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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1] ‘현대판 고려장’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문제와 노인장기요양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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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1] ‘현대판 고려장’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문제와 노인장기요양서비스

admin | 화, 2019/10/15- 01:45

‘현대판 고려장’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문제와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

 

2019년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예산 중 예산규모가 가장 크고, 장애인과 가족의 만족도가 비교적 높은 제도가 바로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이다. 이 제도는「장애인활동지원에관한법률」 제1조(목적)을 통해 “신체적·정신적 장애 등의 사유로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여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사회서비스이지만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만 65세 연령제한에 따른 대상제한’ 문제다. 활동지원서비스를 수급 받던 장애인이 만 65세가 되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수급심사를 받아야 하고, 요양등급을 판정받게 되면 ‘노인장기요양서비스’로 강제 전환되는 것이다.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불리는 이 문제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 문제는 활동보조서비스 제도화 및 변화 과정(’07~’11: 장애인활동보조지원사업 / ’11~현재: 장애인활동지원제도)과 함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와 장애인활동지원제도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2007년 4월 국회를 통과했는데, 이때 국회 상임위에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부대 의견으로 아래의 내용을 결의하였다.


이 법은 국민의 보험료부담 증가,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 제공 시설 부족 등과 아울러 서비스 본질이 노인은 일상생활 보조 위주의 서비스인데 비하여 장애인은 사회참여․재활치료를 통한 자립지원에 중점을 둔 서비스라는 점을 고려하여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당시에는 부득이 65세 미만의 비 노인성질환을 가진 장애인은 장기요양보험급여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나, 중증장애인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현실적 여건과 각종 장애인 시책이 장애인의 요구수준에 미흡하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장기요양보험급여에 상응하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필요성이 있음.



 

부대 의견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장애인과 노인은 서비스의 목적과 내용이 다르지만, 장애인도 ‘장기요양(Long-term Care)’적 특성에 해당되는 서비스 필요도가 있을 수 있고, 전반적인 장애인복지서비스가 부족한 가운데 ‘장기요양보험급여’에 상응하는 복지서비스가 추가로 제공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부대의견에 따라 당시 정부는 공청회와 시범사업 등을 통해 국회에서 제시한 일정에 따라 ‘장애인장기요양보장제도(현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준비하였다.

 

활동보조서비스 제도의 첫 시작인 2007년 4월 ‘장애인활동보조지원사업’은 지침을 통해 신청자격상 만 6세에서 만 65세까지 ‘연령제한’을 두었으며, 기존 수급자가 만 65세가 되는 경우에는 해당 연말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이러한 ‘연령제한’ 조치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된 피해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9년 3월 에이블뉴스에 보도1)된 지체장애인 김광성 씨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부족하나마 월 230시간의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고 있었지만, 같은 해 5월 15일 만 65세 생일이 다가와 활동보조서비스가 중단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서 당시 보건복지부 담당 과장은 언론을 통해 “노인요양시설을 이용하는 37% 정도가 장애를 가진 노인”이라며, “노인장기요양제도에 비해 활동보조서비스가 비용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활동보조서비스와 노인장기요양 중 선택권을 준다면 현재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는 현재 보건복지부가 반대하는 이유와 유사하다.

 

2011년 11월 ‘장애인활동지원제도’로 변경되면서 발표된 ‘2011년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지침’에서는 “활동지원 수급자가 만 65세가 도래하였으나, 장애 특성상 활동지원급여가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활동지원급여를 계속 희망하는 경우”로 신청자격이 바뀌었다. 변경된 지침은 2012년까지 적용이 되었는데, 2013년 지침에는 다시 2011년 10월 이전처럼 ‘장기요양 등급 외 판정을 받은 경우’로 제한되었다. 2011년에는 ‘장애인활동지원’과 ‘노인장기요양’ 중 ‘선택권’을 인정하였다가 다시 1여년 만에 철회한 셈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법령에는 규정되어 있지 않았던 내용을 지침에는 담았다가 다시 철회한 촌극은 왜 일어난 것일까? 이에 대해 정부는 특별한 설명을 하지는 않았지만, 장애인활동지원과 노인장기요양 제도 간의 차이를 정부도 알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첫 지침에 이런 중대한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는 「노인장기요양법」제정 당시 부대 의견을 충실히 이행한 것이기도 하다.

 

장애인에게도 ‘장기요양’이 필요할 수 있으니, 보다 더 사회적 활동(자립생활)을 지원하는 ‘활동보조’는 그대로 둔 채 ‘방문요양’과 ‘방문목욕’이라는 ‘장기요양’ 서비스를 추가한 것이 지금의 ‘장애인활동지원제도’다. 이 제도의 목적에 부합되려면 65세 이후에는 ‘장애인+노인’으로서 기존 활동지원급여에서 ‘장기요양’을 더 이용할 수 있도록 급여를 추가해주거나 최소한 유지해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현재는 ‘장애인+노인’은커녕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서의 필요는 하루아침에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비장애)노인’으로서의 필요만 인정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장애인과 노인의 형평성?

이 문제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가장 주요하게 제기하는 것은 노인장기요양 수급자와의 형평성 문제다. 노인도 장애인만큼이나 힘들고 어려운데 만 65세 이후에도 장애인이 노인장기요양제도보다 더 많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을 유지한다면 노인들이 불공평하다고 느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렇게 되면 기존 수급자를 포함하여 노인들이 ‘장애인 등록’을 하려고 할 것이고 모두 장애인활동지원으로 넘어올 것이며, 결국 ‘보험’이 아니라 ‘조세’로 운영되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예산이 엄청나게 불어날 것이라는 이유이다.

 

‘형평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거꾸로 생각해보면 ‘불균형’하고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불공평’한 쪽을 공평하게 맞추는 것이 우선이지, 반대로 ‘모두 공평하게’ 라는 말로 포장시켜 하향시키는 것이 맞는 것인가? 결국 핵심은 ‘예산’이다. 돈 많이 들어가니 못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도를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가 있는데, 만 65세 이하인 장애인이 ‘노인장기요양’ 등급을 신청하여 등급이 결정된 사람은 수급권을 포기하더라도 ‘장애인활동지원’을 신청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16년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지침’에는 제외 대상 중 하나로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노인장기요양 급여를 받는 자 또는 수급자격이 있는 자

  • 만 65세 미만인 장애인이 장애인활동지원급여 신청 전 노인장기요양등급을 신청하여 노인장기요양등급이 결정된 사람은 

  • 노인장기요양수급권을 포기하더라도 활동지원급여를 받을 수 없음을 상세히 안내할 것

 

만 65세 이하인 장애인이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몰라서(!)’ 노인장기요양등급을 신청하면, 노인장기요양 수급권을 포기하고 싶어도 다시는 물릴 수 없다는 것이다. 어째서 수급권을 가졌다고 해서 절대로 되돌릴 수 없다고 지침에 명시해둔 걸까? 만 65세 이하 장애인이 ‘노인장기요양’ 수급을 신청할 경우, ‘장기요양’ 서비스도 포함하고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안내하고 신청을 돕는 것이 오히려 맞는 것 아닌가? 2017년 지침부터 ‘안내 규정’은 사라졌지만 이 문제는 아직도 진행중인 사안이며, 2017년에는 이와 관련된 행정심판이 청구되기도 했다.

 

만 65세 연령제한에 따른 피해 실태

2018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에서 질의하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피해실태는 다음과 같다. 연평균 약 250명 정도가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노인장기요양제도로 전환되었으며, 이는 최근 6년간 서비스 수급자 증가 인원인 1만 9천명의 8.31% 수준에 이른다.

 

노인장기요양 등급이 인정되어 강제로 전환된 802명의 장애인이 ‘활동보조’와 가장 유사한 ‘방문요양’을 이용한다고 가정하였을 경우, 2017년 수가 기준으로 서비스 시간이 감소한 인원과 평균 감소시간은 다음 표와 같다.

 

<표 1-1> 노인장기요양 전환에 따른 급여시간 비교(’15년~’17년)

<표 1-1> 노인장기요양 전환에 따른 급여시간 비교(’15년~’17년)https://lh4.googleusercontent.com/3M-ECkZggQlqHAqPXx-NhN2U1aOoKy9XxFVOY3... />

 

서비스 이용 시간을 기준으로 한 경우 최소한 약 63% 이상이 서비스 시간 감소로 이어졌으며, 월 평균 감소시간은 약 56시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종전 활동지원 1등급의 장애인(최중증장애인) 344명만으로 한정해서 보면 피해실태는 다음과 같다.

 

<표 1-2> 장애인활동지원 1등급 장애인의 노인장기요양 전환에 따른 급여시간 비교(’15년~’17년)

<표 1-2> 장애인활동지원 1등급 장애인의 노인장기요양 전환에 따른 급여시간 비교(’15년~’17년)https://lh6.googleusercontent.com/OKcbiUPluhj9bJB3P__vBaJaGNAN4AAsaJXfXN... />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장애인활동지원 1등급의 장애인이 노인장기요양제도로 전환된 경우 서비스 시간이 100%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평균 감소시간도 월 77시간에 이르고, 이를 하루 평균으로 계산해보면 2시간 이상이 줄어드는 것이다.

 

제도의 피해자는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으며 최근에는 지자체 추가지원까지 더해 하루 24시간 지원을 받고 있던 송용헌 씨의 사례가 알려졌다. 송용헌 씨는 경추손상으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활동지원사의 적절한 지원이 없을 경우 욕창 등으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최중증장애인이다. 만일 9월말까지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하루 24시간 지원에서 방문요양 하루 4시간으로 서비스가 줄어드는 상황이다. 지난 8월 14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충정로 사회보장위원회 점거 및 릴레이 단식 농성의 첫 주자로 송용헌 씨가 나선 것은 말 그대로 ‘고려장’ 당하지 않으려는 절박한 투쟁이다.

