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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함께 쓰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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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함께 쓰는 희망

admin | 토, 2019/11/09- 00:15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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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이승연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요즘이다. 올해의 거사 중 하나였던 ‘이사’는 얼렁뚱땅 진행되어버렸다. 이사하면서 아이 방도 새로 꾸며주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가구 구경 다니는 사치도 누릴 수 없었다.

첫째가 당분간 유치원에 가지 않아 아이 둘과 함께 집콕이 계속되다 보니 이사하기 전 짐 버리기, 이사 후 짐 정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찜찜한 날들이 이어졌다. 낯선 동네에 와서 집에서 아이 둘과 온종일 있으려니 머리도 지끈거리고 우울함이 밀려왔다.

해야 할 일을 다음으로 계속 미루고 그냥 하루하루를 때우는 날들, 그런 날들의 한가운데서 둘째 아이의 피부가 심상치 않아 보여 소아과를 방문했다.

“어머니, 이거 농가진이에요. 심하면 입원까지 해야 할 수도 있는 거예요. 왜 이제 오셨어요? 이렇게 심하게 돼서 오는 분은 없는데요. 제가 다 놀랬네요.”

나보다 더 호들갑을 떠는 의사의 꾸지람에 가까운 진단을 듣고 보니 그제야 둘째 목에 생긴 시뻘건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어린 게 얼마나 아팠을까. 무심한 엄마 때문에 고생하는 5개월 된 둘째가 측은해서 나도 모르게 기저귀를 갈다가도 분유를 먹이다가도 ‘에구, 미안해’하고 연거푸 사과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있던 첫째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흥, 엄마는 왜 나한테는 미안하다고 안 해? 내 공책도 찾아준다고 해놓고 안 찾아주고, 나랑 놀아준다고 해놓고 있다가~있다가 하고만 말하고. 언제 내 말 들어줄 건데~~~”

그냥 미안하다고 하고 아이를 안아주면 될 걸 나도 모르게 첫째한테 화를 냈다.

“엄마가 놀고 있니? 엄마도 지금 해야 할 게 많은데 못하고 있잖아. 좀 기다려! 이제 혼자 좀 놀면 안 되니! 너 자꾸 울면 반성문 쓰라고 한다.”

내 안에 쌓인 스트레스를 첫째한테 쏟아놓고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내 휴직은 엉망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은 많은데 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답답함.

그리고 평소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삼시 세끼 아이 끼니를 챙기고 어질러진 집을 치우는 노동을 지속해서 반복해야 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휴직을 하면서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아이와 실컷 놀기’ 아니었던가! 일할 때는 할 수 없었던 소소한 것들 해보기, 이를테면 맛있는 요리 함께 만들어서 먹기, 일상 속에서 소소한 사진 찍고 그림 그리며 추억 만들기 뭐 이런 거 아니었나? 또 휴직 중이 아니었다면 불안해하며 아이를 긴급 보육으로 유치원에 보내야 할 뻔했는데 다행인 거 아닐까.

머리로는 하루하루 시간이 아깝다고 하면서 주어진 시간을 사용하기보다는 흘려보내기에 바빴다. 아이들 밥 챙기고 놀아주느라 스트레스라고 말하면서도 하루 한 끼는 꼭 빵, 인스턴트로 대신하며 평소보다 더 대충 차려주고, 실질적으로 아이와 마주 앉아 온전히 놀아준 시간은 하루 한 시간도 될까 말까 했다. 거기다 둘째는 자주 씻기고 살피지도 못해서 전염병에 걸리게까지 하고 말았다.

반성문을 써야 하는 건 아이가 아니라 나였다. 언행불일치,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는 나. ‘바깥’의 상황을 탓하느라 내 ‘안’을 들여다보지 못한 어리석은 나. 일상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하고 어려운 것인지 알면서 우습게 생각한 나.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날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나. 약자인 아이에게 화를 내고 설득력 없는 말로 합리화하려는 엄마라는 이름의 나.

무슨 말을 하다가 첫째가 그랬다.

“엄마 오늘 무슨 요일이야? 유치원에 안 가니까 오늘이 주말인지 언제인지 모르겠다.”

“엄마도 그래. 오늘 날짜도 모르겠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네.”

“맞아. 밖에서 놀지도 못하고 놀이터도 못 갔는데 하루가 너무 빨리 가서 싫어. 근데 엄마! 그거 알아? 하루가 하루를 만든다? 어~그러니깐 오늘이 내일을 만들고 또 하루를 만드는 거지.”

다른 생각을 하다가 아이가 하는 말에 대충 대꾸를 해줬는데 생각해보니 참 그럴싸한 말이었다. 하루가 하루를 만들다니! 도대체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하는 거지? 7살 딸아이도 오늘 하루하루가 쌓여서 내일이 되고, 이런 일상들이 차곡차곡 모여 또 하루를 만든다는 걸 알았나 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명언 중의 하나. 헬렌 켈러는 이렇게 말했다.

‘행복의 한쪽 문이 닫힐 때, 다른 한쪽 문은 열린다. 하지만 우리는 그 닫힌 문만 오래 바라보느라 우리에게 열린 다른 문은 보지 못한다.’

일상을 성실하게 살아내는 것.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게 아닐까.

– 글: 이승연 님

* 사진은 본문과 상관없는 이미지 활용 사진입니다.

화, 2020/06/0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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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이정훈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인위적인 조명보다는 자연의 빛이 좋다. 빛을 따라 카메라 구도를 바꾸니 훨씬 낫다. 머리가 뜨진 않았는지 확인한다. 자세를 잡고 몇 번 카메라 테스트를 하며 입을 푼다. 분명 몇 번 점검한 시나리오인데, 생방송을 앞두고 눈에 거슬리는 표현들이 보인다. 순서도 엉망이다. 분명 어제까진 마음에 들었던 구성인데! 수정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방송시작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입술이 바짝 마른다. ‘오늘은 애드리브가 술술 나오길! 돌발상황이 없길!’ 많은 것을 하늘에 맡기며 ‘액션!’ 방송이 시작된다.

“자! 안녕 6학년~ 좋은 아침이야! 오늘도 열심히 수업 시작해보자~ 아직 안 들어온 친구들한테 전화 좀 해 볼래? 다 모이면 오늘 하루 일정 설명하겠습니다!”

왁자지껄한 교실에서 아이들과 놀이로 하루를 시작했던 초등교사의 아침이 저렇게 바뀐 지 어느 새 한 달이 넘어간다. 온라인 수업 초기에 이러한 수업 형태가 잠깐 머물다 가는 해프닝 정도일 줄만 알고 조금 무리해서 ‘오전엔 화상수업을 한다!’라고 선언해 버린 탓에 할 일이 많아져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계속 쌍방향 수업을 한 이유는 거창한 교육적 목적이 있어서는 아니다. 그저 얼굴 보면서 수업을 해야 나도 더 재밌으니까! 그런 소소한 이유로 이 작은 시골학교에서 아이들과 매일 쌍방향 수업을 하며 코로나를 이겨내고 있다. 이 글에서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 겪고있는 소소한 학교 이야기들을 써보고자 한다.

