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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 노동시간단축 정책의 평가와 후속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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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 노동시간단축 정책의 평가와 후속 과제

admin | 화, 2020/02/11- 01:11

노동시간단축 정책의 평가와 후속 과제1)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

 

노동시간단축(주 52시간 상한제)의 쟁점

일주일은 7일이 아니라, 5일이라고 주장하는 행정지침이 오랜 기간 방치되어 왔다. 한국의 노동시간체제는 주 40시간제가 아니라, 주 68시간이 허용되는 체제였다. 주 52시간 상한제는 연장근로 최장 한도인 주 12시간에 휴일특근 16시간은 제외되어 왔던 비정상을 바로잡는 의미다[68(=40+12+16) → 52(40+12)]. 2004년 주 40시간 법정근로시간제 도입 이후 15년을 돌고 돌아 주 40시간제가 아닌 주 52시간제의 문턱을 넘고 있다. 여전히 논란거리는 남아 있다. 직접적으로는 탄력제 확대 문제와 임금 감소 문제이며, 넓게 보면 고용창출, 생산성 향상, 일과 생활의 조화 등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이자 도전 과제인 쟁점이 다 관련된다.

 

이 와중에 노동시간단축의 보완 필요성과 그 해결과제를 두고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첫째, 52시간 최장 노동시간체제로의 이행의 속도 문제다. 노동계에선 기업 규모별 단계적 적용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시하며,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사안에 3년에 걸친 단계적 적용은 타당하지 않다는 견해다. 반면, 업계에선 주 52시간제 이행과 특례업종 축소에 대처할 시간 여유가 부족하다고 고충을 호소한다. 둘째,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중소영세 사업자의 부담 완화와 관련해서 특별연장근로 허용으로 업계의 이해를 도모하는 한편, 탄력제 적용기간 확대에 대해선 찬반 의견이 맞서 있는 형국이다.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지원책으로는 기존 고용장려금 지원제도2)와 결부된 일자리함께하기 지원제도가 있다.3) 셋째, 노동시간단축의 목표는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여 장시간 노동의 폐해인 노동자 삶의 질 저하와 기업의 생산성 저하를 방지하여, 질적이고 구조적 경쟁력을 향상하는 데 있다. 반면, 기업들은 당장의 비용 부담을 말한다.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기업 비용부담은 엄밀히 말해 시간 단축에도 생산 물량이나 서비스 업무량을 유지하면서 추가 고용을 통해 대처할 때 발생한다. 근무체제 개편이나 생산성 향상으로 대처하면 추가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근무체제 개편이나 생산성 향상으로 업무량 공백을 메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10%의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비용 부담은 3~5%의 생산성 향상으로 대체 가능하다. 추가 고용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이나, 기업에게는 부담이다. 이를 해결하는 수단을 무엇으로 보느냐가 후속대책의 핵심 과제였다.

 

주 52시간 상한제 보완 대책 평가: 사용자 애로의 해결과 사회적 의미 축소

사용자 친화적 보완대책

그런데 보완대책은 편향된 방향으로 흘러갔다. 52시간 상한제 보완대책은 크게 네 가지인데, 노동시간단축의 사회적 의미를 극대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모두 사용자 애로의 해소 차원에서 진행되었다. 첫째, 탄력제 확대와 관련된 내용은 ‘경사노위 소위 통과 후, 본회의 통과 무산과 본회의 재구성 후 통과’라는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논란만 벌이다 통과되지는 않았다. 국회 논란의 핵심은 외형으로 ‘탄력제 단위 기간 6개월 대 1년’이나, 속을 들여다보면 여당과 제1야당 사이에 누가 더 기업 친화적인 인상을 심어줄 것인지 힘겨루기를 한 것이라고 본다.

 

이 와중에 올해 1월에 적용되는 50~299인 규모 사업장에 300인 이상 사업장 도입 시 실시했던 계도기간 9개월보다 더 긴 최장 1년 6개월의 계도기간(감독, 처벌의 유예이므로 사실상 시행 유예)을 부여했다. 정부와 여당은 제1야당 완화 요구보다 더 나아가서 특별연장근로 요건에 일시적 물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를 포함하는 초법적 행정조처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표 2-1> 52시간 상한제 보완대책 내용과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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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제는 대표적인 사용자 친화적 노동유연화제도이지만, 장시간 노동체제의 사용자에게 그리 매력적인 제도는 아니다. 사전 예측 가능한 규칙적 변경에 적용하는 제도이고 늘렸던 만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틀을 깨거나 이를 넘어선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사용자들은 더 관심을 가진다. 기간 확대 문제보다 도입 요건 완화(탄력제 합의에 포함), 적용 유예조처(계도기간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시행 예정), 특별연장근로 사유 확대(최근 정부 발표)가 바로 이런 사항이다.

 

사용자 입장에서 52시간 상한제의 보완대책은 탄력제의 단위기간 확대로 대표되지만, 경사노위 합의안의 가장 큰 문제는 도입요건 완화이고 이로 인한 노동시간제도의 균열이다. 이번 특별연장근로 요건 확대도 논리적 연원은 합의안의 도입 요건 완화에서 비롯된 것이다.4)

 

이로 인한 폐해는 노동시간의 양극화 확대와 노동시간 규율 체제의 붕괴의 위험성이다. 첫째, 시행 유예(계도기간)를 거쳐 안착되어 가고 있는 300인 이상과 공공부문과 1년 6개월의 간격으로 설정되었던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체 간 노동시간 간극이 더 오랫동안, 더 길게 유지된다. 50인 이상에 1년 6개월 뒤 시행 예정인 5인 이상 사업장에도 1년 6개월 이상의 유예 조처가 적용될 것이다. 기업 규모별 시간의 양극화 문제가 심화되며, 이는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에 독으로 작용한다.

 

둘째, 기업 규모 간 격차와 함께 동일 규모 내에서도 시행하는 기업과 유예와 예외를 활용하는 기업 간 노동시간 편차가 생겨 시간 양극화는 규모 내에서도 확대된다. 업종별 편차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 중 7.2%만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대부분 사업장은 준비를 마쳤거나 준비 중이다. 이는 전반적 노동시간단축 추세를 후퇴시킬 위험성이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장시간 노동을 어찌해서든 유지하는 기업이 당장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구조적 경쟁력 문제는 두고 봐야 나타날 것이고 단기 비용경쟁에 몰입하는 나쁜 영향을 준다. 시간의 양극화는 고용안정, 소득의 양극화 다음으로 노동 내 분절구조 확대에 기여하는 새로운 항목이 될 가능성이 크다.

 

<표 2-2> 52시간 상한제 보완대책의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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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제 확대로 인한 52시간제 효과 재평가

기업은 시간단축이 비용증가, 가격전가, 수요감소, 고용감소로 이어진다고 비판하며 시간단축에 저항하고 이를 관철해 왔다. 이때 개별 기업에서 비용 증가를 유발하는 시간단축이 이루어질 때 비용증가분은 생산량 감소로 인한 비용과 자본시설의 효율적 이용의 저하로 인한 비용과 부분적이든 전적이든 임금보전이 이루어질 때 인건비 증가의 비용으로 구성된다. 물량 유지를 관건으로 삼는 이유도 생산량 감소의 비용에 가장 민감하기 때문이며, 임금보전에 있어서 물량 연동형 임금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인건비 증가를 상쇄할 뿐 아니라 시간단축으로 인한 물량감소를 상쇄하면서 시간당 생산성 대비 인건비를 불변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량 보전과 시간당 생산성 대비 인건비를 둘 다 해결하면 사용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하나도 없는 것이 된다(물론 공정개선 비용과 추가 소소한 추가비용이 발생하나 이는 설비 유지, 향상과 노동조건 유지를 위한 일상적 비용으로 간주할 수 있다).

 

프랑스 35시간제 도입 시에도 이런 문제는 치열한 논쟁점이었다. 돌파구로 찾은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피로효과 감소로 인해 발생하는 생산성 향상이다.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비용인상 분의 1/3은 이로써 분담할 수 있다. 교대제 개편에 따른 실노동시간단축에도 장기적으로, 누적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이를 UPH 향상, 즉 노동강도 강화로 바로 반영하든지 순차적으로 반영하든지 간에 자본의 비용은 1/3 분담된다. 반면, 그만큼 고용창출 효과로 이어질 기반은 축소된다.

 

둘째, 사회적 이득을 가져오나 개별 자본에 비용을 부담케 하기에 정부의 재정지원의 논리적 기반이 형성되고 이를 지원제도에 반영하면 프랑스 35시간제의 경우 자본 비용 증가분의 1/4 정도가 보충된다. 다른 정부지원을 통한 고용 창출, 유지 정책의 효과보다 높기에 근거 있는 방안이다. 궁극적으로는 노동시간단축의 고용효과가 가져오는 소비진작 효과 등 긍정적인 효과가 정부 재정지출이라는 부정적 효과보다 커야지만 지속적인 근거를 가진다. 대체로 이 문제는 긍정적인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셋째, 나머지 부분을 노동자 생활향상을 위한 대가로 보고 자본이 부담할 몫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자본 부담을 제거하기 위해 부분적 임금감축으로 노동자가 감수해야 할 몫으로 돌릴 것인가에 따라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비용분담 방안의 설계는 노동 편인가, 자본 편인가 구분된다.

