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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톡] 장애인의 온전한 탈시설을 위한 첫 걸음이 시작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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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톡] 장애인의 온전한 탈시설을 위한 첫 걸음이 시작되다

admin | 화, 2020/01/07- 01:36

장애인의 온전한 탈시설을 위한 첫 걸음이 시작되다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

기록 및 인터뷰 김경희, 홍정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대해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에 해당하는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 조치의 미흡함을 지적하며 ‘효과적인 탈시설 전략 수립’, ‘탈시설을 위한 지원서비스 확대’ 등을 권고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조건으로 거주지를 선택하고 특정한 거주형태에서 사는 것을 강요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거주하며 생활하는 것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 최근 서울시에서 탈시설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보장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장애인지원주택 정책이 반가운 이유다. 탈시설 운동에 오랫동안 참여했으며, 현재 사회복지법인의 공익이사를 겸하고 있는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를 만나 서울시 지원주택과 탈시설 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이 주력하는 이른바 ‘탈시설’ 운동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1980년대 후반부터 시설 인권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되는 환경에서 집단적으로 강제수용된 형태의 사회복지시설 인권침해 문제가 제기되어 왔고 언론에도 계속 보도됐다. 그러다 1990년대 해외의 사회통합 탈시설과 정상화, 자립생활과 사회통합 이론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2000년 초반에 자립생활이념을 표방한 IL센터(장애인자립생활센터, a center for independent living)가 생겼다. 자립생활은 기본적으로 시설 수용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끊임없는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시설별 각종 대책위원회가 구성되며 시민사회 조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건별로 각종 대책위원회가 너무 많이 생기자,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시설생활인 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로 통칭하여 2003~2005년까지 활동을 했다. 발바닥행동(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의 약칭)도 2005년에 탄생했다.”

 

- ‘시설생활인 인권’이라는 운동의 표어가 갖는 의미는 ‘탈시설’과 차이가 있었던 것인가?

“2005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용역을 받아 전국 시설을 조사했다. 문제 시설을 조사한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뽑아 조사했는데, 시설생활이 폭행, 성폭력, 강제노역, 감금, 강제 의약물 투약 등의 신체적 학대 외에도 기본적으로 외출이 불가하고 핸드폰도 소지할 수 없어 외부와 소통할 아무런 수단도 갖지 못했다. 일상생활 자체에도 인권침해 적이었다. 오후 4시 반에 저녁을 먹고 오후 8시에 일괄 소등하는 등 전혀 인간답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결국 이것은 시설의 인권침해 여부와는 상관없이 시설생활 자체가 구조적으로 인권침해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설을 보다 인간다운 조건으로 만들려던 운동 방식에서 방향을 선회하기 시작했다. 시실인권운동에서 탈시설운동으로의 선회다. 물론 그전에도 탈시설 이론에 대해 알고 있었고 방향에 대한 동의는 있었지만, 당시만 해도 시설 밖으로 나오면 활동지원시스템이나 주거지원도 없었고, 기초생활수급비도 20만 원 나오는 정도에 그쳤기 때문에 시민사회운동에서 탈시설을 전면으로 내세우기 어려웠다.

 

그러나 2005년부터 탈시설에 힘을 싣기 위한 활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시민사회조직의 반성이 있으면서 탈시설 운동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때 탈시설한 사람의 경우 자립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탈시설했던 사람도 있었다. 탈시설 운동 이전에 시설 내의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부터 시작했지만, 시설이 가지고 있는 격리성, 집단성, 권력불평등성 등의 구조적 문제들로 시설이라는 곳에서 인간다운 조건에서 살기 어렵다면, 정부는 이 사람들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가를 답하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게 되었다.”

 

- 당시 장애인 수용시설의 실태는 얼마나 심각했나?

“김대중정부이던 당시 미신고시설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던 장애인이 화재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면서 2002년 미신고시설 양성화 정책을 하게 되었다. 전 세계가 지역사회로 통합하는 추세였는데 한국은 오히려 미신고 시설을 ‘신고 시설화’해서 지원하겠다는 정책으로 1200개까지 시설이 증가하게 되었다. 시설에 대한 예산을 지원하면서 계속해서 시설수가 증가했기 때문에 잘못된 정책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당시 미신고 시설을 양성화하기 위해서 정부는 기금을 지원했는데 복권기금을 활용해 총 1200억 원을 투자했다. 당시 지원금을 받은 곳을 조사하니 그 돈으로 예배당을 짓거나, 거주공간을 지어놓았더라도 홀 같은 곳에 30명이 자게 만들고, 낙상사고 위험에도 청소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시설의 벽이랑 바닥을 타일로 만들어 놓은 곳도 있었다. 시설당 4~5억 원씩 주고도 관리감독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시설장에게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주기 위해 단기 교육을 통한 자격증이 난무했고, 직원은 명단만 있으면 되니 교인이나 가족명단으로 채우는 경우도 있었다. 어느 시설은 화장실에 칸막이 없이 변기만 여러 개 있는 경우도 있었고, 예전 고문시설과 같은 구조의 거주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을 복권기금으로 지었었다. 우리는 그당시 차라리 그 돈을 당사자들이 민간주택의 전세를 구하도록 전세자금을 빌려주고 활동보조 지원을 하라고 주장했었다.”

 

- 2005년 즈음 대응했던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는다면?

“2005년 발바닥행동이 만들어질 때 S재단 사건으로 한창 싸울 때였다. 현재도 S재단 산하에 4개 시설이 남아있고 운영되고 있다. 재단의 비리가 고발된 당시에는 13개 시설을 운영하고 있었다. 1,500명이 넘는 거주인들의 주부식비 등 영수증을 부풀려 회계를 마음대로 유용하고, 심지어 하루에 온수가 나오는 시간이 30분 정도밖에 없어 따뜻한 물을 쓰기 위해 경쟁해야 했었다는 증언, 거주인들에게 생리대 보급도 제대로 안 되서 직원들이 자기 집에서 면생리대를 만들어 가져왔다는 증언, 너무 추워서 직원들이 거주인들의 바지와 양말을 꿰매주었다가 퇴근하면서 다시 풀어주었다는 증언 등이 쏟아져 나왔다. 이사장 배우자가 세탁부로 허위 직원 등재를 하여 월급을 받아가고, 횡령된 금액의 일부가 해외에서 사회복지 공부를 하러 유학 간 아들의 유학자금으로 보내졌다는 것도 밝혀졌다. 허위로 작성된 문서를 직원들이 소각장에서 발견해서 드러내는 등의 고발도 있었지만 처음에는 형사고발도 되지 않았다. 유학에서 돌아온 아들은 지금 이사장이 됐다.

 

이런 대형법인의 비리가 제보되었는데도 해당 지자체는 고발도 안하다가, 해당 재단의 시설에서 성폭력 사건이 있었는데, 경찰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수사를 하다가 비리수사까지 확장된 것이었다. 그제서야 법인이사장이 구속됐다. 공익제보가 힘이 없었던 이유는 사회복지기관이 공공시설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개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공무원들의 생각도 강했기 때문인 것 같다. 오히려 시설을 비호하고 미온적 태도를 보였고, 비리는 잘못이지만 이사장만 바꾸고 이사진은 그대로 두는 등 운영권 개입은 어렵다는 인식이 컸다. 하지만 그 후로 도가니사건 등 많은 사건들을 거쳐오면서 이제는 시대와 인식이 많이 변화했고, 여러 일을 계기로 이제는 이사를 해임시키는 등 규제하고, 임시이사로 들어갈 때 정부가 추천하고 시민사회단체가 의견을 내서 공공이사들이 들어가 비리집단을 배제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탈시설 정책 토론회에서 발언 중인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https://lh3.googleusercontent.com/h1v5DLc_-y4fxN0zvL_jOOXE9jZY9_5RBwSfF0... />

탈시설 정책 토론회에서 발언 중인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 <사진 = 웰페어 이슈 Youtube>

 

-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은 어떤 경로로 입소하게 되는가?

“시설을 사용하는 사람 중 발달장애인 사람이 76%로 높은 비율 차지한다. 발달장애는 사람마다 그 장애정도가 다르겠지만 집단 통제나 규율을 지키기 어려운 사람이 많다. 그런데 시설에 가보면 다 일렬로 줄을 서 있는 발달장애인의 모습을 보게 된다. 발달장애인들이 어떻게 일렬로 조용히 줄을 서 있을까?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폭력적이거나 강압적인 상황을 경험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발달장애는 그 자체가 집단적 통제나 규율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집단서비스가 맞지 않다. 그러나 입소자 중 76%가 발달장애인이고, 서울시는 통계중 94%가 비자의 입소로 조사된 내용도 있다. 즉, 나는 시설에 가기 싫다고 자기항변을 하기 어려운 대상들이 비자의적으로 시설에 입소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 장애인 시설과 관련한 명칭도 굉장히 많은 것 같다

“장애인시설을 나타내는 명칭은 수용시설, 생활시설, 거주시설로 바뀌어왔다. 수용이란 단어의 거부감 때문에 생활시설로 바뀌었다가 전일적 생활을 시설 공간 안에서만 하는 것이 문제가 되어 거주시설, 즉 거주만 하는 시설이라는 의미에서 거주시설로 바뀌어 왔다. 거주시설은 낮 생활을 외부에서 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려 했는데 사실상 시설의 위치 때문에 불가능한 곳이 많다. 경사가 높은 곳에,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은 곳에 위치한 시설들이 많다. 휠체어를 타든 아니든 간에 밖에 나가 사회생활을 한다는 생각 자체가 불가능했다. 또 다른 이유는 직원 한 명이 동시간에 지원해야 할 장애인이 4명 많게는 8명이 넘었다. 개인생활, 즉 개인지원이 불가능한 구조다. 그러니 이름만 거주시설이지, 실제로 모든 생활을 시설안에서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수용형 생활시설인 셈이다.

