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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7] 2020년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분야 예산안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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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7] 2020년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분야 예산안 분석

admin | 월, 2019/11/04- 20:10

2020년 보건복지 분야 예산안 분석

-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분야 -

 

김보영 영남대학교 교수

 

지난해에 이어서 이번 예산안 분석에서도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분야를 별도로 분석해 보았다. 올해부터 복지부에서는 커뮤니티케어와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을 계획하고 있고, 이것이 이번 예산에 반영되어 있지만 정작 그 정책 내용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제시된 바가 별로 없어 예산을 통해서 실질적인 정책의 내용을 파악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산상 사회복지전달체계 항목에 포함되어 있는 공공사회복지전달체계 개선, 사례관리 전달체계 개선,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과 함께 사회복지사업지원으로 분류되어 있는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추진(지역사회 통합 돌봄 선도사업)을 포함하여 분석해 보았다.

 

<표 7-1> 2020년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예산안

<표 7-1> 2020년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예산안https://lh6.googleusercontent.com/kVEljJ-H1gxxJoBeXwEXIoY1Ri8nd7n68YwP0G... />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추진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주거, 보건의료, 돌봄, 요양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여 서비스 수요자가 시설이나 병원이 아닌 자신이 살던 곳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하려는 사회서비스 정책으로 올해부터 이른바 선도사업을 통해 대상별,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모형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이 논의는 2018년 1월 보건복지부 연두 업무보고에서 처음 본격적으로 제기되어 거의 1년간의 논의 과정을 거쳐 올해 1월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 추진계획이 발표되어 공모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에 특화된 선도사업 지역이 각각 5개, 2개, 1개 지역이 선정되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다양한 연계사업을 수행하면서 지역사회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노인형 선도사업 지역을 8개로 추가로 선정하여 9월부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0년 예산안은 이러한 시범사업 지역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계획하여 편성되었다. 총 노인 13개 지역, 장애인 2개 지역, 정신질환자 1개 지역으로 16개의 기초 지자체에서 사업을 12개월 동안 진행하는 것이다. 이미 지난 해 예산안 분석을 통해서 이러한 보건복지부의 선도사업이 얼마나 제한적인 지원 아래 추진되고 있는지를 지적한 바 있다. 기본적으로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 돌봄 수요를 포괄하는 수준에서 사업이 추진되어야 하겠지만 이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노인의 경우 장기요양보험 신청자를 기준으로 하면 시군구 평균 4천여 명 규모이고, 장애인의 경우 중증장애인(기존 3급 이상)은 4천 4백여 명 규모이지만 선도사업 대상자의 규모는 고작 200명 규모의 내외를 기준으로 하고 있었다. 내년 선도사업에 있어서도 노인과 장애인 선도사업 지역에는 시군구별 서비스 예산으로는 월 123,8백만 원을 산정하고 있는데(지자체 보조율 50%) 이는 지난해 노인 선도사업 지역에서는 월 85.7백만 원을 책정한 것에 비하여는 증액이 되었으나 여전히 유의미한 규모를 포괄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지원체계 구축으로 예산을 5,156백만 원을 책정하고, 그 중 지역사회 통합돌봄 지원체계 구축운영으로는 시군구 당 월 9.6백만 원을 산정하고 있는데(지자체 보조율 50%) 이 예산은 전년도에에 전담인력 1명의 인건비와 지역케어회의 운영, 모니터링과 평가, 담당자 교육 등의 명목으로 월 8.6백 만원 책정이 되었던 예산으로 1백만 원 증액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기존 체계에 전담인력 1명 수준의 증원으로는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보았는데 이점에 있어서 역시 큰 변화는 없는 것이다. 단 변화가 있다면 모니터링 및 평가 예산을 지자체별로 월 3.7백만 원, 선도사업 담당인력 교육비로 355백만 원을 보조율 없이 전액 중앙정부 예산으로 책정하고 있어 지자체에서 지역사회 통합돌봄 지원체계 구축 운영비를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더 생겼다고 할 수 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에 있어서의 관건은 이러한 예산을 통해서 직접적인 서비스를 늘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분절되어 있는 파편적 서비스가 당사자의 지역생활을 보장할 수 있도록 얼마나 통합적으로 제공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수 있는가에 있다. 다시 말해 노인 돌봄의 경우 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보험과 지자체의 노인대상 서비스, 장애인 지원의 경우 국민연금공단이 인정조사를 하는 장애인활동지원 등과 장애인복지관에서 시행하는 각종 장애인 서비스 등이 새로운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 안에서 제공기관 별이 아니라 당사자의 욕구 중심으로 설계될 수 있도록 하고 선도사업의 사업예산으로는 이러한 기존 서비스의 빈틈을 메울 수 있는 새로운 유연한 형태의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는데 쓰인다면 통합돌봄의 모델을 개발한다는 선도사업의 목적에 부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선도사업 지역에서의 노인 돌봄이나 장애인 지원의 욕구 규모에 대한 근거 없이 1~200명 수준의 극히 일부 대상규모를 포괄하고, 1~2명 정도의 추가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예산만 지원된다면 극히 일부 지역에서 시행중인 선도사업의 대상 역시 지역에서 극히 일부의 대상에게만 실험적으로 시행해볼 수 있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2022년까지 선도사업을 통해 모델을 개발하고, 2025년까지 그 제공기반을 구축하여 2026년부터는 커뮤니티 케어를 보편화시키겠다는 것이 정부가 밝힌 ‘로드맵’인데 이렇게 소규모 실험적 시도만 반복한다면 과연 보편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소한 시범사업 지역 내에서라도 일부 대상이 아니라 커뮤니티 케어가 일반적인 돌봄과 지원이 원칙으로 적용될 수 있는 규모의 실험이 시도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일괄적인 예산 배정이 아니라 지역의 욕구 규모를 추정하고, 이에 근거한 실질적인 예산 책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란 복지부가 얘기하는 사회서비스 정책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아니라 그저 또 다른 형태의 분절적이고 파편적인 서비스들을 구분하는 명칭에 불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

사회서비스원은 기존의 사회서비스가 과도하게 민간에 의존하고, 경쟁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공공성이 약화되고, 서비스 질이 열악했었다는 문제의식에서 공공의 책임성 있는 사회서비스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추진하고 있는 정책수단이다. 현재 서울, 경기, 대구, 경남 등 4개 시도에서 시범적으로 설립한대 이어서 추가적으로 7개소를 설립하기 위한 예산과 중앙지원단의 설립과 운영, 사회서비스원 업무지원 시스템 구축 예산 등을 책정하고 있다. 중앙지원단과 업무지원시스템, 그리고 신규 설립 지역의 시설비는 100% 중앙정부 지출예산이고 사회서비스원 인건비와 사업 및 운영비는 50%의 보조율로 지원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올해 시범사업 지역에서는 지역당 인건비를 12명 기준으로 했다면 내년 예산에서는 20명 기준으로 늘렸으나 사업·운영비는 지난 예산에서 개소당 1,400백만 원이었는데 이번 예산에서는 1,080백만 원으로 삭감되었다.

 

이미 지난번 예산분석에서 사회서비스원이 공공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기본 목적과 달리 사회서비스원의 설립과 운영을 위한 예산만 반영이 되어 있을 뿐 공공인프라 확대에 대한 예산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는 이번 예산에서도 전혀 변화가 없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중앙정부에서 광역지자체에 사회서비스원의 설립과 운영을 지원해주면 이를 기반으로 지자체가 인프라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모르겠지만 서울과 같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그러한 움직임 역시 아직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일부 지역에서는 사회서비스원에서 권역별 종합재가센터를 설립하면서 요양보호사를 시간제로 고용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원래 사회서비스원은 경쟁중심의 민간공급으로 종사자의 근로조건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서비스 질이 떨어지므로 공공공급을 통해서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여 질 높은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것이 기본 취지였는데 민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종사자 고용으로 사회서비스원 설립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복지부가 애초부터 사회서비스원 추진계획에서부터 사회서비스원 운영기관에 대한 독립채산제의 원칙을 내세우면서 민간 제공기관과 다를 수 있는 조건을 없애버린 것이다. 종사자의 열악한 근로조건의 문제는 단지 영세한 민간기관 간의 경쟁의 문제뿐만 아니라 장기요양보험이나 장애인활동지원제도에서의 지나치게 낮은 단가의 문제도 있었는데 이를 사회서비스원이 운영하다고 한들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추가적인 지원 없이 기관을 독립채산제로 운영한다고 하면 사회서비스원 운영 기관의 종사자라고 크게 근로조건이 달라질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복지부는 민간기관의 반발로 인해 수가로만 운영하는 민간기관과의 형평성을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뒤집어 이야기하면 사회서비스원 역시 민간기관과 똑같이 ‘경쟁’하는 또 하나의 기관임을 인정하는 꼴이다. 지역의 민간병원과 다른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공공의료원과 같이 사회서비스원이 사회서비스에서 기존 민간기관과 차별화된 어떤 공적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재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사회서비스원은 사회서비스에 대한 지자체의 책임을 뒤집어씌우면서 정작 공공성의 뚜렷한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워 설립 취지부터 무색해질 가능성이 크다.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와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이전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주민생활지원서비스 개편, 희망복지지원단 출범, 동복지허브화로 이어지던 전달체계 개편 작업이 이번 정부에서는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약칭 주인공)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도하에 추진이 되고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예산 분석을 위해서 행안부 예산의 해당 항목까지 분석에 포함시켰다. 읍면동이라는 소생활권을 중심으로 민과 관이 공동으로 공공서비스를 계획, 생산, 전달하겠다는 주인공 사업은 2018년 도입기와 2019년 확산기를 거쳐 2020년 정착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지만 내용을 보면 여전히 그 방향부터 혼란스러워 보인다. 가장 기본적으로 주인공 사업은 행정안전부가 주도하는 주민자치 분야와 복지부가 주도하는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가 결합된 형태인데 사업 내용상에서는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으면서도 서로 각자의 추진체계와 사업방식이 아예 분리되어 있어 전체 사업의 목적과 방향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기가 어렵다.

