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전 세계의 시위를 돌아보다

지역

전 세계의 시위를 돌아보다

admin | 목, 2019/11/21- 19:32

전 세계적으로 시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홍콩 거리에서부터 볼리비아 라파스, 포르토프랭스, 키토, 바르셀로나, 베이루트, 산티아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자신의 시위할 권리를 행사하고 권력자들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 시위는 공통적으로 정부에 의해 가혹한 진압을 당했으며, 이 진압 행위는 대부분 중대한 인권침해에 해당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지금까지 볼리비아, 레바논, 칠레, 스페인, 이라크, 기니, 홍콩, 영국, 에콰도르, 카메룬, 이집트에서 벌어진 시위 도중 나타난 인권침해와 폭력의 징후에 대해 기록했다.

경찰의 강경 진압에도 불구하고 시위가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홍콩을 제외하면, 다른 국가의 경우 정부는 집단 체포 등의 전략을 통해 시위를 빠르게 진압했다. 지난 9월, 이집트에서는 2,300명 이상이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구금되었다. 이들이 재판에 넘겨진다면 시위 관련으로는 이집트 역사상 최대 규모의 형사 재판이 된다.

국제앰네스티는 평화적인 시위가 범죄가 아닌 실제로 사람들이 누려야 할 권리라는 점을 항상 분명하게 명시한다. 이러한 시위에 각국 정부가 선택한 대응 방식은 대체로 매우 과도하고, 불필요했으며 따라서 불법이었다.

사람들이 시위 참여하는 것은 인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시위는 허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게 된 이유이다. 그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의 대부분이 인권 문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패에 항의하여 거리에 나온 과테말라 시민들

 

부패

칠레, 이집트, 레바논에서는 정부 부패에 대한 의혹이 대규모 시위를 촉발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9월 말에는 이집트 전역에서 수천 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 모여들었다. 이곳은 2011년 당시 호스니 무바라크(Hosni Mubarak) 전 대통령을 실각시켰던 시위로 유명한 장소다. 이 시위를 촉발시킨 것은 이집트군의 부패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하는 다수의 바이럴 동영상이었다.

또한 레바논에서는 현 정부의 퇴진, 더 광범위하게는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는데, 사람들이 시위에 나서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정치계의 부패 의혹과 기본적인 사회적, 경제적 권리조차 제공되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공적 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모든 장관 및 관련 공무원을 처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부패로 인한 공적 자금 남용은 형사적으로 범죄일 뿐만 아니라 인권 문제이기도 하다. 주로 필수 서비스에 사용되어야 할 자금을 다른 곳에 쓰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인권법에 따라 정부는 모든 사람의 존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레바논 시위에서 국기를 들고 있는 아이

 

생계

부패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생계의 문제를 낳는다. 칠레에서는 수도 산티아고 데 칠레의 대중교통 요금을 대폭 인상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학생들의 주도로 시위가 시작됐다.

그 이후로 시위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 시위에서는 칠레 국민들의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권리에 부담을 주는 정책 대부분을 다루게 되었다. 칠레는 수입 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국가로 꼽히고 있는 만큼, 불평등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는 더욱 컸다.

사람들의 생계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이집트와 에콰도르 등 다수의 정부는 엄격한 긴축 정책까지 부과했고 이에 따라 생계비 상승의 우려는 더욱 커져만 갔다.

에콰도르에서는 정부가 연료보조금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긴축 정책은 논란을 낳았고,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대규모로 벌어졌다. 이로 인해 정부는 잘못을 시인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긴축 정책이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한 보고서는 2021년이면 전 세계 국가 중 3분의 2 이상이 저성장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 예측했는데, 이로 인해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약 60억 명에 이른다. 이 수치는 대체 고용 전망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 긴축 조치로 일자리를 잃게 되는 수백만 명이 포함된 것이다.

파리에서 기후위기 시위에 참여한 미래를 위한 금요일과 시위대

 

기후정의

지난 한 해 동안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라는 급박하고 부당한 문제에 주목하는 시위가 부쩍 증가해 왔다. 환경 파괴 고발을 이끌고 있는 선주민 활동가도 있었고, 한 시민 불복종 주도 단체는 영국의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볼리비아에서는 산불에 대한 정부 대응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지도자들의 대응 방식에 우려를 표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순간은 지난 9월, 185개국에서 기후변화 동맹 파업 주간에 760만명 이상이 참여한 것이다. 이 시위는 스웨덴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 )가 함께하는 단체,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이 주최했다. 그레타 툰베리는 불과 1년 전 국회 앞에서 시위를 시작했던 인물이다.

국제앰네스티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에 앰네스티 최고의 영예인 양심대사상을 수여했다. 그레타 툰베리는 수상 소감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 상은 ‘미래를 위한 금요일’라는 운동을 함께 만들어 준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청소년들을 위한 것입니다. 두려움을 모르고 미래를 위해 투쟁한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그 미래는 누구나 당연하게 맞이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레타 툰베리

홍콩에서 우산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는 홍콩 시민들

 

정치적 자유

바르셀로나와 그 외 카탈로니아 지역에서는 카탈로니아 정치 지도자 및 활동가 12명에게 스페인 대법원이 유죄를 선고하면서 대규모 집회와 시위가 벌어졌다.

인도에서는 잠무와 카슈미르의 특별 자치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인도 헌법 370조를 폐지하고 별도의 연방 직할령 2개로 분리한다는 인도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시위가 벌어졌다. 이 모든 수정 및 변경 조치는 철저한 통신 통제, 이동 제한, 해당 지역 지도자와 활동가의 대규모 구금 가운데 나온 것이다.

홍콩은 올해 정치적 자유와 관련해 장기간 대규모 시위가 진행된 가장 대표적 지역이다. 이 시위는 2019년 4월 홍콩 정부가 중국 본토로의 강제 송환을 허용하는 법안을 제출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에 기록적인 숫자의 홍콩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결국 홍콩 정부는 법안 도입 계획을 철회했지만, 시위는 계속해서 진화하여 더욱 넓은 범위의 변화를 요구하게 되었다. 시민들의 요구사항에는 경찰 대응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와 홍콩의 직접 선거를 허용하도록 하는 정치 개혁 등이 포함되어 있다.

 

온라인액션
홍콩: 경찰의 폭력을 즉각 조사하라

5,772
명 참여중
탄원편지 보내기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디지털 성착취 사각지대 : 플랫폼 추적의 시작 #얼마나_바뀌었을까?

1년 전 3월, 텔레그램 ‘박사방’ 조주빈의 검거로 일명 ‘n번방’ 사건이 대대적인 눈길을 끌었다. 이는 여성에 대한 성착취와 폭력이 디지털기술을 만난 위험한 조합이 온라인을 타고 얼마나 최악으로 치닫을 수 있는지를 한 눈에 보여주는 인권 유린 사건이자 한국을 넘어 전세계적 대응이 필요한 인권 과제라 부를만 했다. 검찰에 송치되던 25일 아침 포토라인에 선 조주빈의 모습은 일명 ‘n번방’ 사건으로 불려오던 디지털 성착취 사건의 척결을 상징하는 한 장면으로 남는 듯 했다. 경찰과 서울중앙지검은 각각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본부와 특별수사 TF를 구성했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자 모두가 한 목소리로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여성단체들의 연대와 투쟁이 두드러졌다. 익명의 여성 연대자들은 성 착취물을 채증, 신고하고, 경찰 수사에 공조했으며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모아 법원에 전달하거나 전국 성착취 재판을 단체로 방청했다.

“피해 여성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의 정당한 분노에 공감한다. 정부는 불법 영상물 삭제뿐 아니라 법률, 의료 상담 등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 할 것이다. ‘n번방’ 운영자 등에 대한 조사에 국한하지 말고, ‘n번방’ 회원 전원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_문재인 대통령

이런 기류를 타고 디지털 성범죄 법정형을 높이는 내용을 포함한 일명 ‘n번방 방지법’들이 국회를 통과했고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을 마련했다. 그러나 ‘박사방’ 조주빈이 1심에서 총 45년형이라는 비교적 높은 형량을 받는 와중에도, 여전히 ‘보는 눈’이 덜한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중 대다수는 집행유예나 낮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가해자들은 더욱 고도화된 수법으로 텔레그램에서 디스코드로,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 활개하고 있다. 지난해 말 ‘n번방’ 사건을 갈무리한 어느 특집 기사 속 피해생존자들은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피해자가 엄청 많은데 아직 신고하지도 못하고, 엄벌 탄원서를 내는 것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이렇게 수많은 사람이 아직도 고통스러워한다는 걸 사람들이 모른 채 사건이 끝나면 어떡하죠?”,“다 (삭제하지) 못했어요 분명히…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피해자가 엄청 많은데 아직 신고하지도 못하고, 엄벌 탄원서를 내는 것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이렇게 수많은 사람이 아직도 고통스러워한다는 걸 사람들이 모른 채 사건이 끝나면 어떡하죠?

다 (삭제하지) 못했어요 분명히…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온라인은_모두에게_안전할까?

비대면 시대 한층 가까워진 온라인 공간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손쉬운 편리함과 무한한 연결성을 담보하는 한편,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성 착취물이 무방비 상태로 무한 공유되는 참담함을 안겨주었다. 온라인상 성 착취물을 감지하고 삭제하는 속도는 신규 파일을 업로드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불법 성 착취물을 감지하고 삭제하는 ‘기술의 발전’ 속도보다 이를 업로드하고 공유, 저장하는 기술의 발전이 더 선호되었고 그래서 더 빨리 상용되었다. 피해생존자들은 젠더기반폭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살 권리, 표현의 자유와 정보에 접근할 권리, 프라이버시 및 데이터를 보호받을 권리 등을 처참히 침해당했다. 이들의 정의 회복을 위해서는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모든 의무 담지자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인권적 노력을 수행했는지를 물어야 한다. 가해자 처벌과 제도 개선뿐 아니라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이 되어준 플랫폼에도 더욱 책임을 촉구해야할 이유다.

2018년 유엔인권이사회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조장하는 온라인 여성 폭력의 대두와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유엔 여성폭력 특별보고관은 “공적 및 사생활 범주 모두에서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여성과 소녀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는 일은 여전히 글로벌 사회의 도전 과제로 남아있으며, 이러한 과제는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SNS와 왓츠앱, 라인 등의 메신저앱에 해당하는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인터넷 중개자는 상호작용을 위한 디지털 공간을 제공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기에 인권 보호에 대한 일정한 책임을 지닌다”고 명시했다. 특별보고관은 또한 ICT, 디지털 테크 기업으로 대표되는 비국가 행위자의 잠재력과 가능성에도 주목할 것을 언급했다.

#Stop_ONLINE_Violence_against_Women_2021

추적단 불꽃 x 국제앰네스티

추적단 불꽃 x 국제앰네스티

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새로운 질문을 던져보려 한다. ‘n번방’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가해자들의 수법과 행위를 처벌하는 것 못지않게 글로벌 플랫폼 기업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는가? 충분한가?

이를 위해 국제앰네스티는 가장 오랜 시간 이 문제를 고민해온 추적단불꽃과 머리를 맞댄다. 지난 2020년 앰네스티 언론상의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된 추적단불꽃은 여전히 디지털 성범죄 생태계를 추척하며 취재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한편 국제앰네스티는 앞서 2018년 트위터를 이용하는 여성들이 겪는 성차별, 인종차별, 동성애혐오적 언어폭력 문제를 다룬 조사 보고서 를 발간하고 ‘누구나 두려움 없이 온라인상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해온 바 있다. 그리고 그보다 앞선 2004년 3월 여성의 날에는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의 시급함을 알리는 글로벌 캠페인 ‘Stop Violence against Women and Girls’를 론칭해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여성 폭력 실태를 고발하기도 했다.

그리고 2021년, 국제앰네스티는 여성 폭력 근절을 위한 캠페인에 ‘온라인’이라는 키워드를 추가하려 한다. ‘Stop ONLINE Violence against Women and Girls’이라는 주제 아래,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근절시키기 위한 콘텐츠 연재를 시작한다. 오는 3월 말, ‘n번방’ 대응 1년을 돌아보는 콘텐츠를 시작으로 디지털 성착취의 드넓은 사각지대인 ‘플랫폼’에 남은 질문을 던지는 생생한 추적기를 공유하려 한다. 그 어느때보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삶은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자 일상이 되었다. 더디지만 천천히 사회가 변화하듯 온라인 공간 속 질서와 사용 방식도 바로 잡을 수 있고 학습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여정에 함께할 시민들의 결코 사그러들지 않는 연대를 기대해본다.

