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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비토크라시(Vetocracy)와 시민주권

지역

#20. 비토크라시(Vetocracy)와 시민주권

익명 (미확인) | 목, 2019/02/21- 08:00

안녕하세요.
2019년 두 번째 희망편지를 드립니다.

오늘은 정치에 대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눈에 띄는 기사는 장재연 교수의 ‘미세먼지 긴급조치가 의미가 없다’라는 글입니다.(<기사 참고 >) 장 교수는 아주대 의과대학(예방의학교실)에 재직하고, 환경연합공동대표를 지내며 ‘미세먼지 오해와 진실’이라는 주제로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에 대한 과잉공포를 우려하고, 정부의 미세먼지 비상대책의 실효성을 지적하면서도 일상에서 미세먼지의 감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미세먼지에 대한 오해와 진실은 개인적 구난이 아니라 사회적 각성과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미세먼지 문제처럼 저출생·고령화·양극화·신산업과 구산업 간 충돌과 같은 문제들은 한국사회의 난제가 되었습니다. 필요한 조치는 분명하지만, 제대로 조치를 시행하지 않으면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난제의 상당 부분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정치’와도 관련돼 있습니다. 시장의 실패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치가 문제해결을 위한 어떤 결정도 못 하는 현실이 초래한 결과입니다.

상대방의 주장을 무조건 거부하는 거부권의 정치가 구조화돼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비토크라시’(Vetocracy)라고 일컫습니다. 거부(veto)와 민주주의(democracy)의 합성어입니다. 비토크라시는 국제정치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가 미국의 양당 정치를 비판하며 만든 용어입니다. 상대 정파의 정책과 주장을 모조리 거부하는 극단적인 파당 정치를 뜻합니다. 후쿠야마 교수는 소속 정당을 떠나 미국 정치권이 공유해온 최소한의 가치 공감대가 사라지면서 ‘무조건적 반대’가 미국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가 반복됨으로써 민주주의 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큰 흐름으로 보면 보수세력의 독점적 지위는 약화되었지만, 정치는 복원되지 않고 있습니다. 87년 체제의 단임제대통령-소선구제로 만들어진 정치구조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민주주의가 되고 있습니다. 1980년대까지 군인-관료-재벌-정치의 순이던 정책결정권자의 지위가 현재 관료-법조-재벌-정치의 순으로 변화된 양상입니다. 선출되지 않은 관료집단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습니다. 관료집단은 주권자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탓에 왕왕 ‘위험의 공공화와 이익의 사유화’를 방치합니다.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정치가 우리 사회를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사회적 갈등을 반영하지 않는 정치체제를 바꾸지 않고선 변화하기 어려운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기성 정치권에 맡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를 버려야 합니다. ‘관객 민주주의’는 당신들의 잔치를 만들 뿐입니다. 국민이 주인인 시대,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 일상민주주의, 과정민주주의,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합니다. 대거 사표(死票)를 만들며 다수의 유권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선거제도의 개편이 필요합니다. 나의 일터와 삶터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시민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시민주권체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자원을 전달하는 국가에서 시민이 연대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국가(사회연대국가)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중 대통령과 자치단체장에게 요구하는 방식에서 시민들이 의원들과 함께 문제를 직접 해결해나가는 방식을 꿈꾸어봅니다. 시민들이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과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실험인 리빙랩(living-lab), 폴리시랩(policy-lab)의 활성화도 하나의 대안입니다. 직접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가 시민 역량을 키우는 길입니다. 비판과 감시의 대상인 의원을 시민권력의 도구로, 시민사회 협력의 파트너로 만드는 도전을 희망제작소가 응원하고자 합니다.

희망제작소의 소식도 전합니다. 새해를 맞아 일부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 대안을 만드는 시민주권센터, 상상을 대안으로 만드는 대안연구센터, 시민과 후원회원이 함께하는 이음센터, 그리고 정책기획실과 경영기획실로 개편합니다. 자세한 소식은 다음에 또 전하겠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희망제작소는 활동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월 1회), 우리 시대 희망의 길을 찾는 ‘김제선의 희망편지'(월 1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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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20년 네 번째 희망편지를 드립니다.

