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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7] 2020년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분야 예산안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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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7] 2020년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분야 예산안 분석

admin | 월, 2019/11/04- 20:10

2020년 보건복지 분야 예산안 분석

-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분야 -

 

김보영 영남대학교 교수

 

지난해에 이어서 이번 예산안 분석에서도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분야를 별도로 분석해 보았다. 올해부터 복지부에서는 커뮤니티케어와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을 계획하고 있고, 이것이 이번 예산에 반영되어 있지만 정작 그 정책 내용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제시된 바가 별로 없어 예산을 통해서 실질적인 정책의 내용을 파악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산상 사회복지전달체계 항목에 포함되어 있는 공공사회복지전달체계 개선, 사례관리 전달체계 개선,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과 함께 사회복지사업지원으로 분류되어 있는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추진(지역사회 통합 돌봄 선도사업)을 포함하여 분석해 보았다.

 

<표 7-1> 2020년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예산안

<표 7-1> 2020년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예산안https://lh6.googleusercontent.com/kVEljJ-H1gxxJoBeXwEXIoY1Ri8nd7n68YwP0G... />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추진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주거, 보건의료, 돌봄, 요양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여 서비스 수요자가 시설이나 병원이 아닌 자신이 살던 곳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하려는 사회서비스 정책으로 올해부터 이른바 선도사업을 통해 대상별,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모형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이 논의는 2018년 1월 보건복지부 연두 업무보고에서 처음 본격적으로 제기되어 거의 1년간의 논의 과정을 거쳐 올해 1월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 추진계획이 발표되어 공모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에 특화된 선도사업 지역이 각각 5개, 2개, 1개 지역이 선정되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다양한 연계사업을 수행하면서 지역사회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노인형 선도사업 지역을 8개로 추가로 선정하여 9월부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0년 예산안은 이러한 시범사업 지역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계획하여 편성되었다. 총 노인 13개 지역, 장애인 2개 지역, 정신질환자 1개 지역으로 16개의 기초 지자체에서 사업을 12개월 동안 진행하는 것이다. 이미 지난 해 예산안 분석을 통해서 이러한 보건복지부의 선도사업이 얼마나 제한적인 지원 아래 추진되고 있는지를 지적한 바 있다. 기본적으로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 돌봄 수요를 포괄하는 수준에서 사업이 추진되어야 하겠지만 이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노인의 경우 장기요양보험 신청자를 기준으로 하면 시군구 평균 4천여 명 규모이고, 장애인의 경우 중증장애인(기존 3급 이상)은 4천 4백여 명 규모이지만 선도사업 대상자의 규모는 고작 200명 규모의 내외를 기준으로 하고 있었다. 내년 선도사업에 있어서도 노인과 장애인 선도사업 지역에는 시군구별 서비스 예산으로는 월 123,8백만 원을 산정하고 있는데(지자체 보조율 50%) 이는 지난해 노인 선도사업 지역에서는 월 85.7백만 원을 책정한 것에 비하여는 증액이 되었으나 여전히 유의미한 규모를 포괄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지원체계 구축으로 예산을 5,156백만 원을 책정하고, 그 중 지역사회 통합돌봄 지원체계 구축운영으로는 시군구 당 월 9.6백만 원을 산정하고 있는데(지자체 보조율 50%) 이 예산은 전년도에에 전담인력 1명의 인건비와 지역케어회의 운영, 모니터링과 평가, 담당자 교육 등의 명목으로 월 8.6백 만원 책정이 되었던 예산으로 1백만 원 증액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기존 체계에 전담인력 1명 수준의 증원으로는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보았는데 이점에 있어서 역시 큰 변화는 없는 것이다. 단 변화가 있다면 모니터링 및 평가 예산을 지자체별로 월 3.7백만 원, 선도사업 담당인력 교육비로 355백만 원을 보조율 없이 전액 중앙정부 예산으로 책정하고 있어 지자체에서 지역사회 통합돌봄 지원체계 구축 운영비를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더 생겼다고 할 수 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에 있어서의 관건은 이러한 예산을 통해서 직접적인 서비스를 늘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분절되어 있는 파편적 서비스가 당사자의 지역생활을 보장할 수 있도록 얼마나 통합적으로 제공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수 있는가에 있다. 다시 말해 노인 돌봄의 경우 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보험과 지자체의 노인대상 서비스, 장애인 지원의 경우 국민연금공단이 인정조사를 하는 장애인활동지원 등과 장애인복지관에서 시행하는 각종 장애인 서비스 등이 새로운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 안에서 제공기관 별이 아니라 당사자의 욕구 중심으로 설계될 수 있도록 하고 선도사업의 사업예산으로는 이러한 기존 서비스의 빈틈을 메울 수 있는 새로운 유연한 형태의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는데 쓰인다면 통합돌봄의 모델을 개발한다는 선도사업의 목적에 부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선도사업 지역에서의 노인 돌봄이나 장애인 지원의 욕구 규모에 대한 근거 없이 1~200명 수준의 극히 일부 대상규모를 포괄하고, 1~2명 정도의 추가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예산만 지원된다면 극히 일부 지역에서 시행중인 선도사업의 대상 역시 지역에서 극히 일부의 대상에게만 실험적으로 시행해볼 수 있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2022년까지 선도사업을 통해 모델을 개발하고, 2025년까지 그 제공기반을 구축하여 2026년부터는 커뮤니티 케어를 보편화시키겠다는 것이 정부가 밝힌 ‘로드맵’인데 이렇게 소규모 실험적 시도만 반복한다면 과연 보편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소한 시범사업 지역 내에서라도 일부 대상이 아니라 커뮤니티 케어가 일반적인 돌봄과 지원이 원칙으로 적용될 수 있는 규모의 실험이 시도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일괄적인 예산 배정이 아니라 지역의 욕구 규모를 추정하고, 이에 근거한 실질적인 예산 책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란 복지부가 얘기하는 사회서비스 정책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아니라 그저 또 다른 형태의 분절적이고 파편적인 서비스들을 구분하는 명칭에 불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

사회서비스원은 기존의 사회서비스가 과도하게 민간에 의존하고, 경쟁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공공성이 약화되고, 서비스 질이 열악했었다는 문제의식에서 공공의 책임성 있는 사회서비스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추진하고 있는 정책수단이다. 현재 서울, 경기, 대구, 경남 등 4개 시도에서 시범적으로 설립한대 이어서 추가적으로 7개소를 설립하기 위한 예산과 중앙지원단의 설립과 운영, 사회서비스원 업무지원 시스템 구축 예산 등을 책정하고 있다. 중앙지원단과 업무지원시스템, 그리고 신규 설립 지역의 시설비는 100% 중앙정부 지출예산이고 사회서비스원 인건비와 사업 및 운영비는 50%의 보조율로 지원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올해 시범사업 지역에서는 지역당 인건비를 12명 기준으로 했다면 내년 예산에서는 20명 기준으로 늘렸으나 사업·운영비는 지난 예산에서 개소당 1,400백만 원이었는데 이번 예산에서는 1,080백만 원으로 삭감되었다.

 

이미 지난번 예산분석에서 사회서비스원이 공공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기본 목적과 달리 사회서비스원의 설립과 운영을 위한 예산만 반영이 되어 있을 뿐 공공인프라 확대에 대한 예산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는 이번 예산에서도 전혀 변화가 없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중앙정부에서 광역지자체에 사회서비스원의 설립과 운영을 지원해주면 이를 기반으로 지자체가 인프라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모르겠지만 서울과 같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그러한 움직임 역시 아직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일부 지역에서는 사회서비스원에서 권역별 종합재가센터를 설립하면서 요양보호사를 시간제로 고용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원래 사회서비스원은 경쟁중심의 민간공급으로 종사자의 근로조건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서비스 질이 떨어지므로 공공공급을 통해서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여 질 높은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것이 기본 취지였는데 민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종사자 고용으로 사회서비스원 설립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복지부가 애초부터 사회서비스원 추진계획에서부터 사회서비스원 운영기관에 대한 독립채산제의 원칙을 내세우면서 민간 제공기관과 다를 수 있는 조건을 없애버린 것이다. 종사자의 열악한 근로조건의 문제는 단지 영세한 민간기관 간의 경쟁의 문제뿐만 아니라 장기요양보험이나 장애인활동지원제도에서의 지나치게 낮은 단가의 문제도 있었는데 이를 사회서비스원이 운영하다고 한들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추가적인 지원 없이 기관을 독립채산제로 운영한다고 하면 사회서비스원 운영 기관의 종사자라고 크게 근로조건이 달라질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복지부는 민간기관의 반발로 인해 수가로만 운영하는 민간기관과의 형평성을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뒤집어 이야기하면 사회서비스원 역시 민간기관과 똑같이 ‘경쟁’하는 또 하나의 기관임을 인정하는 꼴이다. 지역의 민간병원과 다른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공공의료원과 같이 사회서비스원이 사회서비스에서 기존 민간기관과 차별화된 어떤 공적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재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사회서비스원은 사회서비스에 대한 지자체의 책임을 뒤집어씌우면서 정작 공공성의 뚜렷한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워 설립 취지부터 무색해질 가능성이 크다.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와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이전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주민생활지원서비스 개편, 희망복지지원단 출범, 동복지허브화로 이어지던 전달체계 개편 작업이 이번 정부에서는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약칭 주인공)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도하에 추진이 되고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예산 분석을 위해서 행안부 예산의 해당 항목까지 분석에 포함시켰다. 읍면동이라는 소생활권을 중심으로 민과 관이 공동으로 공공서비스를 계획, 생산, 전달하겠다는 주인공 사업은 2018년 도입기와 2019년 확산기를 거쳐 2020년 정착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지만 내용을 보면 여전히 그 방향부터 혼란스러워 보인다. 가장 기본적으로 주인공 사업은 행정안전부가 주도하는 주민자치 분야와 복지부가 주도하는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가 결합된 형태인데 사업 내용상에서는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으면서도 서로 각자의 추진체계와 사업방식이 아예 분리되어 있어 전체 사업의 목적과 방향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기가 어렵다.

