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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고문[8] 팬데믹 이후의 경제와 사회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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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고문[8] 팬데믹 이후의 경제와 사회 03

admin | 토, 2020/05/23- 02:49

찰스 디킨슨은 『두 도시 이야기』에서 산업혁명의 이중성을 날카롭게 지적하였다.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이었다….빛의 계절이면서도 어둠의 계절이었고, 희망의 봄이지만 절망의 겨울이기도 했다.” 코로나 팬데믹도 기왕에 진행 중인 4차산업혁명과 더불어 죽음과 삶, 파괴와 부활이라는 이중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팬데믹은 부뤼겔이 묘사한 것처럼 “죽음이 승리”(triumph of death) 한 역사적 사건이었지만 동시에 T.S Eliot이 [황무지]에서 노래한 것처럼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는” 부활의 봄이기도 하다.

금권민주주의 Plutocracy를 묘사하는 그림

흑사병 팬데믹은 1347년에서 1351년을 정점으로 해서 수십년간 유럽을 유린하여 유럽인구의 1/3을 넘는 7500만명에서 2억의 생명을 앗아갔다. 포스트 흑사병 팬데믹 시대의 유럽에서는 인구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임금상승으로 봉건제적 생산양식은 종말을 고하고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으로의 이행이 일어났다. 코로나 팬데믹은 중세의 흑사병 팬데믹 보다 훨씬 적은 인명피해를 내고 수그러들 것이기 때문에 인구감소로 인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과 생산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방역과 의약기술이 발전한 21세기 선진 자본주의국가에서 코로나 팬데믹이 전쟁으로 죽은 전사자보다 훨씬 많은 사망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 이후의 자본주의는 코로나 이전의 자본주의와는 판이하게 다른 포스트 자본주의(post capitalism)로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1) 포스트 자본주의로의 이행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고립생활이 일상화되면서 온라인 경제, 원격경제, 가상현실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경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불이 붙었다. 거리두기로 집콕하고 있는 사람들은 텔레메디슨으로 원격진료와 치료를 받고, 회사에 나가지 않고 텔레컨퍼런싱을 통해 자가 업무를 보며, 텔레뱅킹으로 금융업무를 본다. 아이들은 학교에 나가지 않고 온라인 강의를 시청하고 교수와 교사들은 온라인 강의를 시연한다. 온라인 배달앱을 통해 시장을 보고 음식을 주문하고 이동은 우버택시를 이용한다. 긱 노동자(gig, 프리렌서 노동자)가 적기배달, 가사일, 가드닝(gardening)을 담당한다. 이러한 온라인 배달 서비스를 담당하는 긱(gig) 경제는 4차 산업혁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으나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과 4차 산업혁명으로 전통적인 산업자본주의는 포스트 자본주의로 이행하고 있다. 산업자본주의가 생산수단의 사적소유와 시장경쟁을 두 축으로 하고 있는데 반해, 포스트 자본주의는 공유경제와 시장경쟁을 두 축으로 하고 있다. 플랫폼 경제, 공유(sharing) 경제 하에서 기업은 오픈소스 코드, 빅 데이터와 온라인 플랫폼과 같은 생산수단을 공유하여 무한 이윤을 추구한다. 공유경제는 공동소유와 공동분배를 특징으로 하는 전통적인 커먼즈(commons)와는 달리, 공동사용하는 ‘공유’ (sharing)는 있으나 공동소유나 분배가 없다.

포스트 자본주의 하에서 플랫폼 기업은 타인의 생산수단과 노동수단을 자신의 자산으로 삼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여 노동수단 소유자들이 벌어들인 이윤을 같이 나누는 기업이다. 플랫폼 기업인 우버는 프리랜서, 파트타임, 일용직, 비정규직, 비공식 ‘플랫폼 근로자’인 프리카리아트 (precariat)와 고객들을 연결해주고 플랫폼 사용료를 받는다. 이러한 임시직, 비정규직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직장과 직업이 없이’ (gigged) 자유롭게 일하는 경제를 ‘긱 경제’ (gig economy)라고 부른다. 긱 경제는 독립노동자들이 일을 나누고, 시간을 나누고, 페이를 나누는 불안정한 노동시장이다. 긱 경제화가 진행되면 노동자의 대부분은 비정규직 프리랜서로 하향 평등화된다. 긱 노동자들은 직업정체성이 없고, 고정된 작업장이 없고, 표준근로시간이 없으며, 비임금(non-wage) 형태로 보상을 받는다. 그들은 산업화시대의 노동계급이 받았던 국가복지를 받을 수 없고, 사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임시직, 계약직, 독립노동자가 주류가 된 프리카리아트 노동시장에서 프리카리아트들은 집단적으로 조직하기 힘들고, 집단행동을 할 수 없다.