1. 확실히 학교에 있을 때 보다 아이들이 덜 웃는다. 화면에 비춰지는 아이의 표정이 굉장히 근엄해서 눈치가 보일 때가 있을 정도로. 그런 표정을 보면 어떻게든 웃기고 싶다. 교실에서 수업할 땐 이렇게까지 계획적으로 아이들을 웃기려고 하지 않았는데, 요즘엔 아이들이 과제를 잘 했을 때 보다 아이들이 많이 웃으며 수업에 참여했을 때 더 성공적인 수업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재미’에 집착하는 중이다. 근엄한 표정의 아이들을 깔깔거리며 웃게 한 뒤엔 검은 화면의 아이들에게 눈이 간다.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 걱정되니 채팅이라도 해달라고 하자, 키보드로 열심히 웃어준다. 한바탕 웃고 나면 교실에서 만큼은 아니지만, 온라인으로도 ‘우리 반’ 이 느껴져서 참 좋다.

2. 산골학교에 아이들이 없으니, 새 지저귀는 소리가 온 학교를 덮었다. 창밖엔 다람쥐가 지나가고, 교실에 딱새가 들어오고, 아이들이 다니던 흙길엔 풀꽃이 자란다. 코로나로 인해 자연이 회복되고 있다는 기사가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났다.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는다. ‘내일 아침 퀴즈로 내야지~’ 점점 퀴즈 매니아가 되어가는 것 같다. 다람쥐가 보일 때 마다 사진을 찍어서 숨은그림찾기 퀴즈를 내다보니 다람쥐 찾기 도사가 되었다. 이젠 교실에 딱새가 들어와도 당황하지 않고 잠자리채로 쉭 잡아챈다. 코로나 이후 잘 하게 된 것이 은근 많다. +동영상편집+다람쥐 찾기+새잡기+퀴즈 만들기+대본 외우기……. ‘에휴 우리 애들도 이 기간동안 잘하게 된 게 한 개는 있어야 할텐데……’ +걱정하기

3. 온라인 수업에서 더욱 빛나는 아이들이 있다. 마치 온라인 수업을 한 5년은 해본 듯한 놀라운 적응력을 보이는 아이들 말이다. ‘자기주도학습’ 그 자체! 겨울방학을 지나며 부쩍 커서 그런건지, 온라인이 적성인건지는 개학해서 교실수업을 해봐야 확인할 수 있겠지만, 그런 아이들을 보며 괜시리 교육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한편으론, 온라인이라는 벽에 갇혀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지 못하는 많은 아이들이 안쓰럽다. 하루 빨리 교실수업으로 돌아와 너의 훌륭함에 대해 세세하게 말해주고 싶은데! 지금 보이는 것은 과제 미제출 화면뿐이니……. 잔소리만 늘어가는 선생님을 용서해주겠니?

4. 요즘 부쩍 우리 사회가 ‘서로 기대어 사는 삶’이란 것을 실감한다. 힘든 온라인 개학 상황에서 항상 함께 고민하고, 자료를 공유하며 서로의 짐을 덜어주는 선생님들, 아이들 돌봄으로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도 항상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시는 학부모님들, 코로나 상황을 이해하고, 그 누구보다 빠르게 변화에 적응해가는 아이들, 서로의 고됨과 노력을 격려하는 분위기의 사회까지. 크고 작은 위기가 지나갔고 종식까지는 몇몇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훗날 이 상황을 이겨낸 우리들의 모습을 가르치는 장면을 즐겁게 상상해본다. ‘코로나? 그 때는 말이야~ 말도 마~ 너희 선배들이 얼마나 훌륭했냐면…….’

– 글: 이정훈 님

* 해당 사진은 이미지 활용 사진입니다.

화, 2020/06/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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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이음센터에서 후원회원 정보를 관리하는 이규리 연구원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걸까 걱정하며 다가서니 놀란 눈으로 “고등학교 때 문학 가르쳐주셨던 담임 선생님이 저희 후원회원이세요.”라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무려 이규리 연구원이 ‘은사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유일한 분이라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은사님은 오랜만의 연락에도 이 연구원을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지난 5월 스승의 날을 맞아 이규리 연구원이 고교시절 은사이자 희망제작소 후원회원인 최혜숙 선생님을 찾았습니다.


▲ 이규리 이음센터 연구원(사진 좌), 최혜숙 후원회원(사진 우)

이규리 연구원(이하 규리) : 선생님. 오랜만에 정말 반가워요. 잘 지내셨죠? 자주 연락을 못 드려 죄송했는데, 희망제작소에 후원하고 계셔서 깜짝 놀랐어요.

최혜숙 후원회원(이하 최혜숙) : 네 전화를 받고 나도 놀랐지. 2011년에 박원순 전 상임이사의 전교조 주최 강연을 듣고 후원을 시작했어. 당시 희망제작소 사업 중에 ‘은퇴한 시니어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다양한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는 강연 내용이 인상이 깊었거든. 네가 그곳에서 일 한다고 해서 신기했어.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해가 되더라구. 규리 너는 ‘할 말은 하는 학생’이었달까.

규리 : 제가요? 어떤 면에서요.

최혜숙 : 그때만 해도 학교의 구조적인 문제 등에 이의 제기를 하는 학생이 거의 없었어. 반항하는 친구들도 단순히 ‘학교와 공부가 싫어서’ 그러는 경우가 많았지. 하지만 규리는 학교에서 강제로 시키는 것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할 줄 아는 학생이었어. 학급회의 할 때는 ‘학생들 의견도 물어보셔야죠’라고 꼭 말하곤 했지.

규리 : 지금은 많이 부드러워졌어요. (웃음) 제 기억에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으시면서도 아이들을 잘 통제할 수 있는 분이셨어요. 저희와 말도 잘 통하셨죠. 어느 날에는 제 치마를 보고 ‘조금 더 짧으면 예쁘겠다’라고 하신 적도 있어요. 기억나세요?

최혜숙 : 그랬나. 하하. 교편 잡기 전에 사회생활을 했던 게 학생들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 형편이 넉넉지 않아서 고등학교 졸업 후에 대학 안 가고 은행에 취업했거든. 시간이 지나면서 이 일이 나와 잘 맞는지 의구심이 생겼어. 공부를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구. 그러다가 야간대학 국문과에 들어가게 됐어.

규리 : 공부 다시 하시면서 힘들진 않으셨어요.

