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인사청문회 제도’는 죄가 없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
정보공개센터 회원이자, 부산경실련 활동가로 일한 안일규님이 새해를 맞이하여 지역에서 정보공개 청구를 할 때 느끼는 어려움들에 대해 칼럼을 써 보내주셨습니다. 정보공개센터는 주로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다보니, 다른 지역에서 정보공개 청구를 할 때 경험하는 문제들이 항상 궁금했는데 자신의 경험을 잘 이야기해주셨네요. 글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보공개센터는 항상 회원 여러분들의 글을 기다리고 고대하고 있습니다! 어려워 말고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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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정보공개청구의 어려움
안일규 전 부산경실련 팀장(정보공개센터 회원)
지역에서의 정보공개청구는 급증하고 있다. 부산시의 경우 2015년 2,977건에 비해 2019년 6,000건(예상치)으로 4년 사이 2배 이상 늘어났다. 부산시와 부산지역 16개 구·군을 합치면 2015년 24,161건에서 2019년(10월까지) 34,180건으로 40% 이상 늘어났다. 알권리 확대에 긍정적인 지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보공개청구를 적극 활용해야 할 지역의 시민사회 등은 정보공개청구에 적극적이지 않다. 수치로 드러난 것은 없지만 오거돈 체제가 들어서면서 정보공개청구 대신 다른 통로를 이용하거나 견제 기능이 약화됨에 따라 정보공개청구를 외면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시민들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습득한 정보를 공적으로 공개하는 행위를 하거나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 상태도 아니다. 알권리를 넘어 공유의 가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공유보다는 정보의 사유화로 귀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그러나 지역에서의 정보공개청구는 근본적인 어려움을 낳고 있다. 필자는 매년 200건 이상(다중청구 포함)의 정보공개청구를 해왔지만 이 어려움에 항상 고민하고 있다. 정보의 제공권한은 피청구기관에 있어 청구자는 각종 회유나 압력행사에 시달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칼럼을 보내주신 안일규 회원님이 정보공개 청구 취하 요구를 받은 내용에 대해 부산MBC와 인터뷰하는 내용
필자는 <부산일보>의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비용 관련 보도와 관련한 내용을 알아보고자 기획재정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이 사실이 부산시 정무라인에서 인지하게 된 일이 있다. 부산시 정무라인에서는 필자에게 정보공개청구로 인해 부산항만공사의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비용 지원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정보공개청구 취하를 요구한 바 있다.
대다수 일반 시민이라면 이 취하 요구를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필자도 이겨내기 쉽지 않은 압력이지만 퇴직을 결정한 터여서 이겨낼 수 있었다. 정보공개청구 자료가 나오면 언론과 협업해서 후속 보도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지역에서의 정보공개청구가 어렵지 않으려면 알권리를 확대하는 정책과 투명한 정보공개, 공개된 정보의 공적공유가 이뤄져야 한다. 현행법으로는 불성실하게 정보를 공개하거나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도 피청구기관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점은 정보공개법 개정을 통해 보완되어야 한다.
지역에서의 정보공개청구는 예민한 사안으로 갈수록 피청구기관의 각종 압력을 수반한다. 정보공개청구는 여전히 유효한 운동이며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찾는 운동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2020년을 정보공개법 강화를 위한 입법활동 원년의 해로 삼고, 지방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정보공개청구를 좀 더 활성화하면서 지방에 거주하는 회원들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독려를 했으면 한다.
※ 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정보공개센터 김조은 활동가
코로나 감염 상황이 악화된 최근 몇 주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회의를 비롯한 주요 의사소통은 '구글 미트'로 진행하고, '생존신고'라고 이름을 지은 그룹채팅방에서 동료들과 각자의 점심 메뉴를 공유한다. 개인적으로 참여하던 세미나와 모임 역시 화상으로 진행하거나 무기한 연기되었다. 식당이나 카페를 가는 것도 부담스러우니 먹거리와 생필품은 온라인 마켓 배송이나 배달 어플로 해결한다.
