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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시선] 로스 엔젤레스의 수자원 그리고 모노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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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시선] 로스 엔젤레스의 수자원 그리고 모노호 이야기

익명 (미확인) | 금, 2019/03/29- 13:26
대부분의  큰 도시에는 큰 강이 있다. 뉴욕에는 허드슨 강, 런던에는 템즈 강, 파리에는 센 강이 있으며 한반도에도 서울에는 한강, 평양에는 대동강이 있다. 사실, 큰 도시에 큰 강이 있기 보다는 큰 강이 있는 곳에 큰 도시가 형성된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강은 항행의 통로로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가능케 하고 식수 등 생활에 필요한 물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의 대도시 중 큰 강이 없는 곳이 있다. 바로 미 서부 캘리포니아 로스  엔젤레스(Los Angeles, LA)다. 미국에서 뉴욕 다음으로 큰 도시인 LA는 인구수는 4백만으로 뉴욕의 절반이지만 면적은 1,290㎢로 뉴욕보다도 넓다. LA 강이라는 작은 강이 있기는 하지만 상당 부분이 인공하천으로 연결,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변변한 강 없는 도시가 거대 도시로 성장한 배경이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 의문의 답에는 한 사내가 있다. 평판이 극단적으로 나뉘는 그 사내의 이름은 윌리엄 멀홀랜드(William Muholand) 로스 엔젤레스 초대 수도국장이다. 


1855년 영국 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태어난 그는 10대 초반 아버지의 학대를 피해 스케일 크게 미국으로 가출한다. 미국 뉴욕에 도착한 멀홀랜드는 배에서 막일 등을 하다가 1877년 그 인생의 주 무대인 캘리포니아에 도착한다. 먹고 살기 위해 그가 찾은 일자리는 우물 파는 현장이였고 이후 골드 러쉬 끝에 도착한 아리조나 콜로라도에서 그의 인생의 사수 프레드릭 이튼(Frederick Eaton)을 만난다. 우물 파는 기술이 있던 그는 이튼의 조수로 LA 수도회사(LA Water Company)에 취직한다. LA 수도회사는 LA 시에 식수를 제공하는 회사였는데 1898년 LA 시장에 당선된 이튼은 해당 회사를 공조직으로 흡수하여 LA 수도국(Los Angeles Water Department)으로 설립하고 멀홀랜드를 관리직으로 임명한다. LA 수도국은 1937년 LA 전기전력국과 합쳐져 현재의 LA 수도전력국(Los Angeles Department of Water and Power:LADWP)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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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튼 시장의 최측근인 멀홀랜드는 LA 시 확대에 이튼과 뜻을 같이하면서 시의 확대에 절대 필요한 수자원 확보 역할을 담당한다. 그의 수자원 확보 방법은 말을 타고 LA 인근을 순회하여 호수나 강 등을 발견하면 닥치는 대로 확보하여 LA 시로 수송할 수로(Aqueduct)를 건설하여 물을 LA로 보내는 것이다. 수십 수백 킬로 떨어진 곳으로 물을 손실 없이 보내는 것은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제대로 된 공학 교육을 받지 않은 그였지만 최초로 유압식 수문을 이용한 댐을 건설하거나 계곡에 대 수로를 경사지게 설치하는 그의 수로 관련 기술은 현재에도 감탄의 대상이기도 하다. 대부분 그가 발견한 수자원은 LA 시외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그의 상관인 이튼 시장은 해당 지역을 LA 시로 편입하거나 구매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 수자원 확보를 합법화하였다. 이것이 현재 LA 시가 확대 팽창되어 뉴욕보다 큰 미국 내 면적 1위의 도시가 된 배경이다. 1890년 인구 5만의 LA 시는 1900년에 10만 그리고 10년 후에는 32만의 대도시로 비약적으로 성장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그동안 자신들의 지역에서 쓰던 물이 LA 시내로 전용되는 과정에 상수원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없을 수 없었다. 물이 가장 소중한 자원인 서부에서 가만히 물을 빼앗길 지역 주민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LA 시의 물을 확보하는 절차나 방법은 투박하고 거칠었기에 LA 시와 지역 소도시 간의 물 분쟁, 소위 “캘리포니아 물 전쟁”이 발생하였다. 당시 멀홀랜드가 캘리포니아 주 의회에서 해당 물 분쟁에서 LA 시가 양보 할 수 없음을 강조하며 말한 것으로 회자되는 것이 “If you don't get the water, you won't need it”라는 말이 있다. “그 물을 얻지 못한다면 필요하지도 않다” 굳이 의역하자면 “지금 문제가 되는 그 물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LA와 캘리포니아는 더 성장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로 개발성장 우선주의를 상징한다. 결국 주 의회는 멀홀랜드와 이튼시장의 하자있는 행정행위를 덮어주었고 힘없는 소도시의 주민들은 고향을 떠나게 된다. 