 

<그림 1-1> 농성 첫 날 단식 중인 송용헌 씨

<그림 1-1> 농성 첫 날 단식 중인 송용헌 씨https://lh6.googleusercontent.com/bydAikUJ87mDXOOXhUm0qx2MM9fSH6AkBwCNfZ... />

사진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재인 정부와 20대 국회는 법 개정과 예산을 마련해야

현재 국회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정안들이 발의되어 있지만 상임위에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입장이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16년 11월 제도 개선 권고를 하였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얼마 전 국회의장에게 관련 법 개정을 권고하기도 하였다. 문재인 정부도, 20대 국회도 이 문제의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회서비스 정책의 방향은 ‘지역사회 중심’이며, ‘공적 지원’속에 ‘통합’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활동지원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제도 간 형평성’ 이라는 얼토당토 않는 핑계로 장애인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제도가 변화하고 맞춰가야 한다는 것을 ‘만 65세 연령제한’ 문제 개선으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1) “요양이 아니라 자립생활 하고 싶어요”. 에이블뉴스. 2009년3월10일. (출처: http://www.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28&NewsCo...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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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의 시급성과 소요 예산

 

손병돈 평택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들어가며

경제적 어려움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다는 언론 보도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8월 서울 봉천동에서 발생한 ‘탈북 모자 아사 사망’ 사건, 며칠 전인 11월 2일 서울 ‘성북구 네 모녀 사망’사건이 최근에 있었던 대표적인 예이다. 탈북 모자의 집에는 쌀 한 톨 없고, 빈 간장통과 통장 3개만 남아 있었으며, 마지막으로 3,858원을 통장에서 인출하였다 한다(여현교, 2019.10.11.). 70대 노모와 40대 딸 셋이 ‘하늘나라로 간다’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된 성북구 네 모녀 사망 사건도 경제적 어려움이 그 원인으로 추정된다. 우편함에는 채무 변제를 독촉하는 신용정보회사의 우편물이 10여 통 있었으며, 월세도 2-3개월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승환, 2019.11.4.).

 

이렇게 우리 사회에는 빈곤으로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그러한 사람들의 상당수는 최후의 사회안전망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를 받지 못한다. 그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지적된다. 소득이나 재산상으로 아무리 빈곤해도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를 받을 수 없다. 2015년 말 현재 기준 중위소득 40% 기준으로 빈곤하지만 기초보장 급여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이 93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김태완 외, 2017).

 

이러한 비수급 빈곤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서는 그 이유와 예상되는 소요액을 추산해 보고자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는 왜 필요한가

첫째, 법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기초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부양의무자가 빈곤한 피부양자에게 잠재적으로 사적 부양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그들을 기초보장제도의 급여 수급에서 배제한다. 이러한 논리적 근거는 잠재적 부양가능성이 실질 소득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전제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전제가 타당성을 가지려면, 부양의무가 도덕적으로 혹은 법적으로 이행된다고 가정해야 한다. 하지만 도덕적 규범으로서의 부양의무가 실제 이행된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으며, 법적으로도 민법상의 부양 받을 권리가 실제 소득으로 전환되었다고 가정하는 것은 불확정적 요소가 너무 많다는 점에서 타당성이 떨어진다(김지혜, 2016). 그런 점에서 잠재적 부양 가능성을 근거로 부양의무를 강제화하는 기초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사적 부양 및 공적 부양의 공백을 야기함으로써 헌법 34조 1항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기초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헌법상의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는다. 헌법 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고 하여, 국가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어떤 집단을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김지혜, 2016). 그런데 기초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부양의무자라는 가족이 있다’라는 이유만으로 수급자 선정에 차별을 두고 있다. 다시 말하여 빈곤하다는 점은 동일한데, 실제 부양을 받지 못하지만 부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부양의무자가 있는 수급권자는 기초보장 급여 수급에서 탈락하고, 반면 그러한 부양의무자가 없는 수급권자는 급여를 수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헌법상의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초보장제도의 부양의무 기준은 헌법상의 기본 원리와 몇몇 측면에서 충돌한다. 이는 기초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가 사적 부양의 축소, 잠재적 수급자의 재산처분과 같은 도덕적 해이의 확산, 수급자의 증대에 따른 예산 증가 등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부양의무자 기준이 헌법에 위배된다면,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에 따른 여러 역기능이나 부담은 다른 수단을 통해 해결할 문제이지, 그것이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어서는 안되는 정당한 근거는 아니라 하겠다.

 

둘째, 공공부조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보편적이지 않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공공부조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사적 부양을 강제화하는 법적 조치이다. 그렇다면, 부양의무자 기준은 공공부조제도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러한 질문과 관련하여, 주요 선진 국가들의 공공부조제도와 우리나라의 공공부조제도들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부양의무자 기준 관련 조항이 공공부조제도에 있던 대표적인 국가는 독일과 일본이다. 이들 국가들의 공공부조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어떻게 운용되는지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여유진 외, 2017). 먼저 독일의 사례를 살펴보면, 독일 공공부조의 법적 근거는 사회법전 12권인데, 그것의 2조(2)에는 부양의무자가 있거나 서비스와 급여를 제공할 국가 외의 다른 주체가 존재할 경우, 그들의 의무를 우선하도록 하고 있었다. 여기서 부양의무자는 부모-자녀, 조부모-손자녀, 증조부모-손자녀 등과 같은 직계 가족관계를 의미한다. 이러한 부양의무자가 있어 그들이 서비스나 급여를 제공할 수 있을 경우 국가는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그러나 독일은 2003년도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사실상 폐지하는 방향으로 공공부조법을 개편하였다. 부양의무자의 소득기준을 대폭 올림으로서 사실상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였다. 그러한 조치가 노인빈곤 해소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Becker, 2007). 이처럼 독일 공공부조제도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있었으나, 2003년도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실질적으로 폐지하여, 현재는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없다.

 

일본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오랫동안 공공부조제도에 포함하여 운용해온 국가로 알려져 있다. 1929년 제정된 구호법 및 1946년에 제정된 생활보호법은 부양의무자가 있어 이들이 실제 부양을 제공하지 않아도, 부양의무자의 존재만으로 생활보호 대상자에서 제외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1950년에 제정된 현행 생활보호법부터는 실제 부양을 하지 않는데, 단지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생활보호 수급 대상자에서 제외하는 조항이 폐지되었다. 그러므로 현재 일본의 생활보호제도는 우리나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이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의 존재에 따른 잠재적 부양 가능성을 이유로 빈곤한 수급권자를 공공부조제도 급여 수급에서 강제로 제외하지는 않는다. 현재의 생활보호제도도 생활보호제도에 의한 보호에 우선하여 부양의무자에 의한 부양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것은 명목상의 원칙이지, 그러한 원칙이 생활보호제도의 급여를 받기 위한 조건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이처럼 오늘날 공공부조제도에서 사적 부양을 법적으로 강제하여, 부양능력 있는 부양의무자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공공부조 급여 수급에서 제외하는 선진 국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 우리나라의 공공부조제도 중 어떤 제도들이 부양의무자 기준을 수급 자격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현재 우리나라에서 자산조사를 통해 대상자를 선별하는 공공부조 성격을 갖는 제도들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장애수당, 장애아동수당, 차상위 의료비 본인부담 경감 지원제도, 한부모 가족지원사업 등을 들 수 있다. 이 제도들 중 부양의무자 기준을 자격기준으로 활용하는 제도들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의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장애수당, 장애아동수당, 차상위 본인부담 경감 지원제도이다. 장애수당, 장애아동수당, 차상위 본인부담 경감제도들은 모두 기초보장제도와 밀접히 연관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존하는 제도들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주거급여, 교육급여와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한부모 가족지원사업 등은 대상자 선정 자격기준으로 소득인정액 기준만 사용할 뿐 부양의무자 기준은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공공부조 제도들 중 자격기준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적용하는 제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공공부조제도에서도 자격기준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활용하는 것은 보편적이지 않으며, 기초보장제도의 생계, 의료급여가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사적 부양은 보편적이지 않다.

기초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사적 부양이 보편적이고,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전제에 기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사적 부양은 인류 어느 사회에서나 보편적이고, 계속 유지될 수 있는가?

 

<표 2-1>은 세계 25개 국가를 대상으로 노인 가구주 가구 소득에서 사적 부양을 의미하는 사적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하여 살펴본 것이다. 노인 가구주 가구는 가구주의 연령이 65세 이상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노동능력이 떨어지므로, 다른 사람이나 또는 사회에 의존하여 살아갈 가능성이 높은 집단이라는 점에서 사적 부양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표 2-1>을 보면, 노인가구주 가구 소득에서 사적 이전소득이 시장소득의 30%를 넘는 국가는 한국과 대만뿐이고, 사적 이전소득이 시장소득의 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도 25개 국가 중 대만, 한국, 페루, 파나마, 폴란드 등 5개 국가뿐이다. 사적 이전소득이 노인가구주 가구 가처분 소득의 10%를 넘는 국가도 대만, 한국, 페루, 콜롬비아, 파나마 등 5개 국가 뿐이다. 가구소득에서 사적 이전소득의 비중이 높은 국가 중 한국과 대만만 1인당 GDP가 2만 달러(2019년 기준)를 넘는 비교적 발달한 국가이고, 파나마와 폴란드의 1인당 GDP는 1만 5천 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이며, 페루와 콜롬비아의 1인당 GDP는 약 7천 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이렇게 오늘날 사적 이전소득은 노인가구주 가구소득에서도 의미 있는 수준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는 한국, 대만 등 몇몇 국가에 불과하며, 한국과 대만을 제외한 국가들의 경우 경제수준이 낮은 국가들이다.

