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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 낙태 비범죄화를 말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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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 낙태 비범죄화를 말해야 하는 이유

익명 (미확인) | 금, 2019/03/08- 11:36

아일랜드 여성들이 낙태 비범죄화 캠페인에 참여하며 여행 가방을 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경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

이 글은 경향신문에 동시 게재되었습니다.

2010년 1월 아일랜드에 사는 쉬본 웰란은 임신 20주에 태아에게 뇌에 선천적인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고 싶었던 쉬본에게 돌아온 대답은 치명적인 손상으로 아기가 살 가망이 없다는 말뿐이었다. 그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임신을 유지하다 태아를 뱃속에서 잃을 것인가, 아니면 “여행”을 선택할 것인가.

여기서 “여행”은 아일랜드의 낙태 금지법 때문에 해외에서 낙태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한 주 뒤 쉬본은 영국 리버풀로 날아가 임신 중단 수술을 받았다. 이동 경비와 비싼 진료비 모두 그의 몫이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17년 쉬본의 사례에 대해 ”쉬본이 겪은 ‘강도 높은 정신적 괴로움’은 아일랜드의 낙태 처벌에 기인하며,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며, 굴욕적인 처우를 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여성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일랜드가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보고, 쉬본에게 30,000 유로(EUR)의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쉬본은 자국에서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없어 해외로 나가야 했던 17만명의 아일랜드 여성 중 한 명이었다. 그의 이야기는 전혀 특별하지 않지만, 낙태가 범죄가 되었을 때 개인에게 어떤 해를 끼치는지는 명백히 보여준다.

지난해 아일랜드는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를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헌법 조항을 폐지하였고, 이제 쉬본의 사례는 과거가 되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여전히 한 해 220만건의 안전하지 않은 낙태가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이해 목숨을 잃는 여성은 4만7천명에 달한다. 낙태 문제를 바라봐야 하는 시작점은 여기에 있다. 안전한 낙태 시술을 받았다면, 시술 이후에도 지속적 진료를 통해 합병증을 얻지 않았다면, 지금도 살아있었을 4만 7천명의 생명. 우리는 막을 수 있는 죽음과 불필요한 위험을 막을 방법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처벌은 낙태를 더 은밀하게 만든다.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하고, 낙인과 수치심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낙태 이후 치료를 받고 싶어도 기소의 두려움에 주저한다. 악순환의 고리다. 낙태를 범죄로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낙태를 막지 못한다. 앞선 쉬본을 비롯한 아일랜드의 17만 명의 여성이 그 증거이며, 지난 2월 나온 한국 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또한 같은 결과를 보여준다.

낙태가 합법이든 아니든, 여전히 낙태가 필요한 사람들은 시술을 받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국제앰네스티는 낙태 비범죄화를 촉구한다. 비범죄화는 개인의 신념에 따른 낙태 찬성 혹은 반대에 대한 논의가 아니다. 낙태 시술에 대한 의료적 규제를 모두 풀라는 말도 아니다. 낙태는 임신 가능한 사람들에게 제공되어야 하는 의료서비스 중 하나다. 그렇기에 다른 의료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법과 제도를 통해 규제할 수 있다. 앞서 본 사례처럼 낙태한 사람과 의료진을 처벌하는 것이 국제인권 기준에서 옳지도, 현실에서 효과적이지도 않으므로 형사처벌은 답이 아니라는 뜻이다.

1960년대 이래로 국제적인 흐름은 비범죄화, 즉 낙태에 대한 처벌조치를 부분적으로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74개국, 전 세계 인구의 약 60%가 낙태를 대체로 허용하는 국가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이 숫자는 반대로 나머지 40%가 낙태가 매우 엄격하게 제한되는 곳에 살고 있어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낙태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한국도 포함된다.

오늘은 세계여성의 날이고, 올해는 여성차별철폐협약이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지 40년이 되는 해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아일랜드에 이어 한국을 여성 인권의 진전을 이뤄낸 국가로 기억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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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루탄을 발포하고 있는 홍콩 경찰

최루탄 가스를 뚫고 경찰과 충돌하는 홍콩 시위대의 모습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시위대를 공포에 떨게 하는 것은 거리에서의 충돌 뿐만이 아니다. 시위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성희롱과 성폭행 역시 그들을 두렵게 하고 있다.

성희롱, 성폭행에 대한 의혹은 홍콩 시위가 시작된 이래로 계속 있어왔다. 경찰서 내에서의 폭행, 체포 중 여성의 속옷이 노출되는 장면과 수치스럽고 불필요한 알몸수색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 사태에 대해 목소리를 낸 여성들은 엄청난 반발에 직면했다. 이 중 일부는 온라인상에서 개인의 신상정보가 유출되었고, 가짜 성관계 동영상으로 공격을 받거나 협박 전화를 받는 이들도 있었다. 이런 이유 없는 공격은 대부분 익명의 사람들로부터 비롯한 것이다. 하지만 시위대를 비방하고, 경찰의 직권 남용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홍콩 당국이 이런 폭력을 확산시키는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의 심각성

사회적 낙인과 제보에 대한 두려움은 성폭력의 만연함을 정확히 파악하게 어렵게 한다 – 이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홍콩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가족이나 고용주가 자신이 시위에 연루된 것을 알기를 원치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가 더 복잡한 것이다.

지난 10월, 홍콩의 기회균등감시단(equal opportunities watchdog)은 경찰의 성희롱 의혹에 관한 300건 이상의 문의를 받았지만, 피해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고소를 진행한 건은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역단체의 진술과 조사를 미루어보면, 이 문제는 조직적인 것이다. 성폭행 생존자를 지원하는 단체 레인릴리(Rainlily)의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67명의 응답자(여성 58명, 남성 9명)들이 시위와 관련해 성폭행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노골적인 언어적 성희롱부터 “위협이나 협박에 의한 불법적 성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으며, 경찰관들과 반시위자들이 모두 가해자로 지목되었다.

일부 시위자들은 여름 내내 있었던 3만여 개의 #ProtestToo(나도 항의한다) 연대 운동 등을 통해 익명으로 증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전 세계의 이목을 끌 수 있었던 것은 두명의 용감한 젊은 여성 “Ms X”Sonia Ng의 증언 덕분이었다. 그 후 두 명 모두 반발과 여론의 비판을 마주했다. 성폭력에 대한 발언을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볼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마스크를 벗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소니아 응

 

Ms X”와 Sonia Ng

11월 9일, 홍콩 경찰은 한 여성이 10월 22일에 취안완 지역 경찰관들에게 강간당했다고 주장하며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X씨로만 알려진 18세 여성은 이 사건 후에 낙태를 했으며, 성폭행범 식별을 위해 그녀의 동의 하에 낙태한 태아로부터 DNA를 채취했다고 전했다.

고소장 제출 이후 경찰들은 진료 기록을 얻기 위해 X씨의 동의 없이 담당 의사의 의료원에 대한 수색 영장을 발부했는데 수색 내역에는 혐의가 제기된 날 이전의 진료 기록도 포함되어 있었다.

X씨가 사태를 파악하고 나서 법정에 수색영장에 이의를 제기했고, 치안 판사는 사건을 재검토한 후 영장을 취소했다.

X씨에 대한 세부사항이 인터넷에 유출되기도 했다. 그의 신뢰도를 떨어트리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 명백했다. 언론에 따르면, 홍콩 경찰청 공보 책임자 츠춘충(Tse Chun-chung)은 특정 매체에 X씨는 ‘약간의 정신적 문제가 있다’ 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이후 츠춘충은 이를 부인했다.

X씨의 변호인은 이에 대해, “홍콩 경찰은 이번 혐의와 더불어, 경찰과 관련된 어떠한 범죄 주장도 공정하게 조사할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라고 전했다.

 

사람들은 내가 제기한 문제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사람을 없애버리려고 했다.

소니아 응(Sonia Ng)

 

홍콩 중문대 학생인 소니아 응(Sonia Ng)은 홍콩 시위자 중 유일하게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어 성폭력 사건을 경찰에 고발했다. 그는 자신이 감금되어 있는 동안 경찰관들이 자신의 가슴을 쳤다고 말했다.

이후 후폭풍이 몰려왔다. 소니아는 “사람들이 내가 문란하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의심했고 우리 가족들의 배경과 나의 정신 건강에 대해 떠들어댔다. 사람들은 내가 제기한 문제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사람을 없애버리려고 했다.” 라고 말했다.

 

비방 운동 (Smear Campaign)

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내내, 홍콩 당국은 시위자들을 ‘폭도’, ‘공공의 적’이라 지칭했다. 친정부 언론과 온라인 포럼들에 의한 비방 운동은 관련 사건에 여성들이 연루되었을 때 성적인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2019년 9월, 행정회의 의원 패니 로(Fanny Law)는 라디오에 출연해 몇몇 여성들이 시위대에 “성접대(Free sex)”를 했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기에 마스크를 쓴 나체의 여성들이 시위대에 성행위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이 유포되었다. 후에 이 사진은 포르노 영상의 일부분으로 밝혀졌지만 이 루머는 온라인 상에 계속 확산되었다.

단적인 예로, “홍콩 경찰, 강간범, 그리고 살인자” 라는 사인을 들고 있는 여성의 사진이 “홍콩 위안부 여성, 바퀴벌레들을 위한 무료 성관계”로 합성되어 있었다. (바퀴벌레는 일부 사람들이 시위자들을 모욕하기 위해 쓰는 용어이다)

저널리스트 에이미 입(Amy Ip)은 앰네스티에게 자신이 경찰을 반대하는 발언을 한 이후 시작된 사이버 폭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에이미는 홍콩 경찰이 시위를 취재하는 기자들을 폭력적으로 대우한 것을 비판하기 위해 경찰 기자회견을 방해하고, 경찰이 언론이 해야 하는 일을 방해하고 있음을 주장하는 성명서를 낭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셜 미디어와 친 정부 언론 매체를 통해 에이미의 이름, 사진 그리고 전화번호를 포함한 개인 신상정보가 알려졌다. 중요한 것은 유포된 사진이 기자회견 당일 에이미가 가지고 있던 기자증의 사진이라는 점이다. 해당 사진은 경찰이 찍은 사진이었다.

이 후, 악성 누리꾼들은 자신들이 에이미라고 주장하는 한 여성이 시위자들에게 “성접대를 제공(Offering Free Sex)”해주고 있다는 주장을 하며 성행위 영상을 유포하기 시작했다.

에이미는 “몇 일 간 밤마다 익명의 누군가에게 전화를 받았다. 가족들 모두 걱정했다. 나는 우연히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이 문제 때문에) 어머니는 이민까지 고려했었다.” 라는 말을 전했다.

시위 현장에서 거리를 정리하는 경찰들

 

실효성 없는 조사

국제앰네스티는 홍콩 경찰의 행동에 대한 독립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거듭 촉구했다. 정부는 경찰민원처리위원회(Independent Police Complaints Council, 이하 IPCC)의 현 체계가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가 임명한 해외 전문가 패널은 IPCC가 “최근 시위 규모에 걸맞은 권한, 역량, 독립적 수사 능력이 부족하다. 또한 자유와 권리를 중시하는 도시에서 운영되는 경찰 감시 단체가 갖추어야 할 국제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신고를 하지 않은 대부분의 이유는 경찰이 신고한 문제에 대응할 능력이 있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레인릴리

 

X씨의 변호인은 X씨가 올바른 경로를 통해 고소장을 제출했고, 공격적인 심문을 받았으며 경찰의 요구대로 건강 검진을 받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명백한 중상모략뿐이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단 두 명의 응답자만이 자신이 당한 일을 경찰에게 신고했다고 레인릴리는 전했다. 신고를 하지 않은 대부분의 이유는 경찰이 신고한 문제에 대응할 능력이 있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레인릴리는 현재 유엔 여성폭력 특별조사관에게 이 문제를 의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성폭력 혐의는 홍콩 경찰에 대한 독립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확립해야 하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다. 시위대를 향한 폭력은 중단되어야 한다.

 

온라인액션
홍콩: 경찰의 폭력을 즉각 조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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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20/01/2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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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내가 전업주부인 경우 남성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지

아내가 전업주부인 경우 남편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문의가 있습니다.

