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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김혜자, 박찬욱의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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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김혜자, 박찬욱의 공통점은?

admin | 목, 2019/11/28- 04:56

지난 10월 30일, 올림픽공원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2019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대중문화예술상은 정부 차원에서 대중문화예술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고, 대중문화예술인들의 창작 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상입니다.

올 해는 대중문화예술상 10주년이라 그 의미가 더 깊었는데요, 가수 양희은, 배우 김혜자를 비롯한 5명이 문화훈장을, 배우 염정아와 라디오DJ 배철수를 비롯한 6명이 대통령표창을, 가수 김완선과 배우 김서형을 비롯한 8명이 국무총리 표창을, 가수 송가인과 배우 류준열을 비롯한 9명이 문체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에서 자세히 확인하기)

누가 봐도 대중문화발전에 큰 공로가 있는 분들이죠?

이쯤 되면 제목에 내건 'BTS, 김혜자, 박찬욱'의 공통점을 쉽게 추측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바로 '문화훈장 수훈자'라는 점입니다. 배우 김혜자의 경우 앞서 이야기했듯이 2019년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을 통해 그간 대중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습니다.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BTS 멤버들은 지난 해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화관문화훈장 수훈자가 되었습니다. 특히 막내인 정국의 경우, 최연소 문화훈장 수훈자로 기록에 남게 되었습니다. 함께 문화훈장을 받은 수훈자들이 배우 이순재와 김영옥, 가수 김민기 등 활동한지 50년이 넘는 커리어를 가진 원로들이라는 점을 따져보았을 때, 평균 나이 23.7세인 BTS의 문화훈장 수훈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BTS의 2018년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 화관문화훈장 수훈 장면 

박찬욱 감독의 경우 이미 15년 전인 2004년에 보관문화훈장을 받았습니다. 당시 영화 [올드보이]가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것으로 영화산업발전의 공로를 인정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올드보이]의 주연배우 최민식과 제작자인 쇼이스트 김동주 대표도 각각 옥관문화훈장을 수훈했습니다.



지난 2006년, 배우 최민식씨는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반대하며 [올드보이]로 받은 옥관문화훈장을 반납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문화훈장을 받았다고 하면 뭔가 대단한 영광이라는 느낌도 들고, 언뜻 보니 은관이니 옥관이니 화관이니 등급도 여러 개가 있는듯 한데, 도대체 문화훈장은 무엇이고, 누가 받았는지, 어떤 기준으로 서훈하는지, 훈장을 받으면 어떤 혜택이 있는지 솔직히 잘 알려져있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은 이러한 문화훈장에 대한 여러 궁금증들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훈장과 포상의 기본이 되는 상훈법

먼저, 훈장, 포장, 표창이 어떻게 구분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훈장과 포장은 상훈법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상훈법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이나 외국인으로서 대한민국에 공로가 뚜렷한 사람"에 대해 훈장이나 포장을 수여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또, 상훈법 제19조에서 '포장은 훈장에 다음가는 훈격'이라 하고 있기 때문에, 훈장이 포장보다 높은 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 표창의 경우, 법이 아니라 대통령령인 정부 표창 규정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훈장, 포장 보다 한 단계 낮은 격으로 보고 있습니다.



훈장과 포장의 종류.

자세한 내용은 대한민국 상훈 홈페이지 참고
(https://www.sanghun.go.kr/)


훈장은 총 분야별로 열두 종류가 있습니다. 이 중 오늘 살펴볼 문화훈장의 경우 금관/은관/보관/옥관/화관 훈장의 다섯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문화훈장은 본래 1951년 문화훈장령이 제정되어 주어졌다가, 1967년 상훈법이 개정되면서 국민훈장으로 이름이 바뀐 바 있습니다. 그러다가 1973년 상훈법 개정으로 인해 지금의 문화훈장 체계를 갖추게 되어 1974년부터 지금(2019.11.01)까지 46년간 총 1425번의 서훈 절차를 거쳤습니다. (해당 수치는 행정안전부를 대상으로 정보공개 청구한 자료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본래 훈장은 "동일한 공적에 대해서는 거듭 수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훈장을 여러번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화감독 김기덕인데요, 2004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사마리아]가 은곰상을 받은 이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고, 2012년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 한 단계 높은 은관문화훈장을 받았습니다. 각기 다른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공로를 인정 받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문화훈장의 경우, 매년 10월 셋째 토요일 문화의 날을 기념하여 수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화의 날은 1972년 문화예술진흥법이 제정되면서 처음 지정이 되었는데요, 문화예술진흥법 제정 당시 "국가는 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하여 현저한 공적이 있는 자에게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시상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국민훈장에 통합되어 있던 문화훈장을 다시 부활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받기 어렵다는 금관문화훈장, 이렇게 생겼습니다!


