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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비평 170] 기술 보호가 노동자 생명보다 우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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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비평 170] 기술 보호가 노동자 생명보다 우선인가

admin | 토, 2020/03/14- 03:42


삼성의 공장들에서 유해한 작업환경으로 노동자들에게 암, 백혈병, 불임 등 각종 질병이 발생해 논란이 되자, 피해자측과 반올림 등 시민사회는 공장이 배출하는 인체유해물질과 환경파괴물질 등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는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 대해 정보공개소송을 진행해왔습니다. 법원은 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정보공개가 타당하다고 2심까지 판결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9년 9월, 국회와 언론·시민사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사이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이 개정법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국가핵심기술이라고 지정하기만 하면 작업환경측정평가보고서 대부분의 정보가 비공개됩니다. 이에 삼성만을 위한 법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실제로 이 법개정이 통과된 이후, 반올림이 제기한 또다른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정보공개소송에서 앞의 고법 판례를 뒤집고 비공개판결이 내려졌습니다. 한창현 노무사가 이번 판결과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의 문제에 대해 다뤘습니다.


 

기술 보호가 노동자 생명보다 우선인가

[광장에 나온 판결] 삼성전자 화성·기흥공장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 취소 판결

서울행정법원 제1부 안종화 재판장, 2018구합80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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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현 노무사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공개판결을 무력화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2018년 2월, 삼성전자 아산캠퍼스 디스플레이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는 사업활동에 의하여 발생하는 위해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는 판결(편집자 주 – 대전고등법원 제1행정부 허용석 부장판사, 2017누10874)을 내렸다.

 

그러자 삼성 측은 2018년 3월 26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자사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 대해 국가핵심기술 사전 판정을 신청하였고, 산자부장관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제9조 6항에 따라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중 측정위치도, 부서/공정명, 단위작업장소, 화학물질명(상품명), 월 취급량이 반도체 분야의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이어서 2019년 8월 20일에는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 주도로 작업환경측정보고서상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모든 정보를 비공개하도록 산업기술보호법이 개정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2020년 2월 19일, 반올림 등이 삼성전자 화성공장과 기흥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 대해 제기한 정보공개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이미 고법이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의 필요성을 인정한 기존 판례를 뒤집고, 국회의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취지에 따라 삼성 측의 손을 들어 비공개하는 퇴행적 판결을 내렸다.

 

한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다. 마치 고법 판례를 뒤엎기 위해 삼성과 산업자원부, 자유한국당이 손발을 맞춰온 듯한 기습작전의 합작품처럼 느껴진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작업환경측정에 대해 공개의 원칙을 정하고 있음에도, 측정결과에 대한 정보가 누구보다 절실한 산재신청 노동자 및 그 유가족에게 "기업의 영업상의 비밀"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로써 수많은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 당사자와 반올림 등이 거대자본을 앞세운 삼성과 수년간 싸워 쟁취한 직업성 질병에 대한 노동자의 최소한의 자기방어권 및 알권리가 한순간에 날아가 버린 듯하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환경측정제도를 둔 목적이 무엇인가?

 

기업이 노동자의 건강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 안전한 물질을 사용해 제품을 생산한다면, 작업환경측정제도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25조(작업환경측정)는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는 발암물질 및 각종 유해한 화학물질 등을 사용하는 사업주는 그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 측정결과(작업환경측정결과)를 노동자에게 반드시 알리도록 하고 있고, 노동부에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위원회나 근로자대표가 요구하면 작업환경측정 결과에 대한 설명회 등을 개최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이 법으로 정해놓은 이유는 사업주의 의지와 무관하게 언제든 유해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노동자가 자신의 건강권을 스스로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기방어권을 주기 위한 것이다. 또한 사업주의 유해물질 사용내역 (유해물질명, 사용장소, 사용량, 사용시기, 노출기준 초과 여부 등)에 대해 노동자가 당연히 알 수 있도록 노동자의 알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개악된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 중 보고서의 핵심내용이 되는 노출측정위치도, 노출부서/공정명, 단위작업장소, 화학물질명(상품명), 월 취급량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여 비공개한다고 하면, 결국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산재신청을 준비하는 피해당사자는 본인이 어디서, 어떤 작업 중, 어떤 물질에, 얼마나 노출되었는지 등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공받지 못한 상태에서 산재신청을 준비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노동자가 기업을 상대해 산재신청을 준비하는 것도 고단한 일이다. 그런데 재해 피해자임에도 질병 발병의 가장 기본적 원인인 작업환경에 대한 측정결과마저도 알 수 없다고 하면, 향후 직업성 암이나 백혈병과 같은 질병에 대한 산재신청은 일방적으로 기업측에 유리하게 진행될 것이 뻔하다.

