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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OTT에 대한 방송 규제, 필요한가 – 방송법제 개편과 OTT 정책 세미나 (2019.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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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OTT에 대한 방송 규제, 필요한가 – 방송법제 개편과 OTT 정책 세미나 (2019.01.16.)

익명 (미확인) | 목, 2019/01/17- 17:09

2019. 1. 16. 국회 언론공정성 실현모임, 국회입법조사처, 한국언론정보학회가 공동주최한 ‘방송법제 개편과 OTT 정책 세미나’에서는 방송법 체계에 OTT 사업자를 포함하는 내용을 포함한 김성수 의원 발의 방송법 전부개정안(일명 통합방송법)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오픈넷의 손지원 변호사는 이날 세미나에 참여하여 ‘방송은 인터넷은 근본적으로 다른 매체이기 때문에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방송 서비스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이를 방송법으로 포섭시켜 강력한 규제내로 편입시키는 것은 다양한 서비스의 발전을 저해하여 인터넷 이용자들에게도 불이익하고 창작자들, 소규모 미디어, 개인 크리에이터, 1인 미디어 등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켜 미디어 산업과 문화 전반의 발전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OTT에 대한 방송 규제, 필요한가

손지원(사단법인 오픈넷 변호사)

1. 방송이란 무엇인가.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콘텐츠를 방송으로 규제할 수 있는가.

(1) 방송 규제의 근본적 이유

법과 정책에 있어 규제 대상을 확정하는 일보다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또한 이는 결국 법의 근본적인 목적과 연결된다. 방송법을 논의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결국 ‘방송’이란 것이 무엇인지, 방송을 다른 표현물과 달리 엄격하게 규제하는 이유를 되물어야 한다.

방송콘텐츠도 원래는 표현주체가 표현물의 내용을 결정하고 유통 방식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서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표현물이다. 다만 방송콘텐츠가 일반적인 표현물과 다른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엄격한 각종 규제가 정당화되는 표현물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송콘텐츠를 일반 표현물과 다르게 만드는 그 ‘무언가’는 무엇일까. 이것은 곧 방송 규제의 근본적 이유와 연결된다. 방송콘텐츠와 다른 표현물의 구분은 표현물 자체의 특성이 아니라 ‘표현물이 유통되는 경로, 즉, 전달 매체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① 표현물이 공중에 동시적, 일방향적으로 침투시키는 구조의 매체를 통해 유통되었는가 (공중에 대한 일방향적 침투성) ② 이러한 매체를 이용하여 표현물을 유통할 권리가 제한적으로 부여되었는가 (채널의 제한성), ③ 이로 인하여 수신자인 일반 국민들의 선택권, 통제력이 제약되는가가 ‘방송’을 정의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방송을 규제하는 이유는 그러한 특성의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일방적으로 침투하는 표현물의 영향력, 그러한 매체를 이용할 권리를 부여받은 한정된 소수들이 콘텐츠 시장 혹은 사상의 시장에서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이러한 무기를 쥐여준 국가가 방송사업자에게 공적 책임을 함께 부여하고 이들을 통제하기 위함이다. 쉽게 말해 TV나 라디오처럼 각 방송사들의 일방적 편성에 따라 프로그램이 송출되고 채널은 제한되어 있어 시청자들은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이 그 소수의 메세지를 일방적으로 전해들을 수밖에 없는 매체라야 규제가 정당화되는 것이다.

(2) 동일서비스-동일규제, 규제 형평성? 인터넷은 방송과 동일한가.

통합방송법은 인터넷동영상서비스, 즉, OTT가 방송 서비스와 동일하다는 전제하에 이를 방송법 규제 내로 포섭시키는 내용이다. 동일서비스-동일규제, 규제 형평성, 수평적 규제를 입법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동영상서비스와 방송서비스가 과연 같은 것인가.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양방향적 매체이며, 누구나 자유롭게 이 매체를 이용하여 표현물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셀 수 없이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 채널이 존재하는 매체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만을 적극적, 능동적으로 취사선택해서 보고, 또다른 수많은 콘텐츠, 채널, 나아가 다른 수많은 플랫폼과 서비스들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권이 상시적으로 보장된다. 한편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들은 국가로부터 어떠한 매체 사용권이나 시장에서의 독점력을 부여, 보장받은 바도 없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인터넷 매체는 근본적으로 방송 매체와는 다르고, 동일한 콘텐츠라도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경우와 방송 매체를 통해 유통되는 경우는 ‘다른 서비스’로 보아야 한다. 기존 방송사업자와 동일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동일서비스’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인터넷은 방송과는 전혀 다른 매체로,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표현물을 ‘방송’과 같은 층위에서 규제할 수 없다.

