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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으로 돈 버는 자, 모두 방송 규제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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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으로 돈 버는 자, 모두 방송 규제 받아라?

익명 (미확인) | 월, 2019/01/21- 11:27

글 |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모든 표현물은 자유롭게 표현되고 흘러야 한다. 당연하게도 모든 사람은 누구에게 허락받거나 신고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스토리를 자기가 원하는 방식과 경로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화자는 정치적으로 공정할 필요도, 교양있고 올바르고 건전한 말만 해야할 이유도 없다. 자기의 표현물을 그냥 공개할 수도, 돈을 받고 팔 수도 있으며, 다른 사람의 표현물을 사서 대신 전달할 수도 있다.

이러한 표현의 자유의 당연한 원칙을 거스르는 법 중 하나가 방송법이다. 방송콘텐츠도 원래는 자유로워야 하는 표현물이다. 다만 방송콘텐츠가 일반적인 표현물과 다른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엄격한 각종 규제가 정당화되는 표현물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송콘텐츠를 일반 표현물과 다르게 만드는 그 ‘무언가’는 무엇일까. 이것은 곧 방송 규제의 근본적 이유와 연결된다. 방송콘텐츠와 다른 표현물의 구분은 표현물 자체의 특성이 아니라 표현물이 유통되는 경로, 즉, 전달 매체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표현물이 공중에 동시적, 일방향적으로 침투시키는 구조의 매체를 통해 유통되었는가, 이러한 매체를 이용하여 표현물을 유통할 권리가 제한적으로 부여되었는가, 이로 인하여 수신자인 일반 국민들의 선택권이 제약되는가가 ‘방송’을 정의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방송을 규제하는 이유는 그러한 특성의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일방적으로 침투하는 표현물의 영향력, 그러한 매체를 이용할 권리를 부여받은 한정된 소수들이 콘텐츠 시장 혹은 사상의 시장에서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이러한 무기를 쥐여준 국가가 방송사업자에게 공적 책임을 함께 부여하고 이들을 통제하기 위함이다. 쉽게 말해 TV나 라디오처럼 각 방송사들의 일방적 편성에 따라 프로그램이 송출되고 채널은 제한되어 있어 시청자들은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이 그 소수의 메세지를 일방적으로 전해들을 수밖에 없는 매체라야 규제가 정당화되는 것이다.

인터넷은 어떤가. 인터넷은 양방향적 매체이며, 누구나 자유롭게 이 매체를 이용하여 표현물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셀 수 없이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 채널이 존재하는 매체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만을 적극적, 능동적으로 취사선택해서 보고, 또다른 수많은 콘텐츠, 채널, 나아가 다른 수많은 플랫폼과 서비스들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권이 상시적으로 보장된다. 한편 OTT,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들이 국가로부터 어떠한 매체 사용권이나 시장에서의 독점력을 부여, 보장받은 바도 없다. 즉, 인터넷은 방송과는 전혀 다른 매체로,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표현물을 방송법으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최근 김성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방송법 전부개정법률안(이하 ‘통합방송법’)은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콘텐츠도 방송법으로 규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상 ‘방송’의 정의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인터넷을 통해 방송프로그램을 판매, 제공하는 사업자(넷플릭스, 아프리카 TV 등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 그리고 이 사업자에게 콘텐츠를 판매, 공급하는 자(MCN, 크리에이터, 1인미디어, 인터넷개인방송진행자 등)도 방송사업자로 규정하고, 일정한 등록, 신고 절차를 통한 진입규제 및 광고규제, 내용규제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법안은 방송 매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영향력이 있는 콘텐츠 사업자라면 규제가 필요하다라는 전제에서 시작하여 이를 무리하게 방송법의 범주로 포섭시키려 하고 있다.

