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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1] ‘현대판 고려장’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문제와 노인장기요양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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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1] ‘현대판 고려장’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문제와 노인장기요양서비스

admin | 화, 2019/10/15- 01:45

‘현대판 고려장’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문제와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

 

2019년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예산 중 예산규모가 가장 크고, 장애인과 가족의 만족도가 비교적 높은 제도가 바로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이다. 이 제도는「장애인활동지원에관한법률」 제1조(목적)을 통해 “신체적·정신적 장애 등의 사유로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여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사회서비스이지만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만 65세 연령제한에 따른 대상제한’ 문제다. 활동지원서비스를 수급 받던 장애인이 만 65세가 되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수급심사를 받아야 하고, 요양등급을 판정받게 되면 ‘노인장기요양서비스’로 강제 전환되는 것이다.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불리는 이 문제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 문제는 활동보조서비스 제도화 및 변화 과정(’07~’11: 장애인활동보조지원사업 / ’11~현재: 장애인활동지원제도)과 함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와 장애인활동지원제도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2007년 4월 국회를 통과했는데, 이때 국회 상임위에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부대 의견으로 아래의 내용을 결의하였다.


이 법은 국민의 보험료부담 증가,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 제공 시설 부족 등과 아울러 서비스 본질이 노인은 일상생활 보조 위주의 서비스인데 비하여 장애인은 사회참여․재활치료를 통한 자립지원에 중점을 둔 서비스라는 점을 고려하여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당시에는 부득이 65세 미만의 비 노인성질환을 가진 장애인은 장기요양보험급여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나, 중증장애인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현실적 여건과 각종 장애인 시책이 장애인의 요구수준에 미흡하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장기요양보험급여에 상응하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필요성이 있음.



 

부대 의견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장애인과 노인은 서비스의 목적과 내용이 다르지만, 장애인도 ‘장기요양(Long-term Care)’적 특성에 해당되는 서비스 필요도가 있을 수 있고, 전반적인 장애인복지서비스가 부족한 가운데 ‘장기요양보험급여’에 상응하는 복지서비스가 추가로 제공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부대의견에 따라 당시 정부는 공청회와 시범사업 등을 통해 국회에서 제시한 일정에 따라 ‘장애인장기요양보장제도(현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준비하였다.

 

활동보조서비스 제도의 첫 시작인 2007년 4월 ‘장애인활동보조지원사업’은 지침을 통해 신청자격상 만 6세에서 만 65세까지 ‘연령제한’을 두었으며, 기존 수급자가 만 65세가 되는 경우에는 해당 연말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이러한 ‘연령제한’ 조치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된 피해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9년 3월 에이블뉴스에 보도1)된 지체장애인 김광성 씨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부족하나마 월 230시간의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고 있었지만, 같은 해 5월 15일 만 65세 생일이 다가와 활동보조서비스가 중단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서 당시 보건복지부 담당 과장은 언론을 통해 “노인요양시설을 이용하는 37% 정도가 장애를 가진 노인”이라며, “노인장기요양제도에 비해 활동보조서비스가 비용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활동보조서비스와 노인장기요양 중 선택권을 준다면 현재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는 현재 보건복지부가 반대하는 이유와 유사하다.

 

2011년 11월 ‘장애인활동지원제도’로 변경되면서 발표된 ‘2011년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지침’에서는 “활동지원 수급자가 만 65세가 도래하였으나, 장애 특성상 활동지원급여가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활동지원급여를 계속 희망하는 경우”로 신청자격이 바뀌었다. 변경된 지침은 2012년까지 적용이 되었는데, 2013년 지침에는 다시 2011년 10월 이전처럼 ‘장기요양 등급 외 판정을 받은 경우’로 제한되었다. 2011년에는 ‘장애인활동지원’과 ‘노인장기요양’ 중 ‘선택권’을 인정하였다가 다시 1여년 만에 철회한 셈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법령에는 규정되어 있지 않았던 내용을 지침에는 담았다가 다시 철회한 촌극은 왜 일어난 것일까? 이에 대해 정부는 특별한 설명을 하지는 않았지만, 장애인활동지원과 노인장기요양 제도 간의 차이를 정부도 알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첫 지침에 이런 중대한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는 「노인장기요양법」제정 당시 부대 의견을 충실히 이행한 것이기도 하다.

 

장애인에게도 ‘장기요양’이 필요할 수 있으니, 보다 더 사회적 활동(자립생활)을 지원하는 ‘활동보조’는 그대로 둔 채 ‘방문요양’과 ‘방문목욕’이라는 ‘장기요양’ 서비스를 추가한 것이 지금의 ‘장애인활동지원제도’다. 이 제도의 목적에 부합되려면 65세 이후에는 ‘장애인+노인’으로서 기존 활동지원급여에서 ‘장기요양’을 더 이용할 수 있도록 급여를 추가해주거나 최소한 유지해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현재는 ‘장애인+노인’은커녕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서의 필요는 하루아침에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비장애)노인’으로서의 필요만 인정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장애인과 노인의 형평성?

이 문제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가장 주요하게 제기하는 것은 노인장기요양 수급자와의 형평성 문제다. 노인도 장애인만큼이나 힘들고 어려운데 만 65세 이후에도 장애인이 노인장기요양제도보다 더 많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을 유지한다면 노인들이 불공평하다고 느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렇게 되면 기존 수급자를 포함하여 노인들이 ‘장애인 등록’을 하려고 할 것이고 모두 장애인활동지원으로 넘어올 것이며, 결국 ‘보험’이 아니라 ‘조세’로 운영되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예산이 엄청나게 불어날 것이라는 이유이다.

 

‘형평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거꾸로 생각해보면 ‘불균형’하고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불공평’한 쪽을 공평하게 맞추는 것이 우선이지, 반대로 ‘모두 공평하게’ 라는 말로 포장시켜 하향시키는 것이 맞는 것인가? 결국 핵심은 ‘예산’이다. 돈 많이 들어가니 못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도를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가 있는데, 만 65세 이하인 장애인이 ‘노인장기요양’ 등급을 신청하여 등급이 결정된 사람은 수급권을 포기하더라도 ‘장애인활동지원’을 신청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16년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지침’에는 제외 대상 중 하나로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노인장기요양 급여를 받는 자 또는 수급자격이 있는 자

  • 만 65세 미만인 장애인이 장애인활동지원급여 신청 전 노인장기요양등급을 신청하여 노인장기요양등급이 결정된 사람은 

  • 노인장기요양수급권을 포기하더라도 활동지원급여를 받을 수 없음을 상세히 안내할 것

 

만 65세 이하인 장애인이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몰라서(!)’ 노인장기요양등급을 신청하면, 노인장기요양 수급권을 포기하고 싶어도 다시는 물릴 수 없다는 것이다. 어째서 수급권을 가졌다고 해서 절대로 되돌릴 수 없다고 지침에 명시해둔 걸까? 만 65세 이하 장애인이 ‘노인장기요양’ 수급을 신청할 경우, ‘장기요양’ 서비스도 포함하고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안내하고 신청을 돕는 것이 오히려 맞는 것 아닌가? 2017년 지침부터 ‘안내 규정’은 사라졌지만 이 문제는 아직도 진행중인 사안이며, 2017년에는 이와 관련된 행정심판이 청구되기도 했다.

 

만 65세 연령제한에 따른 피해 실태

2018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에서 질의하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피해실태는 다음과 같다. 연평균 약 250명 정도가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노인장기요양제도로 전환되었으며, 이는 최근 6년간 서비스 수급자 증가 인원인 1만 9천명의 8.31% 수준에 이른다.

 

노인장기요양 등급이 인정되어 강제로 전환된 802명의 장애인이 ‘활동보조’와 가장 유사한 ‘방문요양’을 이용한다고 가정하였을 경우, 2017년 수가 기준으로 서비스 시간이 감소한 인원과 평균 감소시간은 다음 표와 같다.

 

<표 1-1> 노인장기요양 전환에 따른 급여시간 비교(’15년~’17년)

<표 1-1> 노인장기요양 전환에 따른 급여시간 비교(’15년~’17년)https://lh4.googleusercontent.com/3M-ECkZggQlqHAqPXx-NhN2U1aOoKy9XxFVOY3... />

 

서비스 이용 시간을 기준으로 한 경우 최소한 약 63% 이상이 서비스 시간 감소로 이어졌으며, 월 평균 감소시간은 약 56시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종전 활동지원 1등급의 장애인(최중증장애인) 344명만으로 한정해서 보면 피해실태는 다음과 같다.

