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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톡] 장애인의 온전한 탈시설을 위한 첫 걸음이 시작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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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톡] 장애인의 온전한 탈시설을 위한 첫 걸음이 시작되다

admin | 화, 2020/01/07- 01:36

장애인의 온전한 탈시설을 위한 첫 걸음이 시작되다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

기록 및 인터뷰 김경희, 홍정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대해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에 해당하는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 조치의 미흡함을 지적하며 ‘효과적인 탈시설 전략 수립’, ‘탈시설을 위한 지원서비스 확대’ 등을 권고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조건으로 거주지를 선택하고 특정한 거주형태에서 사는 것을 강요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거주하며 생활하는 것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 최근 서울시에서 탈시설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보장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장애인지원주택 정책이 반가운 이유다. 탈시설 운동에 오랫동안 참여했으며, 현재 사회복지법인의 공익이사를 겸하고 있는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를 만나 서울시 지원주택과 탈시설 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이 주력하는 이른바 ‘탈시설’ 운동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1980년대 후반부터 시설 인권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되는 환경에서 집단적으로 강제수용된 형태의 사회복지시설 인권침해 문제가 제기되어 왔고 언론에도 계속 보도됐다. 그러다 1990년대 해외의 사회통합 탈시설과 정상화, 자립생활과 사회통합 이론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2000년 초반에 자립생활이념을 표방한 IL센터(장애인자립생활센터, a center for independent living)가 생겼다. 자립생활은 기본적으로 시설 수용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끊임없는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시설별 각종 대책위원회가 구성되며 시민사회 조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건별로 각종 대책위원회가 너무 많이 생기자,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시설생활인 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로 통칭하여 2003~2005년까지 활동을 했다. 발바닥행동(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의 약칭)도 2005년에 탄생했다.”

 

- ‘시설생활인 인권’이라는 운동의 표어가 갖는 의미는 ‘탈시설’과 차이가 있었던 것인가?

“2005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용역을 받아 전국 시설을 조사했다. 문제 시설을 조사한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뽑아 조사했는데, 시설생활이 폭행, 성폭력, 강제노역, 감금, 강제 의약물 투약 등의 신체적 학대 외에도 기본적으로 외출이 불가하고 핸드폰도 소지할 수 없어 외부와 소통할 아무런 수단도 갖지 못했다. 일상생활 자체에도 인권침해 적이었다. 오후 4시 반에 저녁을 먹고 오후 8시에 일괄 소등하는 등 전혀 인간답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결국 이것은 시설의 인권침해 여부와는 상관없이 시설생활 자체가 구조적으로 인권침해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설을 보다 인간다운 조건으로 만들려던 운동 방식에서 방향을 선회하기 시작했다. 시실인권운동에서 탈시설운동으로의 선회다. 물론 그전에도 탈시설 이론에 대해 알고 있었고 방향에 대한 동의는 있었지만, 당시만 해도 시설 밖으로 나오면 활동지원시스템이나 주거지원도 없었고, 기초생활수급비도 20만 원 나오는 정도에 그쳤기 때문에 시민사회운동에서 탈시설을 전면으로 내세우기 어려웠다.

 

그러나 2005년부터 탈시설에 힘을 싣기 위한 활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시민사회조직의 반성이 있으면서 탈시설 운동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때 탈시설한 사람의 경우 자립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탈시설했던 사람도 있었다. 탈시설 운동 이전에 시설 내의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부터 시작했지만, 시설이 가지고 있는 격리성, 집단성, 권력불평등성 등의 구조적 문제들로 시설이라는 곳에서 인간다운 조건에서 살기 어렵다면, 정부는 이 사람들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가를 답하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게 되었다.”

 

- 당시 장애인 수용시설의 실태는 얼마나 심각했나?

“김대중정부이던 당시 미신고시설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던 장애인이 화재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면서 2002년 미신고시설 양성화 정책을 하게 되었다. 전 세계가 지역사회로 통합하는 추세였는데 한국은 오히려 미신고 시설을 ‘신고 시설화’해서 지원하겠다는 정책으로 1200개까지 시설이 증가하게 되었다. 시설에 대한 예산을 지원하면서 계속해서 시설수가 증가했기 때문에 잘못된 정책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당시 미신고 시설을 양성화하기 위해서 정부는 기금을 지원했는데 복권기금을 활용해 총 1200억 원을 투자했다. 당시 지원금을 받은 곳을 조사하니 그 돈으로 예배당을 짓거나, 거주공간을 지어놓았더라도 홀 같은 곳에 30명이 자게 만들고, 낙상사고 위험에도 청소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시설의 벽이랑 바닥을 타일로 만들어 놓은 곳도 있었다. 시설당 4~5억 원씩 주고도 관리감독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시설장에게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주기 위해 단기 교육을 통한 자격증이 난무했고, 직원은 명단만 있으면 되니 교인이나 가족명단으로 채우는 경우도 있었다. 어느 시설은 화장실에 칸막이 없이 변기만 여러 개 있는 경우도 있었고, 예전 고문시설과 같은 구조의 거주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을 복권기금으로 지었었다. 우리는 그당시 차라리 그 돈을 당사자들이 민간주택의 전세를 구하도록 전세자금을 빌려주고 활동보조 지원을 하라고 주장했었다.”

 

- 2005년 즈음 대응했던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는다면?

“2005년 발바닥행동이 만들어질 때 S재단 사건으로 한창 싸울 때였다. 현재도 S재단 산하에 4개 시설이 남아있고 운영되고 있다. 재단의 비리가 고발된 당시에는 13개 시설을 운영하고 있었다. 1,500명이 넘는 거주인들의 주부식비 등 영수증을 부풀려 회계를 마음대로 유용하고, 심지어 하루에 온수가 나오는 시간이 30분 정도밖에 없어 따뜻한 물을 쓰기 위해 경쟁해야 했었다는 증언, 거주인들에게 생리대 보급도 제대로 안 되서 직원들이 자기 집에서 면생리대를 만들어 가져왔다는 증언, 너무 추워서 직원들이 거주인들의 바지와 양말을 꿰매주었다가 퇴근하면서 다시 풀어주었다는 증언 등이 쏟아져 나왔다. 이사장 배우자가 세탁부로 허위 직원 등재를 하여 월급을 받아가고, 횡령된 금액의 일부가 해외에서 사회복지 공부를 하러 유학 간 아들의 유학자금으로 보내졌다는 것도 밝혀졌다. 허위로 작성된 문서를 직원들이 소각장에서 발견해서 드러내는 등의 고발도 있었지만 처음에는 형사고발도 되지 않았다. 유학에서 돌아온 아들은 지금 이사장이 됐다.

 

이런 대형법인의 비리가 제보되었는데도 해당 지자체는 고발도 안하다가, 해당 재단의 시설에서 성폭력 사건이 있었는데, 경찰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수사를 하다가 비리수사까지 확장된 것이었다. 그제서야 법인이사장이 구속됐다. 공익제보가 힘이 없었던 이유는 사회복지기관이 공공시설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개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공무원들의 생각도 강했기 때문인 것 같다. 오히려 시설을 비호하고 미온적 태도를 보였고, 비리는 잘못이지만 이사장만 바꾸고 이사진은 그대로 두는 등 운영권 개입은 어렵다는 인식이 컸다. 하지만 그 후로 도가니사건 등 많은 사건들을 거쳐오면서 이제는 시대와 인식이 많이 변화했고, 여러 일을 계기로 이제는 이사를 해임시키는 등 규제하고, 임시이사로 들어갈 때 정부가 추천하고 시민사회단체가 의견을 내서 공공이사들이 들어가 비리집단을 배제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탈시설 정책 토론회에서 발언 중인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https://lh3.googleusercontent.com/h1v5DLc_-y4fxN0zvL_jOOXE9jZY9_5RBwSfF0... />

탈시설 정책 토론회에서 발언 중인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 <사진 = 웰페어 이슈 Youtube>

 

-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은 어떤 경로로 입소하게 되는가?