물론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편성하여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으나, 이 경우에도 IPTV처럼 특정 망과 단말기, 장기 수신계약을 통해 이용자들의 콘텐츠 선택이나 방식을 크게 제한하는 것은 아니고, 또한 이용자들은 다른 수많은 채널, 수많은 플랫폼과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그들의 편성에 구속된다고는 볼 수 없다. 이러한 매체에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는지가 의문이나, 만에 하나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기존의 ‘방송’ 층위가 아닌 다른 개념 단위에서 논의되어야 한다고 본다.

(3) 해외의 사례

같은 이유에서 미국과 일본의 경우에는 방송과 통신을 구분하여 별도의 수직적 규제 체계하에 있으며, 방송은 지상파, 케이블, 위성방송 등만을 규제하고, 인터넷동영상서비스는 통신서비스로 규제되고 있다.[1]

콘텐츠를 기준으로 한 수평적 규제체계를 도입했다고 알려진 EU의 경우, OTT 서비스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로 분류되며, 실시간/비실시간을 기준으로 다른 규제를 받고 있다. 2010년 ‘시청각미디어서비스지침’에 따르면, ‘텔레비전 방송’은 ‘편성 스케줄에 따라 일반 대중의 동시 시청을 위해 일방향으로 제공되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를 의미한다. 즉, 이에 해당하는 경우만 방송 규제를 받고 있다. 이는 기존의 ‘텔레비전 방송’을 ‘유선이나 위성대역을 포함한 공중파를 통해 일반 대중의 수신을 목적으로 텔레비전 방송프로그램을 전송하는 것‘으로 정의함으로써 지상파나 위성, 케이블 TV와 같은 전통적인 텔레비전 서비스에 한정되도록 했던 ’국경없는 텔레비전 지침‘의 ’텔레비전 방송‘ 개념을 확대한 것이다.[2] 이와 같은 EU의 결단이 옳은 방향인지, 이들에게 적용되는 규제 정도가 기존 방송 매체에 적용되었던 것과 동일한 수준인지는 더 연구해보아야 할 사항이지만, 최소한 ‘편성’, ‘실시간 송출’, ‘동시성’, ‘일방향성’ 등을 방송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2. 법안상 방송정의 규정의 모호성과 문제점

통합방송법안상 ‘방송’의 정의는 너무 모호하고 광범위하다. ‘방송’이란 ‘방송프로그램을 공중에게 송신하는 것’이고,[3] ‘방송프로그램’이란, ‘방송편성의 단위가 되는 방송콘텐츠’를 의미하고, ‘방송콘텐츠’는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하여 시청자에게 송신되는 영상, 음성, 음향 데이터’를 의미한다. 문언만 가지고 보면 방송 매체의 특성이 정의되지 않기 때문에, 일체의 모든 시청각 콘텐츠가 방송프로그램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기존 방송법상 ‘방송’ 정의 규정에서 ‘기획, 편성, 제작하여’라는 요건을 삭제하고, ‘방송프로그램’을 구성하는 ‘편성’ 개념도 ‘화면에서의 배치’를 추가시키는 등 ‘실시간성’을 명시적으로 배제하려는 듯이 보인다.

OTT 규제 부분을 보면 부가유료방송사업자는 ‘이용자와의 계약에 따라 정보통신망에서 방송프로그램을 이용자에게 판매‧제공하는 자’이고, 이 부가유료방송사업자에게 방송프로그램 또는 개인창작영상물을 활용한 콘텐츠를 공급‧판매하는 자는 ‘인터넷방송콘텐츠제공사업자’로 분류되어 ‘방송사업자’로서 진입규제, 광고규제, 내용규제 등의 방송 규제를 받게 된다.

위에서 이미 말했듯 법안상 ‘방송프로그램’ 개념이 불명확하여 일체의 모든 시청각 콘텐츠가 이에 해당할 수 있고, 시청각 콘텐츠를 유료로 판매하는 플랫폼과 이 플랫폼에 자신의 시청각 콘텐츠를 판매하는 모든 자들을 방송사업자로 포섭하여 방송 규제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표현물의 유통 방식, 영리성만을 이유로 규제가 정당화될 수는 없으며, 통합방송법 역시 이러한 결과를 의도한 것은 아닐 거라고 믿는다.