내일(4월 15일)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입니다. 총선을 앞둔 풍경이 예전과 사뭇 다릅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권장되면서 선거전을 치르던 거리는 한산하고, 시끌벅적한 논쟁과 대결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선거전 풍경은 달라졌지만 여전한 것도 있습니다. 우리네 생활과 관심사는 각각 다른데 정당과 후보자가 내세운 공약은 획일적입니다. 저마다 유권자를 위한다고 내세운 공약이지만, 결국 자신을 위한 이야기라는 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정당과 후보는 알아서 공약을 내세울 뿐이고, 주권자인 시민 스스로 정책을 제안하고, 결정하는 기회는 없습니다. 주요 정당이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리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투표해야 합니다. 우리가 주인이고 국회의원은 우리를 대리하는 데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피력하기 위해 한 사람도 빠짐없이 투표하는 게 중요합니다.

올해 나랏돈인 512조 원(본예산 기준)은 우리가 십시일반 모은 ‘우리의 돈’입니다. 국회의원이 다루는 나랏돈을 국민 1인당으로 환산하면 930만 원, 이를 4년으로 따져보면 3,700만 원 규모입니다. 4인 가구라면 약 1억 5천만 원을 나에게 맞게 쓰는지를 결정하는 게 이번 투표입니다.

누구나 선택의 기준이 있지만, 막상 투표소를 가더라도 누가 제대로 일할 만한 사람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투표할 때 두 가지 기준에 따라 후보를 살펴보는 것을 제안합니다.

첫째, 코로나19 사태에 관한 해법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위기에 처하면 자신이 가진 실력과 태도가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현재 세계적 대유행이 된 코로나19 사태는 방역의 문제인 동시에 사회 및 경제정책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응하는 방식은 국민을 어떻게 대하는가와 직결됩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탓에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지만,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대규모 감염이 속출한 지역 곳곳의 사례를 통해 공공의료 병상 부족 문제가 대두했습니다. 돌아보면 그간 공공 의료의 확충을 주장한 쪽과 도립 병원과 같은 시설은 재정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폐쇄를 주장한 쪽이 맞붙곤 했다는 점을 짚어봐야 합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실물 경제의 위기에 관한 처방도 살펴봐야 합니다. 대개 경제위기는 곧 산업 위기이기에 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습니다. 그러나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의 경제위기는 ‘일자리 위기’입니다.

우리는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해법과 대안을 모색하는 정당과 후보를 찾아야 합니다. 현재 주목 받고 있는 재난소득은 긴급 지원인 만큼 약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고용조정의 방식이 아닌 상생하는 고용유지 정책과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에게 고용보험이 제공되도록 노력하는 후보를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둘째, 수도권의 과밀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당과 후보를 살펴봐야 합니다. 전체 국토에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수도권에 국민의 절반이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과밀지역인 수도권에서는 높은 주택비용과 교통혼잡 등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어렵고, 지역에서는 지방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인구의 감소가 줄어드는 것은 지방 탓이 아닙니다. 오히려 수도권 과밀을 부추기는 정책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외부의 자원과 시설을 유치해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말보다 오히려 지역민을 위해 쓰려는 노력에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외지인이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드는 게 지역 발전은 아니지 않습니까. 당장 우리 지역의 소상공인, 자영업, 농업 분야의 경쟁력이 낮더라도 향후 지역의 뿌리가 될 수 있는 산업을 키우려는 정당과 후보를 찾아야 합니다. 지역민이 주도하는 지역 혁신이 추진돼야 합니다.

알리스 메리쿠르의 그림책 에서는 우리가 투표하지 않는다면 고양이를 자신의 대표로 뽑는 쥐의 신세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또 우리가 제대로 투표하지 않는다면 검은 고양이를 얼룩무늬 고양이로 바꾸는 생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내일은 자신과 가족,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해 투표장으로 향하는 날이 되길 빕니다.

건강을 위한 거리 두기와 함께 위기 극복을 위한 시민의 연대가 풍성해지길 빕니다.

희망제작소
김제선 소장 드림

화, 2020/04/1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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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입니다.

청명한 하늘이 우리의 마음을 맑게 해주는 가을이 왔습니다.