1974년 6월 19일이 지금과 같은 체계로 바뀐 문화훈장이 처음으로 주어진 날입니다. 당시 수훈자는 당시 '천재소년'이라 불리었던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현재 서울대 음대 교수)입니다. 당시로서는 흔치 않게 어린 나이부터 국제무대에서 활약한 한국인 음악가였던 김영욱은 27세 나이로 은관문화훈장을 받아, 개정 이후 첫 문화훈장 수훈자가 되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이 누군지 궁금하신 분들은 클릭!)

재미있게도 한 달 후인 7월 15일, 두번째 문화훈장을 받은 수훈자 역시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던 스물두살의 젊은 음악가였습니다. 바로 지휘자 정명훈입니다. 이 때 은관문화훈장을 받은 정명훈은 2018년,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이 역시 스물두살의 나이로 화관문화훈장 수훈자가 되기 전까지 최연소 문화훈장 수훈자 기록을 오랜 기간 지켜왔습니다. 1995년에 다시 금관문화훈장 수훈자가 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구요. 



무려 45년 전의 일입니다.

이렇게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여 국위를 선양한 젊은 음악가들"이 문화훈장의 수훈자들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문화훈장의 본래 역할은 '문화예술을 통한 국위 선양'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니었나 추측해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 훈장 서훈과 그 등급을 결정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상훈법 제3조에 따르면 서훈대상자의 공적 내용, 그 공적이 국가와 사회에 미친 효과의 정도 및 지위 등을 고려하여 서훈한다고 되어 있는데요, 일단 행정안전부장관을 비롯한 중앙행정기관의 장, 국회사무총장, 법원행정처장, 헌법재판소사무처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사무총장 등이 서훈 대상자를 추천하게 됩니다. 문화훈장의 경우 보통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나 문화재청장,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추천권을 가지게 됩니다.


정부포상 업무지침에 따른 정부포상 절차

각 추천기관에서는 먼저 홈페이지를 통해 포상 후보자를 공모합니다. 공모, 혹은 자체 추천을 통해 뽑힌 포상 후보자들은 대한민국 상훈 홈페이지와 각 부처 홈페이지에 명단과 공로사항을 공개하고, 포상 후보자로 적절한지 공개 검증을 거치게 됩니다. 공개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없다면, 이번에는 다시 각 기관의 공적심사위원회에서 추천대상자들의 적정성과 공적에 대해 심사를 합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추천기관들은 공적조서를 작성하여, 행정안전부 - 국무회의 - 국무총리 결재를 거쳐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재가한 후에야 훈장을 수여하게 됩니다.



대한민국 상훈 홈페이지에서는 이런 식으로 포상 대상자를 공모 받고 있습니다. 추천할 사람이 있다면 고고!


2018 정부포상 업무지침에 따르면 훈장의 경우 보통 15년 이상 해당 분야에서 공적을 쌓은 자에게 수여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포장은 10년 이상, 표창은 5년 이상의 기간을 기준으로 두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BTS의 경우 아직 데뷔 15년이 지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정부포상 업무지침에서는 '국가/사회 발전에 탁월한 공적이 있는 자로서 추천기관과 행정안전부장관이 협의하여 포상기준의 예외를 적용하기로 한 자'에 대해서는 기간에 상관 없이 포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탁월한 공적'의 사례로는 국제대회(경연)우승, 세계 최고권위의 상 수상, 국내 또는 세계 최초/최고의 업적 달성 등을 들고 있습니다. BTS의 경우, ‘Love Yourself' 앨범이 연달아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한 것이 업적으로 인정된 경우겠죠? 마찬가지로 박찬욱 감독 역시 감독 데뷔 11년 만에 칸 영화제 수상을 계기로 훈장을 받았습니다.



이번엔 아쉬웠지만 곧 그래미를 수상하고 또 다시 훈장을 받을지도?!




문화훈장의 경우 보통 방송의 날, 인쇄문화의 날 한글날, 책의 날, 문화의 날,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 등을 기념하여 수여하고 있습니다. 2019년의 경우, 인쇄문화의 날(9월 14일), 한글날(10월9일), 책의 날(10월 11일), 잡지의 날(10월 20일), 문화의 날(10월 19일),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10월 30일) 등을 전후하여 모두 27명에게 문화훈장이 서훈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훈장의 등급인 훈격의 결정 기준은 어떻게 될까요? 사실 문화훈장의 경우 훈격을 결정하는 기준이 모호한 편입니다. 정부포상 업무지침에서는 "구체적인 훈격은 공적의 정도, 기서훈, 수공기간, 사회적 평가, 지위 등을 종합 검토하여 결정하되, 포상분야・ 종류・대상간에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함"이라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세번이나 문화훈장을 받은 수필가 전숙희

이렇게 일생에 한번 받기도 힘든 문화훈장을 무려 세번이나 받은 분들이 있습니다. 2010년 작고한 수필가 전숙희의 경우 1976년 보관문화훈장, 2005년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하고 2010년 작고한 직후 금관문화훈장을 추서되었습니다. 한때 패션 디자이너의 대명사였던 김봉남(앙드레김) 역시 1997년 화관문화훈장, 2008년 보관문화훈장에 이어 2010년 세상을 떠난 이후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습니다.