“시설을 사용하는 사람 중 발달장애인 사람이 76%로 높은 비율 차지한다. 발달장애는 사람마다 그 장애정도가 다르겠지만 집단 통제나 규율을 지키기 어려운 사람이 많다. 그런데 시설에 가보면 다 일렬로 줄을 서 있는 발달장애인의 모습을 보게 된다. 발달장애인들이 어떻게 일렬로 조용히 줄을 서 있을까?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폭력적이거나 강압적인 상황을 경험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발달장애는 그 자체가 집단적 통제나 규율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집단서비스가 맞지 않다. 그러나 입소자 중 76%가 발달장애인이고, 서울시는 통계중 94%가 비자의 입소로 조사된 내용도 있다. 즉, 나는 시설에 가기 싫다고 자기항변을 하기 어려운 대상들이 비자의적으로 시설에 입소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 장애인 시설과 관련한 명칭도 굉장히 많은 것 같다

“장애인시설을 나타내는 명칭은 수용시설, 생활시설, 거주시설로 바뀌어왔다. 수용이란 단어의 거부감 때문에 생활시설로 바뀌었다가 전일적 생활을 시설 공간 안에서만 하는 것이 문제가 되어 거주시설, 즉 거주만 하는 시설이라는 의미에서 거주시설로 바뀌어 왔다. 거주시설은 낮 생활을 외부에서 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려 했는데 사실상 시설의 위치 때문에 불가능한 곳이 많다. 경사가 높은 곳에,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은 곳에 위치한 시설들이 많다. 휠체어를 타든 아니든 간에 밖에 나가 사회생활을 한다는 생각 자체가 불가능했다. 또 다른 이유는 직원 한 명이 동시간에 지원해야 할 장애인이 4명 많게는 8명이 넘었다. 개인생활, 즉 개인지원이 불가능한 구조다. 그러니 이름만 거주시설이지, 실제로 모든 생활을 시설안에서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수용형 생활시설인 셈이다.

 

그래서 탈시설, 시설폐쇄법을 주장하며 ‘시설은 감옥이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이건 탈시설한 당사자들이 말한 표현에서 따온 것이다. 시설이 법률적으로는 복지관까지 포괄하는 용어지만, 여기서 말한 ‘시설’은 거주형, 수용형 시설을 말한다. 그런데 거주시설의 입장에서 이것이 기분이 나빴는지,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쪽 발표자가 장애인복지학회 학술대회에서 거주시설이라는 용어를 거주서비스로 바꾸자는 내용의 발표가 하기도 했다. 무기력함을 낳는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용어 변경을 대안으로 내세운 것이 언어도단이라고 생각하고, 장애인 당사자 한 명, 한 명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 기존에 여러 형태로 운영되고 있던 그룹홈도 탈시설의 범주에 포함되는가?

“그룹홈도 자신의 집과 같이 되기엔 부족하다. 거주인들이 낮 시간에는 보호작업장, 학교 등에서 생활을 하고 돌아와야 하고 그 시간부터 직원이 일을 한다. 혹시라도 몸이 안 좋더라도 낮에 그룹홈에서 일하는 사람이 없어 그룹홈에 남아 있을 수가 없다. 한국의 그룹홈은 4명의 거주인대비 1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운영방식도 시설과 규모만 다를 뿐 유사하다.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당사자의 경험을 전하면, 그는 신체장애가 있어 휠체어를 이용하는데 그룹홈에서 소풍 가는 장소는 휠체어가 접근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도 소풍을 안간다고 하니, 빠지면 안된다하여 억지로 가게 됐고, 다른 사람들이 계단을 올라가서 구경할 동안 혼자 휠체어를 타고 기다려야 했다고 한다. 개인에 대한 고려를 할 수 없는 구조가 그룹홈이다. 그녀는 그룹홈에서 나와 자립했다.”

 

- 탈시설 운동은 주거권 차원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나?

“처음에는 탈시설 운동을 주거권 운동이라고 등식화해서 보기 어려웠다. 주거권 영역은 전통적으로 철거민의 권리와 그로부터 연결된 세입자의 권리를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있어서, 장애인의 주거권도 재가장애인에 대한 이슈가 주였다. 탈시설장애인의 주거권은 영구적인 주거공간보단 탈시설과정에서 거쳐가는 ‘중간집’ 형태가 많이 생겨났다. 처음 이 개념은 외국의 사회주택을 참고했었다. 그당시 외국에서 사회주택은 청년, 노인, 노숙인, 장애인 등에 모두 지원하는 개념이었다. 그래서 탈시설한 장애인에게도 사회주택처럼, 처음 자립할 사회주택을 주라고 주장했는데, 그것이 용어가 강해 보였는지 처음 이 정책을 도입한 서울시는 이를 ‘자립생활가정’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공급했다. 자립생활가정은 1인1실로 3명 이하가 한 집에서 최장 7년까지 생활하도록 제공하는 것이다. 기존의 공동생활가정(그룹홈)에서 공동을 자립으로 용어만 바꾼 것이고 제한적인 입주기간을 둔 것을 더 싸울수도 있었지만, 시설에서 나와 거쳐 갈 수 있는 중간집이 생기면 더 많은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는 출구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수용했다. 그리고 자립생활주택을 거친 탈시설장애인은 그 이후에 일반의 재가장애인의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는 것과 유사한 프로세스를 거쳐 주거권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고 했었다.”

 

- 온전한 탈시설을 위해서는 주거지원 그 이상의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나?

“이제 탈시설 운동은 중간집 형태를 넘어 ‘지원주택’ 같이 본인이 계약하는 본인의 집으로 가야 하고 제한적인 서비스가 아닌 영구적인 주거지원이 되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장애인 직업재활 쪽에서 ‘선 배치 후 훈련’이라는 것이 있는데, 일을 하게 될 현장에 우선 배치한 후에 잡코치를 붙여 직무훈련 하는 형태를 말한다. 주거도 마찬가지로 임시로 머무는 집이 아닌 실제 살아야 할 곳에서 주변 환경과 생활방식을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자립생활주택이라는 중간집을 형태를 뛰어넘어 지원주택이라는 개념의 도입이 필요했다. 또한 동시에 활동지원 서비스가 필수적이고, 활동지원서비스가 있어야 개인생활이 가능하다. 탈시설운동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살아 가기 위해서 이동권, 활동지원서비스제도화, 최근에는 주간활동 등 그런 서비스가 제공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운동과 연대해 왔다.”

 

서울시 탈시설정책의 시작이 된 2009년 '마로니에 8인'의 투쟁을 기념한 동판 <사진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https://lh4.googleusercontent.com/nNFVcZjYL8VPQ2SFtpGvJJC9arBrTySQaz0RWY... />

서울시 탈시설정책의 시작이 된 2009년 '마로니에 8인'의 투쟁을 기념한 동판 <사진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 최근 서울시가 도입한 지원주택의 의미를 설명해달라

“지원주택은 주거와 서비스의 결합이다. 지원주택의 입주자는 주택점유권뿐 아니라 시민으로서 누릴 사회서비스를 일반 재가장애인처럼 받을 수 있다. 시설에 있으면 여러 서비스를 시설 서비스로 대체하기 때문에 다른 사회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시설서비스는 운영자가 장애인에 대해 서비스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그러나 지원주택은 주거 서비스만 제공하고, 집과 생계비는 정부에서, 활동지원, 평생교육 등은 다른 서비스 기관을 이용하는 등 한 기관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기관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서비스 공급처가 나눠져 있어서 당사자 권한 강화의 의미도 있다. 기존의 대형시설에서 집단생활을 해 왔던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주택점유권을 당사자가 갖으면서도 영구적인 주거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활동지원서비스나 평생교육, 중증장애인일자리, 주간활동 등의 개인서비스나 일자리를 갖는 등의 개인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애인의 새로운 주거유형으로 그 의미가 크다. 이는 서울시에서만 시행하고 있지만, 복지부의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의 일환이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사업으로 일부 시행되는 곳도 있다.”

 

- 서울시 지원주택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내가 참여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프리웰에서는 2016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업으로 지원주택 모델화 사업으로 예산을 받아, 희망하는 사람에게 오피스텔, 원룸에서 1년 동안 살아보는 시범사업을 운영해보았다. 그곳에서 생활한 사람들은 본원에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고 매우 만족했다. 이후 SH가 주도해 홈리스, 알코올중독, 발달장애, 정신장애 등 분야를 나눠 시범사업을 했다. 시설운영비 중 한 사람의 피복비, 주부식비, 운영비 등의 개인 몫을 계산하여 시범사업주택에 주어 살게 했다. 그러나 시범사업이었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기초생활수급비나 활동지원 등을 받을 수 없는 문제가 여전히 있었다. 그렇게 SH지원주택 시범사업을 2년 동안 운영한 후에, 2018년 지원주택 조례가 만들어지고, 2019년 본 사업이 시작되었다. 프리웰 법인이 본 사업의 운영사업 기관이 되어 현재 3개 자치구에 24호의 지원주택을 운여하고 있고, 입주자는 32명이다.