 

일반적으로 1인당 GDP는 산업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간주된다.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넘는 국가는 선진국으로 지칭되기도 한다. 아래 <표 1>에서 2019년 현재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넘는 국가의 노인 가구주 가구 가처분 소득 중 사적 이전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2%를 넘는 국가는 한국뿐이다. 나머지 국가들 대부분에서 사적 이전 소득은 노인 가구주 가구소득(가처분 소득 기준)의 1%도 안된다. 일본과 같이 아시아 국가도 노인 가구주 가구소득에서 사적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안된다. 이처럼 오늘날 발전된 사회에서 사적 부양은 보편적이지 않다. 사회복지의 발전 과정 내지 사회의 발전과정을 보면 사적 부양이 축소되고, 공적 부양이 확대되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동아시아 국가와 같이 문화적 특수성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또한 보편적인 사회변화의 경향하에서 존재하는 지역적 특수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표 2-1> 노인가구주 가구의 특정 가구소득별 대비 사적 이전소득 비중 국가 간 비교https://lh6.googleusercontent.com/f1InYBnLoF4zoQJVFSCLGutV3SQ4hsxUlv_JfM... />

 

넷째, 비수급 빈곤층은 기초보장 수급자보다 더 어려운 생활을 한다.

<표 2-2>는 기초보장 수급가구와 소득인정액 기준 비수급 빈곤 가구 간 생활곤란을 경험했던 비율을 비교한 것이다. <표 2-2>를 보면, 기초보장 수급가구와 비교하여 소득인정액 기준 비수급 빈곤 가구가 생활곤란을 경험한 비율이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29%이하인 비수급 빈곤층은 기초보장 수급가구와 비교하여, 생활곤란을 경험한 비율이 2-4배 가량 더 높다. 이러한 사실은 기초보장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빈곤 가구들이 기초보장 수급 가구들보다 더 열악한 삶을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표 2-2> 수급ㆍ비수급빈곤층 집단별 생활곤란 경험 여부https://lh4.googleusercontent.com/u0_BpiF0Mb_TtLsC-iW_dj8G8vgS1QvP2buEJX... />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는 감당하기 힘든 정도로 많은 예산이 필요한가?1)

현재 기초보장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크게 완화되어, 완전한 폐지의 기로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다. 교육급여와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었고, 현재 부양의무자 기준이 자격조건으로 남아있는 기초보장 급여는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뿐이다. 제1차 기초보장 종합계획에 의하면(관계부처 합동, 2017.8.10), 노인 및 중증장애인의 일부에 대해서는 2021년까지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2019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중증장애인의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2020년에 폐지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의 개선과 관련한 대안은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이며, 단지 완성 시기를 언제로 할 것이며, 그 과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만이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를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 2015년 말 기준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폐지하여, 비수급 빈곤층이 100% 기초보장 수급자로 전환될 경우, 추가 재정소요가 약 7조 3천억 원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손병돈 외, 2016).2)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 주거급여의 경험을 볼 때,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때 비수급 빈곤층이 신규 기초보장 수급자로 전환되는 비율은 채 50%가 안 될 것으로 예상된다.3) 그런 점을 고려하면,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에 소요되는 앞의 재정 추정치는 최대치라고 할 수 있으며, 실제는 이보다 크게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보장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일시에 폐지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재정적 부담이 이제까지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을 반대하는 주된 논거 중 하나였다(손병돈 외, 2013).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인다면, 급여별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일 수 있다.

 

기초보장제도에서 생계급여보다 의료급여의 예산이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예산 규모가 증가해온 폭도 훨씬 크다. 그런 점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급여별로 순차적으로 폐지한다면, 먼저 생계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다음으로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경우, 그에 따른 예상 소요액은 감당하지 못할 만큼 큰 규모는 아닐 것으로 추산된다. 한 연구에 의하면,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때, 소요되는 1년 예산액은 약 1조 3천2백5십억 원으로 추정된다(손병돈, 이원진, 한경훈, 2018). 이 추정치도 생계급여 비수급 빈곤층이 100%로 신규 수급자로 전환된다는 가정하에 추정된 것이다.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 경험을 본다면, 생계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다 해도 비수급 빈곤층 전부가 신규 수급자로 전환되지는 않을 것이다. 외국 공공부조의 경험을 봐도 빈곤층의 공공부조 수급률은 많아야 70% 내외 수준이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기초보장제도의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에 따른 추가 예산 소요액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규모는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혁신적 포용국가를 국가 비전으로 제시하며, 그와 관련한 정책들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근로장려세제를 크게 확대하였으며, 한국형 실업부조를 2019년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보편적인 아동수당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빈곤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기 힘들 정도로 극단적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비수급 빈곤층을 줄이기 위한 조치인 기초보장제도의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수 없다는 것은 모순이다.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따른 추가 소요 예산도 앞의 근로장려세제의 확대, 아동수당의 실시 등과 비교하면, 감당할 수 없는 규모도 아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기초보장제도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는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는 그것을 시행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도 충분하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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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손병돈(2019)의 참조하여, 수정 보완하였다.

2) 2015년 말 기준으로 추정한 것으로서 2015년 이후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화된 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며,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등 기초보장제도의 모든 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는 것을 가정하여 추정한 것이다. 또한 2015년 말 기준 모든 비수급 빈곤층이 100% 기초보장 수급자로 전환된다는 가정하에 추정한 것이다.

 

3)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경우, 신규 수급 가구가 약 58만 가구로 예상되었으나(손병돈 외, 2016), 주거급여에서 의무자 기준이 폐지된 후, 약 9개월이 지난 2019년 6월 기준으로 주거급여 수급가구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이전보다 약 24만 천가구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주거급여 수급가구에는 주거급여 선정 소득인정액 기준을 기준 중위소득 43%에서 44%로 인상한 효과도 포함되어 있다.

화, 2020/01/07-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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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을 위한 국가인가? 국가를 위한 개인인가? 

 

조정훈 시대전환 국회의원

 

코로나19 방역과 국가

코로나19 방역에 관해 세계 각국이 다른 대응을 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몇 명만 발생해도 도시 전체를 한 달 동안 봉쇄하고 군대가 배급을 실시하는 중국 같은 나라도 있고, 코로나 초반기에 감염자를 통한 자연 집단 방역을 목표로 하며 코로나 전파에도 불구하고 어떤 규제도 하지 않았던 스웨덴도 있었다. 

 

국가 기구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하는지에 관한 재평가도 내려졌다. 국가가 목표한 것을 잘 실행하는 체계를 갖추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 준 대만과 달리, 행정 방역 체계 허점을 여실히 드러낸 인도는 2021년 5월 현재 가장 많은 확진자를 내게 하고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 그동안 알려졌던 만큼 국가 기구가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본은 역학 조사를 IT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전화와 팩스로 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들의 민도(民度) 또한 드러났다. 미국의 상당수 대중이 과학적 이유로 마스크 쓰라고 하는 방역 당국의 지침을 거부했다. 서유럽에서도 아감벤 같은 유명한 철학자까지 가세한 마스크 착용 거부 및 집단 방역 거리두기 조치 반대 시위가 있었다. 

 

K-방역 대한민국은 전체주의적 방식도 아니면서, IT 기술과 메르스 이후 준비된 국가 방역체계의 효율성을 갖추고 국민들 또한 정부의 조치에 잘 협조해서 인구 대비 확진자 비율에서 세계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그래서 전세계 유명 인사들 그리고 서구권 언론에서 한동안 K-방역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우리는 전염병 재난 시기에 상대적으로 훌륭한 국가와 국가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찬사받는 K-방역의 그늘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분명 국가 공동체 전체를 위해서 강도 높은 거리두기와 집합금지, 영업제한을 실시했는데, 그 국가 시책으로 특정 개인, 특정 직업군이 피해를 보았다. 이런 경우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 것인가? 공동체 전체를 위한 것이고 그들도 공동체의 일원이기에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코로나의 직격탄 자영업1)

2020년 1월 20일 첫 확진자 발생 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입국자 자가격리, 초·중등 학교 개학연기, 공공 문화시설 폐쇄 등의 조치를 이어갔다. 5월 9일 서울시의 유흥시설에 대한 영업금지 명령을 시작으로 지자체 수준에서 집합금지 행정조치가 이어지다가, 6월 28일 단계별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발표된 후에는 단계에 따른 업종별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2단계에는 유흥시설 5종이 영업을 못하고 노래연습장은 21시 이후 영업이 중단되었다. 2.5단계에는 노래연습장과 헬스장 같은 실내 체육시설도 집합제한이 아닌 집합금지의 대상이 되는 식이다. 8월 23일부터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취해졌고, 8월 30일에는 2.5단계가 시행되었다. 그로 인해 프랜차이즈 카페는 하루 종일, 일반음식점은 21시부터 05시까지 매장 내 취식 금지 조치가 취해졌다. 