2009년 은관문화훈장을 패용한 가수 이미자

아직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면서도 문화훈장을 세번이나 받은 레전드 중 레전드도 있는데, 바로 지난 60년간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가수 이미자입니다. 이미자는 1995년 화관문화훈장, 1999년 보관문화훈장, 2009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아 무려 세 번에 걸쳐 훈장을 받았습니다. 2009년 당시에는 대중음악 가수로서 최초로 은관문화훈장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후로는 대중문화예술상이 신설되면서 패티김, 조용필, 태진아, 남진, 김민기, 조동진 등 우리에게 익숙한 대중음악인들이 은관문화훈장을 받게 되는데요, 아직 최고 등급인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대중음악인은 없는 상황입니다. 대중음악계에 있어서 위상을 고려했을 때 언젠가 이미자의 금관문화훈장 수훈도 당연해 보이는데, 그렇다면 정말 그 누구도 따라가기 힘들, 유일무이한 문화훈장 4회 수훈자로 남게 될 듯 합니다.


문화훈장을 받는다는 것은 문화예술인으로서는 더없이 영광인 일이지만, 한편 또다른 혜택은 없는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지난 해 BTS가 문화훈장을 받은 직후, 훈장 수훈자에 대한 군 면제 혜택이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실시간 검색어로 오르기도 했는데요,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훈장 등의 영전은 이를 받은 자에게만 효력이 있고, 어떠한 특권도 이에 따르지 아니한다."고 하여, 훈장 수훈자에 대한 혜택이나 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군인/공무원 신분으로 전쟁 상황이나 국가안보에 중대한 공로를 세워 무공훈장이나 보국훈장을 받은 경우 국가유공자 등록 대상이 되지만, 문화훈장의 경우 국가유공자 대상이 아닙니다. 공무원의 경우, 훈장이 인사에 도움이 된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뚜렷한 '혜택'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다만, 상훈법에 따라 훈장을 받은 인물은 현충원 안장대상심의위원회를 거쳐 안장대상으로 결정된 경우 사후에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다는 것이 유일한 혜택이라면 혜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한복디자이너 이영희씨가 올 해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도니 바 있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문화훈장에 대해 여러모로 살펴보았는데요, 현재 훈장 수훈자들의 명단은 대한민국 상훈 홈페이지에서 검색이 가능하나, 전체 명단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뿐 아니라, 간단하게 수훈자들의 소속을 소개하고 있으나 어떤 공적으로 훈장을 받게 되었는지, 직업은 무엇인지 등의 정보는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문화예술계의 특성 상 예명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본명으로만 검색이 가능하게 되어 있어 어떤 인물이 훈장을 받았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보공개센터는 행정안전부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1974년 이후 문화훈장 수훈자들의 명단을 확보하였습니다. 그 후 정말로 기나긴 검색과 정리 과정을 거쳐 2003년 3월부터 2019년 11월 현재까지,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의 문화훈장 수훈 671건에 대한 DB를 정리하였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정보공개센터가 정리한 DB를 바탕으로, 지난 16년 간 문화훈장 수훈자들의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 정권별로 나타나는 문화훈장 서훈에 대한 특징 차이에 대해서도 살펴보고자 합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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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가 은평시민신문에 기고한 정보공개 칼럼입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세입세출 내역, 함께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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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의 자랑 불광천

 

정보공개 청구 교육을 할 때마다 수강생들에게 공공기관의 어떤 정보를 알고 싶어서 교육을 듣느냐고 질문한다. 그때마다 항상 나오는 답변이 “구청에서 돈 쓴 내용을 알고 싶다”는 것이다. 물론 정보공개 청구는 구청에서 돈을 어떻게 썼는지 살펴보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정보공개 청구는 청구하고, 답변이 올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자칫 비공개 통지라도 나온다면 더 시간이 걸리고, 이의신청 절차까지 밟는 와중에 더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사실 ‘구청에서 돈 쓴 내용’은 굳이 정보공개 청구를 하지 않더라도, 이미 구청에서 매일 공개하고 있다. 지방재정법 제60조 5항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세입ㆍ세출예산 운용상황을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매일 주민에게 공개하여야 한다. 이 경우 주민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하여 세입ㆍ세출예산 운용상황을 세부사업별로 조회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하여, 세출예산 운용상황, 즉 '구청이 돈 쓴 내용'을 매일매일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 2015년부터 법으로 의무화 되어 있다. 시민들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과 관련한 내용은 수시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매일 세출예산 운용상황을 공개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또, 그 정보를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찾기 어렵게 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다. 오늘은 은평구의 사례를 통해 ‘구청이 쓴 돈’의 내역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은평구의 ‘돈 쓴 내역’ 확인하기

