 확립한 바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인터넷 게시물 규제는 유례 없이 촘촘하고 과도한데, 이와 같은 강력한 규제는 튼실한 자본을 가진 거대 플랫폼보다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들이 주류 이데올로기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소규모의 자본으로 힘겹게 운영하고 있는 워마드와 같은 웹사이트나 플랫폼에 더욱 치명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매개자책임제한 원칙이 준수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워마드 운영자는  불법게시물을 인지하면 삭제해왔고, 인지하지 못한 불법게시물에 대해서는 삭제요청이 들어오면 성실하게 삭제해 왔습니다. 따라서 운영자는 책임이 없으며, 이번 부산경찰청과 경기남부경찰청의 불송치 처분은 실무 차원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고 있음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이번 경찰의 결정은 환영하지만, 이용자가 올린 게시물의 불법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정보매개자가 매번 수사대상이 되어 형사처벌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보매개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공론의 장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면서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있는 정보는 차단·삭제할 것이고 이러한 관리가 현실적·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소규모 커뮤니티나 플랫폼은 결국 문을 닫아야 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공론의 장은 협소해지고 이로 인해 인터넷 이용자들, 특히 사회적 소수자들의 표현의 자유는 심각하게 위축될 것입니다. 따라서 수사기관은 불법게시물을 올린 이용자에 대한 수사를 넘어 운영자를 방조 등의 혐의로 입건하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 하며, 워마드 사건이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랍니다.

오픈넷은 자유, 공유, 개방의 인터넷을 지키기 위해 국제인권기준인 정보매개자책임제한 제도가 확립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워마드 지켜주기 캠페인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부산경찰청 변호인 의견서는 정보매개자책임제한과 관련 없는 쟁점이 많아 공개하지 않기로 합니다.

2021년 4월 29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캠페인] 워마드 지켜주기 캠페인
[세미나] 성평등사회와 정보매개자책임제한 제도 확립을 위한 세미나 (202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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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워마드 운영자에 대한 방조범 수사는 무리수이며 이용자 표현의 자유 위축 (2018.08.10.)
목, 2021/04/29-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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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과방위 법안소위’)는 2021. 4. 27. 회의에서 이른바 ‘인터넷 준실명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박대출 의원안)을 의결했다. 본 개정안은 일일 평균 이용자수가 10만명 이상이면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게시물이나 댓글을 올리는 이용자의 아이디를 공개할 법적 의무를 부여하고 미이행시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본 개정안은 이미 헌법재판소가 인터넷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의 침해를 이유로 위헌결정을 내린 ‘인터넷 실명제’를 부활시키는 내용과 다름없으며, 이러한 위헌적 법안을 의결한 국회 과방위 법안소위를 강력히 규탄한다. 

이 법안은 악성댓글로 인한 피해를 법 개정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그 전제부터 잘못된 것이다. 어디까지 악성 댓글로 볼 것인지도 모호할 뿐만 아니라, 특정인의 극단적인 선택과 악성 댓글의 인과관계 역시 명확하지 않다. 위헌으로 결정난 인터넷 실명제의 도입 취지도 악성 댓글을 막기 위함이었지만, 헌법재판소는 “명예훼손, 모욕, 비방의 정보의 게시가 표현의 자유의 사전 제한을 정당화할 정도로 의미 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2. 8. 23. 결정, 2010헌마47). 또한 명예훼손 등 불법적인 표현에 대해서는 이미 민형사상 구제 수단이 존재하고 오히려 그 남용이 문제로 지적될 정도다.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위헌으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다른 덜 침해적인 구제수단이 존재한다는 것인데, 이 법안은 이러한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무시하고 있다. 

대표발의자인 박대출 의원은 이용자의 ‘실명’이 공개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가 공개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헌결정이 된 실명제와는 다르고 준실명제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헌인 실명제는 ‘본인확인제’를 의미하고, 실명이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것뿐만이 아니라, 인터넷 서비스 이용시 이용자가 본인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제도, 이로써 익명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제한되는 모든 제도를 의미한다.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한 인터넷 실명제 역시 게시자 신원정보의 ‘대외적 공개’ 여부와는 무관하게,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이 게시판 이용자가 정보를 게시하는 경우 본인확인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만을 의무화하고 있던 제도이고, 이런 조치를 의무화하는 것만으로 익명표현의 자유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제도라고 선언된 것이다. 본 개정안에서 공개 의무가 있는 ‘아이디’란 ‘정보통신망의 정당한 이용자임을 알아보기 위한 이용자 식별부호’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정당한 이용자임을 식별한다는 의미가 본인확인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는 위헌 결정을 받은 인터넷 실명제(본인확인제)를 사실상 부활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 만일 본인확인을 의무화하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특정 이용자의 아이디는 해당 이용자의 온라인 행적 및 개인정보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의 신원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아이디 공개의 의무화는 아이디의 부여 및 이를 위한 신원정보의 제공, 수집의 의무화를 의미하고, 이는 곧 위헌인 본인확인제, 실명제를 강제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 인터넷은 휴대폰 실명제, 본인확인기관 제도, 청소년 보호를 위한 각종 본인확인제 등의 존재로 사실상 실명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표현주체가 자신의 신원을 누구에게도 밝히지 아니한 채 익명으로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익명표현의 자유’는 외부의 명시적ㆍ묵시적 압력에 굴복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전파하여 국가권력이나 사회의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정치적ㆍ사회적 약자의 의사 역시 사회에 반영될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중요한 기본권이다. 그러나 실명제는 인터넷 이용자가 본인 확인을 위하여 자신의 신원정보를 직·간접적으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밝히지 않을 수 없도록 함으로써 익명표현의 자유를 필연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최근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 위헌결정(헌법재판소 2021. 1. 28. 결정, 2020헌마406등)에서 ‘인터넷 실명제’의 위헌성을 재확인하며 설시했듯, 본인확인제 등으로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일반 국민으로 하여금 정치적 보복의 우려 등으로 자기 검열 아래 비판적 표현을 자제하게 만들고, 이는 곧 인터넷이 형성한 사상의 자유시장에서의 다양한 의견 교환을 억제하고 국민의 의사표현 자체를 위축시키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방해한다. 