 

<표 1-2> 장애인활동지원 1등급 장애인의 노인장기요양 전환에 따른 급여시간 비교(’15년~’17년)

<표 1-2> 장애인활동지원 1등급 장애인의 노인장기요양 전환에 따른 급여시간 비교(’15년~’17년)https://lh6.googleusercontent.com/OKcbiUPluhj9bJB3P__vBaJaGNAN4AAsaJXfXN... />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장애인활동지원 1등급의 장애인이 노인장기요양제도로 전환된 경우 서비스 시간이 100%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평균 감소시간도 월 77시간에 이르고, 이를 하루 평균으로 계산해보면 2시간 이상이 줄어드는 것이다.

 

제도의 피해자는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으며 최근에는 지자체 추가지원까지 더해 하루 24시간 지원을 받고 있던 송용헌 씨의 사례가 알려졌다. 송용헌 씨는 경추손상으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활동지원사의 적절한 지원이 없을 경우 욕창 등으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최중증장애인이다. 만일 9월말까지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하루 24시간 지원에서 방문요양 하루 4시간으로 서비스가 줄어드는 상황이다. 지난 8월 14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충정로 사회보장위원회 점거 및 릴레이 단식 농성의 첫 주자로 송용헌 씨가 나선 것은 말 그대로 ‘고려장’ 당하지 않으려는 절박한 투쟁이다.

 

<그림 1-1> 농성 첫 날 단식 중인 송용헌 씨

<그림 1-1> 농성 첫 날 단식 중인 송용헌 씨https://lh6.googleusercontent.com/bydAikUJ87mDXOOXhUm0qx2MM9fSH6AkBwCNfZ... />

사진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재인 정부와 20대 국회는 법 개정과 예산을 마련해야

현재 국회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정안들이 발의되어 있지만 상임위에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입장이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16년 11월 제도 개선 권고를 하였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얼마 전 국회의장에게 관련 법 개정을 권고하기도 하였다. 문재인 정부도, 20대 국회도 이 문제의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회서비스 정책의 방향은 ‘지역사회 중심’이며, ‘공적 지원’속에 ‘통합’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활동지원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제도 간 형평성’ 이라는 얼토당토 않는 핑계로 장애인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제도가 변화하고 맞춰가야 한다는 것을 ‘만 65세 연령제한’ 문제 개선으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1) “요양이 아니라 자립생활 하고 싶어요”. 에이블뉴스. 2009년3월10일. (출처: http://www.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28&NewsCo...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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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집다운 집’에 살 수 있기를

 

김승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아동옹호센터 소장

 

지난 10월 24일 국토교통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법무부 등 관계부처 합동 「아동 주거권 보장 등 주거지원 강화 대책」 발표가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있었다. 사각지대가 없는 더 촘촘한 복지망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담은 「꿈을 키우고 꿈을 찾는 집」 선포식도 함께 진행되었다. 이 대책은 주거복지로드맵(2017.11) 발표 이후 취약계층·고령자 주거지원방안(2018.10)의 성과와 수요자·시민사회단체 등의 의견수렴을 통해 보완된 ‘지원방안 2.0’이다.

 

특히 이번 발표는 「아동 주거권 보장」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정부 최초의 정책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의 아동에 대한 주거복지정책은 다른 정책들에 비해 우선순위 밖에 있었다. 사회통합형 주거사다리 구축을 위한 주거복지로드맵의 생애단계·소득수준별 맞춤형 지원방안에서도 청년, 신혼부부, 고령층에 대해서는 향후 추진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만 아동가구의 경우 저소득·취약계층 내 빈곤아동가구 지원으로만 명시돼 있고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아동주거빈곤 규모는 97만 명이다. 이 가운데 10명 중 1명은 더욱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비좁은 단칸방에서 다수의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있거나 방 안의 가득한 곰팡이로 폐렴 등의 질환을 달고 산다. 또, 화장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주변의 관공서 화장실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림 1-1> 전국·서울·경기도의 아동주거빈곤 현황

<그림 1-1> 전국·서울·경기도의 아동주거빈곤 현황https://lh4.googleusercontent.com/FrJaah4bGAmBXhf-MCn0mBc_Ok9rmOalXMn1T0... />

자료: 통계청, 2015, 인구주택총조사

 

아동이 적절한 주거 환경을 제공받지 못하는 것 즉, ‘주거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은 ▲안전권 ▲건강권 ▲발달권 등 다른 권리도 함께 침해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보호자만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그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포함한 시민사회단체는 정책에서 소외된 아동의 주거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또한 열악한 주거환경이 아동들에게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왔다.

 

그 결과, 지난 2018년 3월, 2019년 7월 주거취약계층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 지원 대상에 최저주거기준 중 필수설비미달1) 아동가구, 최저주거기준 중 용도별 방 개수 미달인 아동가구, 출산예정의 미혼모가 포함되었다. 해당 가구는 보증금 50만 원과 주변시세 30% 금액의 월 임대료로 매입임대주택이나 전세임대주택 등의 공공임대주택에 우선 입주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지난 4월 주거기본법 제3조 3항의 주거지원이 필요한 계층에 ‘아동’이 포함되었고, 10월 「아동 주거권 보장 등 주거지원 강화 대책」 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이번 정책은 특히 아동의 주거권을 언급한 첫 번째 정책으로서 의미가 크다. 아동주거정책을 시혜적 관점이 아닌 권리로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발표라는 점에서 기존의 대책과 다르다. 기존 신혼부부, 청년, 고령자 등에게만 별도로 있던 공급계획이 다자녀 아동가구로 확대되는 것이다.

 

이번 정책에는 아동 및 비주택 거주자 등 주거지원이 시급한 대상가구에 2022년까지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3만 가구2)를 공급한다는 것과 금융지원 및 아동돌봄정착 등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하고 수요를 추가 발굴하고자 하는 계획 등을 담고 있다. 아동가구의 경우 무주택·저소득이면서 최저주거기준 미달 주택에 거주하는 두 자녀 이상 가구가 적정 규모의 주택에서 살 수 있도록 정부가 전세, 매입 자금 지원을 늘려서 1만 1천 가구를 보급하고 주택구입 및 전세자금 대출시 금리를 인하하기로 했다. 또한 다자녀 가구가 사는 공공임대주택 안에 돌봄 공간을 조성해 주택 공급뿐 아니라 아동의 정서 발달도 지원한다. 보호종료아동3) 6천명에게는 지원주택의 유형을 기존의 전세임대에서 매입임대·건설임대 등으로 다양화하는 한편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비주택거주자에게도 주택공급 뿐만 아니라 이주 및 정착까지 지원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자체를 통해 오는 연말까지 공공임대주택 수요조사를 실시 후 2020년부터 공급에 들어갈 전망이다.

 

<그림 1-2> 2019 아동주거권 보장 등 주거지원 강화대책

<그림 1-1> 전국·서울·경기도의 아동주거빈곤 현황https://lh4.googleusercontent.com/Akl3rX8Raebf_qcYsb0IpJJMyAa4h1KdQeoHX4... />

자료: 국토교통부

 

특히 이번 대책에서는 탁상행정이 아닌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듣고 여러 차례 현장 방문을 통해 수요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직접 듣고 반영하려는 노력을 볼 수 있었다.

