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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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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건 없습니다.

admin | 화, 2019/12/03- 20:27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어릴 때 전화번호부 보는 걸 좋아했습니다. 나와 같은 이름을 쓰는 사람은 누가 있는지 찾아보거나 주소로 우리 동네 사람들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특이한 이름을 가진 사람에게는 장난전화도 걸어봤습니다. 이게 가능했던 건, 당시 전화번호부에는 사람 이름과 집 주소, 전화번호가 다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전화번호부는 거의 모든 집마다 한 부씩 있을 정도로 구하기 쉽기도 했지요.

요즘엔 전화번호부를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니 옛날의 그런 전화번호부가 있을 수 없습니다. 만약 통신사들이 ‘이름’ ‘전화번호’ ‘주소’라는 개인정보가 들어있는 책자를 집마다 배포한다면 사람들은 개인정보 유출이라며 들고 일어설 겁니다. 예전과 지금의 개인정보에 대한 기준과 제도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전화번호부처럼 과거엔 공개하는 게 아무렇지 않았지만, 지금은 공개하는 게 도리어 이상한 게 되기도 하고, 반대로 예전엔 절대 비공개였던 게 지금은 인터넷에 검색만 해봐도 공개가 되기도 합니다. 공공정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보를 공개하거나 비공개 하는 것은 상대적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절대적으로 비공개해야 하는 정보들도 일부 있습니다)

90년대 말 업무추진비는 비공개가 당연한 정보였습니다. 아무도 시장과 구청장이 쓰는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라고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정보공개법이 생겼고, 비공개를 당연하다 여기지 않은 사람들이 공개하라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비공개하거나 아주 제한적으로만 공개 했습니다. 지자체 단체장 업무추진비 공개운동을 벌였던 전국의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은 정보공개소송까지 가서야 업무추진비 집행정보를 공개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요?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지자체를 찾아보는 게 더 어렵습니다. 아주 세부적인 내역은 아직도 정보공개청구를 해야만 볼 수 있긴 하지만, 월별로 어디에서 얼마나 썼는지 정도는 공개하는 게 추세가 되었습니다. 소송을 하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정보가 된 것입니다. 과거에는 업무추진비 내역이 시민들이 함부로 볼 수 없는 공공기관장의 권위의 상징 같은 거였다면 지금의 업무추진비는 적극적으로 공개해서 투명성을 어필할 수 있는 수단으로 바뀐 거죠. 이뿐인가요. 과거엔 영업비밀이라며 비공개 했던 각 병원의 항생제 처방률은 이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정보로 가장 내세우는 정보가 되기도 했습니다.

공개와 비공개의 기준은 과거와 현재에만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따라 공개여부가 갈리기도 합니다.

한국의 경우 개인의 과세정보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받을 수가 없습니다. 국세기본법에 따라 납세자의 과세정보는 비밀유지 대상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비공개인 이 정보가 핀란드에서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정보입니다.

핀란드 정부는 매년 11월 1일 시민 개개인의 과세 정보를 공개합니다. 핀란드 국세청은 이 날 전국 28곳 지방 세무서의 전용 PC를 통해 전 국민의 과세데이터를 공개하는 건데요. 다른 사람이 얼마를 버는 지, 그래서 얼마의 세금을 내는지 확인해 ‘질투심’을 가지게 된다고 해서 이 11월 1일에는 ‘질투의 날’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핀란드 뿐 아니라 여러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과거부터 시민의 과세정보를 공개정보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과세정보를 공개함으로써 탈세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기도 하고, 과세정보의 공개가 조세행정의 신뢰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와 현재의 업무추진비 정보든, 한국과 핀란드의 개인과세정보든 비공개정보와 공개정보에서 내용의 차이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공개에 대한 사회의 요구와 인식의 차이입니다.

공공기관들이 당연하게 비공개하는 정보들이 있습니다. 의사결정과정이라며, 영업비밀이라며 이유도 사유도 구체적입니다.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비공개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당연하지도 않습니다.