은평구의 경우, 구청 홈페이지 메뉴에서 열린 행정 - 예산/결산을 클릭하면 [세입세출예산 운용현황]이라는 링크가 나온다. 여길 클릭하면 은평구 세입세출 공개라는 페이지가 뜬다.

 

구청 홈페이지 메뉴 - 열린 행정 - 예산/결산 - 세입세출예산 운용현황

 

이 사이트는 서울특별시에서 운영하는 서울재정포털의 하위 페이지로, 서울재정포털에서는 서울시의 각종 재정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은평구 뿐 아니라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세입세출 내역을 모두 살펴볼 수 있다. 

각 자치구 페이지에서는 크게 세입세출총괄, 세입운용상황, 세출운용상황 정보를 확인 가능하다.

세입세출총괄은 한마디로 매일 지자체의 총수입액과 총지출액, 그리고 잔액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메뉴다. 현재 다른 자치구들은 이 메뉴를 통해서 세입세출 내역을 살펴볼 수 있는데, 은평구의 경우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얼마 전부터 검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세입세출총괄 내역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입운용상황은 역시 일 단위로 지자체의 세입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메뉴다. 일반회계, 특별회계로 나누어, 매일 매일 지자체의 수입이 어떠한지 살펴볼 수 있다. 한 달 동안 구청에서 얼마나 수입이 생기는지 궁금하다면, 세입운용상황 메뉴에서 검색해보자. 2021년 1월 기준으로 은평구가 거둔 세입은 1063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집중적으로 살펴볼 메뉴는 세출운용상황이다. 세출운용상황은 말 그대로 지자체가 돈을 쓰는 내역, 세출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메뉴다. 세출운용상황에서 다시 세부 메뉴로 예산집행현황, 사업 및 예산정보, 지출정보라는 탭이 나오는데, 예산집행현황 탭에서는 분야별 예산 집행 총계를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다른 자치구와 다르게 은평구는 이 메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불광천 관리에 돈이 얼마나 쓰이는지 궁금하다면!

세입세출예산 운용현황의 '사업 및 예산정보' 탭

‘구청이 돈 쓴 내용’을 제대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사업및예산정보 탭이 중요하다. 부서별로 어떤 사업에 얼마나 예산을 책정하고 있는지, 사업 내용은 무엇인지 살펴볼 수도 있고 사업에서 예산을 집행한 내역도 일자별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부사업명으로도 검색이 가능한 것도 편리한 부분이다. 은평구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걸어봤을 불광천, 관리에 예산이 얼마나 쓰이는지 궁금하면 세부사업명에 불광천을 키워드로 넣고 검색을 하면 된다. 불광천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구청의 사업 예산들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불광천' 키워드 검색 후 보이는 사업내역

 

‘불광천 유지 관리’라는 사업이 눈에 띄어서 사업내역을 클릭하면, 어떤 목적으로 이뤄지는 사업이고 사업 추진 근거는 무엇인지, 사업의 내용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돈을 쓴 내역’이니까, 지출현황을 살펴보자.

 

불광천 유지관리에서 지출현황을 통해 세세한 지출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가을마다 불광천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코스모스 종자 구매비는 90만원, 레인보우 다리를 꾸미는 꽃모에는 32만 4800원이 쓰인다. 또, 불광천 꽃길 조성에 들어간 사업비는 4800여만원 임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사업별로 지출 내역을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포괄적으로 구청의 지출 내역을 살펴보고자 한다면 지출정보 탭을 클릭한다. 부서별 / 세부사업 키워드 별/ 기간별로 본인이 원하는 설정을 통해 구청의 지출 내역을 자유롭게 검색할 수 있고, 또 엑셀 파일로 다운로드 받아 분석할 수도 있다.

 

이렇게 서울재정포털을 활용한다면, 굳이 정보공개 청구를 하지 않더라도 구청의 예산 지출 내역을 언제든지 살펴볼 수 있다. 문득 구청에서 하는 사업에 돈이 얼마나 쓰이는지 궁금해졌을 때, 혹시 부풀려진 공사 예산은 없는지 궁금할 때 얼마나 돈을 쓰고 있는지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아직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세출예산 공개제도, 의문이 생길 때마다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자.

