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코크 형제, 그들의 돈을 거부한 사람은 없었다

지역

코크 형제, 그들의 돈을 거부한 사람은 없었다

admin | 목, 2020/03/19- 20:28

“우익 자유주의 운동에 연료를 공급해 온 억만장자 코크씨는 뉴욕의 병원과 박물관의 후한 기부자였다. 그는 정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너무 많은 돈을 썼으며 그 영향력을 계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코크형제

2019년 8월 코크 형제 중 동생인 데이비드 코크가 79세로 숨졌을 때 뉴욕타임스는 이런 부고 기사를 냈다. 미국 공화당의 돈줄이자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검은 손으로 불리는 코크 형제에 대한 세평을 생각하면 다소 밋밋한 평가다.

돈을 많이 쓰긴 썼다. 데이비드 코크는 맨해튼의 미국 자연사박물관에 2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박물관에는 그의 이름을 딴 공룡 전시홀이 있다. 이 전시홀에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듯한 설명 패널이 붙어 있어서 음모론이 돌기도 했다. (사실은 그냥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것이었다고 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는 65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링컨센터에는 1억 달러를 기부했다. ‘변혁적(transformative)’이란 평가를 받았던 이 기부금으로 링컨센터의 뉴욕주립극장은 무대 전면 보수가 가능했다. 극장 자체가 ‘데이비드 코크 극장’으로 불릴 정도다.

뿐만 아니라 뉴욕 장로교 병원(NewYork-Presbyterian Hospital)에 1억 달러를,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에 1억 5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흑인 고등교육 지원단체인 ‘흑인연합대학기금’에 2500만 달러,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 2억 달러를 기부한 것을 비롯해 각종 기관에 10억 달러 이상을 지원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미국을 움직이는 검은 손

미국의 부자라고 하면 빌 게이츠, 워런 버핏을 떠올린다. 코크 형제는 한국에는 별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포브스 선정 세계 부자 순위에서 늘 10위권 내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곤 했다. 2016년의 경우 두 사람의 재산을 합치면 800억 달러에 달해 1위인 빌 게이츠의 자산 750억 달러를 넘을 정도였다. 지난해 두 사람은 나란히 11위에 올랐으며 재산을 합치면 1010억 달러에 육박했다. 1위인 제프 베이조스(1310억 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2위인 빌 게이츠(965억 달러)는 넘어섰다.

미국 정치가 ‘슈퍼팩’으로 대변되는 거대 기업과 큰손들의 막대한 정치자금 기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금권 과두 정치라는 이야기가 나올 때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인물이 바로 코크 형제다. ‘뉴요커’의 전속 작가인 제인 메이어는 <다크 머니>라는 책에서 대표적인 ‘검은 돈’의 출처로 코크 형제를 꼽고 있다.

코크 형제가 소유한 코크 인더스트리는 하루 6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4000마일의 송유관을 소유하거나 운영하고 있는 거대 석유·화학 기업이다. 당연하게도 코크 형제는 기후변화를 부정한다. 되레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사람들의 삶을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당시 인수위원회에서 환경보호청 관련 업무를 맡았던 마이런 에벨은 기후변화 부정론자 중 하나다. 그는 코크 가문의 자금을 후원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하자 세계적 경제학자인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코크 형제의 승리다. 트럼프는 단지 도구에 불과하다”라고 평가했다.

코크 형제는 2012년 대선에서는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를 공개 지지했지만 2016년 대선에서는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았다. 당시 트럼프 후보의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에 대해서 “나치를 연상시킨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대선 기간 동안 트럼프와 힐러리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암과 심근경색 중 반드시 한쪽을 골라야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오히려 힐러리가 공화당의 경선 주자들보다 더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하다”고까지 말했다.

트럼프 역시 워싱턴 주류 정치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며 인기를 얻었다. ‘워싱턴 오물 빼기’(drain the swamp)라는 공약이 말해주듯 돈과 정치권력을 주고받으며 나눠먹는 거대 자본과 정치 엘리트를 척결하겠다고 했다. 마치 코크 형제를 겨냥한듯하다.

서로에게 으르렁대는 사이 이미 트럼프 주변은 이미 코크 형제의 영향력 하에 있는 인물들로 들어찼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부터가 코크 형제에게서 대규모의 정치자금을 받아온 인물이었다. 2012년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밀었고 30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뒤에 국무장관이 되는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장 역시 별명이 ‘코크 가문의 하원 의원’일 정도로 아낌없는 지원을 받아온 인물이다. 폼은 잡았지만 트럼프 자신 역시 이른바 ‘코크토퍼스’(코크 형제와 문어를 뜻하는 옥토퍼스의 합성어)에 단단히 휘감겨 있었던 셈이다. 트럼프 취임 후 ‘오물’의 상징이었던 로비스트들은 더 늘어나고 로비 자금도 증가했다.

코크 형제는 트럼프를 싫어한다고 했지만, 트럼프의 등장은 그들이 만들어온 미국의 결과이자 역사의 일부다. <다크 머니>의 언급대로 “코크 형제는 트럼프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르지만 트럼프야말로 본질적으로 그들의 후계자인 동시에 그들이 1970년대 이후 계속해서 매진해 온 광범위한 정치 활동의 결과물”이며 “트럼프는 미국의 과두 체제를 이끄는 대부호들이 만들어낸,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실패한 괴물”인 것이다.

 

코크 형제의 ‘자유지상주의’가 낳은 괴물

코크 형제는 캔자스주 위치토에서 태어났다. 형인 찰스 코크가 1935년생, 동생인 데이비드 코크가 1940년생이다. 할아버지인 해리 코크는 네덜란드 출신 이민자로 철도와 언론 사업을 벌였던 기업가다. 아버지인 프레드 코크는 MIT 출신으로 원유를 휘발유로 정제하는 보다 효율적인 공정을 개발하는 등 사업에 수완을 보였다. 프레드는 잠시 스탈린 치하의 소련에서 정유소 건설에 참여하기도 하는데 그때의 체험으로 공산주의를 혐오하게 된다. 극우단체인 존버치협회를 결성하고, 2차 대전 당시에는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와 독일의 나치를 칭찬하기도 했다. 코크 형제의 양육에도 나치 추종자인 가정교사를 고용할 정도였다.

코크 형제는 두 사람 모두 MIT를 나왔고,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찰스 코크는 1967년 부친의 사업을 물려받아 사장이 됐고 회사 이름을 ‘코크 인더스트리’로 바꿨다. 데이비드 코크는 1970년에 회사에 합류했다. 코크 형제는 본래 네 명인데, 재산 다툼 끝에 1983년에 차남인 찰스와 3남인 데이비드가 다른 형제들의 지분을 11억 달러에 인수했다.

코크 인더스트리는 석유·화학을 기반으로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다. 회사 매출액은 2006년에 이르러 2000배 이상 커졌다. 지금은 카길 다음으로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비상장기업이다. 60여개 국가에서 12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석유, 화학, 에너지, 섬유, 광물, 비료, 펄프 및 제지, 화학 물질 등 광범위한 사업 분야를 갖고 있다. 두 형제는 나란히 지분의 42%씩을 소유하고 있다. 2017년에는 유명 시사주간지 ‘타임’지 인수에 돈을 대기도 했다.

찰스 코크는 자신이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특권적인 삶을 누리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아버지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인 것처럼 일하기를 원했다”고 회고했다. 찰스는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민간의 자유를 중시하는 고전적인 자유주의 신봉자로 알려져 있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등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비판하는 동시에 오바마 정부의 복지 정책에 대해서도 혹평을 아끼지 않았다.

데이비드 코크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1980년 대선에서 자유당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을 때 공약이 사회보장과 복지 제도, 모든 가격지원과 보조금, 최저임금, 법인세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증권거래위원회(SEC), 연방수사국(FBI) 등의 연방 기관도 모두 없애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1% 남짓의 득표율로 패배했지만 그의 생각은 여전한 것처럼 보인다. 대외적으로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등 해외 군사 개입에 반대한다. 동성결혼과 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하기도 했다.

코크 형제는 지식인, 정책연구소, 시민모임에 대한 지원이라는 3단계 계획을 세우고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AFP)’ 같은 보수 단체나 헤리티지재단 등 보수적 성향의 싱크탱크도 코크 형제의 지원 아래 있다. 자발적으로 생겨난 것으로 알려진 보수주의 정치 운동 ‘티파티’ 역시 코크 형제들이 자금을 지원해 조직한 ‘만들어진 운동’이라고 한다.