이번 희망편지에서는 사회혁신에 관해 나누고 싶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일찍이 ‘시민이 주도하는 사회혁신’을 이끌어 왔습니다.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을 시민의 아이디어로 해결하는 사회창안을 시작했고, 연장선에서 소셜디자이너스쿨(SDS)도 운영했습니다. 국내외 사회혁신 동향을 소개하는 동시에 ‘시민주도 사회변화가 곧 사회혁신’이라고 정의하며 모든 시민이 ‘해결자’가 될 수 있다고 주창해왔습니다.

최근 서울시를 비롯해 많은 지방정부에서는 사회혁신을 주요 정책 과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문재인정부 행정안전부에서도 사회혁신추진단을 꾸려 민간영역 내 다양한 도전과 실험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마을공동체운동이 활발해지고, 서로 돕고 베푸는 사회적경제도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과학기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디지털사회혁신 흐름도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시민 스스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도전이 일상화되는 동시에 정부도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등 사회혁신은 더욱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제 사회혁신은 ‘시민이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사회혁신은 전통적인 문제해결과 패러다임이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실을 짚고 있습니다. 사회혁신의 대상은 개인 수준부터 국가 및 국제 수준의 거시단위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사회혁신 관점 또한 시민을 서비스하는 ‘대상’, 문제의 ‘피해자’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문제해결의 ‘주체’, ‘시민’ 중심의 시각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근 사회혁신은 일상의 문제를 넘어 거시적 문제에 대응하는 새로운 전환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환경문제, 지속가능발전 등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Rotmans), 사회, 경제 구조변화를 수반한 혁신(BEPA), 개방형혁신, 혁신생태계와 같은 구조변화(Lehtols and Stahle) 등 사회체제 내 변화를 일구는 도전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사회혁신은 시민사회에만 국한되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해 사회적 가치를 창조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해돼야 합니다.

복잡하고 해결하기 문제가 많아질수록 과거의 방식은 유효하지 않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기업, 정부, 시민이 따로따로 감당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자원을 지닌 집단과 권력이 문제를 정의해 대안을 만드는 일방적 방식은 더 통용되기 어렵습니다. 단순하지 않은 사회문제는 한 분야의 전문성으로만 해답을 찾을 수도 없습니다. 서로 다른 영역이 경쟁과 협력을 오가며 접근해야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일례로 정부의 문제해결능력에 대한 걱정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입시제도, 일자리, 저출생, 소멸지역 등의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에 대한 염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정부혁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탓입니다. 정부의 힘만으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민간의 힘을 연결하고, 시스템을 만들고 지원하는 전환이 필요합니다.

정부혁신은 정부의 운영방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변화로 이어져야 합니다. 사회적가치를 만드는 정부혁신이 필요합니다. 가장 큰 변화의 방향은 자원과 권력을 공급자 중심으로 전달하는 ‘전달형정부’에서 벗어나 문제의 당사자를 연결하고 당사자를 문제해결의 주체로 거듭날 수 있는 ‘연계형정부’로 전환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간 민주주의의 공고화를 위해 민주정부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관료집단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관료가 주도하고 정치권력이 이에 의존하는 경향성이 높아진 게 사실입니다. 관료집단을 통제하려다 포획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전달형정부’에서 벗어나 ‘연계형정부’로 진화해야 합니다. 시민을 권력의 주체로 만드는 전환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사회혁신형으로 거듭나려는 변화가 문재인정부와 민선 7기 지방자치를 통해 실천되길 기대합니다.

희망제작소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역 내 사회혁신가와 함께 ‘사회혁신가네트워크’를 만들고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지역 곳곳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연 사회혁신가포럼을 통해 꾸린 ‘사회혁신가네트워크’가 의미 있는 도전을 할 수 있도록 함께해주시길 소망합니다.(사회혁신가네트워크 가입하기)

일교차에도 내내 강건하시길 빕니다.
늘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희망제작소는 활동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월 1회), 우리 시대 희망의 길을 찾는 ‘김제선의 희망편지'(월 1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목, 2018/10/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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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입니다.