 

우리는 서울시 지원주택이 최중증 장애를 가진 사람도 입주가 가능하며, 지원이 가능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현재 다양한 장애를 지닌 분들이 서울시 지원주택에 입주하게 되었다. 주거코디네이터는 입주자의 주거생활전반을 지원해 주고, 본인이 희망하는 주거생활이 될수 있도록 지원한다. 활동보조 공백시간에 서비스를 보충해주거나, 본인이 명확하게 필요서비스를 말하지 못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서비스를 점검하고 개입해 서비스 내용을 변경하는 등의 역할도 한다. 현재 입주한 분들은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해 개인 생활을 하고 보호작업장 등 일자리를 계속 다니거나, 평생교육이나 주간활동을 신청하거나, 자유를 만끽하며 계속 돌아다니는 등 다양하게 살고 있다.”

 

- 여러 긍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택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주택을 맞춰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이번에 지원주택 본 사업으로 공급받은 주택은 ‘따뜻한 동행’이라는 곳을 통해 주택을 수리해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었다. 현재 지원주택은 매입임대주택 물량에서 공급되는데, SH가 주택을 매입할 때 아예 설계단계부터 편의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그걸 매입하면 좋겠는데, 국토부의 매입기준과 안 맞다고 들었다. 우리는 앞으로 지원주택 뿐 아니라 공급하는 모든 공공임대주택에는 장애와 고령 등의 사람에 맞게 배리어프리 디자인(Barrier Free, 무장애 디자인)을 해달라고 요청했더니 국토부가 기함했다. 장애인에게 지원되어야 하는 주택은 마을버스에는 저상버스가 없기 때문에 지하철역 근처여야 하고, 지하철도 엘리베이터가 있는 지하철역, 건축물에 유니버셜디자인(universal design)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적정조건과 물량을 찾고 공급하는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아 답답하다. 정부는 자신들이 정치적으로 타겟팅하기 좋은 청년, 신혼부부에게 역세권의 주택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서,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후순위로 밀리는 문제가 있다.

 

또한 장애인지원주택을 운영해보니 부부도 싸우고 이혼하는데, 신청자와 딱 맞는 룸메이트를 찾아주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노숙인쪽은 모두 단독형인데 비해, 단독형 공급은 너무 좁아서, 장애인이 입주하기에는 생활이 되지 않으므로 장애쪽은 쉐어형도 공급되고 있다. 현재 2룸이나 3룸에 2명이 거주하는데, 화장실문크기 확장, 변기위치를 개조해서 겨우 휠체어가 들어갈수 있게 개조했다. 결국 집크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쉐어형에 살아야 한다는 거다. 혼자 살고 싶다고 해도 단독형에 비해 큰 집을 혼자 쓰자니 임대표 부담이 있다. 그래서 결국 원치 않는 룸메이트와 살게 된다. 그러니, 장애인에게 맞는 단독형 공급도 필요하다.

 

그리고 화동지원서비스 등 사회서비스가 자립한 그 첫날부터 이용이 가능해야 하는데, 우리정부의 행정시스템은 기존의 거주시설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이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함에 있어서도 제한이 따른다. 신청은 할수 있으되, 기존주소지가 경기도, 이전할 주소가 서울이면 그에 따른 사회서비스신청에 제한을 받는다. 관할 주소지가 다르다는 이유다.”

 

- 당사자와 그 가족이 속한 지역사회 내에서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서울시 지원주택 사업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가 농성하며 만들어낸 정책이다. 지금까지 탈시설 한 장애인이 지원주택을 통해서 자립하는 이야길 했는데, 또하나의 핵심적인 문제는 시설화를 예방하는 것이다. 즉, 장애인 가족의 고령화, 질병 등으로 장애인에 대한 가족의 지원이 부재할 경우 시설로 가기 때문에 시설화를 예방하려면 재가장애인일 때 지원하여 시설화를 막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연대 서울지부는 성인발달장애인의 위한 시설이 아닌 주거서비스를 서울시에 요구했고, 그 결과로 지원주택에 대한 연구, 시범사업, 조례제정, 본사업 시작의 과정을 거쳐 왔다. 그러나 재가장애인을 대상으로 지원주택시범사업을 했을 때 생각외로 인기가 높지 않았다. 그것은 재가장애인이 그동안 맺어온 사회관계, 즉 해당 지역사회에 지원주택이 있어서 지역을 옮기지 않고도 지원주택서비스가 공급되어야 하는데, 현재 공급되는 지원주택은 SH가 공급가능한 주택이 있는 곳으로 한정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재가발달장애인의 입장에서 지금까지 자기가 살아온, 그리고 가족이 있는 지역사회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라는 셈이다. 그러니 지원주택서비스는 SH공사가 공급하는 주택 뿐 아니라 현재 가족과 사는 집에서도 주거지원서비스가 가능해야 한다. 즉 자가형까지도 지원주택서비스가 되어야 하고, 민간주택 공급까지도 열려 있어야 그 속한 지역사회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한 예로, 치매 증상이 있던 어머니가 급격히 상태가 악화되어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발달장애인 분이 혼자 남게 되는 일이 있었다. 처음 3개월 동안에는 단기보호시설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세 개 시설을 다니는 동안 이 발달장애인분에게 욕창이 생겼다. 와상장애인도 아닌데 욕창이 생겼다는 것에서 과도하게 약을 먹어 계속 누워있게 만든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노들야학과 노들IL센터 활동가들은 이분을 원래 살던 집에서 거주하면서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활동지원서비스가 없을 때 활동가들이 당번을 정해서 매일 24시간 활동지원을 했다. 그러는 사이, 서울시와 해당 자치구에 계속 요구해 결국 24시간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아냈다. 그래서 본인이 살던 집에서 활동지원서비스와 주거지원서비스를 받으며 살고 있다. 주거지원서비스는 정부지원이 없지만, 노들IL센터에서 자체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만약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입원했어도 장애인 당사자가 본인 집에서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으며 자가 생활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이 분이 3개월 동안 3개 시설에 보내지면서 욕창이 생기고 여기저기 내돌려지는 듯한 불안경험을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했더라도 40년이상 자기가 상던 집에서 서비스를 받는 것이 발달장애인 당사자에게 가장 안정감을 주는 서비스 형태이다.

 

지금 시설로 들어가고 싶은 사람은, 결국 지역사회에서 살수 없기 때문이며 이를 해결하는 것이 시설화를 예방할수 있다. 따라서 지원주택서비스, 즉 주거생활지원서비스는 재가장애인에 맞게 구체적으로 설계되어 지원되어야 한다.”

 

- 마지막으로 남기고픈 말이 있다면?

“탈시설의 문제는 인권의 문제이다. 탈시설이 지역사회로 사람들을 내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지역사회가 튼튼해야 하고, 지역사회가 이들을 이웃으로 품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설을 나오도록 유도하면서 필요한 지원과 환경적인 조건을 갖추어 가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함께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장애인들의 인권을 지키지 못했음에 대한 반성을 철저히 하고 새롭게 제시된 세상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정해야 할 것이다. 탈시설과 지역에서의 생활이 원활한 환경을 만드는 속도, 예산을 계속 늦추는 동안 장애인들의 삶과 시간은 망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광화문 광장에 모인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들의 모습https://lh6.googleusercontent.com/f7raeeGlI6KUYE7IhxDSjn2qY0ihW-fyo0aKr2... />

 

광화문 광장에 모인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들의 모습 <사진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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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빈곤철폐의 날, 개발 때문에 쫓겨나지 않는 세상, 

가난 때문에 죽지 않는 세상, 빈곤을 철폐하라!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심화되는 빈곤과 불평등

작년 연이어 하락한 빈곤층의 소득하락이 2019년 2/4분기로 멈추었다. 하지만 하위20%의 처분가능소득은 86만원에 불과하다. 상위20%의 소득을 하위20% 소득으로 나누어 불평등 격차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이 5.30배로, 2003년 통계작성 이후 최대치를 보이고 있다. 범위를 좁혀서 상위10%의 소득 비중은 50.6%, 자본주의 발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위 0.1%의 연평균 소득은 14억 7,400만원 에 달한다. 국세청에서 파악하지 못하는 소득까지 감안한다면 그 액수는 더 클 것이다. 상위0.1% 2만 2천여 명의 연소득의 합이 하위27%의 629만 5천여 명의 연소득의 합과 같다. 불평등은 소득뿐만 아니라 점유하고 살아가는 공간에서도 심각하다. 30명의 가진 사람들이 1만여 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는 반면 227만여 가구는 거리·쪽방·고시원·반지하·옥탑과 같은 건강을 갉아먹고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집답지 않은 집에서 살아가고 있다. 경제가 불황이어서 살기 어렵다는 말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진 않는다.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쌓아가는 동안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은 계속 더 가난해지며 삶의 공간에서, 거리에서, 사회에서 밀려나고 있다.