당연해야 하는 게 있다면 그것은 민주주의, 시민에 대한 존중일 것입니다. 그리고 비공개는 민주주의나 시민의 참여와는 당연히 어울리지 않습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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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하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먹칠 뒤에 숨어있는 권력

정진임 정보공개센터 소장

 

종이 뭉치 하나를 받기까지 수년이 걸렸다. 하지만 그렇게 받은 종이에는 글자보다 검은 먹칠이 더 많다. 작업공정에서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병을 얻은 산재 노동자들과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은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일하다 얻은 병이 직업병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정보공개소송을 했다.

병과 싸우기도 바쁜 때에 노동자가 기업도 아닌 정부와 왜 싸워야 하나 싶지만, 이것이 기업 하기 좋은 나라에서 살아가는 노동자의 현실이다. 현행법상 일을 하다 질병을 얻은 경우, 그 이유를 기업이 아닌 노동자가 입증해야 한다. 반도체 노동자의 경우 작업의 어떤 공정에서 어떤 화학물질에 노출되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는 건데, 사업장에서는 이를 제대로 알려주지를 않으니 그 자료(작업환경측정보고서)를 가지고 있는 정부를 상대로 정보를 공개하는 소송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대법원까지 간 끝에 반올림은 지난 8월 31일 ‘삼성전자(주)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의 일부 공개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공정명만 확인할 수 있을 뿐, 각 공정에 어떤 화학물질이 사용되었는지는 시커멓게 먹칠이 되어 볼 수가 없다. 보고서는 받았지만 노동자들이 어떤 화학물질에 노출되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으니, 산재 입증 또한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보고서를 먹칠로 빽빽이 감춘 이유는 그 정보가 영업비밀이요 국가핵심기술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행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아무리 영업비밀이더라도, 사람의 ‘생명ㆍ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라면 반드시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제9조제1항7호). 국가핵심기술이기 때문에 비공개라는 건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았다. 반올림과 노동자들이 삼성을 상대로 정보공개 싸움을 시작하자 행정과 국회가 함께 나서 급조한 명분일 뿐이다.
(관련글:산업기술보호법 개정은 어떻게 우리의 알권리를 침해하나)

사람의 목숨보다 더 중요한 영업비밀이란 없다. 노동자를 생사의 길에 방치하면서까지 지켜야 하는 국가의 기술이라는 게 있다면, 되려 국가의 의미가 대체 뭐냐고 물을 수밖에 없다. 기업은 먹칠 뒤에 숨었다. 기업은 숨을 수 있는 힘이 있고, 입법부와 사법부와 행정부는 기업이 숨을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주었다. 그 권력의 먹칠 때문에 여전히 많은 노동자는 일하다 아프거나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놓여야 한다. 초록은 동색. 권력은 권력의 편을 들 뿐이다.

 

대법원 판결과 중앙행심위 결정에 따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산재예방지도과 에서 보내온 삼성전자(주)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반올림 제공

 

삼성전자 산재 피해자들이 몇 년만에 받은 정보공개 승소 판결
그러나 핵심내용은 먹칠, 이유는 ‘영업비밀’
이재용 가석방심사 회의록도 발언자와 발언 내용은 ‘비공개’

삼성전자의 작업환경보고서 말고도 또 하나의 먹칠 된 문서가 있다. 최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광복절 가석방 건으로 화제가 된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 회의록’이다.