 

대면 접촉으로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 자영업의 특성상 집합 ‘자제’를 권고하는 정부의 지침 발표에도 타격을 받지만,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영업금지 조치는 치명타를 가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들 평균 매출이 53.6% 감소했고, 44.6%가 폐업을 고려중이라고 한다. 지난 1년 동안 평균 부채 증가액은 5,132만 원이고, 매출 감소와 부채 증가는 자영업자들의 평균 고용 인원은 4명에서 2.1명으로 줄었다. (경향신문, 2021.3.29.) 즉 매출이 절반 넘게 감소했으며, 또한 절반 가까운 분들이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고용 인원 또한 절반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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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자영업자들의 대출 잔액은 118.6조원 늘어났다. 2019년 대비 은행권에서 465조원에서 534조원로 늘어서 14.8%, 비은행권에서 220조원에서 269조로 22.3% 늘어서 모두 2019년 대비 17.3% 급증했다. 코로나 경제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은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대출까지 받아 작년 한 해를 근근이 버텼다. 위의 통계에는 빠져 있는 사채까지 끌어다 쓰는 자영업자들이 부지기수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수백만 명의 자영업자들이 2020년에만 118조원 넘게 추가로 빚내면서 벼랑 끝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 대한민국 정부는 이들에게 세 차례에 걸쳐 14조원의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2020년 대출증가액 118,6조원의 11.8%에 불과하다. 

 

이 통계에는 자영업자들이 2021년에 진 빚의 액수는 기재되어 있지 않다. 집단 면역이 가능해지는 시점이 언제인지는 몰라도 그 시기까지 고통을 견뎌야 한다고 보면, 연말에 집단 면역이 가능해지더라도 대한민국의 자영업자들은 200조원이 넘는 빚을 추가로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의 손실보상 촉구

국회와 정치권에서도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절박한 상황에 따라 각종 지원책이 논의되었다. 그러다가 작년 말부터 영세 자영업자 같은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책을 넘어서 정부의 집합금지 집합제한 행정조치를 일종의 ‘공용 침해’로 규정하고 그에 대한 손실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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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020년 11월 24일 페이스북에 “카페 영업 제한, 자영업자의 재산권은 누가 보상합니까?”라는 제목으로 국민의 재산권 침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하며 그것은 시혜가 아니라 헌법상 권리라는 글을 써서 국회와 정치권에서는 최초로 손실보상을 주장했다. 이어 2020년 12월 22일, “정당한 보상없는 정부의 영업권 제한은 헌법 제23조 위반입니다”라는 글을 통해 정부의 행정 명령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피해 보상이 헌법에 근거하고 있음을 밝혔고, 2021년 1월 5일 “토지강제수용을 보상해야 한다면 영업제한도 보상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소상공인들에게 재난지원금이 아니라 영업제한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한 여당 중진 김두관 의원이 1월 8일 “영업제한으로 고통받은 업종은 국가가 보상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필자를 직접 거명하며 손실보상론에 힘을 보탰다. 김종인 당시 제1야당 비상대책위원장2)도 1월 20일 “자영업자 손실 보상해줘야” 한다고 말해서 손실보상론이 더욱 탄력을 받았다(매일경제, 2021. 1.20). 이어 김종철 정의당 대표도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공적 목적으로 집합제한, 집합 금지를 당한 자영업자에게는 법적인 보상 근거가 없다”면서 그것은 “손실보상을 규정한 헌법에 배치된다”고 했다(뉴스1, 2021.1.20).

 

여야를 가리지 않은 이런 정치권의 주문에 정부도 화답하여 정세균 국무총리 또한 1월 21일 중앙재난안전본부 회의에서 “정부의 방역 기준을 따르느라 영업을 제대로 못한 분들에게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국회와 함께 지혜를 모아 법적 제도개선에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헤럴드경제, 2021.1.21.). 그러나 1월 말에 바로 도입되고 실행될 것 같던 코로나 손실보상법이 정부의 부정적 입장으로 지지부진하자.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2021년 4월 12일 “손실보상 소급적용 관철을 위한” 국회 본청 천막 농성 시작했다. 5월 17일 현재 34일째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4월 25일에는 민주당 민병덕, 국민의힘 최승재,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 여야 3인이 ‘손실보상 소급적용을 위한 3당 의원 공동요구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회의 ‘손실보상’ 입법과 정부의 반응

현재 해당 상임위인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중기위)에 상정되어 있는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 지원에 관한 법안은 총 29건이다. 18개의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을 포함하여 개정안은 26개, 제정법안이 3개다.

 

정치권에서 손실보상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이전에도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에서 소상공인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법안이나(권명호), 임대료 지원 법안(홍문표) 등이 발의되었으나 모두 ‘지원’ 목적의 법이었다. 손실보상에 관한 첫 입법은 2021년 1월 11일 이동주 의원이 발의한 「코로나19 감염병 피해 소상공인 등 구제에 관한 특별법안」이다. 가축전염병조차 방역을 위한 손실을 보상하는데 코로나19 등 사람에게 전파되는 감염병 방역을 위한 영업제한의 손실을 보상하지 않는 것은 법적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그 후로 지금까지 총 10개의 손실보상 관련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법안 명칭에 “코로나”와 “손실보상”을 명기한 제정법은 민병덕 의원과 심상정 의원이 발의했다. 두 가지 법안 모두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손실보상 규정이 있으나, 응급조치에 따른 손실, 의료기관 및 입원 격리된 사람, 오염인정 지역의 소독 등에 한정되어 있다면서 방역 당국의 집합금지, 집합제한 등의 행정명령에 의해 발생한 손실보상,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국민이 입은 피해 지원은 제도화되어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 실행 방안으로 첫째 집합금지 및 집합제한 대상 소상공인 등은 행정명령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실을 보상받을 권리를 지닌다는 것을 명시하고, 둘째 두 법안 모두 부칙에 소급 적용을 명시하고 있으며, 셋째 국채 발행 등 재원조달 방안을 법에 포함하고 있고, 넷째 피고용인 급여, 차임, 공과금, 통신비, 금융이자 등 고정비용 보상도 포함하며, 다섯째 민병덕 안은 손실매출액의 70% 범위 내, 심상정 안은 전년도 영업이익의 70%에 이르지 못한 경우 등 보상 받을 기준과 범위도 법에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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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의원들이 이견없이 손실보상과 그에 따른 보상의 소급입법을 주장하고 법안 발의도 하고 있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권칠승 중기벤처부 장관을 필두로 한 정부는 첫째, 기존 지급한 코로나 지원금과 중복되며, 둘째, 손실보상을 받은 사람과 받지 않은 사람의 형평성의 문제, 셋째. 재정 여력의 이유를 들어서 코로나 손실보상의 소급 입법을 반대하고 있다. 

 

4.7 보궐 선거 및 원내교섭단체 정당들의 원내대표 선거 같은 정치 일정으로 해당 상임위 법안 소위에서 논의조차 못 하고 있다가 5월 12일 법안 소위가 개최되었다. 소위 위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손실 보상과 소급 입법을 주장했으나, 국회의 법안 중에 예산이 크게 소요되는 것은 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에 중소벤처기업부의 반대로 법안들은 통과하지 못했다. 5월 17일에 산자중기위 전체 회의에서 손실보상법 관련 입법청문회 실시계획서가 채택되어서, 5월 25일 관련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손실보상 필요성과 각론

코로나19 행정조치로 인한 손실보상과 소급적용이 왜 필요한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한다.   

 

1. 손실보상은 헌법 사안 

헌법 제23조 3항에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재산권을 공공의 목적을 위해 침해 또는 제한할 때는 보상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헌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개별법 규정 미비로 인해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정당한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같은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입법 부작위다. 이런 입법 부작위는 국회에 입법 의무를 부여한다. 국회는 조속히 입법 의무를 이행하고 정부는 협조해야 한다. 

 

2. 특별희생에는 보상, 일반 희생에는 지원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을 구별해야 한다. ‘손실보상금’은 정부의 영업제한과 집합제한 명령으로 직접적으로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은 분들에게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헌법상의 채무'다. 즉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피해를 입은 해당 당사자에게 ‘선별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특별 희생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다.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에 따른 국민의 생계 안정과 소비촉진을 등을 위해 지원하는 금액이다. 그것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 지급이든,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선별 지급이든 재난지원금 지급에는 피해를 입었을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즉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침체된 경제를 견디어 가는 국민들의 일반적인 희생에 대한 대가라고 할 수 있다. 

 

재난지원은 국가 재정을 고려할 수 있어도 손실보상은 국가 재정과 상관없이 지급해야 한다. 

 

3. 소급 입법은 손실보상의 당연한 논리적 귀결 

손실보상이 헌법적 근거를 갖는다는 것은 손실을 정부의 최초 행정명령까지 소급해서 적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거리두기 행정명령이 시행된 후 1년 뒤에 손실보상법이 통과되었다고 하더라도 손실은 그 전에 이미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정부의 재정 여력과 상관이 없는 당연한 의무다.

 

독일과 프랑스와 영국은 코로나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매출 손실 등에 대해 우리처럼 한 번씩 단절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매달 손실의 일정 비율을 지원하고 있다. 지급을 시작한 시기도 코로나 초반기인 2020년 3~5월부터이다. 그 정책의 명칭이야 어떻든 실질적으로는 코로나 손실보상 소급입법을 시행하고 있는 셈이다. 

 

4. 지원액과 중복 지원 여부는 조정 가능

소상공인들도 전액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소상공인들은 골든 타임을 놓치지 말라며 손실 전액이 아닌 일부라도 소급해서 지원받기를 원하고 있다. 손실보상 자체는 원칙의 문제이지만 그 액수는 조정 가능하다. 그리고 정부가 주로 얘기하는 기존 재난지원금이나 금융지원과의 중복 지원 같은 경우에도 손실보상 소급의 원칙이 마련된다면 기지원된 부문을 차감할 수 있다. 이건 원칙이 아니라 기술적인 영역이다. 