코로나의 창궐과 함께 등장한 이른바 '언택트'시대. 우리의 일상을 이루던 물리적인 만남과 체험이 정보통신으로 대체될 수 있지 않겠냐는 이 공세적인 물음은 어느새 '어쩔 수 없는 변화'라는 위협으로 변모해있다. 시장은 이미 마트와 점원 대신 'e-커머스'와 '키오스크'로 어느때보다 빠르게 재편되고 있고, 정부는 '디지털 뉴딜'을 위한 펀드까지 조성해 디지털, 비대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이제야말로 '언택트' 문화를 '뉴 노멀'로 받아들이자는 기획 앞에서, 고민과 우려가 깊어진다. 마치 모두가 이러한 흐름을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그저 수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중에도, 어떤 목소리들은 수면 아래 묻혀있기 때문이다.
'이거는 아무나 쓸 수 있는겨? 어떻게 쓰는 거여?'
자가격리에 가까운 생활로 몸의 움직임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위기감이 들때,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강변을 한바퀴 돌고 오는 것이 나의 낙이다. 시내에는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나 빌려 탈 수 있는 자전거가 무려 2만여대, 1200여 곳의 대여소에 설치되어 있으며, 그것은 서울에 대한 나의 애정도를 20%는 상승시키는 요인이었다. 하루는 신나게 따릉이를 빌리는 나에게 한 할아버지가 다가와 '이건 어떻게 쓰냐'고 물었고, 그에 나는 '아 이거 아무나 쓸 수 있어요. 핸드폰으로 하시면 돼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말을 뱉은 그 순간, 나는 그것이 거짓말임을 느끼고 있었다. 따릉이 앱을 설치하고 카드를 등록해 실제 빌리기까지 과정이 꽤 까다로운데, 과연 견디고 할 수 있을까? 스미싱이라고 생각하려나? 아니 일단 스마트폰을 안 쓸 수도 있잖아? 심지어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새롭게 설치하고 있는 '뉴따릉이'는 QR코드를 이용해서만 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이 없으면 아예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서울시의 공공자전거 따릉이ⓒ서울시 제공
신기술이 무용지물이 되는 사례는 따릉이뿐만은 아니다.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도입되고 있는 무인 점포의 '키오스크'는 일정한 키를 넘지 않으면 사용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글자의 크기, 터치패드의 감도나 음성서비스 제공에 대한 표준도 없다. 삼성 '갤럭시' 시리즈처럼 일반적으로 쓰이는 스마트폰도, 콘텐츠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와 어플리케이션도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 장애인이 접근권과 관련해 겪는 '웃픈' 상황에 대해서는 유튜브 채널 '당장만나'를 살펴볼 것을 추천한다.)
생각해보면 인터넷에 연결된 전자기기를 사용해 원하는 정보를 얻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많은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컴퓨터등의 물리적 기기를 살 수 있어야 하고, 인터넷에 연결되기 위해서는 매월 통신요금을 지불 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환경에 대한 경험치가 다르기 때문에 이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기기와 인터넷 사용법을 배울 시간과 여유가 있어야 한다. 정보생산과 유통과정에서 일정한 서비스가 제공 되지 않으면 앞서 말한 모든 조건이 충족되어도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람들도 있다.