목, 2021/03/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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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 광역자치단체 여름철 전기요금 분석

 

올 한 해도 기후위기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무더위가 계속되면 냉방수요가 커져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고, 이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 우리는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무더위 속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에어컨 바람 아래 몸은 쾌적하지만 마음은 불편하다. 전기요금 폭탄은 이런 불편한 마음에 비수마저 꽂는다. 

전기요금 고지서를 바라보고 있자니 갑자기 여름철에 공공기관들은 어느 정도의 전기를 사용하고 얼마만큼의 전기요금을 지출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정보공개센터는 공공기관들 중 17개 광역자치단체들(본청)을 대상으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완연한 여름철에 해당하는 7월과 8월의 전기요금과 전력사용량을 정보공개청구 했다. 

 

2020년 7월, 8월 여름철 광역별 전기요금 지난해 여름철(7월, 8월) 광역별 전기요금을 그래프화 했다.

 

여름에 전기를 가장 많이 쓴 광역자치단체는?

 

우선 지난해인 2020년 7월과 8월에 17개 광역자치단체들은 총 2482만 7913 kWh의 전력을 사용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전기요금으로  37억 4063만 1850원을 지출했다. 17개 광역자치단체의 평균 사용량과 전기요금은 각각 146만 465 kWh, 2억 2003만 7168원이었다. 

지난해 7월, 8월에 가장 많은 전력을 소비하고 가장 많은 전기요금을 지출한 광역자치단체는 부산광역시였다. 부산시는 해당 여름철 동안 259만 6083 kWh의 전력을 사용하고 무려 3억 6601만 4000원의 전기요금을 지출했다.

그 뒤로는 경상북도와 충청남도가 뒤를 이었는데, 같은 기간 동안 경상북도는 238만 6992 kWh의 전력을 사용해 3억 2793만 6640원의 전기요금을 지출했고, 충청남도는 199만 5953 kWh 전력 사용 및 3억 1300만 6730원의 전기요금을 지출했다.

반면 가장 적은 전력을 사용하고 전기요금을 덜 지출한 광역자치단체는 대구광역시로 본청 기준 작년 여름철 두 달 동안 56만 8747 kWh의 전력을 사용하고 9299만 2140원의 전기요금을 지출했다. 이는 부산광역시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2016년~2020년 중 광역단체별 전기요금이 가장 높았던 해 2016년~2020년, 5년간 광역단체별로 전기요금이 가장 높았던 해를 표로 정리했다.

 

그러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여름철 동안 전기사용량과 전기요금이 가장 많이 발생된 해는 언제이고 가장 많은 전력을 소모한 지방자치단체는 어디일까? 우선 전력사용량과 전기요금 지출은 2020년과 똑같이 부산광역시, 경상북도, 충청남도, 서울특별시, 울산광역시 순으로 많았다.

 

2016년~2021년 8월 22일 기온분석 그래프 2018년은 8월 3일 평균 최고기온이 35.6도에 달할 만큼 더위가 강했던 해였다.

 

광역자치단체별 여름철 중 전력 사용량과 전기요금이 가장 많이 발생한 해는 2018년 7곳, 2020년 5곳, 2019년 3곳, 2017년 2곳이었는데 평균최고기온이 35도를 넘어섰던 해였던 만큼 전력 사용과 전기요금도 2018년에 가장 많이 지출된 광역단체가 다수를 이뤘다.

 

2016년~2020년 중 여름철(7월, 8월) 광역단체별 전기요금이 가장 높았던 달 2016년~2020년 5년 중 7, 8월 광역단체별로 전기요금이 가장 높게 발생했던 달을 표로 정리했다.

 

지난 5년 여름철 중 월별로 가장 많은 전력 사용과 전기요금이 지출된 시기와 광역자치단체도 전력 사용규모와 전기요금 지출 경향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산시의 경우 지난 5년 여름철 중 2019년 8월에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 전기요금을 지출했다. 2019년 8월 한 달에 133만 7862 kWh의 전기를 사용하고 1억 8850만 8950원의 전기요금을 지출했다.

부산시의 뒤를 이어 경상북도는 2020년 8월에 1억 6575만 7180원(122만 2669 kWh), 2020년 8월에 충청남도가 1억 5846만 4040원(103만 3034 kWh), 2018년 8월에 서울특별시가 1억 5622만 8390원(103만 162 kWh), 같은 2018년 7월에 울산광역시가 1억 4744만 8610원(90만 5035 kWh)을 각각 전기요금으로 지출했다.

각 광역자치단체를 통해 공개된 여름철 전력사용량과 전기요금을 분석하니 경상북도와 부산광역시, 충청남도, 서울특별시, 울산광역시 순으로 전력사용과 전기요금 지출이 큰 것으로 나타났고 대구광역시와 제주특별자치도는 상대적으로 전력사용과 전기요금 지출이 적었다.

