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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질된 국회, 왜곡된 국회, ‘의회의 기본’이 상실된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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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질된 국회, 왜곡된 국회, ‘의회의 기본’이 상실된 국회

admin | 화, 2020/02/25- 21:12

세계의 어느 의회든 법안 검토는 의원의 본업이다

그렇다면 세계 다른 나라 의회에서는 법안 검토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미국 의회의 경우, 의원에 의하여 법안이 제출되면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된다. 위원회에 회부된 법안은 상임위원회 위원장에 의하여 소위원회에 넘겨지는데, 소위원회는 청문회 개최(미국 청문회의 경우, 입법을 위한 청문회가 높은 비율을 점한다)와 꼼꼼히 조문 하나하나를 심사하는 축조(逐條)심사를 수행한다. 물론 상임위원회에서의 이 모든 활동은 의원들 자신들이 직접 수행한다.

프랑스 의회 역시 본회의든 상임위원회든 발언을 포함한 모든 진행이 의원들에 의하여 직접 수행된다. 의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법안의 각 조문에 대한 조문 투표를 실시한 뒤 법안 전체에 대한 전체 투표를 실시한다.

독일 의회는 각 정당 내 상임위원회마다 소그룹이 운영되고 여기에 각 정당에 소속된 정책연구위원들이 결합해 매주 화요일마다 만나서 짧게는 6주에서 길게는 6개월에 걸쳐 상임위 의제를 사전에 토론하고 조율하기 때문에 의원 개개인의 전문성도 향상되고 각 정당의 전문성도 당연히 증대되며 이는 의회의 전문성 제고로 이어진다. 소그룹에서 채택된 사항은 대부분 그대로 정당 전체의 견해로 채택된다.

정치 후진국이라 불리는 일본 국회의 경우에서도 법안에 대한 검토는 당연히 의원의 몫이다. 일본 국회에서 법안 제출은 의원법제국의 입법보좌를 받아(다만 이는 법률상 요건이 아니고 단지 참고 요건이다) 준비되고 정당 내의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법률안이 확정된다. 정당 내 절차는 정당 내 정무조사회(政務調査會)나 정책심의회 부회(部會, 전문 분야별로 모이는 회합을 가리킨다)를 거쳐 정책심의회나 혹은 정책심의회 전체회의 등에서 결정한다. 나아가 총무회나 중앙집행위원회 등 상부기관의 의결을 거친다.

 

법안 검토는 입법 과정의 핵심이자 본령(本領)이며 기본

그러나 우리 국회의 경우, ‘의회’의 이러한 국제적인 보편적 기준과 너무나 상이하다.

우리 국회에서 상임위원회에서의 검토보고는 법률안의 심사 과정 중 전체 위원회에서 법률안의 제안 설명이 끝난 뒤 ‘반드시’ 전문위원이 낭독하도록 되어 있다.

그 결과 채택되는 소위원회의 수정안 내용도 전문위원의 검토 내용과 대개 일치하는 경우가 많고,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에서 지적되지 않은 문제점은 위원회 심사과정에서 대체로 거론되지도 않는 성향을 보인다. 예산안에 대한 예비심사 검토보고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니 예ㆍ결산 검토보고는 사실 이 분야에 대한 의원들의 전문성 및 시간 부족으로 법안 검토보고 경우보다 입법관료의 주도권이 훨씬 강하다.

결국 이렇게 하여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는 위원회 심사의 대강의 범위와 차원을 ‘제시’해 주며, 논의의 초점과 방향을 ‘정립’해 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뿐만 아니라 실제 심의 결과 채택되는 소위원회의 수정내용 구성에서도 매우 큰 영향력이 발휘된다.

더구나 의사 진행에 대한 세부 규칙이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국회의 입법관료들이 제시하는 선례에 대한 해석에 의하여 의사 진행상의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갈 수밖에 없는 한국 국회의 현실에서 결국 위원회 입법관료들이 위원회의 심사과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히 커지게 되어 있다. 실제로 위원회 운영상의 시나리오가 위원회 입법관료들에 의하여 작성되고 있으며, 위원장은 이들이 준비한 각본에 따라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검토보고서를 토대로 회의를 진행하게 되므로 검토보고서는 입법 논의의 출발점이자 결정적 변수일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법안 검토’란 입법 과정의 핵심이자 본령(本領)이며 기본이다. 사실상 입법과정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이 ‘검토’ 과정을 의원이 아닌 다른 사람이 ‘대리’하는 것은 의회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부정이다.

국회에서는 매일같이 입법토론회와 공청회가 분주히 열리고 본회의장이나 상임위에서 법안 통과 문제로 ‘식물국회’니 ‘동물국회’니 볼썽사나운 살풍경이 벌어지곤 하지만, 그것은 단지 본질 왜곡을 가리는 변죽일 뿐이다.

 

공무원의 법안 검토보고’, 국민이 명령한 입법권에 대한 명백한 직무유기

상임위원회란 본래 정당 간 정책대결의 장이다. 미국 의회의 경우, 상임위원회 입법지원 인력인 스태프(Staff)는 18명의 전문위원을 포함하여 위원회당 평균 75명으로서 다수당과 소수당이 소속 의원 수에 비례하여 인원을 배정받고 소수당은 최소 1/3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 독일 의회의 상임위원회 입법지원 조직은 주로 교섭단체 정책위원에 의하여 운영되고 있어 그 총수는 2004년 현재 837명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우리 국회처럼 입법관료가 개입할 여지는 전혀 없다.

사실 우리 국회에도 위원회 공무원과 별도로 이른바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이라는 제도가 존재하고는 있다. 각 교섭단체별로 의석수에 따라 배분되는데, 급여는 국회 예산에서 지급되고 국회 사무처 소속으로 별정직 공무원의 신분이다. 2019년 현재 총 인원은 67인이다. 그러나 현재의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은 당파성과 당에 대한 충성심에 비하여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당의 정책과 관련한 전문성보다는 상당수가 기본적인 자격에 있어서 부족한 상황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실질적인 능력과 역할의 측면에서도 대단히 취약성을 노출시켜 단지 개별 정당의 운영을 지원하는 데 치우치고 있다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을 정당 관료가 형식적으로 맡으면서 당료의 임금보전책으로 활용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2003년의 경우, 32명의 교섭단체 정책위원 중 25명이 당료 출신이었고, 6명이 국회 공무원 출신이었다. 더구나 최근 들어 집권 여당의 당정책위원은 기재부, 행안부 등 행정부 현직 관료들을 ‘편법’으로 임용하는 방식으로 충원하고 있어 국회 입법과정에 행정부 관료들의 개입을 적극적이고 합법적으로 보장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 국회의 입법권은 지금 심각한 왜곡 상태에 놓여 있다. 국회가 지금 안고 있는 문제는 수 없이 많지만, 의원 입법권에 대한 침해라는 이 문제야말로 국회의 본원적 문제라 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국민들은 자기들을 대신하여 국가 입법을 수행할 대표를 선출해 국회를 구성한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에 의해 선출된 대표인 의원들이 입법을 방기한다? 자신들에게 부여된 본업을 수행하고 있지 않는 이 문제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가 또 어디에 존재할 수 있겠는가?

변질된 국회이고, 왜곡된 국회이다. ‘의회로서의 기본’이 상실되어버린, 그리하여 이미 의회라 할 수 없는 국회이다. 기본이 왜곡되어서는 모든 일이 뒤틀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회 스스로 이 문제를 개선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실제 필자가 만난 한 중진의원은 의원들이 이 문제의 개혁에 그다지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법률안을 논의할 경우 국회 공무원인 전문위원이 법률안을 읽고 요지와 주요 쟁점 등을 설명하는데, 그런 ‘귀찮은’ 일을 의원들이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심리에 형성되어 굳어진 이러한 자세 자체가 이미 왜곡된 우리 국회의 모습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국민이 명령한 ‘직무’에 대한 명백한 ‘유기’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사회가 이 문제를 정면으로 인식하고 제기할 때 국회 문제도 해결될 수 있어