 

그래서 탈시설, 시설폐쇄법을 주장하며 ‘시설은 감옥이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이건 탈시설한 당사자들이 말한 표현에서 따온 것이다. 시설이 법률적으로는 복지관까지 포괄하는 용어지만, 여기서 말한 ‘시설’은 거주형, 수용형 시설을 말한다. 그런데 거주시설의 입장에서 이것이 기분이 나빴는지,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쪽 발표자가 장애인복지학회 학술대회에서 거주시설이라는 용어를 거주서비스로 바꾸자는 내용의 발표가 하기도 했다. 무기력함을 낳는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용어 변경을 대안으로 내세운 것이 언어도단이라고 생각하고, 장애인 당사자 한 명, 한 명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 기존에 여러 형태로 운영되고 있던 그룹홈도 탈시설의 범주에 포함되는가?

“그룹홈도 자신의 집과 같이 되기엔 부족하다. 거주인들이 낮 시간에는 보호작업장, 학교 등에서 생활을 하고 돌아와야 하고 그 시간부터 직원이 일을 한다. 혹시라도 몸이 안 좋더라도 낮에 그룹홈에서 일하는 사람이 없어 그룹홈에 남아 있을 수가 없다. 한국의 그룹홈은 4명의 거주인대비 1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운영방식도 시설과 규모만 다를 뿐 유사하다.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당사자의 경험을 전하면, 그는 신체장애가 있어 휠체어를 이용하는데 그룹홈에서 소풍 가는 장소는 휠체어가 접근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도 소풍을 안간다고 하니, 빠지면 안된다하여 억지로 가게 됐고, 다른 사람들이 계단을 올라가서 구경할 동안 혼자 휠체어를 타고 기다려야 했다고 한다. 개인에 대한 고려를 할 수 없는 구조가 그룹홈이다. 그녀는 그룹홈에서 나와 자립했다.”

 

- 탈시설 운동은 주거권 차원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나?

“처음에는 탈시설 운동을 주거권 운동이라고 등식화해서 보기 어려웠다. 주거권 영역은 전통적으로 철거민의 권리와 그로부터 연결된 세입자의 권리를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있어서, 장애인의 주거권도 재가장애인에 대한 이슈가 주였다. 탈시설장애인의 주거권은 영구적인 주거공간보단 탈시설과정에서 거쳐가는 ‘중간집’ 형태가 많이 생겨났다. 처음 이 개념은 외국의 사회주택을 참고했었다. 그당시 외국에서 사회주택은 청년, 노인, 노숙인, 장애인 등에 모두 지원하는 개념이었다. 그래서 탈시설한 장애인에게도 사회주택처럼, 처음 자립할 사회주택을 주라고 주장했는데, 그것이 용어가 강해 보였는지 처음 이 정책을 도입한 서울시는 이를 ‘자립생활가정’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공급했다. 자립생활가정은 1인1실로 3명 이하가 한 집에서 최장 7년까지 생활하도록 제공하는 것이다. 기존의 공동생활가정(그룹홈)에서 공동을 자립으로 용어만 바꾼 것이고 제한적인 입주기간을 둔 것을 더 싸울수도 있었지만, 시설에서 나와 거쳐 갈 수 있는 중간집이 생기면 더 많은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는 출구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수용했다. 그리고 자립생활주택을 거친 탈시설장애인은 그 이후에 일반의 재가장애인의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는 것과 유사한 프로세스를 거쳐 주거권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고 했었다.”

 

- 온전한 탈시설을 위해서는 주거지원 그 이상의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나?

“이제 탈시설 운동은 중간집 형태를 넘어 ‘지원주택’ 같이 본인이 계약하는 본인의 집으로 가야 하고 제한적인 서비스가 아닌 영구적인 주거지원이 되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장애인 직업재활 쪽에서 ‘선 배치 후 훈련’이라는 것이 있는데, 일을 하게 될 현장에 우선 배치한 후에 잡코치를 붙여 직무훈련 하는 형태를 말한다. 주거도 마찬가지로 임시로 머무는 집이 아닌 실제 살아야 할 곳에서 주변 환경과 생활방식을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자립생활주택이라는 중간집을 형태를 뛰어넘어 지원주택이라는 개념의 도입이 필요했다. 또한 동시에 활동지원 서비스가 필수적이고, 활동지원서비스가 있어야 개인생활이 가능하다. 탈시설운동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살아 가기 위해서 이동권, 활동지원서비스제도화, 최근에는 주간활동 등 그런 서비스가 제공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운동과 연대해 왔다.”

 

서울시 탈시설정책의 시작이 된 2009년 '마로니에 8인'의 투쟁을 기념한 동판 <사진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https://lh4.googleusercontent.com/nNFVcZjYL8VPQ2SFtpGvJJC9arBrTySQaz0RWY... />

서울시 탈시설정책의 시작이 된 2009년 '마로니에 8인'의 투쟁을 기념한 동판 <사진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 최근 서울시가 도입한 지원주택의 의미를 설명해달라

“지원주택은 주거와 서비스의 결합이다. 지원주택의 입주자는 주택점유권뿐 아니라 시민으로서 누릴 사회서비스를 일반 재가장애인처럼 받을 수 있다. 시설에 있으면 여러 서비스를 시설 서비스로 대체하기 때문에 다른 사회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시설서비스는 운영자가 장애인에 대해 서비스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그러나 지원주택은 주거 서비스만 제공하고, 집과 생계비는 정부에서, 활동지원, 평생교육 등은 다른 서비스 기관을 이용하는 등 한 기관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기관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서비스 공급처가 나눠져 있어서 당사자 권한 강화의 의미도 있다. 기존의 대형시설에서 집단생활을 해 왔던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주택점유권을 당사자가 갖으면서도 영구적인 주거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활동지원서비스나 평생교육, 중증장애인일자리, 주간활동 등의 개인서비스나 일자리를 갖는 등의 개인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애인의 새로운 주거유형으로 그 의미가 크다. 이는 서울시에서만 시행하고 있지만, 복지부의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의 일환이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사업으로 일부 시행되는 곳도 있다.”

 

- 서울시 지원주택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내가 참여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프리웰에서는 2016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업으로 지원주택 모델화 사업으로 예산을 받아, 희망하는 사람에게 오피스텔, 원룸에서 1년 동안 살아보는 시범사업을 운영해보았다. 그곳에서 생활한 사람들은 본원에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고 매우 만족했다. 이후 SH가 주도해 홈리스, 알코올중독, 발달장애, 정신장애 등 분야를 나눠 시범사업을 했다. 시설운영비 중 한 사람의 피복비, 주부식비, 운영비 등의 개인 몫을 계산하여 시범사업주택에 주어 살게 했다. 그러나 시범사업이었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기초생활수급비나 활동지원 등을 받을 수 없는 문제가 여전히 있었다. 그렇게 SH지원주택 시범사업을 2년 동안 운영한 후에, 2018년 지원주택 조례가 만들어지고, 2019년 본 사업이 시작되었다. 프리웰 법인이 본 사업의 운영사업 기관이 되어 현재 3개 자치구에 24호의 지원주택을 운여하고 있고, 입주자는 32명이다.

 

우리는 서울시 지원주택이 최중증 장애를 가진 사람도 입주가 가능하며, 지원이 가능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현재 다양한 장애를 지닌 분들이 서울시 지원주택에 입주하게 되었다. 주거코디네이터는 입주자의 주거생활전반을 지원해 주고, 본인이 희망하는 주거생활이 될수 있도록 지원한다. 활동보조 공백시간에 서비스를 보충해주거나, 본인이 명확하게 필요서비스를 말하지 못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서비스를 점검하고 개입해 서비스 내용을 변경하는 등의 역할도 한다. 현재 입주한 분들은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해 개인 생활을 하고 보호작업장 등 일자리를 계속 다니거나, 평생교육이나 주간활동을 신청하거나, 자유를 만끽하며 계속 돌아다니는 등 다양하게 살고 있다.”

 

- 여러 긍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택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주택을 맞춰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이번에 지원주택 본 사업으로 공급받은 주택은 ‘따뜻한 동행’이라는 곳을 통해 주택을 수리해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었다. 현재 지원주택은 매입임대주택 물량에서 공급되는데, SH가 주택을 매입할 때 아예 설계단계부터 편의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그걸 매입하면 좋겠는데, 국토부의 매입기준과 안 맞다고 들었다. 우리는 앞으로 지원주택 뿐 아니라 공급하는 모든 공공임대주택에는 장애와 고령 등의 사람에 맞게 배리어프리 디자인(Barrier Free, 무장애 디자인)을 해달라고 요청했더니 국토부가 기함했다. 장애인에게 지원되어야 하는 주택은 마을버스에는 저상버스가 없기 때문에 지하철역 근처여야 하고, 지하철도 엘리베이터가 있는 지하철역, 건축물에 유니버셜디자인(universal design)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적정조건과 물량을 찾고 공급하는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아 답답하다. 정부는 자신들이 정치적으로 타겟팅하기 좋은 청년, 신혼부부에게 역세권의 주택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서,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후순위로 밀리는 문제가 있다.

 

또한 장애인지원주택을 운영해보니 부부도 싸우고 이혼하는데, 신청자와 딱 맞는 룸메이트를 찾아주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노숙인쪽은 모두 단독형인데 비해, 단독형 공급은 너무 좁아서, 장애인이 입주하기에는 생활이 되지 않으므로 장애쪽은 쉐어형도 공급되고 있다. 현재 2룸이나 3룸에 2명이 거주하는데, 화장실문크기 확장, 변기위치를 개조해서 겨우 휠체어가 들어갈수 있게 개조했다. 결국 집크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쉐어형에 살아야 한다는 거다. 혼자 살고 싶다고 해도 단독형에 비해 큰 집을 혼자 쓰자니 임대표 부담이 있다. 그래서 결국 원치 않는 룸메이트와 살게 된다. 그러니, 장애인에게 맞는 단독형 공급도 필요하다.

