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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의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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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의 페미니즘

admin | 화, 2020/01/21- 18:37

 

[칼럼] 광장에 부는 페미니즘 – 시민연구자 박재승 님

우리는 되돌릴 수 없는 바람 속에 광장으로 나간다. 바람이 여성을 부른 것이 아니라 여성이 바람을 불렀다. 아무도 부르지 않았기에 그들을 반기는 것도 그들 서로일 뿐이다. 그럼에도 여성은 하늘 가장 가까운 곳으로 마이크를 들었다. ‘우리의 문제는 한 번도 끝난 적이 없어.’ 나는 그런 마음으로 여성의 광장을 촬영해왔다.

여성의 목소리는 광장 밖으로 나가 일상으로 들어가는 순간 다른 목소리에 비해 훨씬 빠르게 사라진다. 나는 그것들이 사라지게 놔두기 싫었다. 페미시국광장을 주시한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당시 ‘버닝썬’에 대한 의제를 놓치지 않는 시위는 이곳이 유일했다.

페미시국광장에 처음 갔을 때 다 같이 모리바야사(Moribayassa) 춤을 췄다. 모리바야사는 서아프리카 기니 북동쪽에서 여성들이 기쁨을 나누고 싶을 때 추는 춤이다. 성차별에 대항하는 힘과 의지를 북돋기 위해 준비한 퍼포먼스라고 했다.

그때 추석을 앞둔 시점이었다. 광장에서 나와 수차례 버닝썬 수사와 검찰 개혁 등의 공적의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서 추석 명절의 스트레스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의 문제는 공적이었고, 그것은 다시 사적이었으니 여성의 삶은 속속들이 모든 것을 고발해도 모자란 지경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 뒤로 10차까지 페미시국광장은 쉬지 않고 이어졌다. 10차 집회가 마지막이었는데 강간죄개정을 두고 머리에 빨간 두건을 둘렀다. 시위 현장에 도착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그 광경을 보던 노년의 남성이 웃으면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저기 봐. 민주노총이야. 서초동 시위를 여기에서도 하나 봐.”

이때가 서초동 시위와 맞물려 검찰개혁의 의제가 광장 내에 한참 퍼지는 시기였다. 그리고 10차에서는 강간죄개정이라고 적힌 빨간 두건을 머리에 두르고 있었기에 이를 노동궐기로 착각했던 것 같았다. 웃겼다. 그리고 동시에 마음 한편이 뒤척거렸다.

어떻게 보면 강간죄 개정은 여성에게 노동 운동이기도 했다. 왜냐면 여성이 직장 내에서 노동을 안전하게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강간죄 이슈가 잘 해결되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투쟁의 상징인 빨간 두건을 사용한 것도, 강간죄 개정은 정말 ‘투쟁’이며 그것은 더 남성의 얼굴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기에 그랬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불러일으킨 오해를 풀 길이 없어서 그랬는지, 이것이 새삼스러운 감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엇인가 마음을 계속 들쑤시는 걸 막을 길이 없었다.

이후 행진 때의 기억은 더 선명하게 남았다. 한 시간 넘도록 긴 행진을 하고 광화문 앞으로 돌아왔을 때 마주한 광경은 그야말로 ‘광장’이었다. 광화문 앞에는 서초동 시위의 연장선인 집회가 큰 무대 구조물 사이로 조명 빛과 노래를 흘리고 있었고, 반대편 길에는 그에 반하는 집회가 열려 수많은 소리와 다른 외침이 한 공간에 섞여 있었다.

페미시국광장의 행렬은 사이를 지나가며 강간죄 개정과 검찰개혁을 외쳤다. 같은 검찰개혁 의제를 외치고 있는데 다른 집회던가, 아니면 같은 집회던가. 그 생각을 안고 광장의 한 가운데를 넘어보며 걸어 내려왔다.

페미시국광장 10차의 참여자 수는 백 명을 겨우 조금 넘겼다. 서초동 시위의 규모가 아주 컸던 것을 보면서 의제 집중의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했다. 문제는 그곳에 있지 않았다. ‘여성시민의 의제는 과연 광장의 중심에서 발화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사념이 되어서도 떠돌아다닐 것 같은 오랜 고민이었으나 그날 따라 한참 맴돌았다. 버닝썬 수사에 대한 의제, 불법촬영물 카르텔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검찰개혁을 말하는 것은 순서를 따지기 이전에 여성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여성에게 강간죄 개정과 남성카르텔과 검찰개혁, 불법촬영카르텔은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 시스템의 권력관계가 여성의 삶 곳곳에 존재하는 아주 미세한 이야기가 맞닿아 있다. 그렇기에 여성의 시국은 일상의 두려움에서 버닝썬 수사와 양진호 카르텔로 이어지고, 검찰개혁에 대해 말하다가도 설·추석과 같은 명절에 독박으로 소진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광장에 한 개 의제가 아니라 열 개 의제가 나오게 된 것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과연 필연적인 것을 새롭다고 볼 수 있을까. 페미시국광장의 열 가지 의제의 등장을 새로운 형태의 광장이 유의미한 것으로 보고 연구를 시작했으나 그것은 사실 필연적이다.

어떤 공적 담론에서도 본인의 의제가 우선하지 못하고 밀려나는 삶을 지속하는 자에게는 공적 담론과 사적 담론은 구분되지 않는다. 일상과 공공(public)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둘 중 하나가 해결되려면 다른 하나가 해결되어야 한다. 일상에서 안전은 버닝썬의 강간 문화가 사라지지 않으면 영위할 수 없고 버닝썬 수사는 검찰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여성 시민은 열 개 의제가 계주를 달리듯이 이어지는 것을 그다지 새롭지 않게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특정한 의제에 공감하기보다 이 흐름 자체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듯이 달려야 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일상 정치라는 것은, 분명히 따로 존재하는 독립적인 영역이지만 공적인 것으로 담론화 못했기에 일상의 것으로 밀려난 자들의 정치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광장의 형태가 새로운 운동 네트워크-미시맥락적 동원 네트워크-를 부르는 것일까. 아니면 언론이나 정부로부터 알림 받지 못한 이들의 네트워크는 사적 네트워크를 통해 구성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연구를 마무리 지을 때는 이것을 중점적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바람은 멈추지 않는다. 어떻든, 어떤 경로든 비집고 스며들어 광장에 맴돌게 된다. 그 경로가 아무리 사적인 통로가 될지라도 결코 좁지마는 아닐 것이다.

[칼럼] 필연(必然)의 운동: 90년대생의 페미니즘운동 – 시민연구자 소정 님

“조선일보 폐간하라”라는 문구가 흔들리지 않던 조선일보 건물을 뒤덮었고 나의 SNS엔 친구와 함께, 동료와 함께 붉은 머리끈을 동여매고 나선 인증샷이 피드를 가득 채웠다. 7월 12일부터 9월 28일까지 두 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어진 페미시국광장이 보여준 모습들이었다.

1997년생인 나에게 거리로 뛰어나가 목소리를 외친다는 건 필연인지도 모른다. 2014년엔 나와 동갑인 친구들이 가라앉는 와중에도 수능영어기출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외치는 어른들 틈에 진절머리가 났다.

행동할 용기는 없고 숨은 탁탁 막혀와서 친구들의 손을 부여잡고 매일같이 어떤 감정인지 모르는 수많은 감정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2016년 그 감정이 분노이고, 공포이고, 두려움이었다는 걸 찾아가면서 대학교에 입학해 1년을 보냈다.

그러던 중에도 강남역에서 누군가 살해 당했으며 고등학생 때 미처 말하지 못한 성폭력 사건이 공유됐고 디지털성범죄 피해를 호소하던 주변인은 생사의 길목에 섰다. 그 모든 시간을 거쳐 2016년 말에는 먹먹한 마음을 풀어내기라도 하듯 광화문에, 시청에 우리는 모여들었다.

2016년 촛불집회는 정권을 교체해내는 쾌거를 이뤘지만, 우리의 분노와 먹먹한 응어리는 여전히 남아 사라지지 않았다. 2018년 미투운동은 언어화되지 못한 수많은 성폭력 사건들을 수면 위로 떠올렸지만 동시에 문제 해결이 절대 쉽지 않다는 절망을 느끼게도 했다. 풀어지지 않는 응어리진 마음들은 모이고 모여 다시 우리를 시위 현장으로 이끌었고 우리는 광장에서, 길거리에서, 학교 동아리에서 그렇게 다시 만났다.

누군가는 사회운동의 사회라고 말한다. 사회운동이 사회 내에 하나의 영역(sector)으로 자리 잡아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창구가 될 수 있다고 전한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의 목소리가 과연 사회에서 하나의 영역을 구성할 만큼 견고한가’라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할 것 같다. 사회운동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조차 일반 시민이 남성으로 상정된 이상 여성의 목소리는 배제되거나 타자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운동의 불씨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에 대한 고발과 남성권력카르텔에 대한 문제 제기는 페미시국광장 한참 전부터 이뤄졌다. 페미시국광장 이전에도 오랜 기간 고발의 역사가 있었고, 저항의 역사가 있었으니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성폭력 문제는 친한 몇몇 사이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기도 했고, 피해자들은 용기를 내어 언론을 향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역사가 뿌리 깊은 남성 중심의 권력을 뽑아내기에는 그 권력의 뿌리가 너무나 견고했다.

사회학자 래윈 코넬은 안토니오 그람시가 재정립한 헤게모니 개념을 차용해 ‘헤게모니적 남성성’을 제안했는데 이 권력의 뿌리를 이해하기에 적합한 개념이다. 헤게모니는 개인이 벗어나고자 해서 쉽게 벗어날 수 없고 벗어나기 위해서는 저항이나 협상을 통해 대가를 치러야 한다. ‘헤게모니적 남성성’은 이들이 쉽게 벗어날 수 없도록 사회 전반적으로 성별 역할 및 지위에 관여하고 기존의 가부장제와 남성중심적 권력 체계를 유지한다.

1990년대생에게 이 헤게모니는 일생에 거쳐 강력하게 작동했다. 그러나 2014년, 2016년, 2018년에 걸쳐 헤게모니가 ‘평화롭게’ 굴러가기 위해 탄압과 폭력이 전제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화했다는 게 90년대생의 특징이다.

앞서 언급했던 무수히 많은 사건과 90년대생보다 앞서 길거리에서 사회운동을 이끌었던 사람들의 역사는 작게 나마 90년대생에 저항의 싹을 틔웠다. 학교를 다니며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한 또래는 동아리를 만들거나 주변 지인들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연대를 이끌어나갔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전진했다.

그렇게 사회 운동을 체화한 세대에게 열 개 의제는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90년대생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느꼈던 응어리를 토해내는 광장이었다. 응어리와 공명하는 지점을 명확하게 포착하고 그 문제의식을 기존의 집단과 공유·연대하면서 사회운동은 일상이 됐다.

과연 어떤 삶을 살아온 것일까. 공유된 토대 위에서 개인이 각자 쌓아 올렸던 경험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무엇에 공명해 이들은 시위에 참여했는지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감정과 경험을 어떻게 체득했는가에 따라 페미시국광장의 원동력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응어리져있는 우리의 감정들, 우리의 경험을 펴내고자 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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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업명
은평구 마을공동체 정책지원을 통한 주민의 성장 및 지역사회 활성화 연구

■ 발주처
은평구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 과업기간
2021. 3. ~ 2021. 5.

■ 과업목적
– 마을공동체 참여 경험 조사
– 은평구 마을공동체 정책 성과 및 제언 도출

■ 목차
제1장 연구 개요
Ⅰ. 연구의 개요
Ⅱ. 연구의 배경 및 목적
Ⅲ. 연구 수행방법 및 추진체계

제2장 국내 마을공동체 추진 현황
Ⅰ. 마을공동체 선행연구
Ⅱ. 서울시 마을공동체 추진 현황
Ⅲ. 타 지역 마을공동체 추진 사례

제3장 은평구 정책 추진 현황
Ⅰ. 은평구 현황
Ⅱ. 은평구 마을공동체 정책

제4장 은평구 마을공동체참여 경험 조사
Ⅰ. 마을 활동 참여자 설문조사
Ⅱ. 마을 활동 참여자 FGI
Ⅲ. FGI 텍스트 네트워크 분석
Ⅳ. 참여 경험 종합 분석

제5장 은평구 마을공동체정책 성과분석
Ⅰ. 은평구마을공동체지원센터 활동 성과
Ⅱ. 주민 성장 및 지역사회 활성화를 위한 제언

참고문헌

■ 연구진
이다현 연구사업본부 연구원
손혜진 연구사업본부 연구원

외부연구진
김어진 도시공학 박사

■ 펴낸 날
2021.05.