N번방 영상 티져 대체 이미지
, 김을지로 (2021)

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디지털 성착취 근절 캠페인의 시작을 알리는 티저 영상 을 제작했다. 3D 아티스트 김을지로가 구현한 이번 티저 영상은, 현실(자연)과 가상(인공 큐브)을 상징하는 두 개의 공간성에서 디지털 성착취 문제를 바라본다. 두 세계를 아우르는 하늘 위 구름은 ‘망’ 혹은 ‘공유 기술’을 암시하며, 업로드와 다운로드로 끊임없이 연결된 온·오프라인 생태계를 조성한다. 한편, ‘n번방’ 사건 직후 떠들썩 했던 공직자들의 말과 1차, 2차 가해자들의 말이 맴도는 가운데, 피해자들의 불안은 여전히 남아있다. 가까이서 들여다본 가상의 세계는 섬뜩하게도 현실의 모습이 무한 반복된 집합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의 구분이 무의미한 시대, 디지털 성착취를 비롯해 온라인에서 만연한 여성 폭력 근절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추적단불꽃의 불길과 앰네스티의 촛불이 추적을 시작한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심볼

월, 2021/03/08- 08:34
0
0

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Women Against ViolencE》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여성 작가 8명과의 협업을 통해 파도가 되어 여성 폭력에 대항하는 다양한 일상의 목소리를 담아봅니다. 아래는 래퍼 슬릭님의 노랫말입니다.

나는 불꽃이다

슬릭

 

나는 불꽃이다
나는 불꽃이다
나는 불꽃이다
나는 불꽃이다

내 몸을 이루는 모든것들은 기능하기 위해
오직 나만을 위해 존재하지

내 몸을 이루는 모든것들은 살아가기 위해
사는 순간을 위해 존재하지

똑같지 않은게 당연해 난 사랑하기위해
나를 사랑하기 위해 존재하지

몸뚱아리일 뿐인 몸은 나의 영혼을 담기 위해
내가 나이기위해 존재하지

나를 탓하네 처음엔
내가 탓하네 거기에
하필 그 밤에 혼자서
하필 그 짧은 옷사서

막차를 골라서
탈 생각을 뭐하러
흔하단 그 광경
내 감각으로 체험할 줄은

몰랐어 그 다음엔
니가 나를 탓하네
나도 없대 잘한게
난 뭘 하지도 않았는데

흔한 일인 걸 알면서
조심하지를 않았대
죽임당할 걸 알면서
살아있길 원한대

감히, 똑같아지길 바라지
감히 똑같은 사람 취급, 인간 대접을 바라지
드러나기를 바라고 돈받기를 바라고
잘못하고난 빌미를 세상 밖에 둔 척 한다지

감히, 평화를 바라지
아무도 죽이지 않는 노래 퍼지길 바라지
우리가 만든 파도가 멈추지 않길 바라지
드러나기를 바라고 돈받기를 바라지

우리는 웃을거야
우리는 아플거야
우리는 꿈꿀거야
우리는 아물거야
우리는 춤출거야
우리는 갚을거야
우리는 우리꺼야
우리는 내꺼야

우리는 배울거야
우리는 버릴거야
우리는 채울거야
우리는 거닐거야
나를 망가뜨린 만큼의 억배로 부술거야
후련함이든 허무함이든 나만이 느낄거야

죄인은 벌할거야
죄인은 미워하고 죄를 미워하지 않을거야
죄인을 미워하고 죄는 미워하지 않을거야
죄인을 미워하고 죄를 미워하지 않을거야

나는 불꽃이다
붉게 타올라 그 빛으로 앞을 밝힌다
나는 불꽃이다
붉게 타올라 그 빛으로 앞을 밝힌다
나는 불꽃이다
붉게 타올라 그 빛으로 앞을 밝힌다
나는 불꽃이다
붉게 타올라 그 빛으로 앞을 밝힌다

 

작가명

래퍼 슬릭

참여 소감

파도는 멈추지 않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바다가 생기고 난 후로 단 한번도 파도는 멈춘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파도를 일으키는 인력처럼 우리의 파도는 누군가의 살아있음으로, 누군가의 죽음으로, 누군가의 글로, 누군가의 말로, 누군가의 움직임으로, 누군가의 노래로 계속 일렁이고 있습니다.

뜻깊은 프로젝트에 동참할 기회를 주신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에 감사드립니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심볼

월, 2021/03/08- 08:35
2
0

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Women Against ViolencE》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여성 작가 8명과의 협업을 통해 파도가 되어 여성 폭력에 대항하는 다양한 일상의 목소리를 담아봅니다. 아래는 작가 하미나님의 기고문입니다.

 

걸어간다, 우리가 멈추고 싶을 때까지

하미나

 

돌이켜보면 한 번도 페미니스트가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활동가는 커녕 광장에도 제대로 나가본 일이 없었다. 모든 사람이 같은 구호를 외칠 때면 혼자서 ‘아 근데 꼭 이것만 맞는 말인가?’ 딴 생각이 들며 군중 속에서 홀로 되는 느낌을 받곤 했다. 인생의 어느 시기에 열렬한 활동가로 지낼 거라는 상상을 못했던 건 “튀려고 하지마. 평범하게 살아.”를 반복하던 부모의 말 때문일 수도 있고, 또 내 머릿속 심어진 활동가, 특히 페미니스트 활동가에 관한 편견 때문일 수도 있다. 활동가는 늘 확신에 차 있고 온갖 훼방에도 꿈쩍 않는 강한 사람들일줄 알았다. 나는 의심이 많고 툭하면 우는 사람이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확신보다는 질문이, 강함보다는 연약함이 우리를 움직이는 힘이라는 것을.

나는 ‘페미당당’을 만나며 어쩌다 활동가가 되었다. 페미당당은 젊은 여성 페미니스트 활동가로 이루어진 그룹으로 2016년 4월 총선 때 결성됐다. 페미니즘 의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기성 정당에 실망하여 “뽑을 당이 없다면 우리가 직접 창당하자”는 의지로 반쯤 농담처럼 모인 친구들 모임이었다.

활동이 무게감을 가지고 본격화된 것은 2016년 5월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사건 이후 일어난 시위에서 ‘거울행동’ 퍼포먼스를 하면서부터다. 가해자는 7명의 남성을 보내고 최초로 들어온 여자를 죽였다. 정확히 여성을 표적한 사건이었으나 세상은 여성혐오 범죄라는 말 대신 묻지마 범죄라는 이름을 붙였다. 페미당당은 이 사건이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당할 수 있었던 범죄임을 보이기 위해 근조 리본이 달린 영정 크기의 거울을 들고 강남역 10번 출구를 함께 걸었다.

당시 나는 제자에게 상습 성추행을 저지른 대학교수를 상대로 재판을 진행 중이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여성임을 자각하고 의식하지 않아도 되었던 시기에서 이제는 반드시 자각하고 의식할 수밖에 없는 시기로 이동하게 됐다. 삶의 모든 것이 재편되었다. 내가 입는 옷, 대화를 하는 방식, 공부의 방향, 관계를 맺는 방식, 가족과의 관계 등등. 페미당당과는 그 과정에서 만났다.

활동을 막상 시작하고 보니 이제까지 뭉쳐왔던 분노와 이를 동력으로 삼은 에너지가 가슴 속에서 폭발하듯 터져나왔다. 운동에 활발히 참여하면서 주변인과 참 많이도 싸우고 이별했다. 나에게 종종 전화해 실없는 소리를 늘어놓던 남성 과선배는 어느날 전화하더니 너 그렇게 살면 안된다며 “진정한” 충고를 하기도 했다. 이 시기 나와 내 주변을 바꿔가며 자기의 세상을 뒤엎어버린 또래의 여자가 많을 것이다. 그 과정은 무척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인생의 한 번은 꼭 하고 넘어가야만 하는 일이었다.

페미당당에서 나는 세미나를 맡았다. 나와 친구들처럼 ‘어쩌다 페미니스트’가 된 여자들을 위해 개최했다. 살려고 보니 사람들이 나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르는데, 그 말을 그토록 무서워하는데, 그러면 그냥 그렇게 되어버리고 말겠는데, 근데 나는 충분히 페미니스트인가? 그러면 이 주제는 앞으로 어떻게 생각해야 하지?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세미나였다.

페미니즘 정치(“여성이 비로소 사람이 되었을 때”), 가스라이팅(“가장 약한 마음을 가장 강한 용기로 사랑하라”), 범죄(“‘괴물’앞에 선 여성들”), 대중문화(“페미니스트 분들 계시는 자리에 케이팝 틀어도 되나요?”), 트랜스젠더(“당신의 성별을 증명하시오”), 낙태죄(“나라님 말대로 낳고 말고 해야 한답니까”), 과학(“과학이 페미니즘을 만나 더 나은 과학이 되기를”), 학교(“우리가 하는 일은 이전에는 없던 길을 만들어가는 것”), 디지털 성폭력(“우리의 일상은 당신들의 포르노가 아니다)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최근 이 세미나를 기반으로 책을 냈다. 제목은 <걸어간다, 우리가 멈추고 싶을 때까지>.

내가 대학생이 되어서야 여성으로 사는 삶을 자각하게 된 것은 사실 행운이다. 이전에는 행동으로 나설만큼 심각하게 차별을 체감하지 못했다는 거니까. 혹은 차별을 당해도 더 잘하면 된다고, 예외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똑똑한 여자들의 많은 수가 이런 착각을 많이 한다. 능력주의는 사회의 수많은 불평등을 해결하는 일을 너무 개인의 몫으로 남겨 둔다. 하지만 언젠가는 꼭 그런 때가 온다. 도저히,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총동원해도 이루어질 수 없는 때.

여성으로 사는 삶을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때가 늦춰지는 건 앞선 여자들의 덕이다. 그들이 싸워서 얻어낸 것 덕분이다. 탁월한 단 한 명의 여성보다는 그럭저럭 평범한 여성 여럿이 사회에서 활개를 치기를 바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슈퍼우먼이 아니라 작당모의다. 앞선 여자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계속 간다.

페미니즘에 눈을 뜬 최초의 자각은 강렬했고 모든 것이 명쾌했다. 연대는 달콤하고 감동스러웠다. 그러나 분노가 엄청난 동력을 만들어낼수록 몸은 지쳐 나가 떨어졌다. 지금은 동질성보다는 차이를 더 자주 생각한다. 우리라는 말보다는 우리로 포함이 안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뻣뻣한 연대보다는 유연한 연대를 생각한다. 분노보다는 유머와 상상력으로 나아가는 미래를 생각한다.

얼마전 내가 원하는 세상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이런 결론이 나왔다. 나는 뭐든 돼도 되는 세상을 원한다. 정확히는 그런 상상이 두렵지 않은 세상을 원한다. 손상과 훼손과 약함이 두렵지 않은 세상을 원한다. 죽음과 질병이 두렵지 않은 세상을 원한다. 특이해지는 것이 두렵지 않은 세상을 원한다. 여성의 삶, 환자의 삶, 장애인의 삶, 노인의 삶, 유색 인종의 삶, 레즈비언의 삶, 트랜스젠더의 삶, 노동자의 삶, 가난한 사람의 삶, 페미니스트의 삶을 상상할 때 두렵지 않은 세상을 원한다. 원래 그렇게 태어났든, 그렇게 존재하겠다고 선택했든, 원하지 않았지만 뜻밖에 그렇게 되었든 관계없이 말이다.

마지막으로 국회의원 장혜영이 추천사로 써주셨던 글을 인용하며 마무리짓고 싶다. “없던 길을 내면서 가는 저항자로서의 여성들이 여기에 있다. 성별이분법과 성차별, 성폭력으로 쌓아올려진 견고한 성채에 균열을 일으키는 최고의 무기는 질문이다. 어떤 질문이 우리를 가두고 길들이는가? 어떤 질문이 여성을, 나아가 우리 모두를 자유롭게 하는가? 질문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여성들은 길을 만든다. 그리고 걸어간다. 때로 막다른 골목을 마주치더라도, 가스등이 깜빡이더라도 멈추지 않는다. 아직 멈추고 싶지 않기에. 그렇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섬세하게 싸우고 복잡하게 연대하며 함께 걷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걸어간다, 우리가 멈추고 싶을 때까지.”

 

작가명

작가 하미나

참여 소감

분노로 너무 지치지 않기를, 유머와 상상력이 동력이 되기를. 한 번도 상상한 적 없던 우리를 만나기 위해서

 

작가 하미나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심볼

월, 2021/03/08- 08:36
3
0

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Women Against ViolencE》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여성 작가 8명과의 협업을 통해 파도가 되어 여성 폭력에 대항하는 다양한 일상의 목소리를 담아봅니다. 아래는 작가 김지승님의 기고문입니다.

 

언제고 돌아오는 여성들

김지승

여자들이 돌아온다.
멀리, 영원으로부터. 그리고 ‘바깥’으로부터.
마녀들이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황무지로부터 여성은 돌아온다.

