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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2019 1017 빈곤철폐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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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2019 1017 빈곤철폐의날

admin | 금, 2019/10/18- 02:36

개발 때문에 쫓겨나지 않는 세상!

가난 때문에 죽지 않는 세상! 빈곤을 철폐하자!

 

10월17일은 UN이 정한 “세계 빈곤퇴치의 날”로 ‘1017빈곤철폐의날 조직위원회’는 매년 이날을 기리며 “빈곤철폐의 날” 투쟁을 전개해오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규모 12위, 30-50클럽 7번 째 가입국인 한국사회에서, 가난한 사람은 굶어죽고 가족을 살해한 뒤 자살하고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집에서 화마에 휩쓸리고 대책없는 개발폭력에 목숨을 끊는 등, 가난을 이유로 한 죽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빈곤과 불평등은 구호와 원조에 의해 해결될 수 없습니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해 가난한 사람들을 삶의 공간에서 쫓아내려는 자본과 권력,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차별과 처벌을 정당화하며 빈곤과 불평등을 만들어내고 유지시키는 사회구조에 맞서, 함께 연대하여 목소리 내고 행동할 때 끝장낼 수 있을 것입니다.

 

10월17일(목) 1017 빈곤철폐의 날 당일 오전 11시 종로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노점상, 철거민, 임차상인, 장애인, 홈리스, 쪽방주민 등 빈곤철폐를 염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개발 때문에 쫓겨나지 않는 세상, 가난 때문에 죽지 않는 세상, 빈곤과 불평등 없는 세상을 외치며 1017 빈곤철폐의 날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하며 100대 국정과제에 담았지만 최근 복지부가 공약파기를 공식 선언한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의 공약이행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1017빈곤철폐의날 조직위원회

 

경의선공유지문제해결과철도부지공유화를위한범시민공동대책위원회, 공공노조사회복지지부, 공익인권법재단공감,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관악주민연대, 광진주민연대, 금융피해자연대해오름,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노동당, 노들장애인야학, 동자동사랑방, 리슨투더시티,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민달팽이유니온, 민생경제연구소, 민주노총,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반빈곤네트워크(대구), 반빈곤센터(부산), 불교인권위원회, 빈민해방실천연대(민주노점상전국연합·전국철거민연합), 사회공공연구원, 사회변혁노동자당서울시당 사회진보연대, (사)참누리, 서울복지시민연대, 서울진보연대, 성공회나눔의집협의회,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성북구철거피해자대책촉구공대위,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시민건강연구소, 옥바라지선교센터, 장애여성공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빈민해방철거민연합·전국노점상총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 주거권실현을위한비닐하우스주민연합,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참여연대,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최옥란열사추모사업회, 평화주민사랑방,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 한국주민운동교육원, 향린교회,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 홈리스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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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빈곤철폐의날 기자회견 참가자들 <사진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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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빈곤철폐의날, 청와대 앞에서 부양의무자기준 전면 폐지를 요구하며 다시 시작된 농성 <사진 = 참여연대>

 

 

▶ 1017빈곤철폐의날 기자회견 개요



  • 일시: 2019년 10월 17일 목요일 오전11시




  • 장소: 청운동사무소 앞




  • 취지:



    • 1017 빈곤철폐의 날을 맞아 한국사회의 빈곤과 불평등을 고발하고 개발 때문에 쫓겨나지 않는 세상, 가난 때문에 죽지 않는 세상, 빈곤없는 세상을 향한 우리의 요구를 알린다.




    • 관악구 탈북모자의 죽음, 강서구 부양의무자의 가족 살해 후 자살 등 가난한 사람들의 반복되는 죽음을 멈추기 위해 문재인대통령의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 조속한 공약이행을 촉구하는 청와대 앞 농성에 돌입한다.






  • 기자회견 순서 <1부> 1017 빈곤철폐의 날 기념



    • 사회: 윤애숙 빈곤사회연대 조직국장




    • 발언1: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 /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집행위원장




    • 발언2: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노량진수산시장




    • 발언3: 김상철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 정책팀장




    • 발언4: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 발언5: 박영민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사무처장




    • 기자회견문낭독






  • 기자회견 순서 <2부>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 공약이행 촉구 청와대 농성선포



    • 사회: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 발언: 박명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상임대표




    • 질의서 전달: 대표단






  • 주요투쟁과제



    • 부양의무자기준, 장애등급제, 장애인 수용시설 완전 폐지!




    • 노점상강제철거·노점관리대책 중단, 용역깡패예산 전면삭감!




    • 선대책 후철거, 순환식개발 시행!




    • 고시원‧쪽방 등 비적정 거처에 대한 주거, 안전 대책 마련!




    • 사회복지 공공인프라 확대!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 노동기본권 쟁취! 노동개악 저지! 비정규직 철폐!




    • 공공임대주택 확대! 전월세 상한제 도입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 누구도 배제하지 말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 반인권적 공공개발 중단! 강제퇴거 전면 중단!




    • 상가법 개정으로 임차상인 생존권 보장!





 

▶ 보도자료 https://docs.google.com/document/d/1m2iYziwSn3Du614WSk5ey3BGFFTNnHz3Kn0v... rel="nofollow" target="_blank">[원문보기/다운로드]



▶ 기자회견문

개발 때문에 쫓겨나지 않는 세상!

가난 때문에 죽지 않는 세상! 빈곤을 철폐하자!

 

지역별 소득 상위0.1%와 하위10%의 소득격차가 가장 높은 서울의 경우 3,056배, 가장 낮은 전남의 경우에도 1,456배에 달한다. 소득 상위20%의 가구당 소득을 하위20%의 가구당 소득으로 나누어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이 2019년 2분기 5.30배로, 2003년 통계작성 이후 역대 최대치를 보이고 있다. 또한 30명의 부유한 사람들이 1만1천호의 임대주택을 보유하며 부동산 장사를 통해 불로소득을 챙기는 동안 227만여 가구는 거리‧쪽방‧고시원‧옥탑‧반지하와 같이 집이 아닌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

 

빈곤과 불평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사회안전망은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사회안전망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예산에 가로 막히고 있다.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예산과 저울질하는 동안 가난한 사람들은 굶어 죽고, 가족을 살해한 뒤 자살하고, 최소한의 안전조차 담보되지 않는 집에서 화마에 휩쓸리고 있다. 더불어 화려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개발은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생계수단인 노점상인들의 생존권을 빼앗고, 개발지역의 원주민과 상인들을 삶의 터전에서 쫓아내며 개발폭력에 의한 죽음까지 발생시키고 있다.