 

2019년 1017 빈곤철폐의날을 맞아 열린 추모제https://lh6.googleusercontent.com/bWK2TSuu8KzjtgvU7D965ScIv60zJ-wfC0DVVB... />

2019년 1017 빈곤철폐의날을 맞아 열린 추모제 <사진 = 빈곤사회연대>

 

빈곤 퇴치의 날이 아닌 빈곤 철폐의 날

10월 17일은 UN에서 정한 <세계 빈곤퇴치의 날>이다. 1992년 세계적인 기아와 빈곤 문제를 없애겠다고 선언했고, 2000년 UN총회에서 2015년까지 절대빈곤 대폭감소를 목표로 ‘새천년개발목표’를 설정했다. ‘화이트밴드 캠페인’은 빈곤퇴치의 날의 대표적인 행사이다. ‘END POVERTY’라고 적힌 흰색 실리콘 팔찌를 착용한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앉았다 일어서는 퍼포먼스로 ‘가난의 굴레에서 스스로 일어나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 국제기구와 자선단체를 중심으로 아픈데 치료받지 못하는 아이나 노인, 가난하지만 해맑게 웃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전시하며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구호와 원조를 호소한다. 다소 불편하다. 가난이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인가? 빈곤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사회구조 속 오만가지 문제가 다양하게 얽히고설켜있다. 세계적으로 심각한 빈곤문제가 구호와 원조의 부족이 아니라 소수의 기업과 탐욕스러운 자본 그리고 빈곤문제 해결에 의지 없는 정치권력의 결착에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빈곤을 만들어내는 고리들을 끊어내지 않는다면 운 좋게 구호에 의해 구조된 누군가도 다시 빈곤의 늪에 빠질 가능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10월 17일을 <빈곤철폐의 날>이라고 부른다. 노점상, 철거민, 임차상인, 노동자, 홈리스, 쪽방주민, 장애인, 청년 등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빈곤을 만들어내는 폭력에 맞서 저항하는 사람들이 함께 목소리 내고 연대하여 싸운다. 빈곤을 없애는 방법은 가난을 동정거리로 소비하며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차별과 처벌을 정당화하는 구화와 원조가 아니다. 서로의 삶을 공유하며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대하여 행동할 때 끝장낼 수 있을 것이다. 1017 빈곤철폐의 날 투쟁은 세계주거의 날인 10월 첫째 주 월요일을 시작으로 한 달 동안 진행된다. 올해 1017 빈곤철폐의 날에 우리는 “개발 때문에 쫓겨나지 않는 세상, 가난 때문에 죽지 않는 세상, 빈곤을 철폐하라!”라는 슬로건과 10가지 투쟁과제를 내걸고 함께 싸웠다.

 


△ 2019 1017 빈곤철폐의날 투쟁과제

▴ 부양의무자기준, 장애등급제, 장애인 수용시설 완전 폐지!

▴ 노점상강제철거·노점관리대책 중단, 용역깡패예산 전면삭감!

▴ 선대책 후철거, 순환식개발 시행!

▴ 고시원‧쪽방 등 비적정 거처에 대한 주거, 안전 대책 마련!

▴ 사회복지 공공인프라 확대!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 노동기본권 쟁취! 노동개악 저지! 비정규직 철폐!

▴ 공공임대주택 확대! 전월세 상한제 도입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 누구도 배제하지 말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 반인권적 공공개발 중단! 강제퇴거 전면 중단!

▴ 상가법 개정으로 임차상인 생존권 보장!


 

개발폭력 철거폭력에 쫓겨나는 사람들

2018년 12월 아현동 철거민 박준경이 한강에 투신했다. 개발지역에 동절기 강제철거를 금지한 서울의 경우 겨울을 앞두고 철거폭력이 몰아친다. 원 주민과 상인들의 삶이 아니라 건설사와 투기꾼들의 이윤만을 위한 개발사업은 가난한 사람들을 삶의 터전에서 쫓아내려 한다. 대책 없이 쫓겨날 위기에 처한 사람들, 갈 곳 없는 사람들 앞에는 용역깡패를 동원한 철거폭력이 등장한다. 철거민들이 온갖 욕설과 희롱, 물리적 폭력과 매일을 마주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가난하기 때문일 것이다. 화려해지는 도시에 어울리지 않는 가난한 사람들은 쫓겨나야 하고 밀려나야 하고 가려져야 한다. 박준경의 죽음으로부터 1년, 최근 강서구 재건축 지역 세입자였던 50대 남성이 ‘힘들었다.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긴 채 생을 등졌다. 이웃 주민은 조합 측으로부터 ‘명도소송을 할 것이라는 협박에 심리적으로 힘들고 겁이 났다, 그이도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경의 죽음 이후 서울시 차원에서 재건축 세입자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 변한 것은 하나 없었다. 다섯 명의 철거민과 한 명의 경찰이 사망한 용산참사로부터 근 11년이 지났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미아3구역 철거민들이 망루에 올라 투쟁하고 있다. 방배5구역, 자양1구역을 비롯한 전국각지에 개발현장의 철거민들은 매일을 폭력에 맞서 싸우고 있다. “여기 사람이 있다” “우리가 박준경이다”라는 구호는 여전히 유효하다. 

 

개발폭력은 정부에서 진행하는 공공개발에서도 다르지 않다. 도시나 지역의 발전을 내세우고 ‘도시재생’과 같이 그럴듯한 단어로 포장하여 가난한 사람들을 밀어내려 한다. 공공개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공익보다 사익을 앞세우는 파렴치한으로 매도되며 철거폭력과 마주하게 된다. 청계천복원이라는 이름으로 쫓겨난 상인들, 현대화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쫓겨날 위기에 저항하고 있는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의 상황이 그렇다. 또한 철거폭력은 개발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초등학생에서부터 심지어 인기 있는 연예인까지 건물주를 꿈꾸는 사회에서, 건물주의 더 많은 이윤을 위한 야만에 임차상인들이 철거폭력과 마주하게 된다. 더 화려한 도시공간을 만들기 위해 가난한 사람들은 거리와 공공공간에서도 치워진다. 문재인정부에 들어서 국가폭력에 의한 첫 번째 희생자는 강북구에서 좌판을 깔고 장사하던 노점상인 이었다. 디자인, 거리미화 등을 이유로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생계수단 노점상인들은 자치구가 구입한 용역폭력에 의해 철거된다. 서울로 7017 고가공원에 공사가 시작되어 개장되기 까지 서울역 지하도에는 노숙금지 팻말이 하나둘 붙기 시작했고 결국 그곳에서 생활하던 거리홈리스들은 치워졌다.

 

반복되는 가난한 사람들의 죽음

지난 7월 관악구에서 탈북모자가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발견당시 모자의 집에 있던 식료품은 고춧가루가 전부였다고 한다. 모자는 생전 생활고로 인해 기초생활보장제도 신청을 위해 주민센터를 찾았지만 이혼한 전 남편이 아들의 부양의무자로 되어있어 수급신청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9월 강서구에서 50대 남성은 치매가 있는 노모와 장애가 있는 형을 살해한 뒤 자살했다. 세계 경제순위 12위, 30-50클럽의 7번째 가입국인 2019년 한국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굶어죽고 가족에게 살해당했다. 2014년 송파 세 모녀의 죽음이후 사회보장 이용 및 발굴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개정되는 등 복지제도의 신설, 개선조치가 계속 있어 왔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투쟁으로 장애등급제폐지와 부양의무자기준폐지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만들어 냈지만 장애등급제는 이름만 바뀌었고, 부양의무자기준은 완화조치만 취해지고 있다.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지제도에 필요한 예산을 반영해야 하지만 예산에 복지제도를 끼워 맞추는 작당만 계속되기 때문이다.

