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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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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익명 (미확인) | 월, 2019/02/11- 12:50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상상조차 끔찍한 일이 바로 아이를 잃는 일일 것이다. 만약 그런 일이 닥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에 사는 우리는 유난히도 많은 젊은이들의 죽음을 목도했다. 그 곁에서 가슴 치며 오열하는 부모들의 모습도 먹먹하게 지켜봐야 했다. 그만한 크기의 아픔을 겪은 이들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는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어느 표현대로 그저 ‘빈껍데기’의 삶일지도 모른다.

그 슬픔을 딛고 자식의 죽음 속에서 다른 젊은이들의 그림자까지 읽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죽음을 개인적 차원에서 닫아두기로 마음먹는다면 더 이상 괴로울 일은 적다. 그 죽음에서 사회적 의미를 읽어내는 일은 감당하기 버거운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쉽사리 구해지지 않는 답과 늘 싸워서 버텨내야 한다. 이유를 물어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들, 그건 네 탓이라며 폭언과 저주까지 서슴지 않은 이들과도 맞닥뜨려야 한다. 삼성 직업병 사건이 그랬고, 세월호 참사도 그랬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도중 숨진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49)는 어렵게 그 길을 택한 듯하다.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나서서 당당하게 발언하고 인터뷰한다. 어머니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너는 갔지만 엄마는 네가 원했던 그 뜻을 찾아 살 거야.” 바로 아들이 생전에 손팻말을 들고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자며 밝혔던 뜻이다. 비정규직을 없애는 일이고, 아들 또래의 청년들이 참혹한 환경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으며 또 목숨을 잃지 않는 일이다. 그 자신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아직도 하나뿐인 아들의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수립과 비정규직 직접 고용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대통령이 직접 해결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차가운 아들 용균이를 끌어안고 눈물을 삼키며” 아들이 숨진 지 44일째 태안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지난 1월27일에는 49재를 지냈다. 도중에 어머니는 또 울음을 터뜨렸다. 그 옆에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뇌종양을 얻은 한혜경 씨의 어머니 김시녀 씨가 앉아 가만히 손을 잡고 함께 울었다.

사진: 국민일보

 

■ “연쇄 살인범과 뭐가 다를까요”

태안화력발전소에서는 김용균 씨를 포함해 지난 10년간 12명의 노동자가 작업 중 사망했다. 지난해 12월11일 용균 씨가 숨지기 직전까지 3주 동안 한국에서는 하루 2명씩 최소 50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해마다 1000명가량이 일터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최근 5년간(2012~2016) 노동자 10만 명당 치명적 산업재해 수에서 한국은 2위인 멕시코(8.5명)를 제치고 11.35명으로 1위를 기록했다.

지난 5년간 5개 발전사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346건 가운데 97%가 하청노동자 업무에서 발생했다. 조선·철강·자동차 등 51개 원청사에서 노동자 1만 명당 숨진 사내하청 노동자 수는 원청보다 8배가 높았다는 실태조사도 있었다. 멀게 갈 것도 없이 불과 1년 전에 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열아홉 살 비정규직 청년이 숨을 거둬 온 국민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용균씨도 김군과 마찬가지로 먹지도 못한 컵라면을 남겼다. 그의 유품인 탄가루가 어지럽게 묻은 물티슈와 수첩을 바라보면서 많은 이들의 가슴이 먹먹했다. 금방이라도 풋내 나는 웃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앳된 얼굴의 청년이었다. 미세한 석탄가루가 수없이 날려 미끄러운 그 공간은 잡을 난간조차 마땅치 않았다고 했다. 앞이 잘 보이지도 않는 어두침침한 공간에서 물웅덩이와 턱과 장애물을 피해 육중한 컨베이어벨트 사이로 수시로 머리를 디밀어야 했다는 사실은 할 말을 잊게 만들었다. 사망한 지 4시간이나 지나 발견된 용균 씨를 구하러 갔을 때는 그가 떨어뜨린 휴대전화의 희미한 불빛이 간신히 그의 위치를 알려줬다고 했다.

용균 씨가 사망하자 업체에서는 “용균이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다”며 뒤집어씌우기부터 했다. 그러나 용균 씨는 긴 죽음의 터널에서 그저 발을 헛디뎠을 뿐이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죽었으나 바뀌는 것은 없었던 탓이다. 구의역 사고 이후에도 위험 작업에 대한 하도급을 금지하고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처 의무와 처벌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논의됐지만 흐지부지됐다.

용균 씨의 죽음 이후,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산업안전보건법이 28년 만에 개정됐다. 법이 통과되는 순간 어머니는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들을 잃은 뒤 눈물 마를 날이 없었는데 그날 처음으로 엷은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는 그 법 통과를 위해 연말 내내 국회에 있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을 만나 법안 처리를 호소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대로 법안 처리가 지연되자 사흘 동안 국회에서 꼬박 논의 과정을 지켜봤다. “왜 이렇게 뭉그적거리냐”고 호통도 쳤다. “누가 이 법을 가로막는지” 똑똑히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법이 통과되고서야 어머니는 태안에 다시 와서 아들 사진 앞에 서서 말했다. “28년간 늘어진 법인데,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용균이 너로 인해 다른 사람들을 살릴 수 있게 됐다고…. 그래서 엄마가 너한테 조금은 할 말이 생겼다고. 용균이 네가 좋은 일을 했다고.”

용균 씨가 피켓을 든 사진을 남기지 않았다면 어머니는 좀 더 용기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얼마나 거기서 헤어 나오고 싶었으면 저 피켓을 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용균 씨 잘못이라는 말에 ‘정말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 사진이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어머니는 사고 현장을 둘러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꼭 옛날 탄광 같았는데, 탄광은 무너져야 사고가 나지만 그곳은 들어가면 금방 사고가 날 것처럼 보였다. 그동안 10명이 넘게 죽었는데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걸 보면 “서부발전소 최고 관리자는 연쇄 살인범과 뭐가 다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용균 씨의 죽음으로 9~10호기는 멈췄지만 여전히 1~8호기에서 용균 씨의 동료들이 똑같이 일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 친구들도 죽을 것만 같아서 그 친구들을 살려야만 용균이한테 조금이라도 얼굴을 들고 죄를 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비정규직에게도 법은 있었고 안전규정은 있었지만 적용되는 건 없었다. 용균 씨가 소속된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은 지난해에만 28차례에 걸쳐 안전설비 개선을 요구했다고 한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은 3억 원이 든다며 거부했다. “그냥 인간으로 안 보는 거죠. 그냥 일회용이고 물건인거죠.” 어머니는 말한다. “사람들은 왜 정규직을 원하는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비정규직은 인간 취급을 안 합니다. 노예 취급 받고 삽니다. 그래서 생명이 위태로워도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일하라고 하면 해야만 합니다. 모두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회사(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정말 어렵다는 것을. 그래서 모두들 회사를 나가지 않는 한 일해야 된다고 용균이 동료들은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 “너는 살아야 한다”

사고가 나고 사흘 만에 용균씨의 어머니는 현장조사 공개브리핑에 나와 “저는 우리나라를 저주합니다”라고 말했다. 일하던 현장을 가보니 놀고먹는 한이 있어도 보내지 말아야 할 곳이었다. 비상시 운전을 정지할 수 있는 안전줄이 있었지만 홀로 근무하던 용균씨를 위해 당겨줄 사람이 없었다. 당겼다 하더라도 평소 느슨하게 늘어져 있어 반응속도가 느렸기에 제대로 작동했을지도 의문이었다. 용균 씨가 숨지고 난 뒤 안전줄은 팽팽하게 고쳐져 있었다. 통탄할 노릇이었다.

어머니는 원청회사를 향해 “너희들은 인간쓰레기”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분노했다. “사람이라면 그렇게 열악하고 험악한 곳에서 일 시킬 수 없어. 최소한의 인간성만큼은 지킬 수 있게 해야 했잖아. 할 수만 있다면 니들도 내 아들처럼, 똑같이 일하고 컨베이어 속에 갈가리 찢어 죽이고 싶어. 그래야 부모의, 감당키 어려운 고통에 갇혀 살아야 하는 것을 느낄 테니까.”

어머니는 “열심히 일하라”고 얘기했던 게 후회된다고 했다. 구의역 사고 때 숨진 김군의 어머니도 마찬가지로 “책임감 있게 키운 게 미칠 듯이 후회된다”고 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저 시킨 대로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이 꽃다운 나이의 젊은이들에게 돌아오는 건 죽음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어머니는 “화가 나 짐승처럼” 울었다. “서민은 아이를 낳아도 돈 있는 사람들의 노예로 살다가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 사고가 나도 책임지지도 않는 이런 나라에서는 아이를 낳지 말았어야 한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어머니는 분노에 그치지 않았다. 아들의 동료들을 만날 때마다 끌어안고 “너는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지방노동청을 찾아가 1~8호기의 작업도 전면 중지해달라고 호소했다. 빈소에서 어머니는 세월호 가족협의회 사람들을 만났다. 산업체 현장실습 중 목숨을 잃었던 특성화고생 고 이민호 군의 아버지도 만났다. 어머니는 말했다. “같은 아픔을 가진 분들이라 가슴에 와 닿았다. 자식을 잃고 어떻게 살아갈까 막막했는데 이분들을 만나 살아야 할 목표가 생겼다. 대통령을 만나 아들의 소망을 전하고 억울한 누명 벗겨주고 목숨을 앗아가는 외주화를 막기 위해 싸우고 싶다.”

어머니는 400일이 넘게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에서 굴뚝 농성을 벌이던 파인텍 노동자들도 찾았다. 좌절하던 노동자들은 어머니에게서 희망을 발견했다고 했다. 나중에 굴뚝을 내려온 그들은 “우리 싸움의 돌파구는 김용균 동지가 그렇게 되고 나서 어머니가 완강하게 버텨주셔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열릴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관심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외치며 청와대 앞에서 기습시위를 했던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지회장의 구속영장 발부를 앞두고 김 지회장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어머니는 말한다. “하루에 6~7명, 1년에 2000명가량이 안전장치만 갖추어진다면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누가 이렇게 만들어 놓은 줄 아십니까? 자본가들과 일부 정치가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만들어 비정규직들을 입과 귀를 먹게 하고 손과 발을 꽁꽁 묶어놓고 아무런 대항도 못 하도록 해서 결국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우리는 절대로 용납하면 안 됩니다. 용서해서도 안 됩니다. 우리가 나서서 싸워서 우리의 권리를 찾아야 합니다.”

 

■ 아들에게 전해 줄 반지

“신기해 가지고요. 작년에 3호기에서 사고가 났을 땐 기사가 조금 뜨고 지나갔는데 이번엔 이렇게 많이 떠서….” 용균씨의 동료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용균씨 사고 이후 고용노동부 등은 태안화력발전소에 대한 특별감독을 벌여 1000건이 넘는 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발전소에 과징금 6억7000만원을 부과하고 태안화력발전소와 하청업체 책임자를 형사 입건할 방침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산업안전보건법은 통과됐지만 정작 용균씨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상이 아니다. 하청을 주지 못하도록 하는 위험 업종에 발전사의 컨베이어벨트 점검 노동자는 빠져 있다. 책임자 처벌도 상한선은 있지만 하한선은 없다. 정규직 전환 역시 갈 길이 멀다. 정부는 갑작스럽게 정규직 전환이 진행되면 전까지 민영화됐던 영역들의 회사에서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고 보고 신중한 입장이다. 설 전에 장례식을 치르고 싶다는 어머니의 소원은 현재까지로는 이루기 쉽지 않아 보인다.

어머니는 “내가 사는 날까지 싸우고 이겨낼 테니 부당한 나라를 반듯하게 세우기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말한다. “지금까지는 집과 회사밖에 모르는 평범한 시민이었지만 이제는 아니다”라며 “구의역 사고 이후 작업 환경이 나아지고 관련자들이 처벌받은 것처럼 내가 싸워서 이루고 싶은 것들이 많다”고 말한다.

용균 씨가 숨지고 나서 찾은 그의 기숙사 방문 앞에는 생전에 갖고 싶어 했던 ‘반지의 제왕’ 반지가 택배로 배달돼 있었다. 영화 <반지의 제왕>을 좋아했던 용균 씨가 그 반지를 사 달라고 했던 것이 기억나 어머니는 또 마음이 아팠다. “하루만이라도 더 살았다면 그 반지 끼워봤을 텐데… 죽은 아니 손가락에 끼워주면 아이는 알까요? 좋아할까요? 가슴이 미어집니다.” ‘반지의 제왕’ 반지를 사 주진 못했지만 어머니는 적어도 용균 씨에게 반지만큼이나 좋아했을 값진 선물을 이 세상에 남기려고 한다.

아들 전태일이 죽은 뒤 노동자의 어머니가 돼 노동운동에 헌신한 이소선 여사가 그랬다. 딸 황유미 씨가 죽은 뒤 11년이 걸려서야 기어이 삼성의 사죄와 책임 인정을 받아낸 아버지 황상기 씨가 그랬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세월호 참사 유족들도 아직 고통 속에서 더 이상의 거대한 사회적 비극이 탄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도 용균 씨의 동료와 친구들이 더 이상 같은 비극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길고 힘든 여정이 기다리는 벌판 위에 섰다.

어머니는 <시사IN> 인터뷰에서 두렵거나 그만두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저는 가진 걸 다 잃었잖아요. 애 하나가 전부였는데, 그걸 잃었으니 두려울 것 없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한들 기쁘지도 않을 겁니다. 저를 위해 산다는 것보다 이 사람들,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야 되겠기에 나섰습니다.”

 

■ 참고자료

[시사IN]“아들이 남긴 숙제는 죽음의 고리 끊는 것”

[이투데이] 끝나지 않은 엄마의 싸움…故김용균 어머니 “책임자 처벌해야 장례 치를 것”

[경향신문] 고 김용균씨 어머니 “아들에게 조금은 할말이 생겼다···그런데 이렇게 끝날까 두렵다”

[경향신문] 전태일과 김용균

[오마이뉴스]”그토록 원하던 반지가 왔는데… 죽은 아들에게 어떻게 전해주죠?”

[오마이뉴스]”잡아도 소용없는 안전줄… 화가 나 짐승처럼 울었다”

[노컷뉴스]故김용균씨 어머니 “마지막 CCTV보니…얼마나 무서웠을까”

[노컷뉴스]故김용균 어머니 “문재인 대통령 만나서 꼭 듣고 싶은 말은..”

[한겨레] 2명 중 1명이 또 다른 ‘김용균’…“사고 현장 무서워서 못간다”

[한겨레] 최근 3주새 50명 사망…‘김용균’은 우리 사회 도처에 있다

[한겨레] 사지즉전

[서울신문] “저는 우리나라를 저주합니다” 태안화력 고 김용균씨 어머니의 절규

[민중의 소리] “왜 이렇게 뭉그적거립니까” 국회서 울려 퍼진 고 김용균 씨 어머니의 절규

[민중의 소리] 김용균법 국회 통과 지켜본 어머니 “용균이에게 떳떳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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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미국은 작년 말 북한이 제6차 핵실험에 이어 대류간 탄도 미사일인 화성 15호를 발사하자, 유엔 사상 유래가 없는 초강경조치로 대북제재를 강요하였다. 이는 사실상 총과 포탄을 사용하지 않은 저강도의 전쟁행위이다. 다행히 올해 초부터 북한이 평화정책으로 전환하면서 극적인 국면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국제적 상황은 급반전하고 있다. 지난 8월 9일 트럼프 미 대통령은 우주방위군의 창설을 승인하면서 향후 세계전쟁의 가능 지역은 지상뿐만 아니라 우주공간으로 확장하였을 뿐만 아니라, 급기야 10월 20일에는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구실로 삼아 러시아와 맺은 중거리 탄도미사일 금지 조약인 INF 탈퇴를 예고하였다. 더구나 조만간 전략적 핵무기 제한조약인 NEW START의 파기로 확대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미국이 핵무기를 현대화하고자 조만간 1조 달러의 예산을 투입할 것이라고 경고한 글로벌 리서치의 초서도브스키 교수의 경고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땅속 깊은 곳에 있는 벙커도 무력화시키고 전략적인 조준타격(surgical Target)이 가능한 초현대적 기능을 갖는 핵무기 이름 앞에 Smart 또는 Mini폭탄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여 세계인들에게 속임수를 쓰고 있다. Mini핵폭탄의 위력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의 5배 이상이다. 과연 한국인은 한반도 안전보장에 미국과 트럼프를 파트너로 정말 믿어도 될까? 미국의 진보 포탈 Commondreams.org의 INF 파기예고에 따른 편집기사를 옮겨 싣는다.


 

칼럼_181104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냉전시대에 러시아와 체결했던 핵무기 통제조약을 파기할 계획이라고 보름 전에 열렸던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조약을 파기하는 것은 무모하고 어리석은 짓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인 존 볼턴이 해당 계획을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다는 보도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토요일에 핵무기 통제조약을 철회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놓은 뒤에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가디언은 백악관에서 볼턴과 정치적 협력자들이 러시아의 위반 사실을 근거로 미국이 1987년에 러시아와 체결했던 중거리 핵전력조약(INF) 파기결정을 내린 것을 지지해달라고 행정부 관료들을 설득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기자회견 직전에 보도했다. 보도직후 핵무기 통제전문가들과 기타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이 실제 위반했다면 강력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데 동의했지만, 해당 조약파기는 유럽 동맹국들을 소외시키고 무력충돌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요일에 이뤄졌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내용에 대해 ‘이러한 갑작스러운 조약파기는 엄청난 실수’라고 비판한 미국 군축운동연합의 데릴 킴볼 등 함께 많은 사람들이 경고하였다.