온라인 플랫폼 경제에서 임시노동, 대행노동, 과제노동을 하는 긱(gig) 노동자들은 유연한 스케쥴에 따라 대기 (on-call), 적기주문형(on-demand), 제로시간계약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강도가 높고, 노동시간의 불확실성으로 소득불안정성이 높고 임신과 질병과 같은 긴급 위험에 대한 대응력이 낮다. 결국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플랫폼경제, 공유경제, 긱(gig) 경제는 산업화시대의 정규직 프롤레타리아트 계급을 해체시키고 불안하고 위험한 계급 (dangerous class)인 프리카리아트(precariat: precarious proletariat)를 양산한다.

4차 산업혁명은 정규직 노동자들을 인공지능 로봇으로 대체함으로써 정규직 노동자들을 프리카리아트로 전락시키고 긱(gig) 노동자를 양산하고 있다. 구매력이 약한 긱 노동자들의 과소소비로 인해 포스트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었던 시점에서 코로나 팬더믹이 확산되면서 긱 노동자들의 수요가 폭발하였고, 이는 긱 노동자들의 협상력을 높여주었다. 긱 노동자들이 제공하는 온라인 배달 서비스가 포스트 자본주의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높아지자 정치인들은 긱 노동자들에게도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제공되는 건강과 안전에 관한 기본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입법을 추진하여 긱 노동자들에게 사회경제적 시민권을 부여하려하고 있다.
(2) 시장의 후퇴와 국가의 귀환

코로나 팬데믹으로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총아인 시장이 후퇴하고 그 자리에 국가가 들어섰다. 폴라니에 의하면 자유시장 자본주의는 ‘100년간의 평화’ (1815-1914) 끝에 파산을 하였고, 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 2차 세계대전을 치른 뒤 출현한 자본주의는 시장에 대해 국가가 비대칭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주도형 자본주의였다. 그런데 ‘케인지안 황금기’로 불리는 국가주도 자본주의는 1970년대에 위기를 맞게 되었고 시장이 갈채를 받으면서 화려하게 복귀하여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시대를 열었는데, 세계화와 4차 산업혁명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불평등과 양극화를 내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자본주의가 될 수 없었고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와 브렉시트와 트럼피즘으로 취약성이 노출되었다.

이러한 포스트 세계화 시대가 전개되는 와중에 코로나 팬데믹이 발발하여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치명상을 입게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겪으면서 자유방임적 시장의 무능이 드러난 반면, 국가는 코로나 방역과 치료 과정에서 사회적 양극화를 치유하는데 있어서 비교우위를 보여주었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글로벌 질병위기 해결을 위해 다시 국가가 소환된 것이다. 국가는 신자유주의적인 ‘거대정부의 비효율성’ 담론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대규모의 구제금융 팩키지를 단행하고, 고통에 처한 시민들을 보살피는 ‘돌봄국가’ (caring state)가 되어주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벌어졌던 의료, 보건과 같은 공공재와 의료시스템 하부구조 구축에서 시장이 적절한 투자에 실패했다는 반성 위에 국가가 직접 나서서 시민사회와 의료사회와의 공감, 협력하여 치료약과 백신의 개발, 연구, 제조를 담당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대응은 시장이 아닌 국가가 주도하여야하고, 국가의 대응은 제레미 리프킨이 이야기하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적 감수성의 함양, 동식물과의 교감, 우리 삶의 절대적 조건인 동물과 식물의 생물권을 인정하는 “공감 문명”(empathic civilization, J. Rifkin) 방식으로 이루어져야한다. 생태계와의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은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전염병 재앙으로 시장에 복수하고 있는 자연과 동물과 화해를 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J. Rifkin, The Empathic Civilization, 2010)