그들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1997년 정부가 석유 정제시설에서 나오는 오염물질 기준치를 강화하려고 하자 코크 형제의 지원을 받는 어느 학자는 궤변을 제시했다. “스모그로 인해 태양빛이 줄어들면 피부암도 줄어든다. 만일 공기오염에 지나치게 간섭한다면 피부암이 매년 1만1000건 이상 늘 것이다.” 소송까지 이어진 국면에서 어처구니없게도 재판부는 이 학자의 의견을 들어준다. 알고 보니 재판부 역시 코크 가문의 재단들이 뒷돈을 대준 학술회의에 참석해 휴가를 보냈던 것이다.

2010년 미 연방대법원 역시 코크 형제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슈퍼팩’을 허용하며 사실상 무제한 선거자금 사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에 직접 자금을 대는 방식이 아니라면 영리 목적 기업들도 무한정 모금을 해서 선거자금으로 쓸 수 있다. 코크 형제도 자신들의 이념에 부합하는 정치인들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쏟아 붓는다. 데이비드 코크는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저지하기 위해 1억 달러 이상을 썼다. 2016년 대선에서는 1600명이 넘는 유급 직원들을 35개 주에 파견해 전체 유권자의 80% 이상을 접촉할 수 있을 정도였다. 끌어 모은 정치자금만 8억8900만 달러에 달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이후 ‘공화당 지도부가 어떻게 기후 변화를 가짜 과학(Fake Science)으로 생각하게 됐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에 따르면 한때 공화당의 존 매케인은 대선 후보 경선에서 지구온난화 대응을 주요 의제로 들고 나오기도 했지만 먼 옛날의 얘기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기후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하는 공화당 정치인들은 정치자금 부족에 시달린다고 한다. “특히 코크 형제와 같은 화석연료 산업의 플레이어들이 만든 정교한 캠페인에 따라 공화당 의원들이 움직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크 형제가 쓰는 언어의 단어 하나하나까지 가져와 썼다.”

데이비드 코크는 죽었지만 앞으로도 코크가문의 영향력은 변함없을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미 대선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2018년 코크 형제가 노스다코타 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케빈 크레이머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 웃음거리”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그들의 후원을 한 번도 구하지 않았다”며 “그들의 돈도 나쁜 아이디어도 필요치 않다”고도 했다. 코크 형제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 무역 정책을 공공연히 반대해 왔다.

그러나 <다크 머니>의 분석처럼 도널드 트럼프와 버니 샌더스라는 아웃사이더가 열광적인 지지를 얻은 배경에 미국의 심각한 빈부 격차가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코크 형제와 트럼프의 갈등은 사소한 것처럼 보인다. 그들이 오랫동안 주장해 왔던 자유지상주의가 낳은 기형적인 세계에서 트럼프는 백인 중산층의 울분, 기성 체제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토대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 토대는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생전에 데이비드 코크는 흔치 않았던 인터뷰 중 하나에서 ‘워런 버핏처럼 죽기 전에 전 재산을 기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아닙니다. 우리 돈의 대부분은 코크 인더스트리에 있고, 우리가 죽으면 아이들은 주식을 인수할 것입니다. 나는 코크 인더스트리가 계속 성장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으로 ‘당신의 돈을 거부한 사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아니오.”

 

참고자료

[뉴욕타임스 2019. 8. 26] How David Koch Left His Mark on New York

[뉴욕타임스 2017. 6. 3] How G.O.P. Leaders Came to View Climate Change as Fake Science

[CRAIN’S NEW YORK BUSINESS 2014. 9. 8] David Koch offers rare look into his giving, politics

[THE VERGE 2018. 1. 8] The climate change misinformation at a top museum is not a conservative conspiracy

[서울신문 2017. 6. 16]‘괴물’ 트럼프 조종하는 ‘코크토퍼스’의 검은 돈

[조선일보 2016. 4. 26] 美공화 핵심 돈줄 “힐러리 지지할 수도”

[이코노미조선 2017. 6. 12] 트럼프의 기후협약 탈퇴 조종한 ‘악의 축’ 비난, 자유 경제 신봉하는 재산 110조원 석유 재벌

[한겨레 2017. 6. 15] 트럼프 대통령을 조종하는 ‘어둠의 손’ 코크 형제

[한겨레 2018. 1. 28]‘워싱턴 오물’ 빼겠다더니…트럼프 첫해 ‘로비스트’ 더 활개

[연합뉴스 2018. 8. 1] ‘공화당 큰손’ 코크형제와 등돌린 트럼프…”그들 돈 필요없어”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새로 구성된 국회에서도 역시 ‘법사위’가 커다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주지하는 바처럼, 우리 국회에서 법사위의 힘은 막강하다. 바로 법사위가 모든 법률안의 체계ㆍ자구 심사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사위는 모든 상임위원회 중에서도 ‘상원 아닌 상원’ 혹은 ‘제2원(院)’이라 칭해지기도 한다.

그간 우리 국회에서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법사위의 ‘월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법사위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법안을 스톱시킬 수 있고, 때로는 소관 상임위에서 의결한 법안 내용 자체를 수정하여 상임위 간 갈등이 빚어진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2013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불산가스 등의 유해물질 배출 기업에 대해 해당 사업장 전체 매출액의 최고 10%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만, 법사위는 규제 기준을 대폭 완화하여 5%의 과징금 부여로 낮췄다. 뿐만 아니라 단일 사업장의 경우 매출액 대비 2.5% 이하의 과징금을 매기도록 했다. 이에 대해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법사위가 재계의 입법로비에 무릎을 꿇고 자구 체계를 벗어나는 월권을 했다며 크게 반발하였다.

 

제헌의회; “자구 정리를 법사위에 부탁할 수 있다

그런데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 조항이 처음부터 오늘날처럼 철옹성의 룰로 군림했던 것은 아니었다.

제헌의회 당시 국회법의 해당 조문은 단지 “제3독회를 마칠 때에 수정결의의 조항과 자구의 정리를 법제사법위원회 또는 의장에게 부탁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었을 뿐이었다.

그 뒤 1951년에 개정된 국회법은 “위원회에서 입안 또는 심사한 법률안은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를 경유하여야 한다. 단, 법제사법위원회는 법률안의 체계와 형식에 대한 심사를 하여 소관위원회에 회송한다.”라고 규정하여 처음으로 ‘법사위 심사’ 규정이 출현했다. 하지만 이 당시의 해당 조항에 대한 개정안 제안 취지는 “본회의 시간을 절약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법사위 심사’는 본회의 3독회 체제 중 본회의 1독회 전에 이뤄지는 보조적 기능에 지나지 않았다.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에 공식성이 부여된 것은 2공화국 국회법에서였다. 1960년 9월 26일에 개정된 국회법은 “위원회에서 법률안의 심사를 끝내거나 또는 입안한 때에는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라고 규정하였다. 다만 당시에도 여전히 본회의 3독회 체제 하에 본회의 2독회에서 축조심사가 이뤄졌기 때문에 본회의에 부의되기 전에 행해지는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는 그 의미와 역할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이었다.

 

유신정권이 확립한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권한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사실은 다음의 사실에 존재한다. 즉, 오늘날과 같이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 기능이 막강해진 것은 바로 1973년 유신정권에서 이뤄진 국회법 개정이라는 점이다.

박정희 정권은 1963년에 이어 1973년에 다시 국회법을 개정하여 그간 본회의에서 시행하도록 규정되어왔던 축조심사 기능을 소관 상임위에 이전시켰다. 동시에 위원회 심사를 거친 안건에 대하여 질의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였다. 이제 법사위의 체계ㆍ자구심사 기능은 마침내 오늘날처럼 극대화되고 ‘법제화’, 제도화되었다.

이렇게 하여 법사위의 ‘제2원’ 기능을 분명하게 보장했을 뿐 아니라 유신정권의 유정회에 의해 보장된 집권 다수당의 본회의 ‘문지기’ 역할을 법사위가 담당할 수 있게 제도화한 것이다(서복경, “법제사법위원회 ‘제2원 기능’의 역사적 기원에 관한 연구”, 「의정논총」 제10권 제2호, 2015년).

 

상임위의 평등성과 의원의 평등대표성 원리에 위배

의회 상임위원회에서 소관 위원회의 결정을 다른 위원회가 존중하는 이른바 ‘위원회 소관주의(Jurisdictionalism)는 중요한 의회 규범 중 하나이다. 우리 국회처럼 법사위가 여타 상임위에서 이미 심사, 의결한 법안에 대한 체계ㆍ자구 심사를 함으로써 위원회 위에 옥상옥으로 군림하는 것은 위원회의 평등성 원리 그리고 국회의원의 평등 대표성 원리에 대한 심각한 침해에 해당된다.

