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범 기자의 사람과 자연] 야생동물과 전염병 (제목 검토)




김기범 생태지평연구소 운영위원 / 경향신문사 기자




김기범 생태지평연구소 운영위원 / 경향신문사 기자
4. 참회도 사과도 없었다
● 강의 자연성을 회복하는 정책이 힘을 얻으려면

4대강사업 책임자를 고발하는 용지에 서명하는 시민들. 2013년 9월.
사과란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비는 행위이다. 잘못한 일이 있을 때 사과하지 않으면 관계를 새롭게 시작하기 어렵다. 같이 있어도 갈등은 해소되지 않고 함께 나아가기 어렵다. 역사적으로는 일제 식민지배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과,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사과, 일제의 앞잡이가 된 사람들의 국민에 대한 사과를 들 수 있다. 사과보다는 사죄가 더 적합할 수 있다. 참회하지 않으면 새 방향으로 새 걸음을 뗄 수 없다. 참회하여 사과하지 않으면 용서와 화해가 없고, 청산 또한 없어서 남은 불씨가 갈등의 씨가 되고 같은 일이 반복된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4대강사업 중단촉구 전국사제단식기도회. 2010년 5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국정과제로 4대강 자연성 회복이 추진되었다. 자연성 회복은 곧 강의 종적, 횡적 연속성을 회복하는 일이어서 당연히 보 해체를 전제한다. 4대강사업이 우리 국토에 가한 질곡을 풀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정부 부처가 아무런 명분 없이 이전과 반대되는 일을 할 수 없다. 국가재정으로 운영되는 공적 영역이기에 그에 대한 분명한 배경과 이유를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4대강사업의 무엇이 잘못이었는지를 밝히고 그 일에 국토부와 환경부가 앞장선 것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그래서 어떤 일을 왜 해야 하는지를 밝혔어야 했다.
이로써 다수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동의를 얻어 강의 자연성 회복 정책을 추진하는 동력으로 삼아야 했다. 4대강 자연성회복 업무는 환경부가 중심이 되어서 추진되고 있는데, 4대강사업에 앞장섰던 환경부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아무런 사과 없이 언제 그랬냐는 듯 4대강사업을 정리하는 일을 한다면 힘 있게 추진하기 어렵다. 크게 잘못한 주체가 반성과 사과 없이 자연성회복을 반대하는 지자체 등을 설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정부는 4대강 조사평가단을 만들면서 기획위원회에 민·관을 구성하는 거버넌스의 형식을 취했지만, 그 이전에 환경부가 진심어린 사죄를 먼저 했어야 조사평가단의 위원회도 힘 있게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 굴레를 풀지 못하니 환경부가 2019년 3월 27일 개최한 자연성 회복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에 저명한 해외 전문가를 초청해놓고도 보도자료 조차 내지 않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졌다. 급기야 2020년 10월 29일에 환경부가 4대강조사평가단 주최로 개최한 우리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에서는 페널 토론자로 참석한 공주대학교 장민호 교수가 보 구조물의 철거 문제와 관련하여 말하면서, 유량 변동 폭이 커지면 서식하는 생물도 어려움이 있으니까 쉽게 철거라는 단어를 쓰기는 어렵다고 언급하는 일까지 생겼다.
자연하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역동성(dynamic)으로 이런 역동성이 앞서 소개한 순간서식처를 만들고, 하천의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갈 다양한 공간을 만든다. 하천 고유의 유황은 매우 중요해서 작은 물새들은 이른 봄부터 서둘러 번식을 시작하여 장마가 들기 전에 마치며, 물고기들은 1년 중 유량변동 폭이 가장 큰 시기인 장마를 기다려 범람원에 알을 낳곤 한다. 환경부가 초청한 전문가가 유량 변동에 따른 서식 생물의 어려움을 들면서 쉽게 철거라는 단어를 쓰기 어렵다고 말한 상황은 환경부가 강 자연성 회복 정책을 추진하면서 분명한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MXpqL9ZmaQ
지금의 추세로는 4대강자연성회복 앞에 놓인 높은 파고를 헤쳐 나갈 수 없다. 4대강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낙동강 문제를 기준으로 볼 때 환경부가 꼼짝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7월 뉴스레터를 통해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던 것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울산과 여수의 수족관에서 고래류 한 마리씩이 폐사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두 고래류의 폐사 소식은 이들이 죽음으로써 무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씀드렸었습니다. 바로 ‘바로 우리 둘을 끝으로 한국 사회에서 더 이상 좁은 수족관에서 생을 마치는 고래류가 없어야 한다고 호소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지난 7월 26일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번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갯벌」은 서천갯벌(충남 서천)과 고창갯벌(전북 고창), 신안갯벌(전남 신안), 보성-순천갯벌(전남 보성·순천) 등 총 4개로 구성된 연속유산(1,284.11㎢)으로, 해양수산부의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보호되는 지역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1,154개소)은 크게 세계자연유산(218개소)과 세계문화유산(897개소), 복합유산(39개소)으로 구분되며 한국의 갯벌은 세계자연유산에 해당한다.