금, 2021/07/02-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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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가 조직위원으로 참여하는 ‘2021년 공개소프트웨어 개발자 대회’ 정보를 공유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2021년 공개SW 개발자 대회
Step 1. 사회문제형 지정과제 참가
Step 2. 전문기관 멘토링
Step 3. 높은 시상 확률 – 총 상금 2,200만원

◎ 참가자격 : 학생(초·중·고·대학(원)) 및 일반인 등
◎ 참가신청 : 2021년 6월 23일(수) ~ 7월 23일(금)
◎ 출품작 접수 : 2021년 9월 9일(목)
◎ 출품작 평가
▷ 1차(서면) 9월 14일(화) ~ 16일(목)
▷ 2차(발표) 11월 9일(화)
◎ 수상작 시상 : 11월(예정, SW 주간)
◎ 참가혜택
▷ 참가자 대상 공개SW 및 기술개발 온라인 교육 제공
▷ 창업희망자 대상, 창업지원 프로그램 연계지원
▷ 대회 수상팀 및 수상작에 대한 소개 등 홍보 지원
◎ 신청방법
▷ 공개SW포털(oss.kr)을 통한 ‘온라인 접수’ – 자세히 보기
www.oss.kr 접속 > 주요지원사업 > 공개SW 개발자대회 > 참가신청 접수
◎ 문의처
2021년 공개SW 개발자대회 운영 사무국
Tel. 02-599-7917 / Email. [email protected]
카카오톡에서 ‘공개SW 개발자대회’ 검색

화, 2021/07/0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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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온갖문제연구 <열린워크숍: 온갖연구실험실> 시민연구자를 모집합니다.

<온갖연구실험실>은 연구 시작 전 문제 정의와 주제, 목표, 검증 방법을 설계 해보는 프로그램입니다.
엠와이소셜컴퍼니(MYSC)와 카카오임팩트가 함께한 <100UP 문제정의 툴킷>을 활용할 예정이며,
서로가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워크숍 형태로 진행됩니다.

궁금한 것을 직접 연구하고 싶은 시민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100UP 툴킷 발췌 이미지(출처: 100UP 홈페이지)

행사 개요

내용: 100UP 문제정의 툴킷 활용, 연구 설계&방법론 학습
대상: 연구를 시도하고 싶은 시민 누구나 20명
일시: 2019년 11월 16일 (토) 오후 2시-5시
장소: 희망제작소 2층 누구나학교 (마포구 월드컵북로 92)
참가비: 무료 *참가하는 분(팀)에게 <문제정의 100UP툴킷>을 제공해드립니다.
참여신청: 구글 신청서로 접수  bit.ly/온갖연구실험실
발표: 2019년 11월 14일 (목) *참여자에게 개별 연락드립니다.

프로그램

시간

내용

14:00 – 14:30

여는 시간: 접수 및 나와 우리 문제 교환

14:30 – 15:00

프로그램1: 연구 설계 과정, 문제정의 툴킷 설명

“연구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어!”

15:00 – 16:30

프로그램2: 워크숍

문제정의 툴킷을 활용한 나의 연구 설계, 방법론 학습

16:30 – 17:00

맺음 시간: 공유 및 마무리

문의
희망제작소 정책기획실 [email protected] | 02-6395-1435 또는 02-6395-1429

사진 출처
문제정의 툴킷 100UP 홈페이지(바로가기)

화, 2019/11/05-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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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온갖문제연구-궁금한 김에 연구>(이하 궁금한 김에 연구)의 지원을 받은 세 팀의 연구가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지난 11월 가을의 끝자락 열린 워크숍 ‘온갖연구실험실’에서 만났던 팀들을 한 달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궁금증이 탐구로, 탐구가 연구로 이어지는 즐거운 여정을 떠난 시민연구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요. 시민연구자 세 팀을 시리즈 인터뷰로 전합니다.

세번째로 소개할 팀은 <분홍과 노랑의 질주>팀(박재승, 장소정, 이하 분노팀)입니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깊게 고민하고, 이야기 나눌 때 단어를 소중히 고르는 팀이죠. ‘궁금한 김에 연구’에서는 페미시국 광장을 추적하며 우리는 언제 모이고 어디서 흩어지는 지를 연구하고 있어요. 분노팀에겐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인터뷰하면서 작게나마 연구에 참여하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Q. 요즘 어떠세요. 관심있는 이슈가 있나요.

재승: 페미니즘 운동이 일어났고 여전히 대중 안에서 이어지고 있어요. 기존의 운동과 비슷한 것도 많은데 다른 지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동원되고 모이는 이유, 전개되는 방식이 다르기도 하구요. 경험에서 발견한 지점을 제가 학교에서 배우는 사회 운동론 이론과 어떻게 접목시켜야 할지 고민하며 보내고 있어요.

Q. <궁금한 김에 연구>를 실제로 해보니 어때요.

재승: 대학원 들어가서 한 첫 연구가 ‘궁금한 김에 연구’네요. 신청했을 때보다 진행하는 지금이 더 좋아요. 신청했을 땐 한번 해보자는 마음만 들었는데 지금은 유의미한 연구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볍지 않은 마음이지만 그래서 더 좋은 것 같기도 해요.

Q.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생긴 에피소드가 있나요.

재승: 어떤 시위는 가는데 어떤 시위는 가지 않는 것. 그 동기를 발견하고 나에게 닿는 시위가 무엇인지 그려보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이 지점을 소정 님과 함께 연구하고 회의하는 게 좋아요. 저는 회의를 길게 하고, 아이디어를 심층시켜 나가는 걸 좋아하는데, 다른 분들은 힘들어 해요.(웃음) 그런데 소정님은 이런 회의 방식을 좋아해요.

Q. 얼마나 회의를 진행하는데요.

재승: 저희가 7시에 만나 한 시간만 회의하자고 했는데 10시 반에 헤어지기도 하고…서로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점을 포착하고 구체화하고, 면밀하게 가져가다보니 궁금한 게 무엇인지, 진짜 물어야 하는 질문은 무엇인지 나오더라구요.

“함께 연구하는 사람과 과정을 맞춰나가고 숙성된 질문을 만든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Q. 광장에 모이고 흩어지는 배경에 관해 연구가 진행 중인데 조금이라도 알게 된 점이 있다면요.

재승: 원인 분석은 아직 진행중인데요. 페미니즘의 경우 일상 의제와 면밀하게 닿아있는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의 정체성, 일상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참여자가 모이는 것을 보며, 페미니즘이 저변에 깔려 있는 일상 정치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조금 더 연구를 진행해야 보아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요.


시민연구자 박재승 님

Q. 인터뷰 질문을 짤 때도 세밀하게 설계해야겠네요.

재승: 사실 페미시국광장의 주최 단체 중에 지인이 있고, 저 스스로도 시위에 참여했기에 연구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관계망이 없다면 이 연구는 힘들었을 거에요. 우리 세대를 ‘영영 페미니스트’라고 하는데 함께 맺은 커뮤니티에서 암묵적인 믿음이 생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 촘촘한 설계와 관계에 대한 조심스런 마음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Q. 연구가 끝날 때 쯤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재승: 페미니즘 운동이 기존 운동과 어떤 점, 어떤 형태로 다른지 연구한 논문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 점을 알게 되는 것을 떠나서 그 점을 시도해본 것만으로도 성취감을 얻을 것 같아요. 궁금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찾으려 했다는 점에 큰 한 발을 뗀 거죠.

“우리가 우리의 삶을 다른 사람의 언어를 빌리지 않고 사고할 수 있게 만드는게 연구이고,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게 아닐까요?”

Q. 시민들이 왜 연구를 해야할까요.

재승: 언어를 갖게 되기 때문이요. 언어는 여성일수록, 나이가 어릴수록, 돈이 없을수록 많이 갖지 못하는 자원인 듯 해요.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별로 없는 거죠. 언어를 만드는 작업이 학문연구라고 하지만, 학문에만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고 봐요.

Q. 연구란, 온갖문제연구란?

재승: 연구란 세계관의 확장. 나의 세계를 너의 세계를 또는 나와 너의 세계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생기는 것, 온갖문제연구는 제약 없는 250만원. 정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연구비는 진짜 연구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2019 온갖문제연구-궁금한 김에 연구>는 궁금증이 탐구로, 탐구가 연구로 이어지는 모든 연구를 지원하는 희망제작소의 시민연구자 지원 프로젝트입니다. 프로젝트에 선정된 시민연구자에게 연구비 지원(최대 250만원)을 비롯해 연구가 낯선 시민에게는 열린 워크숍 ‘온갖연구실험실’을 통해 연구 방법론을 배우고 나누는 자리를 열고 있습니다. 시민연구자는 자유주제로 연구한 뒤 연구의 시작과 끝을 담아낸 연구보고서를 펴낼 예정입니다.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손혜진 정책기획실 연구원 [email protected]
– 사진: 정책기획실

목, 2019/12/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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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문제연구소 오픈 기념 이벤트 <일상의 불편함을 알려줘>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지만,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높낮이가 다른 대중교통 손잡이, 임산부 배려석, ATM기 수수료 사전 공지 등은 없었습니다.
시민이 불편함을 느껴 만들어진 일상의 변화였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희망제작소는 시민들이 경험하는 일상의 불편, 궁금한 사회문제 등을
‘온갖문제연구소’ 플랫폼을 통해 풀고자 합니다.
일상의 불편을 온갖문제연구소에 털어 놓으세요.
변화를 위한 연구는 희망제작소가 할게요.

온갖문제연구소 플랫폼 오픈을 기념하여 우수 시민제안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응모기간
~ 2020년 10월 23일(금)까지

응모방법
① 온갖문제연구소 방문 lab.makehope.org
② ‘시민제안’을 통해 일상의 불편함 제안하기
③ 완료

선정기준: 아래 기준 중 1개 충족
게시물에 공감댓글 100개 이상 달린 제안
주제의 차별성, 시의성, 추진가능성이 높은 제안(내부 심사)

우수제안 경품(총 15명)
혁신제안(2명): E-BOOK 리더기 (크레마 그랑데)
우수제안(3명): 제로웨이스트 깨끗세트(‘동구밭’ 제품)
문제제안(10명) 문화상품권(2만원 상당)
*경품의 경우 부득이한 상황 발생 시 제품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선정 공지
2020년 10월 28일(수) 오후 중 온갖문제연구소 플랫폼 및 개별연락

선정자 연락
온갖문제연구소 플랫폼 ‘소식’란 전체 공지
온갖문제연구소 플랫폼 가입시 입력한 이메일을 통한 개별연락

문의
희망제작소 기획팀 02-6395-1447, [email protected]

▶오픈 이벤트 참여하기 ◀  

화, 2020/10/06-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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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지난 1월 22일, 희망제작소 2층 희망모울에서 온갖문제연구소 연구지원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온갖문제연구소는 모든 시민이 연구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제작소의 비전 아래, 시민연구자들의 연구를 지원하는 시민연구 플랫폼입니다. ‘2020년 온갖문제연구 시민연구’에 선정된 시민연구자 두 팀(강지수 연구자/손가락 끝에 희망 팀 연구자)이 진행한 연구와 워크숍 현장을 공유합니다.
※ 온갖문제연구소 바로가기 ▶https://lab.makehope.org/
※ 워크숍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진행되었습니다.

