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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소식] 내성천에서 흰수마자는 사라져 가는데, 환경부는 영주댐 시험담수 강행 -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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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소식] 내성천에서 흰수마자는 사라져 가는데, 환경부는 영주댐 시험담수 강행 - ③

admin | 수, 2020/01/29- 02:57
수공 업무인 댐 안전성 조사를 시민사회가 모니터링?
환경부 보도자료는 ‘시험담수 감시(모니터링)단 구성’으로 “시험담수 결과의 객관성 및 공정성을 확보할 계획”임을 밝혔다.  댐 안전성 문제도 이 안에 포함된다. 댐의 안전성 문제를 지역의 한 단체가 올해 여러 차례 제기하기는 했지만, 이는 그동안 종교계, 환경단체, 전문가 등이 제기한 영주댐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관련한 책무가 있는 수공이 그에 맞게 책임을 지면 될 사안일 뿐이다.
시민사회는 영주댐이 필요 없으니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환경부는 모니터링단에서 댐 안전성도 조사하자는 것이니 환경부가 형식은 거버넌스를 내세우는데 들어야할 귀는 막고 있는 것이 아닌지 스스로 살펴볼 일이다. 

“시험담수 감시(모니터링)단을 구성하여 
시험담수 결과의 객관성 및 공정성을 확보” 
이 문구는 이 모니터링의 모호한 정체성 내지 시험담수에 경도된 환경부의 시각을 보여준다. 환경부 보도자료는 시험담수에서 시작해서 시험담수로 끝을 맺는다. 원래 댐 본체와 시설별 안정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하는 시험담수는 매뉴얼대로 정확하게 이행해서 점검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지 무슨 ‘객관성’ 따위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국책 토건사업에서 “안전성이 철저히 검증됐다”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안전성이 객관적으로 확인됐다”는 표현은 낯설다. 이런 모니터링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앞서 소개한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가 1천억원을 투입하는 ‘영주댐 수질 개선 종합대책’은 댐 내의 녹조저감대책 등과 함께 유역의 축분처리시설 확충 등을 포함한다. 그런데 이 수질대책은 수질대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버넌스’와 ‘모니터링·연구’도 포함한다. 거버넌스에는 단기적으로는 소유역 주민참여 거버넌스 구축이 있고, 장기적으로는 이를 전 유역으로 확대 강화하는 안이 들어있다. 수질개선에 이런 거버넌스가 왜 필요할까? 
수공이 이런 여러 방편을 조합해서 설정한 방향은 보고서에서도 명확히 표현한 것처럼 영주댐 “정상화” 즉 댐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수공은 기업체이고 댐 사업자이니 혹시 정부 정책과 맞지 않는다고 해도 그런대로 이해될 수는 있다. 문제는 흰수마자의 멸종 가능성이 우려되는 시점에 환경부가 내민 거버넌스와 모니터링이 환경부의 그릇이 아닌 ‘시험담수’라는 수공의 업무 처리과정에 담긴 것이다. 1차 시험담수 중단이 2018년 3월에 이루어졌음을 볼 때, 환경부가 어떤 의지가 있었다면 진즉에 수공의 시험담수(시험담수는 법에 의한 절차가 아니고 수공 내부 규정에 따른 절차이다)가 아닌 환경부의 그릇에 담아 이런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했다고 보여진다. 
“댐 처리방안 마련에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겠다는 보도내용도 함께 고려하면, “시험담수 과정에서는 지역·시민단체·전문가가 참여하는 ‘(가칭)시험담수 감시(모니터링)단’을 구성하여 시험담수 결과의 객관성 및 공정성을 확보할 계획”이라는 보도자료 문구가 함축하는 내용은 어떤 것일까? 만약, 수공의 그릇에 담은 “종합진단”을 신뢰하기가 매우 어렵다면, 그리고 그동안 개발사업과 관련된 여러 환경영향평가에서의 “저감”이라는 용어의 의미, 4대강사업 판결내용 등을 참고하여, 결코 있어서는 안 되지만 혹시 있을 수 있는 하나의 결정 내용을 제시해본다. 시험담수에 애써 ‘객관성’이 포함되어야 한다면 아마도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가 아닐까? 물론 환경부가 보도자료에 담은 이런 안은 시민사회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또한 환경부도 결코 이런 결과는 의도하지 않을 터여서 가정적 상황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피해가야 할 부분에 공감한다면 참고가 될 내용은 있다고 보겠다.  
“그동안 지적받아온 생태 환경 문제를 시험담수 과정에 포함하여 모니터링 하였다. 댐 본체의 일부 균열은 이미 자체 정밀조사에서도 확인된 바, 댐의 안전성과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었는데, 이번 모니터링 과정을 통해 다시 댐의 안전성이 재확인됐다. 생태적인 문제가 일부 드러나기는 했으나 전 지구적인 이상기후 영향 등에 의한 오랜 가뭄과 어떤 해에는 잦은 홍수도 발생한 적이 있어서 생태적인 문제에 대해 댐이나 이상기후가 어느 정도의 영향을 끼쳤는지 정확히 입증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는 댐을 가동하면서 다시 보다 깊이 있는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부 수질 문제가 드러나기는 했으나 그것은 댐을 정상적으로 가동하는 가운데 수공이 계획한 1,099억원의 수질 저감 조치를 병행하면 중장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댐 하류의 모래 부족 문제는 유사조절지의 모래를 옮기는 몇 가지 방식으로 모델링한 결과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단체 등과의 거버넌스에 의한 객관성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실시된 이번 모니터링 결과 일부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로 확인됐고, 특히 흰수마자 등의 문제가 심각하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댐을 당장 해체해야할만한 충분한 이유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역에서는 이미 영주댐 문제가 정치화 움직임 
시험담수 개시 후 대구지역 단체가 영주댐 방문, 댐 정상화 촉구