(3) 세계화의 쇠퇴와 포스트 세계화 시대의 도래

코로나 팬데믹은 경제적 세계화의 심각한 후퇴를 가져올 것이다. 세계화가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낳으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자본주의의 심장인 월스트리트에서부터 전 세계로 확산되자, 세계화는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다. 2016년의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트럼프의 대통령당선으로 ‘국경이 없는 세계’(borderless world)는 사라지고 인구, 문화, 물자, 기술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는 장벽이 일국단위로 국경에 세워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방역을 위해 국가가 국경을 폐쇄하는 조치들을 취함으로써 지난 50년간 꾸준히 증가해온 국경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이동의 흐름을 역류시키고, 세계화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 국경이 없는 세계화의 시대에서 국경의 장벽이 다시 세워지는 영토적 민족국가시대로의 흐름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폴라니가 지적하였듯이 국제주의적 시장의 운동에 대항하여 정부는 일국경제를 바깥세계와 절연시키고 경제적 민족주의(economic nationalism)를 동원하여 자급자족(autarky) 경제를 지향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기업들로 하여금 불확실성이 높아진 원거리 공급체인 (remote supply chains)에의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공급체인을 강화하여 내향적인 자기고립(self-isolation) 경제를 지향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보호주의와 고립주의가 세계화를 대체하면, 글로벌 공급체인이 약화되고 세계경제 전체가 위축될 것이다. 그 결과 1930년대의 대공황같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일어날 위험이 있다. 보호주의와 고립주의 경향은 미중간의 비동조화 (decoupling)를 강화할 것이다. 자유무역 시대에 미중은 전략적 경쟁과 협력을 통해 상호이익을 취하는 공진(co-evolution) 또는 동조화(coupling)을 추구했으나, 트럼프가 미국제일주의, 자국우선주의를 주장하면서 중국을 적대적 경쟁자로 간주하자 미중간의 패권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미중간의 비동조화도 강화되고 있다.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지스트 석좌교수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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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3사가 배달앱상에서 수저 선택 옵션을 변경한 이후로 한 달 동안 일회용 수저 6,500만 개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녹색연합이 배달앱 3사(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에 일회용 수저 안 받기 선택 비율을 요청한 자료로 환산한 결과다. 배달앱은 소비자들이 일회용 수저가 필요한 경우에 선택하게 함으로써 일회용 플라스틱 저감 효과를 높였다. 배달앱 시스템 변경은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냈고 이로서 […]

The post [보도자료] 한 달동안 일회용 수저 6,500만개 감소, 배달앱의 버튼 하나로 바꿨다. first appeared on 녹색연합.

목, 2021/08/2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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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의 K방역 사회공공정책의 전환을 말한다

 

취지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발생한지 1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백신이 감염병 상황을 종식시켜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과 다르게 확진자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고 변이바이러스 전파력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미 집단면역은 불가능하고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도 감염병 재유행은 반복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사회는 감염병의 다른 국면을 맞이했고, 이에 따른 사회적 대응 전략도 달라져야 합니다. 종식을 기대하며 정부의 방역정책을 따르던 시민들의 삶은 지쳐가고 있습니다. 감염병이 우리삶 속에 존재하는 이상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담보되어야 하고, 의료와 돌봄 등 사회정책의 국가 책임은 더욱 강조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K-방역이 기로에 서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방역 정책을 다시 재설정해야 합니다. 이에 시민사회는 현재 우리가 당면한 감염병 상황을 진단하고, 우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논의해 보고자 합니다. 

 

프로그램 

  • 일시 : 9/2(목) 오전 10시

  • 장소 : 온라인 /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참석자들은 오프라인)

  • 주최 : 참여연대,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보건의료단체연합, 공공운수노조

  • 프로그램

사회

변혜진(건강과 대안 상임연구위원)

발제 

코로나19와 방역&건강권_우석균(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코로나19와 사회정책_김진석(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토론

양난주(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공성식(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

김현철(홍콩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 및 공공정책학 교수)

 

 