 

시흥시 정왕지역은 아동주거 빈곤 비율이 전국 1위이나 외관상으로는 주거 빈곤 형태의 확인이 어려운 지역이다. 하지만 실제로 집 안을 들어가 보면 불법 쪼개기를 통해 원룸으로 개조되어 여러 명의 아동과 부모가 함께 살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 과도한 월세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LH가 매입을 통해 매입임대주택을 확보하려 했지만 구입할 수 있는 조건의 주택이 거의 없었으며, 그나마 매입할 수 있는 조건의 주택 또한 대부분 원룸이었다. 국토부와 LH 관계자들은 적합한 주택 매입이 어려운 상황을 파악하고 원룸 주택을 매입·리모델링하여 2룸형 주택으로 개조하는 공공리모델링 시범사업을 정왕동에서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게 되었고, 현 대책에도 포함해 발표했다. 이를 통해 정왕지역의 아동가구 중 적은 수이나 전학 없이 기존 살던 지역에서 매입임대주택으로 이사해 자신의 방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기존의 법령이나 제도 안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림 1-2> 공공 리모델링 시범사업<그림 1-2> 공공 리모델링 시범사업https://lh5.googleusercontent.com/8-AXpee30DOc-cy0qivEYLXcvY97MGwf-SY8_5... />

 

두 번째로 다자녀 가구유형을 신설한 것이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전세임대제도는 신혼부부, 청년, 소년소녀가정, 기존전세임대제도 등으로 구분된다. 이중 신혼부부와 청년을 대상으로 한 전세임대지원금은 수도권 기준으로 1억2천만 원이나 소년소녀가정과 기존 전세임대제도의 임대지원금은 이보다 적은 9천만 원이다. 가구원 수가 많은 아동가구의 경우 신혼부부와 청년보다 더 넓은 면적과 방이 필요하지만 9천만 원으로 집을 구하다보니 면적이나 방의 개수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인 집을 구하거나 반지하 또는 옥탑 등의 주택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대책에서는 아동 성장에 필요한 적정 주거면적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매입·전세임대 ‘다자녀 유형’을 신설하고, 호당 지원금액을 인상하여 자녀수에 적합한 면적(46~85㎡)을 갖춘 2룸 이상 주택을 지원한다. 수도권의 경우 아동 2명인 가구는 1억2천만 원까지 전세임대금을 지원 받을 수 있고, 아동 3명부터는 한 명당 2천만 원씩 추가 지원받아 임대주택을 구할 수 있게 된다. 매입임대 주택도 호당 구입단가가 인상되어 기존 생활권 내에서 다자녀 가구가 살기에 적합한 전세·매입임대주택 입주가 용이해졌다. 대책 발표 시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언급한 “어린이도 성별에 따른 독립된 공간을 보장받고 갑작스러운 전학으로 친구들과 헤어지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정책이라 할 수 있겠다.

 

<표 1-1> 전세임대, 매입임대의 호당, 지역별 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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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과 향후 과제는 남아있다. 첫째 이번 발표의 정책대상이 아동가구 중 두 자녀 이상의 다가구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최저주거기준미달인 1인 아동가구, 두 자녀 이상이나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지 않는 지하, 옥탑방, 구옥 등에 살고 있는 아동가구는 해당 되지 않는다. 현재 최저주거기준은 필수설비미달과 가구원수에 따른 방수, 면적만으로 미달여부를 측정하고 반지하, 옥탑 등의 구조, 성능, 환경 등에 따른 최저주거기준 미달여부는 판단하지 않는다. 때문에 반지하, 옥탑, 구옥 등과 같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사는 아동가구의 경우 최저주거기준 미달이라는 조건에 맞지 않으면 지원받기 어렵고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 또한 두 자녀가 아닌 최저주거 미달가구인 경우 여전히 기존의 공공임대물량 한도 내에서 경쟁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사례1

반지하 방 2칸, 거실에서 부모 자녀 총 6명(부모, 자녀4-초ㆍ중ㆍ고) 거주, 계약형태는 전세(보증금 2,400만 원), 반지하이다 보니 집안가득 핀 곰팡이로 인해 아이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이고 아버지 소득이 적은편이나 수급대상이 아니어서 전세나 매입임대 1순위가 아님. 또한 거실이 방으로 포함되어 최저주거기준 중 방 수 미달의 대상으로 분류되지 못하며 면적 미달에도 해당되지 않음.아동주거빈곤 사례#1https://lh4.googleusercontent.com/k5x4tkcSgfLTXvWW7vfkBSwGCQ7nYBqyNqFXt_... />


 

둘째, 기존 공공임대입주자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기존의 공공임대인 영구임대, 전세임대 등에 거주하고 있는 아동 가구 중 최저주거기준 미달인 환경에서 거주하고 있는 아동들이 있다. 임대주택의 과밀한 주거환경에서 지내거나 정부의 지원금으로 마땅한 전세임대주택을 구하기 어려워 반지하에 거주하기도 한다. 현재 공공임대로 입주해 있는 아동가구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좀 더 나은 환경으로 이전하도록 지원하는 정책도 병행해 추진해야 한다.

 


#사례2

영구임대주택(11평)에 조모, 외삼촌, 아동5명(초중고) 총 7명 거주. 방은 총2개로 하나는 외삼촌이 사용하고 있으며 또 다른 하나는 거실과 이어져 아동들과 조모가 함께 사용하고 있음. 거실이 비좁아 아동 1명은 베란다에서 생활, 협소한 주거환경으로 인해 아동들끼리 서로 싸우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상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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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정책의 적극적인 홍보와 지자체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 다양한 주거복지정책들은 모두 ‘신청주의’이다. 즉 수요자가 정책을 알고 해당기간에 직접 신청해야만 가능하기에 정부의 정책이 필요한 대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때문에 이번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고 주거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해 본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필요계층에 비해 공급물량이 너무 적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올 연말에 계획된 다자녀 가구와 비주택 이주 희망 수요조사와 더불어 이에 따른 이주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번에 확보한 3만 가구의 물량마저도 원활한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 수요조사를 통해 수요량이 제대로 파악될 경우 보다 많은 물량을 정부에 요구 할 수 있다. 아동의 주거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 주거지원 정책이 마련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나 이후 정책이 제대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아동들이 주거권이 보장되고 적절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되는 날까지 우리의 목소리는 계속될 것이다.

 


1) 전용 입식부엌 또는 전용 수세식 화장실을 구비하지 못한 주거환경

2) 다자녀 가구 1만1천 가구, 보호종료아동 등 6천 명, 비주택 가구 1만 3천 가구

 

3) 가정위탁 종결, 아동보호시설ㆍ청소년쉼터ㆍ자립생활관 퇴소

수, 2019/12/04-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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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를 넘어선 광기’, ‘혐오를 녹이는 온기’

: 제1회 매드프라이드를 개최하기까지

 

심명진 안티카 대표

기록 및 인터뷰 김경희, 홍정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2019년 10월 26일 ‘제1회 매드프라이드 서울’이 열렸다. 1993년 캐나다에서 시작된 매드프라이드(Mad Pride)가 한국에서도 처음 열린 것이다. 성소수자의 축제인 ‘퀴어퍼레이드’가 이제 제법 큰 연례행사로 자리잡아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듯, 일상적인 혐오와 차별을 마주하고 있는 정신장애인의 축제인 매드프리아드도 점점 그 규모가 커지지 않을까. 사회적 소수자를 배제하고 억압하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혐오를 넘어선 광기’, ‘혐오를 녹이는 온기’라는 슬로건으로 매드프라이드를 준비하고, 정신장애인 당사자들과 창작문화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심명진 안티카 대표를 만났다.

 


- ‘안티카’의 활동을 소개해달라

“안티카는 ‘DSM-5’라는 의료학적 기준을 판정받은 사람만이 아니라, 자신이 정신장애인이라고 생각하는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단체다. 안티카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과 함께 창작을 하고, 다양한 당사자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킹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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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명진 안티카 대표 <사진 = 안티카>

 

- 당사자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의미를 강조해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당사자들이 안티카를 통해 사회활동을 시작하곤 한다. 안티카는 당사자들이 사회와 제대로 만날 수 있는 지점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본인 삶의 주기성을 찾아서 사회로 편안하게 스며들고, 당사자 운동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돕는다. 안티카 사무실에서 주14시간을 일하는 상근 정직원들이 있다. 1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 본인이 원할 때 나와서 일하면 된다. 상근 활동가는 1명으로 시작해서 지난달에는 4명, 이달에는 6명이 됐다. 단원들을 만난 건 3년 전이고, 단체등록증이 나온 지는 2년이 됐다. 올해부터 상근할 수 있는 구조를 꾸렸다. 당사자들이 상근할 수 없다는, 일을 할 수 없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걸 깨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직원들에게 서울시 생활임금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 안티카의 상근 직원들은 어떤 일을 맡나?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주로 한다. 가깝게는 매드프라이드 행사의 실무부터 시작해서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 SNS 운영, 영상 제작, 자원활동가 업무 관리, 시설 관리, 대외 협력 및 홍보, 행정 업무  등 굉장히 다양한 역할을 맡아가면서 활동하고 있다. 매드프라이드의 상징인 ‘마르코’도 당사자들이 직접 만들었다.”