세계 어느 의회에도 우리와 같은 법사위의 이러한 ‘제2원’ 권한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미국 의회에서는 각 상임위원회 내에 ‘축조심사회의(Mark up)’가 구성되어 여기에서 수정안 작업과 체계ㆍ자구 심사의 기능을 수행한다. 즉, 체계ㆍ자구 심사는 세계 모든 나라 의회에서 너무도 당연하게도 각 상임위원회에서 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스스로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바꾸지 않으면 불신 당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국회는 과거 군사독재 권력에 의한 국회 무력화와 통제의 유제(遺制)에 포획되어 있다. 이 ‘유제’를 ‘군사독재의 잔재’라고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단순한 ‘잔재’가 아니다. 왜냐하면 독재 권력이 만든 그 제도와 시스템들은 거의 변화됨 없이 현재까지도 거의 원형 그대로 유지되고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국회의원들 자신들이 이러한 군사독재의 유제나 잔재, 혹은 적폐에 계속 안주하여 무임승차해왔던 것이 가장 핵심적인 장애물이다. 동시에 지식인을 포함한 거의 모든 사람들도 이 적폐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지금과 같이 그 적폐의 틀과 관행을 개혁하지 않고 그대로 안주하고 있는 한,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더욱 심화된다. 바꾸지 않으면 불신 당할 수밖에 없다.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 문제는 과거 독재권력 유제의 중요한 한 요소로서 이 땅의 정치발전과 민주주의 전진을 위해 반드시 개혁되어야 할 우리 시대의 중요한 과제이다. 왜곡으로 가득 찬 우리 국회는 이제부터라도 한 가지 한 가지씩 바꿔나가 의회로서의 ‘기본’과 ‘원칙’을 복원시켜야 하며, ‘법사위 문제’ 역시 이러한 차원에서 의회로서의 최소한의 원칙과 기본을 갖춰 정상화되어야 한다.

월, 2020/06/08- 21:55
7
0

1. 들어가기에 앞서: 한심한 통일부의 대북인식을 질타하며

필자는 이미 2021년도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생략을 예측했고, 그래서 <통일뉴스>에 기고할 목적으로 하루 전날인 2020년 12월 31일에 원고를 미리 써놨고, 이걸 ‘예측: 2021년 북 신년사를 대체한 제8차 당 대회’라는 제목의 분석글을 기고한 바 있다.(<통일뉴스>, 2021.1.1.)

아니나 다를까 북은 2021년도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내놓지 않았다. 대신, 김정은 위원장은 “위대한 인민 받드는 충심 변함없을 것 다시금 맹세”라는 내용을 중핵으로 하는 ‘전체 인민에게 보내는 친필 서한’형식의 새해인사를 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친필서한 <출처: 로동신문>

이를 두고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남측 사회에서 일어났다. 다름아닌, 통일부가 2021년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1년 새해를 맞아 주민들에게 공개한 친필서한을 두고 “김정은 위원장 집권 2012년 이후 전 인민을 대상으로 발표한 첫 친필 서한 형태의 ‘신년사'”라며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첫 사례라면서 “이례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 같은 친필 서한도 ‘신년사’라고 판단한다, 했다.

참으로 수준 낮은, 아니 한심한 통일부이다. ‘새해인사’와 ‘신년사’가 어떻게 갔단 말인가?

말 그대로 새해인사는 최고지도자가 인민들에게 새해를 맞아 보내는 덕담인사이다. 단지, 그 덕담의 내용과 수위가 우리 자본주의 사고방식으로는 수용하기 좀 어려운 정치적 행위의 연장이기 때문에 그렇게 오해할 수는 있어도, 새해인사는 새해인사 일 수 밖에 없다. 반면, 신년사는 새해인사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수준의 문제이다. 최고지도자의 한 해 국정운영 철학과 국정운영 목표, 방식 등에 대한 계획을 당과 인민에 총화발표하고, 이를 당이 중심되어 군중적으로 조직동원하기 위한, 즉 한 해 북이 나아가가야 할 좌표방향과 목표에 대해 북 사회전체가 공유하고 결의하는 내용과 형식으로 집중된 고도의 정치행위이다.

바로 그 행위를 김정은 위원장이 생략하고, 시기적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제8차 당 대회(2021.1.5.개막)를 통해 대체한 것이다. 그러니 새해인사와 신년사와는 전혀 다른 층위의 차원문제이다.

어쨌든 그래놓고 기억을 되돌려보자. 북은 이미 지난해 8월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를 열에 제8차 당 대회를 2021년 1월에 개최할 것을 예고했고, 또 12월 29일에는 제7기 제 22차 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제8차 당 대회를 2021년 1월 초순에 개최할 것을 최종 결정함에 따라 정권수립 이후 아주 이례적인 예외 없이는 곧잘 지속되어왔던 최고지도자의 신년사가 생략될 것임을 미리 예고했었다.

유추하면 다음과 같다. 북도 여느 사회주의국가처럼 당 우위의 국가체제이다. 그러면서도 수령의 절대권한이 보장되는 수령중심의 체제이기도 하다. 바로 이 두 의미가 교집합되면 1월 초에 개최될 당 대회, 그것도 당의 최고의사결정 단위인 당 대회에서 그 조직의 최고지도자가, 그것도 ‘유일’최고지도자가 자신의 국정철학과 국정운용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체제원리적으로도 맞다.

조선노동당 제8차대회가 5일 오전 평양에서 개막되었다. <출처: 노동신문>

 

2. 제8차 당 대회 소집목적에 대한 간략한 고찰

제8차 당 대회 소집목적이 어디 있느냐는 <조선중통신>이 보도한 1월 6일 자 기사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통신은 그 소집목적을 공개했는데, 이로부터 이번 제8차 당 대회가 어떤 목적을 갖고 개최하려 했는지에 대해 충분히 유추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고조기, 장엄한 격변기가 도래한 시대적 요구에 맞게 당중앙위원회의 사업을 전면적으로 엄중히 총화하고 사회주의 위업의 보다 큰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정확한 투쟁방향과 임무를 명백히 재확정하며 실제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8번째로 되는 당대회를 소집했다.”

분석하면 첫째, ‘새로운 고조기’는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전진하는 북의 향후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름하여 사회주의완전승리노선의 ver.2이다.

둘째, ‘장엄한 격변기’는 미국과의 판가리싸움에서 결정적 승리국면을 반드시 열어제끼겠다는 의미가 있다.

셋째, ‘사회주의 위업의 보다 큰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정확한 투쟁방향과 임무를 명백히 재확정하며’에서 확인받는 것은 자강력제일주의와 정면돌파전에 기초한 자체의 힘, 주체역량강화에 기반 한 전략노선이 채택된다는 의미를 함의한다.

넷째, ‘실질적인 개선대책’에서 확인받는 것은 사회주의제도와 질서를 ‘개건’과 ‘개선’을 통해 보다 우리 식(주체)사회주의제도를 더 확립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임을 예고했고, 그 모습은 수령-당-대중의 혼연일체에 있다.(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 구현과 당을 김일성·김정일주의로 무장된 혁명적 당으로 질적 전환을 내 오는 것, 그리고 수령의 절대성이 더 공고화 되는 방향으로의 정립이다.)

 

3. 총론적 분석: 사업총화보고와 결정서 중심으로

내용적으로는 대략 4가지 방향으로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북 언론보도가 이를 증거 해주는데 △첫째,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둘째, 조선로동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총화 △셋째, 조선로동당규약개정에 대하여 △그리고 마지막 의제가 조선로동당 중앙지도기관 선거부분, 그렇게 4가지 의제로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이후 북의 국정운영 방향과 좌표 관련해 핵심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내용은 뭐니 뭐니 해도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A4용지 20여장 분량에 해당되는 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이하, ‘김정은 위원장의 보고’로 약칭, 정식 보고명칭은 ‘우리 식 사회주의건설을 새 승리에로 인도하는 위대한 투쟁강령’이다.)이다. 12일 폐막 때 채택된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에서 한 결론’ 부분도 매우 중요한 분석 자료이다.

해서 이 두 부분을 and적으로 조합하면 지난 제7차 당 대회 분석이 어떻게 심층분석 총화됐고, 향후 5년간 북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총적과제가 집대성된다. 5년간의 국정운영 방침결정서가 그렇게 수립되는 것이다.