 

‘햇빛이 들어오고 주방이 있는 집에 살고싶다’ 피켓을 제작한 참가자https://lh5.googleusercontent.com/tkCknZrJg0mYtCWWMPZVAdt5T85lP0ZaYMuYKH... />

‘햇빛이 들어오고 주방이 있는 집에 살고싶다’ 피켓을 제작한 참가자 <사진 = 빈곤사회연대>

 

치솟는 집값에 선택 가능한 머물 공간이 적은 가난한 사람들은 쪽방‧여인숙‧고시원 등 최소한의 안전조차 담보되지 않는 비주택에서 살아간다. 한 평 남짓한 공간에 방음과 환기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비주택은 건강을 갉아먹으며 삶까지 집어삼킨다. 작년 1월 종로구 쪽방촌에 난 화재로 1명이 사망했다. 같은 해 12월 종로 국일고시원에 난 화재로 7명이 사망했다. 화마에 휩쓸린 7명은 4만 원 더 저렴한 창문 없는 방에 살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지난 8월 전주의 한 여인숙에 난 화재로 또다시 3명이 사망했다. 비주택에서의 비극이 반복되고 있지만 사망사고 이후 발표되는 대책은 비상벨 설치나 스프링클러 설치와 같이 굉장히 지엽적일 뿐이다. 비주택에서 발생되는 죽음에 대한 대책이 안전과 안정되지 못한 주거권에 초점 맞춰지지 않는다면 삶을 삼키는 비극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빈곤없는 세상, 평등과 평화가 도래한 세상을 향해

2000년 UN총회에서 목표한 ‘새천년 개발목표’는 실패했다. 2015년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도시가 화려하게 변화했지만 화려한 도시에 가려진 빈곤과 불평등은 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UN은 목표기간을 2030년으로, 이름을 ‘지속가능개발목표’로 재설정했다. 하지만 원조경제 중심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력갱생을 요구하는 기존과 다르지 않은 방식은 빈곤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1017 빈곤철폐의 날 조직위원회는 이러한 폭력과 죽음을 멈추고 빈곤과 불평등을 끝장내는 싸움에 동의하고 연대하는 단체와 개인들로 구성된다. 2019년 빈곤철폐의 날에는 2019 주거의 날을 맞아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발족에 함께 하며 모두를 위한 주거권을 함께 소리 냈고 민중열사 묘역참배, 무연고사망자 합동 추모제, 빈곤철폐의 날 퍼레이드와 기자회견을 통해 “개발 때문에 쫓겨나지 않는 세상, 가난 때문에 죽지 않는 세상, 빈곤을 철폐하라!”라는 슬로건과 10가지 투쟁과제를 함께 외쳤다. 그리고 1017빈곤철폐의 날 당일, 가난한 사람들의 죽음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는 부양의무자기준 진짜폐지 공약이행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가난은 죄가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 말을 선뜻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렵다. 가난은 무엇인가. 가난한 사람들은 어디에 있으며, 가난한 사람들이 있어야 할 자리는 어디인가. 무엇이 가난한 사람들을 만들어내고 차별하고 처벌하게 만드는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1017 빈곤철폐의 날 투쟁일정은 끝났지만 각각의 현장에서 빈곤없는 세상,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싸움은 계속된다.

 

2019년 1017 빈곤철폐의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청와대 앞 농성에 돌입한 참가자들https://lh3.googleusercontent.com/quGzbNUTi1XoIVYeGWVW0KmrA0dGPE7EU_M4Re... />

 

2019년 1017 빈곤철폐의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청와대 앞 농성에 돌입한 참가자들 <사진 = 빈곤사회연대>

월, 2019/11/0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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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의료체계의 중요성과 함의

: 효과적이고 민주적인 ‘서로 돌보는 공통체’로의 전환

 

신영전 한양의대 보건대학원 교수

 

일차의료 강화의 당위와 불가피성

일차의료란?

‘일차의료’란 의료서비스의 제공 중 첫 번째 수준을 담당하는 의료체계를 말한다. 하지만 일차의료가 가지는 의미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보다 다양하다. 일반인들에게 일차의료는 단순히 ‘개원 의사’, ‘가정의학 의사’, ‘주치의’ 등이 제공하는 초기 의료서비스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일차의료가 적극적으로 지향하는 가치와 특성은 각별하다. 먼저 일차의료는 한 인간의 출생, 유아, 청년, 장년, 노년, 죽음까지 전 생애에 걸쳐 그가 속한 가족을 포함한 건강, 질병 문제의 일차적, 전문 조력자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질병 예방과 조기 발견, 다양한 초기 질병의 비특이적 증상에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 의료를 제공해야 한다. 셋째, 또한 복합 만성질환자의 통합적이고 지속적인 의료적 관리와 사회 재활에 이르기까지 건강과 질병의 전 스펙트럼에 개입하는 전문가이기도 하다. 요약하면, 일차의료를 제공하는 의사는 ‘최초 접촉’, ‘포괄적 의료서비스 제공’, ‘지속적 관계유지’, ‘조정역할’을 특징으로 하는 주치의로서 자기 환자와 가족들에 대해 전 생애에 걸친 지속적인 상담, 질병예방 및 건강증진을 책임진 의사를 의미하기도 한다. 

 

일차의료 강화라는 ‘당위’의 실패

일차의료가 가지는 의의와 중요성에 근거해 일차의료를 강화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 일차의료 강화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면에서 실패를 거듭해 오고 있다. 첫째, 대부분의 의료적 필요는 스스로 돌봄이나 일차 의료서비스로 해결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 공급체계는 양적으로 볼 때,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의료수요와는 반대의 삼차의료가 비대한 역삼각형 구조를 보이고 있다(<그림 1-1>). 의사 중 일반의나 가정의학 등의 일차의료 중심 과를 택하는 비율이 전체의 30%도 안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증거이다. 

 

<그림 1-1> 의료수요와 삼차의료가 비대한 역삼각형 구조의 비교

<그림 1-1> 의료수요와 삼차의료가 비대한 역삼각형 구조의 비교https://lh3.googleusercontent.com/Qb6ekWTOpC8sGjfyJ5XK6-XUSO_-jZjVDmWCrN... />

 

둘째, 전체 의료인 중에서 차지하는 일차의료 규모의 왜소함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일차의료를 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 제공되는 의료서비스보다 질이 낮은 것으로 여기는 잘못된 인식이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서비스의 질이 높다는 것이 고가의 첨단 의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질병의 성격에 적절히 조응하는 의료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일반인들은 무조건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한 실정이다. 최근 상급병원, 종합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은 이러한 문제를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차의료 강화의 ‘불가피성’

일차의료의 대폭적인 강화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이루어내는 데 실패한 한국 사회에서 최근 새로운 ‘계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 계기는 종래처럼 당위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차이가 있다. 그 변화의 불가피성을 주도하고 있는 주된 힘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속도의 고령화다. 이로 인해 의료 분야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노인의료비의 규모와 증가 속도이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이 쓴 진료비는 31조 8235억 원으로 전체 의료비의 40.8%를 차지했다. 노인의료비의 연간 증가율도 2014년 10.4%에서 2018년 12.4%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고령화가 야기하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현재 의료보험재정의 재원을 담당하고 있는 고용인구의 규모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내 산업구조의 변화와 세계의 장기 경제 둔화는 급격히 사회보험으로서의 의료보험재정을 지속적으로 악화시킬 것 것이다. 요약하면, 고령화로 인한 진료비 증가와 보험재원 조달의 어려움이 만나면서 현재 의료보장체계의 지속가능성을 급격히 낮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제공체계 등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우리 사회가 이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다면 현재 60% 전후에 불과한 의료보장수준은 급격히 낮아져 사실상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일부 부유한 사람들은 민간의료보험을 통해 그럭저럭 버티겠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매일매일 아플까 봐 불안해 하고 많은 이들이 의료비로 인해 파산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파국을 막기 위한 ‘적절한 사회적 대응’의 핵심에 일차의료의 강화가 자리하고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이것은 과거의 당위성에 기반하기보다, 한 사회의 사회안전망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일차의료를 강화해야 한다는 ‘불가피성’에 기반한 것이다.