 

- 당사자들을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궁금하다

“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팟캐스트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당사자들을 처음 만났다.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에도 만남을 유지하면서 서로 고민을 나눴다, 그냥 만나는 것보다 무얼 하면서 만나면 좋을지에 대해서. 단원들이 참여했던 프로그램 중 가장 좋았던 경험을 공유하면서 연극이 가장 즐거웠다는 걸 알게 됐다. 사람들에게 거부당한 경험,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을 때 당하는 폭력, 끊임없는 자기검열에 시달리며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억압된 사람들이 가진 에너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연극이 있다면?

“당사자 창작 단원들이 직접 대본을 쓰고, 캐릭터도 만들어서 만든 연극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약 먹어도 괜찮아’, ‘하얀방’은 당사자들이 직접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고,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다들 병원과 관련한 이야기를 골라서 그걸 풀어내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병원에서 있었던 이야기, 약을 먹는 이야기를 너무 싫어하는 사람들이 연극을 통해 억압된 에너지를 분출하기로 한 것이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 ‘코끼리 주사’, ‘빨간 약’을 투여받고 모든 감각이 끊긴 상태에서 시작해서 감각이 하나씩 허용되는 경험을 모두 공통적으로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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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공연을 준비 중인 안티카의 단원들 <사진 = 안티카>

 

- 제1회 ‘매드프라이드 서울’이 개최된 배경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한다면?

“12개 당사자 단체들에서 매드프라이드 부스에 참여했고, 전국에서 모인 소규모의 창작단체들도 함께했다. 한국에 중증장애인이 50만 명이 있는데 그 중에서 실제로 활동하는 사람은 소수다. 지역 재활시설에 있는 사람이 18%, 의료기관이나 요양시설에 있는 사람이 15% 정도 된다. 나머지 67% 정도의 사람은 사각지대에 있고, 어딘가에 갇혀 있다고 보면 된다. 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당사자들이 그냥 방치되거나 고립되거나 관리되는 환경을 벗어나서, 주체적으로 살아가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소규모의 창작단체들이 자신들의 활동을 알릴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아서, 당사자들의 창작물을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을 알릴 수 있게 멍석을 깔아주는 역할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행사에는 인권운동하는 단체들도 많이 참가했다. 자원활동가도 50여명이 넘었다.”

 

- 매드프라이드를 개최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을 것 같다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다. 당사자 단체나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쉽지 않았다. ‘10년 뒤에나 통할 걸 지금 하고 있다’, ‘비당사자가 당사자 운동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는 등의 비판을 많이 받아서 힘들었다. 당사자들이 만든 창작물에 대한 비판도 있어서 가슴 아팠다. 최근에 크고 작은 당사자 축제가 굉장히 많아졌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그렇겠지만, 행사를 주최하는 단위별로 참여하는 당사자들의 결도 다르고, 행사를 준비하는 주체들 간의 연대도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그중에서도 매드프라이드가 갖는 가장 큰 특징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개인과 단체들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행사를 서울시청 광장에서 개최했다는 점도 큰 의미가 있지 않나?

“주최 측은 처음부터 광장에서 매드프라이드를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했고, 퀴어 퍼레이드를 오랫동안 준비했던 한채윤 선생님, 조성화 선생님도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나중엔 큰 조력자가 되어 주었지만 매드프라이드의 공간을 접수할 때 경찰, 서울특별시 시민건강국 보건의료정책과,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서 굉장히 비협조적이었다. 자원봉사센터도 행사시 안전 요원을 반드시 배치하고, 자원활동가는 안전상의 이유로 성인만을 배치하는 것을 조건을 요구했다. 막상 광장에서 행사를 개최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혐오는 상상에 불과했다는 걸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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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프라이드의 상징 ‘마르코’와 행진하는 참가자들 <사진 = 안티카>

 

-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

“비(非)장애인보다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이 훨씬 낮은데, 그러한 사실조차 왜곡하는 보도가 많다. 일본만 해도 장애인은 공기처럼 비장애인들에게도 노출되어서 그런지 편견이 심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옆집에 ‘정신장애인이 살아서 무섭다’는 경험을 아무렇지 않게 토로하기도 한다. 막상 내가 만나본 당사자들은 ‘힘내’, ‘넌 잘못한 게 없어’라는 환청을 듣는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것이 아니라.”

 

- 앞서 지적했듯,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짚어본다면?

“그동안 한국에는 정신장애인을 지칭하는 말은 ‘미친놈’, ‘또라이’, ‘정신나간 놈’과 같은 혐오표현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정신장애인을 지칭할 때 정신‘질환자’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쓴다. 20년을 맞은 퀴어 퍼레이드는 언론보도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만들어놓아서, 이번 매드프라이드에서도 미디어 기록팀이 많이 준비해서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도 했다. 최소한 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는 당사자들을 여전히 정신질환자로 표현했고, 매드프라이드 자체도 비장애인을 배제한 ‘정신질환자들만이 기획한 행사’ 정도로 의미를 축소해서 보도했다.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불쌍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그냥 비장애인과 똑같은 사람인 것을 인정하고 내버려두면 되지 않을까? 당사자들도 그냥 인간이고 사람이지, 불쌍한 존재로 보이고 싶지 않다. 비장애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없다. SNS에서 떠도는 곰돌이 푸 정신병리 테스트를 해보면 나도 과잉행동 장애가 있는 사람이다. 사실 내 별명이 ‘폭주기관차’다. 장애라는 것이 어떤 사람도 시기에 따라 겪을 수 있는 경험이 있다는 인식이 있으면 장애가 모두의 문제로 확장될 수 있는데, 그 기회를 자꾸 저버리는 환경이 반복되는 것 같다. 안티카를 포함해 매드프라이드에 참여한 단체들은 당사자들이 ‘회전문’ 효과에 갇혀버리지 않기 위해서 활동하는 것이고, 현재의 문제적인 정신건강의학 시스템 자체를 바꾸기 위해서 이 활동을 하는 것이다.”

 

- 회전문 효과에 대해서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당사자들은 병원에서 퇴원해도 갈 곳이 없고, 지역사회에서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하기 쉽지 않다. 정신병원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취업 과정에서 차별을 당하거나, 취업을 하더라도 사직을 요구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치료를 거부하거나 받을 수 없게 되고, 그렇게 되면 결국 병원에 다시 입원하게 되는 과정을 말한다. 보호자들이 당사자를 집에서 돌보기 버거운 문제도 있겠지만, 사회생활을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특이한 표현방식을 문제행동으로 규정해버리는 것이 큰 문제라고 본다.”

 

-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는 현재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현재의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 환경은 당사자를 엄청나게 수동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정신장애인은 학력, 표현력, 경제력 등에서 굉장히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이 있는데, 모든 사람을 하향평준화하고 유치원생처럼 대우하거나 환자처럼 취급하는 문제가 있다. 창작에 대한 욕구를 분출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크레파스로 그림 그리기, 음악 듣고 감상 나누기와 같은 일차원적인 수준의 프로그램에만 참여하도록 하면 당사자들이 어떤 효능감을 느낄 수 있겠는가?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정신장애인이 그저 선택권을 박탈당한 사람이 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주거시설도 사람들을 훈련시킨다는 명목으로 규제하고 억압한다. 이런 시스템에 연 11조 원을 쓰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정부나 이 사회는 정신장애인이 그저 관리하기 쉬운 대상이 되길 원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얼마든지 재미있게 놀 수 있다는 것도 대중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 동등한 구성원으로 정착하기 위해서 더 필요한 것을 제안한다면?