– 엘렌 식수, <메두사의 웃음>에서

 

“새처럼 훠이훠이 날고 싶었어요.”

고된 시집살이에 혼자 훌쩍훌쩍 울면서 밭길을 걷다가 멀리 날갯짓 우렁찬 새들을 보며 순애씨(가명, 81세)는 그런 생각을 했다. 75세에 남편과 사별 후 한글을 다시 배우기 시작한 순애씨는 그동안 글 대신 의사소통에 썼던 그림과 새로 배운 한글을 섞어서 ‘문드러진 속’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문드러진 속. 순애 씨 표현이 그랬다. 결혼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뭘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공부 많이 하다가 찌인한 연애나 한 번 해보고 죽어야지요.” 했다. 순애씨도 자유의 갈망과 자유에 대한 두려움을 동시에 안고 살아온 여성 중 하나였다. 지역의 한 문화원에서 혼자된 여성노인을 대상으로 ‘홀로서기’에 필요한 정서 지원 워크숍을 기획했고, 연계 프로그램의 강사로 참여한 나는 순애 씨를 포함해 여성노인 스무 명을 5주간 만났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기차를 타고 나는 에리카 종의 『비행 공포』를 읽었다. 글쓰는 여성 화자, 이사도라 화이트 윙과 작가 에리카 종이 자전적 서사의 맥락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는데 그들과 순애 씨가 또 이상하리만치 스르르 물처럼 섞였다.

순애 씨와 이사도라 화이트 윙은 현실 인물과 작품 속 캐릭터라는 차이 외에도 완전히 다른 세계, 다른 조건에 놓여 있었다. 그 차이를 그대로 두고 둘을 연결하는 건, 이 폭력의 세계에서 여성으로 존재하기의 곤란함이라는 공통점이었다. 에리카 종이 욕조 안에서 자신을 끌어안고 29년 동안 가슴속에 넣고 다녔던 차가운 돌이라는 두려움에 대해 쓸 때, 순애 씨는 빈 쌀독 옆에 쭈그리고 앉은 자기를 그려놓고 “이게 아닌데… 빈 쌀독 같네, 마음이.”라고 썼다. 여성에게 주어진 차가운 돌 같던 두려움이 정확히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간단명료하게 쓸 수 없다고 쓴 게 『비행 공포』라면, 자신은 무학이지만 많이 배웠더라도 이 마음은 쓰지 못할 것 같다고 쓰는 게 순애 씨의 글들이었다. 쓸 수 없다고 쓰는 글. 아직은 쓰지 못하는 것이 있다고 쓰는 글.

“그러니까, 그게 뭘까요?” 내가 묻자, 순애 씨는 우는 여자 형상을 그리면서 대꾸했다.

“오죽하면 여자 귀신은 울기부터 했을까. 그걸 다 어떻게 말로 하겄어요?”

나와 순애 씨도 다른 세계, 다른 언어 속에 있었다. 그러나 “그걸 다 어떻게 말로 해요?”라고 반문하는 순간 나는 곧장 순애 씨와 연결되었다. 말하고 쓸수록 더 소외되는 기분에 좌절하고만 경험이 나 역시 적지 않았다. 그런 경험은 나에게 여성으로 말할 수 없고 쓸 수 없는 것이 있음을 알려줬다. 한글을 잘 몰랐을 때는 그래서 쓸 수 없다고 여겼던 순애 씨가 글을 배우고 문장을 짓고 있음에도 새가 되고 싶었던 그 마음 , 빈 쌀독 같던 마음을 표현할 말을 모르겠다 했으므로 우리는 동그란 불가능성을 사이에 두고 가끔 만나서 울거나 웃었다. 쓸 수 없는 것들에 사로잡히면 지금까지 내 안에 있(다고 믿었)던 모든 언어는 내 오랜 착각이었다는 듯 사라지곤 했다. 교육, 글쓰기로부터 또 공공 발화로부터 격리되어온 역사 속 여성들이 동시에 내 안에서 손을 들고 “나도, 나도!” 했다. 결코 환영받지 못할 진실의 증언을 안고 세계를 통과해 온 여성들이 내 안에 또, 옆과 앞에 있었다. 그들은 폭력의 역사를 계승한 몸이기도 했다. 그래서 썼다.

그들은 구멍 난 언어로라도 썼고, 쓰고 있다. 20세기 미국 최고의 여성작가 에리카 종도, 70년 넘게 한글을 거의 쓰지 않던 순애 씨도, 자기 꿈 하나 해석할 언어가 없는 나 같은 사람도. 쓰지 않다가도 쓰고, 잠시 멈췄다가도 쓰고, 도래할 좋은 세상 같은 건 믿지 않으면서도 쓰고, 곰팡이 속에서도 쓰고, 악몽 속에서도 쓴다. 대항하는 언어는 쓰는 과정에서 발명할 수 있는 것이었다. 우리는 우리를 억압할 많은 언어와 함께 이전 여성들이 발명한 저항의 언어를 물려받았다. 억압의 언어와는 싸우고, 저항의 언어는 돌보면서 여성의 새 언어를 발명해왔다. 삶은 자주 덫이고, 쓰는 여성에게는 더욱 그러했지만 연결하는 쓰기, 손을 잡는 쓰기는 지금도 그렇게 계속되고 있다. 순애 씨가 말했다.

“그때는 날아서 갈 데가 없었어요. 그게 참 슬프대. 이제는 선생님도 보러 가고, 더 높이 엄마도 보러가고…”

폭력은 단순하지만 피해의 양상은 복잡하고 모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의 언어는 복잡하고 모순 가득히 팽창하다가 불현듯 터져버린다. 언제나 여기 우리에게 주어진 언어로는 여성의 경험을 다 말할 수 없다. 그 불가능성 때문에 잠시 침묵이 찾아오기도 한다. 침묵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식수의 말처럼, 언제고 여성들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저 멀리 살아 있는 마녀들의 황무지’로부터, 더 많은 언어를 가지고 여성들이 돌아온다. 잠시 침묵했던 자리에서, 돌아온 여성들이 몇 겹의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한다. 부서진 언어로라도 쓰려는 여자들, 그 수많은 이름들이 깜빡인다. 거기에는 순애 씨도 있다.

돌아와 쓰는, 밑에서부터 쓰는, 연결하며 쓰는, 중첩된 존재로서 쓰는 그 저항의 언어가 오랜 바람을 타고 파도가 된다. 혹시 쓸 수 없다면, 쓸 수 없다고 쓰자. 왜 쓸 수 없는지 쓰고, 쓸 수 없게 하는 사람들에 대해 쓰자. 불가능성이 만들어내는 파도는 필연적으로 가능함으로 향할 것이다.

작가명

작가 김지승

참여 소감

파도는 낮아지고 천천하더라도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파도다. 그렇다고 오늘, 38여성의 날에 쓸 수 있어서 기쁘다.

 

작가 김지승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심볼

월, 2021/03/08- 08:37
6
0

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Women Against ViolencE)》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여성 작가 8명과의 협업을 통해 파도가 되어 여성 폭력에 대항하는 다양한 일상의 목소리를 담아봅니다. 아래의 작품은 앰네스티 캠페인에 함께 한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님의 작품입니다.

국제앰네스티 X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

국제앰네스티 X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

 

작가명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

참여 소감

느리지만 확신을 가지고 함께 걷고 있습니다. 눈 앞에는 아직도 바뀌지 않은 것들이 잔뜩 쌓여 우리를 막아내고 있는 것 같아도 뒤돌아 돌이켜보니 우리는 꽤 멀리 나와 있더군요. 한걸음씩 따박따박 걸어나온 시간들이 길이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한 걸음 먼저 미래로 갑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심볼

월, 2021/03/08- 08:38
3
0

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Women Against ViolencE》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여성 작가 8명과의 협업을 통해 파도가 되어 여성 폭력에 대항하는 다양한 일상의 목소리를 담아봅니다. 아래의 작품은 앰네스티 캠페인에 함께 한 작가 민서영님의 작품입니다.

 

국제앰네스티 X 작가 민서영

국제앰네스티 X 작가 민서영

작가명

작가 민서영

참여 소감

느린 분노도, 작은 슬픔도, 낯선 두려움도 우리가 멈추지 않으면 변화가 되어 돌아온다.

 

작가 민서영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심볼

월, 2021/03/08- 08:39
1
0

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Women Against ViolencE》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여성 작가 8명과의 협업을 통해 파도가 되어 여성 폭력에 대항하는 다양한 일상의 목소리를 담아봅니다. 아래의 작품은 앰네스티 캠페인에 함께 한 작가 비차님의 작품입니다.

국제앰네스티 X 작가 비차

국제앰네스티 X 작가 비차

국제앰네스티 X 작가 비차

국제앰네스티 X 작가 비차

 

작가명

작가 비차

참여 소감

내가 첫 단추를 잘못 꿰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단추 탓을 하고 싶었지만 그건 단추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말하지 못해서 나에게만 일어난 것만 같았던 우리의 이야기를 꺼내고, 나의 이야기가 너의 이야기가 되고 이제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작가 비차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심볼

월, 2021/03/08- 08:40
4
0

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Women Against ViolencE》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여성 작가 8명과의 협업을 통해 파도가 되어 여성 폭력에 대항하는 다양한 일상의 목소리를 담아봅니다. 아래의 작품은 앰네스티 캠페인에 함께 한 작가 이지님의 작품입니다.

 

국제앰네스티 X 작가 이지

국제앰네스티 X 작가 이지

국제앰네스티 X 작가 이지

국제앰네스티 X 작가 이지

작가명

작가 이지

참여 소감

3월 여성의 날을 맞이해 이렇게 뜻깊은 캠페인에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불과 몇년 사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를 보며 아, 그래도 변하고 있구나! 싶으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더이상 여성의날 캠페인이 특별한 프로젝트가 되지않을 그런 날이 오길 바라며,

 

작가 이지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심볼

월, 2021/03/08- 08:41
4
0

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Women Against ViolencE》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여성 작가 8명과의 협업을 통해 파도가 되어 여성 폭력에 대항하는 다양한 일상의 목소리를 담아봅니다. 아래의 작품은 이번 캠페인의 메인 디자인을 작업한 페이퍼프레스의 작품입니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작업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메인 포스터 1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작업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메인 포스터 2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작업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메인 포스터 3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작업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메인 포스터 4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작업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메인 포스터 5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작업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메인 포스터 6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작업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영상 슬로건 1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작업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영상 슬로건 2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작업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영상 슬로건 3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작업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Giphy 스티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로고 3종

 

작가명

페이퍼프레스

참여 소감

페이퍼프레스는 9999999999–번의 파도 중에서 그래픽 파도 1로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또 뒤 이어질 999999999999999–번의 파도들이 너무 기대됩니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심볼

월, 2021/03/08- 08:42
2
0

더욱 은밀하고 악랄하게
활개치는 가해자의 플랫폼 세상

n번방 1년, 변화 그리고 가해자들의 말 타임라인

‘n번방’ 1년, 굵직한 사회적 사건과 변화가 있을 때마다 온라인 내 가해자들은 술렁였다. 그러나 이내 고도화된 수법으로 법망과 기술을 따돌리며 끊임없이 성착취물을 재유통했다.

복수의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성착취물
: 텔레그램에서 디스코드, 유튜브, 트위터까지

1년 전 텔레그램 **방(불법촬영 및 유포물이 활발히 공유됐던 방, 1,000명 이상 상주)에서 확인했던 피해자 K씨의 불법유포 영상을 올해 3월 12일, ‘디스코드’에서 발견하고 말았다. 1년 전, 유포 피해 발생 후 K씨에게 가해자 재판에 필요한 채증본을 제공한 적이 있었다. 당시 피해자의 영상을 유포한 가해자는 검거 후 현재 복역 중이다. 하지만 피해자 K씨의 피해는 현재 진행 중이다. 가해자가 사라졌어도 피해 영상물이 여러 플랫폼에 남아 익명의 가해자들에 의해 유포되고 있으니 말이다.
당시 피해자의 영상을 유포한 가해자는 검거 후 현재 복역 중이다. 하지만 피해자 K씨의 피해는 현재 진행 중이다. 가해자가 사라졌어도 피해 영상물이 여러 플랫폼에 남아 익명의 가해자들에 의해 유포되고 있으니 말이다.
가해자들도, 성착취물도 여전히 플랫폼에 있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n번방’ 사건이 가장 큰 주목을 받던 지난해 3~4월에도 성착취물 판매자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텔레그램 성착취 영상이 무엇인지 호기심을 갖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서 검색해보는 이들이 늘자 공급하겠다는 이도 늘었다. 텔레그램 뿐 아니라 트위터, 유튜브 그리고 디스코드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래가 오갔다.
채증 '샘플 보시고 구매의사가 있다면...'

