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양육비 미지급 부모 명단 공개 사이트’ 차단하지 않기로 한 방통심의위의 결정을 환영한다.

지역

‘양육비 미지급 부모 명단 공개 사이트’ 차단하지 않기로 한 방통심의위의 결정을 환영한다.

익명 (미확인) | 화, 2019/02/26- 12:08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는 지난 22일,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명단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 사이트 차단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고 이를 차단하지 않기로(해당없음) 결정했다.

이와 같은 방통심의위의 결정은 행정기관이 명예훼손성 정보와 같이 불법성이 명백하지 않은 정보를 심의하고 일방적으로 차단하는 통신심의 권한 행사에 보다 신중을 기하고자 하는 방향의 발전으로서 환영할 만하다.

배드파더스 페이지 최상단에서는 우리나라가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제재조치가 미흡하기 때문에 양육비 미지급율이 매우 높으며, 아동의 생존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명단을 공개하는 수단을 쓸 수밖에 없음을 강변하고 있다. 게재자는 본 명단이 법원의 판결문 등 사실관계의 확인을 거쳐 작성된 것이고, 양육비 지급사실이 확인되면 명단에서 삭제하고 있으며, 이로써 지금까지 80건 가량이 해결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심의에 앞서 사단법인 오픈넷은 배드파더스 차단에 대해 다음과 같은 요지로 반대의견서를 제출하였다.

1. 배드파더스는 개인에 대한 비방 목적보다는 아동의 생존권 침해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고, 양육비 미지급 문제 및 미흡한 제재조치에 대하여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제도 개선을 촉구한다는 공익 목적이 인정될 수 있는 정보이다. 이렇듯 불법정보로 볼 수 없거나 불법성이 명백하지 않은 정보에 대해 방통심의위가 함부로 차단하는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

2. 또한 ‘명예훼손’은 인격권과 표현의 자유라는 개인간의 기본권 충돌 문제이며,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사법부조차 심급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 추상적이고도 고도의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개념이다. 이에 대하여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이 선제적으로 개입하여 판단하고 일방의 표현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차단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부적절하다.

방통심의위의 이번 결정은 이와 같은 의견을 숙려한 결과로 보인다. 다만 이렇게 중요한 논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 회의 전체를 비공개 처리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며, 회의공개원칙과 투명성 차원에서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방통심의위가 이와 같이 표현의 자유를 경시하지 않고 심의 권한 행사에 신중을 기하는 선진적인 결정을 이어나가길 바란다.

2019년 2월 26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배드파더스(bad fathers)’ 심의에 대한 의견서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신원을 공개하고 있는 배드파더스’ 사이트의 양육비를  주는 아빠들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하  정보’) 심의와 관련하여사단법인 오픈넷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정보에 대한 각하 또는 해당없음 결정을 바랍니다.

–   

1. 양육비 미지급 부모들의 신원을 공개하고 있는 ‘배드파더스’ 사이트의 ‘양육비를 안 주는 아빠들’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하 ‘본 정보’)는 불법정보가 아니거나 불법성이 명백하지 않은 정보임

가. 본 정보는 목록에 적시된 특정인들이 양육비를 미지급하였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고 있음. 본 정보의 게시자는 “ ‘법원의 판결문’, ‘합의서’ 등을 통한 사실관계의 확인을 거쳐 작성된 리스트입니다.”라고 밝히고 있어, 이는 진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실에 해당함. 이렇듯 허위사실이 아닌 사실적시 명예훼손(형법 제307조 제1항,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에 해당하는 경우, 해당 사실의 공표에 공익적 목적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되거나 비방의 목적이 인정되지않기 때문에 죄가 성립하지 않아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2호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로 볼 수 없음.

나. ‘공익 목적’의 의의에 대하여 우리 판례는 “비방할 목적”이 있는 경우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의 방향에 있어 서로 상반되는 관계에 있는 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ㆍ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도 포함되고,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비방할 목적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하는 한편,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인됨이 상당하다“고 판시함.[1]

다. 본 정보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공익 목적’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음.