참고로 이번 당 대회도 일반적으로 당 대회가 개최되면 최종적으로는 결정서 채택을 끝으로 폐막되는 그런 경로를 그대로 따랐다. 대회 기간이 좀 길어지면서(역대 두 번째로 긴 대회, 1/5 ~ 1/12) 한때는 결정서 채택없이 끝날 수도 있겠다는 추측이 난무했지만, 그 예외를 북은 허용하지 않았다.

물론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문제였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기간 사업총화보고를 했는데도, 그에 대한 결정서 채택이 없다?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북 체제의 특성 간과이다. 결과, 이번 제8차 당 대회도 김정은 위원장의 사업총화보고와 결정서 채택중심으로 그 내용을 살펴보면 한 치의 어그러짐도 없는 북의 생각과 의도, 국정운영방향을 알 수 있다.

틀은 다음과 같다.

제1부: 제8차 당 대회 총론분석: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 3대 이념으로 무장되다

제2부: 제8차 당 대회 대내관계 분석: 정면돌파전과 사회주의완전승리노선에 대한 이해

제3부: 제8차 당 대회 대외관계 분석: 북미, 남북관계 전망을 중심으로

이 중 이 글은 우선 그 첫 번째, ‘제8차 당 대회 총론분석: ‘위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 3대 이념으로 무장되다‘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시작해 보자. 총론분석 그 첫째, 북은 이번 제8차 당 대회가 갖는 의미에 자신들의 현 단계 혁명발전단계 성격규정을 명확히 했다. 어떻게? 혁명의 ‘정착기(김일성시대)’를 거쳐 ‘과도기(김정일시대)’가 끝나고, 김정은시대에 들어와서는 자신들의 혁명발전단계가 ‘계승기와 발전기’ 단계로 진입했음을 공식 선언했다.

우리 당과 혁명발전에서 중대한 정치적 사변(강조, 필자)으로 되는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에서는”에서 확인받듯이 이번 제8차 당 대회 개최를 ’정치적 사변‘으로 성격 규정해 북의 사회주의 혁명발전단계가 ’계승기와 발전기‘단계에 진입했음을 알려 내었다.

구체적 뒷받침은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는 조성된 대내외형세하에서 우리의 전진을 저애하는 주객관적 요인들과 심중한 결함들을 인정하고 당과 국가사업전반을 혁신하며 사회주의위업을 승리의 다음단계로 이행시키는데서(강조, 필자) 나서는 명확한 투쟁과업과 방도들을 밝힌 위대한 실천강령이다.” 이어 “전투적 기치이며 주체위업의 력사적뿌리와 오늘, 미래를 굳건히 이어주는 혁명적 문헌으로 된다.”고 성격 규정한데서도 그 의미가 찾아진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제8차 당 대회에서 보고된 사업총화가 1월 12일 채택된 결정서(정식명칭: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에서 한 결론)에서는 자신들의 혁명단계를 “혁명과 건설의 새로운 고조기, 격변기를 열여놓기 위한(강조, 필자)”단계로 성격 규정했다. 그렇게 북의 사회주의가 사회주의완전승리단계에 진입할 수 있는 주객관적 조건이 되었음을 사회과학적 용어로 정립해내었다.

총론분석 그 둘째, 사회주의완전승리노선을 본격적으로 가동시킬 수 있는 물적·정치사상적 토대가 확고히 구축되었음을 선언하였고, 이를 5개년 국가발전계획 목표완성과 연동시켜 내었다. 그 대강으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기본종자, 주제는 여전히 자력갱생, 자급자족(강조, 필자)”임을 분명히 했다. 방침으로는 “현 단계에서 우리 당의 경제전략은 정비전략, 보강전략으로서 경제사업체계와 부문들사이의 유기적련계를 복구정비하고 자립적토대를 다지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여 우리 경제를 그 어떤 외부적영향에도 흔들림없이 원활하게 운영되는(강조, 필자)”원리의 천명이다.

이미 이 기본원리는 제7차 사업총화보고에서 확인된다. “현 단계에서의 조선혁명의 진로를 명시한 당중앙위원회 제7기 사업총화보고의 진수는 우리자체의 힘, 주체적력량을 백방으로 강화하여(강조, 필자) 현존하는 위협과 도전들을 과감히 돌파하고 우리 식 사회주의건설에서 새로운 비약을을 일으키며”로 정의 된데서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고, 이번 결정서를 통해서 “사회주의건설의 주체적 힘, 내적동력을 비상히 증대시켜(강조, 필자) 모든 분야에서 위대한 새 승리를 이룩해 나가자는 것이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의 기본사상, 기본정신입니다.(강조, 필자)”로 정식화 되었다.

▶총론분석 그 셋째, 이번 제8차 당 대회를 거쳐 확립된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또한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가 북의 사회주의 기본정치방식으로 정식화되었다는 점이다. 달리는 김정은식 통치스타일이 확정되어졌음과 같다. 이는 통상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스타일을 ‘선군정치’로 규정했다면, 이번 제8차 당 대회를 거치고, 규약 개정전문이 발표되지 않아 그 내용 속속들이는 알 수 없으나, 일부 공개된 당 규약 서문확정을 통해 드러난 김정은식 통치스타일은 분명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이다.

당 규약 서문 표현은 이렇다. “우리 국가의 지위와 국력이 근본적으로 변화되고 승리에서 더 큰 승리를 향하여 힘차게 전진하고 있는 혁명발전의 요구를 반영하여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사회주의 기본정치방식으로 정식화(강조, 필자)하였다.” 그 근본정신에 ‘모든 것을 인민을 위하여, 모든 것을 인민대중에게 의거하여!’라는 기치가 있고, 이를 김정은 총비서는 사업총화보고에서 “정세가 아무리 엄혹하고 난관이 중첩되어도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철저히 구현하면 불리한 모든 요인들을 능히 극복하고, 방대한 과제들을 용이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정치방식으로 정식화하였다.

북은 그렇게 ‘선군정치’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방식으로 전환되는 순간을 맞이했다. ‘군대이자 당이고 국가이며 인민’이라며 군대중시의 선군정치와는 달리 이번 당 대회에서 “인민군대가 참다운 인민의 군대라는 사명과 본분(강조, 필자)을 다하라”고 주문하면서 2020년도 여름 태풍과 홍수 피해를 당한 인민들을 위해 군인과 평양 핵심 당원들을 피해 복구 지역에 파견한 것은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구현의 대표적인 사례이자, 당과 군대의 존재 이유를 인민에 대한 헌신복무에 찾아야 한다는 진리를 실천적으로 입증해 주었다.

▶총론분석 그 넷째, 이번 제8차 당 대회를 통해 드러난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 등 대외관계 부문은 기존 형제국들과는 친선과 우호협력을 보다 공고히 하면서도 미국을 대하는 방식으로는 핵무력 강화발전노선에 근거한 대북적대정책을 분쇄하고, 조국의 자주적 통일방향을 명확히 하였다. 증명하면 제8차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 “대외정치활동을 우리 혁명발전의 기본 장애물,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지향시켜나가야 한다.” 고 못 박고, 그 방도도 “국가핵무력건설대업을 완성(강조, 필자)하는것은 우리가 리상하는 강력한 사회주의국가건설행정에서 반드시 선차적으로 점령해야 할 전략적이며 지배적 고지”임을 분명히 밝혀 핵무장력 강화발전을 통해 미국을 제압하겠다는 의지가 보다 분명해졌다. 연장선상에서 미국을 상대하는 기본원칙이 ‘강대강, 선대선’의 대미정책이 수립되었다. 해서 향후 북의 대미전략은 일관되게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철회에 기본방점이 찍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으로 나아가는 프로세스가 확립될 것이다.

이를 남북관계와 연동하면 총화보고문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듯이 “남조선당국이 비정상적이며 반통일적인 행태들을 엄정관리하고 근원적으로 제거해버릴 때(강조, 필자) 비로소 공고한 신뢰와 화해에 기초한 북남관계개선의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될 것”임을 분명히 해 남측당국(현, 문재인 정부)이 민족자주와 자결의 정신으로 되돌아오지 않는 한, 구체적으로는 4.27판문점공동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의 약속이행이 담보되지 않는 한 남북관계 진전없음은 보다 확실해졌다.(※그런데도 문 대통령의 신년사와 이인영의 통일부는 여전히 방역과 인도적 지원문제 등에 집착하는 ‘작은교역’에 매달리고 있다. 참으로 번지수 잘 못 짚었다.) 달리 표현은 북이 미국과의 적대관계 청산을 기본핵으로 해 남북문제를 해결해가겠다는 전략구사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당분간 남북관계는 문재인 정부의 태도변화가 없는 한 소강국면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총론분석 그 다섯째, 통상 각급 당 체계를 중심으로 총화분석이 이뤄지던 특성과 절차대신, 이번 제8차 당 대회는 개최이전 4개월 전부터 당 중앙위원회에 비상설 중앙검열위원회를 구성하고 ‘요해사업 소조’를 각 도와 성, 중앙기관들에 파견하여 진행한 특성이 있다.(이름하여 ‘총결기간’으로 표현됨.) 아마도 이는 2020년 8월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을 주관하면서 제8차 당 대회에서 결정될 5개년 국가발전계획과 관련해 제 7차 당 대회 결정사항인 5개년 국가발전전략에 대해 “해부학적으로 분석총화하고”에 대한 약속이행절차였고, 그 만큼 핵심당원 중심으로 심층적으로 분석총화가 이뤄졌음을 증거한다하겠다. 결과, 향후 5년 동안 ‘우리 국가제일주의’와 ‘인민대중제일주의’, ‘자력갱생전략’ 3대 키워드로 국가운영방침을 명확히 해냈다.

