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성매매에 관대한 공직사회 (2) - 공무원의 성매매, 유착과 비리로 이어진다.

지역

성매매에 관대한 공직사회 (2) - 공무원의 성매매, 유착과 비리로 이어진다.

admin | 월, 2019/10/21- 19:56

지난번에는 공무원들의 성매매에 대해 너무나 가벼운 징계가 내려지고 있음을 살펴보았습니다. [성매매에 관대한 공직사회 (1) - 너무나 가벼운 징계, 이래도 되는걸까?] 4년 간 검찰/경찰 공무원들의 성매수 행위에 대한 징계를 살펴보니, 과반 이상이 경징계에 그쳤고,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성매수에 대해서도 견책 처분이 대다수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공무원들의 성매수, 정말로 '가벼운' 비위이기 때문에 경징계에 그치고 있는 것일까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공개된 자료에서는 단순히 '성매매특별법 위반'이라고 나오기 때문에 구체적인 비위 내역을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비위를 저지르고 있는지 궁금해져,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공개되고 있는 소청심사 사례들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소청심사란, 공무원이 자신에게 내려진 징계가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여겨질 때 소청을 통해 일종의 재심을 요구하는 제도를 의미합니다. 소청심사위원회는 징계 당사자의 소청 사유서와 징계 자료들을 살펴보고 징계의 수위가 적절했는지 다시 판단하게 됩니다. 따라서 소청심사 사례들은 징계를 받은 공무원이 상대적으로 '억울한' 징계를 받았다고 생각한 경우일 가능성이 높겠죠.

인사혁신처 홈페이지의 소청심사제도 소개


 먼저, 2015년에 파면 처분을 받았다가 2016년 소청심사를 통해 강등으로 징계가 변경된 경찰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해당 소청사례 링크)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경찰인 A 경장은 어느 날 동네 선배가 운영하는 클럽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신 후, 동석했던 유흥업소 여종업원 두 명과 연달아 성매매행위를 했다고 합니다.  '얼른 일을 치르고 돈만 받아 나가려는 태도에 기분이 나빠져' 한 명을 돈도 주지 않고 내보냈는데, 종업원이 돈을 받지 못했다며 경찰에 신고하여 입건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신고한 여종업원과 거짓진술을 모의하고, 과오를 은폐하려 들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이 언론보도를 통해서 알려지자, A 경장에겐 파면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A 경장은 파면 처분이 '비행의 정도에 비해 과중한 징계'이고, 별거 문제로 괴로워하다가 주취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며, 경찰관으로 일한지 5년째 별다른 징계 없이 성실히 근무했음을 이유로 들어 징계소청을 냈습니다. 

 소청 이유서에서 A 경장이 주장하는 사실관계만 따져보더라도 사실 이상한 점이 적지 않습니다. 일단 경찰이 '동네 선배'가 운영하는 유흥업소에 드나든다는 점, 해당 유흥업소는 여종업원들이 '2차'를 가는 곳이라는 점, 술에 취한 채 여종업원에게 자신이 경찰이라며 명찰을 보여줬다는 점, 만취 상태에서 성매수를 했다고 변명하나, 술을 마신 이유로는 '별거 중인 부인과 한달 전에 태어난 딸이 보고 싶어서'라고 주장한다는 점 등이 그렇습니다. 

 또, 종업원을 내보낼 때 '동네 선배'에게 전화했고, 그 이후 새로운 여성이 방에 들어왔으며, 화대는 나중에 '동네 선배'에게 지불할 생각이었다는 점에서 이미 A 경장은 '동네 선배'가 운영하는 클럽이 성매매 업소임을 알고 있던 상태에서 출입하였음을 쉽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단순히 '동네 선배'의 가게에 드나든 것이라기보다는, A 경장이 지역의 성매매업자와 유착 관계를 맺고, 업소를 드나들었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겠죠.

그러나 소청심사위원회는 A 경장이 성구매자교육프로그램 이수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형사처벌을 면했고, 해직될 경우 부양가족의 생계가 어려워지며 파면 처분이 유사한 사례에 비해 과중하다는 이유로 징계를 감경, 강등으로 변경하였습니다. A 경장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셈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마찬가지로 2015년에 있었던 다른 사건은 더욱 가관입니다. 경찰서 팀장과 팀원 5명이 민간인 1인과 동행하여 펜션으로 단합대회를 갔습니다. 펜션으로 이동하는 중 팀장이 누군가와 통화를 했는데, 한창 술을 마시던 밤 11시 경 왠 남자 둘과 외국인 여성 3명이 팀장이 초대한 손님이라며 펜션에 찾아옵니다. (소청 사례 링크)

알고보니 이 손님들은 '마사지업소 운영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권유로 두 팀원이 외국인 여성과 펜션 2층으로 올라가 10분 가량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그 후 외국인 여성에게 현금을 지불하자, 마사지업소 운영자와 외국인 여성들은 펜션을 떠났습니다.

이후 마사지업소 운영자들이 민원을 제기하여 이 사실이 경찰서에 알려지게 되는데, 소청인들은 자신들이 2층에서 여성과 함께 있긴 했으나 경찰의 직분을 생각하여 성관계를 가지진 않았고, 어디까지나 '팀장의 친구'라기에 분위기를 거스를 수 없어 함께 술자리를 한 것일 뿐이며, 외국인 여성이 먼 거리를 온 것이 미안해서 돈을 주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성관계를 맺지 않았다는 것을 증빙하기 위해 휴대폰으로 당시 상황을 녹음했고, 오히려 자신들이 성매매업주들의 '로비'에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나중에 업주들이 경찰서에 민원을 제기한 것이 아니겠냐는 것입니다.

소청인들에게는 본래 정직 1개월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민간인이 동행한 사적인 단합대회에 관용차를 사용한 것, '단합대회' 명목이었음에도 펜션 대금의 일부를 민간인이 납부한 점, 그리고 '경찰대상업소 접촉금지 제도'를 위반한 것이 그 사유입니다. 성매수 행위의 경우, 의혹은 있으나 입증이 어려워 아예 징계 사유에서 빠졌다고 합니다. 


영화 [부당거래]에서 경찰 황정민과 조폭 출신 건설업자 유해진이 사건 조작을 위해 만나는 장면. '접촉금지제도' 등을 통해 경찰과 업주들의 사적 접촉을 차단하지 못한다면, 유착을 막기 어려울 것입니다.



경찰대상업소 접촉금지 제도란, 경찰이 단속대상 업소(사행성게임장, 성매매/유흥업소, 불법대부업) 운영자나 종사자, 조직폭력배와 사적인 만남과 연락, 회식이나 금전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경찰과 불법업소의 유착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인데, 불가피하게 단속대상자들과 만나게 될 경우 미리 경찰서에 접촉 사유를 밝히거나, 아니면 사후 7일 이내에 사후접촉사실신고서를 제출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우연하게 단속대상자인 성매매업주를 만났다하더라도, 성접대 의혹이 불거질 수 있는 상황에서 사후 신고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징계 대상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정직 1개월 처분에 대한 소청인들의 이의제기가 소청심사위원회에서 받아들여집니다. 성매매업주들이 팀장의 친구였기 때문에, 팀원들이 성매매업주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도 바로 돌려보내기 어려웠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결국 정직 1개월 처분은 감봉 3개월로 줄어들었습니다. 

소청인들의 주장을 100퍼센트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이 사건은 경찰들의 단합대회에 성매매업주가 함께 와서 술을 마시고, 심지어 경찰 대상으로 일종의 성접대를 하려한 상황이라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들을 불러낸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경찰 간부인 팀장입니다. 지역의 성매매업주들과 경찰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례들이 한 두개가 아닙니다. 지역신문 기자가 조폭 담당 경찰에게 '조폭이 자신의 친구이니 잘 봐달라'며 유흥주점에서 술을 사고, 성접대를 한 사건이 있습니다. (해당 사례 링크, 단, 문제의 성접대는 소청인이 아닌 B경위에 대한 것) 링크한 소청 사례의 배경을 잘 살펴보면 경찰이 성매매업소를 드나들며 업소를 성접대를 받는 장소로 활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 충분합니다. 

자신이 알고 지내던 성매매업소가 단속에 걸리자, '정보원으로 쓰던 곳인데 어떻게 안되겠느냐'라고 무마 청탁을 한 사례, 경찰이 성매매업주와 15년 간 친구로 지내며 사적인 만남을 가지거나 1년에 50회 이상 통화를 한 사례도 있습니다. 두 사례 모두 감봉 1월의 경징계 처분을 받았습니다. 풍속 위반불법 영업을 하는 BAR의 사장과 연인 관계로 지내면서, 경찰 대상업소 접촉금지제도를 위반한 경우도 견책 처분에 그쳤습니다. 아무리 사랑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경찰이 불법영업을 알면서도 연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시사항을 위반해서는 안되겠죠.

출처 - 노컷뉴스 (권미혁 의원실)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미혁 의원실에서는 경찰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최근 5년간 유흥업소 등 단속정보 내부감찰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관련 기사 링크) 이에 따르면 2014~2018년 성매매업소와 클럽, 불법게임장 등 불법 업소와 유착해 단속정보를 흘렸다가 적발돼 징계를 받은 경찰관은 모두 30명이었다고 합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30명 모두 정직 이상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고 되어 있는데, 막상 위에서 살펴본 내용만 보면 단속정보를 구체적으로 흘렸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유착'을 의심할 수 있는 사례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이 경징계에 그쳤습니다.


경찰이 단속을 하다보면 성매매업소에 가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단속'을 핑계로 본인이 성매수를 하거나, 성접대를 받거나, 업주와 유착 관계를 맺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경찰대상업소 접촉 금지 제도'를 만들었구요.

이러한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하면서까지 성매매업주들과 관계를 맺고, 연락을 주고 받는다는 것은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이를 넘어서 경찰 본인이 성매수를 했다면, 이건 일반적인 유착을 넘어서는 사건이라 봐야할 것입니다. 그런데 징계 소청 사례를 꼼꼼히 따져보니, '수사를 하다보면 연락을 취할 수 있는거 아니냐', '경찰이 되기 전부터 알던 친구였다', '단순히 술을 마시는 곳으로 사용했을 뿐이다' 등등의 변명, 그리고 '성실한 경찰이었고 이번이 초범이다', '생계가 어려울 수 있으니 감경하자' 등의 봐주기 논리가 먹혀드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심지어 현직 경찰이 성매매업소를 인수하여 다른 업주에게 위탁 운영을 시킨다거나(소청 사례 링크), 경찰이 집단으로 성매매업소를 돌면서 노골적인 금품 상납을 요구하는 경우(기사 링크) 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이러한 '봐주기'는 경찰 조직에서만 통용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고용노동부 소속 근로감독관이 임금체불 진정이 걸려 있는 건설업자를 단란주점에 불러내 술 값과 접대비를 제공 받은 사례(강등), 필리핀 해외주재관한인회 임원들과 술을 마시고 여성접대부와 호텔에 투숙한 사례(감봉3월), 공무원이 향응을 제공 받으며 두 차례 성매매를 한 사례(감봉2월) 등 그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징계 수위가 낮은 경우가 허다합니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공무원 성매매는 단순히 개인의 불법 행위를 넘어서, 공직 사회를 향한 '향응과 접대'의 일부라는 점입니다. 여성의 성 착취를 매개로 한 민관 유착과 부정 부패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의 성매매를 뿌리 뽑지 못할 망정 '가벼운' 비위로 취급하고 넘어가고 있는 것이 오늘 날 공직사회의 현실입니다. 공무원 성매매, 이제는 끝장내야 하지 않을까요?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지난 10월 30일, 올림픽공원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2019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대중문화예술상은 정부 차원에서 대중문화예술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고, 대중문화예술인들의 창작 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상입니다.