 

 

이런 노동시간단축의 사회적 비용분담안을 고려하면 시간단축분으로 인한 비용증가 1/4 미만으로 부분적으로만 적용시켜야 공평한 노동시간단축 비용의 분담안이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모두가 고르게 일하도록 고용창출의 전향적 계기이자 돌파구’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두는 해법을 우선시할 필요가 있다.

 

지금 노동시간단축 쟁점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초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서 ‘일과 삶의 조화’라는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이 모아져 있으며 이런 측면에서 실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동안 소득빈곤과 아울러 시간빈곤에 시달렸던 사회상의 반영이다. 확장해서 보면, 여유시간은 소득과 고용이 뒷받침될 때 온전히 실현될 수 있다. 안정적 소득을 주는 일자리 창출의 계기로서 노동시간단축에 가장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 52시간 근무체제 전환으로 신규 채용이 가능한 인원은 9만 1천 명이며5) 만약 이를 재정 투입만으로 창출하려면 한 해에 2조 7,300억 원이 든다(연봉 3,000만 원 짜리 일자리). 이만큼 강력한 고용창출 기제가 없다는 의미다. 노동시간단축의 사회적 비용분담 방안 설정에는 정부의 지원방안에 따른 재정부담이 발생한다. 그러나 그 어떤 고용정책 지원금보다 확실하게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정책이므로 그 비용은 감수할 가치가 있다. 다른 한편, 장시간노동과 비정규고용에 대한 범칙금을 통해 조달한다면 그 금액도 줄일 수 있다[자력조달(self-financing)이자, 지원만으로 설계된 제도의 몇배의 효과를 거둔다. 벌칙금이 지원금의 세배이면 네 배의 효과]. 사회적 비용으로 기업비용을 전가하는 기업에 대한 해법이므로 외부비경제 효과를 감안한 넓은 의미에서 시장경제적 해법이며, 자본주의하 사민주의 정부에서 사용했던 방법이다(프랑스 35시간제, 벨기에 로제타플랜, 스페인 정규직 전환 정책).

 

노동시간단축의 고용효과를 요약하면, 생산성 효과를 차감하여 1/3로 축소해서 봐야 하나 교대제 개편 등 정책변수와 기업의 가동률 유지, 향상을 위한 조직 재편 등 적절한 대응이 조화를 이룬다면 고용효과 누출은 줄고 비용 부담은 상쇄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아울러 구매력 감소 없는 시간 단축을 위한 방안이 필수적인데, 잔업수당에 의존하는 구조도 바꾸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연착륙시키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이런 방안은 일자리 창출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연착륙 계기로도 활용되므로 정책연계(policy mix) 방안으로 설계했어야 한다.

 

노동시간단축의 의미를 되살리기 위한 방안

탄력제와 불규칙한 근무스케쥴은 사용자 친화적이며, 부정적 노동시간 유연성의 가장 높은 3단계에 해당한다(Golden, L., S. Sweet & H. Chung, 2018). 이를 제어하기 위해서 주 52시간 상한제와 최소한 조응하는 제도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 부정적 결과를 정책 혼합을 통해 최소화하면서 노동시간 정상화의 긍정적 효과를 높이는 방안의 선택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 출발은 사용자 친화적 보완대책을 최소화하고 고용효과와 연착륙 방안에 주력하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이 사회적 폐해만 큰 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구조혁신을 지체시키는 등 경제적 대가도 크다. 개별 기업의 단기 비용 절감을 사회적 비용으로 전가하는 결과다. 장시간노동체제와 이에 의존한 단순 비용절감형 전략으로는 미래가 없는 사회로 더 치닫게 된다. 노동시간단축은 실업과 불안정고용을 성장의 내재적 조건으로 삼는 경제운용방식에 대한 대안이자, 경제구조의 질적 전환을 촉진하는 정책이며 무엇보다 성장과실의 공정 배분을 여가의 영역으로 확대하여 관철하는 해법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지금 시점에서 논의되는 휴일연장근로 제한이란 수준의 노동시간단축은 ‘비정상의 정상화’에 지나지 않지만, ‘비정상이 구조화, 관행화’된 사회에서는 그 정상화마저도 지난한 과제임을 씁쓸하게 확인하고 있다. 장시간 노동은 분명 사회적 재앙과도 같다. 하지만 다른 한편 장시간 노동체제는 날로 심각해지는 청년실업이나 불안정고용을 해결할 절호의 기회를 만들어준다.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질 좋은 일자리 전환은 사회적 합의와 사회적 비용분담 구조만 갖춘다면 실현할 수 있다. 장시간 노동이란 재앙과도 같은 현실을 일자리창출과 일자리나누기의 호기로 삼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 미래의 노동시간체제의 설계도는 다양한 유형의 노동시간단축 모형을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의 전망(그린뉴딜경제, 사회연대형 안정화체제)과 결합하는 데서 그려질 것이다.

 

 


 

1) 이 글은 필자가 2019년 12월 민주노총 정책연구보고서로 작성한 “한국의 노동시간체제의 진단과 35시간제의 전망”의 내용을 축약, 수정한 내용임.

2) 일자리함께하기 지원 등 고용창출장려금, 정규직 전환 지원 등 고용안정 장려금, 고용유지장려금, 청년내일채움공제 등 청년고용장려금, 장년/고령자 고용장려금, 직장어린이집 지원과 일자리함께하기 설비투자비 융자 고용환경개선 장려금 등 6가지 분류에 21가지 사업이 망라되어 있다(고용노동부, 2019, 고용장려금 지원제도 안내자료). 이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는 일자리안정자금도 있다. 이런 지원책의 공통점은 임금인상, 고용 창출과 안정을 위한 정책에 대한 기업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유인책(pull 방식)이다.

3) 노동시간단축과 연계되는 기업 고용장려금 제도는 일자리함께하기 지원사업으로 고용창출 장려금, 임금감소액 보전 지원, 설비투자비 지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노동시간단축으로 인한 노동자의 임금감소를 보전하는 임금감소액 보전 지원제도도 보전하는 기업에게 지원하는 우회 지원제도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4) 경사노위 근로시간제도개편소위 합의안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 “사용자 쪽으로 기울어진 논의 지형에서 노동시간 제도에 심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도입요건 완화라는 사용자 쪽 핵심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는 (경사노위) 소위에서 합의는 성사될 수 없었다고 본다. 그래서 과반수를 대표하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벗어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된 합의문이 도출되었다. 2주 전 통보라는 허술한 안전판과 함께 한 주 내 일별 노동시간 조정이 가능하며, 모호한 단서가 붙었지만 주별 근로시간을 협의로 변경할 수 있는 도입요건 완화라는 장치가 새로 들어왔다. 주 단위로 일별 노동시간을 변경할 수 있게 되었고, 모호하고 광범위한 예외 조항을 두어 합의가 아니라 협의를 통해 주별 근로시간도 변경할 수 있게 되었다. 도입요건 완화의 두 가지 형태가 도입된 것인데, 예측 가능한 규칙적 변경이라는 탄력제의 기본원리로 보건대, 위임된 논의 범위를 넘어서는 사항이며 탄력제의 근간을 바꾸는 노동시간 유연화의 새로운 유형이자 사용자 재량권 확대의 결정판이다.”(김성희, 2019, 「탄력제 합의안 평가」, 월간 『노동법률』, 2019년 4월호)

5) 2017년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기준으로 52시간 초과자의 노동시간을 합산해 한 사람의 노동시간인 40시간으로 나누어 계산한 값(한국노동연구원, 2017)을 수정한 내용으로 노동시간단축에 수반되는 생산성 향상 효과를 차감해야 하는데 필자가 1/3을 차감해 계산한 값임. 시간단축의 단순한 모델인 기업수준에서는 생산비용에 영향이 없고. 기업의 이윤가능성이나 경쟁지위도 변화시키지 않고, 노동강도도 불변이라는 가정하에서만 고용 증가가 발생한다. 신규 채용이 이루어진다면 이것이 일자리나누기 효과(work sharing effect)이다. 시간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이를 차감하게 된다. 작업속도의 가속화와 비생산적 노동관행의 제거의 결과이다. 이는 기업비용의 증가를 줄이는 결과를 동시에 가져온다. 시간단축에 의한 시간당 노동생산성 이득을 거시모델을 통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시간단축 분의 25%에서 50% 정도를 차지한다(Cette, 1999). 대체로 1/3로 본다. 이럴 경우 단순 계산한 고용효과의 1/3은 생산성 향상으로 유출된다.

 


 

참고문헌

김성희, 2019a, 「한국의 노동시간체제의 평가와 35시간제의 전망」, 민주노총 정책연구보고서 .

_____, 2019b, 「탄력제 합의안 평가」, 월간 『노동법률』, 2019년 4월호.

_____, 2017, 「노동시간단축 이후 노동시장 변화와 대응과제」, 국회 토론회 발표문. 2017. 7.

_____, 2003, 「노동시간단축, 미래를 위한 선택」, 김균ㆍ이병천 편저, 『한국경제, 재생의 길은 있는가』, 당대.

_____, 1999, 『노동시간단축의 쟁점과 과제』,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_____, 1998, 「노동시간단축방안의 정책효과와 적용방안」, 월간 『노동사회』 7ㆍ8월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한국노동연구원, 2017, “근로시간단축의 효과 추정”, KLI 자료실.

Cette, G.(1999), “Employment, unemployment and reducing working time:the French approach”, to be presented at the Conference on Reductions in Standard Hours:Employment Effects, Università degli Studi di Roma Tre, Rome, 24-25 May 1999.