 

반면 사업주는 산업자원부로부터 국가핵심기술이라는 판단만 받으면, 작업환경측정결과에 대해 더이상 노동자 및 근로자대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에 대해 그 측정결과의 중요사항을 누락하거나 임의적으로 생략한 체 형식적인 고지만 할 가능성이 높다. 직업성 질병의 사전예방과 노동자의 건강권 및 알권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환경측정제도는 이제 그 존재 이유를 잃게 된 것이다.

 

어떠한 국가 핵심기술이라도 국민의 신체·생명·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기술이라면 그 기술은 국민의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하루빨리 폐기 처분하거나, 국민의 건강에 지장이 없는 안전한 기술로 대체되어야 한다. 국가까지 나서 보호할 가치 있는 기술로 대접 받아서는 안된다.

 

(편집자 주 : 산업기술보호법의 문제가 뒤늦게 알려진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건강에 위해를 미치는 정보는 공개할 수 있도록 단서조항을 추가한 산업기술보호법 재개정안을 2019년 12월 신창현 의원 대표로 발의했습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Judiciary&document_srl=147684... style="background:0px 0px;color:rgb(102,153,204);" target="_blank" rel="nofollow">[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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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통과된 중재재해처벌법의 시행령이 입법예고되었고, 이에 대한 의견서 제출이 조만간 마감됩니다. 중대재해법은 제정 당시부터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5인 미만 사업장 적용제외라는 커다란 사각지대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대대부분의 중대한 조항을 시행령으로 위임한 미완의 법률이기도 합니다. 

 

중대재해법 시행령은 중대시민재해 관련 공중이용시설과 중대산업재해 관련 직업성 질병자의 정의를 위임받고 있고, ‘경영책임자 등의 의무법위’등을 세부적으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시행령이 입법예고된 뒤 여러 토론회가 개최되고 있지만 중대재해법의 입법취지와 시행령이 부합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정부가 내놓은 시행령의 잘못되고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고, 노동자·시민의 건강하고 안전한 노동을 위해 ‘제대로 된 중대재해법’이 될 수 있도록 입법예고된 시행령을 올바르게 고쳐나가려고자 합니다. 

 

이에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제대로 된 중대재해법 시행령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8월 23일(월) 오전 10시에 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취재 바랍니다.

 

“경영책임자에게 면죄부가 아닌 책임을 부여하라”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기자회견

  • 일시 및 장소 : 2021년 8월 23일(월) 10시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

  • 주최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 프로그램  
    • 사회 :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이조은 선임간사 

    • 여는말 : 민주노총 이태의 노동안전보건위원장 (부위원장, 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 

    • 여는말 : 산재참사 피해 유가족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 (운동본부 공동대표)  

    • 발언 1. 재해예방 및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이행에 관한 의무 제대로 명시하라 : 김용균재단 권미정 사무처장

    • 발언 2. 안전보건 관계법령, 직업성 질병 범위 전면 확대하라 :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 현재순 노동안전보건실장

    • 발언 3. 제대로 된 중대 시민재해 시행령 제정하라 : 생명안전시민넷 김혜진 공동대표

    • 기자회견문 낭독 :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이종란 상임활동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유청희 상임활동가