 

5. 가계부채 폭증 대신 국가부채 증가 

손실보상 소급적용에 따른 재원은 국회 예산정책처 추산으로 33조원이다(이투데이, 2021.4.26). 정부가 10년 만기 국채를 발행하면 그 33조에 1.96%의 이자가 붙는다. 그런데 소상공인들이 개별적으로 그 돈을 마련하려면 은행에서는 3%, 제2금융권에서 15%가 넘는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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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44%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건전한 수준이다. 반면 가계부채는 지난 해 98.6%로 GDP의 100%에 육박하고 있다. 그리고 2008년부터 작년까지 27.6% 증가했고 이 속도는 세계 평균의 7.5배다. 가파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가계부채는 예전부터 가뜩이나 심각했는데, 부동산 담보대출과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신용대출의 급격한 증가가 기름을 부었다. 국가가 빚을 지지 않으면 개인과 가계가 빚을 지게 된다. 세계적인 추세를 고려해서 보면 국가와 소상공인 중에서 어느 쪽이 빚을 져야 하겠는가? 

 

국가를 위한 개인이 아닌 개인을 위한 국가 

K-방역의 빛에서 출발해서 그 빛의 그늘인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현실 그리고 그 현실에 대응한 국회의 손실보상 입법 노력을 살펴봤다. 코로나19 같은 위기 상황에서 국가라는 리바이어던이 공익(公益)의 이유로 가진 힘을 휘두를 때 개개인의 국민은 그것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이것은 경제적인 질문이면서 또한 철학적인 질문이다. 

 

예전 독재 정권 시절에는 국가가 공공사업을 위해 개인 소유의 토지나 건물을 수용하더라도 보상을 하지 않거나 터무니없이 적게 했었다. 1960년대 박정희 정부가 구로공단을 조성하며 땅 주인들에게 토지를 강제로 빼앗은 ‘구로농지 사건’에 대해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국가의 공권력 남용으로 벌어진 일”이라는 결정을 내렸고, 대법원은 농민 및 유족 측이 낸 6건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이자까지 포함해서 2,96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군사정부 시절에는 공공이익을 위한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가 성장하고 사회가 발전하고 민주화가 진척되면서 ‘정당한 보상’은 필수가 되었다. 코로나 행정명령으로 인한 재산권 제한도 당연히 보상해야 한다. 공공의 공익을 위해 제한을 했으면 그건 전체 공동체의 책임이다. 그럴 때 지급되는 보상은 국가의 시혜가 아니라 채무다. 공리주의적 관점이 아닌 칸트와 롤즈 등의 의무론적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사안이다.

 

코로나19의 경우 대한민국으로서는 전대미문의 첫 번째 사례이기는 하다. 그러나 전염병은 코로나가 끝이 아닐 것이고 앞으로도 집합제한과 영업제한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손실보상 입법은 그런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선례로도 꼭 필요한 입법이다. 유사한 사안으로 국민의 재산권 제한이 반복되는 경우,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이 자동 지급될 수 있도록 재난 지원을 시스템화해야 한다. 아직 지속되고 있고 반복이 예상되는 재난 상황에 따르는 손실보상은 정치가 작동하는 영역이 아니라 아닌 예측 가능한 ‘제도’의 영역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 올해 3월 한 달 자영업자가 작년 대비 8만 1천 명 감소했고, 하루 2,700명이 직업을 떠나고 있으며, 남은 사람들의 절반도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절박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

 

“우리는 정부가 시키는 대로 방역 협조했습니다. 이제는 정부가 시키는 대로 그냥 죽어야 합니까?” 

“700만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눈물”이라고 적혀 있는 국회 앞 텐트에 붙어 있는 글귀다. 이럴 때 생각나는 장면이 있고, 다시 되뇌어보는 단어가 있다. 우리가 7년 전 봄 서남해 바다에서 붙잡지 못했고, 지금도 그 때처럼 다시 회자되는 4글자 단어다. 골.든.타.임.

 

<사진 3-1> 조정훈 시대전환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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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상공인과 자영업이 법적으로는 구별되는 용어이나, 이 글에는 소상공인, 자영업, 소상공인·자영업을 구별하지 않고 섞어서 쓴다.

 

2) 이하 특별한 언급이 없으면 당시 직책

 

수, 2021/06/02-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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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 대상의 공공임대주택 공약이 없는 이상한 21대 총선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철거민들의 피와 눈물로 제도화된 공공임대주택

1960년대 개발독재 시대에 정부는 서울 도심의 무허가 판자촌을 강제철거한 후 삶의 자리를 잃은 철거민들을 트럭에 실어 봉천동, 신림동, 사당동, 상계동, 중계본동 등 서울 외곽지대로 이주시켜 ‘집단 정착지’를 만들었다. 당시 정부는 상하수도나 대중교통을 비롯한 기반시설 뿐 아니라 임시로 머물 곳조차 없는 허허벌판에 가난한 사람들을 내몰았다. 주거환경이 열악한 탓에 도심으로 돌아간 철거민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손수 집을 짓고, 길을 닦고, 시장을 만들면서 이곳에서의 삶을 지속하였다. 

1980년대 전후로 서울 곳곳에서 저층 주거지를 전면 철거한 후 아파트를 건설하는 재개발이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사업 추진이 가능한 ‘집단 정착지’가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개발되었다. 경사가 급한 산동네였던 서울 마포구 도화1공구가 1988년 철거 후 ‘가난한 사람은 가난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현수막만 덩그러니 놓인 채 평평한 벌판으로 변한 사례는 장소성을 파괴하는 전면 철거 개발의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그림 1).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1978년 책으로 출간되었는데, 소설 속 대책없는 잔인한 철거는 허구가 아닌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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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은 이주 대책 없는 철거에 맞섰던 철거민들의 투쟁과 희생의 결과이다. 1980년대 철거민 운동 과정에서 건물잔해에 깔리거나, 비관자살, 용역깡패의 폭행·방화로 20여 명이 죽고, 수백 명이 크게 다쳤다. 1980년대말 철거민 투쟁의 요구 사항은 임대주택으로 모아졌다(그림 2). 1989년 서울시는 세입자용 임대주택 공급을 의무화했고, 같은 해 3월 노태우 정부가 도봉구 번동에 영구임대주택을 착공해 공공임대주택을 제도화했다. 당시 대한주택공사(현재 LH공사)가 영구임대주택을 2년여만에 완공해 1992년 5월 15일에 입주가 시작되는 것을 보면서, 눈물을 쏟았노라고 상계동 철거민 김진홍은 증언했다. 3)

 

<표 3-1>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재고 변화(2007~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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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공공임대주택 100만 호 시대

역대 정부마다 연평균 10만호 이상씩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공약했지만 사업시행이 아닌 준공 기준으로 보면,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는 1년에 3~6만호 정도씩 증가하였다. 전체 주택수 대비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 비율은 2007년 2.7%, 2010년 3.9%이며, 매년 0.1~0.2%p 정도씩 증가해 2018년에는 5.0%가 되었다(표 1). 2017년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는 1,002,851호로 100만호 시대가 시작되었고, 2019년에는 110만호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노태우 정부에서 공급하기 시작한 영구임대주택은 출자 비율이 85%로 높아 임대료가 가장 저렴하다. 1990년대 초 공급이 중단된 이후 2010년부터 공급이 재개되었으나 재고량 증가가 거의 없다 최근 소폭 증가해 2019년 재고량은 209,740호로 추정된다. 

김대중 정부에서 공급하기 시작한 국민임대주택은 2010년까지는 크게 증가했으나 노무현 정부에서 착공한 물량이 준공된 2010년 이후에는 공급량이 2~3만호 수준으로 감소하였고, 2017년부터는 1만호 미만으로 더욱 감소하였다. 국민임대주택의 급격한 공급 감소는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행복주택의 공급 확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급할 계획인 건설형 공공임대주택 28만호 중 행복주택이 19.5만호(청년 7만호, 신혼 12.5만호)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행복주택은 취약계층에게는 공급량의 20%만 배분되고 나머지는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공급되는데, 취약계층에게 배분되는 비율이 적은 문제와 함께 임대료가 시세의 최대 80%로 책정되기 때문에 취약계층이 부담가능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 또한 문제이다. ‘행복주택’으로 인해 취약계층을 우선으로 하는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원칙은 크게 훼손되었다. 

노무현 정부는 대규모 택지조성을 통한 건설임대주택 공급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최저소득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저렴한 임대주택을 도심에서 공급할 목적으로 매입임대주택과 전세임대주택을 도입하였다. 2007년 재고는 매입임대주택과 전세임대주택이 비슷하지만 2019년 기준으로는 거의 2배 차이가 날 정도로 전세임대주택 공급이 많다. 임차인의 계속 거주를 보장할 수 없는 사실상 민간임대주택인 전세임대주택보다 매입임대주택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국토부 보도자료에 의하면, 2019년 매입임대주택은 역대 최고 수준인 3.1만호가 공급되었는데. 매우 의미있는 성과라 판단된다. 

시장 임대료에 비해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은 집값 폭등과 소득에 비해 높은 전월세가로 고통 받고 있는 서민들의 주거 문제를 풀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단칸방에 온가족이 거주하던 아동 가구, 지옥고로 고통받던 청년 가구, 노후주택에 거주하던 노인 가구, 불타버린 비닐하우스에 거주하던 가구, 수해로 이재민이 되었던 지하 거주 가구 등 다양한 사연의 취약계층이 공공임대주택에 살고 있다. 하지만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의하면, 여전히 전국적으로 227만 가구가 주거빈곤 상태에 놓여있다. 정부는 ‘시장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배분한다’는 원칙에 맞게 영구임대주택, 국민임대주택, 매입임대주택의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 유형 통합의 방향과 과제

문재인 정부에서는 저소득 가구의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부담 경감을 위한 일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2018년 10월 24일 국토교통부의 「취약계 층ㆍ고령자 주거지원 대책」에서 생계급여와 주거 급여를 동시에 받는 수급자를 대상으로 ‘보증금 없는 매입임대주택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최저소 득계층의 공공임대주택 진입 장벽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 정 책에서 최초로 보증금이 없는 프로그램이 도입된 것으로, UN주거권 특별보고관도 ‘한국 방문보고 서’에서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하였다. 주거급 여 수급자만 대상으로 하는 한계가 있지만, 공공 임대주택의 임대료가 주거급여 수급액을 넘지 않 도록 임대료 기준을 개편할 예정인 점도 최저소득 계층의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할 것이라 판단된다. 