– 본 정보는 최상단에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무책임한 아빠들’의 변화를 촉구합니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 이혼한 싱글맘에게, 양육비는 아이의 생존권을 지켜줄 생명줄입니다. …(중략)… 그리고 이렇게 무책임한 아빠들에게 미혼모와이혼한 싱글맘이, 양육비를 받을 수 있는 법적 장치는 있지만, 고의로 양육비를 주지 않으려는 ‘bad father’에게, 현재의 법은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들이 있고 …(중략)… 특히, 양육비 지급이 중단될 때마다 매번 변호사를 통해 법적 조치를 하려면 비용감당이 안 되니 속수무책입니다. 북유럽의 선진국들, 그리고 영국이나 호주에서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아빠들에게, ‘운전면허취소’ 같은 강력한 제재조치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제재조치가 전혀 없습니다.”라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음.

– 즉, 우리나라는 양육비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의 강제조치가 미비하다는 사실, 이러한 제도의 미비로 인하여 양육권을 갖지 않은 부모 측이 쉽게 양육비를 주지 않는 관행이 있으며, 당장 생존권을 침해받는 아동들을 위해 미지급 부모의 신상정보를적시하여 개인을 압박하는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없음을 강변하고 있음. 이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 미혼모와 이혼 가정의 아동의 생존권 침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제도 개선을 촉구한다는 공익 목적을 인정할 수 있음. 또한 위 판례에따르면 부수적으로 개인이 양육비를 지급받도록 한다는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있다고 해도 이러한 공익 목적은 인정됨. 또, 한 페이지에 160명이 넘는 명단이 있어, 이는 특정 개인만을 향한 표현이라거나 개인에 대한 비방의 목적보다는 양육비 미지급으로생존권을 위협받는 양육권자와 아동의 권리 확보를 위한 ‘집단적 행동’, ‘운동’의 측면이 더욱 강하다고 볼 수 있음.

– 이러한 운동은 다소 논쟁적일 수는 있으나 그만큼 파급력을 가질 수 있었고, 양육비 미지급 문제에 대하여 언론과 대중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함.[2] 최근 여성가족부는 양육비해결모임과의 협의를 통해 양육비 이행 강화를 위한 법안 발의를 약속하기도 하였으며, 이에는 신상공개 내용도 논의되고 있음.[3] 또한 실제로 양육비 문제를 해결한 사례는 5개월만에 76건에 이름.

– 이러한 형식의 운동은 미투운동과도 유사점이 있음. 미투운동 역시 한 사람을 특정하여 가해사실을 폭로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그 1차적 효과는 특정된 개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의 저하지만, 이를 통해 사회 전체가 문제의식을 갖고 각성하도록 하는 계기를만든다는 점에서 공익 목적이 인정되고 있음. 본 정보 역시, 양육비 지급 책임을 이행하지 않아 자녀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신상이 공개되어 사회적인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대중에게 각성시켜 양육비 미지급 관행을 예방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음. 또한 미투운동 역시 그 대상이 ‘공인’인 경우나, 형사범죄를 구성하는 성폭력을 폭로한 경우에만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듯이, 본 정보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양육비 미지급이 비록 형사범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공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행위이므로, 공익 목적이 부정되지 않음.

– 결론적으로, 본 정보는 ‘불법정보’로 볼 수 없거나, 명백하게 불법정보로 분류되기 어려운 정보임.

2. 명예훼손성 정보 및 불법성이 명백하지 않은 정보에 대한 행정심의는 부적절함

– 이처럼 불법정보로 볼 수 없거나 명백히 불법이라고 판단할 수 없는 정보에 대하여, 판례상 행정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하고 일방적으로 금지시키는 차단의 시정요구를 내리는 것은 부적절함.

–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 및 접속차단 제도가 대중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음. 음란, 명예훼손, 국가보안법 위반 등과 같이 추상적이고 고도의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불법’정보를 사법부가 아닌 행정기관이 판단하고 일방적으로 금지시키는것이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를 침해하는 과도한 검열로 이어질 수 있음. 따라서 행정심의는 사회적 해악이 심대하고 불법성 판단이 명백한 정보에 한정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헌법합치적 해석임.