올 해는 대중문화예술상 10주년이라 그 의미가 더 깊었는데요, 가수 양희은, 배우 김혜자를 비롯한 5명이 문화훈장을, 배우 염정아와 라디오DJ 배철수를 비롯한 6명이 대통령표창을, 가수 김완선과 배우 김서형을 비롯한 8명이 국무총리 표창을, 가수 송가인과 배우 류준열을 비롯한 9명이 문체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에서 자세히 확인하기)

누가 봐도 대중문화발전에 큰 공로가 있는 분들이죠?

이쯤 되면 제목에 내건 'BTS, 김혜자, 박찬욱'의 공통점을 쉽게 추측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바로 '문화훈장 수훈자'라는 점입니다. 배우 김혜자의 경우 앞서 이야기했듯이 2019년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을 통해 그간 대중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습니다.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BTS 멤버들은 지난 해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화관문화훈장 수훈자가 되었습니다. 특히 막내인 정국의 경우, 최연소 문화훈장 수훈자로 기록에 남게 되었습니다. 함께 문화훈장을 받은 수훈자들이 배우 이순재와 김영옥, 가수 김민기 등 활동한지 50년이 넘는 커리어를 가진 원로들이라는 점을 따져보았을 때, 평균 나이 23.7세인 BTS의 문화훈장 수훈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BTS의 2018년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 화관문화훈장 수훈 장면 

박찬욱 감독의 경우 이미 15년 전인 2004년에 보관문화훈장을 받았습니다. 당시 영화 [올드보이]가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것으로 영화산업발전의 공로를 인정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올드보이]의 주연배우 최민식과 제작자인 쇼이스트 김동주 대표도 각각 옥관문화훈장을 수훈했습니다.



지난 2006년, 배우 최민식씨는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반대하며 [올드보이]로 받은 옥관문화훈장을 반납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문화훈장을 받았다고 하면 뭔가 대단한 영광이라는 느낌도 들고, 언뜻 보니 은관이니 옥관이니 화관이니 등급도 여러 개가 있는듯 한데, 도대체 문화훈장은 무엇이고, 누가 받았는지, 어떤 기준으로 서훈하는지, 훈장을 받으면 어떤 혜택이 있는지 솔직히 잘 알려져있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은 이러한 문화훈장에 대한 여러 궁금증들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훈장과 포상의 기본이 되는 상훈법

먼저, 훈장, 포장, 표창이 어떻게 구분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훈장과 포장은 상훈법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상훈법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이나 외국인으로서 대한민국에 공로가 뚜렷한 사람"에 대해 훈장이나 포장을 수여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또, 상훈법 제19조에서 '포장은 훈장에 다음가는 훈격'이라 하고 있기 때문에, 훈장이 포장보다 높은 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 표창의 경우, 법이 아니라 대통령령인 정부 표창 규정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훈장, 포장 보다 한 단계 낮은 격으로 보고 있습니다.



훈장과 포장의 종류.

자세한 내용은 대한민국 상훈 홈페이지 참고
(https://www.sanghun.go.kr/)


훈장은 총 분야별로 열두 종류가 있습니다. 이 중 오늘 살펴볼 문화훈장의 경우 금관/은관/보관/옥관/화관 훈장의 다섯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문화훈장은 본래 1951년 문화훈장령이 제정되어 주어졌다가, 1967년 상훈법이 개정되면서 국민훈장으로 이름이 바뀐 바 있습니다. 그러다가 1973년 상훈법 개정으로 인해 지금의 문화훈장 체계를 갖추게 되어 1974년부터 지금(2019.11.01)까지 46년간 총 1425번의 서훈 절차를 거쳤습니다. (해당 수치는 행정안전부를 대상으로 정보공개 청구한 자료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본래 훈장은 "동일한 공적에 대해서는 거듭 수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훈장을 여러번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화감독 김기덕인데요, 2004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사마리아]가 은곰상을 받은 이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고, 2012년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 한 단계 높은 은관문화훈장을 받았습니다. 각기 다른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공로를 인정 받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문화훈장의 경우, 매년 10월 셋째 토요일 문화의 날을 기념하여 수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화의 날은 1972년 문화예술진흥법이 제정되면서 처음 지정이 되었는데요, 문화예술진흥법 제정 당시 "국가는 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하여 현저한 공적이 있는 자에게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시상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국민훈장에 통합되어 있던 문화훈장을 다시 부활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받기 어렵다는 금관문화훈장, 이렇게 생겼습니다!


1974년 6월 19일이 지금과 같은 체계로 바뀐 문화훈장이 처음으로 주어진 날입니다. 당시 수훈자는 당시 '천재소년'이라 불리었던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현재 서울대 음대 교수)입니다. 당시로서는 흔치 않게 어린 나이부터 국제무대에서 활약한 한국인 음악가였던 김영욱은 27세 나이로 은관문화훈장을 받아, 개정 이후 첫 문화훈장 수훈자가 되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이 누군지 궁금하신 분들은 클릭!)

재미있게도 한 달 후인 7월 15일, 두번째 문화훈장을 받은 수훈자 역시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던 스물두살의 젊은 음악가였습니다. 바로 지휘자 정명훈입니다. 이 때 은관문화훈장을 받은 정명훈은 2018년,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이 역시 스물두살의 나이로 화관문화훈장 수훈자가 되기 전까지 최연소 문화훈장 수훈자 기록을 오랜 기간 지켜왔습니다. 1995년에 다시 금관문화훈장 수훈자가 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구요. 



무려 45년 전의 일입니다.

이렇게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여 국위를 선양한 젊은 음악가들"이 문화훈장의 수훈자들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문화훈장의 본래 역할은 '문화예술을 통한 국위 선양'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니었나 추측해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 훈장 서훈과 그 등급을 결정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상훈법 제3조에 따르면 서훈대상자의 공적 내용, 그 공적이 국가와 사회에 미친 효과의 정도 및 지위 등을 고려하여 서훈한다고 되어 있는데요, 일단 행정안전부장관을 비롯한 중앙행정기관의 장, 국회사무총장, 법원행정처장, 헌법재판소사무처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사무총장 등이 서훈 대상자를 추천하게 됩니다. 문화훈장의 경우 보통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나 문화재청장,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추천권을 가지게 됩니다.


정부포상 업무지침에 따른 정부포상 절차

각 추천기관에서는 먼저 홈페이지를 통해 포상 후보자를 공모합니다. 공모, 혹은 자체 추천을 통해 뽑힌 포상 후보자들은 대한민국 상훈 홈페이지와 각 부처 홈페이지에 명단과 공로사항을 공개하고, 포상 후보자로 적절한지 공개 검증을 거치게 됩니다. 공개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없다면, 이번에는 다시 각 기관의 공적심사위원회에서 추천대상자들의 적정성과 공적에 대해 심사를 합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추천기관들은 공적조서를 작성하여, 행정안전부 - 국무회의 - 국무총리 결재를 거쳐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재가한 후에야 훈장을 수여하게 됩니다.



대한민국 상훈 홈페이지에서는 이런 식으로 포상 대상자를 공모 받고 있습니다. 추천할 사람이 있다면 고고!


2018 정부포상 업무지침에 따르면 훈장의 경우 보통 15년 이상 해당 분야에서 공적을 쌓은 자에게 수여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포장은 10년 이상, 표창은 5년 이상의 기간을 기준으로 두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BTS의 경우 아직 데뷔 15년이 지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정부포상 업무지침에서는 '국가/사회 발전에 탁월한 공적이 있는 자로서 추천기관과 행정안전부장관이 협의하여 포상기준의 예외를 적용하기로 한 자'에 대해서는 기간에 상관 없이 포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탁월한 공적'의 사례로는 국제대회(경연)우승, 세계 최고권위의 상 수상, 국내 또는 세계 최초/최고의 업적 달성 등을 들고 있습니다. BTS의 경우, ‘Love Yourself' 앨범이 연달아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한 것이 업적으로 인정된 경우겠죠? 마찬가지로 박찬욱 감독 역시 감독 데뷔 11년 만에 칸 영화제 수상을 계기로 훈장을 받았습니다.



이번엔 아쉬웠지만 곧 그래미를 수상하고 또 다시 훈장을 받을지도?!




문화훈장의 경우 보통 방송의 날, 인쇄문화의 날 한글날, 책의 날, 문화의 날,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 등을 기념하여 수여하고 있습니다. 2019년의 경우, 인쇄문화의 날(9월 14일), 한글날(10월9일), 책의 날(10월 11일), 잡지의 날(10월 20일), 문화의 날(10월 19일),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10월 30일) 등을 전후하여 모두 27명에게 문화훈장이 서훈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훈장의 등급인 훈격의 결정 기준은 어떻게 될까요? 사실 문화훈장의 경우 훈격을 결정하는 기준이 모호한 편입니다. 정부포상 업무지침에서는 "구체적인 훈격은 공적의 정도, 기서훈, 수공기간, 사회적 평가, 지위 등을 종합 검토하여 결정하되, 포상분야・ 종류・대상간에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함"이라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세번이나 문화훈장을 받은 수필가 전숙희

이렇게 일생에 한번 받기도 힘든 문화훈장을 무려 세번이나 받은 분들이 있습니다. 2010년 작고한 수필가 전숙희의 경우 1976년 보관문화훈장, 2005년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하고 2010년 작고한 직후 금관문화훈장을 추서되었습니다. 한때 패션 디자이너의 대명사였던 김봉남(앙드레김) 역시 1997년 화관문화훈장, 2008년 보관문화훈장에 이어 2010년 세상을 떠난 이후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습니다.