 

그리고 화동지원서비스 등 사회서비스가 자립한 그 첫날부터 이용이 가능해야 하는데, 우리정부의 행정시스템은 기존의 거주시설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이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함에 있어서도 제한이 따른다. 신청은 할수 있으되, 기존주소지가 경기도, 이전할 주소가 서울이면 그에 따른 사회서비스신청에 제한을 받는다. 관할 주소지가 다르다는 이유다.”

 

- 당사자와 그 가족이 속한 지역사회 내에서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서울시 지원주택 사업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가 농성하며 만들어낸 정책이다. 지금까지 탈시설 한 장애인이 지원주택을 통해서 자립하는 이야길 했는데, 또하나의 핵심적인 문제는 시설화를 예방하는 것이다. 즉, 장애인 가족의 고령화, 질병 등으로 장애인에 대한 가족의 지원이 부재할 경우 시설로 가기 때문에 시설화를 예방하려면 재가장애인일 때 지원하여 시설화를 막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연대 서울지부는 성인발달장애인의 위한 시설이 아닌 주거서비스를 서울시에 요구했고, 그 결과로 지원주택에 대한 연구, 시범사업, 조례제정, 본사업 시작의 과정을 거쳐 왔다. 그러나 재가장애인을 대상으로 지원주택시범사업을 했을 때 생각외로 인기가 높지 않았다. 그것은 재가장애인이 그동안 맺어온 사회관계, 즉 해당 지역사회에 지원주택이 있어서 지역을 옮기지 않고도 지원주택서비스가 공급되어야 하는데, 현재 공급되는 지원주택은 SH가 공급가능한 주택이 있는 곳으로 한정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재가발달장애인의 입장에서 지금까지 자기가 살아온, 그리고 가족이 있는 지역사회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라는 셈이다. 그러니 지원주택서비스는 SH공사가 공급하는 주택 뿐 아니라 현재 가족과 사는 집에서도 주거지원서비스가 가능해야 한다. 즉 자가형까지도 지원주택서비스가 되어야 하고, 민간주택 공급까지도 열려 있어야 그 속한 지역사회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한 예로, 치매 증상이 있던 어머니가 급격히 상태가 악화되어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발달장애인 분이 혼자 남게 되는 일이 있었다. 처음 3개월 동안에는 단기보호시설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세 개 시설을 다니는 동안 이 발달장애인분에게 욕창이 생겼다. 와상장애인도 아닌데 욕창이 생겼다는 것에서 과도하게 약을 먹어 계속 누워있게 만든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노들야학과 노들IL센터 활동가들은 이분을 원래 살던 집에서 거주하면서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활동지원서비스가 없을 때 활동가들이 당번을 정해서 매일 24시간 활동지원을 했다. 그러는 사이, 서울시와 해당 자치구에 계속 요구해 결국 24시간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아냈다. 그래서 본인이 살던 집에서 활동지원서비스와 주거지원서비스를 받으며 살고 있다. 주거지원서비스는 정부지원이 없지만, 노들IL센터에서 자체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만약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입원했어도 장애인 당사자가 본인 집에서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으며 자가 생활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이 분이 3개월 동안 3개 시설에 보내지면서 욕창이 생기고 여기저기 내돌려지는 듯한 불안경험을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했더라도 40년이상 자기가 상던 집에서 서비스를 받는 것이 발달장애인 당사자에게 가장 안정감을 주는 서비스 형태이다.

 

지금 시설로 들어가고 싶은 사람은, 결국 지역사회에서 살수 없기 때문이며 이를 해결하는 것이 시설화를 예방할수 있다. 따라서 지원주택서비스, 즉 주거생활지원서비스는 재가장애인에 맞게 구체적으로 설계되어 지원되어야 한다.”

 

- 마지막으로 남기고픈 말이 있다면?

“탈시설의 문제는 인권의 문제이다. 탈시설이 지역사회로 사람들을 내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지역사회가 튼튼해야 하고, 지역사회가 이들을 이웃으로 품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설을 나오도록 유도하면서 필요한 지원과 환경적인 조건을 갖추어 가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함께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장애인들의 인권을 지키지 못했음에 대한 반성을 철저히 하고 새롭게 제시된 세상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정해야 할 것이다. 탈시설과 지역에서의 생활이 원활한 환경을 만드는 속도, 예산을 계속 늦추는 동안 장애인들의 삶과 시간은 망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광화문 광장에 모인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들의 모습https://lh6.googleusercontent.com/f7raeeGlI6KUYE7IhxDSjn2qY0ihW-fyo0aKr2... />

 

광화문 광장에 모인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들의 모습 <사진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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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일자리 사업 현황과 과제

 

이인재 한신대학교 재활상담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2004년 노동부·재정경제부 등의 관계부처가 참여하여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장기 비전 및 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부 주도의 부처별 노동시장 프로그램(재정을 통한 일자리 지원 사업)을 종합 관리하기 시작하였다.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은 정부가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를 맞아 더 뚜렷해져 가는 소득 및 노동시장의 양극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인력 부족 및 고용문제 악화 등으로 인해 양산된 취업 취약계층에게 직·간접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직업능력을 향상시키는 훈련, 고용서비스, 고용장려금, 창업지원 등을 지원하는 중요한 정책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 역시 정부 주도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장애인의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과 높은 실업률을 해소하고, 저임금 및 자영업 중심의 열악한 취업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지방자치단체 등이 사업주체가 되는 Able 2010 프로젝트에 의거한 정책으로 2007년 시범사업 시행 후 지금까지 추진되고 있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 현황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 일자리를 통해 사회참여를 확대시키고 소득보장을 지원하며 장애유형별 맞춤형 신규 일자리를 발굴, 보급하여 장애인 일자리를 확대하고, 근로연계를 통한 장애인복지 실현 및 자립생활을 활성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그동안 일자리 유형을 다양화 및 세분화하였고, 참여자의 일자리 확대를 통한 국가지원예산을 증액시키는 등 지속적으로 발전해 오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07년 장애인 일자리 시범사업은 2개 유형(장애인 복지 일자리 사업, 장애인 행정도우미 사업)의 일자리와 1개 유형의 사업장(시각장애인 안마센터)을 지원하는 사업이었으나 2010년 사업장(시각장애인안마센터) 지원을 폐지하고 대신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파견하여 일자리 유형을 3개로 확대하는 정책 변경을 하였다. 이후 2014년 장애인 일자리 사업 유형은 명칭의 변경과 세부사업 확대 등의 재정립을 통해 기존 3개의 일자리 유형에 변화를 주었고 그 결과 ‘장애인 행정도우미 사업’ 이 ‘일반형 일자리’사업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특화형 일자리’ 사업을 추가하여 세부 일자리 사업유형으로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 일자리 사업을 신설하고 기존의 시각장애인 안마사파견 사업을 편입시켰다. 그리고 2017년에는 시간제 일반형 일자리와 청년형(2017년 7월) 복지 일자리를 추가 신설·운영한바 있다. 2021년 현재 장애인 일자리 사업 유형별 지원 개요는 다음 <표3-1>과 같다.

 

- 장애인 일자리 사업 유형 및 참여제한 규정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종을 개발하고 보급하기 위해 다양한 일자리 사업을 시도해 왔다. 사업 유형은 일반형 일자리(전일제/시간제), 복지 일자리(참여형/특수교육-복지연계형), 특화형 일자리(시각장애인 안마사파견사업/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 일자리)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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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일반형 일자리(전일제, 시간제)

일반형 일자리는 만 18세 이상의 등록 장애인이 사업대상이며, 일반노동시장으로의 전이를 위해 직업능력을 습득시키고 소득을 보장하는 사업이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서 예산 규모가 가장 큰 사업이고 근무 시간에 따라 전일제와 시간제 일반형 일자리로 구분된다. 전일제 일반형 일자리의 경우 2007년 장애인 일자리 사업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으며 시간제는 2017년 처음 도입되었다. 일반형 일자리의 직무유형은 행정도우미, 전담지원 행정도우미, 복지서비스 지원요원, 직업재활시설 지원요원(시간제에 한함)이 있고, 특히 전담지원 행정도우미의 경우 기본적인 사무자동화 업무수행(문서 작성, 데이터 관리 등)이 가능한 자를 선발한다. 

 

② 복지 일자리

복지 일자리는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장애유형별 다양한 일자리를 개발·보급하여 직업생활 및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직업경험을 지원하는 일자리로 참여 대상에 따라 참여형과 특수교육-복지연계형으로 구분된다. 참여형은 만 18세 이상의 장애인복지법상 등록 장애인을, 특수교육-복지연계형은 전공과에 재학 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복지 일자리의 직무는 대부분 업무보조나 단순, 반복적인 특성을 가진다. 세부 직무는 사무보조, 도서관 사서 보조, 우편물 분류, 영유아 돌봄, 문서파기, 홀몸 어르신 안부확인, 사회서비스사업 모니터링, 실버케어, 디앤디케어(D&D Care), 호텔객실 관리, 장애인전용, 주차구역 계도 및 홍보, 기부물품 관리, 세탁, 급식지원, 은행서비스, 안내, 어린이동화 구연, 환경정리, 버스청결 관리, 캠핑장 관리, 재래시장 관리, 농업․임업․어업, 교통약자 승하차 지원, 건강검진센터 지원, 대형서점 도서정리, 스포츠이용시설 안내, 반려동물 돌봄, 장난감 세척, 대형마트 매장정리 및 상품관리, 공공자전거 세척, 인식개선교육(보조) 강사, 이동보조기기, 분해 세척 및 소독, 템플스테이 업무 보조, 다회용품 세척 및 관리 등이다.