전기요금 많이 나온 광역자치단체의 공통점

 

부산광역시청 조감도

 

이런 경향에 대해 대구광역시 관계자는 "대구광역시 본청이 굉장히 협소해 각 과별로 사무소가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입주해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온 것 같다"고 답했다.

실제로 전기요금이 높게 나타나는 광역자치단체들의 경우, 모두 청사 규모를 크게 확장해 신축한 청사들이라는 공통점이 두드러진다. 부산광역시청 청사의 경우 1998년 당시 무려 2640억을 지출하며 건립되어 호화청사 논란이 일었다. 경북도청은 2016년부터 조성된 신축청사를 사용하고 있는데 건립비용만 4000억이 넘어서 역시 호화청사 논란이 있었다. 충남도청 청사는 2013년 신축되어 그해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 주최한 대한민국 녹색건축대전에서 에너지이용 효율을 고려한 디자인 등의 이유로 대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충남도청의 여름철 전기요금과 전력사용량은 이 상의 의미를 무색하게 한다.

각 광역자치단체의 공간적 조건들이 모두 다르고, 여름철 기후도 지역별로 어느정도 정도 차이가 있는 것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들을 합리적으로 감안하고서도 전력 사용과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많이 나오는 것으로 판단되는 광역단체들은 다시 한 번 조직의 전력사용 경향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여름철 에너지 절약 대책을 꼼꼼하게 새로 구성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재 공공기관 신축청사들의 에너지 사용의 증가 경향을 고려해 향후 공공기관 청사들을 신축할 때 준수해야 할 에너지 기준 등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사에 분석한 전기요금과 전기사용량은 광역단체의 본청에만 해당된 것 입니다. 분석의 편의 문제로 본청 외부의 별청 및 외부건물에 입주한 사무소의 전기요금과 전기사용량은 제외했습니다. 공공기관들은 주어진 조건과 특수성에 따라 한 기관이 한 장소와 건물에서 운영되기도 하며, 여러 장소로 분리되어 운영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분석이 특정 광역단체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거나 낭비하고 있다는 판단의 절대적인 근거가 될 수 없음을 밝힙니다.


2016-2021_광역전기요금(7-8월)취합(최종).xls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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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21/08/3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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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명의 생명을 잃고, 5명이 실종된 세월호 참사가 이번 주로 7주기를 맞았습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희생자분들을 추모하고 유가족과 생존자분들에게 위로와 연대의 마음을 전합니다. 다시는 지구상 어디에도 이런 재난과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또한 아직 국회에서 머물고 있는 상설특검 출범과 '4.16세월호 참사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 기록물 공개 결의'도 이루어져 참사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진실이 드러나기를 바랍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지난 세월호 참사 당시 정보공개센터가 분석하고 공개했던 정보들과 세월호와 관련된 디지털 아카이브들을 공유합니다. 정보공개센터도 우리 사회가 보다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을 이어가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관련 정보공개]

 해수부와 해경청 합동 여객선 안전점검, 배 한척 점검하는데 13분?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행된 여객선 선령규제완화

 컨트롤타워가 없다? 해양수산부 위기관리 매뉴얼엔 국가안보실이 실질적 컨트롤타워로 명시!

● 해수부 위기대응매뉴얼, 언론대응부분 (충격상쇄아이템 개발) 슬쩍 빼버려!!

 언딘과 유착 논란 일자 홈페이지 차단한 한국해양구조협회...과연 어떤 곳인가?

 해수부 ‘세월호’관련 문서 목록 70%가량 비공개!

 

[세월호 관련 추모 홈페이지 및 아카이브]

 세월호참사 6주기 온라인 기억관

 세월호는 왜

 세월호 아카이브

 4.16 기억저장소

 4.16 모으다

화, 2021/04/13-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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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가 은평시민신문에 연재 중인 정보공개 칼럼입니다.

 


여러 공공기관에 동일한 내용을 정보공개 청구할 때가 있습니다. 이를 '다중 청구'라고 하는데요, 정보공개포털을 활용하여 온라인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쉽게 다중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에 민원 접수 현황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하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어느 자치구에서 가장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지, 내가 거주하는 지역은 다른 구에 비해 민원이 많은 편인지, 적은 편인지 비교 분석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지역과 다른 지역의 상황을 비교해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은평시민신문과 같은 지역언론에서 매우 유용한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 공청회 개최 건수를 비교한 표

그런데 가끔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때가 있습니다. 다른 기관에서는 다 공개하는 정보를, 몇몇 기관에서 비공개를 하는 경우입니다.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를 비교하는 기사를 쓰려고 하는데, 한 개 구청이 비공개를 해버리면 난감해집니다. "은평구, XX 분석 결과 서울에서 1위!"라는 타이틀로 기사를 쓰고 싶은데, 강남구만 비공개를 해버리면 서울에서 1위인지, 2위인지 불분명해지니까요. 이 경우 불복절차를 거치면 대부분 공개를 하지만, 그 과정에 시간이 많이 걸려서 자료를 활용할 타이밍을 놓치기도 합니다.