'디지털 포용'이 아닌 '정보접근권의 보장'을
'언택트'를 새로운 기준으로 삼자는 기획의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현재 진행형의 현실을 무시한 채 인터넷, 전자기기 사용을 누구나 가져야 하는 '기본적 소양'으로 설정한다는 것이다. 사실 디지털 사용환경에 따른 정보불평등은 전자매체를 통한 정보전달이 주류화 되면서 계속 존재했고 점점 심화되어 왔지만, 그동안 이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정치적 고민과 정책적 의지는 미미했다. 이제까지 정부는 정보취약계층의 디지털 기기 접근 및 활용 수치가 늘었음을 근거로 매년 정보격차가 완화되고 있다고 발표하는 한편, 취약계층을 교육시켜 '디지털 포용'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워왔다. 하지만 점차 인터넷 사용자가 늘어나는 것과 현존하는 정보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 외식업체의 필수품이라 할 키오스크 주문기가 전시돼 있다.ⓒ뉴시스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정보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것'은 공론의 영역에 참여하기 위한 기본적인 권리이고, 사회전반의 ‘정보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알 권리'의 보장 여부는 사회문화적 차별, 개인의 구체적인 불이익, 나아가 생명과도 직결된다. 때문에 우리는 디지털 중심의 정보전달 체계를 '지금 현재, 이 정보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이 존재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성찰해야 한다. 만약 '언택트' 시대, 혹은 정보산업 육성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는 정보를 수집하고 필수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통로가 막혀버린다면 그것은 '정보격차'가 아닌 '기본권 침해'와 차별로 불려야 할 것이다.
디지털 산업은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발전하겠지만, 정보화가 차별이 되지 않도록 규칙을 정하고 이를 실행시키는 것은 입법과 행정, 공공의 권력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정부가 '디지털'과 관련한 정책을 세운다면 먼저 공공을 중심으로, 기관이 생산하는 정보 및 서비스의 특징이 무엇인지, 각 계층과 상황에 따라 접근을 보장할 방법은 무엇인지를 설계 단계부터 필수적으로 고려토록 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구시대적'인 대면, 우편, 전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이러한 방법을 유지하고 사용해야 한다. 코로나19가 보여주었듯 재난은 언제나 현재 상황이 될 수 있고, 이때에 우리가 설정해야 할 기준은 가장 취약한 사회 구성원이 정확한 정보를 적절한 때에 알고, 대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 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강성국 정보공개센터 활동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 및 고위 공직자들이 국민의 공복으로서 신뢰감과 명예보다 개인의 부동산 재산을 선택하고, 여기에 더해 여당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집값수호에 나섰다. 그러자 정권 자체에 대한 비판적 평가들이 잇따르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23일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법무부에 ‘전문수사사자문단 회부에 관한 민언련 의견서’를 제출했다.ⓒ민주언론시민연합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패착은 부동산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과 그것을 실현할 정교한 정책 없이 부동산 가격 변동에만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처럼 당장 사람이 먹고 사는 공간에 대한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 민주주의와 국정의 근간이 되는 정보공개 역시 같은 종류의 문제를 안고 있다. 정권 시작부터 지금까지 정보공개의 가치를 강조할 새로운 패러다임과 그것을 실현할 정책이 부재했다. 최근엔 일선 공공기관들의 정보공개에 대한 태도가 급격하게 보수화 되고, 심지어 위법한 정황까지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다. 아래 몇 가지 사례들이 그렇다.
안일규 전 부산경실련 의정·예산감시팀장은 지난해 12월 부산오페라하우스와 관련해 기획재정부와 부산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시민사회 출신 부산시 정무직 인사 2명이 안 전 팀장에게 직접 전화를 해 정보공개청구를 취하하라고 압박한 것이 드러났다. 이는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전체에 적잖은 충격과 회의감을 주었다. 안일규 전 팀장은 지역시민사회 선배들이 직접 정보공개청구를 취하하라고 요구해 큰 압력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같은 행태는 당연히 부당한 협박·회유이며,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는 위법한 행위이다.