– 명예훼손성 정보는 고도의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분야이며,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사법부조차 심급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불법성의 판단이 명확하지 않은 분야임. 또한 국민의 신체, 재산을 직접적으로 침해할 위험을 가진 것이 아니라, 개인의인격권과 표현의 자유라는 사인간의 기본권 충돌 문제로서 원칙적으로는 사적 분쟁, 사적 구제로 해결하여야 할 영역임. 따라서 명예훼손성 정보 자체에 대하여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됨. 특히 사실적시 명예훼손과 관련하여서는 진실한 사실의 적시로 저하되는 사회적 평가는 처음부터 그 사람이 가질 자격이 없는 ‘허명’인 바, 이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일방의 표현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여서는 안 되고 민사적 방법으로 해결하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폐지론이 대두되고 있음.또한 특히 본 정보는 위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공익성을 인정받을 여지가 많아 불법정보로 볼 수 없거나, 불법성이 명백한 정보가 아님. 이러한 정보에 대하여 행정기관이 사법부의 판결을 받기도 전에 불법 여부를 단정짓고 일방의 편에 서서 다른 한쪽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차단 결정을 내리는 것은 과도함.

3. 신고인에 대한 표현이 극히 일부에 불과한  정보에 대한 심의는 최소규제 원칙 위반

– 권리침해를 이유로 한 심의 및 시정요구는 개인의 인격권를 보호한다는 취지에 따라, 권리침해 당사자의 신고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이루어져야 함. 본 페이지 전체를 차단한다면 신고인에 대한 표현 외 다른 표현 부분도 모두 금지되는 결과를 낳음. 상기한 바와 같이 본 정보의 최상단에는 우리나라의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제재가 미비한 점을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등의 공익 목적의 표현이 요체로 자리잡고 있는 바, 이같이 중요한 표현들도 모두 차단되는 것임. 즉, 본 정보를 차단하는 것은 신고인의신고 및 권리침해 정보 심의의 취지를 넘어 최소심의 원칙,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하는 처분이 될 것임.


[1]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도8812 판결,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도6036 판결.

[2] “아동 생존권 침해하는 학대”…첫 헌법소원 간 ‘양육비 미지급’ 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56&aid=0010671398

[3] “여성가족부, 양육비 이행 강화 법안 2월 발의 약속” http://www.ibab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1796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북한 주민이 접속가능한 웹페이지 만들어도 처벌되나

사단법인 오픈넷은 2020년 12월 29일 개정되어 올해 3월 30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4조가 아무런 지역적·내용적 제한없이 “전단 등 살포”를 통해 “국민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면 3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원리에 심각한 균열을 가하면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함을 밝힌다.