개발성장 우선주의는 항상 부작용이 뒤 따르기 마련이다. 댐 및 수로 공사 등 LA 수자원 확보 및 관리의 최고 기술자로 자신하던 멀홀랜드의 명성은 1928년 세인트 프랜시스 댐(St. Francis Dam) 붕괴 사고로 무너졌다. 댐 붕괴가 우려된다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있자 73세의 멀홀랜드 수도국장은 직접 댐을 방문하여 점검한 후 댐은 안전하며 절대 무너질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떠난다. 그러나 12시간도 되지 않아 댐은 무너졌고 저수량 47,000톤의 물이 쏟아져 내려 지역 주민 431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아직도 이 사고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재난 사고 중 하나로 기록 된다. 이 사건 후 멀홀랜드는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 쓸쓸한 노년을 맞게 되는데 멀홀랜드의 딸이 남긴 기록에 따르면 그는 프랜시스댐 사고에 대한 많은 자책 속에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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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와 지역 소도시 간의 물 분쟁 중 여러 사건은 법정으로도 가게 되는데 그 중 모노호(Mono Lake) 사건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LA 시 북쪽이 위치한 모노호는 멀홀랜드가 발견한 수자원 중 하나로 LA 시는 1930년대 해당 호수 포함 인근 지역 120㎢를 구매하여 수자원으로 확보하였다. LA 수도국은 모노호 물을 LA 시로 전송하였고 이에 따라 모노호의 수위는 급격히 낮아지기 시작하였다. LA 시민들의 식수원이기 전에 물새, 코요테 등 동식물들의 서식지였던 모노호의 수위 감소로 인해 주변의 생태계는 지대한 영향을 받기 시작하였다. 1979년 내셔널 오드본 소사이어티(National Audubon Society)를 포함한 지역 환경단체와 인근 주민들은 LA 수도전력국을 상대로 송수금지 가처분조치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LA 시는 해당 호수를 포함하여 인근 지역을 구매한 소유자로서 당연히 호수의 물을 전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지만 원고들은 공공신탁이론을 근거로 반론을 제기하였다. 공공신탁이론(Public Trust Doctrine)이란 설령 개인의 소유지라 할지라도 해안이나 강가 등이 공공 이용 대상의 성격을 갖는 경우 그 소유권은 제한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캘리포니아 대법원은 1983년 공공신탁이론을 모노호 지역에 적용하면서 캘리포니아 및 LA 정부는 모노호의 신탁적 가치가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 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고 모노호가 지역 생태계의 하나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 당국에게 호수의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도록 명령하였다.(National Audubon Society v. Superior Court. Supreme Court of California 33 Cal. 3d 319)


환경분쟁을 환경재화의 분배에서 발생하는 분쟁이라고 이해하기도 한다. LA가 지역 소도시와 다투었던 물 분쟁 역시 사막 지대인 캘리포니아에서 소중한 환경재화인 물을 둘러싼 지역간 분쟁이라고 할 것이다. 환경정책의 기본 이념이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며 그 핵심적 가치가 형평(equity)이라는 점에서 캘리포니아 물 분쟁에 적용될 형평은 물을 둘러싼 대도시와 지역 소도시의 주민들 간의 형평(intra-generational equity)의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모노호 사건은 형평의 개념이 반드시 사람간의 형평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모노호를 이용하는 모든 생명체 간의 형평으로 확장됨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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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소병천(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생태지평연구소 운영위원)
              The Los Angeles Aqueduct Slide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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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집: 회귀하는 국가물관리정책 대응 방안 토론회.pdf