2009년 은관문화훈장을 패용한 가수 이미자

아직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면서도 문화훈장을 세번이나 받은 레전드 중 레전드도 있는데, 바로 지난 60년간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가수 이미자입니다. 이미자는 1995년 화관문화훈장, 1999년 보관문화훈장, 2009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아 무려 세 번에 걸쳐 훈장을 받았습니다. 2009년 당시에는 대중음악 가수로서 최초로 은관문화훈장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후로는 대중문화예술상이 신설되면서 패티김, 조용필, 태진아, 남진, 김민기, 조동진 등 우리에게 익숙한 대중음악인들이 은관문화훈장을 받게 되는데요, 아직 최고 등급인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대중음악인은 없는 상황입니다. 대중음악계에 있어서 위상을 고려했을 때 언젠가 이미자의 금관문화훈장 수훈도 당연해 보이는데, 그렇다면 정말 그 누구도 따라가기 힘들, 유일무이한 문화훈장 4회 수훈자로 남게 될 듯 합니다.


문화훈장을 받는다는 것은 문화예술인으로서는 더없이 영광인 일이지만, 한편 또다른 혜택은 없는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지난 해 BTS가 문화훈장을 받은 직후, 훈장 수훈자에 대한 군 면제 혜택이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실시간 검색어로 오르기도 했는데요,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훈장 등의 영전은 이를 받은 자에게만 효력이 있고, 어떠한 특권도 이에 따르지 아니한다."고 하여, 훈장 수훈자에 대한 혜택이나 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군인/공무원 신분으로 전쟁 상황이나 국가안보에 중대한 공로를 세워 무공훈장이나 보국훈장을 받은 경우 국가유공자 등록 대상이 되지만, 문화훈장의 경우 국가유공자 대상이 아닙니다. 공무원의 경우, 훈장이 인사에 도움이 된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뚜렷한 '혜택'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다만, 상훈법에 따라 훈장을 받은 인물은 현충원 안장대상심의위원회를 거쳐 안장대상으로 결정된 경우 사후에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다는 것이 유일한 혜택이라면 혜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한복디자이너 이영희씨가 올 해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도니 바 있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문화훈장에 대해 여러모로 살펴보았는데요, 현재 훈장 수훈자들의 명단은 대한민국 상훈 홈페이지에서 검색이 가능하나, 전체 명단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뿐 아니라, 간단하게 수훈자들의 소속을 소개하고 있으나 어떤 공적으로 훈장을 받게 되었는지, 직업은 무엇인지 등의 정보는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문화예술계의 특성 상 예명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본명으로만 검색이 가능하게 되어 있어 어떤 인물이 훈장을 받았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보공개센터는 행정안전부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1974년 이후 문화훈장 수훈자들의 명단을 확보하였습니다. 그 후 정말로 기나긴 검색과 정리 과정을 거쳐 2003년 3월부터 2019년 11월 현재까지,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의 문화훈장 수훈 671건에 대한 DB를 정리하였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정보공개센터가 정리한 DB를 바탕으로, 지난 16년 간 문화훈장 수훈자들의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 정권별로 나타나는 문화훈장 서훈에 대한 특징 차이에 대해서도 살펴보고자 합니다!

목, 2019/11/28- 04:56
8
0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은 많은 시민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국민의 공복인 대통령이 집무 시간 중 일정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고, 또 향후 보고 시점을 허위로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게 되었는데요.

그 이후 대통령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한다는 여론이 강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의 24시간을 공개하여 국민에게 투명하게 보고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2017년 10월부터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주간 단위로 대통령 주요 일정을 사후공개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대통령 일정공개 캘린더

이러한 일정공개는 대통령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얼마 전 정보공개포털의 메뉴가 개편되면서, 장관 등 주요 중앙행정기관장과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의 일정을 공개하는 페이지가 생겼습니다. 해당 페이지에서는 각 부처/기관 홈페이지에서 공개하고 있는 기관장 일정들을 링크하고 있어, 누구나 편하게 기관장들의 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정보공개포털의 일정공개 페이지

그렇다면 과연, 정말로 일정 공개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주요 일정을 공개한다고는 하나, 어느 곳은 매일 매일 하루 일과표에 가까울 정도로 자세히 공개하고 있는 곳도 있고, 반대로 페이지만 만들어놓고 업데이트를 제대로 하지 않는 곳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번 찾아봤습니다.

지난 2월 5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라는 회의가 열렸습니다. 신종 코로나 대책을 세우기 위해 여러 장관과 기관장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회의였는데,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현준 국세청장, 노석환 관세청장 등이 참석했다"고 합니다.

'신종 코로나 비상 사태'를 맞이하여 여러 장관들이 한 자리에 모인 회의인 만큼, 관련 언론 보도도 많았고, 오늘(2월 12일)까지 사나흘에 한번씩 같은 명목의 회의가 열렸을 정도로 중요한 일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은 회의에 참석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공개하고 있을까요?

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의 일정을 하나 하나 찾아봤습니다.

먼저 홍남기 경제부총리입니다. 회의를 주재한 입장인 만큼 회의 일정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2월 5일 일정공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우는 홍남기 부총리와 마찬가지로 고위 당정협의회 일정은 올라와있지만, 정작 경제관계장관회의 일정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박능후 복지부장관 2월 주간일정

이재갑 노동부장관의 경우 5일 일정이 아예 아무것도 올라와있지 않습니다.


이재갑 노동부장관 일정공개

김현미 국토부 장관 역시 5일 일정은 텅 비어있습니다.

김현미 국토부장관 2월 일정 공개

박영선 중소벤처부 장관은 이 날 회의 일정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2월 5일 일정

똑같은 회의에 참석한 다섯 명의 장관 중, 회의 일정을 공개하고 있는 장관은 두 명에 불과한 것입니다. 

물론 부처별로 '주요 일정'을 분류하는 기준이 다를 수는 있습니다. 일정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서 일을 제대로 안하는 것도 아닐테구요. 그러나 장관급들이 대거 모이는 중요한 회의에 참석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는 일정을 공개하고, 누구는 공개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일정공개' 정책 자체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겠죠.

일정공개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바쁘기로 유명한 박원순 서울시장이지만, 서울시 일정공개 페이지만 보면 한가하기 그지 없어보입니다. 지난 주인 2월 3일부터 2월 9일까지 일주일 동안,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서울시장 일정은 단 두 개에 불과합니다. 

2월 4일, 서울시립대를 찾은 박원순 시장

 지난 2월 4일,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립대를 찾아 중국인 유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관련한 행보인데요, 서울시장은 당연직 서울시립대 이사장인 만큼 공적인 일정을 수행한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협력을 건의하였고,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생방송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모두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내용들입니다.

정작 서울시 홈페이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2월 4일 일정

그러나 서울시장의 일정을 공개하는 소셜시장실에 2월 4일 일정을 확인해보면, 아무런 일정이 올라와있지 않습니다. "새로운 서울을 위한 구상 중"라는 문구만 덜렁 놓여있는데, 차라리 "일정이 아직 등록하지 못했습니다"라고 솔직하게 적어놓는 편이 나을 듯 합니다. 

아예 일정공개 자체를 안하고 있는 도지사도 있습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입니다. 강원도청 홈페이지에는 분명 도지사 일정 캘린더가 마련되어 있지만, 몇년 째 아무런 일정도 올라오지 않고 있습니다. 메뉴만 만들어놓고, 버려진 셈입니다.

몇년 째 아무런 일정도 공개하고 있지 않은 강원도청 홈페이지

이렇게 대다수 고위 공직자들이 일정 공개를 게을리 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다행히도 모범적인 사례도 있습니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를 공직자 일정공개의 원 취지에 맞도록 제대로 공개하는 사례로 꼽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양승조 도지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요 일정 뿐 아니라 일상적인 보고나 접견 등의 일정도 모두 공개하고 있습니다. 

시간대별로 일정을 공개하고 있는 양승조 충남도지사

양승조 도지사와 관련한 언론보도들과 대조해보면,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로 제공될 만한 일정 모두를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들에게 그대로 공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월 4일 국무회의 참석, 천안아산 강소특구 현장조사, 현장간담회, 지원금 전달식, 5일 방역단 발대식,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관리회의, 6일 충남테크노파크원장 임용장 수여 등 기사로 보도된 크고 작은 동정들을 시간대별로 공개하고 있는 것이죠.

2월 4일 일정표에 공개된 현장간담회

양승조 도지사는 최근 우한 교민들이 격리되어 있는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인근에 현장 집무실을 마련하여 긍정적인 여론을 이끌어내기도 했는데요, 일정공개 자료에서도 아산 집무실에서 대부분의 일정을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면, 행정에 대한 불신도 사그러들 수 있다는 좋은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말뿐인 일정공개가 아니라, 정말로 투명한 공개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관장 본인들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공직자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약속, 제대로 실천하기를 기대합니다.

목, 2020/02/13- 02:37
5
0

우정사업본부의 2020년 연하카드

 연말연시의 사라져가는 풍습 중 하나로 '연하장'이 있습니다. 모바일메신저나 SNS로 상호 소통하는 것이 보편화되면서 연하장을 보내는 일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인데요.

 그동안 연하장 발송량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궁금해서 우정사업본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보았습니다. 우정사업본부은 연하장 발송량 통계를 따로 내지 않는다고 답변하였으나, 연하카드 발행량 통계를 통해 연하장 수요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가늠해 수 있었습니다.

 

2001년에는 1365만장에 달하던 연하카드 발행량은 급속히 줄어들어, 2019년 현재 207만 장 수준까지 줄어들었습니다. 대부분 기업이나 백화점 등의 고객 대상 연하장일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그렇다면 공공기관장들이 보내는 연하장 수량은 어느 정도나 될지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들도 여러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심의회 위원을 맡다보니 시장님이나 공공기관장 명의의 연하장이 날아오기도 하는데요, 과연 시장이나 도지사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연하장을 보내고 있을까요?

그래서 정보공개 청구를 해보았습니다.

청구 대상 기관 : 17개 광역지자체

청구내용 :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시장(도지사) 명의로 발송했거나 발송 예정인 연하장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합니다.

1. 발송대상자 명단 : 발송대상자 성명, 직책, 발송 사유 등

-> 발송 사유의 경우 '도정 협조 유관기관장', '출향 인사', '도내 기업인' 등 해당 인사가 왜 발송 대상이 되었는지 그 사유를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2. 소요 예산 : 연하장 제작비, 제작 수량, 발송 비용 등

-> 제작비용, 발송 비용을 따로 공개해주시길 바랍니다.