  • 문의 : 최명선 실장(민주노총) 010-9067-9640 이경민 팀장(참여연대) 010-7266-7727

토, 2021/08/21-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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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2일 정부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그런데 시행령안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취지를 훼손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되었습니다. 참여연대는 시행령안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수정·보완할 것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법무부에 제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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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안에 대한 의견서

정부의 시행령안, 법 제정 취지 후퇴시키는 내용 다수 포함돼

법 취지 부합하도록 시행령에 ‘▲산재보험법상의 직업성 질병 전면 적용, ▲2인1조 작업 등 적정인력·예산확보 의무 명시, ▲안전보건 관리의 외주화 금지, ▲공중 이용시설 범위 확대, ▲모든 원료·제조물 대상으로 법 적용 등’ 포함해야 

1) 직업성 질병 범위의 과도한 축소 -> 산재보험법상의 직업성 질병 전면 적용

  • 문제_직업성 질병 기준을 산재재해보상보험법 별표3에 규정된 ‘업무상 질병’ 중에서 급성중독 위주의 일부 항목으로만 과도하게 축소했음. 과로사의 주 원인인 뇌·심혈관계 질환, 직업성 암, 근골격계 질환 등이 법 적용 대상에서 모두 제외됨.

  • 의견_직업성 질병 목록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별표3에 명시된 직업성 질병 목록을 전면 적용해야 함. 

2) 재해예방에 필요한 적정인력과 예산확보 제외 -> 2인1조 작업 등 재해예방에 필요한 적정인력·예산확보 의무 명시

  • 문제_중대재해처벌법 제4조는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규정하고 있음. 그런데 시행령안 제4조는“재해예방”에 대한 내용을 제외하고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으로만 범위를 한정하여, 사고성 재해의 주요 원인인 2인 1조 작업 지침 위반·심야 단독작업·신호수 부재 등에 대한 인력과 예산 확보가 제외될 가능성이 높음. 

  • 의견_2인 1조 작업 등 재해예방에 필요한 적정인력과 예산확보 내용을 시행령안에 명확히 규정해야 함.

3) 안전보건 관리의 외주화 -> 안전보건 관리의 외주화 금지

  • 문제_안전보건 점검 업무를 외부 민간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여, 경영책임자의 책임과 회피 안전보건 관리상의 조치를 외주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 안전보건 관리의 외주화는 경영책임자의 의무와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음.

  • 의견_안전보건 관리를 외주화하는 민간위탁 조항 삭제해야 함.

4) 법적용 범위에 과로사, 직장 내 괴롭힘 등 배제 ->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근로기준법 등 명시

  • 문제_고용노동부는 시행령안에 규정된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근로기준법이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함.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안전보건관계 법령에 근로기준법을 포함하지 않으면 과로사·직장 내 괴롭힘 산재가 발생하더라도 경영책임자는 의무 위반이 없어 처벌대상에서 제외됨.. 

  • 의견_경영책임자가 준수해야 할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노동시간 제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을 규정하는 근로기준법 등을 명시해야 함. 

5) ‘공중 이용시설 범위’의 협소한 규정 -> 중대시민재해 적용 대상이 되는 공중 이용시설 범위 확대

  • 문제_시민재해는 다양한 공중 이용시설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도 시행령안에서는 법 적용 범위을 매우 축소함. 정부의 시행령안으로는 광주 철거현장 붕괴참사, 판교 붕괴참사 등 시민재해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없음. 

  • 의견_중대시민재해 적용 대상이 되는 공중 이용시설 범위를 확대해야 함. 

6) ‘원료·제조물 범위’의 협소한 규정-> 모든 원료·제조물 대상으로 법 적용, 소상공인 적용 제외 삭제

  • 문제_시행령안은 법이 위임한 범위를 무시하고 중대시민재해 적용대상이 되는 물질의 종류를 매우 협소하게 규정하였고, 법이 위임한 범위를 넘어 ‘소상공인’에 해당하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는 일부 의무를 면제하는 조항을 둠.