 

예산상으로 보면 행정안전부의 주인공 사업 예산은 크게 공공서비스 연계강화 지원, 부처 지역사업 연계 지원, 맞춤형 컨설팅 지원 등 역량 강화, 민간합동협의회 및 추진단 운영 예산으로 구성되어있다.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예산은 복지부에서 공공사회복지전달체계 개선 사업으로 잡혀 있는데 960명 인력 증원에 대한 인건비 지원 예산과 읍·면·동 맞춤형 통합 서비스 지원 예산, 20개 시·군·구에 대한 복지전달체계 개편 시범사업, 그 외 사례관리 정책지원센터 운영, 사회복지인력 교육훈련, 전달체계 개편 홍보, 관련 연구용역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행정안전부 예산에서 부처 지역사업 연계 지원은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각 부처 공모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예산이고, 맞춤형 컨설팅 지원이나 민간합동협의회 및 추진단은 중앙차원의 지원체계를 위한 예산이라고 한다면 직접 읍·동을 지원하는 예산은 공공서비스 연계강화 지원으로 47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주민조직, 민간기관, 지역의 공공기관을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맞춤형 서비스나 복지 사각지대 발굴 및 해소, 주민참여 프로그램 등을 위해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100만 원씩 지원(보조율 50%)하기 위한 것이다. 보건복지부 예산에서는 중앙차원의 정책 지원, 홍보, 교육, 연구 예산을 제외하면 직접적으로 지역에 지원되는 예산은 증원 인력의 인건비 지원과 개소당 8.4백만 원(서울 50% 및 지방 70% 보조율)인 맞춤형 통합서비스 지원, 그리고 20개 시·군·구에 500만 원씩(50%, 시·도 매칭)에 지원되는 복지전달체계 개편 시범사업 예산이다.

 

그런데 두 개 부처의 사업의 내용으로 들어가면 공통되게 언급되는 것은 2022년까지 모든 읍·동을 행정팀에 자치담당 인력 1명과 찾아가는 복지행정팀에 복지직 3명, 간호직 1명을 배치하는 기본형에서 공공찾아가는 보건복지팀에 복지직을 7명까지 확대하는 서비스 연계형에서는 개편하겠다는 계획 정도이다. 행정안전부는 자치담당 인력이 주민 대표기구인 주민자치회를 전환하거나 신설하여 주인공 사업의 핵심 주체로 두어 주민총회, 자치계획 수립, 각종 교육활동 및 행사 등 주민자치 업무 등을 수행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반면 복지부에서는 시·군·구의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시군구 복지총괄부서를 중심으로 통합사회보장회의를 운영하고 찬다가는 보건복지서비스 기본계획을 수립하며 중심으로 읍면동별로는 읍면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을 중심으로 마을복지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주민자치회의 자치계획과 읍면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마을복지계획으로 읍면동이라는 소생활권 단위에서 두 개의 서로 다른 추진체계를 상정하고 있으면서 마을계획에서 다루고 있는 의제에는 문화예술, 경제, 교육안전뿐만 아니라 동네복지와 주거환경을 포괄하고 있어 내용상으로 읍면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마을복지계획과 구분되지도 않는다. 또한 행정안전부에서 추진하는 47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서비스 연계강화 사업과 복지부에서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기본계획을 중심으로 20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읍면동 중심 복지전달체계 구축 사업은 무엇이 다른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행정안전부의 공공서비스 연계강화 사업도 사각지대 발굴·해소 등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의 영역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유사한 사업에 대해서 두 부처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모양새를 띄고 있지만 실상 서로 다른 추진체계를 가지고 유사한 내용의 사업을 중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받아든 현장에서는 주민자치회와 읍면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뭐가 다른 것인지, 자치계획과 마을복지계획은 뭐가 다른 것이며 왜 비슷한 내용을 서로 다른 양식으로 계획을 세워야 하는지 혼동스러울 것은 뻔한 일이다. 이를 지원하는 체계역시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가 따로 꾸려서 따로 예산을 편성하여 추진하고 있으니 이러한 지원은 혼란을 해소하기보다는 혼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사례관리 전달체계 개선 사업은 지난번 예산과 마찬가지로 통합사례관리사 지원, 자활사례관리, 취약계층 아동통합서비스(드림스타트), 의료급여관리사, 방문건강관리, 중독관리통합지원 등 각종 사례관리 사업을 모두 묶은 항목이다. 변화가 있다면 노인돌봄기본서비스가 노인맞춤돌봄서비스로 이관되면서 이 항목에서는 삭제되어 예산 삭감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예산 항목을 묶어놓은 것 이외에 이들 사례관리 사업을 상호 연계하거나 통합적으로 개편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2019년에 연계·협력 업무안내 개발 및 보급을 하고 사례관리 시스템 연계를 추진하였다고 하지만 지자체, 지역자활센터, 보건소,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등 다른 기관에서 각각의 사업 인력으로 배치된 인력이 어떻게 통합적인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나 방향, 구체적 사업은 없는 상태이고 여전히 수행체계는 제각기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

올해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나 사회서비스원,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 등 이번 정부에서 새롭게 추진하는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정책이 추진되고는 있지만 얼마나 그 정책 취지에 맞게 사업이 계획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의 생활이 이루어지게 하겠다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은 아무리 모델 개발을 위한 실험적인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선도사업 지역이라도 유의미하게 돌봄이나 지원체계를 전환시킬 수 있는 규모의 지원과는 거리가 멀다. 기존의 분절적이고 파편적인 서비스 체계에서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파편적인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는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운 모습이다. 사회서비스원 역시 사회서비스원이라는 새로운 기관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 이상으로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를 대폭 확대시키기 위한 정책이 예산이나 사업내용에 반영되어 있지 못하다.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는 겉모양만 행정안전부와 복지부가 같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을 뿐 실제 추진체계는 각자 중복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앙지원 체계도 각자 따로 예산을 투입하여 꾸리고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제도화되고 발전하면서 전달체계 개혁은 지속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사회서비스의 속성상 현금급여보다 효과적 정책을 위해서는 전달체계가 중요하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체계적인 계획 없이 필요에 따라 각자 서비스들이 자꾸 생기다 보니까 그 어느 나라보다도 분절적이고 파편적이 되어서 기본적인 대상자의 포괄성이나 정책 효과성조차 따지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사회서비스가 확대되면서 해소되기보다는 더욱 악화되는 모양새다. 이번 예산안에서 드러난 것만 보아도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나 사회서비스원 등 어느 하나도 기존 체제의 전면적인 개편을 추진하고 있기보다는 또 다른 서비스를 추가하고 또 다른 기관을 설립하는데 그친다면 결국 더욱 전달체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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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의료와 주치의제도

 

이재호 가톨릭의대 가정의학교실 교수

 

일차보건의료, 일차의료, 일차진료

세계보건기구가 1978년 카자흐스탄의 알마아타(현재 명칭은 알마티)에서 개최한 일차보건의료(primary health care)에 관한 국제학술대회를 공중보건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학술대회에서 134개 국가가 선언문에 서명을 하였다. 이 선언은 건강 패러다임 전개 과정의 전환점이 되었으며, 오늘날까지 알마아타 이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40년 동안 국제연합의 어떤 결의도 그 정도 규모의 도전할 만한 목표를 제기한 적이 없었다. 2000년까지 ‘모든 이에게 건강을(Health For All)’ 이라는 기치를 내세운 알마아타 선언은 일차보건의료를 보건의료체계의 주춧돌로 만드는데 필요한 목표였다. 이 선언은 과도하게 ‘병원 중심적’이고 의료화된 체계를 피하고, 보다 사회학적 접근방식을 선호하였고,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 1978년 시점의 냉전 논리 속에서 의미 있는 일련의 주요 요소들을 명확히 하였다 ─ ①협력과 세계 평화, ②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 ③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인식, ④건강증진에 있어서 다른 부문들을 참여시킬 필요성, ⑤일차보건의료의 기획, 실행, 관리에 지역사회 참여, ⑥건강 형평성.

 

알마아타 선언에서의 일차보건의료란, 지역사회에서 개인과 가족에게 보편적으로 접근 가능하며, 지역사회와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이루어지는 필수적인 보건의료이다. 일차보건의료는 국가의 보건의료체계와 지역사회 전반의 사회적 경제적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구성한다. 또한 개인과 가족, 그리고 지역사회가 국가 보건의료체계와 첫 번째로 접촉하는 지점으로서, 보건의료를 사람들이 살며 일하는 곳에서 가능한 가깝게 놓이도록 하며, 보건의료 과정의 첫 번째 요소를 구성한다. 일차보건의료는 지역사회의 주요 건강문제들을 다루며, 건강증진, 예방, 치료, 지지 및 재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차의료(primary care)와 일차보건의료는 유사한 용어로서 종종 혼용한다. 일차보건의료는 필수적이고 보편적인 접근이 가능한 서비스, 국가의 전반적인 사회경제적 발전의 중요한 부분, 지역사회와 국가가 감당 가능한 비용, 다학제 협력와 팀워크 등을 강조한다. 반면에, 일차의료는 질병이 아니라 사람에 초점을 둔, 오랜 시간 동안 지속하는 의료서비스, 환자와의 지속적인 동반자 관계 등을 강조한다. 선진국에는 일차의료라는 용어를 개발도상국에서는 일차보건의료라는 용어로 더 잘 사용한다. 일차의료는 그 기능과 특징에 있어서 가정의학(general practice/family medicine) 업무와 대체로 일치한다. 일차의료가 일차보건의료의 중심에 위치하는 국가에서 일차의료 의사는 여러 일차보건의료 활동들을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한편, 일차의료를 일차진료(primary medical care)로 오해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국내 보건의료 현실에서 일차진료는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있지만, 일차의료는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일차의료는 일차보건의료와 일차진료를 포괄해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일차진료가 지역사회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변화하여 일차보건의료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개념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표 2-1>)

 

<표 2-1> 일차진료, 일차의료, 그리고 일차보건의료

<표 2-1> 일차진료, 일차의료, 그리고 일차보건의료https://lh4.googleusercontent.com/b7daTt7E-eAN2ilcYA30q9MGuC9whW3wMmaL8P... />

 

일차의료라는 용어의 기원

일차의료라는 용어의 기원은 1920년 영국의 도슨(Dawson) 보고서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보고서는 의료 제공 단계를 일차보건센터, 2차 보건센터, 교육병원으로 구분하였다. 일차보건센터에서 치료가 어려운 경우는 2차 보건센터로 의뢰하며, 교육병원은 의과대학과 연계되어 어려운 질환을 주로 취급하면서 교육 수련을 담당하는 곳이라고 하였다. 이 같은 개념 구분은 훗날 많은 나라에서 보건의료체계 개편의 틀을 제공하였으며, 일차의료 부문의 역할을 강조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차의료라는 용어가 문헌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에서 의료 전문화가 한창일 때인 1960년대 화이트(White) 등의 일차의료 연구에서였다. 그들은 ‘의료 생태계(The Ecology of Medical Care)’라는 제목의 논문(1961)에서 역학적인 분석을 이용하여 대부분의 보건의료 문제들이 일차의료 영역에서 적절하게 다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일차의료 개념 정의