금, 2021/09/03-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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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인권을 중심에 두지 않은 ‘전자 팔찌’ 도입 검토 등 정부의 강경대응정책 추진에 우려를 표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최근 감염병 예방이라는 명목 아래 자가격리 이탈자 등에 대한 엄벌주의 원칙 수립, 생계지원금 환수 및 지급 배제 등의 강경 대응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그 중 하나로 최근 전자 팔찌의 도입이 논란이 되고 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지난 2020. 4. 6. 정례브리핑을 통해 자가격리 대상자에 대한 전자 팔찌 부착이 이탈을 막는 효과적인 수단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이래 전자 팔찌의 도입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했다. 전자 팔찌의 구체적 도입 방안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2020. 4. 7.  주재한 비공개 관계 장관 회의에서 주요 의제로서 논의되기도 했다. 그리고 김강립 보건복지부차관은 2020. 4. 8. 정례브리핑을 통해 정부가 전자 팔찌의 도입에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부처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적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인권단체들은 소수의 자가격리 이탈자의 지침 미준수를 근거로 모든 자가격리 대상자와 감염 피해자에 대한 낙인과 혐오를 부추기고 나아가 사회구성원 전체의 자발성과 기본적 인권을 훼손하는 전자 팔찌의 도입 검토, 처벌강화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강경대응대책 추진에 유감을 표한다.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전자 팔찌는 신체에 부착하는 형태의 기기로 휴대폰에 설치된 자가격리 앱과 연결되어 착용자의 위치 정보를 방역당국에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전자 팔찌를 착용하는 자가격리 대상자가 앱이 설치된 휴대폰으로부터 20m 이상 떨어지면 전자 팔찌는 경보음을 울리며, 자가격리 대상자는 그 즉시 격리 이탈자로서 조사를 받게 된다. 이처럼 정부가 도입하려는 전자 팔찌는 자가격리 대상자를 핸드폰으로부터 20m라는 좁은 공간에 구속하고, 실시간으로 감시함으로써 자가격리 대상자가 가지는 신체의 자유, 이동의 자유 및 사생활의 권리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예정하고 있다.

 

정부는 자가격리 대상자의 동의를 받아 전자 팔찌를 부착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며 초래되는 기본권 제한을 정당화하려 한다. 하지만 신체의 자유, 이동의 자유 및 사생활의 권리의 중대한 제한을 동의가 가능한 대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특히 정부는 전자 팔찌의 부착을 거부하는 자가격리 대상자에 대해 입국거부 등의 불이익을 예정하고 있으므로, 부착에 대한 동의를 자발적 동의라 평가하기도 어렵다. 이처럼 전자 팔찌의 부착은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강제적 성격을 가진 수단일 수밖에 없다. 전자 팔찌의 도입은 그 본질이 신체를 구속하고, 이동을 제한하며, 사생활을 감시하는 것으로서 그 기본권 침해의 광범위성과 중대성으로 인해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다만 예외적으로 그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법률이 규정하는 엄격한 요건 아래 비례적인 제한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전자 팔찌의 도입은 이러한 예외에 해당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먼저 전자 팔찌 도입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2조 제2항 제2호는 감염병의 증상 유무 확인을 위한 기기의 이용만을 허용하고 있을 뿐, 기기를 이용한 격리의 이탈 등의 조사 및 감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즉 전자 팔찌의 도입은 법률상 근거 없는 기본권 제한 행위이고, 이는 모든 자유와 권리의 제한은 법률에 근거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제2항에 명백히 위배된다.

 