A기관에서는 바로 공개하는 자료를, B기관에서는 비공개하는 일관적이지 못한 상황,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걸까요? 농반진반으로 정보공개 여부는 어떤 공무원이 담당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제도적인 부분을 살펴보면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기관마다 '비공개 세부기준'이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공개 세부기준이란?

비공개 세부기준은 공공기관마다 자신의 업무 성격을 고려하여,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각 호의 비공개 근거에 따라 비공개하는 업무들을 정해놓은 기준입니다. 공공기관들은 홈페이지에서 이 비공개 세부기준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비공개 세부기준이 기관마다 따로 마련되어 있는 것은, 같은 공공기관이라도 그 성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시청이나 구청의 경우, 기관의 조직도나 실국장의 성명, 업무 전화번호 등은 공개 대상 정보입니다. 시민들과 소통이 중요한 지방자치단체의 특성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국가정보원이나 군 부대의 조직도, 간부 성명, 업무 전화번호 등은 비공개 대상 정보입니다. 국가 안보와 방첩과 관계된 정보이기 때문이죠. 이렇게 서로 다른 성격과 기능을 가진 공공기관들이 정보공개 업무 처리를 위해 각 기관마다 세부기준을 달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유사한 성격과 기능의 공공기관임에도 기관마다 비공개 세부기준이 상이해서 공개 여부가 달라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들이 비공개 세부기준이 각자 달라서, 서대문구나 은평구에서는 당연히 공개하는 정보가 강남구에서는 비공개 대상인 경우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은평구청의 비공개 세부기준.

기관마다 제 각기 다른 기준

예를 들어서 각 구청에서 설치하고 운영하는 위원회의 경우, 보통 위원 명단은 공개 대상이며, 위원회 회의록은 발언자 성명을 제외하고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강남구의 경우 특이하게도 식품진흥기금운용심의위원회의 위원 인적사항과 심의록은 비공개 대상이라고 비공개 세부기준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법령이나 조례에 정해져 있는 사항이 아닌데도,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 정보로 규정한 것입니다. 만약 해당 정보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한다면, 강남구에서는 이 비공개 세부기준에 따라 비공개 할 가능성이 높겠죠.

그런데, 은평구나 서대문구에서는 다른 위원회와 마찬가지로 홈페이지에서 식품진흥기금운용심의위원회 위원 명단을 공개하고, 회의록도 공개하고 있습니다. 해당 위원회는 식품위생법 시행령에 따라 전국 지자체에 설치되는 위원회인 만큼, 정보공개 청구를 한다면 전국 대다수 지자체가 해당 정보를 공개할 것입니다. 식품진흥기금운용심의위원회 회의록을 전국 지자체에 정보공개 청구하면, 강남구 혼자서만 비공개하는 이상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강남구 비공개 세부기준의 식품진흥기금운용심의위원회 부분

엉뚱하게도, 강남구청 홈페이지의 비공개 세부기준에 ‘광진구 부동산평가위원회’가 언급된다는 점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강남구가 비공개 세부기준을 수립할 때, 다른 자치구의 내용을 마구잡이로 긁어온 것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과연 강남구만 이럴까요? 경기도의 사례 역시 황당합니다. 경기도 비공개 세부기준을 살펴보면, 교통영향 평가 심의위원회 회의록은 비공개 정보에 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경기도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교통영향평가 심위위원회 회의록을 아무렇지 않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비공개 세부기준이라는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셈입니다.

경기도 비공개 세부기준의 교통영향 평가 심의위원회 회의록 비공개 규정.

 

경기도 홈페이지에서 공개하고 있는 교통영향평가 심의위원회 회의록

비공개 세부기준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정보공개 업무 절차가 이뤄질 수 있도록 참고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정한 사무처리준칙입니다. 비공개 세부기준이 기관의 성격과 기능에 따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다면, 시민들은 어떤 정보가 비공개 대상 정보인지 손쉽게 파악할 수 있고, 공무원 입장에서도 일관적인 업무처리가 가능해집니다. 공공기관이 일관성 있게 정보공개에 임해야 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쌓일 수 있겠죠.

지난 해 정보공개법이 개정되면서 공공기관들은 3년 마다 비공개 세부 기준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할 의무가 생겼습니다. 그동안 제 각기 다른 기준으로 시민들에게 혼란을 줬던 과거와 달리, 명확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준을 정비하여 일관성 있는 정보공개에 나서길 기대해봅니다. 