지식인들과 시민운동은 이 문제의 중요성과 긴급성에 대하여 인식해야 하며, 그리하여 국회 개혁운동에서 가장 선결적인 문제로 제기해야 한다. 이 문제는 입법 수행을 최고 임무로 부여받은 국회의 본질적 허구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문제이기 때문에 지식인들과 시민운동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한다면, 이 문제는 의외로 크게 여론화될 수 있고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국회 문제를 해결하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현재 우리 언론은 대개 클릭수를 노리는 자극적인 기사나 가십성 뉴스에만 주목할 뿐 언제나 기본과 근본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우리 사회는 더욱 혼탁해지고 더욱 분열되며, 말초와 지엽으로만 흐르게 된다. 이제 언론도 기본과 근본에 충실해 진정한 ‘사회의 목탁’으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아나운서를 비롯하여 연예인, 스포츠스타 등등 좀 유명세가 있다 싶으면 모두가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 그리하여 이 땅에서 국회의원이란 그저 ‘출세’와 ‘성공’의 가장 큰 상징으로 전락해버린 오늘의 비극적인 현실도 타파할 수 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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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를 늦추거나 줄일 수 있을까? 기후변화는 단순한 자연재해의 증가가 아니다. 기후변화를 인간들의 만들어 낸 공업문명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말한다면 기후변화를 늦추거나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과연 그러한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2021년 7월은 지구표면 온도 역시 뜨겁고 더운 기록의 연속이었다. 특히 유럽은 1880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후덥지근하고 무더운 온도를 나타내 보였다(https://www.ytn.co.kr/_ln/0134_202108150718517976).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기상이변의 상당한 사례들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일어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예전과 달리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양상은 폭염과 폭우가 나타나는 등 극한기후의 모습을 띠고 있다. 지표면이 가열되면서 산불도 늘어나고 있고 그 피해면적도 더욱 넓어지고 있다. 지구 한편에서는 오랜 가뭄으로 지하수 고갈과 농작물 작황 피해로 고생하고 있는 가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폭우와 홍수 등으로 물난리를 겪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를 막아보려고 인류는 모든 나라 대표들이 나서서 앞으로 50년 동안 지구온도 1.5~2.0 °C를 낮추자고 약속했다. 지난 8월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기후물리편)은 최근 기후변화가 광범하며 급속히 가속화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즉 산업화(1850~1900년) 이전보다 섭씨 1.5도 상승 시기가 10년 정도 앞당겨졌다.

<그림> 기후변화의 다양한 영향들 <출처: IPCC 제6차 평가보고서(2021)>

190개국 대표들은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 합의하여 지구온난화를 가져오는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목표 달성을 약속했다. 파리협정문에는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 및 1.5℃까지 제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공동 목표를 명시했다.

그러나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16년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며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 배출국가이면서도 미국은 경제대국으로써의 자기 의무조차 준수하지 않는 데 앞장섰다. 각국 정부가 제출한 이행계획은 아무런 강제나 페널티가 없었기 때문에 이를 준수하여도 그만, 이행하지 않아도 그만인 것이었다.

2018년 IPCC 제5차 평가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추계했다 : “인간 활동으로 인해 산업화 이전 대비 현재 약 1.0℃의 지구 온난화가 유발됐다. 현재 속도로 온난화가 지속된다면, 2030~2052년 사이에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은 1.5℃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10년마다 약 0.2℃ 상승하는 꼴이다.”

많은 국가들은 이런 추계를 바탕으로 2050 탄소중립 계획을 수립, 시행하기 시작했다. 한국도 국가 차원의 중장기 계획을 서둘러 수립하고 시행에 돌입했다. 이 IPCC 2018 보고서에서 밝힌 기후 회복적 경로들은 적응과 적응, 지속가능한 발전(Climate-Resilient Pathways : ADAPTATION, MITIGATION, and Sustainable Development)이다. 2050년까지 기후변화 대책을 수립, 시행해 오던 인류 앞에 기후변화 적응과 저감, 지속가능한 발전은 더욱 화급한 정책목표가 된 것이다.

 

기후변화 적응과 저감, 지속가능한 발전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우리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대량 폐기물배출이라는 기존 생활양식을 폐기해야 한다. 이 어려운 과제들을 한꺼번에 수행하기에 인류는 너무 많은 인공물의 세계에 길들여져 있고 쉽게 살아 온 이 편한 길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기후변화 저감을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거나 감축하기 위한 획기적 전환정책을 도입, 시행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미래세대가 그들의 욕구들(needs)를 충족할 수 있는 기반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세대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발전을 의미한다. 이 발전 개념 역시 인류의 오랜 경험과 지식,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참여하여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한 상태를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의식 아래 정초된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국가들은 국제연합의 안내에 따라 국가지속가능발전전략들(National Strategies of Sustainable Development)을 수립, 시행해 오고 있다.

즉 과도한 성장으로 인한 생태적 안정성 저하, 개발중심의 경제성장, 배타적인 커뮤니티의 형성에 따른 사회적 부정의 심화라는 지속불가능한 발전상태에서 생태적 안정성과 사회적 형평성을 추구하면서 경제발전을 도모한다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표 1> IPCC 제1실무그룸 2013년 및 2021 보고서 요약

<그림> 생태적 안정성 + 사회적 형평성 +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발전 <출처: https://isd.snu.ac.kr/isd/SustainableDevelopment.php>

국제연합은 새천년개발목표들(Millenium Developmnet Goals, 2000-2015) 시행을 종료하면서 다음 15년 계획을 제안했다. 2015년 9월 국제연합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것으로써 인류 보편의 문제, 지구환경문제, 경제사회문제들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의제들을 모두 망라하였다. 즉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들(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을 설정, 시행할 것을 각 국가에 제안했다.

<그림 > 17가지 지속가능발전 목표들(SDGs)

1992년 6월, 세계환경개발정상회의에서 발표한 「리우선언」이후 UN은 의제21 실천계획 수립 및 이행평가를 위하여 각 국에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NCSD) 설치를 권고했다. 한국은 환경운동가들로부터 기후악당국가라는 지적을 당하면서도 어떻게 하든지 이런 국제적 요구와 주문에 응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

2000년 9월, 김대중 대통령은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발족시켜 각종 국가환경계획과 지속가능발전전략 모색에 시민사회의 참여를 보장했다. 국가계획 수립에 민간인들과 전문가들이 참여하게 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상을 높이고 정부 정책의 지속가능성 보장을 추구하였다. 그리고 국가지속가능발전전략연구를 수행하였다.[1]  마침내 정부차원에서 국가지속가능발전전략을 수립, 시행하기 시작했다. 특히 2007년 8월에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을 제정하여 2008년부터 시행하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이런 국제규범 이행은 근본부터 무너졌다. 녹색성장을 들고 나온 것이었다. 애초에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과 4대강사업, 원자력 발전 등을 두루 망라한 기본법 제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게 대두하자 녹색성장 기본법 제정에 그쳤다. 이에 따라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대통령 직속에서 환경부 장관 아래로 그 위상이 떨어졌고, 녹색성장은 지속가능한 발전 그 위에 위치하는 황당한 위상이 세워졌다. 개발도상국에 적용할만한 정책을 세계 유수의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국가정책 기조로 못을 꽝꽝 박은 것이었다.

<그림> 녹색성장 : 환경과 경제의 선순환

“지속가능한 발전”은 “환경과 경제, 사회와 문화의 동시 추진과 통합”을 의미한다면 녹색성장은 말 그대로 ‘경제와 환경의 선순환’을 뜻한다. 이명박 정권의 녹색성장 정책은 한국 정부가 추구해 온 지속가능한 발전의 이행결함을 자초하면서 엄청난 정책 후퇴를 낳았다. 이 시절 한국에서는 원자력발전을 기후변화 대책의 가장 유용한 수단이라고 강조되었다. 심지어 원자력발전의 해외 수출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설 정도였다. 이렇게 한 번 뒤집어진 정책과 제도를 바로 잡으려면 법률 개정과 제도 개혁이 불가피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탄소중립 2050 시나리오를 발표하여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과 건의를 수렴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일부 기업에서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Environment and Society, Governance)” 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흐름으로는 기업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는 모두 재생에너지 100%를 사용하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RE100).

이에 비해 녹색세척(green wash), 녹색분식이라고 불리는 악덕 기업행동 역시 지적받고 있다. 겉으로는 환경보호나 녹색 중시라고 하나 따지고 보면 그것들과 무관한 기업행동을 함으로써 빈축을 사고 있는 경우가 등장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역시 기후변화 저감을 위한 제도적 변화의 하나이다. 그런데 일부 기업들은 이를 이용해 한편으로는 온실가스 배출권을 팔아 이윤을 보고 있기도 하는 것이다.(https://www.youtube.com/watch?v=rmPfaPhz63g&t=63s)

모두 지구 생태계의 한계 용량(carrying capacity) 범위 이내에서 우리 모두 숙고해야 할 일들이 아닐 수 없다.

한국정부가 발표하고 많은 나라에서 추구하고 있는 “탄소중립”이란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이 상쇄되어 순배출량이 ‘0’이 되는 것을 말한다. 일명 넷제로 (net-zero) 또는 배출제로라고 부른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물리적으로 계속 줄이는 것이 아니라, 배출이 되더라도 그 배출량을 제거할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순배출량을 0 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표> 2050 탄소중립 3개 시나리오

* 수송부문 배출량 일부는 차량의 대체연료(e-fuel 등)로 인한 배출량(9.4백만톤)이나, 동 배출량만큼을 대체연료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 포집, 상쇄 가정.