전문위원회의 검토보고서와 이에 담긴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정부부처의 의견 역시 이러한 위헌성을 지적하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있음에도, 과방위 법안소위는 이를 무시한 채 위헌의 우려가 있는 법안을 무리하게 의결했다. 과방위를 비롯한 국회가 위헌적인 인터넷 실명제 부활 시도를 중단하고 위헌적인 법안을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 

2021년 4월 29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회, 사단법인 오픈넷,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목, 2021/04/29-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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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의원은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가 검색 또는 이용자성향분석에 따라 기사링크를 배치하는 행위에 대해서 대가를 지급하도록 하는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입법취지는 구글, 페이스북, MS에게 ‘뉴스사용료’를 지급하도록 하여 언론사들의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인터넷이 대폭 확장시킨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의 근간이 되는 검색 등 알고리즘을 위축시켜 인터넷 생태계는 물론 언론 생태계까지 위협할 것이다. 

우선 ‘뉴스사용료’라는 개념 자체가 인터넷 생태계에 반한다. 저작물의 온라인상의 위치, 즉 URL 또는 IP주소를 배열하는 것은 해당 저작물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유료로 할 이유가 없다. 맛집 위치를 타인에게 알려줄 때마다 맛집에 돈을 내야 하는가? 자신의 저작물에 이용자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것은 저작권자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므로 홈페이지 운영자는 자신의 홈페이지 주소가 무료로 널리 퍼뜨려지길 원한다. 저작물의 온라인상 위치를 타인에게 알려주는 행위를 저작물의 사용이라 칭하고 유료화한다면 페이스북 계정이나 블로그에 자신이 좋아하는 언론기사 링크를 거는 행위도 위축될 것이다. 인터넷의 문명사적 성공의 핵심은 HTTP기반의 월드와이드웹이다. 엄청난 양의 정보를 수많은 단말에 분산보관하고 각 정보가 보관된 단말위치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좋은 정보의 보관위치를 널리 알려줄 때마다 정보보관자에게 돈을 내야 한다면 월드와이드웹은 유지가 불가능하다.  

물론 김영식 의원의 법안은 모든 링크걸기를 유료화하지는 않는다. (1) 검색 또는 이용자성향분석 알고리즘에 따른 추천(이하, “추천”)의 대상물 그 중에서도 (2) 언론기사에 대해서 링크하는 행위만을 유료화한다. 그러나 검색이나 추천은 인터넷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검색은 정보의 바다에서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의 링크를 끌어다주고 추천은 이용자가 필요로 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보의 링크를 끌어다 준다. ‘정보가 너무나 많아서 정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인터넷에서 검색이나 추천이 없다면 이용자들은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낭비해야 한다. 검색이나 추천이 없다면 엄청난 인력을 동원해 육안으로 정보를 찾아낼 수 있는 자들이 유리하다. 또 정보제공자 측면에서도 무조건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양의 광고를 띄우는 기업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다. 검색과 추천은 이용자와 중소기업에게 대기업에 밀리지 않는 정보력과 홍보력을 제공하여 우리 모두가 평등하게 소통할 수 있게 해주었는데 이를 유료화하면 인터넷의 문명사적 성공의 이유인 평등성을 위축시키는 것이다. 

또 모든 저작물에 대한 링크걸기는 무료인데 예외적으로 언론기사에 대해서만 링크걸기를 유료화한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예컨대 영화를 스트리밍하는 페이지의 URL들을 배열하는 것은 무료고 언론사의 기사 페이지의 URL을 배열하는 것은 유료라는 것이다. 언론사들의 저작물이 다른 저작물보다 보호가치가 높다면 그 이유는, 언론이 민주주의가 먹고 사는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의 가장 조직적인 행사방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언론은 언론수용자들을 위해 존재한다. 언론수용자들 입장에서는 언론기사에 대한 링크걸기가 유료화된다면 그 비용이 언론수용자들에게 전가되거나 스스로 URL에 찾아가는 불편함을 겪게 된다. 결국 영화를 보려는 관객과 달리, 투표를 해야 하는 유권자가 선거후보자에 대해 알고자 언론기사 검색을 할 때 이런 비용과 불편함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면, 이 법안을 과연 민주주의를 위한 차등대우라고 정당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바로 이런 문제들 때문에 EU가 2019년 언론진흥을 위해 통과시킨 저작권지침 제15조도 처음엔 인권단체들에 의해 ‘링크세’라고 비난받다가 결국 링크나 짧은 문구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도록 하였다. 그런데 김영식 의원 법안은 이런 예외없이 모든 ‘매개’ 행위에 적용되는 진정한 ‘링크세’이다. 

김영식 의원 법안은 언론 생태계도 훼손할 것이다. 플랫폼이 언론사의 뉴스를 매개하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개별 사용료 협상을 거친 언론사들의 기사만이 검색 및 추천에 포함되는 방식만 강제되고 나머지 뉴스스탠드, 제휴검색, 일반검색 및 알고리즘추천의 방식이 금지된다면, 실제로 수천개 되는 언론사와 모두 협상이 이루어지기 보다는 결국 중견급 이상의 언론사들 중심으로 선정이 되고 선정되지 못한 군소언론사는 더욱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다. 

법적으로 모든 언론사와의 사용료 협상을 의무화하더라도 거래비용 때문에 검색이나 추천서비스에서 아예 제외될 위험이 있다. 과거에는 수많은 군소매체들이 콘텐츠를 이용자나 플랫폼에 판매하지는 못해도 일반검색이나 ‘알고리즘 추천’의 결과 또는 ‘뉴스스탠드’에 포함되는 것만으로 언론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는데 이 통로가 막히게 된다. 