3. 제작 및 발송 업체 정보

공개된 내역이 제 각기 다른데, 발송대상자 성명의 경우 모든 지자체에서 개인정보를 사유로 비공개하였습니다. 직책에 대해서는 공개한 지자체도 있고, 공개하지 않은 지자체도 있었구요. 청구 시점이 1월 초라, 일부 지자체의 경우 2020년 연하장을 아직 발송/제작하지 않아 2020년 내역을 부존재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래 표는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공개한 정보를 바탕으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간 제작 수량 / 발송 대상자 인원 및 발송 사유를 정리하여 만든 것입니다. (소요 예산이나 제작 발송 업체 등의 정보가 궁금하시면 글 하단의 정보공개 자료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확인해주세요!)

 

예상대로, 가장 많은 연하장을 발송하고 있는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은 서울시장이었습니다. 서울시장의 경우 매년 8만 명, 9만 5천명에 달하는 대상자들에게 연하장을 발송하고 있는데, 명단을 확인해보니 자치구 통반장이나 경로당, 대한노인회 등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었고 그외 서울시내 각급 학교장, 전현직 선출직 공직자, 의용소방대원, 대학생 아르바이트 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가장 적은 연하장을 발송하고 있는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은 울산광역시장이었는데, 울산광역시와 관계 맺고 있는 자매도시 시장이나 국내외 외교관계자 등 100명에게만 매년 연하장을 발송하고 있었습니다.

특기할 만한 사례는 부산광역시장이었는데요, 부산광역시장은 2018년까지 32600명에 달하는 시정 유관 인사들에게 연하장을 발송하다가 지방선거로 시장이 바뀐 이후, 2019년 부터는 울산시와 유사하게 외교 관련 공관장 등으로 연하장 발송 대상자를 한정하고 있습니다. 

공개된 정보 내역을 살펴보니 대부분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이 부서별로 연하장 발송 대상자 명단을 취합하여, 시장/도지사 명의로 연하장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서울시장의 연하카드 발송 대상자 명단 일부. 부서 별로 대상을 취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연하장 발송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그 대상이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습니다.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ㆍ도화의 배부ㆍ게시 등 금지"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93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ㆍ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ㆍ도화, 인쇄물이나 녹음ㆍ녹화테이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ㆍ첩부ㆍ살포ㆍ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 고 하고 있습니다. 이는 선거법에 규정된 방식 외의 방식으로 후보자가 자신이나 정당을 선전하기 위한 방식으로 연하장을 사용하면 안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선거를 앞두고 연하장을 보냈던 후보자 등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요, 김정섭 공주시장의 경우 2018년 1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주시민 등 8천명에게 자신의 이름과 사진을 비롯해 선거 출마를 암시하는 내용이 담긴 연하장을 보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80만원의 벌금형을 받기도 했습니다. (관련기사)

 다만, 선거관리위원회의 해석에 따르면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의원 등이 도정과 시정 업무에 대해 협조한 통장, 주민자치위원, 직능/사회단체장, 위원회 위원, 자원봉사단체장 등 제한된 범위의 인사에게 의례적인 연하장을 발송하는 것은 공적 업무 수행의 일환으로 보아 연하장 발송이 가능하다고 하고 있습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자신의 명의로 연하장을 보내는 것은 이러한 해석에 따라 가능한 것입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직능단체나 사회단체장을 넘어서 평소 친교가 없는 자원봉사단체 회원 전체에게 연하장을 발송할 경우 직무 상의 의례적 행위라기 보다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전하는 행위에 해당 되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제93조 위반이라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친교'의 범위가 불분명하여 선거법 위반인지 아닌지 논란을 낳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여 친구나 지인들과 정을 나누기 위해 보내는 연하장이지만, 한편으로는 위법 선거 운동의 도구로 쓰일 수 있으니 주의해서 봐야겠죠? 마침 2020년은 총선이 있는 해 입니다. 혹시나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에게서 연하장이 왔다면, 위법 선거 운동이 아닌가 의심해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2018-2020 광역지방자치단체 연하장 발송 관련 정보공개자료.zip

화, 2020/03/03- 20:47
8
0




21대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의 숨가쁜 선거 행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보공개센터는 시민들의 정보공개와 기록관리제도를 통해 시민들의 알 권리를 구현하고자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로서 지난 20대 국회의 정보공개/기록관리제도와 관련한 의정 활동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오늘은 먼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을 중심으로 20대 국회의 의정 활동을 평가하고자 합니다.

20대 국회 임기였던 2016년 ~ 2020년은 시민들의 알 권리와 관련하여 여러 중요한 이슈들이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우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가결되면서 청와대 기록물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른바 '캐비닛 문건'들이 발견되면서, 이 문건들을 시민들에게 제대로 공개하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있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영포빌딩 지하에서 무단 유출된 대통령기록물들이 발견되면서 대통령기록 관리 체계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황교안 당시 권한대행은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문건에 대해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을 강행하여 논란을 낳기도 했습니다. 2018년에는 청와대 업무추진비 관련 정보를 '뒷문'으로 입수해 공개한 심재철 의원을 기획재정부가 비인가 행정정보 무단유출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관련 문건 목록이나 일본군 '위안부' 합의 통화 내용에 대한 정보공개 소송이 패소로 끝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 법무부가 국회에 공소장을 비공개하기로 해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성범죄자 조두순의 출소, N번방 사건 등으로 인해 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민의 알 권리와 관련한 사건들이 쉴새 없이 벌어진 시기에, 20대 국회는 과연 시민의 알 권리 확대를 위해 어떤 변화를 만들어왔는지 살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대 국회의 점수는?




20대 국회의 정보공개 의정활동에 대한 정보공개센터의 평가는 한마디로 '실망스럽다'입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계속해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되었던 정보공개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정보공개센터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그동안 정보공개법의 비공개 사유가 구체적이지 못해 공공기관이 자의적으로 비공개를 통지하는 경우가 많고, 거짓정보를 공개하거나 정보공개 청구의 취소를 회유하는 경우들이 있어 시민들의 알 권리가 침해된다는 점을 계속해서 지적해왔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공개법 상의 비공개 사유를 구체화하고, 처벌 조항을 신설해 시민의 정보공개청구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정보공개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해왔습니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정보공개법 개정안은 모두 17건입니다. (의원 발의 16건, 정부 발의 1건) 그러나 17건 모두 오랜 기간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며, 통과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도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20대 국회에서 시민의 알 권리를 확대하기 위한 정보공개법 개정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정보공개법 개정안 목록
제안일 의안명 발의자 상임위원회 진행 상황
2016-07-05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민병두의원 등 12인) 민병두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6-12-01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김해영의원 등 12인) 김해영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7-03-30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재정의원 등 10인) 이재정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7-04-10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김해영의원 등 10인) 김해영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7-09-01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김관영의원 등 11인) 김관영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7-11-27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설훈의원 등 11인) 설훈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7-12-14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재정의원 등 12인) 이재정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7-12-28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정부) 정부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7-12-29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강병원의원 등 12인) 강병원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8-02-28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김재원의원 등 10인) 김재원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8-03-22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백혜련의원 등 10인) 백혜련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8-04-09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박재호의원 등 11인) 박재호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8-07-02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진선미의원 등 10인) 진선미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8-07-02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김정재의원 등 11인) 김정재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8-08-29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원유철의원 등 10인) 원유철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9-02-27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김영진의원 등 11인) 김영진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9-03-15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권칠승의원 등 10인) 권칠승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17건의 개정안 중 정보공개센터와 시민사회가 주장했던 내용을 폭넓게 수용한 법안을 꼽자면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과 진선미 의원의 안을 들 수 있습니다.


 이재정 의원이 발의한 정보공개법 개정안의 경우 비공개 대상정보인 경우에도 필요에 따라 제한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여 비공개 범위를 축소하고, 현재 행정안전부 소관인 정보공개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변경하고 청구인의 고충처리와 공공기관 정보공개 처리에 대한 감사와 지도 감독권을 추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고의적으로 거짓정보를 공개하거나, 악의적으로 정보공개 절차를 지연시킨 경우 이에 대해 벌칙과 과태료를 매기는 처벌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진선미 의원안의 특징은 비공개 사유를 규정한 정보공개법 제9조제1항을 구체화 했다는 점입니다. 현재 국방, 외교 통일 등 국가안전보장에 관한 사항에 대해 포괄적으로 비공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이를 '정보·보안 업무, 병력·전술, 무기 운용·구매 및 군사훈련 정보', '통일·외교관계에 관한 사항으로서 외국과 상호 신뢰하에 공개하지 아니하기로 합의한 정보 및 내부 검토 목적의 비공식정보'로 구체화 하여 비공개 대상 정보의 범위를 명확하게 축소하였습니다. 그 뿐 아니라 현재 '경영 상, 영업 상 비밀'이라는 모호한 사유로 법인에 대한 정보가 비공개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특허, 저작권, 지식재산권, 부정경쟁방지법 상 영업비밀'로 비공개 대상 정보를 구체화하였습니다. 정보공개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변경한다거나, 고의적인 정보공개 방해를 처벌한다는 점은 이재정 의원안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의미 있는 법안들이 발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국회에서 제대로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던 점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회가 시민들의 대표자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 볼 수 있겠는데요, 이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시민들의 알 권리 확대에 역행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황당한 국회의원들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를 막기 위해 정보공개법 개악을 시도하고, 마침내 산업기술보호법을 개악해버렸습니다. (출처 - 참여연대)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미래통합당 김정재 의원원유철 의원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이들이 발의한 정보공개법 개정안의 취지는 한마디로 2018년 2월, 대전고등법원이 삼성전자 아산캠퍼스 디스플레이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한 내용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입니다. 두 개정안 모두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른 국가핵심 기술에 관한 정보'를 비공개 대상 정보로 신설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김정재, 원유철 의원이 발의한 정보공개법 개정안이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결국 국회는 지난 해 8월 산업기술보호법을 개악하는 방식으로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를 가로막아 버렸습니다. (산업기술보호법 개악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 글을 참고하세요!)

결과적으로 좋은 법안은 통과시키지 못했고, 나쁜 법안은 통과시킨 셈이니 20대 국회의 정보공개 관련 의정활동 에는 마이너스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습니다.

20대 국회에게 보냅니다.

정보공개법은 지난 2004년 전면 개정된 이래 2020년 현재까지 여러 차례 개정이 된 바 있으나, 대부분 제도를 운영하고 유지하기 위한 개정에 해당했으며 시민들의 알 권리를 더욱 증진시키기 위한 포괄적인 개정은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입니다. 2020년인 지금, 2004년에 비해 정보공개 접수 건수는 10배 이상 증가했고, 시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정보의 범위 역시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비공개 대상 정보 범위에 대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규정과 고의적인 비공개를 예방하기 위한 처벌 규정이 필요합니다. 21대 국회에서는 꼭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정보공개법 개정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금, 2020/03/20- 05:20
3
0


매년 3월에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고위공직자들의 재산 신고내역이 공개됩니다. 