미국 의학연구소(1996) 일차의료 미래 위원회는 일차의료를, 개인적으로 필요한 보건의료 서비스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의료인이, 환자와 지속적인 동반자관계를 형성하면서, 가족 및 지역사회 맥락에서, 통합적이며 접근성 있는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하였다. 일차의료 석학인 바바라 스타필드(Barbara Starfield, 1998)는 일차의료를 “보건의료체계 최초접촉 진입 지점으로서 오랜 시간에 걸쳐 질병이 아니라 사람에 초점을 두고, 매우 드문 질환들을 제외한 모든 질환들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다른 제공자 의해 다른 장소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들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보건의료체계의 단계”로 정의하였다. 국내에서 일차의료 관련 전문가 77인이 참여한 델파이 연구와 한글학회 자문과정을 거쳐 ‘우리나라 일차의료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의(2007)하였다 ─ "건강을 위하여 가장 먼저 대하는 보건의료를 말한다. 환자의 가족과 지역사회를 잘 알고 있는 주치의가 환자-의사 관계를 지속하면서, 보건의료 자원을 모으고 알맞게 조정하여 주민에게 흔한 건강 문제들을 해결하는 분야이다. 일차의료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 보건의료인들의 협력과 주민의 참여가 필요하다."(이재호 외, 2007)

 

일차의료의 핵심속성

일차의료의 정의는 공통적으로 최초접촉, 포괄성, 조정기능, 지속성을 포함한다.

 

1) 최초접촉

  • 일차의료는 보건의료체계 최초접촉 진입지점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이 같은 진입지점이 필요한 이유는 의료서비스의 내용, 그 적절한 시기나 적합한 제공자에 관한 사항들을 일반인들이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초접촉은 접근성을 포함하는 의미이다. 접근성은 지리적 위치, 진료시간, 예약 없이 방문하는 환자를 받아들이는 정도, 비용부담 등을 포함한다. 일차의료 접근성 향상은 다른 전문의 또는 응급실의 불필요한 방문을 감소시키며, 질병의 이환율과 사망률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최초접촉 지점으로 일차의료 의사(vs 질병 전문의)를 이용하는 경우, 보다 적절한 건강관리와 우수한 건강결과에 이르게 한다.

2) 포괄성

  • 일차의료는 건강증진, 예방, 흔한 질환의 진단과 치료, 다른 제공자들에게로의 의뢰, 만성질환, 재활, 완화의료, 그리고 때로는 사회적 서비스까지 포함한다. 일차의료는 남녀 구분이 없이, 모든 연령에서, 질병과 건강의 모든 스펙트럼에서 환자의 건강을 위해 부족한 것들을 찾아내고 해결한다는 의미에서 포괄성을 지닌다.

3) 조정기능

  • 일차의료는 지역사회 자원의 합리적 배열, 유기적 연결, 적절한 자문과 의뢰를 통하여, 환자의 건강요구에 적합하게 건강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는 조정기능을 지닌다. 부적절한 의뢰는 의료비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치료에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으며, 적절한 의뢰는 치료 효과와 치료 만족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일차의료 의사는 의뢰 여부를 결정하는 문지기(gate-keeper)가 아니라 조정자로 기능한다.

4) 지속성

  • 일차의료는 환자-의사 신뢰관계 속에서 질병이 아니라 사람에 초점을 두는 의료서비스를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는 의미의 지속성을 지닌다. 일차의료 지속성은 진료의 지속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개인이 상용기관(또는 주치의)을 가지고 있는가의 여부로 평가할 수 있다. 의료기관 또는 팀이 상용치료원인 경우는 주치의가 상용치료원인 경우보다 조정기능에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지속성은 주치의가 환자를 보다 잘 파악하게 하고, 처방된 약물의 순응도를 높이며, 예방 서비스를 더 잘 받게 하여 효율적인 건강관리가 가능하다.

 

일차의료 구조의 취약성에 기인하는 우리나라 건강통계

1) 국민 1인당 연간 의사 방문 빈도 회원국 중 최고

일차의료 영역에서 각 분야 전문의들이 자유롭게 의원을 개설하여 일차진료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병원도 임상과별로 일차진료를 제공하여 서비스 분절화가 매우 심하다. 우리 국민은 증상별로 스스로 의사 또는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경우가 흔하다.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연간 의사 진료 빈도는 2012년에 일본을 추월하여 OECD 회원국 중 최고를 기록하며 계속 상승하고 있다. 2017년 현재 연간 16.6회로 회원국 평균(6.8회)을 크게 상회한다. 최근 10여 년 동안 큰 변화가 없어 왔던 다른 국가들과 크게 비교된다.

 

2) 인구 천 명당 병상 수, 가파르게 증가하는 유일한 국가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단독진료가 대부분인 동네 의원에서, 양질의 일차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뇨, 천식 등 일차의료 영역에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 받는 경우가 흔하다. 게다가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및 검진 확대 정책은 우리 국민으로 하여금 대형병원을 찾도록 유인하였다. 그 결과 최근 수십 년 동안 대형병원들은 경쟁적으로 병상을 확충해 왔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병상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인구 천 명당 병상 수는 2017년 현재 12.3 병상으로, 회원국 평균(4.7 병상)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일본(13.1 병상)에 이어 2위이나 조만간 일본을 추월할 것이다.

 

3) 국가 보건의료비 증가율 회원국 중 2위

인구의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의료비 증가는 각국의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우리나라는 최근 10여 년 간 연간 의료비 증가율이 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2017-2018년 의료비 증가율은 9.0%로 회원국 평균(2.4%)을 크게 넘어섰고, 리투아니아(10.1%)에 이어 2위였다. 일차의료 영역에서 조정기능 결여는 건강자원에 대한 무분별한 접근을 가능하게 하여 불필요한 의료비 상승을 초래한다.

 

4) 일차의료 민감 질환 입원율 상위권

일차의료에서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관리가 가능한 만성질환들 중 대표적인 질환이 당뇨이다. 당뇨 환자가 양질의 일차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면,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관련 질환들 때문에 병원 입원 사례가 증가한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 십만 명당 당뇨병 입원율은 245.2명으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248.5명) 다음으로 높으며, 회원국 평균(129명)을 크게 넘어섰다.

 

5) 갑상선암 과잉진단율 세계 최고

주치의의 근거에 바탕을 둔 권고에 의해 건강검진이 이루어진다면, 질병 조기발견으로 사망을 피할 수 있다. 국내에서 건강검진은 시장에 맡겨져 있어 과잉진단 가능성이 높다. 국가 건강검진도 일차의료 지속성을 저해하고 의료서비스 분절화와 대형병원 환자쏠림을 조장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우리나라는 갑상선암 발생률(사실상 발견율)에 있어서 지구상에서 예외적으로 높다. 특히 여성 갑상선암 과잉진단율은 90%로 추정된다.

 

일차의료 강화의 핵심은 주치의제도 도입

일차의료 강화는 보건의료체계의 형평성과 효율성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보편적 건강보험의 역사가 30년이 지난 국내에서 일차의료 영역은 거의 변화가 없어왔다. 일차의료에 대해서 그 개념조차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들의 건강보장체계는 물론이거니와 미국의 민간보험도 권장하는 일차의료 의사(주치의) 보유·이용을 우리나라 정부와 건강보험은 의사협회의 눈치를 보면서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 의약분업(2000) 실시로 발생했던 의사파업에 대한 정신적 상처가 남아 있는 듯하다. 주치의제도에 대한 인식도 90년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책임 방기가 아닐 수 없다.

 

국내에서 주치의제도 도입은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핵심 정책이다. 주치의제도는 지역사회 주민 개인 또는 가족이 일차의료 의사와의 지속적인 관계(rapport)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험자 또는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이다. 주치의제도 하에서의 지불제도는 전통적인 인두제를 연상하기 쉽지만, 행위별수가제, 성과급제, 봉급제 등을 혼합한 방식이 세계적인 동향이다. 주치의제도는 주치의가 환자의 합리적인 의료서비스 이용을 돕는 제도이며, 의료서비스 이용을 규제하는 제도가 아니다. 주치의 제도는 일차의료 의사 본연의 역할을 지원하는 제도이며, 희생을 요구하거나 통제를 위한 제도가 아니다.

 

주치의라 하면, 병원 의사와 구분해야 하며 지역사회에서 건강 전반을 담당하는 일차의료 의사를 의미한다. 일차의료 의사는 일차보건의료팀과 더불어 주민의 건강증진, 질병예방, 만성질환 관리, 그리고 의뢰-회송을 포함한 건강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조정기능을 수행한다. 일차의료 의사는 대체로 가정의(GP 또는 family physician)를 의미하며, 일차의료 의사가 되기 위해서 의대 졸업 후 3~6년의 전공의 수련 과정을 이수하는 것이 세계적인 동향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일차의료 의사의 범위를 한정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일차의료 의사로 가정의(가정의학 전문의)를 양성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단과 전문분야 의사들이 일차의료 영역에서 일차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주치의제도 도입 과정 주요 과제 중 하나가 일차의료 의사 범위 한정이다. 일차보건의료팀은 일차의료 의사, 간호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다학제 보건의료진(15∼20인)을 의미한다. 일차의료 의사 1인 진료보다는, 일차보건의료 팀과 더불어 그룹 진료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의뢰제도와 주치의제도 보유여부에 따라 해당 국가의 일차의료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데, OECD 국가들을 분류하면 다음 표 2와 같다. 이 중에 최근 20년간 주치의제도를 도입했거나 도입 중에 있는 국가들은 노르웨이, 프랑스, 캐나다, 스웨덴, 터키, 동유럽 국가들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과 함께 둘 다 없는 10개 국가에 속하지만, 그 중에서도 일차의료 개념부재와 공공의료 취약성을 고려하면 일차의료 수준이 최하위권으로 평가된다.

 

<표 2-2> 의뢰제도 또는 주치의제도 보유여부에 따른 OECD 회원국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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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제도 도입의 편익

주치의제도 도입은 국민, 의료인, 국가 입장에서 다음과 같은 편익을 예상할 수 있다.