가석방은 법에 따라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가석방 적격 여부를 심사한 후, 법무부 장관이 이를 허가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중형의 집행을 중지하는 것인 만큼 위원회의 가석방 심사에 대한 신뢰성을 위해 심사위원들이 어떤 이유와 논리로 가석방 의견에 합의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인지 법무부는 가석방심사 회의록을 ‘가석방 결정을 한 5년 이후부터 공개’하도록 규정을 두고 있다. 회의록을 시민들이 요구하기도 전에 먼저 적극적으로 공개하겠다는 것만으로도 꽤 이례적인 것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 규정을 지키지 않고 그동안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다가 최근 정보공개센터의 문제 제기를 받고 나서야 공개를 시작했다. 회의록 공개에 대한 규정이 만들어진 지 무려 10년 만의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어렵사리 공개된 회의록에서도 곳곳에서 검은 먹칠이 되어 있다.(전문은 링크에서 볼 수 있다) 가석방심사 대상자의 이름과 그를 특정해 유추할 수 있는 범죄와 관련한 정보들과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발언을 한 위원들의 성명은 모두 가려져 있다. 개인정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공개법에서는 개인정보라 하더라도 ‘공개하는 것이 공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법령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업무의 일부를 위탁 또는 위촉한 개인의 성명ㆍ직업’은 비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제9조제1항6호의마). 가석방심사위원들의 명단이 공개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 회의록 ⓒ필자 제공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발언자의 공개 여부이다. 회의는 누가 참석해 어떤 사안을 논의했는가 만큼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그 사람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발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자료로는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발언자 명이 가려져 전혀 알 수가 없다.

문제는 이것이 가석방심사위원회 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많은 회의록의 경우 회의 안건과 참석자 성명, 발언 내용은 공개하지만 발언자의 성명은 공개하지 않는다. ‘의사결정과정에 있는 사항으로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다. 의사결정 자체가 그 위원이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일인데, 그 내용을 비공개하고 있는 것이니, 정작 알짜는 다 빠져버린 셈이 되고 마는 것이다. 더군다나 가석방심사위원회 회의록의 경우에는 벌써 확정된 사안을 9년~10년의 시차를 두고 공개하는 것이다. 그때의 일은 이미 의사결정이 끝나도 한참 전에 끝난 일이고, 당연히 지금의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통상의 관례라는 이유로 비공개하는 것은 쉬이 납득하기가 어렵다.

위에 언급한 회의에서는 당시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으로 형을 확정받았던 이명박 최측근 은진수 전 감사위원의 가석방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그의 가석방은 권력의 제 식구 감싸기의 신호탄이라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회의록 어디에서도 그의 가석방 적정성을 논의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회의록이 규정대로 제 시기에 공개되고, 발언자의 이름도 투명하게 공개되었다면 가석방 심사에 참여한 당시 위원들이 조금 더 무게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심사에 임하지는 않았을까.

공개는 곧 감시다. 검게 먹칠이 된 채로 공개되지 않는다면 감시에서 벗어나 있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숨을 수 있는 것 또한 권력이다. 점점 많은 정보들이 공개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검게 먹칠이 된 채로 비공개인 것들이 있다. 아무리 애를 써도 공개 받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보통은 권력과 닿아있는 정보들이다. 권력은 숨을 힘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누가 검은 먹칠 뒤에서 숨고 있는가. 그곳부터 공개해야 한다. 비공개를 멈추고 공개를 하는 일. 그것은 곧 권력의 재편이고 민주주의의 실현이다.

목, 2021/09/09-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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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사청문회 제도’는 죄가 없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



2014년 6월, ‘영원히 고통받는 정홍원 총리’ 시절, 박근혜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제도가 정쟁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후보자의 국정수행 능력이나 종합적인 자질보다는 신상털기식, 여론재판식 비판이 반복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당시 야당과 언론은 대통령 스스로의 인사검증 실패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제도를 문제 삼는 ‘유체이탈’ 화법을 일제히 비판했다. (링크)

2020년 6월,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과도한 신상털기와 망신주기로 현재 인사청문회는 정쟁 도구로 변질됐고 국회 파행과 공직 기피 등 부작용도 크다”며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를 분리하고, 그중 ‘공직윤리청문회’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링크) 보통 법안을 발의할 때 10~20명의 공동발의자가 함께하는데, 이 법안에는 무려 45명의 여당 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나섰다. 이는 그만큼 여당이 이 법안을 통과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으로부터 딱 20년 전, 헌정사상 첫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김대중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인사청문회 제도는 우여곡절 끝에 이한동 국무총리 후보자를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인사청문회법이 아직 통과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국회 개원 연설을 통해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존중”하겠다고 선언했고, 치열한 논의 끝에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 이르러서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검찰총장, 국정원장 등 권력기관장과 국무위원까지 청문회 대상이 확대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 청문회도 버티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같이 일하기 곤란하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권한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인사의 공정성, 객관성, 절차의 신중성을 높이는 방안”이라며 인사청문회 제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링크)

이처럼 인사청문회는 민주당 정권에서 도입하고, 확대한 제도였다. ‘자기 목에 방울 달기’ 아니냐는 도입 초기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야당이 된 민주당이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기능했다.