    ◾ 23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회귀하는 국가물관리 정책 대응 방안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보철거를위한금강영산강시민행동과 한국환경회의,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국회의원(비례)이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진성준 국회의원이 공동주최에 참여했다. ◾ 토론회에는 발제와 토론을 맡은 전문가와 시민사회 4대강 현장 활동가들을 비롯해 공동주최한 의원들이 참석해 4대강 사업으로 회귀하는 현 정부의 물관리 정책 대응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 이날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이수진 의원(비례)은 현 환경부의 물관리 정책이 토목건설식 기조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 우리 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한 제도개선을 이어 나갈 것과, 정부가 민주적 절차를 지키도록 감시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 첫 번째 발제자인 염형철 1기 국가물관리위원회 간사위원은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이 오직 4대강 보 처리방안 무산을 목적으로 이루어졌으며, 감사원의 감사 결과만으로 사회적 합의를 무너뜨리고 통합물관리의 성과를 무효화 했다고 지적하면서, 정책의 안정성을 훼손한 위법적인 폭거라고 비판했다.       ◾ 지난 10월 11일 보철거를위한금강영산강시민행동이 제기한 ‘국가물관리기본계획변경처분 취소 소송’의 법률대리인인 이정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환경보건위원회 변호사가 두 번째 발제를 이어갔다. 이정일 변호사는 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수립 배경을 설명하면서 보 처리방안의 취소와 기본계획의 변경이 물관리기본법 19조 등의 위반 소지가 있고, 재량권 일탈 남용의 위법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발제에 이어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백경오 한경국립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영산강 낙동강 금강 현장 활동을 이어온 활동가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국장은 ‘영산강 섬진강 제주권 유역 물관리종합계획’ 수립 과정에 있어, 계획 수정안에 과학적인 근거자료와 세부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없고, 폐쇄적 논의 구조에서 유역물관리위원회 자체의 부합성 논의 과정이 생략되었다고 지적했다. ◾ 다음 토론자로 나선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낙동강 유역에 보가 설치된 곳에서는 어김없이 녹조가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인근 거주지는 물론 농산물에서까지 에어로졸 확산에 의한 독성물질이 확인되고 있어 하루빨리 보를 개방하고 강의 자연성 회복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 토론을 이어받아 금강의 현장 상황을 공유한 임도훈 대전충남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한화진 장관을 언급하면서 22년 5월 취임 이후 보 처리방안 이행을 위한 절차를 밟기는커녕, 관련 부서를 해체하고 보 존치를 일방적으로 언급하는 등 직무유기, 직권남용 행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또한 세종보와 공주보를 개방하면서 강 회복 사례로 제시되었던 금강이, 다시 수문을 닫으면서 개방 이전으로 회귀하고 있다며, 보 담수는 10여 년간 연구와 국민 의견수렴을 통해 확보한 우리 강의 자연성 회복을 무위로 돌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  현 금강유역물관리위원회 위원인 최충식 대전충남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은 금강 영산강 보 처리방안 취소와 ‘자연성 회복’ 정책 반영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 결정 과정에 있어 유역물관리위원회의 의견수렴 절차가 충분치 않았을 뿐 아니라, 유역물관리종합계획 수립에 있어서도 논의가 충분치 않았음을 지적했다. ◾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물 정책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정부의 거버넌스 운영에 대해 질타했다. 특히 유역거버넌스를 누구의 영역인지에 대한 지역 이익구조로 오남용한 정치인들의 행태 대해 지적하면서, 10년 단위 계획인 국가물관리 계획이 위정자의 한마디로 변경되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금, 2023/11/2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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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23일 보철거를위한금강영산강시민행동, 한국환경회의,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진성준, 이수진(비례)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하는 ‘회귀하는 국가 물관리 정책댇응 방안’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 