이에 고용노동부 행정해석 [여성고용과-2239,  2010-06-25] 에서는 현행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 규정에 따라 만 6세 이하의 취학 전 자녀가 있는 근로자는 남녀 구분 없이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 다만, 같은 법 시행령 제10조에서는 ‘같은 영유아에 대하여 배우자가 육아휴직(다른 법령에 따른 육아휴직을 포함한다)을 하고 있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사업주가 육아휴직을 허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 따라서, 배우자가 전업주부인 경우에는 당연히 그 상대편 배우자인 근로자는 육아휴직이 허용된다고 할 것입니다

라고 해석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아내가 전업주부라 하더라도 남편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타 문의사항이 있으면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 (031-254-1979)로 연락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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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9/10/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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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여자를 소비하는 방식, 아니 이제 여자가 게임을 소비하는 방식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내용, 배울 것이 없는 질 낮은 문화콘텐츠, 학업 혹은 일상생활을 마비시키는 위험한 중독성. 게임을 둘러싼 부정적인 편견은 오래되었고, 뿌리 깊다. 일부는 맞기도 하고 혹은 그렇지 않기도 하다. 게임은 꽤 오랜 기간 주류 문화로 인정 받지 못하고 부정적인 시선을 더 많이 받는 하위 문화였다. 특히 한국에서 게임은 오랜 기간 ‘골칫덩이’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간의 정부는 게임을 산업이나 문화가 아닌 마치 ‘질병관리’하듯 다뤄왔다. 언론도 범죄 피의자가 ‘게임을 즐겨했다’는 식으로 게임이 폭력성을 부추긴다고 주장했다.(그 폭력성을 실험한다며 영업중인 PC방의 전원을 내리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계적인 추이에서 게임의 발전은 눈부시다. 단순히 적을 물리치거나 스테이지를 돌파하던 것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에서 탈피해 소재와 주제가 매우 다양하고 풍부해졌다.1) 덕분에 게임은 정치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는 미디어(김윤상)로까지 기능하기 시작했다. 또한 그래픽과 미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연출의 탁월함이 더해진 대작의 등장은 이제 게임을 영화처럼 종합예술의 반열에 올려놓기에 충분하다. 그 결과 게임은 대중 엔터테인먼트 산업 중 최단 기간에 최대의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문화와 기술의 발전을 집약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미디어가 되었다. 그리하여, 이제 게임은 게임을 둘러싼 편견을 뛰어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게임이 극복해야 하는 편견은 아직 꽤 남아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견고하고 오래된 편견 중 하나는 남성의 전유물이란 것. 어느 정도는 부정하기 힘든 사실인 이 편견은, 이제 게임이 풀어내야 할 눈앞의 미션이 되었다.

HBO의 2016년 드라마 <웨스트월드>SF와 서부극이 뒤섞인 독특한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기억(메모리)을 삭제할 수 있고, 다치거나 죽어도 (기계니까) 고쳐서 부활할 수 있다는 점만 뺀다면 인간과 모든 면에서 똑같은 안드로이드가 만들어진 근미래의 세상. 이 안드로이드들은 자신이 AI인줄은 꿈에도 모르고 스스로를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은 “웨스트월드”라는 가상의 미국 서부극을 재현한 거대 테마파크의 ‘NPC(Non-Player Character)’일 뿐이다. 여기에 돈을 내고 입장한 진짜 ‘사람’들은 마치 게임에 참여하듯이 퀘스트를 풀며 모험을 하거나, 사랑에 빠지거나, 영웅이 될 수도, 악당이 될 수도 있다. 안드로이드는 사람을 물리적으로 해칠 수 없도록 조작되어 있고, 때문에 어떤 손님은 기꺼이 안드로이드를 학살하거나 약탈하는 데에서 즐거움을 만끽한다. 그리하여 이 세계의 여자 안드로이드들은 늘 강간 당하고 죽임 당한다.
갑자기 드라마 얘기를 꺼낸 이유는 이 <웨스트월드>의 여성 안드로이드 ‘돌로레스’가 남성 유저에 의해 유린 당한 수백수천의 날이 여태까지 게임이 여자를 다뤄온 방식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때까지의 주류 게임 문화가 소비해온 ‘여캐’는 그래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마초적인 폭력의 세계에서 양념처럼 걸쳐지는 눈요깃거리에 불과했다.

드라마 &lt;웨스트월드&gt;

드라마 <웨스트월드>

드라마 &lt;웨스트월드&gt;

이는 여성 캐릭터의 복장만 봐도 쉽게 드러나는데, 전투와 액션을 다룬 게임에서조차 여성 캐릭터는 오로지 남성 유저의 시각적 만족을 위해 섹스어필하는 의상과 몸매가 강조된다. 대표적인 성상품화로 문제가 된 ‘서든어택2’는 그 옷차림 그대로 게임 내에서 공격 당하는 게 묘사되어 성폭력까지 연상시키는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했다.

 

발매 예정인 플레이스테이션4 기반의 대작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2>의 스틸 이미지가 공개되었을 때, 혹자는 여주인공인 엘리가 ‘가슴이 작아서’ 여성스럽지 못하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라스트 오브 어스2>는 좀비 바이러스로 인한 ‘포스트 아포칼립스(종말 이후의 세계)’의 파국 서사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다. 무정부 상태나 다름 없는 이 세계에서는 단지 생존만을 위해 인간성을 극단으로 몰아부치며 서로 죽고 죽이는 지옥 같은 곳인데, 여기에서조차 여성 캐릭터의 몸매를 품평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라스트 오브 어스>는 배우 앨렌 페이지를 모델로 디자인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후에 다소 수정) 다른 게임에서 모델링 연기로 출연한 탓에 앨렌 페이지 본인은 “영광이지만 기쁘지 않다”로 대답했지만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이자 주체적으로 발언하는 페미니스트로서 엘렌 페이지가 괴물의 시대에 살아남아야 하는 강인한 여자아이의 모델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닌듯하다.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

<라스트 오브 어스>

한편 <라스트 오브 어스>이 첫 발매 당시에는 여성 캐릭터가 패키지에 등장하면 판매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판단한 제작사 고위층이 엘리를 표지 디자인에서 뺄 것을 요구했으나 제작진은 이를 거부하고 엘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개발 도중 실시된 설문조사가 ‘남성 게이머’들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얘기를 듣고 즉시 ‘여성 게이머’도 포함시킬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사례는 그동안 게임(업계)이 여성을 게임 속에서 성적 대상으로 소비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여성 게이머들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다. 게임하는 여성은 아예 없는 사람이었거나, 있더라도 ‘게임실력이 남자보다 떨어지는’ 취급을 받았다. 특히 사용자간의 경쟁이 펼쳐지고 게임 실력이 계량화된 등급으로 평가 받는 게임에서 여성 게이머가 들을 수 있는 가장 후한 말은 “여자 치고는 잘하네요” 라는 말이다. 실시간 온라인게임에서 음성대화가 일반화되고 중요해진 요즘 게임에서는 문제가 더더욱 두드러진다. (게임을 이기기 위해서는 플레이어간의 실시간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게임 중 음성대화가 필수적이다) 목소리를 통해 여성임이 ‘노출’되면 그때부터 온갖 성희롱 발언이 터져나온다. 혹은 패배의 원인을 ‘여자가 못해서’로 몰고 가기도 한다. 2016년 발매되자마자 최고의 인기게임의 반열에 오른 <오버워치>는 이러한 성차별적 폐해에 여성 게이머들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아니, <오버워치> 이전의 같은 장르의 <리그 오브 레전드>때부터도 이런 문제는 심각했다. 여성 게이머들은 온갖 인신공격과 성희롱 발언을 피하기 위해 여자임을 숨기고 플레이 했고, ‘여자인 것이 들켰을 때’ 받는 피해와 고통은 오로지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그럼에도 ‘게임을 하는 여자’라는 존재는 어디에서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공론화 되어본 적조차 없다.


‘게임하는 여자’를 욕보이는 남자들은 당연히 ‘여자가 게임을 잘한다’라는 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게구리 사건’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의 ‘게구리’라는 닉네임을 쓰는 ‘여고생’ 플레이어가 압도적인 기량을 자랑하며 승률 80% 이상이라는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이자 이것이 진짜 실력일 리 없으며 핵(게임 프로그램을 해킹하여 승리가 쉽도록 조작하는 일종의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한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그중 일부 오버워치 프로게이머들은 제작사인 블리자드에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만약 조작이 아니라면 ‘게구리’에 사과하고 <오버워치> 프로게이머 활동을 접고 은퇴까지 하겠다’고 선언하며 자신만만하게 몰아부쳤다. 어떤 사용자들은 ‘게구리’에게 성희롱과 살해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조사 결과 ‘게구리’의 온전한 실력이었다는 것이 드러났고, 이것은 게임에 만연해 있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지독하고 우스꽝스러운 것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낸,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건이 되었다.



놀라운 사건은 또 일어났다. 지난 2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다이스 서밋 2017’에서 <오버워치>의 비주얼 디렉터 제프 카플란이 한국의 ‘전디협’을 소개하며 이를 극찬했다. ‘전디협’이란 ‘전국디바협회’의 줄임말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위 당시 광화문광장에 등장한 재치 있고 기발한 재미를 주는 이름과 로고로 깃발을 만들어 나온 가상의 다양한 단체들에서 시작했다. 그 취지는, 한국의 성차별적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오버워치>의 캐릭터 중 한국인 여성인 ‘송하나(디바)’가 등장할 수 없을 것이라는 문제의식에 기인한다. 그리하여 전디협은 여성이 게임을 하며 겪게 되는 온갖 욕설과 성희롱, 성차별에 대한 증언을 모으고 이를 지적하고, 가상인물 ‘송하나’가 이와 같은 일을 겪지 않고 마음껏 게임을 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행동한다고 선언한다.

전국디바협회 로고


전디협의 이러한 행동강령(?)은 굉장히 놀랍다. <오버워치>의 작가가 밝힌 오버워치 세계관의 가장 기본이 되는 뼈대인 ‘지킬 가치가 있는 미래’와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전디협은 현실의 문제를 비판하여 게임 속의 가상의 여성인 ‘송하나’처럼 아직 나타나지 않은 미래의 여성들을 위해 행동하고 있다.

오버워치 캐릭터 '디바' 송하나

오버워치 캐릭터 ‘디바’ 송하나

오버워치 캐릭터 '아나'

오버워치 캐릭터 ‘아나’

블리자드의 <오버워치>의 제작진이 지향하는 ‘글로벌 다양성’과 ‘지킬 가치가 있는 긍정적인 미래’를 보여주기 위해 송하나를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삼은 전디협을 환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같은 자리에서 제프 카플란은 송하나 외에 다른 오버워치의 여성 캐릭터들을 언급했다. 레즈비언인 ‘트레이서’와 60세 여성 저격수 ‘아나’ 등을 거론하며 이들을 ‘보통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새로운 영웅은 언제나 환영이야! ❤ 🌈 #LoveWinshttp://comic.playoverwatch.com/ko-kr/tracer-reflections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에 의해 게시 됨 2016년 12월 20일 화요일

지난 10년간 발매된 슈팅게임에서, 저격수 캐릭터는 모두 남자/군인들이었다. 오버워치는 여성과 성 소수자를 포함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이들을 ‘보통’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게임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오버워치 제작진까지 공식으로 나서서 전디협을 극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한국에서는 전디협을 평가절하하거나 “메갈”이라는 자의적이고 저열한 딱지를 붙이는 등의 여느 페미니스트들이 받는 흔한 공격과 비방이 멈추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여성 게이머들이 겪고 있는 괴롭힘도 기술적, 정책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임에 만연해 있는 성차별 문화를 극복하기 위한 도전은 겨우 시작일 뿐이다. 이제 고작 게임에서 여성의 존재가 가시화 되었을 뿐이다. 즐기기 위한 게임에서조차 인신공격을 당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어쩌면 오프라인에서보다 더한 괴롭힘을 받아온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각성과 참여가 필요하다. 그것이 게임을 더 풍부하게 만들 것이다. 게임 속 페미니즘에 ‘너프’는 없다. 2)

 

꿀곰,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간사


 

1) 시사점을 던져주는 좋은 게임들

‘발리언트 하츠’는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전쟁의 처절함과 잔혹함을 표현했다. 전쟁을 소재로 했지만 퍼즐 게임에 가까우며 적을 죽이기보단 인명구조를 하거나 남을 돕는 식으로 스테이지를 돌파한다.

‘페이퍼 플리즈(Paper, Please)’는 가상의 공산주의 국가에서 국경 검문소에서 일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입국을 원하는 사람들을 취조하고 승인하거나 거절할 수 있다. 알몸 수색, 부조리한 노동, 난민과 수용소, 양심과 실리, 혁명과 체제 등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게임이다.