방송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내용규제이며, 통합방송법안에서 가장 문제되는 부분은 콘텐츠 제작자를 방송사업자로 규정하는 부분이다. 방송법상 방송은 그 내용이 공정성, 공공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심의받으며, 기타 품위 유지, 건전성 등 엄격한 심의규정도 준수해야 한다. 위반 시 방송사업자는 방통위, 방심위로부터 제재나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으며, 제재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벌금, 과태료도 부과받을 수 있고, 등록취소 사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동영상 콘텐츠로 수익을 내고자 하는 크리에이터들, 혹시 정치 논객으로 활동하면서 생활도 영위하고자 하는 1인미디어들에게 이러한 공공성과 공정성을 요구하며 심의, 즉 내용검열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타당한가. 이러한 규제는 크리에이터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경직시킨다. 사람들이 이들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방송과 달리 자유로운 표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철구가 품위있는 말을 해야 하고, 망치부인이 정치적 쟁점에 대해 공정하게 말해야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 법안은 단순하게 해석하면 돈 버는 표현물은 방송이고, 표현물로 돈을 벌려면 방송 규제를 받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 영향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돈을 받고 사고 팔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표현물을 방송으로 보고 규제하는 경우는 어디에도 없으며, 이러한 규제는 미디어 시장과 문화 전반의 성장을 저해할 뿐이다.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에 대한 규제 강화는 일반 이용자에게도 불이익으로 돌아온다. 해외 서비스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국내 콘텐츠를 유통시키지 않게 되면 이용자들은 국내 콘텐츠를 보기 위한 서비스에 별도로 가입하여 이용료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 사업으로의 진입장벽이 높아져 서비스 다양성이 줄어들고 소수의 통신사, 방송사와 연계된 플랫폼들이 유통을 독점하게 될 경우의 폐해도 생길 수 있다.

최근 각종 인터넷 서비스 규제 법안들이 제안이유로 내세우는 ‘규제 형평성’은 정당한 입법 목적이 될 수 없다. 기존의 규제 자체가 적정한 것인지, 적정하다면 기존의 규제를 새로운 매체에 적용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 만한 동일성이 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매체의 발달로 콘텐츠의 유통 경로가 다양화되어 기존 방송사업자들의  영향력도 분산되고 있는 오늘날에는, 오히려 기존의 불필요한 방송 규제를 완화하여 국내 콘텐츠 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을 모색하여야 한다. 다양한 형식의 매체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시대에, 국회는 기존의 매체와 성격이 다른 새로운 매체를 기존의 개념에 무리하게 포섭하여 규제를 통해 해결해야만 한다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 글은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9.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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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장)

최근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모 정당의 비례대표 1번 후보자의 과거 대리게임 이력이 논란이 되었다. 이 문제는 그동안 정의와 공정을 정치이념으로 일관되게 추구해왔던 소수정당의 비례대표 1번 후보자로서의 자격에 대한 논란까지 번졌다. 사실 대리게임은 공정성의 관점에서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여지가 있다. 특히 국회의원이 갖추어야 할 고도의 도덕성에 비추어 보면, 대리게임 이력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그런데 대리게임은 현재 단순히 정치적ㆍ도덕적 비난의 대상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대리게임은 형사처벌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필자는 오늘 대리게임의 문제를 공정성이라는 관점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 국민들은 그동안 생각해 보지 못했던 문제, 즉 표현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특히 대리게임을 형사처벌하는 법적 규제의 문제를 한 번 짚어 보고자 한다. 대리게임과 그에 대한 형사처벌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표현의 자유의 문제이기도 하다.

첫째, 게임은 헌법 제21조 제1항에 의해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의 보호대상이 된다. 표현의 자유의 보호대상이 되는 의사표현의 매개체는 어떠한 형태이건 그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게임은 예술표현의 수단이 될 수도 있으므로, 헌법 제22조에 의해 보장되는 예술의 자유의 보호대상이 되기도 한다.

둘째, 게임이 표현의 자유의 보호 대상이고, 게임을 이용하는 행위도 일종의 표현행위라면, 대리게임은 그것을 의뢰하는 자의 표현의 자유의 행사에 해당될 뿐만 아니라, 대리게임을 의뢰받아 수행하는 자의 익명표현의 자유의 행사에 해당되기도 한다. 여기서 익명표현의 자유란 자신의 신원을 누구에게도 밝히지 아니한 채 익명 또는 가명으로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자유를 의미한다. 이러한 익명표현의 자유도 헌법 제21조 제1항에 의하여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에 포함된다.

그러면 대리게임과 그에 대한 형사처벌은 표현의 자유의 관점에서 어떠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을까?