또 한국의 온라인 뉴스 소비는 거의 국내 플랫폼의 ‘콘텐츠 제휴’ 즉 이미 사용료를 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프랑스호주처럼 특정 플랫폼들을 통한 일반검색이나 알고리즘추천을 통한 소비가 압도적이어서 경쟁법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 공익적 필요도 없이, 군소매체들이 일반검색이나 알고리즘 추천을 통해서 바이럴해질 권리, 대중이 군소매체들의 무명 콘텐츠를 우연히 발굴할 기회만 사라질 위험이 큰 것이다. 

콘텐츠에 링크를 걸 자유는 월드와이드웹의 핵심기능이며 약자들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준 표현의 자유의 조건이다. 적용 분야를 어떻게 좁히든 링크를 거는 행위를 유료화하는 것은 인터넷의 자유를 파괴하며 도리어 언론의 다양성을 파괴할 것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뉴스링크 유료화법에 반대하며 본 법안의 폐기를 촉구한다.

2021년 5월 3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월, 2021/05/03-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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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비나] “인터넷 시대의 ‘가짜뉴스’의 의미와 대응”

일시: 2021년 5월 13일(목) 오전 10시-12시 (온라인 웨비나, RSVP only)

주최: 사단법인 오픈넷, HY CELPST(한양대학교 과학기술윤리법정책센터)

참가신청 링크: https://forms.gle/sxvrTCUgPuHWXC4h6

[기획취지] 

가짜뉴스 혹은 허위조작정보의 확산이 전략적, 기술적으로 매우 다변화, 다각화되고 있는 인터넷 시대에도 밀이나 하버마스 등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전통적인 이론을 통한 접근과 대응은 여전히 유효할까? 가짜뉴스 혹은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를 논하기 전에, 가짜뉴스 혹은 허위조작정보의 유포와 확산 메커니즘, 그리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보다 철학적인 고찰을 통해 앞으로 가짜뉴스 혹은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대응 방안은 무엇인가를 논의하는 자리를 갖는다. 

[프로그램]

좌장: 황성기(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장)

발제: 자유주의, ‘열린 사회’, 사안별(piecemeal) 사회공학

         – 이상욱(한양대학교 철학과 교수, HY CELPST 센터장)

토론: 

강정수(미디어스피어 이사)

박아란(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윤성현(한양대학교 정책학과 교수) 

홍성구(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 참가신청 링크: https://forms.gle/sxvrTCUgPuHWXC4h6

* 본 행사는 줌(Zoom)으로 진행되며, 참가신청을 하신 분만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참가신청을 하신 분들께 행사 전 이메일로 웨비나 입장 링크를 보내드립니다. 

* 참석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주시고 신청하신 분은 꼭 참석해주시기 바랍니다. 참가신청 후 참석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사전에 참석을 취소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본 행사는 유튜브 오픈넷 채널을 통해 실시간 중계됩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목, 2021/05/06-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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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3일 방송인 박나래는 자신이 진행하는 ‘헤이나래’라는 유튜브 채널의 두 번째 콘텐츠에서 방송용 도구로 가지고 나왔던 남성인형의 사타구니로 인형의 팔을 빼내어 성기처럼 보이게 만들고 그것을 웃음의 소재로 삼았다. 이를 본 시청자가 박나래를 성희롱, 정보통신망법 위반,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고, 현재 경찰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고발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그러나 방송인 박나래가 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도 없으며, 사회적 해악 역시 명백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성적 담론을 확장하고 소외되었던 여성의 성적 주체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 과감한 시도들은 긍정하고 보호해야 한다. 

법적으로 판단했을 때 박나래의 행위는 성희롱으로 성립할 수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여성발전기본법⌋ 모두 성희롱이 ‘그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이루어질 것이라 하여 지위 또는 업무 관련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이번 박나래의 경우에서처럼 구체적인 개인으로 특정할 수 없는 시청자 혹은 그 영상을 보고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는 잠재적인 시청자는 성희롱 피해 대상이 될 수 없다. 그 외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1호의 불법 ‘음란’ 정보 유통이 문제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법음란물이란, ‘사회통념상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서, 표현물을 전체적으로 관찰·평가해 볼 때 단순히 저속하다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를 넘어서 존중·보호되어야 할 인격을 갖춘 존재인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하여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으로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전적으로 또는 지배적으로 성적 흥미에만 호소하고 하등의 문학적·예술적·사상적·과학적·의학적·교육적 가치를 지니지 아니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6도3558 판결 등 참조). 그러나 문제된 표현이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정도로 노골적인 성적 행위를 묘사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단순히 일부 시청자들의 성적 수치심을 해하였다거나 저속, 문란하다는 이유로 불법 음란물 유통의 혐의를 받아야 한다면, 19금 소재의 모든 표현행위가 형사처벌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또한 거론되었던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는 제11조의 아동성착취물 관련 범죄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상에 등장한 인형은 아동이나 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아니므로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 특히 사단법인 오픈넷은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상의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은 실존아동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것으로 명확히 한정해야 엄벌할 수 있으며 만화, 애니메이션 등의 표현물까지 포함하면 도리어 형벌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오면서 표현의 자유만을 침해한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현재의 논쟁은 성적 재현에 의한 최종 결과물에 과도하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러한 논쟁의 방향은 그 누구도 성적 재현을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법적, 사회적 의미의 성폭력적 내용이 없는 이상, 성적 행위는 해악을 가져오는 행위로 취급되어선 안 되고, 성적 행위를 보여주는 것 역시 어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지는 않으므로, 함부로 금기시되어서는 안 된다. 성적 재현이라는 표현의 자유는 누구나 동등하게 보장받아야 한다.