디스워오브마인

‘디스 워 오브 마인(This war of mine)’은 보스니아 내전(1992-1996) 당시 포위되었던 사라예보 지역을 모티브 삼아 현대 시가전에 대한 증언과 자료를 참조하여 제작되었다. 이 게임은 전쟁으로 봉쇄된 도시에서 ‘살아남는 것’이 목적이다. 이 게임은 전쟁 아동구호 단체인 ‘War Child’를 후원하고 있으며 “현대전에서 당신은 별다른 이유 없이 개처럼 죽을 것이다.”라는 헤밍웨이의 말과 함께 시작한다.

2) 너프
온라인 게임에서 캐릭터 능력치 또는 기술, 아이템의 성능 등을 낮추는 것을 너프(nerf)라고 부른다. 반대의 의미는 ‘버프(buff)’

수, 2017/03/2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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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헌법재판소의 역사적 판결에도 불구하고 인권 개선을 위한 정부 노력 확인 못 해
  • 북한, 여전히 심각한 인권 탄압이 계속되는 가운데 인권을 위한 국제사회와의 협력 거부해
  • 아시아 태평양 전 지역, 정부에 의한 탄압이 격화됐지만 이에 맞선 시민들의 저항도 증가해

국제앰네스티는 30일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2019년 아시아 태평양 인권 현황>을 발표하며, 2019년은 탄압에 맞선 시민들의 저항이 빛난 한 해였다고 밝혔다.

이번 연례보고서에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북한)을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25개 국가 및 영토의 2019년 인권 현황이 담겨있다.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 중요한 인권 의제의 향방이 모두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만 달려있는 수동적인 상황이라며 인권 보호의 책임이 있는 정부와 국회의 의지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낙태죄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역사적인 결정을 내렸다. 2018년에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인권임을 천명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LGBTI를 형사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인 군형법 제92조의6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으며, 사형제도 역시 다시 한번 헌법재판소에서 존폐를 다루게 되었다.

하지만, 2018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 정부는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반발에 부딪혔다. 36개월 동안 교도소 단일 복무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 국제인권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인권침해의 우려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은 몇몇의 인권 진전을 이루는 판결과 기후변화 아젠다를 들고 나온 청소년들이 돋보였다. 하지만 인권 보호의 책임이 있는 국회와 정부는 LGBTI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는 국가인권위원회 개정안을 발의하고,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에 묵묵부답하는 등 인권 책임을 외면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경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

이경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지난해 한국은 몇몇의 인권 진전을 이루는 판결과 기후변화 아젠다를 들고 나온 청소년들이 돋보였다. 하지만 인권 보호의 책임이 있는 국회와 정부는 LGBTI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는 국가인권위원회 개정안을 발의하고,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에 묵묵부답하는 등 인권 책임을 외면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평가하며 “헌법재판소의 판결만으로는 실질적인 인권의 진전을 이룰 수 없다. 국회와 정부가 인권 증진을 위한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는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북한 정부가 중국, 미국, 한국 정상들과의 회담을 포함하여 핵 협상을 이어갔으나 진전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인권이 협상 아젠다에서 배제되었다고 지적했다.

북한에서의 인권 실현이 비핵화의 필요성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북한을 인권 대화로 끌어들이는데 더욱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아놀드 팡(Arnold Fang)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

아놀드 팡(Arnold Fang)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은 “북한에서의 인권 실현이 비핵화의 필요성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며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북한을 인권 대화로 끌어들이는데 더욱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제앰네스티는 북한 정부가 이동의 자유를 계속해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면서, 탈북인 강제송환 문제와 납치 피해자 강제실종 문제에 주목했다. 특히 지난 11월 한국정부가 북한 선원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한 것과 관련하여 국제앰네스티는 북한 정부가 국제인권기준에 기초하여 송환된 두 사람의 권리를 보장하고 이들의 생사와 행방을 공개해야 하며, 한국 정부는 북한 사람들에 대한 강제송환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놀드 팡 동아시아 조사관은 “북한 정부는 1969년 항공기 납치 이후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황 원을 포함하여 납치된 외국인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 또한 강제 실종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제앰네스티는 아시아 태평양 전역에서 중국과 인도를 비롯하여 각국 정부의 인권 탄압이 격화됐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거리로 나선 용감한 시민들의 힘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신장자치구에서 수백만 명의 위구르인들과 무슬림 소수민족을 여전히 탄압하고 강제 수감했고, 인도는 유일하게 무슬림이 다수인 카슈미르 지역의 특별 자치 지위를 박탈하고 소수민족을 ‘국가 안보’에 위협으로 치부하며 억압했다. 스리랑카에서는 부활절 폭탄 테러 이후 폭력적인 반무슬림 움직임이 촉발되는 등 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 소수민족은 비관용적인 국수주의의 최대 피해자가 되고 있다.

그러나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안이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지와 홍콩 경찰의 폭력행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홍콩 시민들의 저항 끝에 철회되었다. 대만에서는 시민들의 지지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었으며, 브루나이에서는 간통죄와 남성 간 성행위를 투석형으로 처벌하는 법이 철회되었다. 스리랑카에서는 사형 집행 재개를 막아냈고, 몰디브에서는 사상 최초로 두 명의 여성 대법원 판사가 임명되는 진전을 이뤘다.

정부는 국민을 억압했으나 그들의 목소리까지 묵살하지는 못했다.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인권을 침해하는 정부에 모두가 함께 저항의 메시지를 던졌다

니콜라스 베클란(Nicholas Bequelin)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지역 사무소장

니콜라스 베클란(Nicholas Bequelin)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지역 사무소장은 “아시아에서 2019년은 탄압으로 가득한 해였으나 저항의 해이기도 했다. 정부가 기본적인 자유를 송두리째 박탈하려 했지만, 사람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강력히 맞섰다. 특히 청년들이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다”며 “정부는 국민을 억압했으나 그들의 목소리까지 묵살하지는 못했다.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인권을 침해하는 정부에 모두가 함께 저항의 메시지를 던졌다”고 밝혔다. 끝.

 

첨부1 국제앰네스티 아시아 태평양 인권 현황 보고서(국문)
첨부2 국제앰네스티 아시아 태평양 인권 현황 보고서(영문)

목, 2020/01/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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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른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한 근로자에게 새로운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허용해야하는지

근로자가 다른 사업장에서 1년의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새로운 사업장에서 동일한 자녀의 양육을 사유로 육아휴직을 신청하였을때 사업주가 반드시 이를 허용해야하는지 문의가 있습니다. 이에 고용노동부행정해석 [여성고용정책과-463,  2014-02-13 ] 에서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는 사업주에게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경우 이를 허용하도록 하면서, “육아휴직의 기간은 1년 이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 동 규정은 근로자가 여러 회사를 다니면서 동일 자녀에 대하여 육아휴직을 여러 해 사용하는 것을 보장하는 것보다는, 근로자에게 한 자녀에 대하여 1년의 육아휴직을 사용할 권리를 부여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 근로자가 동일한 자녀에 대하여 1년의 육아휴직을 이미 사용하였다면, 새로운 회사에서 신청한 육아휴직에 대하여 사업주가 허용할 의무는 없음. 이라고 해석한 바 있습니다.

상기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육아휴직은 한 자녀에 대하여 1년의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2. 근로자가 동일한 자녀에 대하여 1년의 육아휴직을 이미 사용하였다면, 새로운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사업주가 허용할 의무가 없습니다.

기타 문의사항이 있으면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 (031-254-1979)로 연락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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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9/10/2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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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을 돌아보며, 국제앰네스티가 전 세계 지지자 분들과 함께 이룩한 인권 승리를 영상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이 모든 성과가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사람들이 불의에서 해방됐습니다

  • 영화 감독 올렉 센초프가 석방되었습니다
  • 나이지리아 활동가 사닷 일리야 단 마람이 석방되었습니다
  • 호주 축구 선수 하킴 알 아라이비가 고향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 모리타니 블로거 모하메드 음카이티르가 석방되었습니다
  • 살바도르 활동가 알레한드라 바레라가 석방되었습니다
  • 아흐메드 H가 고향 사이프러스로 돌아갔습니다
  • 베르주 부차니가 뉴질랜드의 환대를 받았습니다

권력자들에게 책임을 물었습니다

  • 중국/구글의 드래곤 플라이 프로젝트가 철회되었습니다
  • 에스더 키오벨는 최대 석유회사 쉘을 법정에 세웠습니다
  • 수단에서는 수천 명이 억압에 맞서 뭉쳤습니다

법을 바꿨습니다

  • 아르헨티나는 낙태 비범죄화에 한걸음 더 다가갔습니다
  • 그리스는 동의 없는 성관계가 강간이라고 인정했습니다
  • 키르기스스탄은 장애인권을 보장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 북아일랜드는 낙태죄를 비범죄화했습니다
  • 북아일랜드와 대만은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습니다
목, 2020/01/02-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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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여자를 소비하는 방식, 아니 이제 여자가 게임을 소비하는 방식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내용, 배울 것이 없는 질 낮은 문화콘텐츠, 학업 혹은 일상생활을 마비시키는 위험한 중독성. 게임을 둘러싼 부정적인 편견은 오래되었고, 뿌리 깊다. 일부는 맞기도 하고 혹은 그렇지 않기도 하다. 게임은 꽤 오랜 기간 주류 문화로 인정 받지 못하고 부정적인 시선을 더 많이 받는 하위 문화였다. 특히 한국에서 게임은 오랜 기간 ‘골칫덩이’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간의 정부는 게임을 산업이나 문화가 아닌 마치 ‘질병관리’하듯 다뤄왔다. 언론도 범죄 피의자가 ‘게임을 즐겨했다’는 식으로 게임이 폭력성을 부추긴다고 주장했다.(그 폭력성을 실험한다며 영업중인 PC방의 전원을 내리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계적인 추이에서 게임의 발전은 눈부시다. 단순히 적을 물리치거나 스테이지를 돌파하던 것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에서 탈피해 소재와 주제가 매우 다양하고 풍부해졌다.1) 덕분에 게임은 정치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는 미디어(김윤상)로까지 기능하기 시작했다. 또한 그래픽과 미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연출의 탁월함이 더해진 대작의 등장은 이제 게임을 영화처럼 종합예술의 반열에 올려놓기에 충분하다. 그 결과 게임은 대중 엔터테인먼트 산업 중 최단 기간에 최대의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문화와 기술의 발전을 집약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미디어가 되었다. 그리하여, 이제 게임은 게임을 둘러싼 편견을 뛰어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게임이 극복해야 하는 편견은 아직 꽤 남아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견고하고 오래된 편견 중 하나는 남성의 전유물이란 것. 어느 정도는 부정하기 힘든 사실인 이 편견은, 이제 게임이 풀어내야 할 눈앞의 미션이 되었다.

HBO의 2016년 드라마 <웨스트월드>SF와 서부극이 뒤섞인 독특한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기억(메모리)을 삭제할 수 있고, 다치거나 죽어도 (기계니까) 고쳐서 부활할 수 있다는 점만 뺀다면 인간과 모든 면에서 똑같은 안드로이드가 만들어진 근미래의 세상. 이 안드로이드들은 자신이 AI인줄은 꿈에도 모르고 스스로를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은 “웨스트월드”라는 가상의 미국 서부극을 재현한 거대 테마파크의 ‘NPC(Non-Player Character)’일 뿐이다. 여기에 돈을 내고 입장한 진짜 ‘사람’들은 마치 게임에 참여하듯이 퀘스트를 풀며 모험을 하거나, 사랑에 빠지거나, 영웅이 될 수도, 악당이 될 수도 있다. 안드로이드는 사람을 물리적으로 해칠 수 없도록 조작되어 있고, 때문에 어떤 손님은 기꺼이 안드로이드를 학살하거나 약탈하는 데에서 즐거움을 만끽한다. 그리하여 이 세계의 여자 안드로이드들은 늘 강간 당하고 죽임 당한다.
갑자기 드라마 얘기를 꺼낸 이유는 이 <웨스트월드>의 여성 안드로이드 ‘돌로레스’가 남성 유저에 의해 유린 당한 수백수천의 날이 여태까지 게임이 여자를 다뤄온 방식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때까지의 주류 게임 문화가 소비해온 ‘여캐’는 그래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마초적인 폭력의 세계에서 양념처럼 걸쳐지는 눈요깃거리에 불과했다.