추진동력으로는 당 제7차대회가 강조한 ‘자력갱생정신’과 그 실현을 위한 투쟁방침인 ‘정면돌파전’을 지속시켰다. 이것이 사업총화보고에는 “우리 당의 자력갱생전략은 적들의 비렬한 제재책동을 자강력증대, 내적동력강화의 절호의 기회로 반전시키는 공격적인 전략으로, 사회주의건설에서 항구적으로 틀어쥐고나가야 할 정치로선(강조, 필자)으로 심화발전되였다.” 더해서 “자강력을 증대시켜 사회주의건설을 다그치기 위한 전인민적인 투쟁속에서 자력갱생은 주체조선의 국풍으로, 조선혁명의 유일무이한 투쟁정신으로 더욱 공고화(강조, 필자)되였다.”고 맺는다.

이상으로 제8차 당 대회 분석을 총론적으로 끝냈다.

핵심은, 북의 혁명발전단계를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의 고조기·격변기로 분명히 한 것과, 사회주의완전승리단계 고지점령을 위해 보편적인 사회주의 질서체계(예, 김정은 위원장 총비서 추대, 당의 혁명적 기풍확립, 당 중앙의 유일적 사상체계 확립 등) 구축, 그리고 대외관계는 형제국들과는 상호협력·친선확대를 도모하면서도 미국과 남북관계는 보다 핵무력 강화와 자주·자결에 기초한 정공법에 보다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분쇄와 자주적 통일방향으로의 전환이다.

 

김광수

정치학(북한정치) 박사/‘수령국가’ 저자/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화, 2021/01/19- 23:40
7
0

농활이라고 있었다.

농촌활동을 줄여서 그렇게 불렀다.

70년대에는 농촌봉사활동, 줄여서 「농봉」이라고 했다. 대학생들이 여름방학을 이용해 농촌으로 가서 농민들의 수고를 같이 느끼고 부족한 농촌일손을 도와주는 활동을 농촌봉사활동이라고 했다.

80년 광주항쟁을 거치면서 각성한 농민운동가들 사이에서 변혁적 농민운동론, 군부독재와 재벌독점경제에 맞서서 싸우는 계급적 농민운동론이 전개되었다. 노동자와 농민과 학생과 지식인 그룹이 민중운동의 주체가 되어 반외세, 반독재, 반독점재벌의 투쟁을 벌려야 한다고 정리하면서 여름에 대학생들이 농촌으로 가서 농민들과 일을 하는 것은 농촌에 봉사활동을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혁명의 주체인 농민과 학생이 만나서 함께 대중을 교양하고 대중을 조직하는 활동이라고 새롭게 정리하였고 그래서 해마다 여름방학에 농촌으로 가는 대학생들의 활동은 ‘농촌활동’ 즉 「농활」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대부분 ‘농활’의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대학생들에게 학생운동과 함께 농촌활동은 필수코스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번쯤은 가 본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당시 여름방학에 가는 여름농활이 기본이었지만 학생운동에 좀 더 적극적인 학생이거나 향후 진로를 농촌에 가서 농민운동을 하겠다는 친구들은 봄과 가을, 겨울에도 가는 사계절 농활에 참여하였다.

농촌활동을 가면 새벽에 일어나 식사조는 식사를 하고 일감을 받아오는 친구들은 대원들을 보낼 농가들을 확인해서 작업배치를 하고 매일 아침 듣는 주의사항을 다시 들은 후 조별로 배치받은 작업현장으로 길을 나섰다. 지나가는 동네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인사를 하고, 조금 전에 본 사람에게도 인사를 하고 아이도 젊은이도 장년이나 노인 가릴 것 없이 먼저 인사를 하는 게 농활 수칙이었다. 일을 가서는 민폐를 끼치지 않는다고 참이나 식사도 거절하고 보통 숙소로 사용하는 마을회관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었다. 다시 오후에 가서 빡세게 일을 하고 저녁에 돌아와 저녁밥을 먹은 후 마을의 농활 주체가 지정해주는 집이나 장소로 가서 ‘장년반’, ‘부녀반’, ‘청년반’, ‘아동반’ 등의 분반활동을 하였다. 농활은 복더위가 시작되는 7월 중순에 가서 일을 하는 것도 엄청 힘들었지만 저녁먹고 진행하는 분반활동도 꽤 괴로운 일이었다. 농활자료집에 나와있는 매뉴얼화된 질문을 던지면 역시 끌려나오듯 참여하고 있는 마을주민들은 때론 현실감 떨어지는 질문에 시큰둥하게 대답하던가 때로 핀잔도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식은 땀 흘리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분반활동이 끝나면 분반활동 보고가 있고 하루 일과를 평가(비판)하고 농촌과 농업의 문제에 대해 발제를 듣거나 현장 농활 주체들로부터 강의를 듣고 하루 일과는 보통 11시가 넘어야 끝났다.

이런 전형적인 농활은 9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다.

여기서 새삼스럽게 농활얘기를 다시 꺼낸 것은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아련한 추억거리를 소재 삼으려는 것이 아니다.

80년대를 지나 90년대까지 이어져온 농활의 분반활동으로 만났던 아저씨, 아줌마, 형, 아이들은 이제 그 마을에 살지 않는다.

지금은 여러분들처럼 도시의 어딘가에서 도시 주민으로 살고 있다. 장년들은 대부분 남아서 고령화된 농촌의 마지막을 지키고 있지만 그 때 그 아이들은 물론이고 청년들의 대부분도 농촌을 떠나고 아주 일부만 농촌에 남아있다.

농촌을 떠난 사람들은 농지를 도시민들에게 팔거나 남아있는 농민들에게 소작을 주고 떠났다. 남아있는 농민들은 떠난 사람들의 농지를 사거나 빌려서 농사규모를 늘렸다. 농업으로 얻는 평당 소득은 줄어들어서 어쩔 수 없이 농지를 늘리기는 했지만 농업 생산비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서 경영악화가 심해지고 있다.

농가 호당 평균 농업총수입은 1990년에 907만8천원에서 2019년에는 3,444만원으로 4배가량 증가했지만 농업소득은 626만원에서 1026만 원으로 2배도 늘지 않았으며 농업 경영비는 281만원에서 2,417만원으로 9배 가까이 늘어났다.

농사 규모를 늘려서 총 수입은 늘어났지만 경영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나는 바람에 실질 소득 증가는 별로 늘어나지 않았다.

‘억대 농민’이라 하면 농사지어서 총수입이 1억원 이상 올리는 농민을 말하지만 이들도 허울만 좋아 억대 농부이지 총수입이 1억원을 넘긴다 해도 경영비를 제외하면 실질소득은 3천만원 남짓이다. 실상은 연봉 3천만원 짜리 농민인 것이다.

올해는 자영업자, 소상공인도 어려운 해이고 공부하는 학생들도 모두 어려웠지만 농업은 긴 장마와 코로나19로 인한 노동력 수급 부족으로 특히 힘든 한 해 였다.

내년에도 기상이변과 코로나19 상황이 올해처럼 지속된다면 농업은 더 어려운 해가 될 것이다.

생산성을 높이고 주・부식 농산물 생산과 공급 계획을 잘 세워야하겠지만 농업 소득을 올리고 농민들이 영농의욕을 잃지 않도록 농민수당을 전면 시행하고 공익형 직접지불금을 올려서 농가 호당 평균 실질 소득이 3천만원 이상 보장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아 있는 농민들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든다.