 

예산상으로 보면 행정안전부의 주인공 사업 예산은 크게 공공서비스 연계강화 지원, 부처 지역사업 연계 지원, 맞춤형 컨설팅 지원 등 역량 강화, 민간합동협의회 및 추진단 운영 예산으로 구성되어있다.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예산은 복지부에서 공공사회복지전달체계 개선 사업으로 잡혀 있는데 960명 인력 증원에 대한 인건비 지원 예산과 읍·면·동 맞춤형 통합 서비스 지원 예산, 20개 시·군·구에 대한 복지전달체계 개편 시범사업, 그 외 사례관리 정책지원센터 운영, 사회복지인력 교육훈련, 전달체계 개편 홍보, 관련 연구용역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행정안전부 예산에서 부처 지역사업 연계 지원은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각 부처 공모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예산이고, 맞춤형 컨설팅 지원이나 민간합동협의회 및 추진단은 중앙차원의 지원체계를 위한 예산이라고 한다면 직접 읍·동을 지원하는 예산은 공공서비스 연계강화 지원으로 47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주민조직, 민간기관, 지역의 공공기관을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맞춤형 서비스나 복지 사각지대 발굴 및 해소, 주민참여 프로그램 등을 위해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100만 원씩 지원(보조율 50%)하기 위한 것이다. 보건복지부 예산에서는 중앙차원의 정책 지원, 홍보, 교육, 연구 예산을 제외하면 직접적으로 지역에 지원되는 예산은 증원 인력의 인건비 지원과 개소당 8.4백만 원(서울 50% 및 지방 70% 보조율)인 맞춤형 통합서비스 지원, 그리고 20개 시·군·구에 500만 원씩(50%, 시·도 매칭)에 지원되는 복지전달체계 개편 시범사업 예산이다.

 

그런데 두 개 부처의 사업의 내용으로 들어가면 공통되게 언급되는 것은 2022년까지 모든 읍·동을 행정팀에 자치담당 인력 1명과 찾아가는 복지행정팀에 복지직 3명, 간호직 1명을 배치하는 기본형에서 공공찾아가는 보건복지팀에 복지직을 7명까지 확대하는 서비스 연계형에서는 개편하겠다는 계획 정도이다. 행정안전부는 자치담당 인력이 주민 대표기구인 주민자치회를 전환하거나 신설하여 주인공 사업의 핵심 주체로 두어 주민총회, 자치계획 수립, 각종 교육활동 및 행사 등 주민자치 업무 등을 수행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반면 복지부에서는 시·군·구의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시군구 복지총괄부서를 중심으로 통합사회보장회의를 운영하고 찬다가는 보건복지서비스 기본계획을 수립하며 중심으로 읍면동별로는 읍면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을 중심으로 마을복지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주민자치회의 자치계획과 읍면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마을복지계획으로 읍면동이라는 소생활권 단위에서 두 개의 서로 다른 추진체계를 상정하고 있으면서 마을계획에서 다루고 있는 의제에는 문화예술, 경제, 교육안전뿐만 아니라 동네복지와 주거환경을 포괄하고 있어 내용상으로 읍면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마을복지계획과 구분되지도 않는다. 또한 행정안전부에서 추진하는 47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서비스 연계강화 사업과 복지부에서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기본계획을 중심으로 20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읍면동 중심 복지전달체계 구축 사업은 무엇이 다른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행정안전부의 공공서비스 연계강화 사업도 사각지대 발굴·해소 등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의 영역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유사한 사업에 대해서 두 부처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모양새를 띄고 있지만 실상 서로 다른 추진체계를 가지고 유사한 내용의 사업을 중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받아든 현장에서는 주민자치회와 읍면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뭐가 다른 것인지, 자치계획과 마을복지계획은 뭐가 다른 것이며 왜 비슷한 내용을 서로 다른 양식으로 계획을 세워야 하는지 혼동스러울 것은 뻔한 일이다. 이를 지원하는 체계역시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가 따로 꾸려서 따로 예산을 편성하여 추진하고 있으니 이러한 지원은 혼란을 해소하기보다는 혼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사례관리 전달체계 개선 사업은 지난번 예산과 마찬가지로 통합사례관리사 지원, 자활사례관리, 취약계층 아동통합서비스(드림스타트), 의료급여관리사, 방문건강관리, 중독관리통합지원 등 각종 사례관리 사업을 모두 묶은 항목이다. 변화가 있다면 노인돌봄기본서비스가 노인맞춤돌봄서비스로 이관되면서 이 항목에서는 삭제되어 예산 삭감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예산 항목을 묶어놓은 것 이외에 이들 사례관리 사업을 상호 연계하거나 통합적으로 개편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2019년에 연계·협력 업무안내 개발 및 보급을 하고 사례관리 시스템 연계를 추진하였다고 하지만 지자체, 지역자활센터, 보건소,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등 다른 기관에서 각각의 사업 인력으로 배치된 인력이 어떻게 통합적인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나 방향, 구체적 사업은 없는 상태이고 여전히 수행체계는 제각기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

올해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나 사회서비스원,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 등 이번 정부에서 새롭게 추진하는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정책이 추진되고는 있지만 얼마나 그 정책 취지에 맞게 사업이 계획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의 생활이 이루어지게 하겠다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은 아무리 모델 개발을 위한 실험적인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선도사업 지역이라도 유의미하게 돌봄이나 지원체계를 전환시킬 수 있는 규모의 지원과는 거리가 멀다. 기존의 분절적이고 파편적인 서비스 체계에서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파편적인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는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운 모습이다. 사회서비스원 역시 사회서비스원이라는 새로운 기관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 이상으로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를 대폭 확대시키기 위한 정책이 예산이나 사업내용에 반영되어 있지 못하다.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는 겉모양만 행정안전부와 복지부가 같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을 뿐 실제 추진체계는 각자 중복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앙지원 체계도 각자 따로 예산을 투입하여 꾸리고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제도화되고 발전하면서 전달체계 개혁은 지속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사회서비스의 속성상 현금급여보다 효과적 정책을 위해서는 전달체계가 중요하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체계적인 계획 없이 필요에 따라 각자 서비스들이 자꾸 생기다 보니까 그 어느 나라보다도 분절적이고 파편적이 되어서 기본적인 대상자의 포괄성이나 정책 효과성조차 따지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사회서비스가 확대되면서 해소되기보다는 더욱 악화되는 모양새다. 이번 예산안에서 드러난 것만 보아도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나 사회서비스원 등 어느 하나도 기존 체제의 전면적인 개편을 추진하고 있기보다는 또 다른 서비스를 추가하고 또 다른 기관을 설립하는데 그친다면 결국 더욱 전달체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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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보건복지 분야 예산안 분석

- 기초생활보장 분야 -

 

홍정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전체적인 평가

2020년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13조 9,939억 원으로 전년 추경예산 대비 9.2% 증가함. 생계급여, 의료급여, 긴급복지, 자활사업 등을 합한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은 12조 2,61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4% 증가함. 반면, 국토교통부 소관 예산인 주거급여 지원은 전년 대비 2.5% 감소, 교육부 소관 예산인 교육급여는 전년 대비 22.8% 감소함.

 

전반적으로 내년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두 자릿수의 인상률을 기록했지만, 위기가구에 대한 단기적 지원 대책인 긴급복지 외의 기초생활보장급여의 대상자가 유의미한 폭으로 증가하지 않았음. 이와 같은 소극적인 개선안은 최근 가계동향조사에서 나타난 저소득 가구의 소득 하락 현상, 그리고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나타난 불평등 심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님.

 

<표 2-1> 2020년 보건복지부 총지출과 사회복지 예산, 기초생활보장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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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사업 평가

<표 2-2> 2020년 보건복지부 등 기초생활보장 예산안

<표 2-2> 2020년 보건복지부 등 기초생활보장 예산안https://lh6.googleusercontent.com/Ot-xS5t1eQNyFxZ9crBuX__smtcG7-SRf_KBdu... />

 

1) 생계급여

생계급여 예산은 전년 대비 5,762억 원 증가한 4조 3,379억 원이 편성되었음. 2019년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의결한 2020년 기준 중위소득에 따라 생계급여 인상률은 2.94%에 불과하나 ▲부양의무자기준 완화 ▲근로소득 공제 확대 ▲재산기준 완화 등의 제도개선이 이루어져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보다 높은 수준으로 예산이 증액되었음. 정부는 2020년 추진할 제도 개선에 따른 신규 수급가구를 약 7.1만 가구로 추정했음.