 

③ 특화형 일자리

특화형 일자리는 장애유형에 따라 구분되며 시각장애인 안마사 파견사업과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 일자리가 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 파견사업은 안마사 자격을 갖춘 미취업 시각장애인이 노인복지관, 경로당 등을 이용하는 어르신에게 안마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자리이며,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 일자리는 요양보호사의 전반적인 업무를 보조하는 일자리이다.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 일자리의 세부 직무는 식사 도와드리기, 이동(보행) 도와드리기, 말벗하기, 거주환경 청소하기, 심부름하기, 어르신 문제 상황 모니터링, 부식(간식 등)복용 도와드리기, 주변 정리하기, 프로그램 및 치료 진행 지원 등이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직접일자리 사업 중앙부처·자치단체 합동지침(고용노동부)에 의해 최대 2년까지 연속 참여가 가능하다. 2년 연속 참여자의 경우 1년 참여 제한을 둔다. 하지만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기초생활수급자, 만 65세 이상인 자는 2년 이상의 연속 참여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 외에도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참여자 선발 기준을 세워 차등 점수를 주고 높은 점수를 받는 대상이 동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참여 자격을 제한한다. 

 

- 장애인 일자리 사업 추진체계

장애인 일자리 사업의 추진체계는 보건복지부, 한국장애인개발원, 지방자치단체, 사업수행기관으로 구분된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일자리 사업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예산을 지원하며, 관련 법령 및 제도에 관여하는 등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장애인 일자리 전문관리직무를 전담하고 있으며. 현장 수행기관을 관리/지원하고 장애유형별 적합 일자리 및 배치기관을 개발하고 있다. 광역자치단계는 관할지역의 사업 추진 계획 수립 및 예산 지원을 수행기관별로 관리하고 점검, 평가한다. 또한 지역 특화 장애인 일자리 및 배치기관을 개발하고 있다. 사업수행기관은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직접 집행하는 기관으로 기초자치단체(시·군·구)가 전담하고 있지만 지역 내 장애인 유관시설 및 민간기관과 연계하여 사업을 위탁·관리하기도 한다. 사업수행기관은 참여자의 모집에서부터 선발, 교육, 직무 배치, 지역자원 연계, 배치기관 개발, 참여자의 일자리 전이 지원, 행정관리 등 사업 전반을 운영한다. 유사한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인 자활사업, 노인 일자리 사업과 달리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전담인력을 두고 있지 않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 정책 과제

- 장애인 일자리 사업 지원인프라 강화  

장애인 일자리 지원인프라 강화는 장애인 일자리 사업의 질적 도약을 위해서는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한다. 정책과제의 핵심은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지원할 중앙단위 지원조직을 체계화하고, 기초단위에서는 장애인 일자리 사업 전문인력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2007년 Able 2010 프로젝트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추진되고 있는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그동안 일자리 유형을 확대 및 세분화를 하였고, 2021년 현재 24,896명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누적 참여 인원은 총 175,735명(2020.3월 기준)에 이른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의 양적 확대뿐만 아니라 성과 제고 등 질적 도약을 위해서는 장애인 일자리 사업 수행체계 보완은 필수적인 전제가 된다. 민간영역의 장애인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중앙차원의 장애인개발원, 광역차원의 장애인개발원 지역조직, 기초단위의 지원체계까지 기본 인프라가 보강되어야 한다. 동시에 장애인 일자리지원 전담인력 제도 신설이 필요하다. 장애인 일자리 참여자를 대상으로 직무지도 등을 담당하는 전담인력은 장애인 일자리 사업과 유사한 노인 일자리 사업의 전담인력이 담당하는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 지원인프라 강화는 선행연구들과 장애인 일자리 사업 종합평가에서도 언제나 우선적으로 제안되는 내용이다. 사회적 취약계층 일자리정책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다루고 있는 선진국에서도 고용서비스 등 사회서비스의 성과제고 방안으로 중간 지원조직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지방정부는 재정 위기로 인해 사회서비스 공급을 민영화했고 이에 따라 시민사회 영역에서 이를 지원하는 반관반민 조직들이 다양하게 성장했다. 즉 고용서비스 등 사회서비스의 제공이 중앙정부의 전적 책임에서 중앙정부 중심으로 지방정부 및 민간의 다양한 관련 기관들과의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수행하는 것으로 변화한 것이다. 

 

특히 장애인 일자리 정책을 민간 일자리 영역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원인프라 개선은 필수적 전제가 된다. 민간 장애인 일자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현재 사회복지기관 중심에서 시장혁신지향의 사회적 경제조직을 새로운 사업수행기관으로 포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장애인 일자리 지원인프라로 사회적 경제조직을 포함하는 경우, 노동통합 사회적 기업, 사회적 협동조합 활용안이 있다. 예를 들어 장애인 등 취약계층 고용 증진을 제도적 목적으로 하는 보건복지부 및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예비)사회적 기업 지정제도와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인증제도를 활용하여 기업들이 선호하는 인건비 지원, 전문인력지원, 세제 혜택 등의 직접 지원정책을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실제로 장애인 보호작업장 등 장애인 직업재활 분야의 경우 (예비)사회적 기업 제도활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 신규 장애인 일자리 개발 및 표준화

장애인 일자리 확산을 위해서는 신규 장애인 일자리 개발 및 표준화가 필요하다. 특히 민간 시장형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업의 표준화가 필수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사업 표준화를 위해서는 현장에서 장애인에게 적합하고 검증된 사업들을 선정하여 이를 중앙단위에서 표준화하고 실질적인 확산을 지원하며, 현장에서는 이를 관리 운영하는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민간 시장형 일자리 사업의 경우, 개별수행기관에서 사업을 인큐베이팅하고 운영하는 경우는 노무관리, 세무관리는 물론이고 인허가 등 법적 문제까지 장애인복지실무자들에게 생소한 전문영역을 담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비즈니스 관련 노하우가 부족하여 일자리 사업을 유지, 발전시키는 과정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민간 시장형 사업으로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현장에서 장애인에게 적합하고 검증된 사업들을 선정하여 이를 중앙단위에서 표준화하고 실질적인 인큐베이팅 과정을 지원하며, 현장에서는 이를 관리 운영하는 체계의 수립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 정책 중 유사한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인 자활사업과 노인 일자리 사업의 경우도 신규 적합 일자리개발과 주요 사업의 표준화를 통해 사업의 발전을 이루고 있다. 자활사업은 사업 초기에 간병 등 돌봄, 재활용, 청소용역 등 표준화 사업을 중심으로 신규 사업수행기관을 확산하였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사업 초기인 2005년 공공부문 노인 적합형 전략 직종군으로 청사 및 공공건물 관리, 청사 안내 수위, 복지시설 지킴이, 공원 관리, 주정차 단속원, 학교폭력 지킴이, 산림보호 감시원, 식물재배원, 고향 지킴이, 노인체험관 운영, 물품분류원 등 11개 직종군을 선정한 바 있다. 11개 전략 직종은 노인 일자리 사업의 확대에 따라 청사 및 공공건물 관리, 공원 관리, 학교폭력 지킴이 등으로, 대표적인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발전하였다.

 

- 사회적 가치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복지정책의 재정특성에서 사회적 가치가 내재되어 있다. 그럼에도 장애인 일자리 사업의 운영과정과 운영주체들이 ‘주체’로서 사회적 가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사업관리체계를 정립해야 한다(이인재 외, 장애인 일자리 사업 종합평가연구, 사회서비스연구원, 2020).

 

첫째, 사회정책 차원에서 장애인 일자리 사업 운영에 대한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잔여적 복지특성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통합과 사회연대의 관점에서 장애인과 노동(일자리)의 기본가치가 명확히 설정되어야 한다. 장애인소득보장을 위한 보충급여 이상의 사회적 의미에서 사회적 가치 실천과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장애인 일자리 사업 운영의 내부과정과 외부관계에 대한 사회적 가치 실천과제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적 가치 기본계획에서는 인권, 사회통합, 노동, 환경 등을 비롯한 13개의 하위 가치들이 있는데, 주어진 재정 및 정책의 기본 틀 속에서 사업운영의 내부과정에 사회적 가치를 반영할 수 있게 사업관리체계를 우선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사업 참여자 구성의 다양성, 작업장의 안전성과 작업과정의 환경가치 반영, 그리고 사업 참여자와 사업수행기관 간의 소통활성화 등이 중요하다.

 

셋째, 사회적 가치 기본계획에서 제시한 핵심 영역 중심으로 중장기적 전략계획을 추진해야 한다. 13개의 모든 사회적 가치 영역을 동시에 추진하기보다는, 사업 운영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관리할 수 있는 사업 운영 지표들을 중심으로 단기적 실천과제를 설정하고, 이후 사회적 지지 확보를 위한 중장기적인 과제를 정립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전자와 관련해서 기본조건을 활성화하는 사업 운영 지표로서 참여자 수와 만족도, 참여자의 성별·지역별·장애유형별 다양성 지표, 안전사고지표, 참여자 노동조건 지표, 참여자의 소통과 참여지표 등에 대한 일관성 있는 측정 및 관리가 중요하다. 중장기적으로 사업 참여자들의 사회적 관계 혹은 사회적 연대와 관련된 사업운영 지표를 개발·관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참여자들의 사회통합지표, 작업과정에서 환경친화적 혹은 환경적 지속가능성 지표, 사회적 경제와 연계 지표, 지역사회와 관계 활성화 지표 등이 포함된다. 

 

금, 2021/07/02-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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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이 외면한 사람들과 그늘

 

최정은 연세대학교 복지국가연구센터 전문연구원

 

정부와 외신이 한목소리로 K-방역을 극찬한 때가 있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의 감염으로 혼란을 겪는 시기에 우리 정부는 적극적인 대응(추적-검사-격리)에 나섰고,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과 같은 시민들의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참여로 국내 코로나19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를 최소화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K-방역의 성과를 잊어야 할 때라는 불만들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불거진 백신 수급과 접종을 둘러싼 정책적 혼선 때문만은 아니다. 찬사를 받던 K-방역 성과의 그늘이 너무 커져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앞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못했지만, ‘생활’과 ‘생존’을 오가는 사람들의 고통은 양극단으로 나뉘는 모습이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사회안전망의 부재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맞으면서 그 민낯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대면으로 이뤄지는 모든 경제활동에 제동이 걸리면서 세계와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지고 있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도 어느새 1년을 넘어 장기화되면서 개인과 가구가 짊어지는 유무형의 손실은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 이르기도 했다. 