그런데 성적 욕망을 재현하고 표출하는 주체성을 모두가 동등하게 보장받고 있을까? 우리 사회는 성적 욕망을 금기시하고 억누른다. 성적 욕망에 대한 금지와 억압은 모두에게 평등하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제대로된 성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금지와 억압이 얼마나 공평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그러나 금지와 억압을 거슬러 성적 욕망을 충족하고 표출할 수 있는 능력은 경제적 차이, 성차, 장애유무 등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공학계열 학사과정 여학생 입학 비율이 전체 25%라는 결과가 보여주듯 남성은 성장 과정에서 컴퓨터, 인터넷 사용 능력 등 기술과 친숙해질 기회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노출된다. 성적 순결과 낙인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교육을 받으며 자란다. 이런 배경을 십분 활용해 이들은 어른들의 눈을 피해 또래집단과 자신들의 성적 욕망과 환상을 공유하며 스스로를 교육하며 성장한다. 자가 교육의 높지 않은 질적 수준과 개인의 역량 차이로 인해 성장 과정에서 축적된 성지식의 수준은 천차만별일 테지만 분명히 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자신의 성적 욕망을 표출할 수 있는 성적 주체성을 구축한다. 반면 여성은 남성과 비교해 기술 활용과 정보접근권에 있어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성적 순결과 낙인에서 자유롭지 못한 성장 과정을 거친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은 자신의 성적 욕망을 탐색하고 표출하는 경험을 쌓으며 성적 주체성을 구축할 기회를 갖기 어렵다. 또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남성의 그것보다 더 강하게 통제하는 사회는 통제할 수 없는 여성의 성을 강하게 비난하고 낙인 찍는다. 이러한 조건에서 사회에 저항하며 자신의 성적 욕망을 자유롭게 추구하고 발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탓에 여성은 성적 욕망의 주체가 되는 길을 택하기보다 안전하게 혹은 온건하게 성적 욕망의 소비대상으로서의 타자성을 구축하며 성장한다. 이렇게나 비대칭적인 사회적 조건을 최대한 활용했던 사건이 바로 n번방 사건이다. 인터넷 상에서 자신의 성적 호기심과 욕망을 실천하려는 여성의 취약성을 n번방 가해자들은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성차별적 맥락을 고려한다면 여성을 위한 성담론이 지금보다 풍부해질 필요가 있으며 여성의 성적 실천을 통한 주체성 확보 역시 우리 사회는 장려해야 한다. 박나래는 그간 성인 여성을 위한 19금 코미디를 표방하며 편향적으로 구축되어 빈약하기 그지 없었던 성담론을 확장해 여성의 성적 주체성을 확보하려 했다. 불분명한 이유로 박나래의 이번 연기행위를 이와 같은 맥락에서 분리하여 형사처벌의 가능성으로 위협하고 규제하려는 것은 의미있는 시도 자체를 위축시킨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하루빨리 사법당국이 무혐의 처분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 

2021년 5월 7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금, 2021/05/07-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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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비나] 성노동자 인권보호를 위해 필요한 표현의 자유

2021년 5월 25일(화) 오후 3시 – 5시 (줌, 유튜브 생중계)

주최: 사단법인 오픈넷, 주홍빛연대 차차

참가신청: https://forms.gle/hKikUKGRgfcAu1DV9

<기획취지>

성노동자들은 불법의 산업현장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기본권을 종종 침해받는데, 그 중 가장 심각한 것이 누구에게나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성노동자 A가 일터에서 성폭력을 당한 후 인터넷 공간에 성폭력 피해를 알리는 글을 게시했지만 A는 반성매매론자들에 의해 인터넷 공간에서 강간 피해 사실을 부정당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심각한 사이버불링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성노동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현실은 현장에서 어떤 피해를 당하고 있는지 그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하지 못하게 막는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이들은 직장에서 일어난 갑질, 성희롱/성폭력의 피해를 혼자서 해결할 수 없을 때, 노동 현장이나 근로 현장에서 피해야할 것들에 대한 정보,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알고 있어야 할 정보, 대처방법에 관한 정보 등을 자유롭게 외부에 알려 도움을 얻거나 피해를 최소화한다. 그러나 성노동자들은 이를 보장받지 못한다. 그 결과 막을 수 있는 피해이지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해 피해가 극대화된다. 극대화된 피해는 온전히 성노동자의 몫으로 남는다.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먼저 한국의 성노동 당사자가 겪고 있는 경험과 성노동자가 자신의 피해를 공개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으로 2004년 제정된 한국 성매매특별법의 문제점을 살펴본다. 이후 해외 성노동 당사자들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어떤 실천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가를 함께 들어본다. 본 웨비나를 계기로 성노동에 대해 보다 다양한 논의가 개진될 수 있기를 바란다. 

<프로그램>

사회: 미루(사회운동 활동가)

발제:

성노동자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말하면 안 되나요?: 사이버불링, 2차가해, 모욕죄 고소 그 이후 | 왹비(성노동 활동가)

성노동자를 위한 디지털 기술의 필요성: 인도네시아 사례를 중심으로 | 다이타 카투라니(디지털 보안 전문가, 페미니스트 기술 활동가)

성노동자 대상 차별과 사이버불링 그리고 기술적 해결책: 호주 사례를 중심으로 | 롤라 헌트(성노동 활동가, 어셈블리포 공동창업자)

토론: 박경신(오픈넷 이사), 오경미(오픈넷 연구원)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금, 2021/05/1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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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오픈넷은 2021. 5. 20.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의 뉴스포털이용자위원회가 포털에게  뉴스서비스 정책, 기사배열 기준, 알고리즘 등에 대한 공개 요구, 검증 및 시정요구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신문법 개정안(김남국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09919)에 대한 반대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의견서 

1. 본 개정안의 주요 내용

본 개정안은 ①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가 기사배열의 기본방침과 기사를 배열하는 구체적인 기준 및 기사배열의 책임자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개하도록 하고 (안 제10조 제2항), ②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으로 뉴스포털이용자위원회를 두어 인터넷뉴스서비스 정책, 기사배열 기준 등에 대한 공개 요구, 검증 및 시정요구 등의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며 (안 제10조의2~9), ③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에게  위 뉴스포털이용자위원회의 일정한 요구에 응할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미이행할시 과태료, 발행정지, 등록취소 심판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규정(안 제10조의6, 안 제22조, 안 제39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음.

2. 행정기관의 언론 유통 시장 개입은 언론의 자유 침해

본 개정안에 따르면 뉴스포털이용자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으로, 국회의장·교섭단체 대표가 협의하여 추천한 3인,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단체가 추천하는 6인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위촉하여 구성되는 기구로써, 법상 행정기관으로 분류될 뿐만 아니라 구성에 대한 정파성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임.  