온갖문제연구소는 지난 1월 22일 시민 연구자들과 함께 희망제작소에서 연구지원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작년 8월 시민 스스로 불편함을 느낀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온갖문제연구소를 오픈했습니다. 해당 플랫폼에서는 시민 누구나 연구 주제를 제안할 수 있고, 시민 연구 공모를 통해 직접 연구를 진행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온갖문제연구소 오픈 기념 시민 연구 공모에 선정된 두 팀이 지금까지 연구를 함께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지원워크숍은 일종의 중간보고와 같은 자리였는데요. 시민 연구자들이 각자 연구를 얼마나 진행했는지 서로 파악하고, 남은 연구를 이어갈 때 필요한 워크숍을 진행하며 의견을 나눴습니다.

먼저 강지수 연구자는 재활용품의 낮은 재활용률 때문에 온갖문제연구소를 찾았습니다. 연구 공모 당시에는 1인 가구에 올바른 분리수거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분리수거 도감(가제) 제작’을 제안했고, 이후 연구 주제를 좀 더 심화해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 전달을 위한 비주얼커뮤니케이션 연구’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강 연구자는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분리배출 정보 사례를 조사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그가 제작한 프로토타입은 종이와 플라스틱의 분리배출 방법을 설명하는 포스터로, 프로토타입 테스트는 2030세대 1인 가구 7명에게 진행했습니다.

강 연구자가 사례 연구와 프로토타입 테스트에서 찾은 핵심 요소는 홍보물 노출과 설득형 디자인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홍보 경로를 조사하면서 홍보물을 어떻게 노출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한, 물리적 트리거와 심리적 트리거를 활용하는 넛지(Nudge) 개념을 통해 설득형 디자인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연구지원워크숍 이후, 관련 조사를 마치고 디자인과 채널을 결정할 계획입니다.

이날 중간보고 이후 많은 워크숍 참여자가 강지수 연구자에게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거나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질의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희망제작소 연구원 6명은 강지수 연구자로부터 프로토타입과 질문지를 미리 받아서 시범적으로 테스트하고,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해당 답변에 관해 연구원과 강 연구자 간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최종적으로 결과물을 내놓기에 앞서 강 연구자의 연구를 함께 살펴보며 대안을 모색했습니다.

이번 연구지원워크숍에 참여하기 전까지 일상 속 분리배출과 그 디자인에 관해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없었는데요. 워크숍을 거치면서 분리배출에 관해 다시금 짚어볼 수 있었습니다.

강지수 연구자의 분리배출 연구는 시민이 직접 주제를 선정하고 연구할 수 있다는 온갖문제연구소의 장점을 잘 드러내는 사례입니다. 앞으로 온갖문제연구소에 참여하는 시민 연구자가 많아져서, 지금보다 더 다양한 연구 주제를 논하고, 토론하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길 바랍니다.

– 글: 김혜빈 기획팀 인턴연구원
– 사진: 기획팀

수, 2021/02/03-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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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7,8월호 – 당신과 나를 이어줄 ㅊㅊㅊ]

안녕한 날의 페미니즘

 

조진석 나와우리+책방이음 대표

 
최근 여성학과 관련한 책을 읽어본 적 있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돌이켜보니, 대학 다닐 때 ‘여성의 삶’에 대한 관심과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알기 위한 노력으로 독서를 한 경험을 빼고 그 뒤에 의식적으로 읽어본 적이 없더군요. 왜냐면 ‘여성이 처한 심각한 문제’를 뉴스에서 이슈로 매일 접하지만, 경제위기와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와 전쟁과 평화 같은 뉴스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알아야 할 주제 중에 이것은 빠지거나 의제상 후순위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독서의 목록에서 항목 자체가 빠졌다는 뒤늦은 깨달음을 질문을 통해서 알았습니다. 현재까지 대체로 많은 남성들의 독서 목록에 페미니즘 도서는 필독서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페미니즘 운동의 역사가 결코 짧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손희정은 『다시, 쓰는, 세계 – 페미니즘을 만든 순간들』에서 “일반적으로 페미니즘 제1물결이라고 부르는 운동은 19세기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여성 참정권 운동을 일컫는다. 그 이후로 1960~1970년대 페미니즘 제2물결을 지나 1990년 제3물결, 그리고 2010년 이후 펼쳐지고 있는 전 세계적인 페미니즘 부흥을 제4물결이라고들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 책은 2015년 이후의 주요한 이슈를 꼽고 있습니다. “2015년 페미니즘에 관한 남성 평론가 K의 황당하고 무책임한 발언()에 반발하며 시작된 ‘#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 선언(2015), 소라넷 서버 폐쇄 운동(2015),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추모 운동(2016), 웹툰계와 문단 성폭력을 고발하는 목소리에서 촉발돼 영화계, 미술계, 교육계 등으로 번진 ‘○○계_내_성폭력’ 운동,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2018), 낙태죄 반대 검은 시위(2016) 및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2019), 안희정 전 충남 지사 재판(2018~2019) 및 징역 확정(2019) 등등” 페미니즘과 여성에 대한 무책임한 발언부터 대부분의 이슈가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렇기에 왜 이런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지 원인을 알고, 어떻게 해결할지 방안을 찾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 책은 2015년 이후 제기된 이슈마다 맞춤해서 ‘원인과 해결안(제언)’을 중심으로 쓴 짧은 글을 묶었습니다. 조금 더 긴 글과 논문을 묶은 『페미니즘 리부트』도 덧붙여 권하고 싶습니다.

출판계에서 이전에 드문드문 대학 수업 교재와 이론서를 중심으로 나오던 페미니즘 관련 대중 도서가 2016년 5월 17일 강남역 근처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여성이 흉기에 찔려 살해당한 사건 이후 본격적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왜 남성은 일면식 없는 여성을 죽였는가? 왜 여성은 남성에게 죽어야만 했는가? 여성이라는 이유를 빼면, 설명되지 않는 상황을 맞아서 역설적으로 페미니즘을 주제로 하는 책이 이제서야 대중의 문제의식과 만나 출간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페미니즘과 여성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하는 계기가, 여성 살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비극적입니다.

살인만큼 끔찍한 강간 사건을 많은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알지 못하는 사람이 갑작스럽게 하는 것으로 묘사합니다. 그렇지만 부부, 가족, 친구, 데이트 중에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이 실제 숱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면 심리적 충격이 한층 더 클 뿐 아니라 대처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는 담고 있습니다. 이 책 집필의 계기는 잡지 『미즈 MS.』 1982년 9월의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 조사로부터 시작됩니다. 이에 따르면, 낯선 사람에 의한 성폭력이 더 흔할 것이라는 세간의 편견과 달리 실제로는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미즈 MS.』와 국립정신건강연구소에서 미국 전역 32개 대학 총 6,100명의 남녀 대학생을 조사(<미즈프로젝트>)하고서 놀라운 결과를 확인합니다. “여성 응답자 4명 중 1명꼴로 법적 의미의 강간 혹은 강간 미수를 경험해 본 적이 있으며, 많은 여성이 정식 데이트 상대뿐 아니라 친구나 동료로부터, 혹은 직장이나 파티, 술집, 종교 행사, 동네에서 만난 사람 등 주변의 다양한 ‘아는’ 남성들로부터 성폭력 당하고 있음(acquaintance rape)을 ‘사실’로” 밝혀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로빈 월쇼 역시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 피해자입니다. 로빈은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싶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자친구는 자살해버리겠다고 소리를 지릅니다. 남자친구가 자신으로 인해 불행해지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 그녀는, 남자친구의 요청에 따라 함께 친구의 집에 갔습니다. 그러나 그곳에는 친구가 없었고, 그 집에서 그녀는 남자친구의 위협 때문에 성관계를 맺습니다. 다음 날 남자친구는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주었고, 그 뒤 1~2주 사이에 불쑥 직장 근처에 나타나곤 했습니다. 몇 주 뒤 남자친구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가 다시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었고 최소한 몇 달 동안은 그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곳은 가길 꺼렸습니다. 남자친구가 나를 ‘강간’한 것을 깨닫는 데 3년이 걸렸습니다. 가해자가 과거 성관계를 한 적이 있는 전 남자친구라는 사실 때문에, 내 경험에 ‘강간’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강간은 낯선 사람에게서나 당할 수 있는 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3년 뒤 깨닫고 나서 피해 사실에 대한 분명한 자각은 오히려 몇 년간 저자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고, 결국 상담을 통해서 몇 년에 걸쳐 쌓인 응어리들을 풀어낼 수 있었습니다. 십년쯤 지나서 다 극복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 사건의 실태부터, 피해자들의 7가지 반응과 그 의미, 가해자들의 성 관념과 행동 양식, 10대들의 피해 경험, 사교클럽에서 벌어지는 집단 강간, 이런 강간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과 사건의 영향 및 후유증, 경찰과 법원의 대응 방식과 문제점, 여성들에게 전하는 피해 예방과 사후 대처 방법, 성폭력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남성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부모와 학교와 입법자에게 주는 메시지, 생존자와 함께할 때 더 빨리 회복된다는 메시지까지, 이제까지 결코 ‘강간’이라고 불리지 않은 일이지만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사건에 대한 적절한 지침서입니다.

2020년 7월,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호 법안으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를 폐지하고자 합니다. 2020년 7월,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성폭력 고소장이 접수된 다음날 자살했습니다. 2020년 4월,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성추행 사건으로 자진사퇴했습니다. 2019년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및 추행, 강제 추행으로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유죄 판결을 최종적으로 받았습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폐지를 해야 할까요? 오히려 강화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왜 강화해야 하는지 안희정 성폭력 고발 554일간의 기록을 부제로 한 『김지은입니다』를 통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에서 앵커가 묻습니다. “안희정 지사와 김지은씨 사이에 벌어진 일이 위계에 의한 것. 다시 말해서 권력관계를 이용한 것이라는 것, 그렇게 주장하시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저한테 안희정 지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안희정 지사님이었습니다. 수행비서는 모두가 노(No)라고 할 때, 예스(Yes)를 하는 사람이고 마지막까지 지사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라고. 저는 지사님이 얘기하시는 거에 반문할 수 없었고 늘 따라야 하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그가 가진 권력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기 때문에 저는 늘 수긍하고 그의 기분을 맞추고 항상 지사님 표정 하나하나 일그러지는 것까지 다 맞춰야 하는 게 수행비서였기 때문에 아무것도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라고 김지은씨는 답합니다.

“혹시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진 일을 눈치 챈 사람이나 아니면 김지은씨가 이러 이러한 일이 있어 고민이다라고 털어놓은 사람이 누구누구입니까?” “실제로 SOS를 치려고 여러 번 신호를 보냈었고 눈치 챈 선배가 혹시 그런 일이 있었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얘기를 했었고 그런데 아무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냥 어떠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한테 얘기해주지 않았습니다.”(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자체장으로 인해서, 이와 같은 위력에 의한 성폭력의 피해자가 계속 생기고 있습니다. 수많은 곳에서 『김지은입니다』를 읽고서 각성하는 순간을 꿈꾸어봅니다.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을 노래하기 위해.


[당신과 나를 이어줄 ㅊㅊㅊ]은 책방이음의 조진석 대표가 추천하는 책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책방이음은 시민단체 나와우리에서 비영리 공익 목적으로 운영하는 서점입니다.
2009년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문을 열었으며, 우리 사회를 밝게 만드는데 수익금을 써왔습니다.

금, 2020/07/31-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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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젠더기반폭력에 반대하는 시위 여성

2020년 6월 젠더기반폭력에 반대하는 시위 여성

남아프리카 지역 국가에는 여성 혐오와 여성 차별이 사회, 문화 전반에 널리 퍼져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젠더 기반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그 가운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은 해당 지역 내 여성과 소녀들의 안전과 권리를 더욱 위협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1월 신규 브리핑 《가구처럼 대하다: 남아프리카의 젠더 기반 폭력과 코로나19 대응Treated like furniture: Gender-based violence and COVID-19 response in Southern Africa》을 발표했다. 이번 브리핑은 남아프리카 지역 내 5개국(마다가스카르, 모잠비크, 남아프리카공화국, 잠비아, 짐바브웨)의 여성 및 소녀들의 상황에 대한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해당 브리핑에는 이들이 어떤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지,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어떻게 그 피해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법 제도는 여성과 소녀들을 보호하지 못하는지 등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뿌리 깊은 여성 혐오와 젠더 기반 폭력

남아프리카 지역 국가에는 여성 혐오와 젠더 기반 폭력이 만연해 있다. ‘여성은 항상 남성에게 순종해야 한다’거나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에 때린다’ 같은 유해한 성별 고정관념이 사회 문화 전반에 널리 퍼져 있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해당 지역 내 여성에 대한 폭력을 더욱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모잠비크의 한 활동가는 “여자아이들은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에 때리는 것이라고 배운다”고 밝혔다.