정보공개센터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국회의원을 비롯한 국회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신고내역을 구글스프레드시트로 변환하여 공개합니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의 경우 매년 PDF파일로 공개되기 때문에 시민들이 쉽게 분석하거나 통계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고위공직자의 재산을 매년 신고하고 이를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이유는 고위공직자의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재산증식을 방지하는데 그 의미가 있습니다. 재산공개내역을 엑셀파일로만 공개해도 어떤 공직자가 어떻게 재산을 증식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어 공개만으로도 감시와 견제의 효과가 발생합니다. 그러나 매년 보기 불편한 표로 채워진 PDF파일의 공개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 국회 고위공직자 재산 신고내역을 엑셀파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국회가 공개한 PDF파일의 오류내역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김병관의원의 재산내역 총계 금액의 숫자 일부가 지워진채로 공개되어 세부재산내역과 총계가 일치되지 않는 오류 그대로 공개되었습니다.



정보공개센터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의 수준이 발전하는 그날까지! 시민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엑셀형태의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내역을 공개하겠습니다. 

아래 구글스프레드 시트를 통해 자유롭게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2020년 공개 국회고위공직자 정기재산변동신고(바로가기 클릭)

2019년 공개 국회고위공직자 정기재산변동신고(바로가기 클릭)

금, 2020/03/27- 20:54
1
0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세계적으로 확산 되면서 경제위기가 점점 심화되고 있습니다.

전국 학교의 휴교, 기업의 재택근무 및 휴업 등으로 전반적인 경제활동이 급격하게 침체 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생계에 곤란을 겪고 있는데요, 내수를 활성화하고 국민들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특단적인 지원 조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지난 38일에는 경상남도 김경수 도지사가 전 국민에게 10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원하는 안을 국회에 제안하기도 했으나, 정부의 1차 추경에는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사안의 시급함과 심각성이 큰 만큼 보편적 형태의 현금성 지원 방안은 큰 지지를 얻고 있는데요, 이후 각 지자체가 나서 재난 기본소득, 혹은 선별적 형태의 재난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발표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발표된 각 지자체의 수당 지원방안을 모아 보았는데요,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3~6개월안에 소멸되는 지역화폐로 수당을 지급해 지역상권에 지원금이 돌아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자체마다 지원 기준을 자체적으로 결정하다 보니 사는 지역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지원금과 지원 시기가 천차만별입니다. 또 각 지자체마다 기초의회에서 근거 조례를 마련해 통과시킨 후 행정적인 준비를 마쳐야 하고, 기준이 선별적일 경우에는 신청을 받고 이를 검토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시기 역시 길게는 한 달 이상 차이가 날 가능성이 큽니다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QujAvHVkY-fpM2AQ1vQnPWfpEJ3FZ2AlhRQC7_h9Xk4/edit?usp=sharing


지자체별로 지원금의 특징을 나눠보면, 모든 주민들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일시적 기본소득형태 (경기도, 강원도 정선군 등)의 지원금, 그리고 소득분위나 특정 피해계층을 선별하여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형태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각각의 방식에 대한 장단점에 대해서는 나라살림연구소 에서 분석한 바 있습니다. 

정책

*재난기본소득*

*재난수당*

*기존 선별대책*

개념

소득, 연령, 피해정도 구별하지 않고 전 국민에 일정한 소득금액 지급

재난 노출 특정지역, 소상공인, 프리랜서, 비정규직, 실업자 등 제한적인 사람에 수당지급

융자, 세금감면, 재정정책 등 혼합한 현재의 추경안.

주장

김경수, 이재명, 김부겸, 윤형중,

서울시, 전주시, 화성시, 포항시, 강원도, 이재웅, 최한수

기재부, 청와대

장점

-피해자 선별 불필요함

-즉각적으로 시행가능

-자가격리자 등 모든 간접적 피해자에도 지원가능

-잠시 멈춰야 한다는 보건적 역할 가능

-재난기본소득보다 재원이 덜 들고 집중적지원 가능

-재난기본소득과 기존선별대책의 장점을 취합가능함.

-취약계층등 최우선 계층에 집중적 지원가능

-재정승수가 직접지원보다 높음.

-기존의 제도를 응용할 수 있으며, 효과가 검증됨

단점

-재정 소모가 많음

-투입재정 대비

소비증진 도움 여부 미지수

-아동수당,기초연금 등 기존 제도와 충돌,

-복지 통폐합시 역진적 소득 효과 가능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소득감소자 파악 불가능

-수당지급 그룹에도 비피해자 존재, 비수당지급 그룹에도 피해자 존재 가능(정책의 루프홀 존재)

-재난기본소득과 기존 선별대책의 단점도 모두 보유

-피해자 선별이 어려움

-다수의 재난 직간접 피해자도 정책에서 소외될 수 있어

-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한 관행적 처방임.

평가

피해가 전국단위, 전국민단위에 걸쳐있어피해자 선별이 불가능하며, 즉각적인 정책이 필요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때는 좋은 수단



그러나 지원되는 돈이 지출에 쓰이지 않아 투입되는 재원이 비해 낮은 효과산출

재난기본소득의 장점과 기존 선별지원의 점점을 취합하여 직접적인 피해자 및 취약계층에 집중적이고 긴급한 지원 가능.



그러나(재난)기본소득의 단점과 기존 선별지원의 단점 모두 나타날 수 있음.

재정 지출액이 실집행될수 있으며, 융자나 보증사업을 통해 투입 재정대비 높은 승수효과 가능.



그러나 정책의 루프홀이 많아 광범위한 재난 피해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

[나라살림브리핑 제28] 재정부담을 최소화한 재난기본소득 방안(보편지급, 선별환수)


코로나 사태의 경우 대구경북 지역의 타격이 가장 크긴 하지만 그 영향 범위가 전국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기존의 고용보험이나 한시적인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정책 등의 안전망으로는 생계를 지킬 수 없는 노동자와 시민들이 이미 너무 많습니다. (전 산업으로 번지는 ‘코로나 해고’…“2주새 제보 3.2배 늘어”, 2020.03.22 한겨레 기사) 


또 현재 각 지자체의 재난기금이 아직 많이 집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라살림브리핑 제29호] 각 기초자치단체 재난기금 현황 참고) 보편적 지원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부차원에서 마련하고 각 지자체에 관련 예산을 배정할 경우, 지자체에서 피해층이나 취약계층에 집중적인 지원도 충분히 병행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홍콩, 미국, 일본 등 이미 많은 나라들이 거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액 현금지원을 발표한 바 있으며, 월스트리트의 금융권에서도 사태 완화를 위한 현금지급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한국 역시 정부 차원에서 시민과 노동자들을 일관성있게 직접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좀 더 적극적으로 고안해야 할 것입니다.

토, 2020/03/28- 18:37
2
0




3월 26일 ~ 27일 동안 이번 총선 후보자 등록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정보공개센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을 통해 추출/가공한 21대 총선 후보자(지역구/비례대표) 명단을 공유합니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지역별로 출마 후보들을 살펴보게 되어 있어, 편의를 위해 한 시트에 몰아넣었습니다.


정당 / 성명 / 성별 / 생년월일 / 연령 / 주소 / 직업 / 학력 / 경력 / 재산신고액 / 병역신고사항 / 납부세액 / 체납액 / 전과기록 건수 / 입후보 횟수 등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두 한 표 행사하기 전에 꼼꼼히 살펴보세요!

21대 총선 후보자 명단 바로 보기

목, 2020/04/02- 22:01
6
0

어느덧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지역구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정당에도 투표해야 하는 것 알고 계시죠?

정보공개센터가 비례대표후보들이 출마한 정당들의 정책공약들을 모아봤습니다. 위성정당들이 난립해 지지하는 정책공약을 제시하는 정당에 투표하는 '정책선거'라는 말이 무색해져버렸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투표 전에 각각의 정당들이 어떤 공약들을 제시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겠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전에 꼼꼼히 살펴보세요!

*열린민주당, 깨어있는시민연대당, 새누리당은 비례후보들이 출마했지만 정책공약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지 않아 누락되었습니다.

21대국회의원선거정책공약정리종합.xlsx

목, 2020/04/09- 10:04
4
0

정보공개센터와 한국기록전문가협회는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맞아 지난 4월 9일 각 정당들에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국회 정보공개와 기록관리 정책제안 질의서를 보내고 답변을 요청했습니다. (위성정당을 제외한 31개 정당 대상 발송)

1. 국회의원 기록관리 및 정보공개 제도화

2. 국회의원 기록 생산 및 공개 플랫폼 구축


3. 국회의원 기록 생산 및 공개 플랫폼 구축

[정책제안 전문] 투명한 국회를 위한 기록관리 및 정보공개 정책제안 ◀ 클릭

정보공개센터와 한국기록전문가협회의 정책제안에 총 5개 정당이 답변을 해왔습니다. 응답해온 5개 정당은 모두 21대 국회에 당선되면 국회 정보공개 및 기록관리정책에 동의하고 이를 함께 추진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정책제안에 응답해온 정당은 아래와 같습니다(가나다순).

1. 기본소득당

2. 노동당

3. 미래당

4. 민중당

5. 정의당

정보공개센터가 각 정당들의 21대 총선 정책 공약을 확인해본 결과, 시민들의 알 권리 확대를 위한 별다른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정보공개센터의 정책 질의에 응답한 5개 정당은 모두 소수정당들 뿐이었습니다.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정책제안 질의에 대해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국회의 투명성과 책임성, 정보공개와 체계적인 기록관리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보여 심각한 유감을 전하는 바 입니다.



앞으로 정보공개센터와 한국기록전문가협회는 해당 정책제안에 응답해온 정당들과 적극 협력하여 정보공개와 기록관리를 체계화 하고, 국회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첨부. [각 정당별 회신 답변서]

정보공개센터투명한국회를위한기록관리및정보공개정책제안_및_질의_20200410_기본소득당.hwp

정보공개센터투명한국회를위한기록관리및정보공개정책제안_및_질의_20200413_노동당.hwp

정보공개센터투명한국회를위한기록관리및정보공개정책제안_및_질의_20200412_미래당.hwp

200413 정보공개센터-민중당 답변.hwp

정보공개센터투명한국회를위한기록관리및정보공개정책제안_및_질의_20200409_(정의당).hwp


수, 2020/04/15- 01:24
1
0

정보공개센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의 지원으로 「공공기관의 시민참여를 위한 정보공개 개선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 연구는 공공기관 중 시장형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주), 준시장형 공기업인 한국철도공사,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인 국민연금공단을 대상으로 사전정보공개 운영현황, 정보공개처리현황, 불복절차 현황을 분석을 주된 연구과제로 수행하였습니다. 그리고 해외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제도 운영에서 시사점을 살펴보고 공공기관 운영에 대한 보다 활발한 시민참여를 위해 정보공개운영에 있어서 개선점을 도출하였습니다.