지난 1월 17일 시민단체 ‘성남을 바꾸는 시민연대’는 성남시가 특정 정당과 주민단체 등 활동 내용을 담아 작성한 ‘지역 여론·동향’이라는 문건을 정보공개청구 했다. 그런데 성남시 측은 자료를 파기해 존재하지 않는다고 통지했다. 이에 해당 시민단체는 감사원에 감사청구까지 진행했고 경기도가 이를 넘겨받아 감사를 실시한 결과, 시측은 해당 문건이 존재함에도 자료가 없다고 허위통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단순한 알권리 침해를 넘어 시민을 심각하게 기망한 행위이다. 해당 시민단체가 감사를 청구하지 않았다면 성남시는 끝까지 문건의 존재를 감출 심산이었을 것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23일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법무부에 ‘전문수사사자문단 회부에 관한 민언련 의견서’를 제출했다.ⓒ민주언론시민연합
지난 4월 ‘은평구정개혁시민모임’이 은평구청을 자체 조사한 결과 정보공개의 주요한 권리구제 불복절차인 이의신청이 열리지 않는 정황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서울특별시 시민감사 옴부즈만위원회가 은평구청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결과 2017년 7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정보공개 이의신청 143건 가운데 정보공개심의회를 개최한 사례는 18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의가 필요한데도 열지 않고 부서가 임의로 결정한 경우가 77건이나 있었다. 행정기관의 결정통지에 대한 이의신청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정보공개심의회를 개최하지 않은 것은 청구인의 법적권리를 박탈하고, 은평구가 위촉한 정보공개심의회의 심의위원들까지 기만한 것과 다름없다.
최근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유착 의혹사건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을 구성하는 것을 밝혀내고, 자문단 운영의 근거가 되는 대검찰청 예규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 본문에 대해 정보공개청구 했다. 그러자 대검찰청은 수사와 관련된 사항이라는 이유로 단순한 공공기관 운영 지침인데도 이를 비공개했다. 대검찰청의 업무와 행정정보 어느 것 하나 수사와 관련 없는 것이 있을 수 있는가. 전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에 대해 운영되는 전문수사자문단의 정확한 기능도 구성방식에 대해서도 일반 시민들은 알 권리가 없다는 권위적인 처분이다.
앞선 사례에서 드러나듯 사례 면면이 권위적이며 단순한 위법행정으로 치부하기에는 질적으로 반민주적이다. 정보공개에 있어 모세혈관에 해당하는 일선 공공기관들의 투명성이 이처럼 심각하게 썩어나가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왼쪽)와 김태년 의원(자료사진).ⓒ정의철 기자
더욱 걱정되는 부분은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여당에 등극하고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입법하고 있는 주요 법률안들의 내용에 폐쇄적인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19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안의 주요 내용에는 현재의 인사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나누어 실시하고 공직윤리청문회의 경우에는 비공개로 실시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형식적으로는 인사청문회가 정쟁과 인신공격으로 치우치는 걸 방지하고 공직후보자의 가족·친인척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함이라 하지만, 이는 대통령비서실이 사전 검증을 철저히 하고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청문회의 목적에 충실하게 청문회에 임하면 해결될 일이다. 성찰 없는 입법에 애먼 국민들의 알 권리만 축나는 격이다.
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월 14일 발의한 『국회입법조사처법』 개정안에는 국회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국회입법조사처가 작성해 제공하는 자료에 대해 해당 국회의원 또는 위원회가 비공개를 요청하는 경우 일정기간 비공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국회의원에 대해 정보에 대한 공개여부 권한을 필요 이상으로 부여할 뿐이지 그밖에 공익적 개선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기존 정보공개법에 따라 자료의 공개여부를 결정해도 공익적 측면에서는 하등 지장이 없다. 오히려 별다른 정보요청이 없더라도 법률안 발의 즉시 관련 국회입법조사처 자료를 함께 공개하면 국민들은 입법맥락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이런 폐쇄적인 방향으로 입법안을 발의하는 데 대해 동의가 되지 않는다.
그나마 현 정부에서 추진중인 정보공개 관련 정책 중 긍정적인 내용을 찾아 보자면, 최근 행정안전부가 입법예고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있겠다. 이번 개정안에는 주민번호 수집 폐지, 정보공개심의회 외부위원 비중 강화 등 그간 시민사회에서 수년간 요구해 온 개선점들이 일부 반영되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만으로는 현재의 퇴행적 폐쇄성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공공기관 및 공직자의 투명성을 높이고, 정보공개에 대한 가치를 근본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또 이를 실천하기 위한 견고한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향후 문재인 정부의 정보공개에 대한 평가는 절망적일 수밖에 없겠다.