입법의도를 최대한 선해하여 해석하면, ‘방송프로그램’은 현행 방송법상 기존 방송사업자들이 제작한 프로그램(이하 ‘기존 방송프로그램’으로 부른다)을 의미하고, 이 기존 방송프로그램을 인터넷상 유료로 판매하고 있는 자에게 방송사업자와 같은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 ‘부가유료방송사업자’ 개념을 만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그렇게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법안처럼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이 없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기존 방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서비스와 또 다른 서비스를 중복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이 많은데, 이들에게 개인창작콘텐츠를 판매한 개인 크리에이터들 역시 ‘인터넷방송콘텐츠제공사업자’로 ‘방송사업자’가 되고, 이들이 만든 콘텐츠 역시 ‘방송프로그램’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기존 방송프로그램을 유료로 제공하는 ‘부가유료방송사업자’ 플랫폼이 아닌 다른 플랫폼에 콘텐츠를 판매하는 경우, 그 콘텐츠도 내용규제, 심의 대상으로 해석될 수 있고, 그 다른 플랫폼도 방송사업자가 만든 방송프로그램을 유통하는 플랫폼으로써 ‘부가유료방송사업자’로 해석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3. ‘인터넷콘텐츠제공사업자에 대한 방송 규제는 과도

또한 어떠한 조건으로든 ‘인터넷콘텐츠제공사업자’를 ‘방송사업자’로 편입시키는 부분은 과도하다.

법안 설명자료에서는 개인방송은 원칙적으로 그 대상이 아니라고 하나, 아프리카TV와 같이 별풍선을 받는 것, 유튜브와 같이 광고 수익을 배분 받는 것 모두 추후 플랫폼에게 콘텐츠를 판매하고 있다고 해석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갑자기 부가유료방송서비스가 아니었던 OTT가 기존 방송프로그램도 제공하는 서비스를 일부 제공하기로 결정하며 부가유료방송서비스사업자가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OTT의 성격에 따라 여기에 콘텐츠를 판매하던 개인 크리에이터의 성격도 바뀌어야 한다는 부당한 결과도 생길 수 있다. 유통 매체가 방송사업자이기 때문에 대중에 대한 영향력이 우려되는 것이라면, 매체 운영자인 방송사업자를 통해 최종 배포 단계에서 규제하면 될 일이지, 콘텐츠공급자를 방송사업자로 규제할 필요와 근거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방송사업자가 만든 방송콘텐츠는 심의규정에 따른 심의, 즉, 내용규제를 받고, 위반시 방통위, 방심위의 행정제재의 대상이 되며, 행정제재 미이행시에는 벌금형까지 처할 수 있다. 자신의 표현물을 유력한 매체에 돈을 받고 판매했다는 이유만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 자신의 표현물을 널리 배포하면서 수익까지 내는 것은 모든 표현 주체의 욕망이다. 재미있는 동영상 콘텐츠로 수익을 내고자 하는 크리에이터들, 혹시 정치 논객으로 활동하면서 생활도 영위하고자 하는 개인 크리에이터들에게 이러한 공공성과 공정성을 요구하며 심의, 즉 내용검열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타당한가. 이러한 규제는 크리에이터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경직시킨다. 사람들이 이들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방송과 달리 보다 자유로운 표현을 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규제는 미디어 시장과 문화 전반의 성장을 저해할 뿐이다.

4. 결론

통합방송법안의 OTT 규제 부분은, ‘영향력’있는 동영상 콘텐츠와 서비스는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영향력, 유료 거래 여부만을 기준으로 방송의 범주로 포섭하여 무리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영향력’이란 객관적 산정이 불가능한 개념으로서 규제 기준으로 삼을 수 없고, 표현 형식이 동영상이라는 이유만으로, 혹은 표현물을 돈을 주고 사고 팔았다는 이유만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대통령령 등을 통해 기존 방송과 규제 수준을 다르게 정비할 것이라는 유보는 적절하지 않다. 법률 단계에서 최소한의 기준과 원칙을 설정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법안은 내용규제, 제재조치 등이 모든 ‘방송사업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전반적인 재고가 필요하다.[4]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에 대한 규제 강화는 일반 이용자에게도 불이익으로 돌아온다. 해외 서비스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국내 콘텐츠를 유통시키지 않게 되면 이용자들은 국내 콘텐츠를 보기 위한 서비스에 별도로 가입하여 이용료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 사업으로의 진입장벽이 높아져 서비스 다양성이 줄어들고 소수의 통신사, 방송사와 연계된 플랫폼들이 유통을 독점하게 될 경우의 폐해도 생길 수 있다.

최근 각종 인터넷 서비스 규제 법안들이 제안이유로 내세우는 ‘규제 형평성’은 정당한 입법 목적이 될 수 없다. 기존의 규제 자체가 적정한 것인지, 적정하다면 기존의 규제를 새로운 매체에 적용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 만한 동일성이 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매체의 발달로 콘텐츠의 유통 경로가 다양화되어 기존 방송사업자들의 영향력도 분산되고 있는 오늘날에는, 오히려 기존의 불필요한 방송 규제를 완화하여 국내 콘텐츠 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을 모색하여야 한다. 다양한 형식의 매체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시대에, 국회는 기존의 매체와 성격이 다른 새로운 매체를 기존의 개념에 무리하게 포섭하여 규제를 통해 해결해야만 한다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1] 국회입법조사처 ,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쟁점과 개선과제’ (NARS 현안보고서, 제287호, 2015)