  • 의견_모든 원료·제조물 대상으로 법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소상공인 적용 제외 조항을 삭제해야 함.

 

참여연대는 정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안은 법 제정 취지에 부합하지도 않고 한국사회의 만연한 중대재해를 막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비판하며, 정부가 1100명이 넘는 시민이 동참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안에 대한 시민의견서(링크)>와 참여연대를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제출한 의견을 반영하여 제대로 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안에 대한 의견서 [https://docs.google.com/document/d/1g5-L-Y21CAaxG4Tewy87dM4b8oPbzLUF1-X_... rel="nofollow">원문보기/다운로드]

▣ 보도자료 [https://docs.google.com/document/d/1_BhrtQm4axLGTqzZCjpOdpVX3NxSx4qbEEWl... rel="nofollow">원문보기/다운로드]

월, 2021/08/23-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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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책임자에게 면죄부가 아닌 책임을 부여하라!”

 

1180명의 노동자·시민이 뜻을 모아주었습니다.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 마련을 촉구하는 시민의견서 보내기 캠페인을 진행한지 5일만입니다. 정부는 노동자·시민들의 의견을 온전히 반영해서, 제대로 된 시행령을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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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천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참혹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올해 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라는 디딤돌이 마련됐습니다. 이제 디딤돌이 단단히 박힐 수 있도록 시행령을 제대로 제정할 차례입니다.

 

그런데 정부의 시행령안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취지를 후퇴시키는 내용들(△직업성 질병 범위의 과도한 축소 △2인1조 작업 등 재해예방에 필요한 적정인력과 예산확보 제외 △안전보건 관리의 외주화 △법 적용 범위에 과로사, 일터 괴롭힘 등 배제 △중대시민재해 적용대상인 공중 이용시설 범위, 원료·제조물 범위의 협소한 규정 등)이 포함됐습니다. 정부의 시행령안으로는 만연한 중대재해를 결코 예방할 수 없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8월 19일부터 시민의견서 보내기 캠페인https://www.peoplepower21.org/Labor/1814350" rel="nofollow">(링크)을 진행했고, 5일만에 1180명의 시민이 시민의견서 보내기 직접행동에 동참해 주었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 입법예고 마지막 날(8/23)에, 노동자·시민 1180명이 함께 한 시민의견서를 입법예고를 담당하는 법무부장관에게 제출했습니다. 정부는 시민의견서에서 제시된 시행령안 개선의견을 온전히 반영해서,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 마련해야 합니다!

https://docs.google.com/document/d/1DfB1KuRgD6M0-t58rfUsIplBqnQDr3WrrTeo... rel="nofollow">시민의견서 자세히 보기(클릭)

 

화, 2021/08/24-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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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트위터에서 국세청의 고액세금체납자 명단 지도 서비스가 인기를 모았습니다. 국세청은 국세기본법에 따라 체납기간 1년 이상, 체납 국세가 2억 원 이상인 고액상습체납자의 명단을 공개하고 있는데요, 국세청 홈페이지에서는 이 명단을 지도 형태로 공개하여, 고액체납자들의 성명, 직업(업종), 주소, 체납액, 체납건수, 체납요지 등 다양한 정보를 누구나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링크). 해당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많은 트위터 이용자들이 강남구에 고액체납자들이 몰려 있다는 사실을 알리거나, 전직 대통령의 세금 체납 액수를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트위터에서 인기를 끈 고액상습체납자 명단 지도 ⓒ 트위터

명단공개 제도의 효과

이렇게 고액상습체납자의 명단을 일반에 공개하는 것을 행정용어로는 '공표'라고 합니다. 행정상 공표에는 법적인 의무를 위반하거나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성명이나 위반 사실 등을 일반에게 공개하여 명예나 신용에 타격을 주어, 법적인 의무를 이행하도록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법적 의무를 이행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만드는 효과도 있겠죠. 