최혜숙 : 글쎄. 난 재미있었어. 은행에 사표를 내고 전업학생(?)이 되어 낮에는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밤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들었어. 말 그대로 종일 공부를 한 거지. 교수님들이 수업하시는 거 보면서 가르치는 직업도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교직 이수를 했고, 1년 재수한 끝에 임용고시에 합격했어.

규리 : 학생들과 처음 만났을 때 어떠셨어요.

최혜숙 : 은행에서는 고객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별의 별 일이 다 있고, 때론 영업도 해야 하거든. 그러면서 많이 지쳤어. 그러다 학교에 와서 아이들을 만나니까 너무 천사 같은 거야. 하지만 사회생활을 학교에서 시작한 선생님들은 나와 좀 다르게 생각하시더라구. (웃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학교 오기 전의 사회생활이 내겐 도움이 된 거지.

규리 : 선생님이 학생들을 항상 따뜻하게 대해주셨던 이유를 알 것 같아요. 하지만 학교도 조직이니까 불합리한 일도 종종 발생할 것 같은데요.

최혜숙 : 아주 오래 전 일인데, 새학년 교과서를 보관한 교실에 비가 새는 바람에 쌓아둔 교과서가 젖는 일이 있었어. 당시 교장선생님이 숙직기사님이 배상을 해야하는데 우리가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도와드리자고 했어. 그때 한 선생님(전교조 교사)이 손을 들고 학교의 관리 책임은 교장인데, 왜 숙직기사님께 책임을 전가하냐고 물었지. 그 사건을 계기로 전교조에 가입을 했고 교육 현장을 민주적으로 바꾸는 일에 참여하게 되었어.

규리 : 선생님의 교육철학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최혜숙 : 나는 학창시절에 철저히 주입식 교육을 받았거든. 뒤늦게 들어간 대학에서는 운 좋게도 열의 있는 교수님들을 많이 만났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을 반복했지. 야간수업 이후에도 카페에 모여 열띤 토론을 하면서 많이 배웠어. 전교조에서 기획한 다양한 국어수업 연수도 도움이 됐지. 연수 후에 모둠수업, 발표수업 등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교사인 내가 오히려 배우게 되더라구. 집단지성의 힘도 깨달았지. 희망제작소를 후원하고 응원하는 이유도 ‘다양한 시민의 참여’로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만들고 실행하기 때문인 것 같아.

규리 : 모둠수업, 조별과제 등을 하다 보면 무임승차 문제도 생기지 않나요? 요즘 젊은 세대들은 ‘공정’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기도 하고요.

최혜숙 : 최근 5년 사이에 무임승차에 분노하고 못 견디는 친구들이 많아진 것 같아. 물론 무책임하게 아무 것도 안 하는 친구들은 문제가 되지. 하지만 사정이 있는 경우도 있잖아. ‘무조건 잘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어떻게 하면 함께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되는 것 같아. 그래서 요즘 만나는 학생들에게는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고 말하곤 해. 또 생각해보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공정의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대면서 자신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것 같아. 아이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건 어른들 탓이 클거야. 교육과 학교가 만든 것일 수도 있지. 높은 점수를 받아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데, 이 말은 친구가 내 아래에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잖아. 그러다 보니 공정함에 더 예민해지지. 한번은 10점 만점에 9점 받은 친구가 만점 중에서도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즉 커트라인에 걸린 친구와 자신의 차이점을 이야기 해달라고 하더라구. 이런 걸 보면 교육현장에 대한 신뢰가 없는 것도 같아.

규리 : 많이 힘드셨겠어요. 코로나19로 학교 풍경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선생님은 어떠셨어요.

최혜숙 : 역사의 물줄기가 꺾이는 순간을 목도했달까. 요즘 아이들 장래희망 1순위가 유튜버거든. 영상의 영향력이 커진 거지. 하지만 누구도 지금까지 영상으로 수업하는 시대가 올 거라고는 생각을 못한 거야. 지금은 안정이 되었지만 처음에는 엄청 혼란스러웠어. 사실 선생님들보다 학부모님들이 더 힘드실 거야. 수업 틀어놓고 딴짓 하는 친구들도 많을 텐데 말이지.

규리 : 그러면 아이들 간에 학습 격차가 생길 것 같은데요.

최혜숙 : 그게 문제야. 못 따라 오는 아이들은 손을 놓게 되니까. 다행히 이번 온라인 수업 내용을 가지고선 평가를 못하게 되어 있어. 학교에 등교하게 되면 온라인 수업내용을 다시 정리해 주려고 해. 아직 직접 아이들 얼굴을 보지 못한 게 아쉽긴 하지만, 온라인 수업의 경험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야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다양한 변화, 학교 교육의 ‘뉴노멀’을 만드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규리 : 선생님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남은 기간에 해보시고 싶은 일은 없나요.

최혜숙 : 어떻게 하면 학교에서 아름답게 퇴장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야. 일단은 지쳐서 학교를 그만두지 않았으면 좋겠어. 학교 밖에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야. 요즘 언론을 보면 생각이 서로 다른 사람들을 부추기는 것 같아 걱정이 돼. 하지만 우리 사회가 이렇게 유지될 수 있는 건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자신의 일에 충실한 분들이 많아진 덕분인 것 같아. 이런 걸 보면 작은 것부터,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껴. 나도 그러고 싶구. 희망제작소가 이런 판을 더 많이 깔아주면 좋을 것 같아.

인터뷰 후, 이규리 연구원은 선생님에 대해 몰랐던 이야기를 알게 되어 뭉클하다고 했습니다. 동행한 저 역시,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눌수록 선생님과 제자 사이를 넘어 더 넓고 깊은 관계로 발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구성원의 동질감과 유대감을 발견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희망제작소에는 최혜숙 선생님을 포함하여 교사이신 후원회원분들이 많습니다. 고3을 시작으로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됐는데요. 여전한 혼란과 불안에 선생님들이 많이 힘드실 것 같습니다. 일선에 계신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보냅니다.

– 글 : 최은영 이음센터 연구원
– 인터뷰 진행 : 이규리 이음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최은영 이음센터 연구원・ [email protected]
– 사진 : 이음센터

목, 2020/06/0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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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시민이 다양한 상황에 적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워크숍 매뉴얼인 <희망드로잉 26+ 워크숍 활용설명서>(이하 희망드로잉26+)를 발행하고,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민주권센터 연구원들은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발열 확인, 마스크 착용, 지속적인 손소독과 같은 생활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2020년 첫 <희망드로잉 26+>활용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지난 5월 28일(목)과 29일(금), 이틀에 걸쳐 천안NGO센터에서 진행한 교육에 20여명의 천안지역 활동가 및 시민이 참여했습니다. 지역의 활동가가 시민과 함께 다양한 워크숍 기법을 활용하여 공동체의 문제를 발굴하고, 지역 자원을 활용하여 해결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교육을 진행하였습니다. 이것은 당사자가 생각을 모으고, 함께 고민하고, 해결방법을 찾아보는 <희망드로잉26+>의 기본 흐름입니다.