분석 결과 한국수력원자력(주), 한국철도공사, 국민연금공단의 사전정보공개도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었으며 시민 및 고객들의 정보공개청구에 따른 비공개율이 다른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3~5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비공개 결정통지에 대한 청구인의 이의신청에 대해서도 정보공개심의회를 제대로 개최하지 않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주)의 경우에는 2019년 19건의 이의신청에도 정보공개심의회 심의는 2회 진행한데 그쳤고 국민연금공단의 경우에는 2018년 13건의 이의신청에도 정보공개심의회 심의를 단 2회만 개최해 정보공개심의회를 소극적으로 운영함으로 시민 및 고객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한국철도공사는 공공기관이 생산·접수한 문서의 목록인 정보목록에서 부분공개 문서와 비공개 문서를 아예 정보목록에 포함하지 않아 정보를 은폐하거나 축소·편집해 공개한다는 의혹을 발견되었습니다.

앞으로 정보공개센터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제도 운영이 개선되어 알권리를 기반으로 시민들이 공공기관 운영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공공기관들의 정보공개제도 운영 실태를 점검하도록 하겠습니다.


20200305_이슈페이퍼_공공기관_정보공개_시민참여.pdf
0.72MB


공공기관의_시민참여를_위한_정보공개_개선_연구(제출).pdf
2.10MB

 

 

목, 2020/04/23- 03:00
2
0

 

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 19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이번 정보공개법 개정안은 그동안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를 비롯한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제안했던 내용들이 상당수 반영되었습니다.

 

정보공개 담당자의 고의지연 및 공개거부 등 부당행위를 금지하도록 하는 의무 조항 신설, 주민등록번호 수집 제한, 정보공개심의회 설치 대상 확대 및 외부 전문가 비율 확대, 정보공개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변경하는 등의 긍정적인 변화가 눈에 띕니다.

 

정보공개센터는 이에 더하여, 시민들의 알 권리 침해를 더욱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더욱 구체적으로 비공개 규정을 명시하고, 정보공개 업무에 대한 벌칙 조항을 신설하는 등 보완해야 할 내용들을 담아 행정안전부에 의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정보공개법 개정 내용과 정보공개센터가 제출한 의견서 내용은 아래 첨부 파일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20 정보공개법개정내용(행정안전부발의).pdf
0.07MB


정보공개법_개정안에_대한_의견서정보공개센터.pdf
0.07MB

 

 

월, 2020/06/08- 23:02
2
0

지난 619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대표발의한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안이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현재의 인사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공직역량청문회로 나누어 실시하고 공직윤리청문회의 경우에는 비공개로
실시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

 

이번 개정안이 발의되자 야당인 미래통합당 측은 개정안을 인사청문회
프리패스법
이라며 즉각 반발했습니다. 또한 여러 언론들도
각기 보도와 사설 등을 통해 이번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보내는 등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


그런데 사실 공직후보자의 윤리·도덕성
검증에 대한 청문절차를 별도로 두고 이를 비공개화 하려는 국회 차원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 오히려
매우 빈번하게 발의되고는 했었죠
. 그럼 이번 개정안과 유사하게 윤리·도덕성에 대해 비공개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이 얼마나 많았었는지 한 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작부터 문재인 정부 중반이 넘어서고 있는 현재까지, 정확하게는
2013 2 25
부터 현재
(6 24)까지
발의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은 모두
90개 안에 이릅니다. 이는
7 4개월 동안 한 달도 쉬지 않고 꼬박꼬박 매달 한 건
씩 발의된 꼴이죠
.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3225일부터 2017
310일까지 약 4 2주에 이르는 시간 동안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안 발의는 총 43차례
이루어 졌습니다
. 그리고 공직후보자의 윤리·도덕성
검증에 관한 청문을 비공개화 하자는 같은 골자의 의안 발의는
6번이나 반복해서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의원들에 의해서 말이죠.



의안번호 발의자 정당 제안일자 주요내용
1906543

권성동
(등 12인)

새누리당 2013-08-26 윤리 검증을 위한 제1차인사청문회와 업무능력 검증을 위한
제2차인사청문회로 나누어 실시, 제1차인사청문회 비공개
1909419 강은희
(등 13인)
새누리당 2014-02-17 도덕성 검증을 위한 제1인사청문회와 업무능력 검증을
위한 제2인사청문회로 이원화, 제1인사청문회 비공개
1910597 윤명희
(등 15인)
새누리당 2014-05-14 인사청문소위원회를 두어 비공개로 도덕성 검증 완료 후
인사청문특별위원회 및 상임위원회에서 업무능력 검증을
위한 청문회를 실시
1911287 김영우
(등 12인)
새누리당 2014-08-01 공직수행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공직후보자 및 그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사생활은 비공개로 진행 하도록 함
1913503 장윤석
(등 12인)
새누리당 2014-12-31

도덕성심사소위원회를 둠으로써 이원화. 도덕성심사소위원회는 비공개 및 심사와 관련하여 알게 된 사항이나 취득한 자료를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것을 금지

2005799 윤안홍
(등 12인)
새누리당 2017-02-24 윤리성검증인사청문회와 업무능력검증인사청문회로 나누어
실시, 윤리성검증인사청문회는 비공개

 

그러면 문재인 정부는 어떻냐고요? 인사청문회를 부분적으로 비공개로 진행하자는 개정안이 문재인 정부에서 발의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실은 이미 4차례나 발의된 적이 있었죠. 특히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있었던 지난해 9월에는 공직후보자의
배우자 및 직계존속에 관한 내용
, 윤리 검증에 관한 내용을 비공개로 진행하거나 비공개 사전 검증을 신설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세 차례나 거의 동시에 발의 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



의안번호 발의자 정당 제안일자 주요내용
2022475 이석현
(등 11인)
더불어민주당 2019-09-16 공직후보자와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의 사생활에 관한 사항은
비공개로 진행
2022484 이원욱
(등 10인)
더불어민주당 2019-09-16 인사청문소위원회를 두고, 윤리에 관련된 검증은 인사청문소
위원회에서 비공개로
2022499 정성호
(등 10인)
더불어민주당 2019-09-17 예비심사소위원회에서 비공개 사전 검증를 신설
2024664 문희상
(등 19인)
더불어민주당 2020-03-04 인사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분리하여
실시하되 공직윤리청문회는 원칙적으로 비공개
2100781 홍영표
(등 46인)
더불어민주당 2020-06-01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분리 실시, 공직윤리청
문회는 비공개



이렇게 놓고 보자니 인사청문회의 윤리·도덕성
청문의 비공개화는 양당이 여당이 되면
, 그리고 굵직한 인사청문회 뒤에 으레 발의되는 법안인 듯한 느낌까지
들기도 합니다
. 그런데 왜 아직까지 법률안이 통과되지 않았을까요? 우선
발의만 되면 야당들이 전면적으로 반발했습니다. 또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알권리를 침해하면서 기존 인사청문회를
형식적인 깜깜이 청문회로 퇴색시킨다는 정치적인 부담을 견디기 쉽지 않았던 이유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사뭇 분위기가 다른 느낌입니다. 이번 인사청문회 개정안은
발의 의원이 무려
46명에 달해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의 반대를 뚫고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듯합니다
.


기존 인사청문회에 문제가 있다면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그런데 윤리·도덕성 검증에 관한
청문회를 비공개로 전환하는 것이 과연 
해결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정말 기존에 국민들에게 전면 공개했던 청문회를 일부 비공개하는 것은 옳은 것일까요? 오히려 청문회가 비공개로 진행되면 공직후보자들의 윤리·도덕성의
문제들이 비공개 되거나 여야간 정치적 타협거리가 되지는 않을까요
?

 

여야를 막론하고 거대 양당의 소속 의원들은 스스로 청문회에 임하는 태도를 성찰하지 않은 채, 공직후보자에게 높은
윤리
·도덕적 책무와 국회의 이성적인 태도를 요구하는 현재 청문회
제도를 시대적 요구와는 무관하게 퇴행시키며 자신들의 정치적인 이점을 취하려고 합니다
. 여기에 정부는 사전 검증을 허술하게
거쳐 공직후보자를 지명해 국회에게 정쟁의 덜미를 제공해 놓고 청문회 제도와 국회를 탓합니다
. 이런 한국정치의
총체적인 이기심과 게으름 속에서 결국 침해당하고 있는 것은 결국 시민들의 소중한 알권리 뿐입니다
.


2100781_홍영표_등_더불어민주당_의안원문.pdf

2024664_문희상_등_더불어민주당_의안원문.pdf

2022499_정성호_등_더불어민주당_의안원문.pdf

2022484_이원욱_등_더불어민주당_의안원문.pdf

2022475_이석현_등_더불어민주당_의안원문.pdf

2005799_윤안홍_등_새누리당_의안원문.pdf

1913503_장윤석_등_새누리당_의안원문.pdf

1911287_김영우_등_새누리당_의안원문.pdf

1910597_윤명희_등_새누리당_의안원문.pdf

1909419_강은희_등_새누리당_의안원문.pdf

1906543_권성동_등_새누리당_의안원문.pdf


 

 

목, 2020/06/25- 02:18
1
0

 지금으로부터 2년 전, 2018년 지방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임기가 시작될 무렵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에서 열린 4년 간의 주민공청회 내역을 분석하여 '주민참여'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 살펴본 바 있다. (말뿐인 주민참여...서울 25개구 공청회 거의 없었다) 4년 간 25개 구청이 개최한 공청회가 122회에 불과했고, 공청회 홍보 역시 관의 편의에 따라 이루어졌으며, 무엇보다도 일 하는 주민들이 참여하기 어려운 평일 낮시간에 주로 개최되어 다양한 주민들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2년이 지나, 민선 7기 기초자치단체장들의 임기가 반환점을 돈 이 시점에서 과연 그동안의 공청회 관행은 좀 개선이 되었을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2018년 7월 1일부터 2020년 6월 9일 현재까지 구청이 행정절차법에 따라 개최한 공청회 전체에 대하여 공청회 제목, 개최 장소, 개최 날짜, 행사 시각, 해당 공청회의 홍보방식(관보, 공보,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 일간신문, 현수막 게첩, 기타 중 해당 되는 홍보방식을 체크) 등의 내용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합니다.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 공청회 개최 내역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확인하기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25개 자치구에서 2년 간 개최된 공청회는 총 52건이었다. 1개 자치구가 1년에 한번 공청회를 개최한 꼴이었다. 2020년 전반기 내내 코로나 19로 인해 주민들이 모이는 행사가 불가능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민선 6기와 큰 차이 없는 결과였다.