Golden, L, Chung, H and Sweet, S. (2018) Positive and Negative Application of Flexible Working Time Arrangements: Comparing the United States and the EU Countries. In: Farndale E, Brewster C. and Mayrhofer W.(eds.), The Handbook of Comparative Human Resource Management. Northhampton, MA: Edward Elgar, 237-256.

Mutari, E. and D. Figart, 2000, Working Time: International Trends, Theory and Policy Perspectives, Routledge.

OECD(1998), “Working Hours:Latest Trend and Policy Initiatives”, Employment Outlook.

Skidelsky(2019), How to achieve shorter working hours, Progressive Economy.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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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인근 집회로 인한 장애인의 학습권ㆍ생활권 침해 문제

 

양만석 전 국립서울맹학교 교사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주권자인 국민의 권리는 참여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한다. 그 방법의 하나로 의사 표현의 실천이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고 있다. 이는 집회 결사 및 단체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이러한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 현대 자유민주 국가의 가치 실현이다. 이 정당성은 부인될 수 없는 권리다. 그런데 이러한 권리의 실천적 표현은 소극적으로 그 의사에 반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편을 주게 되는데 이것이 소극적 반작용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관계없이 이러한 시위가 불특정 다수인 시민들의 생활에 불편을 끼치는 일이 생기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경험해 왔다. 과거 집회, 시위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아 사회 안정을 위해한다는 명분하에 공권력이 집회, 시위대와 충돌하였던 80년대에는 시위가 폭력화되고 이에 맞선 공권력은 물대포와 최루탄을 사용하는 바람에 전 서울 시민이 고통의 시달린 악몽과 같은 순간들도 있었다. 21세기 이후에는 이러한 암울한 흔적이 사라졌고 시민들이 체감하는 집회, 시위의 부작용으로는 교통 체증, 일부 영업 방해 때문에 생기는 생활 불평등인 것으로 시민들에게는 체감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집회, 시위 때문에 교육권과, 생활권이 박탈당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 자체를 누리지 못하게 된 지역과 이 지역의 사회적 약자인 취약계층이 겪고 있는 심각한 문제가 있어 그 실상을 소개하려 한다.

 

지역적 특성

서울시 종로구 신교동 지역 주변은 서울맹학교, 서울농학교, 종로장애인복지관 등의 장애인교육기관이 있고, 주변에는 시각장애인 집단생활시설인 라파엘의 집, 시각장애인 학습지원시설인 설리번학습지원센터 등의 장애인 시설이 밀집되어 있으며, 그 인근에는 배화학교, 청운초등학교, 청운중학교, 경복고등학교, 경기상업고등학교 등 교육기관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다. 이 지역에는 90년 전인 1931년부터 시각, 청각, 언어장애인들의 교육기관이 설립 운영되고 있었다. 자하문에서 효자동으로 흘러내리는 개천이 장애인들의 통행과 안전에 위험요소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다리를 놓고 동네 이름을 신교동이라 하였다. 또 고관대작이나 헌병들이 가마나 말을 타고 오다가도 시각장애인 학교 앞에서는 말에서 내리라는 하마비가 있어 장애인들의 신변안전을 도모해 왔다.

 

그 덕분에 이 지역에서는 시각장애인이 공부하고 통행하고 생활하는 데 불편이 적었다. 중인들도 이러한 분위기에 호응하여 요새 부자촌에서 자주 일어나는 님비 현상이 없었으므로 자연스럽게 안정된 지역이 되었다. 장애인의 인식개선과 함께 장애인 부모들도 이 지역을 자녀의 재활과 교육의 메카인 것처럼 친근감이 성숙되어 이 지역으로 이주하여 자녀를 성공적으로 케어하는 데 전력을 다해왔다.

 

불편함이 절망으로

신교동의 서쪽 동네의 북악산 자락에 자리 잡은 청와대(옛 이름: 경무대)의 특성상 이 주변에서 일어난 사태들은 시각장애인이 목격할 수밖에 없는 역사적 사건들이 되었다. 1960년 419의거 때에는 맹학교 학생들이 소풍을 다녀오다 귀굣길이 막혀 현 세종문화회관 뒤에서 2시간을 머무른 끝에 도보로 귀가한 일이 있었고 1968년 121무장공비 침투 때에는 늦은 저녁 총포소리에 놀라 기숙사 창문들을 담요로 막는 야단법석을 벌인 일도 있었다.

 

1979년 1212사태 때에는 보통 때와 다른 항공기 굉음 때문에 놀란 가슴을 추스르기도 했고 80년대 최루탄 고통이 사라진 이후에는 수시로 겪는 시위의 불편한 정도쯤은 민주시민이 같이 참여해야 하는 일 정도로 불편을 흔쾌히 동참해 왔다. 2018년 급변하는 사회분위기 속, 각기 각층 단체와 이익집단의 욕구가 폭증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시각장애인 교육기관인 서울맹학교에서는 증폭되는 시위로 인한 소음과 시각장애인의 안전보행에 가해질 불안이 염려되어 경찰당국에 사회적 취약자인 시각장애인의 교육과 환경권 보호를 위한 조치를 경찰당국에 진정으로 요청한 바 있다. 2019년 청와대 인근의 각종 시위는 늘어났고 법원에서 종전에 불허했던 청와대 인근 100미터까지의 집회, 시위를 허용하게 되어 그 열도는 더욱 심해졌다.

 

2020년 9월 그간 참아도 늘어나기만 하고 진정되지 않은 시위의 고성 특히 확성기의 소음은 일반주민이 느끼기에도 심장을 덜컹거리는 놀람증을 유발하는 수준이 되었다. 그러니 사물을 전혀 보지 못하고 오로지 청각에 의존하여 생활해야 하는 맹학교 학생들과 그 주변 장애인들은 학습은 말할 것도 없고 일상생활에도 집중할 수 없는 소음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사태가 얼마나 참으면 언제쯤 해결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었고 청와대 주변의 수시로 설치되는 시위본부 천막과 주변에 모여드는 인파와 시설물은 시각장애인의 일상적인 통행조차 보장할 수 없게 만들었다.

 

△ 대한애국당 소란스러운 집회 저지를 위한 몸싸움을 가로막은 의경http://www.peoplepower21.org/files/attach/images/37219/801/679/001/3ee18... style="width:567px;height:425px;" />

△ 대한애국당 소란스러운 집회 저지를 위한 몸싸움을 가로막은 의경

 

해결을 위한 호소의 움직임

참다못한 학생들은 선배와 부모들께 이사나 전학을 통해 평생에 한 번밖에 없는 교육과 훈련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하게 이르렀다. 맹학교 졸업생 선배들이 안타까운 마음에서 사회단체와 일부 언론기관에 이 문제를 호소하고 나섰다. 사안이 일반에게 알려진 후 학생들이 주변을 돌아다니면 “보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얌전하게 집에 있을 것이지 돌아다니기는 왜 싸돌아다녀”라는 종류의 핀잔과 야단을 맞기 일쑤였다. 이는 종전 동네 주민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광경이므로 학생들은 외출을 겁내야 했다. 이를 알게 된 학부모들은 행동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집회의 주최단체들인 한기총, 민주노총, 애국당 등등 관련 단체들에게 장애인의 삶을 위하여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해줄 것을 구두 또는 서면으로 요구하였다.

 

△ 시위대의 신교동 진입을 막으려는 학부모들의 저항. “시각장애 가족은 분노한다.”http://www.peoplepower21.org/files/attach/images/37219/801/679/001/5faac... style="width:567px;height:425px;" />

△ 시위대의 신교동 진입을 막으려는 학부모들의 저항. “시각장애 가족은 분노한다.”

 

그런데 이를 받아들인 일부 단체에서는 긍정적인 검토를 한다고 하였지만 맹학교 교문 앞에 삼삼오오 몰려와 “왜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려는 애국활동을 방해하느냐 너희들은 어느 나라 사람이냐” 등의 폭언과 욕설로 위협을 하였다. 학부모들은 경찰에 학생들의 신변보호를 요청할 수밖에 없었고 경찰에서는 맹학교에 경비 경찰을 상주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학부형과 시위 단체들 사이의 협의 과정에서 시위활동가들은 학부형과 졸업생들의 데모 자제 요청이 모 집단이 사주에 의하여 행하는 행동이라고 비난하다가 사회적 취약계층인 장애인의 학습권과 생활권 보장 요구라는 명분에 밀려 확성기 줄이기, 통행로 방해물 철거 등에 합의하여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도 하였다.

 

그런데 2020년 1월 초 집회신고를 거부당한 한기총이 서울 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집회 불허 이의신청을 담당판사가 집회자유를 근거로 받아들이면서 사태가 또 악화되었다. 시각장애아를 둔 학부모 시각장애인 졸업생 및 옆에서 안타깝게 이 사태를 지켜보던 일부 주민들이 청와대 앞과 신교동 및 경복궁역 근처에서 시위대의 소음에 맞선 저항을 하였다. 이 과정에서 시각장애인과 학부모들은 경미하지만 부상을 입기도 하였고 억울함 때문에 몸져눕는 사람이 생기기도 하였다. 1월 하순 학부모 대표는 청와대 춘추관으로 진입하여 급박한 문제 해결을 대통령이 직접 해결해 달라고 호소하다가 경찰관에 의하여 들려 나오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학부모들의 소망

청와대 인근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 사태가 언제 어떤 방향으로 얼마를 기다리면 해결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는 것이 이 사태의 심각성이다. 시각장애인 학생들과 가족들이 염원하는 것은 청각과 촉각에 의지하여 살아가야 하는 이들이 도를 넘는 소음과 짐작할 수 없는 보행 장애물의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되찾는 것이다. 현 집시법에서는 일정 시간 지속되고 있는 일정 수준(65데시벨)의 고음과 야간 집회를 규제하고 있지만 24시간 소리에 의존하여 살아야 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수시로 들리는 단속적인 고음은 생활의 안정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앗아감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기술을 익혀야 하는 기회를 놓쳐 평생 고생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이 더 절망스러운 것이다.