 

지금까지 코로나19 시대를 버텨온 대한민국 국민은 어떤 고통을 감내하고 있으며, 누가 더 위험했고, 긴급재난지원정책은 도움이 되었는지를 되짚어보면서 K-방역이 외면한 사람들과 그늘을 주목하고자 한다. 

 

코로나19 피해, 얼마나 심각했는가?

코로나19 감염병의 위기는 모두가 겪은 일이었지만, 재난 위험의 내용과 수준은 광범위하였다. 2020년 전 국민 인식조사를 실시하여 코로나19 상황을 진단해보았다(최영준 외, 2020).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대다수 국민들은 경제적인 피해는 물론 돌봄이나 정서적 불안 등을 광범위하게 경험하였다. 국민들은 근로시간 축소(42.1%)나 소득 감소(39.1%) 피해를 가장 많이 겪었으며, 본인이 실업을 경험하거나(16.3%) 함께 사는 가족의 실업 경험(21.5%)도 적지 않았다. 코로나19 전반기에 자영업 폐업 경험(3.3%)과 자영업 30% 이상 매출 감소 피해(18.7%)도 높았으므로, 이후 과정에서 자영업자의 고통이 얼마나 극심해졌을지 짐작이 된다(<한겨레>, 2021.3.29.). 

 

국민들이 겪은 정서적 피해 경험도 광범위하였다. 단순 접촉만으로 감염되는 전염병의 특성이 가족이나 지인과의 관계 단절로 인한 피해(37.9%)를 키우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어린이집, 학교, 노인요양시설 등 사회적 대면 서비스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가족들의 돌봄 부담도 26.4%로 추가되었다.

 

이러한 경제나 정서적인 피해는 현실에서 개별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개인이나 가구가 처한 상황에 따라서 복합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중첩적인 고통을 받을까. 전 국민 10명 중 8명(77.2%)이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정서적 고립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그림 2-1>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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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위험은 남성보다 여성들의 삶에 더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2018년과 2020년에 실시한 전 국민 인식조사 패널 데이터를 비교해보면(최영준 외, 2018; 2020),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0년 여성의 생활 전반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높아졌다. 2018년과 2020년을 비교해 보면, 삶의 안정성 인식에서 남성의 경우는 보통 이상을 계속 유지하고 있지만, 여성이 인식하는 삶의 안정성은 더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또한, 삶의 주체성과 자율성, 건강 측면에서 여성의 만족도도 낮아졌으며, 직장 이동성도 여성들은 더 나빠졌다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정과 직장에서 여성들의 생활 여건은 더 어려워졌음을 짐작하게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시간 지속되면서 공적 돌봄이나 교육기관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돌봄의 부담마저 커졌고, 여성들은 가정과 경제생활에서 이중고에 노출되어 있다(<표 3-1>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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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젠더 불평등에 미친 영향은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 시기 고용과 소득 충격은 양육 부담이 높은 기혼 여성과 유자녀 가구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2020년 2~4분기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대면접촉이 많은 임시일용직 일자리에 여성의 고용 비중이 높다 보니 고용불안이 가중되었다. 게다가 자녀가 많을수록 비대면 돌봄과 교육 부담이 가중되면서 유자녀 가구의 소득 충격이 커졌다(송상윤, 2021). 이렇듯, 감염병 재난의 위험이 유독 여성과 유자녀 가구에 더 가혹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K-방역의 그늘은 장시간 집에 머물며 돌봄을 받아야 하는 노인, 장애인, 아동 등에 집중되었다. 얼마 전 가정의 달 5월에 발달 장애 자녀를 돌보던 어머니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발달 장애인을 둔 가족의 끊이지 않는 비보는 코로나19 시대 경제적 고립과 사회적 활동과의 단절이 발달 장애인에게 더 가혹함을 말해주고 있다. 

 

전국적으로 장애인은 2021년 현재 263만 명에 달한다. 이 중에서 발달 장애인은 24만 8천 명(장애인 중 9.4%)으로, 최근 가장 가파르게 늘고 있다. 특히, 발달 장애인은 10대와 20대에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으며, 대다수 발달 장애인이 성인이다. 그러나 성인기 발달 장애인이 이용하는 시설이 소수인데다 코로나19의 돌봄 공백이 길어지면서 발달 장애인과 가족의 삶은 온전치 못하다. 

 

여러 가지 생활의 제약이 발달 장애인의 행동에 악영향을 줘, 자신을 해치거나 타인을 해하는 충동적 행동 등이 늘었다고 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행동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적게는 2.6%에서 7.5%까지 증가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 양육자인 가족들에게 표현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발달 장애인의 일상생활이 무너지면서 수면이나 식사, 화장실 이용. 의사소통 이용 능력이 저하되고 약물복용은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지역 사회 복지 시설 이용도 어려워지면서 가족의 평일 돌봄 시간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렇듯, K-방역의 성과 이면에서 발달 장애인과 가족의 일상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후퇴하고 있었다(울산 발달장애인지원센터, 2021).

 

이 같은 어려움은 비단 취약한 돌봄 계층만의 문제이겠는가. 임시 일용직, 특수고용 노동자,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이 받은 경제적 타격도 심각하다. 고용지위 중에서 상용직보다 자영업자나 임시 일용직의 피해가 더 크다는 사실을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상용직 가운데 실직이나 근로시간 감소, 소득 감소를 경험한 응답률은 53.1%인 반면, 자영업자 중에서는 76.1%, 임시일용직 중에서는 74.4%로 상용직과 비교해 1.4배 이상 높았다.(<표 3-1> 참고). 이러한 추이는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으며, 그 피해의 정도는 계속 나빠지고 있다(<매일노동뉴스>, 202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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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지원금 정책 효과는 있었는가?

코로나19의 고통 속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발 빠르게 추진한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은 전 국민의 불안을 덜어주었다는 점에서 호응을 받았다.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은 본인의 경제생활 안정에 도움(80.4%)이 되는 것은 물론 정서적 안정에도 도움(79.3%)이 되었다고 평가받았다. 내 경제생활과 정서생활에 도움이 컸다는 평가와 함께 국가 재정에 대한 우려(81.1%)도 동시에 나오는 실정이다(최영준 외, 2020). 

 

그러나 전 국민이 광범위한 재난 위험을 겪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안전망은 제대로 작동했는지,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이 제 효과를 보였는지는 여전한 논쟁거리다. 국내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을 통해 자영업자 피해의 사각지대를 가늠해보자.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 폐업이나 30% 이상 매출 감소’를 경험한 응답자 중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소상공인 지원금을 받은 경우는 33.2%에 불과했다. 피해 경험자 중 66.8%는 개인이나 가족의 부담으로 넘어간 셈이다. 고용지원은 어떠할까. ‘실직이나 근로시간 및 소득 감소’를 경험한 응답 중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고용안정 지원금을 받은 경우는 9.0%에 불과했다.

 

복지정책은 어디에?

사회보장제도의 본래 의미는 모든 사람들이 질병, 노령, 실업, 산재 등의 위험으로 생계를 위협받지 않도록 돕는 데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사회보장제도는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취약층의 안전망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사회보장의 사각지대 취약층을 더 취약하게 만들어 우리 사회의 재난위험 불평등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그럼, 국외의 상황은 어떠한가. 코로나19 방역 대응은 미흡했더라도, 국가별로 노동자, 사업체, 시민 등의 범주에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고 있다. IMF에서 발표한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지출’ 데이터를 보면, OECD 27개국 모두 국가 지출을 확대했다. 다만, 그 규모는 국가마다 차이가 있다. 

 

사회보장 수준이 높은 사민주의 국가보다 자유주의 국가나 보수주의 국가에서 국가 지출이 더 많이 이뤄졌다. 자유주의 국가유형으로 분류되는 미국(14%)이나 일본(13.8%), 영국(10.9%) 등에서 재정지출이 사민주의 국가에 속하는 덴마크(1.7%), 스웨덴(3.4%)이나 보수주의형 프랑스(6.9%), 독일(9.8%)보다 높았다. 이에 반해, 자유주의형에 속하는 한국은 GDP 대비 3.2%로, 잔여적 복지국가와 비교해서도 낮은 수준에서 지출이 이뤄졌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한국은 보수적인 재정지출에 발목이 잡혀있음을 국가 비교를 통해 알 수 있다(IMF,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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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을 시행해왔으나, 이의 실질적인 영향과 정책에 대한 평가는 부족한 형편이다. 우선은 지금까지 정부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정책 대응에 나선 점은 잘한 일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4차례에 이어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는 1차 때에 전 국민 긴급재난 지원금 지급을 시행했으나 이후 2~4차는 취약계층, 소기업이나 소상공인, 특수형태 근로자 고용안정 지원 등 특정 대상을 중심으로 선별 지원을 하고 있다(기획재정부, 2020). 

하지만 이 정도의 지원으로는 재난 위험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지원 규모로는 1년 이상 무너진 고용과 소득 충격으로 악화된 소비를 조금 개선하는 정도이다. 코로나19 이전으로 국민들의 생활이 안정되고 회복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코로나 시기 조사된 통계를 보더라도, 국가 재난으로 인한 위험을 개인과 가구가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정부나 국회도 코로나19의 피해와 양극화의 심각성은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대응에는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양새다. 일부 정당에서만 겨우 재난 목적의 증세를 말했을 뿐이다. 이를 제외하고선 광범위한 긴급재난지원을 뒷받침할 증세 논의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보다 더 적극적으로 재정을 지출하고 있는 국가들도 증세 논의를 본격화하는 흐름인데 우리는 그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한겨레>, 2021.5.11.). 우리 정부는 맞춤형 피해지원으로 재정 지출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증세 반대 논의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뉴시스>, 2021.3.2.). 