물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상존하는 유역에서의 물 문제는 언제나 정치적 색채를 가질 가능성이 있으며, 실제 ‘정치적 문제화’할 수 있음을 금강 보 처리여부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을 통해 확인했다. 물이 부족하지 않은데 부족하다는 가짜뉴스가 등장했고, 공도교를 없앤다는 결론을 낸 것이 아닌데 이 문제가 지역주민들을 자극했으며, 4대강사업에 앞장섰던 정당의 정치인들이 나서면서 갈등이 확대됐다. (이는 4대강사업 후의 여러 부작용을 이미 충분히 경험했고, 하천의 자연성 회복과 관련된 EU나 미국 등 국제적인 하천관리정책과 관련된 자료가 적지 않으며, 특히 우리나라도 4대강사업 전에 서구의 하천관리정책과 그 방향성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참고하여, 현 정부가 출범 초기에 보 처리문제를 공론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모든 국민들의 의견을 잘 청취한 후 지적된 일부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결단하여 재자연화를 추진하지 않으면서 자초한 부분도 있다고 보인다) 
금강의 사례와 같지는 않다 해도 이런 가능성을 떠올리게 하는 일들이 올해 영주댐 시험담수와 관련해서 발생했다. 여름으로 들어설 무렵, 댐으로 인해 살던 고향을 떠나 댐 저수지 내에 이주단지를 만들어 정착한 마을의 명의 등으로 댐 저수지 곳곳에 조속히 시험담수를 실시하라는 현수막이 일제히 나붙었다. 심지어 댐 하류 6km에 있는 무섬마을에도 시험담수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붙었다. 이후 시험담수를 요청하는 영주시민 12,000명의 서명이 정치권에 전달됐다. (20년 전에는 지역에서 이런 일들과는 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20년1999년 송리원댐 이름으로 처음 댐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영주시의회는 두 차례에 걸쳐 영주댐 건설 계획 백지화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낸 바 있다. 또한 1999년 9월 초에는 경북 북부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인 박시균, 권오을, 신영국 의원이 공동으로 댐 건설계획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경북북부권행정협의회 등도 백지화를 촉구하는 등 경북 북부권 전체가 댐 건설에 거세게 반대했다)
댐 하류에 영주댐 저수지 물을 사용해서 농사짓는 주민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댐 이전에도 가물면 농지 근처의 모래톱을 파서 생긴 물웅덩이에 경운기로 호스를 연결해서 물을 경작지에 끌어다 썼으니 댐을 가동하든 안하든 무관한 것이다. 댐 상류의 이주단지 주민들은 농업을 생업으로 삼을 수 있는 땅이 사실상 없다. 물론 댐 이전에 경작할 때는 댐 하류와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댐에 물이 차있으면 천수답 농지에라도 끌어올려 쓸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 있는데, 필요하다면 차라리 4대강 보처럼 관정을 설치해주면 녹조 물보다는 이로울 일이다. 
무섬마을은 마을 앞 강변의 아름다운 모래밭과 맑은 강물, 외나무다리 등이 지상파 방송을 타면서 관광객들이 부쩍 늘었다. 내성천이 가져다주는 모래가 주민 소득에 큰 기여를 하는 것이다. 앞에서 소개한 내성천 하천기본계획 유사량 변동 분석에 의하면 댐으로 인한 무섬마을 수도교의 유사량은 55.36% 감소하는 수준이다. 2013년 오마이뉴스가 무섬마을을 찾았을 때, 마을의 한 어른이 수도교 교각 옆에서 기자들에게 마을 “백사”의 원래 모습을 설명하면서 영주댐 공사 후의 백사장 변화에 크게 언짢아했던 적이 있다. 무섬마을 주민들도 댐으로 인한 영향을 모르지는 않는 것이다. 지도에서 볼 때 무섬마을은 영주댐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경우 댐 하류 전 지역 중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이다. 그런 마을에 조기담수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붙은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시험담수 착수 이후에는 ‘대구취수원이전범시민추진위원회’라는 단체에서 영주댐을 방문하여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영주댐을 정상화하는데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촉구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내성천은 물로 인한 분쟁이나 갈등이 생길 소지가 없거나 또는 극히 적음에도 불구하고 소유역을 넘어 내성천 물이 전달되는 낙동강 유역전체에서 이런 식의 정치적 의사표시가 반복되면 결국 물 문제로 불필요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환경부가 영주댐 처리문제를 위해 거버넌스를 구성하려 한다면 4대강조사평가단 구성처럼 그 방향과 구성범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환경부가 내성천 영주댐 문제에 대해서 ‘자연성 회복’이 가장 중요한 기준임을 우선 분명히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강은 강다워야 하고
환경부는 환경부다워야
환경부가 시험담수를 통해 밝힌 “종합 진단 후 댐 철거·존치 등에 대한 처리방안 마련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확보할 계획”에 담긴 내용들은 그럴듯하지만 4대강조사평가단과 달리 아무런 법적 위상을 밝히지 않았다. “내성천 생태·환경 종합진단을 통해 영주댐 처리방안을 위한 정보 확보”는 앞서 사안 하나하나를 살펴보았지만, 그 구체적 실체를 확인하기 어렵다. 4대강조사평가단의 모니터링과 완전히 반대되는 성격의 시험담수는 환경부가 내성천의 자연성 회복을 정책결정의 우선순위에 두었다면 있기 어려운 설정이다. 주무부처의 정책 결정 방식을 하위 기관의 “하자보수기간 만료 전 시험담수를 통해 댐 안전성 평가 시행”이라는 기술적 검토 그릇에 담은 것은 정부조직법 개편 후 환경부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UN은 미래세대를 고려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17개를 발표하면서 해양생태계 보존, 육상생태계 보호를 포함하였다. 환경부는 이런 지속가능의 문제, 그리고 UN과의 생물다양성협약(CBD) 이행에 관한 문제 등을 다루어야 하는 정부 부처이다. 이런 사안들은 인류공동의 과제로, 무엇보다 공존공생이라는 철학에 바탕 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환경부장관인 김은경 전 장관은 후보자 시절 국회 청문회에서 “강은 강다워야한다”며 4대강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와 철학을 밝힌 바 있다. 환경부는 환경부다워야 한다.
맺음말
한반도대운하가 가시화되면서 2008년 2월 12일, 생명의 강과 생명평화를 화두로 천주교, 불교, 기독교, 원불교의 4대 종단 성직자들이 한강하구에서 시작하는 100일 여정의 4대강 순례길을 떠났다. 길을 걷고, 길에서 먹고, 길에서 자는 풍찬노숙 순례의 길이었다. 2009년 가을이 시작되는 무렵 수경스님, 문규현신부님, 전종훈 신부님 등 불교와 천주교의 존경받는 원로 성직자들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시 오체투지의 순례 길에 섰다. 지리산 노고단에서 시작한 오체투지는 25톤 대형트럭이 달리는 도로에서 뜨거운 아스팔트 또는 비에 젖은 길 위에 엎드렸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면서 이듬해 초여름 임진각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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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순례단 2009년 5월 서울 동작대교 박용훈