2020년 3월, ‘박사’조주빈 검거 시점에 채증한 트위터 계정을 재구성했다.

조주빈이 잡힌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성착취물 판매 홍보글 하나가 트위터에 올라왔다. 이 계정은 해당 포스팅 이전에는 그 어떤 게시물도 올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오직 성착취물 판매를 목적으로 트위터에 가입한 것이다. 그를 팔로우하는 사람은 89명이었다.
채증,

2020년 3월, 유튜브 댓글에서 발견한 판매자 아이디로 연락을 취했던 라인 대화방을 재구성했다.

비슷한 시기 성착취물을 교환하자는 유튜브 영상을 목격했다. 영상에서는 “로리(아동 성착취) 영상 교환할 사람은 댓글에 아이디를 적어”라는 자막이 5초간 재생됐다. ‘n번방’ 판매를 홍보하는 또 다른 영상에도 같은 아이디를 적은 유저를 발견했다. 해당 아이디로 연락해 대화를 시도했다. 그는 문화상품권 3만원에 ‘n번방’ 3번, 4번방 링크를 보내주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지난 2월 중순, 페이스북 불특정 게시물 댓글에 디스코드 대화방 링크가 지속적으로 달리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디스코드에) 요 며칠 사이 갑자기 이런 방이 많아졌어요. 방 회원수는 기본 3,000명, 많게는 8,000명도 있어요” 이날 제보받은 디스코드 방 링크만 13개였다. 제보자는 가해자들이 상주하는 대화방에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은 범죄다”라며 채팅을 올렸지만, 회원들은 “너가 여가부냐? 왜 성욕도 마음대로 못 갖게 하느냐”라고 반박했다. 수십개의 디스코드방 운영자들은 피해 여성의 신상과 사진을 대화방 공지에 올려 홍보했고, 영상을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돈을 받고 팔아 넘겼다.
(디스코드에) 요 며칠 사이 갑자기 이런 방이 많아졌어요. 방 회원수는 기본 3,000명, 많게는 8,000명도 있어요.
지난해 4월 29일 ‘n번방 방지법’의 일환으로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은 고무적이었다. 불법 성적 촬영물에 대한 반포.판매.임대.제공만 처벌대상으로 삼던 기존법에서 나아가 ‘소지’와 ‘시청’까지 사법처리 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오늘, 텔레그램은 물론 더욱 대중적인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넘나들며 성착취물은 여전히 공유되고 있다. 2021년, 텔레그램은 성착취물 공유의 ‘허브’이며 다른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성착취물의 충실한 ‘영업장’이자 ‘유통망’ 역할을 하고 있다.

몸사리는 가해자들, 돈 대신 성착취물 ‘물물교환’

텔레그램방 모니터링을 시작했던 2019년 7월, 당시 가해자들은 거침없는 언행으로 자신이 사는 지역이나 전과 기록을 채팅창에 흘렸다. 각종 정보를 모아보면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해당 정보를 경찰에 신고해 검거로 이어진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마저도 요원하다. 가해자들은 가벼운 개인정보조차 공유하기를 극도로 조심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가해자들의 경계심이 높아짐에 따라 거래는 더 은밀해졌다. 단체 대화방이 아닌 개인 대화방에서 성착취물 거래가 늘었다.
가해자들의 경계심이 높아짐에 따라 거래는 더 은밀해졌다. 단체 대화방이 아닌 개인 대화방에서 성착취물 거래가 늘었다. 예전 같으면 방에 들어가게 해 달라는 ‘구걸’ 몇 번으로 텔레그램 대화방 잠입 취재가 가능했지만 일년 사이 분위기가 달라졌다. 금전 거래 대신, 서로가 보유한 성착취물을 교환하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성착취물끼리 맞바꾸면 적어도 금전거래로 인해 경찰에 추적될 일은 없기 때문이다. 이제 성착취물은 일종의 화폐이자 상위방으로 이동하는 ‘입장권’으로 기능하고 있다. (‘상위방’이란 성착취물 공유 등 별도의 인증 절차를 거친 소수의 멤버만이 들어갈 수 있는, 본격적으로 불법이 판치는 대화방이다.)
금전 거래 대신, 서로가 보유한 성착취물을 교환하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성착취물끼리 맞바꾸면 적어도 금전거래로 인해 경찰에 추적될 일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상위방에 입장하기 위해 교환해야 하는 영상에도 이전보다 까다로운 기준이 붙었다. ‘아무거나 보내면 안 된다’는 뜻이다. 피해자 얼굴이 꼭 나와야 한다던가, 얼굴이 나오더라도 ‘신작’이 이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신작’이란, 널리 알려진 ‘n번방’이나 ‘박사방’ 사건 피해 영상이 아닌, 그 이후에 만들어진 새로운 성착취물을 말한다.

채증, 얼굴 나와야 한다. 신작이어야 한다

2021년 3월, 텔레그램 성착취방에서 오간 가해자들의 대화를 재구성했다. ‘길거리 업스’란 길거리에서 치마를 입은 여성의 하의 밑으로 카메라를 넣어 속옷이 보이도록 찍은 불법촬영물을 말한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성착취물 시청자가 제작자로 변해 권력을 키워가는 악순환을 야기했다.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성착취물을 보려면 나부터 ‘레어 영상’을 소지해야 한다. ‘레어 영상’을 소유하기만 하면, 또 다른 성착취물과 교환을 활발하게 할 수 있고, 이를 미끼로 인기있는 텔레그램 대화방을 만들수도 있다. 직접 운영하는 방의 규모가 커지면, 돈을 받고 되팔 수도 있어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이 흐름에서 기존에 공유 혹은 유포 범죄만 저지르던 가해자들은 새로운 피해자를 물색해 ‘레어’성착취물을 만드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성착취물 시청자가 제작자로 변해 권력을 키워가는 악순환을 야기했다.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성착취물을 보려면 나부터 ‘레어 영상’을 소지해야 한다.

한국 넘어 아시아 위협하는 디지털 성범죄
: 텔레그램 ‘중국방’ 속 전세계 피해 여성들만 수만명

우리나라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들은 국내 성착취 피해 영상을 찾기 어려워지자, 해외 성착취 피해 영상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이 모여있는 ‘해외방’ 수십 곳의 링크가 한국인들이 활동하는 ‘링크 모음’ 대화방에 수시로 올라왔다. 그중 가해자 대부분이 중국어를 사용하고, 올라온 성착취 영상은 중국인 피해자로 추정되는 일명 ‘중국방’이 가장 활발히 운영됐다. 3월 18일 낮 12시 기준, ‘중국방’에는 22만여 명이 참여하고 있었으며, 이 방에서 공유된 성착취물 개수는 2만 2,694개였다.

‘중국방’에 올라오는 영상은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화장실 불법촬영물, 성관계 불법유포물,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에 해당하는 온갖 불법물을 망라한다. 전세계 가해자들이 모여 있는 방인 만큼, 업로드 되는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아 시도때도 없이 새로운 영상이 올라온다. 놀라운 것은 22만 명이 들어있는 이 방의 개설시점이 2년 전이라는 것이다. 이 방은 2019년 3월 31일에 개설되어 현재까지 폭파되지 않고 운영되고 있다.

텔레그램 ‘중국방’은 지금도 계속해서 몸덩이가 불어나는 중이다. 3월 3일 참여자가 21만 7,000명이었는데 불과 2주만에 7,000 명이 늘어나 총 22만 4,000명이 되었다. 이 방 외에도 6만 명, 4만 명 등 엄청난 수를 자랑하는 대화방들이 계속해서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이 방의 가해자들은 중국어와 태국어, 한국어를 사용한다. 단, 피해자는 아시아권에 국한되지 않았다. 아시아 말고도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세계 각국의 피해자가 등장하는 성착취물이 마구잡이로 업로드 된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더는 한국만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이는 이미 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경없는 인권 침해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생존자 A씨 이야기
신고한 지 3년, 여전히 돌아다니는 사진들
‘신상털기’에 얼굴도, 이름도, 학교도 바꿨어요.

“다음 주에 또 경찰서를 가야해요. 또 유포가 돼서. 계속해서 유포가 되고 또 지우지 않는 사이트도 있으니까. 걔네(가해자들)가 계속해서 재유포 할 수 있는 거니까요.”불법 유포 피해를 입은 피해자 A씨가 범죄 피해 사실을 알게 된 건, “미안한데 너 사진을 본 것 같다”며 지인들에게 연락이 오면서부터였다. 2019년 여름을 회고하던 A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사진은 다수의 불법 사이트에 유포 돼있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광범위하게 유포된 건 아니었다. 최초 유포자가 또 다른 가해자들과 피해 사진을 교환하고, 판매하면서 유포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최초 유포 시점은 모르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피해자가 계속해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3년째 유포 피해가 지속되는 것을 보아 A씨의 피해 사진을 소지한 가해자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짐작됐다.

다음 주에 또 경찰서를 가야해요. 또 유포가 돼서. 계속해서 유포가 되고 또 지우지 않는 사이트도 있으니까. 걔네(가해자들)가 계속해서 재유포 할 수 있는 거니까요.

A씨는 경찰에 신고해 가해자를 잡기 위해서는 어떤 사이트에, 무슨 내용으로 피해 사진이 유포됐는지 일시와 URL 주소를 함께 채증해둬야 한다는 걸 안다. 그렇기에 요즘도 매일 밤 불법 사이트를 뒤져가며 본인의 사진을 찾는다. “불법 사이트 중에서도 돈을 내야 볼 수 있는 게시판을 운영하는 곳이 있어요. 그런 게시판을 모니터링하려고 쓴 사비만 20만원이 넘어요.”A씨는 본인이 피해자라는 걸 알게 된 이후에도 피해에 맞서 당당하게 살고자 노력했다. “고소와 모니터링을 계속 하면서 학교도 다니고, 일도 하고, 삶의 끈을 놓지 않으려 엄청 노력했어요. 사실 제정신은 아니었죠. 겉으로만 멀쩡했어요. 시간이 지나도 가해자들은 유포를 멈출 기미가 없고, 오히려 더 (유포 횟수가) 확대되는 것을 보고 모든 걸 버리고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겠다고 택했죠.” 그렇게 A씨는 성형수술을 했고, 이름을 바꾸고, 학교를 그만 두었다.

근래에는 A씨의 피해 사진뿐 아니라 신상을 유추하려는 댓글도 달린다고 한다. “처음엔 다 틀린 정보의 댓글이라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진짜 사실이 적혀 있는거죠.” 그저 텍스트라고 생각했던 위협들이 자신의 실제 신상 정보인 것을 확인하자 A씨의 두려움이 배가됐다. 이른바 ‘신상털기’였다. A씨가 불법 유포와 별개로 맞닥뜨린 또다른 명백한 디지털 성폭력이었다.

삭제했지만 삭제되지 않은 이유를
플랫폼에 묻다.

지난 1년 간 정부와 국회, 법원, 그리고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와 일부 미디어 등 여러 주체가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이야기했다. 정부는 수사 및 피해영상물 삭제 지원을 확대했고 국회는 처벌의 범주를 넓혔으며 법원은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약속했다. 여성단체는 이러한 약속이 실제로 이행되는지를 끊임없이 감시하며 누구보다 가까이서 피해생존자의 일상회복을 위한 활동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우리의 추적이 확인한 피해자들의 1년 후는 여전히 암흑이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자신의 ‘검색어’를 각 종 사이트에 입력해보며 살아가고, 가해자들은 새로운 희생양을 찾아 온라인을 활보한다.

이것이 바로, 국제앰네스티와 추적단불꽃이 올해, 가해자들이 사실상 무법지대 삼은 이 ‘온라인 공간’에 주목하려는 이유다.

피해생존자 정의회복의 기본 전제는 결국 어딘가에서 돌아다닐 성착취물의 온전한 삭제에 있다. 피해생존자가 원하는 지원이란 ‘불법 사이트 차단’과 ‘유포자 강력 처벌’뿐 아니라 무엇보다 피해영상이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돌지 않는 것이다. 무엇이 가해를 영속화 하는지, 제도의 변화에도 왜 피해생존자의 고통이 멈추지 않고 삭제된 영상은 왜 되살아 나는지에 사회는 아직 뚜렷한 답을 하지 못했다.

우리는 질문한다. 이 모든 디지털 성범죄가 자행되는 실질적인 판으로 기능하는 온라인 공간에 대해 우리는 어떤 이해를 갖고 있을까? 온라인 공간을 운영해 이윤을 취하는 기업들은 이 사건에 대해 어떤 응답을 갖고 있을까? 사진과 동영상 등의 시각 콘텐츠로 광고 수익을 얻는 소셜 플랫폼 기업 또는 수십 테라바이트에 달하는 불법 성착취물을 압축한 대용량 파일 링크를 서비스하는 클라우드 기업은 어떤 책무를 절감하고 있을까?