사회보험부터 사회서비스까지 기존의 복지정책은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우리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 지금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가 끝날 것이라는 기대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 전염병 피해는 더 취약한 계층에 집중되어, 코로나 이후 회복에서도 불평등 문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수 있다. 지금도 매일 수백 명의 확진자가 속출하는 상황인 데다, 언제든 새로운 대규모 감염의 위험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향후 또다시 도래할 재난 시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재난 시기 개인의 안정과 복지에 대한 영향뿐 아니라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 대응안이 복합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당장에는 백신효과로 코로나 감염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깊이 폐인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기 위해서는 지난한 노력이 필요하며, 지금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참고자료>

기획재정부. 2020. 제4차 추가경정예산 추석전 신속지급 추진현황, 보도자료, 2020.9.30.

송상윤. 2021. 코로나19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친 영향, 한국은행.

울산광역시발달장애인지원센터. 2021. 팬데믹 시대 발달장애인의 생활실태와 서비스 욕구 변화 연구.

최영준・김도균・유정민・윤성열・최정은. 2018. 자유와 안정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보고서, LAB2050.

최영준・최정은・김지현・조원희・노혜상・한선회. 2020. 국내외 사회보장 지원정책 분석 연구, 보건복지부, 2020.

<뉴시스>, 홍남기 "전국민보다 선별지원 바람직…증세 검토 안해"(종합2보), 2021.3.2.

<매일노동뉴스>, "코로나19 실직, 비정규직이 정규직 보다 5배 많아", 2021.3.30.

<한겨레>, ‘벼랑 끝’ 자영업자들…“매출 반토막에 빚 5132만원 늘어”, 2021.3.29.

<한겨레>, 2차대전 비용 2.5배 투입…바이든의 미국 ‘복지의 귀환’, 2021.5.11.

IMF. 2021. Fiscal Monitor Database of Country Fiscal Measures in Response to the COVID-19 Pandemic.

 

수, 2021/06/02-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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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위험과 사회적 피해의 균형찾기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한국 코로나19 대응의 명과 암

국제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통제에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5월 15일 기준, 한국의 인구 백만 명당 확진자 수는 2,541명으로 세계 평균 20,764명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사망자 수 역시 세계 평균의 10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적은 편이며, 평년 대비 사망자 수 증가도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상황의 통제는 역설적으로 백신 확보에 소극적인 결과를 낳았지만, 접종 개시가 늦었을 뿐 실제 확보(계약) 물량은 세계 10위권 수준이다. 접종 인프라나 인력, 국민 인식 등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공급이 시작되는 6월 이후 백신 접종의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봉쇄 없는 바이러스 통제는 경제적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긍정적인 결과도 가져왔다. 한국의 작년 경제성장률은 -1.0%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으며, 제조업 부문과 수출 호조로 2021년 1/4분기에 이미 팬데믹 이전 수준의 경제규모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난다(한국은행 2021.4). IMF의 최근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예상 경제성장률은 3.6%로 지난해 성장률을 함께 고려하면 선진국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1-1 참고). 이에 반해 영국,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역성장을 보였으며, 올해 플러스 성장으로 반등함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은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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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여러 지표에서 선방했지만, 팬데믹의 고통에서 완전히 비껴간 것은 아니다. 생산과 수출 부문에서 선방하여 총 GDP의 급격한 후퇴를 면했을 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민간소비는 다른 나라와 비슷하게 감소했다. 지난해 한국의 민간소비는 5% 하락하여 OECD 평균(-6%)과 큰 차이가 없었다. 감염병 유행으로 인한 소비 위축은 취약계층에게 더 큰 피해를 안겼다. 한국은행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실업, 비경제활동인구 확대에 따른 고용 충격과 소득 충격이 저소득가구에 집중되었다(한국은행 2021, p.4). 2020년 2~4분기 대비 소득감소율은 1분위(하위 20%)에서 -17.1%였던 반면 5분위(상위 20%)에서는 -1.5%에 불과했다. 자연히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 격차도 벌어졌다(그림 1-2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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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응과 사회적 피해 사이 균형

물론 각종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휴교, 입국 제한 등이 ‘통제되지 않은 감염 확산’으로 인한 더 큰 손실을 막았다면 방역당국이 취한 일련의 조치들이 정당화될 수 있다. 하지만 유행 발생 후 1년 이상 지난 지금 돌아보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대응을 한 부분도 있음을 알 수 있다. 

 

확진자의 신상과 동선을 세세하게 밝히는 부분이나, 확진자가 지나갔다는 이유로 가게 문을 닫고 영업 자체를 못하게 하거나, 학교, 도서관, 종교시설, 야외 시설 등 위생수칙을 지키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까지 전면 폐쇄한 부분은 과도한 대응이다. 학교에서 확진자가 한 명 나왔다는 이유로 등교 자체를 중지하거나 접촉하지 않은 사람까지 검사하는 등의 낭비도 있었다. 이런 일련의 조치들은 감염 자체의 보건 상의 비용보다 감염으로 인한 심리적, 사회적 비용을 매우 크게 만들었다. 이태원 클럽 방문자나 광화문 집회 참가자는 국민 생명에 위협을 준 ‘범죄자’ 취급을 받았고 실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확진자에게 찍히는 낙인은 감염 통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방치되었고,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조치들을 정당화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이러한 조치들은 비용에 비해 그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과 올해 5월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작년(평균 50명)에 비해 올해(평균 6~700명) 훨씬 더 많은 수의 확진자가 발생하는데도 현재 혼란은 작년보다 훨씬 덜 하다. 여가시설이나 상업시설을 이용하는 사람 수도 팬데믹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고 확진자 동선이 큰 이슈가 되지도 않는다. 그림 3을 보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올해 오히려 사망자 수 및 치명률이 더 줄어들었다. 작년 3월의 1차 유행과 11월 3차 유행 치명률 피크는 각각 2.97%, 2.86%로 평균(1.52%)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던 반면, 올해 3월 이후 1% 밑으로 내려간 치명률은 현재 0.6%에 불과하다. 

 

 

확진자가 급증하는 시기, 즉 유행 초기에 치명률이 올라갔다가 이후 점점 낮아지는 것은 확진자의 절대 수보다 확진자 수 대비 의료체계의 대응능력 수준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8월의 2차 유행 시 광화문 집회 참가자 등 고령층 감염이 많았는데도 치명률이 낮은 것은 당시 이미 일 평균 3~400명 수준을 감당할 의료체계가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확진자가 그 이상으로 급증하여 치명률도 같이 올라간 3차 유행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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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유행 이후 일 평균 확진자가 500명 전후에서 꾸준히 유지되었음에도 치명률은 오히려 감소했다. 확진자 연령 구성에 큰 차이가 없었음을 고려하면 감염자들에게 충분한 치료가 공급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때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도나 순응도는 작년 3월 또는 8월에 비해 훨씬 낮았다. 즉, 더 효율적인 대응으로 일상에 대한 개입도 최소화하고 보건 상의 피해도 크지 않게 통제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유행 기간 중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던 작년 11~12월 3차 유행 때에도, 의료체계를 미리 준비해 놓을 수 있었다면 초기 사망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5월 중순 현재도 여전히 일 5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를 높여서 완전히 감염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우리 방역당국의 목표가 확진자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통제 조치의 강도를 올리는 것이 맞다. 5인 이상 사적모임을 전면금지하고, 유흥시설, 식당, 카페 등 감염 전파 위험이 높은 영업장을 모두 닫으며, 영업이 가능한 시설 내에서도 방역수칙을 어기는 영업주/종업원/이용자에 대한 벌칙을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조치들이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키며, 이러한 비용으로 인해 이제는 시민들의 협조 여력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강도 높은 봉쇄를 오랜 기간 유지했던 유럽의 사례에서 봉쇄의 효과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유럽 여러 국가들이 취한 상업시설 및 작업장 폐쇄, 휴교, 자택 격리, 이동 제한, 모임 금지 등의 방역 대응은 여러 사회경제적 비용을 수반했다. 봉쇄 조치가 취해진 2020년 2/4분기 유럽의 경제성장률은 최대 -20%에 육박했으며, 봉쇄 강도가 클수록 경제 피해도 더 큰 경향이 있었다(그림 1-4 참고). 상업시설 및 폐쇄는 생산량 감소와 소득 감소를 동반하며, 휴교는 인적자본의 손실로 귀결된다. 자택 격리와 모임 금지는 경제적, 심리적, 사회적, 의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비용은 방역 대응의 강도가 크고 기간이 길어질수록 체증한다. 이러한 이유로 봉쇄는 지속가능하지 않았다. 특히 1차 유행을 성공적으로 막은 동유럽 국가들은, 이후 2차 유행 시에는 재봉쇄를 단행하지 못했다. 곳곳에서 저항의 움직임이 관찰되었기 때문에 방역 대응의 강도를 다시 올리는 데는 정치적 부담이 따랐고, 이에 따라 감염확산이 심각한 지역에서도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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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도와 사회경제적 피해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위에서 말했듯 의료체계 대응 능력이 갖추어져 있으면 일정 수준까지 확진자가 증가해도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중증도에 따른 환자 분류체계 효율화, 중환자 설비 확충, 방역 및 의료 인력 보강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미 지난 2월 방역당국은 하루 천 명씩 2주일간 확진자가 발생해도 감당할 수 있는 의료체계가 갖춰져 있다고 발표한 바 있고 그 이후로도 계속 중환자 시설 및 인력 등을 확충하고 있다. 이 수준이 넘어가기 전까지 전격적인 거리두기 강화는 불필요해 보인다. 