<희망드로잉26+>에 대한 소개와 참여자 간의 거리를 좁히는 얼음깨기로 교육을 시작하였습니다. 얼음깨기 기법으로는 참여자들이 서로에 대해 재미있게 알아갈 수 있는 ‘신상빙고’와 자연스럽게 서로를 소개하고 관심사를 나눌 수 있는 ‘초상화 그리기’를 함께 해 보았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하고 있는 사람

이번 교육에 참여한 분들은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워크숍 방법을 활용하여 공동체 활동을 해야 하므로 워크숍 진행자(Moderator)가 알아두어야 할 주요 내용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특히 귀의 기술 ‘경청’, 눈의 기술 ‘관찰’, 손의 기술 ‘기록’, 입의 기술 ‘요약 및 질문’, 마음의 기술 ‘신뢰’와 같은 진행자가 알고 있어야 할 중요한 기술에 대해 알아보고, 함께 연습해 보았습니다.




 

말 대신 글로 아이디어를 모으는 워크숍

브레인라이팅을 통해서 천안시와 관련한 의제를 찾아보았습니다. 참여자들은 각자 천안시와 관련한 다양한 생각을 자유롭게 3개씩 적은 후, 모둠별로 자신이 적은 내용을 공유하였습니다.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비슷한 유형을 중심으로 생각들을 정리하고, 공통의 주제들을 도출하였습니다. 모둠별로 도출한 주제를 참여자 모두가 공유한 후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를 선택하여 주제별 모둠을 만들었습니다.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역할 정하기

새롭게 정해진 모둠에서 모두가 역할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역할을 정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전체 논의를 진행하는 ‘진행자’, 논의 내용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기록자’, 시간을 조정하고 갈등을 중재하는 ‘조력자’, 도출한 내용을 모두와 공유하는 ‘발표자’와 같이 꼭 필요한 역할들을 구성원들이 나누어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모두가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원인 발견하기

모둠에서 주제와 관련하여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함께 생각하고 공유하는 워크숍을 진행하였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문제를 접착식 메모지에 기록하고, 그것과 관련한 여러 가지 원인을 다른 색을 가진 접착식 메모지(포스트잇)에 기록하였습니다.

문제를 기록한 메모지를 중심으로 원인을 기록한 메모지를 붙여서 문제와 원인을 한번에 볼 수 있도록 배치하면서 다른 구성원과 공유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작성한 것뿐 아니라 다른 구성원이 작성한 다양한 문제와 원인을 재배치하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문제와 원인, 문제와 문제 사이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시나리오 작성하기

공통된 주제에 관련된 다양한 관계를 점검해 보기 위해 시나리오 작성하기를 실습하였습니다. 앞서 도출한 주제(문제 및 원인)와 관련하여 지역에서 만나게 되는 시민의 특징을 정리해 보고,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도 상상해 보았습니다.

부딪히게 되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이해관계자는 누가 있는지도 찾아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문제 의식과 상황을 정리하고, 이해관계자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PMI 회고

이렇게 첫날 교육을 마치면서 하루를 돌아보는 회고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여자들은 좋았던 점(Plus)과 아쉬웠던 점(Minus), 깨닫거나 새롭게 알게 된 점(Insight)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기록해 보았습니다.

자신이 기록한 내용을 공유하면서 비슷한 내용을 모으기도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교육 진행자와 참여자 모두 더 나은 시간을 위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상상 워크숍

두 번째 날 교육은 현실의 제약을 벗어난 사고를 통해 이상적인 미래를 그려보는 소셜픽션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제약조건 날리기’를 통해 상상을 방해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자유로운 생각을 바탕으로 미래상을 만들고, 10년 후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10년 후의 상상한 모습을 측정할 수 있는 평가기준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것을 위해 지금의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투표를 통해 구체적으로 사업을 기획해 보고 싶은 것을 선택하였습니다.


 

자원찾기

‘사회상상 워크숍’을 통해 선택한 구체적인 해야할 일에 대한 사업을 기획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자원찾기’를 해 보았습니다. ‘자원찾기’는 어떤 계획을 세우기 전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 또는 자원을 찾아보는 워크숍입니다.

모둠별로 해야할 일에 필요한 자연자원, 역사자원, 문화자원, 사회자원, 인물자원과 같은 자원의 대분류를 정하였습니다. 정해진 분류에 따라 자신이 생각하는 자원을 적어보고 공유하면서 사업 기획에 필요한 자원을 발견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장단점찾기

지역 공동체의 장점과 현재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장단점찾기’를 통해 객관적인 상황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참여자들은 해야할 일과 관련하여 지역 공동체의 장점과 단점을 기록한 후, 이를 공유하면서 실행계획을 세우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였습니다.

특히 장점과 단점에서 각각 가장 중요한 3가지를 숙의과정을 통해 선택하여, 사업을 기획하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내용에 대해 합의하였습니다.


 

사업계획서 작성하기

이틀 동안 함께한 다양한 워크숍에서 도출한 내용을 정리하여, 공유하거나 제안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보는 ‘사업계획서 작성하기’를 함께 해 보았습니다. 사업계획서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명료하게 정리하여 실제 사업으로 실행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모둠별로 사업의 특징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짧은 문장 또는 핵심 단어의 조합으로 만들 수 있는 사업명과 왜 사업을 제안하게 되었으며 이 사업을 통해 해결하려는 문제를 설명하는 배경 및 목적, 이 사업으로 영향 또는 혜택을 받는 사람이나 집단과 같은 사업대상, 사업이 이루어지는 사업위치, 이 사업을 위해 필요한 시기와 기간,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한 실행계획, 누구(내부 및 외부, 개인 및 단체 등)와 함께 하는지에 대한 실행체계 등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SSCML회고

이틀 간의 교육을 마치면서 잘한 일은 더 잘할 수 있게 하고, 잘못한 일도 다음에는 더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회고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작해야 할 일(Start), 그만해야 할 일(Stop), 계속해야 할 일(Continue), 더 많이 해야 할 일(More of), 더 적게 해야 할 일(Less of)을 중심으로 각자의 생각을 적어보고 함께 공유하였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교육에 대한 평가와 함께 각자의 삶터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 글: 희망제작소 시민주권센터 손정혁 연구원 [email protected]
– 사진: 희망제작소 시민주권센터 손정혁 연구원, 이시원 연구원

목, 2020/06/04-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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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성실애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마스크는 있어?”
“이제 3장 남았어. 이따 퇴근길에 편의점 가보려고.”

지난 2월 말 남편과 했던 통화다. 남편은 결국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했다. 나 또한 인터넷 쇼핑몰 여러 곳을 전전한 끝에 장당 사천 원 꼴인 대형 마스크 20개를 주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깜깜무소식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한 책과 함께 온 대형 KF94 마스크 한 장을 남편에게 보냈다.