 

<표 2-3> 주치의제도 도입의 편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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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제도 도입 단계적 방안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는 민간 부문이 주도해 왔으며, 대형 병원 중심의 치료 위주의 의료가 발달해 왔다. 상대적으로 공공 부문의 역할과 기여는 부족했으며 일차의료는 그 개념조차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는 단계적인 주치의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최소 5년의 시간이 도입을 위해 필요할 것이며, 정착을 위해서는 10년 이상 소요될 것이다. 90년대 방식의 의사(제공자) 주도형 제도 도입이 아니라 국민(이용자) 주도형 제도 도입이 바람직하다. 제도 도입에 관한 국가 지도자의 의지 표명 후에, 단계적으로 집중해야 할 과제로 여론 형성, 합리적인 의료이용, 일차의료 기반조성, 의사 참여, 지불제도 개편과 같은 5단계로 설명할 수 있다.(<표 2-4>)

 

<표 2-4> 주치의제도 도입 단계적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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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단계: 여론 형성> ‘주치의 보유의 필요성 홍보’ 최소 1년

국민적 관심사가 될 수 있도록 주치의 보유에 관한 긍정적인 인식의 확산을 목표로 한다. 주치의를 두고 합리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대국민 홍보를 시행한다. 주치의 보유의 필요성과 그 편익을 홍보한다.

 

<제 2단계: 합리적인 의료이용> ‘이용자 편익 부여’: 제 2년차부터 시행하여 지속

주치의를 지정하고 이용하는 환자에 대해서 혜택을 부여한다. 이 단계에서 주치의 자격 기준이 엄격할 필요가 없다. 환자가 원하는 어떤 의사도 주치의로 지정이 가능하다. 일단 주치의로 지정한 후에는 자신의 모든 건강문제에 대해서는 가장 먼저 그 주치의와 상의해야 하도록 한다. 주치의 의뢰를 통한 건강 서비스 이용이나 단과 전문의 진료에 대해서, 본인부담 비중을 연차적으로 줄여 나간다.

 

<제 3단계: 일차의료 기반조성> ‘일차의료 강화’: 1∼2년차에 준비, 3년차부터 추진

일차의료의 개념과 일차의료 의사의 범주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일차의료 의사의 장기적인 육성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한다. 동네의원 단과 전문의에게는 희망할 경우 일차의료 의사로 기능 할 수 있도록 연수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세제 혜택, 수가 조정 등으로 그룹 진료를 권장한다. 국가가 표준 일차의료 기관(‘마을 건강센터’)을 지원하거나 설치한다.(표 2.) 의과대학·간호대학과의 제휴를 통해 일차의료와 일차보건의료에 관한 교육과 수련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제 4단계: 의사 참여> ‘주치의에게 혜택부여’: 제 3년차에 준비, 4년차부터 추진

환자가 주치의로 지정하고 이용하는 그 주치의에게 환자의 수에 따라서 보험자가 환자 당 일정액의 건강관리 비용을 지불한다. 아울러 주치의로부터 의뢰된 환자를 진료하는 단과 전문의에게는 수가조정을 통해서 일정부분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제 5단계: 지불제도 개편> ‘혼합형 지불방식 시행’: 제 5년차부터 추진

환자가 주치의로 지정한 의사가 자신을 주치의로 지정한 환자 명단을 확보하여 보험자에게 제출하면, 일정비율 인상된 건강관리 비용을 제공한다. 일차의료 질 평가(예, 환자경험에 근거한 일차의료 속성 평가, 임상 질 지표 평가, 구조 평가 등)의 결과에 따라 추가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표 2-5> ‘마을 건강센터’(표준 일차의료 기관)의 구조와 9가지 기능

 

<표 2-5> ‘마을 건강센터’(표준 일차의료 기관)의 구조와 9가지 기능https://lh6.googleusercontent.com/bDa-z7KB7IgkdSLWDmyOC75d7XZvoZO-N6GpOa... />

 

수, 2019/12/04-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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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도 여전한 주거급여의 사각지대 - 정형화된 빈곤을 넘어서

 

김경서 민달팽이유니온 정책국장

 

현 주거급여의 한계

문재인 정부가 ‘혁신적 포용국가‘를 내세우며 출범한 지 2년 반이 지났다. 그러나 정부가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꾸려온 사회정책의 기조를 살펴보면, 과연 ’누구‘를 포용하는지 ’무엇‘이 혁신적인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 이는 주거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촘촘한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한 지 2년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손가락 사이의 모래알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2018년 10월, 주거급여에 한하여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되었다. 맞춤형 급여로 전환될 당시, 교육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된 이후 3년만의 성과였다. 이것이 일종의 진전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하나의 개별급여에서만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는 것은 사각지대에 놓인 비수급 빈곤층을 포괄하는 데에 명백한 한계로 작용하였고, 문재인 정부의 “촘촘한 사회안전망”이라는 당초 약속은 실효성 있게 지켜지지 못했다. 한편,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되었다고 알려진 주거급여는 다시 사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현재 주거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사실상 20대를 배제한 채 이루어지고 있다. 만 30세 미만의 경우, 원가족과 거주지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부양을 받는 것으로 취급되어 하나의 가구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참고자료1) 가구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결혼을 하거나 일정 소득 (2019년 기준 1인 가구 85만원) 이상을 벌어 자신이 부양받고 있지 않음을 증명해야한다. 그러나 애초 주거급여는 중위소득의 44% 이하의 소득이 있는 가구에게만 해당되기 때문에 결국 20대 독립가구는 대부분의 경우 주거급여를 받을 수 없는 셈이다. 이에 민달팽이유니온과 같은 시민단체는 관련 부처에 ‘만 30세’라는 기준의 근거를 문의하였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20대는 원가족의 부양을 받지 않냐’는 국민정서상의 이유였다. 누군가의 실체적인 고통을 해명하기에는 너무나 추상적인 대답이었다.

 

 <표 3-1>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장가구 범위 안내https://lh6.googleusercontent.com/gphldL3kqNICZwmuD88PkPNLKo-dn0S5fiddR-... />

 

이처럼 20대 청년, 특히 빈곤하고 ‘비정상’적인 청년들은 출처불명의 ‘30세 미만’ 기준으로 인해 주거복지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이러한 현행법상의 부작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자 사례를 수집하였다. 우선 원가구가 보장가구인 20대에 한하여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소득인정액 합산의 모순점을 지적하며 현 복지체계가 빈곤을 재생산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한 인터뷰이는 ‘마음껏 아르바이트를 해보는 게 소원’이라며, 원가구의 소득인정액이 증가되어 수급자격을 박탈당하는 일이 생길까봐 늘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스스로 주거비를 충당하지 않으면 원가족의 생계급여를 끌어다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소득신고가 되지 않는 불안정하고 단기적인 일자리만을 전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들은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노동시장에서 착취당하거나 원가족과 생활을 재결합하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셈이다. 이처럼 복지가 장악하지 못한 빈곤의 자리는 개인의 희생과 선택지의 축소로 이어진다.

  

빈곤에 대한 상상력의 결핍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제58차 회의를 통해 원가족이 보장가구인 20대 개별가구에 한해 주거급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 주거급여에 위와 같은 사각지대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후 정부가 대책을 세운 것이다. 다만 이는 2021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므로 2년간의 공백이 발생하는데, 이 기간에 대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2년의 세월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 빈곤상황을 포함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부모와 독립해서 살고 있는 혼인제도 바깥의 20대 청년들은 소득수준이 주거급여 수급조건에 충족하는 경우에도 지침상의 이유로 주거급여를 받을 수 없다. 부양의무제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던, 실질적인 빈곤상황을 통제하지 못하는 일이 다시 발생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제도적 실태는 청년을 바라보는 시각과 가족구성에 대한 고정관념의 반영으로서, 소수자를 빈곤으로 내모는 수단으로 작동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30세 미만 주거급여 수급제한은 약 세 가지 지점에서 비판가능하다.

 

첫째, 이는 연령에 따른 차별이자 보편적 시민권에 대한 침해이다. 30세라는 기준이 어디에서 기인하였는지 정부에게 여러 차례 물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하나같이 통념적이었다. 20대에게 대부분 부모가 있을 것이며, 그들의 지원을 받을 것이고, 사회에서 말하는 ‘근로능력’이 있을 것이라는 고정관념. 이처럼 관념을 바탕으로 복지의 대상자를 결정하는 행위는 그 프레임 바깥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지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동시에, 한 개인의 상황을 근거로 복지의 대상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전적인 판단을 통해 애초 그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면 그는 다른 이들과 동일한 권리를 가졌다고 볼 수 없다.

 

둘째, 이는 혼인제도로 제한되는 정상가족 중심의 복지혜택이다. 실제로 30세 미만이더라도 결혼을 한다면 주거급여 정책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다층적인 해석이 가능한데 우선, 국가는 절대 원가족보다 앞서서 개인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제스처다. 결국 누군가와 부양-피부양의 관계를 맺을 때라야만 복지를 허락한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이성애혈연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인구생산에 기여할 때라야만 시민권을 인정해주겠다는 일종의 시그널이기도 하다. 같은 소득에 같은 원가족, 주어진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는데 그저 결혼제도에 포섭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급여가 주어지는 것은 결혼제도의 유무가 당사자의 권리와 직결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셋째, 이는 도시거주 청년 및 소수자들의 빈곤상황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는다. 원가족과 불가피하게 단절되어야 하는 상황, 이를테면 가정폭력, 착취, 단절 등 주로 사회적 약자 혹은 소수자들이 겪게 되는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가족이 폭력과 고통의 원인이 되는 경우는 너무나 흔함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가족 관계를 마치 고통을 나누어지는 족쇄처럼 취급한다. 실제로 학업/취업 등의 이유로 도시에 거주하게 되는 이들은 자신의 이주가 원가족에게 미칠 영향을 끊임없이 생각하여야 한다. 당장의 상황을 버틸 여력이 없어 기회를 포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처럼 30세 미만 주거급여 제한이라는 현상은 단순히 청년 세대의 빈곤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얼마나 정형화된 형태로만 빈곤을 정의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사례이다. 부정수급, 예산낭비와 같이 의심하고 배척하는 상상력은 좋아진 반면, 빈곤이 사람의 자리를 협소하게 만드는 방식 내지 현실에 대한 상상력은 날이 갈수록 결핍되어 간다.