 

우리는 UN에서 정한 세계빈곤퇴치의 날인 10월17일 오늘을 빈곤철폐의 날이라 명명하고 빈곤 없는 세상을 향한 요구를 외치며 투쟁할 것을 선언한다. 빈곤은 가난을 동정과 시혜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가난한 사람의 삶을 전시하며 호소하는 구호와 원조로 해결할 수 없다. 그러한 방식은 가난에 대한 차별과 처벌을 정당화하고 고착시켜왔을 뿐이다.

 

우리는 빈곤을 만들어내는 사회에 맞서 싸우고 있는 노점상, 철거민, 임차상인, 장애인, 홈리스, 쪽방주민들이다. 빈곤은 가난한 사람들의 몫을 빼앗는 사회에 저항하고 연대하여 싸울 때 끝장낼 수 있다. 우리는 개발 때문에 쫓겨나지 않는 세상, 가난 때문에 죽지 않는 세상을 위해 싸울 것이다. 우리의 싸움은 빈곤과 불평등 없는 세상, 평등과 평화가 도래한 세상을 만들 것이다.

 

개발 때문에 쫓겨나지 않는 세상! 빈곤을 철폐하라!

가난 때문에 죽지 않는 세상! 빈곤을 철폐하라!

 

2019년 10월17일

1017 빈곤철폐의 날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 공약이행 촉구 공개 질의서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 공약이행 촉구 공개 질의서

  

문재인대통령은 지난 19대 조기대선 당시 시민사회가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하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선언하였고, 이후 100대 국정과제에 담았습니다. 당시의 공약은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2012년 8월21일부터 서울 광화문 지하도에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기준의 폐지를 외치며 농성한 투쟁의 결과였습니다. 문재인대통령 당선 이후 2017년 8월28일 박능후보건복지부장관이 광화문농성장을 방문하여 가난과 장애를 이유로 생을 마감한 영정들에 조문하고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다시 한 번 선언하며 민관협의체를 구성,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논의를 함께 하기로 약속하며 2019년 9월4일 광화문농성장은 농성 1,842일로 마무리 했습니다.

 

문재인대통령 당선 이후 2년이 더 지나는 동안 주거급여에서만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2018년10월)되었을 뿐,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는 완화조치만 취해졌고 구체적인 폐지 계획은 발표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의 예상대로라면 <제1차 기초생활 종합계획(’18~’20)>의 부양의무자기준 완화조치로 인해 12만6천 가구의 생계‧의료급여 수급자가 증가했어야 하지만 실제 신규수급자는 65,829가구에 불과합니다. 부양의무자기준 완화로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은 2003년 정부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발표된 내용입니다.

 

박능후 장관과의 약속에 따라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방안 마련을 위한 민관협의체’는 2020년 발표될 <제2차 기초생활종합계획(’21~’23)에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계획을 담을 것을 목표로 논의를 진행해 왔습니다. 장관 역시 2019년 4월 16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부양의무자기준 전면 폐지를 다시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2019년 9월2일 한겨레신문에서 기획한 기초법제정 20년 좌담회에 참여한 배병준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생계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2023년 안에 이뤄내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다만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발언했습니다. 이후 9월5일 복지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복지 위기가구 발굴대책 보완조치⌟에 <제2차 기초생활 종합계획(’21~’23)>에 생계급여에서 단계적 폐지 계획을 담을 것이라고 발표하며, 공식적으로 정부의 공약파기 입장을 밝혔습니다.

 

복지부의 공약파기를 발표했던 9월5일 같은날,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에서 발표한 ⌜소득격차 완화 정책의 효과 분석⌟보고서가 발간되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주요 재분재 정책 가운데 예산 1조원 대비 5분위 배율 축소에 가장 높은 효과 있는 제도 개선으로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부양의무자기준은 부양의무자의 소득이나 재산에 따라 빈곤층의 생사가 결정되는 야만이었습니다. 지난 20년간 가장 넓은 사각지대를 만들었고,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불러온 대표적인 악조항 이었습니다. 빈곤문제의 사회적 책임과 해결을 선언하고, 복지가 모든 인간의 권리임을 선언한 기초생활보장법의 가치와 방향을 훼손시키는 구시대의 산물입니다.

 

문재인대통령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공약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동안 가난한 사람들의 죽음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관악구에서 탈북모자가 사망했습니다. 모자는 사망 전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신청하기 위해 주민센터를 찾았지만 부양의무자기준에 가로 막혀 신청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8월 강서구에서는 부양의무자가 노모와 장애가 있는 형을 살해한 뒤 자살했습니다. 당시 2인가구로 수급권을 보장받고 있었던 노모와 형에게 지급된 수급비는 15만원에 불과했습니다. 노모의 둘째 아들, 노모와 형을 살해한 그의 지난 해 소득 때문에 수급비가 삭감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복지부의 발표는 단순한 공약파기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의 죽음을 방치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생계급여에서만 부양의무자기준의 폐지를 통해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의료필요도가 높다는 것은 상식적이며 의료급여 수급자가 된다고 해도 비급여로 인해 치료를 미루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생과 사를 오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긴급한 문제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질문을 합니다.


1. 지난 9월 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제2차 기초생활 종합계획>에 2023년까지 생계급여에서만 부양의무자기준 단계적 폐지안을 담을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문재인대통령의 공약파기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입니다. 복지부의 공약파기 발표에 대한 문재인대통령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2. 문재인대통령이 공약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계획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공약파기 입장이 발표되는 동안 가난한 사람들의 죽음이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 의지와 계획이 있습니까?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 죽어야 하고,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겁니까?


우리는 문재인대통령의 약속을 믿고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습니다. 여전히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수급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습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가족관계 해체를 소명하며 수치심을 느껴야 합니다. 또 누군가는 가족에게 연락 가는 것이 두려워 수급신청을 포기해야 합니다. 가족이 없었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 같다는 원망마저 품게 되는 가난한 사람들이 여기 있습니다.