 

2019년 하위 20% 이하 노인가구, 2020년 하위 20~40% 노인가구의 기초연금이 각각 5만 원씩 인상되면서 생계급여 예산지출이 6,576억 원 감소했으나, 2019~2020년 부양의무자기준 완화 등 미약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데 편성한 예산은 7,262억 원에 불과함. 정부가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지 않고, 일부 취약가구에 대해서만 부양의무자기준을 완화해온 것은 생계급여 수급자 수가 감소하는 것을 막기 위한 ‘현상 유지’ 대책에 불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

 

2) 의료급여경상보조

의료급여 제도에는 정부가 2020년부터 추진하는 특별한 제도 개선은 없지만, 예산은 전년 대비 8.8% 증가한 7조 38억 원이 편성됨. 1종 의료급여 수급자의 경우만 하더라도 2016~2018년 예산상의 1인당 진료비가 실제보다 7~9%가량 부족하게 책정됐다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의 지적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2020년부터 기본진료비 단가를 현실에 맞게 인상한 것이 예산 증액의 주요 요인임. 부양의무자기준을 일부 완화한데 따른 신규 수급자의 수급권을 보호하기 위한 예산이 1,458억 원 증액되긴 하였으나, 의료급여의 경우 부양의무자기준 완화 조치가 생계급여보다 소극적으로 이뤄졌음. 게다가 중기재정계획을 살펴보면 정부는 2021년부터 의료급여 예산 증가율을 3%로 고정하였는데, 이는 대통령 공약에 따라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임.

 

3) 긴급복지

내년 긴급복지 예산은 1,656억 원으로 2019년 추경예산 대비 1.9% 증액됐으나, 본예산과 비교하면 16.5% 증액됨. 그동안 긴급복지 예산은 제도의 대상인 저소득 위기가구 수를 정확히 추계할 수 없다는 것을 근거로 본예산을 보수적으로 편성한 후, 추경 또는 다른 사업에서 이용·전용하는 관행이 있었음. 이 관행에 대해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반복적으로 시정을 요구하자, 정부는 2020년부터 예년의 본예산보다 큰 규모의 예산을 편성한 것임. 그런데 긴급복지 예산의 중기재정계획을 살펴보면 정부는 2021년 예산을 다시 2019년 본예산 수준으로 감액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됨. 긴급복지 지원이 필요한 위기가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대상을 보다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이후에도 2020년과 마찬가지로 추경 예상분까지 반영한 수준으로 본예산을 편성해야 함.

 

4) 자활사업

자활사업 예산은 전년 추경예산 대비 14.9% 증가한 6,022억 원이 편성됨. 다른 예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자활사업의 증액분은 사회서비스일자리형, 시장진입형 자활근로 단가가 5.0% 인상되고 대상자를 각각 25.3%, 28.3% 증가시킨 것에 기인함. 그런데 자활근로의 단가가 최저임금 대비 지나치게 낮아, 자활에 참여할 의무가 부과되는 조건부 수급자까지도 차라리 자활사업에 참여하기보다 일용직 일자리에 참여하는 것을 선호하는 등 자활사업 참여자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음. 이는 생계급여 수급자에게 지급하는 자활장려금의 대상을 전년 대비 70.6% 수준으로 대폭 낮춘 것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남. 보건복지부는 자활사업 참여자의 문턱을 낮추고 있으나, 2020년부터 고용노동부 소관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신설됨에 따라 두 부처·제도 간의 역할을 정립해야 하는 과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음.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자활사업 참여 의무를 부과하는 대상을 넓힐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자활근로의 단가가 보다 높은 수준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음.

 

5) 주거급여 지원

주거급여 예산은 생계급여, 의료급여와는 달리 전년과 비교해 예산이 삭감되었음. 주거급여 수급가구 선정 기준을 기준 중위소득 44%에서 45%로 상향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거급여 예산이 삭감된 것임. 그 이유는 정부는 2018년 10월부터 주거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여 수급가구 수가 최대 139.5만 가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2019년 6월 기준 주거급여 수급가구는 114.1만 가구에 불과했기 때문임. 주거급여 신규 수급가구 증가가 저조해 목표치에 크게 미달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주거급여 선정기준을 기준 중위소득 50% 이상으로 상향하는 방안과 만 30세 미만 미혼 청년 단독가구에게 주거급여를 지급하는 방안 등을 신속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었으나, 국토교통부는 2017년 수립된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서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았음.

 

게다가 국토교통부는 2018년 예산안 수립 당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 따른 신규 수급가구의 월평균 주거급여 수급액을 9.5만 원으로 예상했으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2018년 결산자료 분석에 따르면 2018년 10~12월 신규 수급가구의 월평균 주거급여 수급액은 예상치의 2배를 초과하는 19.9만 원으로 나타나, 신규 수급가구의 경제적 상황에 대한 예측에도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됨. 2018년 말 기준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주거급여 수급가구의 경우 실제 임차료 대비 주거급여액이 82.7%에 불과했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주거급여 신청가구의 주거환경이 면밀하게 조사되지 않아, 면적 이외의 다른 항목에서 최저주거기준 미달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임. 2020년 소폭 상향된 주거급여의 기준임대료조차도 2019년 초 기준 최저주거면적 수준의 민간임대주택의 평균 임대료의 절반 수준에 불과함. 

 

이와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주거취약계층이 내몰린 열악한 거처의 임대료보다도 낮은 주거급여의 보장성을 대폭 강화하지도 않았고, 비주택 거주가구와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에 대한 주거환경 확인조차 하지 않았으며 신청자 또는 수급자에게 필요한 주거지원도 제대로 연계하지 않았음. 국토교통부가 시범사업 성격으로 전국 20개 지역에 비주택 거주 주거급여 수급자를 지원하기 위한 신규 사업으로 20억 원을 편성한 것은 바람직하나, 원칙적으로는 기초생활 보장제도 신청이 이루어지는 읍면동·시군구 단위에서 신청자 또는 수급자의 주거환경이 점검되고 공공임대주택을 비롯한 필요한 주거지원 서비스가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함. 해당 사업이 임시적인 조치로서 주거급여 지원 예산에 포함되는 것은 이해될 수 있으나, 적어도 단계적으로는 전국 시군구에 주거복지 지원 확대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함.



결론

 

문재인 정부는 광범위한 사각지대 해소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명목으로 각 기초생활급여의 자격기준과 생계급여의 보장수준을 결정하는 기준 중위소득을 미미한 수준으로 인상하는데 그쳤음. 무려 17.4%에 달하는 상대적 빈곤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해야 했으나, 대통령 공약이었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도 아님. 주거급여 사례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듯이,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해 수급권을 침해당하는 빈곤층은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으로 추정됨. 따라서 정부는 2020년 수립될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통해 반드시 생계급여,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해야 함.

월, 2019/11/04-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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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 무모, 영인 새벽이생추어리 활동가

이 글에서는 비인간 동물과 인간 동물을 가르지 않고, 모두 생명을 가진 존재라는 의미를 나타내고자 비인간 동물의 수를 셀 때 ‘마리’가 아닌 ‘명(命)’을 사용합니다.

현 사회에서 비인간 동물의 위치

인간이 비인간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과 그들과 맺는 관계는 각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동물권에 대한 논의가 점차 확장되고 있으며, 최근 몇 년 사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비건1)이란 개념도 낯설지 않게 되었다.

비인간 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해나가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는데 놀랍게도 지금까지 법적으로 동물은 생명이 아닌 물건에 준하는 존재로 다뤄졌다. 그렇기에 학대 사건이 벌어져도 가해자를 형사 처벌할 수 있는 죄목은 타인의 물건을 망가뜨리는 범죄인 재물손괴죄였으며, 동물 학대에 징역형을 선고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동물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향상과 시민 사회의 노력으로 한국 법무부는 지난 2021년 동물을 물건으로 보지 않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으며 국회에 계류 중이다.

종차별주의

동물 학대를 강력히 처벌하고, 다른 종에게로 공감을 확대해나가고자 하는 흐름은 반길만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동물을 종에 따라 다르게 대우하는 종차별주의(speciesism)2) 가 만연하다. 특정 종의 동물들, 구체적으로는 산업적으로 이용되는 소위 ‘가축’으로 분류되는 동물들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이들은 동물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며 미약한 법규가 있어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 이들 동물들이 번식되고 사육되며 죽임당하는 모든 과정에서 겪게 되는 폭력은 관행이자 합법으로 널리 인정된다. 인간이 비인간 동물을 이용하는 산업의 규모는 지난 어느 시대보다도 거대해졌고, 그만큼 산업에 이용되는 동물들에 대한 처사도 잔혹해졌다. 비인간 동물들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고통과 감정을 느끼는 생명이 아닌 이윤을 위한 도구로 대해진다.