여자아이들은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에 때리는 것이라고 배운다

모잠비크의 한 활동가

폭력과 학대를 신고하려는 여성들은 ‘사회에서 정한 성 역할을 따르지 못한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배제당할 위기에 처한다. 또한 폭력과 학대를 신고하더라도 수사 당국은 신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문제를 조사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식량 배급을 받는 짐바브웨 아동 청소년들

코로나19로 식량 배급을 받는 짐바브웨 아동 청소년들

코로나19 봉쇄 기간 중 벌어지는 강간, 폭행과 살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남아프리카 지역 각국에서 봉쇄 조치가 시작된 이후 지역 내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폭력 사건의 수는 급격히 상승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찰에 따르면 봉쇄 첫 주 동안, 젠더 기반 폭력과 관련되어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무려 2,300건 기록되었다고 보고했다. 2020년 6월 중순을 기점으로 여성과 어린이 21명이 배우자에 의해 살해되기도 했다.

일례로, 28세 여성 체고파트소 풀레Tshegofatso Pule는 2020년 6월 잔혹하게 살해됐다. 임신 8개월차였던 그는 6월 4일 실종되었다가 3일 후, 요하네스버그에서 흉기에 찔린 채 나무에 매달린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모잠비크에서는 2020년 3월 긴급사태 선포 이후 시민사회단체에 접수된 가정폭력 사례가 유난히 급증했다. 2020년 6월 6일에는 한 남성이 아내를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이 보고되었으며 2020년 5월 31일에는 모잠비크 마푸토 중앙병원의 한 직원이 강도, 강간 및 살인을 당한 사건도 있었다. 피해자는 국가비상사태로 인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워지면서 밤늦은 시각 혼자 귀가하던 중이었다.

짐바브웨에서는 국가 봉쇄 조치 이후 11일 동안 가정폭력 여성 생존자 보호 단체에 764건의 젠더 기반 폭력 사건이 신고되었다. 2020년 6월 13일 기준으로 신고 수는 2,768건에 이르렀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봉쇄로 인한 빈곤 증가가 봉쇄 기간 동안 젠더 기반 폭력 사건이 급증한 것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성들이 더욱 빈곤해지면서 폭력적인 배우자에게 경제적으로 더 의존하게 되고, 이 때문에 학대에 노출되는 사례도 증가한 것이다.

잠비아의 경우, 경찰 공식 통계에 따르면 국가 봉쇄 기간 중 젠더 기반 폭력 사건은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다소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젠더 기반 폭력 사건이 감소했다기보다는 여성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불가능했음을 반영하는 수치일 수 있다. 실제로 비정부단체 여성청년 크리스천 연합Young Women’s Christioa Association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성폭력 사건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0월 찍은,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젠더기반폭력 기념묘

2020년 10월 찍은,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젠더기반폭력 기념묘

피해자 앞에 놓인 사법 장벽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남아프리카 지역의 사법제도는 젠더 기반 폭력 피해자 및 생존자들의 권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 사법제도와 관련해 다수의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신뢰 부족과, 이들이 경찰 및 당국, 병원 관계자 때문에 경험하는 2차성 트라우마 등 때문이다.

일례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1998년 가정폭력법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소할 수 있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결함으로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법무헌법개발부 장관 로날드 라몰라Ronald Lamola는 2020년 6월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젠더 기반 폭력 피해자들이 번번히 낙담하게 되는 제도적 결함이 존재한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모잠비크에서는 젠더 기반 폭력 사건을 신고하면 경찰은 의무적으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남아공과 마찬가지로, 피해자 중 다수는 피해 사실을 알리기를 꺼린다. 가정폭력을 참고 견뎌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과 가해자에 대한 경제적 의존,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신뢰 부족 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일부의 경우 경찰에서 젠더 기반 폭력 신고를 범죄가 아니라 가족 문제로 간주하고 무시한다고 한다. 젠더 기반 폭력을 둘러싼 낙인 역시 신고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로 지적됐다.

2019년 9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내 젠더기반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 여성들

2019년 9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내 젠더기반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 여성들

국제앰네스티는 남아프리카 지역 여성과 소녀들의 인권 보장을 촉구한다

디프로스 무체나Deprose Muchena 국제앰네스티 동, 남아프리카 국장은 이번 브리핑 조사 결과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다수의 여성 또는 소녀들에게 가장 위험한 공간이 자신의 집이라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이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봉쇄 조치로 여성들은 폭력적인 배우자로부터 벗어나거나, 집을 떠나 보호를 요청할 수 없게 되었다.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젠더 기반 폭력 피해 여성들은 신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성에게 보호와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활동하는 여성 및 단체는 “필수적인 서비스”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에 이동에 심각한 제한을 받으며, 문제 제기 자체를 포기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outhern African Development Community, SADC의 지도자들은 전염병 대유행 및 그 외의 긴급사태에 대한 국가적 대응에 젠더 기반 폭력 및 가정폭력을 방지하고 이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포함되도록 보장해야 한다

“국가는 여성과 소녀들이 젠더 기반 폭력의 폐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경찰에 보호를 요청하거나 사법제도를 이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쉼터 및 그 밖의 지원 서비스 역시 변함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수, 2021/02/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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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청소년, ‘불법이기 쉬운 삶’을 거부하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정지원 활동가 인터뷰

 

여성 청소년들은 성적 권리 Sexual Rights의 ‘주체’로 인식되기 보다는 ‘무성적 존재’ 혹은 ‘피해자’로만 인식됩니다. 우리는 여성 청소년의 성性이 금기가 되는 세상을 거부합니다. 모든 여성 청소년들은 어떠한 공포나 강압, 차별 혹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성적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021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활동가를 만나 여성 청소년의 목소리를 들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2기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정지원입니다. 활동명은 오리입니다. 여성 청소년이 안전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한 고민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정지원 활동가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정지원 활동가

‘위티’는 스쿨미투를 계기로 만들어진 청소년 페미니즘 네트워크예요. 여성 청소년에 대한 보호주의나 미성숙 담론에 대해 반대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고, 여성 청소년의 섹슈얼리티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페미니즘 단체나 청소년 단체와는 다른 ‘청소년 페미니스트’ 단체이기 때문에 페미니즘 이슈를 청소년 시각으로 해석하려 하고, 청소년 이슈에서도 페미니즘 시각을 잃지 않으려는 등 꾸준히 위티의 관점을 갈고 닦는 중에 있습니다.

우선, 여성 청소년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요. 한국 사회에서 여성청소년으로 살아가는 삶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불법이기 쉬운 삶’인 것 같아요. 친권자의 동의 없이 숙박, 경제활동, 피해 사실 신고도 불가하고, 상담을 받는 것도, 약을 처방받는 것도, 선거운동이나 정당활동을 하는 것도 불법이 되는 삶.

지원 님은 청소년 페미니스트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는 페미니즘 활동으로 사회를 변혁시키겠다는 목적보다는 스스로의 변화를 위해 시작했어요.

예전의 저는 ‘왜 내가 이런 환경에 있기까지 어른들은 도와주지 않는가?’ 생각하면서 어른들이 청소년을 보호해주기 원하는 피해자 정체성을 띤 사람이었어요. 그러던 중 ‘위티’에서 진행하는 콘돔전시회 포스터를 보았고, 제가 이전에 접했던 페미니즘과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여성 청소년은 약자로만 여겨지기 쉬운 계층인데, 스스로를 피해자로만 정체화 하지 않는 부분에서 저 개인의 경험을 재정의하고, 새로운 시각을 발견해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고, 그 계기로 청소년 페미니스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른들의 보호를 받아야하는 존재가 아닌, 스스로 서는 주체로서 존재하기 위해 페미니스트 활동을 시작하셨다고 했는데요, 청소년 ‘보호주의’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청소년의 보호자는 친구일 수도, 애인일 수도, 먼 친척일 수도 있는데 꼭 ‘친권자’인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상담이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위험하게 느껴져요. 성폭력을 당해서 상담기관에 가면 부모에게 먼저 알리라고 하는데 그러면 많은 청소년들은 상담 받기를 포기하고, 사후피임약도 처방받지 못해서 더욱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합니다. 부모에게 자신의 성에 대해 말하기 쉬운 청소년이 있을까요? N번방 사건에서 피해자를 향한 주된 협박 내용이 부모에게 알리겠다는 사실이었다는 것만 봐도 많은 청소년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 가운데, 가정 내에서도 여러 위계와 권력들이 작용되어 청소년이 오히려 보호받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폭력 상황이 부모로부터 오는 상황도 많고, 또 성폭력 상황을 부모에게 알렸을 때 또 다른 폭력이 발생할 수도 있죠. 보호자가 부모여야 한다, 청소년은 부모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의 전제는 청소년의 안전을 가정에 맡겨버린다는 의미인데, 청소년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부모가 아닐 수 있고, 부모가 오히려 위험한 존재일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친권자, 부모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여러 법제도가 최선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맥락을 조금 더 세심하게 고려한 법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N번방 사건 이후 청소년 보호주의가 더 작동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에 대해 청소년 페미니스트 단체로서 내고 싶은 목소리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페미니즘 안에서도, 여러 의제나 미디어에서도 여성 청소년의 언어는 찾기 어려운 것 같아요. 미디어가 묘사하는 N번방 피해자들의 모습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반드시 돈이 없어서 성을 팔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비행청소년도 아니었습니다. ‘왜 일탈계에서 성적인 걸 표현하냐, 친구들끼리 하면 안되냐, 합법적인 공간에서 그런 이야기 하면 되지 않냐’ 등 피해자들을 향한 여러 반응이 있는데, 사실 그런 공간은 여성 청소년에게 없어요. 어디에서도 여성 청소년의 성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보통 여성 청소년의 성은 대상화가 되거나, 범주 밖의 금기시되는 성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탈계가 아니더라도 어디서도 이들의 성은 안전하지 못합니다. 다시 보호주의로 돌아가는 걸 경계하는 이유도 이 맥락 안에서 생각해볼 수 있어요.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여성 청소년의 성을 억압하려 하지만 사실 그런 방법으로는 여성 청소년은 절대 안전할 수 없어요. 생리대도 감추라고 하는 보수적인 사회에서 어떻게 여성 청소년이 성에 대해 말하고, 성폭력 피해를 바로 말할 수 있을까요? 성폭력 피해 자체도 성경험으로 보고, 강간과 성관계 자체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회 혹은 구분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회에서요.

가끔은 왜 어른들이 청소년을 보호하려고 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보호한다고 해서 완벽하게 보호되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대부분이 보호가 아닌 통제가 되고, 여성 청소년의 선택권을 좁히고 위험하게 하는 일이 된다는 사실 또한 고려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여성 청소년의 성적 권리가 안전하게 발현될 수 있는 공간에 대해 상상하게 됩니다. 관련하여 위티에서 ‘콘돔전시회’를 진행하셨다고 들었는데 소개해주시겠어요?