드라마 &lt;웨스트월드&gt;

드라마 <웨스트월드>

드라마 &lt;웨스트월드&gt;

이는 여성 캐릭터의 복장만 봐도 쉽게 드러나는데, 전투와 액션을 다룬 게임에서조차 여성 캐릭터는 오로지 남성 유저의 시각적 만족을 위해 섹스어필하는 의상과 몸매가 강조된다. 대표적인 성상품화로 문제가 된 ‘서든어택2’는 그 옷차림 그대로 게임 내에서 공격 당하는 게 묘사되어 성폭력까지 연상시키는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했다.

 

발매 예정인 플레이스테이션4 기반의 대작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2>의 스틸 이미지가 공개되었을 때, 혹자는 여주인공인 엘리가 ‘가슴이 작아서’ 여성스럽지 못하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라스트 오브 어스2>는 좀비 바이러스로 인한 ‘포스트 아포칼립스(종말 이후의 세계)’의 파국 서사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다. 무정부 상태나 다름 없는 이 세계에서는 단지 생존만을 위해 인간성을 극단으로 몰아부치며 서로 죽고 죽이는 지옥 같은 곳인데, 여기에서조차 여성 캐릭터의 몸매를 품평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라스트 오브 어스>는 배우 앨렌 페이지를 모델로 디자인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후에 다소 수정) 다른 게임에서 모델링 연기로 출연한 탓에 앨렌 페이지 본인은 “영광이지만 기쁘지 않다”로 대답했지만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이자 주체적으로 발언하는 페미니스트로서 엘렌 페이지가 괴물의 시대에 살아남아야 하는 강인한 여자아이의 모델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닌듯하다.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

<라스트 오브 어스>

한편 <라스트 오브 어스>이 첫 발매 당시에는 여성 캐릭터가 패키지에 등장하면 판매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판단한 제작사 고위층이 엘리를 표지 디자인에서 뺄 것을 요구했으나 제작진은 이를 거부하고 엘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개발 도중 실시된 설문조사가 ‘남성 게이머’들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얘기를 듣고 즉시 ‘여성 게이머’도 포함시킬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사례는 그동안 게임(업계)이 여성을 게임 속에서 성적 대상으로 소비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여성 게이머들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다. 게임하는 여성은 아예 없는 사람이었거나, 있더라도 ‘게임실력이 남자보다 떨어지는’ 취급을 받았다. 특히 사용자간의 경쟁이 펼쳐지고 게임 실력이 계량화된 등급으로 평가 받는 게임에서 여성 게이머가 들을 수 있는 가장 후한 말은 “여자 치고는 잘하네요” 라는 말이다. 실시간 온라인게임에서 음성대화가 일반화되고 중요해진 요즘 게임에서는 문제가 더더욱 두드러진다. (게임을 이기기 위해서는 플레이어간의 실시간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게임 중 음성대화가 필수적이다) 목소리를 통해 여성임이 ‘노출’되면 그때부터 온갖 성희롱 발언이 터져나온다. 혹은 패배의 원인을 ‘여자가 못해서’로 몰고 가기도 한다. 2016년 발매되자마자 최고의 인기게임의 반열에 오른 <오버워치>는 이러한 성차별적 폐해에 여성 게이머들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아니, <오버워치> 이전의 같은 장르의 <리그 오브 레전드>때부터도 이런 문제는 심각했다. 여성 게이머들은 온갖 인신공격과 성희롱 발언을 피하기 위해 여자임을 숨기고 플레이 했고, ‘여자인 것이 들켰을 때’ 받는 피해와 고통은 오로지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그럼에도 ‘게임을 하는 여자’라는 존재는 어디에서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공론화 되어본 적조차 없다.


‘게임하는 여자’를 욕보이는 남자들은 당연히 ‘여자가 게임을 잘한다’라는 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게구리 사건’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의 ‘게구리’라는 닉네임을 쓰는 ‘여고생’ 플레이어가 압도적인 기량을 자랑하며 승률 80% 이상이라는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이자 이것이 진짜 실력일 리 없으며 핵(게임 프로그램을 해킹하여 승리가 쉽도록 조작하는 일종의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한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그중 일부 오버워치 프로게이머들은 제작사인 블리자드에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만약 조작이 아니라면 ‘게구리’에 사과하고 <오버워치> 프로게이머 활동을 접고 은퇴까지 하겠다’고 선언하며 자신만만하게 몰아부쳤다. 어떤 사용자들은 ‘게구리’에게 성희롱과 살해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조사 결과 ‘게구리’의 온전한 실력이었다는 것이 드러났고, 이것은 게임에 만연해 있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지독하고 우스꽝스러운 것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낸,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건이 되었다.



놀라운 사건은 또 일어났다. 지난 2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다이스 서밋 2017’에서 <오버워치>의 비주얼 디렉터 제프 카플란이 한국의 ‘전디협’을 소개하며 이를 극찬했다. ‘전디협’이란 ‘전국디바협회’의 줄임말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위 당시 광화문광장에 등장한 재치 있고 기발한 재미를 주는 이름과 로고로 깃발을 만들어 나온 가상의 다양한 단체들에서 시작했다. 그 취지는, 한국의 성차별적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오버워치>의 캐릭터 중 한국인 여성인 ‘송하나(디바)’가 등장할 수 없을 것이라는 문제의식에 기인한다. 그리하여 전디협은 여성이 게임을 하며 겪게 되는 온갖 욕설과 성희롱, 성차별에 대한 증언을 모으고 이를 지적하고, 가상인물 ‘송하나’가 이와 같은 일을 겪지 않고 마음껏 게임을 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행동한다고 선언한다.

전국디바협회 로고


전디협의 이러한 행동강령(?)은 굉장히 놀랍다. <오버워치>의 작가가 밝힌 오버워치 세계관의 가장 기본이 되는 뼈대인 ‘지킬 가치가 있는 미래’와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전디협은 현실의 문제를 비판하여 게임 속의 가상의 여성인 ‘송하나’처럼 아직 나타나지 않은 미래의 여성들을 위해 행동하고 있다.

오버워치 캐릭터 '디바' 송하나

오버워치 캐릭터 ‘디바’ 송하나

오버워치 캐릭터 '아나'

오버워치 캐릭터 ‘아나’

블리자드의 <오버워치>의 제작진이 지향하는 ‘글로벌 다양성’과 ‘지킬 가치가 있는 긍정적인 미래’를 보여주기 위해 송하나를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삼은 전디협을 환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같은 자리에서 제프 카플란은 송하나 외에 다른 오버워치의 여성 캐릭터들을 언급했다. 레즈비언인 ‘트레이서’와 60세 여성 저격수 ‘아나’ 등을 거론하며 이들을 ‘보통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새로운 영웅은 언제나 환영이야! ❤ 🌈 #LoveWinshttp://comic.playoverwatch.com/ko-kr/tracer-reflections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에 의해 게시 됨 2016년 12월 20일 화요일

지난 10년간 발매된 슈팅게임에서, 저격수 캐릭터는 모두 남자/군인들이었다. 오버워치는 여성과 성 소수자를 포함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이들을 ‘보통’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게임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오버워치 제작진까지 공식으로 나서서 전디협을 극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한국에서는 전디협을 평가절하하거나 “메갈”이라는 자의적이고 저열한 딱지를 붙이는 등의 여느 페미니스트들이 받는 흔한 공격과 비방이 멈추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여성 게이머들이 겪고 있는 괴롭힘도 기술적, 정책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임에 만연해 있는 성차별 문화를 극복하기 위한 도전은 겨우 시작일 뿐이다. 이제 고작 게임에서 여성의 존재가 가시화 되었을 뿐이다. 즐기기 위한 게임에서조차 인신공격을 당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어쩌면 오프라인에서보다 더한 괴롭힘을 받아온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각성과 참여가 필요하다. 그것이 게임을 더 풍부하게 만들 것이다. 게임 속 페미니즘에 ‘너프’는 없다. 2)

 

꿀곰,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간사


 

1) 시사점을 던져주는 좋은 게임들

‘발리언트 하츠’는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전쟁의 처절함과 잔혹함을 표현했다. 전쟁을 소재로 했지만 퍼즐 게임에 가까우며 적을 죽이기보단 인명구조를 하거나 남을 돕는 식으로 스테이지를 돌파한다.

‘페이퍼 플리즈(Paper, Please)’는 가상의 공산주의 국가에서 국경 검문소에서 일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입국을 원하는 사람들을 취조하고 승인하거나 거절할 수 있다. 알몸 수색, 부조리한 노동, 난민과 수용소, 양심과 실리, 혁명과 체제 등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게임이다.

디스워오브마인

‘디스 워 오브 마인(This war of mine)’은 보스니아 내전(1992-1996) 당시 포위되었던 사라예보 지역을 모티브 삼아 현대 시가전에 대한 증언과 자료를 참조하여 제작되었다. 이 게임은 전쟁으로 봉쇄된 도시에서 ‘살아남는 것’이 목적이다. 이 게임은 전쟁 아동구호 단체인 ‘War Child’를 후원하고 있으며 “현대전에서 당신은 별다른 이유 없이 개처럼 죽을 것이다.”라는 헤밍웨이의 말과 함께 시작한다.

2) 너프
온라인 게임에서 캐릭터 능력치 또는 기술, 아이템의 성능 등을 낮추는 것을 너프(nerf)라고 부른다. 반대의 의미는 ‘버프(buff)’

수, 2017/03/2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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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여자를 소비하는 방식, 아니 이제 여자가 게임을 소비하는 방식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내용, 배울 것이 없는 질 낮은 문화콘텐츠, 학업 혹은 일상생활을 마비시키는 위험한 중독성. 게임을 둘러싼 부정적인 편견은 오래되었고, 뿌리 깊다. 일부는 맞기도 하고 혹은 그렇지 않기도 하다. 게임은 꽤 오랜 기간 주류 문화로 인정 받지 못하고 부정적인 시선을 더 많이 받는 하위 문화였다. 특히 한국에서 게임은 오랜 기간 ‘골칫덩이’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간의 정부는 게임을 산업이나 문화가 아닌 마치 ‘질병관리’하듯 다뤄왔다. 언론도 범죄 피의자가 ‘게임을 즐겨했다’는 식으로 게임이 폭력성을 부추긴다고 주장했다.(그 폭력성을 실험한다며 영업중인 PC방의 전원을 내리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계적인 추이에서 게임의 발전은 눈부시다. 단순히 적을 물리치거나 스테이지를 돌파하던 것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에서 탈피해 소재와 주제가 매우 다양하고 풍부해졌다.1) 덕분에 게임은 정치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는 미디어(김윤상)로까지 기능하기 시작했다. 또한 그래픽과 미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연출의 탁월함이 더해진 대작의 등장은 이제 게임을 영화처럼 종합예술의 반열에 올려놓기에 충분하다. 그 결과 게임은 대중 엔터테인먼트 산업 중 최단 기간에 최대의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문화와 기술의 발전을 집약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미디어가 되었다. 그리하여, 이제 게임은 게임을 둘러싼 편견을 뛰어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게임이 극복해야 하는 편견은 아직 꽤 남아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견고하고 오래된 편견 중 하나는 남성의 전유물이란 것. 어느 정도는 부정하기 힘든 사실인 이 편견은, 이제 게임이 풀어내야 할 눈앞의 미션이 되었다.

HBO의 2016년 드라마 <웨스트월드>SF와 서부극이 뒤섞인 독특한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기억(메모리)을 삭제할 수 있고, 다치거나 죽어도 (기계니까) 고쳐서 부활할 수 있다는 점만 뺀다면 인간과 모든 면에서 똑같은 안드로이드가 만들어진 근미래의 세상. 이 안드로이드들은 자신이 AI인줄은 꿈에도 모르고 스스로를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은 “웨스트월드”라는 가상의 미국 서부극을 재현한 거대 테마파크의 ‘NPC(Non-Player Character)’일 뿐이다. 여기에 돈을 내고 입장한 진짜 ‘사람’들은 마치 게임에 참여하듯이 퀘스트를 풀며 모험을 하거나, 사랑에 빠지거나, 영웅이 될 수도, 악당이 될 수도 있다. 안드로이드는 사람을 물리적으로 해칠 수 없도록 조작되어 있고, 때문에 어떤 손님은 기꺼이 안드로이드를 학살하거나 약탈하는 데에서 즐거움을 만끽한다. 그리하여 이 세계의 여자 안드로이드들은 늘 강간 당하고 죽임 당한다.
갑자기 드라마 얘기를 꺼낸 이유는 이 <웨스트월드>의 여성 안드로이드 ‘돌로레스’가 남성 유저에 의해 유린 당한 수백수천의 날이 여태까지 게임이 여자를 다뤄온 방식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때까지의 주류 게임 문화가 소비해온 ‘여캐’는 그래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마초적인 폭력의 세계에서 양념처럼 걸쳐지는 눈요깃거리에 불과했다.