이러한 행정기관이 언론 유통 시장에 강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각종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정부의 언론에 대한 외압 행사의 제도화, 거시적으로는 정부의 언론 검열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제도는 정부가 반정부적 언론을 탄압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언론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남용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금기시되는 규제 방식이라 할 것임.

인터넷뉴스서비스를 ‘언론’으로 포섭시켜 규제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여야 하며, 배열은 일종의 편집권의 행사로 보호하여야 할 것임. 그런데 행정기관이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뉴스 서비스 정책 및 기사배열 기준, 알고리즘에 대한 개입 및 시정요구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본 개정안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등에 위반하여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됨. 

또한 기사 배열에 대한 행정권의 개입은, 직접 수범자인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 뿐만 아니라, 뉴스를 공급하는 언론사에 대하여도 반정부적인 내용의 뉴스는 기사 노출이나 배열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높고, 이로써 언론의 자유,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정부 권력을 견제, 감시하는 언론의 기능을 크게 위축시켜 반민주적인 결과를 낳을 위험이 큼.

3.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기준으로 포괄적인 권한을 규정 – 헌법상 포괄위임금지 원칙, 명확성 원칙 등에 반하여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언론의 자유, 직업 수행의 자유 등을 침해

안 제10조의5에 따르면, 뉴스포털이용자위원회의 권한은 ‘1. 인터넷뉴스서비스 정책에 대한 시정요구, 2. 기사배열의 기본방침, 기사 배열 기준에 관한 시정요구, 3. 기사배열 알고리즘의 공개 요구 또는 검증, 4. 이용자의 권익보호와 침해구제에 관한 업무, 5.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와 신문사업자와의 이해관계 조정에 관한 업무, 6. 다른 법령에 의하여 심의사항으로 정한 사항’ 등이 있음. 한편,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는 위 위원회의 업무에 필요한 자료제출, 출석, 답변 요청에 응할 의무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본조에 따른 처리결과를 공개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를 미이행시 과태료나 발행정지 등의 대상이 될 수 있음(안 제10조의6, 안 제22조, 안 제39조).

뉴스포털이용자위원회의 권한인 ‘시정요구’의 효력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본조에 따른 처리결과를 공개할 의무’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음. 즉, 시정요구대로 처리할 의무를 부과한 것인지, 시정요구나 알고리즘 공개 요구 등을 거부처리하고 거부처리 결과만을 공개해도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음. 또한 4호, 5호의 업무 역시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고, 6호에서는 타 법령에서 뉴스포털이용자위원회가 ‘심의’할 수 있는 권한까지도 규정할 수 있음을 예정하고 있어, 뉴스포털이용자위원회의 권한 및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의무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며 불명확함.

한편, 본 법안의 본문에서는 위원회의 시정요구나 검증의 기준에 대해 특별히 명시하고 있지 않으나, 제안이유에서 기사 배열 알고리즘의 편향성 문제를 지적하며 ‘인터넷뉴스서비스의 공공성, 공정성, 투명성 확보’를 명시한 것으로 볼 때, ‘공정성’, ‘편향 유무’가 그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임. 그러나 이는 판단자의 정치적 주관, 자의적 해석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는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이를 기준으로 검증 및 시정요구를 하고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로 하여금 각종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상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언론의 자유 혹은 직업 수행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할 위험이 높음. 또한 사회적으로도 정부에 대한 불신, 정쟁 수단화, 국민 여론 분열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소지가 큼. 

4. ‘공정성’을 이유로 한 기사 배열 등 규제의 부당성 

언론의 ‘공정성’이란 공익은 달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추상적이고 상대적인 개념으로, 강제적 규제를 통해 추구하기에 적합하지 않으며, 또다른 편향 시비와 부작용만 낳게 될 위험이 높음. 예를 들면 편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모든 언론사의 기사를 똑같은 비중으로 배열하도록 하거나, 이용자의 선호를 반영한 알고리즘을 축소하도록 하는 것 등이 제시되는바, 이러한 기계적 공정성의 강제는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로써 진정한 공정성이 달성된다고 보기도 어렵고, 오히려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언론 소비자의  선택을 무시하도록 강제하는 부당한 개입으로 평가될 수 있음. 

한편 ‘공정성’ 확보를 목적으로 콘텐츠 배열 등에 국가의 관리, 개입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의 규제는 ‘언론’ 규제를 넘어 ‘방송’ 규제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음. 그러나 ‘방송’은  한정된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할 특허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점, 일방향적 침투성을 가진 매체라는 점에서 특별한 공적 책무가 부과될 수 있는 것이며 ‘공정성’ 등을 이유로 한 엄격한 규제도 정당화될 수 있는 것임. 그러나 인터넷은 위와 같은 매체 특성이 없는 시공간적 무한성과 쌍방향성이 보장되는 매체이자, 근본적으로 모든 개인이 공적 간섭을 받지 않고 상호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진 통신시스템으로써, 이에 대하여 방송과 유사한 방식으로 규제하는 것은 인터넷의 문명사적 의의 및 매체 특성을 무시하는  과잉규제로 평가됨.  

금, 2021/05/21-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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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천미림(한양대)

사단법인 오픈넷과 HY-CELPST(한양대학교 과학기술윤리법정책센터)는 2021년 5월 13일(목)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인터넷 시대의 ‘가짜뉴스’의 의미와 대응에 관한 주제로 웨비나를 공동개최했다.

이 세미나에서는 최근 가짜뉴스와 허위조작정보 문제 등에 있어 인터넷 시대에도 밀이나 하버마스 등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전통적인 이론을 통한 접근과 대응은 여전히 유효할지, 그리고 가짜뉴스 혹은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를 논하기 전에, 가짜뉴스 혹은 허위조작정보의 유포와 확산 메커니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자 했다. 아래는 각 발제문과 질의응답의 요약이다.