한국의 갯벌에 대해 세계유산위원회는 “지구 생물 다양성의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 중 하나이며, 특히, 멸종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가치가 크므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가 인정된다”라고 평가했다.
한국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 결과는 세계적 수준의 타이틀을 얻은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제 갯벌은 인류 공동의 자연유산이 되었다. 항구적인 보전이 약속된 것이다. 이제 한국 정부가 갯벌을 책임있게 보전해야 하는 의무를 공식적으로 지게된 것을 뜻한다.

한국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약 25년 전부터 본격화된 한국 습지보전운동의 귀중한 성과라 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1996년 호즈 브리즈번에서 열린 제6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 참가를 계기로 한국의 습지보전운동은 본격화되었다.
1998년 영산강 4단계 간척사업 전면 백지화, 1999년 습지보전법 제정, 2001년부터 갯벌 습지보호지역의 지정 시작, 2007년 서천 장항갯벌 매립 백지화, 2018년 갯벌 습지보호지역 전면 확대 등이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2010년 신안 갯벌 습지보호지역 지정, 2013년 등재 기준 및 대상지역 확정, 2015년 등재추진단 구성 및 탁월한 보편적 가치 연구, 2016년부터 주민공동체 참여를 위한 지역설명회 및 와덴해 답사, 2019년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 작성 및 제출, 2019년 IUCN 현지실사 등이 진행되었다. 갯벌의 세계유산등재는 이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된 습지보전운동의 성과물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갯벌 및 그 주변지역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복원에 관한 법률(갯벌법) 등 제도의 발전과 함께 이루어졌다. 이러한 성과 이면에는 여전히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인 시화호와 새만금 간척사업이라는, 갯벌의 가치를 두고 벌어졌던 격렬한 사회적 논쟁을 통해 우리 국민들의 갯벌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한 몫 했다.

생태지평은 한국의 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중심에는 20년 넘게 갯벌을 지켜오면서 세계유산 등재과정에 핵심적으로 역할을 수행한 전승수 소장님과 갯벌해양팀을 비롯한 전문가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이번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4개 갯벌지역에서 출발했으나, 이는 2단계 작업을 통해 더 확대해야하는 과제가 우리에게 또 다시 주어졌다. 뿐만 아니라 이번 등재는 향후 한국 갯벌을 넘어 한반도 갯벌, 황해 갯벌의 항구적인 보전을 위한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생태지평은 그 길에 앞장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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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명호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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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10년동안 울진삼척 지역 산양 58마리 폐사 -환경부, 서식지는 방치하고 수 백억원 들여 국립공원에 산양 복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지어놓고...
유리를 포함한 모든 투명창이 야생조류를 비롯한 우리나라 생태계 전반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파괴력은 실로 대단합니다. 우리나라야 생물학...
*주의 : 이 글에는 두꺼비 사체를 담은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긴 겨울이 가고 얼었던 땅이 녹으며 생명이 움트는...