우리 인간은 필요와 상황에 따라 비인간 동물들을 크게 ‘반려동물’, ‘농장동물’, ‘실험동물’, ‘야생동물’로 분류하여 극도로 다르게 대우해왔다. 종차별주의는 인간과 비인간 동물을 구분하고, 비인간 동물 중에서도 특정 종의 동물만을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여기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는 오로지 인간의 기준이며, 인간의 이익을 침범한다고 여겨지면 ‘보호할 대상’에서 ‘유해조수’로 전락하기도 한다.

새벽이생추어리의 탄생

2020년 5월 국내 최초로 설립된 생추어리인 새벽이생추어리는 뿌리 깊은 종차별주의에 의문을 제기하는 동물권 단체이다. 생추어리(sanctuary)란 사전적 의미로 ‘안식처’, ‘피난처’를 뜻하는데, 1980년대 미국에서 처음으로 공장식 축산업에서 병들고 버림받은 동물들을 구조하여 돌보는 시설이 생겨나면서 지금과 같은 의미의 동물 생추어리가 확산되었다. 인간이 만든 시설 중 가장 동물권에 입각한 공간인 생추어리는 다른 어떤 목적보다도 그곳에 거주하는 동물의 안온한 삶을 가장 우선시하며, 야생에서 살아갈 수 없는 동물들의 자연 수명이 다할 때까지 그들의 돌봄을 책임진다. 동물보호소나 동물원과 다르게 동물을 사거나 입양 보내지 않고, 더 이상 동물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안락사시키지 않으며, 동물을 전시하거나 체험에 동원하는 등 인간을 위해 이용하지 않는다. 동물 한 명 한 명의 개별성과 고유성을 존중하고, 그들의 습성과 욕구에 맞춘 환경을 제공하며, 아플 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 현재 새벽이생추어리에는 종돈장에서 공개 구조(open rescue)3)된 돼지 새벽이와 실험동물로 태어나 쓸모를 잃자 안락사 위기에 처했다 구조된 돼지 잔디가 산다.

우리 사회에서 ‘가축’으로 불리는 종인 돼지는 고기를 생산하는 것과 동물실험을 목적으로 주로 이용되며 각각 공장식 축산과 동물실험 산업4)에서 막대한 규모로 희생된다.

돼지도 반려동물로 불리는 강아지, 고양이는 물론 인간과도 다를 바 없이 고통을 느끼고 감정을 지닌 존재이지만 우리 사회는 이 사실을 철저하게 외면한다. 그렇게 해야만 거대한 자본이 계속 이윤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벽이생추어리는 그렇게 외면당하여 잊혀지고 가려져 온 동물들의 삶을 드러내는 활동을 한다.

돼지다움 그 너머 새벽이답게, 잔디답게 사는 삶

새벽이생추어리는 새벽이와 잔디가 살아가는 ‘돼지다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가치 있고 아름다운지를 알리며 우리 사회가 비인간 동물들로부터 어떤 삶을 빼앗아 왔는지를 보여준다. 새벽이와 잔디는 돼지 본연의 습성대로 부드러운 땅을 코로 파며 탐색하는 것을 즐기고, 자신들의 방식으로 다채로운 감정표현을 한다. 

축산 농가에 사는 돼지들은 좁고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기에 한 공간에서 먹고, 자며 배변 활동을 한다. 땀샘이 없는 돼지는 본래 진흙을 몸에 묻혀 체온조절을 하는데, 축산 농가의 돼지들은 자신의 오물을 몸에 묻혀 체온조절을 할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새벽이와 잔디는 스스로 자는 곳과 배변 활동을 하는 공간을 분리하여 생활하며, 더운 여름에는 진흙목욕을 하며 살아간다.

같은 돼지 종이지만 새벽이와 잔디는 서로 체격뿐 아니라 취향과 성격이 달라 단순히 ‘돼지’라는 하나의 분류로 묶일 수 없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인간들 사이에도 ‘너’와 ‘나’가 분명히 구분되듯이, 새벽이에게는 새벽이다움이 있고 잔디에게는 잔디다움이 있다. 그들은 각자 개별성과 고유성을 지닌 존재들이다. 새벽이생추어리는 새벽이와 잔디가 살아가는 생생한 이야기를 알림으로써, 어떤 인간 동물권 활동가보다도 강력한 목소리를 지닌 새벽이와 잔디를 대변해왔다.

폭력의 흔적을 지니고 살아가는 새벽이와 잔디

생후 2주차에 구조되었음에도 새벽이의 몸엔 종돈장에서 겪은 여러 폭력의 흔적이 남아있다. 열악한 종돈장 환경 탓에 새벽이는 피부병을 앓고 있었고 치료가 필요했다. 새벽이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꼬리가 잘리고 송곳니를 뽑혔다. 이는 새끼 돼지들이 변변한 환경적 자극이 없는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서로의 귀와 꼬리를 무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남성으로 태어난 새벽이는 고기에서 나는 웅취를 없앤다는 이유로 거세당했다. 이 모든 일들은 축산업 현장에서 이뤄지는 관행으로 마취 없이 진행된다.

잔디는 실험동물로 쓰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체구를 작게 만들고 피부색을 희게 만든 종의 돼지이다. 잔디가 밥을 먹거나 물을 마실 때 고개를 허우적거리는 행동을 자주 하는데, 수의사에 따르면 잔디 코의 모양이 선천적으로 기형이고 이는 근친 교배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인간은 원하는 특질을 만들어내기 위해 비인간 동물을 선택적으로 교배하고, 유전자 조작으로 개변했다. 이 과정에서 비인간 동물이 살아가야 하는 삶이나 해당 종의 복지는 고려되지 않았다. 젖소의 유방은 몸이 버티지 못할 정도로 많은 젖을 생산하도록 개변되었고, 닭과 칠면조는 거대한 가슴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주저앉는다. 고기로 키워지는 돼지들은 평균 6개월령에 도살되는데, 단기간 빠르게 살찌우기 위해 성장촉진제가 사용된다. 인위적으로 비대하게 커진 몸을 버티기에 돼지의 관절은 너무 약하다. 새벽이 또한 관절 건강을 위해 평생 식단 조절을 해서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새벽이와 잔디는 이미 인간에 의해 장애를 입고 기형으로 태어났다. ‘고기’와 ‘실험동물’이라는 목적만을 위해 강제로 몸을 개변시킨 결과, 다양한 건강상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삶은 인간이 행한 폭력을 가감 없이 증언하며 성찰하게 만든다.

축산업의 가려진 비용

축산업에서는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 메탄, 이산화질소가 배출되며, 가축을 키울 공간 및 가축 사료를 재배하기 위한 공간 마련을 위해 대규모 벌목이 이루어진다.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의 1/3은 가축의 먹이로 이용된다. 누군가는 고기를 그 어느 시대보다 쉽고 값싸게 소비하고 함부로 버리기까지 하는 현실이지만, 이 세계에는 여전히 굶주리고 식수 부족에 시달리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

비좁고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에서 살아가기에 발생하는 필연적인 건강 문제를 예방하고자 더 많은 항생제와 살균제가 사용된다. 그리고 항생제 남용은 내성 있는 병원균을 만들어낸다.5) 현재 미국, 유럽, 일본 등에는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유행하고 있다. 밍크, 수달, 여우 등의 포유류가 감염되어 집단으로 죽은 것이 확인되면서 ‘조류발 팬데믹’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6)

공장식 축산은 바이러스의 변이와 확산을 용이하게 만드는 밀집된 환경으로,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을 높인다. 매년 발생하는 전염병으로 수많은 비인간 동물이 살처분7)되었다. 2022년 10월 기준으로 2019년 이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농가에서는 총 6만 5,404명의 돼지가 살처분되었는데, 확산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감염 여부에 대한 확인 없이 예방적으로 살처분된 인근 농가의 돼지는 그 5배가 넘는 34만 3,136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8) 동물들이 산 채로 매장된 땅에선 침출수가 흐르고, 이는 토양과 하천을 오염시킨다.

동물권은 비인간 동물만을 위한 것일까

2017년 경북의 한 돼지 농장에서는 이주 노동자 두 명이 돼지 분뇨로 막힌 구멍을 뚫기 위해 집수조에 들어갔다 유독가스에 질식해 죽었다. 사장의 지시로 어떤 보호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일을 진행하다 발생한 인재였다.9) 살처분 현장에 투입된 후 과로사, 자살 등으로 공무원들의 죽음이 잇따르자 정부는 살처분 인력을 외주화하여 용역을 주고 일용직 노동자로 대체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불안정한 신분에, 산재 처리를 해주지 않아도 되는 이주 노동자들이 들어왔다.10)

축사 인근 주민들은 축사 악취와 소음 피해를 지속적으로 호소한다. 혐오 시설인 축사는 땅값이 싸고 사람이 적은 지방에 위치하며, 도시의 사람들은 돼지, 소, 닭을 평생 마주치지 않고도 깨끗하게 손질된 고기를 마트에서 언제든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자로만 남는다. 지금과 같은 지나친 육식 소비를 가능하게 만드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해 누가 희생을 감내하고 있는지는 가려진다. 공장식 축산은 종차별주의뿐 아니라 도시와 지방 간 불평등과 빈부격차로 지속된다.