20여 년 전 내가 사는 마을인 자기 고향으로 농사를 지으러 들어와 유기농업으로 가족농의 소농규모 농사를 짓던 진효가 농업수입을 올리기 위해 비닐 하우스 등 시설을 늘리고 인삼농사를 시작하는 등 농사규모를 늘려왔다. 올해는 농사짓는 것도 힘들었지만 농지면적과 노동시간을 늘려도 수입이 기대한 것 만큼 늘지 않자 다시 소농으로 돌아가야겠다고 한다. 소농으로 알뜰하게 농사지어서 적은 수입으로 소박한 삶을 살 수 있으면 이 친구의 농업은 지속되겠지만 앞으로 대학교, 고등학교 진학할 아이들이 셋이나 대기하고 있는데 잘 버티며 농사지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마지막 ‘농활’의 마지막 동네 형이었던 이 친구마저 농업을 포기하고 마을을 떠난다면 우리 농업은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지 않을까?

코로나 3차 대유행이 진행되면서 여러 가지 걱정과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되면 자영업자들은 더 힘들어 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식품 사재기로 식료품 매대가 텅비는 공급붕괴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지만 올해 쌀 생산 부족이나 곡물 및 농산물 수입과 공급이 끊기면 TV에서나 보던 남의 나라 슈퍼마켓에서 식품과 농산물, 축산물이 바닥나는 상황을 우리가 볼 수도 있다.

위드 코로나(with Coroak19) 시대가 곧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2021년에도 농업을 둘러싼 위기 환경이 이어진다고 예상되면 국민 먹을거리 생산 안정에 대해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농업의 스토브리그인 겨울동안 내년도 생산과 수요조절을 잘 계획하지 않으면 절망적인 상황이 올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농업정책’을 ‘식량정책’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식량계획정책’이 어떤 것인지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올 겨울을 잘 준비하여 해외농산물 수급 계획과 국내 농산물 자급계획 제고를 통해 먹을 거리 위기가 오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이재욱

화, 2021/01/12- 20:17
7
0

1. 황열병, 나폴레옹, 아메리카 권력지도의 재편

1802년 나폴레옹은 중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식민지였던 세인트 도미니크를 다시 프랑스 식민지로 편입시키기 위해 카리브해에 프랑스 정예군을 파병했으나 황열병(Yellow Fever)이 돌면서 5만의 군대가 몰살하자, 나폴레옹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철수를 결정하였다. 나폴레옹의 카리브해 침공의 실패로 세인트 도미니크는 역사상 최초로 흑인 자유공화국이 되었고, 토마스 제퍼슨 미국대통령은 뉴올리안즈에서 록키산맥을 거쳐 캐나다에 이르는 828,000km2에 달하는 거대한 프랑스 영토를 아주 싼 값에 구입함으로써 신흥 미국이 서부 태평양으로 프론티어를 확장할 수 있는 기틀을 쌓음으로써 미국을 아메리카 대륙의 패권국가로 부상시켰다. 황열병이라는 에피데믹이 아메리카 대륙의 권력지도를 바꾼 것이다.

팬데믹은 경제적 생산양식과 생산관계를 변화시킬 뿐 아니라 정치적 권력구도를 바꾼다. 1802년에 중남미를 휩쓴 황열병이라는 에피데믹은 나폴레옹의 신대륙으로의 패권확장을 저지하였고, 미국이 아메리카 대륙의 신흥 패권국가로 부상시키는 지역정치질서의 변화를 초래했다. 이와 같이 팬데믹 재앙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세계경제질서의 변화 뿐만 아니라 새로운 국제정치질서가 등장한다. 그렇다면 코로나 팬데믹은 기왕의 국제질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2.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국제질서: 세계화에서 포스트 세계화로

(1) 세계화 시대의 도래: “이 장벽을 허물어라!”(Tear down this wall!)

1987년 도널드 레이건대통령은 베를린 장벽 앞에서 “이 장벽을 허물어라!”(Tear down this wall!)라는 역사적인 연설을 했다. 레이건의 예언대로 1989년 베를린 장벽은 무너지고 냉전이 종식되었으며, 구 공산권을 비롯해서 전 세계에서 국경의 장벽이 무너지고 자본, 기술, 문화, 노동이 국경을 넘어서 자유롭게 이동하는 “국경이 없는 세계”(borderless world) 또는 세계화의 시대가 열렸다. 미국이 주도한 세계화는 워싱턴컨센서스로 불리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였다. 미국은 초당적으로 국경개방정책 (open border policy)을 채택하여 값싼 멕시코, 남미, 아시아의 노동자들의 유입을 허용함으로써 조직 노동자들은 손실을 감수해야했으나 자본가들은 값싼 노동력으로 초과 이윤을 얻게 되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미국은 전후 최장기의 호황을 누렸으나, 기실 세계화로 가장 이득을 취한 나라는 중국이었다. 세계화로 중국은 마침내 자본주의 세계 경제에 통합되었고 “세계의 공장“이 되었고, 곧 이어 세계최대의 소비시장이 되었다. 중국은 1978년 개방이래 30년만에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초강대국(Great Power)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미국이 주도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내재적인 결함을 안고 있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국내적으로는 계급간의 불평등을 낳았고 국제적으로는 부국과 빈국간에 시장의 혜택이 불균등하게 배분되는 결함이 있었다. 극단적인 불평등은 세계화에 대한 저항을 불러일으켰고,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와 같은 세계화를 주도하는 월스트리트 대금융자본에 대한 저항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다. 이러한 반세계화 운동과 감정이 정치적으로 조직되어 나타난 역사적 사건이 2016년의 브렉시트(Brexit)와 트럼피즘(Trumpism)이다. 브렉시트와 트럼피즘의 공통점은 ’국경이 없는 세계‘를 끝장내어야한다는 것이다. 세계화는 국경의 장벽을 철거함으로써 제3세계의 이민자와 노동자들이 국경을 넘어서 밀려들어와 미국과 영국의 백인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뺐고 있기 때문에 이제 국경의 장벽을 다시 세움으로써 토착(native) 미국인과 영국인의 일자리를 보호해야한다는 것이었다.

 

(2) 세계화에서 포스트 세계화로: ”장벽을 쌓아라“ (Build the wall)

브렉시트와 트럼피즘으로 포스트 세계화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트럼프는 대통령선거 유세중에 이미 국경개방정책을 폐기할 것이라고 공언하였다. 트럼프는 당선되자 7개 회교국가 이민자와 피난민의 미국입국을 금지하는 대통령령을 공표하였고, 미국과 멕시코 간에 1,951mile (3,140km)에 달하는 21세기 판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 트럼프의 장벽쌓기 정책은 미국인 대량실업의 책임을 국경을 넘어 들어온 불법 이민노동자와 이주노동자에게 돌리는 포폴리스트 정책이었다.

 

▪세계화 시대와 포스트 세계화 시대의 정책레짐

▪세계화 시대 포스트 세계화 시대

▪규범규칙기반 자유주의, 민중주의와 현실주의

▪국제질서 자유국제주의 민족주의

▪무역규범 자유무역, 다자주의, 보호주의, 양자주의

▪대외정책: 동맹우선주의 자국우선주의

▪시민권 속지주의, 국경개방, 혈통주의, 국경장벽

▪국제안보: 미국단극 헤게모니, G2간 비대칭적 패권경쟁

▪동아안보 중추와 부챗살체제 역외균형과 인도패시픽

▪민주화: 세계적 민주화 물결, 비자유주의적 스트롱맨

트럼프가 추진하고 있는 포스트 세계화 정책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팍스 아메리카나’와 자유무역주의의 전지구적 확산과 같은 국제주의적 개입주의가 퇴조하고 백인 블루칼라 아메리카를 복원하려는 미국 중심주의 (America First)와 중국, 동아시아, 유럽으로부터 밀려오는 시장침탈에 대해 미국상품과 산업을 보호하려는 보호주의(protectionism)가 외교정책의 근간이 되었다. 미국은 더 이상 잠재적 경쟁자인 중국에 ‘호구잡혀서는'(ripped off) 안되며 오로지 미국의 경제와 안보우위를 방어하는데 치중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제조업 중심의 보호무역주의, 백인 우월주의에 기초한 국가주의, 백인 노동자 계층과 같은 ‘보통 미국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외교정책을 펴고 있다. ‘강한 미국’ (strong America)을 표방하는 트럼프의 근육질적 (muscular) 내셔널리즘은 미국의 핵심적 이익(vital interests)이 위협받을 때 군사적 공격으로 대응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국제주의가 퇴조하고 민족주의가 득세하고 있다. 포스트 세계화 시대에는 베스트팔리아 국제체제(1648)의 기본 단위였던 영토적 민족국가가 다시 포스트 세계화 시대의 국제체제의 기본단위로 소환되고 있다. 트럼프의 ‘강한 미국’ (Strong America), 미국제일주의 (America First) 구호들은 전통적인 미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예외주의 (exceptionalism) 구호이다. 트럼프는 보편적 속지주의적(jus soli) 시민권제도를 종교, 종족, 인종에 바탕을 혈통주의적 (jus sanguinis) 시민권제도로 방향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셋째, 신자유주의가 퇴조하고 자신을 선출해 줄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을 최우선시하는 포퓰리즘(민중주의)이 득세하고 있다. 트럼프는 백인 노동자와 중산층의 표를 얻기 위해 기왕의 자유주의적 무역규범을 폐기하고 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역외에 진출한 오프쇼어링 (offshoring) 미국기업을 다시 미국본토로 되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으로 중서부 러스트벨트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되돌려주려 하고 있다.