▶영상 다시보기 / 발표자료

[개회사] 황성기(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장)

표현의 자유, 공공데이터 개발, 저작권, 입법 활동 등을 하고 있는 오픈넷은 가짜뉴스와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반대 논평자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이번 토론을 통해 표현의 규제를 반대하고 철학의 사상적 기초에 초점이 맞춰 구체적인 입법 관련한 여러 가지 사안들을 확인하려고 한다.

[발제] 자유주의, ‘열린 사회’, 사안별(piecemeal) 사회공학 | 이상욱(한양대학교 철학과 교수)

이상욱 교수는 ‘가짜뉴스’에 관한 논의를 제시하고 논쟁의 주제로 다루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하면서 이번 웨비나가 주제에 대한 쟁점들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짜뉴스를 둘러싼 주제들은 우리나라보다 유럽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논의라고 설명하며, 라트비아 등에서 가짜뉴스를 조직적으로 활용해서 선거의 방향을 바꿔서 선거에 선출되는(사회적인 객관적 합의) 등의 예를 설명했다. 그는 자유주의적 가치를 긍정하는 곳에서도 가짜뉴스 규제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가짜뉴스가 어떤 지위를 갖는지, 그리고 표현의 자유는 어떤 종류의 가치인지 논의했다. 그에 따르면 가치는 본질적 가치와 도구적 가치로 구분할 수 있으며, 공적 토론의 공간 내에서 서로 의견들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표현의 자유의 가치는 도구적 가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이나 집단이 사회에 참여할 때, 소기의 목적을 잘 달성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가 잘 사용되는 것이 표현의 자유가 보호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유주의자 존 밀턴, 존 스튜어트 밀, 칼 포퍼, 필립 키처 등 학자들의 논의를 인용하여 표현의 자유에 대하여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존 밀턴은 출판의 자유가 없는 것에 대항하기 위한 책을 발간하기도 했으며, 사실과 가짜뉴스를 자유롭게 힘겨루기를 하게 하여 그 중 어떤 것이 진리가 될 수 있을지 자명하게 만들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존 스튜어트 밀은 일반 공공에게 참된 것과 거짓된 것 중 참된 것이 왜 참인지를 다시 한 번 일깨울 수 있도록 이를 표현의 자유를 통해 겨루게 만들면 이것이 이익이 된다고 말했으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칼 포퍼의 말을 인용하면서 일반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해 사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포퍼가 폭력 정치에 반대하면서 개인의 자율적 선택에 제한 없이 발휘될 수 있는 열린사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바람직한 공적토론을 위해서는 각각의 의견을 참이라고 증명하는 증거가 단지 존재해서만은 안 되고 이것이 공정해야 한다는 필립 키처의 이론을 소개했다. 증거는 모두가 공정하게 접근 가능해야 하고, 대칭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는 키처의 주장과 함께 그는 유전자 변형식품의 예시를 들면서 무지의 복종에 대한 문제를 설명했다. 그는 바람직한 공적 토론에 있어 정보량이 많아졌기 때문에 이를 적절하게 이해하고 시민적 숙의가 가능한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모든 일반 시민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하면서, 형식적인 측면에서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고 공적 합의를 했다는 주장은 표면적인 것이고 옳지 않으며, 진정한 민주주의적 숙고가 가능한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만 정보에 관한 네 가지 주요 쟁점을 제시했다. 첫째, 기만 정보의 의도성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둘째, 기만 정보의 ‘거짓/부정확/잘못된‘의 정도를 어떻게/누가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어떤 사회적, 제도적 대응을 할 것인가? 셋째, 기만 정보 생산과 전파의 기술적 특징(3E)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넷째, 기만 정보의 기만성을 개의치 않는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이다. 이상욱 교수는 이 쟁점들을 바탕으로 기만 정보에 대응하는 태도와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 1]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과 사상의 (자유)시장, 가짜뉴스 | 윤성현(한양대학교 정책학과 교수)

윤성현 교수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중심으로 사상의 시장과 가짜뉴스에 대해 토론하였다. 그는 밀의 자유개념을 소개하면서, 밀에 따르면 자유의 원칙은 자기보호(self protection)와 타해 금지(to prevent harm to others)가 있고, 원칙은 명백해 보이지만 구체적 실천에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밀이 자유개념을 통해 언론, 출판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중요하게 보았다는 점과 말과 행동을 구분하여 행동보다 말의 자유인 언론, 출판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밀이 가짜뉴스를 어떻게 보았을까에 대해 잠정적으로 해석했다. 그에 따르면 밀은 다면성을 지닌 학자이며 절충주의, 회의주의 등 밀의 학문적 방법론과 태도를 생각하면 현대사회를 새롭게 고찰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밀은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에 더 가치를 두었고, 언론 출판도 정신적인 것이기 때문에 언론출판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대로 밀이 국가 절대 권력이나 사회적 여론의 압제에 반대했기 때문에 의도성을 지닌 적극적 허위조작정보에 대해서는 사회적 해악의 가능성 때문에 규제하고자 하지 않았을까 해석하기도 했다.