설을 며칠 앞두고 남편은 승진을 했다. 발령을 받아 간단히 옷과 침구를 싸들고 대구로 내려갔다. 내려가자마자 대구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사이 상황이 달라졌다.

주말에 오겠노라고 했던 남편은 발령 첫 번째 주말을 숙소에서 보내야 했다. 김치와 마른반찬을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 우체국으로 향했다. 주소를 확인 한 우체국 직원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대구는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 바로 택배가 안 들어갈 수도 있다고. 다행히 택배는 다음날 도착했다.

마스크가 3장 남았다던 날, 대구 이마트에는 마스크를 개당 820원에 팔았다. 100m가 넘는 긴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사는 사람들을 뉴스 화면으로 만났다. 낮에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남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다행히 다음 날 회사에서 마스크 5장을 보급 받았다. 그리고 집에도 돌아오지 못한 채 숙소에서 재택근무가 시작되었다.

대구에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대구에 다녀온 사람을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코로나에 걸렸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남편이 회사고 뭐고 다 두고 왔으면 싶다가도 주변의 시선이 두렵다. 주말에 못 오는 남편과는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애들 사회생활을 위해서 보고 싶지만 어쩌겠어…”

양가부모님의 걱정과는 달리 의연한 목소리로 자신의 근황을 전하는 남편의 목소리 뒤로 종종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저녁이면 우리는 영상통화로 만난다. 아이들은 자신의 게임 레벨과 새로 생긴 아이템 이야기를 아빠에게 전하느라 정신이 없다.

코로나쯤은 게임 속 전사처럼 다 무찌를 기세다. 철없는 아빠는 아이들이 자신의 레벨보다 한참 높게 올라갈까 봐 호들갑을 떤다. 택배 안에 게임기를 넣어 보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내가 당장 코로나 퇴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하지만 작은 것이라도 지켜보자. 위생에 신경 쓰고 외출 시 꼭 마스크를 쓰자. 수시로 손을 깨끗이 닦고 되도록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말자. 다른 때 보다 건강에 신경 쓰자. 단순 감기라도 무시하지 말자. 그리고 엄마로서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자.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잘 씻기고.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2~3일 마다 보내는 택배는 다행히 남편의 손에 전달된다. 우체국 택배기사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현장에서 코로나와 직면해서 일하고 계신 분들을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자.

– 글: 성실애 님

수, 2020/06/03-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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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명
2020 더 많은 시민, 더 열린 참여를 위한 예산학교(공통교재)

■ 발주처
서울특별시

■ 소개
– 2020년 서울시 예산학교에 참여자에게 배부하는 공통교재로 참여예산 전반에 대한 소개와 서울시 시민참여예산제도, 지방예산, 서울시 예산 등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 시민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쉽도록 다양한 사례와 웹툰, 사진, 그래프 등을 활용하여 제작하였습니다.

■ 목차

Ⅰ. 시민참여예산이란
1. 참여예산, 어렵지 않아요
2. 세계의 참여예산, 어떻게 운영하나요
3. 참여예산으로 무엇을 하고 있나요

Ⅱ. 함께해요, 서울시 시민참여예산
4. 서울시 시민참여예산은 무엇이 다른가요
5. 서울시 시민참여예산에 함께하고 싶어요

Ⅲ. 예산, 이것만 알면 돼요
6. 지방예산이 무엇이죠
7. 서울시 살림살이, 어떤가요

# 부록
1. 서울특별시 시민참여예산 운영 조례
2. 주요 재정 용어

■ 연구진
서울특별시 시민협력팀 최인욱 팀장
희망제작소 시민주권센터 기은환 팀장
희망제작소 시민주권센터 손정혁 연구원

■ 펴낸 날
2020. 6.

화, 2020/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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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는 최소민 님의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연준아, 자 지금부터 시작이야! 준비해!”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나가기 전, 아들은 비장한 각오로 마스크를 귀에 건다.

“오늘도 잘할 수 있지?”

물어보면 연준이는 제법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함께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일을 하고 있는 나는 어쩔 수 없이 긴급보육으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가 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현관 앞에서 실랑이가 벌어진다. 마스크를 벗으려는 자와 씌우려는 자의 팽팽한 신경전! 이미 하루 에너지의 절반을 다 써버렸다!

이제 갓 세 돌을 지낸 네 살 아이에게 마스크 쓰기는 답답하고, 생소하고, 험난한 사회 적응의 과정이었다. 결국 달램과 으름장으로 마스크를 걸치긴 하지만 그것은 승자 없는 상처 뿐인 영광이었다.

고민의 밤이 깊어지던 어느 날, 한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소아병동에 살다시피 할 정도로 몸이 안 좋았던 청년의 이야기였다. 일반적으로 병원에 오래 있다 보면 우울해지고 힘이 빠지게 되는데, 이 청년은 병원에서의 시간만큼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항상 엄마가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 병원을 상상력의 공간으로 바꿔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항상 다음 날 일어나면 무슨 일이 펼쳐질지 설레고 기다려졌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오래 전 보았던 한 영화가 생각났다. 전쟁으로 아들과 어린 아들이 공포의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됐는데 아들에게 이 생활을 단체게임이라 돌려 말하고 1,000점을 따는 우승자에게는 진짜 탱크가 주어진다고 말한다. 순식간에 두려움의 시간은 즐거운 시간으로 바뀐다. 바로 이거다!

“연준아, 오늘부터 엄마랑 마스크 게임을 할 거야. 연준이가 좋아하는 캥거루는 항상 배에 아기 캥거루를 안고 다니지? 연준이한테도 아기 캥거루 같이 보호해줘야 되는 친구가 있어. 바로 목이야. 목은 아주 연약해서 세균이 들어가면 너무 아파해. 연준이가 마스크를 잘 쓰면 세균이 못 들어가니까 목도 안 아프고 핑크퐁 노래도 더 잘 부를 수 있어.”

마스크 하면 무조건 거부부터 하던 아이였는데 캥거루와 핑크퐁의 등장에 드디어 귀를 열었다. 그 후부터 아이는 목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목아, 내가 마스크 썼어. 안 아프지?”
“목아, 내가 마스크로 이불 덮어줄게.”
“목아, 내가 지켜줄게.”

엄마 캥거루가 아기 캥거루에서 모성애를 발휘하듯 말이다.

얼마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어린이집 앞에서 한 엄마와 아이가 한 치 양보 없이 마스크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 연준이가 빠른 걸음으로 출동해 친구에게 목을 보호해야 한다며 마스크를 권유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방을 날린다.

“마스크 하면 핑크퐁 노래도 잘 부를 수 있어!”

그러면 그 아이는 쓱- 마스크를 걸친다. 그렇게 연준이는 마스크 전도사가 되어갔다. 캐릭터가 그려진 마스크라도 산 날이면 아이는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이었다.