– 민통선 이남 지역에서 멸종위기종Ⅰ급 사향노루 포착– 2018년 환경부 서식 확인하고도 방치– 환경부 멸종위기종 예산, 종 복원에만 치우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16호 사향노루의 주·야간 활동 모습이 녹색연합 무인센서카메라에 포착되었다. 민통선 이남 지역에서 민간의 카메라에 사향노루의 주간활동 모습이 이처럼 뚜렷이 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인카메라 속 사향노루는 얼굴부터 다리까지 선명한 흰색 줄이 이어져 있으며, 길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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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Birds Day!야생조류 유리벽 충돌 문제 해결을 위한 경험공유회야생조류 유리벽 충돌문제에 관심갖고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이런 분들의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일이 무엇이 있을지를 모여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코로나상황이라 따로 참가자를 모시지는 못하고 온라인으로 공유하고자 합니다. 참여신청을 해주시면 참여링크와 추후에 자료를 따로 보내드립니다. 그리고 참여신청란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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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공존할 준비가 되어있을까요? 동물 그리고 인간의 절멸 위기 앞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인간의 권리를 넘어 모든 생명의 권리는 어떻게 지켜져야 할까요? 현장에서 동물의 생태를 연구하고, 동물과 인간, 자연의 공존에 대해 고민해온 김산하 박사님과 함께 기후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생물다양성과 동물과 인간의 공존의 중요성에 대해 짚어보았습니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야생은 지금은 너무 멀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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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자이언트 펭TV’의 펭수에게 새로운 숙소를 지어준 포스코의 협찬에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8일 논평에서 국내 온실가스 배출 1위 기업, 남극의 파괴자 포스코는 펭수를 기만하지 말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2018년 기준 7천300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문제는 여기에 더해 온실가스 배출 주범 신규 석탄발전소를 삼척에 2기를 짓고 있다는 점이다.
삼척 포스파워 석탄화력발전소는 기후변화와 미세먼지를 유발한다는 것 이외에도 여러 논란을 겪고 있다. ‘박쥐 동굴’ 발견, 민간 발전사 특혜 논란, 송전선로 건설 갈등 등이 대표적이다. ‘박쥐 동굴’ 발견은 삼척포스파워는 건설부지 내에 천연동굴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작되었다.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지표조사 발견되지 않은 천연동굴이 공사 중에 나타나자 사전 조사 부실 논란도 뒤따랐다. 동굴은 보전가치가 높은 문화재일 뿐 아니라 박쥐 서식까지 확인되었다. 그런데도 삼척포스파워가 공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어 문화재 훼손이 심각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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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파워 부지에서 발견된 동굴 입구 ⓒ환경운동연합[/caption]
삼척 포스파워는 공기업 발전소들보다 더 많은 투자비 보전을 요구해 특혜논란까지 일고 있다. 당연히 이 비용은 국민이 내는 전기요금에 반영되어 부담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포스파워 같은 민간 발전사의 전기를 공기업 발전소보다 비싸게 사주는 것은 특혜라는 비판이다.
포스코 석탄발전소가 지어져도 전기를 실어 나를 송전선로가 확보되지 않은 문제도 있다. 강원도 삼척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에 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를 하고 있다. 포스코 석탄발전으로 인한 초고압송전선로 추진은 극심한 지역주민들의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권우현 활동가는 포스코 석탄발전소 건설에 대해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로 이미 기후위기의 주범인 포스코가 국민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자연지형·문화재 훼손, 국민부담 증가, 송전선로 갈등을 고려하면 건설 중단이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권우현 활동가는 “기후위기 시대에 줄여도 모자랄 석탄발전을 새로 짓는 포스코의 온실가스 저감 약속과 ‘남극 출신 펭귄’에게 선의로 숙소를 제공한 것은 국민 기만”이라고 덧붙였다. 권 활동가는 “포스코가 기후위기에 최소한의 책임이라도 다하고자 한다면,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부터 중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끝>
한상원 충북대 철학과 교수
독일에 유학 중인 지인이 전달해준 내용이다. 그가 학교에 가기 위해 트램을 타자 옆자리에 앉은 독일인이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음 날엔 10대 소년들이 그를 쳐다보며 "중국인들이 미개하게 박쥐와 들쥐를 잡아먹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졌다"는 말을 자기들끼리 주고받았다. 또 하루에는 마트의 계산대 직원이 이 학생의 물건들을 계산해준 뒤 보란 듯이 손소독제를 꺼내 손을 박박 문지르기도 했다.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에 지친 이 학생은 페이스북 계정에 영어로 "그래, 나는 바이러스다. 그러니까 제발 꺼져" 하고 적었다.