 문제는, 단 한차례도 공청회를 개최하지 않은 자치구가 25개 구 중 7개구에 달한다는 것이다. 강남구, 광진구, 구로구, 금천구, 서초구, 용산구, 종로구 등 7개 구청은 주민공청회를 개최한 바 없다는 답을 보내왔다. 사실 의무적으로 공청회를 실시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공청회를 실시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구청에게 달려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청회가 '의무 사항'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공청회를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경우 - 행정안전부 [공청회 운영 매뉴얼 2018]

그러나, 공청회를 많이 실시한다는 것은 그만큼 행정기관이 주민들의 의견을 얼마나 많이 수렴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행정안전부의 '공청회 운영 매뉴얼'에 다르면, 공청회는 "행정작용을 하기에 앞서 실시하는 처분전 사전 의견청취", "구성원 간의 대립된 의견을 조정", "정책과 제도의 도입에 대한 의견수렴"하는 기능을 한다. 공청회를 한 차례도 열지 않은 7개 자치구에서는, 지역 주민 간 대립이 일어날 사안이나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새로운 정책을 도입한 경우가 과연 한 차례도 없었을까? 그렇게 생각하긴 어려운 일이다.


2019년 5월 8일에 동대문구가 개최한 청량리종합시장 일대 도시재생활성화 계획 주민 공청회



주민공청회가 주로 평일 낮에 열려, 직장을 다니는 주민들은 참여하기 어려운 문제 역시 여전했다. 전체 52건의 공청회 중, 휴일인 주말이나 퇴근 이후인 평일 저녁 시간대에 공청회가 열린 경우는 겨우 10건에 불과했다. 지난 번 조사 결과와 크게 변화가 없는 셈이다. 그나마 서대문구의 경우 모두 6번의 공청회 중에서 절반인 3건을 주말이나 평일 저녁 시간대에 개최하여, 상대적으로 주민들에게 열려 있는 모습을 보였다.


6건의 공청회 중 3건을 평일 저녁 및 주말에 개최한 서대문구


2년 전과 마찬가지로 홍보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절차법에서는 공청회 개최 전에 관보나 공보,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일간신문에 이를 공고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이 실제로 공청회 개최 사실을 확인하기 가장 좋은 통로는 결국 거리 현수막이다. 그러나 52건의 공청회 중, '현수막'을 통해 홍보를 한 경우는 18건에 그쳤다.

분명 제도화 되어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전자공청회의 문제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행정절차법 제38조의2에서는 분명 전자공청회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전자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서울 지역 기초자치단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기초자치단체마다 홈페이지에 전자공청회 운영을 위해 필요한 웹서비스 구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그래서,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신문고 홈페이지를 통해 전자공청회 메뉴를 만들고 공공기관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활용하고 있는 기초자치단체를 찾기 어려울 뿐 더러, 활용하는 경우에도 주로 '입법예고'의 형태로 활용하고 있어 공청회라 말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국민신문고 홈페이지의 전자공청회 소개

그나마 국민신문고 홈페이지에서 전자공청회와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메뉴는 '국민생각함'의 '생각모음' 페이지라 할 수 있다. 해당 페이지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기초자치단체들이 구정과 관련한 온라인토론 게시물을 올리고, 덧글을 통해 의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래 그림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참여하는 시민들은 거의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국민신문고 홈페이지 생각모음 페이지

만약 구청이 '주민 참여'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토론의 장을 열고, 운영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법적으로 규정된 공청회나 전자공청회 부터가 형식적으로 열리고 있기 십상이고, 시민들은 이런 절차가 있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초자치단체들이 정말로 '참여'를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시민들의 참여 없는 '지방자치'란 일부 지역 정치인과 유지들을 위한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너나 없이 '자치분권'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소리 높여 외치는 2020년, 사실 정말 중요한 것은 '참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돌아봐야하는 것 아닐까.

목, 2020/07/09- 23:18
2
0



지난 7월에는 시민들의 생계와 사회적 생활에 있어 매우 중요한 두 가지 결정이 이뤄졌습니다. 2021년 최저임금과 기준중위소득이 결정된 것입니다.

먼저 최저임금은 모든 노동자들이 아무리 적어도 이 이상은 받아야 한다고 법으로 정하는 금액으로, 돌아오는 2021년 최저임금은 시급 8720원 (월급 환산시 1,822,480원)으로 결정되었습니다. 2020년 최저임금이 8,590원이니 1.5% 인상을 결정한 것입니다. 
이는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낮은 인상률인데요, 코로나19의 여파로 자영업자등 많은 영세 사업장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애초 최저임금을 1만원 수준으로 인상하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나 소득주도 성장의 기조를 생각해볼 때 노동자 입장에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치인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특히 2019년부터는 복리후생비와 상여금 일부를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법이 개정되면서 실질적으로 임금 상승의 효과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이번 인상안을 최악으로 평가하고 최저임금제도 개혁 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많은 시민들에게 알려진 최저임금에 비해 '기준중위소득'은 다소 낯선 용어인데요,  중위소득이란 대한민국 전체 가구의 소득을 오름차순으로 배열했을 때 중앙에 있는 금액을 말합니다. 그런데 가구별 소득의 정확한 수치는 어떤 통계를 활용하느냐, 가구원에 따른 추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에서 매년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기준중위소득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산정을 포함해 소득을 기준으로 한 각종 복지사업에 있어 기준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이 금액이 얼마인지에 따라 복지의 대상과 수준이 크게 달라지게됩니다. 최근 많은 지자체에서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중위소득에 따라 지급한 사례를 떠올려보면, 기준중위소득이 왜 중요한지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매년 발표되는 최저임금과 기준중위소득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요? 

현재 최저임금은 최저임금법에 따라 설립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자위원 9명과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이 협의해 결정합니다. 기준중위소득의 경우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산하의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관계부처 공무원 6명, 전문가5명, 공익위원 5명이 회의를 통해 결정합니다.  대표로 인정되었거나 정부에서 위촉한 소수의 인원이 협상하여 금액을 결정하는 것인데요, 결정금액에 대한 논란은 많지만 정작 결정에 이르기까지 각 입장의 구체적인 주장과 근거, 쟁점은 무엇인지, 어떤 상황과 맥락에서 최종결정이 이뤄지는지는 시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이러한 위원회 회의들이 시민과 언론에 공개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매년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지는 최저임금의 경우, 위원회 회의를 공개하라는 요구를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18대 국회에서부터 지금까지 9건이나 상정되었지만 실제 개정은 이루지지 못했습니다. 기준중위소득 결정과정은 상황이 더 심각한데요, 위원회의 구성부터 결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행정의 주도로 이뤄져 투명성이 더욱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회의록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18대-21대 최저임금 회의공개 관련 법안]

사실 개별법을 바꾸지 않더라도, 회의의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시행령이나 규칙으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행정차원에서 공개를 할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상위법의 강제 조항이 없는 한 행정이 스스로 위원회 회의를 공개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행정이 주도하는 위원회의 폐쇄적 운영은 각 사회운동 영역에서도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왔는데요, 때문에 정보공개센터에서는 '모든 위원회 회의는 공개'임을 원칙으로 하는 '회의공개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도 합니다.
국회에서 하는 회의나 국정감사, 청문회의 경우 시민들이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속기록으로도 남겨집니다.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의원들이 제기하는 내용이나 태도를 보여주는 '레전드 짤'이 탄생해 화제가 되기도 하고, 의원별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분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국회에서 논의되는 정책이나 인사결정에 대해 보다 다양한 의견을 접하면서 적극적으로 판단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만큼 많은 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무려 22년 전, 정보공개법이 만들어졌던 주요한 취지는 "행정기관의 정책결정에 의견을 제시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수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이 된 지금까지도 시민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많은 사안들이 밀실에서 결정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의사결정 과정'을 꽁꽁 숨기는 관행을 깨고 위원회 회의에서 어떤 주장이 나오는지, 누가 어떻게 말을 하는지 더 많은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행정에서는 회의가 공개되면 위원들이 어떻게 자유롭게 발언을 하겠냐는 우려를 내세워 회의공개에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대표성을 가지고 주요한 공적 결정을 하는 위원이라면 발언이 공개되는 정도의 책임감은 가지고 임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최저임금과 기준중위소득처럼 주요한 회의가 중계는 고사하고 속기록도 남지 않는것은 시민의 알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사항입니다. 주요한 회의는 행정에서 선제적으로 중계나 방청을 시행하고 속기록을 충실히 남겨 공개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21대 국회에서는 하루 빨리 회의공개법을 제정해 현장에서 적용되는 주요한 결정들에 대한 알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할 것입니다.  


정보공개센터의 회의공개 관련 활동

목, 2020/08/13- 23:58
1
0

최근 광역지방자치단체들에서 잇따라 직원에 대한 성희롱·성폭력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방단치단체의 성폭력 문제 해결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건인 안희정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김지은씨는 자신의 책 [김지은입니다]에서 자신의 피해 경험에 대해 밝히면서 비서 노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수직적이고 권력적 관계에서 노동자로 겪었던 어려움이 위력에 의한 성폭력으로 이어졌음을 토로하였습니다. 강한 권력을 가진 선출직 공직자를 '모시는' 입장이기 때문에 주변 동료들에게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더라도 침묵하기를 강요 받거나, 조직 내에서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 고충이 처리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도청 공무원 간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도, 고충처리를 위한 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성희롱 사건에 대한 조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참모 조직도 알고 있었다. 문제없다는 결정을 내린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의 구성은 비전문가인 내부인 위주였다. 심지어 한 심의위원은 심의 자리에서 피해자에게 사안과 전혀 관련 없는 "어떻게 이 사건을 언론이 알게 되었느냐?"는 질책성 질문을 했다고 들었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게 해준 셈이다.

책, [김지은입니다] 표지

김지은씨의 증언은 공공기관에서 성폭력 피해 예방 및 사건 처리를 위해 구성하고 있는 성희롱·성폭력고충심의위원회가 피해자 구제를 위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오히려 피해자를 질책하여 적극적인 신고와 증언을 가로막았음을 드러냅니다. 실제로 해당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고충심의위원회가 사건을 조사한 후 '성희롱이 아니다'고 판단을 내렸다고 합니다. 이후 도 감사위원회가 특별감사에 나선 후에야, 9건의 성희롱이 있었음이 밝혀졌습니다. 이처럼 조직 내부에서 성 고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은 더욱 더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기 어려워지고, 법적 다툼을 감수하고 형사고발하거나, '미투 운동'의 사례처럼 외부에 공론화하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충남도청의 성 고충 전담 직원은 6급 주무관이었다. 안희정은 수시로 충남경찰청장과 지역 검사장들과 통화했다. 대체 누구에게 신고를 해야 해결해줄 것인가? 아무도 떠올릴 수 없었다.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란?