그동안 인사청문회가 후보자의 능력보다는 도덕성을 판단하는 과정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물론 누가 여당인가에 따라서 발화자가 달라졌다는 것이 ‘웃픈’ 지점이지만, 인사청문회가 고위공직자의 자질 검증보다는 당리당략에 따르는 정쟁의 장으로 변했다는 비판은 충분히 숙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는 청문회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 간의 신뢰와 합의가 사라진 한국 정치문화의 문제이다. 인사청문회 제도의 원조 격인 미국의 경우 한국보다 검증 절차가 더 까다롭고,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 공직 취임자는 수천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미국의 청문회 제도가 역량 검증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후보자를 지명하기 이전에 백악관 인사관리처, 정부윤리처, FBI, 국세청 등에서 1년 가까이 중복 검증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정쟁에 치우치기보다는 후보의 능력과 정책을 검증한다는 청문회 과정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링크)

정말로 인사청문회 제도가 ‘신상털기’로 변질되고 있다면 그것은 국회 내의 토론과 협의로 ‘꼬투리 잡기’식 정치문화를 바꿔나가야 할 문제이지, 청문회의 일부를 비공개하여 시민들의 눈을 가리는 방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직자 윤리 역시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공직자의 자질일뿐더러, 주권자인 시민들이야말로 다른 누구보다도 고위공직자의 적합성을 직접 살펴보고 판단해야 할 주체이기 때문이다.

‘공직자 윤리’ 문제는 비공개하는 법을 대표발의한 홍영표 의원, 그리고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45명의 국회의원들은 스스로를 다시 한번 돌아보길 바란다. 이번 개정안의 취지가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하고 확대했던 김대중·노무현의 정치와 가까운지, 아니면 인사검증의 실패를 제도 탓으로 돌리던 박근혜의 정치에 가까운지. 공개적인 검증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인사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인사청문회의 도입 이유였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2020년 6월 24일자 경향신문 기고글

수, 2020/06/24-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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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강성국 정보공개센터 활동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 및 고위 공직자들이 국민의 공복으로서 신뢰감과 명예보다 개인의 부동산 재산을 선택하고, 여기에 더해 여당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집값수호에 나섰다. 그러자 정권 자체에 대한 비판적 평가들이 잇따르고 있다.

부산지역 문화예술계, 학계,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로 이루어진 북항 오페라하우스 건립반대 대책위가 24일 부산시청 앞에서 공익감사 청구 입장을 밝히고 있다.ⓒ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23일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법무부에 ‘전문수사사자문단 회부에 관한 민언련 의견서’를 제출했다.ⓒ민주언론시민연합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패착은 부동산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과 그것을 실현할 정교한 정책 없이 부동산 가격 변동에만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처럼 당장 사람이 먹고 사는 공간에 대한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 민주주의와 국정의 근간이 되는 정보공개 역시 같은 종류의 문제를 안고 있다. 정권 시작부터 지금까지 정보공개의 가치를 강조할 새로운 패러다임과 그것을 실현할 정책이 부재했다. 최근엔 일선 공공기관들의 정보공개에 대한 태도가 급격하게 보수화 되고, 심지어 위법한 정황까지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다. 아래 몇 가지 사례들이 그렇다.

안일규 전 부산경실련 의정·예산감시팀장은 지난해 12월 부산오페라하우스와 관련해 기획재정부와 부산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시민사회 출신 부산시 정무직 인사 2명이 안 전 팀장에게 직접 전화를 해 정보공개청구를 취하하라고 압박한 것이 드러났다. 이는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전체에 적잖은 충격과 회의감을 주었다. 안일규 전 팀장은 지역시민사회 선배들이 직접 정보공개청구를 취하하라고 요구해 큰 압력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같은 행태는 당연히 부당한 협박·회유이며,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는 위법한 행위이다.