몬터레이 미들베리 국제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 핵확산 방지 프로그램 담당이사 또한 그러한 경고에 동참했다. 그는 이 결정은 엄청난 실수다라고 가디안지에 얘기했다 .그는 또한 “나는 미국이 조약에 의해 금지되어온 많은 것들을 (무기 등)배치할 것이 대단히 의문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라고 언급했다.

핵무기 폐기 국제운동의 베아트리 스핀 사무총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INF 조약을 파기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자신이 진정한 안보를 구축할 능력이 없는 파괴자임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대신, 핵무기조약을 파기함으로써, 그는 미국이 새로운 핵무장경쟁에 뛰어드는데 1조 달러를 투입하도록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Glenn Greenwald기자는 트럼프 행정부와 러시아와의 관계, 특히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과 관계에 대한 언론들의 광범위한 묘사와 관련지어 INF 이슈를 결부시켰다.

트럼프는 회견 당일인 토요일에 네바다에서 열린 중간선거 캠페인 행사 이후 기자들에게 그의 INF 조약 파기 계획을 폭로했다. “러시아는 해당 협약사항을 위반했다. 그들은 수년 동안 위반해왔다. 나는 무슨 이유로 버락 오바마 전대통령이 그것에 관하여 협상하거나 파기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우리가 허가하지 않는 한, 그들이 핵조약을 위반하고 전세계적으로 무기를 휘두르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이익에 기여해온 국제질서를 아마도 다시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상시켰으며, 대재앙적 기후변화에 모르는 척 눈을 감았고, 우리 정부를 망가트렸으며, 국가적 담론에 안 좋은 영향을 끼쳤다. 이제 여러분께 핵무기 경쟁에 뛰어드는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할 것이다. #VoteThemOut”- 미국 군축 및 핵확산 방지 연구소의 Alexandra Bell

 “우리 모두 똑똑해지고, 우리 중 그 누구도 그러한 무기들을 개발하지 맙시다”라고 러시아 및 중국과 합의했다면, 그런 결정은 선뜻 받아 들을 것이라고 연막을 치면서도, 현재의 상황에서 트럼프는 더 많은 무기를 제조하기 위해서 필사적인 것처럼 보인다. “만약 러시아와 중국이 위반하고 있는데, 우리가 본 조약을 충실히 지킨다면, 그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또한, “우리는 군대와 더불어 엄청난 액수의 돈을 가지고 있다” 라고 말했다.

“우리는 본 조약을 종결시킬 것이며, 무기를 더 개발할 것이다. 만약 서로가 똑똑해지고, 더불어 현명해지고, 그럴 끔찍한 핵무기들을 더 이상 개발하지 말자고 얘기한다면, 나는 매우 만족할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가 해당 조약을 위반하는 한, 우리가 그 조약을 지키는 유일한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떠 벌렸다.

CNN이 지적한 바와 같이, 냉전시대의 핵무기 경쟁 중 체결된 INF 조약은 역사적인 분수령이 되었다. 그 조약에 따르면, 러시아와 미국은 지상발사 탄도미사일과 300에서 3400마일의 발사범위를 가진 크루즈 미사일을 제거할 것이 요구되었다 .조약은 “소련 때문에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 아니며, 유럽 대륙에서의 전략적 안정을 위한 수단제공을 위해 고안된 것이다” 라고 전국무부 대변인이자 현재 CNN 군사외교 분석가인 John Kirby이 설명하면서. “유럽 동맹국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조약파기 소식을 듣고 전혀 행복해하고 있지 않다고 의심하고 있다.” 라고 언급했다.

미국 군축협회의 킹스톤 리프는 조약파기가 미국의 국제외교 관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광인 국가안보 보좌관 덕분에 현재 파기위험에 처한 INF조약은 러시아와 체결한 유일한 군비통제 협약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가디언이 보도한 바와 같이 볼턴과 미국국가 안전보장 위원회(NSC)의 고위 무기통제 고문인 팀 모리슨은 INF와 더불어 어느쪽이든 전략적 탄두배치의 수를 1,550개로 제한하는 러시아와 체결한 또 다른 주요 군비통제 협약인 2010 New Start agreement의 계약 연장을 반대했다. 해당  협약은 2021년에 만료될 예정이며, 러시아 전대통령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와 미국 전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사이에서 체결되었다.

로얄 통합서비스 연구소의 부국장인 말콤 찰머스는 우리는 지금1980년대 이후로 가장 심각한 핵무기 통제위기에 놓여 있다. 만약 2021년 만기 예정인 전략무기에 대한New Start 조약과 더불어INF 조약이 파기된다면, 1972년 이래 처음으로 이 세상에는 핵보유국들의 핵무기를 제한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미국무부의 군비통제 관련 고위직원이었으나, 현재는 미국군축 및 핵확산방지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Alexandra Bell은 트윗에서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는 INF 조약을 포기하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재개된 군비경쟁을 확인하며, 전세계의 핵문제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데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미국 군축 및 핵확산 방지 연구소의 Alexandra Bell의 경고를 되풀이 한다. “이 행정부는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이익에 기여해온 국제질서를 아마도 다시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상시켰으며, 대재앙적 기후변화를 모르는 체 했으며, 우리 정부를 망가트렸으며, 국가적 담론에 안좋은 영향을 끼쳤다. 이제 당신한테 핵무기 경쟁에 뛰어드는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할 것이다. #VoteThemOut”

월, 2018/11/0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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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축적 및 성장전략은 최전방 반공기지로서 미국의 묵인하에 일본형 중화학공업을 군사독재의 엄호하에 구축해 온 데서 출발한다. 이른바 ‘발전주의적’ 국가는 극단적인 중상주의적 보호주의를 한편으로, 돌격식 수출드라이브를 다른 한편으로 선발 자본주의국가를 압축ㆍ추격하는 데 놀라운 성과를 보였음은 부인키 어렵다.

하지만 1998년 IMF 위기이후 외부적 압력에 의해 이러한 ‘낡은’ 축적모델은 변경을 강요당했고, 그 결과 한국 경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체제에 불가역적으로 편입되게 된다. 지난 20년간 미국식 신자유주의 세례를 듬뿍받은 경제관료와 무엇보다 재벌류 독점자본에 의해 추동된 이 신모델은 우리 사회에 필요충분할 정도로 무사히 이식완료된다. 물론 적지 않은 정치사회적 저항이 있었지만, 한국자본주의는 이들을 한편으로는 ‘털어’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포섭할 정도의 분할지배를 관철해 내었다.

칼럼_181105(1) KBS뉴스
(사진: KBS뉴스)

한국 경제에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관철되는 과정에서 중국이라는 생산기지, 판매시장, 투자대상국의 존재는 어쩌면 행운이었다. 지경학적으로 풀이하자면 강요된 유사 pseudo 섬으로서 한국이, IMF이전까지 세계시장이라는 해양세력적 축적전략 포지션이었다면 이후는 대륙세력에 기탁한 포지션이었고, 이는 차이나 이펙트라 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차이나효과는 트랜드상으로 그 동력을 상실해 왔다.

IMF이후 한국자본시장은 초국적 금융자본에 ‘실질적 포섭’단계로 들어간다. 그 가장 주된 특징이 여의도의 월가로의 하위 동조화 현상이었다. 한국주식시장은 월가의 현금인출기로서 허술하기 짝이 없는 규제망탓에 언제든 누르기만 하면 현금이 나오는 그런 곳이었다. 한국의 개미들은 국제투기자본의 이익에 말단 영업사원이었다. 가장 늦게오르고 가장 빨리 빠지는 현상은 지금도 계속된다.

자본시장이 월가와 동조화되는 한편, 한국의 경기사이클은 중국시장과 동조화되는 경향이다. 트럼프 출현직전부터 모습을 드러낸 소위 ‘미중무역전쟁’은 중국경제에 유례없는 위기를 강제하고 있다. 모든 전쟁이 정의상 ‘어브노말’ abnormal하다는 점에서 무역전쟁이라는 표현은 잘 못된 것이다. 그것은 이제 ‘뉴 노말’ new normal일 뿐이다. 새로운 경제적 일상일 뿐이다. 이 표현은 트럼프를 ‘보호주의’라고 부르는 것 만큼 잘못된 인상을 낳고 있다. 트럼프주의는 미제조업 축적위기를 국가의 경제외적 강제를 통해 극복하려는 국가개입주의의 변형된 혹은 강압적 배리에이션일뿐이다.

미중분쟁의 최대 피해자가 한국이다. 한 때 최대 수혜국이었던 그 만큼 피해는 충격적이 될 수 있다. 전후 수십년간 미국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이라는 외부시장에 기반한 한국의 축적 및 성장전략은 이미 갈데까지 간 상태다. ‘쿼바디스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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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은 그 자체로 충분히 해 볼만한 선택지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허나 전두환ㆍ노태우도 누렸던 저 전설의 ‘3저호황’도, DJㆍ노무현 시절의 중국효과도 이젠 기대할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IMF때, 2007년 금융위기때도 위기때마다 등장하는 경제패러다임의 교체는 모두 좌절했다. 내수시장은 정반대로 더 ‘졸아’ 들었고, 신자유주의적 제도와 구조는 더 공고해 졌다.

이러한 안팎의 조건만으로 보자면 소득주도성장은 그 물적 기반이 너무나 허약하다. 소득 곧 직간접 임금을 자극해 소비, 생산 그리고 투자와 일자리 사이의 선순환을 가속ㆍ강화하자는 착상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고화된 내부적 신자유주의 구조와 한국경제의 글로벌화로 인해 이 순환은 이미 분절화된지라 정책의 효과가 나오지 않는 다는게 문제다. 한국경제의 현 단계는 설사 케인즈가 되살아와 한국 경제수장이 된다 해도 답이 없다. 신자유주의 아버지 하이에크가 와도 마찬가지다. 한국경제처럼 ‘딥deep 글로벌화’ 조건에서는 바로 이 글로벌 조건의 개선때까지 기다리는 것 말고는 백약이 무효다. 또 하나의 처방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을 거다.

대개 경제적 정책툴도 무한하지 않다. 재정, 조세, 통화, 관세, 산업, 금융, 복지, 노동정책등등 수단들이 있겠지만 그 각각의 효과만으로 비록 추세를 완화하고 방향을 미세조정할 수는 있겠지만 한국 경제를 일거에 벌떡 일으켜 세울 거로 보이지도 않는다.

중국경제가 하향하는 조건에서 남북경제가 답이 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중단기적으로 북을 값싼 노동력 및 원료공급기지로 또 판매시장으로 보는 발상은 경제보다 더 어려운 정치적 장벽을 과소평가하는 거다.

당분간은 설국열차모델이 유력할 수 있다. 슈퍼양극화말이다. 젖과 꿀이 흐르는 따뜻하고 쾌적한 일등칸과 비록 바퀴벌레지만 굶지 않을 정도의 단백질을 공급해 주는 나머지칸말이다. 물론 하차를 강요하진 않는다. 하차하면 얼어 죽기때문이다. 그래서 태워는 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지속가능한 미래모델이 아님은 자명하다. 과거의 민족경제론과는 구별된다는 전제에서 구조적 자립과 주체적 혁신이 그나마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물론 여기에는 성장과 수출이라는 물신으로부터 벗어나는 것도 포함된다. 낙관하기엔 현실은 너무나 엄혹하다.

 

한신대 교수

이해영

월, 2018/11/0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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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의 앞날을 여전히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미국은 지난 7월과 8월 500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이래, 최근에는 중국 하이테크기업인 푸젠진화(福建晋华)에 대해 미국 반도체회사의 경쟁력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수출제한 조치를 내렸다. 그전 처음 종싱통신(ZET)을 제제할 때만 해도 나름의 복잡한 형식상의 절차를 밟았지만, 이제는 중국에 대한 ‘기술봉쇄’를 위해서라면 아무 때나 자국기업에 거래중지를 명령할 수 있다는 태도이다.

중국의 강경한 태도 역시 변함이 없다. 얼마 전 10월 31일 열린 중국공산당 정치국회의에서는 기존 경제정책기조의 유지를 재확인하였다. “안정 속의 발전 추구”(稳中求进), “높은 질량위주 발전의 굳건한 추진”(坚定不移推动高质量发展) 등이 그것이다. 최근 중미 무역전쟁의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도 중국정부의 일관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 같은 두 강대국의 싸움은 이제 남의 일만은 아니게 되었다. 최근 한국 코스피지수가 연일 폭락하면서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을 실감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10월 한 달 새 종합주가지수가 무려 20% 이상 빠지면서, 근래 들어 최대의 낙폭을 기록하였다. 2000선 방어가 위태로워진 것은 물론이요, 한국경제를 둘러싼 사방팔방의 각종 악재들을 고려 할 때 앞으로 어디까지 추락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칼럼_181106 KORUS NEWS
(사진: KORUS NEWS)

이렇듯 애초 예상과는 달리 진행되는 상황을 접하면서, 사람들도 세기적인 두 초강대국 간의 무역전쟁을 좀 더 진지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 ‘특수전쟁’의 끝은 어디이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지 갈수록 궁금해지게 된다. 곧 싸움을 끝낼 듯 초기에 승기를 잡고 기세등등해 하던 미국도, 최근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의 폭락사태가 보여주듯 자기가 먼저 걸어 간 싸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이 이미 입증되었다. 사실 이 같은 사태는 일찍부터 예측되었던 바이다. 오늘날의 글로벌경제하에서 세계의 모든 국가는 서로 얽히고설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아무리 초강대국이라 할지라도 그런 상황에서 홀로 초연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여기서 잠깐 필자의 경험담을 꺼내고 싶다. 필자는 금년 여름에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 싸움에서 중국이 질 수 없는 이유를 나름대로 발견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당시 중국경제는 얼마간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경제성장을 이끄는 삼두마차가 모두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우선 미국과의 무역분쟁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대외무역과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1~5월 상품수출입은 6,498억 달러의 흑자를 보았지만, 서비스무역 적자가 6,887억 달러에 달함으로써 경상수지적자 폭은 389억 달러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수출입 분야의 위축과 함께 심리적인 충격도 켜서 주식시장이 연일 폭락하고 (상해종합지수 3500선→2700선), 환율도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인민폐 절하가 지속되었다.(달러당 6.25위엔→6.7위엔) 또 그동안 ‘신상태(新常态)’ 하에서 경제성장을 이끄는 데 큰 몫을 해왔던 소비 증가폭도 한풀 꺾여 ‘피로’ 현상을 보여주었다. 소비품 소매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동기 대비 금년 5월에는 10.7%에서 8.5%로 다소 내려갔다. 임금인상율 하락, 부동산가격 상승 억제, 주식시장 불황 등 가계소득 향상을 뒷받침 해 줄 만한 요소들이 하나 같이 불안하거나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여기에 강도 높은 ‘반부패’ 투쟁의 지속으로 기존에 ‘공금’을 이용한 간부들의 소비향락도 대폭 줄어들었으며, 이 부분도 일정 소비열기를 식히는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이러한 경제지표 자체보다도, 이처럼 다소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중국정부의 ‘구조조정’ 작업이 여전히 그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2015년부터 본격화된 철강·시멘트·아연 등의 과잉생산부문에 대한 구조조정과 기업 ‘부채 줄이기’ 작업이 여전히 꾸준히 진행 중에 있었다. 특히 후자가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이었는데,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재무상에 있어 과도한 부채에 대한 ‘채무의 주식 전환(债转股)’ 작업이 활발하였다.

경제의 하방압력이 커지고 대내외적인 불안 요소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중국정부가 이렇다 할 부양정책이나 현재 진행 중인 구조조정 정책을 수정하는 조처를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현 중국경제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라 보여 진다. 예컨대 예전에는 일단 경기가 위축될 조짐이 나타나면 중국정부는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을 어느 정도 늦추면서 이 부분의 열기를 다시 끌어올리는 정책을 펼쳤던 기억이 난다. 이리하여 지가상승→지방정부의 재정소득 증대→정부투자확대를 통한 일련의 경기진작 사이클의 재가동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 같은 정책 변화의 조짐을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주식시장에서도 당시 3000선을 사수하기 위해 ‘국가대표팀’이 출동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상해주가지수가 2700선까지 힘없이 밀릴 때까지 이에 대한 정부의 인위적인 주가 부양 조짐을 전혀 발견할 수가 없었다. 중국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무엇을 말해 주는 것일까?