 

일차의료 강화와 동상이몽

일차의료 강화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주장이 존재한다. 우선 일차의료 강화에 반대하거나 무관심한 이들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대형병원의 이익을 우선하는 이들이다. 또한 높은 본인부담금을 내더라도 별 불편 없이 대형 병원을 이용하는 고소득자들이다.

 

일차의료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 사이에도 ‘동상이몽’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민간의료보험이 중심이 되는 수직적 전달체계를 구축하려는 세력이다. 이 수직적 전달체계는 그 체계의 내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일차 의료는 결국 최상위에 있는 영리목적 보험회사의 지시를 따르게 된다. 강력한 ‘문지기(gate keeper)’가 아니라 ‘문차단자(gate shutter)’로써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의 일차의료체계가 이 모형의 예라고 할 수 있다(<그림 1-2>). 이 영리목적 보험회사는 한편으로 이익창출에 한계가 있는 행위별 수가제가 아니라 인두제를 기반으로 하는 주치의제도를 가동함으로써 ‘대량 관리 회원의 안정적 확보’와 ‘원가절감’이라는 방식으로 이윤창출 모형을 설계하고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일차의료 강화와 주치의제도를 주장하고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건강관리기구(HMO)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림 1-2> 미국 일차의료체계의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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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보험회사로 대변되는 영리적 대형자본은 자신의 수익창출을 위해 다른 목적으로 일차의료를 강화하고자 하는데, 최근 대표적인 것이 영리유전자검사 등을 통해 의료서비스의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려는 것이다. 또한 개인의 질병정보의 활용하기 위한 규제개혁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른바 의료민영화 프로젝트가 그것이다(<그림 1-3>).

 

‘일차의료의 강화’를 주장하는 또 다른 세력은 대다수 국민의 이해에 기반한 진보적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일차의료가 가지는 본연의 가치, 즉 전술한 바와 같은  ‘최초 접촉’, ‘포괄적 의료서비스 제공’, ‘지속적 관계유지’, ‘조정역할’을 통해 불필요한 의료비의 급증을 막고, 한 개인과 가족, 공동체에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일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림 1-3> 한국 의료민영화 프로젝트

<그림 1-3> 한국 의료민영화 프로젝트https://lh3.googleusercontent.com/Dz9J1ttiysqjOEdviJh7Q56J4CI8j5uUQVn71U... />

 

바람직한 일차의료의 강화 원칙과 과제

이렇듯 ‘일차의료 강화’의 주장하더라도 그 목표가 다를 수 있는 만큼 국민들의 편안한 온존(well-being)을 지향하는데 기여하고자 하는 이들은 ‘바람직한’ 일차의료 강화의 원칙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은 단순히 기존의 일차의료를 강화가 아니라 바람직한 일차의료의 강화가 필요하고, 이에서 더 나아가 기존 일차의료의 개념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개념의 재구성/재정의 필요

일차의료가 국민들의 온존에 기여하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기존의 개념을 재구성/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질병에 대한 인식의 변화이다. 기존 의학적 접근이 질병에 대해 가진 태도는 그것을 퇴치할 대상으로 바라본 것이다. 그러나 이는 감염성 질환이 주를 이루던 시대에 만들어진 생각이다. 현재와 같이 만성질환이 주를 이루는 시대에 이러한 질병관은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현실적이다. 오히려 질병과 장애를 인간의 본질로 받아들이고 이들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대부분의 감염균과 감염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둘째, 기존 의학적 모델의 극복이다. 최근 과학적 기술의 발전은 오히려 인간이란 존재가 유전자로 환원할 수 없는 다양한 층위 요소들과 그것들 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운명지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질병을 유전자 또는 그 이하 요소에 기인한다고 보고 인간의 신체를 기계적으로 이해해왔던 기존의 주류 의학적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의 의사는 사람들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고 치료하기 위해서 다양한 분야와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과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다분야, 다층적 협력 모델은 포괄성과 지속성을 그 핵심으로 하는 일차의료 의사들에게는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셋째, 구성원의 역할에 대한 변화이다. 이러한 질병관의 변화와 의학적 모델의 극복은 자연스레 건강증진, 예방, 치료와 재활 과정에서 그 과정에 속한 구성원들 간의 역할 조정을 요구한다. 기존의 일차의료의 제공 과정에서 의사들이 사실상 독점적인 권위를 유지해왔다면 새로운 모델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더 나아가 일반 시민, 환자들과도 민주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소결: 효과적이고 민주적인 ‘서로 돌보는 공동체’로의 전환

요약하면, 고령화 등으로 인한 사회적 변화는 과거 당위론에 머물렀던 일차의료의 강화를 불가피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일차의료의 강화는 단지 기존의 체계를 양적으로 확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다 적극적인 재구성/재정의를 필요로 한다. 최근 커뮤니티케어와 관련한 논의와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모든 이들의 온존(well-being)’에 기여하는 일차의료가 되기 위해서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몸을 사적 이윤의 식민지로 만들려는 다양하고 집요한 시도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야 하며, ‘일차의료’라는 이름을 바꾸던, 아니면 그 의미와 정의를 바꾸던, 그 핵심적 성격이 효과적이고 민주적인 ‘서로 돌보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수, 2019/12/04-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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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관점에서 본 일차보건의료의 개선과제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들어가며

일차보건의료는 의료이용의 첫 번째 관문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의료이용자의 요구가 처음 표출되는 단계이기도 하다. 또한, 일차보건의료는 국가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성에도 영향을 준다. 의료이용 첫 단계에서 시민들의 불만이나 부정적인 경험이 발생할 경우 전체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신뢰성 저하로 확장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들의 요구에 제대로 반응할 수 있도록 일차보건의료 기능에 부합 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지리적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 외에도 심야시간·공휴일 등 특정 시간대에 발생하는 미충족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어야 하며, 의료비 가계부담으로 인한 의료이용 장벽도 고려해야 한다. 지속적인 환자관리나 상담 및 예방 중심의 포괄적 진료 제공은 일차보건의료영역에서 수행해야 하는 중요기능 중의 하나이며, 환자상태에 따른 타 의료기관 의뢰나 지역사회 자원과의 연계도 일차보건의료의 역할 범위에 해당된다.

 

그러나 의료이용을 하는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우리나라 일차보건의료가 갖는 차별성이나 중요성은 쉽게 인지되지 않는다. 초기에 질병이나 증상 발생 시 어떤 의료기관이나 의사와 접촉해야 하는지 알기 어려우며, 이를 안내하고 개입할 만한 제도적 장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의 의료이용 경험이나 다른 정보 등을 토대로 시민들이 자의적 기준에 따라 의료기관을 선택하며, 동일한 증상으로 가까운 지역의 병·의원에 방문하더라도 의료기관간의 진단 및 처치가 상이하고 비용 발생도 제각각인 상황이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의료전달체계가 왜곡되어 있어 일차보건의료 본연의 기능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이며, 의원을 중심으로 한 일차의료 영역의 질적 격차와 치료효과의 신뢰성 저하로 시민들의 동네의원 만족도도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된다. 여기서는 일차보건의료에 대한 시민들의 경험과 인식수준을 살펴보고,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 중심으로 기술하였다.

 

일차보건의료에 대한 환자와 시민들의 인식

과거와는 달리 보건의료제도 운영에 있어 환자의 관점을 중요하게 반영하는 추세이며, 보건의료의 관리 방식도 접근성이나 재정 관리측면의 효율성 위주에서 벗어나 ‘환자 중심성’이나 ‘반응성’을 강화할 것을 제언하고 있다(NERA, 2002). ‘반응성’은 환자가 의료에 대해 갖는 기대를 의료체계가 얼마나 충족하는지를 의미하며, WHO(2000)가 의료체계 성과의 평가항목으로 처음 제시한 개념이기도 하다. ‘반응성’의 하위 지표는 ‘환자에 대한 인격적인 대우’(환자관점에서 평가된 존엄성, 자율성, 비밀보장)와, ‘환자와 가족들이 표출하는 일반적인 관심사에 대한 반응’(공급자 선택권, 사회적 지원체계에 대한 접근성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와 같은 반응성 개념에는 치료과정에서 환자들의 존엄성과 자율성이 존중되어야 하고 의료이용의 일반적인 관심사에 대해 의료체계가 대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반응성’과 유사한 개념의 ‘환자 경험’이나 ‘환자 중심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OECD에서도 국가간의 의료의 질을 비교하는데 있어 ‘환자 경험’을 평가 지표로 산출하고 있다. ‘비용 문제로 의료서비스 이용(진찰, 약품 등)에 제약이 있었는지’, ‘의사의 진찰시간은 충분했는지’, ‘의사에게 질문이나 우려 사항을 말할 기회가 있었는지’, ‘치료 결정 과정에 환자 참여 경험이 있었는지 여부’ 등 총 12가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OECD, 2019).