지난 1월 17일 시민단체 ‘성남을 바꾸는 시민연대’는 성남시가 특정 정당과 주민단체 등 활동 내용을 담아 작성한 ‘지역 여론·동향’이라는 문건을 정보공개청구 했다. 그런데 성남시 측은 자료를 파기해 존재하지 않는다고 통지했다. 이에 해당 시민단체는 감사원에 감사청구까지 진행했고 경기도가 이를 넘겨받아 감사를 실시한 결과, 시측은 해당 문건이 존재함에도 자료가 없다고 허위통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단순한 알권리 침해를 넘어 시민을 심각하게 기망한 행위이다. 해당 시민단체가 감사를 청구하지 않았다면 성남시는 끝까지 문건의 존재를 감출 심산이었을 것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23일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법무부에 ‘전문수사사자문단 회부에 관한 민언련 의견서’를 제출했다.ⓒ민주언론시민연합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23일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법무부에 ‘전문수사사자문단 회부에 관한 민언련 의견서’를 제출했다.ⓒ민주언론시민연합

지난 4월 ‘은평구정개혁시민모임’이 은평구청을 자체 조사한 결과 정보공개의 주요한 권리구제 불복절차인 이의신청이 열리지 않는 정황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서울특별시 시민감사 옴부즈만위원회가 은평구청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결과 2017년 7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정보공개 이의신청 143건 가운데 정보공개심의회를 개최한 사례는 18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의가 필요한데도 열지 않고 부서가 임의로 결정한 경우가 77건이나 있었다. 행정기관의 결정통지에 대한 이의신청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정보공개심의회를 개최하지 않은 것은 청구인의 법적권리를 박탈하고, 은평구가 위촉한 정보공개심의회의 심의위원들까지 기만한 것과 다름없다.

최근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유착 의혹사건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을 구성하는 것을 밝혀내고, 자문단 운영의 근거가 되는 대검찰청 예규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 본문에 대해 정보공개청구 했다. 그러자 대검찰청은 수사와 관련된 사항이라는 이유로 단순한 공공기관 운영 지침인데도 이를 비공개했다. 대검찰청의 업무와 행정정보 어느 것 하나 수사와 관련 없는 것이 있을 수 있는가. 전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에 대해 운영되는 전문수사자문단의 정확한 기능도 구성방식에 대해서도 일반 시민들은 알 권리가 없다는 권위적인 처분이다.

앞선 사례에서 드러나듯 사례 면면이 권위적이며 단순한 위법행정으로 치부하기에는 질적으로 반민주적이다. 정보공개에 있어 모세혈관에 해당하는 일선 공공기관들의 투명성이 이처럼 심각하게 썩어나가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왼쪽)와 김태년 의원(자료사진).ⓒ정의철 기자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왼쪽)와 김태년 의원(자료사진).ⓒ정의철 기자

더욱 걱정되는 부분은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여당에 등극하고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입법하고 있는 주요 법률안들의 내용에 폐쇄적인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19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안의 주요 내용에는 현재의 인사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나누어 실시하고 공직윤리청문회의 경우에는 비공개로 실시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형식적으로는 인사청문회가 정쟁과 인신공격으로 치우치는 걸 방지하고 공직후보자의 가족·친인척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함이라 하지만, 이는 대통령비서실이 사전 검증을 철저히 하고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청문회의 목적에 충실하게 청문회에 임하면 해결될 일이다. 성찰 없는 입법에 애먼 국민들의 알 권리만 축나는 격이다.

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월 14일 발의한 『국회입법조사처법』 개정안에는 국회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국회입법조사처가 작성해 제공하는 자료에 대해 해당 국회의원 또는 위원회가 비공개를 요청하는 경우 일정기간 비공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국회의원에 대해 정보에 대한 공개여부 권한을 필요 이상으로 부여할 뿐이지 그밖에 공익적 개선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기존 정보공개법에 따라 자료의 공개여부를 결정해도 공익적 측면에서는 하등 지장이 없다. 오히려 별다른 정보요청이 없더라도 법률안 발의 즉시 관련 국회입법조사처 자료를 함께 공개하면 국민들은 입법맥락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이런 폐쇄적인 방향으로 입법안을 발의하는 데 대해 동의가 되지 않는다.