한국에는 다양한 공표 제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청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식당의 상호명과 소재지, 대표자, 행정처분 등의 내용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운영하는 식품안전나라 웹사이트에서는 식품위생법을 위반하여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들을 공개합니다(링크). 이 경우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는 식당이나 업체들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성격도 있겠죠.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상습적으로 임금체불을 한 사업주들의 명단을 공개하기도 합니다(링크). 체불임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기능도 있고, 구직자들로 하여금 임금체불 사업장을 피할 수 있게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직업안정법에서는 임금체불 사업주 명단공개 제도를 활용하여 임금체불 사업주가 직업소개소에 구인공고를 내지 못하게 하거나, 임금체불 사업장이라는 사실을 적시하도록 하고 있기도 합니다.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천국에서는 체불사업주의 구인공고에 사전안내를 제공한다. ⓒ 알바천국

고액 상습체납자 명단의 경우 앞서 살펴봤듯이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지도로 친절하게 세급체납자들의 정보를 공개합니다. 임금체불 사업주 역시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서 따로 메뉴를 만들어 바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체불사업주 명단공개 메뉴 ⓒ 고용노동부

 
이렇게 다양한 공표제도 중에서는 산업재해 사망사고 사업장에 대한 명단공개 제도도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산업재해가 잦아 사망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 사업장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공개 방식은 다른 공표 대상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유독 찾아보기 어려운 산업재해 사업장 명단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의 경우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명단을 공개하지만, 그 내용을 쉽게 찾기 어렵습니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서 정보공개 → 사전정보 공표목록 메뉴를 거쳐, 산재예방/산재보상 카테고리를 선택해야 '사업장의 산업재해 발생건수 등 공표'라는 게시판 바로가기 링크가 나옵니다(링크).

이 게시판에서 다시 PDF 파일을 다운로드 받는 수고를 들여야,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 명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산업재해 사업장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더라도, 한참을 뒤져야 겨우 발견할 수 있는 셈이죠. 게다가 파일을 열면, 제대로 내용을 알아보기 힘든 빽빽한 표가 나옵니다.
 

 고용노동부가 공개하는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 명단 일부 ⓒ 고용노동부

 
문제는, 이렇게 어렵게 명단을 확인하더라도 어떤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업종명, 규모, 사업장명, 소재지, 재해자 수 등의 정보는 공개하지만, 해당 사업장에서 어떤 안전 조치를 위반했고 그로 인해 어떤 처벌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국세기본법에서 고액상습체납자들의 명단을 공표하도록 한 것, 근로기준법에서 임금체불 사업주들의 명단을 공표하도록 한 것,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의 명단을 공표하도록 한 것. 셋 모두 법령 상 공표에 대한 조문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각자의 공표 대상 정보 범위를 정하고, 공개 방식은 관보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정보는 시민들이 찾아보기 쉽게, 활용하기 쉽게 공개하고, 어떤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게 공개하는 셈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서 발생할까요? 매일 일하던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죽어가지만, 그 책임을 져야 할 기업들의 이름은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일까요?

앞에서 살펴보았듯, 명단공개와 같은 공표제도의 주요 효과 중 하나는 '법적인 의무를 이행하도록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것에 있습니다.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 명단 공개 제도는 2002년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당시 명단공개 제도의 도입 취지는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예방의지 및 실천을 촉구하기 위해, 사업주의 명예·신용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통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기 위함이었습니다(링크).

몇 달 전 산업재해 문제에 경각심을 가진 시민들의 많은 지지를 얻으며 통과된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이러한 명단공개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중대재해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사업장 명칭과 재해 내용 등의 정보를 공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망신당하지 않으려면 사업주가 제대로 산재 예방에 나서라"는 법입니다.

법의 취지가 제대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명단 공개가 '망신'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시민들이 산업재해로 사망사고가 일어난 사업장의 명단을 제대로 찾아보기도 어렵고 기업이 어떤 책임을 다했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면, 명단 공개제도는 허울에 불과할 뿐, 제대로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명단 공개 자체보다도, 어떻게 공개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미국과 영국은 제대로 망신 주는데
 

 미국 산업안정보건청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업장 공개 ⓒ 미국 산업안전보건청

해외의 사례는 어떨까요?