독일의 공영 국제방송국 도이체 벨레(DW)는 아시아인을 바이러스의 숙주로 여기는 "코로나 인종주의(corona-racism)"가 최근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시선이 중국인이 이번 바이러스의 최대 피해자라는 사실, 그리고 그들이 가장 힘겹게 전염병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한다고 비판했다. 프랑스의 지역신문
그러나 이러한 '코로나 인종주의'는 비단 서구 백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중국 내에서도 우한 내지 후베이성 출신자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표현이 만개하고 있으며, 인근 국가인 한국과 일본에서는 중국인 전체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조장되고 있다. 말하자면, 중국인들은 우한 출신자들을, 아시아인들은 중국인들을, 서구 백인들은 아시아인 전체를 '잠재적 바이러스'로 취급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차별과 혐오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널리 퍼진 '박쥐를 잡아먹는 중국인'에 관한 동영상은 이러한 제노포비아를 조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실제로는 중국이 아닌 남태평양의 어느 섬나라에서 촬영된 이 영상은 '미개한 중국인'이라는 이미지를 굳히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이미지는 국내에서도 '반(反)중국인' 정서를 낳는데 이바지하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의 '중국인 입국금지' 청원은 65만 이상의 청원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사람간의 교류 자체를 금지하지 못하게 한 WHO의 권고와 전문가들의 조언이 있었음에도, 공포감을 부추기는 언론과 정치권의 프로파간다가 더해진 이러한 여론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 되었다. 반중국인 정서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식당에는 '중국인 출입금지'라는 안내문이 걸리고, 네티즌들 사이에는 '노 차이나' 로고가 그려져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사실 질병의 대규모 유행이 낳는 공포가 타자에 대한 조직적 혐오로 번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메르스가 확산되자, 최초 확진자가 여성이라거나, 홍콩에서 한국 여성 두 명이 격리를 거부했다는 잘못된 뉴스가 전파되면서 '김치녀'가 메르스 확산의 주범이라는 여성혐오 댓글이 무수하게 자라났다. 이 일은 분노한 여성들이 소위 '메갈리아' 사이트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1980년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이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자, 동성애자들이 병의 원인이라는 가짜뉴스가 전파되었고, 이 이데올로기는 아직까지도 동성애자들을 공격하는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한 혐오는 타자에 대한 직접적인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현상이다. 실제로 최근 베를린에서 20대 중국 여성이 대낮에 길 한복판에서 욕설과 발길질을 비롯한 폭행을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우리는 중세 말 흑사병 창궐기의 마녀사냥, 그리고 관동대지진 당시의 조선인 살해를 기억하고 있다. 스피노자가 말했듯이, 공포는 예속을 낳는 정념인 것이다. 공포는 합리적 사고를 마비시키며, 공동체를 파괴하고 '적'에 대한 분노의 에너지로 전이되기도 한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표현을 빌리자면, 주체는 자신이 느끼는 두려움을 타자에게 투사한다. 전염병의 공포라는 이 '예외상태'는 중국인, 국내 거주 조선족 동포, 우한 거주 교민들, 나아가 아시아인 전체에 대한 제노포비아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미개한 식습관'을 가진 '바이러스의 숙주'로 규정된 타자를 법의 테두리 밖의 '호모 사케르'로 만들 위험마저 제기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전염병 혹은 재난의 공포는 한 사회의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측정할 척도인 셈이다. 침착하게 질병을 예방할 체계들을 실행해나갈 것인가, 아니면 공포에 질려 눈앞에 보이는 타자에 대한 온갖 원한과 증오를 쏟아낼 것인가. 그러나 공포가 일상이 되었듯이, 혐오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민주주의적 인민주권의 토대가 되어야 할 '집단지성'은 아직은 '집단적 정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집단적 공포를 이겨낼 민주적 집단지성의 출현에 대해 나는 비관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겐 공포로 인한 과도한 억측과 편견을 넘어,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지식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예민한 생명정치적 감수성 역시 필요하다. 전염병에 단호하게 맞서되, 바이러스가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마저 파괴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 혐오가 아니라 연대를 통해 바이러스와 싸워야 한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http://www.pressian.com/news/review_list_all.html?rvw_no=1661" rel="nofollow">클릭)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Nye와 같은 세계적인 학자조차도 중국의 대국굴기에 대해서 편견과 잘못된 정보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절감하다. 포린 폴리시에 게재되는 주요 칼럼들도 같은 경향을 강하게 나타내는데, 미국의 추락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데도,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갈음할 것이라는 경계심으로 객관성을 잃고 있다는 강한 인상을 받게 된다. 다만 우리의 논쟁과 참조를 위하여 내용을 그대로 번역하여 게재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정치 지형을 바꿀 것인가?