“은평구에서는 우리가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고, 청년허브와 같이 일하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도 좋다. 이런 공간에서 경험하는 것들이 굉장히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은평구 연극제에 정신장애인들이 참여해, 은평구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그걸 해석해서 즉흥 연극을 했다. 그때처럼 정신장애인이 직접적으로 대중을 만나면 당사자들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수 있다는 걸 매번 체감하고 있다. 당사자가 가진 감정적 깊이, 경험, 표현력은 상상 그 이상이다. 그런 감정을 하나씩 풀어놓을 수 있도록 장을 열기만 해도, 당사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에는 보호자들도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단원들이 공연하는 것을 보고 많이 변화하기도 한다. 행사가 있는 날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함께하기도 한다. 그래서 안티카는 대중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당사자들은 60-70명이 모이는 극장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부터 시작해 광장에서 수백 명의 사람을 만나고, 미디어에도 소개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 사회복지인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당사자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선택할 수 있는 주체라는 것을 인정하고 인식했으면 한다. 다양한 공립, 사립 기관에서 관리되는 당사자들과 관계자들이 관객인 공연에 참여했었다. 단원들이 준비한 연극에 당사자들이 관심이 없게 만든 것에 대해 돌아봤으면 한다. 센터에 소속되지 않았던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매드프라이드에 참여했던 것과는 달리, 어떤 자극에 대해서도 반응하지 않는 당사자들을 보면서 많은 문제의식을 느꼈다. 매드프라이드에서도 사회적 혐오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가면을 준비했지만, 막상 참가자들은 가면을 얼굴을 가리는 용도가 아니라 최대한 멋을 내는 용도로 썼다. 당사자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틀어막고 있는 문제 중 하나가 정신건강의학 관련 서비스의 공급자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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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있는 그대로, 나 자신이길 원합니다’ 매드프라이드 참가자들 <사진 = 안티카>

 

- 안티카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당사자들이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는 시공간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한국 사회에서는 사회적 소수자가 정신장애를 갖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회적 소수자와 연대하고, 당사자 단체들이 모일 수 있는 국내외 포럼을 만들고, 당사자들이 직접 2020년의 현실을 진단하고 연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당사자 상근 활동가들을 앞으로 더 많이 늘려나갈 계획이다. 제2회 매드프라이드 서울도 내년에 꼭 개최할 거다. 아시아권에서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인식과 시스템이 당사자의 선택권,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공통점이 있는데, 당사자들 간의 국제적 연대도 꼭 필요하다. 내년에는 올해 준비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새롭게 참여하는 사람들과 같이 준비했으면 한다.”

수, 2019/12/04-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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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글

http://www.peoplepower21.org/1672963" rel="nofollow">복지동향 제254호 | 정형준 월간 복지동향 편집위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기획주제: 한국 일차보건의료체계 현황과 대안

http://www.peoplepower21.org/1672986" rel="nofollow">[기획1] 일차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과 함의 | 신영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http://www.peoplepower21.org/1673002" rel="nofollow">[기획2] 일차의료와 주치의제도 | 이재호 가톨릭의대 가정의학교실 교수

http://www.peoplepower21.org/1673017" rel="nofollow">[기획3] 시민 관점에서 본 일차보건의료의 개선과제 |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http://www.peoplepower21.org/1673042" rel="nofollow">[기획4] 방문진료와 지역의료의 실험 | 홍종원 방문의료클리닉 건강의집의원 대표원장

 

동향

http://www.peoplepower21.org/1673056" rel="nofollow">[동향1] 아이들이 ‘집다운 집’에 살 수 있기를 | 김승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아동옹호센터 소장

http://www.peoplepower21.org/1673069" rel="nofollow">[동향2]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채택 최종견해 이행을 위한 당사국의 책무 | 김희진 국제아동인권센터 변호사

  

복지톡

http://www.peoplepower21.org/1673083" rel="nofollow">[복지톡] 제1회 매드프라이드를 개최하기까지 | 심명진 안티카 대표

 

생생복지

http://www.peoplepower21.org/1673099" rel="nofollow">[생생복지1] 평균의 함정에 빠진 서울시 복지사업 | 김경훈 서울복지시민연대 간사

http://www.peoplepower21.org/1673135" rel="nofollow">[생생복지2] 어떻게 협력이 변하니? | 김경훈 서울복지시민연대 간사

수, 2019/12/04-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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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공약 불이행, 포용적 복지국가에서 가난한 이들이 죽어간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떠나간 사람들

2010년 10월, 서울에서 한 장애아동의 아버지가 목을 맸다. 그는 “아들이 나 때문에 못 받는 게 있다”라며, “내가 떠나고 나면 동사무소 분들께 잘 부탁드린다”라는 유서를 남겼다. 일용직 노동자였던 그는 아들의 장애 판정 후 재활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동주민센터를 찾았지만 근로능력이 있는 아버지가 있다는 이유로 수급신청을 거절당했다.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가족의 돌봄을 가족들에게 떠넘기고, 최종적 위기에서는 다시 가족 때문에 수급자조차 될 수 없는 제도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2010년 겨울,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와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요구하며 시민사회단체들은 조계사 앞에서 천막 농성을 진행했다. 그해 12월 마지막 날에는 강북에 살던 노부부가 함께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되었다. 그들은 이혼으로 위장한 뒤 1인 가구 수급비로 두 명이 함께 살고 있었다.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이었다. “수급비 가지고는 생활이 안 돼 죽음을 선택한다. 5개월이 넘도록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물어보는 자식 있느냐”라는 물음을 유서에 남겼다.

 

2011년 4월, 78세의 김선순 할머니가 시립병원 입구에서 객사했다.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수급조차 받지 못했던 할머니의 사인은 폐결핵과 영양실조. 의료급여 수급자도 아니었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조차 받지 못했다. 평생 가난한 삶과 씨름했을 그녀의 삶은 2평 월세 15만 원 여인숙을 마지막 보금자리로 내주었고, 치료를 구걸하기 위해 찾은 병원 입구에서 스러졌다. 2012년 7월에는 사위의 소득 때문에 수급에서 탈락한 거제에서 이씨 할머니가 사망했다. 그녀는 차례 시청을 찾아 읍소했지만 수급권은 회복되지 않았고, “법도 사람이 만드는데 법이 사람에게 이럴 수 있냐”라는 유서를 남겼다. 바로 그 법은 가난에도 불구하고 가족에게 먼저 도움을 청하라는 부양의무자기준이다.

 

1,842일의 광화문농성

수많은 죽음을 기억하며 2012년 8월 21일,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은 광화문역사 지하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우리의 농성은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고자 하는 노력인 동시에, 그저 죽음으로 들려오는 가난의 증언을 잊지 않기 위한 것이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전쟁 50년 만에 이룩한 성장을 자랑하는 사회에서 가난에 쫓겨 죽음에 내몰리는 삶이 공존하는데 우리 사회는 이 죽음에 너무나 무심했다.

 

미담이나 동정으로 소비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법과 제도를 바꿔야 했다. 우리의 농성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이루기 위한 곳이자 곳곳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신호이기도 했다.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되지 않은 세상이 잘못된 것이지 당신의 탓이 아니니, 죽지 말고 같이 살아서 세상을 바꿔보자는 신호를 보내는 ‘벙커’가 광화문역 지하에 마련됐다. 1,842일의 싸움 끝에 우리는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대선후보들의 공약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의 약속으로 받아냈다. 그러나 가난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너무나 아슬아슬한 것으로 만들며, 지금도 사람들은 속절없이 죽어간다.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1호 과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대통령의 약속 이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2017년 대선과 문재인 정부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진행 정도

2017년 대선에서 대부분의 후보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약속했다. 문재인후보는 2017년 3월 22일, 참여연대가 주관한 시민사회단체 공동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인 <개발국가, 재벌독식을 넘어 돌봄사회, 노동존중, 평등사회로>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겠다고 발언했다. 당시 대선에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행동>은 각 정당과 후보들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 대한 약속과 당론채택 여부, 법안 발의 계획에 대해 질문했다. 답변은 다음과 같다.

 

<표1-1>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 대한 2017년 대선 당시 각 후보들의 입장https://lh3.googleusercontent.com/Up9qD780cO3BoUBt5Rw-whuGf2B2CR1O8Jq0tp... />

 

2017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이후 100대 국정과제에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2018년 주거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생계 의료급여는 소득하위 70% 이하 노인, 중증가구에 대해서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는 단계별로 수행할 수 있으되, 완전 폐지를 전제로 한 급여별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의 순서를 밟을 것을 요구했다. 다시 인구학적 기준으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의 순서를 정한다면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이룩한 근로능력 여부와 관계없이 수급권을 보장한 법 제정의 취지에서 후퇴하며, 사각지대 해소 효과 역시 적기 때문이다. 더불어 임기 내 완전 폐지에 대한 계획을 요구했다. 당시 국가기획위원회(대통령 인수위원회)는 <부양의무자기준 폐지행동>과의 면담에서 100대 국정과제는 당면한 계획만을 담은 것이며, 이후 추가 계획을 제출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후퇴

2017년 8월, 보건복지부는 기초생활보장제도 1차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이 계획을 후퇴시켰다. 2018년 폐지한다는 주거급여 부양의무자기준은 2018년 10월로 시행시기를 미뤘고, 2019년 중증장애인과 노인이 부양의무자인 경우 소득하위 70%로 기준을 완화한다는 계획은 각각 2019년과 2022년으로 미뤄졌다. 2017년 8월 25일,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광화문 농성장에 방문해 농성장 영정들에 조의를 표하고,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약속했다. 박장관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가 ‘우리 사회 복지가 가야 할 길’이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조속히 폐지를 이행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계획으로는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민관협의체’를 만들 것, 그리고 제2차 기초생활보장제도 종합계획에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위한 로드맵을 넣을 것을 약속했다.