**CCUS : CCUS기술은 이산화탄소가 생산되는 근원지에서부터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을 막고(Carbon Capture) 필요한 곳에서 사용(Utilization)하거나 지하에 저장(Storage)하는 기술로써 국제에너지기구에서는 탄소배출제로를 가능하게 할 유일한 기술로 평가.[2]

한국은 제조업·에너지소비 업종의 비중, 주요국 대비 석탄발전 비중*이 높아 전반적인 구조 전환이 없이는 획기적 감축이 곤란하다. 주요국 석탄발전 비중(‘19, %)을 보면 미국 24%, 일본 32%, 독일 30%, 영국 2%, 프랑스 1%에 비해 한국은 무려 40.4%에 이르고 있다.

<그림> 주요국 제조업·에너지다소비업종 비중(‘19)

한국은 유럽이나 미국에 비교해 볼 때 압도적으로 높은 제조업 비중(28.4%), 에너지 다소비 업중 비중(8.4%)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한국 경제는 이런 높은 제조업 및 에너지 다소비업종 비중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2050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엄청난 과제를 안고 있다.

<그림> 주요국 GDP 대비 수출 비중

한국의 GDP 대비 수출 비중은 2010-2014년까지 독일보다도 앞선 세계 1위였다. 2019년 현재 한국은 독일에 이어 여전히 2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9년 한국의 GDP대비 수출비중은 32.9%였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제시한 50년 이후 “2050 탄소중립 사회의 모습”(2021)을 보면 신재생 에너지의 대폭 확대, 친환경차 보급, 연료 및 원료 등 생산공정의 스마트화,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 건축, 그린 건축, 메탄가스 발생 최소화, 쓰레기 배출 최소화와 분해 가능한 가소성 물질 이용 등을 내세우고 있다.

<그림 > 2050 탄소중립 사회의 모습

 

[1] 허상수 외 2005 『국가지속가능발전전략연구』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376쪽.

[2]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허상수

목, 2021/09/0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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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합중국의 대통령 당선자 바이든과 대외정책팀에 대하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매우 제한되어 있지만 한가지만은 분명하다. 그들은 “미국의 세계지도력 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바이든이 국무장관으로 지명한 안토니 블링켄은 2015년에 행한 연설에서 위의 문구를 21차례나 되풀이하였다. 금년 봄, 바이든은 ‘Foreign Affairs’에 기고문을 보내면서 미국이 다시 “세계의 지도국가가 되어야 하는 이유 – Why America Must Lead Again” 라는 표제를 사용하였다. 11월말 그가 지명한 안보보좌관을 소개하는 자리에서도 “미국이 돌아 왔고, 이제 세계를 지도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공언하였다.

제발 ‘아니길’ 희망해 본다. 트럼프 시대에는 ‘세계의 지도력’ 이라는 단어가 전세계 국가들과 관계 속에서 잘못 사용되어 왔고 위험하기조차 했었다. 지난 4년 동안, 대외정책의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잘못된 ‘미국우선주의’를 비난하면서 ‘미국의 지도력’을 내세우며 안전보장과 합의에 따르는 합리적인 대안을 대대적으로 제시하여 왔다.

그런데 지도력이라는 말의 사전적 용어를 살펴보면 이는 ‘일등 또는 선두의 자리 first or foremost place’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다시 말하자면 일군의 집단을 통제하고 앞장선다는 뜻이다. 지도력은 어머니와 같은 자애와 사과파이처럼 달콤함을 의미하지 않으며 책임을 진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바이든은 미합중국이 지도국가라는 특별한 지위를 지녀야 할 이유로써 아래의 두 가지를 제시하였다. 그는 ‘Foreign Affiars’의 기고문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첫째는 이는 미국의 역사적 전통이라는 것이다. 지난 70년 동안 미국은 민주당 정권이든 공화당 정권이든 공히 세계의 규칙과 질서를 만드는데 지도적 역할을 맡아 왔으며, 집단적인 안보와 번영을 제공하였다. 이는 다른 말로 과거에 미국이 잘해 왔듯이, 지금과 미래에도 잘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의 개입- meddling in the ballot box’를 저술한 도브 래빈은 미국이 1945-1989 동안 외국의 선거에 63차례나 불법적으로 개입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바이든이 생각하는 것처럼 냉전기간 동안 미국의 세계지도력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전후 시절의 미국의 역할을 낭만적으로 묘사하고 싶겠지만, 이는 이미 지나간 과거일 뿐이다.

70년 전에는 미합중국의 산업생산력이 전세계의 절반에 해당하였으나, 지금은 1/7(15%)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구매력지수로 평가해 보면, 현재의 유럽연합 GDP가 미국과 거의 동일한 규모이며, 중국은 이미 미국을 추월하였으며 올해 들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격차가 더욱 벌어졌을 것이다.

리더십이라는 용어는 다양한 파워의 구성을 의미하는데, 최소한 경제력에 있어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바이든의 두 번째 정의는 규범(도덕)적인 것이다. 그가 2017년에 언급하였듯이,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지도력을 받아들이는 것은 미국이 그들의 이익을 지켜 줄뿐만 아니라, 모두의 번영을 구가하도록 함께 도모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미국의 지난 수십 년 간 행동에서 국제적 안보에 특별히 기여한 바를 찾아 내기가 매우 어렵다. 브라운 대학교 국제공공 분야의 왓슨 연구서에 따르면, 9/11사태 이후 미국은 오히려 전세계에서 37백만 명의 난민을 양산하였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하기 이전에, 이미 미국은 지뢰매설 및 대량살상무기와 핵실험을 금지하는 국제조약의 인준을 거부하였고, 무기의 해외판매와 해양보호 그리고 대규모 학살과 전쟁범죄에 대한 통제,, 여성과 아동의 권리 그리고 장애아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조약 역시 거절하였다. 지구 상의 거의 모든 국가들이 상기의 조약들을 모두 비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미국만은 예외이었다.

물론 트럼프는 상기의 리스트에 추가하여, 파리기후협약, 이란핵협정JCPOA, 세계보건기구 WHO, 환태평양-파트너 협상TPP, 유엔인권이사회, 유네스코, 항공자유화 협정, 중거리-핵무기 협정INF 등을 탈퇴하였다.

상기에 언급한 협약의 이름들은 세계의 지도력을 주장하는 국가의 자격 여부를 따지는 명부가 아니라, 차라리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자격 여부를 검토하는 확인 리스트에 어울린다.

불행하게도 바이든 주변의 참모들은 미국의 시각으로 다자주의를 주장하지만, 지도를 배제한 협력에 대해서는 상상할 능력조차 갖추질 못했다. 블링켄은 이런 식으로 말한다 “우리가 원하든 말든, 세계는 스스로 조직할 줄 모른다. 다른 강대국이 미국을 대신하면 사태는 어려워 질 것이며, 또는 아무도 미국을 대신하지 못하여 공백상태를 초래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사태라고 부르는 국제적 협력의 붕괴가 발생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미국이 파리기후 협약을 탈퇴한 이후에 단 하나의 국가도 미국과 동행하여 출구를 찾아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로 유럽연합과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 등이 더욱 적극적으로 결집하면서 최종적으로 2060년까지 탄소중립의 경제를 실현하겠다고 공약하고 나섰다. 이번 여름에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를 탈퇴하겠다고 협박을 가하자, 곧바로 독일과 프랑스는 분담금을 올려주겠다고 약속하였다.

오해하지 마시길, 국제적 공조의 노력에 미국의 참여가 불필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실제는 정반대이며, 미국의 참여가 매우 긴요하다. 대부분의 경우, 미국은 이제껏 일방적 지시가 아니라 함께 합의를 이루는 과정을 통해 핵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아 왔다.

‘지도국가’가 아니라 ‘동반자’라는 협력방식이 누구에게는 미국적이지 않게 느껴질지는 모르겠으나, 이는 실제 미국시민들이 가장 원하는 모델이다. 지난 20여 년간 갤럽은 미국시민들에게 국제현안에 대한 미합중국의 지위에 대하여 지도적leading 역할, 주요한major 역할, 보조적minor 역할, 역할의 배제no role at all 등으로 나누어 여론조사를 실시해 왔으며, 결과는 큰 차이로 언제나’ 주요한major 역할’이 첫 순위였다.

금년 9월에도 국제현안에 대하여 시키고 협회가 시민들에게 미국의 지위에 대한 선호를 “지배적이냐” 아니면 “공유적(합의적)이냐” 두가지 항목으로 설문한 결과, 3:1 수준으로 “합의적 지위”를 선택하였다.