넷째, 세계화시대에는 미국은 경쟁자없는 단일 헤게모니 국가가 되었으나 포스트 세계화시에는 중국이 글로벌 파워로 부상함에 따라 미중간에 패권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2019년 3월 5일 중국의 리커창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우리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개발도상국이다”라고 선언한데서 볼 수 있듯이 중국과 미국의 패권경쟁은 미국의 압도적 우위 하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대칭적 패권경쟁이다.

 

3.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신 국제질서

(1) 1차대전 이후 스페인플루 팬데믹과 국제주의적 협력체제의 실패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신세계질서를 조망하는데 있어서 1차 세계대전 이후 1918년에서 1919년 사이에 유럽과 세계 전역에서 4,000만에서 5,000만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독감(Spanish flu)으로 불리는 팬데믹의 재앙을 겪은 후 유럽에서 국제질서가 출현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흑사병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인명을 앗아간 스페인플루 팬데믹은 윌슨을 비롯한 전후 지도자들로 하여금 민족주의적 국가 간 경쟁체제보다는 국제주의적 협력체제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모색하도록 작용했다. 왜냐하면 스페인플루 팬데믹은 국경을 넘어서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팬데믹이기 때문에 일국단위로 해결할 수 없는 초영토적인 외부효과(extra-territorial externality)를 내는 특성을 갖고 있어서 팬데믹의 퇴치를 위해서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1차대전 후 세계의 지도자로 부상한 윌슨대통령은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에 기반하여 국제협력체제를 구축하려하였다. 윌슨 14개조를 발표하고 국제연맹이라는 세계정부를 결성하려하였다. 그런데 스페인독감이 윌슨의 전후 자유주의적 국제협력 질서 구축노력에 타격을 가했다. 윌슨대통령 자신이 스페인독감에 걸린 채 베르사이유 협상에 참여하였고, 프랑스의 클레망소는 스페인독감으로 극도로 취약해진 윌슨을 압박하여 패전국 독일에 가혹한 배상금 지불을 강요하는 베르사이유 조약에 사인하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자유주의적 국제협력주의 전후질서 수립을 목표로 했던 베르사이유 조약이 이기적인 국가이익 (특히 프랑스)을 우선하는 국가주의 문서로 종결됨으로써 독일의 반발의 씨앗을 뿌렸고 궁극적으로 나치독일의 길을 열어주었다. 스페인플루 팬데믹은 윌슨대통령을 마비시켜 2차세계대전 발발의 간접적 원인을 제공하였다.

 

(2)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국제질서 1: 자국이익 우선주의, 민족주의, 고립주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내적으로는 “사회적 거리두기”, 국제적으로 “국가간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있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폐쇄하고 공항과 항만을 폐쇄하여 ‘국가간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국경을 넘나드는 국가 간 무역과 인적교류와 교환이 급격히 감소함으로써 세계화는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국가간 거리두기가 강화되면 국제주의 또는 세계주의는 약화될 것이고 정치인들과 국민들은 국제적이 되기보다는 국내문제에 치중하는 내향적(inward-oriented) 시민으로 전환하게 될 것이고, 대외적으로는 배타적 민족주의가 힘을 얻게 될 것이고 민주주의는 쇠퇴할 것이다. 코로나의 세계화가 일어나면서 방역과 치료에 있어서 종족적 불평등이 민족주의의 불을 지피고 있다. 위그르의 소수 민족에 대한 억압이 강화되고 있고 인도에서 힌두 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차드, 리비아, 말리, 니제르, 나이제리아, 소말리아, 시리아, 우크라이나에서 극단주의자들의 폭력이 그 지역을 지키는 외국 군대들이 코로나를 피해서 본국으로 귀환하면서 더욱 격화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국경을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은 국경을 폐쇄하여 자국민들만을 위한 방역과 치료를 하려하였다. 트럼프는 코로나 문제 해결의 국제협력기구인 WHO가 친 중국적이라는 이유로 WHO에 대한 펀딩을 중단함으로써 코로나를 해결하기 위한 다자간(multilateral) 국제협력 거버넌스에 심대한 타격을 가했다. 그리고 코로나 초기 대응의 실패의 책임을 코로나의 최초 발생지인 중국에 돌림으로써 중국을 희생양으로 하여 민족주의적 감정을 고취시켜 정부의 책임을 모면하려하고 있다. 중국 역시 코로나 진원지가 미국이라는 음모설을 퍼뜨림으로써 미국과 중국 간에 “책임떠넘기기 전쟁”(blame game)이 벌어지고 있다.

 

(3)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국제질서 2: 자유주의적 국제협력주의 대안의 등장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은 일국단위로 해결할 수 없는 세계적 전염병이기 떄문에 자국이익 우선주의나 민족주의는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즉자적 대응 또는 임시방편적 대응은 될 수 있으나 팬데믹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코로나 팬데믹을 종결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자주의적 국제협력이 필요하다. 토론토 대학 Lipscy 교수는 코로나 사태 해결에 있어 국제협력을 거부하고 고립주의와 민족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미국을 ‘바보 헤게모니’(hegemonic stupidity)로 부른다. 헤게몬(hegemon) 국가가 바보가 되면 국제체제는 불안정해지고 국제위기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헤게몬 국가인 미국은 민족주의를 버리고 국제적 책임을 다해야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국제적 협력주의로 복귀해야한다는 주장은 96세의 국제정치학 대가인 헨리 키신저로부터 나왔다. 키신저는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이 미국의 헤게모니를 약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키신저는 먼저 코로나 팬데믹은 국경을 가리지 않고 침투하기 때문에 일국 단위로 코로나에 대해 대응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으며, 반드시 글로벌 협력의 비전과 프로그램을 가지고 대응해야한다고 한다. 그런데 코로나사태 와중에 중국은 코로나 피해국에 의료진을 파견하는 등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고 있는 반면, 트럼프는 이란, 베네주엘라, 쿠바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상반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키신저는 트럼프에게 자유주의적 세계질서 원리를 포기하지 말고, 공적 신뢰와 사회적 연대가 미국 중심의 헤게모니 체제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시대착오적인 성벽도시(walled city)를 쌓아서 코로나 팬데믹의 공격으로부터 미국을 방어할 해결할 생각을 하지 말고, 반대로 국제협력주의적인 “코로나판 마셜플랜”을 펀딩하여 코로나로 고통받는 국가들의 국민들을 지원함으로써 전 세계적인 신뢰와 지지를 되찾아야한다고 주장한다.