공공기관의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는 접수된 사건이 성희롱인지 그 여부를 결정하고, 가해자에 대한 징계와 조직에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하는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기도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은 고충심의위원회의 역할로 성희롱·성폭력의 판단,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 그 밖에 성희롱·성폭력의 재발 방지에 관한 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공공기관 조직 내부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사안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막대한 기구라 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 성희롱·성폭력 예방 지침

[시행 2020.02.03.]

제13조(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의 설치)   성희롱·성폭력 사건과 관련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둘 수 있다.

1. 성희롱·성폭력의 판단(2차 피해를 포함한다)

2.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

3. 그 밖에 성희롱·성폭력의 재발 방지에 관한 사항

광역자치단체마다 고충심의위원회의 구성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6인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하며, 당연직 위원, 공무원 노동조합이 위촉한 위원, 외부 전문가를 위촉한 위원 등으로 구분합니다. 특정 성별이 전체 위원의 10분의 6을 넘지 않도록 한다는 점 역시 공통적입니다. 보통 여성 의제를 다루는 담당 부서의 장과 인사나 감사 담당 부서의 장이 내부 위원에 포함되며, 많은 지자체에서 공무원 노동조합이 지명한 1인 이상의 위원을 두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구광역시 성희롱ㆍ성폭력 예방 및 처리 지침
[시행 2019.04.10.]

제14조(성희롱ㆍ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의 설치ㆍ구성)   ① 시장은 성희롱ㆍ성폭력 사안의 처리를 심의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성희롱ㆍ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설치할 수 있다. <개정 2019.4.10.>

② 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한 6명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③ 위원장은 성희롱ㆍ성폭력 예방 업무 담당 국장이 된다. <개정 2019.4.10.>

④ 위원은 남성 또는 여성의 비율이 전체 위원의 10분의 6을 초과하여서는 아니 되며, 당연직 위원은 인사ㆍ복무 및 성희롱ㆍ성폭력 예방 업무 담당 부서장 및 감사부서 조사 업무 담당 사무관으로 하고, 당연직 외의 위원은 공무원노동조합에서 추천하는 공무원 및 성희롱ㆍ성폭력 방지 관련 전문가 중에서 시장이 임명 또는 위촉하되, 민간 전문가가 2명 이상 포함되도록 하여야 한다. <신설 2019.4.10.>

⑤ 위원회의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간사 1명을 두되, 간사는 성희롱ㆍ성폭력 예방 업무 담당 사무관이 된다. <신설 2019.4.10.>

⑥ 위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때에는 위원장이 미리 지명한 위원이 그 직무를 대행한다. <신설 2019.4.10.>

⑦ 당연직 위원의 임기는 그 직에 재임하는 기간으로 하며, 위촉직 위원의 임기는 2년으로 하되,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 <제4항에서 이동 (2019.4.10.)>, <개정 2019.4.10.>


 [김지은입니다]를 통해 과거 충청남도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가 도청에서 있었던 성폭력 사건을 묵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과연 다른 광역지방자치단체들에서는 고충심의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따라서 지난 6월,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이하 '고충심의위원회') 구성 현황과 위원 명단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해보았습니다.

고충심의위원회 구성 현황


 정보공개센터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17개 광역지자체의 고충심의위원의 성명과 직위, 성별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 자료를 기준으로 고충심의위원회가 제대로 구성되어 있는지, 위원의 성별 비율은 잘 지켜지고 있는지, 조직 내부의 공무원이 아닌 외부 전문가 위원 비율은 어떠한지 알아보았습니다.



광역지자체 성명 성별 직위 위촉일 당연직/위촉직
강원 김성호 강원도 행정부지사 위원장 당연직
강원 고정배 강원도 보건복지여성국장 2019. 7. 1 ~ 현재 당연직
강원 박동주 강원도 총무행정관 2020. 2. 1. ~ 현재 당연직
강원 홍성호 강원도 감사위원회 위원장 2020. 2. 1. ~ 현재 당연직
강원 조창배 강원도 상임인권보호관 2019. 10. 10. ~ 현재 당연직
강원 김웅희 강원도청 공무원노동조합 소통국장 2020. 1. 22. ~ 현재 위촉직(노동조합)
강원 허애경 춘천가정폭력성폭력상담소장 2019. 5. 28. ~ 현재 위촉직(외부전문가)
강원 유정흔 젠더십향상교육원장 2019. 5. 28. ~ 현재 위촉직(외부전문가)
강원 천정아 법무법인 소헌 변호사 2019. 5. 28. ~ 현재 위촉직(외부전문가)

강원도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 위원 명단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 위원 명단(2020.07) 링크

 정보공개 청구 결과, 먼저 경기도와 전라북도, 그리고 부산광역시는 고충심의위원회가 상설기구로 구성되어 있지 않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세 지자체는 사안이 있을 때마다 고충심의위원회를 새로 구성하여 사건을 처리한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경우 당연히 위원회를 구성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고충심의위원회의 역할 중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있는만큼, 빠른 사건처리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위원회를 상설기구화 해야할 것입니다.

 나머지 13개 광역지자체에는 모두 고충심의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광주광역시의 경우 특이하게도 '인권옴부즈맨 회의'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관련 지침에서 고충심의위원회를 이 '인권옴부즈맨 회의로 대체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광주광역시는 현재 고충심의위원회를 따로 운영하지 않으며, 인권옴부즈맨 회의를 구성하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문제는, 아무리 인권옴부즈맨 회의가 인권과 관련된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지만 성폭력 문제에 대해 사안을 판단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현재 광주광역시 인권옴부즈맨 회의 구성을 살펴보면, 여성, 노동, 장애인, 이주민, 학계 등 각 분야를 총망라하고 있지만 여성 분야 전문가로는 광주여성재단 대표 한 사람만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권옴부즈맨의 본래 역할이 인권침해와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 및 권고인 이상, 해당 기구는 본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고 성폭력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고충 처리 기구를 두는 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온당한 방향입니다.


당연직 위원들은 왜 남성이 대다수일까?


 광주광역시를 포함하여 고충심의위원회를 상설기구로 운영하고 있는 전체 위원들의 성별 구성을 살펴보았습니다. 전체 101명의 위원 성별 비율은 1:1에 가깝지만, 특징적인 것은,  간부급으로 구성하는 당연직 위원은 남성이 대다수고, 외부 전문가 위원은 여성 전문가를 다수 위촉한 경우가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광역지자체

당연직 위촉직(노동조합) 위촉직(외부전문가) 총계
강원 5 1

3

6 3
경남 3 1 1 1 1 4 3
경북 2 1 2 1 2 4 4
광주 1 3 3 4 3
대전 3 2 2 3 4
서울 3 1 1 2 1 6 5 9
세종 4 1 2 4 3
울산 2 1 1 2 4 2
인천 1 3 1 1 2 4
전남 3 1 1 2 3 4
제주 3 2 1 1 3 4 6
충남 4 3 4 3
충북 4

2

4 2
총계 38 12 7 6 6 32 51 50


14개 광역지자체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 위원 구성 현황

표에서 살펴볼 수 있듯 강원도, 울산광역시, 충청남도, 충청북도의 경우에는 당연직 위원, 노동조합의 위촉 위원 등 공무원 위원들은 전원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보통 위원 구성에 있어서 인사 및 감사를 담당하는 부서장들이 당연직 위원으로 포함되는데, 이들이 대부분 남성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젠더 관점에 기반하여 사건 처리에 나서야 할 고충심의위원회에서 공무원 위원의 성별이 남성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 특히 또 대다수 고충심의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남성 공무원 위원이 맡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은 꼭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관료 조직 내부의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경우 민간 전문가들이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거나, 공무원 위원들의 입장 때문에 제대로 의견을 개진하거나 관철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충심의위원회 구성에 관한 지침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공무원 위원과 민간 전문가 위원의 수를 동수로 하고, 위원장 역시 당연직 위원과 민간 위원이 공동으로 맡도록 하고 있습니다. 회의를 소집하고 안건을 상정하는 위원장 자리를 민간 위원이 함께 맡도록 하고, 민간 위원의 비율을 높이는 것은 위원회의 운영이 시청의 조직 논리에 맞춰 흘러가지 않도록 견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공무원 사회의 조직문화 자체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 공무원 위원들 중 남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 자체를 바꾸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노동조합에서 위촉한 위원들은 여성을 의무적으로 포함하게 하는 등의 규정을 통해 위원회에서 여성 공무원의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도 필요합니다.

작동하지 못한 매뉴얼

마지막으로, 최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소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현재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성폭력·성희롱 예방지침이 기관장이 가해자인 경우를 상정하고 있지 않은 문제점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모범적인 성희롱·성폭력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 받았음에도, 이러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최근 시사in 기사( ‘조직은 사각지대였고 구제 채널은 침묵했다')의 분석 내용에 따르면,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에 등장하는 주체는 기관장, 관리자, 행위자, 피해자로 나뉘어 있지만, 여기서 기관장은 해당 기관에 소속된 사람들이 성희롱을 하지 못하도록 관리 감독하는 주체로서만 언급될 뿐"입니다. 즉 "기관장이면서 동시에 ‘행위자’인 경우는 미처 예측하지 못한 것"입니다.

서울특별시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 역시 여타 공공기관에 비해 잘 정비되어 있지만, "기관장이면서 동시에 '행위자'인 경우"에는 위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맡을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서울시 정보소통광장에서 살펴본 결과, 시장이 성추행 가해자로 신고된 초유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고충심의위원회가 개최되지 않았습니다. 매뉴얼은 잘 갖춰졌지만, 정작 비상 상황에서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셈입니다.

서울시 정보소통광장의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 관련 문서들

'미투 운동'이 남긴 과제, 시스템의 재정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봅니다. 조직 내부에서 성 고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은 더욱 더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기 어려워집니다. 결국 법적 다툼을 감수하고 형사고발하거나, 자신이 광범위한 2차 가해에 노출될 위험에도 불구하고 외부에 공론화하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결국 시스템의 미비가 피해자의 괴로움을 가중시키고, 조직 차원에서도 더 큰 갈등과 상흔을 남기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김지은입니다]의 증언은 안희정이라는 가해자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관료 조직'에서 '젊은' '계약직' '여성' '노동자'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피해의 경험, 그리고 이를 호소하기 어려운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있습니다.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은 수많은 정부·공공기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성폭력 문제에 대한 예방과 처리 역량을 갖춘 기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잇달아 문제들이 발생하고, 시스템의 미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과연 다른 기관들은 문제가 없을까요? 단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상황인 것은 아닐까요?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중요한 과제는, 자신을 드러낸 피해자들의 용기에 연대하는 것에 더불어 아직 드러나지 못한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성폭력·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꼼꼼히 점검하고 개선책을 만드는 것이 그 첫 단계일 것입니다.


화, 2020/08/25- 21:29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