뜨겁던 여름이 찬란한 가을로 영글더니 금세 가을 끝자락에 서 있습니다.
가을이 저만치 물러가고 있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데 적기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곳은 핀란드 헬싱키입니다. 디자인박물관에서 디자인혁신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1004클럽’ 후원회원 한 분을 만났습니다. 1004클럽은 자신만의 기부스토리로 스스로 모금방법을 선택하는 희망제작소만의 맞춤형 기부 커뮤니티입니다.

안애경 후원회원 님은 핀란드에 거주하며 자연중심, 지속가능한 디자인 관련 일을 하고 계십니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핀란드에서 1004클럽 후원회원님을 만나다니 희망제작소 네트워크의 역사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안 후원회원님은 디자인은 사물을 형상화는 게 아닌 사람과 환경을 자연스레 순환시키는 일련의 태도와 가치를 실현하는 노작(勞作)이라고 정의합니다. 책상머리에서 설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는 가운데 몸소 경험하는 게 디자인이라는 것입니다.

안 후원회원 님이 디자인을 바라보는 태도와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도 맞닿아 있습니다. 한국 사회가 현장과 사람의 필요에 맞춘 지원과 협력이 아니라 공급자 중심의 획일적인 방식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스스로 대안을 만드는 실천이 중요하다며 한국 사회를 향한 애정 어린 시선을 보냈습니다. 하루아침에 무엇인가를 바꾸겠다는 게 아니라 작은 혁신을 쌓아가듯이 세상을 바꾸는 디자인은 일상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꼈습니다.

겨울에 들어선 헬싱키에서 절실하게 묻고 가까운 것부터 실천하자(切問近思)고 새해를 다짐합니다. 희망제작소도 한 해를 갈무리하고 나아갈 길을 성찰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올해 희망제작소는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만들기 위해 서울 마포구에 희망모울을 마련해 이사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사옥 이전을 넘어 새로운 연구와 대안을 만들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실천하는 시민연구공간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또 연구원 중심의 연구와 실행을 넘어 내외부 이해관계자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희망제작소 창립 당시 내걸었던 독립, 참여, 현장, 대안, 지역, 실용, 종합 등의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시민과 함께 연구하고, 실천하는 생태계를 만들고자 합니다. 시민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입니다. 시민 스스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시민연구, 창안, 시민참여를 지원하는 희망제작소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희망편지> 독자분들께 도움을 청합니다. 희망제작소가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여는 시민연구플랫폼 운영자로서,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시민과 시민을 연결하는 비영리 민간독립연구소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제안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희망제작소는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공동체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희망제작소가 이해관계자와 협력할 때 투명한 정보 공개를 비롯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희망제작소는 시민이 일상이 문제를 발견하고, 대안을 만들 때 무엇을 지원해야 할까요.
그리고 공공과 민간이 경계를 넘나들며 협력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시민이 주인인 시대, 절실함이 없다면 변화는 없습니다. 시민이 직접 대안을 만드는 데 함께 하는 희망제작소가 되기 위해 여러분이 제안한 의견들을 모아 연구원들과 함께 토론하겠습니다.(2019 희망제작소에게 바란다 제안하기)

이미 알려진 방법과 대안도 좋습니다. 누군가에게 익숙한 무언가가 누군가에게는 아직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기다리겠습니다. 희망제작소를 향해 쓴소리를 해주셔도 좋습니다. 따끔한 질책은 변화를 일구라는 말씀으로 소중히 받아들이겠습니다.

핀란드에서 새로운 희망제작소의 길을 새롭게 상상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미세먼지와 큰 일교차에도 강건하길 바랍니다.
늘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희망제작소는 활동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월 1회), 우리 시대 희망의 길을 찾는 ‘김제선의 희망편지'(월 1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목, 2018/11/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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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입니다.

건조하고 추운 날씨,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희망제작소는 올 한 해도 분주하게 보냈습니다. 매년 그렇듯이 많은 일이 있었지요.

올 6월 새로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들과 함께 민선7기 목민관클럽을 구성하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1월에는 ‘우리가 꿈꾸는 똑똑한 시티, 스마트시티를 읽다’라는 주제로 제2차 정기포럼을 열기도 했습니다. 시민을 위해 일하는 지자체장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시민의 힘으로 일하는 지방정부의 도전을 응원하고 함께하겠습니다.