[2] 이향선, ‘스마트미디어 환경에 따른 유사방송 콘텐츠 규제체계 정비 방안’, (스마트미디어 확산에 따른 유사방송 콘텐츠 규제 체계정비 방안 모색 토론회. 2016)

[3] ‘방송’의 정의규정에서 ‘방송’이란 용어를 그대로 쓰고 있어 명확히 정의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은 현행 방송법도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4] 법안 설명 보도자료에서는 결격사유 규정 등이 OTT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발의 법안 원문 제17조 제2항에서는 외국인이나 미성년자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가유료방송사업자와 인터넷방송콘텐츠제공사업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는 등, 구체적인 설명과 수정이 필요한 부분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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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이용 대가’는 없다

글 | 박경신(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픈넷이사)

 

요즘 구글, 네이버, 카카오 등의 인터넷기업에 ‘망 이용 대가’를 물려야 한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다. 5G 시대에는 망사업자들이 인터넷기업들에 ‘고속’ 인터넷을 비싸게 팔 수 있어야 한다거나 국외 인터넷기업들에 국내 접속료를 받아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이 정치적, 경제적 민주화의 도구로 여겨져온 것은 인터넷의 ‘참여적인 매체’로서의 성격 때문이었다. 힘없는 개인들도 방송이나 신문과 같이 대중에게 동시에 호소할 수 있는 매스커뮤니케이션의 생산자가 되어 이들의 ‘참여’ 아래 여론과 산업이 형성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만인이 만인에게 한꺼번에 소통할 수 있는 인터넷은 어떻게 물리적으로 가능할까? 수억 개의 모든 단말이 다른 단말에 직접 연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터넷의 혁명은 그렇게 하지 않고도 모두가 서로 통신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모두가 서로의 전령이 되어주기로 한 것이다. A와 Z 사이의 통신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B, C, D, E, F, G 등 많은 단말들이 물을 먼 곳에서 길어서 불을 끌 때 사람들이 줄을 서서 양동이를 전달하듯, 차례대로 정보 전달을 하기로 약속했다. 모든 단말이 각자 자신의 이웃 단말이 전달한 정보를 다른 방향의 이웃 단말에게 전달하는 소임에만 충실하면 모두가 모두에게, 즉 C도 W에게, L도 H에게 통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터넷의 혁명이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또 하나의 원칙이 필요했는데 각자가 자신의 이웃 단말과의 통신에 대해서 돈을 받지 않기로도 약속한 것이다. 우편이나 전화처럼 발신자나 수신자에게 돈을 받으려 했다면 발신자와 수신자는 중간에 몇개의 단말을 거쳤는가에 따라서 비용을 물고 그 비용은 각각의 중간 단말에게 배분됐어야 할 것인데 이를 정산하는 거래 비용만으로 인터넷은 붕괴되었을 것이다. 결국 자신에게 전달된 정보가 누구에게서 왔고 누구에게로 가는지 어떤 내용인지에 관계없이 다음 사람에게 무료로 전달해준다는 원칙이 정립됐다. 이렇게 모두가 모두의 정보 전달에 기여하는 대신 서로 간에 배달료를 받지 않는다는 원칙이 바로 망중립성이다. 정보 전달에 대해 돈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더 빠른 전달 또는 더 안정적인 전달에 대해 돈을 받지 않는다는 것과 등가이고 망중립성의 더 잘 알려진 표현인 ‘우대 금지’(no prioritization) 원리이다. 인터넷의 민주성은 모두가 서로의 정보 전달에 무상으로 기여한다는 참여적인 기초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덕분에 인터넷은 무료 정보의 바다가 되기도 했다. 내 웹사이트에 다른 대륙의 누군가가 접속하여 정보를 퍼간다고 해서 내가 정보전달료를 물어야 한다면 나는 웹사이트에 무료로 정보를 올리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다른 사람들의 정보까지 받아 올려 또다른 사람들이 퍼가도록 하는 것은 언감생심이었을 것이다. 다음 메일, 네이버 검색, 카카오톡, 유튜브, 페이스북을 우리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망중립성 덕택이다.

그런데 시대가 흘러 서로간의 연결을 대행해주고 돈을 받는 기업이 생겨났다. 이게 바로 망사업자이다. 망사업자는 많은 단말들 사이의 연결을 통제하게 되어 지금은 A에서 Z까지 가는 동안 30개의 단말을 거친다면 그중 10개쯤을 통제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가 됐다. 이를 바탕으로 망사업자들은 ‘정보전달 전 구간은 아니라도 상당 부분을 책임지므로 배달료를 받겠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전선의 용량을 키워서 한꺼번에 많은 정보가 자신과 오가도록 하는 접속료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이게 바로 한국 망사업자들이 ‘망 이용 대가’라고 부르는 것인데 외국에서는 이런 표현 자체가 없다. 굳이 대응되는 단어를 찾자면 ‘(망사업자의) 최종소비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요금’을 발신자로부터 받겠다는 의미로 ‘터미네이션 피’(termination fee)라고 부른다. 전화망 사업자들끼리는 이것을 받지만 인터넷에서는 금기시되어왔다.