이명박 정부가 4대강사업을 강행하자 남한강 여주, 팔당, 낙동강 상주, 대구, 함안, 금강 공주, 영산강 광주 일대 등에서 이 사업에 반대하는 큰 종교행사들이 이어졌고, 낙동강변에서는 문수스님이 소신공양으로 4대강사업에 저항하기도 하였다. 천주교 주교회의는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분명한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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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환경회의 내성천 영주댐 수몰예정지 순례 2013년 8월 박용훈
4대강사업의 일환으로 내성천의 허리를 잘라 강의 생명성을 파괴하는 영주댐 건설에 대해서도 종교계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종교환경회의는 2차례에 걸쳐 여름 종교순례 행렬을 내성천 영주댐 상하류에서 가졌고, 이후에도 종교계는 매년 내성천을 방문하며 영주댐 문제를 놓지 않고 지켜보고 있다. 
영주댐의 목적은 낙동강 중하류에 맑은 물을 흘려보내는 것이다. 내성천이 그동안 잘 해오던 일이었다. 내성천이 있어서 낙동강 제1경이라는 상주 경천대 등 우리가 알던 낙동강이 존재했다. 영주댐 홍수조절 편익은 총 편익의 0.2%가 채 되지 않는다. 사실상 물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거의 유일한 목적인 이 댐에 4대강사업비 22조원 중 1조원이 넘게 투입됐다. 전통문화를  되살리자는 21세기에 400년 전통의 금강마을처럼 영남지역의 중요한 전통문화를 지닌 마을공동체 531세대가 영주댐사업으로 인해 사라졌다. 사람들이 실향의 큰 아픔을 안은 채 쫓겨난 자리에 “명품 관광댐”용 다리 등 시설들이 만들어졌지만, 옮겨 심은 400년 된 느티나무, 200년 된 소나무는 고사했다. 철로이설로 70년이 넘은 평은역이 사라졌고, 옹천역은 격하됐다. 청량리에서 안동으로 가는 도중 학가산 밑으로 6km의 난이도 높은 터널공사를 수반한 철로이설비는 2천억원에 이른다. 댐 하나의 건설비이다. 한국 철도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다. 
금강마을에서 고려시대의 사찰 터와 그 안에서 보물급이라고 평가되는 유물이 출토되었지만, 문화재청은 이 터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그 위에 돌과 흙을 덮은 채 담수하여 보전하는 희한한 방식을 택했다. 문화재청은 명승인 선몽대일원과 회룡포에 식생이 확산되자 한때 예산을 들여 이들을 제거하는 작업을 했으나 지금은 거의 방치하는 수준으로 보인다. 댐이 처리되지 않는 한 소용없는 일임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영주댐으로 인한 경관과 생태계의 훼손은 과거의 일이 아니다. 지금도 진행되고 있고, 댐을 이대로 둔다면 우리가 아는 내성천이 완전히 사라질 때가지 계속될 것이다. 
만약 댐 철거가 결정되면 고향을 등지고 떠난 주민들에게 환매절차가 시작된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은 그리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아마도 이런 것을 내다보는 관료사회의 조직적 저항이 영주댐 문제를 처리하기 어렵게 하는 한 요인일 수도 있다. 영주댐 처리문제가 현 정부에서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것이 이 사안이 가벼운 사안이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그 반대로 영주다목적댐건설사업은 4대강사업 중에서도 매우 무거운 사안이다. 
환경법 중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1장 제1조(목적)은 “이 법은 생물다양성의 종합적 체계적인 보전과 생물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하고 「생물다양성협약」의 이행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민생활을 향상시키고 국제협력을 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제14조(생물다양성 감소 등에 대한 긴급 조치)는 “환경부 장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특별시장 · 광역시장 · 특별자치시장 · 도지사 · 특별자치도지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긴급 복구, 구조 · 치료 · 공사 중지 등 생물다양성의 급격한 감소를 피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할 수 있다” “1. 자연재해 등 국가적 또는 지역적 생물다양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발생한 경우 2. 생물다양성이 심각하게 감소하거나 소실될 위험에 처한 경우 3. 개발사업 등의 시행으로 인하여 야생생물의 번식지나 서식지가 대규모로 훼손될 위험에 처한 경우”라고 적시되어 있다. 댐 처리에 관한 권한이 장관에게 있지 않다면 누구에게 있을까?
우리사회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꾼다. 내 아이들이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다. “이제 한국사회 전반에 ‘녹색전환(Green Transformation)을 서두를 때입니다”라는 제목의 2019 환경백서 발간사에서 조명래 장관은 “물관리 정책도 기존의 이수, 치수, 수질개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강의 자연성을 회복하고 수생태계와 인간의 지속가능한 공존을 모색하는 통합물관리로 전환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강의 자연성 회복에 후대를 위해 반드시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내성천을 포함하고, 수생태계와 인간의 지속가능한 공존을 모색하는 자리에 ’흰수마자‘를 초대하는 것이 현 정부에서는 불가능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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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한강생명포럼 <강과 사람> '흘러야 강이다"(2019년)에 박용훈 회원님이 기고한 글을 옮겨 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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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소식>은 초록사진가이자 생태지평 운영위원인 박용훈 님이 사진과 글로 강이 전하는 이야기를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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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은 보잘 것 없다.