 

대통령은 공약파기 발표에 분노하며 불안과 공포를 겪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의 빠른 공약 이행을 통해 국민과의 신뢰를 회복하고, 심각한 위기에 있는 빈곤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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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다시 발전(개발)국가로 가려 하는가

- 2020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 총론 -

 

윤홍식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20년 예산안을 통해 본 국정운영기조

문재인 정부가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는 4년차 예산안을 제출했다. 집권 4년차의 예산안에는 문재인 정부가 약속했지만, 지난 3년 동안 실현하지 못했던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실현할 비책이 담겨있을까? 2020년 예산안을 통해 우리는 문재인 정부의 속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보건복지 분야의 예산안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에 앞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기조를 담은 전체 예산안에 대한 평가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 분야의 예산안은 평범한 시민들이 직면한 실업, 질병, 노령, 돌봄 등 사회적 위험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실행계획이라는 점에서 독립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보건복지예산은 문재인 정부가 한국 사회가 직면한 경제·사회의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어떻게 대응할지를 담은 ‘국가재정운용계획’이라는 큰 틀의 원칙과 방향에 구속된다. 그렇기 때문에 보건복지 예산안에 대한 평가에 앞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기조에 대한 개략적인 평가가 선행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재정운용계획은 문재인 정부가 시민이 직면한 삶의 문제를 경제성장이라는 방식으로 풀어갈지, 아니면 복지국가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풀어갈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준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에 기초해 정부의 중기 국정운영기조를 담은 「2019~2023년 국가재정운영계획」을 기초로 집권 4년차 정부의 예산안을 평가했다(대한민국정부, 2019). 주목할 변화는 문재인 정부가 집권했던 2017년에 작성된 「2017~2021년 국가재정운영계획」의 방향과 지난 9월에 작성한 「2019~2023년 국가재정운영계획」을 비교해보면 국정운영기조가 현격히 변화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7년에 작성한 국가재정운영계획은 저성장 기조로 인해 나타나는 분배구조의 악화에 대응해 물적자본 중심의 투자에서 사람중심의 지속성장 경제로 성장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한다고 천명하고, 이에 기초해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복지지출 확대,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 확대 등을 강화하겠다는 재정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반면 「2019~2023년 국가재정운영계획」을 보면 분배 악화와 소득양극화에 대응한다는 언급은 최소화되고, ‘혁신적 포용국가’를 구현하기 위해 경제 활력을 재고하는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출범 당시 사람에 대한 투자와 양극화를 개선해 지속성장이 가능한 국가로 만들겠다는 비전이 경제중심의 재정투자를 통해 수출·투자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경제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보다 더 쉽게 이야기하면 복지국가의 확대를 통해 시민의 구매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내수를 활성화시켜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겠다는 기조는 약화되고, 지난 보수정부의 국정운영기조, 더 멀리는 경제성장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개발국가 복지체제를 복원하겠다는 것으로 불과 3년 만에 국정운영기조의 패러다임이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수출과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것과 시민의 구매력을 높여 내수를 진작 시키는 과제가 이분법적 선택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이 둘을 반드시 대비해서 볼 필요는 없지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2019~2023년 국가재정운영계획」이 집권 초의 국정운영기조와 달리 (집권 초에 스스로 지향하겠다고 밝힌) 물적 투자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의 이러한 국정운영기조의 전면적 전환은 2020년도 예산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표 1-1>을 보면 2019년 대비 2020년 예산 증가율은 9.3%로 작년의 9.5%보다는 0.2%P 낮지만, 2017년에 편성된 2018년 예산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증가율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국채의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아지는 금리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등 경기 침체의 전조로 읽힐 수 있는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Wheelock, 2018) 확장적 예산편성은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확장적 예산편성이 증세와 같은 안정적 재원확대와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적자재정을 근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란은 남아있다. 「2019~2023년 국가재정운영계획」을 보면 확장적 예산은 증세 없이 재정적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조달되고 있다. 연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로 본 한국의 국가채무가 2019년 현재 GDP 대비 39.4%로 낮다는 점을 고려해(통계청, 2019) 당분간 국가채무를 늘리는 방식으로 확장적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복지지출의 확대를 위해서는 증세가 수반되는 예산 확대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음으로 예산구성과 관련된 특성을 살펴보면, 보건·복지·고용을 아우르는 예산은 전체 예산 증가율 9.3%보다 3.5%P 높은 12.8%였다.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하지만 예산 증가율의 전체 그림을 보면 2020년도 예산편성이 2017년 이후 편성된 예산안과 확연히 다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1-1>에서 보는 것과 같이 2019년 지출 대비 2020년 예산안 중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보인 상위 5개 항목의 대부분은 경제 관련 항목이었다. 세계경제의 둔화와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일본이 취한 수출규제조치가 경제 관련 예산의 대폭적인 증액의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증가폭을 보면 ‘국가재정운영’의 패러다임을 개발국가 시기로 되돌린 듯하다. 재정기조가 수출과 투자 증대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전환되면서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부문 예산이 2019년과 비교해 무려 27.1%나 증가했고, R&D 예산도 17.6%나 증가했다.

 

<표 1-1> 문재인 정부의 분야별 재원배분 계획의 추이, 2017-2020 (단위: 조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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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1> 문재인 정부이후 편성된 예산의 전년도 대비 항목별 증가율 (단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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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변화는 SOC 투자에서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집권 1년차였던 2017년에 편성한 2018년 예산을 보면 SOC 부문 예산은 14.0%나 감소해, 문재인 정부가 공언한 사람 중심의 경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집권 4년차 예산을 보면 1년차의 기조는 사라지고, SOC예산은 무려 12.6%나 증가했다. 2018년 –14.0%에서 2020년 +12.6%로 극적으로 변화했으며, 문재인 정부가 과거 권위주의 정부와 보수정부의 재정운영 패러다임인 ‘경제성장을 통한 분배’라는 개발국가 복지체제의 기조로 돌아선 것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환경 분야의 예산도 구체적으로 보면 전기차와 수소차에 대한 예산과 상하수도 등 인프라 개선과 관련된 실질적인 SOC 예산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있어(대한민국정부, 2019: 142), 사실상 경제개발을 위한 예산이라고 할 수 있다. 복지지출을 통해 시민의 소득을 늘려 내수를 활성화시키고, 이를 통해 성장을 이루겠다는 국정기조는 약화되고, 다시 수출과 투자 중심의 성장전략으로 되돌아갔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집권 4년차의 예산은 문재인 정부가 공언했던 사람 중심의, 복지국가를 확대하는 예산이 아니라 다시 물적 자본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과거 개발국가 시기의 패러다임으로 되돌아갔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다만 실질금리가 계속 낮아지고 있고, 성장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려 교육, 의료, 돌봄 등 사회서비스의 공적인프라를 강화하는 방식의 물적 자본에 대한 투자라면 이에 대한 타당성에 대한 검토는 필요해 보인다.