‘망 이용 대가’라는 개념은 인터넷의 작동 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결국 인터넷의 참여적 매체로서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국내 망사업자가 그렇게 돈을 번다면 외국의 망사업자들도 자신이 한국 국경까지 정보 전달을 한 것에 대한 ‘망 이용 대가’를 한국의 이용자나 망사업자들로부터 받으려 들 것이다. 심지어는 유력한 정보 제공자들은 국내 이용자가 정보를 퍼갈 때만 유료로 하려 들 것이며 ‘정보의 바다’는 한국에서만 귀신같이 증발해버릴 것이다.

* 위 글은 한겨레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8.11.19.)

화, 2018/11/2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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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군사정부가 새 개헌안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시행을 앞두고 이에 관한 논의를 노골적으로 차단하려 하고 있다고 국제앰네스티가 27일 밝혔다.

4월 27일 태국에서 페이스북(Facebook)에 댓글을 남긴 이용자 중 최소 10여 명이 군부가 제정한 새 법률에 따라 구금되거나 기소됐다. 군부가 추진하고 있는 새 개헌안이 논란의 중심이 된 가운데 이에 관해 언급하는 댓글을 남겼다가 체포된 것이다.

새로 제정된 법에 따라 기소된 이용자들은 최대 징역 10년형과 20만 바트(미화 5,715달러)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페이스북 게시물에 댓글을 다는 것만으로 실형 10년과 엄청난 벌금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개헌안에 관해 개방적이고 솔직한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조세프 베네딕트, 국제앰네스티 동남아시아 캠페인 국장

조세프 베네딕트(Josef Benedict) 국제앰네스티 동남아시아 캠페인 국장은 “페이스북 게시물에 댓글을 다는 것만으로 실형 10년과 엄청난 벌금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개헌안에 관해 개방적이고 솔직한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태국 군사정부는 댓글을 남긴 이용자들에 대해 즉시 기소를 취소하고, 이들을 조건 없이 석방해야 한다. 국민이 직접 정치적 결정권을 행사할 국민투표에 대해 어떤 정부도 무엇이 적절한 발언인지를 결정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태국 군사정부가 발표한 새 개헌안에 관해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는 8월 7일 시행될 예정이지만, 그에 앞서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행사할 권리를 더욱 강력히 탄압하고 있다. 정치적 사안에 관해 간단히 의견을 표현하기만 해도 체포되거나 처벌받는 일이 거의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

솜차이 스리수티야꼰(Somchai Sriusthiyakor) 선관위원은 개헌안에 관해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발언을 한 이용자들을 “본보기로 삼겠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한 바 있다.

스리수티야꼰 위원은 이번에 기소된 이용자들이 “상스럽고 과격한 언어를 사용했다”며, 그러나 “논리와 근거를 갖춘 학술적인 논의”는 정부에서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베네딕트 국장은 “스리수티야꼰 선관위원은 선진적인 토론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정부가 비판세력을 침묵시키기 위해 취한 조치를 보면 정부의 태도와 다른 의견은 절대 용납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어전문 보기

Thailand: Release Facebook commenters now

Thailand’s military government is brazenly seeking to shut down debate ahead of a referendum on a draft constitution, Amnesty International said today.

At least a dozen Facebook commenters have been detained or charged on 27 April under a draconian new Order issued by the head of the military government. The arrests come after they commented on the controversial draft of a new constitution Thailand’s military government is seeking to impose.

The Facebook users who were charged under the law now face up to 10 years in prison and a fine of 200,000 baht ($5,715).

“If ordinary people cannot comment on a Facebook post without facing the threat of 10 years behind bars and a hefty fine, what hope is there for any open and honest debate on the military government’s draft constitution?” said Josef Benedict, Amnesty International’s Director of Campaigns for South East Asia.

“Thailand’s military government must immediately withdraw charges against the commenters and release them unconditionally. It is not up to any government to determine what can or cannot be said about a referendum where citizens are expected to exercise their own political judgment.”

Thailand’s military government has proposed a draft constitution which will be voted on in a referendum on 7 August. In the lead up, however, the authorities have intensified their campaign to suppress the human right to freedom of expression. On a near-daily basis, people are arrested and punished for even making basic observations about political events.

Somchai Sriusthiyakor, the Election Commissioner, has chillingly said that he wishes to “to make an example” of those who post comments on the draft constitution that the authorities disapprove of.

He accused the commenters of “using foul and strong language,” arguing that the authorities would welcome debate that assumed “an academic fashion with reason and logic”.