일시: 11월 23일 목요일 오전 10시 ■ 장소: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 ■ 세부내용 [발제 1]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의 문제와 대응 방안 – 염형철 전 국가물관리위원회 간사위원 [발제 2]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의 문제점 – 이정일 법무법인동화 변호사 [지정토론] 좌장: 백경오 한경국립대학교 교수 –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국장 –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임도훈 대전충남녹색연합 팀장 – 최충식 금강유역물관리위원 –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 [자유토론]  
금, 2023/11/17-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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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1992년 유엔 총회에서 선포한 세계 물의 날이며, 이번 2023년 세계 물의 날의 공식 슬로건은 물과 식수 위생 위기에 대한 ‘변화의 가속화(Accelerating Change)’다. 기후재난과 생물다양성 위기로 그 어느 때보다 변화와 적응이 시급한 시기이지만, 우리나라의 물관리는 4대강 사업으로 대표되는 시대착오적 하천 관리의 부작용도 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매년 여름이면 4대강 유역에 녹조가 창궐하여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전 국토의 하천은 각종 개발의 폐해로 망가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정부가 식수 위생과 국민 안전, 그리고 생태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전향적으로 변화하고 국민과 자연을 위한, 모두가 누리는 안전한 물관리 정책을 펼칠 것을 촉구한다. 안전한 물관리에 있어 4대강 유역의 녹조 창궐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16개의 거대한 보로 물길을 막은 4대강 사업은 물의 순환, 자연과 생태에 대한 고려가 일절 되지 않은 구시대적 물관리 방식으로의 회귀였다. 그 결과 매년 여름이면 흘러야 할 물이 보로 가로막힌 곳에 대량의 녹조가 발생했다. 이렇게 발생한 녹조는 국민 건강을 전방위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가 4대강 유역 노지에서 수확한 농작물을 분석한 결과 간, 뇌, 생식기능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Microcystin) 축적됐음이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낙동강 유역의 가정집 수돗물에서도 녹조가 발견되고, 낙동강 주변 공기 중에서까지 녹조가 검출됐다. 평소 강물을 이용해 농사를 짓고, 강물 위로 보트를 타고, 강변에서 휴식을 즐기던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녹조 독소로 오염된 물에 영향을 받았다.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정부는 4대강 유역을 녹조 걱정 없는 안전하고 깨끗한 물로 관리해야 한다. 지금의 물환경은 인간뿐 아니라 자연도 안전히 누리기 어렵다. 하천에서 살아가는 수생물들은 치수라는 이름 아래 행해진 수많은 개발로 안전한 물을 누릴 권리를 빼앗겼다. 크고 작은 댐, 보가 난립하여 전 국토 강하천의 연속성이 크게 단절됐고, 이는 하천 생물다양성의 위기로 작용했다. 우리나라는 총 34,000여 개의 크고 작은 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 중 파손으로 본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 5,800여 개, 공식적으로 폐기된 것이 3,800여 개다. 이들 대부분은 하천에 흉물처럼 방치돼 수질 악화와 생태계 단절까지 유발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는 수질 및 수생태계 관리사업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그러나 나라살림연구소의 분석(나라살림 295호, 정부 물관리 총지출 분석)에 따르면, 예산이 관성적으로 수질과 관련된 사업 위주로 편성돼 수생태계 관련 예산이 더욱 증대되어야 함을 확인할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으로써의 물관리 또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극단적인 규모와 예측의 어려움 등 가뭄과 홍수는 이미 기후재난으로써 그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간의 치수 정책은 댐 및 저수지를 통해 수자원을 확보하고 제방으로 수해를 방지하는 방식이 주요했으나, 이러한 방식은 이제 기후위기라는 시험대에 올랐다. 가뭄과 홍수가 극단적으로 반복되는 상황에서 댐, 제방과 같이 단순히 물을 가두는 방식의 치수는 홍수 방어와 수자원 확보 양 측면에서 만병통치약이 아님이 확인되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물관리 패러다임의 변화를 얘기하며, 그 중심에는 물순환이 있다. 