트위터에서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화면

법적 책임이 가중되는 분위기에 따라 자체적인 예방 캠페인을 취한 기업도 있었지만 실효성은 미미했다. 트위터의 경우, 지난해 5월 당시 공론화된 텔레그램방 관련 키워드 입력 시 피해자가 도움받을 수있는 곳을 알리는 메시지를 띄웠다. 그러나 검색창에 ‘지인능욕’이라고 검색만 해도, 도움 안내 메시지 바로 밑에 지인을 능욕하는 검색 결과들이 성인인증 없이도 뜨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둘러싼 기존의 담론으로는 이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유엔 비즈니스와 인권 가이드라인[1]에 따르면, 모든 기업은 그들의 운영과 공급망 전체를 포함하여 그들이 운영하는 모든 곳에서 모든 인권을 존중할 책임이 있다. 기업은 자신의 활동이 인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기여하는 것을 방지해야 하며 그러한 영향이 발생할 때 이를 해결해야한다. 또한 기업이 직접 영향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기업의 영업 활동이나 제품 혹은 서비스 등과 연결된 관계에서 인권에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 이를 방지하고 완화해야 할 책임이 있다.

또한 2017년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일반 권고 35호[2]에 따라 각국의 기업과 초국가적 기업 등이 여성에 대한 폭력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차별을 없애고 이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가능한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르면 온라인과 소셜 미디어는 성 고정관념 근절에 초점을 맞춘 메커니즘을 만들거나 강화해야 하고, 그들의 플랫폼에서 저질러지는 모든 성차별에 의한 폭력이 근절되도록 적극 장려해야 한다.

이를 둘러싼 플랫폼 기업 그리고 새로운 기술의 ‘책무responsibility’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시급하다. 오는 4월 말 게재되는 2번째 콘텐츠에서 우리는 그 책임의 주체를 따라가본 추적기를 이어간다. 피해생존자들의 정의를 가로막고 있는 눈 앞의 방해물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파헤쳐 본다.


목, 2021/03/25- 17:00
5
0

감시가 일상인 삶

망원경으로 김일성광장을 내려다보는 김정은 위원장

망원경으로 김일성광장을 내려다보는 김정은 위원장

조지 오웰의 저서 『1984』는 감시가 일상이 된 독재 국가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가상의 국가 ‘오세아니아’에서는 당과 최고지도자의 권력을 위해 개인의 삶이 철저히 통제된다. 감시는 사회통제의 핵심수단으로 작용한다. 개인을 대상으로 물 샐 틈 없이 이뤄지는 감시는 완벽한 수준의 ‘통제된 사회’를 구현해 냈다. 이 점에서 『1984』가 묘사하는 일상생활 속 감시의 모습은 북한의 그것과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북한의 감시는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한다. 감시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지속된다. 감시가 일상에 밀접하게 침투하면서 이들의 사생활은 더이상 사적인 영역이 아닌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는 해도 24시간 관찰되고 있다는 사실이 주민들에게 엄청난 공포심이나 두려움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감시에 대해 의문을 품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 자연스럽게 그것에 순응하여 따를 뿐이다.

북한의 주민 감시 체계는 체제의 안보를 위협할 만한 잠재적 근원을 사전에 포착하고 위험 발생을 차단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당국에게는 핵심적인 사회통제 기제로 인식된다. 문제는 주민들을 향한 무분별한 사찰과 검열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 억압[1] 뿐만 아니라 사생활 침해[2] 등 다양한 인권 침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집단의 안녕을 위한다는 미명 아래 개인의 권리가 억압되는 그곳. 감시를 일상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북한이야말로 바로 ‘통제된 사회’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북한의 대민(對民) 감시 기구 – 국가보위성

2012년 보위기관창립절을 맞아 국가보위성(당시 국가안전보위부)을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2012년 보위기관창립절을 맞아 국가보위성(당시 국가안전보위부)을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

북한의 감시제도는 현존하는 그 어떤 나라보다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구축되어 있다. 북한의 정보기관인 국가보위성은 대표적인 대민 감시 기구이기도 하다. 국가보위성은 사회 질서와 치안 유지 목적을 가진 기관인 사회안전성에서 감시 조직이 분리되어 설립되었다. 이후 반국가, 반당, 반사회주의 세력에 대한 정치사찰 기능 및 방첩에 특화된 초법적 정보기관으로 발전했다.

각 도(道), 시(市), 군(郡)에는 해당 지역을 담당하는 국가보위성이 있다. 하부 행정 구역인 읍(邑), 동(洞), 리(里) 단위까지도 국가보위성 보위지도원이 상주하며 일상생활에서 주민과의 접촉점을 유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직장, 학교 등과 같이 다수의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보위지도원의 감시망에 포함된다.

보위지도원은 직접 사찰(査察)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담당구역 내 일반 주민 중 신뢰할 만한 자를 매수, 포섭해 그들에게 주민 동향을 파악하고 불순분자를 발견해 보고하도록 지시한다. 국가보위성에 포섭된 주민은 자신의 주변인을 공개적으로, 또는 비공개적으로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주변인의 사생활을 몰래 살피는 자 – ‘정보원’

미행과 감시

미행과 감시

2021년 3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이하 ‘앰네스티’는 북한에서 국가보위성에 포섭된 후 지시를 받고 비밀리에 정보원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는 한 탈북인을 만났다. 그는 약 10년간의 비밀 정보원 활동 기간 자신이 거주하던 지역의 주민 동향을 몰래 살피고 이를 정기적으로 국가보위성에 보고했다. 그가 10년 가까이 비밀 정보원으로 활동했던 것에 대해 자신의 가족도 탈북 후에야 알게 되었을 정도로 비밀스럽고 은밀하게 감시 활동이 이뤄졌다. 그는 앰네스티에 자신의 비밀 정보원 활동을 낱낱이 밝혔다. 그는 면담에서 감시 활동을 하면서 접한 정보를 통해 북한의 모순된 모습을 알게 되었고, 이것이 주요한 탈북의 이유가 되었다고 증언했다.

아래는 앰네스티가 그와 면담한 내용을 대화체로 재구성한 것이다. 면담자의 요청으로 개인 신상을 추측할 수 있는 민감한 정보와 일부 상세한 설명은 제외하고 편집한 내용임을 미리 밝혀 둔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서 북한의 주민 감시 체계를 대략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앰네스티, 면담자: A

앰네스티: 북한에서 특이한 활동을 했다고 했는데?
A: 주민 동향을 수집, 제공하는 일을 했다.

앰네스티: 주민 동향 정보는 무슨 목적으로, 누구를 위해 수집했는가?
A: 나는 보위부국가보위성 지시를 받아 비밀 정보원으로 활동했다. 아무도 모르게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했다. 나쁜 말로 하자면 스파이다.

“아무도 모르게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했다.”

앰네스티: 비밀 정보원으로 선택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A: 먼저, 우리 집안이 괜찮았다. 내 직계 가족 중 한국이나 중국으로 간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타지방에서 건너온 사람이었다. 이사 후 탈북 전까지 10년 넘게 살던 곳에서 주변 관계도 깨끗했다. 또, 나는 식품 도매업을 했다. 도매 집이다 보니 만나는 사람이 많을 것이지 않나? 사람 관계가 많다는 말은 들을 수 있는 정보가 많다는 말이다. 그리고 내 남편은 집에서 잡화를 수리하기도 했다. 집으로 사람들이 매일 찾아왔다. 그렇다 보니 우리 집은 매일 북적북적했다. 나는 인민반에서 인민반장도 하면서 여러 일을 겸직했다. 여러모로 사람들을 접하기 수월한 위치였다.

앰네스티: 어떻게 정보원이 되었는가?
A: 보위지도원과 따로 만나서 상담 후 정보원이 되었다. 북한에는 구역마다 담당 보위지도원이 있다. 어느 날 담당 보위지도원이 나에게 만나자고 하더라. 단 둘이, 남편 없이. 나는 뭔가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담당 보위지도원, 보안원과 같은 사람들과 관계가 좋아야 한다. 특히 나 같이 장사하는 사람들은 더 그렇다. 어디 다른 지역을 가자고 하면 여행 증명서가 필요한데 인맥이 좋아야 수월하게 발급받을 수 있다. 그래서 담당 보위지도원이 만나자고 했을 때 무슨 이야기인지나 들어보자고 생각해서 만났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보위지도원이 같이 좀 일하자고 말하더라. 사람이 살면서 본의 아니게 죄를 지을 수 있지 않나? 그런데 같이 일하면 내가 죄를 지어도 면제받을 수 있고, 내가 장사꾼이다 보니 많이 다니곤 했는데 여행 증명서도 임의로 떼어 줄 수 있다고 하더라. 한국은 돈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지 않나? 북한은 여행 증명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무튼, 그런 것이 조건이었다. 나는 장사꾼 입장에서 조건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동의를 했다. 이후 어떻게 활동하는지에 관한 방법을 배웠다. 1년 지나니까 대호(隊號)정식 이름 대신 사용하는 암호를 따로 주더라. 다른 사람들 모르게 활동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앰네스티: 정보원으로 오래 활동했는가?
A: 2010년쯤 비밀 정보원 활동을 시작했다. 탈북하기 전까지, 10년 가까이 계속 활동했다. 우리 딸도 내가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을 한국에 오기 전까지 몰랐다. 북한에서는 누가 누구를 감시하는지 모른다. 주변 사람 그 누구도 내가 다른 사람을 감시하는지 몰랐다. 내 존재가 밝혀지는 날에는 내 삶은 끝이라고 보면 된다. 가족도 감시하고, 친구도 감시하고, 주변 사람 다 감시했으니 그런 사실이 알려지면 인간관계가 끝나는 것이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했다. 아무도 모르게 행동해야 했다. 보위부는 비밀 정보원 외에도 공개적으로 사람들을 감시하는 사람인 ‘통보원’도 거느리고 있다. 물론 이 사람도 일반 주민이다.

“북한에서는 누가 누구를 감시하는지 모른다. 주변 사람 그 누구도 내가 다른 사람을 감시하는지 몰랐다.”

앰네스티: 혹시 다른 비밀 정보원이 누가 있었는지도 알고 있었나?
A: 이런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직감이란 게 있다. ‘아, 쟤도 비밀 정보원이구나’하는 감이 온다. 그렇게 의심되는 사람도 나처럼 집에 다른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었다. 그리고 보통 어디 갈 때 일반 사람들은 다른 지역 이동을 잘 안 하다 보니 지역을 이동할 때 거쳐야 하는 절차도 잘 모르기도 하고 여행 증명서 발급받는 것도 힘들다. 사무소를 거쳐야 하고 지역 반장, 담당 보안원 등등 다 거쳐야 한다. 물론 돈 주고 여행 증명서를 바로 뗄 수 있기도 하지만 돈 안 주고 떼려면 정말 복잡하다. 그런데 비밀 정보원으로 의심되던 사람은 나처럼 쉽게 여행 증명서를 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따금 보위지도원이 우리 집을 방문할 때처럼 그 사람 집에 가는 것을 목격했다. 그런 것을 하나씩 보다 보니까 ‘나하고 같은 일을 하는구나’라는 느낌이 왔다.

앰네스티: 국가보위성으로부터 감시 방법에 대해서도 배웠나?
A: 먼저, 활동 전에 선서를 써야 했다. 그러고 나서 자료를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방법을 배웠다. 장소, 시간, 인원, 사건 내용 등과 관련한 정보를 어떻게 기록하고 제출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보위부에서는 나에게 A4 용지와 비슷한 것을 주기적으로 줬다. 내가 장사를 하다 보니 자주는 아니었지만 다른 먼 곳으로 가는 것처럼 꾸미고 보위부 건물 안에 몇 번 들어가서 교육도 받고 그랬다.

앰네스티: 국가보위성으로부터 지시는 어떻게 받았나?
A: 보위지도원을 직접 만나서 구두로 지시를 받는다. 우리 집에는 집 전화와 휴대전화가 있었다. 보통 보위지도원은 집 전화로 연락했다. 언제, 어디서 만나자고 연락이 온다. 담당 보위지도원 방은 우리 집에서 3~5분 거리에 있었다. 인민병원 안에 보위지도원 방이 있다. 병원 건물 내부에 보위지도원 방이 자리 잡고 있어서 나는 환자처럼 위장하고 보위지도원을 만나러 가고는 했다. 장소 자체를 그렇게 묘하게 만들어 놨다. 보위지도원들은 보위부 건물이 아닌 일반 공공장소나 기관에 별도로 방을 가지고 있다. 내 담당 보위지도원은 병원 안에 방이 있었고 나와 같은 비밀 정보원들만 그런 것에 대해 알고 있었다. 나는 매달 그곳으로 가서 담당 보위지도원으로부터 지시 사항을 전달받았다. 급하게 정보를 제출해야 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보위지도원 방 근처 용지를 넣는 함에 정보를 담은 종이를 몰래 탁 던져 놓고 오곤 했다.