일각에선 지난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에 온자바오 정부가 ‘4조 위엔’의 화폐를 쏟았던 부양정책의 후유증을 연관시킨다. 그 때문에 다시 정부가 그러한 인위적인 케인스식 정책을 쉽게 사용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필자의 해석은 좀 다르다. 비록 작금의 중국 경기가 얼마간 어렵고 국내외적인 불확실성도 증가하였지만, 그러나 기존의 정책방향을 수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작금의 어려움은 구조조정을 완수하기 위한 정상적인 진통을 겪는 과정에 불과하며, 이러한 고비를 넘겨야만 (길게 잡아 2~3년)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각오와 나름의 자신감의 발로라고 보여 진다. 만약 필자의 이러한 판단이 맞는다고 한다면, 우리는 현 무역전의 형세를 다시 바라보아야만 한다. 즉 중국이 일방적으로 몰리고 있다는 국내 대다수 언론보도와는 달리, 미국과의 무역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처럼 자기 페이스를 지킬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국이 ‘주도권’을 상대에게 넘겨주지 않고 있다는 점을 그 무엇보다도 잘 말해준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필자는 금번 중미 간 무역전쟁은 결국 ‘무승부’로 끝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 같은 형식의 이면에는 내용상으로 중국의 승리가 있다. 왜냐하면 미국의 총공세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중국이 양보한 것은 별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호 전력을 비교한다면, 미국이 비록 금융부문에서는 앞서간다고 하나 그렇다고 해서 중국을 단기간에 굴복시킬 수 있을 만큼 중국의 이 방면에 있어서의 수비가 허약한 것은 아니다. 중국의 튼튼한 제조업 위주의 경제구조와 아직 덜 개방되고 국가의 강한 통제 하에 놓여 있는 금융시장은 국제 투기자본의 활동을 크게 제약시킨다. 그들은 지금으로써는 주로 해외시장을 통해 간접적이고 ‘심리적’인 방식으로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이다. 미연준위의 금리인상 전략에도 한계가 있다. 현재의 취약한 미국의 경제성장 기조와 천문학적인 국가부채 규모는, 만약 미연준위가 무리하게 금리인상을 추진할 경우 먼저 미국 자신을 압박하고 쓰러트리게 만들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올해 3% 성장률을 달성한 뒤 내년에는 곧바로 하락세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이처럼 미국경제의 체질이 많이 쇠약해져 있는 상태에서, 트럼프정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 지지층의 분열과 불만으로 인해 이 싸움을 오래 끌고 갈수가 없다. 물론 이 경우 트럼프는 최소한의 체면을 살리려 할 것이며, 중국 역시 적절한 타협과 현상 유지가 목표이기 때문에 트럼프를 막다른 궁지에 몰면서 완벽한 승리를 추구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약간의 위안화절상 (무역전쟁 본격화 이전의 1달러=6.2위엔을 크게 넘지 않는 선)이나, 이전에 합의 했던 중국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구매확대 조치 등을 이행하는 정도로 충분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결국 불똥은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튈 수밖에 없다. 미국이 자력만으로는 자국 경쟁력의 완전한 회복과 충분한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그리고 중국이 호락호락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는 상태에서, 미국이 다른 동맹국들에게 전가하게 될 ‘분담금’은 반대급부로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 때문에 중간선거 이후 비록 트럼프정부가 중미 간의 무역전에서 한발 물러선다 할지라도, 특정 분야의 개별 국가를 지목한 무역분쟁은 지속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즉, 미국의 실리 챙기기작업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며, 그 주요 대상국은 대미 흑자국가 중에서도 약소국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바로 그 같은 케이스에 속하며, 필자가 중미 무역전쟁의 후폭풍을 계속해서 걱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화, 2018/11/0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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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지난 4일부터 시행된 이란제재에 대하여 한국정부와 주류 매스콤은 미국 행정부로부터 6개월간 보류조치를 받았다고 안도하면서 짐짓 한반도 상황은 이란과 다르다고 강변하고 있다. 참으로 부끄럽고 어리석은 발언들이다. 급변하는 국제정세의 흐름 속에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지 한반도(북한)가 이란 다음으로 미패권주의의 희생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무모할 정도로 전일적 패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1) 대국굴기하는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여 복종시키려고 혈안이 되어 있으며, 2) 군사적 기술로 대항하는 러시아를 초현대적 무기개발에 1조달러 이상을 쏟아 부어가며 굴복시키려 하고 3) 사우디를 중심으로 친미 연합세력을 구축하여 반미운동의 중심국인 이란을 종교적 갈등을 이용하여 중동아에서 축출하려는 음모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상황은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유동적인 카드에 불과하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할리우드적 과잉행동과 밥 먹듯이 거짓말을 내뱉는 트럼프에게 민족의 역사를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트럼프 정권이 이란에게 시행한 “최대 압박” 작전의 행보는 지난 일요일인 11월 4일에 감행되었다. 이를 통해 트럼프 정권은 이슬람 공화국인 이란뿐만 아니라 이와 거래하는 모든 이들에게 엄격한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지만, 제재 행보의 파급력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미국의 의도는 이란을 고립시키는 것이었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미국이 오히려 고립될 수도 있다. 특히 유럽의 반응에 따라서 결정될 것이다. 트럼프 정권의 핵심인물 들조차도 새로운 제재를 어떤 방식으로 가해야 할지 주저할 정도로 제재의 내용은 문제투성이 이다.

칼럼_181107 VOAKOREA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사진: VOA코리아)

트럼프 정권은 이번에는 이란의 혈류를 막기 위해 정맥을 노리기로 했다. 이란의 원유와 석유화학제품 수출량을 최대한 제로에 가깝게 만들기로 한 것이다. 또한 현재 발표된 제재의 내용 중에는 이란을 SWIFT로 알려진 세계결재은행 시스템에서 제외한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여러 제재 중 어떤 것이 더 가혹한지 한마디로 말하기는 힘들다.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이미 하향 추세를 보여 왔다. 이미 지난 5월 하루에 270만 통을 수출한 것으로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는 트럼프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통솔하는 6자 회담에서 미국을 철수시키기 직전이었다. 9월 초 원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백만 통 정도 감소하였다.

8월, 미국은 이란이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비행기와 자동차 부품들을 미국 달러로 가격이 표시된 것 상태로 구매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 후 이란의 화폐인 리알의 가치는 역대 최하로 떨어졌으며, 인플레이션은 무려 30%가 넘게 상승했다. 이란이 세계 결재 시스템인 SWIFT에서 얻는 혜택을 폐지하는 것은 이란을 달러가 지배하는 세계 경제에서 제외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다른 국가, 특히 중국이나 러시아가 달러 기반 경제에서 서서히 철수할 가능성도 있다.

SWIFT에 관련된 문제는 트럼프 내각에서조차 분열을 낳았다. 재무장관인 Mnuchin과 국가 안보 보좌관이자 백악관에서 가장 이란에게 적대적인 John Bolton이 해당 문제에 대해서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Mnuchin의 온건한 반대는 제재의 실행을 늦추거나 이란의 몇몇 금융 기관을 제재에서 제외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는 있겠지만, 그 이상의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15년 오바마 정권이 지지한 핵 협정은 핵 프로그램에 대해 엄격한 제재를 가하는 댓가로 이란에 가해진 무역 제재를 해제한 협정이었다. 국제 원자력 기구는 이전 맺은 협정은 아직 유효하며, 서명국인 영국, 중국, 프랑스, 독일과 러시아는 아직 협정을 철회하지 않았고, 이란과 무역을 계속하고 있다고 반복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미국의 제재를 무시하고 이란과의 경제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미국의 유럽 동맹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일지에 달렸다.

 

유럽의 반응

트럼프가 5월 핵 협정을 철회한 이후부터 유럽은 동요했다. 유럽 연합은 미국의 제재를 피할 수 있는 무역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특별목적회사(SPV, Special Purpose Vehicle)로 알려진 시스템은 유럽 회사들이 냉전 시대에 서유럽이 소련과 무역을 유지했던 방식과 비슷한 바터제를 도입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유럽 연합 관계자들은 트럼프의 제재 중 이란을 SWIFT의 혜택에서 제외하는 항목을 삭제하여 이란이 세계의 여러 은행 간 사업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로비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세계 무역 시스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보전하기를 희망하는 Mnuchin이 그들을 도울 것이라 믿고 있다.

유럽 연합 집행 기관의기관장인 Jean-Claude Juncker를 비롯한 몇몇 유럽 연합 관계자들은 유로화를 범세계적 거래 화폐로 만들어 달러와 경쟁하게 만들자는 주장을 펼쳤다. Charles de Gaulle이 1967년 프랑스를 잠시 NATO에서 철수시킨 것과 독일과 프랑스가 2003년 미국이 이란을 침공하는 것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에서 반대표를 던진 것을 제외한다면, 그 동안 유럽 국가들은 세계 2차 대전 후부터 지금까지 미국에게 순종하는 자세를 취해 왔다.

큰 규모의 유럽 에너지 회사는 미국의 제재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유럽 연합이 제안한 새로운 무역 방법에 동참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프랑스 에너지 회사이자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회사 중 하나인 Total SA는 벌써 몇 달 전 이란과의 모든 거래를 중단했다.

이 달 초반, 한 미국 관계자는 유럽 연합이 제안한 바터제를 받아들일 유럽 회사는 얼마되지 않는다고 비밀리에 밝히기도 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미국이 이란에 대해 내린 결정을 유럽 국가들이 따르느냐 따르지 않느냐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아니다. 대서양 동반자관계는 이미 훼손되었고, 오바마 내각 시절부터 생기기 시작한 금은 점점 커져가는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의 반응

아시아 국가들 역시 미국의 제재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11월 4일 이후 이란이 잃을 수출의 모든 부분을 아시아 국가들이 흡수할 수는 없겠지만, 이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

중국, 인도 그리고 대한민국은 이란의 원유를 각각 첫번째, 두번째 그리고 세번째로 많이 수입한다. 일본은 여섯번째다. 아시아 국가들도 유럽과 마찬가지로 미국이 11월 4일에 가한 제재를 피하려고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바터제를 도입해 이란의 원유를 계속 구매하는 방안과 모든 거래를 루피로 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중이다. 이미 미국의 협박을 무시하겠다고 밝힌 중국은 위안화를 사용하는 원유 거래를 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별로 어려운 결정이 아니다. 중국은 미국과 장기간 무역 전쟁을 하는 중이며 지난 봄에 시작된 상하이의 원유 선물시장은 글로벌 선물 계약시장의 14%를 장악했다. 계약을 통한 배송은 곧 시작된다.

트럼프 정권의 다른 외교 정책과 마찬가지로 이 제재의 정확한 내용은 아무도 모른다. 인도 같은 나라는 제재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일본과 한국은 이미 제외를 요청한 바 있다. 유럽 연합의 SPV는 어느 정도 성공적일 수 있으나, 이는 가능성일 뿐이다. SWIFT에 관한 내부 갈등도 어떤 방향으로 해결될지 확실하지 않다.

 

미국에 미치는 장기적인 결과

달러의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세계 경제의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란제재 이전까지 외국환 시장에서 받아들여진 정설은 다른 화폐가 달러화와 경쟁하는 현실이 도래할 것이지만, 이는 먼 미래의 일일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이란에 가한 제재에 대한 유럽과 아시아의 반응을 보면 이 현실은 우리의 생각보다 빨리 도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 러시아, 인도와 이란을 비롯한 신흥 강국들이 비서양동맹을 맺는 것도 조만간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동맹은 이념적인 측면보다 실용적인 측면이 강하고, 미국은 어떤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지금보다 이 동맹을 더 지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워싱턴이 이란 협약에서 철수했을 때, 모스크바와 베이징은 협약을 중시할 것을 곧바로 테헤란에 알렸다. 이렇듯 미국이 계속 반대, 특히 동맹국으로부터의 반대에 부딪힌다면, 세계 2차 대전 이후 계속되었던 미국의 패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

미패권의 잔혹함을 고발하는 예멘의 긂주린 여아사진

새로운 이란핵협정?

미국이 취한 모든 조치는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밀어 넣어 트럼프가 소위 말하는 “최악의 조약”을 다시 쓰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반면 테헤란은 반복적으로 자신은 현 조약이 제시하는 모든 조건을 지킬 것을 천명하였고, 다른 서명국들 역시 조약의 조건을 지키는 한 재협상의 의지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하는 행동은 자기 자신의 역량을 너무 과신하는 것일 수도 있고, 만약 그렇다면 국제 정세에서 고립되는 것으로 그 대가를 치를 것이다. 이는 트럼프가 정권을 잡으면서 더 악화된 바 있다.

워싱턴은 지난 몇 년간 제재를 남용해왔다. 이번에 실행될 제재는 말도 안될 만큼 무자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보를 통해 미국은 전통적으로 자신을 지지했던 동맹국마저 잃을 위기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Patrick Lawrence

주로 International Herald Tribune을 위해

몇 년간 일한 해외 특파원이자, 칼럼니스트, 수필가, 작가이자 강사입니다.

수, 2018/11/0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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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포용국가’를 핵심키워드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 불평등을 키우는 과거의 방식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며 포용국가를 역설했다.

칼럼_181111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포용국가를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로 제시한 대통령의 인식은 전적으로 타당

 

문 대통령은 “국민의 노력으로 우리는 ‘잘살자’는 꿈을 어느 정도 이뤘으나 ‘함께’라는 꿈은 아직 멀기만 하다”며 “우리는 경제적 불평등 격차를 줄이고 더 공정하고 통합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는데 적확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문 대통령은 포용국가를 “사회안전망과 복지 안에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나라, 공정한 기회와 정의로운 결과가 보장되는 나라, 국민 단 한명도 차별받지 않는 나라”라고 정의하면서, 포용국가를 ‘정부가 진 시대적 사명’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 불평등이 그대로 불공정으로 이어졌다”며 “불평등과 불공정이 우리 사회의 통합을 해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로막기에 이르렀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포용국가’ 강조하며…”불평등 키우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어”)

 

대통령의 국회연설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포용국가 모델이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길이며,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나라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적확하고, 큰 틀에서의 방향도 타당하다.

 

부동산 문제 해결없는 포용국가는 난망

 

다만 문 대통령에게 꼭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포용국가가 성공하려면, 기회가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가능하려면 부동산 문제 해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그 조언이다.

 

대통령도 근래의 지지율 폭락이 무엇 때문인지 똑똑히 알 것이다. 지방선거 이후 수직으로 추락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서울 집값 폭등이었다. 2015년에 346.2조원(GDP의 22.1%), 2016년 374.6조원(GDP의 22.9%)이 각각 발생한 천문학적 부동산 불로소득 규모가 말해 주듯 부동산 문제 해결 없이는 소득주도성장도, 혁신성장도, 공정경제도 불가능하다. 소수의 재벌과 지주들이 가만히 앉아서 사회구성원들이 피땀흘려 만든 부를 합법적으로 약탈하는 마당에 혁신과 공정이 가능할리 없으며, 임금 보다 주거 비용이 훨씬 가파르게 오르니 소득주도성장도 공염불이다.

 

부동산을 기준으로 신분이 정해지고 정해진 신분이 세습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니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평등 운운하는 슬로건은 문학적 수사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을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만 모르는 것 같아 답답하기 짝이 없다. 만시지탄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이제라도 부동산의 중요성에 눈을 뜨길 간절히 소망한다.

일, 2018/11/11-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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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세계경제 성장률의 30%를 떠받치던 중국이 경제의 속도조정과 구조개혁에 진입했다. 한국의 주요 언론과 전문가연(然) 떠도는 견해는 마치 중국이 미국과 무역마찰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분야에 세계 최고 권위를 지닌 Financial Times는 전혀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중국경제의 어려움은 미국에 의해 촉발된 것이 아니라 내부의 신용과잉에 따른 잘못된 투자와 과다한 부채 그리고 소비행태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오히려 미국과 무역마찰과 적당한 경제성장률 저하는 질적인 구조개혁과 지속적 조건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상황에 더욱 절실한 이야기이다. 한국경제와 산업은 조속히 거대한 구조적 개혁과 체질개선을 이루어내야 한다. 능히 해내지 못하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문재인 정부는 다음 총선에서 사라질 야당의 비난과 사소한 성장률 수치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흔들림 없는 소신과 의지를 갖고 근본적인 개혁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시민을 위한 개혁정부인지 기득권의 관리정부인지, 문재인 정부의 성격과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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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성장률은 이번 해 3분기에 6.5%로 하락했다. 세계 금융 위기 이후에 보인 가장 느린 성장률이긴 하지만, 그런 이유로 충격 받을 일이 아니다. 성장률이 감소했다고 해서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다. 성장률 자체로는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오히려 경제가 튼튼해지고 있다는 의미를 지닐 수도 있다.

특히 전세계는 중국의 성장 속도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버리고, 정말 중요한 점에 집중해야 한다. 즉 중국 경제 성장의 질과 지속가능성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성장률의 감소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 가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는 매우 빈약하다. 오히려 중국의 수출액은 미화로 9월 기준 미화로 지난 달 대비하여 14.5% 성장했다. 동시에 중국은 같은 달 미국과의 무역에서 341억 달러의 흑자를 실현했다.

물론 미국과 무역에서의 마찰은 중국의 무역 성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아직까지 그러한 징후가 뚜렷이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GDP 기준 성장률의 감소는 지난 2분기의 6.7%에서 6.5%로 감소한 정도이다.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경제라면 누구도 이러한 작은 차이를 유의미하다고 여기지 않을 것이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중국이 제공한 통계가 0.2% 단위까지 정확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정말로 중국 정부의 발표 수치가 정확하다고 가정하면, 중국의 성장률은 아직까지는 매우 건강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 자신이 성장 목표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0.2%의 “하락”에 신경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의 성장 유형이 변화했냐는 것이다. 과거 중국 정부 당국은 신용을 큰 폭으로 팽창시킴으로써 성장 목표를 달성하였다. 대부분의 경우 이는 지나친 투자로 이어졌다. 이는 당연히 과잉 생산시설이라는 낭비를 초래했고 결과적으로 부채의 청산과정으로 연결되었다.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 성장은 전혀 쓸모가 없다.

만약 오늘날 중국의 속도가 조절된 성장기조로 위에 언급한 쓸데없는 실수를 극복한 것이라면, 이는 문제가 아니라 매우 평가할만한 일이다. 성장률 감소 뒤에는 두 가지 유의미하고 유익한 변화가 있다.

하나는 자동차의 구매를 촉진하려고 억지로 적용한 뒤틀린 세금 감면을 줄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 금융 시스템의 위험성을 감소시킨 것이다.