드라마 &lt;웨스트월드&gt;

드라마 <웨스트월드>

드라마 &lt;웨스트월드&gt;

이는 여성 캐릭터의 복장만 봐도 쉽게 드러나는데, 전투와 액션을 다룬 게임에서조차 여성 캐릭터는 오로지 남성 유저의 시각적 만족을 위해 섹스어필하는 의상과 몸매가 강조된다. 대표적인 성상품화로 문제가 된 ‘서든어택2’는 그 옷차림 그대로 게임 내에서 공격 당하는 게 묘사되어 성폭력까지 연상시키는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했다.

 

발매 예정인 플레이스테이션4 기반의 대작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2>의 스틸 이미지가 공개되었을 때, 혹자는 여주인공인 엘리가 ‘가슴이 작아서’ 여성스럽지 못하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라스트 오브 어스2>는 좀비 바이러스로 인한 ‘포스트 아포칼립스(종말 이후의 세계)’의 파국 서사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다. 무정부 상태나 다름 없는 이 세계에서는 단지 생존만을 위해 인간성을 극단으로 몰아부치며 서로 죽고 죽이는 지옥 같은 곳인데, 여기에서조차 여성 캐릭터의 몸매를 품평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라스트 오브 어스>는 배우 앨렌 페이지를 모델로 디자인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후에 다소 수정) 다른 게임에서 모델링 연기로 출연한 탓에 앨렌 페이지 본인은 “영광이지만 기쁘지 않다”로 대답했지만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이자 주체적으로 발언하는 페미니스트로서 엘렌 페이지가 괴물의 시대에 살아남아야 하는 강인한 여자아이의 모델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닌듯하다.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

<라스트 오브 어스>

한편 <라스트 오브 어스>이 첫 발매 당시에는 여성 캐릭터가 패키지에 등장하면 판매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판단한 제작사 고위층이 엘리를 표지 디자인에서 뺄 것을 요구했으나 제작진은 이를 거부하고 엘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개발 도중 실시된 설문조사가 ‘남성 게이머’들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얘기를 듣고 즉시 ‘여성 게이머’도 포함시킬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사례는 그동안 게임(업계)이 여성을 게임 속에서 성적 대상으로 소비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여성 게이머들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다. 게임하는 여성은 아예 없는 사람이었거나, 있더라도 ‘게임실력이 남자보다 떨어지는’ 취급을 받았다. 특히 사용자간의 경쟁이 펼쳐지고 게임 실력이 계량화된 등급으로 평가 받는 게임에서 여성 게이머가 들을 수 있는 가장 후한 말은 “여자 치고는 잘하네요” 라는 말이다. 실시간 온라인게임에서 음성대화가 일반화되고 중요해진 요즘 게임에서는 문제가 더더욱 두드러진다. (게임을 이기기 위해서는 플레이어간의 실시간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게임 중 음성대화가 필수적이다) 목소리를 통해 여성임이 ‘노출’되면 그때부터 온갖 성희롱 발언이 터져나온다. 혹은 패배의 원인을 ‘여자가 못해서’로 몰고 가기도 한다. 2016년 발매되자마자 최고의 인기게임의 반열에 오른 <오버워치>는 이러한 성차별적 폐해에 여성 게이머들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아니, <오버워치> 이전의 같은 장르의 <리그 오브 레전드>때부터도 이런 문제는 심각했다. 여성 게이머들은 온갖 인신공격과 성희롱 발언을 피하기 위해 여자임을 숨기고 플레이 했고, ‘여자인 것이 들켰을 때’ 받는 피해와 고통은 오로지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그럼에도 ‘게임을 하는 여자’라는 존재는 어디에서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공론화 되어본 적조차 없다.


‘게임하는 여자’를 욕보이는 남자들은 당연히 ‘여자가 게임을 잘한다’라는 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게구리 사건’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의 ‘게구리’라는 닉네임을 쓰는 ‘여고생’ 플레이어가 압도적인 기량을 자랑하며 승률 80% 이상이라는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이자 이것이 진짜 실력일 리 없으며 핵(게임 프로그램을 해킹하여 승리가 쉽도록 조작하는 일종의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한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그중 일부 오버워치 프로게이머들은 제작사인 블리자드에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만약 조작이 아니라면 ‘게구리’에 사과하고 <오버워치> 프로게이머 활동을 접고 은퇴까지 하겠다’고 선언하며 자신만만하게 몰아부쳤다. 어떤 사용자들은 ‘게구리’에게 성희롱과 살해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조사 결과 ‘게구리’의 온전한 실력이었다는 것이 드러났고, 이것은 게임에 만연해 있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지독하고 우스꽝스러운 것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낸,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건이 되었다.



놀라운 사건은 또 일어났다. 지난 2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다이스 서밋 2017’에서 <오버워치>의 비주얼 디렉터 제프 카플란이 한국의 ‘전디협’을 소개하며 이를 극찬했다. ‘전디협’이란 ‘전국디바협회’의 줄임말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위 당시 광화문광장에 등장한 재치 있고 기발한 재미를 주는 이름과 로고로 깃발을 만들어 나온 가상의 다양한 단체들에서 시작했다. 그 취지는, 한국의 성차별적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오버워치>의 캐릭터 중 한국인 여성인 ‘송하나(디바)’가 등장할 수 없을 것이라는 문제의식에 기인한다. 그리하여 전디협은 여성이 게임을 하며 겪게 되는 온갖 욕설과 성희롱, 성차별에 대한 증언을 모으고 이를 지적하고, 가상인물 ‘송하나’가 이와 같은 일을 겪지 않고 마음껏 게임을 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행동한다고 선언한다.

전국디바협회 로고


전디협의 이러한 행동강령(?)은 굉장히 놀랍다. <오버워치>의 작가가 밝힌 오버워치 세계관의 가장 기본이 되는 뼈대인 ‘지킬 가치가 있는 미래’와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전디협은 현실의 문제를 비판하여 게임 속의 가상의 여성인 ‘송하나’처럼 아직 나타나지 않은 미래의 여성들을 위해 행동하고 있다.

오버워치 캐릭터 '디바' 송하나

오버워치 캐릭터 ‘디바’ 송하나

오버워치 캐릭터 '아나'

오버워치 캐릭터 ‘아나’

블리자드의 <오버워치>의 제작진이 지향하는 ‘글로벌 다양성’과 ‘지킬 가치가 있는 긍정적인 미래’를 보여주기 위해 송하나를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삼은 전디협을 환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같은 자리에서 제프 카플란은 송하나 외에 다른 오버워치의 여성 캐릭터들을 언급했다. 레즈비언인 ‘트레이서’와 60세 여성 저격수 ‘아나’ 등을 거론하며 이들을 ‘보통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새로운 영웅은 언제나 환영이야! ❤ 🌈 #LoveWinshttp://comic.playoverwatch.com/ko-kr/tracer-reflections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에 의해 게시 됨 2016년 12월 20일 화요일

지난 10년간 발매된 슈팅게임에서, 저격수 캐릭터는 모두 남자/군인들이었다. 오버워치는 여성과 성 소수자를 포함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이들을 ‘보통’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게임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오버워치 제작진까지 공식으로 나서서 전디협을 극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한국에서는 전디협을 평가절하하거나 “메갈”이라는 자의적이고 저열한 딱지를 붙이는 등의 여느 페미니스트들이 받는 흔한 공격과 비방이 멈추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여성 게이머들이 겪고 있는 괴롭힘도 기술적, 정책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임에 만연해 있는 성차별 문화를 극복하기 위한 도전은 겨우 시작일 뿐이다. 이제 고작 게임에서 여성의 존재가 가시화 되었을 뿐이다. 즐기기 위한 게임에서조차 인신공격을 당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어쩌면 오프라인에서보다 더한 괴롭힘을 받아온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각성과 참여가 필요하다. 그것이 게임을 더 풍부하게 만들 것이다. 게임 속 페미니즘에 ‘너프’는 없다. 2)

 

꿀곰,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간사


 

1) 시사점을 던져주는 좋은 게임들

‘발리언트 하츠’는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전쟁의 처절함과 잔혹함을 표현했다. 전쟁을 소재로 했지만 퍼즐 게임에 가까우며 적을 죽이기보단 인명구조를 하거나 남을 돕는 식으로 스테이지를 돌파한다.

‘페이퍼 플리즈(Paper, Please)’는 가상의 공산주의 국가에서 국경 검문소에서 일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입국을 원하는 사람들을 취조하고 승인하거나 거절할 수 있다. 알몸 수색, 부조리한 노동, 난민과 수용소, 양심과 실리, 혁명과 체제 등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게임이다.

디스워오브마인

‘디스 워 오브 마인(This war of mine)’은 보스니아 내전(1992-1996) 당시 포위되었던 사라예보 지역을 모티브 삼아 현대 시가전에 대한 증언과 자료를 참조하여 제작되었다. 이 게임은 전쟁으로 봉쇄된 도시에서 ‘살아남는 것’이 목적이다. 이 게임은 전쟁 아동구호 단체인 ‘War Child’를 후원하고 있으며 “현대전에서 당신은 별다른 이유 없이 개처럼 죽을 것이다.”라는 헤밍웨이의 말과 함께 시작한다.

2) 너프
온라인 게임에서 캐릭터 능력치 또는 기술, 아이템의 성능 등을 낮추는 것을 너프(nerf)라고 부른다. 반대의 의미는 ‘버프(buff)’

수, 2017/03/2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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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형법 폐지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QUV 행정팀장

 

LGBTI의 침묵 강요하는 차별 조항 폐지될 때까지 국제적 행동 이어 나갈 것 선언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군인권센터,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 QUV, 군형법 제92조의6 위헌소송대리인단과 함께 10월 1일 오전 국방부 정문 앞에서 제71회 국군의 날을 맞아 <‘차별국군’ 선포 국제 행동의 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강한국군’을 주제로 국군의 날 기념식이 진행 중인 가운데 기자회견에 참가한 활동가들은 군형법 제92조의6을 유지하는 국방부는 결코 ‘강한국군’이 아니며, 성소수자 (이하 LGBTI) 군인을 처벌과 폭력의 위험 속으로 몰아넣는 ‘차별국군’임을 선언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7월 11일 보고서 <침묵 속의 복무: 한국 군대의 LGBTI>를 발간하며 군형법 제92조의6의 직간접적 결과로 군인들이 차별과 폭력, 고립, 불처벌을 경험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본 조항이 군대를 넘어 한국 사회 전반에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음을 밝혔다.

동성 간 합의된 성관계를 범죄화 하는 군형법 제92조의6은 군인들을 기소의 위험과 두려움 속에 살아가도록 만들고 있다. 일례로 2017년에만 현역 군인 20명 이상이 군형법 제92조의6으로 기소되었다. 이들 중 다수가 사적인 정보가 담긴 휴대전화 제출을 강요받는 등 사생활을 침해당했고, 수사관에 의한 모욕과 압박 심문을 겪었다.

국제앰네스티는 LGBTI 군인들이 군형법 제92조의6 위반으로 기소되는 것 이외에도 군복무 전반에 걸쳐 다양한 유형의 차별과 폭력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국제앰네스티가 인터뷰한 전역 게이 남성 중 몇 명은 전통적 성별규범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성폭력을 당하는 것을 목격했거나 직접 겪었다고 증언했다.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피해를 신고하지 못하거나, 성폭력 피해 신고 과정에서 아웃팅을 당해 정신병원에 반강제로 입원했다는 증언 또한 이어졌다.

이에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정부에 군형법 제92조의6을 즉각 폐지하고, 이와 관련하여 군인들을 조사, 구금, 기소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성징 등 다양한 이유를 근거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도입할 것을 촉구하였다.