 

누구든지 표현할 수 있는 자유의사라 하더라도 특정 계층 특히 시각장애인 같은 사회 취약계층의 재활 교육 수단을 가로막는 상황은 피해서 이루어져야 되는 것이 공평한 사회정의의 실현 과정이 될 것이라 하겠다. 아무쪼록 이러한 소망들이 여론의 형성 속에서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기대해 본다.

 

화, 2020/02/11-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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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핵심협약조차 비준하지 않는 가칭 ‘노동존중’ 정부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 원장

  

ILO 핵심협약이란?

ILO 핵심협약은 회원국이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 의무이자 국제노동기준이다.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금지, 아동노동금지, 차별금지 등 4개 분야의 8개 협약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은 핵심협약 8개 중 결사의 자유(제87호, 제98호), 강제노동금지(제29호, 제105호)에 관한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OECD 회원국 중에서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 제98호 협약을 모두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과 ‘미국’ 밖에 없다. ILO 187개 회원국 중에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금지에 관한 협약을 모두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그림 1-1>과 같이 단 7곳에 불과하다. 그 주인공은 한국, 중국, 브루네이, 마셜제도, 팔라우, 투발루, 퉁가다.

 

<그림 1-1> ILO 187개 회원국 중에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금지에 관한 협약을 모두 비준하지 않은 국가

<그림 1-1> ILO 187개 회원국 중에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금지에 관한 협약을 모두 비준하지 않은 국가http://www.peoplepower21.org/files/attach/images/37219/801/679/001/212c3... style="width:414px;height:214px;" />

 

ILO 핵심협약은 결코 거창한 내용이 아니다

ILO 핵심협약의 내용은 결코 거창하지 않다. 노동자에게 선물을 주거나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다. ▲노동조합 설립의 자유,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운영과 활동, ▲노조설립과 활동에 대한 국가의 간섭 배제,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취급 배제 등 우리 헌법 제33조가 보장하는 노동 3권의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ILO 핵심협약은 전 세계 문명국가가 대부분 비준했고, 언뜻 보더라도 노동자가 자기 마음대로 노동조합을 설립해서 활동할 수 있다는 당연한 원칙을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왜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못할까 궁금증이 들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에서 사용자는 마음대로 기업을 설립하고 활동할 수 있다(기업설립과 활동의 자유). 하지만 노동자는 마음대로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활동할 수 없다(노조설립과 활동의 자유 부정). 250만 명에 달하는 특수고용노동자, 6만 명의 조합원 중에 불과 9명, 비율로 0.015%의 해고자가 가입했다는 이유로 법외노조 통보를 받아 법 밖으로 밀려난 전교조가 그 대표적인 예다. 경영계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한사코 반대하는 것은 헌법상 노동3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동자가 마음대로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는 반헌법적 발상이다. 문제는 노동존중을 표방한 현 정부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표 1-1> 결사의 자유와 관련한 ILO 핵심 협약

<표 1-1> 결사의 자유와 관련한 ILO 핵심 협약http://www.peoplepower21.org/files/attach/images/37219/801/679/001/3967b... style="width:517px;height:201px;" />

ILO 핵심협약 비준은 대한민국의 국격과 신뢰의 문제

한국은 1996년 0ECD 가입 당시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2020년 현재까지 24년에 걸쳐 줄기차게 약속을 위반하고 있다. ILO가 수차례에 걸쳐, 거의 해마다 연례행사로 한국 정부에게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조속히 ILO 핵심협약을 비준할 것을 촉구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 정부는 쉬쉬하지만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국가’, ‘돈만 아는 노동후진국’으로 낙인찍혀 위상이 계속 추락하고 있다.

 

<그림 1-2> EU(유럽연합)가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국회 비준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림 1-2> EU(유럽연합)가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국회 비준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http://www.peoplepower21.org/files/attach/images/37219/801/679/001/091dd... style="width:567px;height:146px;" />

 

그뿐 아니다.

한-EU FTA를 체결하면서 우리 정부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EU(유럽연합)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라고 지적하면서 한-EU FTA에 따른 전문가 패널을 소집했다. EU는 또 한국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 해고자와 실업자뿐만 아니라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한 자영업자 등을 결사의 자유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EU FTA에 따라 구성된 전문가 패널은 2019년 12월 말 활동에 착수했고, 3개월의 활동 기간이 끝날 때 보고서를 채택하게 된다. 보고서에 한국이 한-EU FTA를 위반했다는 결론이 담길 경우 한국은 FTA 역사상 최초로 노동 관련 규정을 위반한 ‘노동 후진국’으로 다시 한번 낙인찍힐 우려가 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자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으로 대한민국의 국격, 신뢰와 직결된 문제다.

 

대한민국에는 노조할 권리가 없다

노조법 제2조 제1호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ㆍ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한다. 법원과 정부는 노조법 제2조 제1호를 이유로 자영자, 특수고용노동자, 해고자 및 실업자의 결사의 자유를 부정하고 있다. 보험설계사, 대리운전기사, 건설기계 운전사, 화물트럭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 신고가 번번이 반려되거나 지체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최근 실태조사(2015. 11. 20.)에 의하면, 특수고용노동자는 약 230만 명에 달하고, 이는 전체 취업자 2,500만 명의 9.2%에 달한다. 고용형태의 다양화로 방송ㆍ애니메이션 작가, 간병인, 택배기사, 퀵서비스, 대리운전기사, 텔레마케터 등 플랫폼 노동, 특수고용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노조법 제2조 제1호의 협소한 근로자 정의로 말미암아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사용자가 노조결성을 방해하더라도, 노조 가입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여 해고하더라도 속수무책이다.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노조법 보호대상에서 배제되고, 기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와 관련 ILO는 한국 정부에 대하여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도록 지속적ㆍ명시적으로 권고한 바 있다.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할 사람인지 결정하는 기준은 고용관계의 존재 여부를 근거로 하는 것이 아니다’, ‘자영노동자나 자유직업 종사자들의 경우에도 단결권을 향유해야 한다’는 ILO의 권고는 우리 상식과 배치된다. 노동조합은 제조업의 정규직만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여겨졌고, 정부와 사용자, 그리고 언론이 이를 마치 당연한 것처럼 선전하고 홍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해고자든, 특수고용노동자든, 자유직업 종사자든 가리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노동조합을 만들어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보편화된 상식이자 최소한의 원칙이다.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였고, 노동존중을 표방한 현 정부마저 그 우물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표 1-2> ILO 권고

<표 1-2> ILO 권고http://www.peoplepower21.org/files/attach/images/37219/801/679/001/6388d... style="width:959px;height:194px;" />

 

또다른 예로 전교조를 들 수 있다. 60,000명의 조합원이 소속된 전교조는 9명, 비율로 0.015%의 해고자가 가입했다는 이유로 2013. 10. 24. 정부의 팩스 한 장에 의해 ‘노조 아님’을 통보받았고, 지금까지 7년이 넘도록 일체의 권리가 박탈되어 있다. ILO 제320차 이사회는 2014. 3. 26.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금지하는 조항은 결사의 자유 원칙에 위배되고, 1999년 이래로 합법적인 지위를 가지고 활동한 전교조의 법외노조화에 대해 깊은 유감과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법적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지체 없이 취할 것’을 촉구했다. 2017. 6. 17.에는 노조법, 교원노조법, 공무원노조법상 해고자의 노조가입을 금지하는 조항을 폐지할 것을 ‘단호하게’ 요청하고, 이에 관한 ‘진척사항을 구체적으로 보고’할 것을 요청한 바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까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팩스 한 장으로 법외노조임을 통보했듯이, 팩스 한 장으로 얼마든지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하고 법적 지위를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존중을 표방한 현 정부는 ILO의 거듭된 요청에도, 한-EU FTA를 체결하여 결사의 자유를 존중, 증진 및 실현시키기로 약속하였음에도 지금 이 순간까지 그 팩스 한 장을 보내지 않고 있다. ‘노동존중’이라 쓰고, ‘노동무시’로 읽은 현 정부의 태도가 단적으로 확인되는 대목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커녕 오히려 노동개악에 혈안이다

정부는 허송세월을 하다가 2019. 7. 31.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필요하다면서 노조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그러나 정부 입법안은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기는커녕 오히려 침해하고, ILO 핵심협약 비준에 장애가 되는 노동개악 요소만 가득하다.

 

첫째, ILO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하면서 지속적ㆍ명시적으로 개선을 권고한 핵심사항들은 모두 누락되었다.