바이든 당선자가 주장하듯이, 미합중국이 반드시 주빈의 자리를 치지해야 한다고 믿는 미국인들은 실제 많지 않다. 오히려 미국우월주의는 고립을 자초한다는 일반시민들의 반대를 왜곡시키는 것은 대외정책 전문가들 집단이다. 대외정책에 대하여 논쟁이 발생할 때마다 이를 제대로 주도하는 그룹은 대체로 국내정치에서 정의를 요구하며 앞장서 행동하는 시민들이다. 1967년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연설을 하면서, 루터 킹 목사는 미국정부에 대해 ”현존의 세상에서 폭력을 조장하는 악질 장사꾼”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주저함이 없이 다음과 주장하였다 “이런 정부는 남에게 일체 배우려 하지 않고 오로지 남을 가르치려고만 한다. 그저 세상을 지배하려고만 든다. 미국은 이제 이웃 국가들과 연대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첫째로 국제적인 비참함(전쟁)을 조장하는 일에서 손을 떼어야 하며, 둘째로 가난과 불안과 불의와 싸우는 일에 이웃 국가들과 더불어 협력해야 한다.”

바이든의 대외정책팀은 세계의 현안들을 접근함에 있어서 ‘지시leadeship’가 아니라 ‘연대solidarity’라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연대를 통하여 다른 국가들을 지원하는 것을 우선적 임무로 삼아야 하며, 특별히 무지했던 트럼프의 시대를 마감하면서, 이웃 국가들을 협박하는 짓은 중단하여야 한다.

 

출처 : 뉴욕타임즈NYT on 2020-12-02.

Peter Beinart

뉴욕시립대학교 저널리즘 스쿨의 여론학 및 정치학 교수

월, 2020/12/21-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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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합중국은 현대의 역사에서 가장 운이 좋았던 국가이다. 유럽의 주변부 식민지로 존재하다가 항해의 위험으로 인하여 이주민들의 모국으로부터 분리되면서 독자적인 건국이 시작되었다. 식민지에서 독립국가로 출범할 당시의 미국은 빈약하고 가난하며 분파적이었다.

그러나 한세기 반도 지나지 않아, 출범 당시 13개의 주에 지나지 않았던 국가가 북반구의 반을 차지하던 서구진영이라는 거대한 세력을 배경으로 영토를 북미전체로 확장하였고, 내전을 거치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역동적인 경제를 만들어 왔다. 이러한 극적인 출현은 19세기를 거쳐 20세기에도 지속되었고, 냉전의 종식을 통하여 권력(세력)의 정상을 독차지하는 위치에 이르렀다, 비록 잠시이겠지만.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이룬 놀라운 성취를 조상님들의 덕분으로 돌리면서, 건국의 아버지들이 지녔던 계몽시기의 지혜, 미국이 지닌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독특한 결합, 그리고 미국만의 특장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이에 더하여 원주민에 대하여 가했던 잔인함과 아프리카에서 수입된 노예들, 그리고 자연적 조건을 포함한 행운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미국인들은 북아메리카라는 지역이 자원이 풍부하고, 토지가 비옥하며, 항해가 가능한 하천들이 대륙을 가로지르고, 대부분 지역에서 기후가 온화하다는 점에서 축복을 받았다. 더구나 건국 시절부터 미합중국은 당대의 열강들이 서로 각축을 벌리고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에서도 행운을 누려 왔다.

프랑스는 라이벌인 영국이 약해지길 희망하면서 미국의 독립혁명을 지원하였고, 나폴레옹이 유럽의 내전을 치르기 위해 자금이 필요해지면서 루이지애나 등을 미국에 헐값으로 넘기면서 영토를 손쉽게 두 배로 확장할 수 있었다.

유럽의 내전상황이 1812년에 벌린 미국의 황당한 캐나다 침략을 도왔다. 영국은 당시 나폴레옹과 전쟁에 전력을 다하는 과정에 있었기에, 추악하게 점령했던 식민지(캐나다)를 도울 처지가 못되었다. 유럽의 열강들이 자중지란에 빠져 전쟁을 치르는 동안, 미합중국은 북미 대륙을 관통하면서 영토를 확장하여 텍사스, 뉴멕시코, 아리조나 그리고 캘리포니아 등을 멕시코로부터 분리시켜 합병하여 왔다.

1900년에 이르기까지 영국은 굴기하는 독일을 견제하며 태평양 연안과 남미지역에서의 식민지를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동안, 미국에 대해서는 관대한 정책을 펼쳐 왔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하여 1823년에 선언한 몬로-독트린MonroDoctrine이 현실로 자리를 굳혀갔다.

실제로 현대의 역사에서, 건국이래 미국처럼 소위 안보자유free-security(무임승차)를 한껏 즐길 수 있었던 강국은 없었다. 영국을 예외로 하고 지난 200여 년간 모든 강대국들은 외국의 침략을 받아 왔으며 일부는 침공에 의해 잠시나마 점령을 당하기도 하였다. 영국조차도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의 공습에 의해 시가지가 파괴되고 5만 명의 시민들이 생명을 잃었다.

1812년 캐나다와 전쟁 중에 잠시 외국군대가 미국의 영토에 머물렀던 것을 마지막으로, 유럽과 아시아가 20세기 동안 두 번의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커다란 타격을 받던 와중에도, 미합중국은 행운아처럼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았다. 이러한 미국의 안보자유(무임승차)라는 조건 덕분에 강대국으로서 두 번의 세계대전의 막바지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했으며, 미미한 타격만을 받으면서 결국 종전 이후 지배적인 위치로 군림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미국의 지도자들이 현명한 결정을 하여 상기의 행운아적 조건들을 제대로 활용하여 왔다. 헌법사항으로 개인의 자유라는 특권을 부여하여 폭발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박차를 가하였다. 미국이라는 대륙을 재능있는 세계인들에게 개방하였으며, 이민의 파고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여 왔다.

부끄러운 노예의 역사가 미국이 이룬 성취를 현재에도 퇴색시키고 있지만, 남북전쟁에서 북부 연합군이 승리하면서 대륙의 영구적인 분열을 종식시키고 국가전체를 단합시키면서 미국이 가진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이 초강대국이 되는 과정에서 만난 상대들에게서도 운이 뒤따랐다. 제1차 세계대전시 독일제국은 엄청난 군사력을 지녔었지만 미국이 실제로 참전했던 1918년경에는 기세가 한풀 꺾인 시점이었다. 이후 등장한 나치의 행군은 더욱 기세가 등등했지만 아돌프 히틀러는 무능한 전략가에 지나지 않았으며 독일을 결정적으로 패퇴시킨 것은 소비에트의 몫이었다.

진주만을 기습한 1941년 당시 일본제국의 경제력은 미국의 1/5 수준에 지나지 않았으며, 전쟁과정에 내부의 지도력에 분열이 발생하였고, 상당수의 군사력이 중국이라는 거대한 진흙탕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제2차대전과 태평양 전쟁은 분명히 즐거운 축제는 아니었지만, 전쟁을 통하여 미국이 더욱 강성해진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전후 소비에트가 미국에게 매우 강력한 적국으로 등장했지만, 상황은 여전히 미국에 유리하였다. 소비에트의 경제력은 미국에 비해 매우 왜소하였으며, 그의 동맹들 역시 빈약하고 서로간의 신뢰기반이 약했다. 더구나 미국이 북반구 절반을 차지하며 멀리 떨어져 있는 지리적 조건에서 일체의 타격을 받지 않는 동안, 소비에트는 유럽대륙의 강자들과 여전히 상대해야만 하였다.

소비에트의 통제경제는 한마디로 낭비와 비효율의 황당한 영역이었으며, 미국과 상대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벅찬 수준으로 국방지출을 감당하여야 했다. 미카엘 고르바초프가 뒤늦게 체제를 개혁하려 시도했지만 실패로 끝나면서, 소비에트는 비록 한방에 날라가지 않았지만 잔펀치를 맞아가며 스스로 붕괴하였다.

결과로 미국은 상대가 없는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존재하게 되었고, 정치학자들과 전문가 집단들은 세계화로 뻗어가는 미국의 성공에 대한 마법의 공식을 만드는 일에 몰두하였다. 1990대에 형성된 미국의 자만에 대하여 당시에는 다음과 같은 멘트가 가능했다: “지구상 어느 나라도 미국과 같이 지속적이고 유례없는 성공을 누리지 못했으며, 이런 상황을 뒤흔들 악운은 당분간 덮쳐오지 않을 것이다.”

상기의 멘트가 오늘 시점에도 여전히 유효한가? 세계는 변함없이 미국에게 맛난 고기를 제공하는 낚시터(oyster)이며, 미국이 설령 무책임하게 행동하더라도 현재의 운좋은 상황은 지속될 것인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미국의 행운이 향후 소진될 가능성의 배경을 아래와 같이 4가지로 설명하려 한다.

첫째로, 미국이 건국이래 즐겨왔던 안보자유(무임승차)가 여전 같지 못한 상황이 되고 있다. 오해하지 마시길. 현재의 시점에서도 실질적인 상대의 적국이 없다는 것이 여전히 커다란 강점이며, 대륙의 양안을 감싸 앉고 있는 거대한 두 개의 대양들은 여전히 미국을 잠재적인 위협에서 보호해주고 있다.