그나마 현 정부에서 추진중인 정보공개 관련 정책 중 긍정적인 내용을 찾아 보자면, 최근 행정안전부가 입법예고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있겠다. 이번 개정안에는 주민번호 수집 폐지, 정보공개심의회 외부위원 비중 강화 등 그간 시민사회에서 수년간 요구해 온 개선점들이 일부 반영되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만으로는 현재의 퇴행적 폐쇄성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공공기관 및 공직자의 투명성을 높이고, 정보공개에 대한 가치를 근본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또 이를 실천하기 위한 견고한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향후 문재인 정부의 정보공개에 대한 평가는 절망적일 수밖에 없겠다.



화, 2020/10/1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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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정보공개센터 김조은 활동가


코로나 감염 상황이 악화된 최근 몇 주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회의를 비롯한 주요 의사소통은 '구글 미트'로 진행하고, '생존신고'라고 이름을 지은 그룹채팅방에서 동료들과 각자의 점심 메뉴를 공유한다. 개인적으로 참여하던 세미나와 모임 역시 화상으로 진행하거나 무기한 연기되었다. 식당이나 카페를 가는 것도 부담스러우니 먹거리와 생필품은 온라인 마켓 배송이나 배달 어플로 해결한다.

코로나의 창궐과 함께 등장한 이른바 '언택트'시대. 우리의 일상을 이루던 물리적인 만남과 체험이 정보통신으로 대체될 수 있지 않겠냐는 이 공세적인 물음은 어느새 '어쩔 수 없는 변화'라는 위협으로 변모해있다. 시장은 이미 마트와 점원 대신 'e-커머스'와 '키오스크'로 어느때보다 빠르게 재편되고 있고, 정부는 '디지털 뉴딜'을 위한 펀드까지 조성해 디지털, 비대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이제야말로 '언택트' 문화를 '뉴 노멀'로 받아들이자는 기획 앞에서, 고민과 우려가 깊어진다. 마치 모두가 이러한 흐름을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그저 수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중에도, 어떤 목소리들은 수면 아래 묻혀있기 때문이다.

'이거는 아무나 쓸 수 있는겨? 어떻게 쓰는 거여?'

자가격리에 가까운 생활로 몸의 움직임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위기감이 들때,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강변을 한바퀴 돌고 오는 것이 나의 낙이다. 시내에는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나 빌려 탈 수 있는 자전거가 무려 2만여대, 1200여 곳의 대여소에 설치되어 있으며, 그것은 서울에 대한 나의 애정도를 20%는 상승시키는 요인이었다. 하루는 신나게 따릉이를 빌리는 나에게 한 할아버지가 다가와 '이건 어떻게 쓰냐'고 물었고, 그에 나는 '아 이거 아무나 쓸 수 있어요. 핸드폰으로 하시면 돼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말을 뱉은 그 순간, 나는 그것이 거짓말임을 느끼고 있었다. 따릉이 앱을 설치하고 카드를 등록해 실제 빌리기까지 과정이 꽤 까다로운데, 과연 견디고 할 수 있을까? 스미싱이라고 생각하려나? 아니 일단 스마트폰을 안 쓸 수도 있잖아? 심지어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새롭게 설치하고 있는 '뉴따릉이'는 QR코드를 이용해서만 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이 없으면 아예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서울시의 공공자전거 따릉이ⓒ서울시 제공서울시의 공공자전거 따릉이ⓒ서울시 제공

신기술이 무용지물이 되는 사례는 따릉이뿐만은 아니다.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도입되고 있는 무인 점포의 '키오스크'는 일정한 키를 넘지 않으면 사용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글자의 크기, 터치패드의 감도나 음성서비스 제공에 대한 표준도 없다. 삼성 '갤럭시' 시리즈처럼 일반적으로 쓰이는 스마트폰도, 콘텐츠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와 어플리케이션도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 장애인이 접근권과 관련해 겪는 '웃픈' 상황에 대해서는 유튜브 채널 '당장만나'를 살펴볼 것을 추천한다.)