한겨울 강화 갯벌에 나가 본 적이 있는지? 살얼음은 기본이요, “와, 저게 빙산이야, 뭐야?” 할 만큼 커다란 유빙이 갯벌을 덮기도 한다. 칠게며 농게며, 갯지렁이들이 긴 겨울잠에 빠져드는 회색빛 갯벌, 이쯤 되면 풍요로운 생명의 땅이라는, 갯벌에 붙는 수식어가 민망해질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한겨울 갯벌이 마냥 심심하기만 한 건 아니다. 청둥오리며 청머리오리, 홍머리오리, 가창오리, 고방오리, 쇠오리, 넓적부리, 흰죽지…. 정말 많은 오리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나라 갯벌과 습지를 찾는다. 생김새도 다르고 하는 짓도 다르지만, 이들에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수컷이 화려하다는 것.


보통 청둥오리 하면 연상되는 그 모양, 금속광택이 나는 녹색의 머리에 부리가 노랗고 가슴은 밤색인데 목과 가슴의 경계에 흰색 줄이 있으며, 몸통은 밝은 회갈색이고 꽁지깃은 흰색이지만 가운데 꽁지깃만 검게 말려 올라가 있는 모양, 바로 수컷의 형상이다. 그럼 암컷은? 그냥 칙칙한 회갈색이다.

오리류 중에서 특히 화려한 놈을 꼽으라면 부부 금술의 상징(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인 원앙을 들 수 있겠다. 머리 꼭대기는 짙은 녹색이고 머리 뒤로는 길게 늘어진 적갈색 깃털이 있으며 짙붉은 갈색의 가슴과 노란 옆구리, 그리고 은행잎처럼 생긴 선명한 황색의 날개깃, 바로 수컷의 특징이다. 그럼 암컷은? 그냥 칙칙한 회갈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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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지구가열(지구온난화) 때문에 드물게 되었지만, 옛날에는 꽁꽁 얼어붙었던 한강의 얼음덩어리들이 깨져 강화 앞바다로 흘러들곤 했다. “유빙 때문에 배가 못 떠서, 올 설에는 못 가게 됐시다.”하는 게 강화 사람들의 흔한 설 인사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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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의 대가

다른 새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모습, 또는 조류도감에 달랑 한 장의 사진만 있다면 십중팔구 수컷이다. 특히 오리류 수컷은 종마다 확연하게 차이가 나지만, 암컷은 종이 달라도 모양새가 비슷하기 때문에 동정하기가 무척 까다롭다.