“나는 매달 그곳으로 가서 담당 보위지도원으로부터 지시 사항을 전달받았다.”

앰네스티: 지시 내용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A: 연도마다, 때마다 다르다. 만약에 4·15김일성 생일가 다가온다고 하면, 이와 관련한 주민 동향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2·16김정일 생일이라면 또 그 시기 주민들의 동향 자료를 요구한다. 장성택이 처형되었을 때도 이와 관련한 주민 동향을 보고하라고 해서 주변 사람들을 감시하고 관련 동향을 정리해 제출했다. 당시 수집된 정보를 총체적으로 봤더니 ‘잘 죽었다’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당이나 지도자에 대해 나쁜 말이 나오는 것을 포착하고 이를 살피는 것이 내 임무였는데 그건 안 나왔다.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군(郡)급 조직인 농근맹조선농업근로자동맹, 여맹조선사회주의녀성동맹, 청년동맹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건물이 있었다. 그 앞에는 식당이 있었는데 이곳 사람들이 식당에 드나들면서 들리는 소문 중에 비리 사건과 관련 있을 만한 정보를 별도로 수집하라고 해서 하기도 했다. 그리고 대체로 명절을 전후로 주민 동향 자료 수집 지시가 내려온다. 그런데 요구 내용은 매번 다르다. 예를 들어 1·8김정은 생일에 명절을 쇠는데 사람들이 이와 관련해 불평, 불만이 없는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도 했다. ‘영도자(김정은)가 젊은데 생일을 쇠나?’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런 것을 전부 기록하고 보고하는 것이다. 그런 자료를 보위부에서 요구했다.

2015년도인가? 보위부에서 별도의 자료집이 새로 내려왔다. 우리가 활동하는데 필요한 내용이 지침으로 나와 있는 자료집이다. 우리는 항시적으로 그런 내용을 알고 있어야 했다. ‘해외 파견자의 주민 동향 보고’ 라든지 무슨 자료, 무슨 자료 등등 엄청 많은 내용이 있었다. 자료집에 나온 내용을 계속 읽다 보니까 결국엔 내 주변에 모든 사람을 다 감시해야 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 자료를 본 이후 어느 때부터 인가 마음속에서 살며시 비밀 정보원 일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그 자료집에 따르면 내 남편도 감시 대상자였다. 지인, 친지를 감시하는 것은 응당했다. 이게 할 짓이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감시 대상은 전부 다 잡아넣어야 하는 체포 대상이었다.

“자료집에 나온 내용을 계속 읽다 보니까 결국엔 내 주변에 모든 사람을 다 감시해야 하는 것으로 보였다.”

앰네스티: 가족이 감시 대상이라는 것에 대해 많이 충격받았을 것 같은데?
A: 자료집에서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따로 있었다. 자료집에는 ‘일반 주민들 중 공화국에 대해 쇄국 정치, 독재 정치라고 불평, 불만을 가지는 사람이 있는지 잘 감시하라’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읽고 나니까 ‘아니, 그렇다면 자기네들이 스스로 쇄국 정치, 독재 정치를 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2015년 그 자료집을 받고 나서부터 많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혼란스러웠다.

앰네스티: 최근 북한 지도부에 대한 일반 주민들의 인식은 어떤가?
A: 김정은에 대한 불만은 없다. 응당 그러려니 생각하는 것 같다. 북한 사람은 어릴 때부터 ‘김씨 가문에서 대를 이어야 한다’, ‘그 사람들은 위인들이다’라고 세뇌가 되어 있다. 김정은이 권력을 이어받은 것에 대한 불만 표시는 없었다. 대신, 사람들은 ‘아, 우리도 개혁해야 하는데’, ‘우리도 달라져야 하는데’,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식으로 많이 표현하기는 했다. 그런데 나라에서는 힘든 상황이 모두 미국과 한국 때문에 그렇다고 말해왔다. 나라에서 계속 그렇게 말하다 보니 일반 사람들도 지금의 어려움을 모두 미국과 한국 탓으로 생각하게 되어 당국에 대해서는 별 불만이 없었다. 그런데 나는 감시 활동을 하면서 여러 정보를 접하다 보니 자꾸 다른 식으로 생각이 되더라. 나중에는 ‘자기네들이 독재 정치를 해서 그런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비밀 정보원 일을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까 많은 생각과 의문이 생기면서 나라에 대한 내 생각도 변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게 계기가 되어 결국 탈북했다.

“비밀 정보원 일을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까 많은 생각과 의문이 생기면서 나라에 대한 내 생각도 변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1. 세계인권선언 제19조: 모든 사람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이 권리에는 간섭받지 않고 자기 의견을 지닐 수 있는 자유와, 모든 매체를 통하여 국경과 상관없이 정보와 사상을 구하고 받아들이고 전파할 수 있는 자유가 포함된다.

2. 세계인권선언 제12조: 어느 누구도 자신의 사생활, 가족관계, 가정, 또는 타인과의 연락에 대해 외부의 자의적인 간섭을 받지 않으며, 자신의 명예와 평판에 대해 침해를 받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그러한 간섭과 침해에 대해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월, 2021/03/29- 19:00
6
0

오늘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가 맞이하는 52번째 ‘지구의 날’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는 지금,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

안타깝게도 지구촌에서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으로 인한 사람의 피해가 나날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호주는 작년 악명 높은 산불에 이어 지난 3월에는 60년 만에 최악의 홍수 피해를 맞이하며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너무도 다른 양상의 기후 피해를 경험했습니다. 국내에서는 2018년 폭염이 있었고, 2020년에는 홍수와 산사태가 한반도를 휩쓸며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무분별한 개발이나 기업 활동으로 인해 식수가 오염되고 공기의 질이 나빠지는 등 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오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기후의 급격한 변화와 환경오염이 사람의 생명과 삶의 터전에 미치는 영향이 최근 급증하며 건강, 물, 주거, 생계 등에 대한 권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세계인권선언에서 ‘환경’이 쏙 빠진 이유

생명권, 건강권, 물에 대한 권리 등 인권은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바탕입니다. 이러한 권리들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또 다른 중요한 바탕은 바로 건강한 환경입니다.

하지만 환경이 인권에 미치는 영향에도 불구하고 현대 국제인권의 시초가 된 세계인권선언에서 건강한 환경을 누릴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1940-60년대 인권과 환경 운동 연표
1940-60년대 인권과 환경 운동 연표

기후와 환경의 변화가 사람의 권리에 미치는 영향이 시간이 지날 수록 가속화되면서 비교적 최근에서야 그 심각성이 주목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환경을 둘러싼 운동은 196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본격화되기 시작했습니다. 1948년 12월 유엔총회에서 세계인권선언이 선포된지 무려 20년 후의 일입니다.

따라서 40년대 후반 각국 대표들이 모여 선언의 초안 내용을 논의하는 과정에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반영될 수 없었습니다.

환경문제 따로, 인권문제 따로? NO!

기후위기와 환경과 관련한 인권적 피해와 국가, 기업들의 책임이 각국 법정에서 인정되며 환경의 문제가 인권 침해의 관점에서 다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기후와 인권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색칠된 카드보드 팻말들

기후와 인권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색칠된 카드보드 팻말들

2020년 9월 포르투갈의 청소년 및 아동 환경운동가들은 각 정부가 기후위기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청소년의 생존권과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유럽 33개 국가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유럽인권재판소에 제기된 최초의 기후소송입니다.

소송을 제기한 활동가들은 이상기후로 인해 발생한 산불로 이웃 120여명이 목숨을 잃는 것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일부 활동가는 2018년 폭염으로 기온이 44도까지 치솟았던 리스본 출신입니다.

이에 유럽인권재판소는 지난 11월 원고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하며 기후변화의 피해가 유럽인권법 제3조 ‘비인간적이거나 모욕적인 처우나 처벌’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따지겠다고 밝혔습니다.

매년 나이저 강 삼각주에서 수백건의 기름 유출이 발생했으며, 정화 작업은 대부분 효과가 크게 없었다.

매년 나이저 강 삼각주에서 수백건의 기름 유출이 발생했으며, 정화 작업은 대부분 효과가 크게 없었다.

지난 2015년에는 나이지리아 주민 4만여명이 석유회사 로열더치쉘(이하 ‘쉘’)에 수질오염으로 인한 인권 침해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기업 활동으로 나이저 강 삼각주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로 인해 심각한 수질 오염이 발생했으며, 강에서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원고 대부분은 깨끗한 식수는 물론이고 생계 수단마저 잃게 되었습니다.

매년 나이저 강 삼각주에서 수백건의 기름 유출이 발생했으며, 정화 작업은 대부분 효과가 크게 없었다.

매년 나이저 강 삼각주에서 수백건의 기름 유출이 발생했으며, 정화 작업은 대부분 효과가 크게 없었다.

그러나 쉘은 환경오염을 야기한 회사가 나이지리아 내 자회사이기 때문에 영국에 위치해 있는 본사가 책임을 질 수 없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한편 국제앰네스티는 조사 활동과 캠페인을 통해 쉘이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한 환경과 인권적 피해에 마땅한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습니다.

마침내 올해 2월, 영국 대법원이 항소 판결을 뒤집고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해 영국 법원에서 쉘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결정했습니다. 다국적 기업이 해외에서 야기하는 환경오염에 대해 실질적인 책임을 규명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이 기념비적인 판결은 쉘을 비롯해 해외에서 인권침해를 저질러 온 다국적 기업들이 처벌을 피해온 현실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마크 더멧, 국제앰네스티 글로벌 이슈 프로그램 디렉터

최종 판결문에서 국제앰네스티의 조사 보고서가 증거로 활용되었다는 점이 언급되었으며, 판결 당일 마크 더멧Mark Dummett 국제앰네스티 글로벌 이슈 프로그램 디렉터는 성명을 통해 이 기념비적인 판결이 “쉘을 비롯해 해외에서 인권침해를 저질러 온 다국적 기업들이 처벌을 피해온 현실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며 “책임 회피에 기반을 둔 비즈니스 모델의 근간을 뒤흔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이 정부의 소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이 정부의 소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작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이 헌법소원을 통해 정부의 무책임한 온실가스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며 청소년 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의 계층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The Time is Now! 건강한 환경, 권리로 인정하라

유엔 인권이사회 정기회의실의 모습

유엔 인권이사회 정기회의실의 모습

지난 9월, 유엔 인권이사회에는 ‘The Time is Now’라는 제목의 호소문이 도착했습니다.

호소문은 “죽은 지구에 인권은 없다”며 인권이사회가 지금까지 다루어지지 않았던 ‘안전하고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권리’를 정식으로 인정하고 환경오염이 일으키는 인권 침해를 즉시 규명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전세계 1,150개 이상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이 요구에 함께하고 있으며, 지난 3월에는 인권이사회 정기회의에서 국제앰네스티를 포함한 단체들이 해당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국가들도 이같은 움직임에 동참하기 시작했습니다. 3월 9일 모로코, 몰디브, 스위스, 슬로베니아, 코스타리카는 인권이사회에서 성명을 발표해 각국이 건강한 환경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는 과정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으며 한국을 비롯해 60개가 넘는 국가들이 이에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기후위기는 인권위기라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웃고 있는 유스 활동가들의 모습

기후위기는 인권위기라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웃고 있는 유스 활동가들의 모습

인권을 누리기 위해 필수적인 건강한 환경에 대한 권리는 지금 당장 필요합니다.

새로운 권리의 국제적인 인정을 시작으로 내년, 10년, 20년 후의 지구의 날에는 우리가 지구를 떠올릴 때 안전하고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의 모습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목, 2021/04/22- 17:00
3
0

초고속 ‘n차’ 유포 불붙이는 ‘클라우드’

국제앰네스티 X 추적단불꽃

지난해 말, 150명 이상의 피해자를 양산한 끔찍한 불법 촬영 유포 범죄가 발생했다. 한 명의 가해자가 수백 명의 여성들과 성관계를 맺은 영상을 불법 촬영해 이를 온라인에 유포했다. 이후 가해자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수 백 편의 영상은 온라인 클라우드 서비스인 구글 드라이브에 저장돼 있었다. 가해자는 숨지기 전 구글 드라이브에 최소 1TB테라바이트가 넘는 피해자들의 영상을 업로드했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구글 드라이브 링크 주소를 수천 명이 상주하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공유했다. 링크를 발견한 수천 명의 가담자들은 구글 드라이브를 타고 들어가 영상을 다운받았다. 영상은 다시 텔레그램, 다크웹Dark Web, 불법 성인 사이트 등 온갖 온라인 세상으로 퍼졌다.