축산업으로 인한 환경 오염 피해를 가장 먼저 받는 자들은 비인간 동물과 인간 구분 없이 가난하고 힘없는 사회적 약자들일 것이다. 동물권의 문제는 비인간 동물들을 불쌍히 여기거나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물권은 인간 사회의 빈곤, 생태, 공공 보건, 노동자들의 권리 등 인권을 포괄하는 개념일 수밖에 없다.

인간과 비인간 동물이 맺는 대안적 관계를 제시

새벽이생추어리에서는 정기적으로 소수의 돌봄 활동가(‘보듬이’)를 모집하여 일정 기간 매주 새벽이와 잔디를 만나 돌봄하며 관계를 쌓을 기회를 제공한다. 살아있는 돼지를 좀처럼 만날 수 없는 사회에서 새벽이와 잔디를 직접 만나 그들의 고유함을 알아가는 경험은 특별하다. 

우리는 인간을 위해서라면 비인간 동물을 착취하는 것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느끼는 사회에서 평생 살아왔다. 새벽이와 잔디가 봄을 맞아 푹신하게 녹은 땅을 밟으며 신나게 뛰는 모습, 햇볕 아래 따사로움을 느끼며 평온하게 잠든 모습은 그들이 고기로 당연하게 태어난 것이 아님을, 그들 또한 그 자체로 존중받아 마땅한 주체적인 생명으로 태어났음을 깨닫게 한다. 이러한 경험은 단절되었던 비인간 동물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대안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시작점이 된다.

새벽이생추어리에서 새벽이와 잔디는 생추어리의 주인이고, 방문하는 인간은 손님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우리가 경험해본 적 없는 새로운 것이기에 생각과 달리 실패하기도 하고, 자신 안의 뿌리 깊은 종차별을 마주하는 날도 많지만, 더 나은 태도와 관계맺음을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곳에 오는 인간은 비인간 동물을 불쌍한 존재로 여기는 시혜적인 태도를 지양하고, 새벽이와 잔디를 동물해방운동을 함께 하는 동료로 여기며 돌봄이란 방식으로 연대하고자 한다.

돌봄 활동은 직접 몸을 움직여 생추어리의 거주 동물을 보듬는 활동이기 때문에, 글이나 말, 교육으로는 다 전달할 수 없는 가치를 체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돌봄 활동에서 얻은 여운은 도시로 돌아온 일상에서도 지속되어, 당연하게 여겨온 관념들에 더 많은 균열을 내고 사회의 변화를 일으키는 동력이 된다.

모든 동물의 해방을 꿈꾸는, 새벽이생추어리

새벽이생추어리는 모든 사람이 비건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인간 동물이 다른 종의 동물, 자연과 맺고 있는 착취적인 관계에 대한 성찰 없는 비거니즘은 또 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만들어낼 것이다. 새벽이생추어리가 말하고자 하는 동물권은 인간과 비인간을 가르지 않고 그 누구도 고통 속에서 생식 능력을 착취당하며 번식 당하지 않을 권리, 죽임당하기 위해 살아가지 않을 권리, 평생의 자유를 억압당하며 구속당하지 않을 당연한 권리를 말한다.

새벽이와 잔디의 삶을 통해 단절되었던 존재들과 연결되는 충만함을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하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변화에 함께하기를 소망한다. 


1) 비거니즘(Veganism)을 실천하는 사람. 비거니즘을 완전 채식주의라고 번역하기도 하지만, 식(食)에만 한정된 개념은 아니다. 동물을 착취하지 않으며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가치관이자 철학으로, 의식주를 아우르는 전반적인 삶의 태도를 말한다

2) 특정 종에 속한 개체가 다른 종에 속한 개체보다 더 우위에 있거나 열등하다고 판단하고 그에 기반하여 차별을 가하는 일체의 행위

3) 활동가들이 신원을 감추지 않고 농장에 들어가 동물들이 겪는 폭력적인 상황을 기록으로 남기고 죽어가는 동물들을 구조하는 직접행동을 말하며, 폭력으로 고통받는 동물의 ‘구조할 권리’를 확립하려는 활동이다. 새벽이는 2019년 7월 디엑스이코리아(DxE Korea) 활동가들에 의해 종돈장에서 공개 구조되었다. DxE(디엑스이)는 전지구적 동물해방 풀뿌리 네트워크로 알려진 동물권 운동 단체이다. 디엑스이 미국 활동가들은 미국 내 이뤄진 초국적 거대 축산 기업을 상대로 한 공개구조에 대해 ‘절도’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2022년 10월과 2023년 3월 각각 소송에서 배심원 만장일치 무죄가 선고되었다(※출처①: ‘학대’ 새끼돼지 구조해 절도죄로 기소… 배심원단이 내린 결론, 오마이뉴스, 손가영, 2022-10-10, ※출처②: dxekorea 인스타그램)

4) 잔디가 태어난 2020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희생된 실험 동물의 수는 4,141,433명이다. ‘운 좋게 살아남은’ 잔디만이 생추어리에서 세 번째 생일을 맞았다(출처: 2020년도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운영실적 및 실험 동물 사용실태)

5) 【공장식 축산을 고발한다②】 가축이 병들 때 사람만 건강할 수는 없다, 뉴스퀘스트, 박민수, 2022-09-20

6) [기후환경 리포트] 코로나19 다음은 H5N1? 조류발 팬데믹 인간 위협, MBC, 현인아, 2023-02-27

7) 가축 살처분은 바이러스의 숙주가 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동물을 죽여 없앰으로써 전염병의 전파를 막는 일종의 예방법이다. 한국의 무차별적인 예방적 살처분 기준에 대해서는 축산 농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예방적 살처분은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비효율적인 과정이며, 살처분 현장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에게 강도 높은 트라우마를 유발한다.

8) 아프리카돼지열병 살처분 중 84% 예방 차원 시행,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2022-10-12

9) 돼지똥통에 빠진 그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들리는가, 연합뉴스, 성도현, 2022-12-20

10) “한해 50억만 벌었으면”…AI 살처분을 기다리는 사람들, 한겨레, 황춘화, 2019-02-16

참고문헌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조너선 사프란 포어, 송은주(옮긴이), 민음사, 2011

<안녕하세요 비인간동물님들!>, 남종영, 북트리터, 2022

<짐을 끄는 짐승들>, 수나우라 테일러, 이마즈 유리·장한길(옮긴이), 오월의 봄, 2020

<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 향기,은영,섬나리, 호밀밭,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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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23/04/0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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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용 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들어가며

참여연대가 발간하는 『복지동향』 지난 2022년 6월호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대한 진단과 평가를 다루었다. 여기서 남기철 교수는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경우, 통상 과거 정부의 정책은 폐기되거나 새로운 브랜드로 덮여지는 일이 많지만 사회서비스 정책에 있어서 새 정부의 국정과제는 사실상 큰 변화가 없음을 지적하였다(남기철, 2022). 급증하는 돌봄·복지 수요에 대응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하고, 사회서비스 산업 발전을 통해 복지와 고용성장의 선순환을 구현한다는 정책방향은 2000년대 중반 사회서비스 정책이 도입된 이후 큰 변화 없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치적 시각으로 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차별화된 철학과 비전이 있다. 공공성 강화와 좋은 공공일자리 확충을 추진하였던 문재인 정부의 사회서비스를 현금급여의 대체재 그리고 민간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사회서비스와 동일하다 볼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문재인 정부의 예외적 노력이 있었다 하더라도 지난 20년간 사회서비스 정책의 산업화 방향은 흔들림 없이 견고한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새 정부 출범 1년의 시점에서 우리는 사회서비스 정책의 솔직한 속내를 보게 되었다. 사회서비스 혁신이란 절실한 수요의 변방에서 산업적 진흥을 위한 것이고, 공공의 규제는 최소화되어야 자율적 시장이 형성되며, 노인·아동·장애인의 ‘돌봄을 받을 권리’에는 관심이 없다. 

이 글에서는 폭증하는 돌봄 수요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보장이 아니라 신규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로적 왜곡이 점철된 사회서비스 정책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새 정부의 사회서비스 국정과제는 민간 주도 사회서비스 혁신으로 지속가능한 한국형 복지국가를 이루는 것이다. 여기서 혁신이란 산업화를 통한 ‘복지·돌봄 서비스 고도화’이며, 지속가능이란 ‘개인의 부담 능력에 따른 소비’를 의미한다. 국정과제로는 규모화와 다변화를 통한 수요·공급의 확대, 혁신 기반 구축, 종사자 처우 개선의 세 가지 주요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추진 방향과 동일하다. 문재인 정부 사회서비스원으로 대표되는 공공성 강화는 열악한 서비스 질로 수요가 낮고, 고용안정으로 혁신이 저해되며, 다수를 차지하는 민간 일자리의 상대적 박탈감을 야기할 뿐이라는 기존 비판에 따른 것이다. 물론 지난 정부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모델의 실패가 뼈아프다. 그러나 새 정부의 사회서비스 전략은 문제를 제기한 영역에 대한 해법이 아니다. 사회서비스의 범주와 목적이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성 강화는 한국형 돌봄국가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 보편적 돌봄의 보장성 강화와 돌봄종사자의 처우 개선을 주로 다루었던 반면, 새 정부의 혁신과 고도화 방향은 사회서비스 산업 육성을 염두에 두고 상품성이 있는 서비스 창출에 몰두하고 있다. 이미 막대한 재정투입에도 미충족 수요가 광범위한 노인요양과 장애인돌봄 등 보편적 사회서비스 몸통은 보지 않고,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정책과의 주무사업인 전자바우처 사회서비스 사업이 혁신을 대표하고 있다.