 

같은 맥락에서 만일 부의 이전 현상을 걱정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연령과 무관하므로 상속세-증여세를 높이면 될 일이다. 만일 이것이 독립이 늦어지는 현상을 반영한 결과라면, 국가는 그간의 정책이 원가족과 대상자를 묶어두는 역할을 해왔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더더욱 실질적인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만일 주거급여를 인정함으로써 1인 가구가 증대될 것을 염려하는 것이라면, 한 사람이 독립하면서 발생하는 비용 중에 주거급여가 커버할 수 있는 비율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걱정인지 알 수 있다. 누구도 30만 원을 얻자고 100만 원을 지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국가는 100만 원을 지출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30만 원이라도 보전할 수 있다는 그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예산 부족이 아닌 정치적 결단력의 미비

30세 미만 주거급여 수급제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게 문의하였으나, 이에 대해 급여를 인정할 계획이 없으며 기준을 없앤다더라도 아주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로 과다한 복지 예산 지출을 들었다. 하지만 지난 10월 발표된 예산안을 보면, 수급자가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거급여 예산은 절감되었다. 본래 예상했던 인구의 약 40%만이 신규진입하여, 나머지 60%에 대한 1860억 가량이 불용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도시연구소의 김기태 연구원이 2018년 가계금융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추계한 결과, 30세 미만의 미혼 청년이 가구주인 경우는 2만 6천여 가구에 달했다. 또한 이들에게 모두 주거급여를 지원한다 해도 연간 400억 가량이 지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불용액의 30%도 되지 않는 금액이다. 결국 예산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어떤 정치적 결단을 내리느냐의 문제이다. 복지예산의 불용액은 단순히 쓰이지 않은 돈이 아니라 지금 필요한 누군가에게 가닿지 못한 돈이다. 따라서 현 정부는 ‘나중에’라는 말 대신 지금 당장, 누가 승인받지 못한 것인지 찾아내고 그 벽을 넘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표 3-2> 기준 중위소득에 따른 30세 미만 주거급여 대상자 규모 추정https://lh5.googleusercontent.com/xl3ZJW-PK3MUsmFcIDaM3xzi1KBWbt5FduoP25... />

 

 

<표 3-3> 30세 미만 미혼·청년·임차가구 주거급여 대상자 포괄에 따른 소요예산 추정https://lh4.googleusercontent.com/t3trBVpZheEf6c8Cg-hzPKvDxw9pBmnc_Kghqh... />

화, 2020/01/07-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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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사회에 갇힌 청년을 먼저 구하라1)

김승연 서울연구원 도시사회연구실장

 

요즘 정치권에서 청년 표심 잡기위한 노력이 눈물겹다. 지난 6월 청와대는 대통령 비서실 청년비서관을 깜짝 발표하고, 대통령 선거캠프에서도 청년정책 전문가를 영입하느라 바쁘다. 인터넷 검색창에 ‘청년정책’을 검색하면 ‘청년지원정책 모아보기’, ‘청년주거지원 정책 모음’과 같은 청년정책 길라잡이 정보가 넘쳐난다. 

 

금수저, 흙수저, N포세대라는 청년세대의 문제가 수년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청년에게 좀 더 나은 삶을 보장하라는 투쟁하기를 몇 년, 지난해 청년기본법이 통과되면서 우리 사회가 청년에게 기회를 주고, 더 나은 삶을 보장해 줄 것이라 기대했다. 

 

과연 청년의 삶은 변화하고 있을까? 

 

최근 몇 년간 청년정책이 가장 자주, 많이 발표되는 정책이다. 2018년 3월 청년 일자리 대책이 발표되고, 2019년 7월에는 계층 이동성 강화 및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목표로 한 청년 희망사다리 강화 방안이 나왔다. 2020년 3월에는 5대 분야 34개 과제를 망라한 제1차 청년의 삶 개선방안이 발표되었고, 지난해 청년기본법에 따라 12월 정부는 「제1차 청년정책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본계획으로 부족했는지, 지난 3월 「청년정책 기본계획」 등에 포함된 기존 정책(4.4조원, 79.4만명+α)에  "1조 5천억원, 24만 6천명(+α)"을 추가로 지원하는 내용의 「청년고용 활성화 대책」도 발표했다. 그리고 8월 16일 코로나 위기 극복, 청년세대 격차해소, 미래도약 지원 등 3대 방향성 아래 일자리·교육·주거·복지·참여·권리 등 5대 분야 청년특별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기본계획, 추가대책, 특별대책의 이름으로 쏟아진 무수한 정책들로는 사회이동성의 하락을 포함한 불평등의 심화를 막기에 역부족이다. 청년세대 내부의 격차가 더 벌어졌고, 계층 사다리의 바닥과 천장은 더욱 끈적끈적해졌다. 세계경제포럼이 올해 발표한 ‘사회이동성지수2020’에서도 드러났듯이 한국의 공정한 임금 분배와 사회보장 수준은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에 속한다. 이제 한국사회는 격차사회를 넘어 장벽사회의 문턱에 다가서고 있다. 특히 90년대생인 20대 청년에게 그 장벽은 좀 더 가깝게 다가가 있다. 그리고 같은 20대 청년 가운데에서도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청년에게 그 장벽은 더욱 견고하게 보인다. 현재의 지배적인 불평등 구조는 특정한 나이에 특정한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만 안정적으로 보장된 인생 경로를 가질 수 있고,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단일한 기회구조 모델을 재생산하고 있다. 

 

한편, 청년을 제대로 포괄하지 못하는 기존 사회보장정책을 손질하는 못하는 상황이 더욱 안타깝다. 이현주 외(2020) 연구에 따르면, 기존 현금급여와 사회서비스, 사회보험의 수급 혜택이 상대적으로 낮은 집단과 청년세대가 대체로 겹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좀 더 들여다보면, 실업급여는 청년 가구 가운데 저소득층의 수급률이 상대적으로 더욱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8~25세 청년 가구는 가구 기준 소득 5~6분위의 수급률이 가장 높았고, 26~39세 청년 가구는 소득 4~6분위의 수급률이 가장 높았다. 특히, 모성보호 급여의 수급률은 소득 상위 8~10분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세대 문제해결을 위해 사회보장제도의 재구조화가 필요 

 

청년세대가 직면한 문제를 전반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청년정책의 효과성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사회보장 제도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청년세대를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최근 전반적인 일자리의 부족 속에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자리로 급부상한 플랫폼 노동에도 여러 불안정 요소와 함께 기존 사회보장 제도가 제대로 포괄할 수 없는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이러한 당면 과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적 노력과 함께 청년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확보 문제로도 더욱 눈을 돌려야 한다. 하지만 이는 개별 청년정책을 넘어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소와 성장 잠재력을 키워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 구조개혁과 맞닿아 있다. 따라서, 불평등을 해소하는 구조개혁의 방향을 분명하게 설정하면서, 각종 사각지대 제거를 위해 기존 사회보장 정책의 틀을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다양한 청년정책을 효율적으로 배치하여 전체적인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혁신적이고 종합적인 정책 로드맵의 작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불평등 구조를 변화시키고, 사회이동성을 촉진시키기 위해  조지프 피시킨이 제안한 기회 다원주의(opportunity pluralism) 모델을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정책 목표로 삼을 필요성이 있다(Fishkin, 2014). 기회 다원주의 모델은 생애주기의 어떤 시점에서든 다양한 관문에서 다양한 삶의 경로를 추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희소한 지위를 둘러싼 제로섬 경쟁이 벌어지는 단일한 기회구조 모델과 이에 기초한 불평등의 구조화를 변화시킬 수 있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살리는 교육을 추구하고, 후자의 교육을 택하더라도 다양한 양질의 고용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며, 어떤 시점에서 어떤 인생 경로를 선택하더라도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이 보장되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요구된다. 

 

좋은 대학에 가서 인기 높은 전문직종으로 진출하거나, 공무원이 되고 대기업에 취업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충분히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청년 불평등 완화와 관련한 모든 정책의 실질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조건이 마련된 사회는 인생에서 두 번 세 번의 기회가 주어져 한 번의 실패로 좌절할 이유가 없는 사회이기도 하다. 여기서 기회 및 결과의 불평등은 사회구성원 모두의 복리와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 아래에서만 용인될 것이다. 


1) 이 글에는 필자가 연구한 김승연, 최광은 외, ‘장벽사회, 청년불평등의 특성과 과제’, 서울연구원(2021)의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고문헌

김승연․최광은 외. 2021. 「장벽사회, 청년불평등의 특성과 과제」. 서울연구원. 

이현주·오욱찬·이윤경·이원진·성재민·이길제·박형존·이병재, 2020, 「사회보장정책 효과성 분석을 위한 행정데이터 연계‧활용 방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사회보장위원회.

Fishkin, J., 2014, Bottlenecks: A New Theory of Equal Opportunity, Oxford University Press. (조지프 피시킨, 2016, 「병목사회: 기회의 불평등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대안」, 유강은 옮김, 문예출판사.)

 

목, 2021/09/02-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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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온전한 탈시설을 위한 첫 걸음이 시작되다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

기록 및 인터뷰 김경희, 홍정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대해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에 해당하는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 조치의 미흡함을 지적하며 ‘효과적인 탈시설 전략 수립’, ‘탈시설을 위한 지원서비스 확대’ 등을 권고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조건으로 거주지를 선택하고 특정한 거주형태에서 사는 것을 강요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거주하며 생활하는 것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 최근 서울시에서 탈시설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보장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장애인지원주택 정책이 반가운 이유다. 탈시설 운동에 오랫동안 참여했으며, 현재 사회복지법인의 공익이사를 겸하고 있는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를 만나 서울시 지원주택과 탈시설 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이 주력하는 이른바 ‘탈시설’ 운동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1980년대 후반부터 시설 인권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되는 환경에서 집단적으로 강제수용된 형태의 사회복지시설 인권침해 문제가 제기되어 왔고 언론에도 계속 보도됐다. 그러다 1990년대 해외의 사회통합 탈시설과 정상화, 자립생활과 사회통합 이론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2000년 초반에 자립생활이념을 표방한 IL센터(장애인자립생활센터, a center for independent living)가 생겼다. 자립생활은 기본적으로 시설 수용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끊임없는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시설별 각종 대책위원회가 구성되며 시민사회 조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건별로 각종 대책위원회가 너무 많이 생기자,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시설생활인 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로 통칭하여 2003~2005년까지 활동을 했다. 발바닥행동(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의 약칭)도 2005년에 탄생했다.”