코로나가 바꾼 세상은 위기이자 도전이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제한되고, 개인과 타인의 위생을 위해 서로 힘써야 했다. 전 국민적인 노력 앞에서 네 살 아이도 예외일 수 없고 그 시간은 누구나 공평하게 견뎌야 한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연준이가 훌쩍 커서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기억할까? 바이러스가 가득했던 코로나의 시대일까 아니면 신나는 마스크 게임이었을까!

– 글: 최소민 님

화, 2020/06/09-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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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서경훈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우리 가족이 얼굴 맞대며 식사하고 TV를 시청하며 깔깔대며 웃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모두가 코로나19로 외출이나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자연히 가정에서 가족들의 얼굴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식사도 모두가 같이 하니 더욱 맛있고 대화가 많아져서 웃음소리가 커졌습니다 바쁘게 살았나 봅니다

우리 큰 애가 이렇게도 말수가 많았었는지. 우리 아들이 과학자가 되겠다고 자기의 이야기로 흥분을 가라앉지 않네요.

온종일 집안에서 얼굴을 부대끼는 게 힘겨울 법도 한데 우리 애들은 더욱 더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 겨우 진정시키고 각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저는 코로나19로 가족들이 더욱 더 말수가 많아지고 우리 애들이 이렇게도 활발했었지 다시금 놀랍고, 가족의 즐거움으로 가슴 벅찹니다.

코로나19는 자유롭게 외출만 안 될 뿐이지 우리 가족은 더욱 더 친밀하고 활발한 가정이 되었습니다.

– 글: 서경훈 님

화, 2020/06/0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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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의 2020년 기획강좌가 희망제작소 희망모울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 연구자와 현장 활동가의 네트워크인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는 창립 10주년을 맞아 사회적경제의 기본인 돈, 관계, 공존, 돌봄, 사회, 경영, 노동의 철학을 총 7강에 걸쳐 학습하는 자리를 마련했는데요. 희망제작소는 기획강좌의 내용을 간추려 시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희망제작소의 핵심가치 중 하나인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풍성해지는 것”에 한 발짝 다가서고자 합니다.

※ 본 포럼은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하여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 손소독제 사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진행했습니다.

2강 돌봄의 철학 | 나는 돌본다, 고로 존재한다-나준식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원장

자신, 서로, 공동체를 돌본다는 것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민들레)의 여러 표어를 보면 ‘나로부터’, ‘나부터’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2001년, ‘민들레’라는 이름조차 없던 발기인 모임 단계에서도 우리는 홍보 현수막에 “자신을 돌보라, 서로를 돌보라, 그리고 공동체를 돌보라.”라는 말을 내걸었다.

‘자신을 돌보라’가 가장 먼저 나온 까닭은 일상에서 자신을 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잘 준비되어 있으면 상대방이 힘들어해도 위로하고 지지할 수 있지만, 나에게 문제가 있다면 그러한 상태가 일, 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나는 돌본다, 고로 존재한다

사전에서 돌봄은 “건강 여부를 막론하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거나 증진하고, 건강의 회복을 돕는 행위”라고 적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규정에 따르면 건강은 “질병이나 허약한 상태가 아니라, 정신적·신체적·영적·사회적·생태적으로 안녕한 상태”라고 한다.

따라서 돌봄은 건강한 상태를 유지, 증진하고 회복을 돕는 행위이기에 상당히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돌봄이라고 하면 제도 속 서비스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이 생각에는 돌보는 주체의 문제-돌봄을 받거나 제공하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이 빠져 있다.

‘돌봄의 철학’은 “나는 돌본다, 고로 존재한다”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돌봄이라는 것이 이미 나의 존재를 정의한다. 내가 여기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런데 누군가 돌봄 없이 가능할까? 누군가가 나를 돌보고 있어서 숨 쉬고 있는 거다. 우리의 삶에서 돌봄 아닌 것이 없다. 나는 누군가로부터 돌봄 받고 있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동조, 공명, 동기화라고 부르는 현상이 있다. 대표적으로 반딧불이의 반짝거림이다. 반딧불 수천 마리는 처음엔 각자 반짝이다가 어느 순간부터 동시에 반짝이는데, 주변 불빛에 반응하면서 동시에 반짝임을 만들어내는 거다.

세계의 많은 존재가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의 주파수나 진동, 에너지를 주고받고 조율하며 살고 있다. 눈에 띄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우리가 잘 의식하지 못하는 것 뿐이다. 인간 역시 물질적이든 비물질적이든 무언가를 서로 주고받고 동조를 일으키며 살아가고 있다.

돌봄의 철학은 결국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인식하는 문제다. 돌봄은 단지 주고받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내가 다른 것들과 연결되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 그러한 자각을 바탕으로 삶과 관계를 그 본성에 맞게 재구성하는 실천이 돌봄이다.

한 사람 한 사람 삶의 방식과 리듬

돌봄의 사회적경제도 마찬가지다. 존재에 대한 자각이 기본이어야 한다. 나는 돌보는 사람 또는 돌봄 받는 사람이라는 한편의 입장에 서 있으면 사회적경제를 할 이유가 없다.

내 안에서 여러 장기가 서로 돌보는 것처럼, 관계 안에서도 나는 돌봄을 주기도 때로는 받기도 한다.

즉, 돌봄은 주고받는 것이다. 누군가 주기만 하는 사람, 받기만 하는 사람이라고 정확히 규정지을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그러다 보면 결국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때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나는 ‘돌봄을 받는 존재지만 동시에 주기도 하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돌봄의 공급자와 수요자는 명확히 구별되지 않는다. 내가 돌봄을 받아야 할 경우에도, 나를 돌봐 줄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해 봐야 하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다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게 되면 결국 전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일치하게 된다. 이것 또한 일종의 동조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없으면 만들어서 가지, 뭐!

노인요양보험제도 안의 요양 서비스는 해당 등급을 받으면 월 몇 시간 동안 요양사를 쓸 수 있다. 그런데 일상생활을 존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몇 시간의 돌봄으로 평가되기 어려운 영역이 매우 많다.

개인의 환경이나 조건, 욕구에 따라 필요한 것이 다 다른데, 서비스 제공자 중심으로 정해놓은 방식은 이런 차이들을 사실상 반영하지 못한다. 개인의 환경이나 조건, 욕구에 우선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실제로 필요한 부분이 많이 빠져 있거나, 불필요하지만 서비스 제공자 관점에서 돈이 되니까 제공하는 것들이 있다. 어떤 분은 꽤 건강해서 청소 같은 가사 지원만 2시간 해주면 되는데, 불필요하게 그 이상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식인 거다.