▲ 노조법 제2조 제1호 근로자 정의(자영자ㆍ특수고용노동자의 결사의 자유), ▲ 제2조 제2호 사용자 정의(하청, 간접고용노동자의 결사의 자유), ▲ 제12조(노조 설립 시 행정당국의 광범위한 재량권), ▲ 파업과 민ㆍ형사책임 문제 등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을 효과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개선사항들은 모두, 통째로, 100% 누락되었다.

 

둘째, 그나마 정부입법안에 있는 내용도 ILO 원칙과 국제노동기준에 훨씬 못미친다

▲ 노조 임원 자격은 규약으로 정하되, 기업별노조의 임원은 재직자로 한정하였다. 현재도 공무원노조ㆍ교원노조를 제외한 산별노조는 실업자ㆍ해고자도 조합원이 될 수 있고, 따라서 산별노조 임원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기업별노조의 임원 자격인데 정부 입법안은 여전히 실업자ㆍ해고자는 기업별 노조의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했다. 현재와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음에도 마치 노조임원 자격을 확대하여 결사의 자유를 보장한 것처럼 노동자와 ILO, 그리고 유럽연합을 기망한 것이다. ▲ 전임자 급여도 마찬가지다. ILO는 지속적으로 전임자 급여 지급은 노사간에 자율적으로 정할 문제이지 국가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고 하였음에도, 정부입법안은 여전히 법으로 정한 근로시간면제제도를 유지하고 그 한도를 초과한 단체협약 또는 사용자 동의를 무효로 하고 있다. ▲ 공무원의 단결권 역시 직급 제한은 삭제되었지만 직무 제한은 여전히 종전과 동일한 형태로 남아 있고, 공무원과 교원의 결사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단체교섭과 쟁의권 보장에 관한 사항은 누락되었다.

 

셋째, ILO 핵심협약 비준과 상관없는, 오히려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노동법 개악요소만 가득하다

▲ 첫째, 노조법 제5조 개정안은 사업 또는 사업 장에 종사하는 조합원(종사자 조합원)과 종사자가 아닌 조합원(비종사자 조합원)을 구분하여 조합활동을 차별한다. 비종사자 조합원이 사업 또는 사업장 내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려면 노사 합의 또는 사업장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여기서 ‘종사자가 아닌 조합원’에는 실업자ㆍ해고자뿐만 아니라, 산업별ㆍ지역별ㆍ연합단체 등 초기업 노조의 임원ㆍ조합원도 포함된다. 따라서 개정안은 사용자가 산별노조 임원과 조합원의 조합활동을 제한하는 도구로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 사용자가 임의로 사업장 규칙을 만들어 이를 근거로 산별노조 임원과 조합원, 연대단체의 출입을 막더라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이 경우 필연적으로 산별노조 활동은 위축되고 결사의 자유는 심각하게 침해될 것이다. ▲ 둘째, 노조법 제42조 제2항 개정안은 직장점거를 전면적ㆍ포괄적으로 금지한다.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고 조업을 방해하는 형태의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생산 기타 주요업무에 관련되는 시설과 이에 준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이를 ‘전부 또는 일부’라도 점거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한다. 여기서 ‘전부 또는 일부’의 의미는 100% 금지하겠다는 것으로서 주요업무 시설을 부분적ㆍ병존적으로 평화롭게 일부 점거하여 피케팅을 하는 것도 금지될 우려가 있다. ▲ 셋째, 노조법 제32조 개정안은 단체협약 유효기간의 상한을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3년이 지나야 단체교섭,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하고 헌법상 보장된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이 교섭창구단일화 제도와 결합할 경우, 소수노조는 교섭대표노조가 결정된 날로부터 최소 4년 이상 교섭요구를 할 수 없고 이는 실질적으로 단체교섭권의 박탈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노동개악 요소, 산별노조ㆍ비종사자 조합활동 차별, 직장점거 금지 및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은 ① ILO 핵심협약 비준과 전혀 상관없고, ② 협약비준을 빌미로 기존의 노동기본권을 후퇴시킨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ILO 헌장, 협약 위반이다.

 

<표 1-3> ILO 헌장과 협약

<표 1-3> ILO 헌장과 협약http://www.peoplepower21.org/files/attach/images/37219/801/679/001/26213... style="width:962px;height:190px;" />

 

결론

말과 행동은 일치해야 한다. 노동존중을 표방했다면 그 첫걸음은 ILO 핵심협약 비준이어야 했다. 1996년 OECD 가입 후 24년간 약속했던, OECD 회원국 중 ‘한국’과 ‘미국’만 비준하지 않은, ILO 181개 회원국 중 한국, 중국, 브루네이, 마셜제도, 팔라우, 투발루, 퉁가 등 단 7개국만 비준하지 않은 ILO 핵심협약을 비준했어야 한다. 핵심협약을 비준하고, 이를 통해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보장했어야 한다. 250만 명의 특수고용노동자, 200만 명의 간접고용ㆍ하청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서 사회양극화, 불평등을 해소했어야 한다. 노동자들이 자기 마음대로 노동조합도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동존중을 하겠다는 것은 차가운 얼음, 그 자체로 모순이다. 그러나 정부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빌미로 노동개악 시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차라리,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라’. 2019년 현 정부의 노동개악 시도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에서 나왔던 그 절규가 귓가를 맴돈다.

 

화, 2020/02/11-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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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 한계채무자의 안정적인 사회 복귀를 위해 기준 중위소득 대폭 인상 필요하다 

 

신동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

 

보건복지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이하, 중생보위)가 7월말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결정했다. 기준 중위소득은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73개 복지사업의 기준선으로 쓰이므로 그 어느 수준에서 결정되느냐에 따라 삶의 한계선에 내몰린 우리 사회 저소득 이웃들의 삶의 질이 결정된다. 매년 중생보위 결정에 따라 수많은 빈곤 시민들이 그나마 삶의 부담을 한시름 덜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또다시 지옥 같은 삶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지며 근근히 버텨야 할지가 판가름 난다는 뜻이다. 그런데 복지사업의 수혜자들 외에도 기준 중위소득 결정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또 있다. 바로 법원의 개인회생절차를 통해 변제계획을 이행하고 있는 채무자들이다. 

 

공적채무조정 중 개인회생 채무자의 생계비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 중위소득 기준

 

법원의 개인회생절차는 비록 고정적인 수입은 있으나 과도한 채무를 상환하기에는 역부족인 한계채무자들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제도이다. 채무조정제도는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하나는 신용회복위원회와 협약을 체결한 금융회사의 채무를 조정하는 사적채무조정1)이고, 또 다른 하나는 법원을 중심으로 채무관계 청산을 위해 제반 사항들을 처리하는 공적채무조정이다. 공적채무조정에는 채무자의 자산 처분을 통해 채무관계를 청산하는 파산절차와 특정 기간2) 동안 채무자의 가용소득을 모두 채무 변제에 지출하도록 하고 그 후 채무를 청산하는 개인회생절차가 있다. 

 

그런데 이 개인회생절차에서 가용소득을 산정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바로 기준 중위소득이다. 채무자회생법 제579조에 따르면 개인회생 채무자가 갚아야 할 돈에 해당하는 “가용소득”은 채무자가 수령하는 모든 수입 중 ① 세금 납부를 위해 필요한 금액, ② 채무자가 사업자일 경우 사업의 계속을 위해 필요한 비용, ③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생계비를 제한 후 나머지 모든 금액으로 규정되어 있다.3) 이와 관련해 법원은 개인회생 채무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변제의무에서 제외되는 생계비 산정을 기준 중위소득의 60% 수준에서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4)

 

기준 중위소득의 60%에 맞춰진 개인회생 채무자의 생계비 기준

낮은 생계비 인정 수준과 생활 압박은 개인회생절차의 성실한 이행을 어렵게 하는 요인

 

물론 개인회생 절차에서 법원의 재량에 따라 생계비를 적절히 조정해 책정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두고는 있다. 실제로 서울회생법원은 별도의 ‘생계비 검토 위원회’ 의결을 통해 기준 중위소득 60%에 해당하는 생계비 외 추가 생계비를 보장하기도 했다.5) 그러나 이는 그 어느 법원보다도 채무자 회생에 우선 순위를 두고 도산제도를 운영하는 서울회생법원에 국한된 예외적인 경우이고, 통상 법률상 ‘원칙’ 준수를 강조하는 사법부에서 예외를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즉, 서울회생법원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법원의 공적채무조정은 여전히 채권자의 재산권 보장에 더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개인회생절차를 이행하는 많은 채무자들이 중위 기준소득의 60%에 해당하는 생계비만으로 그 과정을 견뎌내야만 한다. 

 

지난 4년간 전국 평균 월세 가격은 2017년 6월 56만 원에서 2021년 6월 65만8천 원으로 17.5% 증가했다.6) 그러나 기준 중위소득은 지난 4년간 평균 2%가량 상승했을 뿐이다.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한계채무자 중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생계비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전국 각 지방법원이 2017년~2019년 기간 동안 개인회생 및 변제 수행으로 채무청산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던 채무자 수는 약 19만6천 명인데 이중 14%에 해당하는 27,537명이 개인회생절차를 도중에 포기했고, 그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소화된 생계비만으로는 그 과정을 견디기 어려운 것이 주요한 이유일 것이다. 채무자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는 개인회생제도가 과도하게 낮은 생계비 기준, 나아가 그 근거가 되는 기준 중위소득7)문제로 인해 그 실효성을 상실하고 있다. 이를 거꾸로 말하면 결국 기준 중위소득 인상만으로도 개인회생 채무자들의 생계조건은 크게 개선될 수 있고, 그에 따라 채무청산에 성공하는 개인채무자들 역시 늘어날 것임을 의미한다.