사회서비스 정책에 대한 동상이몽 : 보편적 공공서비스 vs 수요자 중심 민간서비스

사회서비스 정책은 노무현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그 이전까지 사회서비스는 취약계층 대상 생활시설과 이용시설 복지서비스에 한정되었으나, 복지국가 패러다임이 개인의 역량을 지원하는 이른바 사회투자국가로 선회하면서 보편적 사회정책이 되었다. 2006년 정부는 국가의 장기종합전략으로 『비전 2030』을 선포하면서 5대 전략 중 성장동력확충 전략으로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대를, 그리고 사회복지선진화 전략으로 보육, 요양, 방과후 돌봄, 주거복지 확충을 선언하였다. 후속 조치로 91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하여 사회서비스향상기획단을 발족시켰으며, 사회적기업, 노인장기요양,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사업이 제도화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사회서비스 분야의 재정지출 확대를 원하지 않았다. 반면 복지의 체감도와 효율성에 주목하였고, 주요 개선과제로 찾아가는 서비스, 통합전산망 운영, 시장 중심 서비스 창출을 제시하였다. 사회서비스는 시장기능을 강화하여 민간기관이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보하는 방향에서 추진되었으며 이러한 성격에 부합한 제도인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사업에 주목하였다. 이 시기 대표적 정책은 10대 유망사회서비스 발굴 및 지원이다. 아동정서발달서비스, 노인맞춤형 운동처방서비스, 정신장애인 토탈케어서비스 등 사회서비스 모델을 발굴하고 바우처 방식으로 구매력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확대되었다. 이 사업은 사회서비스 비활성화 이유가 사회서비스 미개발, 영세한 공급기관, 인지도 있는 브랜드 부족 문제로 인식하였고, 따라서 2011년 예산 253억 원을 시작으로 1,353억 원을 10대 유망사회서비스 기관에 집중 지원하는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사회서비스도 산업 육성에 초점이 주어졌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고용·복지는 보육에 대한 국가책임,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전달체계 효율성과 민간자원 활성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하였으나, 사회서비스는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와 연결되어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되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고부가가치 사회서비스일자리 창출방안’을 발표하였고, 구체적으로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R&D, 세제혜택, 정책자금 지원을 사회서비스 부문에 적용하여 시장형 일자리를 확충하고 민간진출 사업으로 육성하고자 하였다.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제공기관의 규모화·전문화 추진,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의 창업·육성, 고객관리시스템 개발, 유망 사회서비스 R&D 투자 등이다. 무엇보다 사회서비스 제공기관 진입규제 완화를 위해 바우처 사업을 지정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고, 소득에 따라 본인부담률을 달리하여 가격규제를 완화하고, 사회서비스 이용자 인정기준 완화로 유망 사회서비스 수요를 개발하는 전략을 추진하였다. 

문재인 정부의 사회서비스는 양적 확충보다는 수요자 측면에서의 보장성 강화와 공급자 측면에서의 공적 책임성 강화를 제시하였다. 재정만 국가가 부담하고 민간에 맡긴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의 개선 없이는 아무리 보장성을 높인다 해도 국민 체감도가 높아지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범부처 사회서비스 발전 방향’하에 6대 추진 과제로 생애주기별·분야별 사회서비스 확충, 지역 사회서비스 균형 발전,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 및 내실화,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통합적 사회서비스 제공 체계 구축,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의 사회권 실현을 제시하였다(관계부처합동, 2018). 더 나아가 지역사회 통합 돌봄, 아동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 노인 맞춤돌봄 서비스,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 대책 등 포괄적 서비스 제공을 통해 서비스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하였다. 

이와 같이 노무현 정부와 이를 계승한 문재인 정부는 사회서비스의 보장성 강화로 보편적 돌봄을 제도화한 방향은 동일하였으나 방식에서는 시장형 일자리 창출과 전달체계의 국가책임 강화라는 측면에서 다른 경로를 형성하였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보장성 확대를 통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가 직접 부담하는 방식으로, 일명 미국식 사회서비스 상품 개발에만 관심을 가졌다. 정작 돌봄에 대한 국가 책임은 외면하는 방식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무상보육을 통해 돌봄제도 확충에 기여하였으나 여전히 사회서비스는 고부가가치 상품시장이라는 전략에서 이명박 정부의 경로를 이어갔다. 

윤석열 정부의 사회서비스 – 보건복지부의 산업부화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44번 ‘사회서비스 혁신을 통한 복지·돌봄서비스 고도화’를 제시하였고, 목표는 ‘다양한 주체’가 ‘질 높은 서비스’를 ‘누구에게나’ 이용하게 하는 보편적 복지·돌봄 체계이다. 새 정부의 사회서비스 방향은 2022년 8월과 2023년 1월 보건복지부의 업무계획에 다음과 같이 구체화되었다. 이른바 사회서비스 고도화란 이제껏 없던 소비시장을 개발하고, 산업 육성을 위해 R&D 투자를 확대하고, 정부는 사회서비스원을 사회서비스진흥기관으로 바꾸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전부처의 산업부화’가 충실히 반영된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의 사회서비스 산업화는 박근혜 정부의 사회서비스 전략과 동일하다. 용어도 그대로이다. 업무계획은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으로 “복지-고용-성장” 선순환을 이루고, 그 근거로 사회서비스 산업의 높은 고용유발계수를 제시하고 있다. 과거 반복된 사회서비스 시장창출 실패에 대한 분석이나 새로운 정책 수단도 없다. 첫째, 정부는 사회서비스 수요창출을 위해 사회서비스 신상품을 개발·공급하고, 이용가격은 제공기관이 탄력적으로 조정함과 동시에 본인부담도 차등화하고, 제공기관의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서비스를 통합하여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 예시로는 가사서비스, 병원동행서비스, 심리상담 등을 추가하고, 융합으로 보육·아이돌봄+놀이교육·예체능+청년사회서비스사업단 등 개별사업을 함께 제공할 수 있게 하여 보편적 사회서비스 시장 형성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둘째, 양질의 공급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영세한 민간 기관을 규모화·조직화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소셜프랜차이즈나 사회적협동조합 전환, 기업·종교계의 사회공헌, 사회적기업과의 파트너십 등이 제시되었다. 혁신펀드(140억 원)를 조성하여 영세한 기관의 규모화를 지원하고, 시장진입의 규제를 완화하여 사회서비스 기술개발(스마트 R&D)과 고령친화산업, 돌봄로봇, 보조기기, 스마트서비스 등 첨단기술이 사회서비스 상품에 연계되도록 하였다. 셋째, 지원·육성을 위한 제도로 「사회서비스지원및진흥법안」 을 제정하고 사회서비스원을 공공서비스 제공기관이 아닌 산업진흥기관으로 역할을 바꾼다. 이 밖에 사회서비스 보장성 강화로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대상 확대, 보호종료아동 자립준비, 영케어러 가족돌봄, 고립은둔청년 고독사 대응도 포함되었으나, 이는 기존 종합계획의 극히 일부 실행 또는 사회서비스 예산으로 보면 매우 미미한 주변적 사업이다. 세부 내용은 박근혜 정부 당시 사회서비스 발전포럼에서 다룬 바 있고, 또한 고부가가치 사회서비스 육성 방안에서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수년간 인구고령화로 인한 돌봄 환경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고, 사회서비스 제공체계에서 개인화, 통합화, 특히 코로나19 이후 긴급한 공공돌봄 대응 요구가 가중되어 왔는데, 처방은 과거로 회귀하였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사회서비스 

지난 동안 사회서비스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 발굴 및 확충, 사회서비스 시장 형성 및 산업화, 사회서비스 품질 제고를 목표로 추진되어 왔다면, 이는 사회서비스에 대한 개념 오류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그동안 사회서비스 개념은 광범위하고 모호하여 어떤 사무가 있고 누가 책임을 져야하는지 보장기관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정책의 효율성이 매우 떨어졌다. 사회서비스는 [사회보장기본법] 제3조에 명시된 사회보장급여이지만, 노인·영유아·아동·장애인·저소득층 등 다양한 대상을 중심으로 개별 정책 사업을 아우르고 있어, 각 사업부처가 사회서비스의 전반적 구조와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정책 방향의 혼선을 가져왔다.