 

<표1-2> 맞춤형 급여로의 개편 이후 부양의무자기준 완화 과정 및 계획https://lh4.googleusercontent.com/PZjwrUWFr3520MstbskrYiBmsK66f035jOVO5F... /> 

 

주거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와 생계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 일부 완화가 꾸준히 진행되어 왔지만,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 된 주거급여를 제외하고 기초생활수급자수의 획기적인 변화는 없었다. 2022년까지 계획되어 있던 부양의무자 가구에 노인이 포함된 경우 생계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을 미적용하는 완화안은 3년을 당겨 2019년 시행되었지만 수급자 숫자에 큰 차이는 없다.

 

현재 국민기초생활수급자는 187만 명이다. 지난해 주거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전 수급자 숫자가 158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마치 큰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 된 주거급여와, 일부 완화에 그친 생계의료급여의 수급자 증감 차이를 보면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와 완화의 서로 다른 효과에 대해서 볼 수 있다. 부양의무자가 중증장애인이나 노인인 경우 생계급여 부양의무자기준을, 중증장애인인 경우 의료급여까지 부양의무자기준을 완화했다지만 그 증감은 거의 의미가 없는 수준에 불과하거나 도리어 하락했다.

 

<표1-3> 주거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전(2018년 9월)과 후(2019년 11월) 급여별 수급자 수https://lh5.googleusercontent.com/MGpWBxMuWdK0e-SNppA76egOH1RUoy0GV5appi... />

 

부양의무자기준 완화, 왜 효과가 없는가?

왜 부양의무자기준 완화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가? 우선 현재 정부의 완화안은 극히 일부 인구집단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중증장애인 가구가 수급을 신청할 때 부양의무자기준을 완화하는 2020년의 완화안은 1만 8천 가구만을 대상으로 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 개선을 위한 여러 가지 모델 중 가장 적은 인구를 수급으로 진입시키는 방식이다.

 

더불어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는 부양의무자기준 완화안은 상당히 여러 사람들을 제외하고 있다. 중증장애가 아닌 경증의 장애로 판정받은 모든 사람은 여기에서 제안하는 완화안에 포함되지 않는다. 소득중단과 노인성 질환으로 65세 이상의 노인과 별로 다르지 않은 신체, 생활을 가진 장년 빈곤층 역시 해당하지 않는다. ‘만 30세 미만 한부모가구와 보호종료아동’의 경우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한다지만 30세 이후에는 다시 부양의무자기준이 생긴다는 기상천외함을 가질 뿐 아니라, 보호종료아동 본인이 수급을 신청할 때는 해당하지만, 부양의무자가 될 때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세부적 운영 방침도 있다. 가정위탁이나 시설에서 자란 아동이 보호종료 후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왔을 때 수급자인 1촌의 혈족이 있으면 부양의무자가 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모호한 경계는 사람들의 복잡한 삶을 담아내는 합리적 기준이 결코 되지 않는다. 부양의무자기준이 완화됐다지만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다시 제외된다.

 

<표1-4> 여전히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수급권을 주장할 수 없는 사람들https://lh6.googleusercontent.com/pMiFFa1a5jIWmPrFMkCq-O7PLFvYTgcHDk_Xbf... /> 

 

복잡한 기준완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뿐만 아니라 지난여름 관악구에서 아사한 한씨 모자의 경우처럼 사회보장제도의 신청 단계에 ‘보증인’을 요구하거나, 부양의무자의 임대차계약서나 월급명세서처럼 구하기 어려운 서류들을 일방적으로 요구받는 경우가 빈번하다. 부양의무자의 금융정보제공동의서나 관련 서류를 준비하지 못해 신청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조사나 계측조차 되지 않지만 여전히 많다. 정부는 실제 부양 받지 못하는 경우 지방생활보장위원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보장을 실시하고 있다지만 지방생활보장위원회에 판정을 의뢰한다고 수급신청을 접수해도 ‘지생보위 판정은 본인이 원한다고 의뢰할 수 있는게 아니다’라고 판정의뢰를 거절하거나, 신청서를 접수하지 않고 동주민센터의 초기상담을 통해 구두로 수급신청을 거절, 탈락시키는 일은 지금도 빈번하다.

 

성북 네 모녀, 그리고 인천에서 모녀와 친구가 사망하고, 강서구에서 부양의무자에 의한 가족 살해가 일어났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대책은 오히려 반대로 향했다.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보건복지부장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러 차례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으며, 2차 종합계획안에 싣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느린 속도와 뿌연 계획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단체와 당사자들이 믿고 기다린 것은 오로지 2020년 발표되는 2차 기초생활보장제도 종합계획안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9월 이 2차 종합계획에 대한 언급이 수정됐다. ‘생계급여’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논의를 한정시켰다. 보건복지부는 뒤늦게 이에 대해 ‘생계급여 등’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억지를 부리지만 국민들을 기만하는 일일뿐이다. 약속에 대해 계획으로 답해야 하는 보건복지부는 교묘히 일정과 약속을 후퇴시키는 것으로 자신의 책임을 저버리고 있다.

 

지난 10월 17일,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공약 이행 의지에 대해 대통령에게 다시 물으며 청와대 앞에서 농성에 들어갔던 이유는 바로 보건복지부의 계획 후퇴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공약 당사자인 대통령에게 질의를 했으나 돌아온 것은 ‘재정적 뒷받침’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답변이었다. 농성 64일 만인 12월 19일, 청와대 농성은 마무리되었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가난으로 인한 죽음과 빈곤의 대물림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

당황스러운 것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가 대통령의 공약이었다는 점이다. 공약하고 선출된 대통령이 공약 이행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올해 11월 CBS의 의뢰로 진행된 리얼미터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55.5%의 찬성이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수행 지지도보다 높은데, 어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인가? 국민의 가장 마지막에 변화하겠다는 정치는 누구도 대표할 수 없다. 문재인정부는 가장 가난한 국민들의 요구에 어떤 의지나 책임감도 보이지 않았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위한 청와대 농성단은 청와대에 총 4차례 공개서한을 보냈다. 두 달 여간 아무런 답변이 없어, 지난 12월 5일 열린 <제5차 포용복지포럼>1) 입구에서 보건복지부장관과 청와대 김연명 사회수석에게 서한을 전달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은 경찰의 봉쇄 속에 진행됐고, 서한문 전달을 위해 이동하는 길은 경찰 방패에 가로막혔다. 결국 서한은 전달했지만 이렇게 전달된 서한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적인 답변은 없었다.

 

“아버지와 나의 미래는 양립할 수 있을까?”

치매에 걸린 49세 아버지의 보호자가 된 조기현씨는 아빠의 발병과 간병에 대한 기록, <아빠의 아빠가 됐다>를 책으로 썼다. 이 책에서 그는 “아버지와 나의 미래는 양립할 수 있”을 것인지 묻는다. 어린 시절 이혼한 뒤 아버지의 형제라야 남 같은 사이인 이들 부자에게 법적 권한을 비롯한 최종적 ‘보호자’는 서로가 된다. 일용직 노동과 대체복무를 위한 공장일에 매진하면서도 치매 아버지를 간병해야 했던 그의 삶은 전장이었다. 이 책에서 그는 박능후 장관이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약속했고, 곧 ‘나를 괴롭힌’ 제도가 사라질 것이라 전망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증도의 치매라 할지라도 이는 중증장애가 아니고, 치매를 앓고 있지만 그는 노인도 아니다. 조기현씨 역시 중증장애인이나 노인이 아니기 때문에 조기현씨에게 기준 이상의, 그러니까 그의 상황을 기준으로 2019년 기준 월 170만 원 이상의 소득이 생기면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되며, 252만 원 이상2)의 소득이 생기는 순간 그의 아버지는 수급에서 탈락한다.