 

일차보건의료는 의사와 환자간의 지속적인 관계 형성이 요구되는 영역이며 진료와 상담, 예방, 건강증진 등 다양한 서비스의 연계와 조정이 필요한 영역이기도 하다. 일차보건의료는 전체 보건의료체계에서 환자를 대리하는 문지기 역할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고, 보건의료체계와 첫 번째로 접촉하는 관문이라는 점에서 이 단계에서의 ‘반응성’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일차의료기관(의원)의 이용행태와 인식수준을 살펴보면, 동네의원을 주로 이용하는 이유는 ‘집에서 가까운 곳이라서’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최초 문제 발생 시 접근성에 대해서는 의원이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으나 야간, 휴일 등 원하는 시간이나 급할 때 의원 방문이 어렵고, 예방 및 건강관리 등 포괄적인 서비스 제공이나 가족 또는 지역사회 보건의료 활동 제공은 부족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동네의원의 역할 수행과 관련해서는 의사의 질 향상과 진료 표준화에 대한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2·3차 의료기관간의 의료전달체계 확립 문제도 주요 우선 순위다(이진용 등, 2016).

 

<그림 3-1> 동네의원이 일차의료기관으로 역할 수행을 잘 하기 위해 필요한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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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의원의 접근성, 상담의 충분성, 의료비 부담수준은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보이나 지역 및 소득수준별로는 차이가 있어 농어촌 거주자나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의원의 접근성, 의사 상담의 충분성, 비용부담에 있어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며, 의료의 질과 관련해서는 의원의 경우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과 비교시 만족도가 가장 낮고 지역 및 소득계층간 격차도 발생하여 농어촌 지역에 거주하거나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불만족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황도경·안수인, 2018).

 

이와 같은 결과는 지역사회를 포함한 일차보건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나 인식수준을 나타낸 결과는 아니다. 일차의료 공급기관으로 볼 수 있는 의원에 국한된 조사결과라는 한계가 있다. 다만, 의원의 역할 수행과 관련된 접근성, 비용, 의료의 질(의사 상담 포함)에 있어 시민들의 인식수준은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특히, 지역 및 소득계층별 격차와 의원급 의료기관의 전반적인 의료의 질 저하 문제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한편, 시민들이 의사를 보는 일반적인 평판은 전문직종으로서 신뢰하는 긍적적인 측면도 있으나 권위적이고 불친절하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동시에 갖고 있다. 의사와 환자간의 수평적인 관계로의 변화는 국민들이 원하는 보건의료제도 운영의 두 번째 우선순위로 꼽고 있어(보건복지부, 2011), 환자의 건강관리와 지속적인 대면접촉을 중시하는 일차보건의료의 특성상 의사와 환자와의 동반자적 관계가 요구된다고 불 수 있다.

 

보건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와 일차보건의료

일차보건의료는 기본적으로 의료전달체계를 포함한 보건의료체계의 구조적인 특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일차보건의료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에 내재되어 있는 특성과 문제점에 노출되면서 나타난 경험적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 공급체계는 몇 가지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보건의료의 재원은 국민들이 부담하는 세금과 건강보험료로 조달되는 공적재정(public fund)을 토대로 하고 있으나 실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체계는 민간이 주도하고 있어 정부 개입은 항상 한계를 보여 왔다.

 

보건의료 자원(의료인, 의료기관 등)의 지역간 균등한 분배나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등 일련의 정부 주도 방식의 보건의료계획이 작동되기 어려운 구조이다. 민간주도의 공급기반은 시설·장비 중심의 규모 위주의 공급량 증가로 귀결된 반면 공급부문 과잉을 통제하기 위한 정책수단은 점차 완화되어 왔다. 예를 들어, 병상 관리의 경우 병상 증가를 억제하던 정책들이 1990년대부터 규제개혁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페지되어 왔다. 서울 및 수도권을 위주로 한 의료자원의 편중과 의료기관간의 양극화 문제 등 자원배분의 불균형이 점차 심화되었고, 자본력에 우위가 있는 대형병원들이 건강보험 재정지출의 상당부분을 점유하면서 입원과 외래 영역을 모두 잠식하고 있다. 시설과 장비 등 고비용 중심의 왜곡된 경쟁방식은 의원, 병원 구분 없이 의료 생태계 전체를 관통하는 일반화된 질서체계가 된지 오래이다. 무분별한 고가장비 도입이 고급의료로 상징화 되면서 과잉투자를 회수하기 위한 유인수요나 과잉진료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이다.

 

고비용·비효율로 요약되는 공급체계의 왜곡은 일차보건의료 본연의 기능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의원의 접근성에 지역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도 도시와 농촌지역간의 의원 기관수 불균형에 기인하며, 시민들이 의원의 낮은 의료서비스 질을 지적하는 이유도 표준화된 진료에 우선하기 보다는 수익성 위주에 비급여 진료에 치중하는 진료행태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의원의 총 진료비 가운데 비급여 비중은 19.6%로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대학병원 포함)의 비급여 비중 14.8%보다 높은 수준이다(국민건강보험공단, 2018).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도 암, 희귀난치질환 등 중증질환 중심의 선별적 접근의 영향으로 질환별 보장률 격차도 심화되어, 본인부담 산정특례 대상인 4대 질환의 평균 보장률은 81.7%로 타 질환에 비해 높으며, 전체 인구집단의 평균 보장률 62.7%(2017년 기준)를 크게 상회한다. 특정질환 중심으로 치우친 보장성 대책은 근본적인 의료비 부담 절감에 있어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어 왔다. 연간 본인부담 진료비 합계가 500만 원 이상인 환자 중에는 4대 중증질환 이외의 질환을 가진 환자가 47%에 달하며(국회예산처, 2012), 재난적 의료비 발생 가구(소득 대비 의료비 비중 10% 기준) 중 위암 환자 보유 가구는 1.2%인 반면 오히려,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가 있는 가구 비율은 무려 32.2%로 압도적으로 높다(윤희숙, 2013). 일차보건의료의 주요 대상자인 만성질환 환자들의 재난적 의료비 발생 비율이 높다는 점은 경제적 이유에 따른 일차보건의료의 접근성 제약으로 귀결되는 문제이다. 그동안의 보장성 정책의 접근방법 등 구조적 원인이 질환별 보장률 격차를 초래하면서 일차보건의료의 접근성 격차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소결

앞서 살펴보았듯이 보건의료의 왜곡된 질서 체계 속에서 일차보건의료 본연의 기능을 담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시민들도 일차보건의료의 중요성을 인식하나, 증상 발생시 실제 이용 행태는 병의원 구분없이 자의적 판단에 의해 의료기관을 찾는다. 지난 9월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 등)의 환자쏠림 현상을 방지하겠다며 의료전달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질환 위주로 진료를 하도록 지정기준을 개선하고, 상급종합병원과의 의뢰․회송방식에도 변화를 주어 병·의원 의사 판단에 따른 직접 의뢰를 강화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경증질환은 동네 병·의원에서 중증질환은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도록 하는 원칙에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가벼운 질환인데도 굳이 대형병원에 가서 불필요한 비용부담을 할 이유가 없고, 중증질환이라도 지역에 있는 병원에서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 수도권에 있는 큰 병원으로 가야 할 이유도 없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믿고 신뢰할 만한 적합한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나 환자를 대리하여 이를 안내하고 보장해 주는 구조나 체계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의 판단은 여전히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수요자의 의료이용 행태가 문제라는 의식이 깔려 있으며, 경증질환의 경우 환자본인부담금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형병원 의료이용을 억제하겠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상급종합병원 집중을 방지하고자 국민들의 비용부담을 높인 것이라면 이러한 제도운영은 절대로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국민들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국민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공적 개입의 필요성도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공급자나 정부관료의 관점이 아니라 ‘환자 경험’이나 ‘반응성’을 근거로 의료기관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요인들을 찾아내야 하며, 일차의료 영역에서는 환자를 대리하는 주치의 제도 도입 등 문지기 역할도 분명히 있어야 한다.