대부분의 암컷은 보잘 것이 없다. 몸 색깔도 칙칙할 뿐 아니라 변변한 장식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수컷들은 알록달록하거나 화려한 날개깃을 펼쳐 보이기도 하고, 어떤 놈은 자기 몸의 몇 배나 되는 꽁지깃을 자랑하기도 한다. 목덜미를 비롯해 특정 부위의 깃털을 부풀리거나 색이 변하는 놈이 있는가 하면 다채로운 깃털을 마치 치마처럼 펼치고 훌라춤을 추는 놈도 있다. 


그런데 화려한 깃털은 보기에 좋다는 것 말고는 도무지 이로울 것이 없다. 먼저 비싼 옷을 입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울긋불긋, 북실북실, 화려한 깃털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폼생폼사’하는 당신이라면 이 정도야 감수할 수도 있겠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화려한 깃털은 주위의 눈을 많이 끈다는 점이다. 오우! 돋보이기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시선을 많이 받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러나 야생에서는 천만의 말씀이다. 당신을 주목하는 그 시선은 먹음직한 당신의 육질에 입맛을 다시는 천적의 눈초리일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 천적 중 하나가 인간인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화려한 깃털은 인간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중요한 장식품으로 각광받았다. 1912년에는 새의 깃털이 다이아몬드 다음으로 비싼 고가의 상품이었다. 중대백로와 쇠백로의 화려한 번식깃이 가장 큰 인기를 끌었는데, 30그램에 현재 가치로 2천 달러에 팔렸고, 한때 멸종위기에 처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침몰한 타이타닉 호에서 가장 값비싼 선적품이 뉴욕의 모자 제조상에게 배달될 최상급 깃털이었다.)


생각해보라. 시커먼 갯벌이나 메마른 겨울벌판을 배경으로 화려하게 도드라진 깃털, 그것은 '날 잡아 잡수' 하는 신호와도 같다. 더구나 천적의 습격을 받았을 때 화려하고 숱 많은 깃털은 거추장스러운 애물단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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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앙. 앞쪽이 수컷, 뒤쪽이 암컷이다. 
이유 있는 선택권


그렇다면 왜 수컷들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리도 화려한 의상을 선택했을까. 이처럼 이해 안 되는 현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답을 찾은 이가 다윈이다. 다윈은 화려한 깃털의 공작 수컷을 보고 당황했다. 오죽하면 "공작의 꼬리 깃털을 볼 때면 울화가 치민다."고 했을까.
1859년, 다윈은 생존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개체가 생존에 유리한 형질을 후세에 물려준다는 자연선택론을 발표했다. 그런 그가 포식자의 눈에 띄기 쉽고 도망갈 때도 거추장스러운, 다시 말해 생존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아니 오히려 생존을 위협하는 공작의 꼬리를 보았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왜 저놈은 저토록 생존에 불합리한 방향으로 진화했을까?" 오랜 관찰과 연구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암컷’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암컷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는 거다. 바로 ‘성 선택론’이다.


자연에서 성적 선택권은 암컷에게 있다. 제 아무리 잘난 수컷도 암컷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새끼를 낳고 키우는 데 있어 수컷보다 암컷이 훨씬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투자하기 때문이다. 여러 암컷을 임신시키기에 충분한 정자를 가지고 있는 수컷은 암컷이라면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반면 적은 수의 난자를 가진 암컷은 수정에 있어 신중하며 수정 이후 새끼를 기르는데 있어서도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한다. 공평한 자연은 수컷에게는 집적댈 자유를 주었지만, 더 많은 투자를 한 암컷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무리 속에서 암컷의 눈에 띄기 위한 수컷들의 발버둥은 화려하거나 과시적인 성적 경쟁으로 나타나는데, 새의 경우 그 극적인 결과가 깃털이다. 어떤 인간의 수컷들은 자신이 성적 상대를 ‘차지했다’고 생각한다. 착각이다. 후대에 물려줄 건강하고 안정적인 유전자를 골고루 갖춘 수컷을 엄선하여 최종적으로 암컷이 선택했다는 것이 자연이 알려주는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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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비슷한 암컷들. 왼쪽 위부터 청둥오리, 청머리오리, 원앙, 가창오리 암컷이다.

생존과 번식 사이


이쯤에서 다른 질문을 던져보자. 암컷의 ‘칙칙한’ 생김새는 그저 과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일까. 암컷들에게 번식 기회는 널려 있다. 수컷들이 눈에 불을 켜고 상대를 찾고 있는 마당에, 그들이 성적 과시를 하거나 뽐내며 다니는 곳 어디든 찾아가서 하나를 ‘간택’하기만 하면 된다. 염색을 할 필요도, 화려한 깃털을 만들 필요도, 굳이 쓸데없는 에너지를 들일 필요가 없다. 그런 점에서 암컷은 대단히 에너지 효율적이다.