자동차에 대한 세금 특혜를 줄인 것은, 다른 시장 요소들과 연동되어, 세계최대 자동차 시장의 매출을 크게 위축시켰다. 이로 인해 위축된 소매시장의 실질수요 증가율이 6.4%로 줄어든 것이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거대한 규모의 그림자 금융 분야를 통제하고 부채에 시달리는 지방 정부에 대한 대출을 억제하는 것으로, 금융 시스템의 위험 요소를 줄이려는 노력이다. 

반면에 지방 정부의 대출을 억제한 정책으로 인하여 기반 시설에 관한 투자의 위축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고정 투자의 증가율이 2분기의 5.2%에서 3분기의 4.4%로 떨어진 것이다. 중국 정부 당국은 이에 대해 걱정하면서, 최근 신용의 억제를 완화하겠다는 정책적 의도를 내보이기도 했다.

지방 정부로 하여금 채권발행 시장에 좀 더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조치했으며, 올해 들어 세 번째로 은행의 예금준비 제도를 변경하여 이자율을 낮추고 회사들의 신용을 높였다.

중국 정부의 목적은 분명하다. 지난 8월 이루어진 중앙 위원회의는 “외부 정세가 변화했기 때문에” 여섯 개의 경제 분야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여기서 명시된 여섯 개의 분야는 고용, 금융, 무역, 외자, 투자와 시장기대심리 이다.

베이징 중앙은 2008년 금융 위기 때 했던 것처럼 신용이 과잉 분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탄력과 자신감을 합리적으로 유지하고 싶어한다. 여기서 어려운 점은 필요한 경제적 개혁과 조정 과정을 지속하면서도 원하는 목표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개혁적 조정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성장률의 사소한 변화는 잊어도 좋다.

성장률이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월, 2018/11/1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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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여년간 이른바 ‘먼저 온 통일’라고 불리워온 북한출신 주민들이 한국사회에서 겪었던 선행 통일경험은 오늘날 평화체제 이행을 앞둔 한국사회에 시사점을 주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한국사회를 야반도주하다시피 떠났던 탈북민들의 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2016년 통일연구원 탈북민 조사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16.2%가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응답하였다.

다큐멘터리영화 ‘북도 남도 아닌’ 탈남하여 유럽으로 간 탈북인들이 본 한국사회에 대해 담담하지만 솔직한 목소리를 제공한다. 그들은 단지 ‘부적응’하거나, ‘선진국 복지를 찾아’, 단순히 ‘차별 때문에’ 대한민국을 떠난 것이 아니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국가권력의 정치적 동원, 공안기관의 지속적인 감시, 탈북자라는 낙인과 배제 등으로 한국사회에 희망이 없기에 떠났다고 말한다. 2017년 현재 한국에서 거주하는 탈북인들 역시 탈북자라는 낙인 그리고 배제로 마치 유리벽에 갇혀 있는 것처럼 답답하다고 심정을 토로한다. 한 탈북청소년이 최중호 감독에게 썼다는 쪽지, “탈북자는 언제까지 탈북자예요?‘라는 질문은 곧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 ‘우리는 얼마나 정상국가인가’ 라는 질문으로 평화이행기를 앞둔 우리에게 되물어지고 있다.


 

따뜻한 남쪽 나라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2016과 2017년에 잇달아 개봉된 두 개의 다큐영화는 탈북민 연구를 십 수년간 해온 나로서는 부끄럽고 놀랍도록 우리 사회 탈북민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잡아낸 영화이다. 뉴스타파 최승호감독의 ‘자백’과 최중호감독의 ‘북도 남도 아닌’ 다큐멘터리 영화는 ‘먼저 온 통일’이라고 불리워왔던 탈북민들이 경험한 대한민국 국가권력의 뒷모습과 한국사회의 민낯을 담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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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감독의 ‘자백’ 영화(왼)와 최중호 감독의 ‘북도 남도 아닌’ 다큐멘터리 영화(오) (사진: 영화 ‘자백’ 포스터 엣나인, 북한인권국제영화제)

한국에 온 탈북민들에게 국가권력은 야누스와 같은 존재였다. 탈북인들에게 국가는 국내취약계층보다 한단계 높은 수준의 물질적 보상을 제공하였지만 그것은 절대로 공짜가 아니었다. 입국시에는 6개월까지(현재는 3개월로 줄임) 구금이 허용되는 국정원에서 전쟁포로보다 열악한 ‘간첩 골라내기’ 실험장에 놓여 북한 내부 정보를 제공하였다. 그 과정에서 일부는 간첩으로 조작되는 수난을 겪기도 하였다. 지난 10여년간 국가권력에 의해 국정원 댓글사건, 반 세월호집회 알바시위 등 불법적이고 반민주적인 행위를 수행하도록 그들은 동원되었으며, 집단교육시설인 하나원에서 3개월간 숙박교육을 거쳐 세상에 나온 이후에도 ‘신변보호’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감시상황에 놓였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시 북한을 떠났던 식량난민의 일부가 한국에 입국하면서 국내에 정착하는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급증하기 시작하였다. 북한주민의 대한민국 입국이 연 1,000명을 넘어서기 시작한 시기는 2001년부터이다. 그 이후 북한이탈주민 입국자 수는 2008년에 2,914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점점 감소하여 2018년 9월 말 현재 입국자 수는 808명에 불과하다. 향후에도 이 정도의 감소세가 지속된다면 북한이탈주민 입국은 10년 내아니 5년 내로라도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된다. 국내 입국 북한이탈주민의 감소 원인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북한의 경제적 정치적 상황 개선, 김정은정권이 탈북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는 점은 북한주민 입국자 수 감소의 주된 요인이 된다. 그러나, 한국의 척박한 정착여건 역시 북한출신주민 입국자 수 감소의 중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입국한 탈북주민들은 ‘먼저 온 통일’이라고 불리우면서 이질적인 탈북주민들과 남한주민과 어울려 사는 과정 그 자체가 일종의 ‘통일실험’이자 ‘사람의 통일’이라고 미화되었지만 그들이 겪은 현실은 아름답지도 녹록하지도 않았다. ‘먼저 온 통일’이 대한민국에서 겪은 선행 통일경험은 무엇이며 평화체제 이행을 앞둔 한국사회에 주는 교훈은 무엇인지 되짚어보자.

 

북도 남도 아닌세상을 찾아 나선 이명준의 후예들

 

김일성수행 기자출신의 엘리트 이수근은 귀순직후 1967년 4월 1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에는 ‘사색의 자유’마저 없다”고 말했다. 북한 탈출직후 “이 세상에 지옥이 있다면 북한이 바로 지옥이다” 라고 말했던 이수근은 다시 한국을 탈출하려다 공항에서 잡혀 위장귀순으로 몰리게 된다. 그는 “남쪽도 틀렸다. 자유도 없고, 독재이고 해서 스위스 같은 중립국에 가서 살려고 했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최인훈이 쓴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처럼 이수근이 꿈꾸었던 세상은 “북도 남도 아닌” 세상이었다.

그러면, 49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북한을 떠나 따뜻한 남쪽 나라로 온 탈북인들이 오늘날 겪는 현실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신예 최중호 감독은 북도 남도 아닌 유럽으로 떠난 오늘날 이명준들이나 이수근들의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가 가난한 호주머니를 털어 갓 설흔의 싱싱한 감성으로 찍은 다큐멘터리 영화 ‘북도 남도 아닌’에서 비추어주는 탈북민 인권현실은 49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유럽 현지에서 탈남한 탈북인을 만나 가진 인터뷰를 기반으로 한 이 영화는 한국에 정착했던 탈북민들이 겪었던 삶과 그들이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육성으로 담담하게 보여준다.

한국에 5년간 정착했다 영국으로 떠나 살고 있는 새동네지 편집인 최승철 씨 등 한국에 정착했다 해외로 나간 이들과 2018년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민 김 씨 등이 지적하는 탈북인의 현실은 다음 네 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국가권력의 정치적 동원, 공안기관의 감시, 사회의 낙인과 차별, 분리와 배제, 한성무역 사기피해사건.

 

탈남한 탈북민들은 대한민국을 어떤 나라라고 말하는가?

 

한국을 떠난 탈북민들이 보는 한국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국가권력이 입맛에 따라 탈북민을 동원하는 사회이고 유리벽이라는 차별에 탈북민을 가두어 놓는 사회이고 낙인을 찍어서 감시하는 사회이다. 한성무역 사기피해사건에서 보듯이 국가권력은 보호라는 이름으로 감시를 하지만 막상 위험에 부딪히면 정작 보호받지 못한다. 모든 탈북민들이 잠재간첩으로 의심받고 때로 간첩으로 조작되며 궁극적으로 간첩을 필요로 하는 사회이다.

 

값싸고 충성스럽게: 국가권력이 탈북민을 동원하는 사회

 

유럽에서 망명을 신청한 최승철씨는 한국에서 경험한 국가권력의 관제시위 동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탈북자들이 원해서 데모를 하는게 아니고 데모 같은 거 가면 돈 줘요. 보수단체에서 돈 줘요. 거기 가면 뭐 주니? 한국사회가 나쁜 게 뭐냐면 뒤에서 조정하는 사람 있어. 관변단체, 국가에서 하라면 하라는대로 하는 거야. 행사 동원하면 돈 주니까. 대표적인 관변단체, 그 다음에 통진당 반대한다.. 교통비로 2만원씩. 그 다음에 탈북자들 댓글 알바 잘해. 자. 이제부터 무슨 사건 생겼으니까. 부화뇌동으로 탈북자들 희동시켜 놨으니까.

 

이같은 탈북자들의 증언은 그간 jtbc언론보도에서 밝혀진 바와 같다.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아니라 국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반대파를 음해하기 위해 은밀하게 진행되어온 범죄행위에 탈북민들이 연루되거나 시민적인 공감대가 큰 사안을 반대하기 위해 지난 정부에서 동원되었다. 예를 들어 세월호사건 등의 반대집회의 경우에는 5개월 동안 39회에 걸쳐 연인원 1,259명이 동원되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위동원시 탈북인 1인당 2~3만원의 수당이 제공되었다. 한 탈북인은 하나원에서 나온 직후에 다른 탈북자를 통해 국정원 댓글을 달게 되었는데 그때 그가 받은 돈은 한 달에 5만원이었다. 그들이 동원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한국사람이라면 고액을 받고서도 꺼려했을 더러운 일들을 국가에 대한 충성으로 알고 적은 돈으로 하는 저렴하고 어리숙한 노동력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태의 가장 근본적이고 무거운 책임은 국가권력에게 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유리벽에 갇히다: 분리하고 배제하는 한국사회

 

내가 ‘북도 남도 아닌’ 다큐멘터리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본 등장인물은 한국 거주 7년차의 한 탈북남성이다. 영상은 유리창에 맺힌 물방울을 비추고, 그는 자신들이 유리벽에 갇혀 있다고 절규한다. 그는 탈북민이 유리벽에 갇혀있는 현실이야말로 10만명당 OECD 국가 최고의 자살률을 자랑하는 한국 사람보다 몇 배나 높은 자살율을 초래한 이유라고 주장한다.

 

“탈북자들은 유리벽 속에 살아. 숨 막히게 숨 못 쉬게 유리벽 속에 가둬놨거든. 유리벽이라는 차별에 우리를 유리벽 속에 탈북자들을 가둬 놨거든. 그래서 한 유리창 깨고 나가면 또 유리창이 있어.”

 

그가 말하는 유리벽은 무엇인가? 그것은 공안기관의 감시에서 한국사회의 배제 나아가 분단체제까지를 포괄한다. 그들이 느끼는 절망감은 자살관련 데이터로도 증명되는데 사망자자가 많았던 2015년 상반기에는 사망자 대비 자살률이 한때 15.2%에 달했다(원혜영 의원실, 통일부자료).

 

낙인찍는 사회, 감시하는 국가

 

탈북민들은 자신이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을 밝히기를 꺼려한다. 동정하거나 얕보거나. 혹은 양쪽 다이다. 영국에 거주하는 최승철씨는 사업실패이후 회의에 빠져있을 때 자신의 친구가 “너 여기(한국) 와서 아무리 해봤자 너는 탈북자 아니냐? 거긴 진짜 다르다”는 말에 영국행을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한 탈북여성도 아무리 한국 사람들을 흉내내고 살아도 자신들이 한국 사람이 될 수는 없다고 동조한다.

 

북한사람들은 불쌍해요. 한국에서도 편견이죠. 왜 여기 와서 절망감을 느끼는가. 외형적으로 누가 죽이는 사람 없어. 이 사람들 아무리 한국 사람들을 흉내 내고 살아도. 한국에 오니까 자유스럽잖아요. 그게 다가 아니더라구요.(국내 거주, 40대 탈북여성)

 

사회에 나온 이후에도 계속 따라붙는 국가 공안기관들의 감시는 그들에게 말 못할 고통이다. 한 탈북민은 어느 정도 보안기간이 끝나면 그 탈북자라는 멍에를 없앴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늘 자신의 뒤에 그림자가 따라다니는 격이라는 것이다. 보안기간은 한계가 명확하지 않다. 많은 탈북민들은 수년은 물론 십년이 넘어도 계속 경찰이나 기무사가 연락하고 체크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한다. 유럽으로 떠난 한 군인출신의 한 탈북자는 그는 ‘감시’라고 할 정도의 관심을 받아야 했으며 결국 그가 한국을 떠나는 한 이유가 되었다.

 

“근데 그게 다 감시거든. 어디로 이제 가고 하는거 다 보고하라는 거야. 자기는 보호차원에서 그렇게 한데, 말은 그런데 감시차원이지. 그런 것들.”

 

신변보호경찰관은 공식적으로 말하는 보호의 이유는 북한의 테러 등 탈북자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하지만 영상에서 탈북여성은 다음과 같이 신변보호의 본질을 간파한다. ‘감시’이지 보호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우리 진짜 살아가면서 우리 안보에 도움이 되거나 우리 살아가는데서 이 사람들이 도움을 주거나 그런 것은 없어.”

 

 

영화 자백에 나타난 국정원식 정치: 간첩이 필요한 대한민국

 

2017년 12월 박주민 의원실 주최로 열린 합동신문시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법률 개정안 설명회에 참석한 한 탈북민은 ‘국정원 앞의 탈북민은 마치 횟집 수족관의 물고기와 같은 운명이다’ 라고 말했다. 필요에 따라 국가기관이 횟감으로도 매운탕꺼리로도 골라 쓰는 게 탈북자의 운명이라는 것이다. 최승호 감독은 영화 ‘자백’에서 유우성의 여동생 유가려가 합동신문과정에서 어떻게 자신의 손으로 오빠를 간첩으로 고발하게 되었는지 과정과 심리를 자세히 보여준다. 그녀는 170일동안이나 고립된채 독방에서 수감된 채 합동신문을 거치면서 오빠인 유우성을 간첩이라고 자백하기에 이른다. 간첩이나 위장탈북인을 가려낸다는 명분으로 행하는 이러한 과정에서 탈북인은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며 폭력과 감시를 당하게 되며, 심리적으로 수사관에게 순응하고 굴복하며 심지어 감사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탈북자는 언제까지 탈북자인가요? ”

 

“탈북자는 언제까지 탈북자인가요?” 영화감독 최중호는 한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의 청소년에게 이같은 질문을 받았다. 대답은 명확하다. 현행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법률에 의하면 북한이탈주민의 지위는 입국후 5년간으로 한정되어 있어 2013년도 입국자부터 2017년까지 입국한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수는 6,731명이다. 탈북자는 5년까지만 탈북자이다. 그러나 법은 국가의 안보라는 현실 앞에 언제나 가볍게 무시된다. 통일부는 탈북민 3만2천명을 호명하여 이들을 별도의 분리된 정착지원체계로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얼마나 정상국가인가? 나는 이 두 개의 영화가 그려낸 탈북민의 현실에 깊이 공감한다. 이같은 현실은 가장 앞섰다는 탈북민 정착지원정책의 뒤에 숨어 가려졌던 대한민국의 민낯이라고 본다. 분단체제 국가권력이 언제까지 탈북민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그들을 일반사회에서 격리하여 별도로 관리할 것인가? 국정원 합동신문 6개월(2018년부터 3개월로 단축), 통일부 하나원 3개월 이어지는 각종 적응교육과 제2 하나원으로 불러들여 행하는 직업훈련 등. 별도의 교육, 별도의 행정체계, 별도의 취업지원체계. 분리는 통합을 역행한다. 새로운 전달체계는 별도의 조직과 인력을 필요로 한다. 별도의 분리체계가 과연 누구를 위해 필요한 지도 근본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남북한의 통일은 단지 두 개의 국가의 통합의 문제가 아니라 폭력체제의 희생자들을 사회로 통합시켜 내는 일이며 남한 내의 통합과 평화에서 시작되어야(김동춘, 2013)”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분단체제의 경계인들에게 어느 편인지 더 이상 묻지도 말고 분리하지도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분단체제가 아닌 평화로운 세상. 탈북자라는 이유로 낙인찍거나 배제하거나 분리하지 않고 감시하지 않으며 간첩으로 만들지도 않는 사회, 노동에 대한 존중이 있는 사회. 평화체제는 일부 주류사회에 속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소수자들을 인정하고 통합하는 포용국가의 건설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

한 탈북청소년이 물었던 “탈북자는 언제까지 탈북자인가요? ” 이 질문은 “탈북민에게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 “우리는 얼마나 정상국가인가?” 라는 질문으로 이 사회를 끌어가는 어른들에게 다시 되물어져야 한다. 이 질문은 탈북민을 위해서만 필요한 질문이 아니라 평화체제 이행을 앞둔 시민 모두를 위한 질문이다. 우리 안의 국정원식 정치와 분단체제의 뒤틀린 모습을 청산하고 대한민국이 정상국가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도정에서 꼭 풀어가야 할 질문일 것이다.