 

(4)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국제질서 3: 미중패권전쟁의 격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 중국은 초기의 혼란을 수습하고 코로나 확진과 치료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96만 명의 확진자와 5만 4천명의 사망자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엄청난 인명손실과 그로 인한 경제위기에 대한 희생양을 중국에서 찾으려하면서 미중 간에 ‘책임 떠넘기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미중관계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상대적으로 성공적인 코로나 대응을 바탕으로 제3세계에 코로나 방역지원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대해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중국에 대해 코로나 발원의 책임을 지라면서 천문학적인 배상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이 코로나 음모론을 퍼뜨려 중국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이기적으로 전 세계로부터 미국 국가를 자가격리 시킴으로써 국가신뢰를 떨어뜨려 신뢰에 기반한 ‘소프트 파워’가 약화된 반면, 중국은 전 세계 82개 국가들의 방역을 지원하는 ‘코로나 실크로드’를 가동함으로써 중국의 방역 소프트 파워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 대응의 차이로 중국은 미국에 대해 전략적인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군사력, 경제력, 기술력 패권전쟁에 더한 코로나 사태로 방역 소프트 파워 경쟁이 미중 간에 벌어지고 있다. 미중패권전쟁에 대해 미국과 중국의 승리지상주의자들(triumphalists)들은 제로 섬적인 관계에서 미중관계를 바라보면서 어느 한쪽이 일방적 승리를 거둘 때까지 패권전쟁을 밀어붙여야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헨리 키신저같은 공진론자(co-evoultion)들은 미중이 협력과 ‘공진’(co-evolution)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승리지상주의자들과 공진론자 중 누구가 최종적으로 승리할 것인지 알 수 없으나, 한반도 문제와 관련하여 키신저의 공진론에는 매우 위험한 함정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키신저의 공진론은 현실주의 이론으로 1815년 메테르니히가 주도한 유럽협력체제(Concert of Europe)에서 적용되었던 강대국주의(plurilateralism)에 기초하고 있다. 현실주의자인 키신저는 강대국인 미중간의 수교를 위해 약소국인 대만을 희생시킨 것처럼, 강대국인 미중간의 협조체제를 위해 주한미군철수와 같은 약소국인 한국의 안보이익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이 점이 우리가 키신저의 공진론에서 경계해야 하는 함정이다.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지스트 석좌교수

금, 2020/06/05- 20:10
7
0

크리스 자일스(Chris Giles), 런던 파이낸셜타임즈(FT), 2019.08.24

영국은행 총재 마크 카니(Mark Carney)는 미 달러에 대한 전 세계의 의존이 “더 이상 유지되지 않을 것”이며, 달러가 더 많은 세계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국제 통화 및 금융 시스템으로 대체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개최되는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의 연례 모임인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카니 총재는 IMF에 새로운 통화 시스템을 책임질 것을 요구하며, 신흥국가들을 협박하는달러의 자본유출로부터 구하고 미국 달러를 보유할 필요성을 없앨 것을 촉구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IMF가 다국적 시스템을 구축하여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캐나다 및 영국의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한 마크 카니는 국제금융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다른 정책 입안자들에게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다른 국가의 중앙은행 총재들 앞에게 발표한 연설에서 그는 특히 신흥국들에 호소하며, 미래의 IMF 총재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카니 총재는 내년 1월 말 영국은행을 떠날 예정이지만, 유럽 및 미국의 지원 부족으로 인해 현재 IMF에서 최고위직을 맡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그는 금요일 연설에서 세계 경제에서 과도하게 위력을 가진 달러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국제 통화 및 금융 시스템의 결함이 점점 더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통화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조차도 달러 중심의 현상이 지속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영국은행 총재는 미국이 세계 무역의 10% 및 세계 GDP의 15%를 차지하지만 무역 송장의 절반 및 증권 발행의 3분의 2 정도가 달러로 이루어 진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세계 경제가 재정비되는 기간 동안에는 어쩔 수 없이 미 달러가 브레턴 우즈(Bretton Woods) 체제가 1971년 붕괴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 달러의 변동은 미국과의 직접적 무역관계가 거의 없는 국가들에게도 기본적으로 중요하다. 이것은 잠재적 자본도피 현상에 대비하기 위해 자가보험을 설정하고 달러를 비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과도한 저축 및 세계적 저성장을 초래한다.

카니 총재는 이처럼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국제 통화 체제가 세계 금리 인하의 원인이 되며, 각국의 중앙 은행들이 경기 침체에 대처하는 데에 겪는 어려움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국가들이 “가능한 최선의 방식으로 카드들을 사용”할 수 있을 뿐이며, 그들의 통화정책 결정에 잠재적 국제 유출에 대한 사항을 추가해야만 세계 경제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화 시장에서 달러가 우세한 상황은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입지가 점차 줄어든다면 지금처럼 작동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그는 중기적 관점에서 달러 중심의 핫머니 흐름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자 하는 모든 국가들과 함께 IMF가 자본 도피에 대처하기 위한 글로벌 펀드를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IMF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189개 회원국에 그 비용을 분배하는 것이 개별 국가들이 자가보험으로 부담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하며 향후 10년간 IMF 자금을 3배인 3조 달러로 늘릴 것을 요구했다.

카니 총재는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의 인민폐가 달러에 대항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다극적 세계 경제를 만드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그는 “중앙은행의 디지털 통화 네트워크를 통해 합성기축통화(synthetic hegemonic currency)” 역할을 할 수 있는 세계 전자화폐를 만드는 데에 더욱 신경 쓸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이것이 “미 달러가 세계무역에 미치는 지배적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미국 발 충격이 지금과 같이 전 세계에 반향을 일으키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The rise of the Petroyuan:

비상하는 페트로 위안(Petroyuan)

폴 안토노폴로스(Paul Antonopoulos), 포트 루스 뉴스의 편집장, 새로 설립된 다극화 연구센터 소장 및 혼합주의 연구 센터 연구원

베네수엘라처럼 자국 경제를 달러에서 해방시키려다 공격을 받은 국가들뿐 아니라 브릭스 국가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도 마찬가지로 미 달러 패권에 저항하면서 이를 세계 경제에서 자국 발전 및 자주권의 저해요소로 여기고 있다.

이들 국가의 집단적 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 블록을 형성하고 있으며, 최근 수 년간 가장 큰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이것은 지정학적으로 달러의 실존적 위기를 심화시킨다.

중국과 러시아는 2017년 680억 위안(약 100억 달러) 규모의 투자펀드를 설립했지만, 3년 동안 양국 통화교환협정을 연장할 계획이다. 이것은 2017년 상반기 8개월 동안 유라시아의 두 거대국간 교역이 3분의1 증가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2018년 러시아는 약 10억 달러 상당의 국가채무채권을 중국 위안화로 거래하기를 원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조치를 반영함과 동시에 중국 국경 너머의 자금 조달 및 국가 예치금으로 사용되는 달러에 대한 대체 통화로서 위안화의 범위를 크게 확대하는 조치다.

중국도 원유가격을 위안화로 표기하기 시작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생산국들이 위안화를 결제 형태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미 나이지리아, 앙골라, 베네수엘라, 러시아 및 이란과 원유를 위안으로 거래하기 위한 사전약정을 맺었는데, 이는 미국 오일달러의 지배권을 약화시키고 위안화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경제를 조성하기 위한 첫 단계를 뒷받침한다.

소련 붕괴 후 미국의 패권적 단극체제로 인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대안을 이제 택할 수 있는이란, 러시아 및 베네수엘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다극적 국제무역체계는 미국이라는 단독 행위자에 의한 독단적 제재의 범위를 축소시킬 것으로 보인다.

중국, 러시아,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들 및 이란 및 터키와 같은 잠재적 회원국들은 자의적 금융시스템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이 국가들이 미 달러를 우회하는 무역 청산을 위한 양국협정에 의존한다면 미 달러는 세계 준비 통화로서의 지위가 하락하고 다른 통화들이 달러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이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시장에 변화를 가져오기 어려울 것이다.

이란은 미 재무부의 불법적 제재로 인해 중국 위안화를 통한 원유거래를 가장 먼저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 2017년 베네수엘라가 이에 합세했다. 같은 이유로 러시아도 2015년 위안화를 기반으로 한 일부 원유거래에 합의했다.

달러의 하락은 미 정부의 중국, 러시아, 베네수엘라 및 기타 국가들과의 경제 전쟁 능력을 약화시킨다. 일대일로(BRI, Belt and Road Initiative) 전략은 중국 및 러시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세계 권력 균형을 바꿀 수 있는 금 기반 화폐를 포함하고 있다.

미 달러 대신 중국 위안화 사용을 권장하는 계획은 BRI의 맥락에서 중국을 중앙아시아, 러시아, 유럽 및 중동 국가들과 연결하는 철도망 사업에 자금을 조달할 필요에 의해 세워졌다. 이것은 중국의 광활한 국경을 통과하는 물자의 육로 흐름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일대일로 전략 하에서 철도망 건설은 중국이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천연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도록 아시아를 통합하는 데에 기여하며, 나아가 중국 상품을 새로운 잠재적 시장에 배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할 것이다.

중국 및 러시아 간 직접 결제 시스템을 통해 이들은 유라시아, 브릭스(BRICS), 베네수엘라 등 다른 BRI 국가들과 새로운 지정학적 중심적 축의 일부로 결합될 것이다.

직접 결제 시스템은 정치적으로 협박하며 투기적인 미 달러 체계와는 별개로 금으로 대체되는 대안 통화체계를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페트로-달러를 대체하기 위한 페트로-위안 전략은 미국의 제재로 고통 받는 국가들이 미 정부에 의한 패권적 침략의 권력과 무력간섭을 느끼면서도 계속해서 온전한 국가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수, 2019/10/16- 22:00
7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