 

- ‘시설생활인 인권’이라는 운동의 표어가 갖는 의미는 ‘탈시설’과 차이가 있었던 것인가?

“2005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용역을 받아 전국 시설을 조사했다. 문제 시설을 조사한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뽑아 조사했는데, 시설생활이 폭행, 성폭력, 강제노역, 감금, 강제 의약물 투약 등의 신체적 학대 외에도 기본적으로 외출이 불가하고 핸드폰도 소지할 수 없어 외부와 소통할 아무런 수단도 갖지 못했다. 일상생활 자체에도 인권침해 적이었다. 오후 4시 반에 저녁을 먹고 오후 8시에 일괄 소등하는 등 전혀 인간답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결국 이것은 시설의 인권침해 여부와는 상관없이 시설생활 자체가 구조적으로 인권침해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설을 보다 인간다운 조건으로 만들려던 운동 방식에서 방향을 선회하기 시작했다. 시실인권운동에서 탈시설운동으로의 선회다. 물론 그전에도 탈시설 이론에 대해 알고 있었고 방향에 대한 동의는 있었지만, 당시만 해도 시설 밖으로 나오면 활동지원시스템이나 주거지원도 없었고, 기초생활수급비도 20만 원 나오는 정도에 그쳤기 때문에 시민사회운동에서 탈시설을 전면으로 내세우기 어려웠다.

 

그러나 2005년부터 탈시설에 힘을 싣기 위한 활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시민사회조직의 반성이 있으면서 탈시설 운동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때 탈시설한 사람의 경우 자립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탈시설했던 사람도 있었다. 탈시설 운동 이전에 시설 내의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부터 시작했지만, 시설이 가지고 있는 격리성, 집단성, 권력불평등성 등의 구조적 문제들로 시설이라는 곳에서 인간다운 조건에서 살기 어렵다면, 정부는 이 사람들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가를 답하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게 되었다.”

 

- 당시 장애인 수용시설의 실태는 얼마나 심각했나?

“김대중정부이던 당시 미신고시설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던 장애인이 화재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면서 2002년 미신고시설 양성화 정책을 하게 되었다. 전 세계가 지역사회로 통합하는 추세였는데 한국은 오히려 미신고 시설을 ‘신고 시설화’해서 지원하겠다는 정책으로 1200개까지 시설이 증가하게 되었다. 시설에 대한 예산을 지원하면서 계속해서 시설수가 증가했기 때문에 잘못된 정책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당시 미신고 시설을 양성화하기 위해서 정부는 기금을 지원했는데 복권기금을 활용해 총 1200억 원을 투자했다. 당시 지원금을 받은 곳을 조사하니 그 돈으로 예배당을 짓거나, 거주공간을 지어놓았더라도 홀 같은 곳에 30명이 자게 만들고, 낙상사고 위험에도 청소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시설의 벽이랑 바닥을 타일로 만들어 놓은 곳도 있었다. 시설당 4~5억 원씩 주고도 관리감독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시설장에게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주기 위해 단기 교육을 통한 자격증이 난무했고, 직원은 명단만 있으면 되니 교인이나 가족명단으로 채우는 경우도 있었다. 어느 시설은 화장실에 칸막이 없이 변기만 여러 개 있는 경우도 있었고, 예전 고문시설과 같은 구조의 거주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을 복권기금으로 지었었다. 우리는 그당시 차라리 그 돈을 당사자들이 민간주택의 전세를 구하도록 전세자금을 빌려주고 활동보조 지원을 하라고 주장했었다.”

 

- 2005년 즈음 대응했던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는다면?

“2005년 발바닥행동이 만들어질 때 S재단 사건으로 한창 싸울 때였다. 현재도 S재단 산하에 4개 시설이 남아있고 운영되고 있다. 재단의 비리가 고발된 당시에는 13개 시설을 운영하고 있었다. 1,500명이 넘는 거주인들의 주부식비 등 영수증을 부풀려 회계를 마음대로 유용하고, 심지어 하루에 온수가 나오는 시간이 30분 정도밖에 없어 따뜻한 물을 쓰기 위해 경쟁해야 했었다는 증언, 거주인들에게 생리대 보급도 제대로 안 되서 직원들이 자기 집에서 면생리대를 만들어 가져왔다는 증언, 너무 추워서 직원들이 거주인들의 바지와 양말을 꿰매주었다가 퇴근하면서 다시 풀어주었다는 증언 등이 쏟아져 나왔다. 이사장 배우자가 세탁부로 허위 직원 등재를 하여 월급을 받아가고, 횡령된 금액의 일부가 해외에서 사회복지 공부를 하러 유학 간 아들의 유학자금으로 보내졌다는 것도 밝혀졌다. 허위로 작성된 문서를 직원들이 소각장에서 발견해서 드러내는 등의 고발도 있었지만 처음에는 형사고발도 되지 않았다. 유학에서 돌아온 아들은 지금 이사장이 됐다.

 

이런 대형법인의 비리가 제보되었는데도 해당 지자체는 고발도 안하다가, 해당 재단의 시설에서 성폭력 사건이 있었는데, 경찰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수사를 하다가 비리수사까지 확장된 것이었다. 그제서야 법인이사장이 구속됐다. 공익제보가 힘이 없었던 이유는 사회복지기관이 공공시설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개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공무원들의 생각도 강했기 때문인 것 같다. 오히려 시설을 비호하고 미온적 태도를 보였고, 비리는 잘못이지만 이사장만 바꾸고 이사진은 그대로 두는 등 운영권 개입은 어렵다는 인식이 컸다. 하지만 그 후로 도가니사건 등 많은 사건들을 거쳐오면서 이제는 시대와 인식이 많이 변화했고, 여러 일을 계기로 이제는 이사를 해임시키는 등 규제하고, 임시이사로 들어갈 때 정부가 추천하고 시민사회단체가 의견을 내서 공공이사들이 들어가 비리집단을 배제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탈시설 정책 토론회에서 발언 중인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https://lh3.googleusercontent.com/h1v5DLc_-y4fxN0zvL_jOOXE9jZY9_5RBwSfF0... />

탈시설 정책 토론회에서 발언 중인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 <사진 = 웰페어 이슈 Youtube>

 

-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은 어떤 경로로 입소하게 되는가?

“시설을 사용하는 사람 중 발달장애인 사람이 76%로 높은 비율 차지한다. 발달장애는 사람마다 그 장애정도가 다르겠지만 집단 통제나 규율을 지키기 어려운 사람이 많다. 그런데 시설에 가보면 다 일렬로 줄을 서 있는 발달장애인의 모습을 보게 된다. 발달장애인들이 어떻게 일렬로 조용히 줄을 서 있을까?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폭력적이거나 강압적인 상황을 경험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발달장애는 그 자체가 집단적 통제나 규율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집단서비스가 맞지 않다. 그러나 입소자 중 76%가 발달장애인이고, 서울시는 통계중 94%가 비자의 입소로 조사된 내용도 있다. 즉, 나는 시설에 가기 싫다고 자기항변을 하기 어려운 대상들이 비자의적으로 시설에 입소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 장애인 시설과 관련한 명칭도 굉장히 많은 것 같다

“장애인시설을 나타내는 명칭은 수용시설, 생활시설, 거주시설로 바뀌어왔다. 수용이란 단어의 거부감 때문에 생활시설로 바뀌었다가 전일적 생활을 시설 공간 안에서만 하는 것이 문제가 되어 거주시설, 즉 거주만 하는 시설이라는 의미에서 거주시설로 바뀌어 왔다. 거주시설은 낮 생활을 외부에서 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려 했는데 사실상 시설의 위치 때문에 불가능한 곳이 많다. 경사가 높은 곳에,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은 곳에 위치한 시설들이 많다. 휠체어를 타든 아니든 간에 밖에 나가 사회생활을 한다는 생각 자체가 불가능했다. 또 다른 이유는 직원 한 명이 동시간에 지원해야 할 장애인이 4명 많게는 8명이 넘었다. 개인생활, 즉 개인지원이 불가능한 구조다. 그러니 이름만 거주시설이지, 실제로 모든 생활을 시설안에서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수용형 생활시설인 셈이다.

 

그래서 탈시설, 시설폐쇄법을 주장하며 ‘시설은 감옥이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이건 탈시설한 당사자들이 말한 표현에서 따온 것이다. 시설이 법률적으로는 복지관까지 포괄하는 용어지만, 여기서 말한 ‘시설’은 거주형, 수용형 시설을 말한다. 그런데 거주시설의 입장에서 이것이 기분이 나빴는지,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쪽 발표자가 장애인복지학회 학술대회에서 거주시설이라는 용어를 거주서비스로 바꾸자는 내용의 발표가 하기도 했다. 무기력함을 낳는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용어 변경을 대안으로 내세운 것이 언어도단이라고 생각하고, 장애인 당사자 한 명, 한 명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 기존에 여러 형태로 운영되고 있던 그룹홈도 탈시설의 범주에 포함되는가?

“그룹홈도 자신의 집과 같이 되기엔 부족하다. 거주인들이 낮 시간에는 보호작업장, 학교 등에서 생활을 하고 돌아와야 하고 그 시간부터 직원이 일을 한다. 혹시라도 몸이 안 좋더라도 낮에 그룹홈에서 일하는 사람이 없어 그룹홈에 남아 있을 수가 없다. 한국의 그룹홈은 4명의 거주인대비 1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운영방식도 시설과 규모만 다를 뿐 유사하다.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당사자의 경험을 전하면, 그는 신체장애가 있어 휠체어를 이용하는데 그룹홈에서 소풍 가는 장소는 휠체어가 접근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도 소풍을 안간다고 하니, 빠지면 안된다하여 억지로 가게 됐고, 다른 사람들이 계단을 올라가서 구경할 동안 혼자 휠체어를 타고 기다려야 했다고 한다. 개인에 대한 고려를 할 수 없는 구조가 그룹홈이다. 그녀는 그룹홈에서 나와 자립했다.”

 

- 탈시설 운동은 주거권 차원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나?