 

보건복지부 예산에 대한 평가

보건·보건·일자리 예산 중 보건복지부가 집행하는 예산은 2019년 대비 14.2% 증가한 82.8조 원이 편성되었다. 2018년 대비 2019년도의 예산 증가율 14.8%와 비교하면 증가율이 0.6%P 낮아졌지만,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연도인 2017년에 편성한 2018년의 예산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증가율을 유지했다. 2019년과 비교해 10.3조 원이 증가한 규모다. 이는 정부예산 증가율 9.3%는 물론 보건·보건·일자리 예산 증가율 12.8%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예산 구성을 살펴보면 노인 관련 예산 증가율은 18.7%로 보건복지부 예산 구성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러한 노인 관련 예산 증가는 심각한 노인빈곤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소득하위 20%에게 우선적으로 5만 원 증액해 지급하던 30만 원의 기초연금을 2020년부터 소득하위 40%로 확대한 것과 노인일자리 사업의 대상을 2019년 64만 명에서 74만 명으로 10만 명 확대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심각한 노인빈곤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일자리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인지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국민연금 수급자가 2019년 518만 명에서 2020년 561만 명으로 늘어남에 따라 공적연금과 관련된 예산 증가율이 17.0%를 기록한 것은 자연스러운 증가라고 판단된다. 국민연금의 수급자가 증가한 만큼 국민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이 강화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심각한 노인빈곤 문제를 생각하면 여전히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한국 노인의 빈곤문제는 감소하는 가족 간의 사적이전을 공적이전이 대신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만큼 공적 노후소득보장제도를 안정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예산이 2018년 이후 높은 수준의 증가율을 보이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시기에 편성된 2017년도 기초생활보장 예산의 증가율이 –2.1%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0년 예산 증가율 12.5%는 문재인 정부 출범이래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약속했던 부양의무자기준의 단계적 폐지에 따라 2020년부터 중증장애인 수급자 가구에 부양의무자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수급자의 재산기준을 완화한 것이 주요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해 수많은 빈곤층이 수급가구에서 배제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기초생활보장 예산 증가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실제로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부양도 받고 있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가족이 부양비를 지급한다고 간주해 생계급여의 수급대상에 배제되는 인원이 6만여 명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기동민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간주부양비 기준을 생계급여에 적용하지 않을 때 소요되는 예산이 553억 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회에서라도 이 부분의 예산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은 기준이 폐지되는 2021년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빈곤층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즉각 폐지될 필요가 있다. 만약 폐지가 어렵다면, 실질적으로 생계급여의 지원이 필요한 가구에 부양의무자 기준이 적용되지 않도록 부양의무자 기준을 (예를 들어, 기준 중위소득의 300% 수준까지) 대폭 높이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2020년부터 수급자 가구의 임금소득 중 30%를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하기로 한 방안도 늦었지만,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건강보험과 관련해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역대 최대 규모인 1조 895억 원을 증액했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예산확대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하는 방식을 통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는 방식이 명확한 한계가 있고, 보건의료 지출의 효과적인 지출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 확충과 효과적인 관리 등 적극적 수단들이 예산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것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반면 바이오헬스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적하에 데이터 플랫폼, 제약산업 육성, 의료기기산업 육성 등 의료산업화와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연계될 수 있는 예산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편성되고 확대된 것은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이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돌봄 정책과 관련해서는 그간 통합적으로 제공되지 못해 비효율성이 높았던 노인 돌봄 서비스를 ‘노인맞춤돌봄서비스’로 통합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예산은 2019년 2,458억 원에서 2020년 3,728억 원으로 무려 51.7%나 증액되었다. 그러나 서비스 전달과 관련해 공공인프라가 부족한 한국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의 고질적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과 이를 뒷받침하는 예산편성이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동보육 관련 예산의 증가폭이 둔화된 것은 그간 사회서비스 예산이 아동보육에 집중되었다는 점과 최근 몇 년 동안 출생아동 수의 감소를 고려하면 예상되는 조정이라고 판단된다. 아동돌봄 예산은 그간 양적 확대를 위한 예산편성에서 질을 높이기 위한 예산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회서비스 관련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이 중요한 의제로 설정되지 않은 것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양질의 사회서비스는 양질의 돌봄 노동자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회서비스 종사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예산 증액이 필요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보건복지부 관련 예산 구성을 평가하면 큰 틀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이래 지속되었던 예산 증가의 기조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예산이 복지수급의 보편성을 얼마나 담보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울 것 같다. 2020년부터 7세 미만 아동까지 확대되는 아동수당과 아동보육 예산을 제외하면 사회복지 분야의 예산의 대부분이 자산소득조사에 기초한 선별적 급여라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공적연금의 수급대상자가 증가했지만, 수급비율이 2017년 기준으로 44.3%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연금 또한 보편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사회보험 자체가 상대적으로 안정적 고용을 보장받고 높은 임금을 받는 계층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고, 영세자영업자와 불완전 고용상태에 있는 노동자들의 대부분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건복지부의 예산이 사회적 위험에 대해 보편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증액 및 편성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계속 증가하고 있는 사회서비스와 보건의료 예산의 효과적인 집행을 위해서는 공적인프라의 확충과 공공성 강화를 위한 관리체계의 확대를 위해 보건복지부의 예산이 편성될 필요가 있다는 점 또한 지적할 필요가 있다. SOC에 대한 투자가 문재인 정부가 이야기한 생활SOC라는 형태로 집행되고, 그 핵심이 의료, 교육 등 사회서비스의 공공인프라를 강화하는 방식이라면, 물적 자본에 대한 투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지금처럼 금리가 계속 낮아지고,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고용확대를 위한 방식 중 하나로 사회서비스의 공공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한 예산은 논란은 있지만, 필요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기조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국민의 구매력의 확충을 통해 복지국가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전략에서 민간기업의 수출과 투자와 관련된 물적 자본을 직접 지원하는 전통적인 개발국가의 성장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복지예산에서 선별성이 강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결과라고 판단된다. 중산층의 복지가 성장을 통해 담보되는 사회에서 복지는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의 역할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년 동안 우리가 확인한 것은 개발국가의 성장방식은 국민들에게 더 나은 삶을 보장하기 보다는 불평등과 양극화를 확대했다는 것이다.