물론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자식을 양육하는 것이 암컷이기 때문이다. 인간 세상도 마찬가지지만, 나름 노력하는 수컷들도 대체로 육아에 부실하다.(이 핑계를 대면서 육아는 전적으로 암컷의 몫이라는 게 자연의 섭리라는 주장도 있는데, 이건 한마디로 ‘ㄱ’소리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화려할수록 눈에 잘 띄고  천적에게 들킬 위험이 커진다. 둥지에서 알을 품어야 하고, 새끼를 위해 먹잇감을 찾으러 다녀야 하며, 부화 이후에도 새끼들을 데리고 다녀야 하는 암컷이 천적의 눈에 잘 띄면, 자식들의 생존이 커다란 위험에 처한다. 암컷은 물론 새끼들도 주변 환경에 쉽게 숨어들 수 있는 위장색으로 자신의 몸을 감싸게 된 이유이다. 대부분의 새끼들은 수컷이건 암컷이건 성적 능력을 갖추기 전까지 암컷을 닮는다. 간혹 갈매기 같긴 한데 색깔이 거뭇거뭇한 놈이 갯벌에 있는데 무어냐고 묻곤 한다. 유조(어린 새)다. 그러다가 성적 능력을 갖는 연령이 되면 화려한 깃으로 변신하게 된다. 완전히 성장할 때까지는 생존이 우선이었지만, 성적 능력이 생긴 이후에는 번식이 우선 과제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겉치레에 신경 쓰는 수컷에 대해 그저 비웃을 수만 없게 된다. 생존의 위험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종족 번식의 절박함, 피할 수 없는 수컷의 운명인 셈이다. 

그런데 정반대인 경우도 있다. 호사도요가 그렇다. 호사도요는 암컷이 수컷보다 화려하다. 호사도요 암컷은 번식기에 보통 3~5마리의 수컷을 거느리는데 산란하고 나면 다른 수컷을 찾아 떠난다. 물론 육아의 책임은 수컷에게 있다. 육아의 책임이 호사도요 수컷의 깃털을 칙칙하게 만든 것이다. 결국 암컷이건 수컷이건 후세를 기르고 양육하는 문제가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뜻일 터, 번식과 재생산은 모든 종의 최대 관심사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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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도요. 왼쪽이 수컷, 오른쪽이 암컷.
그러나 제발 이 종만은 자연의 섭리를 벗어났으면 한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종이다. 하나의 종이, 그것도 호전적이고 파괴적이며 무척 영민하기까지 한 하나의 종이 무려 80억 개체에 육박한다는 것은 지구의 불행이다. 호주의 오스틀로이드 부족 사람들은 문명인을 ‘무탄트’라고 부른다. 돌연변이라는 뜻이다. 자연 속의 한 구성원임에도 불구하고 그 수많은 생명들, 샛강, 산과 호수를 사랑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파괴하니, 자연의 입장에서 보자면 분명 돌연변이다. 오스틀로이드 부족은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고 사라져 가는 길을 선택했다. 사실 무탄트들이 사라지는 것이 정답임에도 말이다. 이들은 나이 먹는 걸 축하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생일파티는 ‘보다 나아진 걸’ 축하하는 자리이다. 우리들은 ‘백수(白壽)’를 축하할 자격이 있을까.
“작년보다 올해 더 훌륭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그걸 축하합니다. 하지만 그건 자기 자신만이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파티를 열어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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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여상경  생태교육허브물새알 협동조합 관리자



강화로 흘러들어와서 어쩌다 새를 보기 시작, 덕분에 심심치 않게 시간 보내며 남은 여생을 준비하고 있는...

월, 2020/12/28-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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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서식처 – 무상無常하여 강에 사는 약자들의 피난처가 되는 자리