펜타곤의 공식명칭은 국방의 부서이지만 미군 병력은 대부분의 시간과 예산을 미국본토에서 소진하고 있지 않다. 반대로 미국과는 떨어져 있는 국가들을 통제하려는 의도 하에 외국의 타 지역에서 위험의 상황을 전개하고 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이는 미국이 캐나다이든 멕시코이든 주변의 국가에서 침공을 당할 염려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2020년은 미국이 이제껏 즐겨왔던 방어벽이 절대적인 철벽이 아님을 보여 주었다. 한 예를 들자면, 코로나-바이러스가 제1차 대전과 한국전 그리고 배트남 전쟁에서 희생당한 이들을 합한 것보다 많은 미국인들의 생명을 앗아갔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오늘도 하루의 사망자가 9/11테러 당시의 희생자 숫자를 넘어서고 있다. 지리적 거리간격은 여전히 안보에 중요하지만, 이제 모든 위험에서 미국을 방어해준다는 보장이 없어졌다.

또한 최근에 외부의 세력(아마도 러시아로 추정되지만)이 미국정부의 컴퓨터 시스템을 해킹하였으며, 대상에는 미국의 국가안보체계를 다룬 내용도 포함되었다. 아직까지 해킹의 범위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사건은 지리적 거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안보의 취약점을 드러낸 것이다. 미합중국의 지리적 격리가 여전히 강점이긴 하지만 과거와 같지는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둘째는 중국에 관한 것인데, 현재의 중국은 과거의 소비에트보다 훨씬 강력한 상대이다. 미국이 1776년 독립된 해부터 1990년대까지 승승장구하여 왔지만, 1990년 이후부터는 미국을 대신하여 중국이 매우 자신만만한 궤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경제력은 조만 간에 미국을 능가할 것이며, 전쟁의 폐허 을 극복하고 일어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중국의 엘리트 지도부는 자신들이 21세기를 주도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으며, 일당一黨방식의 국가자본주의 역시 훌륭하게 작동하고 있고, 세계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주요한 국제기구와 조직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다양한 형태의 보호주의 정책을 동원하여 억지하려 했지만, 중국은 성공적으로 국제사회와 새로운 무역과 투자의 협정들을 체결하여 왔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최초로 창궐하기도 하였지만, 오늘 현재 14억 인구 중에 사망한 희생자 숫자가 5천명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2020년 말 현재 중국은 다시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있는 반면에, 미합중국은 팬데믹을 극복하는데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3십만 명이 넘는 누적 사망자 숫자를 보이고 있으며, 미국의 경제는 봉쇄와 제약으로 여전히 황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던지는 도전을 지나치게 과대평가 했을 수도 있다. 중국의 일인당 수입은 미국에 비해 현저히 낮으며, 새로운 발전을 창출해내는 동력이 여전히 미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대일로BRI사업은 시진핑 주석이 희망하는 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호전적인 전랑외교(Wolf-Warrior)와 무역상대국들에 대한 강압적인 조치들, 그리고 위구르 소수민족의 문제 등으로 국제사회가 중국의 장기적인 의도에 잔뜩 경계심을 지니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앞선 경쟁상대국이 무너져 갔듯이 중국 역시 언젠가는 사라져갈 것이라는 근거없는 병적 낙관론이 미국인들 사이에 등장하고 있다.

셋째 배경은 미합중국에는 행운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황당한 믿음 속에 스스로에게 타격을 연속적으로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한 목록은 길고도 길다:

의도적으로 기획된 양극화와 현상고착의 심화로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개인적 자유를 빙자하여 수천만 명이 팬데믹 와중에도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행동을 어리석다는 비판대신에 영웅적 행동으로 착각하고, 조작과 허풍 그리고 부패들이 시민사회 내에 강고한 집단을 형성하면서 사회내부에 증오와 거짓말들이 팽배해지고 있으며, 지금이 풍부한 로비조직들의 영향력으로 진실을 알리는 언론의 기능이 약화되고 있고, 엄청난 금권이 미국정치를 오염시키고 있으며, 취약한 선거제도로 인하여 소수자 원칙이 오용되고 있는 과정에 과거의 실책에서 배울 능력이 없는 허접한 정책집단들의 무능력과 무책임이 설치는 등, 수많은 맹점들이 속속히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기후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기후문제는, 당신과 내가 어찌 생각하는지, 믿든지 말든지 상관없이, 물리적 법칙과 화학적 원리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다. 기후변화의 현실을 부정하는 것은 각자 자유의 판단이겠지만, 지구라는 행성은 어리석은 미국인들의 판단에 상관하지 않는다. 대기온도가 상승하면 미국이 지닌 지정학적 강점조차도 국가를 방어하지 못한다. 거대한 데크를 지닌 항공모함과 기술의 진수를 담고 있는 대륙간 탄도탄 그리고 최신예 대잠수함과 사이버전쟁 능력 등 현대의 엄청난 전투능력이 기후위기와의 전쟁에서 우리를 구원하지 못한다.

강력한 경제력과 높은 수준의 과학자들과 기술인들 그리고 혁신적인 민간기업들이 국가를 변혁시키고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기후위기가 날이 갈수록 점차 거대한 위협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지구라는 행성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와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정치적으로 제 기능을 못하는 국가가 서로 결합(충돌)하면, 그 결과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한마디로 오랜 기간 누려왔던 미국의 행운은 한두 세대 안에 종말을 고할 것이다.

필자가 너무 비관적인 것일까? 제발 그러하길 소망한다.

물론 미합중국은 여전히 많은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과학과 기술분야가 두드러진다. 잠재적인 상대(중국과 러시아)국가들은 자체적으로 많은 문제점들에 봉착하여 있다. 1990년식 일방적인 주도권의 행사는 정답이 될 수 없지만, 정보조직과 기능을 개혁하면 장기적으로 국가의 안보를 유지하고 핵심적인 정치적 가치와 함께 국가의 번영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 역시 도움이 크게 될 것이다.

Branch Rickey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문구를 남겼다 “행운은 기획의 결과물이다 – Luck is the Residue of Design.”

미국인들은 더 이상 성공이 그저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미국인들이 과거에 이루어낸 성취를 미래에도 유지하려면, 지난 수십 년간 망각했던 함께함(work-together)의 강점을 되살려 내야 한다. 만약 불행하게도 서로 협력하는 것을 거부한다면, 지난 2백 년간 지속되었던 미합중국의 오랜 행운은 이제 종말을 고할 것이다.

 

출처 : 포린폴리시(ForeignPolicy) on 2020-12-23.

Stephen M. Walt

하버드대학교 국제관계학 석좌교수로 미국정치학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월, 2021/01/1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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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번 째 주는 두 가지 사건의 기념일을 상기시키면서 엉망진창인 올해를 딛고 일어서는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20년 전에 있었던 나의 개인적인 일로, 대선에 대한 나의 도전은 대법원의 급작스런 개입으로 종결되었다. 이를 수용한 나는 대선의 경쟁자가 아닌 당시 현역 부통령의 임무로서 상대를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선거인단 인준과정의 사회자로 역할을 전환했던 기억이다.

이번의 대선 과정에서는 선거인단이 조 바이든을 차기 대통령으로 인준하는 것으로 지루하고 대결적인 대선과정을 종결지으며 미국의 민주주의가 지속되고 있음을 재차 입증하였다.

둘째로 기념하려는 것은 지구적이며 희망이 섞인 일이다. 지난 주말은 파리기후협약이 체결된 지 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바로 4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행한 첫 번째 명령 중의 하나가 194개 국가들이 모여 서명한 협약에서 미합중국이 탈퇴하는 일이었으며, 지구를 위협하는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결의를 거부한 것이었다.

당시에 트럼프는 탈퇴하였지만, 차기 대통령인 바이든은 취임하는 내년 1월20일 즉시 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공언하였다. 이로써 지난 4년간 국제사회에서 뒷전에 밀려나 있던 미합중국이 다시 지도력을 회복할 기회를 가지게 된 셈이다.

바이든의 도전은 기념비적이다. 코로나-바이러스라는 팬데믹에 대하여 재앙수준으로 대처하여 대혼란을 야기시키고 이로 인하여 경제가 황폐화된 가운데 그는 매우 긴급하게 임무를 맡게 되었다.

현재의 순간에는 팬데믹 상황이 우리들의 시야를 독차지하고 있지만, 미국과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매우 긴급하고 복합적인 위기들은 다양하다:

지난 40년 동안 중산층들이 경제적으로 정체되면서 수입과 자산의 불평등이 극심해지고 빈곤층이 급증한 일이며, 공포스러운 인종차별이 구조적으로 자리를 잡고, 적대적인 양당체제가 심화되고 있으며, 핵무기통제에 대한 합의가 무력화되고, 지식의 권위가 무너지면서 그간의 인식체계가 도전을 받고 있으며, 고삐풀린 언론매체들의 비상식적인 행위가 범람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심각한 위기는 역시 기후에 관한 것이다.