정부는 자가격리 대상자의 무단이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전자 팔찌 도입 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전국 3만 7,248명의 자가격리 대상자 중 무단이탈로 적발된 사람은 총 137명으로(2020. 4. 4. 기준) 그 이탈률은 0.36%에 불과하다. 이처럼 대부분의 자가격리자가 지침을 지키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무단이탈이 발생하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만으로는 전자 팔찌를 도입해야 할 객관적 필요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더불어 전자 팔찌가 자가격리 대상자들의 이탈을 방지하는 실효적 수단이라 보기도 어렵다. 정기·불시 점검 등 대체 수단을 통해 소규모 무단이탈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자 팔찌의 오작동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점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모든 자가격리 대상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전자 팔찌를 부착하여 감시하는 것은 실효성 없는 수단을 통해 불필요한 기본권 침해를 초래하는 것으로서 비례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무엇보다 전자 팔찌의 도입은 감염병에 대한 위험과 공포를 자가격리 대상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로 변화시키는 매개가 될 수 있다. 전자 팔찌의 도입은 자가격리 대상자를 감염병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시민이 아닌 통제되어야 할 잠재적 위험으로 취급하는 것을 전제한다. 즉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자가격리된 사람들을 범죄를 저지를 사람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자 팔찌의 도입은 자가격리 대상자들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부추길 수 있고, 이는 또한 감염 피해자들에 대한 더욱 큰 공포와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자가격리 대상자와 감염인에 대한 혐오는 감염 사실과 접촉사실을 숨기게 만든다는 점에서 방역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부가 전자 팔찌를 도입한다면, 정부는 자가격리자 및 감염피해자들에 대한 불필요한 낙인과 혐오를 주도했다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성범죄자 사후 감시 등을 이유로 개인에 대한 전자기기 부착을 합리화해왔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젠더기반 폭력을 가능하게 한 문화에는 대응하지 않으며 성범죄자 개인에만 집중하는 방식으로 작동해왔다. 자가격리 대상자에 대한 전자 팔찌 도입 역시 감염병 확산의 원인과 책임을 오로지 개인에게만 전가할 여지가 크다는 점을 우리는 우려한다. 전자 기기의 부착은 원칙적으로 과거 삼청교육대, 현재의 보호관찰 등과 더불어 자의적, 이중적 처벌의 위험을 갖는 제도로서 결코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 인신 구속·통제가 대내외에 마치 선진적인 정책인 것처럼 홍보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방역의 효율성 그 이상으로 위 흐름이 가져올 수 있는 개인의 인권침해 상황이 방대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이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전자 팔찌의 도입은 그 법적 근거가 부재하고, 초래되는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가 비례적이지 못하며 그 침해를 정당화할 객관적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전자 팔찌의 도입을 더 이상 추진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최근 감염병 예방이라는 명목아래 수립하고 있는 강경대응 대책은 본질적으로 자가격리 대상자에 대한 감시와 통제 등 기본권의 제약에 중심을 두고 있다. 이러한 강경대응 정책의 추진은 감염병 상황의 피해자이기도 한 자가격리 대상자를 사회에서 배제하는 것으로 절박한 상황에서도 우리사회가 반드시 지켜내야 할 기본적 인권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권단체들은 앞서 살펴본 정부의 전자 팔찌 도입 검토를 비롯하여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는 기조 아래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큰 우려를 표명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의 수립 시 감염병 상황에서 시민들의 기본권을 어떻게 제한할지가 아닌 어떻게 보장할지를 고민하길 바란다. 

 

원문https://drive.google.com/open?id=11MN7F3GnXfvsUNZ4cTkmpzFgfs1CBUmeI7VHDQ... rel="nofollow">보기/다운로드

2020년 4월 10일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광주인권지기활짝,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빈곤과 차별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 서울인권영화제,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언론개혁시민연대,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중심사람, 장애여성공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국제민주연대,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난민인권센터, 노동건강연대,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 QUV,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 무지개예수,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성별이분법에저항하는사람들의모임 여행자,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SHARE, 언니네트워크,  움직이는청소년센터EXIT, 원불교인권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라북도성소수자모임 열린문,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청소년자립팸 이상한나라, 트랜스해방전선,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 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금, 2020/04/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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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의 세계 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20 년에도 기후위기가 “지속적으로” 심화되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에도 불구하고 수천만 명의 사람들에게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더욱 악화 되었습니다. 활동폐쇄로 인한 일시적인 탄 배출 감소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에 눈에 띄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WMO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작년은 주기적인 자연기후 현상인 라니냐La-Nina의 냉각효과에도 불구하고 2016년과 2019년과 함께 기록상 가장 뜨거운 한 해이었던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 만약 라니냐 효과가 없었다면 2020년은 관측이래 가장 더운 ‘한해’이었을 것입니다.  2011-2020년은 기록상 가장 뜨거운 십년 단위의 시기였습니다.

극심한 기상현상은 미국과 인도의 허리케인과 사이클론, 호주와 북극의 폭염,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많은 지역의 홍수, 미국의 산불 등 세계적으로 악영향의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WMO 사무 총장 인 Taalas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이 보고서에서 제공하는 기후 및 이에 따른 영향의 정보는 끊임없이 지속되는 기후변화, 극심한 사건의 발생 및 심화, 심각한 손실 및 피해를 강조하며 이에 따른 개개인, 사회 및 경제에 영향을 알려줍니다.”