 

최승호 감독의 ‘자백(Spy Nation)’. 뉴스타파. (정재홍 극본. 2016. 106분 다큐멘터리)

최중호 감독의 ‘북도 남도 아닌(Why I Left Koreas)’ (최중호 극본. 2017. 90분 다큐멘터리)

화, 2018/11/1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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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보스톤에서 뉴욕으로 그레이 하운드 고속버스를 타고 여행을 했다. 세계의 수도 뉴욕을 꼼꼼히 답사하려는 목적이었다. 원래 예정된 여행시간은 4시간 정도인데, 실제로 소요된 여행시간은 5시간 30분 걸렸다. 세계의 수도로 불리우는 뉴욕시의 인구는 2017년 기준 약 862만명에 불과해, 서울의 인구 986만 보다 작다. 그런데 왜? 뉴욕은 세계의 수도라고 불리우며,  그 근원은 어데에 있는가? 사람들에게 뉴욕은 첨단을 걷는 도시 이미지로 기억되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러한 뉴욕의 정체성이 서울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달리는 고속버스안에서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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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에서 바라 본 로우어 맨해탄

뉴욕시의 기원은 1624년 로우어 맨해탄에  뉴 암스테르담이라는 네덜란드 식민지 교역 항구로 출발했다. 그 이후 영국의 식민지하에서 뉴욕으로 개칭되었다. 뉴욕은 1785년에서 1790년까지 미국의 수도였으며, 1790년 이후 미국 최대 도시가 되었다. 뉴욕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대도시권인 뉴욕 대도시권의  중심 도시이며, 약 2,388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또한 뉴욕에서는 800개의 언어가 사용되는 언어학적으로 가장 다양한 도시임과 동시에 인종의 다양성에서도 뉴욕을 능가하는 도시는 없다. 2017년 뉴욕 대도시권은 지역총생산  1.73 조 달러를 생산해,  뉴욕시가 독립적인 국가라면, 세계 12위 정도의 GDP를 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뉴욕은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여러개 갖고 있다. 전 세계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 10개중 3개가 뉴욕에 있으며, 2017년에만  6,280만명의 관광객이 뉴욕을 방문했다. 또한 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은 하루 온종일, 주 7일 서비스를 제공하며 472개의 지하철 역을 연결하는 세계 최대 대중교통 시스템인 뉴욕 지하철을 갖고 있다. 로어 맨해튼 금융지구에는  월 스트리트가 자리를 잡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강한 경제력을 갖고 있는 선도적인 금융 거점이다. 또한 UN본부가 입지해 있는 뉴욕은 국제 외교에서 견줄 도시가 없는 글로벌 파워 시티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뉴욕을 세계의 수도라고 부르는데 반대할 사람이 없다.

 

보스워쉬 메갈로폴리스     

 

보스톤에서 뉴욕으로 여행하는데 출발지 보스톤 대도시권을 빠져나와 95번 고속도로 체증이 없는 구간에 진입하기 까지 1시간 넘게 걸렸다. 하지만 뉴욕 대도시권에 접근하면서 다시 차량이 심하게 밀렸다.  보스톤 대도시권과 뉴욕 대도시권은 거의 붙어 버렸음을 실감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한국의 추석 귀향길 같은 버스안에서 KTX운행으로 서울-대전간도 서로 연계가 강화되고, 집적해서 거대도시권화 해가고 있음이 떠 올랐다. 프랑스 지리학자 쟝 고트만은 미국의 북동부지역을 연구하고, 보스톤 에서 남쪽의 워싱톤 D.C까지 500마일 이상 되는 광대한 메트로폴리턴 지역을 메갈로폴리스라고 규정했다. 보스워쉬 (보스톤-워싱톤) 메갈로폴리스라고 불리우는 이 지역은 미국 국토면적의 2%정도에 불과하지만, 미국인구의 17% 약5,200만정도가 살고 있다. 세계 메갈로폴리스중 가장 많은 인구가 밀집해 있으며, 미국 GDP의 20%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의 인구는 2016년 기준 5,100만명으로, 보스워쉬 메갈로폴리스 총 인구 5,200만명과 비슷하다.  보스워쉬 메갈로폴리스의 지역총생산은 OECD 선진국 영국, 프랑스보다 크며 뉴욕을 세계의 수도로 떠 받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한국이 현재 추진중인 혁신도시 정책에 보스워쉬 메갈로폴리스 경험을 한국의 KTX네트워크에 적용해 역”Y”자형 국토공간으로 재편하면 영남과 호남, 서울과 지방의 대립이 사라진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국토공간이 되리라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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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워쉬 메갈로폴리스 개념도

 

스카이라인의 출현

 

맨해탄의 상징성은 무엇일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로우어 맨해탄을 가로질러 20세기 전환기에 도시의 승리를 예언케 한 철교각이 고동색으로 녹슬은 브루클린 다리로 나아갔다. 다리아래 넘실대는 남색 빛 물결위로 숭어가 뛰어 오를 것 같은 이스트 강을 바라보며 르네상스 도시 프로렌스는 두오모 성당, 패션의 도시 파리는 에펠탑에 의해 상징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세계의 수도 뉴욕은 맨해탄의  초고층 건물이 지어내는 스카이라인이 상징이 아닐까?

맨해탄 초고층 건물 진화의 출발지를 찾기 위해 미국 건축가협회 뉴욕지부에서 개최한 시청주변 역사건축물 답사에 참가했다. 로우어 맨해탄에 있는 뉴욕 시청사 건물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청사 건물로써 프랑스 르네상스 풍으로 화려한 장식의 콜리니안 스타일의 기둥과 우아한 로툰다 홀을 갖춘 역사적기념건물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답사가 예정된 날 아침부터 많은 비가 내려 답사는 취소일 거라 생각했지만, 혹시나 하고 집결지인 시청 공원에 나가보았다. 그러나 건축사를 전공한다는,  뉴욕 건축사 지회에서 나온 60살이 넘어 보이는 아줌마는 우산을 들고, 쏟아지는 빗줄기속에서도 시청을 포함한 주변 건물에 대한 건축적 설명을 이어 나갔다. 아마 본인이 하는 일이 뉴욕 문화의 일부라는 자부심과 뉴욕 건축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우중속의 답사는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열정이 뉴욕에서 맛 볼 수 있는 분위기이다. 소위 뉴욕커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의 뉴욕에 대한 사랑과 하는 일에 대한 긍지도 뉴욕 문화를 만들어내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뉴욕은 경제력만으로, 초고층 건물이 빚어내는 스카이라인의 화려함만으로 세계 일류도시가 된 게 아니다. 만질 수는 없지만 느낄수는 있는 뉴욕만의 문화가 있기에 세계의 수도가 된 것이다.

 일전에 본 서울의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서울 역사지구 순환 셔틀버스가 텅 빈 채로 운행된다는 뉴스가 떠 올랐다. 아마도 서울이 부족한 게 하드웨어가 아니라 서울만의 문화를 뿜어내는 인적 소프트웨어가 아닐까? 자문해 보았다.

수, 2018/11/1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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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대부분 주요 언론들이 미국중간선거를 보도하면서 민주당이 하원을 되찾고, 공화당이 상원의 다수석을 선방하였다고 헤드라인을 뽑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진정한 변화의 승리자들은, 기득권에 안주하면서 무기력해진 민주당의 구당권파가 하원을 장악한 것을 뛰어 넘어서, 수많은 화제거리를 만들어 내며 하원의원에 당선된 다양한 인종의 여성들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여성 후보자들의 괄목할 만한 진출이다. 잠정적 결과에 따라 최소한 108명의 여성들이 의회에 선출되거나 재선출되었다. 올해 재선에 대상이 아닌 10명의 여성 상원의원을 포함해 총 118명의 여성들이 내년 1월에 하원 혹은 상원에서 일할 예정이며, 이는 현재 107명의 여성보다 많은 숫자이다. 아래의 기사는 연방하원의원으로 당선된 유색 여성들의 투쟁 스토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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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주의 연방하원의원으로 당선된 민주당 소속 Ilhan Omar의 연설장면

민주당은 하원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되찾았고,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민주당의 내부는 미국을 갈라놓은 격차를 좁히기 위해 특히 최선을 다할 여성 지도자들이 새로운 핵심을 형성하게 될 것입니다.

세계 역사상 가장 부유한 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있어서 정말로 부족한 것은 자원의 부족이 아니라 정치적 용기와 도덕적 상상력의 결여입니다.”
—Rep. Alexandria Ocasio-Cortez (민주당, 뉴욕시)

여기 프로필에 나와 있는 여섯 명의 승리를 거둔 후보자들은 많은 방면에서 주목할만합니다. 선구자의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인종의 여성들은 종종 그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끄집어내 유권자들의 마음을 빼앗고 설득해 자기편으로 끌어들였습니다. 그들 각지는 불평등을 뒤집는 것에 중점을 두면서 대담한 사회경제적 정의와 이에 관련된 아젠다를 제출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뉴멕시코 1지구의 Deb Haaland(뎁 할랜드)는 최초로 의회에 진출한 두 명의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 중 한 명이 될 것입니다(캔자스 대표로 당선된 Sharice Davids과 더불어). Haaland는 라구나 푸에블로 인디언 부족의 구성원이자 뉴멕시코주 민주당원이기 이전에 원주민의 수장이었습니다.

Haaland는 선거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 미국에서 그녀가 본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서는 직설적으로 말했습니다. “미국은 파산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사회기반시설을 통해 부자가 된 억만장자들과 대기업들에 의해 약탈당했고, 그들은 노동자들이 비용을 더 부담하기를 요구합니다. 이제 더 이상은 안됩니다!”

억만장자들과 기업들이 사회에 공정한 기여를 하도록 하기 위해, Haaland는 트럼프 공화당 세금 개혁 폐지를 큰 소리로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녀는 개인 소득세와 법인이윤세가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싶어 합니다. 그녀는 또한 금융 시장 거래시 적정한 세금부과와 보다 강력한 유산(상속)세의 도입을 촉구합니다. Haaland는 또한 워싱턴에서 트럼프의 혐오스러운 이민 정책에 대해서 강력하게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정부의 이주민 가족들의 격리에 대해, Haaland는 자신의 가족 경험을 끄집어냈습니다. 그녀가 8살이었을 때 그녀의 할머니는 부족을 동화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인 인디언기숙학교에 강제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일한 오마르는 미네소타주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어 의회를 떠나는 키노 엘리슨의 후임으로, 현재 공석인 미네소타 5선거구에서 당선되어 의회에 진출하는 최초의 소말리아계 여성이 됩니다. 선거캠페인 내내, 불평등이란 단어가 오마르의 메시지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녀는 “우리 나라의 가장 부유한 사람들은 사람들이 계속 빈곤한 상태에 놓이게 하는 시스템을 통해 부를 축적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오마르의 경제적 정의에 대한 공약은 모든 의원후보들 중에서 가장 야심차고 상세한 공약들 중 하나였습니다. 예를 들어, 소득수준이 최하위에 있는 사람들을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그녀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누구에게나 시간당 15달러의 시급의 정규직 자리를 제공하는 연방(정부) 직업 보장 프로그램을 요구합니다.

최상층으로의 소득과 부가 집중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그녀의 정책은 월스트리트 투기에 대한 세금 부과, 유산세(상속세)를 강화, 금융의 공정성을 위한 대형 은행 해체, 부유한 사람들에 대한 소득세 인상 등 다양합니다. 오마르는 또한 모든 사람들에 대한 메디케어(노인의료보험제도) 및 부채 없는 대학교에 대해서 지지했습니다.

이전에 난민이었던 그녀는 워싱턴에서 이민자의 권리와 경제적 정의에 대해 강력하게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슬람 공포증을 비난하기 위해 그녀는 미니애폴리스에서 아랍어 인사인 ” as-salam alai”로 승리연설을 시작했습니다.

Rashida Tlaib(라시다 틀레입)는 John Conyers가 오랫동안 차지해왔던 미시간 주 13선거구에 당선됨으로써 Omar와 더불어 의회에 입성하는 최초의 두 명의 무슬림 여성들 중 한 명이 됩니다. Tlaib는 주 입법자 및 변호사로서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열성적으로 활동해 왔습니다. 선거 시작까지 단 1개월을 앞둔 상태에서, 그녀는 임금인상 및 노동조합 권리를 찾기 위한 ‘시급 15달러’ 투쟁 중 디트로이트 맥도날드 앞 거리를 막는 시위로 체포되었습니다. 여기 리스트에 있는 몇몇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Tlaib의 최우선 경제 과제에는 모든 사람들에게 메디케어 서비스 제공, 부채 없는 대학교 실현, 부유층과 기업들에 대해 공정하게 세금 부과 등이 있습니다. 그녀는 이미 억만장자에 맞서서 이긴 적이 있습니다. 미시건주 고위 공무원들이 코크 형제가 소유한 공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를 묵살하자, Tlaib는 코크 형제의 사유지에 무단 침입해 직접 관련 샘플을 수집했습니다. 그녀의 대담한 행동은 마침내 코크 형제로 하여금 디트로이트 강가에 있는 오염물질들을 제거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따르도록 만들었습니다.

Ayanna Pressley(아얀나 프레슬리)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 제 7선거구 연방 하원의원선거에서 당선됨으로써 매사추세츠 주를 대표하는 첫 흑인 여성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봄에 민주당 의원인 Mike Capuano를 꺾어 이변을 일으켰습니다. 이전에 보스턴 시의회에서 일해온 Ayanna Pressley는 워싱턴에서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적 평등, 부유층과의 임금 격차, 구조적 인종차별 및 총기 폭력”이라고 말했습니다. Pressley는 대중 교통 및 기타 공공 인프라구조의 개선의 강화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공평과세를 포함한 상세한 경제 정책 의제를 내세웠습니다. 월스트리트 개혁 측면에서, 그녀는 미국인 근로자들의 은퇴와 저축을 위태롭게 만드는 부정과 과실에 연루된 은행 임원에 대한 더욱 강력한 법적 처벌뿐만 아니라 상업 은행 서비스와 투자 은행을 서로 분리시키기 위한 새로운 글래스 스티걸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선거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그녀는 지리학적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부유한 지역 및 가난한 지역의 사람들의 평균 기대수명은 92세에서 60세 미만임을 지적하면서 그녀가 살고 있는 보스턴에서의 불평등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Pressley는 “이러한 종류의 차이들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들은 체계적인 인종 차별주의를 강화시켜왔고, 소득 불평등을 증가시켜왔으며, 부유층을 유리하게 해왔던 수 십 년 동안의 정책의 산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Veronica Escobar(베로니카 에스코바르)는 Beto O’Rourke가 상원의원에 출마함으로써 공석이 된 텍사스 16 선거구에서 68%의 표를 얻어 당선되었습니다. 그녀는 휴스턴 출신의 Sylvia Garcia와 더불어 텍사스 주에서 두 명의 최초의 라틴계 하원들 중 한 명이 되었습니다. 이전 엘패소 카운티 판사였던 Escobar는 그녀의 고향인 미국-멕시코 국경 지역에서의 이민자 권리와 경제적 정의를 위한 투쟁에 온 힘을 쏟아왔습니다. “나는 매일 소득 불평등이 미치는 영향을 봐왔으며, 노동자 가족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을 보호하고, 제가 대변하는 가정들을 지원하는 세금개혁을 위해 싸우면서 우리의 망가진 경제체재를 바로잡기 위해서 싸울 것입니다 라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Escobar가 선거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내세웠던 제안들 중 하나는 사회보장부담금의 상한선을 폐지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부유층 또한 해당 프로그램에 같은 비율로 지불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Alexandria-Ocasio Cortez(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는 지난 6월의 당내 예비선거에서 민주당 거물급인 10선의 백인 현역의원 조 크롤리를 제친 뒤, 78%의 투표를 얻어 뉴욕 14선거구에서 당선되어 새로운 하원의원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29살로서 역대 하원의원들 중 가장 어린 여성이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선거까지 수개월 동안, Ocasio-Cortez는 다른 후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메디케어 서비스 제공, 부채 없는 대학교 실현, 기업 및 엄청난 부유층에 대한 세금 부과 인상등과 같은 대담하고 진보적인 제안사항들을 대세에 편입시키기 위해서 그녀의 정치적 스타 파워를 기꺼이 빌려줬습니다.

Ocasio-Cortez는 또한 화석 연료에서 100%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탄소세를 촉구했습니다. 그녀는 “현재 미국 경제는 이윤이 기후 변화를 야기시키는 대기업들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고 선거캠페인을 진행하는 중에 말했습니다. “그런 방식은 소수의 부자들에게는 이득을 주지만, 우리 지역민들뿐만 아니라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주민들에게 해로운 영향을 끼칩니다”라고 외칩니다.

Ocasio-Cortez는 화요일 밤 그녀의 수락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세계 역사상 가장 부유한 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있어서 정말 부족한 것은 자원의 부족이 아니라 정치적 용기와 도덕적 상상력의 결여입니다.”

 

Sarah Anderson

Institute for Policy Studies에서 글로벌경제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으며,

Inequality.org의 공동편집자이다.