다행히 우리 앞에 모든 인류에게 보다 공정하고 평등한 세상을 건설할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이러한 잠재적 기회는 매우 귀한 계기이며 미래를 속박하려는 과거의 장애를 뛰어넘는 것을 가능하게 하며, 역사의 궤적을 우리가 선택하는 미래의 비전으로 수정할 수 있게 한다.

비록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고 팬데믹과 전투는 긴박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이길 것이다. 그러나 팬데믹을 극복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생명을 더욱 위협하는 지구의 기후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싸움의 와중에 처해 있으며, 더구나 이는 단순히 몇 개월 또는 몇 년이 아니라 세기를 걸쳐 진행해야 하는 전쟁이다.

인류가 봉착한 여러 위기에도 불구하고 대선과정에서 보인 분열과 대립으로 많은 사람들이 좌절하기도 했지만, 문제가 아무리 심각하다 하더라도 점차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팬데믹 상황을 들어다 보자. 정책적인 실패와 비극적 상황이 지속되고는 있지만, 최소한 승리의 빛이 비추기 시작한다. 과학자들은 바이오 기술을 활용하여 놀랍도록 신속하게 여러 종의 백신을 개발하였다. 의료적인 안전성과 유효함을 검증한 이후에 아마도 내년에는 팬데믹을 종결시킬 것으로 미리 점치어 본다. 또한 이번의 승리는 결정과정의 기반이었던 이성과 사실 및 과학을 부정하였던 온갖 위협과 도전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어렇듯이, 기후위기가 급격하게 악화되어 가더라도, 현재 과학자와 기술자 그리고 민간기업의 책임자들은 화석연료의 의존도를 종결시킬 기술의 진척에 전력을 다하고 있으며, 기대한 것보다 빠른 시일 내에 실현시킬 것이다.

바이든은 죽음이냐 생명이냐 선택의 시점에 직책을 맡았다. 2년 전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국제패널’은 여러 가지에 대하여 경고를 보낸 바 있는데, 가장 심각한 재앙의 시나리오는, 온실가스량을 2030년까지 45%로 줄이고 2050년까지 100% 줄이지 못하면, 해안의 도시들이 사라지고 가뭄이 극심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지구의 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일에는 전세계의 단합된 노력이 필요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배출량을 줄이는 현안에 대한 미국의 이행약속을 다짐해야 하며, 트럼프 정권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방향으로 헌신적으로 노력해온 개별 도시들과 주정부 민간기업 그리고 투자자들에게 감사를 겸한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태양광 에너지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태양광 판넬 가격은 지난 십 수년간 89%가 떨어졌고 풍력터빈의 가격도 59% 내려갔다. 국제에너지 기구는 모든 발전용량의 신규투자가 2019년에는 80% 수준 그리고 2020년에는 90% 정도가 재생에너지 분야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5년 안에 전세계적으로 클린-에너지의 투자가 95%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국제에너지 기구는 전망하면서, 국제 에너지시장에서 태양광-에너지가 “새로 등극한 왕- the new king”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미 역사상 가장 저렴한 전기 에너지원이라고 밝힌다.

신재생 에너지 비용이 향후 더욱 내려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화석연료기반의 발전시설들을 사업시행 초기의 예측한 수명이전에 미리 퇴출시키면서 이를 태양광과 풍력 그리고 배터리 저장시설로 대체하는 일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여름의 한 연구에 따라 Rocky Mountain Institute, Carbon Tracker Initiative 그리고 Sierra Club 등 발전 관련기관들은 미국 내에서 클린-에너지가 석탄에너지보다 79%정도 저렴하며 세계적으로는 39%가 싸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러한 수치는 앞으로 더욱 내려갈 것이다. 다른 연구 분석 역시 배터리 저장시설을 갖춘 클린 에너지가 대부분의 천연가스 시설보다 이미 저렴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20년 전, 사우디의 에너지 장관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 석기 시대가 끝난 것이 돌이 부족한 탓이 아니듯이, 석유시대의 종말은 석유가 떨어져서 다가오지 않는다.”

주요한 국제투자자들 역시 같은 결론에 도달하면서 기후를 파괴하는 사업에서 지속이 가능한 사업 분야로 자본의 투자처를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추이에 대한 압력은 단순히 선구자적인 일부, 선경지명의 개인재단과 기부단체 또는 종교기반의 기금에서 진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뒤늦게 인지하기는 하였지만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투자회사들도 동참하고 있으며 이들 역시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가 장기적으로는 매우 불리한 투자임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 주에 9조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30개의 투자전문회사들의 책임자들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배출의 제로라는 목표에 합당한 투자를 하자는 것에 합의를 이루었다.

엑스-모빌 회사, 오랫동안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비도덕적인 선전에 자금을 제공해 왔던 주역이 이제 놀랍게도 올 상반기에 관련산업 자산가치에 1,700억불 상당의 감가상각을 진행한 것이 더하여 화석연료 매장가치를 200억불 축소하여 조정하였다.

작년에는 영국석유BP의 사업책임자가 자신들이 소유한 매장량 일부는 햇빛을 보지 못할 것(개발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밝혔고, 이번 여름에는 배출-제로를 시현하기 위하여 향후 십여 년간 저-탄소 분야에 투자를 10배 늘리겠다고 약속하였다.

이제 세계는 정치적으로도 티핑-포인트(대전환의 변곡점)을 지나가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로 상징되는 젊은 세대를 포함하여 풀뿌리 시민단체들의 활동가들이 팬데믹 상황에도 불구하고 매주 거리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미합중국에서도 이러한 운동들이 당적을 초월하여 벌어지고 있으며, 50개가 넘는 선거구와 공화당의 기초조직들조차 공화당 국가위원회에 기후에 대한 입장의 변화를 요구하면서, 만약 수정하지 아니면 젊은 층의 지지를 잃을 것이라는 주장을 보태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지난 수개월 동안 세계의 주요한 국가 지도자들이 핵심적인 사항을 주도적으로 도입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 집행부 대표인 Ursula von der Leyen은 향후 9년 안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55% 감축하겠다고 공언하였으며,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일본과 한국도 연이어 20250년까지 탄소-중립을 언급하였다.

유럽 내 석유와 가스를 가장 많이 생산해온 덴마크는 화석연료의 추가 탐사를 금지시켰으며, 영국은 2030년까지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를 중단시키고 배출량을 68% 감축시키겠다고 약속하였다.

전기차량의 배터리 가격이 지난 십 수년 사이에 89%까지 절감되었으며, 블룸버그 통신은 차량의 주요 수요처인 미국과 유럽, 호주 그리고 중국 등 국가군에서 전기차와 내연기관 차량간의 가격 패리티(역전) 곡선이 2년 안에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는 2017년을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 속에, 당선자인 바이든은 2035년까지 미국의 송전 그리드를 탈-탄소화시키겠다는 내용을 자신의 경제계획에 핵심사항으로 삼았다. 이제 전기차량으로 전환을 신속히 추진하고 화석연료 분야에 정부의 지원금을 중단하는 등 여러 가지 조치를 결합시키면서, 미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경로를 추진하게 될 것이다.

미합중국이 이런 방향으로 전진하는 과정에서 기후정책이라는 중심에, 빈곤지역이던 흑인사회 또는 유색인종 또는 토착인종 여부를 떠나서, 지역사회의 현안을 선두에 배치하여야 한다. 이들의 거주지역은 기후위기와 오염에 비대칭적으로 피해를 입어 왔다. 특히나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대기오염에 대한 불균형적 피해가 최근 증거로 입증되었으며, 이렇게 피해에 노출된 지역의 거주민들이 코로나-19에도 더욱 취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재앙으로 수천만 명이 실직하고 있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분야의 사업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는 최고의 기회를 부여한다. 옥스포드 대학교 경제정책 연구소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신재생 에너지 분야의 투자가 화석연료 산업분야보다 3배의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한다.  2014년에서 2019년 동안 미합중국에서 태양광 사업분야가 기존 산업의 평균치보다 5배의 일자리를 제공했다.

상기의 긍정적인 추세에도 불구하고 배출가스의 감축은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다. 기후위기는 우리가 해결책을 찾고 대응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다행히 내년 11월에 파리기후협약에 서명한 국가들이 영국의 글래스고우에 모여 2015년에 약속한 것보다 더욱 신속하게 배출가스를 감축할 것을 의무화하는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글래스고우 회의의 새로운 점은 투명성에 있다. 대표단들이 모일 시점에는 새로운 측정방식이 실용화되어 전세계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량을 주요 원인제공자 기준으로 6시간마다 재확인하는 첨단의 기술이 도입될 것이다.