인위적인 개입으로 왜곡된 물순환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도심지에 물을 품을 수 있는 공간을 더욱 확보하고, 하천 공간을 확충하여 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홍수 방지 대책(Room for the river)은 이미 많은 나라들의 치수정책으로 고려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우리 사회의 물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전향적인 변화를 보일 것을 촉구한다. 2021년 수립된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그 비전을 ‘자연과 인간이 함께 누리는 생명의 물’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이 비전에 맞추어 생각해 본다면, 안전한 물을 누리는 것은 누구에게 제한되어 있는 것이 아닌 모두의 권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하천 생태계의 훼손, 수리권 불평등, 수재해 취약성과 같은 물문제로 모두가 안전하게 누릴 물을 위해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2023년 세계 물의 날 공식 슬로건이 ‘변화의 가속화’인 만큼 물에 대한 시각 변화가 필요하다.  
수, 2023/03/2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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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체감 녹조 조사단이 간다” 낙동강 현장조사 방문기 #1>에서 이어집니다. 현재 정부는 대규모 녹조 현상으로 인한 환경 재난, 그에 따른 사회적 재난을 모두 부정하고 있다. 이에 시민의 생명을 지키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낙동강 본류와 지류 홍수 피해 현황을 조사하고 녹조 에어로졸 조사에 직접 나선<국민 체감 녹조 조사단>은 25일 영주댐을 방문했다. 그 전 일정에 방문한 남천 제방 붕괴 현장, 구미보, 상주보, 회룡포는 다른 흐르는 강과 보를 두고 안전과 수질 등을 비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영주댐의 경우 흐르는 위아래의 강을 두고 갇혀있는 영주댐 구간을 비교할 수 있어 더욱 직접적으로 다가왔다. [caption id="attachment_234027" align="aligncenter" width="640"] 녹색 빛을 띠는 댐 안의 물[/caption] 본래 댐을 통해 농업용수 등을 공급한다는 계획과는 다르게 현재 '녹조 저수지'가 된 영주댐 물은 득은커녕 악취와 환경오염 문제를 안고 있다. 실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수위까지 차오르는 날짜가 많지 않고 위험한 수질과 악취로 농민들도 사용하기 꺼리는 물이 되었다. [caption id="attachment_234028" align="aligncenter" width="640"] 폭우 뒤에도 녹색을 띠는 댐 안의 강물[/caption] 낙동강 녹조 물이 공급된 농산물과 수돗물에서 유해 남세균 독소 검출됐으며, 에어로졸 형태로 확산해 낙동강 주변 지역 공기 중에서도 유해 남세균 검출되었다. 현재 낙동강 주변 주택 등 빗물이 흐르다 마른 곳에서 녹조 흔적이 확인되며 이런 현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국민 체감 녹조 조사단>은 영주댐 주변 2곳을 선정하여 에어로졸 포집기를 설치해 녹조로 인한 피해 조사를 추가로 진행했다. 현장 전문가는 '자연성 회복'이 삭제된 정부의 물관리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녹조에서 나오는 균을 호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현상은 갇혀있는, 흐르지 않는 구간에서만 발생하며 영주댐을 중심으로 현재 흐르고 있는 상류와 하류에서는 발생하지 않음을 꼬집었다. 즉 자연성을 회복한 강과 자연성이 억제된 강이 갖는 큰 차이를, 흐르는 강과 흐르지 못하는 강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 7월 말 소양호 상류에서 녹조가 발생하자 환경부와 해당 지자체는 하류 상수원 보호지역과 수도권 상수원 영향을 우려해 총력 대응을 선언하고 녹조 제거선은 물론 인력까지 동원해 녹조를 제거했다. 그러나 전역이 상수원에 해당하는 낙동강에서 매년 대규모 녹조가 창궐하는 상황임에도 이제껏 정부의 긴급 조치를 볼 수 없으며 녹조현상과 그로 인한 피해를 부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댐을 통한 물 공급과 홍수 예방은 4대강 사업의 경우 해당하지 않는다. 4대 강 사업이 추진되던 당시, 지류에서 홍수 피해가 발생했으며 본류를 안전하게 공사했다고 했지만, 2020년 낙동강 제방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뿐만 아니라 2023년 이번 홍수로 인해 붕괴하고 침수된 현장 사진은 <낙동강 현장조사 방문기 #1>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 '녹조라떼'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수질 오염과 주변 환경 변화로 실질적인 물 공급이 불가한 상태다. 기후변화를 겪으며 기후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자연성을 외면한 채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고 그 여파를 방치하는 상황은, 수질을 악화시키고 홍수 피해를 가중하는 등 크고 작은 재난과 환경오염으로 돌아왔다. 강의 자연성 회복을 중시하는 국제적 흐름을 따라 4대 강 사업 방식이 아닌 자연 기반 해법을 중심으로 한 정책과 함께 '흐르는 강'의 복구가 시급하다.
월, 2023/09/0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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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tion id="attachment_229730" align="aligncenter" width="640"] ⓒ한국일보[/caption]