정보공개센터가 매 달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매일 노동자가 죽는다. 6월 1일 오전 8시, 울산광역시 울주군 소재 사업장에서 청소 작업하던 노동자가 경사로에서 떨어져 죽었다. 같은 날 오후 1시 44분, 충청남도 논산시의 개축 공사 현장에서 보강토 붕괴로 1명이 죽고 1명이 크게 다쳤다. 바로 다음 날인 6월 2일 오전 9시, 경상북도 고령군의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경사지에서 후진하던 차량에 깔려 1명이 죽었다. 이 글을 쓰는 오늘 아침인 6월 3일 오전 7시 반, 경기도 평택시의 건설현장에서 지게차에 부딪혀 깔린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렇게 일하다 죽은 노동자들의 소식을 알 수 있는 것은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 사망사고 속보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4조에서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중대재해가 일어났을 시 지체 없이 지방고용노동청에 이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은 중대재해 보고가 접수되면, 고용노동청과 함께 산업안전감독 조사를 하고, 조사 내용에 따라 사망 사고 원인을 확인하여 사망사고 속보를 올리고 있다. 이 속보로 인해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일하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어느 기업에 고용되어 일했는지, 원청 기업의 이름이 무엇인지, 이후 어떤 조치가 취해졌고 안전관리가 미비했을 경우 책임은 제대로 물었는지는 어디에도 공개되지 않는다.

글의 처음에 언급한 울주군 추락사 노동자는 울주군청의 공공근로 사업에 참여한 노동자였다. 논산시의 건설현장에서 매몰되어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돼지 축사의 배수관을 공사하고 있었다. 고령군에서 차량에 깔린 노동자는 (주)우석건설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평택시 건설현장에서 지게차에 깔린 노동자는 삼성물산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어느 기업이 사망 사고에 대해 책임이 있는지, 안전보건공단의 속보에서 살펴볼 수 없는 정보들은 노동문제에 그나마 관심을 유지하고 있는 소수 언론의 취재와 보도를 통해 가까스로 공개될 뿐이다.
왜 안전보건공단 사망사고 속보에 기업의 이름은 빠질까? 일터에서 노동자가 죽었어도, 그 사업장 이름을 밝힐 법적 의무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 제10조는 1년에 2인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했거나, 다른 사업장에 비해 산업재해가 많이 일어나는 사업장, 산재 사실을 은폐한 사업장들에 대해서만 사업장 이름과 발생 건수를 공표하도록 하고 있다. 그것도 원청 기업의 이름은 원청이 산업안전보건법 상 예방조치를 위반했을 경우에만 공개한다. 그 정보도 사망사고 속보처럼 상시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1년에 한 번 공개하는데, 그것도 여러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2019년에 발생한 사고에 대한 정보를 2021년에야 확인할 수 있다. 그마저도 업종, 규모, 사업장명, 소재지, 사망자 수 등의 통계만 알 수 있을 뿐,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 기업의 예방조치는 적절했는지, 법 위반 사항이 있다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등의 정보는 전혀 확인할 수 없다.
그런데 다행히 내년부터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사망사고에 대한 새로운 공표 규정이 생겼다. 중대재해처벌법 제13조는 단 한 사람이 죽더라도 중대재해로 보아 해당 사업장의 명칭, 발생일시와 장소, 재해의 내용과 원인 등을 공표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공개 대상이 매우 제한되어 있고, 사업장의 이름이나 사고자 수 등만 달랑 공개되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비해 괄목할만한 개선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상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사업장만 공표 대상이라는 단서조항이 붙어있는 것이다. 왜 ‘모든 중대재해’가 아니라 ‘의무를 위반한 사업장’만 공표 대상으로 정해두었을까? 기업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제대로 지켰는데, 노동자 개인의 과실로 사망사고가 일어난다면 기업의 명예가 억울하게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일까? 그렇지만 사고 원인이 함께 공개되기 때문에 이런 억울한 상황이 생기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전체 중대재해에 대해 정보를 공개한다면, 어느 기업에서, 어떤 직군에서, 왜 사망사고가 일어났는지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를 예방하는데 오히려 큰 도움이 되는 데이터가 될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단서조항으로 인해 정보공개가 한없이 미뤄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지금도 산재재해 발생 건수를 공표할 때, 원청의 법 위반 사실이 재판에서 확정된 이후에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재판이 한없이 길어지는 경우, 산업재해 사업장 공개도 덩달아 미뤄질 수밖에 없다. 2017년에 발생한 사고정보가 기나긴 재판을 거쳐 2021년에야 공표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사고에 대한 여론이 사그라들고 관심이 사라진 후에야 사건에 대한 정보가 대중에 공식적으로 공개된다는 뜻이다.