“그래서 내성천은 수 천 만년 동안에 여기 생겼다가 저기 생겼다가, 저기 생겼다가 여기 생겼다가 하는데 이런 장소를 뭐라고 얘기 하냐면 순간서식처라 합니다. 순간서식처를 학술적으로 ephemeral habitat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그 순간서식처의 의미가 뭐냐 하면 물의 disturbance, 물의 파괴작용에 의해서 주기적, 비주기적으로 서식처가 불안정한 상태로 변하는 것, 동적으로 변해가는 서식처, 그게 순간서식처인데 그런 순간서식처는 다년생 식물이 살겠습니까? 생명 환이 짧은 1년생이 살겠습니까? 1년생이죠. 그래서 1, 2년생 식물이 들어가는데 거기에 다년 생인 달뿌리풀이 들어오면 이미 끝나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변화가 급진적으로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위성서식처(satellite habitat)가 매우 중요한데, 위성서식처를 중간에 징검다리 해주는 서식처가 있어요. 그 서식처들이 대부분 순간서식처입니다. 생겼다가 없어졌다가, 그걸 이용해서 가는 겁니다. 이게 피난처가 된다는 거예요. 가다가 위험에 처하면 어디에서 피신을 좀 해야 될 것 아닙니까? 피하려면 어딘가 가봐야 될 것 아닙니까? 그것을 순간서식처라 하는데, 있다가 없어지는 서식처가 생기는 거죠” (사람들이 자는 곳과 일하는 곳이 대부분 같지 않듯이 야생동물들도 그러하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공간이 다 서식처에 해당하는데, 이렇게 기능적으로 구분되는 각각의 서식처를 위성서식처라고 한다. 참여한 김윤전님이 현장 강의 내용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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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지평 시민생태조사단 김종원 교수 현장 강의. 2020년 6월. <시민생태조사단>
생태지평에서 2016년도부터 내성천 흰목물떼새의 서식현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꾸린 시민생태조사단이 2020년도 생태조사를 하면서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현장으로 모셔서 강의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고, 그 첫 강사로 「한국식물생태보감」 저자이며 식생학과 생태학에 권위 있는 김종원 교수를 모셨다. 접하기 어려운 귀한 강의였다. 해질 무렵에야 강의가 끝났는데,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약한 야생동물에게 퇴로를 확보해주는 순간서식처를 가장 인상적인 내용으로 손꼽았다. 우리 강의 특징을 그대로 응축한 한마디이다. 
건강하게 흐르는 강에 존재하는 ‘순간서식처’는 그곳에 있되 늘 변화하는 까닭에 힘이 센 누군가가 움켜쥐는 독점적 전유물의 형태가 되지 않는 그 무엇이다. 하천이 늘 흐르고 움직이며 변동하는 상황에 적응하고 또 이를 이용하면서 살아온 강의 약자들에게는 이런 공간이 삶의 통로이면서 유사시 안전판 또는 퇴로가 되지만 강자들에게는 그래서 그 변화가 오히려 불편한 어떤 차별적인 공간이다. 
다년 생 식물이 아닌 1,2년생 식물이 들어와 산다는 ‘순간서식처’는 강이 만들어낸, 강에서 다양한 생명이 공존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다년생인 달뿌리풀이나 왕버드나무 등은 순간서식처로 들어와 오래 머물면 안 되고 강과 육상의 경계에서 살아야 한다. 이들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모래톱을 장악하는 순간 강에서 공존은 깨지고, 강에 의지해서 사는 작은 물새 등이 밀려나며, 그 영향은 결국 사람들에게까지 미쳐서 더 이상 강에 들어가서 물장구를 치거나 모래톱을 걷거나 앉아서 쉬며 즐길 수 없다. 
순간서식처를 우리사회에 비유하여 재구성해 본다면, 여러 삶의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 사회의 사회적 안전망에 의해 유무형으로 제공된 어떤 안전시스템이 늘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사회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통로와 퇴로 또는 피난처를 제공하는 순간서식처는 물 위로 드러난 모래톱 뿐 아니라 물이 흐르는 강바닥에도 있는데, 김종원 교수는 강에서 약자에 속하는 대표적인 종으로 다른 큰 물고기들이 활동하는 낮에는 모래 속에 숨어 있고 위기가 닥쳤을 때도 모래 속으로 숨는 흰수마자를 꼽았다. 흐르는 강물 따라 늘 움직이며 새로워지는 내성천의 고운 모래가 흰수마자의 서식처이면서 피난처인 것이다. 

늘 같은 모래로 보이지만 강이 본연의 에너지를 잃지 않고 흐른다면 있던 모래는 어느 틈에 내려가고 새 모래가 들어와 형상을 지우고 다시 만들고는 또 사라진다. 강은 본디 무형이고 무상의 강이다. 내성천이 막힘없이 흐르는 한 생태적 조건이 까다롭다고 알려진 흰수마자의 서식처는 늘 새롭게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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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수마자가 살기에 적합한 내성천의 고운 모래와 맑은 물. 2012년 10월.
이날 현장 강의가 이어진 대부분의 모래톱에서 달뿌리풀이 크게 자리를 차지한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김 교수님은 달뿌리풀이 모래톱을 잠식하는 현상을 강이 동맥경화에 걸린 것으로 비유했다. 혈관에 플라그가 낀 것과 마찬가지로 보는 것이다. 왕버드나무 군락 또한 여기저기에서 자리를 잡은 채 넓혀가는 것이 목격됐다. 이는 내성천에서 순간서식처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즉 내성천의 모래에 의지하여 살아온 고유종들이 밀려나는 것을 뜻한다. 
강의 공간이 ’육역화‘ 하는 것은 강 에너지가 주로 댐 등에 기인하는 인위적인 교란에 의해 크게 줄어 강안으로 들어온 육상식물을 제때 밀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댐으로 인해 모래가 내려오는 양이 줄어들고, 자유롭게 거침없는 모래의 이동 또한 위축된다. 순간서식처는 사라지고, 내성천의 모래에 의지하여 살아온 여러 종들이 밀려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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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 제19호인 내성천 선몽대일원 일대의 모래톱이 습지로 변하는 모습. 
2020년 10월. <시민생태조사단>
댐에 의해 육역화가 일어나는 강에서는 강바닥에 또 다른 심각한 변화가 생긴다. 떠내려간 만큼의 모래가 상류로부터 내려오지 않는다. 고운 모래가 먼저 떠내려가고 남게 된 굵은 모래의 비중이 점점 높아진다. 이런 현상은 홍수기를 거치며 확연히 나타나는데, 주로 강물이 흐르는 하도를 중심으로 경계의 모래톱까지 또는 보다 넓은 범위에서 굵은 모래와 자갈이 광범위하게 드러난다. 고운 모래에서 살아가는 내성천의 흰수마자에게는 그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변화일 수밖에 없다. 54일간의 긴 장마 후 이런 현상이 뚜렷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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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 후 모래가 사라지고 자갈이 드러난 상태에서 정화능력이 떨어진 모습까지 보이는 내성천 중류 일대. 2020년 10월.<시민생태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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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용훈 – ‘초록사진가’라는 이름으로 미처 알지 못한 아름다운 강, 우리가 잃어버린 강, 위기에 처한 우리의 강들을 사진에 담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내성천의 아름다움과 상처를 기록해왔다. 
월, 2020/12/28-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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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댐 건설 그리고 흰수마자 수난사 -2
○ 치어방류는 계속되어야 한다. 살아남을 가능성? 一將功成萬骨枯!
한국수자원공사는 올해 5월 29일, 내성천 흰수마자 치어방류 사업과 관련하여 5,000마리의 치어를 내성천 하류 낙동강에 방류했다. 2014년 10월 15일, 내성천 중류 미호교 일대에서 예천의 한 초등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치어 2,000마리를 처음 방류한 이후 4번째 방류였다. 수공이 당초 이 사업을 시작할 때 받은 전문가 자문은 내성천에서 친어를 확보하도록 했는데, 이와 관련하여 환경부는 “지역 유전자 보존”이라고 답변했다고 20대 국회 이상돈 의원 정책보고서 「내성천 생물다양성 보전/2019.12.」은 밝히고 있다. 