첫째, 게임이용에 있어서 익명표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있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오늘날 인터넷 게임을 통하여 다른 이용자들과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상호작용을 반드시 실명으로 혹은 본인임이 확인된 경우에만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아니면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고 강제하는 것은 익명표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약간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유명인사들이 본인의 회고록을 집필할 때 전문작가를 고용하여 대리집필을 의뢰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것을 금지하고 위반시 형사처벌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둘째, 물론 익명표현의 자유도 우리 헌법에 따르면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서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기본권보다도 더 고도의 보장을 받는 표현의 자유가 갖는 특수성으로 인하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에는 소위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대리게임으로 인하여 초래되는 사회적 해악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가 불분명하다. 물론 대리게임처벌법이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라는 요건을 설정하고 있지만,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한 판단기준이 매우 추상적이고 불분명하여, 사회적 해악이 분명하지 않은 대리게임마저 형사처벌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대리게임은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개별 게임사업자와 이용자 간의 계약 약관 및 개별 게임사업자 차원에서의 자율규제를 통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서 사적 자치의 영역으로 남기는 것이 합리적이다. 즉 국가가 형벌권을 동원해서 개입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현행 게임법상의 대리게임처벌조항은 향후 게임법 개정을 통해서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글은 아시아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04.03.)

수, 2020/05/0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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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혜정 인턴(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수습 기간: 2020.08.10(월) ~ 2020.08.21(금)
  • 수행 과제: 정보인권보고서 개정 발간 연구 학습,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발의안에 대한 반대의견서 작성, 모욕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 피고 답변서 작성, 휴대폰 기지국 접속정보의 개인정보 해당 여부 보고서 작성,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KrIGF) ‘인터넷 공간의 안전’ 온라인 워크숍 참석

제 첫 사회생활이자 실무수습은 아주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친언니처럼 격 없이 친절하게 대해주신 오픈넷의 김가연, 손지원 두 변호사님 덕분입니다. 벌써 실무수습이 끝나서 후기를 작성해야 한다는 사실이 아쉽게만 느껴집니다.

저는 학부에서 통계학을 전공하던 중 데이터 활용과 보호에 관심이 생겨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는데, 한 학기 만에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으로는 제 관심 분야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변호사 시험에 출제되는 법들을 소화해내기도 버거웠지만 1학년이 아니면 앞으로는 더욱 관심분야를 탐구해 볼 기회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마침 서울지방변호사협회에서 공익인권프로그램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특히 정보인권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오픈넷이 협력기관으로 참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원 기간이 기말고사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저 없이 자기소개서를 제출했습니다. 선발 소식과 오픈넷 배정 결과를 전하는 이메일을 받았을 때는 법학전문대학원 합격 이후 가장 기뻤습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 가야했던 4일을 제외하고 6일의 짧은 실무수습 기간이었지만, 두 변호사님께서 저를 위해 내주신 과제들을 수행하면서 정보인권 분야의 현안들을 알차게 맛볼 수 있었습니다. 제 첫 과제는 「2019 정보인권보고서 개정 발간 연구」를 읽으며 공부하는 것이었습니다. 생소한 개념과 용어도 포함되어 있어 쉽게 읽히는 연구보고서는 아니었지만, 이 자료를 공부하면서 그 이후 과제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이 보고서가 아니었다면 법학을 한 학기 겨우 배운 제가 이후 주어지는 과제들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 돌이켜보면 이 과제를 먼저 내주신 것이 변호사님의 큰 배려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이 보고서는 아직 외부에 발간되지 않아 희귀한, 현재 한국의 정보인권과 관련된 쟁점들을 유형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자료였습니다. 저는 이 보고서를 통해 정보인권과 관련된 현안의 세계적인 동향과 법안, 권고사항과 한국이 도입하고 있는 제도들, 시정해야할 문제들과 개선방안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분야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보고서를 읽는 것만으로도 학문적 갈증을 많이 해소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출간되면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열심히 과제 수행중인 김혜정 인턴]

두 번째 과제는 최근 발의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중 하나인 전용기 의원안에 대한 반대의견서를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개정안은 온라인상 혐오·차별표현에 대한 모욕죄를 신설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자살방조를 처벌하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의 반의사불벌조항을 삭제하고, 온라인상 혐오·차별표현에 대한 삭제요구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법안이었습니다. 온라인상 악성 댓글로 인해 최근 자주 발생한 연예인 및 공인의 자살을 방지한다는 좋은 취지의 법안이었지만,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위축시켜 여러 문제를 발생시킬 위험성이 다분했습니다. 실제 법안을 분석하여 헌법상 표현의 자유,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 원칙과 형법상 책임주의 원칙 등을 적용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지만,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학교에서 배운 죽은 지식이 살아나는 것 같은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반대의견서는 국회의 법안 발의에 대한 시민사회의 민주적인 감시와 견제 수단이었기에, 활동가이자 법률전문가인 공익변호사님들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계신지 체험할 수 있는 뜻깊은 과제였습니다.