목, 2018/11/15-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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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철학자 화이트헤드는 평소 자신의 철학을 철학과 종교와 과학을 융합한 유기체 사상philosophy of organism이라고 불렀습니다. 좀 더 자세히 그의 철학을 들여다보면 그는 자신의 과정철학을 현대의 존재론ontology으로 주창하였음과 동시에 유기체적 세계관을 새로운 우주론 cosmology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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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화이트헤드

한편 우주론을 논하는 경우에 존재론을 같이 거론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우주의 근거와 작용인 및 목적인을 설명하는 우주론을 구축함에 있어서 반드시 우주의 구성원인 개별적 존재의 성격을 설명하는 존재론이 전제되어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주는 개체들의 산술적 합이 아니라 그 이상의 속성을 발현하는 창발성을 갖는 복잡계이기때문에 단순히 대수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만, 일단 존재론이 제시하는 존재의 속성을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우주론이 전개되기때문에 같이 논할 수밖에 없지않나 생각합니다.

즉, 현대철학은 개체의 주체성과 공동체로의 귀속성과 연대성을 같이 논하지않을 수없기 때문에 존재론과 우주론을 같이 설명할 수밖에 없다할 것입니다!

한편, 현대의 존재론은 서구의 실체론을 과감히 폐기하고 생성론(이를 과정론,사건론이라고 불러도 상관없습니다!)을 과감히 받아들여야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간단히 다시 말씀드리면 생성론은 존재는 동일성을 지닌 실체substance가 아니고 단지 시공간상의 인과적 사건의 연속적 과정을 생성하는 것이라고 보는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실체론에 터잡은 우주론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확인해봅니다!

실체론에서 상정하는 우주는 2가지 요소(1개의 원인과 1개의 조건)로 이루어져있다는 단순계를 모델로 하고있기때문에 그 인과율은 선형인과 linear causality또는 단순인과라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태양계안의 지구의 운행을 설명할 때 태양과 지구만을 변수로 고려하고 나머지 다른 행성들을 고려대상에서 배제시켜버립니다. 따라서 역학관계를 2개의 변수로 단순화시키기에 설명의 유용성은 있으나 실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이는 무지의 유용성이라는 주제로 나중에 따로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실체론의 가장 큰 문제는 선형인과율을 따르다보니 결정론과 목적론 또한 계서적인 지배,피지배관계를 본질로 한다할 것입니다. 이에따라 인간의 자유의지는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제1원인의 작용인과 목적인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다시 말하면 뭇 존재는 선행원인으로부터 유래하였기 때문에 모사된 후행존재는 선행존재인 원본보다 열등하다할 수밖에 없으므로 선행원인이 제시하는 작용인과 목적인을 거부할 수가 없어 그가 제시하는 담론에 예속되는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하여 실체론에 비롯한 우주론은 선행 제1원인에 의해 작동되는 기계론적 세계관을 지니지않을수 밖에 없습니다!

즉, 기계의 모든 구성요소는 기계를 작동시키는 제1원인의 지시에따라 움직이는 부품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할 것입니다. 이러한 기계론적 세계관에 의하면 강자만이 선행원인이 되어 후행원인인 약자는 그에 종속되는 계서적 질서를 받아들일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따라 니이체는 절대적인 진선미는 존재하지않으며 진리의 척도는 오로지 힘Macht, 즉 진리에의 의지밖에 없다고 도덕계보학에서 밝히고 있는데 이를 기계론적 세계관에 적용하면 오로지 제1원인의 힘에의 의지가 진리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미의 기준은 강자인 성형자본의 힘,의지가 만들었기에 결국 힘의 의지,즉 강자의 힘에 의해 현대 진리는 만들어진다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특히 실체는 서로 내재적인 생성관계가 없는 독립된 존재들이기에 자신들의 생존은 반드시 강자가 약자를 약탈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어 결코 지배와 피지배라는 이분법적인 도식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자아를 끊임없이 강자에 복종시키며 타자화하는 소외를 근원적으로 벗어날 수없으며 결국 강자의 일방적 지배와 약탈만 있을 뿐 강자와 약자의 순환성을 상실하게됨으로써 종국에는 호환적 생태계는 유지될 수가 없을 것입니다.

 

한편 생성론에 근거한 우주론은 화이트헤드가 말했듯이 유기체적 세계관이라 할 것입니다!

여기서의 유기체란 생명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와 구성요소가 또는 구성요소와 구성요소가 정합적으로 꽉 짜여있으면서 상호 내재적인 생성작용을 멈추지않는 실재를 의미한다할 것입니다. 하여 세포단위의 유기체이던 우주 차원의 유기체이던 그들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서로 시공간상 분리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내재적으로 분리되지않고 생성에 같이 참여하는 존재이기때문에 모든 요소가 생성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주체로 동등하고 평등하게 참여하는 전체로서의 하나a single totality인것입니다. 하여 유기체적 세계는 단순계가 아니라 최소한 3개이상의 구성요소가 상호영향을 미치는 복잡계이기에 상호인과율 또는 복잡인과율을 따르게 됩니다. 이는 불교의 연기법과 같다할 것인데 이러한 비선형 인과는 결정론이 아닌 확률론을 따르게 되어 있어 구성요소들의 자유의지도 인과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시말하면 구성요소는 강약,대소,선후를 불문하고 똑같은 확률적 가치를 지니기에 모두 평등한 존재로 생성에 등가적으로 참여한다는 사실을 존재론적으로 보여준다할 것입니다.

 

그러면 유기체 사상의 과학적 근거를 알아봅시다!

우선 양자역학에서 찾아보면 양자얽힘quantum entanglement현상을 들 수있습니다. 이 이론은 아인쉬타인이 사물의 실재성과 국소성(분리성)을 증명하기위해 EPR패러독스라는 사고실험을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는데 결국 1982년 아스팩의 실험에 의해 우주는 비국소적이고 비실재적이라는 것이 밝혀졌으며 이를 양자얽힘이라고 부릅니다. 다시 말하면 우주는 고정불변의 실체가 아니고 영속적으로 생성변화하는 존재라는 것임을 물론 또한 우주는 분리된 것처럼보이나 실제는 분리된 것이 아니기에 분리되었으나 분리되지않은 하나! the devided undevidedness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밝힌 것입니다.

또한 우주는 그 구성요소가 모두가 내재적으로 연결된 유기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이론으로 일반상대성이론을 들 수있습니다.

즉 우주의 시공간 형태는 물질의 분포가 만들고 또한 물질의 분포는 시공간의 모양이 만든다는 것으로 이는 상호연기,즉 유기체의 특징인 상호간 내재적 생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할 것입니다. 또한 극명하게 우주는 하나의 유기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이론으로는 조지 가모브 박사가 주창한 빅뱅이론이 있는데 이는 우주는 하나의 특이점singularity에서 빅뱅하였다는 것으로 우주는 유기체로서의 한 몸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나아가 복잡계 이론에 의하면 우주는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기위해 항상 자기 조직화self-organization를 멈추지 않는데 그 과정에 우주의 모든 요소가 창발emergence과정이든 혼돈chaos의 과정이든 되새김feed back의 과정에 모두 구성요소가 참여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러하기에 로렌쯔는 아마존의 나비날개짓이 카리브해에 폭풍을 만들 수도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 또한 세계 전체가 내재적으로 생성관계를 맺는 유기체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예라할 것입니다.

또한 현대진화론, 특히 스튜어트 카우프만은 진화를 다윈주의 (자연선택) 와 신다윈주의(돌연변이) 와는 달리 생명체와 환경과의 상호작용의 산물이라고 보고 있으며, 특히 칼 세이건의 부인인 린 마굴리스는 공진화co-evolution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진화도 우주라는 유기체 내부의 구성요소들의 상호인과적 생성작용으로 보고있습니다.

한편 인지과학의 제3패러다임인 체화된 인지EM이론에 의하면 인간의 마음은 정보처리 시스템으로서 두뇌,몸과 환경의 상호작용의 산물이라고 규정하는데 이는 마음이 복잡계이자 유기체라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한편 불교의 유식사상은 마음을 두뇌,몸과 우주의 상호작용으로 보는데 이에 따르면 우주도 정보처리시스템으로서 한 마음,즉 일심이라할 것입니다). 물론 과학은 아니지만 불교의 연기법도 우주를 유기체로 보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할 것입니다.

 

그러면 단지 이론적 관점이 아니라 실천론의 입장에서 왜 유기체적 세계관을 받아들여야하는지를 살펴봅시다.

우주가 구성요소들의 정합적인 연결망인 유기체라면 우주안의 모든 존재들은 개체로서 독립성뿐만 아니라 구성요소들간의 관계성도 생득적인 조건이기에 반드시인간들은 생활세계의 공동체를 구성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기위한 대안으로 공동체를 제시하기도하지만 근본적으로 인간이라는 유기체는 개체성과 관계성을 중첩적 속성으로 하기때문에 온전한 삶을 위해서는 소통과 상생의 공동체를 반드시 전제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동체는 영어로 community라고 부르는데 어원을 따지면 선물을 같이 나누는 것이라고 해석하는데 이는 공동체안에서는 모든 존재가 선물이라는 의미도 있는데 유기체에서 타자는 자아의 생성에 내재적으로 이바지하기에 타자는 항상 선물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따라서 유기체의 속성상 우리는 공동체를 만들지않을 수없는 것입니다)

또한 유기체사상은 자아와 타자가 내재적 생성관계를 맺기에 자타불이라는 불교의 교리가 단순한 종교적 구호가 아니라 실상이라는 것을 밝혀줍니다(한걸음 더 나아가 유기체사상은 우주와의 합일체험을 중시하는 뭇 종교들의 신비주의의 이론적 토대가 된다할 것입니다). 하여 유기체사상은 사랑과 자비의 존재론적 근거도 되지만 사랑과 자비가 시혜적 동정이 아니라 평등성에 기초한 나눔이라는 것을 제시하며 나아가 사랑과 자비가 개체적 차원이 아니라 구조적 차원의 개혁으로까지 승격시켜야하는 근거가 된다할 것입니다.

또한 오늘날 횡행하는 이민족,특히 난민이나 다문화가정에 대해 배척하는 태도도 실체론적 존재론에 근거한 것으로 우주의 생성에 뭇 존재가 모두 평등하게 참여하고 있다라는 사실을 알게되면 순혈주의는 설 자리가 없다할 것입니다. 하여 예맨난민과 카라반행렬은 바로 우리의 책임이기도한 것입니다.

나아가 오늘날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본과 노동을 고정되고 불변하는 실체로 보는 실체론을 벗어나서 자본과 노동이 동등한 생산성요소라는 생성론의 입장에서 자본과 노동의 일치 또는 호환할 수있는 새로운 생산양식을 반드시 모색해야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위에서 나비효과에서 언급하였듯이 아무리 작은 행동도 되새김을 통해 엄청난 결과를 이끌어내듯이 우리의 작은 행동이 역사를 바꾸는 혁명의 단초가 될 수있다는 것입니다. 하여 니이체는 노예의 도덕에서 벗어나기위해서는 자신의 위치에 맞는 힘에의 의지Wille zur Macht를 키우라고 주문한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되새김에의한 창발효과는 자연법칙일뿐만 아니라 인간사회에도 적용될 수있기에 비록 지금은 초라해보일지 모르지만 지금 여기의 위치에서 참된 진리를 향한 권력의지를 강화하는데 최선을 다해야할 것입니다.

이것이 필자가 21세기의 우주론으로 유기체사상을 제시하는 이유라할 것입니다!

ㅡ따로 또 같이!

금, 2018/11/1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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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중국상해에서 최초로 국제수입전담박람회(CIIE)가 열리는 동안 130개국에서 2,800여 기업들이 참여하였고 한국도 200여 업체가 참여함으로써 일본과 독일에 이어 세 번째의 규모로 참가한 나라가 되었다. 미중간의 갈등과 대립 속에서도 중국이라는 대륙이 이제 우리의 산업과 미래에 어쩔 수 없는 거대한 지경학적 조건이 되었음을 명증하게 보여준다. 아래 글을 작성한 Dong Yue는 베이징에 거주하는 국제뉴스 편집자이다. 따라서 중국인의 시선에서 CIIE를 평가했다라는 편향성을 지니고 있음을 유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IIE가 갖는 국제사회의 흐름과 역사적 성격을 대체로 정확히 집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글을 아래에 실어본다. 국제무역이 갖는 개방과 호혜성이라는 주제로 일방주의와 상호주의라는 대비를 통해서 미국의 압력에 이농촌포위도시(以農村包圍都市)라는 중국공산당의 역사적 전략을 연상하게 하는 대응의 일단을 읽어볼 수 있다. 제2차대전과 중국정권 출범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PAX AMERICANA 세계질서에 대항하여 고립적인 자력갱생을 외쳤던 모택동 시절과는 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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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국제수입박람회의 로고와 엠블럼

지난 11월 초, 미국은 베네수엘라, 쿠바,그 리고 니카라과에 대한 강경정책을 발표 하였으며, 세 나라에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였고, 이에 대해 해당 3개국은 재빠르게 미국의 행동을 비난하였다.

베네수엘라 의회의 의장 Diosdado Cabello는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금 수출에 가해진 이 제재를 “베네수엘라에 대한 민족대학살” 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이는 베네수엘라의 경제에서 금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유역에서 반미 시위가 일어난 것 이외에도, 미국은 중동과 유럽에서도 분노와 근심에 불을 댕기었다.

지난 11월 2일 트럼프 행정부는 2015년에 있었던 역사적인 이란 핵 협상 이후로 해제되어 있었던 대 이란 제재를 다시 부과하였다. 이 행동은 이란과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 사이에서 강한 비난을 받았다.

미국이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들을 “벌주는” 동안, 중국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수입을 전담하는 무역 박람회를 개최하였고 세계 130여 개국의 지도자들과 귀빈들이 축하하는 자리를 같이하였다.

11월 5일부터10일까지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의 국제 수입 박람회는 세계무역의 개방화를 더욱 촉진하기 위한 노력이자, 무역의 자유화와 경제의 세계화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의미한다.

발전목표를 이루는 두 개의 각기 다른 방식들이 세계의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방식은 다른 나라들이 치르는 비용(Zero Sum)로 자신의 발전을 이룬다. 스스로 구축한 독자적인 안보와 발전 유지를 위해, 제로섬의 사고방식으로 다른 나라들에 대해 벽과 울타리를 치는 것이다.

반면에 중국은 상호 발전과 윈-윈을 위한 협조라는 기조를 굳게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다른 나라들이 허덕이는 와중에 혼자만 잘 발전하는 나라는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라는 구호를 이기적인 방법으로 사용하는 동안, 중국의 발전은 세계의 다른 나라들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미국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취하는 이러한 접근방식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고립되게 만든다. 중국이 취하는 발전 방식은 인류가 공존하는 미래가 존재하는 공동체를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

이 두 방식들은 일방주의(unilateralism)와 상호주의(multilateralism)를 대표하는 셈이다.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국제 공동체 내에서 이해관계의 마찰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때 이 마찰을 능숙하게 처리하는 것은 모든 나라들, 나아가 세계 전체의 지속된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란 핵 협상의 일방적 파기, 파리 기후협약의 탈퇴, 그리고 중거리 핵 협정(INF)의 파기를 예고한 것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은 국제적 이슈에서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이러한 행동들은 해당 이슈에 연관된 상대측의 약점과 허를 찌르면서, 상황을 매우 복잡하게 만든다. 이러한 방식은 문제를 해결하는 옳은 방식이 아니다.

반대로 현재의 중국은 상호주의를 지지한다. 이해관계의 충돌이나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중국은 문제를 대화나 협조를 통해 풀어가는 편이다.

이번 국제수입 박람회는 세계의 국가들이 서로에 대해 배우고 소통하는 새로운 플랫폼이 되었다. 또한 상호간의 이익과 상호주의적 협조라는 기반 위에서 국가들이 발전계획을 이룩하는 모델을 구축하기도 했다.

시진핑 주석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수입 박람회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으며,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들이 자주 그리고 직접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많은 나라들의 스스로의 목표를 이룩하면서도 전세계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중국의 발전 방식에서 미국이 무언가를 배울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일, 2018/11/1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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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의 식사나마 대접하고 싶었다. 로힝야 난민캠프에서의 일이다. 그런데 식사하는 모든 분들의 사인을 받아야 한다는 말에 우리의 식비를 아껴 바나나 하나씩을 함께 먹는 것으로 대신했다. 투명성이 높아진 민주정부에서의 회계처리에 이제는 익숙해져서 일부는 체념하고 일부는 민망하지만 사인을 하고 식사를 하는 관행이 어색하게 우리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사인을 하고 식사하는 것이 우리끼리는 이제 자리 잡고 있는데 특히 공동체의 풍습이 남아있는 아시아 지역과 관계 될 때는 좀 어색하다. 그간 믿어준 신뢰를 배반하고 공공기금을 사유화한 사례가 많기 때문에 이런 절차적 번거로움은 당연히 감수하고자 한다.