저는 ‘콘돔전시회’ 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과 성과 관련된 고민이나 생각을 나누면서 ‘위티’가 안전한 공간임을 느꼈어요. 당시에 저희가 새로운 윤리적 지대라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 정말 새로운 윤리적 지대를 가지게 된 느낌이었어요. 각자가 경험한 감각을 공유하고, 긴 글을 나누면서 서로에 대한 합의점, 공통감각이 생겼어요.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언어를 찾게 된 것도 큰 경험이었습니다. 그 때까지 저에게 성과 관련된 언어는 이성애자 남성, 그 중에서 비청소년 남성이 사용하는 언어가 전부였어요. 여성을 대상화하거나 지우거나 둘 중 하나인 그런 언어들이요. 그런데 콘돔전시회를 계기로 남성 중심의 언어에서 벗어나 이전에는 한 번도 질문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질문하며 저만의 고유 언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는 몸을 긍정하고 있는가? 나의 섹슈얼리티는? 나의 이러한 감각은 섹슈얼리티인가? 나는 이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등 사회 혹은 학교에서 만들어진 통념을 벗어나 스스로가 느끼는 감각을 나의 언어로 풀어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요즘도 활동가들과 함께 ‘콘돔전시회’ 도록을 보곤 해요. 섹슈얼리티에 대한 보호주의 신화가 깨지고, 주체적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계기였고, 그 때 느낀 공통 감각이 이후 N번방 논평, 낙태죄 관련 릴레이 에세이 등의 프로젝트까지 이어졌습니다.

위티 ‘콘돔전시회’ 활동 모습

위티 ‘콘돔전시회’ 활동 모습

얼마 전 스쿨미투 가해교사가 법정 구속되었습니다. 위티와 같이 꾸준히 목소리를 낸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스쿨미투 운동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간혹 스쿨미투가 지난 의제처럼 들려질 때가 있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쿨미투 재판에 방청객으로 참석하는 것, 관련 청원이 올라왔을 때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참여하는 것 등 우리가 지속적으로 연대할 부분이 많이 있어요. 기숙학교의 경우 기숙사 침입 등의 이슈가 꾸준히 발생하는데, 학생들은 대학진학이 중요하기 때문에 큰 처벌을 내리지 않는 등 사건이 대충 덮이고는 해요. 이 부분은 단체 내 기숙학교 출신 활동가들과 함께 연대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위티에서 다같이 스쿨미투 재판을 간 적이 있었어요. 보는 눈이 많은 공적인 상황이었음에도 교사와 학생 사이에 권력이 작용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교사가 참관한 학생들을 한 명 한 명 쳐다보거나, 피해자들이 얼굴을 가리고 들어오는 등 폭력성이 드러나는 지점들이 있었어요.

스쿨미투는 주로 사건의 피해자가 참다가 익명으로 터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러한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건뿐 아니라 사소한 일상 속 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안전하게 문제 제기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학교 내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폭력과 교육이 구분되어 있지 않은 학교에서 피해자들이 무력감을 학습하고, 언어 폭력을 당하고, 고립되는 등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스쿨미투 이야기에 이어 학교라는 공간에 대해 더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학교 안에서 ‘나는 페미니스트다’ 라고 이야기하면 보통 분위기가 어떤가요?

예전에 청소년정책연구원과 하자센터가 함께한 10대연구소에서 ‘학교 내 페미니즘 혐오’에 대한 연구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학교에서는 전반적으로 사회 이슈에 대해 토론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특히 젠더나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기는 정말 어렵죠. 또래 친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점도 있는 것 같아요.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어떻게 하면 학교라는 공간에서 더 자유롭게 성적권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일단 학교의 보수적인 분위기가 가장 큰 걸림돌이에요. 학교는 청소년이 정치적으로 순수하길 요구하고 청소년의 정당활동뿐 아니라 정치활동도 금지하는데, 여기서 정치활동이라고 함은 선동의 가능성이 있는 모든 것이라는 의미로 쓰여요. 그 안에 페미니즘도 포함시켜서 금지하는 거죠. 학교 자체가 논쟁을 꺼리는 공간이고, 학생들이 논쟁할 수 없게 만드는 공간이다 보니, 교내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도 당사자들조차 충분히 정보를 전달받지 못하거나 쉬쉬하며 진행되는 등 민감한 문제, 예민한 문제라며 피하곤 해요.

또한 학생들 인터뷰를 하다 보면 페미니즘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 입장이 많아요. 학생들, 특히 고등학생들은 입시로 인해 매우 바쁘고 꽉 찬 삶을 살고 있어서 뭔가를 알고 싶어도 알 수 있는 권리, 시간을 쓸 수 있는 권리 자체가 없는 듯 해요. 이러한 부분에서 청소년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성적 권리에 대해서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청소년들이 직접 페미니즘 교육을 기획하고 교육활동을 하는 프로젝트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소개 부탁드립니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교육활동가 양성 프로젝트 는 청소년이 교육받는 존재에서 나아가 직접 주체가 되어 참여하는 페미니즘 교육입니다. n번방, 학내 성폭력, 구시대적인 성교육 표준안을 넘어선 새로운 페미니즘 교육을 고민하며 기획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교육자의 전문성이라는 것은 학력이나 나이, 경력 등으로 담보되었는데, 저희는 전문성에 대해서 조금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보기로 했어요. 당사자성이 전문성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저희가 닦아온 청소년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와 감각이 새로운 전문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관련하여 여러 기초교육을 받으며 교육자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안을 완성한 상황이고, 3월부터 ‘위티’ 내부강의, 학교 강의, 열린 강연 등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네 팀으로 나눠서 청소년 페미니즘, 학내 페미니스트, 정치 사회참여 청소년, 가정 내 청소년 등 다양한 주제에 맞추어 강의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계 여성의 날에 여성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다들 안전하셨으면 좋겠어요. 몸도 마음도 무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성 청소년이 안전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을 알기에, 다들 안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항상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동료가 있으셨으면 좋겠다는 말도 전하고 싶어요. 주변에 동료 한 명이 있는지 없는지 그 차이가 삶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신의 성을 긍정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쉽게 피해자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데, 청소년 페미니즘이라는 새로운 렌즈를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언어를 발견해가시길 바라겠습니다.

위티는 어떤 분들과 함께 하고 싶은가요?

1차적으로는 동료가 없는 분들, 고립되었다고 생각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대단한 활동을 하기 위함이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스스로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동료를 찾으러 오시는 분들도 언제나 환영합니다. 페미니즘이 어렵게 느껴지는데 과연 내가 페미니스트라 해도 될까? 고민하는 분들도 오시면 좋겠어요!

위티의 2021년 계획은 무엇인가요? ?

위티는 함께 페미니즘 영화를 보거나 작은 단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페미니즘 동료를 만나고 활동을 시작하는 집행위원회 ‘별별 기획단’과 단체의 운영을 고민하고 회원조직, 전국의 청소년 페미니즘 단체들과 네트워킹하는 운영위원회 ‘도란도란’을 모집하고 있어요.

2021년 위티의 말하기를 함께하고 싶은 모두를 환영합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성과 재생산 권리’를 알고, 이를 옹호할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습니다.

‘성과 재생산 권리’ 라는 이름 자체는 생소하지만, 그것의 속성은 전혀 생소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내 몸과 관계에 대하여 자유롭게 표현하고,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 성과 재생산 권리(Sexual and Reproductive Rights)

  • 자신의 몸, 건강, 성생활, 성 정체성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
  • 자신의 몸과 건강에 대한 정보와 교육, 서비스를 요청하고 받을 권리
  • 피임을 포함한 임신의 여부와 시기를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
  • 원하는 가족의 형태를 선택하고 구성할 권리
  • 강간과 그 외 성폭력 등의 차별과 강요,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전 세계 많은 곳에서는 가족, 공동체, 종교기관, 국가 등이 개인의 ‘성과 재생산 권리’를 통제하고 억압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 혹은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성과 재생산 권리는 침해되기 쉬운 영역이 되곤 합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나’의 몸과 삶에 대한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는 권리, 즉 성과 재생산 권리가 있습니다.

관련하여 국제앰네스티는 청소년(만 16세~19세)이 성과 재생산 권리를 알고 옹호할 수 있도록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자 합니다. 아래 설문조사 링크를 클릭하여, 여러분의 의견을 들려주세요! :D
 

설문조사 링크 바로가기 >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심볼

월, 2021/03/0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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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착취 사각지대 : 플랫폼 추적의 시작 #얼마나_바뀌었을까?

1년 전 3월, 텔레그램 ‘박사방’ 조주빈의 검거로 일명 ‘n번방’ 사건이 대대적인 눈길을 끌었다. 이는 여성에 대한 성착취와 폭력이 디지털기술을 만난 위험한 조합이 온라인을 타고 얼마나 최악으로 치닫을 수 있는지를 한 눈에 보여주는 인권 유린 사건이자 한국을 넘어 전세계적 대응이 필요한 인권 과제라 부를만 했다. 검찰에 송치되던 25일 아침 포토라인에 선 조주빈의 모습은 일명 ‘n번방’ 사건으로 불려오던 디지털 성착취 사건의 척결을 상징하는 한 장면으로 남는 듯 했다. 경찰과 서울중앙지검은 각각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본부와 특별수사 TF를 구성했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자 모두가 한 목소리로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여성단체들의 연대와 투쟁이 두드러졌다. 익명의 여성 연대자들은 성 착취물을 채증, 신고하고, 경찰 수사에 공조했으며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모아 법원에 전달하거나 전국 성착취 재판을 단체로 방청했다.

“피해 여성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의 정당한 분노에 공감한다. 정부는 불법 영상물 삭제뿐 아니라 법률, 의료 상담 등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 할 것이다. ‘n번방’ 운영자 등에 대한 조사에 국한하지 말고, ‘n번방’ 회원 전원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_문재인 대통령

이런 기류를 타고 디지털 성범죄 법정형을 높이는 내용을 포함한 일명 ‘n번방 방지법’들이 국회를 통과했고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을 마련했다. 그러나 ‘박사방’ 조주빈이 1심에서 총 45년형이라는 비교적 높은 형량을 받는 와중에도, 여전히 ‘보는 눈’이 덜한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중 대다수는 집행유예나 낮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가해자들은 더욱 고도화된 수법으로 텔레그램에서 디스코드로,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 활개하고 있다. 지난해 말 ‘n번방’ 사건을 갈무리한 어느 특집 기사 속 피해생존자들은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피해자가 엄청 많은데 아직 신고하지도 못하고, 엄벌 탄원서를 내는 것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이렇게 수많은 사람이 아직도 고통스러워한다는 걸 사람들이 모른 채 사건이 끝나면 어떡하죠?”,“다 (삭제하지) 못했어요 분명히…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피해자가 엄청 많은데 아직 신고하지도 못하고, 엄벌 탄원서를 내는 것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이렇게 수많은 사람이 아직도 고통스러워한다는 걸 사람들이 모른 채 사건이 끝나면 어떡하죠?

다 (삭제하지) 못했어요 분명히…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온라인은_모두에게_안전할까?

비대면 시대 한층 가까워진 온라인 공간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손쉬운 편리함과 무한한 연결성을 담보하는 한편,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성 착취물이 무방비 상태로 무한 공유되는 참담함을 안겨주었다. 온라인상 성 착취물을 감지하고 삭제하는 속도는 신규 파일을 업로드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불법 성 착취물을 감지하고 삭제하는 ‘기술의 발전’ 속도보다 이를 업로드하고 공유, 저장하는 기술의 발전이 더 선호되었고 그래서 더 빨리 상용되었다. 피해생존자들은 젠더기반폭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살 권리, 표현의 자유와 정보에 접근할 권리, 프라이버시 및 데이터를 보호받을 권리 등을 처참히 침해당했다. 이들의 정의 회복을 위해서는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모든 의무 담지자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인권적 노력을 수행했는지를 물어야 한다. 가해자 처벌과 제도 개선뿐 아니라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이 되어준 플랫폼에도 더욱 책임을 촉구해야할 이유다.

2018년 유엔인권이사회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조장하는 온라인 여성 폭력의 대두와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유엔 여성폭력 특별보고관은 “공적 및 사생활 범주 모두에서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여성과 소녀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는 일은 여전히 글로벌 사회의 도전 과제로 남아있으며, 이러한 과제는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SNS와 왓츠앱, 라인 등의 메신저앱에 해당하는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인터넷 중개자는 상호작용을 위한 디지털 공간을 제공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기에 인권 보호에 대한 일정한 책임을 지닌다”고 명시했다. 특별보고관은 또한 ICT, 디지털 테크 기업으로 대표되는 비국가 행위자의 잠재력과 가능성에도 주목할 것을 언급했다.