근로능력이 있거나 소득인정액이 기준선을 초과해 수급자가 되지 못하지만 열악한 환경에 사는 빈 곤층도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접근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추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현재 공공임대 주택 유형 통합이 논의되고 있는데, 방향성 없는 무조건 통합이 아니라 저소득 가구의 임대료 부담 을 경감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공공임 대주택의 유형과 상관없이 저소득층이 부담가능 한 임대료를 낼 수 있도록, 임대료 체계를 소득에 따른 차등부과로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공공임대주택의 운영ㆍ관리 과 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에서는 정부의 재정지원이 물량확보 단계에만 이루어질 뿐 운영ㆍ관리 단계에서는 거의 없다. 이 에 따라 운영ㆍ관리 단계에서 LH공사, SH공사 등과 같은 사업시행기관의 임대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재정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공공임대주택 유형 통합에 따른 임대료 체계 개편은 사업시행기관의 손실 보전을 위해 저소득 층에 대한 임대주문재인 정부에서는 저소득 가구의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부담 경감을 위한 일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2018년 10월 24일 국토교통부의 「취약계층·고령자 주거지원 대책」에서 생계급여와 주거급여를 동시에 받는 수급자를 대상으로 ‘보증금 없는 매입임대주택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최저소득계층의 공공임대주택 진입 장벽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 정책에서 최초로 보증금이 없는 프로그램이 도입된 것으로, UN주거권 특별보고관도 ‘한국 방문보고서’에서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하였다. 주거급여 수급자만 대상으로 하는 한계가 있지만,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가 주거급여 수급액을 넘지 않도록 임대료 기준을 개편할 예정인 점도 최저소득계층의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할 것이라 판단된다. 

근로능력이 있거나 소득인정액이 기준선을 초과해 수급자가 되지 못하지만 열악한 환경에 사는 빈곤층도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접근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추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현재 공공임대주택 유형 통합이 논의되고 있는데, 방향성 없는 무조건 통합이 아니라 저소득 가구의 임대료 부담을 경감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의 유형과 상관없이 저소득층이 부담가능한 임대료를 낼 수 있도록, 임대료 체계를 소득에 따른 차등부과로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공공임대주택의 운영·관리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에서는 정부의 재정지원이 물량확보 단계에만 이루어질 뿐 운영·관리 단계에서는 거의 없다. 이에 따라 운영·관리 단계에서 LH공사, SH공사 등과 같은 사업시행기관의 임대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재정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공공임대주택 유형 통합에 따른 임대료 체계 개편은 사업시행기관의 손실 보전을 위해 저소득층에 대한 임대주택 공급을 줄이거나 임대료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 집만 제공하면 끝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부담가능한 공공임대주택과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이 연계 될 수 있도록 장기공공임대주택의 운영·관리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에 대한 정부의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취약계층 대상의 공공임대주택 공약이 없는 21대 총선

우리 사회의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사회적 합의 수준은 매우 높다. 2019년 경향신문의 창사 기획특집에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 10명 가운데 8명은 공공임대에 입주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총선의 단골 공약이었고, 20대 총선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공공임대주택을 중심으로 한 주거복지 확대를 약속했다. 하지만 21대 총선에서는 청년과 신혼부부 대상의 임대주택을 제외한 취약계층 대상의 공공임대주택 공약은 여야를 막론하고 자취를 감추었다. 청년과 신혼부부만을 대상으로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정책은 아동가구,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등 사각지대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만든다. 

심지어 21대 총선에서 자유한국당(현재의 미래통합당)은 노태우 정부 때 제도화된 공공임대주택을 이념의 틀로 재단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 ‘사회주의 식 공공임대주택에나 살라고 등 떠밀고 있음’이라고 비판하면서, 임대주택을 폄훼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20대 총선에서 청년‧대학생·신혼부부‧노인 등 다양한 계층에 대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는 점은 완전히 망각한 듯 하다. 

공공임대주택을 누구에게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 없이 대통령 선거 캠프의 짧은 고민의 결과 박근혜 정부 때 청년·신혼부부 대상의 행복주택이 만들어졌다. 문재인 정부 주거복지로드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청년·신혼부부 중심의 정책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청년과 신혼부부뿐 아니라 보편적인 사회적 안전망으로써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거나 주거비 부담이 심각한 취약계층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우선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지옥고에 거주하는 가난한 청년들의 문제 또한 풀 수 있다. 철거민들의 피와 눈물로 제도화된 ‘철거민들의 영원한 우리 집’인 공공임대주택의 배분에 있어 ‘가난한 사람들의 몫’을 빼앗지 않는 것은 가장 중요한 원칙이 되어야 한다. 

총선 공약은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설계서이다. 정부 여당과 제1야당의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총선 공약이 보완되리라는 기대를 완전히 접을 수 없는 이유이다. 아직 4월 15일 치러지는 총선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50일 이상이 남았다. 집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취약계층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약이 발표되기를 오늘도 기대한다.

 

 

 

 

1) 서울시에서는 1989년 이후 「서울특별시 주택개량재개발사업 업무 지침」에 근거하여 주택재개발사업 시 세입자용 임대주택 건립을 의 무화하여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고 있다(장영희ㆍ박은철, 2006, 재개발임대주택 정책 개선방안, 서울연구원). 

2) 1989년 3월 서울시는 같은 해 5월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는 지역 은 세입자들을 위한 영구임대주택을 사업지역 내에 건립하도록 방침 을 바꾸었다(김수현, 1998, 서울지역 주거권운동의 전개과정: 철거 민이 본 철거, 한국도시연구소). 

3) 한국도시연구소가 주관한 제6회 주거복지 컨퍼런스 기조 강연 ‘공공 임대주택 30년과 주거복지’의 토론자로 참석한 김진홍은 상계동 철 거민이자 주거연합의 전 이사장이다. 

4) 「장기공공임대주택 입주자 삶의 질 향상 지원법」상 장기공공임대주 택은 최소 30년 이상 임대해야 하나 본 표에서는 20년 이상 임대하 는 주택을 장기공공임대주택으로 집계하였다. 

5) 전세임대주택 입주자는 공공과의 재계약을 통해 20년간 지원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그러나 민간주택을 활용하는 모델이기 때문 에 임대인이 재계약을 원하지 않거나 큰 폭의 임대료 인상을 요구 할 경우 입주자의 주거 안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존재한다. 한정적 인 지원금으로 구할 수 있는 주택의 품질이 낮은 문제와 함께 주거 비 보조 제도의 본질적인 한계인 주변 시세를 상승시키는 문제도 존 재한다. 

6) 국토교통부, 2020년 1월 31일자 보도자료, ‘19년 공공임대주택 13.9만 호 공급, 계획보다 3천여 호 초과달성’.

 

7) “중산층 82% ‘공공임대 생각 있다’ 왜 이렇게 답했을까”, 경향신문 2019년 10월 10일자.

 

월, 2020/03/09-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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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기초보장,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없이 빈곤사각지대 문제해결도 없다

 

김승연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

 

최근 관악구 탈북모자 사망, 강서구 모자 사망,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수급신청도 못한 채 극단적 선택을 한 인천의 일가족 사망 사건 등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망 사건 이후 각종 대책들이 무색하게 생계비관형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사건에 대해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의 문제로 진단하고 있는데, ‘발굴하지 못함’의 문제보다 제도적 배제로 빈곤 사각지대를 방치하는 상황이 더 심각한 문제이다.

 

정부는 2017년 「제1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2018~2022」에서 비수급빈곤층 규모가 63만 가구, 93만 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발굴하지 못한 사각지대가 아니라 부양의무자 기준과 같은 제도적 배제로 외면되고 있다. 서울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해결하지 못하는 빈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2013년부터 지자체 최초로 서울형 기초보장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더 이상의 생계비관형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사각지대 ‘발굴’이 아닌 실질적인 ‘지원’을 하는 서울형 기초보장제도의 과감한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에서 ‘빈곤의 자격’

서울형 기초보장제도는 생활은 어려우나 소득·재산 기준 등이 법정 기준에 맞지 않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맞춤형 급여 수급에서 탈락한 취약계층에게 생계급여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서울형 기초보장제도는 서울시민의 경제적 수준을 반영하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보다 수급자 및 부양의무자의 소득·재산 기준을 완화하여 적용하고 있다.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선정기준은 크게 보장가구의 인적, 소득 및 재산 기준과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서울시 거주자이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의료·주거 수급가구가 아니어야 한다.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수급을 희망하더라도 맞춤형 급여를 우선 적용한다. 둘째,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산한 소득인정액을 사용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달리 서울형 기초보장제도는 소득평가액과 재산기준액을 별도로 적용한다. 소득평가액 기준은 기준 중위소득의 43% 이하이고, 재산 기준은 가구당 1억 3천5백만 원 이하이다. 셋째, 부양의무자의 소득·재산기준이 가구 규모별 소득기준 이하이면서, 재산 기준은 가구 규모와 상관없이 5억 원 이하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2인의 수급자 가구에 1인의 부양의무자 가구인 경우, 부양의무자 가구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능력 없음’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부양능력 판정소득액이 1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인 167만 원 미만이면서, 재산의 소득환산액이 약 2억 5천만 원 이하여야 하는데, 서울형 기초보장제도는 부양의무자 가구 소득이 452만 원 이하이면서 재산이 5억 원 이하인 경우 부양능력이 없는 것으로 인정된다(2018년 기준).