생각해보면 인터넷에 연결된 전자기기를 사용해 원하는 정보를 얻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많은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컴퓨터등의 물리적 기기를 살 수 있어야 하고, 인터넷에 연결되기 위해서는 매월 통신요금을 지불 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환경에 대한 경험치가 다르기 때문에 이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기기와 인터넷 사용법을 배울 시간과 여유가 있어야 한다. 정보생산과 유통과정에서 일정한 서비스가 제공 되지 않으면 앞서 말한 모든 조건이 충족되어도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람들도 있다.

'디지털 포용'이 아닌 '정보접근권의 보장'을

'언택트'를 새로운 기준으로 삼자는 기획의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현재 진행형의 현실을 무시한 채 인터넷, 전자기기 사용을 누구나 가져야 하는 '기본적 소양'으로 설정한다는 것이다. 사실 디지털 사용환경에 따른 정보불평등은 전자매체를 통한 정보전달이 주류화 되면서 계속 존재했고 점점 심화되어 왔지만, 그동안 이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정치적 고민과 정책적 의지는 미미했다. 이제까지 정부는 정보취약계층의 디지털 기기 접근 및 활용 수치가 늘었음을 근거로 매년 정보격차가 완화되고 있다고 발표하는 한편, 취약계층을 교육시켜 '디지털 포용'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워왔다. 하지만 점차 인터넷 사용자가 늘어나는 것과 현존하는 정보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 외식업체의 필수품이라 할 키오스크 주문기가 전시돼 있다.ⓒ뉴시스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 외식업체의 필수품이라 할 키오스크 주문기가 전시돼 있다.ⓒ뉴시스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정보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것'은 공론의 영역에 참여하기 위한 기본적인 권리이고, 사회전반의 ‘정보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알 권리'의 보장 여부는 사회문화적 차별, 개인의 구체적인 불이익, 나아가 생명과도 직결된다. 때문에 우리는 디지털 중심의 정보전달 체계를 '지금 현재, 이 정보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이 존재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성찰해야 한다. 만약 '언택트' 시대, 혹은 정보산업 육성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는 정보를 수집하고 필수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통로가 막혀버린다면 그것은 '정보격차'가 아닌 '기본권 침해'와 차별로 불려야 할 것이다.

디지털 산업은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발전하겠지만, 정보화가 차별이 되지 않도록 규칙을 정하고 이를 실행시키는 것은 입법과 행정, 공공의 권력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정부가 '디지털'과 관련한 정책을 세운다면 먼저 공공을 중심으로, 기관이 생산하는 정보 및 서비스의 특징이 무엇인지, 각 계층과 상황에 따라 접근을 보장할 방법은 무엇인지를 설계 단계부터 필수적으로 고려토록 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구시대적'인 대면, 우편, 전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이러한 방법을 유지하고 사용해야 한다. 코로나19가 보여주었듯 재난은 언제나 현재 상황이 될 수 있고, 이때에 우리가 설정해야 할 기준은 가장 취약한 사회 구성원이 정확한 정보를 적절한 때에 알고, 대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화, 2020/10/13-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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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일, 서울행정법원은 대학원생 A씨가 사법연수원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처분취소 소송에서 어이없는 이유로 사법연수원의 손을 들어줬다. 사법연수원을 대상으로 했던 정보공개청구에서 ‘비공개’결정을 받은 A씨가 이에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사법연수원은 이를 기각, 결국 행정소송에 이르게 된 것이다. 헌데, 사법연수원은 A씨에게 ‘비공개’ 결정 통지문을 보냈는데 행정법원은 사법연수원이 ‘공개’를 한 것이라며 사법연수원의 처분이 위법한 것이라 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1. 서울시립대학교 일반대학원 법학과 박사과정 A씨는 사법연수원을 대상으로 2019년도 사법연수원에서 발간한 민사집행법 외 7권에 해당하는 교재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하였다. 이에 사법연수원은 ▲‘사법연수원 교재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서, 저작권 침해 우려가 있는 단행본 또는 전자파일 형태로 사법연수원 교재를 제공할 수 없다’ ▲‘사법연수원 교재는 국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법원도서관 등에서 열람, 대출이 가능함을 알린다’며 비공개 결정을 하였다. 이에 A씨는 이의신청 등의 과정을 거쳐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그런데 서울행정법원은 사법연수원이 ‘해당 정보의 소재 안내’의 방법으로 공개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소송을 기각하였다.