윤석열 정부의 사회서비스 전략에 있어서 산업화가 주요 의제가 되는 이유는 돌봄국가의 서비스보장 체계에 총체적인 접근을 하지 못하고, 유망사회서비스를 발굴하는 전자바우처 사업이 과대 대표되기 때문이다. 2022년 예산기준 사회서비스 정책의 주요 세부사업은 노인, 아동, 장애인 돌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노인장기요양보험 그리고 영유아보육, 그리고 장애인활동지원의 제도화가 이루어지면서 이 사업이 사회서비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2022년 기준 노인장기요양보험 예산은 13조 3,467억 원(보험료 수입 8조 8,010억 원, 정부지원금 4조 4,967억 원) 규모로 성장하였고(국민건강보험공단, 2022), 영유아 무상보육은 저출산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4조 8,908억 원(영유아보육료 지원 3조 2,028억 원, 보육교직원 인건비 운영 지원 1조 6,880억 원) 규모를 차지하며, 장애인활동지원은 1조 7406억 원을 차지한다(보건복지부, 2022). 이용자 수는 2021년 기준 노인장기요양 급여이용 수급자수는 90만 명, 영유아보육 이용자 수는 118만 명, 그리고 장애인활동지원이 10만 명이다. 반면 8대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사업의 예산 규모는 2009년 3,228억 원에서 2018년 1조 986억 원, 그리고 2021년에는 2조 7,744억원으로 증가하였으나, 이 사업의 절대 부분을 차지하는 장애인활동지원을 제외하면 전자바우처 사업의 예산은 6천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유망사회서비스 개발을 추진하는 지역자율형사회서비스투자사업은 2022년 예산 2,100억 원과 1,770억 원(균특)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사회서비스 고도화가 신규 수요 창출이고 상품시장을 창출한다는 영역에서 정부예산 규모는 아주 미미하다. 정부의 수요지원 없이 이용자가 부담하는 민간 시장의 자율적 창출을 기대할 뿐이다. 정작 사회서비스 몸통의 혁신은 고려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서비스 분야의 수요는 공공시장의 규모, 즉 사회서비스 보장성에 종속되어 있다. 노인·영유아·장애인 돌봄의 사회서비스는 정부가 이용자 지원 방식으로 급여를 지출하는 공공시장의 사회서비스다. 따라서 수요 창출의 중심은 주요 사회서비스 제도의 보장성과 전달체계다. 주요 사회서비스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급여자격 및 급여수준을 정하는 제도로서 시장이 형성되며, 전달체계는 주로 지자체 관리하에 민간 개인 시설들에 의해 제공된다. 따라서 사회서비스 보장성에 대한 확대 없이 그리고 공급기관의 구조변화 노력 없이 사회서비스 시장의 고도화는 달성하기가 매우 어렵다. 물론 사회서비스는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보편적 욕구를 가지고 있어, 본인부담의 시장이 창출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보조금 없이 창출되지 않았던 수요가 갑자기 형성될 리 만무하다, 정부의 지불보조 없이도 산업적 수익성이 있었다면 영리 기업이 이미 진출하였을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현재와 같이 요양과 보육을 중심으로 사회서비스 산업이 형성된 것은 각각 장기요양보험과 무상보육 정책의 결과이지, 산업화 추진의 결과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산업화는 일자리 창출의 방법이기는 하나,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상 하나의 선택지일 뿐이며, 스스로 사회서비스 수요와 공급을 창출하는 추진 동력이 아니다. 오히려 산업화라는 공급 방법론은 사회서비스 제도 노동자의 처우문제, 수가 중심의 과도한 수익 규제, 서비스 품질의 저하, 그리고 사회보장 수급권 훼손 등의 문제를 야기해 왔다. 

제공기관 규모화를 통한 사회서비스 고도화에 대한 오해

사회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공급체계를 고도화하는 방향은 윤리적으로 합당하고, 민간 시장의 활성화도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다. 다만 정부는 목표 달성을 위한 가장 합리적인 수단을 찾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회서비스는 복지혼합으로 이루어져 있고, 서비스 제공에 민간이 참여해야 효율적인 전달체계가 마련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복지혼합은 재원조달, 의사결정권, 이용권한과 규제라는 다차원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 사회서비스의 혁신과제는 공급 주체의 다원화, 이용권한에 있어 수요자 중심주의, 그리고 정부의 규제역할 모두 산적한 과제들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서비스의 고질적 문제는 영세한 영리 제공기관이 과도하게 시장을 차지하고 있고, 수요자가 원하는 고품질의 사회서비스가 없다는 질 저하 문제가 지적된다. 이에 영세사업체의 성장지원을 통한 규모화와 비영리 사회적경제의 시장진입 활성화 방향은 타당하다. 문제는 정책수단이다. 규제를 철폐하는 정책이 시장 실패가 발생하는 사회서비스의 해결책이기 어렵다. 신뢰할 수 있는 조직의 성장을 장려해야 하고, 이를 위한 국가의 규제와 책임이 더욱 강화되어야 하고, 그에 맞는 정책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 

규모화와 관련하여, 주의 깊게 참고할 만한 연구 결과가 있다(Harrington, C. et al., 2017). 영국과 미국의 요양서비스 경우 규모화된 프랜차이즈 기업의 비중이 전체 공급의 50%를 넘게 차지하고 있다. 사회서비스가 영리기업을 중심으로 발달하는 과정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프랜차이즈로 활성화되었다. 미국의 요양원의 경우, 5개 프랜차이즈 기업이 전체 시장의 10%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 5개 기업은 모두 미국 내 조세 피난처로 알려진 델라웨어 주에 본사를 두고 있고, 모두 최근 미국 법무부(USDOJ)에 의해 사기행위로 기소되어 소송이 진행된 바 있다. 이유는 계약된 서비스 미제공, 부당청구, 사기, 서비스 남용, 적정인원 미배치 및 품질 위반, 부당청구이다. 정부의 서비스 모니터링 결과 서비스 질도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요양원도 5개 프랜차이즈 기업이 전체 시장의 35%를 차지한다. 한 곳은 다국적 민영보험회사이고, 네 곳은 민간 유한회사로 조세 피난처에 등록된 개인투자 그리고 사모펀드 그룹 소유다. 영국의 규모화된 프랜차이즈 요양기관은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의 재정안정화 조치로 지방정부 돌봄서비스 시설들을 인수 합병하면서 성장하게 되었는데, 서비스 질은 오히려 저하되었다.

캐나다의 요양원도 5개 프랜차이즈 기업이 전체 시장의 23.8%를 차지한다. 그러나 두 번째로 큰 규모로 76개의 요양원을 운영하는 Revera Inc는 공적연금기금(Canadian Public Sector Pension Investment Board)이 100% 소유한 회사다.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경우도 돌봄시설이 다수 공공기관 운영이나, 영리와 비영리 민간 소유의 경우 프랜차이즈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지방정부가 돌봄을 제공하고 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구매자와 공급자를 분리시키고, 소비자 선택권 강화 차원에서 일부 지방정부가 요양시설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즉 지방정부가 조직과 민간 공급자와 구매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로 민간의 서비스 질을 관리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의 규모화된 프랜차이즈의 서비스 질은 당연히 미국 그리고 영국과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규모화된 영리목적 사회서비스 제공기관들은 낮은 서비스 품질, 부족한 인력배치, 품질 위반 등의 사례가 자주 보고된다. 특히 고수익을 올리는 대형 프랜차이즈는 비용절감을 통해 조직 생존율을 높이는 데에는 성공하였으나, 대형 민간회사와 사모펀드에 의해 소유되면서 전반적으로 서비스 양, 종류, 질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김형용 외, 2021).

따라서 한국적 상황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시설은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사회적경제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규모화하거나 법인화하는 노력이 바람직하지만, 단순히 규모의 경제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위험성은 경계해야 한다. 제공기관의 규모화가 정책 목표가 될 수는 없다. 규모화는 사회서비스 공급 주체의 다원화와 함께 설정될 필요가 있다. 유럽의 경우, 사민주의 북유럽국가(노르웨이, 덴마크)의 장기요양 제공기관의 90%에 가까운 시설이 공공부문에 속하며, 일부 동유럽과 발칸반도 국가들(라트비아, 폴란드, 체코)도 공공부문이 70%가 넘는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자유주의 유럽국가들(영국, 아일랜드)만 뚜렷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는데, 영리비중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공공이 20% 내외, 그리고 비영리민간이 10%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2021년 기준 총 2,076개의 장기요양시설이 있으며, 공공 46%, 민간이 54%(영리 29%, 비영리 23%)이며, 미국의 경우도 공공은 1.3% 정도에 불과하지만 비영리부문이 14.8~50.8% 사이에 머물고 있다. 즉 우리나라와 같은 극단적인 영리민간 비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김형용 외, 2021). 따라서 규모화는 신규 수요를 개발해서 형성되는 시장이 아니다. 돌봄에 막대한 재정이 이미 투입되고 있다면 이 부문에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을 형성하는 것이어야 하며, 다변화된 공급주체로서 비영리나 공공의 규모화를 논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장기요양, 영유아보육, 장애인활동지원의 공급체계 혁신이 중요하다. 단순히 140억 원으로 펀드를 구성한다고 해서 새로운 제공기관의 진입구조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이미 폐기된 아이디어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국민연금기금 연계투자 정도의 규모화가 필요하다.