올해 희망제작소가 새롭게 수탁해 운영 중인 ‘서대문50플러스센터’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삶이 즐거운 학습, 스스로 혁신, 더불어 협동’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지역・주민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지난 14일과 15일 방송·공연·연극·전시로 활동 성과를 나누는 공유회를 열었습니다. 재미있게 배우고, 즐겁게 활동하는 시니어의 길을 만드는 실험이 점차 무르익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어 희망제작소는 ‘누구나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정다운 우리학교’로 활동 중인 수원시평생학습관을 세 번째 위탁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가 휴먼트리를 통해 위탁 운영 중인 ‘모금전문가학교’는 벌써 10년째를 맞이했습니다. 모금전문가학교는 비영리단체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고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800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하고 모금실습 과정을 통해 6억5천여만 원을 모으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지난 12일에는 모금전문가학교총동문회 홈커밍데이를 개최해 모금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개인 또는 공동체의 다양한 문제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 직접 해결해보는 100일의 실험, 국민참여사회문제해결프로젝트 ‘국민해결2018’도 마무리 중입니다. 40일 동안 634명의 국민연구자가 등록했고, 291개의 상상테이블을 거쳐 236개의 제안서가 접수되었습니다. 서류심사와 국민심사단의 심사를 거쳐 사회문제해결실험 총 20개, 마중물씨앗사업 총 10개를 선정했습니다. 또 서울 금천구와 전남 순천 지역에서는 주민과 행정이 소통을 통해 해결하는 오픈워크 방식을 도입해 실험했습니다. 100일이라는 기간이 짧아서 아쉬웠지만,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국민임을 일깨우는 성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여는 ‘돌아온 온갖문제연구 프로젝트’도 매듭지었습니다. ‘반려동물방재프로젝트’, ‘미투시대, 백래시와 남자청소년 성교육’, ‘청년 라이프스타일설계 교육과정 연구’ 등 3개의 연구주제에 연구비를 지원했고, 최종 결과물을 공유하는 자리를 진행했습니다. 독립연구자와 함께 프로젝트를 꾸리면서 시민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를 되짚는 시간이었습니다.

지역 청소년의 진로 탐색을 지원하는 ‘내-일상상프로젝트’의 3년 차 사업도 잘 진행되었습니다. 순창, 장수, 전주, 진안 청소년들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살 방법을 스스로 탐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미래인 ‘내일’과 자신의 일감인 ‘내 일’을 찾는 도전이 계속될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합니다.

희망제작소는 올 초 ‘희망드로잉26+ 워크숍 활용설명서’를 크라우드펀딩으로 발간했습니다. 발간 이후 교육에 관한 문의가 많았습니다. 이에 지역 각지를 다니며 실습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희망제작소에서도 ‘희망드로잉26+ 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두 차례 교육 과정을 운영했습니다. 시민 스스로 대안을 만들려는 뜨거운 열망을 확인했습니다. 워크숍 기법에 그치지 않고 문제 해결 대안을 찾아가는 전문교육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연구과제를 수행했습니다. 지역발전, 협치, 지속가능발전, 시민인권, 사회혁신을 위한 도전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전문가와 공무원 중심을 넘어 시민이 주도적으로 지역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만든 ‘2030 시민이 빛나는 순천’ 프로젝트가 떠오릅니다. 시민이 함께 그려낸 계획은 실행력과 효능감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는 신산업과 구산업의 충돌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정부를 만들기 위한 길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희망제작소가 보금자리를 마련한 건 가장 큰 일이었습니다. 매월 높은 임차료를 내던 때를 끝내고, 시민 여러분의 십시일반 후원금으로 시민연구플랫폼 ‘희망모울’을 서울 마포구에 마련했습니다. 아직 은행 대출금이 남아있지만, 여러분의 마음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마음을 전하기 위해 지난 13일 ‘송년의 밤’을 열었습니다. 희망제작소를 후원하고 끌어주신 분들을 모시고 올해 활동을 공유하고 마음을 나눴습니다. 민간독립연구소인 희망제작소가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새롭게 다짐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정부나 기업의 출연으로 설립된 곳이 아닙니다. 시민 여러분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시민의 관점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후원은 ‘모든 시민이 세상의 주인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대안’을 만드는 데에 큰 보탬이 됩니다. 앞으로도 후원과 응원으로 희망제작소와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망설이고 계신 분이 있다면, 희망제작소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희망제작소 후원회원 가입하기)

희망제작소를 후원하는 분들은 꿈꾸는 사람입니다.
꿈을 나누는 사람입니다. 꿈을 연결하는 사람입니다. 꿈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입니다.