국제앰네스티는 군대 내 LGBTI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글로벌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노르웨이, 핀란드, 벨기에, 덴마크, 일본, 독일, 미국 등에서 5 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한국의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를 촉구하는 탄원에 동참했다. 오늘 국방부 앞에서 진행된 국제행동은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국방부 앞에서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앰네스티 및 연대 단체

이 날 기자회견에서는 군복을 입은 참가자들이 LGBTI 군인들을 억압하는 군형법 제92조의 6을 상징하는 X자가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침묵 속에 복무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기자회견 말미에 참석자들은 마스크를 벗어 던지며 “침묵은 이미 깨졌다!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형남 군인권센터 기획정책팀장은 현재 대법원에서 군형법 제92조의6 위반 혐의로 재판 중에 있는 군인들을 언급하며 “평범한 군인들의 일상이 군형법 제92조의6으로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면서 “이들이 이전처럼 아무런 문제없이 군인으로,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며 나라에 헌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주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 QUV 행정팀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친구들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군대에 가고 있다. 국군은 이런 ‘대한의 건아들’이 소중한 인재라고 말하지만, 군대 안에 있는 우리 퀴어들은 그 범주에 속하지 않으며, 오히려 낙인 속에 괴로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형법 제92조의6 위헌소송 대리인단으로 활동하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한가람 변호사는 “이 조항이 그 존재 자체로 성소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고,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며, 동성애자를 범죄자로 낙인 찍는 법”이라며 “시민들이 나서서 이 조항의 폐지에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양은선 캠페인팀장은 “군인의 성적지향은 군복무 수행 능력과 아무 관계가 없다”며 “차별에 눈 감는 군은 결코 강한 군대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하지 말라’는 전 세계 700만 국제앰네스티 회원 및 지지자와 국제사회가 한국 국방부에 보내는 메시지는 단호하고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국제앰네스티는 오늘 <‘차별국군’ 선포 국제 행동>을 기해 국방부에 전달할 글로벌 탄원을 모으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끝.

 

온라인액션
한국: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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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9/10/02-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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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일용근로자도 출산전후휴가를 부여받을 수 있는지

일용근로자도 상용직근로자와 동일하게 출산전후휴가를 부여받을 수 있는지 문의가 있었습니다. 이에 고용노동부 행정해석 [여성고용정책과-1032, 2015.04.15] 에서는 근로계약을 1일 단위로 체결하고 그날의 근로가 끝남에 따라 사용종속관계가 종료되는 실질적인 의미의 일용직 근로자의 경우에는 출산전후 휴가가 성립하기 어려울 것이나
- 비정규직(일용직, 수당직, 임시직, 계약직 등)으로 고용되었지만 사실상 해당 사업장에서 상시 근로하는 경우에는 근무계약형태와 관계없이 동법에 의한 출산전후 휴가를 부여하여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라고 해석한 바 있습니다.

상기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명확한 일용직근로자의 경우 출산전후휴가가 성립하지 않으나, 고용형태가 일용직일뿐 실제 상용직과 유사하다면 출산전후휴가가 보장된다.

기타 문의사항이 있으면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 (031-254-1979)로 연락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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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9/09/20-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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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여자를 소비하는 방식, 아니 이제 여자가 게임을 소비하는 방식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내용, 배울 것이 없는 질 낮은 문화콘텐츠, 학업 혹은 일상생활을 마비시키는 위험한 중독성. 게임을 둘러싼 부정적인 편견은 오래되었고, 뿌리 깊다. 일부는 맞기도 하고 혹은 그렇지 않기도 하다. 게임은 꽤 오랜 기간 주류 문화로 인정 받지 못하고 부정적인 시선을 더 많이 받는 하위 문화였다. 특히 한국에서 게임은 오랜 기간 ‘골칫덩이’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간의 정부는 게임을 산업이나 문화가 아닌 마치 ‘질병관리’하듯 다뤄왔다. 언론도 범죄 피의자가 ‘게임을 즐겨했다’는 식으로 게임이 폭력성을 부추긴다고 주장했다.(그 폭력성을 실험한다며 영업중인 PC방의 전원을 내리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계적인 추이에서 게임의 발전은 눈부시다. 단순히 적을 물리치거나 스테이지를 돌파하던 것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에서 탈피해 소재와 주제가 매우 다양하고 풍부해졌다.1) 덕분에 게임은 정치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는 미디어(김윤상)로까지 기능하기 시작했다. 또한 그래픽과 미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연출의 탁월함이 더해진 대작의 등장은 이제 게임을 영화처럼 종합예술의 반열에 올려놓기에 충분하다. 그 결과 게임은 대중 엔터테인먼트 산업 중 최단 기간에 최대의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문화와 기술의 발전을 집약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미디어가 되었다. 그리하여, 이제 게임은 게임을 둘러싼 편견을 뛰어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게임이 극복해야 하는 편견은 아직 꽤 남아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견고하고 오래된 편견 중 하나는 남성의 전유물이란 것. 어느 정도는 부정하기 힘든 사실인 이 편견은, 이제 게임이 풀어내야 할 눈앞의 미션이 되었다.

HBO의 2016년 드라마 <웨스트월드>SF와 서부극이 뒤섞인 독특한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기억(메모리)을 삭제할 수 있고, 다치거나 죽어도 (기계니까) 고쳐서 부활할 수 있다는 점만 뺀다면 인간과 모든 면에서 똑같은 안드로이드가 만들어진 근미래의 세상. 이 안드로이드들은 자신이 AI인줄은 꿈에도 모르고 스스로를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은 “웨스트월드”라는 가상의 미국 서부극을 재현한 거대 테마파크의 ‘NPC(Non-Player Character)’일 뿐이다. 여기에 돈을 내고 입장한 진짜 ‘사람’들은 마치 게임에 참여하듯이 퀘스트를 풀며 모험을 하거나, 사랑에 빠지거나, 영웅이 될 수도, 악당이 될 수도 있다. 안드로이드는 사람을 물리적으로 해칠 수 없도록 조작되어 있고, 때문에 어떤 손님은 기꺼이 안드로이드를 학살하거나 약탈하는 데에서 즐거움을 만끽한다. 그리하여 이 세계의 여자 안드로이드들은 늘 강간 당하고 죽임 당한다.
갑자기 드라마 얘기를 꺼낸 이유는 이 <웨스트월드>의 여성 안드로이드 ‘돌로레스’가 남성 유저에 의해 유린 당한 수백수천의 날이 여태까지 게임이 여자를 다뤄온 방식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때까지의 주류 게임 문화가 소비해온 ‘여캐’는 그래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마초적인 폭력의 세계에서 양념처럼 걸쳐지는 눈요깃거리에 불과했다.

드라마 &lt;웨스트월드&gt;

드라마 <웨스트월드>

드라마 &lt;웨스트월드&gt;

이는 여성 캐릭터의 복장만 봐도 쉽게 드러나는데, 전투와 액션을 다룬 게임에서조차 여성 캐릭터는 오로지 남성 유저의 시각적 만족을 위해 섹스어필하는 의상과 몸매가 강조된다. 대표적인 성상품화로 문제가 된 ‘서든어택2’는 그 옷차림 그대로 게임 내에서 공격 당하는 게 묘사되어 성폭력까지 연상시키는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했다.

 

발매 예정인 플레이스테이션4 기반의 대작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2>의 스틸 이미지가 공개되었을 때, 혹자는 여주인공인 엘리가 ‘가슴이 작아서’ 여성스럽지 못하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라스트 오브 어스2>는 좀비 바이러스로 인한 ‘포스트 아포칼립스(종말 이후의 세계)’의 파국 서사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다. 무정부 상태나 다름 없는 이 세계에서는 단지 생존만을 위해 인간성을 극단으로 몰아부치며 서로 죽고 죽이는 지옥 같은 곳인데, 여기에서조차 여성 캐릭터의 몸매를 품평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라스트 오브 어스>는 배우 앨렌 페이지를 모델로 디자인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후에 다소 수정) 다른 게임에서 모델링 연기로 출연한 탓에 앨렌 페이지 본인은 “영광이지만 기쁘지 않다”로 대답했지만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이자 주체적으로 발언하는 페미니스트로서 엘렌 페이지가 괴물의 시대에 살아남아야 하는 강인한 여자아이의 모델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닌듯하다.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

<라스트 오브 어스>

한편 <라스트 오브 어스>이 첫 발매 당시에는 여성 캐릭터가 패키지에 등장하면 판매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판단한 제작사 고위층이 엘리를 표지 디자인에서 뺄 것을 요구했으나 제작진은 이를 거부하고 엘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개발 도중 실시된 설문조사가 ‘남성 게이머’들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얘기를 듣고 즉시 ‘여성 게이머’도 포함시킬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사례는 그동안 게임(업계)이 여성을 게임 속에서 성적 대상으로 소비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여성 게이머들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다. 게임하는 여성은 아예 없는 사람이었거나, 있더라도 ‘게임실력이 남자보다 떨어지는’ 취급을 받았다. 특히 사용자간의 경쟁이 펼쳐지고 게임 실력이 계량화된 등급으로 평가 받는 게임에서 여성 게이머가 들을 수 있는 가장 후한 말은 “여자 치고는 잘하네요” 라는 말이다. 실시간 온라인게임에서 음성대화가 일반화되고 중요해진 요즘 게임에서는 문제가 더더욱 두드러진다. (게임을 이기기 위해서는 플레이어간의 실시간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게임 중 음성대화가 필수적이다) 목소리를 통해 여성임이 ‘노출’되면 그때부터 온갖 성희롱 발언이 터져나온다. 혹은 패배의 원인을 ‘여자가 못해서’로 몰고 가기도 한다. 2016년 발매되자마자 최고의 인기게임의 반열에 오른 <오버워치>는 이러한 성차별적 폐해에 여성 게이머들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아니, <오버워치> 이전의 같은 장르의 <리그 오브 레전드>때부터도 이런 문제는 심각했다. 여성 게이머들은 온갖 인신공격과 성희롱 발언을 피하기 위해 여자임을 숨기고 플레이 했고, ‘여자인 것이 들켰을 때’ 받는 피해와 고통은 오로지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그럼에도 ‘게임을 하는 여자’라는 존재는 어디에서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공론화 되어본 적조차 없다.


‘게임하는 여자’를 욕보이는 남자들은 당연히 ‘여자가 게임을 잘한다’라는 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게구리 사건’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의 ‘게구리’라는 닉네임을 쓰는 ‘여고생’ 플레이어가 압도적인 기량을 자랑하며 승률 80% 이상이라는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이자 이것이 진짜 실력일 리 없으며 핵(게임 프로그램을 해킹하여 승리가 쉽도록 조작하는 일종의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한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그중 일부 오버워치 프로게이머들은 제작사인 블리자드에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만약 조작이 아니라면 ‘게구리’에 사과하고 <오버워치> 프로게이머 활동을 접고 은퇴까지 하겠다’고 선언하며 자신만만하게 몰아부쳤다. 어떤 사용자들은 ‘게구리’에게 성희롱과 살해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조사 결과 ‘게구리’의 온전한 실력이었다는 것이 드러났고, 이것은 게임에 만연해 있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지독하고 우스꽝스러운 것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낸,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건이 되었다.



놀라운 사건은 또 일어났다. 지난 2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다이스 서밋 2017’에서 <오버워치>의 비주얼 디렉터 제프 카플란이 한국의 ‘전디협’을 소개하며 이를 극찬했다. ‘전디협’이란 ‘전국디바협회’의 줄임말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위 당시 광화문광장에 등장한 재치 있고 기발한 재미를 주는 이름과 로고로 깃발을 만들어 나온 가상의 다양한 단체들에서 시작했다. 그 취지는, 한국의 성차별적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오버워치>의 캐릭터 중 한국인 여성인 ‘송하나(디바)’가 등장할 수 없을 것이라는 문제의식에 기인한다. 그리하여 전디협은 여성이 게임을 하며 겪게 되는 온갖 욕설과 성희롱, 성차별에 대한 증언을 모으고 이를 지적하고, 가상인물 ‘송하나’가 이와 같은 일을 겪지 않고 마음껏 게임을 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행동한다고 선언한다.

전국디바협회 로고


전디협의 이러한 행동강령(?)은 굉장히 놀랍다. <오버워치>의 작가가 밝힌 오버워치 세계관의 가장 기본이 되는 뼈대인 ‘지킬 가치가 있는 미래’와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전디협은 현실의 문제를 비판하여 게임 속의 가상의 여성인 ‘송하나’처럼 아직 나타나지 않은 미래의 여성들을 위해 행동하고 있다.