 

우리 사회는 가족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짐 지우고 있다. 사회가 함께 해야 하는 양육을 비롯한 돌봄은 가족들, 가족 안에서도 낮은 위계의 성별이나 신체를 가진 사람들에게 돌봄의 책임은 전가된다. 최종적으로 빈곤의 위기에 빠졌을 때 최저생계비 이하의 빈곤층이 된 사람의 소득에 대한 ‘의무’가 가족들에게 생긴다. 가난한 이들의 현실에서 보면 부양의무자기준은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되는 순간 오히려 서로의 삶이 양립할 수 없는 조건이 된다.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를 요구하는 1인시위 피켓을 들고 있는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https://lh4.googleusercontent.com/kt0KKhZp9Zf-5zew_dGR09NpTTQardRNipvIXB... />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를 요구하는 1인시위 피켓을 들고 있는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사진 = 빈곤사회연대>

 

시효만료, 정상가족 중심 복지

우리나라의 가족부양의 원칙은 가장 가난한 가족들에게 가장 엄격하게 작동하고 있으며, 부양의무자기준이 아니더라도 가장 힘든 가족들이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가장 어려운 상황에 빠지고 있다. 주지하듯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며 가장 시급한 조치다. 이조차 이행하지 못하는 정부가 빈곤문제 해결이나 포용을 운운할 자격 없다.

대통령의 선언 이후 이행되지 않은 복지제도 아래 빈곤층이 고사하고 있다.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수급에서 탈락한 뒤 친구가 자살했다며 빈곤사회연대로 전화를 건 여성은 대통령이 약속만 지켰어도 내 친구는 살았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과연 문재인 대통령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 할 수 있는가? 내년 7월 마련될 2차 종합계획에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은 사회와 정치가 약속한 최소한의 목표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각별한 관심과 싸움이 필요하다.


1) 제5차 포용복지포럼: 해외석학과의 만남 – 소득분배 흐름과 혁신적 포용국가의 과제(한국보건사회연구원 주관, 서울 포시즌스 호텔)

 

2) 수급가구와 부양의무자가구가 각각 1인가구일 때, 더불어 수급자가구의 가구원이 전원 근로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을 때 부양의무자의 판정소득액에 따른 수급탈락 기준선

화, 2020/01/07-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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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의 시급성과 소요 예산

 

손병돈 평택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들어가며

경제적 어려움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다는 언론 보도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8월 서울 봉천동에서 발생한 ‘탈북 모자 아사 사망’ 사건, 며칠 전인 11월 2일 서울 ‘성북구 네 모녀 사망’사건이 최근에 있었던 대표적인 예이다. 탈북 모자의 집에는 쌀 한 톨 없고, 빈 간장통과 통장 3개만 남아 있었으며, 마지막으로 3,858원을 통장에서 인출하였다 한다(여현교, 2019.10.11.). 70대 노모와 40대 딸 셋이 ‘하늘나라로 간다’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된 성북구 네 모녀 사망 사건도 경제적 어려움이 그 원인으로 추정된다. 우편함에는 채무 변제를 독촉하는 신용정보회사의 우편물이 10여 통 있었으며, 월세도 2-3개월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승환, 2019.11.4.).

 

이렇게 우리 사회에는 빈곤으로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그러한 사람들의 상당수는 최후의 사회안전망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를 받지 못한다. 그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지적된다. 소득이나 재산상으로 아무리 빈곤해도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를 받을 수 없다. 2015년 말 현재 기준 중위소득 40% 기준으로 빈곤하지만 기초보장 급여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이 93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김태완 외, 2017).

 

이러한 비수급 빈곤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서는 그 이유와 예상되는 소요액을 추산해 보고자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는 왜 필요한가

첫째, 법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기초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부양의무자가 빈곤한 피부양자에게 잠재적으로 사적 부양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그들을 기초보장제도의 급여 수급에서 배제한다. 이러한 논리적 근거는 잠재적 부양가능성이 실질 소득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전제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전제가 타당성을 가지려면, 부양의무가 도덕적으로 혹은 법적으로 이행된다고 가정해야 한다. 하지만 도덕적 규범으로서의 부양의무가 실제 이행된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으며, 법적으로도 민법상의 부양 받을 권리가 실제 소득으로 전환되었다고 가정하는 것은 불확정적 요소가 너무 많다는 점에서 타당성이 떨어진다(김지혜, 2016). 그런 점에서 잠재적 부양 가능성을 근거로 부양의무를 강제화하는 기초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사적 부양 및 공적 부양의 공백을 야기함으로써 헌법 34조 1항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기초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헌법상의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는다. 헌법 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고 하여, 국가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어떤 집단을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김지혜, 2016). 그런데 기초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부양의무자라는 가족이 있다’라는 이유만으로 수급자 선정에 차별을 두고 있다. 다시 말하여 빈곤하다는 점은 동일한데, 실제 부양을 받지 못하지만 부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부양의무자가 있는 수급권자는 기초보장 급여 수급에서 탈락하고, 반면 그러한 부양의무자가 없는 수급권자는 급여를 수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헌법상의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초보장제도의 부양의무 기준은 헌법상의 기본 원리와 몇몇 측면에서 충돌한다. 이는 기초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가 사적 부양의 축소, 잠재적 수급자의 재산처분과 같은 도덕적 해이의 확산, 수급자의 증대에 따른 예산 증가 등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부양의무자 기준이 헌법에 위배된다면,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에 따른 여러 역기능이나 부담은 다른 수단을 통해 해결할 문제이지, 그것이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어서는 안되는 정당한 근거는 아니라 하겠다.

 

둘째, 공공부조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보편적이지 않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공공부조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사적 부양을 강제화하는 법적 조치이다. 그렇다면, 부양의무자 기준은 공공부조제도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러한 질문과 관련하여, 주요 선진 국가들의 공공부조제도와 우리나라의 공공부조제도들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부양의무자 기준 관련 조항이 공공부조제도에 있던 대표적인 국가는 독일과 일본이다. 이들 국가들의 공공부조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어떻게 운용되는지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여유진 외, 2017). 먼저 독일의 사례를 살펴보면, 독일 공공부조의 법적 근거는 사회법전 12권인데, 그것의 2조(2)에는 부양의무자가 있거나 서비스와 급여를 제공할 국가 외의 다른 주체가 존재할 경우, 그들의 의무를 우선하도록 하고 있었다. 여기서 부양의무자는 부모-자녀, 조부모-손자녀, 증조부모-손자녀 등과 같은 직계 가족관계를 의미한다. 이러한 부양의무자가 있어 그들이 서비스나 급여를 제공할 수 있을 경우 국가는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그러나 독일은 2003년도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사실상 폐지하는 방향으로 공공부조법을 개편하였다. 부양의무자의 소득기준을 대폭 올림으로서 사실상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였다. 그러한 조치가 노인빈곤 해소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Becker, 2007). 이처럼 독일 공공부조제도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있었으나, 2003년도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실질적으로 폐지하여, 현재는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없다.

 

일본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오랫동안 공공부조제도에 포함하여 운용해온 국가로 알려져 있다. 1929년 제정된 구호법 및 1946년에 제정된 생활보호법은 부양의무자가 있어 이들이 실제 부양을 제공하지 않아도, 부양의무자의 존재만으로 생활보호 대상자에서 제외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1950년에 제정된 현행 생활보호법부터는 실제 부양을 하지 않는데, 단지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생활보호 수급 대상자에서 제외하는 조항이 폐지되었다. 그러므로 현재 일본의 생활보호제도는 우리나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이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의 존재에 따른 잠재적 부양 가능성을 이유로 빈곤한 수급권자를 공공부조제도 급여 수급에서 강제로 제외하지는 않는다. 현재의 생활보호제도도 생활보호제도에 의한 보호에 우선하여 부양의무자에 의한 부양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것은 명목상의 원칙이지, 그러한 원칙이 생활보호제도의 급여를 받기 위한 조건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이처럼 오늘날 공공부조제도에서 사적 부양을 법적으로 강제하여, 부양능력 있는 부양의무자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공공부조 급여 수급에서 제외하는 선진 국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 우리나라의 공공부조제도 중 어떤 제도들이 부양의무자 기준을 수급 자격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현재 우리나라에서 자산조사를 통해 대상자를 선별하는 공공부조 성격을 갖는 제도들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장애수당, 장애아동수당, 차상위 의료비 본인부담 경감 지원제도, 한부모 가족지원사업 등을 들 수 있다. 이 제도들 중 부양의무자 기준을 자격기준으로 활용하는 제도들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의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장애수당, 장애아동수당, 차상위 본인부담 경감 지원제도이다. 장애수당, 장애아동수당, 차상위 본인부담 경감제도들은 모두 기초보장제도와 밀접히 연관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존하는 제도들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주거급여, 교육급여와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한부모 가족지원사업 등은 대상자 선정 자격기준으로 소득인정액 기준만 사용할 뿐 부양의무자 기준은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공공부조 제도들 중 자격기준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적용하는 제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공공부조제도에서도 자격기준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활용하는 것은 보편적이지 않으며, 기초보장제도의 생계, 의료급여가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사적 부양은 보편적이지 않다.