참고문헌

관계부처합동. (2018). 범부처 사회서비스 발전 방향. 사회보장위원회

국민건강보험공단. (2022). 장기요양 수입/지출예산

김형용 외. (2021). 사회서비스분야 사회적경제 육성지원사업 성과분석. 보건복지부

남기철. (2022).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진단과 평가. 월간복지동향 2022년 6월호

보건복지부. (2022). 새 정부 업무계획

보건복지부. (2022). 2022년도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개요

보건복지부. (2023). 주요 업무 추진계획

정부민간합동작업단. (2006). 함께 가는 희망한국 VISION 2030

Harrington, C. et al. (2017). Marketization in Long-Term Care: A Cross-Country Comparison of Large For-Profit Nursing Home Cha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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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23/04/0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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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사회에 갇힌 청년을 먼저 구하라1)

김승연 서울연구원 도시사회연구실장

 

요즘 정치권에서 청년 표심 잡기위한 노력이 눈물겹다. 지난 6월 청와대는 대통령 비서실 청년비서관을 깜짝 발표하고, 대통령 선거캠프에서도 청년정책 전문가를 영입하느라 바쁘다. 인터넷 검색창에 ‘청년정책’을 검색하면 ‘청년지원정책 모아보기’, ‘청년주거지원 정책 모음’과 같은 청년정책 길라잡이 정보가 넘쳐난다. 

 

금수저, 흙수저, N포세대라는 청년세대의 문제가 수년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청년에게 좀 더 나은 삶을 보장하라는 투쟁하기를 몇 년, 지난해 청년기본법이 통과되면서 우리 사회가 청년에게 기회를 주고, 더 나은 삶을 보장해 줄 것이라 기대했다. 

 

과연 청년의 삶은 변화하고 있을까? 

 

최근 몇 년간 청년정책이 가장 자주, 많이 발표되는 정책이다. 2018년 3월 청년 일자리 대책이 발표되고, 2019년 7월에는 계층 이동성 강화 및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목표로 한 청년 희망사다리 강화 방안이 나왔다. 2020년 3월에는 5대 분야 34개 과제를 망라한 제1차 청년의 삶 개선방안이 발표되었고, 지난해 청년기본법에 따라 12월 정부는 「제1차 청년정책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본계획으로 부족했는지, 지난 3월 「청년정책 기본계획」 등에 포함된 기존 정책(4.4조원, 79.4만명+α)에  "1조 5천억원, 24만 6천명(+α)"을 추가로 지원하는 내용의 「청년고용 활성화 대책」도 발표했다. 그리고 8월 16일 코로나 위기 극복, 청년세대 격차해소, 미래도약 지원 등 3대 방향성 아래 일자리·교육·주거·복지·참여·권리 등 5대 분야 청년특별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기본계획, 추가대책, 특별대책의 이름으로 쏟아진 무수한 정책들로는 사회이동성의 하락을 포함한 불평등의 심화를 막기에 역부족이다. 청년세대 내부의 격차가 더 벌어졌고, 계층 사다리의 바닥과 천장은 더욱 끈적끈적해졌다. 세계경제포럼이 올해 발표한 ‘사회이동성지수2020’에서도 드러났듯이 한국의 공정한 임금 분배와 사회보장 수준은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에 속한다. 이제 한국사회는 격차사회를 넘어 장벽사회의 문턱에 다가서고 있다. 특히 90년대생인 20대 청년에게 그 장벽은 좀 더 가깝게 다가가 있다. 그리고 같은 20대 청년 가운데에서도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청년에게 그 장벽은 더욱 견고하게 보인다. 현재의 지배적인 불평등 구조는 특정한 나이에 특정한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만 안정적으로 보장된 인생 경로를 가질 수 있고,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단일한 기회구조 모델을 재생산하고 있다. 

 

한편, 청년을 제대로 포괄하지 못하는 기존 사회보장정책을 손질하는 못하는 상황이 더욱 안타깝다. 이현주 외(2020) 연구에 따르면, 기존 현금급여와 사회서비스, 사회보험의 수급 혜택이 상대적으로 낮은 집단과 청년세대가 대체로 겹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좀 더 들여다보면, 실업급여는 청년 가구 가운데 저소득층의 수급률이 상대적으로 더욱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8~25세 청년 가구는 가구 기준 소득 5~6분위의 수급률이 가장 높았고, 26~39세 청년 가구는 소득 4~6분위의 수급률이 가장 높았다. 특히, 모성보호 급여의 수급률은 소득 상위 8~10분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세대 문제해결을 위해 사회보장제도의 재구조화가 필요 

 

청년세대가 직면한 문제를 전반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청년정책의 효과성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사회보장 제도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청년세대를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최근 전반적인 일자리의 부족 속에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자리로 급부상한 플랫폼 노동에도 여러 불안정 요소와 함께 기존 사회보장 제도가 제대로 포괄할 수 없는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이러한 당면 과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적 노력과 함께 청년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확보 문제로도 더욱 눈을 돌려야 한다. 하지만 이는 개별 청년정책을 넘어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소와 성장 잠재력을 키워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 구조개혁과 맞닿아 있다. 따라서, 불평등을 해소하는 구조개혁의 방향을 분명하게 설정하면서, 각종 사각지대 제거를 위해 기존 사회보장 정책의 틀을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다양한 청년정책을 효율적으로 배치하여 전체적인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혁신적이고 종합적인 정책 로드맵의 작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불평등 구조를 변화시키고, 사회이동성을 촉진시키기 위해  조지프 피시킨이 제안한 기회 다원주의(opportunity pluralism) 모델을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정책 목표로 삼을 필요성이 있다(Fishkin, 2014). 기회 다원주의 모델은 생애주기의 어떤 시점에서든 다양한 관문에서 다양한 삶의 경로를 추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희소한 지위를 둘러싼 제로섬 경쟁이 벌어지는 단일한 기회구조 모델과 이에 기초한 불평등의 구조화를 변화시킬 수 있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살리는 교육을 추구하고, 후자의 교육을 택하더라도 다양한 양질의 고용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며, 어떤 시점에서 어떤 인생 경로를 선택하더라도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이 보장되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요구된다. 

 

좋은 대학에 가서 인기 높은 전문직종으로 진출하거나, 공무원이 되고 대기업에 취업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충분히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청년 불평등 완화와 관련한 모든 정책의 실질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조건이 마련된 사회는 인생에서 두 번 세 번의 기회가 주어져 한 번의 실패로 좌절할 이유가 없는 사회이기도 하다. 여기서 기회 및 결과의 불평등은 사회구성원 모두의 복리와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 아래에서만 용인될 것이다. 


1) 이 글에는 필자가 연구한 김승연, 최광은 외, ‘장벽사회, 청년불평등의 특성과 과제’, 서울연구원(2021)의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고문헌

김승연․최광은 외. 2021. 「장벽사회, 청년불평등의 특성과 과제」. 서울연구원. 

이현주·오욱찬·이윤경·이원진·성재민·이길제·박형존·이병재, 2020, 「사회보장정책 효과성 분석을 위한 행정데이터 연계‧활용 방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사회보장위원회.

Fishkin, J., 2014, Bottlenecks: A New Theory of Equal Opportunity, Oxford University Press. (조지프 피시킨, 2016, 「병목사회: 기회의 불평등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대안」, 유강은 옮김, 문예출판사.)

 

목, 2021/09/02-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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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기관의 이익 우선하느라 국가 책임의 돌봄 후퇴시킨 국회

입법적 보완 통한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반드시 이뤄내야

오늘(6/16)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사회서비스원법’)이 처리되었다. 사회서비스원 설립의 근거가 되는 법안 통과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으나, 민간 기관의 반대로 핵심 조항인 국공립 우선위탁 조건을 민간이 기피하는 기관으로 한정하고 위탁의 의무조항을 임의조항으로 수정해 법안의 실효성을 떨어뜨렸다. 이 조항은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이라는 사회서비스원의 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포함되어야 했다. 참여연대는 국회가 민간 기관의 이익을 우선하느라 결국 돌봄의 공공성을 후퇴시킨 법안을 처리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오늘의 법안 통과는 시작에 불과하다. 정부와 국회는 국민의 인권이 존중받는 공공성 높은 사회서비스 전달 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법안 보완에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국민들은 사회서비스원법 제정을 통해 민간 위탁 중심이던 돌봄 영역의 고질적 문제인 서비스질 저하와 종사자 처우가 개선되고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이 강화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국공립 우선위탁 조항이 후퇴되면서 보육, 노인, 장애인 분야에서 공공이 설립한 사회서비스 기관의 공공운영 확대가 어려워져 공공성 확보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국회가 법안을 후퇴시킨 책임을 지고 사회서비스원법 본래의 취지인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 확충, 지역 내 전달체계 보강, 보장성 확대’를 위해 추가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이다.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우리는 돌봄이 국가로부터 보장받아야 하는 정당한 권리임을 재확인했다. 정부와 국회는 입법적 보완을 통해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반드시 강화하고, 국민들이 질 높고 안전한 돌봄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 체계 구축에 초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참여연대는 제대로 된 사회서비스원법이 만들어질 때까지 감시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논평https://docs.google.com/document/d/1jHA4NpyLyjjWEQ8Q_8yHXudkNPKS1i40FXTC... rel="nofollow">[원문보기/다운로드]

수, 2021/06/1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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