 

<표 4-1>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비교(2018년 기준)https://lh3.googleusercontent.com/u54HPPzqvZ3XfvcXB9oIcycypKCRIyO8s9kMZJ... />

 

서울형 기초보장 시행 6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빈곤 사각지대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도입 당시, 서울의 비수급빈곤층 규모가 약 29만 명으로 추계되어, 2018년까지 19만 명을 지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 수급자 수는 매년 5~7천 명 정도로 수차례 제도개선에도 불구하고, 수급자가 늘지 않고 있다.

 

최근 서울연구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비수급 빈곤층은 19만 가구(24만 명)로 전체 가구의 4.92%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기준중위소득 44%이하)를 제외한, 실제 서울형 기초보장제도의 대상이 되는 비수급빈곤층의 규모는 약 12만 가구로 추정된다(김승연, 2019). 그런데 서울형 기초보장제도의 수급률은 37.0%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률 72.8%(손병돈, 2016)에 비해서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그림 4-1> 서울의 비수급빈곤층 도해https://lh6.googleusercontent.com/0gY7Y_1fmA3sWLRmez81eXIs7ARGaG01o_lOkV... />

 

소득과 재산보다 부양의무자 기준이 문제다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시행 이후 6년간 총 10차례 제도를 개편해 왔다. 그동안의 개편은 주로 수급가구와 부양의무자 가구의 소득과 재산 기준을 조정하거나 정부 정책 개편을 반영한 것이었다. 하지만 소득과 재산 기준을 완화시킨 것이 오히려 수치적으로 비수급 빈곤층의 규모를 확대시킨 결과를 초래했다.

 

서울의 비수급 빈곤층을 해소하기 위해서 소득과 재산 기준의 완화보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개선하는 것이 더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0월 주거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이후, 서울시 주거급여 수급가구 수가 10개월 만에 약 3만 4천 가구가 증가하였다. 이는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급여를 받지 못하는 빈곤층이 그만큼 많았다는 점을 반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게다가 서울의 비수급 빈곤가구 중 84.9%가 부양의무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소득과 재산 기준으로 보면 실제 빈곤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서울형 기초보장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가구가 상당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개선이 불가피

이제 서울형 기초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 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 이유는 첫째, 정부 계획에 따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이 단계적으로 폐지되면, 서울형 기초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적용이 불가능하다. 서울형 기초보장제도는 서울시 고유사업으로 자체적으로 소득·재산 등의 개인정보를 조사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신청 자료를 통해 서울형 수급권을 조사한다. 따라서 맞춤형 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면, 서울형 수급신청자의 부양의무자 정보를 조사할 수 없게 된다. 둘째, 서울형 기초보장제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 탈락자를 대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가 확대될수록 서울형 수급권자가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 2015년 맞춤형 급여체계로 전환되면서 서울의 맞춤형 급여 수급자가 급격히 증가한 반면에 서울형 수급자는 4천 명 이하로 감소한 바가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 단계적 폐지에 따른 서울형 기초보장제도의 수급권 확대방안이 요구된다.

 

<그림 4-2> 서울시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연도별 수급자 현황https://lh5.googleusercontent.com/nNNlUqxksm0NG7E9jw0Kc0bhdLKwvFaSPa-R4m... />

 

<그림 4-3>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수급가구 현황https://lh5.googleusercontent.com/dGwxhJM_xHKwYAjz7-wWVIq8mfLWITpufaepRr... />

 

마지막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로 서울형 수급자가 맞춤형 급여 수급자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급여가 감소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일례로, 2018년 10월 주거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따라 서울형 수급자의 상당수가 주거급여 수급자로 전환되면서 이들의 수급액에 감소한 바 있다. 이는 1인 가구의 서울형 생계급여는 최저 8.3만 원에서 최고 25만 원(2018년 기준)인 데 비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주거급여는 최저 0원에서 최고 21.3만 원으로 서울형 생계급여보다 낮기 때문이다.

 

부양의무자 폐지,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

정부는 '재정적 뒷받침'과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형 기초보장제도의 부양의무제 폐지를 통한 빈곤 사각지대 해소’가 민선 7기 서울시장의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아직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형 기초보장제도의 개선에 따른 빈곤사각지대 개선 효과를 분석한 연구에서(김승연, 2019), 소득이나 재산 기준보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경우, 개선 효과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노인·중증장애인 가구에 한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경우 약 2만 2천 가구가 신규 수급자가 되어 빈곤 사각지대 개선 효과 비율이 약 44.8%로 예상된다. 만일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할 경우, 서울형 기초보장제도의 소득·재산 기준을 충족하는 비수급 빈곤층 전체 4만 9천 가구가 수급자로 전환되어 빈곤 사각지대 해소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면, 연간 추가예산이 660억 원(노인·중증장애인 가구)에서 1,594억 원(부양의무자 기준 전명 폐지)으로 예상된다.

 

 

지방자체단체인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기초보장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예산 부담도 크고, 운영에 따른 행정력이 상당하다. 부양의무자 폐지에 따른 추가적인 재원도 감당하기에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비용이 가난한 사람들의 반복되는 죽음을 방치하는 것과 비교될 수 없다. 서울시가 그동안 보편적 복지사업들을 선도해 온 행적과 필요한 사업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추진했던 실행력으로 서울에서 먼저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전 폐지가 실행되길 기대해 본다.

화, 2020/01/07-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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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생명안전법, 협상카드가 아닙니다

 

백운희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 노란색 버스가 멈춰 섰다. 유치원 통학 차량이다. 줄을 서서 기다리던 아이들이 담당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하나, 둘 차에 오르고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 분 남짓, 이를 기다리지 못하는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놀라 서둘러 앉기 무섭게 허겁지겁 통학 차량이 출발한다. 아침이면 목격하는 장면이다. 도로교통법 제 51조 ‘어린이 통학버스 특별보호법’이 존재하는데도 버젓이 되풀이된다.

 

어린이 통학버스 특별보호법에는 “어린이 통학버스가 도로에 정차하여 어린이나 영유아가 타고 내리는 중임을 표시하는 점멸등 등의 장치를 작동 중일 때에는 어린이 통학버스가 정차한 차로와 그 차로의 바로 옆 차로로 통행하는 차의 운전자는 어린이 통학버스에 이르기 전에 일시 정지하여 안전을 확인한 후 서행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또한 “모든 차의 운전자는 어린이나 영유아를 태우고 있다는 표시를 한 상태로 통행하는 어린이통합버스를 앞지르지 못한다”고도 했다. 위반할 경우 승합차는 10만 원, 승용차는 9만 원의 범칙금을 각각 내야하고, 벌점 30점이 부과된다.

 

그런데도 해당 법을 인식하고, 준수하는 이들은 드물다. 법 조항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거나 내용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응당 보호하고 배려해야할 아이들을 고려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와 법을 위반해도 처벌이 가벼운 점 등 아이들이 길을 나서는 순간부터 양육자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은 다양하다. 불안감은 법과 제도가 미비해서 세상을 떠나야 했던 아이들을 목도하며 더 큰 미안함과 부채감으로 돌아왔다. 하준, 해인, 태호, 유찬, 한음, 민식이는 이름으로 남은 아이들이다. 교통안전 사각지대에서 모두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십 년도 채 살지 못한 아이들을 떠나보내야 했던 부모들은 고통스런 상황에서도 한 걸음 발을 내딛었다. 내 아이가 겪어야 했던 고통과 가족에게 닥친 불행에 주저앉지 않고 다른 아이들을 위해 나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이름은 법안에 내주었다. ‘해인이법’, ‘하준이법’, ‘한음이법’, ‘태호·유찬이법’, ‘민식이법’은 그렇게 생명에 빚을 지고 나왔다.

 

#하준이법

지난 2017년 10월 네 살 하준이는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놀이공원 서울랜드에 갔다가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이 굴러 내려오면서 치여 숨졌다. 경사가 진 주차장에 안전장치는 없었다. 이후 경사진 곳에 주차할 때 운전자 의무를 강제하는 ‘하준이법’이 발의됐고, 올해는 모든 주차장 관리자에게 경사도 관리 책임과 미끄럼 주의 안내 표지판 설치, 고임목 비치를 의무화하는 ‘제2의 하준이법’이 발의됐다.