 

또한 방역당국은 확진자 수가 증가한다는 이유로 크게 실효성이 없는, 또는 장기적으로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법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는 식사 등 감염 전파 위험이 큰 행위에 적용할 때만 효과가 있다. 야외에서 열 명이 모여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신체접촉을 줄이면 감염확률은 0에 가깝다.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실내에 갈 때만 모임 단위를 소규모로 줄이면 광범위한 감염 전파를 막을 수 있다. 영업금지 업종을 최소화하고 대신 사용 시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관리하는 쪽으로 방역의 방식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마스크 쓰기, 손 씻기, 실내 환기, 소규모 단위 식사, 유증상 시 외출 자제, 유증상 시 검사받기 등등은 비용에 비해 그 효과가 매우 크다. 이렇게 비용이 낮은 방역수칙을 더 철저히 지킴으로써 거리두기 3단계 같은 고비용 조치를 막을 수 있다. 

 

불균형 시정을 위한 개입

하지만 현재 방역의 패러다임을 단번에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백신 접종을 통해 감염 및 중증화 위험이 낮아지고도 한동안 시간이 지나야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쌓인 불균형과 당분간 계속될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특히 적재적소에 재정을 푸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다. 유럽의 경우 재확산이 시작되자 신속히 소상공인, 실업자, 임금 감소 노동자 등을 지원하며 소비의 급격한 감소를 저지했다. 그림 5에 보듯 유럽 주요국은 GDP 대비 30~40%가 넘는 대규모 재정 지출 및 금융 지원을 단행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상쇄하려 시도했다. 반면 한국의 지출 수준은 재정지출 GDP 대비 5% 미만, 대출 등 금융 지원 GDP 대비 10% 정도로 다른 국가에 비해 적은 편이었다. 정부의 더 적극적인 재정 지출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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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대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재정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채무 수준이 낮은 편이긴 해도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예상되는 가파른 나랏빚 증가세는 분명 걱정거리다. 하지만 재정건전성은 지출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재정 관련 논의에는 수입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재정수입의 대부분은 세금에서 나오며, 세금은 기업과 노동자와 소비자들의 경제활동에서 나온다. 

 

세계경제는 지난해부터 재난의 불평등한 피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변화에 적응한 업종과 고숙련노동자는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한편, 앞서 보았듯 소상공인, 비정규직, 저임금 서비스업 종사자, 여성노동자, 구직자 등은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19에 집중하는 동안 보건과 교육의 혜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원이 적절히 배분되지 않았다. 이런 불평등한 피해는 단순히 개개인의 삶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전체 경제구조를 허약하게 만들고 경제성장 동력을 훼손한다. 자영업자들이 도산하면 임대인들도 금융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실업이 지속되면 구직자들이 근로의욕을 잃게 된다. 아픈 사람이 제대로 치료를 못 받으면 노동생산성이 저하된다. 아이들이 교육을 못 받으면 향후 경제 성장을 위한 인적자본이 사라진다. 이를 묵과하면 그 결과는 경제 전체의 붕괴와 그로 인한 세수 저하다. 

 

현재로서 이 위기는 재정지출로 교정하는 방법밖에 없다. 재정을 아낀다는 명목하에 지금 지출을 늦추면 나중에 더 큰 피해를 보고 수입 자체가 감소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IMF와 OECD가 연말 연초에 낸 보고서는 나랏빚에 대한 관리보다 지출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IMF 2021.2; OECD 2020.12). 특히 잠재 성장률을 올리고 참여형 성장을 보장하기 위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더 두텁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지출' 이상으로 곳간을 '채워서' 장단기적으로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이다. 이런 연유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경쟁적으로 대규모 확장재정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1.5).

 

마지막으로 재정 정책은 곧 방역 대책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자영업자, 실업자, 노숙인, 이주민 등에 대한 생계지원 및 손실보상은 거리두기 정책에 대한 순응도를 올린다. 또한 코로나19 대응 의료진 및 방역 관련 공무원 보강과 지원, 의료시설과 중환자 설비 확충, 백신과 치료제 개발·구입 등 보건 분야에서도 재정지출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방역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최대한 올릴 수 있다. 방역 조치에 따르느라 발생한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는 점은 계속해서 강조되어야 한다. 앞서 우리나라가 유럽에 비해 취약계층 지원이 낮은 편이었음을 보였다. 지원을 통해 협조 여력을 늘리고 다중이용시설의 밀집도를 낮추면 감염 위험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에 협조하면 반드시 그에 따른 대가가 주어진다는 신호를 보내야 '사회적 신뢰'라는 자산을 유지할 수 있다. 적절한 보상이 없으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번 위기와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다음 위기에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잃게 된다.

 

나가며 

백신 접종으로 인해 팬데믹 종식에 대한 기대가 높다. 하지만 해외 백신 접종 추이를 보면 바이러스가 쉽게 사라지길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백신 수급 문제와 접종 주저 현상으로 인해 접종률을 기대만큼 끌어올릴 수 있을지 미지수이고, 전 세계적인 백신 보급 불균형은 바이러스 변이의 빌미를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종률 제고를 통해 유행 통제에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장기전을 대비한 균형 방역은 꼭 필요한 일이다. 또한 그간의 피해를 교정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도 요구된다. 

 


참고문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1.5), 「2021년 세계경제전망 (업데이트) 」

시사인(2021.2.17.), “힘든 아이가 더 떠안는 교육 공백의 빚”

장영욱 (2020), 「유럽의 코로나19 재확산 현황과 시사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장영욱, 윤형준 (2021), 「유럽 주요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 및 2021년 경제회복 전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국일보(2021.5.12), “다가온 '스승의날'... 교사 78% "최근 1~2년 새 사기 떨어졌다"”

IMF Fiscal Monitor Update (2021. 1), https://www.imf.org/en/Publications/FM/Issues/2021/01/20/fiscal-monitor-...

IMF World Economic Outlook (2021. 1), https://www.imf.org/en/Publications/WEO/Issues/2021/01/26/2021-world-eco...

OECD Economic Outlook (2020. 12), https://www.oecd.org/economic-outlook/

OECD (2020), Education at a Glance 2020: OECD Indicators, OECD Publishing, Paris

Eurostat. https://ec.europa.eu/eurostat/data.

한국은행(2021), 「코로나19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친 영향」, BOK이슈노트, 2021-9호

 

한국은행(2021.4.27), “2021년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   https://www.bok.or.kr/portal/bbs/P0000559/view.do?nttId=10064135&menuNo=...

 

수, 2021/06/02-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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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을까?

 

한은희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부연구위원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300만 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가는 동안, 우리는 K-방역을 통해 전염병의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여 많은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아동학대와 방임으로 발생하는 아동의 사망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어린 아이들이 여행 가방에 갇혀, 양모의 폭력에 의해, 그리고 빈집에 홀로 방치되어 죽어갔다. 언론이 아동학대 사건을 주목할 때마다 사람들은 분노하고 정부는 신속하게 대책을 발표하였지만, 아동학대 사건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아동학대는 예방할 수 없는 것일까?  

 

정부는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아동학대를 예방하고자 2018년부터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은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들이 계기가 되어 개발되었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였을 때, 정부는 빅데이터를 통해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찾아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연계하면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가 높았다(보건복지부, 2018.). 하지만 2020년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통해 약 9만8천 명이 조사대상으로 선정되어, 약 9만 명에 대한 읍면동 차원의 조사를 수행한 결과 이들 중 복지서비스연계 2,266명(2.3%), 학대의심 신고가 52명(0.06%) 이었다. 낮은 학대 발견율로 인해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이코리아, 2020.).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은 장기결석, 영유아 건강검진·예방접종 미실시, 사회보장서비스 제공을 위해 수집된 단전·단수·단가스 및 각종 체납 정보들을 활용하여 인공지능(AI)이 위기도를 추정하는 통계모형이다.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은 아동학대 발생을 100% 예측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단 한 번의 가정방문을 통해 학대를 발견할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의 쓸모에 대한 판단은 몇 명의 학대의심 아동을 발견하였느냐 보다는 지역에서 위기아동을 발굴하고 복지서비스를 제공하여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최근에 일어난 몇몇 아동학대 사건들은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통해 발굴되었으나 읍면동 공무원이 가정방문을 하지 못하였거나 부모의 말을 믿고 현장 종결한 사례들이었다. 데이터를 통해 위기 상황에 놓여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할지라도 담당 공무원은 부모의 협조가 없이는 아동을 만나거나 가정방문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부모의 협조를 구해 가정방문이 가능하다 하여도, 읍면동 공무원이 아동의 발달과 양육환경을 면밀히 조사할 수 있는 시간과 책임을 가졌는지, 그리고 아동과 가족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지역 안에 충분한지 등에 따라 위기 아동에 대한 판별과 지원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전국의 모든 읍면동 행정복지센터(구 주민센터)는 방문상담을 통해 가구별 특성에 따른 복지 수요를 파악하고 공적서비스 또는 민간복지자원을 연계하여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각 읍면동의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팀에는 전담 공무원과 방문간호사가 배치되어 종합상담, 복지사각지대 발굴 및 지원, 통합사례관리, 민관 협력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읍면동의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와의 융합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영유아 가정에 대해서는 복지공무원과 방문간호사가 함께 방문하여 아동의 안전과 발달에 대해 점검하고 보건·복지 서비스 및 부모교육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한다면 아동 방임 및 학대 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이봉주, 2021. 참조). 또한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의 e아동행복지원사업 담당 인력 확충 및 읍면동 담당 인력의 아동학대 감수성 및 역량 강화, 그리고 읍면동과 시군구(아동보호, 청소년·아동복지, 보건 사업 등) 간의 긴밀한 연계·협력이 가능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조직과 체계가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K-방역의 성공은 전염병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뚜렷한 정책 목표, 데이터의 활용을 포함한 기술력, 부처 간 칸막이를 넘어서는 행정력, 그리고 시민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동학대 예방 또한 마찬가지이다. 위기아동 예측모형을 개선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함께 AI가 감지한 위기 신호에 신속히 대응하여 아동학대 및 방임을 예방하겠다는 강력한 정책적 의지, 데이터에 근거한 정교한 사업모델과 전달체계의 설계, 부처 간 칸막이 및 중앙과 지방 그리고 공공과 민간의 칸막이를 넘어선 연계와 협력, 마지막으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아동학대 신고)와 협조가 더 해질 때만이 아동학대의 비극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보건복지부(2018). 아이가 보내는 위기신호, 빅데이터로 찾는다: 요보호아동 조기발견·지원을 위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 개통. 보도자료(3.19)

이두익(2020). [국감] 제 역할 못하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 왜? 이코라이(10.5)

 

이봉주(2021). 아동학대 대책,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파이낸셜 뉴스(2.15)

 

금, 2021/07/0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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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플라스틱 사용을 강요당하고 있지는 않을까?