#Stop_ONLINE_Violence_against_Women_2021

추적단 불꽃 x 국제앰네스티

추적단 불꽃 x 국제앰네스티

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새로운 질문을 던져보려 한다. ‘n번방’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가해자들의 수법과 행위를 처벌하는 것 못지않게 글로벌 플랫폼 기업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는가? 충분한가?

이를 위해 국제앰네스티는 가장 오랜 시간 이 문제를 고민해온 추적단불꽃과 머리를 맞댄다. 지난 2020년 앰네스티 언론상의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된 추적단불꽃은 여전히 디지털 성범죄 생태계를 추척하며 취재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한편 국제앰네스티는 앞서 2018년 트위터를 이용하는 여성들이 겪는 성차별, 인종차별, 동성애혐오적 언어폭력 문제를 다룬 조사 보고서 를 발간하고 ‘누구나 두려움 없이 온라인상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해온 바 있다. 그리고 그보다 앞선 2004년 3월 여성의 날에는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의 시급함을 알리는 글로벌 캠페인 ‘Stop Violence against Women and Girls’를 론칭해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여성 폭력 실태를 고발하기도 했다.

그리고 2021년, 국제앰네스티는 여성 폭력 근절을 위한 캠페인에 ‘온라인’이라는 키워드를 추가하려 한다. ‘Stop ONLINE Violence against Women and Girls’이라는 주제 아래,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근절시키기 위한 콘텐츠 연재를 시작한다. 오는 3월 말, ‘n번방’ 대응 1년을 돌아보는 콘텐츠를 시작으로 디지털 성착취의 드넓은 사각지대인 ‘플랫폼’에 남은 질문을 던지는 생생한 추적기를 공유하려 한다. 그 어느때보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삶은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자 일상이 되었다. 더디지만 천천히 사회가 변화하듯 온라인 공간 속 질서와 사용 방식도 바로 잡을 수 있고 학습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여정에 함께할 시민들의 결코 사그러들지 않는 연대를 기대해본다.

N번방 영상 티져 대체 이미지
, 김을지로 (2021)

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디지털 성착취 근절 캠페인의 시작을 알리는 티저 영상 을 제작했다. 3D 아티스트 김을지로가 구현한 이번 티저 영상은, 현실(자연)과 가상(인공 큐브)을 상징하는 두 개의 공간성에서 디지털 성착취 문제를 바라본다. 두 세계를 아우르는 하늘 위 구름은 ‘망’ 혹은 ‘공유 기술’을 암시하며, 업로드와 다운로드로 끊임없이 연결된 온·오프라인 생태계를 조성한다. 한편, ‘n번방’ 사건 직후 떠들썩 했던 공직자들의 말과 1차, 2차 가해자들의 말이 맴도는 가운데, 피해자들의 불안은 여전히 남아있다. 가까이서 들여다본 가상의 세계는 섬뜩하게도 현실의 모습이 무한 반복된 집합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의 구분이 무의미한 시대, 디지털 성착취를 비롯해 온라인에서 만연한 여성 폭력 근절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추적단불꽃의 불길과 앰네스티의 촛불이 추적을 시작한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심볼

월, 2021/03/0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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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래퍼 슬릭,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 등 총 8명의 여성 아티스트와 협업
추적단 불꽃과의 ‘’n번방’ 1년, 남은 질문들’ 추적기 협업을 알리는 티저 영상 공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기고문 및 인터뷰 발행

(서울 2021-03-08)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캠페인을 전개하며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여성 인권 이슈를 알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연대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그동안 이야기되어 온 ‘여성을 향한 폭력(Violence Against Women)’ 대신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Women Against ViolencE, WAVE)’을 올해 세계 여성의 날 주제로 삼아 수동적으로 보호 받아야 하는 여성이 아닌, 능동적으로 행동하며 세상을 바꾸는 여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각자의 삶에서 자기 자신의 방식으로 대항하며 서로 연결되는 여성의 목소리를 파도(WAVE)로 비주얼화했다.

이번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캠페인에는 작가 김지승, 작가 민서영, 작가 비차, 래퍼 슬릭,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 작가 이지, 작가 하미나, 페이퍼프레스 등 총 8명의 여성 아티스트가 참여한다. 참여 아티스트는 웹툰, 기고문, 그림 중 자신만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높이며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과 연대한다. 이와 함께,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대중의 공감과 연대를 장려하며 참여형 SNS 캠페인 ‘#파도는멈추지않는다’를 일주일간 진행한다.

한편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텔레그램 내 성 착취 사건의 최초 신고자이자 기록자인 ‘추적단 불꽃’과 협력해 우리 사회에 여전히 남은 질문들을 쫓는 활동을 시작한다. 이를 알리기 위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추적단 불꽃의 문제의식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티저 영상 ‘’n번방’ 1년, 남은 질문들’을 공개한다. 영상은 디지털 성착취 사건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온라인 플랫폼 공간과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의제를 던진다. 추적단 불꽃의 추적 기사는 3월 말부터 지부 웹사이트를 통해 순차적으로 게재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n번방’ 사건 이후 ‘피해자’ 혹은 ‘무성적’ 존재로 여성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선에 문제를 제기하며, 여성 청소년의 목소리로 성적 권리를 말하고 생각하는 것을 독려하기 위해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여성 청소년, 권리로서의 성적 권리에 대해 말하다’ 기고문과 ‘여성 청소년, ‘불법이기 쉬운 삶’을 거부하다’ 인터뷰를 발행한다.

또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낙태죄’ 폐지 이후 한국 여성 인권의 현주소와 폴란드 등 국외 사례를 통해 멈추지 않고 대항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홈페이지에 소개한다. 앞서 언급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캠페인에 대한 모든 자료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캠페인 페이지 링크: https://amnesty.or.kr/campaign/WEARETHEWAVE


국제앰네스티는 1961년 설립된 국제 비정부기구 (NGO, Non-Governmental Organization)로 전 세계 160개국 이상 1,000만 명의 회원과 지지자들이 함께하는 세계 최대의 인권단체이다. 국적·인종·종교 등의 그 어떤 차이도 초월해 활동하며,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경제적 이익으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한다. 국제사회에서 합의한 기준들을 바탕으로 조사 활동을 진행하고 표현의 자유, 사형제도 폐지, 고문 반대, 여성과 성소수자 권리 보호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와 협의자격을 유지하고 있으며, 1977년 노벨평화상과 1978년 유엔인권상을 수상한 바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1972년에 설립되어 국내외 인권 상황을 알리고 국제 연대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화, 2021/03/0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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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을 위한 시위에 참여해 서로를 안고 있는 여성 시위자들

여성인권을 위한 시위에 참여해 서로를 안고 있는 여성 시위자들

세계 여성의 날은 축하의 시간이어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여성, 소녀, LGBTI가 특히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지금, 이날을 온전히 축하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찬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변화가 많았던 한 해였다. 이번 글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변화는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10가지 주요 성과를 소개한다.
아르헨티나 임신중지 합법화 법안 통과를 위해 시위에 참여한 여성

아르헨티나 임신중지 합법화 법안 통과를 위해 시위에 참여한 여성

1. 아르헨티나 ‘녹색 물결’이 이룬 쾌거

2020년 12월, 여성 활동가들의 오랜 캠페인 끝에 아르헨티나에서 임신중지가 합법화되었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에서는 임신 14주까지는 합법적으로 임신중지를 위한 시술을 받을 수 있으며 임신이 이보다 더 진행된 경우에도 강간으로 인한 임신이나 건강상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 임신중지가 가능해졌다. 지난 30년간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가 아르헨티나에서 산모 사망 원인 중 1위로 기록된 만큼, 이번 결과는 앞으로 많은 생명을 구하게 될 것이다.

18개월 전만 해도 임신중지법 개정안은 아르헨티나 상원에서 부결됐었다. 하지만 활동가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고무적인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마리엘라 벨스키Mariela Belski 국제앰네스티 아르헨티나 지부 사무국장은 발의안 부결 당시 이는 “실패가 아닌 하나의 디딤돌”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이후 2년 만에 실제로 임신중지 합법화를 이끌어낸 아르헨티나의 사례는 우리 모두에게 큰 영감이 됐다.

폴란드 헌법재판소 결정에 반대해 거리로 나온 여성들

폴란드 헌법재판소 결정에 반대해 거리로 나온 여성들

2. 제한적인 임신중지법 속에서 끊임없이 싸운 활동가들

지난 1년간 특히 코로나19 대응이라는 미명 하에 성과 재생산권을 제한하는 조치를 도입한 국가가 늘어났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많은 여성활동가들은 끊임없이 목소리를 냈다.

2020년 10월 폴란드 헌법재판소는 사실상 모든 경우에서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1월 온두라스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임신중지법이 통과됐다. 일부 국가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조치 중 임신중지 접근성 제약 문제를 해소하고자 원격의료 시스템 등을 도입하는 노력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여성 생식 건강 의료 서비스가 중단되었다.

하지만 여성들은 정부가 바뀌길 기대하면서 수수방관하지 않았다. 이들은 탄원서 신청, 시위 조직, 워크샵 개최, 지원 및 의료서비스 제공 등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 한국의 낙태 비범죄화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런 운동은 실질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임신중지가 전면 금지되어 징역형이 내려졌던 태국에서도 임신 12주까지 임신중지를 가능하게 하는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시애라리온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

시애라리온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

3. 시에라리온, 임신한 여학생 등교 금지 철회

2020년 3월 시에라리온에서는 임신한 여학생의 등교 및 시험응시 금지를 철회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2015년부터 시에라리온에서 임신한 여학생들은 낙인 찍히고 교육 받을 권리를 박탈당하여 향후 취업에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에 이 금지 조치는 철회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평등한 교육권에 조금 더 다가간 의미 있는 한걸음이었다.

4. 강간법 개정

2020년 12월, 덴마크에서는 여성인권 및 피해생존자단체가 다년 간 노력한 끝에 동의 없는 성관계를 강간으로 규정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여타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개정 전 덴마크 강간법은 물리적인 폭력, 협박 혹은 강제성이 입증되어야 강간으로 인정하는 시대착오적인 법이었다.

덴마크에서 강간법 개정을 위해 시위로 나온 여성들

덴마크에서 강간법 개정을 위해 시위로 나온 여성들

덴마크 기자인 커스틴Kirstine은 자신이 과거에 강간을 신고한 후 정의 구현이 되기까지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경찰, 변호사, 판사 모두 물리적인 폭력에 대한 증거에 초점을 맞춰 피해자의 동의 여부가 아닌 저항 여부에 치중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있었다. 크로아티아도 2020년에 관련 법을 개정했다. 스페인과 네덜란드도 곧 동일한 절차를 밟겠다고 발표했다. 법을 개정한다고 해서 강간을 예방할 수는 없겠지만 동의 여부를 법에 내제화함으로써 강간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목소리가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는 데 크게 일조한다는 점에서 이런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

5. 동성 결혼의 합법화

코로나19 사태로 LGBTI들은 특히 더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의료서비스, 고용, 주거 등의 어려움이 심화되었고, 봉쇄 조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위험한 환경에서 자가격리해야 한다.

그러나 힘든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소식이 이따금 들려왔다. 2020년에 코스타리카는 중미 국가 중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으며, 북아일랜드에서는 첫 동성 결혼식이 열리기도 했다. 가봉은 합의에 의한 동성간 성관계를 비범죄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앙골라에서는 동성간 성관계 금지를 철회하는 법안이 발효되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몬테네그로는 동성 간 시민 동반자 관계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크로아티아에서는 동성 커플의 아동 위탁이 합법화되었다. 한국일본에서는 LGBTI를 포함해 사람들을 차별로부터 보호하는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되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모두가 평등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과정에서 얻어낸 중요한 진전이었다. 점진적으로 더 많은 국가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6. 직장에서의 LGBTI 권리 보호

6월 미국 대법원은 민권법에 따라 성적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기반으로 고용 과정에서 LGBTI를 차별하는 것이 금지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마침내 법에 의해 LGBTI가 평등할 권리가 인정된 것이다.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취약해졌던 성소수자의 인권 보호가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변화이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 세계 트랜스젠더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이들을 위한 지원 서비스가 중단되고 트랜스젠더들이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들은 폭력의 위험에 노출되고 더욱 소외되었다.