 


참고문헌

국민건강보험공단, 2017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2018.

국회예산정책처, 건강보험사업평가, 2012.

보건복지부, 보건의료 정책방향 대국민 설문조사, 보건의료미래위원회, 2011.

윤희숙, 고령화를 준비하는 건강보험 정책의 방향, 한국개발연구원, 2013

이진용 등, 의사, 일차의료에 대한 인식, 의료정책연구소, 2016.

 

황도경·안수인, 미래 보건의료 정책 수요 분석 및 정책 반영 방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8.

수, 2019/12/0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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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김형용 월간 복지동향 편집위원장, 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세 번째 해에 들어섰다. 햇수로는 4년차다. ‘나라를 나라답게’ 세울 것이라는 약속에 대한 기대가 허튼 것이었는지 아니면 현실 정치에 대한 무지였는지, 그만큼의 실망과 좌절 그리고 허탈한 목소리가 곳곳에 들린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정치는 그리도 무리한 것이었는가? ‘국민의 생존권 보장’이란 집권을 위한 수사에 불과한가? 2020년 복지동향은 현 정부의 복지국가 공약 이행에 다시금 주목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첫 번째 기획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이다.

 

2019년 하반기만 해도 8월 관악구 모자의 아사, 11월 성북구 다가구주택과 인천시 임대아파트 일가족 자살, 12월 대구에서 성탄절을 앞두고 생계비관 가족 자살 등 빈곤가족의 비극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국가는 그동안 열심히 복지사각지대 발굴을 위해서 뛰어다녔다지만, 복지총량과 보장수준 그리고 제도개선이 없어 수급권의 획기적인 변화도 없었다. 여전히 빈곤가족은 부양의무자기준이나 부양의무자 금융정보동의서 제출 등 생계급여 신청과정에서 탈락하고 있다. 이에 120만 명 수준의 생계급여와 140만 명 수준의 의료급여의 수급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전과 후의 변화가 없다. 당초 약속은 어디쯤 와 있는가?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를 공약한 문재인 정부는 교육급여와 주거급여에서만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였지만, 이는 어차피 빈곤완화의 효과는 거의 없는 부가적인 급여에 불과하기 때문이었다.

 

언제나처럼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는 정치적 결단의 문제가 아니라, 재정적 뒷받침과 사회적 합의의 문제로 호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팩트가 아니다. 본 호 기획글에서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1,842일의 광화문 농성을 언급하였다. 이 농성은 빈곤한 이들이 죽지 말고 같이 살아서 세상을 바꾸자는 싸움이었고, 끝내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라는 공약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공약은 소득기준과 장애기준을 적용한 극히 일부의 인구집단만을 대상으로 하는 안으로 후퇴하였고, 중증장애인 가구 부양의무자기준 완화로 단지 1만 8천 가구만 추가적인 수급대상이 될 뿐이었다. 재정적 이유로 가장 적은 인구만을 제도 내로 진입시키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한편 손병돈 교수는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기준을 완전히 폐지할 때조차 소요되는 1년 예산은 최대 1조 3,250억 원으로 추정하였다. 이 추정치도 비수급빈곤층이 100%로 신규 수급자로 전환된다는 가정에 기초한 것으로 실소요액은 이보다 훨씬 낮을 것이다. 김승연 연구위원은 서울형기초보장의 사례를 통해 비수급빈곤층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는 소득과 재산 기준의 완화가 아니라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임을 지적하고 있다. 서울은 주거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이후 수급가구 수가 10개월 만에 약 3만 4천 가구가 증가한 것에서 비춰보아 생계급여의 비수급빈곤층의 대다수도 부양의무자기준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김경서 민달팽이유니온 활동가는 30세 미만 인구의 주거급여 수급 제한의 문제를 지적하였다. 30세 미만 미혼 청년의 경우 주거급여를 지원해도 2만 6천여 가구에 연 4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전혀 과다한 예산이 아니다. 문제는 청년의 빈곤을 들여다보려는 노력 없이 정형화된 인구집단으로만 빈곤을 규정하려는 관료적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결국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원칙은 여전히 시대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민법의 가족과 인륜, 즉 직계가족은 ‘남’이 아니라는 도덕적 시각에 기초할 뿐이다. 가족부양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사회의 비극이 연일 나타나고 있는데, 여전히 국가는 가구 단위로 수급을 규정하여 공적 책임보다 사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 원칙은 가장 빈곤한 가족들에게 가장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인간다운 생활보장은 최종적으로 국가의 책무이다. 정치공동체가 약속한 최소한의 목표다. 더 늦기 전에, 기초적인 생활보장이라는 공적 약속을 적극적으로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화, 2020/01/07-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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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지역사회통합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전라북도의 역할과 과제는 무엇인가?

 

양병준 사단법인 전북희망나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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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통합돌봄체계 복지정책 토론회 <사진 = 사단법인 전북희망나눔재단>

 

전북희망나눔재단은 지난 8월, 전라북도의회 및 14개 시군의회와 함께하는 지역복지향상전북네트워크를 출범시키고, 지역복지향상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기로 하였다. 출범이후 첫 번째 사업으로 ‘지역사회통합돌봄체계’ 관련 복지정책 토론회를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전북사회복지협의회, 전라북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와 함께 4일(수)에 전라북도의회 1층 회의실에서 “지속가능한 ‘지역사회통합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전라북도의 역할과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개최하였다.

 

특히, 이번에 진행된 ‘지역사회통합돌봄체계’ 토론회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복지분야의 핵심사업 중 하나이다. 보건복지부는 돌봄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이 자택이나 그룹홈 등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급여와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며 자아실현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인 사회서비스 체계라고 밝히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전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윤찬영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주제발표는 전북연구원 이중섭 연구위원이 하였고, 전라북도의회 국주영은 행정자치위원장, 우석대학교 간호학과 박진희 교수, 금암노인복지관 서양열 관장, 전북희망나눔재단 양병준 사무국장이 토론자로 참여하였다.

 

주제발표를 맡은 전북연구원 이중섭 연구위원은 “지역사회통합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전라북도의 역할과 과제로, 지역사회통합돌봄 인프라 확충 및 조정계획 수립, 지역사회통합돌봄 유형별 공급전략 마련, 광역단위 다부처 연계사업 강화, 지역사회통합돌봄 가용자원의 확대, 시설의 환경개선과 지역사회통합돌봄의 연계 강화, 장애인 통합돌봄사업 준비, 광역-기초 인프라 구축 연계 필요” 등에 대해서 주장했다.

 

이어 토론을 맡은 전라북도의회 국주영은 행정자치위원장은 “복지사업이 중앙에서 지방으로 역할의 중심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광역지자체를 중심으로 시군지자체와의 연계와 민관 거버넌스를 통한 통합돌봄체계 관련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토론했다.

 

그리고 우석대학교 간호학과 박진희 교수는 “보건복지 서비스의 인프라를 강화해야 하고, 보건복지 담당자들에 대한 역량강화 교육이 필요하고, 중앙정부와 협의하여 지방분권형 복지 재정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토론했다.

 

아울러, 금암노인복지관 서양열 관장은 “중앙정부가 추진하고, 현재 전주시가 노인분야 선도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 민관 협력체계 구축 강화와 돌봄사회로의 변화를 함께 준비해 가야 한다”라고 하였고, 또한 “전주시의 선도사업에 대해서도 ‘성공이냐, 실패냐’의 관점이 아닌, 지역 중심의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는 부분에 있어서 많은 지지와 격력, 참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하였다.

 

마지막으로, 전북희망나눔재단 양병준 사무국장은 “지역사회통합돌봄체계 구축과 관련하여 전라북도의 의지와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고, 중앙정부의 복지정책 흐름이나 지침에만 의존하지 말고, 지역 실정에 맞는 통합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지역적 논의를 전라북도가 중심이 돼서 수평적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서 만들어 가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지역복지향상전북네트워크’는 전라북도의회 및 전북지역 14개 시군의회와 복지운동단체인 전북희망나눔재단과 함께하는 활동 기구이다. 지역의 복지 현안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문제제기와 대안마련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화, 2020/01/07-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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