세 번째 과제는 “돈에 환장한 악마, 사이코패스 같은 년”이라는 댓글을 썼다가 박소연 케어 대표에게 민사소송을 당한 피고를 대변하는 소송대리인이라고 가정하고 답변서를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학교에서 민사소송법을 배우지 않은 상태였는데 실제 민사소송절차의 일부인 답변서를 작성하면서 소송절차에 대해 예습할 수 있었고, 답변서가 어떤 형식을 취하고 있는지, 어떤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지도 직접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변호사님께서 주신 답변서 샘플을 통해 모욕죄에 관한 민사소송에서 실제 변호사들이 어떤 근거로 무죄를 주장하는지, 판례가 모욕죄 성립에서 고려하는 기준들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네 번째 과제는 최근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통신사 기지국이 휴대폰 이용자의 접속기록을 방역 당국에 제출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휴대폰 기지국 접속기록’이 개인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문제점과 관련 법령, 판례를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정의) 제1항 나호에 의하면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정보도 개인정보입니다. 이 경우 쉽게 결합할 수 있는지 여부는 다른 정보의 입수 가능성 등 개인을 알아보는 데 소요되는 시간, 비용, 기술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하여야 합니다. 위치정보 추적자료는 청구인들의 인적정보와 결합하여 특정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개인정보이고, 수사기관은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제공받은 위치정보 추적자료를 통해 그의 활동반경·이동경로·현재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는데 시간관계상 완성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향후 오픈넷에서 이 주제와 관련된 의견을 표명하거나 헌법소원을 청구한다면 관심을 가지고 그 결과를 지켜볼 것입니다.

[김혜정 인턴과 김가연 변호사]

저처럼 정보인권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오픈넷에서 실무수습을 경험할 기회를 꼭 잡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쓰기 능력이 부족하여 수습 기간 동안 배우고 느낀 점들을 후기에 잘 담아내지 못한 것 같지만, 오픈넷은 우리나라에서 정보인권 관련 목소리를 내는 몇 안 되는 기관 중 하나이고, 변호사님께서 현실의 사안과 연계된 과제들을 통해 흥미롭게 이 분야를 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활동입니다. 후기를 쓰는 시점은 전날 밤이어서 아직 수행하지 못한 마지막 과제는 내일 개최될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KrlGF)의 ‘인터넷 공간의 안전’ 온라인 워크숍에 참석하는 것입니다. 인터넷 공간이 모두에게 안전하고 정의로운 공간인지에 대한 토론을 지켜볼 수 있는 드문 기회라는 생각에 설레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실무수습 기간 동안 한참 부족한 제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교대역 인근 맛집에서 맛있는 점심도 사주시고, 제가 배우고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과제를 만들어주신 두 변호사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변호사님께서 너그럽게 가르쳐주시고 크게 부담스럽지 않도록 배려해주신 덕분에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과제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두 변호사님처럼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따뜻한 법률가로 성장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2020_예비법률가_공익프로그램_자료집

화, 2020/09/01-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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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가연 (오픈넷 변호사)

성착취물을 공유해온 텔레그램 ‘n번방’과 ‘박사방’ 운영자의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피해자 중에는 미성년자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더욱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과거 성착취물 관련 사건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크웹’상의 최대 아동음란물 공유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한국인 운영자는 겨우 징역 1년6월이라는 가벼운 형을 받았는데, 미국 등지에서는 사이트 이용자들이 훨씬 무겁게 처벌됐다. 지난 1년 동안 다크웹 관련 공개된 판결문 9건을 분석한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아동음란물 소지 8건 가운데 7건은 벌금형에 그쳤고, 아동음란물 영상을 1000건 넘게 소지하고 282건을 배포한 경우에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관련 범죄의 형량을 높이자는 제안들을 우후죽순 쏟아냈었다. 