정부의 구체적인 구제조치나 부양책이 부재하면서 트랜스젠더들은 다른 트랜스젠더 혹은 LGBTI 커뮤니티의 지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트랜스젠더 활동가들과 LGBTI 커뮤니티가 협력하여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지원을 제공한 고무적인 사례가 일부 관찰되었으나,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상황을 위해 활동가들이 나서야 하는 상황은 있어서는 안 된다.

7. 수단의 여성할례 공식 금지

여성할례가 가장 성행하는 국가 중 하나인 수단에서 2020년 7월 이 관행이 공식 금지되었다. 이 법률이 충실하게 지켜진다면 수백만 명의 여성과 소녀들이 여성할례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루자인 알 하스룰의 최근 모습

루자인 알 하스룰의 최근 모습

8. 여권인권 활동가들의 석방

2021년 2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인권옹호자 루자인 알 하스룰Loujain al-Hathloul이 3년 만에 석방되었다. 루자인은 여성 운전금지법 폐지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지만 관련 법이 개정됐을 시점에는 남성 후견인 제도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수감된 상태였다. 루자인의 가족과 전 세계 인권 단체는 끊임 없이 루자인의 석방을 위해 싸워왔으며 루자인과 더불어 구금 상태에서 고문을 받고 있는 다른 여성들을 위한 정의 회복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루자인은 현재 보호관찰 대상 분류되어 출국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이다.

루자인의 동생 리나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루자인이 집으로 돌아왔지만 자유를 찾은 것은 아니다.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 정치적 이유로 수감된 사람들이 모두 석방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아직도 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활동을 이유로 수감되어 있다. 정부가 억압적인 법률을 개정하고 고문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을 때에만 진정한 의미의 정의가 구현될 것이다. 그렇지만 우선 가장 용감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인권옹호가 중 한 명이 석방되었다는 사실을 축하하자.

9. 영국 ‘탐폰세’ 폐지

2021년 영국 정부는 여성 단체의 오랜 캠페인 끝에 ‘탐폰세Tampon tax‘를 폐지했다. 지금까지 영국에서는 위생제품이 사치품으로 분류되어 부가가치세 5%가 부과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 유럽연합은 회원국들의 ‘탐폰세’를 전면 폐지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이스탄불 협약 가입 지지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

우크라이나의 이스탄불 협약 가입 지지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

10. 젠더기반폭력에 대해 거세진 대항

전 세계 곳곳에서 봉쇄 조치가 시행되면서 세계적으로 가정폭력 발생률이 급증했다. 팬데믹은 가정폭력의 만연함과 그 심각성에 경종을 울렸고 세계 곳곳에서 이에 대항하는 캠페인이 촉발되었다.

2020년에는 여성들을 여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여성들이 많았다. 나미비아에서는 성폭력과 여성살해Femicide 철폐를 위한 시위가 열려 수도가 마비됐다. 터키와 우크라이나에서는 여성폭력과 가정폭력 퇴치를 위한 유럽평의회 협약인 이스탄불 협약Istanbul Convention을 지지하는 대대적인 시위가 열렸다. 남미 전역에서는 수백만 명의 여성이 폭력과 불평등에 대항하여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우리는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변화를 이룩하고 있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변화에 동참할 수 있고 또한 하고 있다. 변화를 만들어내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그들이 만들어낸 파도는, 절대 멈추지 않는다.

금, 2021/03/1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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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 소위 '이대남' 현상이 정치계를 뒤흔들고 있다. 그 직접적인 계기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였다. 20대 남성과 여성의 표심이 극명하게 엇갈렸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20대 남성의 '보수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또 최근 GS25 홍보물을 둘러싼 소위 '남성혐오' 논란은 분노한 청년세대 남성들의 안티 페미니즘 성향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러한 '이대남' 현상 자체가 실체가 없다거나 일부의 현상에 지나지 않는 것에 불과하다는 목소리 역시 존재한다. 과연 '이대남' 현상의 실체는 존재하는가? 우리는 지금의 현상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에 대해 어떠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와 관련하여 20대 남성 당사자, 여성주의 학자, 사회단체 활동가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보기로 했다. 총 6편의 글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①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Research&listStyle=list&docum... rel="nofollow">한국의 '이대남'과 미국의 '브로플레이크'...'백래시의 시간'이 왔다 / 손희정 경희대학교 교수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Research&document_srl=1795593" rel="nofollow">'이대남' 허상을 신화로 만든 언론...'反페미'와 취업난이 대체 무슨 상관? / 지우개 충북대학교 학생

③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Research&document_srl=179657... rel="nofollow">이준석이 '82년생 김지영'을 공격하는 이유는? / 권명아 동아대 교수


 

'인국공 사태'의 교훈이 반페미니즘?

'이대남' 현상은 실재하는가? ④

 

권명아 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이전 글("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Research&document_srl=179559... rel="nofollow">이준석이 '82년생 김지영'을 공격하는 이유는?")에서는 2014년 이후 대기업과 중견 기업의 신규 채용 비율이 급락하면서 청년 세대가 한국의 어떤 세대도 경험해보지 못한 취업 전쟁에 내몰리게 된 과정을 살펴보았다. 또 이에 대해 노동과 고용 문제 전문가들은 대기업과 중견 기업에 청년고용 할당제를 의무화하는 방식이 유일한 해결책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보수 정당과 보수 세력 그리고 재계는 청년 고용 할당제 실시를 10년 넘게 반대해왔다. 최근 국민의 힘의 여러 정치인이 20대 남성이 차별받고 있고 차별받지 않는 여성을 위한 할당제가 남성 차별을 강화한다고 주장하고 있음도 살펴보았다. 보수 집단의 20대 남자 차별론은 여성 할당제나 청년 할당제 자체가 "사회주의 계획 경제 냄새가 난다”고 공격해온 보수 우파 정권의 논리를 반복하는 것임도 지적했다. 이번 글에서는 이에 이어서 문재인 정부와 이른바 진보 진영 버전의 젠더 갈등 프레임을 살펴보고자 한다.

 

지지율 지표 관리 체제의 지배와 젠더 정책과의 경쟁 헤게모니

 

그렇다면 청년 고용 할당제의 민간부문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는 왜 지금 젠더 갈등 프레임에 매달려 있을까?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에 고용 책임을 부여하는 정책 추진에 처음부터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태도를 취했다. 민간부문 일자리 확대에 대한 정책 비전 제시도 없이 급작스럽게 발표한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른바 인국공 사태)은 그런 점에서 매우 상징적이다. 한국의 어떤 세대도 경험해보지 못한 취업 전쟁에 내몰려서 대기업과 중견기업 채용이 막힌 채 공공부문 취업에 몰려들 수밖에 없는 게 현재 청년 세대의 현실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 등 민간부문에 막혀 있는 고용을 해결할 유일한 대안인 대기업 신규 채용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기보다 공공부문 중 특정 사례를 시범 사례로 정규직 전환을 발표했다. 고용 구조 개편, 대기업 책임 강화, 경제 민주화 등 가장 시급한 대안, 청년들이 목마르게 기다려온 대안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청년들이 분노할 정당한 근거가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청년 고용과 관련한 경제 구조 개편을 서둘러야 했다. 그러나 사태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재벌 개혁, 경제 민주화, 고용 없는 성장 비판 담론은 어느새 문재인 정부에서 뒤로 사라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년 고용 문제는 대기업의 고용 책임 강화, 재벌 개혁, 경제 민주화 정책이 아니라, 지지율 문제로 전도되었다. 이런 전도가 단지 인국공 사태의 충격 혹은 20대의 반발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정책 전반에서 대기업에 대해 '자율'이라는 담론을 반복하고 있고 대기업에 대한 정책 담론 자체가 거의 사라져버렸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이른바 세대 불평등, 청년 세대의 공정 감각, 20대 담론, 젠더 갈등론이다. 경제 민주화 정책 대신 젠더 갈등 프레임이 들어서는 과정은 사회 전반의 차별 구조를 개편하고 평등을 지향하는 정책에서 후퇴하는 일이기도 했다.

 

젠더 갈등 프레임은 사회 전반에 걸친 평등 정책에서 후퇴하고 차별 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책조차 뒤로 한 채 책임을 20대 여성, 20대 남자, 페미니즘 탓으로 전가하는 전략의 산물이다. 게다가 국가 정책이 상시적인 지지율 지표 관리 시스템에 종속되면서 매번 정치인들에 의해 '문제 집단'이 만들어지고 표적이 되곤 했다. 현재 '이남자' 담론은 '이영자' 담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당시 민주평화당 의원인 박지원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이영자'(20대, 영남, 자영업자)는 하락합니다”라고 해서 이른바 이영자 담론이 한때 유행했다. 이후에는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인 45%를 기록한 것에 대해 "'여오중(여성·50대·중도) 학생'들이 들고 일어났다”고 하면서 여성과 50대, 중도를 새로운 문제 집단으로 분류했다. '이영자' 담론은 2020년 4월 총선 이후에는 친여 성향 교수에 의해 "대구는 독립해서 일본으로 가라”는 발언으로도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와 이른바 진보 진영에서 20대 남성 담론이 출현한 건 이와 같이 지지율 지표 에 집중하면서 계속 문제 집단을 표적으로 만든 일련의 뚜렷한 흐름 속에서 등장한다. <20대 남성지지율 분석 하락 요인 분석 및 대응 방안>은 정부 내 문서 형식으로 2019년 2월에 등장했다. 이어서 억울한 20대 남자 담론의 '실증 데이터'로 자리 잡은 <시사인>의 20대 남자 현상에 대한 시리즈 첫호가 2019년 4월 16일에 발간, 2호에서는 "25.9%”라는 지표를 내세워서 반페미니즘적인 20대 남성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이어갔다. 이 시기는 이른바 인국공 사태(2020 6월 전후)가 일어나기 전이며, 조국 사태(2019년 8월)도 일어나기 전이다. 보궐 선거 이후 대부분 미디어가 20대 남자 현상의 출발을 인국공 사태나 조국 사태로 들고 있는 건 시간 순서로도 맞지 않는다. 즉 아주 일찍부터 문재인 정부는 지지율 예측 전문가와 데이터 분석 전문가들을 활용해서 지지율 문제에 집중했고 이 과정에서 이십대, 영남, 자영업자, 여성, 50대, 중도층, 대구 경북 등 끝없이 '문제 집단'이 구성되고 표적이 되거나 공격 대상이 되었다.

 

<20대 남성지지율 분석 하락 요인 분석 및 대응 방안>의 경우도 지지율이 낮은 20대 남성도 문제 집단이 되고 지지율이 높은 20대 여성도 문제 집단으로 규정된다. 또 무엇보다 "여당 내부에서 여성편향적 정책”을 추진하는 정치인들이 문제 집단으로 지목된다. 문재인 정부와 진보 진영에 의해 구축된 20대 남성 담론은 정부, 지식인 그룹, 미디어가 연동하는 정교하고 일관된 전략 체계를 잘 보여준다. 즉 문재인 정부에서 청년 고용 문제가 경제 민주화가 아닌 지지율 문제로 전도되면서 20대 남성 담론과 젠더 갈등 프레임이 만들어졌다. 또한 문재인 정부에서 젠더 갈등 프레임이 구성되는 데에는 정책 집단 내부에서의 헤게모니 투쟁이 개입된 것으로 볼 수 있다.

 

<20대 남성지지율 분석 하락 요인 분석 및 대응 방안>은 젠더 갈등 프레임이 586세대 남성 지식인 집단의 정책 헤게모니에 대한 위기의식의 산물로 도출되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이 문건 크게 두 가지 점에 집중한다.

 

첫째로는 통일이나 탈냉전 기조 정책에 대한 20대 남성의 반응에 대한 분석이다. 평창올림픽 단일팀 문제 등 문재인 정부의 탈냉전 정책은 20대에게 '자기 일'로 여겨지지 않았고, 역으로 '586표 아젠다'로 치부되면서 생각하지도 못한 반발에 부딪혔다. 또 이 과정에서 586세대 특히 이른바 '운동권 세대'가 이미 기득권이 되었다는 부정적 여론이 부상했다. 이 문건은 이런 부정적 여론에 대한 대응 전략의 산물이다.