“처음에는 탈시설 운동을 주거권 운동이라고 등식화해서 보기 어려웠다. 주거권 영역은 전통적으로 철거민의 권리와 그로부터 연결된 세입자의 권리를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있어서, 장애인의 주거권도 재가장애인에 대한 이슈가 주였다. 탈시설장애인의 주거권은 영구적인 주거공간보단 탈시설과정에서 거쳐가는 ‘중간집’ 형태가 많이 생겨났다. 처음 이 개념은 외국의 사회주택을 참고했었다. 그당시 외국에서 사회주택은 청년, 노인, 노숙인, 장애인 등에 모두 지원하는 개념이었다. 그래서 탈시설한 장애인에게도 사회주택처럼, 처음 자립할 사회주택을 주라고 주장했는데, 그것이 용어가 강해 보였는지 처음 이 정책을 도입한 서울시는 이를 ‘자립생활가정’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공급했다. 자립생활가정은 1인1실로 3명 이하가 한 집에서 최장 7년까지 생활하도록 제공하는 것이다. 기존의 공동생활가정(그룹홈)에서 공동을 자립으로 용어만 바꾼 것이고 제한적인 입주기간을 둔 것을 더 싸울수도 있었지만, 시설에서 나와 거쳐 갈 수 있는 중간집이 생기면 더 많은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는 출구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수용했다. 그리고 자립생활주택을 거친 탈시설장애인은 그 이후에 일반의 재가장애인의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는 것과 유사한 프로세스를 거쳐 주거권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고 했었다.”

 

- 온전한 탈시설을 위해서는 주거지원 그 이상의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나?

“이제 탈시설 운동은 중간집 형태를 넘어 ‘지원주택’ 같이 본인이 계약하는 본인의 집으로 가야 하고 제한적인 서비스가 아닌 영구적인 주거지원이 되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장애인 직업재활 쪽에서 ‘선 배치 후 훈련’이라는 것이 있는데, 일을 하게 될 현장에 우선 배치한 후에 잡코치를 붙여 직무훈련 하는 형태를 말한다. 주거도 마찬가지로 임시로 머무는 집이 아닌 실제 살아야 할 곳에서 주변 환경과 생활방식을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자립생활주택이라는 중간집을 형태를 뛰어넘어 지원주택이라는 개념의 도입이 필요했다. 또한 동시에 활동지원 서비스가 필수적이고, 활동지원서비스가 있어야 개인생활이 가능하다. 탈시설운동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살아 가기 위해서 이동권, 활동지원서비스제도화, 최근에는 주간활동 등 그런 서비스가 제공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운동과 연대해 왔다.”

 

서울시 탈시설정책의 시작이 된 2009년 '마로니에 8인'의 투쟁을 기념한 동판 <사진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https://lh4.googleusercontent.com/nNFVcZjYL8VPQ2SFtpGvJJC9arBrTySQaz0RWY... />

서울시 탈시설정책의 시작이 된 2009년 '마로니에 8인'의 투쟁을 기념한 동판 <사진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 최근 서울시가 도입한 지원주택의 의미를 설명해달라

“지원주택은 주거와 서비스의 결합이다. 지원주택의 입주자는 주택점유권뿐 아니라 시민으로서 누릴 사회서비스를 일반 재가장애인처럼 받을 수 있다. 시설에 있으면 여러 서비스를 시설 서비스로 대체하기 때문에 다른 사회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시설서비스는 운영자가 장애인에 대해 서비스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그러나 지원주택은 주거 서비스만 제공하고, 집과 생계비는 정부에서, 활동지원, 평생교육 등은 다른 서비스 기관을 이용하는 등 한 기관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기관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서비스 공급처가 나눠져 있어서 당사자 권한 강화의 의미도 있다. 기존의 대형시설에서 집단생활을 해 왔던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주택점유권을 당사자가 갖으면서도 영구적인 주거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활동지원서비스나 평생교육, 중증장애인일자리, 주간활동 등의 개인서비스나 일자리를 갖는 등의 개인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애인의 새로운 주거유형으로 그 의미가 크다. 이는 서울시에서만 시행하고 있지만, 복지부의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의 일환이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사업으로 일부 시행되는 곳도 있다.”

 

- 서울시 지원주택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내가 참여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프리웰에서는 2016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업으로 지원주택 모델화 사업으로 예산을 받아, 희망하는 사람에게 오피스텔, 원룸에서 1년 동안 살아보는 시범사업을 운영해보았다. 그곳에서 생활한 사람들은 본원에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고 매우 만족했다. 이후 SH가 주도해 홈리스, 알코올중독, 발달장애, 정신장애 등 분야를 나눠 시범사업을 했다. 시설운영비 중 한 사람의 피복비, 주부식비, 운영비 등의 개인 몫을 계산하여 시범사업주택에 주어 살게 했다. 그러나 시범사업이었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기초생활수급비나 활동지원 등을 받을 수 없는 문제가 여전히 있었다. 그렇게 SH지원주택 시범사업을 2년 동안 운영한 후에, 2018년 지원주택 조례가 만들어지고, 2019년 본 사업이 시작되었다. 프리웰 법인이 본 사업의 운영사업 기관이 되어 현재 3개 자치구에 24호의 지원주택을 운여하고 있고, 입주자는 32명이다.

 

우리는 서울시 지원주택이 최중증 장애를 가진 사람도 입주가 가능하며, 지원이 가능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현재 다양한 장애를 지닌 분들이 서울시 지원주택에 입주하게 되었다. 주거코디네이터는 입주자의 주거생활전반을 지원해 주고, 본인이 희망하는 주거생활이 될수 있도록 지원한다. 활동보조 공백시간에 서비스를 보충해주거나, 본인이 명확하게 필요서비스를 말하지 못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서비스를 점검하고 개입해 서비스 내용을 변경하는 등의 역할도 한다. 현재 입주한 분들은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해 개인 생활을 하고 보호작업장 등 일자리를 계속 다니거나, 평생교육이나 주간활동을 신청하거나, 자유를 만끽하며 계속 돌아다니는 등 다양하게 살고 있다.”

 

- 여러 긍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택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주택을 맞춰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이번에 지원주택 본 사업으로 공급받은 주택은 ‘따뜻한 동행’이라는 곳을 통해 주택을 수리해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었다. 현재 지원주택은 매입임대주택 물량에서 공급되는데, SH가 주택을 매입할 때 아예 설계단계부터 편의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그걸 매입하면 좋겠는데, 국토부의 매입기준과 안 맞다고 들었다. 우리는 앞으로 지원주택 뿐 아니라 공급하는 모든 공공임대주택에는 장애와 고령 등의 사람에 맞게 배리어프리 디자인(Barrier Free, 무장애 디자인)을 해달라고 요청했더니 국토부가 기함했다. 장애인에게 지원되어야 하는 주택은 마을버스에는 저상버스가 없기 때문에 지하철역 근처여야 하고, 지하철도 엘리베이터가 있는 지하철역, 건축물에 유니버셜디자인(universal design)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적정조건과 물량을 찾고 공급하는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아 답답하다. 정부는 자신들이 정치적으로 타겟팅하기 좋은 청년, 신혼부부에게 역세권의 주택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서,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후순위로 밀리는 문제가 있다.

 

또한 장애인지원주택을 운영해보니 부부도 싸우고 이혼하는데, 신청자와 딱 맞는 룸메이트를 찾아주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노숙인쪽은 모두 단독형인데 비해, 단독형 공급은 너무 좁아서, 장애인이 입주하기에는 생활이 되지 않으므로 장애쪽은 쉐어형도 공급되고 있다. 현재 2룸이나 3룸에 2명이 거주하는데, 화장실문크기 확장, 변기위치를 개조해서 겨우 휠체어가 들어갈수 있게 개조했다. 결국 집크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쉐어형에 살아야 한다는 거다. 혼자 살고 싶다고 해도 단독형에 비해 큰 집을 혼자 쓰자니 임대표 부담이 있다. 그래서 결국 원치 않는 룸메이트와 살게 된다. 그러니, 장애인에게 맞는 단독형 공급도 필요하다.

 

그리고 화동지원서비스 등 사회서비스가 자립한 그 첫날부터 이용이 가능해야 하는데, 우리정부의 행정시스템은 기존의 거주시설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이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함에 있어서도 제한이 따른다. 신청은 할수 있으되, 기존주소지가 경기도, 이전할 주소가 서울이면 그에 따른 사회서비스신청에 제한을 받는다. 관할 주소지가 다르다는 이유다.”

 

- 당사자와 그 가족이 속한 지역사회 내에서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서울시 지원주택 사업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가 농성하며 만들어낸 정책이다. 지금까지 탈시설 한 장애인이 지원주택을 통해서 자립하는 이야길 했는데, 또하나의 핵심적인 문제는 시설화를 예방하는 것이다. 즉, 장애인 가족의 고령화, 질병 등으로 장애인에 대한 가족의 지원이 부재할 경우 시설로 가기 때문에 시설화를 예방하려면 재가장애인일 때 지원하여 시설화를 막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연대 서울지부는 성인발달장애인의 위한 시설이 아닌 주거서비스를 서울시에 요구했고, 그 결과로 지원주택에 대한 연구, 시범사업, 조례제정, 본사업 시작의 과정을 거쳐 왔다. 그러나 재가장애인을 대상으로 지원주택시범사업을 했을 때 생각외로 인기가 높지 않았다. 그것은 재가장애인이 그동안 맺어온 사회관계, 즉 해당 지역사회에 지원주택이 있어서 지역을 옮기지 않고도 지원주택서비스가 공급되어야 하는데, 현재 공급되는 지원주택은 SH가 공급가능한 주택이 있는 곳으로 한정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재가발달장애인의 입장에서 지금까지 자기가 살아온, 그리고 가족이 있는 지역사회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라는 셈이다. 그러니 지원주택서비스는 SH공사가 공급하는 주택 뿐 아니라 현재 가족과 사는 집에서도 주거지원서비스가 가능해야 한다. 즉 자가형까지도 지원주택서비스가 되어야 하고, 민간주택 공급까지도 열려 있어야 그 속한 지역사회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한 예로, 치매 증상이 있던 어머니가 급격히 상태가 악화되어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발달장애인 분이 혼자 남게 되는 일이 있었다. 처음 3개월 동안에는 단기보호시설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세 개 시설을 다니는 동안 이 발달장애인분에게 욕창이 생겼다. 와상장애인도 아닌데 욕창이 생겼다는 것에서 과도하게 약을 먹어 계속 누워있게 만든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노들야학과 노들IL센터 활동가들은 이분을 원래 살던 집에서 거주하면서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활동지원서비스가 없을 때 활동가들이 당번을 정해서 매일 24시간 활동지원을 했다. 그러는 사이, 서울시와 해당 자치구에 계속 요구해 결국 24시간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아냈다. 그래서 본인이 살던 집에서 활동지원서비스와 주거지원서비스를 받으며 살고 있다. 주거지원서비스는 정부지원이 없지만, 노들IL센터에서 자체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만약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입원했어도 장애인 당사자가 본인 집에서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으며 자가 생활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이 분이 3개월 동안 3개 시설에 보내지면서 욕창이 생기고 여기저기 내돌려지는 듯한 불안경험을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했더라도 40년이상 자기가 상던 집에서 서비스를 받는 것이 발달장애인 당사자에게 가장 안정감을 주는 서비스 형태이다.