그는 가짜뉴스를 규제하려는 이유에 대하여 자신들이 듣기 싫어하는 정보를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의 측면이 있다고 보면서, 만약 밀이라면 이를 규제하려고 했을 것이라 말했다. 공적 숙의의 맥락에서 도구적 가치를 갖는다는 이상욱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는 밀에게 있어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는 측면과, 밀이 표현의 자유와 숙의민주주의의 관계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공적 가치에서의 말하기 기능, 즉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다고 보았다. 특히 그는 이상욱 교수 발제에서 다룬 네 번째 쟁점(기만 정보의 기만성을 개의치 않는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하여 탈(脫)진실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 부분이 강조되고 숙의민주주의를 더 확대, 강화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보탰다. 그는 또한 전문가들과 지식인들이 견제, 비판, 감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야 함을 강조함과 동시에 시민단체, 대학, 언론 등이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 2]성구(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홍성구 교수는 밀턴, 하버마스, 롤스, 존 킨을 중심으로 인터넷 공론장에 관하여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자유주의 사회에서의 공론장을 강조하며, 신속한 규제보다는 공론장 자체를 건전하게 만들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출판허가제 등이 가짜 정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 숙의민주주의 관점에서 하버마스식의 공론장 안에서 대화와 토론이 무한히 이루어지는 것이 곧 가짜 정보를 걸러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공론장은 특정한 세력의 전략적 의사소통과 타자간 상호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의사소통이고, 이 중 후자가 보편적 이해를 반영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숙의민주주의를 건전한 여론을 바탕으로 그 위에서 법안이나 정책이 발현되는 것으로 정의하면서 최근 현대사회는 공론장의 필터링 기능이 약화될 뿐만 아니라 정보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들이 주장하는 식견을 갖춘 시민 개념도 이상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사실에 입각한 뉴스 생산을 지원하고, 뉴스 소비에 있어서도 국민들이 건전한 뉴스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존 롤스의 이론을 인용하여 시민들이 무지의 장막 속에서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존 킨의 논의를 설명하면서 언론의 상업적 경쟁에 대한 부정적 견해에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가짜뉴스도 궁극적으로 권력에 대한 파수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언론의 권력에 대한 감시 및 견제를 강조했다.

[토론 3] 가짜뉴스, 온라인 허위정보 | 박아란(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박아란 선임연구위원은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에 초점을 맞춰 토론을 진행했다. 그는 인터넷이 발달하고 사회관계망 서비스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사실이 아닌 내용이 진짜 뉴스 정보처럼 확산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가짜뉴스가 심각해졌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허위조작 정보를 이익집단 주체가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국가, 미디어, 시민단체와 더불어 현재 기술에 의해 다른 양상으로 더 문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짜, 가짜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진실을 오도하며, 유럽연합과 여러 유럽 국가 등에서는 가짜뉴스 대신 허위정보(disinformation), 오정보(misinformation)라는 중립적 용어 사용을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뢰할 만한 미디어가 부재한 상황에서 자신의 이해관계와 맞는 정보를 들으려 하는 사람들의 경향과 추천 알고리즘 기술의 결합이 가짜뉴스 양산을 가속화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러한 경향이 우리나라에서 더 강하며, 미디어(언론)도 이를 이용하여 강한 입장의 정보들을 내보이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가속화되는 것으로 보았다.

그는 허위정보가 정치적 이익, 영리, 혐오범죄 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허위조작정보는 민주주의 사회 유지에 위협이 되고 민주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가짜뉴스는 민주주의 사회 안에서 시민들의 숙의와 합의를 이루는 데 문제를 일으킨다고 비판하면서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 이를 대처하는 방식을 소개했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경우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서 가짜뉴스 자율규제 가이드라인 마련 및 신고센터 운영, 다양한 기관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실시 및 법안 발의와 같은 방식으로 이를 대응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남은 문제들을 지적했다. 그는 어떤 법안을 만들 것인지, 그리고 실효방안 및 범위, 대상, 언론보도 방식 등 규제의 대상을 어떻게 상정하고 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허위조작에 대응하는 안전장치의 마련이 요구된다고 강조하면서, 허위정보 확산에 맞서야 할 책임이 있지만 표현의 자유와 인터넷에 대한 기본권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문제를 단기적인 대책보다는 공개적인 의견 수렴,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의 이해 반영 등 사회적 대응을 바탕으로 하는 장기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양한 대응책들이 효율적인지도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동시에 의도를 가진 거짓을 알고도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사람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에 관한 질문을 남겼다.

[토론 4] Conspiracy Theories | 강정수(미디어스피어 이사)

강정수 이사는 음모론의 측면에서 가짜뉴스나 허위정보를 논의했다. 달착륙, 마녀사냥 같은 다양한 세계적 음모론을 소개하면서 음모론은 지식의 권력 투쟁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그는 인간이 음모론을 믿는 이유는 필터링의 문제, 즉 선택적 인지를 할 수 있는 근거들이 많아지면서 문제가 된다고 말한다. 그는 이를 선택적 인지와 인지편향(selection perception)이라고 설명했다. 정보복잡성이 많아지면서 정보를 다각적인 측면에서 고찰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순화하여 이해하려고 하는 경향성을 뜻한다. 그 외에도 그는 필터버블(알고리즘 추천, 유저 친화적인 것들이 사고의 편협성을 만든다는 주장)이나 종교 등도 허위정보와 관련된다고 보았다.

허위정보를 가리기 위해서 그는 사실의 나열보다 맥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위험성에 대한 인간 평가 능력의 결여나 디지털에 항상 접속되어 있는 현상 등을 지적하면서 팩트체크보다 콘텐츠를 소비하려는 경향성을 비판했다. 그는 과거에는 극단적인 사람들은 소수였으며 특정한 지식에 완전한 동조를 이루지 않는 중간 계층이 많았던 것에 반해, 현대에는 인터넷이 양 극단을 연결시켜 중간에 있는 계층을 끌어들여 논쟁을 만든다고 설명하면서 분쟁이 음모론이나 허위정보를 만든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디어, 정치세력, 언론 등이 이를 심화시킨다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문제들을 특정 지식인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이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질의응답]

이상욱 교수) 주장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가 공적 숙의의 맥락에서는 도구적 가치라는 점이다. 저와 반대로 윤성현, 홍성구 교수님은 본질적 가치로 봐야 한다는 견해를 잘 설명해주셨다. 기만 정보에 대해서는 제제와 규제가 필요하다. 공론장에서 자유로운 토론은 보장되어야 하지만, 어떤 사실적 정보에 대해 의도성을 가지고 제시되는 기만 정보는 민주적 숙의과정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동시에 자유주의 전통에서도 옹호되기 어렵다. 과학지식이나 과학적 사실은 사회적 숙의과정에 중요하다. 견해와 사실적 주장을 구분하기 쉽지는 않지만 과학기술이나 과학적 사실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숙의과정에서는 그 사실의 진위여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Q) 오늘 계속 논의된 숙의민주주의의 전제는 어떻게 보면 교육수준이 높은,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을 전제로 하는 것 같은데, 이는 자칫하면 엘리트주의로 경도될 위험이 있지 않은지, 결국 가짜뉴스/기만, 허위정보의 판단은 전문가나 엘리트만 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흐르지 않게 될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홍성구 A)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일반 시민들도 충분한 학습과 정보의 기회를 제공하면 공적 숙의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공론장이 학습을 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공론조사의 경우 추첨으로 선발한 일반 시민이 참여한다.