오버워치 캐릭터 '디바' 송하나

오버워치 캐릭터 ‘디바’ 송하나

오버워치 캐릭터 '아나'

오버워치 캐릭터 ‘아나’

블리자드의 <오버워치>의 제작진이 지향하는 ‘글로벌 다양성’과 ‘지킬 가치가 있는 긍정적인 미래’를 보여주기 위해 송하나를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삼은 전디협을 환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같은 자리에서 제프 카플란은 송하나 외에 다른 오버워치의 여성 캐릭터들을 언급했다. 레즈비언인 ‘트레이서’와 60세 여성 저격수 ‘아나’ 등을 거론하며 이들을 ‘보통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새로운 영웅은 언제나 환영이야! ❤ 🌈 #LoveWinshttp://comic.playoverwatch.com/ko-kr/tracer-reflections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에 의해 게시 됨 2016년 12월 20일 화요일

지난 10년간 발매된 슈팅게임에서, 저격수 캐릭터는 모두 남자/군인들이었다. 오버워치는 여성과 성 소수자를 포함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이들을 ‘보통’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게임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오버워치 제작진까지 공식으로 나서서 전디협을 극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한국에서는 전디협을 평가절하하거나 “메갈”이라는 자의적이고 저열한 딱지를 붙이는 등의 여느 페미니스트들이 받는 흔한 공격과 비방이 멈추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여성 게이머들이 겪고 있는 괴롭힘도 기술적, 정책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임에 만연해 있는 성차별 문화를 극복하기 위한 도전은 겨우 시작일 뿐이다. 이제 고작 게임에서 여성의 존재가 가시화 되었을 뿐이다. 즐기기 위한 게임에서조차 인신공격을 당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어쩌면 오프라인에서보다 더한 괴롭힘을 받아온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각성과 참여가 필요하다. 그것이 게임을 더 풍부하게 만들 것이다. 게임 속 페미니즘에 ‘너프’는 없다. 2)

 

꿀곰,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간사


 

1) 시사점을 던져주는 좋은 게임들

‘발리언트 하츠’는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전쟁의 처절함과 잔혹함을 표현했다. 전쟁을 소재로 했지만 퍼즐 게임에 가까우며 적을 죽이기보단 인명구조를 하거나 남을 돕는 식으로 스테이지를 돌파한다.

‘페이퍼 플리즈(Paper, Please)’는 가상의 공산주의 국가에서 국경 검문소에서 일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입국을 원하는 사람들을 취조하고 승인하거나 거절할 수 있다. 알몸 수색, 부조리한 노동, 난민과 수용소, 양심과 실리, 혁명과 체제 등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게임이다.

디스워오브마인

‘디스 워 오브 마인(This war of mine)’은 보스니아 내전(1992-1996) 당시 포위되었던 사라예보 지역을 모티브 삼아 현대 시가전에 대한 증언과 자료를 참조하여 제작되었다. 이 게임은 전쟁으로 봉쇄된 도시에서 ‘살아남는 것’이 목적이다. 이 게임은 전쟁 아동구호 단체인 ‘War Child’를 후원하고 있으며 “현대전에서 당신은 별다른 이유 없이 개처럼 죽을 것이다.”라는 헤밍웨이의 말과 함께 시작한다.

2) 너프
온라인 게임에서 캐릭터 능력치 또는 기술, 아이템의 성능 등을 낮추는 것을 너프(nerf)라고 부른다. 반대의 의미는 ‘버프(buff)’

수, 2017/03/2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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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이 막을 내렸다. 결과에 대한 논평이 다양하게 펼쳐질 것이다. 동시에 새로운 국회와 국회의원들에 대한 기대로 술렁일 것이다. 그 전에 20대를 평가하고 반성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많이 하는 일 중의 하나가 ‘지역구 예산 따오기’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국회의원이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냐 하는 데 대해서는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 게다가 지역구 의원들의 의정보고서에 담긴 지역구 예산확보 내용을 보면 일부가 과장 또는 허위로 드러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라살림연구소는 KBS와 함께 20대 국회 지역구 의원들의 의정보고서를 전수조사했다.

의정보고서에서 확인한 예산확보 건수는 1만6759건이었다.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였다. 총 3129건에 46조5000억원으로 예산확보 건수와 액수 모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야별로는 수송 및 교통 분야가 113조3000억원(43.0%)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국토 및 지역개발 분야로 91조2000억원(34.6%)에 달했다. 두 부문을 합치면 전체의 77.6%를 차지한다. 환경보호 분야가 11조5000억원(4.4%)으로 그 뒤를 이었다. 사회복지 분야는 11조3000억원(4.3%)에 불과했다. 정당별로는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이 111조8000억원(42.4%)으로 예산확보 액수가 가장 많고 예산확보 건수는 더불어민주당이 7657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도별로는 총선 직전 해인 2019년에 76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총선이 다가왔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실제 집행을 따져본 결과, 예산확보 사업의 집행률은 60%대로 저조했고, 국비 54.1%에 지방비 부담이 43.8%였다. 다시 말해 제대로 된 사업이 아니었고, 결국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을 주는 사업이었다는 얘기다. 기초단체 부담률이 가장 큰 지역은 경남과 충북이었다. 또 분야별로는 수송 및 교통 분야 집행률이 저조했다. 가장 많이 따왔다는 예산들이 가장 많이 집행되지 않은 셈이다.

(중략)

 

21대 국회에서는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 첫째, 국회의원은 의정보고서의 예산확보 주장보다 입법 활동에 충실해야 한다. 둘째, 총선 때부터 후보자는 지역공약 수립 시 타당성을 높여야 한다. 셋째, 예산을 확보했다는 주장의 기준 개발이 필요하다. 확보했다는 지역구 예산의 세부사업명, 총사업비 내역(지방비 매칭률), 관련 의정 활동의 정확한 기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일반 시민들에게 예산 교육을 적극 실시해야 한다. ‘알아야 면장을 하듯’ 알아야 진위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21대 국회는 정말 달라질 수 있을까.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도 다른 결과를 원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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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예산 따왔다는 국회의원의 거짓말

21대 총선이 막을 내렸다. 결과에 대한 논평이 다양하게 펼쳐질 것이다. 동시에 새로운 국회와 국회의원들에 대한 기대로 술렁일 것이다. 그 전에 20대를 평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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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20/04/29-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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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운영에 시민이 주도하는 시대

2000년대에 들어 ‘삶의 질 저하’, ‘경제적 불평등’ 등의 복잡한 사회 문제의 해결을 위한 중앙과 지방정부 차원의 대처에서 시민의 참여가 바탕이 되는 협력적 거버넌스, ‘협치’가 확산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는 ‘혁신과 협치’를 시정(市政)의 핵심가치로 설정하고, 주민참여예산제, 청년자치정부, 민주주의서울 등의 협치 정책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협치 사례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의견이 정책이 되어 구체적으로 실행되는 단계까지 이어지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지적되었습니다. 특히 공론장과 숙의 과정이 취약하여 실제로는 협치친화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에 서울시뿐만 아니라 춘천시, 광주광역시 등 여러 지방정부 단위에서 의제 발굴부터 실행, 평가에 이르는 전 단계에 시민주도의 설계를 강화하고, 시민이 참여하는 숙의를 늘리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협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민주도로 공공서비스의 방향과 내용을 결정하는 노력이 필요해진 것입니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의 논의를 촉진하는 숙의

시민주도 과정에서 숙의는 매우 중요합니다. 숙의는 “사전적으로 깊이 생각하여 충분히 논의한다”는 뜻을 갖는데, 정부나 전문가 위주의 논의가 아닌, 시민의 권리와 책임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들의 논의를 촉진한다는 점이 있습니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찾고, 지역에너지계획을 수립하며, 공공시설 운영을 개선하는 등 지역의 다양한 의사결정과정에서도 숙의가 대세입니다. 지방정부에서 진행한 숙의는 ‘시민배심원제’, ‘공론조사’, ‘타운홀미팅’ 등 다양한 숙의 유형만큼 사례 또한 다양합니다. 숙의가 지방정책 설계의 필수인 지금, 희망제작소는 춘천시의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을 위한 숙의매뉴얼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시민배심원제는 사법에서 사용되는 배심제도를 특정 정책과 의사결정에 활용한 대표적인 숙의 유형입니다. 일반적으로 배심원단은 12~24명의 무작위로 선발된 일반 시민들로 구성되며, 배심원단에게는 주최 측으로부터 해당 의제와 관련한 여러 관점의 정보가 제공(학습)됩니다. 특히, 관련 전문가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얻으면서 의제에 대한 견해를 정립해 가는 것이 이 숙의 유형이 가지는 특징 중 하나입니다. 최종적으로 심의를 거친 결과를 보고서 형식으로 제시하거나 권고안을 제시하게 되며, 실행에 옮기거나 동의하지 않는 경우 합당한 이유를 설명하여 응답해야 합니다. 다른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연결될 때, 구체적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유형입니다. 국내에서는 2004년 울산광역시 북구에서 시민배심원제를 도입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울산 북구, 음식물자원화시설 건립 과정, 시민배심원제

2005년부터 음식물쓰레기를 직매립하는 것이 금지되는 상황에서 울산 북구청은 지렁이사육퇴비방식으로 운영되는 음식물자원화시설을 중산동에 건립하기로 합니다. 그러나 이미 음식물자원화 시설 철회 입장을 밝힌 적이 있어, 결정이 번복된 것이었고, 주민과 북구청, 시공사 간의 갈등이 법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지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중산동 주민들은 등교거부운동을 벌이며 북구청에 항의했으나, 이로 인해 주민반대운동은 님비로 규정되어, 주민들에게 불리한 여론이 형성되었습니다.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북구청장은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합의를 위해 ‘시민배심원제’를 주민 측에 제안합니다.

중산동 지역 주민들이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시민배심원제가 아닌 당사자 주민을 중심으로 주민투표를 진행할 것을 요구했으나, 주민에게 불리한 여론과 비대위 내부 논란 끝에 시민배심원제를 수용하게 됩니다.

시민배심원제를 위해 먼저 북구청과 주민대표 양측에서 1명씩의 간사를 포함한 실무지원팀을 구성하고, 울산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 39명, 성직자 6명으로 총 45명의 시민배심원이 구성됩니다.

시민배심원단의 활동은 세 가지 과정으로 나뉩니다. 첫째는 ‘운영과정’으로 배심원단 운영과 일정, 의사결정 방식 등을 논의하는 과정입니다. 둘째는 ‘숙의(심의)과정’으로 쟁점별 진위 파악을 위한 양측진술, 공청회, 견학, 쟁점토론을 진행합니다. 셋째는 ‘조정과정’으로 갈등이 첨예한 사항인 만큼 돌발상황으로 인한 양측의 갈등을 중재하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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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김소연(2006)

최종결정은 투표로 진행되었습니다. 투표 결과 성원 41명 중 ‘건설’은 31표, ‘건설중단’은 9표를 받아, ‘음식물자원화 시설을 건립하라’는 시민배심원단의 최종 권고안이 나오게 됩니다.

[관련기사] 배심원단, “음식물자원화시설 건립하라”, 포커스 데일리. 2004.

시민배심원제 활동에 대한 상반된 평가

울산 북구에서 진행한 시민배심원 사례는 이해관계자에 따라 매우 상반된 평가가 존재합니다. 먼저 정부와 언론, 시민단체는 시민배심원제를 주민과 함께하는 새로운 거버넌스를 구축한 지방자치 혁신의 우수사례로 평가합니다. 시민배심원제 이후 실제로 주민 구속, 등교거부, 공사장 점거 등 첨예한 갈등이 멈췄고, 시민배심원이 도출한 결과를 주민과 행정 모두가 수용하였기 때문에 언론과 시민단체에서는 북구의 시민배심원제를 갈등해결과 님비극복의 사례로 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음식물자원화 시설로 인해 생활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중산동 주민의 평가는 엇갈립니다. 주민반대운동이 너무 쉽게 님비로 규정돼 버리는 불리한 상황 속에서 북구청의 배심원제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고, 주민 지도부가 구속되어 시민배심원제에 대한 준비를 충분히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시민배심원제를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실제로 주민 측의 경우 변호사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모금을 해야 했고, 지도부의 구속으로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자료를 준비할 여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울산 북구 시민배심원제를 숙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제기됩니다. 먼저 시민배심원제가 민관의 갈등이 막바지에 몰린 상황에서 도입됐기 때문에 ‘시민배심원제’라는 숙의 모델이 당사자 간의 자유로운 상황 속에서 합의될 수 없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시민배심원들이 숙의과정 내내 결정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린 점에서 이번 사례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 논의라기보다는 갈등 수습에 주안점을 둔 과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공공갈등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주민과의 갈등 해결을 유도하기 위해 숙의 모델을 도입한 취지였으나, 숙의가 너무 뒤늦게 적용되거나, 당사자들의 준비 과정이 충분치 않음으로 인한 한계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시민의 입장에서 숙의가 공권력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인식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숙의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숙의 활용을 위한 동기부여가 중요할 것입니다. 숙의 과정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이 사회적으로 축척되어 지방자치에서도 시민주도의 정책결정이 선한 영향력이 되기를 바랍니다.