1,2차 방류는 내성천에서 친어(어미)를 잡았지만 3차와 4차는 낙동강의 다른 지천인 남강에서 잡았다. 4차 때는 내성천에 방류하지 않고 인근 낙동강에 방류했다. 강은미 의원의 보도자료를 보면 이 4차 방류 관련 입도조사를 정작 서식처인 내성천에서는 하지 않았다. 내성천 흰수마자가 아닌 남강의 흰수마자 치어를 내성천이 아닌 낙동강에 방류한 것이다. 그런데 올해 5월 말 방류 이후 9월과 10월 조사결과 내성천과 낙동강의 모든 조사 지점에서 치어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물론 1~3차에 방류한 1만 마리의 치어도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내성천에서 흰수마자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게 되었고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지적되었으며, 중앙일보가 “1조1030억 들여 초래한 '환경재앙’”이라는 소제목을 달아서 영주댐 문제를 크게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에서는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언론이 여러 차례 다루었던 흰수마자가 그 고향과도 같은 내성천에서조차 완전히 사라졌다는 내용은 그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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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에서 흰수마자 치어를 처음 방류한 후 세운 입간판. 2014년 10월.


치어를 방류했지만 이후 모니터링에서 확인되지 않는 문제점은 2015년 국감에서 심상정의원이 처음 제기했다. 이후로도 2016년과 2020년에 치어방류는 반복되었고,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왜 이런 치어방류가 반복되는 것일까? 그 해답은 위의 중앙일보 언론보도에서 짐작할 수 있다. “1조1030억 들여 초래한'환경재앙’” 같은 신랄한 비판은 영주댐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구지방환경청의 용역으로 수행한 「내성천 유역 자연생태계 모니터링」의 연구수행계획서는 “모래입도의 변화는 내성천에 살고 있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담수어류인 흰수마자에 영향을 주는데, 수자원공사가 영주댐을 건설하면서 흰수마자 보호를 위해 2014년 10월부터 인공증식 복원을 실시하여 2016년까지 3년간 1만마리의 치어를 방류한 것은 댐으로 인한 흰수마자 서식환경의 변화 문제를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런 고리들을 연결해보면 흰수마자 치어를 댐 하류에 반복해서 방류한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댐 하류가 살만하다면 애써 이런 일을 할 필요가 없다. 굳이 남강에서 태어나 잘 살 수 있는 흰수마자를 내성천이나 내성천 하류 낙동강에 방류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앞서 「씨알의 옛글풀이」에 있는 장자의 「소요유」를 소개했는데, 다시 같은 책에 있는 「기해세」란 제목의 당시에 담긴 뜻을 보자.

물 나라 강산이 왼통 쌈판 됐구나.
씨알이 뭣으로 나무 베고 풀 베느냐.
그대게 이르노니 제후 된단 말 마라.
한 장수 공 이루려고 일만 뼈다귀 말랐단다(一將功成萬骨枯)

쓸모없는 댐 하나 지키겠다고, 우리나라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하여 법으로 보호하는 흰수마자를 포획, 인공 산란시켜 매번 수천마리씩 방류하여 결과적으로 죽게 한 것인데, 이런 행위를 멸종위기 보전대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그렇게라도 해서 단 한마리라도 내성천에 남겨야 하는 흰수마자라면 애초에 그런 강에 댐을 왜 세웠는지, 그 댐을 세우면서 어떻게 환경부가 사전환경성검토 때 환경성검토협의회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흰수마자를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는지 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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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용훈 – ‘초록사진가’라는 이름으로 미처 알지 못한 아름다운 강, 우리가 잃어버린 강, 위기에 처한 우리의 강들을 사진에 담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내성천의 아름다움과 상처를 기록해왔다. 
화, 2021/02/2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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