촛불 정부가 들어섰다.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받는 그릇은 작동하고 있나? 현실에 느껴지는 민주화는 수많은 절차적 합리성으로 되돌아온다. 정부 프로젝트는 다 공개되고 절차상의 합리성을 거쳐 일정한 심사를 거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민주화의 과정은 길지만 성과가 체감되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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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적 이해관계의 표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멀미 이외에도 민주정부가 쉽게 빠지는 함정이 숫자에 의한 정당성 확보 유혹이다. 숫자는 편리하다. 글로 풀어내어 설명하려고 하면 한참이나 걸려야 하는 일을 그래프 하나, 도표 하나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그 설득력에 대한 힘도 강력하다. 그것은 마치 가치 판단이 배제된 자연법칙과도 같은 무결함으로 무장하고 있다. 사람의 신념을 움직일만한 문장을 써 낸다는 것은 그 어떤 대문호 정도에게나 가능한 일인 것에 반해 숫자는 수치가 그러하다는 말 자체만으로 반박하는 자들을 입 다물게 할 수 있다. 즉각적이고 자체 완성적이다. 그래서일까?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것은 숫자로 설명된다. 선거의 유효 득표수, 출산율, 기업의 시가총액, 학생의 대학입시 성적에서 sns의 팔로워 숫자까지. 이처럼 수치 자료는 일응 객관성과 합리성이라는 이름하에 가치판단의 대상에서조차 벗어날 때도 있다.

절차적 민주화가 수치로 환산되는 것으로 정치적 신뢰와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만 같다. 민주주의의 합리성은 수치로서만 평가되는 것인가? 매주 대통령의 지지율, 정당의 지지율이 발표된다. 특정 정책에 대한 찬반 투표 결과도 공개된다. 숫자가 발표되면 많은 질문이 생략된 채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최근에는 민주주의의 심화발전의 도구로 공론조사가 활용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문제, 대학입시안 등이 공론 조사 결과에 따라 정책 결정의 방향이 정해지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 과정을 살펴보면 전문가 의존도가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공론 조사위원회 구성은 각 학회 추천으로 구성된다, 심사위원장은 전직 법관이 맡게 된다. 관리의 정당성을 전문가주의에 의존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공론 조사에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사회조사의 표본 추출의 공정성이다. 471명의 시민참여단이 일반 시민의 의견을 대변한다. 그들의 응답 결과가 정책을 좌우한다. 그들은 성별, 연령별, 지역별로 층화 표집을 거쳐 선정되었다. 신고리 건설 재개의 찬반양론의 온라인 강의도 듣고 2박 3일의 합숙도 거쳐 일반 시민보다 그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고 알고 투표하게 되는 것이다. 다행인지(?) 공론조사 결과는 건설 재개, 건설 반대 사이의 견해차가 10%이상 차이가 나서 건설 찬성 안을 선택하는데 무리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처음에 내용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의견을 표한 사람들의 대다수가 건설 찬성으로 의견을 바꾼 것을 알 수 있다. 공론 결과 자신의 최초 의견을 바꾼 사람들의 숫자는 적었다.

대학 입시조사에 대해서는 ‘수능성적’과 ‘학생부 종합’의 비율을 선택하는 방식이 공론 조사대상 의제로 설정되었다. 그런데 조사 결과 ‘수능중심’안과 ‘학생부 종합 중심’안의 선택에 견해차가 크지 않아 정책 결정을 특정 방향으로 결정하기 어렵게 되었다. 정책 선택의 참고가 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높았다. 공론 구성이 정책 결정의 도구로 되었기 때문에 해당 도구로 유용할 때는 수용되고 의견이 팽팽하여 정책 선택의 도구가 되기 어려울 때는 비판을 받게 된다. 공론 구성은 그 자체가 민주시민교육 효과를 내는 것이다. 그것이 정책 결정의 수단이 될 때만 유용한 것은 아니다.

공론조사가 정책 결정을 위해서 해당 정책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정책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공론을 구성하는 전문 지식의 대중화라는 점에서는 보완해야할 점이 여전히 많다. 공론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들은 정책에 대해서 좀 더 체계적인 설명을 할 수 있는데 반해 그야말로 공공성 차원에서 공론을 구성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출발 문제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공론조사는 ‘조사’에 초점이 있지 않고 공론의 구성에 초점을 두어야 하는데 조사 결과가 견해차를 넓혀 정책 결정에 편의를 주는 도구로 작동하느냐의 여부로 평가될 위험을 안고 있다.

외국에서 공론조사는 기후변화라든가 사회적 장기적 공공재의 가치에 관련된 것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주로 목적을 두고 사용된다. 한국에서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에 대한 갈등관리의 편리한 도구로서 공론조사가 활용되게 되면 민주화의 정당성 구성을 수치화하는 오류를 반복하게 된다.

또 한 가지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다른 방식은 모니터링, 즉 감시 체계의 작동이다. 일찍이 에밀 뒤르껭은 감시를 통해 작동되는 사회는 기계적 유대에 의한 전근대사회에서나 가능하다고 보았다. 현대사회는 분업을 통해 각 부분의 도덕적 정당성을 스스로 수용함으로써 유기적 연대를 만들어 낼 때 통합력을 갖는다고 분석한 바 있다. 도덕성이 전제되지 않는 현대사회의 위험을 지적했다. 현재 우리 사회는 민주화에 대한 응답이 숫자와 감시로 모아지고 있다. 민주화의 결과가 신뢰, 합의, 합의에 기초한 정당성을 재구성하는 것으로 가지 못하면 민주화에 대한 피로를 야기할 수가 있다. 대학도 교육의 내용보다는 취업자수, 자격증 취득에 의미를 둔다. 이미 자격증 취업, 단기적인 취업에 유용하지 않은 과목 또는 학문 전공체계는 외면을 받고 있다. 결과로서의 점수에 대한 연연함이 숙명여고 사태까지도 초래했다고 본다.

정책의 의도를 이해시키는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정책 집행에만 몰입하게 되면 정책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정책결정이 갈등 회피적인 차원으로 단순화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대학에서 강사법 시행이 2019년 1월로 예고되어 있는데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의 짐을 개별 대학에 떠안기는 방식이 되어있다. 각 대학이 강사법 시행의 취지에 동의하지 않게 되면 법적 규제를 피하기 위해 시간강사에게 주는 강의를 줄이는 방식으로 변질될 수 있다. 실제 각 대학은 강사법 시행에 대비하여 시간강사 의존도를 줄이는 쪽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이는 일찍이 최저임금 인상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에 대한 공론화가 성숙하지 않은 단계에서 부담을 영세 자영업주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실행되었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고용기피로 이어지고 있는 악순환을 목도하고 있다.

정책시행을 위해서는 신뢰구성의 비용을 지불할 각오를 해야 한다. 정책 시행을 숫자에 의한 정당성 확보 그리고 갈등관리라는 차원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일정한 정도의 도약이 필요하다. 신뢰가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뢰를 전제로 한 정책을 실행하게 되면 일정한 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 정도의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고 신뢰 자본을 구성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성숙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월, 2018/11/1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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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달리기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던 지난해 9월만 해도 한반도에는 먹구름이 가득했다.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미국과 북한은 전면전 일보 직전까지 치달았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남북평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유라시아 대륙을 달리겠다는 그의 계획은 무모해 보였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출발해 1만6000km의 유라시아 대륙을 두 다리만으로 달려서 육로로 북한을 가로질러 판문점을 통과해 서울로 돌아오겠다는 계획 자체도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을 품기에 충분했다.

거짓말 같았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그가 지칠 줄 모르는 달리기로 서울에 가까워질수록 거친 전운의 바람은 가라앉고 따뜻한 평화의 기운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평화 마라토너’ 강명구씨(61) 얘기다. 지난 15일, 1년 2개월에 걸친 그의 도전은 결국 미완으로 끝났다. 16개국을 지나왔지만 정작 압록강변을 앞에 두고도 북한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동해항으로 들어온 그는 “앞으로 반드시 남겨 놓은 마지막 구간을 달리겠다”고 했다.

마라톤 풀코스에 맞먹는 40~50km의 거리를 매일 달렸던 그의 에너지는 어디서 나왔던 것일까. 이미 강씨는 201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부터 뉴욕까지 5200km의 나 홀로 대륙 횡단 마라톤에 성공하기도 했다. ‘세계 최초’ ‘전무후무’ 그런 찬사는 어쩌면 의미가 없다. 평범한 한 사람의 개인은 본인의 표현대로 ‘어지간한 철새의 이동 거리보다도 긴 거리’를 그저 달리는 것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었고, 작든 크든 변화와 행동을 이끌어냈다.

자신을 ‘러너’라 칭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렇게 말했다.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트럭 가득히 있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강명구씨가 가슴 속에 품고 있었던 그 ‘적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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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겨레)

평범한 개인이 ‘평화 마라토너’가 되기까지

 

강명구씨는 1957년 서울 왕십리에서 태어나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하다 1990년 미국 뉴욕으로 이민을 갔다. 샌드위치 가게 점원, 쇼핑몰 계산원, 식당일, 가발 영업 등 안 해 본 일 없이 살았다고 했다. 자동차 부품상을 하며 제법 안정된 삶을 누리기도 했다. 마라톤을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인 2009년이다. 30여 차례 공식 마라톤 완주를 했고 두 차례 50마일 산악마라톤을 달리기도 했다.

2015년 2월 운영하던 식당이 어려워지자 그는 일을 그만두고 느닷없이 짐을 꾸려 미국 대륙 횡단 마라톤에 나섰다. 이민 생활에 지치기도 했고, 다른 인생을 설계하고 싶기도 했고, 오롯이 나만의 시간의 갖고 싶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미쳤다’고도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팔순의 노모와 느지막이 결혼한 아내에게도 오랜 설득 끝에 허락을 받아냈다.

혼자서 뛰어야 했기 때문에 텐트와 취사도구, 캠핑 장비와 여벌 옷 등 최소한의 물품을 실을 특수 유모차를 마련했다. 아기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달리는 조깅족들을 위해 생산되는 특수 유모차다. 그냥 뛰는 것만도 어려운데 이 유모차를 끌고 뛰어야 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배터리 충전을 위해 휴대용 태양열 축전 패널도 마련했다.

거기까진 ‘평범한 개인의 일탈’이었을지 모른다. 그는 지금까지의 마라톤 기록을 글로 빼곡히 남겨 두었다. ‘마라톤 문학’을 지향하는 문학도이기도 하다. 인터넷 매체 ‘뉴스로’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출발 당시 한 기자가 “美50대한인 ‘나홀로 대륙횡단 마라톤’ 첫 도전”라는 기사를 써 준 것이 가슴에 불을 붙였다고 한다. 그때부터 그의 여정은 ‘아시안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평범하지 않은 사람’의 일이 된 것이다. 인터뷰할 때 그는 “올해로 분단 70년이 되었다. 점점 잊혀져 가는 통일이라는 화두를 미 대륙을 가로지르며 남북한 모든 사람들의 마음과 일상생활로 끌어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것이 그가 ‘통일마라토너’로서 첫발을 내딛은 계기였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출발해 모하비 사막을 뚫고 로키 산맥과 애팔래치안 산맥을 넘었다. 유모차를 보고 아동 학대를 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기도 했다. 야생 동물에 맞서 등산용 삽 하나를 들고 진땀을 빼기도 했다. 석달만에 뉴욕에 도착하자 다시 또 그 기자가 물었다.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 처음에는 아무 생각도 없다고 했던 그는 막연하게라도 생각하는 것이 없느냐는 질문에 “미 대륙보다 큰 유라시아 대륙을 달리고 싶다”고 했다. 그것이 또 새로운 출발의 씨앗이 됐다.

2015년 7월 그는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했다. 이번에는 유모차 앞에 ‘남북평화통일 전국일주마라톤 1879km’라는 배너를 내걸었다.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임진각으로 올라간 뒤 휴전선을 지나 동해안, 남해안, 서해안을 돌아 전국을 일주했다. 진도 팽목항을 거칠 때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보기도 했다. 이후 사드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었던 경북 성주 소성리 마을을 출발해 서울 광화문까지 뛰는 ‘평화 마라톤 순례’에도 참가했다. 제주 강정마을을 출발해 성주를 거쳐 시청 앞 광장까지 가는 평화 마라톤 행사에도 참가했다.

어느새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통일 마라토너’ ‘평화 마라토너’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의 유라시아 횡단 계획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평화마라토너 강명구와 함께 달리는 유라시아대륙 횡단 평화마라톤 조직위원회’를 만들어 후원을 했다. 30여개 시민사회단체뿐만 아니라 송영길 민주당 의원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도 후원을 했다. 카카오 스토리펀딩에서도 90여명의 시민들이 후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유라시아 횡단을 시작했던 지난해 9월의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막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긴 했지만 여전히 남북관계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는 그런 기류와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한 인터뷰에서 그저 이렇게 소박한 심정을 밝혔다. “14개월 동안 달리면서 여론을 모으고 재외동포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으면 북한도 나 하나 통과시켜주지 않을까. 북한도 자신들이 평화를 사랑하는 정권임을 알리고 싶어할 것이다.”

 

달리변서 변화하고, 주변도 바뀌었다

 

강명구씨도 본인의 글에 따르면 처음부터 “통일에 대한 열정이나 평화를 갈망하는 간절한 마음에서 이 한 몸 불사르겠다는 심정”으로 달리기를 시작한 건 아니었다.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꿈과 희망이 필요했다고 했다. 쉼 없이 달려온 인생에서 큰 세상을 만나보고 새로운 삶을 설계하고 싶었다고 했다.

달리면서 그는 변화했고, 또 주변에 변화를 전파했다. 그는 혼자 달렸지만 혼자 달린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유라시아 대장정을 출발하면서 “세계 사람들에게 우리의 간절한 염원을 알리고 함께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것을 웅변(雄辯)보다 더 큰 울림을 주는 고통스런 달리는 행위를 통하여 주장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미 대륙 횡단을 하면서도 그는 “목청에 힘을 주어 말하는 대신 두 다리에 힘을 주어 달리면서 사람들과 더 호소력 있게 소통을 할 수 있다는 하늘의 비밀을 하나 더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이미 깨달았다고 했다.

유라시아 대륙 횡단 결심에는 개인적인 아픔도 있었다. 강명구씨의 아버지는 실향민이었다. “두고 온 강 대동강은 내 핏줄에 흐르고 있다”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시인이었다. 강씨는 “지독한 그리움은 시인에게는 훌륭한 양식이었겠지만 나와 어머니에겐 애정결핍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돌아가시고 난 뒤 지금까지도 화해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마라톤을 통해 아버지와 화해를 하는 시간을 갖고 싶고, 아버지가 살아서는 가 닿지 못한 대동강에 발을 담그고 싶다고 했다.

하루키는 달리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이 또 사는 것의(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는 글 쓰는 것의) 메타포이기도 한 것이다.” 강명구씨에게도 그랬다. 누군가에게 통일은 꿈같은 얘기이고 올 수 없는 미래이겠지만, 강명구씨에게 통일은 마라톤 이상으로 험한 길일지라도 “첫 발을 내딛는 순간 훨씬 가까이 느껴지는” 과정일 것이다.

강명구씨는 처음 유라시아 대륙 횡단을 시작할 때 중국 단둥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압록강은 건널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 했다. 신의주와 평양을 거쳐 판문점을 통과해 남으로 내려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바람은 결국 멈춰 설 수밖에 없었지만 언제든 그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의 달리기가 기대한 것이 나비효과이다. 그러나 나비 한 마리가 날갯짓한 것이 지구 반대편에서 태풍이 되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가녀린 날갯짓에 수많은 가녀린 나비들이 동조하여 태풍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내가 평화의 나무를 한그루 심고,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심으면 숲을 이룰 터이고 통일은 그 숲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다. 가녀린 날갯짓 한번하고, 나무 한그루 심는 것은 사소한 일이다. 사소한 일을 하면서 세상의 변화를 이루어내는 큰 꿈을 꾸는 것이다.” 참조로 그는 오는 12월1일 임진각에 도착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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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겨레)

 

 

■ 참고자료

[뉴스로]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서울신문] 마라토너 강명구 “헤이그~서울 1만 6000㎞ 혼자 뜁니다”

[주간경향] 유라시아 대륙횡단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통일 염원·인류 최초 마라톤 세계일주 도전

[뉴시스] 美50대한인 ‘나홀로 대륙횡단 마라톤’ 첫 도전

[연합뉴스] 강명구 마라토너 “분단 한반도 혈맥 뚫는 길 계속 달리겠다”

화, 2018/11/2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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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다른백년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권자전국회의, (사)국민주권연구원과 함께 오는 12월 5일(수) 오후 2시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10호에서 토론회를 개최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지난 1년 반의 추진내용을 평가하고, 올바른 경로를 제시하고자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어디로 가고 있는가?”란 주제로 진행합니다. 김태동 전 경제수석의 기조발제를 시작으로 주 발제는 전성인 교수(홍익대)의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전반의 성과에 대한 평가”와 조영철 교수(고려대)의 “조세 및 재정운영에 대한 평가”이며, 특별발제로는 최배근 교수(건국대)의 “소득주도성장정책의 추진과정에 대한 평가”와 남기업 박사(토지+자유연구소장)의 “보유세 등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 순으로 진행됩니다.

 

일시: 2018년 12월 5일(수) 오후 2시 ~ 5시

장소: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10호(서울특별시 중구 정동길 9)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참가신청서: https://goo.gl/cPUh1a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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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8/11/2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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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 평론가 중 한사람인 파이낸셜 타임즈(FT) 수석해설가 마틴 울프는 지난 12월 초에 2018년 경제학 분야의 최고의 서적으로 ‘The Future of Capitalism by Paul Collier’ 과 ‘The Myth of Capitalism by Jonathan Tepper and Denise Hearn’ 등을 선정하면서 책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개략 소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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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중반 이후 법적으로 유한책임의 주식회사 형태를 기업들이 시장의 수용에 부응하는 치열한 경쟁 속에 인류에게 물적 풍요를 가져오는 데 크게 기여해 온 점은 대체로 수긍하는 사실이다. 그런데 근래 들어 오면서 인류의 번영이 주식회사인 기업의 성공과 일치한다는 것에 대하여 매우 비판적인 견해들이 표출되기 시작한다.