대용량 영상이 삽시간 내 널리 퍼질 수 있었던 건 클라우드 기능의 편리성 때문이었다. 영상을 하나씩 소셜 플랫폼이나 웹사이트 게시판에 올리려면 업로드 시간도 오래 걸리고 기기의 저장 공간에 제한도 있다. 그러나 클라우드에 올려놓고 링크 하나만 공유하면 누구든 그 링크를 타고 들어가 영상에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탓에 가해자 역시 국내에서 범용성이 두드러지는 클라우드로 피해영상물을 유포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가해자들의 ‘믿는 구석’, 클라우드

클라우드에 대한 문제 제기는 사실 새로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대대적으로 불거진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피해물이 퍼진 방식만 봐도 알 수 있다. 실제 ‘n번방’을 최초로 개설한 장본인 문형욱(닉네임 갓갓)은 2019년부터 2020년 초까지 아동 성착취물 600건을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해 해당 링크를 온라인에 유포했다. 이후 링크를 가진 이들은 돈을 받고 팔거나, 대가 없이 유포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추적단불꽃에 연락을 취해온 이들 중에는 이런 제보자도 있었다. “트위터에서 ‘n번방’ 피해 영상이 담긴 줄 모르고 ‘메가’ 링크를 5만 원 주고 샀다”며, 반성문과 함께 지금은 비활성화된 메가 링크 하나를 불꽃의 메일로 보내온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호주에서도 지난해 10월, 44명의 남성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아동 성착취물을 소지하고 공유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아동 성착취물을 클라우드에 업로드해 전 세계 수천 명의 성범죄자들과 공유했다.그렇다. 추적단불꽃이 지난 2년 동안 수십 개의 소셜 미디어와 검색 플랫폼을 꾸준히 모니터링한 결과,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을 비롯한 모든 범주의 불법 유포물은 정확히 하나의 지점에서 만났다. 바로 ‘클라우드 링크’를 타고 퍼진다는 것이다. 구글 드라이브, 메가, 드롭박스, 네이버MYBOX 등 클라우드 기술이 제공하는 간편하고 효율적인 파일 저장 및 공유 기능의 부정할 수 없는 이면이었다.
추적단불꽃이 지난 2년 동안 수십 개의 소셜 미디어와 검색 플랫폼을 꾸준히 모니터링한 결과,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을 비롯한 모든 범주의 불법 유포물은 정확히 하나의 지점에서 만났다. 바로 ‘클라우드 링크’를 타고 퍼진다는 것이다.

 

가해자들의 말들 재구성한 그래픽

가해자들이 상주하는 텔레그램 채팅창에서는 드라이브에 관한 수많은 대화가 오간다. 이들에게 드라이브는 가장 빠르게 대용량 성착취물을 취하는 통로이자 결코 본인들의 신원이나 행적이 추적당하지 않을 거라 장담하는 ‘믿는 구석’이었다.

그래서 클라우드가 뭔데?

‘클라우드’는 온라인 서버와 소프트웨어, 저장공간 등의 IT 자원을 탄력적으로 사용하는 컴퓨팅 환경으로 사용자의 개인 외장하드나 자체 서버 없이도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거나 대용량의 자료를 보관하고 공유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에 컴퓨터를 활용하는 각종 작업과 자료의 저장이 개개인의 컴퓨터 장치에서 이루어진 것과 달리, 클라우드 서비스는 서비스 제공 기업의 데이터 센터 서버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사용자는 인터넷에 연결된 한, 기기에 상관없이 해당 서비스에 로그인함으로써 서버에 저장돼있는 자료를 꺼내 쓸 수 있다. 해외 기업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국내 네이버, 카카오도 기업용 및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며 클라우드 업계는 본격 호황기를 맞았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 확대로 인해, 생성된 데이터를 관리하는 인프라로 클라우드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글로벌 공용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은 전년도보다 35% 증가한 1,200억 달러 규모[1]로 특히 한국의 경우[2] 2021년까지 연평균 20.5%씩 증가해 시장 규모만 3조4,4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복붙’ 한 번이면 끝나는, 손쉬운 유포 방법

지난 2년간 텔레그램, 트위터 등 SNS상에서 아동ㆍ청소년 성착취 영상 및 각종 불법 촬영물이 거래되는 양상을 살펴보았을 때, 판매자와 구매자는 페이스북, 트위터,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나 메신저로 연락을 한 뒤 구글 드라이브, 메가구 메가업로드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해 성범죄물을 주고받는 패턴을 보였다. 이렇게 전달받은 클라우드 링크를 클릭하면 수백 개, 또는 수천 개의 영상을 한 데 볼 수 있다. 클라우드에 올라와 있는 피해 영상의 링크를 ‘복사’해, 가해자들이 있는 방에 ‘붙여넣기’만 하면 ‘n차’ 유포가 시작된다.불과 며칠 전인 4월 13일에도, 가입자가 1만 명이 넘는 ‘페이스북’의 한 그룹에서 ‘메가 3TB테라바이트’ 링크를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그 게시물에 첨부된 저장 목록 캡처 사진을 보니 수많은 미성년자 피해자가 등장하는 불법 촬영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용량의 각종 디지털 성범죄물이 저장돼 있음을 홍보할 목적으로 클라우드 화면 캡쳐 올린 걸 볼 때, 이들 사이에서는 클라우드를 판매하고 구입하는 문화가 이미 정착된 듯했다. 1990년대 일명 ‘빨간 비디오’가 ‘비디오테이프’를 매개로 저장되고 유포됐다면, 오늘날 디지털 성착취물은 ‘클라우드 링크’를 타고 그 어느 때보다 멀리 그리고 빠르게 퍼지고 있던 셈이었다.

국내 개인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2019년 기준 네이버 MYBOX와 구글 드라이브다. 가해자들은 이름과 전화번호 일치 여부 확인 등 본인 확인 절차를 요구하는 네이버와 달리 가상번호로 복수의 계정을 만들 수 있는 구글의 서비스를 선호했다. 가해자들이 상주해있는 텔레그램 방에서는 종종 “텔레그램에서 성범죄 저지르면서 국내 클라우드 쓰는 바보는 없지?”라는 말이 오갔다.

판매자와 구매자는 페이스북, 트위터,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나 메신저로 연락을 한 뒤 구글 드라이브, 메가구 메가업로드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해 성범죄물을 주고받는 패턴을 보였다.

기사를 작성 중이던 4월 19일에도 “성관계 불법촬영물 구드구글 드라이브 링크 2TB테라바이트 보유중”이란 홍보 글이 텔레그램 대화방에 버젓이 올라왔다. 한 번 구글 드라이브 링크로 퍼진 피해 영상은 반복적으로 누군가의 구글 드라이브에 저장돼 무한정 유포되는 것이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클라우드에서 최초 게시자의 정보를 빠르게 알려주면 수사가 수월할 테지만, 클라우드 서비스업자들은 사건에 따라 자체적인 협조 기준을 두고 있어 사건 수사에 난항을 겪는다”며 “시간이 지체되는 동안 영상물 유포는 더 광범위해지고 피해자의 고통은 더 확산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화면 캡쳐 1. 딴놈들한테 가서 이상한 거 받아보지말고 나한테 와서 확실한거 다 받아가라 메가 3테라페북에 떠도는 희귀자료말고 구하기 힘든 희귀자료 다량 보유중~~

지난 3월 31일,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구글의 투명성 보고서[3]에 따르면 구글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n번방’ 사건과 관련해 2020년 1월부터 6월까지 구글 검색, 구글 드라이브의 111개 항목에 대한 신고 요청을 받았고, 같은 해 5월부터 6월까지 한 달간 구글 검색 URL 46개에서 ‘n번방’을 직접 언급한 신고 요청을 받아 액세스를 삭제하거나 차단했다고 밝혔다. 구글은 자동 탐지 기능, 사람에 의한 탐지 작업, 해시 매칭 방식, 머신러닝 분류 등을 활용해 아동성적 학대물을 근절하려는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고가 접수될 경우 미국 국립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National Centre for Missing and Exploited Children에 연계해 전 세계 각국의 적절한 법 집행 기관에 전달된다고 공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동이 아닌 성인 피해물의 경우엔 그 사정이 조금 다르다. 구글은 지난 2015년부터 성인 피해물을 ‘동의없이 공유된 선정적 이미지나 은밀한 개인 이미지’의 범주에 넣고 구글 검색결과에서 삭제하도록 요청하는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 ‘구글에서 콘텐츠를 삭제할지 판단할 때는 공익과 보도 가치를 고려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기 바란다’며 ‘매우 드물지만, 사용자에게 공개해야 하는 공익 차원의 강력한 필요성에 따라 신고된 콘텐츠를 삭제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도움말 센터에 밝힌 상태다. 

이 부분과 관련해 구글코리아에 받은 답변에 따르면, “아동 성적 학대물과 달리 성인 피해물은 의도적으로 제작된 포르노물인지 ‘리벤지포르노’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구글은 피해자 신고 혹은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대신해서 확인해 줄 수 있는 기관들[4]을 통해 비동의 유포된 성인 피해물임을 확인하고 있다.” 결국 구글에서 성인이 등장하는 피해 영상이 삭제되기 위해서는 피해 당사자와 신뢰 기관, 정부 기관을 통해 동의 없이 공유된 성인 피해물임을 인증받은 후에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런 삭제 절차로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 영상을 유포하는 가해자들의 속도를 따라잡기에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구글에 직접 신고해봤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 영상이 퍼지는 플랫폼이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삭제 요청을 하는 과정에서 종종 벽에 부딪혔다. 추적단불꽃은 지난 2년간의 취재 속에서 다양한 피해자들의 사례를 확인했고, 피해자 지원 과정에서 대리 신고를 진행하기도 했다. 자신의 피해 영상이 있는 클라우드 링크나 구글 검색 결괏값을 삭제할 것을 구글에 요청해본 피해자 및 활동가들의 증언을 재구성했다.

#1. 신고가 제대로 된 것인지, 하염없이 기다릴 뿐

구글 화면 캡쳐. Google에 제출한 신고

피해 사진을 하나라도 더 지우기 위해 불법 사이트를 돌아다녔다. 한 불법 사이트 **** 에서 내 사진이 들어 있는 ‘구글 드라이브’ 링크를 발견했다. 증거를 확보해야만 신고가 가능했기에 불법 사이트인지 알면서도 포인트를 구매해 내 사진을 결제했다. 구글 드라이브 링크를 받아 열어보니, 내 피해 사진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다른 피해자들의 사진과 함께 저장되어 있었다. 수십 번을 지웠음에도 또다시 발견한 내 사진을 보며 낙담했다. 사진의 오른쪽 상단 메뉴 중 ‘악용사례 신고’를 클릭했다. 구글에 신고를 접수하자 게시물 신고를 접수했다는 자동 이메일만 왔을 뿐, 삭제 진행상황에 대한 추후 알림은 오지 않았다. 진행 상황을 모르고 그저 기다리는 이 순간에도 얼마나 더 많은 가해자들에게 링크가 공유될지 생각하면 아찔했다. 매일같이 그 링크를 접속해보기를 5일, 드디어 “접속할 수 없는 링크”라는 창이 떴다. 이렇게 하나의 링크를 막았지만, 언제 또 내 사진을 발견하게 될지, 두려움은 여전하다.