소위 “대북전단금지법”의 핵심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24조(남북합의서 위반행위의 금지) ① 누구든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켜서는 아니 된다. 
1.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 
2.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시각매개물(게시물) 게시 
3. 전단등 살포
제4조(정의) 
5. “전단등”이라 함은 전단, 물품(광고선전물ㆍ인쇄물ㆍ보조기억장치 등을 포함한다), 금전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말한다. 
6. “살포”라 함은 . . .북한의 불특정 다수인에게 배부하거나 북한으로 이동(단순히 제3국을 거치는 전단등의 이동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현재 준전시 상황인 군사분계선 근처에서 북한정권의 지도자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전단을 살포하는 행위가 초래하는 군사적 긴장 그리고 이에 따른 북한정권의 실제 군사적 공격 때문에 만들어진 법이다. 물론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군사적 의미의 적을 자극하는 전단 등의 살포를 막는 것은 올바른 일이다. 2008년부터 진보/보수 정부를 막론하고 이런 이유로 접경지에서 특정내용의 전단살포를 막아왔고 2016년 대법원도 접경지역 주민들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대북전단금지법은 그와 같은 필요성을 초과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명백한 과잉입법이다. 법조문은 “전단 등 살포”를 그 내용이나 살포행위의 위치에 관계없이 금지하고 있다. 이를테면 남한의 문화예술을 담은 USB를 중국사람에게 부탁해 “북한으로 이동”시키는 것도 처벌대상이 된다. 물품이 아닌 ‘금전 또는 재산상 이익’도 처벌대상이니 재산상 가치를 가진 컴퓨터 파일이 인터넷으로 전달되는 것도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결국 우리가 띄운 웹사이트에 북한 주민이 접속해도 남한의 서버에서 html파일이 북한 주민의 클라이언트로 전달되니 웹사이트 운영자 역시 풍선을 띄운 사람처럼 처벌될 수 있는 것이다. (인도적인 지원인 식료품, 의료품이나 이메일 보내기도 처벌대상이 되겠지만 이와 같은 실물교역이나 통신 및 접촉은 남북교류협력법이 어차피 통제하고 있으니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제24조 제1항 전체에 대해서 “도발행위” 등 내용적 제한이 필요하며, 제24조 제1항 제3호 ‘전단등 살포’에서는 “군사분계선 일대”와 같은 장소적 제한이 필요하다. 물론 아군이든 적군이든 지도자를 자극하거나 도발했다고 해서 우리 국민의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또다른 위헌적인 법이 될 것이다. 독일 형법도 이런 이유로 국가원수모독죄를 2018년에 폐지하였다. 그러나 군사분계선 일대와 같이 소규모 분쟁이 용이하게 발생할 수 있는 준전시 상황인 곳에서 상대방의 군사행동을 도발하는 언사를 금지하는 것은 일견 정당화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통과된 법은 처벌대상행위가 무엇인지에 관계없이 ‘(1) 접경지 확성기, 접경지 게시물 또는 전단을 통해 (2)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킨다는 (1) 방법과 (2) 결과만 존재하면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 형법 제107조-제109조의 외국원수모독죄(스웨덴, 스위스 등에 남아있는 국왕모독죄)같은 제한요건도 없어 북한인권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조차도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킨다면 처벌대상이 된다. 특히 위에서 말했든 “전단(재산상 이익 포함)”에 대해서는 접경지와도 무관한 모든 정보의 대북흐름을 형사처벌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여겨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문들(예를 들어 모욕죄 합헌, 진실적시명예훼손죄 합헌)에서 도출되는 우리나라의 표현의 자유 보호 정도가 높지는 않지만 이렇게 명백히 과도하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은 그 기준에서 비추어도 위헌성이 매우 높다.

국가보안법 제7조의 찬양·고무 조항도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제한이 있음에도 UN인권위원회로부터 수차례 폐지권고를 받아왔다. 그런데 이번에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킨”다는 문구를 내세워 북한을 비판하는 언사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언사의 대북전달이 형사처벌되는 것은 국가보안법 제7조와 다를 바가 없다.

이미 외국의 많은 정부들이 위 법의 표현의 자유 침해를 지적하였지만 “자국민 생명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은 자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만큼만 제한하라는 요구를 무시하는 동문서답이 아닐 수 없다. 통일이나 평화는 정권의 붕괴를 반드시 필요로 하지 않으나, 자유로운 정보의 교류는 허용되어 한반도의 모든 사람들이 진실된 정보에 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2021년 2월 23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화, 2021/02/23- 22:09
0
0

지난 3월 23일 방송인 박나래는 자신이 진행하는 ‘헤이나래’라는 유튜브 채널의 두 번째 콘텐츠에서 방송용 도구로 가지고 나왔던 남성인형의 사타구니로 인형의 팔을 빼내어 성기처럼 보이게 만들고 그것을 웃음의 소재로 삼았다. 이를 본 시청자가 박나래를 성희롱, 정보통신망법 위반,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고, 현재 경찰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고발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그러나 방송인 박나래가 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도 없으며, 사회적 해악 역시 명백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성적 담론을 확장하고 소외되었던 여성의 성적 주체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 과감한 시도들은 긍정하고 보호해야 한다. 