토, 2021/09/04-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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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는 정보공개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매년 '정보공개 연차보고서'를 냅니다. 정보공개제도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올 해의 주요한 공개/비공개 사례가 무엇인지, 각 기관의 정보공개 운영 현황은 어떠한지 등 정보공개에 대한 중요한 정보들이 모두 담겨 있는 보고서입니다. (정보공개포털의 정보공개 연차보고서 링크)

 

특히 중요한 것은 데이터! 연도별/기관별로 정보공개 처리 현황, 비공개 사유 현황, 불복 처리 현황 등 각 기관의 정보공개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들을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의 대다수 분량은 숫자로 꽉꽉 들어찬 표로 되어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렇게 많은 통계표가 들어 가다보니, 2019년 정보공개 연차보고서는 무려 500페이지에 달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정보공개 연차보고서에서 살펴볼 수 있는 연도별 현황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의 총합 통계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개별 기관의 정보공개 현황을 연도별로 비교해서 살펴보려면, 매년마다 나온 연차보고서에서 개별 기관을 찾아서, 여러 보고서를 번갈아 확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국방부에 정보공개 청구가 몇 건 들어왔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의 정보공개 연차보고서를 하나 하나 다운로드 받아서, 다섯 개의 파일을 비교하면서 국방부의 정보공개 현황을 찾아보아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보고서 모두가 PDF 파일!

 

어차피 보고서의 핵심은 숫자와 표로 이루어진 통계인데, 정보공개 연차보고서는 PDF 파일로만 공개하다 보니 문제가 더 심각해 집니다. 국방부가 접수한 정보공개 청구 건수, 공개/비공개/부분공개의 비율, 주요 비공개 사유 등을 살펴보려면 PDF 파일을 몇번이나 위로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국방부에 해당하는 내용들만 찾아 복붙을 해야 합니다. 비교 분석해야 할 기관이 여러 개라면.... 고생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겠죠.   

 

2019 정보공개 연차보고서 중 중앙행정기관의 이의신청 처리 현황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어차피 숫자로 된 표들이 가득한 보고서입니다. 굳이 PDF로만 공개할 것 없이, 정보공개 운영과 관련한 데이터들을 csv 파일로 공개한다면 엑셀의 필터링 기능을 통해 쉽게 개별 기관의 정보공개 현황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행정안전부는 PDF를 고집하고 있을까요? ㅠ_ㅠ

 

 

정보공개 현황, 데이터로 공개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

 

 

해외 사례를 살펴볼까요? 다른 다라들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정보공개 연차보고서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정보공개 관련 통계들을 공개하고 있는데요,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쉽게 필터링, 검색이 가능하도록 데이터셋을 공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당연히, csv 파일로도 다운로드가 가능합니다.

 

 

미국 법무부가 운영하는 FOIA.gov

 

미국의 정보공개포털이라고 할 수 있는 FOIA.gov 는 미국 법무부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입니다. FOIA.gov에서는 정보공개 관련 통계를 온라인에서도 쉽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기관별, 데이터 종류별, 연도별로 자유롭게 필터링하여 정보공개 통계를 검색할 수 있고, 당연히 csv 파일로 다운로드도 가능합니다. 

 

영국의 정보공개 연차보고서라 할 수 있는 2020 정보공개 통계보 첫 페이지

 

영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영국 정부 공식 홈페이지에서 정보공개 관련 통계를 찾아볼 수 있는데요, 내각 사무처에서 매년 정보공개 관련 통계를 데이터로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정보공개제도 운영과 관련한 데이터를 모아 csv 파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정보공개제도의 현황 변화를 쉽게 추적할 수 있습니다.

 

 

영국 정부 역시 연도별, 기관별로 정보공개와 관련한 모든 테이터를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나라는 일본입니다. 일본은 여러모로 한국에 비해 정보공개제도 운영이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그런 일본 마저도 정보공개 현황 통계는 엑셀 파일로 공개하고 있다는 사실!  일본 총무성 홈페이지에서 공개하는 '연도별 정보공개 시행상황 조사 결과'에서는 한국의 정보공개 연차보고서와 유사한 보고서와 통계 자료를 볼 수 있는데, 정보공개 현황 통계는 엑셀 워크 시트 파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일본 총무성 홈페이지의 연도별 정보공개 시행상황 조사 결과

 

정보공개 연차보고서에 실리는 정보공개 현황 통계를 데이터로 제공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다른 나라들이 다 그렇게 하고 있듯, 행정안전부도 내년부터는 데이터로 된 정보공개 연차보고서를 발표하길 기대해 봅니다!

화, 2021/06/08-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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