 

<표 1-2> 보건복지부 소관 분야별 지출예산(안) 추이, 2017-2020 (단위: 백만원, %)

<표 1-2> 보건복지부 소관 분야별 지출예산(안) 추이, 2017-2020https://lh5.googleusercontent.com/XAAfJ-evRqcHKSv1zW1gT_urLG-5qt46KoQMsu... />


참고문헌

기획재정부. (2017). 2018 나라살림 예산개요. 기획재정부.

기획재정부. (2018). 2019 나라살림 예산개요. 기획재정부.

대한민국정부. (2019).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대한민국정부.

보건복지부. (2017). 2018년도 보건복지부 예산 63조 1554억 원으로 최종 확정.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 (2019). 2020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 82조 8203억 원 편성. 보건복지부.

통계청. (2019). e-나라지표: 국가채무추이.http://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106" rel="nofollow"> http://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106 (접근일, 2019. 10. 9).

Wheelock, D. (2018). Can an inverted yeild curve cause a recession? On the Economy Blog, December 27, 2018.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https://www.stlouisfed.org/on-the-economy/2018/december/inverted-yield-c... rel="nofollow"> https://www.stlouisfed.org/on-the-economy/2018/december/inverted-yield-c... (접근일, 2019. 10. 1).

월, 2019/11/0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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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조건부수급자 故최인기님 사망사건 국가배상 소송 기자회견

 

제69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켄로치 감독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영국의 ‘근로연계복지’의 폐해를 생생히 고발했습니다. 심장질환으로 일을 할 수 없어 복지수급을 신청한 다니엘 블레이크에게 복지국 직원은 일을 할 수 있다고 판단되니 일자리를 구하라고 종용합니다. 생계가 막막했던 다니엘 블레이크는 조건을 맞추기 위해 전전긍긍하다 복지수급을 재차 요청하기 위해 어렵게 잡은 항소 날 죽음을 맞이합니다. 

 

한국에서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똑같은 죽음이 있었습니다. 수원에 살던 기초생활수급자 故최인기님은 심장 대동맥을 치환하는 큰 수술을 두 차례에 걸쳐 받은 후 건강이 악화되어 일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2012년 12월 근로능력평가가 국민연금공단에 위탁 운영되면서 강화된 근로능력 평가는 2013년 11월 故'최인기님에게 ‘근로능력'이 있다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故최인기님은 일을 하기 어렵다고 항변했으나 일을 하지 않으면 수급권을 박탈하겠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2014년 2월부터 강제로 일자리에 참여한 故최인기님은 일을 시작한지 3개월 만에 부종과 쇼크로 병원에 입원, 2014년 8월 사망했습니다.

 

故최인기님의 죽음은 1) 근로활동을 강제하는 복지제도가 2) 비현실적인 근로능력 평가를 통해 3) 열악한 일자리로 빈곤층을 내몬 결과입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근로능력 유무와 관계없이 전 국민에게 열려있는 제도지만,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노동 참여를 조건으로 수급권을 부여하는 모순이 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정부를 경과하며 강화된 근로능력평가, 시장취업우선 전략은 빈곤층을 무리하게 취업시키고 이를 통해 수급권을 박탈해 왔습니다. 이로 인해 故최인기님은 생명을 빼앗겼습니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는 유가족과 함께 '조건부수급자 故최인기님 사망사건 국가배상 소송'(이하 ‘나, 다니엘 블레이크 소송’)을 故최인기님의 사망 3주기인 2017년 8월 28일 소장을 접수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10월 22일은 故최인기님이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국가의 책임에 대해 낱낱이 밝히는 변론기일입니다. 

 

2019년 5월 말부터 8월까지 약 두 달간 가난한 이들이 겪는 부당한 처우와 복지실태를 알리고, 故최인기님과 유가족과 연대하는 ‘#나,다니엘블레이크선언’을 온/오프라인을 통해 받았습니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감독 켄로치, 각본가 폴 래버티, 제작자 레베카 오브라이언이 가장 먼저 선언에 동참해주었고, 총 509명의 선언이 모여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소송’은 국가를 상대로 복지수급자 사망의 책임을 묻는 첫 소송입니다. 본 소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매우 높으며, 이번 소송의 결과가 복지수급자들과 향후 정책이 미칠 영향력이 매우 큽니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 보도자료 https://docs.google.com/document/d/1O1ZyxOT5xgBNB-r42VytYXQWgIfIZrhPZdJs... target="_blank" rel="nofollow">[원문보기/다운로드]



 

▶ 기자회견 개요


  • 일시: 2019년 10월 22일 화요일 오후3시30분 




  • 장소: 수원지방법원 앞




  • 사회: 빈곤사회연대




  • 발언1: 故최인기님 사망사건 개요 및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_전지영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 조직국장




  • 발언2: 故최인기님 사망사건 국가배상 소송의 의의 및 진행 과정_서채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 발언3: 故최인기님 사망사건의 주요 법률적 쟁점_장서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 발언4: 자활사업 참여자가 겪는 복지 사각지대의 문제_김태희 홈리스행동 회원




  • 기자회견문 낭독



 

▶ 기자회견문

가난이 형벌이 되지 않는 사회를 염원합니다

-한국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조건부수급자 故 최인기님의 죽음에 부쳐-

몸이 아파 일을 할 수 없다고 복지수급이 필요하다고 호소하는 이에게 돌아온 말은 “정부의 판단에 따르면 근로능력이 있으므로 일을 해야 복지 수급을 받을 수 있다”, “일을 하지 않으면 수급이 끊길 것이다”라는 냉정한 원칙이었다. 복지 수급 기준을 맞추기 위해 전전하던 그는 결국 제대로 항변조차 해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다. 이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켄로치 감독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이야기이며, 한국의 조건부수급자 故최인기님의 이야기이다. 