 

조희원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

 

인터뷰 및 정리 김경희 사회복지위원회 활동가

 

그동안 편리하게 사용하고 버린 폐기물들이 토양과 해양 오염, 생태계의 위협을 넘어 다시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요소로 돌아왔다. 특히 포장재와 식기 등 빈번하고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는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라는 대시민적 요구와 시도가 두드러지고 있다.  

 

플라스틱이 자연 분해되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며 한번 토양이나 강, 바다 등에 유입되면 정화가 불가능하다. 분해되면서 큰 플라스틱에서 미세플라스틱으로 크기가 작아지는 것일 뿐 사라지지 않고 꾸준히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분해 과정에서 메탄 같은 강력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점도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는 이유가 된다. 

 

이러한 플라스틱을 다른 일회용품 사용으로 대체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절대 소비량을 줄이고 관리해야 하며 기업과 소비자 모두의 적극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캠페인을 진행하는 청년참여연대가 올해도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집중한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을 진행한다. 조희원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참여연대의 다른 센터의 경우 복지, 노동 등 확실한 주제와 과제가 있어요. 하지만 청년참여연대는 청년 회원들이 직접 자신의 문제의식을 이야기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해요. 청년문제가 무엇이라고 특정하기 보다 어떤 주제라도 이야기할 수 있고,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문제나 자신이 겪는 어려움에서 논의가 시작되기도 해요. 최근에는 다양성과 젠더, 주거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특히 기후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하고 있어요. 관심을 갖는 이유로 다양한 당위적인 이유를 들 수도 있겠지만, 기후 환경의 변화 자체가 자신의 삶을 위협하는 상당한 자기 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사무국장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묻자, “사회문제에 관심있는 청년들을 모으고 재미있게 활동할 수 있도록 전문가 연계, 활동 기획 등을 지원하는 것이 스스로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청년참여연대를 찾아온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문제의식이 있는 친구를 찾아가고 시민사회를 경험하는 것을 보며,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에 보람을 느껴요”라며 웃어보였다. 

 

지난해부터 기후위기 문제에 관심이 있는 청년참여연대 회원들은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일명 ‘지구살림반성기’이다. “제로웨이스트라는 단어를 알게 된 것도 얼마되지 않아요. 최근 3년 동안 관심이 많아진 활동인 것 같아요. 말 그대로 쓰레기를 줄이자는 것인데, 보통 플라스틱 쓰레기를 말해요. 생산되면 분해되지 않고 쌓이기만 하고 이 때문에 플라스틱으로만 이뤄진 섬도 있다고 해요. 플라스틱을 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최대한 쓰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이에 소비자들의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 버리지 않는 실천이 매우 중요해요. 워낙에 플라스틱이 싸고 편리한 물품이어서 처음부터 전혀 쓰지 않는 것이 어려워 시도도 하지 않을 수 있으니, 레스(less)웨이스트부터 실천하자는 구호도 등장한 것 같아요. 우리부터 시작하자는 것에서 <쓰레기 없는 일상을 상상해보자, 호모쓰렉투스의 지구살림반성기>를 기획하게 되었어요.”

 

<사진1> 호모쓰렉투스의 지구살림반성기 워크숍 “쓰레기 없는 일상 상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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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쓰렉투스의 지구살림반성기>에서는 제로웨이스트 활동에 관심있는 청년들이 모여, 제로웨이스트나 자연순환 개념에 대해서 공부하고 <플라스틱의 모든 것>이라는 환경주제 영화를 시청하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1박 2일 동안 제로웨이스트 챌린지도 진행했다. 이들의 챌린지는 밥을 먹기 위해 장을 보러 갈 때도 이어졌다고 한다. “마트를 갔는데 두부를 반찬통에 담아달라고 하니 마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당황을 했어요. 황당해하는 반응을 예상했고 우리의 취지를 하나하나 설명했죠. 설명을 들은 사람들은 불편해 하면서도 이내 취지를 이해하고 두부를 잘라서 반찬통에 넣어주는 등 협조해 주었어요.”  

 

‘생산 - 유통/소비 - 분리/배출 - 수거 - 폐기’ 구조의 경제 패러다임인 ‘선형경제(linear economy)’는 자원의 사용을 증가시키고 일회용 소재의 편리함이 더해져 급격한 환경 오염으로 이어졌다. 이에 국제사회는 ‘순환경제’라는 대안을 제시하는데, 순환경제는 원료를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폐기물 배출은 가능한 한 피한다. 자원 순환을 위해 폐기물과 배출물을 재가공하여 재활용한다. “새활용과 같이 이미 사용한 자원을 활용해서 새롭게 가치있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해요. 

 

<사진2> 마트에서 두부‘만’ 살 수는 없나요? 1박 2일 제로웨이스트 챌린지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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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재활용하고 업사이클링으로 폐기물을 줄인다지만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확실한 방법은 없죠. 이미 사용하게 되면 어떻게든 폐기물은 발생하고 영향을 미치게 되니까요. 재활용품도 거의 재활용이 되지 않고 80%이상이 버려진다고 해요. 원래는 프로그램으로 새활용 용품을 같이 만들거나, 배출물의 재질따라 잘 분리하는 걸 공부해볼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결국엔 지구에 남게 되니, 잘 버리는 것보다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어요.” 

 

편리함을 위해 일회용 소재를 고집한 채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어렵다는 생각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집중한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난해에 갑자기 코로나19가 심해져서 외부에서 진행하는 활동들에 제약이 많았어요. 한강을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거나 시민들에게 캠페인 동참을 요청하는 활동들 대신 영상을 제작하고 공유하는 활동으로 대체했어요.”

 

회원들은 호모쓰렉투스 활동을 하며 총 5편의 영상을 제작해서 참여연대 유튜브 채널에 게시했다. 영상에서는 일상 속 레스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한 장보기 팁, 리필스테이션 방문기, 고양이 장난감으로 새활용하기 등을 다뤘다. “스테인리스 빨대를 들고 카페에 방문하고, 반찬통을 들고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기도 했어요. 자기가 쓰던 플라스틱 물건을 실로 엮어서 고양이 장난감 만들기나, 리필스테이션을 가서 새로운 플라스틱 통을 소비하지 않고도 필요한 물건을 사보고 영상으로 만들었어요.” 

 

<사진3> 청년참여연대 리필스테이션 방문기, <호모쓰렉투스 지구살림반성기> 활동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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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참여연대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Lfi_m0Q44zc

 

작은 실천으로 1박 2일이라는 시간동안 만들어 낼 수 있던 많은 쓰레기 배출을 줄였지만 결론은 좀 허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활동이 끝나고 마음이 좀 헛헛했어요.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했지만 이것들이 나와 소수의 사람들만의 실천으로 끝나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참여를 요청하거나, 기업에 일회용품의 생산과 소비를 줄이라는 요구를 해보고 싶었어요. 관련 정책의 미비점을 찾아내고 보완할 것을 요구하는 활동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시즌2를 기획하게 되었고, 이번에는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하고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활동을 하려고 해요.이번에는 배달쓰레기에 집중해 보려고요.” 

 

지구살림반성기 시즌2 ‘배달쓰레기의 나라’는 6월 23일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특히 배달쓰레기에 집중한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은 2018년 8월부터 식당과 커피전문점 등에서 일회용품의 사용을 규제 정책을 시행했는데요. ‘플라스틱컵 어택’이라는 시민행동의 결과예요. 플라스틱컵 어택은 길가에 버려진 일회용 컵을 모아서 어느 카페에서 나온 것인지 분류하고 카페에 돌려주는 활동이에요. 그런데 코로나19로 정착되기도 전에 다시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해버렸어요. 특히 사회적거리두기 조치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배달 플랫폼의 매출이 급증했고 덩달아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약해지고 무분별하게 사용하게 되었어요. 오피스텔이나 아파트 앞에 배달음식을 먹고 난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는 걸 목격한 경험이 있으실 거에요.”

 

<사진4> 조희원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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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적극적인 시민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녹색연합에서 배달어택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도 함께하고 싶어서 면담을 요청해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녹색연합 활동가분도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몰랐었다고 했어요. 그래서 우선 시민 설문을 진행했는데 시민들이 자신이 일회용품을 쓰고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요. 그런데 개인의 양심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일부 배달앱의 경우 주문할 때 일회용품을 받지 않겠다는 체크는 할 수 있지만, 의무는 아니에요. 그 이유는 배달앱에서 수저나 물티슈, 용기 등의 일회용품을 식당에 파는 구조가 있기 때문이에요. 배달앱의 이익이 일회용품을 계속해서 생산할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를 지탱하고 있는 거예요.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배달앱 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요. 쓰레기를 만들고싶지 않은 나의 권리를 기업과 정부가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를 함께 해야 하죠.”

 

 

복지동향 구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제로웨이스트 액션이 있는지 물었다. “요즘 샴푸바, 린스바를 사용하는 등 생활 폐기물을 만들지 않고 생활 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리필스테이션도 많이 생기고 있고, 마트나 음식점에 반찬통을 가져가면 의외로 당황해하면서도 잘 호응해주신다. 무엇이든 독자들이 노력하면 그 노력들이 확산되어 큰 영향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금, 2021/07/0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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