그러나 법정형 강화가 솜방망이 처벌의 효과적인 해결책으로 보이진 않는다. 다른 범죄와 비교해볼 때 아동음란물 범죄의 법정형이 결코 낮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년성보호법에 의하면 아동음란물 제작의 경우 아동의 강간과 동일하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아동음란물 제작 과정에서 아동에 대한 성범죄가 저질러지기 때문에 당연하다). 살인죄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약한 형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아동음란물을 영리 목적으로 배포하는 경우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 강제추행죄와 동일하다. 그럼에도 실제 형량은 일반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은데, 왜 법원은 아동에게 항구적인 정신적 피해를 주는 아동음란물 범죄 처벌에 관대해졌을까?

한 가지 분석은 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음란물의 정의에 실제 아동에 대한 성착취가 이루어지지 않는 소위 ‘교복물’이나 애니메이션도 포함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가상아동’음란물은 실제 착취되는 아동이 없으니 죄질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실존아동음란물과 같은 조항으로 처벌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기준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실제로 아동을 등장시켜서 아동음란물을 만든 제작자나 아동 캐릭터가 등장하는 음란한 만화를 그린 만화가나 똑같은 조항으로 처벌하고 있는데, 숫자로는 후자가 훨씬 많다 보니 소수의 실존아동음란물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지는 것이다. 검찰도 죄질을 구별하지 않는 투박한 법조항을 운용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가상아동’음란물에 대해 기소유예 또는 구약식(벌금형에 대해서만 가능)을 너무 많이 하게 되고, 이에 따라 법원도 약식재판과 벌금형 선고로 대부분 처리하다보니 갑자기 실존아동음란물 사건이 나타났을 때 실형을 선고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내부 평가가 있다. 

그렇다면 법원이 ‘가상아동’음란물과 ‘실존아동’음란물을 명확히 구분하여 양형기준을 만들면 어떨까? 국회도 청소년성보호법상의 아동음란물 정의를 세분화하고 죄질에 맞게 법정형을 달리하면 어떨까? 미국의 미국법전 18장 1466조와 영국의 검시관 및 정의법 62조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에서는 전자와 후자를 분리하여 실존아동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동성학대물(child sexual abuse material)’이라고 부른다. 즉 실존아동을 착취하여 만든 표현물은 아동‘음란물’이 아니라 아동‘성착취물’이라고 지칭하고 엄벌하는 것이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처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위와 같은 음란물과 성착취물을 구분하는 법개정이 선행되었다면 n번방, 박사방에서 이루어진 강요·협박에 의한 성범죄 및 이를 기록한 성착취물 관련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도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이 글은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03.27.)

월, 2020/03/3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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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서로가 서로의 메시지를 품앗이로 전달해줌으로써 누구나 무료로 매스커뮤니케이션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각자가 메시지 전달에 돈을 받으려거나 메시지 내용에 조건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이 상부상조의 약속인 ‘망중립성’이 최근 우리나라에서 위협받고 있습니다. 5G폰을 왜 지금 사면 안되는지, 인터넷은 왜 전화나 우편에 비해 무료인지, 인터넷은 왜 “쓴 만큼 내는 것”이 아닌지, 왜 한국 인터넷기업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는지, 왜 국내에서 넷플릭스와 페이스북 접속속도가 느린지 등등 실생활의 궁금증을 해소하면서 망중립성을 이해할 수 있는 만화를 소개합니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오픈넷 이사)