 

2. 사법연수원은 2018년도 까지 사법연수원에서 발간한 교재들을 단행본의 형태로 시중 서점 등을 통해 판매하였으며, 관련 법학자, 변호사 등은 물론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해당 교재를 구입하여 볼 수 있었다. 하지만 2019년도부터 사법연수원 교재를 일반인을 포함 변호사에게도 공개하지 않고 외부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일명 로스쿨) 학생들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후퇴를 택한 것이다. 2018년도까지 모두에게 공개하던 정보에 대해 갑자기 2019년도부터 그 접근을 제한하고 특정 소속의 사람들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보 인권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시대에 오히려 국민 대다수의 정보 접근권과 알권리를 후퇴시키는 차별적 정책이다.

 

3. 정보공개 청구 당시 사법연수원은 해당 교재를 제공할 수 있었음에도 ‘도서관에서 열람, 대출이 가능함’을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했다. 그런데 법원은 이를 ‘공개’의 형식으로 인정하였고 해당 사건을 기각하기에 이르렀다.
사법연수원은 이미 해당 교재의 전자적 형태의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나 이를 공개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청구 당시 2019년도 교재는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지 않았다. 즉, 사법연수원이 ‘공개’했다고 법원이 인정한 소재 정보 역시 잘못된 정보였으며, 청구인인 국민의 정보 공개 요청을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관한 법률’ 제15조 

공공기관은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하여 청구인이 전자적 형태로 공개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그 정보의 성질상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청구인의 요청에 따라야 한다. 

 

4. 게다가 사법연수원은 대법원 산하 조직인 공공 기관이므로 사법연수원의 기록물, 간행물 등 저작물은 공공 저작물로 저작권법 제24조2 공공저작물의 자유이용 규정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이 저작재산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유한 사진, 영상, 음원, 연구보고서 등으로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저작물”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연수원은 해당 저작물을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저작물”이라고 주장하며 “저작권 침해 우려가 있는 단행본 또는 전자파일 형태로 사법연수원 교재를 제공해 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해당 교재의 2019년 이전 저작물 등은 국회도서관 등을 통해 얼마든지 피디에프(PDF) 형식의 전자 파일로 취득할 수 있음을 고려해보면 ‘저작권 침해’를 우려하는 사법연수원의 답변이 어불성설임을 알 수 있다. 결국 A씨가 요청한 정보는 애초부터 공공 저작물로서 모두에게 전자 파일로 제공했어야 마땅함에도 ‘저작권’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5. 정보공개청구제도는 “공공기관이 업무 수행 중 생산하여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국정운영에 대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이다. 이 제도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보다 많은 국민의 알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보공개청구 요구에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 공공저작물의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국민 모두가 접근할 수 있도록 사전에 공개되어야 한다. 특히 자유로운 열람 및 이용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전자 파일의 형태로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나 활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6. 따라서 우리 단체는 공공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사법연수원의 정책적 퇴행을 개선하여 모든 저작물에 공공누리를 적용, 국민 모두에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며, 서울고등법원은 1심의 오류를 바로잡고 국민의 알권리와 정보접근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올바른 판결을 내릴 것을 요구한다.

 

2020.5.27.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보공유연대 IPLeft, 진보네트워크센터

 

[첨부] A씨_사법연수원교재_정보공개소송_의견서법원제출

담당자: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강성국 활동가
전화: 02-2039-8361 E-MAIL: [email protected]


A씨_사법연수원교재_정보공개소송_의견서법원제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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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20/05/27-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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