당사자의 욕구를 반영하려면 2시간만 재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머지 시간은 지역사회의 다른 활동을 연계하는 등 수요자 특성에 맞춘 서비스를 설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본 내용은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의 주최로 진행된 기획강좌이며 희망제작소의 입장과 무관합니다. 희망제작소는 시민연구공간인 희망모울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글: 기은환 시민주권센터 팀장 | [email protected]
– 사진: 강의자료(나준식 제공),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

목, 2020/06/11-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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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강경아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결국 그래도 사람이더라”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 언제 이 상황이 끝날 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높은 사회를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복지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교에서도 곳곳에 변화의 흐름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현재 복지관 휴관이 몇 개월 째 지속되고 있는 요즘, 내가 종사하고 있는 장애인복지관 또한 이용자와 대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부에서는 멈춰있는 듯 보일 수 있지만 어느 때 못지 않게 내부는 변화 흐름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이용자에게 조금 더 정보가 피부로 닿을 수 있도록 그리고 만나고 있지 못하지만 항상 곁에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영상을 통한 정보 제공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방법 중 일부이지만 이용자 분들도 평소 대면으로 주고 받던 대화와 정보를 영상을 통해 접하는 새로운 경험에 그리고 직원들의 노력에 따뜻한 메시지로 그 수고로움을 위로해주고 있다.

현재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이번 학기가 비대면 강의로 확정되고 나서 캠퍼스를 누리지 못한 큰 아쉬움이 있었다. 또한 이런 시기에 전공 대표가 되면서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번 학기에 새로 입학한 신입생들에 대해 환영회를 해줄 수 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다못해 수강신청 정보부터 신입생들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예상하여 줌(ZOOM)을 통한 대면으로 인사를 나누고, 학교 정보를 공유하며 딱딱한 분위기를 조금은 부드럽게 만들고자 하였다. 또한 그래도 입학한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학교 기념 굿즈를 구성하여 개별적으로 직장이건 자택으로 우편배송하여 환영의 마음을 전하기도 하였다.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되다 보니 어떻게 하면 마음을 닿게 할까라는 생각부터 어떤 존재에 대한 애틋함이 더욱 생기는 듯 하며 잔인한 코로나19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결국은 사람이라는걸 느끼게 해주는 듯하다.

현재 코로나19를 경험하고 있는 모든 존재들에게, 마음을 담은 위로와 희망의 안부를 전합니다.

– 글: 강경아 님

월, 2020/06/1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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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김선애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글을 쓰러 숲으로 나선다. 내게는 나만의 작업실이 없다. 사람이 많을 때는 카페에서 일하기도 어려워서, 때때로 집 근처의 작은 숲으로 간다. 숲을 산책하다 빈 벤치를 찾아 앉으면 그곳이 곧 작업장이 된다.

물론 이 숲은 열린 공공 공간이고, 산책하는 사람들, 강아지, 새 등 많은 존재가 내 곁을 지나쳐간다. 벤치 몇 개가 모여 있는 곳에 앉아 글을 쓰는 중에, 어린이집 아이들과 선생님이 벤치로 온다. 나는 자리를 내어주고 다시 걷는다. 본래 내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잠시 이 자리에 머물다 떠날 뿐.

조금 걸으니 운 좋게도 탁자까지 함께 있는 다른 벤치가 비어 있다. 사방으로 초록빛 나무가 보이고, 가까이 있는 하얀 아카시아에선 꽃향기가 바람에 실려 온다. 날이 춥거나 공기가 안 좋은 날은 밖에서 글쓰기가 쉽지 않지만, 오늘은 바람은 세도 푸른 하늘에 따스한 햇볕이 내리쬔다. 바람에 탁자 위로 솔잎이 떨어진다.

건축가 정기용 선생님은 “내가 산책하는 곳, 내가 집에 들어올 때 걸어가는 골목, 이 모든 것이 나의 집”이라고 했다. 내가 앉아 있는 이 야외 작업장, 이 숲도 우리 집인 것이다. 우리가 사는 건물 안 공간뿐만 아니라, 그 주위 환경 전체가 우리 집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넓게 보면 지구와 우주 전체가 우리의 집이다.

우리 자신도 이렇게 넓은 시야에서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가 가까운 이웃부터 전 세계 사람과 야생동물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의 모든 존재와 밀접히 이어져 있음을 보여주었다. 난개발로 숲을 파괴하고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데 계속 가담하면, 결국 우리는 그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의 몸에 있던 바이러스가 동물과 접촉한 사람의 몸으로 옮겨오면서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빈발하고 있다.

한국기후변화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또 다른 신종 감염병이 발생할 시기로 ‘3년 이내’를 예상한 이들이 가장 많았다. 또한 이들 기후변화 전문가 중 대다수가 코로나19처럼 세계적 대유행을 부르는 신종 감염병의 발생 주기가 앞으로 더 짧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2020년 5월 19일 한겨레, <전문가들 “새 감염병 발생주기, 3년 이내로 단축될 것”>).

숲이 품은 수많은 동식물도 넓은 의미에서 우리 몸이다. 동식물에 해를 끼치면 결국은 인간도 건강할 수 없다. 전 세계에서 빠르게 사라져가는 푸른 숲도 넓은 의미에서 우리 모두의 집이다. 우리 스스로 우리 집을 파괴해놓고 우리가 안전하리라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다.

이제는 숲을 비롯한 자연을 파괴하며 우리 자신도 해치는 행동을 멈춰야 한다. 생물학자 최재천 선생님은 자연을 보전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이라고 말한다. 사고의 전환이 절실한 때다. 지금까지 우리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자연을 마구 파괴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경제가 멈춘 것에서 보듯이, 자연 파괴는 결국 경제에도 불리하다.

지구에 사는 모든 존재가 하나의 공동체가 아닐까? 이웃들을, 그리고 자연 속의 수많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우리 자신을 잘 돌보는 길이다. 예를 들어 공장식 축산은 벌목의 큰 원인이기에 나는 채식을 한다. 그리고 나무를 덜 베어내도록 일상에서 자원을 아껴 쓰려 한다. 조화로운 공동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 글: 김선애 님

수, 2020/06/1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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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20년 여섯 번째 희망편지를 드립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관련해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되었지만,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백신이 공급될 때까지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한 ‘거리 두기’는 불가피합니다. 인구의 60~70%가 항체를 보유해야 하는 집단 면역은 대규모 인명 피해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네이처에 따르면 새로 발생한 감염병 중 60.3%는 인수공통전염병이고, 그중 72%는 야생동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코로나19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1만 개가 넘는 바이러스 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추산되며, 이 중 4,300여 개가 돌연변이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장 백신과 치료제 개발도 쉽지 않아 긴 시간을 견뎌내야 할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경북 의성을 다녀왔습니다. 군청에서 코로나19 이후의 자치정부에 관한 연속 세미나에 초대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는 시장 만능주의에 기초한 신자유주의적 대응만으로는 어렵고, 공공 부문의 강한 역할이 절실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드라이브스루와 워킹스루는 자치정부 현장에서 만들어낸 혁신이라는 점, 이에 따라 지방자치와 지역(Local)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나눴습니다.