수, 2020/09/0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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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법무부가 상인의 고의·중과실로 인한 위법행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본 상법 개정안이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을 통해 기업의 영리 추구 과정에서의 반사회적 위법행위를 억제할 필요는 있으며 이러한 기본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런데 법무부가 해당 법안 설명자료에서 ‘가짜뉴스, 허위정보’를 명시하면서 언론을 주요 규제 대상으로 타깃팅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국회에서도 허위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여러 법안이 발의되는 등,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피해자의 손해액만큼의 보상, 즉, ‘전보배상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는 민사 손해배상 체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은 예외적인 제도다. 즉, 개인의 피해에 대한 보상을 넘어, 사회 공익적 고려에서 다시 재발되어서는 안 되는 반사회적 행위를 징벌을 통해 억지하는 데에 초점이 있는 것이다. 물론 무책임한 보도로 개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언론 활동이 억지되어야 함은 당연하지만, 이것이 예외적 징벌이 필요할 정도로 해악이 중대한 반사회적 행위인가는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기업의 안전기준 위반으로 인한 노동자의 사망,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같이 다수의 인명과 신체 안전에 위해를 가져오는 행위와 비교할 때, 표현행위는 그로 인한 해악의 결과나 인과관계 자체가 명백하지 않다.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보통 형사제재가 미비하거나 부족한 사건에서 추가적인 사적 벌금을 부과하여 재발방지 효과를 노리는 제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미 표현에 대해 과도할 정도로 많은 형사처벌 규정이 존재하고, 징역형까지 규정되어 있으며, 명예훼손죄 고소·고발 건수도 굉장히 많다. 이런 형사 규제로도 억지되지 않던 부분들이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경제적 타격’을 준다고 하여 억지될 수 있을까?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있는 미국에서 지난 대선 때 가짜뉴스라는 용어가 생겼을 정도로 가짜뉴스 전쟁을 치렀다는 사실만 보아도 그 효과는 의문스럽다. 가짜뉴스는 보통 영리적 목적보다는 정치적 목적으로 생산, 이용, 소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징벌적 손해배상의 위협을 통해 비판적 여론을 차단하려는 공인이나 기업의 소송 남발로 언론 활동은 크게 위축될 것이다. ‘악의적’ ‘허위’ 보도라는 것이 각자의 정의 관념에서는 판단이 명확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 명제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내는 것부터가 매우 어렵고, 어떠한 사실이 ‘허위’인지 ‘진실’인지에 대한 판단 역시 해석에 따라 달라지거나 사실의 존재를 명백하게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명제가 가짜뉴스로 프레임 씌워질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특혜’, ‘성폭력’, ‘공산주의자’, ‘친일파’ 등의 단어 사용도 명확한 법적·학술적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맥락까지 고려한 용례에 의할 것인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고, 이러한 단어를 사용한 명제가 ‘허위’인지, ‘진실’인지에 대한 판단도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명박의 BBK 실소유주설을 주장한 정봉주 전 의원, 최태민-최순실 부녀와 박근혜의 유착관계에 의혹을 제기했던 김해호 목사 모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위반 판결을 받고 처벌받았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이 점차 진실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보아도, ‘허위성’을 이유로 함부로 표현, 표현자를 단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사례들도 발화자의 ‘고의’가 인정되었기 때문에 유죄가 인정되었다는 점에서, ‘악의’, ‘중과실’과 같이 주관적인 기준은 안전장치가 되기엔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즉, 허위임을 명백히 인지하거나 조작한 수준이 아니라, 취재원 일방의 주장만을 듣고 당사자의 주장을 듣지 않았다거나, 추가 취재없이 받아쓰기만 했다거나, 확실한 증거가 없이 공표했다는 이유만으로 ‘악의’나 ‘중과실’이 인정될 수도 있다.

기존의 언론 판결에서 손해배상액이 적었다는 것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해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법원이 정신적 손해배상액(위자료) 산정에서 인색했다는 문제는 앞으로 법원이 자유재량 영역인 위자료 인정을 현실화·합리화하여 해결하면 될 일이다. 언론중재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9~2018년까지 10년간 손해배상 사건 청구액 평균은 약 2억원, 인용액 평균은 약 2000만원으로 청구액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고 하는데, 법원이 청구액을 상당한 수준으로 반영하여 인용하였어도 이같은 문제가 지적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넘어 언론 활동 자체를 중대한 위험을 가진 ‘징벌’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과 이에 기초한 과도한 규제는 언론인들을 위협하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기자들 중 약 30%가 취재나 보도로 인해 소송을 당한 경험이 있고, ‘공인에 대해 취재할 때는 소송에 대한 부담감으로 보도가 꺼려진다’고 답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징벌적 손배제가 도입되면 사실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보도했다는 이유로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액을 부담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기자들로서는 명백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사안에 대한 보도를 자제하게 될 것이고, 공인이나 기업에 대한 자유롭고 신속한 의혹 제기의 환경은 크게 위축될 것이 자명하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이 글은 한국기자협회보 [‘언론보도 징벌적 손배제를 말한다’ 전문가 릴레이 기고]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11.04.)

목, 2020/11/0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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