민간기업과 시민단체들의 광범한 연합의 결과로 얻어진 상기의 급진적인 투명성을 통하여 ‘기후추적자-Climate Trace’(탄소배출을 실시간 측정하는)라는 시스템이 도입되면, 어떤 국가들도 약정한 배출감축의 목표를 실현하지 못한 것을 속일 수 없게 된다. 과거의 기후협약에 기반하여 이루어져 왔던 결함투성인 자체보고와 부정확한 데이터는 이제부터 정밀한 추적시스템의 통계로 대체하게 될 것이다.

탄소에 의한 오염을 급속히 퇴출시키려면, 기술에 더하여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여야 한다. 지난 주간에 선거인단이 바이든의 당선을 확정함으로써, 이제 그는 미국을 다시 회복시켜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국제적 활동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이러한 과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미국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할 것이 아니라 부족한 점을 솔직하게 다루어야만 한다. 미국이 단독으로 나서는 것을 넘어서, 인류가 직면한 거대한 도전에 대하여 세계의 존경을 받으며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팬데믹의 경험에서 배웠듯이, 인류가 지닌 지식knowledge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지만, 성공하기 위해서, 그리고 인류의 멸종을 면하기 위해서는, 서로 협력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출처 : 뉴욕타임즈 NYT on 2020-12-12.

Al-Gore

미국의 제45대 부통령을 역임했으며,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정부간 국제패널을 주도한 공로로 200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다.

월, 2020/12/2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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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탠더드, 미국?

봉준호 감독은 미국 매체 ‘벌처’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영화는 지난 20년 동안 큰 영향을 발휘했음에도 왜 단 한 작품도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오스카는 국제적인 영화제 시상식이 아니라 로컬시상식”이라고 대답했다. 봉감독의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오스카상이 로컬인데도 국제영화제로 오인되어 왔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 오스카상은 로컬일 뿐이다. 또 하나의 의미는 트럼프 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글로벌 리더십을 노골적으로 내팽개치고 있는 현실과 이의 결과로 아메리카 스탠더드가 곧 글로벌 스탠드라는 공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봉감독의 발언이 이것을 염두에 둔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더. 미국연방정부는 4월 3일(현지 시간) 미국 보건복지부의 공식 웹사이트에서 국가전략물자비축량( Strategic National Stockpile)의 용어 정의도 변경했다. 이전에는 공중 보건 비상시 필요한 의약품과 물자를 연방정부가 비축하는 것으로 정의되었지만 이번에 주정부의 물자 부족시 연방정부가 보충한다는 식으로 변경되었다. 비상시 1차적 책임을 주정부로 넘긴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의 주정부는 진단키트, 인공호흡기, 의료용 방호복, 마스크 등 방역물자를 구하는데 혈안이 되었다. 말 그대로 주정부마다 각자도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글로벌 리더십은커녕 국내에서 내셔널 리더십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경제활동 재개 시점을 두고도 트럼프와 주지사가 실랑이를 벌이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미국의 현주소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숙주가 된 G7G20 국가들

코로나19 팬데믹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고속도로를 타고 순식간에 확산했다. 아래 <표 1>은 ‘코로나19(COVID-19) 실시간 상황판’【1】의 확진자 랭킹 중 25위까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 표를 기준으로 G7 회원국과 G20 회원국(EU를 제외하면 19개 국가)의 코로나19 랭킹을 보면, G7 회원국이 확진자 수 랭킹 10위안에 5개이고, G20 회원국은 확진자 수 랭킹 20위안에 11개 국가가 속해 있다. 이 표들에서 보듯 이들 G7, G20 회원국들은 소위 말하는 선진국들이다. 물론 G20 회원국들은 좀 다르지만 G7 회원국들은 ‘부자 국가 클럽’이다. 세계에서 의료 수준이 가장 높은 나라이며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능력 또한 가장 높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G7과 G20 국가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의 허브가 되었다. 이렇게 된데는 이들 국가들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핵심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팬데믹이 된 이유다. 그리고 이 피해자들은 이들 신자유주의 핵심 국가들의 빈민층이 1차적이지만 시차를 두고 변변한 방역 시스템과 물자가 없는 빈곤한 국가들의 몫이 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이를 대처하는 글로벌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중국은 그렇다치고 미국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제각각 제 코가 석자인양 각자도생의 모습만 보이고 있다.

 

마스크가 계급을 가르다

미국과 EU 국가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추악하기조차 한다.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이들 국가에 확산되자 초기에 강건너 불구경하다가 확산방지의 타이밍을 놓쳤다. 뒤늦게 자국내에서 전면적으로 확산되자 자국 국민들에게 사실상 가택연금과 같은 강제적인 자가격리 조치로 대응하고 있을 뿐이다. 지역감염이 되면 개인이 방역의 주체가 될 수밖에 없다. 개인 방역의 핵심 물자는 손세정제와 마스크 착용이다. 이들 물품을 구하지 못해 선진국들은 마스크 확보에 비상이 걸린 나머지 하이재킹도 마다하지 않는다. 마스크를 환자들이나 착용하는 물자로 인식하거나, 과학적인 개인 방역물자임에도 불구하고 오리엔탈리즘에 사로잡혀 미개한 동양인이나 착용하는 것으로 여겼던 마스크를 국민들에게 착용하라고 뒤늦게 권고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전면적인 확산으로 공포감에 사로잡힌 시민들은 마스크를 구하려 애를 쓰지만 마스크 공급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마스크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해당 국가들은 고가에라도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는 부자들과 마스크를 구입할 수 없는 빈자들로 사회가 양분되고 있다. 한마디로 정상적인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들과 스카프 같은 대용품으로 마스크 대신 착용하는 사람들로. 일본은 가구당 천마스크 2장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하여 국제적인 코미디를 보여주었다. 이런 모습이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세계다.

 

코로나19가 글로벌 가치사슬(GSC)의 허상을 벗겼다

일이 이렇게 된 이유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국가들이 마스크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어도 자국 국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미리 권고하지 못하고 뒤늦게 한 것은 그들 국가에서 마스크를 제조하여 공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이 왜 이런 곤경에 처하게 됐을까. 간단하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글로벌라이제이션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교의에 따라 글로벌 공급사슬(GSC)은 지구 곳곳으로 스며들었다. 생산성을 더 이상 높일 수 없는 범용적 기술에 기반한 산업은 가차없이 해외로 이전했다. 선진국 내에서는 채산성을 맞출 수 없어서 기업들이 값싼 노동력 확보가 가능한 해외로 이전한 것이다. 이 글로벌 가치사슬이 이번 코로나19가 팬데믹되면서 방역물자의 글로벌공급망(GSC)이 작동되지 못하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선진국들은 자국내에서 이들 물자를 비상명령으로 생산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전염병 확산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지만 생산시스템을 갖추고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전염병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마스크, 인공호흡기, 의료용 방호복 등 지금 당장 코로나19에 대처할 기본적인 장비의 글로벌 수급 문제를 놓고 국제사회는 무정부 상태가 되었다.

코로나19 앞에서 제 앞가림도 못하는 미국을 비롯한 소위 선진국들에게 글로벌 리더십 발휘는 기대난망이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글로벌 리더십 조건은 간단하다. 임상경험 등 코로나19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다른 나라들과 공유하고 진단키트와 방역물자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이 글로벌 리더십의 내용을 이룬다. 하지만 우리가 보고있듯 선진국들은 이런 리더십은커녕 자국내 확산 방지에 허둥대고 있고 국제 사회에서 방역물자를 놓고 낯 뜨거운 행동을 서슴치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이 이렇게 된데는 아래의 그림들을 보면 명확하다. <그림 1>은 주요 6개국의 자국 GDP중에서 제조업의 몫을 나타내는 그래프다. 전반적으로 자국내 제조업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 저부가가치 제조는 해외로 나간다는 의미다. 물론 서비스업과 같은 산업의 성장에 따라 제조업 비중이 낮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림 2>를 보면 세계 제조업 부가가치 생산액에서 중국은 그 비중을 늘려가고 있지만 미국 등은 그 비중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저부가가치 제조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코로나19 검체 채취에 사용하는 면봉조차 미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전통적인 국제적 비교우위론을 강타한 것이다. 비교우위론에 따르면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에서 마스크나 방호복 등을 만들면 미친 짓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비교우위론과 신자유주의 글로벌 밸류체인의 허상을 드러낸 것이다. 전면적인 전쟁 상황에서 이같은 교의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팬데믹된 코로나19는 한 순간에 세계 제2차대전 후 세계적인 전면전이 되었다. 글로벌 밸류체인이 무너지면서 당연하게도 방역물자를 둘러싸고 전세계는 무정부 상태가 되었다.

 

일극체제의 종말?