미국 산업안전보건청은 산업재해 사고와 관련한 방대한 정보를 데이터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사망사고뿐 아니라 절단, 낙상 등 심각한 재해가 발생할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수사하고, 그에 따라 행정처분을 내립니다. 산업재해 사례 중에서 법 위반으로 소환장이 발부된 케이스들을 개별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고, 주별로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4만 달러 이상의 벌금을 문 사업장들의 명단을 지도 형태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고가 일어난 사업장이 어떤 안전의무를 위반했는지, 이로 인해 어떤 사고가 생겼는지,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등의 정보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영국 보건안전청에서 공개하는 보건안전법 위반 기업 데이터 ⓒ 영국 보건안전청

영국 보건안전청도 산업재해 사고에 대해 상세한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만약 영국에서 어느 기업이 보건안전법 위반으로 기소되면, 해당 기업에 대한 정보와 위반 법 조항, 구형 내용, 이전의 사건 기록들 등이 상세하게 공개됩니다. 미국과 유사하게 개별 산업재해 사고 사례에서도 사업장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업을 제대로 압박할 수 있는 명단공개 필요

2021년 1월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부터 시행됩니다. 법 시행을 위해서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을 마련하고, 현재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사업주가 안전보건의무를 위반해 일어난 중대산업재해에 대해 사업장의 명칭, 발생일시와 장소, 재해의 내용과 원인 등을 공표하라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시행령 제정안을 보면 "의무 위반으로 형이 확정된" 경우에야 사업장 명칭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고, 심지어 공표 이전에 소명기회를 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명단을 공개한 다음에도,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기간은 1년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으로 공표하는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 명단은 매년 3월 정도에 공개하는데, 2021년 3월에 2019년에 일어난 산업재해 사업장을 공개하는 방식입니다. 이미 2년 늦은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나마도 재판 등으로 인해 의무 위반 여부가 늦게 확정되면, 3년, 4년 된 사고 정보가 뒤늦게 공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미 해당 사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다 떠나간 후에야 공개된다는 뜻입니다. 

만약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명단 공개 역시 한없이 질질 끌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2년, 3년 후에야 사업장 명단이 공개될 우려가 있습니다. 또, 공개 방식마저도 지금처럼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게시판에 PDF 파일로 올라온다면, 시민들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기도 어렵겠죠. 이런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명단공개로 인해 '망신당한다'는 압박을 느낄 리 없습니다. 공표 제도의 원래 취지가 무력화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공표 제도가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명단을 빠르게, 상세하게, 시민들 누구나 쉽게 살펴볼 수 있는 방식으로 공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의 경우 법 위반 사실에 대해 소환장이 발부되면, 영국 역시 법 위반으로 기업이 기소되면 그 사실을 홈페이지에 바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보통 사고가 일어나 조사가 진행되면, 6개월 이내에 정보를 공개하는 셈입니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1심 판결이 나면 바로 명단을 공개해야 합니다. 명단공개 방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국세청의 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공개처럼 지도까지 동원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임금체불 사업주 명단 공개처럼 시민들이 쉽게 찾아보고, 검색할 수 있는 방식이 도입되어야 합니다.

매년 2천여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 사고로 죽어갑니다. 더 이상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시민들의 열망에 힘입어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되었습니다. 이제 공은 정부에게 넘어왔습니다. 법을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 입법 취지를 가장 잘 살리기 위한 방식은 무엇인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기업을 압박하기 위해 어떻게 제도를 운영할 것인가, 산업재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시험대에 오른 것입니다.

사업장 공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여러 내용 중에서도 정부가 어렵지 않게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제도 중 하나입니다. 현재 공개된 시행령은 비록 실망스럽지만, 나중에 시행령이 공포될 때는 작은 부분에서부터 제대로 해결하겠다는 태도가 드러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수, 2021/09/0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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