한편으로 시장과 정부가 감당하지 못하는 영역도 점점 커지고 있어 공동체(Community)의 역할과 지역순환경제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환기했습니다. 늘 현장에서 배우기 마련입니다만, 이번 세미나에서도 놀라운 사실을 접했습니다. 정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사입비가 늘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세출 구조조정의 이름으로 지역 사업의 일부가 축소 폐지가 진행돼야 할 형편이라는 점입니다.

사정은 이렇습니다. 정부는 지난 3월 1차 추경을 통해 국세 수입을 감액하고, 내년에 지급하는 2019년 교부세 정산분 등을 올해 지출하도록 편성했습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지방정부 재원을 확충하자는 의미였습니다.

반면 3차 추경은 올해 교부세를 감액 편성함으로써 시행을 약정한 사업의 중단을 강제한 것입니다. 이미 예산이 편성·집행되고 있는 교부세를 감액하기보다 교부세 감액을 자치정부의 예산편성 단계에서 반영할 수 있도록 하지 않았습니다. 재정을 더 줬다가 다시 빼앗는 추경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방역으로 인해 경제 상황은 1930년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금융에서 문제가 시작된 게 아니라 소비, 투자, 수출 등 총 수요의 모든 구성 요소인 실물 부문에서도 동시에 발생하고 있어 더욱 심각합니다. 대응도 당연히 달라져야 합니다.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는 신자유주의식 처방은 무용지물입니다. 재정 건전성과 인플레이션 통제를 중심으로 한 정책 수단으로 위기를 대처할 수 없기에 소극적 금융통화 정책을 넘어선 확장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통화 정책에서 재정 정책으로 전환하고, 고용 및 소득 보장 정책을 확대해야 합니다.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도 이런 성격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3차 추경의 규모는 35.3조 원의 엄청난 규모입니다. 그러나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이 금액은 세입과 세출을 동시에 조정한 외형 금액입니다. 이중 세출 조정 금액은 23.9조 원이고 세출 감액을 빼면 실질적으로 증가한 금액은 16조 원에 불과합니다. 유사 이래 최대 규모의 긴급 추경이지만,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세출을 10.1조 원을 줄였고, 그중 지방에 주는 교부세의 금액이 4.2조 원이나 됩니다.

예산 편성을 쥔 당국이 재정 건전성을 내세우면서 꼭 필요한 사업을 못하도록 막는 건 아닌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최전선에서 고용과 및 소득 보장을 위해 일하는 자치정부의 재정을 우선 축소하는 게 지방 홀대는 아닌지도 점검해봐야 합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새로운 대안을 보여준 자치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추경 심사가 진행되길 바랍니다.

늘 평안하시길 빕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목, 2020/06/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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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박채리 님의 에세이입니다.

‘아직 한 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하지만 우리끼리 통하는 여긴 cyber world.’

어언 20년 전 노래이건만, 심지어 당시엔 고작 10살이라 제대로 들어본 적도 없는 노래이건만, 2020년 5월, 어느 때보다 터보의 ‘Cyber Lover’라는 곡에 공감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주저 없이 대답하리라. ‘코로나 때문에요.’

현재 내게는 ‘썸남’이 있다. 어느 유명한 노래처럼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남자가 있다는 것. 무려 85일이나 대화를 했다. 그런데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여기서 또 한 번 주저 없이 말하리라. ‘코로나 때문에요.’ 그나마 노래 속 주인공보다 내가 나은 것이 하나가 있다면 적어도 나는 그의 얼굴도 알고 이름도 안다는 것이다.

한국어로 ‘여우’라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그는 파병 때문에 한국에 머물게 된 미군이다. 지난 2월 21세기답게 어플로 알게 된 그는 바비큐를 좋아하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카우보이 부츠를 신어야 하는 진성 텍사스 남자다.

사실 생긴 게 내 타입이 아니라 어물쩍 숨긴 친구 목록에 그의 이름을 옮기려던 찰나, 우연 결에 밤새 이야기를 했고 성격을 비롯해 취향까지 똑 닮은 것을 확인한 우리는 ‘우연’이 아니라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늘도 참 무심하시지.

지난 2월 중순 한국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규모로 확산되면서 머지않아 그가 살고 있는 평택 미군기지도 무기한 락다운에 문이 꽁꽁 닫혀버렸다. 둘 중 한 명이라도 부대에 들어갈 수도 나올 수도 없는 상황에서 졸지에 우리는 견우와 직녀에 분하여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서로를 그리워하며 사진을 보내고 대화를 했다.

‘코로나19 따위가 우리를 갈라놓을 순 없지!’라는 다짐 아닌 다짐과 함께. 우리는 밤마다 긴 통화를 하면서 어떻게 채팅만으로 이렇게 서로가 좋아질 수 있을까 서로에게 묻곤 했고, 그때마다 파안대소를 하며 그저 ‘나도 모르겠어.’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그 때쯤 생긴 한 가지 습관이 있다. 오전 11시 땡 하면 포털 창에 ‘코로나19’를 검색하고 확진자 수를 확인하는 것이다. 초반엔 좀처럼 줄지 않는 확진자 수에 그가 한국을 떠나기 전에 볼 수는 있을까 두려웠다. 그러나 점점 확진자가 줄어드는 시기에는 ‘머지않아 그를 볼 수 있겠구나’하는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전염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의료진과 묵묵히 이 전염병 상황을 이겨내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 마치 견우와 직녀를 이어줄 오작교처럼 느껴져 고맙고 또 고마웠다.

내가 그를 만나는 것처럼 저마다 염원하고 있을 일상을 되돌리기 위해 모두가 함께 이겨내고 있다는 것이 내게 ‘연대’로 느껴져 감동적이었고 심지어 전염병이라는 흙탕물에서 피어난 연꽃 같이 아름답게도 느껴졌다.

그렇게 나의 염원도 하늘에 닿아서일까. 마침내 그와 나의 칠석날이 정해졌다. 지난 5월 23일 토요일. 지긋지긋했던 ‘사이버러버’를 청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날을 코앞에 뒀을 때 그와 나는 툭하면 만나면 무엇을 할까 행복한 고민을 했다. 물론 생활 속 거리두기를 철저하게 지킬 것을 약속하면서. 어렵게 얻은 귀중한 만남의 기회인 만큼 놓치고 싶지 않다.

85일 동안 그와 나는 오직 ‘좋아해’라는 말만 해왔다. 부디 6월엔 ‘좋아해’가 아닌 ‘사랑해’라 말할 수 있기를, ‘사이버러버’가 아니라 ‘리얼 러버’가 될 수 있기를.

– 글: 박채리 님

목, 2020/06/1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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