 

기준 중위소득의 인상은 개인회생 채무자의 채무청산과 사회복귀 넘어 

그간 정부가 방기한 기본 책임을 이행하는 일

 

개인회생 절차를 밟는 채무자들은 매월 꾸준히 자기의 가용소득 모두를 변제로 차감하더라도 빚을 갚고 회생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다면, 채무를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하는 사회적 비용은 줄어들 것이고 우리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구성원들은 늘어날 것이다. 빚에 허덕이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결코 좋은 사회가 아니다. 한국의 가계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200%에 달하는 현 상황,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가계부채 리스크가 가장 심각한 나라인 현실은 국가가 조세수입 또는 정부부채를 동원해서라도 구축했어야 할 사회안전망이 부실하게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 그 공백을 일반 국민들 각자의 빚으로 메꾸어왔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8) 따라서 정부가 또 다시 기준 중위소득을 최소한으로만 인상하려 하면서 그 이유로 재원부족을 구실로 삼은 것은 정말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정부는 그간 자신들이 방기하고 있었던 국가의 책임을 이행하고,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시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기준 중위소득 인상에 적극 나섰어야 했다. 


1) 프리워크아웃, 워크아웃이 이에 해당한다.

2) 현행법상 3년 이내, 2018. 6. 13.이전에 개인회생 변제 절차에 돌입한 개인채무자는 5년 이내.

3)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79조(용어의 정의) 이 절차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가용소득”이라 함은 다음 가목의 금액에서 나목 내지 라목의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말한다.

가. 채무자가 수령하는 근로소득ㆍ연금소득ㆍ부동산임대소득ㆍ사업소득ㆍ농업소득ㆍ임업소득, 그 밖에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모든 종류의 소득의 합계 금액

나. 소득세ㆍ주민세 개인분ㆍ개인지방소득세ㆍ건강보험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

다. 채무자 및 그 피부양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생계비로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제6조의 규정에 따라 공표된 최저생계비, 채무자 및 그 피부양자의 연령, 피부양자의 수, 거주지역, 물가상황,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원이 정하는 금액

라. 채무자가 영업에 종사하는 경우에 그 영업의 경영, 보존 및 계속을 위하여 필요한 비용

4) 개인회생사건 처리지침(재민 2004-4) 

제7조(채무자의 소득의 산정) 

② 법 제579조 제4호 제다목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6조의 규정에 따라 공표된 최저생계비, 채무자 및 그 피부양자의 연령, 피부양자의 수, 거주지역, 물가상황,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원이 정하는 금액”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6조의 규정에 따라 공표된 개인회생절차개시신청 당시의 기준 중위소득에 100분의 60을 곱한 금액으로 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적절히 증감할 수 있다.

5) 서울회생법원, 2021. 2. 16., 생계비 검토위원회 회의 의결 사항 참고.

6) 한국부동산원, 2017. 6.~2021. 6. 평균월세가격(검색일: 2021. 7. 25.)

7)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

8) 이와 관련해 독일의 사회학자 볼프강슈트랙은 유럽 사회에서 가계부채가 증가한 것은 신자유주의 이후 세계화와 국가-자본-노동 역학관계의 변화로 국가의 조세 확보 능력이 떨어지면서 그 재원을 국가부채의 부담으로 전이시켰고, 이마저 여의치 않자 다시 그 부담을 가계에 전가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볼프강슈트랙, 『시간벌기』, 2015년 김희상 옮김. 참고). 한국의 경우에는 애초에 유럽과 같은 수준의 복지정책, 공적서비스 제공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었으므로, 각 개별 가구는 사회적 생존을 위해 자산 확보 전략에 매진하거나 부족한 공적서비스를 사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부채를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목, 2021/09/0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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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일가족의 죽음,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오진방 한국한부모연합 사무국장

 

2019년 북한이주 여성 한 모씨의 추모제에서 우리는 2018년 증평 모녀 사건, 제주도에서 투신한 3살 아이와 엄마 등 언론에서 잘 다뤄지지 않은 죽음에 대해 언급했다. 그리고 이어 성북구 네 모녀 사건까지, 이 알 수 없는 일가족들의 죽음을 보며 ‘가족’이란 무엇이고 복지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이 이어졌다. 누군가의 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슬픔은 슬픔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죽음들이 말하고 싶은 것은 ‘일가족 죽음’이 더 이상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과 빈곤층으로 떨어져야만 받을 수 있는 복지 혜택이 아닌 저소득의 많은 가구가 빈곤층으로 추락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이제라도 찾아봐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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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이주여성 한 모 씨 추모제 웹자보 / ⓒ 한국한부모연합

 

최근 한 신문 보도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일가족의 극단적 선택은 알려진 사건만 18건으로 사망자 수 7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죽음들이 결코 여성들만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가족’의 형태는 분명 변하고 있고 ‘희망’을 가질 수 없었던 이들 중 한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가족해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했던 IMF시절 가부장적 남성과 집에서 내조하는 여성의 이성애적 핵가족의 정상성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보수적인 가족 이데올로기에서 피해자는 여성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성빈곤으로 볼 수 있는 송파 세 모녀 사건과 성북 네 모녀 사건은 여성들의 노동시장의 불안정성과 복지로 진입할 수 없는 사각지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는 또한 가족을 부양하지 않아도 남편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여성가구주가 될 수 있는 확률은 희박한데다가 18세 이상의 자녀 양육이 끝난 한부모 가구가 탈수급과 탈빈곤을 할 수 있다는 장밋빛 미래는 쉽게 만들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복지체계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북한 이주 여성 한 모씨의 죽음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죽을힘을 다해 아이 셋을 혼자 키웠지만 아이들이 제대로 취업을 할 수 없더군요. 어린 시절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고 두 동생을 돌본 큰 딸은 대인기피증이 생겨 취업을 못하고 있고 나머지 아이들은 취업 중이지만 언제 취업이 될지 모르겠어요.(P씨 인터뷰 중에서)” 

 

이혼 여성가구주는 여성이 남성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가구를 형성할 수 있는 권리’(Orloff, 1993)를 보여주는 척도 가구라 한다. 이 집단의 빈곤수준은 한 사회의 여성사회권 발달정도를 보여주는 시금석이라 할 수 있는데 한 모씨의 죽음에서 보여지듯 이혼 후에도 독자적인 가구를 구성하기 위해 증명해야 할 서류는 너무도 많았다고 한다. 또한 여성들의 사회 진출은 크게 확대 되었지만 가족에 대한 돌봄과 책임은 여성들에게 전가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여성은 불안정한 노동에 종사할 가능성이 높고, 경력단절을 경험하고 잦은 해고와 임시직, 기간제, 일용직으로는 한 가족을 책임지기에는 부족하다. 또한 부채가 있거나 생계용 자동차가 있어도 한부모 복지 혜택은 받을 수 없다. 

여성 고용률을 높이려는 시도는 아동보육교사,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방과 후 돌봄, 아이돌보미, 간병인 등으로 사회서비스 산업을 확대시켰고 여성대리운전, 콜센터, 행사 도우미, 급식 조리원, 호텔 룸메이드, 학원강사 등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은 퇴근 후에도 자녀 돌봄을 해야 하는 ‘시간빈곤’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제 사회는 노동과 복지 사이에 놓인 다양한 저소득층을 더 이상 빈곤하지 않게 할 뿐만 아니라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을 수 있는 사회로 어떻게 이행할 수 있을까?

‘이혼’이라는 선택은 아이들과 잘 살기 위한 선택일 수 있다. 가족구조의 변화가 곧 가난으로 상징되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아빠들을 향해 화난 한부모들은 ‘배드파더스’ 라는 사이트에 비양육자들의 얼굴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양육비를 주지 않는 아빠들을 직접 찾아가 1인 시위도 했다. 양육비와 관련된 지난한 싸움은 결국 폭행사건으로 치달았고 소관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의 기능강화만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공적영역을 강화해야 하지만 ‘가족’의 문제, 그 중에서 아이들의 양육비에 대한 문제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사적영역으로만 치부되어왔기 때문에 개인이 나서 1인 시위를 하고 고소와 고발의 진흙탕 싸움을 한 후에야 법과 제도는 아주 조금 개선되었다. 

양육비 문제를 보면 관리자가 관리하기 쉬운 제도에 대한 강화 부분과 소관 부처에서만 대안을 세우는 것은 더욱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자라나는 아이들의 인권에 대한 문제로 인식된다면 좀 더 구체적이고 강제적 조항이 만들어져야 한다. 즉 비양육부모에 대한 출국금지나 운전면허 취소라는 형사 처벌 조항인데 이 또한 추진이 어렵다면 법무부와 국세청과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양육비를 지급할 능력이 되는지, 어떤 방향으로 상환할 수 있는지 등의 현실적인 방안마련이 필요하다고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통계센터장은 주장한다. 

송파 세 모녀의 죽음 이후 ‘세모녀법’이 만들어 지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제정 등 3개 법이 마련되지만 2019년도 한 해 18 가족의 허망한 죽음은 ‘복지’만을 대안으로 삼았기 때문이고 사각지대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가족’에 대한 보수성과 정상성은 아직도 공고하기만 하다. 다양한 가족에 대한 상상력은 아직도 부족한 듯 보인다. 급변하는 시대 워킹 푸어, 노노간병, 고독사, 노후 파산 등의 문제에 대해 전통적인 가족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을 수 있는데도 말이다.  