WMO의 기후상황에 대한 보고는 바이든 미국대통령이 주관하는 글로벌 리더들의  ‘정상 회담 직전에 발표되었으며, 올해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Cop26 유엔기후정상회의 개최를 준비하면서 주요 정상들이 사전에 합의해야할 긴급조치, 즉 2015년 파리 협정의 목표인 가능한 지구온도의 상승을 2.0C와 1.5C 이하로 유지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재확인입니다. 2020년 온도는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2C 높았습니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흐스는 단호하게 선언합니다. “올해는 행동의 해입니다. 기후가 변하고 있으며 그 영향은 이미 사람과 지구에 너무 많은 비용(희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가들은 Cop26기후회의보다 앞서 사전에 2030 년까지 전세계 배출량을 45 %이상 줄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반드시 제출해야 합니다.”

WMO와 파트너가 작성한 보고서는 Covid-19 대유행으로 인한 식량생산, 운송 및 경제 활동의 일시적 감소는 극심한 날씨가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추가적인 탄소 배출량의 추가적인 감소는 대기농도에 “눈에 띄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보고서는 또한 2020년에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1. 바다의 80 %는 적어도 한번 이상의 해양폭염을 경험했으며 이는인간활동으로 발생하는 에너지의 90 %를 흡수하는 해양의 기록적인 현상입니다..

2. 북극의 해빙량은 기록상 두 번째로 낮은 최저치에 도달했으며, 그린란드와 남극에서 수천억 톤의 얼음이 손실되어 해수면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3. 심각한 홍수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많은 지역을 강타하여 아프리카의 뿔지역에 메뚜기 전염병을 촉발했습니다.

4. 극심한 가뭄은 2020년 남미의 많은 지역에 영향을 미쳤으며, 브라질에서만 30억 달러에 가까운 농업손실이 발생했으며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에서도 상당한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5. 미국에서 타오른 산불이 새로운 기록적인 한편에, 호주의 시드니 서부 기온이 48.9 ° C 인 더위 역시 기록을 깼습니다.

6. 북대서양 허리케인 시즌에는 기록상 가장 많은 30 건의 폭풍을 기록했으며 이중 12 건이 미국에 상륙했습니다. 이것도 새로운 기록입니다.

7. 사이클론 암판은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강타했으며 이는 북인도양에서 관측된 가장 강력한 열대성 사이클론이었으며, 필리핀을 가로지른 태풍 고니는 육지를 강타한 가장 강력한 사이클론 중 하나였습니다.

영국 레딩 대학의 기후과학 교수 인 Richard Allan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기후변화가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이 주목할 만합니다.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CO2 증가는 시간이 경과하면서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커지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 (University College London)의 Chris Rapley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1.5C 지구기온 상승의 한계라는 파리협약의 지침에 이제 거의 접근하였습니다. 현재까지 우리의 생활과 경제를 운영하는 방식이 기후시스템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예측을 불가능하여 점점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조치를 취할 때입니다. 기후위기의 관리가 반드시 시행되어야만 합니다.”

 

출처 : The Guardian on 202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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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21/04/3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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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 전지구적 위기에서 전환은 가능한가?https://www.peoplepower21.org/files/attach/images/37219/695/807/001/2092... style="margin:10px;width:800px;height:1132px;" />

 

참여사회연구소는 지난 4월 코로나19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Research&document_srl=178054... rel="nofollow">‘팬데믹 시대 전지구적 위기에서 전환은 가능한가?’라는 논제로 두 차례 포럼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당시 그린뉴딜 전환과 국가성격의 전환을 주제로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변화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당시에 제기되었던 의문들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닙니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작금의 전환과 ‘뉴노멀’이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에도 '노멀'로 계속해서 자리매김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습니다.

 

이번 3차 포럼은 이전 포럼들의 질문을 이어받아 ‘국가역할의 전환’이라는 소주제로 진행됩니다. 이전까지의 포럼과 달리 다양한 연구 관심을 가진 연구자들이 하나의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국가역할에 대한 우리 인식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를 함께 살펴보고 이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과 시각을 공유하는 집담회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포럼3] 국가역할의 전환

2021년 08월 18일(수) 오후 4시-6시

 

김만권(진행, 참여사회연구소)

김효민(토론, 울산과학기술원 인문학부)

민경남(토론, CBS 라디오 PD)

소진형(토론,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송경호(토론,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장 휘(토론,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장희경(토론, 뒤스부르크-에센대학교 정치학과)


 

행사는 모두 YouTube 스트리밍(https://www.youtube.com/user/pspd1994" rel="nofollow">참여연대 채널)으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문의: 02-6712-5248, [email protected]

주최: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

화, 2021/08/0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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