6월 3일 기업인들로 이뤄진 경제단체장들이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났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입법예고가 임박하자, “중대재해처벌법이 과도하다”며 기업의 입장을 고려해 시행령을 보완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과도하다’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되었어도, 시민들은 여전히 어느 기업에서 노동자들이 사고로 죽었는지 제대로 알 방법이 없다. 매일 사고로 죽어가는 노동자들의 소식을 듣고, “더 이상 죽이지 말라”며 입법 청원에 참여한 10만 명의 시민들이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었다. 곧 입법예고 될 시행령의 내용에 따라 중대산업재해의 공표 방법, 공표 기준, 공표 절차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진다. 중대재해에 대해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묻는 시민들의 요구로 만들어진 법인만큼, 중대재해에 대한 더 많은 정보들이 시민들에게 빠르게 전달 될 수 있도록 시행령으로 정해야 한다.
[시론] ‘인사청문회 제도’는 죄가 없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
2014년 6월, ‘영원히 고통받는 정홍원 총리’ 시절, 박근혜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제도가 정쟁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후보자의 국정수행 능력이나 종합적인 자질보다는 신상털기식, 여론재판식 비판이 반복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당시 야당과 언론은 대통령 스스로의 인사검증 실패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제도를 문제 삼는 ‘유체이탈’ 화법을 일제히 비판했다. (링크)
2020년 6월,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과도한 신상털기와 망신주기로 현재 인사청문회는 정쟁 도구로 변질됐고 국회 파행과 공직 기피 등 부작용도 크다”며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를 분리하고, 그중 ‘공직윤리청문회’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링크) 보통 법안을 발의할 때 10~20명의 공동발의자가 함께하는데, 이 법안에는 무려 45명의 여당 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나섰다. 이는 그만큼 여당이 이 법안을 통과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으로부터 딱 20년 전, 헌정사상 첫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김대중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인사청문회 제도는 우여곡절 끝에 이한동 국무총리 후보자를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인사청문회법이 아직 통과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국회 개원 연설을 통해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존중”하겠다고 선언했고, 치열한 논의 끝에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 이르러서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검찰총장, 국정원장 등 권력기관장과 국무위원까지 청문회 대상이 확대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 청문회도 버티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같이 일하기 곤란하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권한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인사의 공정성, 객관성, 절차의 신중성을 높이는 방안”이라며 인사청문회 제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링크)
이처럼 인사청문회는 민주당 정권에서 도입하고, 확대한 제도였다. ‘자기 목에 방울 달기’ 아니냐는 도입 초기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야당이 된 민주당이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기능했다.
그동안 인사청문회가 후보자의 능력보다는 도덕성을 판단하는 과정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물론 누가 여당인가에 따라서 발화자가 달라졌다는 것이 ‘웃픈’ 지점이지만, 인사청문회가 고위공직자의 자질 검증보다는 당리당략에 따르는 정쟁의 장으로 변했다는 비판은 충분히 숙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는 청문회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 간의 신뢰와 합의가 사라진 한국 정치문화의 문제이다. 인사청문회 제도의 원조 격인 미국의 경우 한국보다 검증 절차가 더 까다롭고,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 공직 취임자는 수천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미국의 청문회 제도가 역량 검증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후보자를 지명하기 이전에 백악관 인사관리처, 정부윤리처, FBI, 국세청 등에서 1년 가까이 중복 검증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정쟁에 치우치기보다는 후보의 능력과 정책을 검증한다는 청문회 과정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링크)
정말로 인사청문회 제도가 ‘신상털기’로 변질되고 있다면 그것은 국회 내의 토론과 협의로 ‘꼬투리 잡기’식 정치문화를 바꿔나가야 할 문제이지, 청문회의 일부를 비공개하여 시민들의 눈을 가리는 방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직자 윤리 역시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공직자의 자질일뿐더러, 주권자인 시민들이야말로 다른 누구보다도 고위공직자의 적합성을 직접 살펴보고 판단해야 할 주체이기 때문이다.