– 글: 이규홍 대안연구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수, 2020/03/04-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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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박대성(민주노총 서울본부 더불어사는희망연대노동조합 대외협력국장)

2013년 당기 순이익 900억 원대, 2014년 1,068억 원, 가입자수 320만, 케이블방송업계 2위. 태광그룹 산하의 주식회사 티브로드홀딩스의 모습이다. 2014년 1,068억이라는 당기 순이익은 업계 1위인 CJ 헬로비전의 당기 순이익 260억 원, 3위 씨앤앰의 당기 순이익 390억 원과 비교해 볼 때 현저하게 높은 수준이다.

일주일 평균 노동시간 58시간, 월 평균 휴일 2.3일, 평균 급여 171만원, 평균 근속연수 6년, 점심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노동자 82%, 정해진 휴일이 있는 노동자 21%, 시간외 근무수당이 아닌 당직수당으로 지급. 케이블방송 티브로드의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2013년까지의 모습이다. 그런 삶을 어떻게 바꿀까 노심초사 고민하던 때 희망의 빛이 보였다. 같은 업종, 같은 처지의 씨앤앰 협력업체에 노동조합이 생겼다는 소식이었다.

그동안 케이블방송과 통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결성 시도를 무수히 벌였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유지보수(AS), 개통(설치), 기술·영업마케팅을 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역 단위로 외주하청업체로 분산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별 업체나 한 지역에서 몇 개 업체의 노동조합 결성 시도는 원청사용자의 탄압에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회유와 협박, 폐업과 업체 교체과정에서 선별고용 등으로 인해 실패를 반복했다. 이처럼 케이블방송과 통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소규모 하청업체로 산재*되어 있는 상황에서 힘겨운 노동을 하면서 별다른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 씨앤앰 24개, 티브로드 48개, SK브로드밴드 96개, LG유플러스 70개 센터

그러던 와중에 2013년 2월 13일 씨앤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이하 케비지부)를 건설하였고 3월 24일에는 티브로드홀딩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이하 케비티지부)를 결성하였다. 케이블방송 노동자의 조직화는 통신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영향을 주어 2014년 3월 30일에는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이하 SK비지부),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이하 LG비지부)가 동시에 결성되었다.

노동조합 파괴로 악명 높은 태광그룹의 탄압은 녹록지 않았다. 2013년 노조결성 후 37일간의 전면파업, 2014년 123일(노숙농성 91일)간의 전면파업 끝에 그동안의 노예같던 삶을 깨고 조금씩 조금씩 전진해왔다. 그런데 2015년 올해 또다시 티브로드홀딩스 원청과 하청(협력사협의회)은 그동안 이뤄온 임단협의 성과를 다시 예전으로 돌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티브로드 케이블방송이 다른 케이블방송 사업자들에 비해 더 높은 당기 순이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티브로드 케이블방송의 A/S와 설치를 담당했던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케이블방송 사업자들의 위기를 버텨온 유일한 생산성은 바로 A/S와 설치담당 협력업체 노동자들이었다. 티브로드의 계열사인 티브로드 한빛방송의 2014년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이 1,212억 원으로 티브로드 계열사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티브로드 뿐만 아니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3% 감소한 태광산업 전체의 영업이익 손실을 상쇄하는 역할을 했다.

협력업체의 A/S와 설치 노동자들은 유료방송 사업자와 가입자 사이의 매개 역할을 담당하는 티브로드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처럼 티브로드 케이블방송 가입자들을 직접 대면하며 회사를 대표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기업이익 이익을 위해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티브로드 원청의 처사는 그동안 회사의 이익을 위해 노력한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토사구팽 하는 꼴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티브로드의 반사회적이고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 행태는 부당한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이용자들에게 강요하는 등 무리한 영업으로 이어져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들인 가입자들에게 돌아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티브로드 원청의 반사회적인 기업행태가 고스란히 협력업체로 이어져 노동자들에게 불법적이고 부당한 임금삭감 및 구조조정, 4대보험료 미납 및 횡령, 다단계 도급기사 확대로 이어지는 등 티브로드 원하청 가리지 않고 반인권적이고 반사회적인 작태가 기업전반에 만연해 있다는 점이다.

올해 케비티지부의 투쟁은 임금은 물론이고 고용 자체를 지켜내는 투쟁이다. 이미 몇몇 협력사에서는 폐업 협박과 더불어 실제로 인원삭감을 실시하면서 조합원들을 해고하려 하고 있다. 해고되지 않으려면 임금을 삭감하라고 협박하고 있다. 작년 4개월이 넘는 전면파업으로 경제적으로 힘든 조합원들이기에 쟁의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면파업에 쉽게 나서지 못하리라는 얄팍한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조직하기도 쉽지 않고 승리하기도 쉽지 않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투쟁이다. 조직화와 승리의 사례로 다른 수많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망이 되었던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올해도 승리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많은 동지들의 연대와 응원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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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5/08/1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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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 위협, 일본의 재무장과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 중국의 군사력 확충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의 군비 경쟁과 군사적 긴장은 점점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 불안하고 위험한 악순환의 고리를 언제까지 그냥 두어야 할까요?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악순환의 출발점인 정전체제의 한계를 진단하고, 한반도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안녕과 평화를 보장하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이제는 평화'를 연재를 진행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진을 통해 현안에 대한 분석과 대안, 국방·외교 분야를 바라보는 평화적인 관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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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신상 터는 헬조선 정부

[이제는 평화] 대한민국 정부에게 난민은 누구인가


이일 공익법센터 어필 상근변호사


 


탈북자 신상 공개를 감행하는 세계관 

 

총선을 닷새 앞둔 지난 4월 8일, 통일부는 '집단 탈북 관련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해외 식당에 파견하여 근무 중이던 남자 지배인 1명과 여자 종업원 12명이 4월 7일 서울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그들의 탈북 동기와 마스크 착용 전신 사진도 앞장서서 공개했다.

 

이 브리핑은 내용과 시점 양면에서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제재가 성공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음을 선전하는 북풍 몰이와 다름없었다. 그러나 총체적인 숙고가 부재했던 이 브리핑은 총선 결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오히려 현재까지도 풀기 어려운 문제만을 남기게 되었다. 

 

이러한 정략적 행위의 타당성이나 목적의 탈법성 자체보다, 한국에서 난민을 옹호하는 활동가들을 더욱 분노케 한 것은 난민의 생명을 담보로 정무적 이익을 얻으려는 시도를 감행하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던 그들의 세계관 자체다.

 

난민의 신상은 왜 보호되어야 하는가 

 

탈북자들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국민이다. 하지만 제3국에서는 난민협약 등 국제법에 따라 명확히 '난민(Refugee)'에 해당하며, 난민협약은 난민에 관한 신상 정보는 물론이고 난민이 특정 국가에 비호 신청을 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공개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탈북자들이 이에 적용을 받진 않지만, 한국의 난민법 역시 제17조 제1항에서 본인의 동의 없이 난민 신청자를 특정할 수 있는 인적 사항과 사진 등의 공개 금지, 정보 공개 및 누설 금지 규정과 벌칙 규정을 두고 있다. 

 

왜 이렇게 난민의 신상 정보를 보호해야 하는가? 국적 국가로부터 박해를 피해 제3국에 난민 신청을 했다는 정보는 난민인 탈북자들에게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누설되어 본국 정부가 이를 알게 될 경우, 본국에 있는 가족 및 기타 관련자들에게 조사, 처벌 등 박해가 가해질 것이 명백하다.

 

과연 대한민국 정부는 이 브리핑에 대해 그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동의를 거쳤는가? 브리핑이 난민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에게 끼칠 무서운 결과에 대해 과연 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질 수 있는가? 난민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이뤄진 이 브리핑은 과연 한국 정부에게 난민이란 누구인가를 질문케 한다.

 

한국 정부에게 난민은 누구인가

 

한국 정부에게 난민은 구체적 인간이 아니라 정책적 재료다. 우선 난민은 '인권 선진국'이라는 허구적 이미지의 대외 선전 수단이다. 아시아에서 사실상 최초의 난민법 입법 및 시행, 유엔난민기구 집행이사회 의장국 역임, 시리아 난민에 대한 인도적 체류허가 등은 국제사회에 반복적으로 선전된다. 

 

1994년부터 2015년까지 21년 동안 1만5250명이 난민 신청을 했고, 그중 576명이 난민 인정을 받았으며, 910명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 21년간 신청자 중 평균 3.78%만이 난민 인정을 받아 한국에서 살 수 있었고 나머지는 미등록 체류자로 살거나 추방되어야 했다는 사실은 대외적 선전 뒤로 숨겨진다. 

 

한국 정부에 난민은 사실 거의 존재하지 않는 허구다. 비호를 구하는 대부분의 난민 신청자들은 난민 제도를 남용해서 한국 체류를 꾀하는 허위 신청자들로 여겨질 뿐이고, 난민 제도는 강력한 국경 관리와 체류자 관리를 저해하는 요소일 뿐이다.

또한 한국 정부에게 난민은 정책적 필요에 따라 활용되는 얼굴과 목소리가 없는 '타자'다. 난민 문제에 더해 남북 관계의 모순까지 함께 투영된 존재인 탈북자는 이번 사건에서처럼 체제 우위성의 선전도구로 활용되거나, 분단 체제를 항구화할 담론을 간접적으로 유포할 도구로 활용된다. 

 

심지어 난민들은 한국 사회에 안보 불안을 가져오는 잠재적인 대상으로까지 이해된다. 작년 말 시리아 난민에 대한 국정원장의 느닷없는 현안 보고는 난민과 테러를 연계시켜 소위 '종북 세력'과 구별된 새로운 안보 불안의 주체로 난민을 활용하려는 시도였다.

 

예일 대학교 정치학 교수인 제임스 스콧은 저서 <국가처럼 보기(Seeing Like a State)>에서 국가가 공간과 사람을 읽기 쉽게 치환해가는 속성을 '가독성과 단순화'라는 키워드로 분석한다. 

 

한국 정부에게도 난민은 통계로 읽히는 체류 외국인 중 일부, 지방자치단체 시설 보수 예산에도 못 미치는 연 17억 가량 예산의 집행 용처, 극히 적은 숫자로 존재하는 무명의 체류 관리 대상일 뿐이지 구체적 인간이 아니다. 과연 대한민국 정부에게 피와 살, 존엄한 영혼을 가진 난민의 인간성은 어디에 있는가. 

 

난민과 국가의 보호, 평화 

 

박해를 피해온 난민은 우리에게 국가의 보호를 되묻는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비극적 사건 속에서 우리는 '국가가 과연 인간을 보호하는가'에서부터 '오히려 국가가 인간을 공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질문을 곱씹어왔다.  

 

난민 역시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할 뿐 아니라, 국가와 그에 준하는 집단으로부터의 박해를 피해온 사람들이다. 그들의 고국도, 그리고 한국도 그들을 선뜻 보호하지 않는 경계 속에서 자신의 몸뚱어리에만 의지하고 있을 뿐이다. 

 

난민의 존재는 평화의 소중함을 되묻는다. 국가와 그에 준하는 집단들의 폭력적 박해를 피해온 그들은 언어, 문화, 역사적 경험이 모두 다른 한국 사회에서 소수자로서 또 다른 비평화를 경험한다. 평화를 찾아온 난민들이 경험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에게마저도 가혹한 '헬조선'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영상 메시지를 통해 "전쟁의 처절함을 체험한 난민들은 어떻게 평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난민의 존재는 우리가 모두 지구에 온 외부인일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한다"고 심오한 통찰을 줬다.

 

우리는 우리가 국가의 경계를 초월한 코스모폴리탄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역시 어디에선가 이방인이며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인간이기에 난민들 곁에 선다. 한국 정부가 그들을 얼굴도 목소리도 없는 존재로 치환하여 정책적 재료로 활용하고 있을 때, 국가의 의무를 요구하고 평화를 희망하는 우리는 어떻게 그들 곁에 서고 연대할 것인가.

목, 2016/04/2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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