2023 환경부 업무보고, 환경부는 윤석열대통령에 굴복해 환경산업부로 간판을 바꾸었나.

지난 3일, 새해 업무보고 자리에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새로운 국제질서 탄소중립을 도약의 기회로 ▲세계로 뻗어가는 우리의 녹색산업 ▲물관리 백년대계 재수립을 중심으로 환경정책을 보고했다. 구체적으로, 탄소중립순환경제·물산업을 3대 녹색 신산업으로 육성하고, 규제혁신·연구개발·재정 지원 등을 통해 탄소무역장벽을 극복해 5년간 녹색산업 누적 100조 원 수출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환경 분야를 단순히 규제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중략) 규제는 풀되 기술로써 나갈 수 있도록 이 분야를 산업화, 시장화해 주시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환경부 장관의 관점은 크게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이번 업무보고는 환경부가 정체성을 잃고 산업부로 간판을 바꿨다고 평해도 지나치지 않다.

장관이 ‘새로운 국제질서 탄소중립을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환경부는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탄소중립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았어야 한다. 저탄소 산업 구조와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기술적 대책만 나열되어 있으면 안 된다. 그마저도 구체적인 것은 3월에 내놓겠다고 밝히는 것은 기후위기 대응 주무부처로서 걸맞은 자세가 아니다.

또한 ‘세계로 뻗어가는 우리의 녹색산업’이라고 말한다. 녹색산업으로 2027년까지 100조 원 수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담겼다.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민관 녹색산업 수출 연합체’를 출범하고, 장·차관이 환경세일즈에 직접 나서겠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산업부의 역할을 하겠다는 선언이다. 산업화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점검하는 것이 환경부의 임무다. 탄소중립을 위한 대규모 사업의 과정에서 생태계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을 만드는 것이 환경부의 몫이다. 환경부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환경부는 윤 대통령의 환경산업부 운운에 굴복한 꼭두각시인가.

‘물관리 백년대계 재수립’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백년대계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민생과 가까운 물관리에 대한 고민이 드러나지 않는다. 환경부는 발등의 불인 광주전남 지역에서 발생한 극한 가뭄이라는 현안에 대해선 주암댐 인근에서 용수를 확보한다는 새로울 것 없는 해법을 내놓았다. 되려 실효성 논란 중인 대심도 빗물터널, 재난자본주의의 전형인 포항 항사댐, 에코로봇을 활용한 녹조 제거 등 허무맹랑한 사업까지 나열되어 있다.

대통령과 장관이 나서서 환경부의 정체성을 부인하고 있다. 정부조직법 제39조에 따르면 “환경부장관은 자연환경, 생활환경의 보전, 환경오염방지, 수자원의 보전ㆍ이용ㆍ개발 및 하천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환경부는 이러한 사무를 우선해야 한다. 환경부가 규제분야가 아니며, 산업화, 시장화를 하는 산업부 2중대라는 생각을 할 것이라면 환경부라는 부처가 있을 이유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환경부 장관은 환경부가 산업부서가 아님을 다시 한번 명심하기 바란다.

화, 2023/01/1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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