 

“가난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가슴 아픈 죽음을 기억하겠습니다.”

“가슴 아픈 죽음을 기억하겠습니다. 가난을 증명해야만 지원받는 복지, 말도 안 

되는 세상 바꾸겠습니다. 가신 곳은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이길... 편히 쉬세요.”  

“잊지 않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함께 하겠습니다.”

-성북 네 모녀 무연고 장례식장 포스트잇 추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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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북 네 모녀 무연고 장례식 포스트잇 추모사진 / ⓒ 한국한부모연합

 

성북 네 모녀의 추모식과 시민들이 치룬 무연고 장례식을 오가며 죽은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더 이상 일가족 사망과 같은 허망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죽은 이들을 추모함과 동시에 다시는 같은 사건이 재현되지 않기 위해 각 분야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일일 것이다.   

단 한 번의 사업 실패로, 혼자서 아이를 키운다는 이유로, 불의의 사고로 가족을 잃거나 건강을 잃었다 하더라도 영화 <기생충>영화에서 ‘계단’이 상징하는 끝없이 추락하는 가족의 모습이 비록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섬뜩하게 느껴졌고 바로 그 부분 때문에 영화에 열광했지만 우리는 그 현실에 대해 방관할 수 없지 않은가? 영화는 문제의 해결과 저항을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영화 속 기우의 발끝이 향한 끝없는 추락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순 없지 않은가?  

 

 

 

1) 한겨레, “1년 새 70여 명 ‘일가족 극단 선택’... 구멍 못 메우는 복지 망”, 2020년 1월 7일. https://m.news.naver.com/read.nhn?mod e=LSD&mid=sec&sid1=102&oid=028&aid=0002480693 

2) 프레시안, “전 부인과 기자 폭행한 ‘배드 파더’ 고소당했다 [양 육비 외면하는 배드 파더스] 공동 상해, 업무 방해 혐의 등으 로 고소” 2020년 2월 4일. http://www.pressian.com/news/ article/?no=276658&ref=kko 

3) 경향신문, “국가가 양육비 원천징수할 방법 있다” 2020년 2월 2일.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2989209?l

 

월, 2020/03/09-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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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권. 국가의 책임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때

 

송아영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간의 삶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필수적 세 가지를 일컬어 우리는 의식주(衣食住)라 부른다. 스스로 경제활동을 통해 경제적 자원을 취득하고 이를 통해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사회구조적인 빈곤과 취약함으로 인해 필수적인 욕구를 해소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대상들에게 사회적인 지원과 보호를 제공한다. 취약계층의 경제적 활동을 보장 또는 유지하기 위한 자원과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경제활동에 직접 참여하기 어려운 대상에 대해서는 최저 또는 어느 정도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공공부조를 통해 경제적 지원을 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의식주의 욕구 해결이 가능할 것을 기대하는데 유달리 이러한 노력만으로 해소되기 어려운 욕구가 존재한다. 심지어 스스로 노동을 통해 임금소득 활동을 하는 임금근로자들도 해결하기 어려운 욕구가 존재한다. 바로 주(住)이다.

오늘 이야기는 바로 이 주(住)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국 사회에서 주택 구매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이 한두 명의 특별한 경험은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의 변화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미 우리 삶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어떤 이들은 상승하는 집값에 기쁨을 느끼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은 멀어지는 안정적인 주거 확보의 기회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때로는 포기하기도 한다. 

부동산의 상승이 마냥 즐거워만할 것은 아니라고 많은 곳에서 이야기를 하지만 이러한 외침이 크게 사람들의 마음에 닿지는 않는 것 같다.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부동산의 변화에 따라 일희일비가 결정되고 갈등이 생겨나며 다툼과 세력싸움이 벌어지기도 하고 우리의 행복을 갉아먹기도 한다. 

한국의 부동산은 이미 시장화가 되어버린 지 오래며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해져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도 분명하지 않은 그러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집값의 상승 속도는 근로자 소득 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열심히 일해서 내 집 하나 마련하는 꿈은 멀어진다. 가파른 집값의 상승은 특히 서민층 또는 저소득 가구의 안정적 주거확보의 기회를 박탈한다. 

 

<그림 4-1> 소득하위 20%의 주택구매가격배수(PIR)9UgGD5-dRBtcJmscu0TFcHY0iUYslFdQ4EPJ6Qtdhttps://lh5.googleusercontent.com/9UgGD5-dRBtcJmscu0TFcHY0iUYslFdQ4EPJ6Q... style="margin-left:0px;margin-top:0px;" width="602" />

※ 출처: 연합뉴스(2019. 10. 07.) https://www.yna.co.kr/view/GYH20191007000600044" rel="nofollow">https://www.yna.co.kr/view/GYH20191007000600044

 

위에 제시된 그림을 살펴보자. 주택구매가격배수(PIR)의 경우만 하더라도 소득 1분의 계층의 PIR은 서울의 경우 가장 최근인 2019년도 2분기에 48.7이었으며 전국은 21.1로 나타났다. 이를 해석하자면 저소득층이 서울에서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소득을 하나도 쓰지 않고 48.7년이 걸린다는 것을 의미하며 전국의 경우 21.1년이 소요됨을 의미한다. 이를 소득 5분위 집단과 비교해보면 그 특성이 보다 극명해지는데 소득 5분위 계층은 서울에서의 PIR이 6.9로 나타나 그 차이가 매우 심하다. 소득이 높으면 주택구입에 있어 보다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 문제는 소득에 따른 PIR의 변화 기울기이다. 이미 위 그래프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나지만 저소득층의 PIR변화의 속도가 매우 가파르고 심하다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서 저소득층에게 있어 주택 구매 혹은 안정적 주거의 확보는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의 주택시장 안에서 저소득층 또는 취약계층의 주거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음이 자명하다면 국가의 역할은 과연 무엇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우리나라는 지난 2015년 『주거기본법』을 제정하면서 “국민은 관계법령 및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물리적·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갖는다.”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권리로서의 주거를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주거권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실천절차를 마련하지 않아 한국의 주거권은 모호한 상태로 남아 있다(문준혁, 2016). 2018년도 한국을 방문한 유엔 적정주거특별보고관은 주거권을 기본 인권으로 인식하고 이를 구체화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함을 강조하기도 하였는데 이 안에는 임대차 관련 제도를 보완하여 거주 안정성을 확보하고 비주택 거주자들에 대한 대책, 노숙인 등에 대한 대책, 재개발로 인한 강제퇴거 등에 대한 강력한 규제 등 주거취약계층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여러 의견이 포함되었다. 

종합하였을 때 현재 한국에는 주거권에 대한 법적 근거는 있으나 이를 구체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며 특히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주거권 보장을 위한 제도나 서비스가 미흡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한국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그 간의 노력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 할 수는 없다. 완전히 만족할 수는 없지만 저소득층 주거권을 위해 노력한 많은 사람들이 있었으며 그러한 노력들로 인해 주거급여, 공공임대주택, 주거복지서비스 등이 마련되었으며 우리 사회의 주거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대상들에 대한 지원 노력들이 하나씩 생겨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주거복지제도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었다고 볼 수 있으며 권리로서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선, 주거급여를 살펴보자. 주거급여는 주거취약계층의 주거비를 보조하고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돕는 공공부조의 한 형태로 대표적인 현금지원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주거급여는 임차인을 위한 주거비 보조와 자가 소유자를 위한 개보수비용 지원으로 나누어 구성되는데 적정 주거 상태로의 개보수를 위한 금액으로 터무니없이 적은 비용이 책정되어 있어 실제적인 보수지원이라고 보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임차인을 위해 2020년 새롭게 마련된 주거급여 기준임대료를 살펴보면 1급지 서울의 경우 1인 가구 26.6만원으로 지난 해 23.3만원에 비해 3.3만원 증가하였으며 주거급여 선정기준선도 2020년 기준 중위소득 45%(전년도 44%)로 완화되었다. 소폭이나마 증가하여 저소득층의 주거부담을 완화시켜줄 수 있을 것을 기대해볼 수 있지만 실상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주거복지재단에서 실시한 2019년도 쪽방 평균임대료는 28만원으로 증가한 주거급여로도 충당하기 부족하다. 쪽방의 주거 상태와 특성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러한 집조차도 주거급여로도 임대료를 충당하기 어렵다는 사실에 탄식을 내뱉을 지도 모른다. 심지어 이러한 쪽방도 300만원 남짓의 보증금도 요구하고 있어 취약계층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든다. 