피해 사진 비동의 유포 피해자 C씨

#2. 문의 전화는 먹통, 본사에 전화하자니 언어장벽

영상은 한시라도 빨리 내려야 추가 유포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내 영상에 꼬리표처럼 붙은 ‘키워드’를 검색하면 내 개인정보가 적혀있는 사진이 바로 구글에 뜬다. 해당 사진에 대해 삭제요청을 해놓은 상태였지만, 이틀이 지나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지금 당장 내려달라고 요청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 구글 메인 페이지 하단의 구글 코리아 전화번호로 전화 문의를 했다. 구글 코리아 대표전화로 전화를 걸어봤지만, “온라인을 참고하라”는 자동응답이 나올 뿐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구글 본사로 전화를 연결해보려 했지만, 거긴 미국이었고, 난 영어도 잘 못 하는 상황에서 내 영상을 내려달라고 말할 자신이 없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K씨

#3. ‘신고 양식’은 어디에

구글 화면 캡쳐 3. 본인 동의 없이 게시된 부적절한 이미지 또는 영상 신고하기

구글에서 내 피해 영상이 검색되는 것을 발견하고 올바른 신고 양식을 찾기까지 꽤 헤맸다. ‘동의 없이 공유된 선정적 이미지나 은밀한 개인 이미지 Google에서 삭제하기’라는 페이지를 찾는 것 자체가 일이었다. 가장 구글 검색창에 ‘삭제 요청’을 검색하자 ‘구글에서 정보 삭제하기’라는 결괏값이 나왔고, 여러 번의 스크롤 끝에 ‘구글의 삭제 정책 검토’라는 파란색 하이퍼링크 글씨를 발견해 링크를 타고 들어갔다. 또다시 길을 잃었다. ‘동의 없이 공유된 선정적 이미지나 은밀한 개인 이미지’, ‘동의받지 않은 가짜 포르노’, ‘연락처 정보를 노출하는 ‘신상털기’ 콘텐츠’ 등으로 카테고리가 나뉘었기 때문이다. 내 경우처럼 3가지 모두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3번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인지, 내가 올바른 신고 양식에 유효한 정보를 기입하고 있는 것인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피해 영상 비동의 유포 피해자 D 씨

#4. 신분증 올려 피해자 본인 ‘인증’하는 신고 방법

구글 화면 캡쳐. 신원확인을 위한 증빙자료 제출

구글 검색에서 피해자 동의 없이 게시된 불법 촬영물을 발견했다. 그러나 구글의 ‘본인 동의 없이 게시된 부적절한 이미지 또는 동영상 신고하기‘ 신청 양식에 필수로 입력해야 하는 항목들이 피해자에게는 버거울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름, 국가, 전화번호, 이메일 그리고 무엇보다 신고자의 신원 확인을 증빙하기 위한 필수 제출 자료로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첨부해야 했다. 피해 영상이 돌아다니는 온라인에 피해자의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찍어 올리는 행위를 해야 한다니. 어렵게 신분증을 업로드했다 해도 망설여지는 지점은 또 있다. 신고서를 제출하려면 ‘본인은 Google이 이 요청에 조처를 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사실과 Google이 관련 법에 따라 삭제 요청을 제출할 다른 방안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에 동의해야 했기 때문이다. 신분증을 업로드해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를 미리 해두는 것 같았다.

피해 영상 비동의 유포 대리 신고자 추적단 불꽃 ‘단’ 증언

이처럼 피해자들은 구글 등 기업에 직접 신고를 할 때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돕는 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소장은 “구글은 아동성착취물콘텐츠를 제외하고는 신속하지 못하다. 왜 이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지 피해자나 피해자 대리인이 자세한 소명을 해야 하고, 그에 대한 검토, 판단, 조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피해자를 배려하지 않은 구글의 정책을 지적했다. 이에 정부에서 피해자를 돕고자 공공기관이 직접 대리로 구글에 협조를 구하기도 한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센터’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영상물을 삭제 지원하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산하 정부 기관이다. 센터는 “구글과 정부 기관 전용 삭제 창구를 이용하도록 핫라인을 구축하여 협력하고 있다. 다만 구글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 촬영물에 대한 자체적인 판단기준을 두고 있어, 경우에 따라 지원센터의 요청에 따른 즉각적인 협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구글코리아에 추적단불꽃이 발견한 위의 장벽들에 대한 공식 확인을 요청한 결과, 구글은 #1에서 지적한 ‘삭제 처리 진행 상황 안내 미흡’에 대해 “(구글은) 해당 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 인권 침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해 ‘박사방’ 사건부터 최근의 불법 촬영 및 유포 사건 등 다수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변호하는 신진희 국선변호사는 “구글 드라이브에서 최초 유포된 원본 영상을 내려받은 가해자들이 누군지 파악이 안 됐는데, 소지자들은 이미 피해 영상을 재가공해 유포하고 있다”며 “유포가 광범위해질수록 피해자들은 피가 마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흔히 새하얀 구름 모양 아이콘으로 표현되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저장하고, 어디서든 꺼내 볼 수 있게 만들어줬다. 하지만 유용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디지털성범죄를 그저 신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묘사되는 ‘기술의 양면’ 혹은 ‘신기술의 그늘’ 정도로 치부하기엔 그 피해의 정도가 너무나 방대하다. 기술의 발전에 기생해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들의 활동이 진화하는 만큼 기술 개발자와 운영자 모두가 신기술이 인권을 침해하거나 악용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하고 있는지 다시 질문을 던지는 이유다.

하지만 유용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디지털성범죄를 그저 신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묘사되는 ‘기술의 양면’ 혹은 ‘신기술의 그늘’ 정도로 치부하기엔 그 피해의 정도가 너무나 방대하다. 기술의 발전에 기생해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들의 활동이 진화하는 만큼 기술 개발자와 운영자 모두가 신기술이 인권을 침해하거나 악용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하고 있는지 다시 질문을 던지는 이유다.
신진희 변호사는 “(전 세계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클라우드) 기술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부작용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으니 이에 대한 규제는 국가기관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논의가 되어야 한다”라며 ”기업에서도 기술을 개발하면 새로운 세상이 될 것처럼 좋은 점만 부각할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나서서 부작용을 확인하고 개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속도경쟁만 한다”고 꼬집었다.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김승주 교수는 “과거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관여되어 있는 구성원들이 확대되고 있어서 결국 기업이 사건의 당사자라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건전한 인터넷 환경을 만들려면 클라우드 사업자도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1] 포레스터 리서치
[2] 가트너 <2021년 세계 퍼블릭 클라우드 지출 전망>
[3] 구글 투명성 보고서, 방송통신위원회, 2021.3.31
[4] 그 내역을 검토 후 삭제처리 하고 있다.
수, 2021/05/12- 09:00
3
0
2021년 5월 14일 / 한국일보 /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

돌아오는 월요일, 17일은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AHOTB이다. IDAHOTB은 더 이상 동성애를 정신 질환으로 분류하지 않기로 한 세계보건기구의 결정을 기념하기 위해 1990년 유엔이 지정하였다. 2018년에는 트랜스젠더 역시 정신 질환 목록에서 제외되었다.

이처럼 국제사회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인터섹스이하 LGBTI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한국 사회의 LGBTI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공고하다. 이러한 차별은 의료와 고용, 주거와 같은 기본적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함으로써 개인과 사회에 비극적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성별정체성 때문에 강제 전역 당했음에도 트랜스젠더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용감하게 목소리를 높였던 고 변희수 하사 등 트랜스젠더 3명이 올해 초 연이어 사망한 사건이 이를 방증한다.

한국에서 트랜스젠더 인권의 주요한 장애물은 매우 제한적인 법적 성별 정정 과정이다. 전월세 계약, 공문서 발급, 취업 등 주민등록번호가 표기된 신분증으로 대다수의 공적 증빙 활동을 해야하는 한국에서 신분증에 표시된 성별과 신분증 소지자의 실제모습이 현저히 다른 경우, 즉 법적 성별 정정을 획득하지 못한 개인은 사실상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하다.

국제앰네스티와 인터뷰한 한 트랜스젠더 고등학생은 이렇게 밝혔다. “학교에서는 법적 성별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이분법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튄다’ 싶으면 욕합니다. 사회에 나가서도 쉽사리 취업하기 어려워,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싼 수술비를 모으기는 커녕 생계를 이어 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수술을 다 마쳐도 판사 마음에 따라 법적 성별이 정정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어요.”

지난해 발표된 국가인권위원회의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들은 병원 진료, 보험 가입, 은행 업무, 취업, 투표참여까지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취업의 기회마저 제한된 상황은 이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때문에 이들은 비정규직, 혹은 일용직 외에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학교와 교실에서 소외되고 있다. 사실상 삶의 거의 모든 면에서 차별에 직면하고 있다.
많은 트랜스젠더들은 폭력적 요건 때문에 법적 성별 정정을 포기한다. 실태조사에서 591명의 응답자 중 단, 8%만이 합법적으로 성별을 변경했는데, 86%는 시도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그 중 약 60%는 법원이 요구하는 의료 시술 비용 부담을, 40%는 법적 절차의 복잡성을 포기 사유로 밝혔다.

누구나 혐오와 차별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고싶어 한다.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LGBTI도 그렇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트랜스젠더를 차별에서 보호하는 것은 고사하고, 폭력적 성별 정정 과정을 유지함으로써 의무를 저버리고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이유로한 차별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이 국회에서 여전히 표류하고 있는 것 역시 무책임의 연속이다.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정신과진단, 강제적 불임시술, 성기 재건과 같은 의학적 치료를 요구하지 않고 개인의 자기선언에 기초하여 간단한 행정절차를 통해 성별 정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각국에 오랜 기간 촉구해왔다. 그러나 한국은 차별적이고 폭력적 조건이 포함된 낡은 대법원 지침을 유지하여 국제인권법과 기준을 위반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차별적 법적 성별 정정 절차를 즉각 개선해야 한다. 변 하사를 비롯한 최근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시민들은 분노와 용기로 연대하고 있다. 차별과 혐오에 맞서 정부가 제 역할을 다한다면, 누구도 차별의 벽 앞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윤지현 사무처장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윤지현 사무처장

금, 2021/05/14- 22:00
3
0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 비난 후 폭파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옆 훼손된 개성공단지원센터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 비난 후 폭파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옆 훼손된 개성공단지원센터

대북전단금지법

2020년 12월 14일 한국의 국회 본회의에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약칭 ‘남북관계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었다. 국회에서 의결된 이 법은 같은 달 29일에 공포되었으며, 공포일을 기준으로 3개월이 지난 2021년 3월 30일부터 법의 효력이 발생했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담은 이 특별법은 일명 ‘대북전단살포금지법’ 또는 ‘대북전단금지법’으로 대중에 잘 알려져 있다. (이하 ‘대북전단금지법’)

논란, 그리고 상반된 입장

그러나 대북전단금지법은 입법 단계부터 과도한 표현의 자유 침해 등을 이유로 국내외에서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법안 도입에 대해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맞설 만큼 양 측 모두 자신의 주장에 대한 나름의 명확한 근거와 이유를 가지고 있다.

법안에 찬성하는 측은 안전평화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법안에 반대하는 측은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의 접근법

양측이 우선적으로 내세우는 가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위해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거나 무시되어서는 안 되는 주요한 인권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권적 측면에서 국제앰네스티는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60여 년간 세계인권선언을 비롯한 국제인권규범에 근거해 독립된 활동을 펼치며 개별 사안을 다루는 데 있어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불편부당성不偏不黨性, Impartiality’을 유지하고자 노력해 왔다.[1] 이번 대북전단금지법 논란을 바라보는 국제앰네스티의 입장 역시 그동안 일관되게 유지해 온 기준을 바탕으로 한다. 아래 글에서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아놀드 팡Arnold Fang 동아시아 조사관이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국제앰네스티의 접근법을 간명하게 정리해 보았다.

우리는 대북전단금지법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에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먼저, ‘시민사회단체는 대북 전단을 살포해야 하는지’, 그리고 ‘한국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 단체의 활동을 제한해야 하는지’이다. 전자는 이들 단체에 의해 다른 이들, 특히 남·북한 사람들이 어떤 위험에 맞닥뜨리게 되는지와 관련이 있다. 후자는 정부가 정당한 이유를 내세워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제한하는지와 관련이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북한을 포함한 수많은 나라의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이슈를 다뤄왔다. 표현의 자유에 대해 우리의 입장은 국제인권법과 일치한다. 바로 ‘모든 사람은 모든 매체를 통하여 국경과 상관없이 정보와 사상을 구하고 받아들이고 전파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모든 매체를 통하여 국경과 상관없이 정보와 사상을 구하고 받아들이고 전파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우리는 이러한 권리 행사에는 특정한 의무와 책임이 함께 한다는 것도 인정한다. 국제앰네스티는 ‘무위해성의 원칙The principle of ‘Do No Harm’’에 따라 개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활동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현재 북한의 상황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표현의 자유가 여전히 심각하게 제한돼 있다. 북한 당국의 사전 승인 없이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인쇄물이나 시·청각 자료를 소지한 북한 사람은 자의적 구금, 고문 또는 기타 부당한 대우와 같은 다양한 인권 침해의 위험에 처해질 수 있다.

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는 전단, USB 드라이브, 또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형태로 북한에 정보를 보내는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북한 사람들과 외부 간 의사소통이 현재와 같이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정보 교류 방식을 추구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활동에 참여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남·북한 경계를 넘나드는 정보 교류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계속해서 역할을 할 것을 요구한다. 현재의 표현의 자유 제한이 한국 사람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되었을 수도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와 같은 제한을 결코 북한 당국의 위협에 대한 해결책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한국 정부는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분리된 이산가족을 포함해 남·북한 사람들 간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허용하는 합법적인 경로를 개설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현재의 표현의 자유 제한이 한국 사람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되었을 수도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와 같은 제한을 결코 북한 당국의 위협에 대한 해결책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1. Amnesty International (1978) Impartiality and the Defence of Human Rights, London: Garden House Press.

월, 2021/05/17- 21:00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