 

故최인기님이 일을 시작한 지 3개월만에 쓰러져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복지 급여 담당자는 고인이 “왜 일을 하지 않고 있느냐?”며 고인의 배우자에게 물었다. 중환자실에 쓰러져 있는 고인을 확인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고인의 수급 자격을 ‘일반수급자’로 전환했다. 아파서 일을 할 수 없다는 고인의 호소는 무시한 채 일을 할 것을 강요하던 행정은 고인이 사경을 헤매는 상황이 되어서야 ‘융통성’을 발휘했지만 이미 소용 없는 일이 되었다. 2014년 8월 28일 故최인기님은 결국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억울한 죽음 이후 그 누구도 고인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았다. 고인에게 일을 강요한 수원시도, 고인에게 근로능력이 있다는 억지 판단을 내린 국민연금공단도, 제도를 관장하는 보건복지부도 고인의 죽음 앞에 아무런 말이 없었다. 고인의 죽음은 빈곤층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불합리하게 일자리를 강요하고, 급여박탈이라는 협박을 일삼으며 빈곤층을 옥죄던 행정의 폭력에 의한 죽음이었다. 가난이 죄가 되어 벌어진 죽음이었다. 

 

우리는 오늘 법정에서 故최인기님의 죽음에 대해 국가와 행정의 폭력에 대해 낱낱이 밝히고 그 죄를 따져 묻고자 한다. 이 소송은 국가를 상대로 한 복지수급자 사망의 책임을 묻는 첫 소송이다. 행정의 폭력 앞에 철저히 약자일 수 밖에 없던 가난한 이들은 아무리 불합리한 처분을 받아도 따져 물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가난이 죄가 아니라 행정의 폭력이 죄가 되어야 한다. 더 이상 행정의 폭력으로 가난한 이들이 죽어가지 않도록, 가난이 형벌이 되지 않도록 재판부의 현명한 판결을 촉구한다. 

 

2019년 10월 22일 

한국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조건부수급자 故 최인기님 사망사건

국가배상 소송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화, 2019/10/2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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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미국에서 흑인을 중심으로 인종차별에 따른 불평등의 해소발안으로 학자금부채를 탕감하는 운동을 전개하는 것과 관련하여, 한국사회에서도 가난에 따른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한국장학재단의 기금을 대폭 확충하여 신용 6-7등급 이하의 가계출신 대학생들에게 학자금 대출상환의 기간을 무이자로 10-20년간 유예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반드시.


대선 승리연설 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흑인사회를 향해 다음과 같이 약속했습니다. “여러분이 저를 지지하였기에 이제 저는 여러분을 도우려 합니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그의 선언은 특히 시민활동가들이 반-흑인인종주의에 초점을 맞추고 흑인미국인들이 코로나-19 팬데믹과 그로 인한 일자리 상실 등으로 인해 불균형적으로 고통을 받는 현재의 시기에 적극적인 환영을 받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즉각적인 실천의 조치로 상기의 선언을 뒷받침해야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의 동의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흑인미국인에 대한 약속의 이행을 시작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행정명령의 조치를 통해 모든 연방관련 학자금부채를 탕감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은 학자금부채가 제기하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습니다. 그와 새로운 행정부는 연방관련 학자금의 대출이자 및 지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일시적 중지조치를 신속히 연장했으며, 보다 실질적인 지원구제에 대한 선거 당시의 약속처럼 ”학자금 상환금액에서 1인당 최소 $ 10,000를 공제하는 것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완전한 탕감만이 학자금부채로 어려움을 겪는 모든 채무자에게 도움이 될 것 입니다. 또한 오랜 차별정책의 역사가 유색인종의 채무자, 특히 흑인미국인들에게 굴레를 씌운 부채의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백인중산층을 집중적으로 형성하고 지원한 20세기 미국정부의 프로그램은 이제 명시적으로는 배제되었지만, 결과로 현재시점에서 백인 중위층이 흑인 중위층 자산의 8 배를 소유하는 빈부격차를 만드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 재산이 적다는 것은 흑인학생들, 특히 흑인여성이 대학교에 가려고 할 때 백인들에 비하여 더욱 많은 빚을 져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문제는 학창시절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졸업 이후 고용과 임금차별로 인해 더욱 악화됩니다. 흑인가정은 교육수준이 같은 백인가정의 80 % 수준의 임금을 받고, 흑인여성의 경우에는 같은 학위를 가진 백인남성에게 지불하는 1달러당 63센트만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흑인은 백인과 동일한 소득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자격을 취득해야 하며, 추가교육은 해당흑인의 대다수가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하는 추가부채와 이자를 발생시키면서, 일상에서 더욱 많은 금융비용을 지출해야 합니다.

대통령은 43백만 명이 넘는채무자와 관련가족 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십 년 전 연방의회는 교육부에 연방학자금 대출을 행정적으로 탕김시킬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도, 벳시 데보스 교육부 장관은 이러한 권한을 세 차례에 걸쳐서 사용하였는데 부채상환과 대출이자지급의 보류, 연방의 공공서비스 대출금에 대한 10개월간 상환유예조치 등을 취하였습니다.

척 슈머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은 바이든이 원래 제시한 10,000 달러 공제의 제안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바이든에게 행정명령의 조치를 통해 연방학자금 부채에 대하여 최소 50,000 달러를 공제하도록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인 Maxine Waters을 포함한 하원의 흑인여성 지도자들도 이를 위하여 병합결의안(acompanion resolution).을 제출하였습니다.

50,000 달러라는 금액은 여전히 완벽한 수치는 아니지만 문제를 해결하는데 크게 도움이 됩니다. 이런 금액의 수준이면 학자금 부채가 있는 최저소득 흑인가구의 약 93 %가 학자금부채의 부담에서 해방됩니다.  10,000 달러 수준 공제는 이들 가구의 대다수가 여전히 빚더미 속에 남게 합니다.