 

지금 시설로 들어가고 싶은 사람은, 결국 지역사회에서 살수 없기 때문이며 이를 해결하는 것이 시설화를 예방할수 있다. 따라서 지원주택서비스, 즉 주거생활지원서비스는 재가장애인에 맞게 구체적으로 설계되어 지원되어야 한다.”

 

- 마지막으로 남기고픈 말이 있다면?

“탈시설의 문제는 인권의 문제이다. 탈시설이 지역사회로 사람들을 내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지역사회가 튼튼해야 하고, 지역사회가 이들을 이웃으로 품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설을 나오도록 유도하면서 필요한 지원과 환경적인 조건을 갖추어 가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함께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장애인들의 인권을 지키지 못했음에 대한 반성을 철저히 하고 새롭게 제시된 세상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정해야 할 것이다. 탈시설과 지역에서의 생활이 원활한 환경을 만드는 속도, 예산을 계속 늦추는 동안 장애인들의 삶과 시간은 망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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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에 모인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들의 모습 <사진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화, 2020/01/07-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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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보건복지 분야 예산안 분석

- 기초생활보장 분야 -

 

홍정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전체적인 평가

2020년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13조 9,939억 원으로 전년 추경예산 대비 9.2% 증가함. 생계급여, 의료급여, 긴급복지, 자활사업 등을 합한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은 12조 2,61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4% 증가함. 반면, 국토교통부 소관 예산인 주거급여 지원은 전년 대비 2.5% 감소, 교육부 소관 예산인 교육급여는 전년 대비 22.8% 감소함.

 

전반적으로 내년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두 자릿수의 인상률을 기록했지만, 위기가구에 대한 단기적 지원 대책인 긴급복지 외의 기초생활보장급여의 대상자가 유의미한 폭으로 증가하지 않았음. 이와 같은 소극적인 개선안은 최근 가계동향조사에서 나타난 저소득 가구의 소득 하락 현상, 그리고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나타난 불평등 심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님.

 

<표 2-1> 2020년 보건복지부 총지출과 사회복지 예산, 기초생활보장 예산

<표 2-1> 2020년 보건복지부 총지출과 사회복지 예산, 기초생활보장 예산https://lh5.googleusercontent.com/Va06QNcEQWqtz0vE4J2vAkuZ4EJDpOhHTeIyp1... />

 

세부사업 평가

<표 2-2> 2020년 보건복지부 등 기초생활보장 예산안

<표 2-2> 2020년 보건복지부 등 기초생활보장 예산안https://lh6.googleusercontent.com/Ot-xS5t1eQNyFxZ9crBuX__smtcG7-SRf_KBdu... />

 

1) 생계급여

생계급여 예산은 전년 대비 5,762억 원 증가한 4조 3,379억 원이 편성되었음. 2019년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의결한 2020년 기준 중위소득에 따라 생계급여 인상률은 2.94%에 불과하나 ▲부양의무자기준 완화 ▲근로소득 공제 확대 ▲재산기준 완화 등의 제도개선이 이루어져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보다 높은 수준으로 예산이 증액되었음. 정부는 2020년 추진할 제도 개선에 따른 신규 수급가구를 약 7.1만 가구로 추정했음.

 

2019년 하위 20% 이하 노인가구, 2020년 하위 20~40% 노인가구의 기초연금이 각각 5만 원씩 인상되면서 생계급여 예산지출이 6,576억 원 감소했으나, 2019~2020년 부양의무자기준 완화 등 미약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데 편성한 예산은 7,262억 원에 불과함. 정부가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지 않고, 일부 취약가구에 대해서만 부양의무자기준을 완화해온 것은 생계급여 수급자 수가 감소하는 것을 막기 위한 ‘현상 유지’ 대책에 불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

 

2) 의료급여경상보조

의료급여 제도에는 정부가 2020년부터 추진하는 특별한 제도 개선은 없지만, 예산은 전년 대비 8.8% 증가한 7조 38억 원이 편성됨. 1종 의료급여 수급자의 경우만 하더라도 2016~2018년 예산상의 1인당 진료비가 실제보다 7~9%가량 부족하게 책정됐다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의 지적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2020년부터 기본진료비 단가를 현실에 맞게 인상한 것이 예산 증액의 주요 요인임. 부양의무자기준을 일부 완화한데 따른 신규 수급자의 수급권을 보호하기 위한 예산이 1,458억 원 증액되긴 하였으나, 의료급여의 경우 부양의무자기준 완화 조치가 생계급여보다 소극적으로 이뤄졌음. 게다가 중기재정계획을 살펴보면 정부는 2021년부터 의료급여 예산 증가율을 3%로 고정하였는데, 이는 대통령 공약에 따라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임.

 

3) 긴급복지

내년 긴급복지 예산은 1,656억 원으로 2019년 추경예산 대비 1.9% 증액됐으나, 본예산과 비교하면 16.5% 증액됨. 그동안 긴급복지 예산은 제도의 대상인 저소득 위기가구 수를 정확히 추계할 수 없다는 것을 근거로 본예산을 보수적으로 편성한 후, 추경 또는 다른 사업에서 이용·전용하는 관행이 있었음. 이 관행에 대해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반복적으로 시정을 요구하자, 정부는 2020년부터 예년의 본예산보다 큰 규모의 예산을 편성한 것임. 그런데 긴급복지 예산의 중기재정계획을 살펴보면 정부는 2021년 예산을 다시 2019년 본예산 수준으로 감액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됨. 긴급복지 지원이 필요한 위기가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대상을 보다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이후에도 2020년과 마찬가지로 추경 예상분까지 반영한 수준으로 본예산을 편성해야 함.

 

4) 자활사업

자활사업 예산은 전년 추경예산 대비 14.9% 증가한 6,022억 원이 편성됨. 다른 예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자활사업의 증액분은 사회서비스일자리형, 시장진입형 자활근로 단가가 5.0% 인상되고 대상자를 각각 25.3%, 28.3% 증가시킨 것에 기인함. 그런데 자활근로의 단가가 최저임금 대비 지나치게 낮아, 자활에 참여할 의무가 부과되는 조건부 수급자까지도 차라리 자활사업에 참여하기보다 일용직 일자리에 참여하는 것을 선호하는 등 자활사업 참여자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음. 이는 생계급여 수급자에게 지급하는 자활장려금의 대상을 전년 대비 70.6% 수준으로 대폭 낮춘 것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남. 보건복지부는 자활사업 참여자의 문턱을 낮추고 있으나, 2020년부터 고용노동부 소관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신설됨에 따라 두 부처·제도 간의 역할을 정립해야 하는 과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음.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자활사업 참여 의무를 부과하는 대상을 넓힐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자활근로의 단가가 보다 높은 수준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음.

 

5) 주거급여 지원

주거급여 예산은 생계급여, 의료급여와는 달리 전년과 비교해 예산이 삭감되었음. 주거급여 수급가구 선정 기준을 기준 중위소득 44%에서 45%로 상향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거급여 예산이 삭감된 것임. 그 이유는 정부는 2018년 10월부터 주거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여 수급가구 수가 최대 139.5만 가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2019년 6월 기준 주거급여 수급가구는 114.1만 가구에 불과했기 때문임. 주거급여 신규 수급가구 증가가 저조해 목표치에 크게 미달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주거급여 선정기준을 기준 중위소득 50% 이상으로 상향하는 방안과 만 30세 미만 미혼 청년 단독가구에게 주거급여를 지급하는 방안 등을 신속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었으나, 국토교통부는 2017년 수립된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서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았음.

 

게다가 국토교통부는 2018년 예산안 수립 당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 따른 신규 수급가구의 월평균 주거급여 수급액을 9.5만 원으로 예상했으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2018년 결산자료 분석에 따르면 2018년 10~12월 신규 수급가구의 월평균 주거급여 수급액은 예상치의 2배를 초과하는 19.9만 원으로 나타나, 신규 수급가구의 경제적 상황에 대한 예측에도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됨. 2018년 말 기준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주거급여 수급가구의 경우 실제 임차료 대비 주거급여액이 82.7%에 불과했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주거급여 신청가구의 주거환경이 면밀하게 조사되지 않아, 면적 이외의 다른 항목에서 최저주거기준 미달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임. 2020년 소폭 상향된 주거급여의 기준임대료조차도 2019년 초 기준 최저주거면적 수준의 민간임대주택의 평균 임대료의 절반 수준에 불과함. 

 

이와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주거취약계층이 내몰린 열악한 거처의 임대료보다도 낮은 주거급여의 보장성을 대폭 강화하지도 않았고, 비주택 거주가구와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에 대한 주거환경 확인조차 하지 않았으며 신청자 또는 수급자에게 필요한 주거지원도 제대로 연계하지 않았음. 국토교통부가 시범사업 성격으로 전국 20개 지역에 비주택 거주 주거급여 수급자를 지원하기 위한 신규 사업으로 20억 원을 편성한 것은 바람직하나, 원칙적으로는 기초생활 보장제도 신청이 이루어지는 읍면동·시군구 단위에서 신청자 또는 수급자의 주거환경이 점검되고 공공임대주택을 비롯한 필요한 주거지원 서비스가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함. 해당 사업이 임시적인 조치로서 주거급여 지원 예산에 포함되는 것은 이해될 수 있으나, 적어도 단계적으로는 전국 시군구에 주거복지 지원 확대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함.



결론

 

문재인 정부는 광범위한 사각지대 해소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명목으로 각 기초생활급여의 자격기준과 생계급여의 보장수준을 결정하는 기준 중위소득을 미미한 수준으로 인상하는데 그쳤음. 무려 17.4%에 달하는 상대적 빈곤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해야 했으나, 대통령 공약이었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도 아님. 주거급여 사례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듯이,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해 수급권을 침해당하는 빈곤층은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으로 추정됨. 따라서 정부는 2020년 수립될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통해 반드시 생계급여,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해야 함.

월, 2019/11/04-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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