 

#해인이법

다섯 살이던 해인이는 지난 2016년 4월 경기도 용인시 어린이집 앞에서 하원을 하려다가 비탈길에 미끄러진 차량에 치였다. 그러나 어린이집의 응급조처가 늦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그해 8월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해인이법’은 어린이 이용시설 관리 주체 또는 종사자는 해당 시설을 이용하는 어린이에게 위급 상태가 발생한 경우 즉시 응급의료기관 등에 신고하고 조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음이법

광주의 특수학교를 다니던 여덟 살 한음이는 지난 2016년 7월 통학차량 안에서 세상을 떠났다. 한음이는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해 통학차량 안에서 늘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했지만 동행 교사의 방치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같은 해 8월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대표발의로 어린이 통학버스 안에 영상정보처리기기(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태호·유찬이법

태호와 유찬이는 2019년 5월, 인천 송도 축구클럽 차량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여덟 살이었다. 태호, 유찬이는 축구를 좋아하는 다른 아이들처럼 사설 축구클럽을 다녔다. 그러나 운전자가 과속과 신호위반으로 교통사고를 내면서 목숨을 잃었다. 아이들이 탔던 축구클럽 통학차량은 노란색 승합차량이었음에도 법의 적용을 받는 어린이통학차량은 아니었다. 축구클럽은 법적으로 학원도, 체육시설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탑승하는 차량은 모두 어린이통학차량인 줄 알았던 양육자들의 믿음과 상식이 깨졌다. 또 다른 문제도 드러났다. 어린이집·유치원·학원 통학차량 모두 2점식 안전벨트가 안전장치의 전부라는 문제가 있다. 영유아가 자가용을 탈 때는 카시트를 사용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통학차량을 탈 때는 2점식 벨트만 매도 합법이다. 어린이통학차량에는 3점식 벨트와 동시에 부스터 부착을 의무화하고 사고가 발생할 경우 차량 내부가 보이도록 차 유리의 선팅을 규제해야 한다. 이정미 정의당 국회의원, 이용호 국회의원,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이런 내용으로 각각 대표 발의한 ‘태호·유찬이법’은 행안위 등에 회부됐지만 국회 본회의에는 상정되지 못했다.

 

#민식이법

민식이는 지난 9월 충남 아산 스쿨존 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유치원, 초등학교 주변에 설치한 어린이보호구역을 스쿨존이라고 말한다. 학교 정문에서 300미터 이내의 통학로가 해당된다. 민식이가 사고를 당한 지점엔 신호등이나 과속 단속 카메라가 없었다. 최근 5년간 스쿨존 안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4099건에 이른다. 이로 인해 13세 미만 어린이 34명이 사망하고, 2546명이 다쳤다. 어린이보호구역이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되고 안전장치가 미비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10월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명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스쿨존 내 신호등,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사망 사고 발생 시 3년 이상 징역형으로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민식이법’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발의됐지만 정치권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길게는 3년부터 짧게는 수개월간 법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거나 상임위에 머물러 있었다. 이익단체 등 이권과 관련 있는 법안은 더욱 관심받지 못했다. 부모들은 국회의원이 발의를 하면 법안이 마련되는 줄 알았다고 했다. 대부분의 시민들 역시 입법 절차를 꿰기는 어렵다. 법안이 발의되면 각 상임위원회를 거쳐 법제사법위 법안소위의 심사를 받고, 법제사법위 전체회의로 넘어간다. 여기까지 통과해야 본회의 의결 단계에 이른다. 절차 하나하나 문턱은 높기만 하다.

 

상임위원회 심사만 해도 정당 간 협의가 있어야만 열리고, 심사를 기다리는 다른 법안 수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어린이생명안전법이 발의된 행정안전위와 국토교통위의 경우 각각 2,973건과 2,173건의 안건이 접수됐다. 이중 2,537건과 1,314건을 처리하지 못했다. 지난 4년간 각 상임위를 통과한 6700여 건의 법안 중 법제사법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2,752건에 불과했다. 더욱이 20대 국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 어린이생명안전법안들이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않는다면 임기만료로 법안들은 폐기되고 만다.

 

두고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해인이, 하준이, 태호, 민식이 엄마·아빠들은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과 함께 지난달 2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전체 의원실을 개별 방문해 어린이생명안전법안들의 정기국회 통과에 대한 동의서를 전달하고 서명을 촉구했다. 그리고 몇 주 동안에 걸쳐 개별 국회의원 사무실마다 전화를 하고 답변을 요구했다. 결과는실망스러웠다. 전체 국회의원 296명 가운데 법안 처리에 적극성을 보인 의원은 99명에 그쳤다. 세 명 중 한 명 수준이었다.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대 놓고 “동의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4년 동안 시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았을 뿐인 국회의원이 본분을 망각한 탓에 부모들은 매일같이 국회로 향해야 했다. 상임위, 법안소위가 열릴 때마다 그 앞에 서서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을 기다리고 마주하며 법안 통과를 호소했다. 심지어 무릎을 꿇기도 했다.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을 올리는 한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법안을 알리고자 갖은 노력을 해왔던 엄마, 아빠들이었다.

 

지난 11월 19일에 열린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대통령에게 직접 어린이 생명 안전법 제정을 호소했다. 다행히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과 법안 마련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은 물살을 탔다. 21일 민식이 법의 상임위 법안 심사 통과를 시작으로, 29일에는 민식이법과 하준이법 모두 법사위 심사를 통과했다. 본회의만을 앞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 직전에 자유한국당은 상정 예정이던 전체 법안 199건에 대해 무제한토론, 즉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국회법 제 106조의 제 2항에 따라 무제한토론 요구서는 요구 대상 안건별로 제출한다. 본회의 개의 중 안건이 추가된 경우에는 해당 안건의 토론 종결 전까지 요구서를 제출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이 선거법과 공수처법 본회의 상정을 막고 싶다면 국회의장이 이를 직권 상정하는 즉시 필리버스터를 신청해도 됐다. 또한 유치원3법과 선거법, 공수처법을 제외한 196개 안건은 여야가 이미 상임위에서 협의한 법안들이었다. 안건별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해도 되는 것임에도 자당 의원들이 대표발의한 법안까지 모두 필리버스터 신청 대상으로 만든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한 발 더 나아가 자유한국당은 아이들 안전에 관한 법을 거래 대상으로 만들었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법안에 앞서서 민식이법 등에 대해 먼저 상정해서 이 부분에 대해서 통과시켜줄 것을 제안한다”라고 말했다. 부모들은 현장에서 이를 직접 지켜봐야 했다. 불과 며칠 전 “나도 엄마”라며 자신을 믿으라고 했던 공당의 대표는 정쟁과는 아무 상관 없는 아이들을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여러모로 20대 국회는 최악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선거법, 공수처법 등 상반기 패스트트랙 법안들을 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대립하며 국회는 80일가량 멈췄다. 논의돼야 할 수많은 법안들도 묻혀버렸다. 민생법안이라는 이름으로 꼭 필요한 법안들이 임기만료로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여론의 압박에 힘입어 12월 10일 본회의 마지막 날에야 하준이 법과 민식이 법이 통과됐다

하준이 엄마 고유미씨는 법안 통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저는 하나도 기쁘지 않습니다. 그간에 너무 지쳐 이젠 그럴 감정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하준이 법이 통과된 것은 하준이와 다른 부모들(민식이네, 태호네, 해인이네) 그리고 정치하는 엄마들 덕입니다. 국회에 고맙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안전을 말한 죄로 우리는 정쟁과 모멸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우리에게도 이러한데, 국회가 국민을 어떻게 보는지 아시겠지요. 민생법안 처리했다고 얘기하지 마십시오. 어린이 생명안전법안 통과했다고 얘기하지 마십시오. 한음이, 해인이, 태호, 유찬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민식이 엄마 박초희씨는 “우리 아이들의 이름이 밑거름이 되어 이 사회에서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더 이상 아이들 희생으로 빚진 법안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하늘의 별이 된 민식, 태호, 유찬, 하준, 한음아 사랑하고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우리 아이들을 기억해주세요”라고 말했다.

 

1989년 UN총회에서 채택돼 2018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 196개국이 비준한 UN아동권리협약은 아동기에 특별한 보호와 돌봄을 받을 필요가 있음을 근간으로 한다. 아동권리협약 제3조(아동 최상의 이익)는 “공공 ․ 민간 사회복지기관, 법원, 행정당국, 입법기관 등은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 아동최상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또한 제6조(생명․ 생존․ 발달)는 “당사국은 모든 아동이 생명에 관한 고유의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다”, “당사국은 아동의 생존과 발달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어린이 생명 안전법안을 냉대하고, 정쟁의 대상으로만 삼으려고 했던 정치권의 모습은 명백히 아동권리협약에 어긋나는 행태다. 또한 ‘성인 남성을 제외하고 생애가 있는 생명을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겨워 하는 사회’라는 자조를 더하게 했다. 아이들을 위한 정치는 없었다. 사회는 ‘노키즈 존’, ‘입시 위주 교육’ 등을 통해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환대하기보다 배척하고 속박할 뿐이다.

 

어린이 배우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자 노력한 것으로 알려진 영화 ‘우리집’의 촬영 수칙을 새삼 눈여겨보게 된다. 마지막 항목 내용에 특히 가슴이 따끔하다. “어린이들은 항상 성인 여러분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매 순간 여러분의 모든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주 작은 말과 행동 하나까지도 어린이들에게 아주 훌륭하거나 아주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멋진 거울이 되어 주세요. 존중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좋은 어른이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세요.”

 

미성숙하고 약해서 보호해야 하는 존재로 치부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조차 만들기를 기피하고 책임은 ‘나 몰라라’ 하는 어른들을 바라보며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와 같은 환경과 구조 속에 자라난 아이들이 만들어갈 세상의 모습을 그려보는 일 역시 아찔하고 아득하다.

 

정치의 존재 이유 중 하나는 구성원들이 최대한 자신들의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보장함에 있다고 믿는다. 정기국회 기간 하준이와 태호 엄마는 초기 임신부였다. 어느 때보다 안정을 취해야 할 상황임에도 제 역할을 하지 않는 정치권을 대신해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호소했다.

 

 

배려해야 할 약자들이 불안과 위협 속에 방치된다면 그 사회는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번 국회가 아이들을, ‘표’가 없는 존재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부끄러움과 미안함 속에서 우리 모두 결코 잊지도 용서하지도 말아야 한다. 아직 ‘태호 유찬이법’, ‘해인이법’, ‘한음이 법’이 남아있다.

화, 2020/01/07-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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