이러한 지구촌의 무정부적 상황은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극명하게 드러났지만 이런 흐름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동구권 사회주의 블록이 시장경제로 체제전환하자 1992년 출판된 『역사의 종언』(The End of History and the Last Man)에서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로 냉전의 역사는 끝났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주장의 이면에는 냉전 종식 이후는 미국이라는 일극체제가 전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지배적 이데올로기는 워싱턴 컨센서스라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다. 하지만 공고할 것 같은 미국 일극체제는 2008년 금융위기와 중국의 등장으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오바마 정부는 아시아 재균형정책(Pivot to Asia)을 내걸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하였다. 일종의 현대판 합종책(合縱策)【2】이라 할 수 있는 반중국연합이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정부는 TPP를 탈퇴하고 신자유주의 교의를 내던지며 중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정책을 추진했다. 군사적으로는 중국봉쇄를 위해 인도-태평양전략에 따라 기존 태평양사령부를 2018년에 인도태평양사령부로 재편하고 한국을 편입시키고자 노력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중국의 굴기를 억누르기 위해 미국은 대중국 관세정책을 지렛대 삼아 중국에 대한 무역전쟁을 시작하였다. 1차 합의를 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그 합의가 지켜질지도 의문이다. 무역전쟁 외에 중국의 ‘Made in China 2025 strategy【3】’ 전략을 무산시키기 위해 화웨이에 제재를 가하는 등 5G 통신, IoT, AI 등 첨단분야에 대한 중국의 굴기를 억누르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신자유주의가 구축한 세계화와 양립할 수 없다. 한마디로 중국의 전국시대에 진나라를 두고 연횡책과 합종책이 씨줄과 날줄로 얽히고 설키면서 미국과 중국은 두 국가 사이에 낀 국가들을 줄 세우고 있다.

또한 트럼프 정부는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오바마정부가 주도하여 체결한 ’파리기후변화협정【4】‘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였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은 전지구적인 국제적 공조가 반드시 필요한 문제다. 기후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는 것은 재앙에 성큼성큼 다가가는 것이기에 속도감 있는 국제공조가 절실함에도 트럼프 정부는 이를 내팽개쳤다. 글로벌 리더십의 역할을 스스로 내팽개친 것이다. 그동안 ’Pax Americana‘라는 세계 경찰국가의 모습에서 뒷골목 갱스터 국가 같은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해외 미군주둔비용 전가다.

미국의 이러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기실 트럼프만의 독특한 캐릭터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단지 트럼프라는 캐릭터가 그 속도를 빠르게 했을 뿐 미국이라는 파워의 현주소를 반영하고 있다. 아래 <그림 3>은 1990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중국, 일본, 독일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준다. 그래프에서 보듯 미국은 정보통신혁명으로 IT붐이 일어나면서 세계 GDP 중 30%를 넘게 점유한 이후 하락하다가 2014년 이후 약간 높아졌다. 미국의 비중이 낮아진 것은 기본적으로 중국의 굴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미국은 신자유주의 종주국이다. 미국내 제조업 채산성 약화로 전통적인 굴뚝 산업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는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금융자본과 IT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경제【5】가 미국을 특징지우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생산직 노동자(블루 칼라)는 일자릴 잃게 되었고, 바로 그들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된 사람이 바로 트럼프다. 트럼프의 미국내 정치적 지지세력과 글로벌 리더십은 상충된다. 트럼프는 이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하고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어 글로벌 리더십 발휘를 구조적으로 제약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코로나19는 인류공동의 위기다. 국경 없는 코로나19에 인류공동의 대응이 필요하므로 국제적 협력이 절실하다. 코로나19가 지구촌 어딘가에 남아있다면 결코 끝난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은 협력은커녕 서로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협력이 아니라 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3월 26일 화상으로 진행된 G20 특별정상회의에서 우아한(?) 공동성명을 채택했지만 그 실행이 뒷받침될까에 의문이다. 공동성명은 국제적 연대정신을 강조하면서 첫째 팬데믹에 대한 대응, 둘째 세계경제 보호, 셋째 국제무역 붕괴에 대한 대응과 국제협력 증진 등을 담고 있다.

먼저 팬데믹에 대한 대응으로 진단도구, 치료제, 의약품, 백신을 포함한 의료품의 공급을 포함하여 국제적인 팬데믹에 대응하는 WHO의 임무를 더욱 강화할 것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하였으나, 트럼프는 WHO가 중국 중심적이며 미국에 잘못된 조언을 했다고 비난하면서 WHO에 대한 자금지원을 일시 중단했다. 세계 방역전선의 사령탑인 WHO를 무력화 한 것이다. 다음으로 세계경제 보호는 사실 자국 경제 보호다. 이건 합의하지 않아도 국가별로 각종 경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저소득 국가들의 채무취약성 위험을 지속적으로 다룰 것이라 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없다. 국제무역 붕괴에 대한 대응에서는 필수 의료품, 주요 농산물, 그리고 국경을 넘는 여타 상품과 서비스의 흐름을 보장하고, 글로벌 공급체인에 대한 붕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했지만 해결 수단 없는 공허한 발표였다.

마지막으로 국제협력 증진에서는 난민, 개발도상국, 최빈개도국, 아프리카의 보건상황을 우려하고 개발과 인도적 재원을 마련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했지만 말잔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당장 확진사와 사망자가 급증하는 이란이 4월7일 긴급하게 코로나19 대응으로 50억달러(약 6조1000억원)의 긴급자금을 국제통화기금(IMF)에 신청했지만 미국이 이를 반대하는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G20의 국제협력 정신은 쓰레기통에 내던져졌다. 그것도 모범을 보여야 할 미국이 주도하여 말이다.

긴급하게 소집된 G20 특별정상회의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했지만 그 내용의 빈약함은 차치하더라도 그조차 이행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은 가장 책임있게 리더십을 보여야 할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공고할 것 같은 미국이라는 일극체제가 흔들리면서 무역전쟁을 위시하여 정치군사적인 분야 등 모든 면에서 충돌하고 있다. 중국은 커가는 국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넓히려 하고 반대로 미국은 중국의 굴기를 억누르려는 구조적 패권경쟁을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패권경쟁은 국제적인 협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COVID-19’라는 정식 명칭 대신 트럼프는 ‘우한바이러스’ 혹은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면서 중국을 자극했고, 이에 중국은 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이 아닐 수 도 있다고 하는 등 신경전을 벌렸다. 중국에서 코로나19 초기에 중국이 코너에 몰렸지만 3월 하순에는 중국이 진정되고 미국에서 전면적으로 확산되자 미국이 수세에 몰렸다. 이에 미국은 이러한 팬데믹을 WHO 탓으로 돌리면서 WHO가 중국에 기울어 있다고 비난하는 등 WHO를 사이에 놓고 미국과 중국이 다투고 있다.

 

세계대공황의 교훈을 기억해야

푸드뱅크 앞에서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시민들은 줄을 서기 시작했다. 반면에 농촌의 농장에서는 수요가 없어서 우유와 야채 등 신선식품을 버리고 있다. 지금 미국에서 보이는 풍경이다. 그런데 이러한 풍경은 교과서에 나오는 1929년에 시작된 세계대공황의 풍경이기도 하다. 세계대공황도 좀더 일찍 수습할 수 있었지만 국제적 협력 부재로 결국은 2차세계대전을 통해서야 극복된 것을 역사는 기억하고 있다.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미국은 국내 상황 대처에 매몰되어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었다. 중국 또한 국제적 연대강화보다는 자기 면피하는데 급급해 하고 있다. 국제적 연대가 필요한 시점에 미국과 중국은 패권경쟁에 책임공방 하느라 여념이 없다. 국제사회의 무정부성은 높아지는데 반하여 국제사회 공조를 이끌 리더십은 보이지 않고 있다. 20세기 냉전시대의 제3세계 비동맹운동같은 새로운 연대의 조짐도 없다. 결국 손해는 세계화하고 이익은 자국화하는 경향만 더욱 노골화될 것이다. 하지만 90년 전의 세계대공황의 교훈은 교과서의 얘기로 끝나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19가 진화한 것 이상으로 인류가 진화했음을 입증해야 한다.

 

【1】 ‘Coronaboard. kr’이 제공하는 통계로서 각 나라의 보건 당국이 공식적으로 매일 발표하는 수치를 집계하여 작성된 것이다.

【2】 중국 전국시대에 최강국인 진(秦)나라에 대항하기 위해 진나라를 제외한 6개 국가의 연합을 말한다. 반면에 연횡책(連橫策)은 6개 국가의 연합전전에 대항하는 진나라의 외교전략이다.

【3】 중국이 단순 제조업 대국에서 제조업 강대국으로 변화하기 위한 계획으로 첨단산업 등 육성 전략.

【4】 2015년 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본회의에서 195개 당사국이 채택한 협정으로 산업화 이전 기준에서 지구의 평균온도가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협정.

【5】 4차산업혁명에 따른 첨단산업의 융‧복합을 통해 빅데이터, AI, IoT 등의 인프라 생태계를 바탕으로 한 경제.

 

김서진

(사)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 / 북한학(경제·IT)

금, 2020/05/08-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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