이제 많은 시민들이 상장된 기업들이 반사회적(sociopathic)이며 오로지 주가변동에만 관심을 보이고 해당 경영자들은 자신이 받는 보수에만 열중하는 등 사회적인 이슈에 무책임한 존재로 변질되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난 수십 년간 실제로 생산성과 실질임금 분야를 들여다 보면 기업들이 기여하는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 동안 물적 기반의 진보를 가져온 경쟁적 동력은 사라지고, 독점과 온갖 부정적인 요소들이 기업 내부를 멍들게 하고 있다.

상기 저작들은 ‘정해진 법과 규정을 지킨다는 전제하에 기업이 존재하는 유일한 목적은 이익을 남기는 것’이라고 주창했던 밀턴 프리드만(신자유주의 이론의 거두)의 논리를 정면으로 비판한다.기업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미신은 현대사회의 눈앞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추악한 현실에 비하면 너무나 게으르고(naïve) 오만하며 무책임한 주장이다. 이들 저자들은 오로지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모델은 나쁜 것을 넘어서 인류와 사회와 경제 자체를 위해서도 유해하며 불길한 것이라고 단언한다.

우선, 이익의 추구는 기업 자체의 목적이라기 보다는 지속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어야 한다. 기업의 목적은 예건데 자동차를 생산한다거나, 소비재를 제공한다거나, 정보를 공유하는 등 존재 고유의 역할에 있는 것이다. 기업이 고유의 역할을 ‘오로지 이익’이라는 목적으로 대치한다면 역할도 이익도 모두 실패할 것이라는 입장을 주장하고 있다.

두 번째로 국가와 사회가 기업에게 법인격을 부여한 역사적 배경은 기업들이 이익만을 추구하라고 허락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가용 가능한 자본과 인적 노력과 자연재를 결합하여 경제적 성과를 이루며, 더 나가서 장기적인 혁신 시스템을 형성하라는 기대 속에 허용한 것이다. 사회에 대한 기업의 가장 중요한 공헌은 일상적으로 혁신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이 책임과 위험을 지지 않은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일해야 한다면 어떻게 장기적 관점에서 신뢰를 형성하고 유지하며 기업을 운영할 수 있을까? 기업의 활동내용을 일상적으로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실패의 위험을 상대적으로 적게 부담하는 사람들이 기업을 감독하는 것이 정말 현명한 것인가? 현재 일반화된 유한책임방식으로 상장된 주식회사들의 일반적 모습들이 상기 질문의 실제적 배경이다..

주주(주식보유자)들은 기업 내 종업원들, 거래관계에 있는 납품업자들, 그리고 소재지역 사회성원들에 견주면 상대적으로 책임을 지고 있지 않으며 언제라도 자신의 투자지분을 이동시킬 수 있다. 또한 기업의 일상 활동에 관여 하지 않으므로 기업에 대해 상대적으로 아는 것도 적다. 비판적으로 말하자면 기업운용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 주주들은 상기 이해관계자들보다 부담을 훨씬 적게 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자본)시장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국경을 넘어 다니면 위험을 분산시키는 데 반하여, 종업원들과 납품업자 그리고 지역사회는 기업이 지닌 무형적 자산과 인적 관계 등으로 인해 훨씬 큰 위험적 부담을 지니게 된다.

더구나 주주들의 기회적인 행동으로 기업은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직접관계자들의 기업에 대한 헌신을 저해하게 된다. 이에 더하여 주가를 최대한 끌어 올려야 한다는 맹신적 수칙과 일반주주가 경영진을 실제로 통제할 수 없다는 조건 때문에, 주주들에 대한 보답은 기업이 고유의 역할을 다하는 성과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장부상에 표현된 이익과 주식단가에 의해 계산된다. 그것도 조작이 가능한 상태로 이루어진다. 많은 전문가들은 주주에 대한 보상과 경영진 보수는 노회한 투자회피와 수익의 과다한 계산으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상기 선정한 저작들이 이제 자본주의가 심각하게 파손당하고 있다고 진단하는 것에 마틴 울프 자신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한다고 밝히고 있으면서도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기업의 개선된 조직규칙과 시장에 있어서 건강한 경쟁의 회복을 주장한다. 그는 적정한 경쟁을 되살리면 시장과 기업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경제민주화를 강화하고 시장에서 공정거래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자본주의는 회생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 정말 이런 정도의 기능적이며 체제내적인 대응으로 자본의 탐욕에 물든 주주자본주의의 병폐에 대한 치료가 가능할까?

기업이라는 주제와 별도로 지구환경의 오염으로 인하여 인류사회가 종말적 상황으로 치닫는 근본적 배경에도 역시 자본의 탐욕이 자리하고 있음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팩트이다. 호모 사피엔스의 멸종이라는 절벽을 향해 달리는 ‘자본주의라는’ 기관차’를 누군가는 반드시 멈추어 세워야 한다.

필자는, 마틴 울프의 여전한 현존 자본제에 대한 신뢰와 기대에 반하여, 위에 언급된 것처럼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냉정하고 가감없는 비판을 넘어서 근본적으로 자본제적 체제를 뛰어넘는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고 주장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기업의 생성과 발전의 배경인 되어온 자본주의의 역사를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이에 대한 작업으로 ‘자본주의의 역사 1500-2010’을 쓴 미셀 보의 서문에서 일단의 가능성을 보면서, 필자의 의견을 보태어 아래로 적어본다.

슘펙터의 핵심적인 두가지 주장은 다음과 같다. 즉 “자본주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다”와 “사회주의는 작동할 수 있을까? 의심의 여지 없다” 그러나 그의 단언과는 달리, 우리가 보는 여러 국가들의 현실은 자본주의와 타협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영악한 신자유주의자들은 자본주의라는 이름을 거부하며 ‘신격화된 시장경제’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강력한 이데올로기이다. 자본주의는 단순한 경제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이데올로기적, 정치적, 윤리적 차원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마르크스적 생산양식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사회적 논리로써 이해해야만 한다. 수많은 역사적 계기들과 더불어, 화폐와 교환관계의 확대가 이루어지는 시장, 이윤의 추구 속에 재생산의 과정을 진행하는 기업, 생산과 유통의 기능을 촉진하는 금융, 국경을 넘어서는 국가 간의 애증적 관계, 기술잠재력과 과학지식의 구성 등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런 맥락에서 던지는 마지막 질문이다, 이후 전개될 자본주의가 인간적인, 인간을 위한 유일한 길인가?. 역사의 답변은 “아니다”.

전(全)지구적 규모의 상호영향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격변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새로운 대안을 논하기 이전에, 우선적으로 우리가 몸담고 있는 여기 한국적 자본주의와 재벌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들의 가당치 않은 현재적 모습을 잠깐 들여다 볼 필요가 생긴다.

한국사회에서 재벌 등 대기업이 성장해온 배경을 여기서 상세히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지만, 누적된 병폐를 중심으로 간단히 언급하면 60대 이후 개발독재의 과정에서 대다수 민중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특혜와 정경유착을 통하여 독과점 체제를 태동시켰고, 625동란 이후 최대의 고통이었던 1997이후 IMF를 거치면서 국민적 경제를 방기하는 자본시장을 통해 국제적 금융자본과 유착된 이중적 다중적 수탈구조를 형성해 오고 있다. 이에 더하여 이명박근혜의 9년 동안 관비(官匪), 법비(法匪)까지 동원된 입체적인 수구 기득권 체제가 강고히 구축되었다.,

이러한 조건에서 다중적인 격차가 우리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산업사회 속에서는 기업의 규모별, 업종별, 지역별, 직업형태로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간, 사회적으로는 공기업과 민간기업, 학력과 대학차별, 남녀간 성별 등, 다양한 형태의 격차가 세계최악의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비상식적 경제적 차별을 넘어서 구이역 지하철 스크린도어 정비 중 사망한 김모군 사고와 태안화력 발전소의 김용균군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비정규직 하청업체의 노동자들을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비인간적인 극한의 작업환경으로 몰아 부친다.

여전히 대부분 기업 내부의 조직에는 개발독재의 영향으로 군대식 수직하향적 명령전달 구조가 잔존하면서, 역시 세계최고 수준의 노동시간을 강요하고 대한항공의 조양호 가족의 예처럼 대주주를 겸한 경영자들이 마치 봉건영주와 같은 강압적인 추한 행태를 보이는 가운데, 해당 종업원들은 현존의 부실한 사회안전망 탓에 생계라는 올가미에 묶여 현대판 노예생활을 수용해야만 하는 현실이다.

정권과 국회의원들은 정기적인 선거과정을 통하여 국민적 선택을 받는 반면에, 한국의 재벌들은 상속을 통해 재산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그나마 정해진 상속세 등 법적 규정과 절차를 회피하며 기존의 경영지배권을 영구적으로 유지하려고 엄청난 재력과 조직을 동원하여 내부자 거래, 주가조작, 회계부정 등 온갖 방법과 수단을 강구하면서 탈법, 불법, 비법을 버젓이 자행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재벌 등 상장된 기업은 국가와 사회가 물적 기반의 재생산과 혁신의 역할을 위해 개별 단위로 위임한 공공적 재산이다. 일개 가문의 족벌경영에 더하여 노골적이고 공개적인 불법적 세습을 묵인한다면 대한민국은 더 이상 현대적 민주사회가 아니라, 우리의 시대를 봉건제 영주시대로 되돌리는 격이다.

한국사회가 보이는 현재적 천민성과 카지노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경로를 설계함에 있어, 지난 세기 그나마 순기능의 역할을 해낸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적 참여자본주의라는 가역적 점진적 경로를 거쳐 미지의 새로운 체계로 전환될 것인지, 아니면 단절적 변혁적으로 충격을 주면서 새로운 체제로 진입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주요한 계기는 최순실게이트와 삼바사건 등 불법을 행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구속 여부와 완벽하게 자격미달인 조양호 가족들에 대한 대한항공 경영자 지위의 박탈여부에 달려있다. 이들 사안을 역사의 흐름과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합리적이고 당당한 법적 절차와 과정으로 처리해 내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순리적 가역적 개혁을 포기한 예측불가능한 사회로 전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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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 장 주제의 결론을 미리 적어본다. 현재와 같이 극단적인 자본의 탐욕을 승인하는 주주자본주의 방식은 소련을 붕괴시킨 주요 원인으로 작동한 공산주의 체제내 핵심간부들(nomenklatura)의 수탈체제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보여진다. 그렇지만 역사적 순기능을 소진한 채 불평등과 불균형의 극심한 양극화라는 역(逆)기능만 확대하는 자본제의 핵심인 탐욕과 자기증식적 메커니즘을 비판한다 해서, 오랜 세월의 경험과 축척을 통해 검증된 효율적인 시장경제 시스템과 경제활동의 주체로서 역할을 다해 온 기업조직마저 부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경제활동의 흐름 속에 문제가 되는 탐욕과 자본중심의 구조를 인간의 길과 인간을 위한 양식으로 대체하고 이를 담아내는 조직적 제도로서 기업에 새롭고 중차대한 내용과 형식을 부여할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그럴 때야 비로소 지구라는 소중하고 한정된 생태 환경이 되살아 나고, 경제활동 주체로서 기업 조직이 지속 가능한 조건을 확고히 담보해 내면서, 인류사회에는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다. 자본제의 폐해가 극심해진 지금이 바로 과감한 변화를 일으킬 새로운 출발의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지난 20여 년간 조그만 중소기업의 책임 경영자로서 종사해온 필자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오랜 재직기간을 통하여 필자는 경영자와 주주라는 지위를 떠나서 일터의 인간적인 동료로서 그리고 가족의 일원처럼 직장 근무자들의 일상적 고충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격려와 조언으로 일관해왔고 이들이 회사에 보탠 공헌에 대하여 가능한 범위에서 후한 보상체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 덕분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황과 치열한 경쟁적 환경 속에서도 20여 년간 연평균 매출성장률 15% 이라는 높은 성과를 꾸준히 실현해 왔다.

이러한 성취는, 물론 한국산업의 고속 성장과 기술적 성숙기라는 배경도 있었지만, 주주로서 자본의 탐욕과 증식의 과정을 추구하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관계와 상호적인 이해와 격려를 통하여 비로소 가능했던 결과라고 분명하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자신을 이해하고 격려하고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과 배분이라는 신뢰체계를 통해서 적극적인 참여와 헌신적인 열정 그리고 창의적 실천을 이끌어낼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19세기 이후 현재까지 산업시회를 견인한 주요 동력이 자본의 힘이었다면 이후의 미래사회는 슘펙터의 예언처럼 기술과 지식과 자발적 참여를 통한 역동적 혁신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혁신에 있어서 중심적 요소는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신뢰를 기반으로 적극적 사고와 상호적 협력과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과 배분에 달려 있다.

기업에 대한 자본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과 기업에 대한 일상적인 운영과 관리를 명확하게 구분해야 할 시점이다. 미래 사회에 있어서 자본은 기업운영에 필요한 일개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하며, 기업의 소유와 지배구조가 자본의 지분이 아니라 일상적 참여와 혁신성과와 지속조건이라는 항목을 중심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자본의 투자 지분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참여하는 있는 당사자들의 배분적 구성과 회사에 대한 실제적 공헌도를 반영하여 혁신지향적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자본의 참여 역시 기업 구성의 한 요소(인력, 기술, 거래관계, 경영, 사회, 환경 등과 함께)로서 응당 공헌도에 맞게 평가되고 성과에 따라 적정 수준에서 이윤적 할당이 이루어지는 것이 합당하다.

되풀이 하지만, 역사 속에서 국가와 사회가 기업에게 법인격을 허용한 배경에는, 자본의 자기증식과 이익실현 이전에, 해당 사회와 인류 세계에 제공할 재화와 서비스를 포함하여 물적 기반의 재생산과 혁신을 통한 지속적 확대라는 역할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와 인류사회에서 부여된 해당 기업의 주어진 역할을 중심으로 한 합리적이고 지속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에 역행하는 반사회적 반인륜적 기업은 당연히 도태되고 사라지도록 강력하고도 합당한 합의와 법규 제정이 이루어지고 이에 근거하여 사회적 국제적 강제가 집행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기업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임과 역할과 기업 개별적 이익이 출동할 때 전자가 우선되어야 한다.

특별히 거대한 공룡으로 변신해 가고 있는 ICT 산업중심의 기업 집단들과 이들이 발전시키고 있는 정보통신기술을 인류의 보편적 이해 속에 공유하고 통제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적 사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공기와 물처럼 모든 사럄들이 향유해야 하는 공유재적인 인터넷망 플랫홈을 이용하여 공유경제라는 미명하에 일정한 사업모델로 발생하는 모든 수익을 일개 기업과 개인이 독식하는 것에는 엄청난 함정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를 손 놓고 방치하면 현재 한국 재벌체제에서 발생한 독과점 현상 이상으로 기술적 수탈과 부의 편중으로 인한 감당할 수 없는 양극화의 폐단을 가져올 공산이 매우 높다. 단연코 미래과학기술의 발전과 성과가 자본의 자기증식 논리나 개별적 기업의 수익적 탐욕에 종속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기후변화에 못지 않는 중차대한 주제이다.

현재 한국에서 현안이 되고 있는 카풀 제도 도입에 대한 택시기사들의 저항에 대하여, 기사들의 직업과 적정한 수입에 대한 장기적인 보장책이 확실하게 수립되지 않는 한, 필자는 사회적 약자인 택시기사들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카풀 도입이 갖는 편의성에 앞서 대안적 일자리도 보이지 않고 사회안전망이 매우 부실한 한국사회에서는 생명줄 같은 택시기사들의 생업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보호되어야 마땅하다. 카풀 도입은 결코 서둘 일이 아니다. 새로운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 본말(本末)과 선후(先後)와 과정(過程)을 분명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약자들을 희생시키면서 편리성을 추구하는 것보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상생을 앞세운 것이 마땅하다.

이미 세계적 규모로 재화와 서비스가 만성적인 과잉상태에서, 현재 이후 자연재에 대한 소모가 생태의 자생적 재순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국가단위와 세계적 집행기구를 통하여 철저히 규제하여야 하며, 경제운용의 우선적 방점은 오로지 자본의 이익실현을 위한 생산적 요소의 결합이 아니라 시장기제가 제공하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기능을 백분 활용하면서도 개개인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적정한 수요와 소비를 중심으로 생산 활동이 조정되고 이를 지원하는 배분과 순환의 구조를 형성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제활동과 결과로서 형성되는 물적 기반은 인간과 사회에게 자유의 확대라는 조건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유의미한 가치를 갖게 된다. 따라서 기업 역시 혁신과 재생산의 기본단위로서 역할에 다하면서, 동시에 해당 구성원들과 입지한 사회에 삶의 관점에서 상생과 행복을 제공하는 주체이어야 한다. 이후 인류사회의 모습은 자본제의 탐욕적 사고의 틀을 벗어나 각자 그리고 모두를 위한 행복 경영학, 행복 경제학, 행복 공공학, 행복 복지학 등에 의해 추동되어야 한다.

상상은 미래를 향한 통찰이자 강력한 실천이다. 남는 문제는 세대를 넘어 역사의 긴 여정을 통해 이를 실현할 경로와 과정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내는 일이다. 물론 모든 진행의 중심에는 정치의 우선성이 작동하게 될 것이다.

수, 2019/01/0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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