‘공직자 윤리’ 문제는 비공개하는 법을 대표발의한 홍영표 의원, 그리고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45명의 국회의원들은 스스로를 다시 한번 돌아보길 바란다. 이번 개정안의 취지가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하고 확대했던 김대중·노무현의 정치와 가까운지, 아니면 인사검증의 실패를 제도 탓으로 돌리던 박근혜의 정치에 가까운지. 공개적인 검증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인사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인사청문회의 도입 이유였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2020년 6월 24일자 경향신문 기고글
정보공개센터는 매년 홈페이지에 국회의원들의 재산 내역을 데이터로 정제하여 공개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가 터진 후 해당 게시물의 조회수가 급격하게 늘었다. LH 사태를 계기로 국회의원들이 ‘수상한 부동산’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2021년 3월 기준 국회의원 재산공개 내역 - https://www.opengirok.or.kr/4890 )
관심이 몰리는 것은 국회의원 뿐만이 아니다. 기자들이나 지역의 활동가들로부터 지방의원들의 재산 내역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라는 하나의 기구가 관할하는 국회의원 300명과 달리, 지방의원은 광역/기초의원을 통틀어 4천 명에 달하고, 17개 광역시도 각각의 공직자윤리위원회로 관할 기구가 나뉘어 있어 재산 내역도 각기 따로 공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초의원의 경우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광역지방자치단체이기 때문에,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시보나 도보에서 재산 내역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은평구를 지역구로 하는 선출직 공직자들의 재산을 살펴보려면, 국회의원의 경우 국회 공보를, 서울시의회 의원의 경우 대한민국 전자관보를, 은평구의회 의원의 경우 서울시보를 각각 찾아보아야 한다. 만약 우리 동네 공직자들의 재산 내역을 살펴보고 싶은 시민이 있다면,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겨우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관보와 공보는 PDF 파일로 공개되는데다가, 표 양식도 정렬이나 필터링을 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다. 따라서 이 자료를 데이터 형태로 변환을 해야, 누가 얼마나 많은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지 비교 분석을 하고, 시민들이 쉽게 살펴볼 수 있도록 시각화도 가능해진다.
문제는 관보와 공보의 재산 공개 내역을 자유롭게 활용 가능한 데이터로 변환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언론이나 시민사회단체들도 보통 국회의원의 재산 내역들을 정제하는 것에서 그치지, 지방의원이나 지방공사/공단의 기관장까지 재산 내역을 분석하거나 살펴보기에는 어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MBC는 올 해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가 공개되자마자, 발빠르게 국회의원들의 재산 내역을 시각화한 페이지를 공개했다. (http://property.assembly-mbc.com) 매우 편리하게 국회의원들의 재산 순위나 자산 구성 비율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웹사이트지만, 이 역시 국회의원들만 공개 대상으로 한다는 한계가 있다.


인사혁신처는 올 해 공직자 재산공개 소식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공직자들의 재산내역이 담긴 두꺼운 자료 책자를 넘겨보고 있는 사진을 함께 제공했다. 그러나 실제로 공직자들의 재산 내역을 살펴 볼 때 필요한 것은 이런 두꺼운 책자가 아니라, 쉽게 검색하고 가공할 수 있도록 정제된 데이터다.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에 대해 뜨거운 분노가 모아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이제는 책자가 아닌 데이터를 기준으로 재산공개 제도를 바꿔나갈 때 아닐까?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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