Q) 가짜뉴스 소비자들 입장에서 가져야 할 자세는 무엇일까?

청중 A) 팩트체크 사이트 확인을 들 수 있겠다.

황성기 교수) 오픈넷은 가짜뉴스에 대한 목표를 공유하고 규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관점과 근본적인 논의들을 다루고자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오늘 여러 분야의 학자분들이 참여하셔서 대단히 유익한 시간이었다.

금, 2021/05/28-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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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8일 사단법인 오픈넷은 아티클19 및 SAFENET 포함 24개 국제 인권단체들과 함께 인도네시아 정부가 공포한 정보통신부령 “MR5”에 대한 반대 서한을 전달했다. MR5는 전자프런티어재단(EFF)에 따르면 지금까지 나온 인터넷규제법 중에서 최악이라고 한다. (위 서한전달을 위한 교섭을 하는 도중 인도네시아 정부는 시행일자를 5월 24일에서 6개월 연기하였다.)

MR5는 첫째, 인도네시아 내에서 접근 가능한 모든 국내외 플랫폼에 ‘금지 콘텐츠’가 유통되지 않도록 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플랫폼이 차단되도록 하였다. 플랫폼 운영자에게 불법정보를 미리 차단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플랫폼 운영자가 사전검열(prior censorship)이나 상시감시(general monitoring)를 하도록 강요하여 국제인권원칙의 하나인 정보매개자책임제한 원리에 반한다.

둘째, 위 ‘금지 콘텐츠’는 “공공의 동요와 무질서(public unrest or public disorder)를 촉발하는(causing) 모든 콘텐츠”로 정의되어 매우 광범위하게 설정되어 있다. ‘금지 콘텐츠’의 정의는 우리나라 기준에서 과잉금지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에 모두 반하는 것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합법적인 정보까지 차단한다.

셋째, 특히 인도네시아 정보통신부가 특정 콘텐츠에 대해 “긴급”차단을 요청할 경우 24시간 내에 차단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플랫폼 자체가 차단된다. 이 역시 짧은 시간 안에 판단을 내릴 수 없는 플랫폼 운영자가 콘텐츠의 합법성에 무관하게 과잉차단을 하도록 한다.

넷째, 위 플랫폼들이 모두 사전등록을 하지 않으면 역시 플랫폼이 차단되도록 하였다. 전 세계에서 콘텐츠 제공자 등록제를 운영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 사전등록제는 플랫폼들의 운영권한을 정부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통제수단이 된다.

다섯째, 위 플랫폼들이 사전등록과 동시에 사용자 정보에 “직접 접근(direct access)” 권한을 정보통신부에 부여해야 하며 이 권한을 부여하지 않으면 역시 플랫폼이 차단된다. 이와 같은 직접 접근은 아무런 근거 없이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감시를 허용하고 특히 영장과 같은 절차적 보호기제를 생략한다. 이는 오픈넷이 주도하여 500여 시민단체들이 연명한 통신감시에 대한 필수성 및 비례성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목, 2021/06/1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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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2일 사단법인 오픈넷은 모리셔스의 정보통신부(ICTA)가 추진하는 소셜미디어규제법에 반대하는 액세스 나우(Access Now)를 포함한 60개 국제시민단체와의 공동성명을 발표하였다.

모리셔스의 소셜미디어 규제 법안은 국가디지털윤리위원회(National Digital Ethics Committee)를 신설하여 기존의 “불법 콘텐츠(illegal information)” 규제를 넘어서서 “유해한(harmful)” 콘텐츠를 판명하도록 하고 별도의 기구를 통해서 유해 콘텐츠를 즉각 차단하도록 한다. 또 이와 같은 차단이 콘텐츠별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HTTPS를 통해 모리셔스 국내로 진입하는 모든 트래픽이 암호가 해제된 상태로 국내에 제공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제안서에서 독일의 NetzDG법이나 프랑스의 Avia법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하나 독일의 NetzDG는 형법에 불법으로 규정된 정보 특히 혐오표현 등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하는 정보들에 한정되어 있어 다수결주의적 윤리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는 ‘유해성(harmful)’과는 큰 차이가 있고, 프랑스의 Avia법은 행정기관이 표현의 자유에 개입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헌판정을 받은 상태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방송통신위원회설치법 제21조에 따라 ‘건전한 통신윤리 함양을 위한 필요한 것’이라는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제기된 헌법소원에서 헌법재판소는 ‘불법정보에 한정하도록 해석하는 한’ 합헌이라고 축소해석한 바 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SNI 차단을 통해 HTTPS의 허점을 이용하고 있어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 모리셔스의 개정법은 아예 이런 논란을 피하기 위해 HTTPS 트래픽이 암호화된 상태에서는 자국내 진입을 금지하는 초강수를 두고 있어 결국 해킹 등을 피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인터넷 이용이 불가능해진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모리셔스 정부가 이 법안을 실제로 발의하지 못하도록 현지 단체들과 계속 연대해나갈 것이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논평] n번방 방지법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는 프랑스 헌법재판소의 인터넷 혐오표현 금지법(아비아법) 위헌 결정을 환영한다 (2020.07.30.)
https 접속차단과 통신심의 정책의 문제점 (국회입법조사처보 2019 여름호)
[논평]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한국 정부에 ‘SNI 필터링 웹사이트 차단’ 정책에 대한 우려 전달 (2019.09.05.)
[논평] 정부의 SNI 필드 차단 기술 도입을 우려한다. (2019.02.14.)
목, 2021/06/1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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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오픈넷은 2021. 6. 10. 전재수의원이 대표발의한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을 아래와 같이 제출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금, 2021/06/1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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