새해에도 늘 강건하시길 빕니다.
늘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희망제작소는 활동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월 1회), 우리 시대 희망의 길을 찾는 ‘김제선의 희망편지'(월 1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목, 2018/12/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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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희망편지를 드립니다.
늘 강건하시고 서로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는 한 해 만드시길 소망합니다.

2019년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국사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촛불항쟁도, 민족 자주독립의 길을 확고히 한 3.1운동도 모두 시민의 각성과 실천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저출생・고령화, 기후변화, 사회적 양극화와 같은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경기 불황이 국가의 개입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기업 중심의 국가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주장은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의 근본 원인과 책임을 찾을 수 없게 합니다. 어느 때보다 연대와 협동이 필요한 시기지만, 대부분의 개인이 각자 일상을 보내는 나홀로족이 늘어나면서 ‘1인 체제’도 공고해지고 있습니다. ‘1코노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비 경향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은 필요하고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자기 일이 아니면 관심을 두지 않는 방식이 우리 사회의 파편화를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나서야 합니다. 하지만 정치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기는커녕, 어떤 결정도 하지 않는 것으로 문제를 악화시키는 ‘비토크라시’(Vetocracy) 양상을 보입니다. 거대 양당의 주된 관심사는 상대를 부정하는 것일 뿐,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없는 듯합니다.

이럴수록 시민주권, 사회적 가치, 사회혁신 등의 단어를 다시 마음에 새깁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주권자가 되어 언제 어디서나 권력을 향유하고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부, 기업, 시민사회는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끊임없이 발굴해야 합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지난해 희망제작소는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시민연구공간 희망모울을 열었습니다. 일상의 문제를 깊이 생각하고, 그 이치를 깨달아 변화의 길을 만드는 시민을 지원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로 시민주권의 새 길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국민해결2018>프로젝트는, 시민이 선택한 문제를 시민이 직접 해결하는 생활현장실험실(LivingLab)로 대안을 만드는 데 함께했습니다. 책상에서 문헌만 살피는 것이 아니라 이해당사자가 함께 지혜를 모으는 방식의 대안 연구와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아직은 부족합니다. 희망모울은 다양한 연구자가 모이고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누구나 편하게 올 수 있고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독립연구, 시민연구자의 실태를 조사하고 협업 프로젝트도 활성화하려 합니다. 폐촌 위기에 몰린 산골에서 탄생한 ‘마을연구소’, 정부도 하지 못하는 문화재 해외반출 현황 백서를 만든 독립활동가, 사회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소셜벤처와 함께하는 희망제작소가 되겠습니다.

시민주권은 마을 자치와 민주적인 일터 속에서 탄생합니다. 주민이 즐겁게 모여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도록, 우리의 일터가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곳이 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60여 개 지방자치단체가 함께하는 목민관클럽과 함께 ‘주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과 함께 일하는’ 지방자치 혁신의 길을 닦겠습니다. 새로운 길을 찾고 싶은 시민의 배움과 실천을 돕는 일도 쉬지 않겠습니다. 시민의 창안과 도전을 응원하겠습니다.

민간독립연구소의 활성화는 미래 희망의 척도를 살피는 데 필수적입니다. 늘 응원하고 후원해주시는 여러분은 희망제작소의 버팀목이자 한국 사회의 희망입니다. 여러분과 소통하고 함께 일하는 참여공동체를 만드는 데 더욱 힘쓰겠습니다.

절실하게 묻지만 가까운 것부터 실천하겠습니다(切問近思).
본래 소명을 다함으로써 나아갈 길을 찾겠습니다(務本道生).

늘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희망제작소는 활동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월 1회), 우리 시대 희망의 길을 찾는 ‘김제선의 희망편지'(월 1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목, 2019/0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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