그러나 온전한 탕감만이 모든 것의 최선의 결과를 제공할 것이며, 상대적으로 저학력 백인의 소득수준이라도 얻기 위해 필요한 추가자격의 증명서를 추구한 것에 대한 흑인들의 노력에 대하여, 금융부채라는 처벌을 대신하여 이를 탕감하는 것으로 교육의 기회를 사회적 지위의 상승수단으로 활용하려던 젊은 흑인들을 보호할 것입니다. 흑인 졸업생은 백인의 동급생보다 빚이 많기 때문에, 흑인 졸업생을 학자금부채라는 함정에 빠뜨리는 대신 이를 완전히 탕감하면 미국사회라는 경기장을 공정으로 고르게 합니다.

인종차별적 학자금부채는 대부분 연방정부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학자금부채의 80% 정도는 즉시 취소하는 것이 행정적으로 가능하며 법에 의해 명시적으로 허용됩니다. 이것으로 인종적 부의 격차가 모두 좁혀지지는 않을 것입니다만, 인종차별적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야심찬 진보적인 정책의 출발을 보여줄 것입니다. 온전한 탕감만이 대통령이 인종적 격차가 더 이상 벌어지는 것을 막고 이의 격차를 줄이는 일을 격려하는 가장 빠른 조치 중 하나입니다.

금융기관에서 더욱 유리한 조건의 대출혜택을 누리는 백인가정과 동일한 소득과 신용점수를 가진 흑인가정에게 서브-프라임의 대출을 제공했기 때문에, 흑인미국인들은 지난 경제위기(2008년 금융위기)에 제일 먼저 희생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 흑인가정의 재산에 추가적인 위축이 발생하였으며 자신의 재산 중 53%를 잃었습니다 (백인가족은 16 %에 불과했습니다). 흑인가구의 평균 학자금부채는 2008년 불황을 겪은 이후, 12년 동안 거의 3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많은 흑인가구가 인종에 따른 불평등에서 오는 손해를 피하기 위해 더욱 높은 교육을 받으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팬데믹 상황으로 이제 졸업하려는 흑인들은 항구적인 취업의 어려움과 불공정한 임금조건에 직면할 것이고, 2008년 금융위기 시절에 졸업한 흑인들의 불운을 다시금 겪게 될 전망입니다.

바이든 신임대통령은 흑인사회에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과거 한때 흑인을 고등교육뿐만 아니라 기본교육에서 조차 배제한 광범위한 차별과 모든 형태의 배제 및 수탈은 인종간 부의 격차를 심화 시켰고, 이는 다시 학자금부채의 격차로 이어졌습니다. 행정명령의 조치를 통해 학자금부채를 탕감하는 것은 상기의 불평등을 보상하기 위해 즉시 사용할 수 있는 대통령의 수단입니다. 주어진 권한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그를 지지한 수백만 명의 흑인미국인들에게 지원을 하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입니다.

 

출처 : 뉴욕타임즈(NYT) on 2021-02-01.

Naomi Zewde and Darrick Hamilton

Ms. Zewde와 Mr. Hamilton은 미국에서 경제학과 인종의 관련 주제를 연구하는 교수입니다. 양인 모두 학자금부채와 그것이 채무자 및 미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였습니다

목, 2021/04/2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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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는 불평등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소외된 자들의 '협상력'이 중요하다

 

남재욱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

 

지난 10여 년 간 전 세계를 달군 화두를 꼽으라면 '불평등'은 그 유력한 후보의 하나일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과 양극화를 배경으로 대두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운동에서 불평등의 역사적 변화에 대한 고찰로 일약 '락스타 경제학자'로 떠오른 피케티 열풍을 지나, 올해는 “부자 클럽"이라고 불리는 다보스포럼(WEF, 세계경제포럼)에서도 불평등은 최대의 이슈였다. 한국은 또 어떤가? 최근 한국에서 사회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부동산 문제, 일자리 문제, 세대 간 불공정 문제, 성차별 문제는 모두 불평등 문제를 그 기저에 깔고 있다. 바야흐로 불평등의 시대라고 할만하다.

 

이처럼 심각한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처방으로 많은 이들이 제시하는 것 중 하나가 복지국가다. 다른 사회과학적 개념들과 마찬가지로 복지국가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그 핵심적인 역할 중 하나는 비시장적 수단을 통해 재화와 서비스를 분배하는데 있다. 현 시대 불평등의 직접적 원인을 지난 수십 년간의 시장만능주의에서 찾는 관점에서 보면, 복지국가를 통한 재분배는 불평등에 대한 유력한 해법으로 여겨질 만하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예외적으로 불평등이 낮았던 시기라고 꼽히는 20세기 중반이 바로 복지국가의 전성기였다는 점과 불평등 심화의 출발점이라고 지목되는 1980년대에 복지국가도 위축되기 시작했다는 점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실제로 복지국가가 불평등을 완화하는지는 복지국가 연구자들에게도 오랜 수수께끼였다. 복지국가의 재분배 기능이 반드시 부자에서 빈자로의 수직적 재분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복지국가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프로그램은 건강보장과 노후소득보장인데, 이 제도들의 핵심적인 기능은 부자에서 빈자로의 재분배 보다는 건강한 사람에서 아픈 사람에게로, 장수하지 못하는 사람에게서 장수하는 사람에게로의 재분배에 있다. 물론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재원과 급여 구조에 따라 수직적 재분배도 나타나지만 이는 이 제도들의 2차적인 기능이다. 요컨대 건강과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대표적인 제도인 사회보험은 '불평등 완화' 보다는 '위험의 분산'을 위한 제도이며, 따라서 우리가 주목하는 부자와 빈자 간 재분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복지국가에는 부자에게 돈을 걷어 빈자에게 재분배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은 공공부조도 있다. 그러나 이는 '최후의 사회안전망'으로서 불평등 완화보다는 빈곤방지가 그 핵심기능이다.

 

이 때문에 라메쉬 미쉬라와 같은 연구자는 복지국가를 통한 계급 간 재분배 정도는 미약하며, 사실 이 점이 바로 복지국가가 자본부의 사회에서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보면 20세기에 형성된 복지국가는 불평등 완화 장치라기보다는 사회적 위험을 집단화함으로써 분산시키고, 최악의 빈곤을 막는 수단으로 발달해왔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그 자체로도 복지국가의 가치는 충분히 높지만 불평등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복지국가를 떠올린 이들로서는 실망스러운 결론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복지국가가 오히려 불평등을 증가시킨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20세기의 복지국가는 노동인구의 대부분에게 안정적 고용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을 전제로 형성되었다. 복지국가의 핵심 프로그램인 사회보험은 종종 장기간의 사회보험료 납부 이력을 요구했는데, 노동인구의 다수가 장기적·안정적으로 고용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한 이와 같은 일자리는 대부분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이 주어진다고 보았기 때문에 복지국가는 남성생계부양자를 보호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고, 여성의 가정 내 무급노동은 사적 영역에서 당연하게 주어지는 조건으로 간주하였다.