많은 시사평론가들은 1945년 이래 미국의 지도력 하에 번창하여온 세계화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더 나가 어떤 이들은 이를 기화로 세계지도력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변화는 분명히 일어날 것이지만, 커다란 충격이 동시에 커다란 결과를 가지고 올 것이라는 섣부른 가정은 경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1918-19 연간에 발생한 신종독감의 팬데믹은 제1차 대전이라는 전쟁보다 많은 사람을 희생시켰지만, 이후 수십 년간 세상을 바꾼 것은 전쟁의 결과였지 질병 때문은 아니었다.
세계화, 또는 지역과 대륙간의 상호의존성은 수송과 통신 기술의 변화에 따라 이루어 진 것이며, 따라서 멈추어서지(cease) 않을 것이다. 통상과 무역 등 경제활동의 세계화는 일부 위축되겠지만, 금융분야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세계화라는 경제적 활동은 개별국가의 법규에 의해 영향을 받겠지만, 전염병과 기후위기 등은 생물학과 물리학의 법칙에 의해 결정된다. 국경과 전쟁상황 그리고 관세 등도, 심각하고 지속되는 경제적 불경기에 의해 축소되기는 하겠지만, 국제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할 것이다.
이번 세기에 들어서면서 지난 20년 동안 이미 세 번의 위기가 있었다. 9.11의 테러 사건은 많은 생명을 죽이지는 않았지만, 마치 일본의 무술게임처럼, 공포의 충격을 상대방의 목록에 매우 거창하게 기록하는 작은 게임기같이 작동하였다. 미국의 외교정책을 패닉 상태에 빠뜨리고 아프간과 이라크에 장기적 전쟁을 벌리는 패착을 두도록 왜곡시켰다.
2008년 금융위기는 대규모의 불황을 일으키면서 서구 민주주의에 포플리즘을 야기시켰고, 몇몇 국가들에서는 독재적 움직임이 강화되어 왔다. 당시 서구 진영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가운데, 중국이 신속하고 성공적으로 대규모의 회복조치를 취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중국이 세계경제를 이끌어 갈 것으로 예측했다.
금세기의 세 번째 위기인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에 대한 초기대응 역시 잘못된 경로를 밟았다.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부정과 잘못된 정보에서 출발하였다. 지체와 당황으로 인하여 테스트와 방역에 필요한 초기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면서 국제적 협력의 기회를 놓쳐 버렸다. 대신에 봉쇄라는 매우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세계경제의 대국인 두 나라가 서로를 비난하는 선전이란 전투에 돌입하였다.
중국은 미군이 우한에 바이러스를 가져왔다고 비난하고(사실은 가능성으로만 제시하였다), 트럼프는 이를 ‘중국바이러스’라고 호칭하였고, 미국과 같은 경제규모를 지닌 유럽연합은 내부의 분열로 비틀거렸다. 반면에 바이러스는 국경이나 국적에 상관없이 많은 희생자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전염병 대응에 무능함을 드러내면서 미국의 명성(소프트-파워)에 손상을 당했다. 중국은 전세계로 지원을 제공하면서도 정치적 배경으로 통계를 조작하였고, 다양한 선전을 동원하여 자신들의 초기대응의 실패를 성공적 대응사례로 포장하였다.
그러나 소프트 파워에 대한 북경의 회복노력에 대해 유럽과 세계는 이를 회의적으로 평가하였다. 소프트 파워는 매력(attraction)에 기반하기 때문이고, 선전을 마구 한다고 훌륭한 선전이 되는 것은 때문이다.
소프트 파워에 관하여, 중국은 출발부터 불리한 위치에 있다. 후진타오 주석 시절인 17차 전국이민대표자 회의(NPC)부터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려는 목표를 삼아 왔지만, 북경은 이웃 국가들과 국경 분쟁을 격화시키고 당의 강압적 통제를 유지하면서, 민주주의 체제가 지니는 자유로움에서 나타나는 사회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소프트 파워 조사기구인 SoftPower30에서 평가한 국제적 여론조사의 결과는 별로 놀라울 것이 없는데 중국은 매우 저조한 성적을 보인 반면에, 선두 20개국은 모두 민주(서구)진영 국가들이었다.
하드 파워의 경우에도, 팬데믹으로 인해 미국에 대한 선호적 균형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경제적으로는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동맹인 유럽과 동아시아 국가들도 심하게 타격을 받았다. 팬데믹 위기 이전의 중국 경제는 미국규모의 2/3 수준(환율기준/nominal value)으로 성장했는데, 현재는 성장 속도가 줄어들고 수출도 위축되고 있다.