 

흥미로운 건 공사 채용 특혜와 암호화폐 규제 등 낡은 부패와 새로운 규제가 20대 남성의 반문정서 형성에 기여했다는 점이 이 문서에서도 지적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반면, 이 문건은 전혀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데 바로 "여당 내부의 일부 정치인들이 여성 편향적 정책 행보”를 하고 있다는 비판과 여성 편향적 정책에서 거리를 두라는 요구이다. 이후 언론 보도나 연구를 통해서 20대 남성의 보수성을 강조하는 일련의 논의가 붐을 이루었다. 그 결과 586세대는 문제 집단이라는 지목에서 가까스로 뒤로 물러나게 되었고, 20대 남자가 문제 집단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또 이렇게 586세대 대신 20대 남성이 문제 집단으로 자리를 바꿈으로써, 성평등 정책은 "여성 편향적 정책”으로 치부되어버린다. 이른바 진보 진영 버전의 젠더 갈등 프레임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20대 남성 담론과 젠더 갈등 프레임이 등장한 건 정부 정책이 경제 민주화와 재벌 개혁과 같은 민주화가 아닌 지지율 지표 관리 수준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경제, 고용, 노동 등 사회 전반의 민주적 개혁을 밀고 나가기 보다 지지율 동향으로 정책을 결정하면서 평등과 차별 해소를 위한 구조 개혁은 상반된 표심을 보여주는 집단 사이의 갈등 문제로 전락했다.

 

경제 민주화 대신 지지율 지표 관리가 정부의 정책 결정을 지배하면서 평등 정책은 서로 다른 집단들의 지지율 방향을 측정하는 방향으로 전락했다. 고용 평등, 성평등 정책은 매번 갈등하는 집단들 사이의 이해 충돌 문제라며 반대하는 목소리에 묻혀 추진하지 못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계속 유예하고 이를 반대 세력과 찬성 세력 사이의 갈등처럼 전도하는 것은 전형적이다. 또 부산과 서울의 단체장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도 진상 규명과 피해자 인권을 위한 조치를 유보하고 역시 찬반 세력의 논쟁처럼 치부해서 결국 대응과 책임을 회피해버린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번 보궐 선거는 바로 문재인 정부가 평등 정책 추진에서 후퇴해서 보편 인권의 문제를 찬반 논쟁과 서로 다른 이해 집단 사이의 갈등으로 전도시켜온 모든 문제의 총집합체이다.

 

더나아가 차별에 대응하고 차별 구조를 개혁해야할 정부와 이른바 진보 지식인들이 '지지율'을 근거로 끝없이 문제 집단을 만들고 표적화하면서 차별을 강화하고 있다. 보궐 선거 이후 정부와 정치인들이 20대 남자 차별론과 페미니즘 탓을 하면서 여성과 페미니즘에 대한 엄청난 증오 선동과 공격이 폭발했다. 그런데도 이른바 '진보 집단'은 여전히 지지율을 위협하는 새로운 문제 집단을 색출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고용 평등, 차별 구조 개혁을 요청하는 페미니즘 정치가 민주주의 위한 유일한 희망

 

국민의 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서로 다른 이유와 목표로 20대 남자 차별론에 몰두하고 있고, 성평등 정책의 철폐로 나아간다. 서로 다른 이유에서 출발했으나 결국 고용 구조 개혁, 재벌 개혁과 기업의 고용 책임 문제를 회피하고 있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반페미니즘 선동을 활용하고 있다. 두 세력은 그런 점에서 일종의 적대적 공존 체제를 만들고 있다. 이런 적대적 공존 체제는 현재 여성, 소수자, 페미니즘을 향한 거대한 증오 선동과 차별 공격을 폭발시켰고 방치하고 있다. 그 결과는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런 과정을 살펴볼 때 성평등, 고용 평등, 차별 구조 개혁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일관되게 요청하는 페미니즘 정치야말로 오늘날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진전시키는 거의 유일한 정책 대안이다. 대기업과 재벌이 만들어놓은 고용 차별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는 한 어떤 고용 평등도 실현 불가능하다. 차별금지법 제정 없이는 타오르는 증오 선동에 대응할 방안이 없다. 오늘날 페미니즘 정치가 주장하는 고용 차별 개혁, 차별금지법 제정은 국가가 방관하고 있는 한국 사회 경제 민주화와 정치적 평등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다. 이제는 개혁과 거리가 멀어진 과거의 '진보 세력'이 페미니즘을 '과도하게 급진적'이라고 느끼는 건 어쩌면 이른바 '민주화 세력'의 오늘의 상태를 가장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다. 페미니즘 정치만이 한국 사회 민주주의를 위한 대안이라는 말이 구호가 아닌 절체절명의 현실인 것이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https://www.pressian.com/pages/author/10069" rel="nofollow">클릭https://www.pressian.com/pages/search?sort=1&search=%EC%8B%9C%EB%AF%BC%E... rel="nofollow">)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금, 2021/06/04-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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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의 마음으로 시위 현장에서 서로를 껴안고 있는 터키 여성들

연대의 마음으로 시위 현장에서 서로를 껴안고 있는 터키 여성들

지난 6월 30일, 터키 내 여성 인권이 크게 위협받게 되었다. 터키 정부가 여성 인권과 관련된 대표적인 협약인 이스탄불 협약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여성 인권 활동가들과 LGBTI 인권 활동가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고, 세계 각국 지도자, 국제기구, 주요 인권 단체들 모두 이번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 아녜스 칼라마르Agnès Callamard 역시 이번 결정이 “터키 여성 인권을 10년 후퇴시키는 끔찍한 선례”라고 밝혔다.

이번 탈퇴가 어떤 배경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어떤 점에서 문제적인 것인지 국제앰네스티가 자세히 알아보았다.

이스탄불 협약 철회 소식에 거리로 나온 터키 여성들

이스탄불 협약 철회 소식에 거리로 나온 터키 여성들

이스탄불 협약은 어떤 협약인가?

이스탄불 협약의 공식 명칭은 “여성폭력과 가정폭력 예방 및 퇴치를 위한 유럽 평의회 협약”Council of Europe Convention on Combating Violence Against Women and Girls and Domestic Violence, Istanbul Convention이다. 이스탄불 협약은 유럽 평의회의 주도로 만들어진 조약으로, 유럽에서 만연한 여성 폭력을 해소하기 위해 채택된 최소한의 인권 기준이다. 이 조약은 젠더 기반 폭력 근절을 위한 포괄적 구조 마련을 목표로 하며 여성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고 입법, 교육, 인식 제고를 통해 성평등을 장려하는 법제도를 제공한다.

해당 조약은 2011년 5월 서명이 시작되었고 2014년 8월 1일 공식 발표되었다. 지금까지 유럽 평의회 회원국 47개국 중 45개국이 이스탄불 협약에 서명했고 34개국이 비준했다.

이스탄불 협약 철회를 위해 마스크를 쓰고 시위를 나온 여성

이스탄불 협약 철회를 위해 마스크를 쓰고 시위를 나온 여성

이스탄불 협약은 유럽 내 여성 인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이스탄불 협약 비준국은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응할 지원 서비스와 보호 서비스를 구축할 의무를 지게 된다. 예컨대 적절한 숫자의 쉼터, 강간 위기 대응 센터, 24시간 상담 전화, 폭력 피해 생존자에 대한 정신 상담 및 의료 지원 등을 제공해야 한다.

실제로 조약 비준 및 시행 이후, 젠더 기반 폭력 피해자에 대한 각국의 대우는 크게 개선되었다. 2018년 이후 핀란드에서는 가정폭력 생존자들을 위한 24시간 상담 전화가 개설되었고, 아이슬란드, 스웨덴, 그리스, 크로아티아, 몰타, 덴마크, 슬로베니아에서 동의 없는 성관계가 강간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것도 이러한 성과의 일환이다.

또한 해당 조약은 젠더 기반 폭력에 대응함에 있어 어떤 차별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약에 따라 레즈비언,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난민 및 이민자 여성과 소녀 등 교차적인 맥락에 놓여 있는 여성들도 보호 제도나 지원 제도가 적용될 때 성별,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종교, 국적 등을 이유로 차별 받지 않을 수 있게 된다.

6색 무지개를 들고 이스탄불 협약 탈퇴 반대 시위에 나온 터키 여성

6색 무지개를 들고 이스탄불 협약 탈퇴 반대 시위에 나온 터키 여성

터키는 왜 이스탄불 협약을 탈퇴했나?

2021년 3월, 에르도안Erdoğan 터키 대통령은 대통령령으로 해당 조약을 탈퇴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조약 내에 있는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에 근거한 차별로부터 폭력의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이 터키 내 “가족의 가치”를 위협하고 “동성애를 일반화”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터키와 전 세계 여성, LGBTI, 이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대규모로 시위를 벌였지만 정부는 지난 6월 탈퇴를 강행했다. 이는 단순히 터키만의 주장이 아니다. 폴란드, 헝가리 등 다수의 국가 정부가 인권을 후퇴시키려는 시도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러한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터키의 탈퇴 결정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여성 활동가들과 LGBTI 활동가, 앰네스티 등 주요 인권 단체뿐만 아니라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의장 등 각국 지도자 및 국제기구 관계자들 역시 터키의 이번 결정을 강력히 비판했다.

이스탄불 프라이드 행진에 나온 LGBTI 당사자와 앨라이들

이스탄불 프라이드 행진에 나온 LGBTI 당사자와 앨라이들

터키 내 LGBTI 인권은 어떤 상황인가?

한편 터키는 LGBTI 인권 침해 역시 매우 심각한 상태다. 정부 주요 관계자들이 LGBTI 혐오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고, LGBTI와 관련된 행사가 금지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6월 26일, LGBTI 인권을 기념하는 연례 행사인 이스탄불 프라이드 행진(자긍심 행진)이 6년 연속으로 금지되었다. 경찰은 시위대를 과잉 진압했고, 수백 명의 참가자들이 최루가스와 플라스틱 탄을 맞았다. 미성년자 2명과 AFP 기자를 포함해 47명이 구금되기도 했다.

이스탄불 협약 탈퇴 소식에 거리로 나온 터키 여성들

이스탄불 협약 탈퇴 소식에 거리로 나온 터키 여성들

이번 결정은 어떤 함의를 담고 있나?

이스탄불 협약에 비준했던 국가 중 협약 비준을 철회하고 탈퇴한 것은 터키가 처음이다. 특히 터키는 최초로 협약에 서명하고 비준한 국가이기 때문에 이번 탈퇴는 유럽 내 여성 인권사에 있어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터키의 협약 탈퇴는 여성을 학대하고 살해하는 가해자에게 ‘아무런 처벌 없이 가해 행위를 계속해도 된다’는 위험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또한 “동성애를 일반화”한다는 이유로 국제인권협약을 탈퇴한다는 것은 LGBTI 인권을 위협하고 이들에 대한 차별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스탄불 협약 철회 반대 현수막과 깃발을 흔드는 여성들

이스탄불 협약 철회 반대 현수막과 깃발을 흔드는 여성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탈퇴 결정은 분명 개탄스러운 소식이지만 세계의 여성인권/LGBTI인권 옹호자와 활동가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 이번 결정을 계기로 삼아 힘을 하나로 모으고 변화를 위해 함께 나아가야 한다.

우리의 인권에 대한 앞으로의 공격에 맞서기 위해서는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 아녜스 칼라마르 역시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대통령령을 발표한 후 수 개월 동안 터키 및 세계 각지의 여성들은 이스탄불 협약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논의했으며 이스탄불 협약의 의미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젠더 기반 폭력이라는 고통으로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터키는 여성 인권을 10년 후퇴시켰고, 끔찍한 선례를 남겼다. 한편 이처럼 개탄스러운 결정은 전세계의 여성인권 활동가를 하나로 모으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의 인권에 대한 앞으로의 공격에 맞서기 위해서는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

화, 2021/07/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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