“The Election Commissioner claims to want an enlightened debate, but the steps the government has taken to choke dissent suggest that the authorities have no patience for opinions different from their own.”


월, 2016/05/0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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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정권의 경찰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거대한 베네수엘라 국기를 함께 들고 행진하고 있다.
지난 수 년 사이 베네수엘라를 집어삼킨 인권 위기로 수백만 명의 삶이 산산조각났다. 당신이 꼭 알아두어야 할 베네수엘라 인권 위기의 실태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과도한 무력 사용

현재 베네수엘라에 사회 불안정을 가져온 원인 중 대부분은 2017년 3월 2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법원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고, 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국회를 장악한 것이다. 이에 항의하며 시위가 벌어졌지만, 마두로 정부는 과도한 무력을 불법으로 동원해 이를 진압했다. 2017년 4월부터 7월 사이 벌어진 대규모 시위에서 120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약 1,958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5,000명 이상이 구금 당했다.

2. 대규모 시위

비영리단체 베네수엘라 사회갈등관측소(Venezuelan Observatory of Social Conflict)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12,715건에 이르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후안 구아이도 국회의장이 마두로 대통령에 맞서 대규모 시위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면서 이러한 시위는 2019년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가 발표한 보고서 ‘공포의 밤(Nights of Terror)’은 베네수엘라 보안군과 정부의 후원을 받는 민간 무장단체가 시민들의 시위 참여 및 기타 항의 행위를 막기 위해 무단으로 주택에 들이닥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는 실태에 대해 폭로했다.

3. 나날이 심해지는 탄압

베네수엘라 정부는 인권 위기 발생 이후 조직적인 억압 정책을 유지해 왔으나, 최근 그 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국제앰네스티는 보고서 ‘이렇게는 살 수 없다(This is no way to live)’를 통해, 국가의 지원을 받는 보안군이 “범죄와 싸운다”는 명목으로 가장 취약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게 살해 목적으로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9년 초에는 시위대를 대상으로 한 인권침해가 수도 없이 보고되었으며, 특히 인권 위기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빈곤 지역과 친 마두로 무장단체가 집중된 지역에서 주로 보고됐다. 베네수엘라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올해에만 시위 도중 41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4. 어린이 구금

정부는 의견이 다른 집단을 불법으로 괴롭히기 위해 사법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인권단체 포로 페날(Foro Penal)에 따르면, 2019년 1월 21일부터 31일 사이 988명이 자의적으로 구금되었다. 이들 중 137명은 어린이 및 청소년이었으며, 그 중 10명은 지금까지도 석방되지 않고 있다. 또한 구금자를 대상으로 고문 및 부당대우가 이루어졌다는 의혹도 있다. 포로 페날(Foro Penal)은 지금까지 정치적인 이유로 구금된 사람이 942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5. 군사법원에서의 민간인 재판

체포된 시위대는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는 국제법에 위배되는 것이다. 기소된 사람들은 “반란을 선동하려는 의도로 단체 조직” 혹은 “보초병 공격”과 같이 군인을 대상으로 마련된 특수한 혐의가 적용되었다. 이 역시 반대 세력을 잠재우려는 정부의 의도를 알 수 있는 또 다른 증거다.

6. 난민 및 이주민 300만명

유엔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지금까지 300만명 이상이 베네수엘라를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베네수엘라 총인구의 10%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들 중 대부분은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로 피신했다. 난민들은 건강권과 식량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을 주된 피난 이유로 꼽았다. 즉 이들은 살기 위해 자국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국제앰네스티는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국가를 대상으로 베네수엘라 난민들이 망명 신청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촉구한다.

7. 표현의 자유 탄압

지금까지 내국인과 외국인을 통틀어 언론 종사자 최소 19명을 임의 구금하거나 강제 추방하는 등,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 사례 역시 다수 보고되었다. 2019년 1월에는 단 7일 사이에 기자 최소 11명이 구금되었다.

8. 경제 붕괴

베네수엘라 국회에 따르면 2018년 베네수엘라의 물가 상승률은 1,698,488%로 충격적인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2019년에는 베네수엘라의 연간 물가 상승률이 10,000,000%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베네수엘라의 법정 최저임금은 월급 미화 6달러이며, 국민 대부분의 수입이 이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결국 필연적인 결과로, 많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생필품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다.
식량, 약품과 같은 생필품 부족으로 인해 베네수엘라 국민 수백만 명이 나날이 악화되어만 가는 충격적인 생활 환경 속에 놓이게 됐다. 정부의 대응 조치는 노동권과 임금에 타격을 입혔다. 2013년까지만 해도 베네수엘라 정부는 경제적, 사회적 권리에서 훌륭한 진전을 이룩했으나, 최근 수 년 동안은 그와 정반대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9. 정부의 인권 위기 부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가 인권 위기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거듭 부인하고 있다. 또한 식량과 약품이 부족하다는 사실조차 인정하기를 거부하며, 피해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국민 복지에 관한 공식 통계 중에는 독립적 기구에서 보고한 내용과 상반되는 것도 일부 존재한다.
정부가 이러한 생필품 부족 현상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차례 제안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특히 가장 취약한 상태에 놓인 사람들은 재앙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있다.