기초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사적 부양이 보편적이고,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전제에 기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사적 부양은 인류 어느 사회에서나 보편적이고, 계속 유지될 수 있는가?

 

<표 2-1>은 세계 25개 국가를 대상으로 노인 가구주 가구 소득에서 사적 부양을 의미하는 사적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하여 살펴본 것이다. 노인 가구주 가구는 가구주의 연령이 65세 이상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노동능력이 떨어지므로, 다른 사람이나 또는 사회에 의존하여 살아갈 가능성이 높은 집단이라는 점에서 사적 부양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표 2-1>을 보면, 노인가구주 가구 소득에서 사적 이전소득이 시장소득의 30%를 넘는 국가는 한국과 대만뿐이고, 사적 이전소득이 시장소득의 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도 25개 국가 중 대만, 한국, 페루, 파나마, 폴란드 등 5개 국가뿐이다. 사적 이전소득이 노인가구주 가구 가처분 소득의 10%를 넘는 국가도 대만, 한국, 페루, 콜롬비아, 파나마 등 5개 국가 뿐이다. 가구소득에서 사적 이전소득의 비중이 높은 국가 중 한국과 대만만 1인당 GDP가 2만 달러(2019년 기준)를 넘는 비교적 발달한 국가이고, 파나마와 폴란드의 1인당 GDP는 1만 5천 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이며, 페루와 콜롬비아의 1인당 GDP는 약 7천 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이렇게 오늘날 사적 이전소득은 노인가구주 가구소득에서도 의미 있는 수준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는 한국, 대만 등 몇몇 국가에 불과하며, 한국과 대만을 제외한 국가들의 경우 경제수준이 낮은 국가들이다.

 

일반적으로 1인당 GDP는 산업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간주된다.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넘는 국가는 선진국으로 지칭되기도 한다. 아래 <표 1>에서 2019년 현재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넘는 국가의 노인 가구주 가구 가처분 소득 중 사적 이전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2%를 넘는 국가는 한국뿐이다. 나머지 국가들 대부분에서 사적 이전 소득은 노인 가구주 가구소득(가처분 소득 기준)의 1%도 안된다. 일본과 같이 아시아 국가도 노인 가구주 가구소득에서 사적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안된다. 이처럼 오늘날 발전된 사회에서 사적 부양은 보편적이지 않다. 사회복지의 발전 과정 내지 사회의 발전과정을 보면 사적 부양이 축소되고, 공적 부양이 확대되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동아시아 국가와 같이 문화적 특수성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또한 보편적인 사회변화의 경향하에서 존재하는 지역적 특수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표 2-1> 노인가구주 가구의 특정 가구소득별 대비 사적 이전소득 비중 국가 간 비교https://lh6.googleusercontent.com/f1InYBnLoF4zoQJVFSCLGutV3SQ4hsxUlv_JfM... />

 

넷째, 비수급 빈곤층은 기초보장 수급자보다 더 어려운 생활을 한다.

<표 2-2>는 기초보장 수급가구와 소득인정액 기준 비수급 빈곤 가구 간 생활곤란을 경험했던 비율을 비교한 것이다. <표 2-2>를 보면, 기초보장 수급가구와 비교하여 소득인정액 기준 비수급 빈곤 가구가 생활곤란을 경험한 비율이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29%이하인 비수급 빈곤층은 기초보장 수급가구와 비교하여, 생활곤란을 경험한 비율이 2-4배 가량 더 높다. 이러한 사실은 기초보장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빈곤 가구들이 기초보장 수급 가구들보다 더 열악한 삶을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표 2-2> 수급ㆍ비수급빈곤층 집단별 생활곤란 경험 여부https://lh4.googleusercontent.com/u0_BpiF0Mb_TtLsC-iW_dj8G8vgS1QvP2buEJX... />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는 감당하기 힘든 정도로 많은 예산이 필요한가?1)

현재 기초보장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크게 완화되어, 완전한 폐지의 기로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다. 교육급여와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었고, 현재 부양의무자 기준이 자격조건으로 남아있는 기초보장 급여는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뿐이다. 제1차 기초보장 종합계획에 의하면(관계부처 합동, 2017.8.10), 노인 및 중증장애인의 일부에 대해서는 2021년까지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2019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중증장애인의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2020년에 폐지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의 개선과 관련한 대안은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이며, 단지 완성 시기를 언제로 할 것이며, 그 과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만이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를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 2015년 말 기준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폐지하여, 비수급 빈곤층이 100% 기초보장 수급자로 전환될 경우, 추가 재정소요가 약 7조 3천억 원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손병돈 외, 2016).2)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 주거급여의 경험을 볼 때,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때 비수급 빈곤층이 신규 기초보장 수급자로 전환되는 비율은 채 50%가 안 될 것으로 예상된다.3) 그런 점을 고려하면,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에 소요되는 앞의 재정 추정치는 최대치라고 할 수 있으며, 실제는 이보다 크게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보장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일시에 폐지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재정적 부담이 이제까지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을 반대하는 주된 논거 중 하나였다(손병돈 외, 2013).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인다면, 급여별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일 수 있다.

 

기초보장제도에서 생계급여보다 의료급여의 예산이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예산 규모가 증가해온 폭도 훨씬 크다. 그런 점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급여별로 순차적으로 폐지한다면, 먼저 생계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다음으로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경우, 그에 따른 예상 소요액은 감당하지 못할 만큼 큰 규모는 아닐 것으로 추산된다. 한 연구에 의하면,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때, 소요되는 1년 예산액은 약 1조 3천2백5십억 원으로 추정된다(손병돈, 이원진, 한경훈, 2018). 이 추정치도 생계급여 비수급 빈곤층이 100%로 신규 수급자로 전환된다는 가정하에 추정된 것이다.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 경험을 본다면, 생계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다 해도 비수급 빈곤층 전부가 신규 수급자로 전환되지는 않을 것이다. 외국 공공부조의 경험을 봐도 빈곤층의 공공부조 수급률은 많아야 70% 내외 수준이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기초보장제도의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에 따른 추가 예산 소요액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규모는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혁신적 포용국가를 국가 비전으로 제시하며, 그와 관련한 정책들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근로장려세제를 크게 확대하였으며, 한국형 실업부조를 2019년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보편적인 아동수당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빈곤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기 힘들 정도로 극단적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비수급 빈곤층을 줄이기 위한 조치인 기초보장제도의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수 없다는 것은 모순이다.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따른 추가 소요 예산도 앞의 근로장려세제의 확대, 아동수당의 실시 등과 비교하면, 감당할 수 없는 규모도 아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기초보장제도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는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는 그것을 시행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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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손병돈(2019)의 참조하여, 수정 보완하였다.

2) 2015년 말 기준으로 추정한 것으로서 2015년 이후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화된 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며,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등 기초보장제도의 모든 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는 것을 가정하여 추정한 것이다. 또한 2015년 말 기준 모든 비수급 빈곤층이 100% 기초보장 수급자로 전환된다는 가정하에 추정한 것이다.

 

3)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경우, 신규 수급 가구가 약 58만 가구로 예상되었으나(손병돈 외, 2016), 주거급여에서 의무자 기준이 폐지된 후, 약 9개월이 지난 2019년 6월 기준으로 주거급여 수급가구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이전보다 약 24만 천가구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주거급여 수급가구에는 주거급여 선정 소득인정액 기준을 기준 중위소득 43%에서 44%로 인상한 효과도 포함되어 있다.

화, 2020/01/07-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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