법적으로 판단했을 때 박나래의 행위는 성희롱으로 성립할 수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여성발전기본법⌋ 모두 성희롱이 ‘그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이루어질 것이라 하여 지위 또는 업무 관련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이번 박나래의 경우에서처럼 구체적인 개인으로 특정할 수 없는 시청자 혹은 그 영상을 보고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는 잠재적인 시청자는 성희롱 피해 대상이 될 수 없다. 그 외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1호의 불법 ‘음란’ 정보 유통이 문제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법음란물이란, ‘사회통념상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서, 표현물을 전체적으로 관찰·평가해 볼 때 단순히 저속하다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를 넘어서 존중·보호되어야 할 인격을 갖춘 존재인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하여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으로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전적으로 또는 지배적으로 성적 흥미에만 호소하고 하등의 문학적·예술적·사상적·과학적·의학적·교육적 가치를 지니지 아니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6도3558 판결 등 참조). 그러나 문제된 표현이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정도로 노골적인 성적 행위를 묘사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단순히 일부 시청자들의 성적 수치심을 해하였다거나 저속, 문란하다는 이유로 불법 음란물 유통의 혐의를 받아야 한다면, 19금 소재의 모든 표현행위가 형사처벌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또한 거론되었던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는 제11조의 아동성착취물 관련 범죄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상에 등장한 인형은 아동이나 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아니므로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 특히 사단법인 오픈넷은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상의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은 실존아동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것으로 명확히 한정해야 엄벌할 수 있으며 만화, 애니메이션 등의 표현물까지 포함하면 도리어 형벌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오면서 표현의 자유만을 침해한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현재의 논쟁은 성적 재현에 의한 최종 결과물에 과도하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러한 논쟁의 방향은 그 누구도 성적 재현을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법적, 사회적 의미의 성폭력적 내용이 없는 이상, 성적 행위는 해악을 가져오는 행위로 취급되어선 안 되고, 성적 행위를 보여주는 것 역시 어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지는 않으므로, 함부로 금기시되어서는 안 된다. 성적 재현이라는 표현의 자유는 누구나 동등하게 보장받아야 한다.

그런데 성적 욕망을 재현하고 표출하는 주체성을 모두가 동등하게 보장받고 있을까? 우리 사회는 성적 욕망을 금기시하고 억누른다. 성적 욕망에 대한 금지와 억압은 모두에게 평등하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제대로된 성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금지와 억압이 얼마나 공평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그러나 금지와 억압을 거슬러 성적 욕망을 충족하고 표출할 수 있는 능력은 경제적 차이, 성차, 장애유무 등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공학계열 학사과정 여학생 입학 비율이 전체 25%라는 결과가 보여주듯 남성은 성장 과정에서 컴퓨터, 인터넷 사용 능력 등 기술과 친숙해질 기회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노출된다. 성적 순결과 낙인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교육을 받으며 자란다. 이런 배경을 십분 활용해 이들은 어른들의 눈을 피해 또래집단과 자신들의 성적 욕망과 환상을 공유하며 스스로를 교육하며 성장한다. 자가 교육의 높지 않은 질적 수준과 개인의 역량 차이로 인해 성장 과정에서 축적된 성지식의 수준은 천차만별일 테지만 분명히 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자신의 성적 욕망을 표출할 수 있는 성적 주체성을 구축한다. 반면 여성은 남성과 비교해 기술 활용과 정보접근권에 있어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성적 순결과 낙인에서 자유롭지 못한 성장 과정을 거친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은 자신의 성적 욕망을 탐색하고 표출하는 경험을 쌓으며 성적 주체성을 구축할 기회를 갖기 어렵다. 또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남성의 그것보다 더 강하게 통제하는 사회는 통제할 수 없는 여성의 성을 강하게 비난하고 낙인 찍는다. 이러한 조건에서 사회에 저항하며 자신의 성적 욕망을 자유롭게 추구하고 발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탓에 여성은 성적 욕망의 주체가 되는 길을 택하기보다 안전하게 혹은 온건하게 성적 욕망의 소비대상으로서의 타자성을 구축하며 성장한다. 이렇게나 비대칭적인 사회적 조건을 최대한 활용했던 사건이 바로 n번방 사건이다. 인터넷 상에서 자신의 성적 호기심과 욕망을 실천하려는 여성의 취약성을 n번방 가해자들은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성차별적 맥락을 고려한다면 여성을 위한 성담론이 지금보다 풍부해질 필요가 있으며 여성의 성적 실천을 통한 주체성 확보 역시 우리 사회는 장려해야 한다. 박나래는 그간 성인 여성을 위한 19금 코미디를 표방하며 편향적으로 구축되어 빈약하기 그지 없었던 성담론을 확장해 여성의 성적 주체성을 확보하려 했다. 불분명한 이유로 박나래의 이번 연기행위를 이와 같은 맥락에서 분리하여 형사처벌의 가능성으로 위협하고 규제하려는 것은 의미있는 시도 자체를 위축시킨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하루빨리 사법당국이 무혐의 처분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 

2021년 5월 7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금, 2021/05/07- 20:31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