 

그러나 21세기 복지국가 환경은 이와 다르다.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완전고용은 더 이상 자연스러운 상황이 아니며, 불안정한 비표준적 고용(비정규직)은 이제 노동시장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고용구조의 변화로 기존의 일자리가 사라진 자리에 가족까지 부양하기에는 불충분한 저임금 일자리들이 채지고 있으며, 핵가족 구조는 해체되고 있다. 이와 같은 조건 안에서 '일정기간의 안정적 고용을 전제로 하는' 사회보험과 같은 프로그램은 노동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 일자리를 가졌던 이들만을 보호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실업과 불안정 일자리를 오가는 이들은 오히려 복지국가로부터도 소외되고 있으며, 이는 불평등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정규직 87%, 비정규직 45%라는 한국의 고용보험 가입률은(2019년 8월 기준) 이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복지국가를 통한 불평등의 완화는 헛된 바람일 뿐일까?

 

21세기 복지국가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문제는 복지국가 프로그램의 재편을 통해 극복해야 하는 문제다. 노동시장 약자를 배제한다는 점을 지적받고 있는 사회보험의 경우에도 스웨덴이나 최근 사회보험 프로그램을 개혁한 프랑스의 경우처럼 불안정 노동자나 비임금노동자들까지 사회보험에 포괄하고자 하는 노력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 물론 한국의 경우 사회보험의 법적 적용대상조차 사회보험에 제대로 가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들 국가들보다 많은 숙제를 가지고 있지만, 복지국가의 핵심 프로그램인 사회보험을 변화하는 노동시장 환경에 적응시키려는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기에 고용을 조건으로 하지 않는 소득보장제도를 보완하는 것 역시 중요한 정책적 과제다.

 

공적으로 제공되는 보편적 사회서비스는 불평등의 관점에서 의미가 큰 복지국가 프로그램이다. 사회서비스는 특정한 요건(아동돌봄이라면 아동의 유무, 장애인 활동지원이라면 장애의 유형과 정도 등)이 있는 이들에게 보편적으로 제공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고용이력이나 여타의 원인으로 배제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회서비스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돌봄의 부담을 지고 있는 여성, 비장애인에 비해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 소득 외에도 다양한 지원을 필요로 하는 고령자들의 욕구를 사회적으로 해소함으로써 소득이 아닌 성, 연령, 건강상태에 따라 나타나는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방향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차별과 불평등 문제를 모두 금전적 차원으로 환원될 수 없다는 관점에서 보면, 양질의 공적 사회서비스를 확대하는 일이 불평등 문제에 대해 갖는 잠재력은 매우 크다.

 

우리가 복지국가 프로그램에서 배제되는 이들을 포괄하고 이를 통해 복지국가의 빈곤방지와 위험분산 기능이 모든 시민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면, 이는 불평등과 관련한 또 한 가지 가능성을 열어준다. 복지국가가 현재의 불평등한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는 이들의 '협상력'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이 낮아진 원인을 분석한 엥겔베르트 스톡해머는 사회보장의 약화가 세계화 및 금융화와 함께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을 설명하는 요인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사회보장의 약화는 자본측에 대한 노동측의 협상력을 낮추었고, 그것이 노동소득분배율을 낮춘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분석은 복지국가가 직접적으로 부자의 돈을 걷어 빈자에게 나누어줌으로써 직접적으로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정도는 제한적일지라도, 시민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사회적 위험을 낮추고 빈곤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정치'의 영역을 경유하여 불평등 완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사실 정치야말로 불평등 문제의 궁극적인 해법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소외된 이들의 이익을 옹호하는데 이들의 목소리를 찾아주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불평등 문제를 연구한 피케티는 불평등에 대한 대안으로 글로벌 자본세의 도입을 주장하면서, 글로벌 자본세 자체의 효과보다도 글로벌 자본세를 통해 사람들이 불평등의 심각성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되면 민주주의의 힘이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두터운 복지국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민주주의의 힘을 작동시킬 수 있다. 시민 개개인이 하루하루 생존의 위협과 압박에서 자유로워진다면, 이들이 심화되는 불평등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좀 더 적극적으로 표출하리라고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http://www.pressian.com/news/review_list_all.html?rvw_no=1661" rel="nofollow">클릭)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월, 2020/02/17-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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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기준중위소득 대폭 인상,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요구한다!

일시장소 : 2021년 7월 7일 (수) 오전11시, 정부종합청사 서울청사 앞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기준중위소득 대폭 인상 요구 기자회견https://www.peoplepower21.org/files/attach/images/37219/353/796/001/42cc... />

 

정부는 매년 차년도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엽니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20조에 의거, 기준중위소득 및 수급자 선정기준과 최저보장수준 등에 대한 심의의결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준중위소득은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의 선정기준이자 약 73개 복지기준의 선정기준으로 사용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문재인정부 4년간 평균 약 2%의 낮은 인상률만을 고수하고 있어 비현실적인 수준으로 결정되고 있습니다. 실제 국민 소득의 중위값과 차이가 나는 기준중위소득은 복지가 필요한 국민의 필요를 감추고, 복지에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높은 허들이 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득격차가 재난의 회복격차로 드러나는 낮은 기준중위소득 인상은 전 사회적 재앙입니다.

 

기준중위소득의 사회적 역할에도 불구하고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에 수급당사자와 복지당사자의 참여는 제한되어 있습니다. 최소한 위원 명단, 안건, 회의속기록에 대한 공개조차 없습니다. 우리는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의 조속한 폐지와, 기준중위소득 대폭 인상, 중앙생활보장위원회 면담 및 회의자료와 속기록공개를 요구할 예정입니다.

 

문의: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010-8166-0811), 김경희(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010-7761-2260)

목, 2021/07/08-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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