10. 미국의 제재

1월 28일,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의 국영 석유회사가 판매하는 원유의 수입을 금지하는 한편, 미국 공급자들 역시 중질원유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물품을 베네수엘라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재안을 발표했다. 베네수엘라 경제가 원유 수출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고,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주요 무역 상대국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제재는 베네수엘라 국민을 더욱 어려운 처지로 내몰 가능성이 높다.

수, 2019/02/2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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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최근 ‘디지털교도소’가 논란이 되면서, 개인이 다른 사람의 잘못을 폭로하는 이른바 ‘사적 제재’가 법치국가에서 용인되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교도소만의 운영방식이나 표현 수위에 따른 특수한 문제에 대해서는 별개로 논의되어야 하며, 운영자는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국가 아닌 사인(私人)이 다른 사람의 신상을 공개하며 그들의 잘못된 행위를 알리는 활동 자체를 비판하고 금기시하는 목소리는 위험하다.

사실 ‘사적 제재’란 없다. ‘제재’란 본래 국가가 제도로써 잘못을 저지른 이들에게 일정한 의무를 강제적으로 부과하는 것이며, 개인이 이를 할 수는 없다. 아마도 여기서 ‘제재’란 사회적 비난을 당하게 되는 것을 상징하는 용어일 것이다. 그런데 개인이 다른 사람의 잘못을 알려―물론 그것이 진실이라는 전제하에―그들이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평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 나쁜 일인가? 언론사가 기업이나 정치인의 비리를 추적하고 보도하는 것이나 미투 운동 등의 사회 고발 활동도 모두 이러한 사적 제재에 속한다. 타인의 잘못된 행위를 알리는 표현 활동은 행위자가 이로 인한 사회적 비난이 두려워 자신의 행위를 시정하도록 하여 피해를 구제하거나 제3의 피해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행위 역시 사회적 감시와 공개적인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주어 사회구성원들이 공론장에서 좋은 사회적 평가를 유지하기 위해 각자의 행동을 반성하고 교정하도록 만든다. 민주주의 사회는 이렇듯 사회구성원들이 각자에 대한 평가를 교환하는 공론의 과정을 통해 발전한다. 언론사가 어느 총수 일가 등의 갑질 행태를 보도함으로써 부유층의 갑질에 고삐가 죄어질 수 있고, 미투 운동을 통해 사회에 만연한 크고 작은 성폭력, 성차별적 문화가 개선될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만 논하면 되지, 신상까지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신상공개는 곧 행위자를 특정하기 위함인데, 행위자를 특정하지 않으면 위와 같은 효용은 달성할 수 없다. 즉,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다른 주변인들에 희석되어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면하고 자신의 행동을 교정할 동기도 없어지는 반면, 유사한 직종·특징을 가진 선량한 주변인들만 억울하게 피해를 입을 수 있고, 대중의 정당한 알 권리도 침해된다. 개인의 부조리는 사법 시스템을 통해서만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사람이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법적’ 처단을 받는 것과 ‘사회적’ 평가를 받는 것은 별개의 책임 영역이다. 성희롱 등 모든 부조리한 행위가 법적 처단의 대상도 아닐뿐더러, 법이 있더라도 적정한 처단이나 보호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복잡한 사법 시스템을 활용할 여력이 없는 서민 피해자들도 많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는 법망을 피해 가던 양육비 미지급 건들을 다수 해결하고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크게 공론화했다. 또한 국가가 성범죄자의 신상공개를 하는 이유와 같이, 이미 과거의 잘못에 대해 법적 제재를 받았다고 해도 재발 위험은 있고, 사회구성원들이 이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알 권리가 우선되어야 하는 영역도 있다. 임금체불을 했던 업주,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던 식당 업주, 의료사고를 냈던 의사들의 명단을 알리는 사이트가 있다면, 이같이 노동자,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알리는 공간들이 차단되어야 할까?

물론 개인이 하는 활동은 오류 가능성이 크므로 이 위험성을 지적하거나 정보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할 필요는 있으며, 행위자도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마치 국가기관만이 개인의 비위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공개해야 하고, 사인은 이를 공표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목소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러한 시각은 미투 운동을 비롯한 사회 고발, 언론사의 보도 등 사회를 움직이는 모든 ‘사적 제재’들을 위축시킬 것이다.