비록 국방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중국의 군사력은 미국에 비해 여전히 뒤쳐져 있으며, 향후에는 어려운 재정 여건으로 국방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것이다. 이번 계기로 보았듯이, 중국은 부적절한 공공보건 시스템에 많은 재정지출을 해야 할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미국은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으로 건재하는 유리한 점들을 가지고 있다.
첫 째는 지리적 조건으로 대양과 우호적인 이웃국가들로 둘러 쌓여 있는 반면에, 중국은 브루나이,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지아, 필리핀, 타이완, 베트남 등과 국경분쟁에 휘말려 있다.
두 번째는 에너지로, 세일가스 혁명으로 미국은 이제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하였다. 반면에 중국은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을 통과하는 에너지 공급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 지역에서는 미군이 해군력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다른 한가지로, 미국은 인구통계학적 우위를 들 수 있다. Standford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향후 수십 년 안에 미국의 노동인구는 5%가 증가하는 반면에, 중국은 ‘한가족 한아이’ 정책으로 9%가 줄어든다고 한다. 중국의 노동인구는 지난 2015년에 이미 피크를 이루었으며, 조만간 인도가 중국을 추월하여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가 될 것이다.
재론할 필요는 없겠지만, 미국의 힘은 핵심적 기술인 바이오-테크, 나노-테크, 그리고 정보기술 등의 발전에서 선두를 지키는 위치에서 나온다. 미국과 서구진영의 연구대학들이 고등교육분야를 지배하고 있다.
상기에 언급한 것처럼 COVID-19 펜데믹이 국제지정학적 전환점을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게임의 패를 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정책으로 카드를 잘못 사용하여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다. 핵심적인 동맹들과 주요한 국제기구들을 무시하는 것이 잘못된 결정의 카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될 것이다.
또 하나의 패착은 이민유입을 지나치게 통제하는 일이다. 이번 위기가 발발하기 오래 전에 나는 싱가포르 전임 수상이었던 Lee Kuan Yew에게 ‘왜 가까운 장래에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질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는 가장 분명한 이유로 ‘미국은 전세계에서 영재들을 불러모아 이들을 다양하고 창조적으로 융합시키는 능력이 있다’고 대답하였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한족(漢族)이라는 민족주의로 인해 미국과 같은 개방성이 불가능하다. 물론 미국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요한 카드인 동맹과 국제기구와 개방성을 내친다면, Lee Kuan Yew의 답변은 잘못된 것이다.
새로 구성될 미국행정부가 내가 최근 발간한 신저 ‘Do Morals Matter? Presidents and Foreign Policy From FDR(루스벨트)to Trump.’에서 기술한 성공사례에서 핵심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보건의료를 마샬-플랜 식으로 대규모 COVID-19 지원 프로그램을 착수할 역량을 지니고 있다. 최근 Henry Kissinger가 지적하였듯이, 지도자들은 상대방을 헐뜯는 선전에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협력의 길을 찾아 국제적으로 신속한 정상회복에 노력해야 하며, 쌍방간 다자간에 다양한 협력을 고양할 수 있는 조직의 틀을 만들어 가야 한다.
부유한 나라들은, 현재의 COVID-19 사태에 대응할 역량이 부족한 가난한 나라에서 발발되어 개발국가의 많은 사람들을 병들게 하고 급기야 수시로 재발하여, 다시 부유한 북구의 나라로 역류될 가능성에 주목해야만 한다. 1918년의 경우처럼, 1차 발발 때보다 2차 재발에 훨씬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 자국을 위해서 또한 인도주의적 견지에서도 미국은 G-20개국들과 주도하여 COVID-19 국제지원기금을 조성하여 전세계 모든 국가들에게 개방하여야 한다.
미국의 대통령이 협력적이고 소프트 파워를 강화시키는 전략을 선택한다면, 진행중인 팬데믹에서 벗어나 보다 나은 세계를 향한 지정학적 경로로 가는 좋은 일이 일어나겠지만, 만약 미국이 현재의 전략을 고집한다면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이 가속되면서 종족적 포플리즘과 전체주의가 번창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지정학적으로 힘의 균형과 지도력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근본적으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출처: 포린 폴리시, 2020-04-26.
Joseph S. Nye Jr.
하버드대학의 교수이며, ‘소프트 파워’라는 개념을 주창하여 세계적 명성을 얻었으며, 최근 ‘Do Morals Matter?’라는 신작을 발간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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