 

<표 4-1> 2020년 임차가구 기준임대료BURdnQB3r2w07s3C7HPdZWD0ys5IQ4F_aoVaBDr1https://lh4.googleusercontent.com/BURdnQB3r2w07s3C7HPdZWD0ys5IQ4F_aoVaBD... style="margin-left:0px;margin-top:0px;" width="602" />

 

지금쯤이면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주거급여를 충분한 정도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다다랐을지도 모르겠다. 주거급여의 확대가 완벽한 답이 아닐 수 있는 이유는 주거급여에 맞추어 임대료가 상승할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미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주거복지 활동가 또는 실무자들은 진정한 급여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민간임대시장에 대한 적절한 제제와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쪽방의 임대료 변화도 주거급여의 상승과 함께한다는 경험적 증거들이 존재하며 주거급여는 아니지만 전세임대의 경우 민간임대시장에서 전세임대 지원금액에 맞추어 전세가를 조정한다는 것도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민간임대시장에 대한 규제는 임대료에 대한 규제 또는 제한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주거를 임대할 의무를 강화하는 것을 포함한다. 한국의 최저주거기준은 매우 최소한의 수준으로 마련되었으며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음은 이미 많은 연구들에서 증명되어 왔다. 낮은 최저주거기준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최저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주거공간을 임대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민간임대시장에 대한 규제는 그야말로 솜방망이다. 비닐하우스와 같이 비주택의 대표적인 주거공간 조차도 23만원을 웃도는 임대료를 지불해야 거주할 수 있다. 불법으로 쪼개기를 시행하고 미허가 원룸을 개조하고 필수시설이 미비된 공간을 서슴없이 임대하고 임대료를 챙긴다. 저소득층이나 주거취약계층의 경우 선택의 여지와 자원이 매우 부족하고 정보의 양이 매우 제한적으로 이러한 불법의 피해자가 되기 매우 쉽다. 

주거로서 기능하지 못하는 곳에서 과연 주거권이 확보될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천장이 있다고 해서 모든 집이 집다운 것은 아니며 집이란 공간에서 얼마나 많은 삶의 질이 결정되는 지를 안다면 적정 주거기준의 마련의 중요성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주거권은 적절한 최저주거기준의 마련뿐만 아니라 최저주거기준을 준수하지 않거나 적정하지 않은 주택을 임대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에 강한 제제를 기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 필요하다. 

통계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현재 한국의 비주택(주거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공간)에서 거주하는 인구수는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약 39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국토교통부의 2018년도 주택 이외의 거처 주거실태조사에서는 약 37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문제는 그 증가폭이다. 통계청 자료를 기준으로 2005년에서 2015년까지 비주택 거주자 증가율은 약 590%로 매우 가파른 증가폭을 보이고 있어 한국의 주거권 보장이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함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비주택거주자들의 증가는 주가취약계층들이 적절한 주거공간의 부족을 경험하며 질 높은 주거확보의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주거급여와 적정주거기준마련과 더불어 주거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또 다른 노력으로 공공임대주택의 개선을 제시할 수 있다. 주거복지 확대나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주거공급의 핵심은 주로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맞물려 진행된다. 주거급여를 확대한다 하더라도 현재의 부동산 시장에서 안정되고 (반)영구적인 주거공간을 확보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고 공급함으로써 주거안정을 꾀하고자 한다. 최근 발표된 주거로드맵이나 각 지자체 또는 중앙정부의 주거복지계획에도 이 공공임대주택의 확대가 주된 내용으로 구성되는데 일면 바람직해 보이나 그 내면에는 해결해야 할 숙제를 남겨두고 있다. 

우선, 공공임대주택의 유형이다. 아마도 독자들은 영구임대주택, 국민임대주택, 행복주택, 매입·전세임대주택, 5년·10년·50년 임대주택, 보금자리주택 등등 다양한 이름으로 공공임대주택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주거욕구가 다양하다보니 유형도 다양해야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공공임대주택이 다양한 국가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적인 필요와 논리에 따라 워낙에 부침이 심한 부동산 정책이다 보니 정권마다 일종의 업적처럼 새로운 형태의 공공임대유형을 늘리기 바빴다. 이렇게 다양한 공공임대주택 유형의 가장 큰 문제는 복잡성이다. 실제로 공공임대주택 유형에 따라 공급대상의 자격, 임대기간, 소득기준, 임대료 등등이 매우 상이할 뿐 아니라 그 정보가 해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복잡하여 웬만큼 공부하지 않고는 나의 형편과 상황에 적합한 공공임대가 무엇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또한 어디서 정보를 찾아야 하는지도 애매하다. 

또한 공공임대주택 유형에 따라 모집시기가 모두 다르다. 실제로 한국의 공공임대주택은 지원자가 정보를 찾아서 공고된 모집기간에 접수를 하고(필요한 서류를 모두 준비하고) 탈락하면 또 다시 공고되기를 기다리며 접수를 준비해야 하는 철저한 신청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이 과정이 심플하고 준비가 까다롭지 않으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특히 저소득층이나 주거취약계층의 경우 생활의 불안정성이나 정보접근성, 정보해독성 등 수 많은 장애물로 인해 정작 공공임대주택이 절실하게 필요한 대상들이 배제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수도 없이 발생한다. 매 번 새롭게 신청하여야 하다 보니 신청을 하고 대기를 한다는 의미도 없을 뿐 아니라 언젠가는 되겠지라는 기대나 기다림이 불가능한 구조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이나 배분 절차가 대상자의 욕구 중심으로 잘 구성되어 있는지 역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역의 욕구 중심으로 균형있는 공급 및 배분 계획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급자가 결정하는 형식이다 보니 지역마다 공공임대주택이 불균형하게 마련되어 있으며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거나 특정 지역은 어떠한 공공임대주택도 가지지 못하는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더해 공공임대주택 배분 과정에서 대상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도 현장에서 왕왕 발생한다. 필자가 만나 본 지체장애인은 생활시설을 떠나 독립을 계획하며 오랜 시간 동안 저축과 공공임대주택 신청을 준비하였다. 다행히도 매입임대주택에 당첨이 되었고 기쁜 마음에 집을 확인하러 방문한 순간 포기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엘리베이터가 없고 계단식의 2층에 당첨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연은 무수히 존재한다. 공공임대주택의 공급과 배분이 대상자의 상황과 욕구,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 취지와 효과성은 반감될 것이 자명하다. 

최근 공공임대주택의 확대를 외치며 많은 물량이 공급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만 여전히 공공임대주택의 재고율은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국토교통부의 재고율은 2017년 6.7%로 나타났으나 이는 모든 유형의 공공임대주택의 유형에 대한 재고율로 실제 주거안정성을 돕고 공공임대주택의 본 취지에 가장 적합한 장기공공임대주택 유형만을 뽑아 재고율을 추산하면 4.3%대로 떨어진다. 한국의 공공임대주택유형에는 현재 공공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민간 건설사의 이익 창출에 도움이 되고 장기성과 안정성, 그리고 공공성을 헤치는 유형까지 포함되어 있어 재고율을 따질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주거로드맵이 발표가 되고 곧 OECD 평균 재고율 8%를 웃돌 것이라는 장밋빛 낙관이 보도되었지만 실제로 그 내용을 살펴보면 많은 경우 장기공공임대주택의 증가폭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 

과열되는 주택시장 안에서 안정적 주거확보를 원하는 대상은 많고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 보니 작은 파이 안에서 누구에게 우선순위를 두고 공공임대주택을 배분해야하는가라는 논쟁도 벌어진다. 저출산과 청년빈곤의 사회적 요구에 따라 주거로드맵과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에서 신혼부부 및 청년에 대한 주거공급의 계획이 눈에 띈다. 이에 비해 저소득층과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주거공급계획은 그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적어 다소 후퇴한 모습이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에 대한 주장도 상이하다. 결국 이는 작은 파이를 가지고 다투는 상황이며 파이를 충분히 효과적으로 늘리거나(가장 바람직한 선택일 것) 또는 파이 배분에 있어 근거와 논리를 가지고 배분 계획을 세워야 어느 정도 해소가 될 것이다. 실제 현재의 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에서의 배분 기준은 논리가 배제되어 있다. 왜 신혼부부에게 20만호이며 청년에게는 19만호인지, 고령자에게는 왜 5만호가 공급되는지 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 

결국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세밀하고 효과적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시혜적인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이제 더 이상 시민들의 호응을 얻어내기 어렵다. 권리로서의 주거권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고 주택시장에서 소외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대상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민간시장은 이미 이러한 대상들에 대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어주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보호능력을 상실하였으며 결국 공공의 역할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행이라면 주거복지분야의 한계과 문제점을 인식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며 주거복지의 공백과 전달체계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주거복지서비스들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주거복지에 대해 논의하고 이야기하는 비중도 증가하였고 정책의 변화도 느리긴 하지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공공임대주택의 유형통합과 대기자명부의 도입, 지자체 역할의 강화와 공급계획 참여, 효과적인 전달체계 구성을 위한 노력, 민간임대시장 및 부동산 전반에 대한 규제 등이 선결되어야 하는 주요 과제로 남아있다. 그 어느 것도 이미 고착화된 체계 안에서 쉽지 않다. 하지만 많은 시민이 주거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요구한다면 변화는 가능하다고 믿으며 원고를 마친다.

 

 

 

1) 주택구매가격배수(PIR)이 적절한 지표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주택가격의 부담 정도를 비교하는 지표로 널리 활용됨에 따라 본고에서 활용함. 

2) 문준혁 (2016). 주거권 보장에 대한 사회보장법적 검토-『주거기본법』을 중심으로. 사회보장법연구. 5(1), 31-64. 

3) 주거급여는 다른 급여와 달리 부양의무자에서 자유로운 특징이 있다.

4) 주거복지재단 (2019). 취약계층 주거실태조사 결과 보고서. 

5) 일반적으로 비주택에 포함되는 주거형태로는 고시원, 고시텔, 판잣집, 비닐하우스, 움막, 숙박업소의 객실, 일터 일부 공간이나 다중이용업소 등이 포함된다. 

6) 심지어 공공임대가 아닌 ‘공적’임대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포장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월, 2020/03/09-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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