나쁜 짓을 해도 개인적 망신을 당할 염려는 없는 세상, ‘사적 제재’가 없는 세상이 과연 살기 좋은 세상일까. 나쁜 사람들만 더 살기 좋아진 세상은 아닐까.

이 글은 한겨레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10.26.)

화, 2020/10/2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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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경신(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우리는 불완전한 지식에 터잡은 어떤 예언에 우리의 구원을 의존한다.’ 홈스 판사가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을 설파한 소수의견에 나오는 문장이다.

진실은 누군가에 의해 배타적으로 점지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발언으로부터 현출된다(emergence). 명제가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사실과 다르고 불명확한 ‘공익’을 해한다는 이유로 형사 또는 민사적으로 벌하는 제도, 즉 허위사실유포죄에 대한 국제인권과 헌법의 평가는 명백하다. 불완전한 의혹 제기들이 가능해야 진실이 현출될 수 있는데 어떤 명제가 당장 근거가 부실하다고 하여 처벌하게 되면 진실은 영원히 현출되지 못한다. 그런 이유로 표현에 대한 제한은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명예훼손, 사기 등을 제재하는 이유는 특정인에 대해 특정할 수 있는 피해를 발생시킬 위험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허위명제들을 처벌하려는 시도는 대부분 독재보위를 위해 이용되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긴급조치 1호와 9호의 유언비어유포죄이다. 국민들이 사람을 욕하지 않고 유신헌법을 욕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급조된 법제이다. 가깝게는 미네르바의 이명박 정부 환율정책 비판을 처벌하려는 시도에 동원되었던 전기통신기본법 47조도 있다. 또 MBC 의 광우병 보도를 관련 정책 담당자의 명예훼손으로 환원하여 기소하려고 했던 시도 역시 허위사실유포죄와 다를 것이 없다. 위 시도들 모두 우리나라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결정되거나 파기되었다.

그런데 2021년 민주당이 이와 비슷한 법을 다시 만들려고 하고 있다.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를 위법행위로 규정하고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저지르면 그 피해에 대해 법원이 5배수 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순히 허위보도가 피해를 초래한다고 해서 모두 민사책임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었다.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 때문에 표현에 대한 민사적 제재도 명예훼손, 저작권 침해 등 유형화되고 특정화된 인격권 침해나 재산상 피해가 있을 경우에만 인정되어왔다. 이번 개정안은, 형사처벌은 아니지만 5배수 손배에 의한 위축효과 역시 강력하여 민사법적으로 허위사실유포죄를 부활시킨 것과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정보를…매개하는 행위”에 대해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까지 부과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이들이 언론사별로 제휴·제공 여부를 결정할 뿐이지 기사별로 제공 여부를 결정하지 않기 때문에 개별 기사의 내용은 물론 그 불법성에 대해 알 수가 없다는 면에서 자기책임원칙에도 위반된다. 결국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는 조금이라도 논란이 될 만한 기사들을 자진해서 삭제 차단할 것이며 언론의 자유는 사적검열에 처하게 된다.

더욱 가관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추정하는 조항이다. 즉 징벌적 손배가 부당함을 입증하지 못하면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5배수 손배를 감당하라는 것인데,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하여 보도한 경우’를 보자. 인터뷰 기회를 얻기 위해 무단횡단이나 과속을 하는 경우, 잠입취재를 위해 신분을 숨기는 경우가 모두 포함될 텐데 탐사보도가 위축될 것이다. 삼성X파일, 계룡대 내 ‘룸살롱’, 유아원 급식위생 모두 ‘위법적 취재’로 거악을 드러낸 보도인데 기사가 부정확하면 5배수 손배를 감수해야 한다. 인터넷기사에 정정보도청구 표시가 되지 않는 경우 ‘왜곡된 기사제목’, ‘왜곡된 시각자료’,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충분한 검증없이’ 인용하는 경우도 징벌적 손배의 부과를 추정하고 있는데 모두 기존의 법이나 판례로 포섭되지 않았던 새로운 위법행위를 창설하는 것뿐만 아니라 입증책임까지 언론에 전가하고 있다.

인권 면에서 이번 정부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와 달랐던 것은 명예훼손 형사처벌이나 허위사실유포죄로 공적토론을 입막음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그 영예를 걷어차버린다. 언론은 우리의 거울이다. 언론은 우리가 읽고 싶어 하는 기사를 쓰며 결국 우리 스스로의 정치적·역사적 정체성만큼 다양한 기사들이 쏟아져나오게 된다. ‘개혁’의 칼자루는 정부·여당이 쥐게 마련인데 ‘언론개혁’은 ‘국민개조’를 의미한다. 이런 식의 강압적인 ‘언론개혁’이라면 5공 때의 ‘정의사회 구현’과 무엇이 다른가.

이 글은 경향신문에 기고했습니다. (2021.08.21.)

월, 2021/08/0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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