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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모의 노동에세이] 사용자의, 사용자에 의한, 사용자를 위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10.23. 조명심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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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모의 노동에세이] 사용자의, 사용자에 의한, 사용자를 위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10.23. 조명심노무사)

익명 (미확인) | 화, 2018/10/23- 19:33

사용자의, 사용자에 의한, 사용자를 위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조명심 공인노무사(민주연합노조 조사법률국장)



 

▲ 조명심 공인노무사(민주연합노조 조사법률국장)

추석을 앞두고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과 강원랜드 노동자들이 자회사를 추진하는 사장을 만나게 해 달라며 더불어민주당사에 들어갔었다. 이들은 한 달이 조금 못 되는 기간 동안 사장 면담을 요구하며 더불어민주당사에서 나오지 않았다. 스스로를 가둬도,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집권여당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져도 사장이 나타나지 않자 두 명의 노동자는 단식농성을 했다. 한 노동자는 건강 이상으로 단식을 중단했고 다른 노동자는 13일간 단식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데, 모두가 원했던 것을 한다는데, 왜 당사자인 노동자들이 당사에서 스스로 감옥살이를 하고 목숨 건 단식농성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규직 전환 방법이 문제였다. 지난해부터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추진됐고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도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노·사·전문가협의회를 1년 동안 운영했다. 1년 동안 회사는 자회사 방식을, 노동자는 직접고용 방식을 주장하며 논의를 했으나 전문가들은 더 이상 조정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고 협의회를 끝냈다. 전문가위원들은 노동부에 보고할 테니 이후에는 그 절차에 따르라고 했다.

도로공사는 협의회를 이렇게 끝내는 걸 원하지 않았다. 표결로 자회사 전환을 결정짓길 원했다. 전문가위원들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고 협의를 종결하자 남아 있던 사람들끼리 ‘자회사 전환 합의서’를 작성하고 노사 간 자율적 합의에 따라 자회사로 결정됐다고 공표했다. 전문가 위원과 민주노총 대표는 이미 퇴장한 후였다. 자회사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은 이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직접고용을 요구했던 민주노총 대표는 이 합의에 참가할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도로공사는 9월5일 노사합의 공표 이후 빠르게 대응했다. 같은달 27일부터 ‘자회사 전환 개별동의서’와 ‘정규직 전환방안 거부 확인서’를 받았다. 영업소별로 공문을 시행해 동의서를 받았다. 정규직 전환방안 거부 확인서에는 법원 판결 전까지 도로공사 기간제 근로자로 수납업무가 아닌 공사 조무원이 수행하는 업무(도로정비·조경·청소·경비·조리원 등)가 부여된다고 했다.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에도 공사 조무원 업무가 부여되고 패소할 경우에는 기간제 근로가 종료되며 공사 직원도, 자회사 직원도 될 수 없다고 했다. 직접고용을 원하는 노동자에겐 너무나 가혹한 조건이다. 자회사로 가기를 거부하는 노동자들에겐 협박이었고 모험이었다.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용역근로자에 대해 “노·사 및 전문가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정규직 전환대상과 방식·시기를 결정하되 정규직 전환 정책의 취지를 고려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사 당사자 등 이해관계자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협의기구를 구성·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도로공사는 처음에는 요금수납원이 ‘스마트 톨링’으로 없어져야 할 업무라고 했다. 정규직 전환 논의가 본격화하자 자회사 전환을 강하게 주장했다. 임금인상률도 자회사는 30% 이상을, 직접고용은 12%를 제시했다. 처음에는 직접고용을 당연히 요구하던 다른 노동자 대표들도 회의가 거듭되면서 자회사로 입장을 바꿨다. 정년을 앞둔 노동자들은 임금을 더 받는 게 이익일 수 있었다. 지난달 5일 마지막 회의에서도 도로공사는 표결을 하자고 했다. 도로공사 입장은 일관되게 자회사였다. 처음부터 직접고용보다 자회사를 유리한 조건으로 설계해서 선택하라고 했다.

강원랜드는 직접고용을 자회사 전환보다 불리한 조건으로 설계해 노동자들에게 선택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폐광지역법) 효력이 2025년 끝나면 이후에는 연장이 불투명한데 직접고용하면 위험이 커진다고 한다. 또 직접고용하면 인건비 부담도 크다고 주장한다.

강원랜드의 전체 용역비용은 747억원이고 종사인원은 1천646명이다. 1인당 4천600만원 정도로, 월로 환산하면 385만원가량이다. 노동자들은 추가비용을 쏟아부으라 요구하지 않는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지침은 용역업체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용역업체가 가져가던 이윤과 일반관리비를 처우개선비로 사용하라고 했다. 노동자들은 정부가 제시한 방법에 동의한다. 그런데도 강원랜드는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 방안으로 입장을 굳히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노동자 삶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면 정부 지침에 적혀 있는 대로 하는 게 명분 있는 것 아닌가? 노동자의 이해를 충분히 반영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동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하라는 것은 현실에선 지켜지지 않는 단지 서류상 문구일 뿐인가? 공공기관은 그동안 고유업무를 용역업체에 위탁하고 책임은 지려 하지 않았다. 정규직 전환은 책임져야 할 자가 고용 책임도 지고 사용자 자리로 돌아가라는 것 아닌가? 정규직 전환이라는 명분 있는 일을 하면서 노동자를 배제하고 공공기관 사용자 논리와 입장만이 지배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촛불 이후에 세워진 정부에 이런 기대를 하는 것이 지나친 것일까?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며 정규직 전환을 손꼽아 고대했던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노동자들의 기대는 도로공사의 자회사 전환 강행으로 오히려 정규직 전환보다 못한 결과가 돼 버렸다. 그들은 말한다. “차라리 정규직 전환 협의가 없었으며 좋았겠다”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렸다면 판결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됐을 것”이라고.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는 정부 의지가 노동자들에게는 ‘차라리 없는 편이 나았을 것’이 돼 버렸다.


조명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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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단체][긴급선언] 노동기본권은 거래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세대 노동변호사다. 촛불정부를 자임하며‘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집권 3년 차 문재인 정부는‘노동존중 촛불’을 밀어내고‘재벌과 적폐 관료들의 무법천지’를 만들어주고 있다. 지금 촛불혁명에 숨죽였던 재벌과 관료집단이 공공연하게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헌법상 노동3권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 노동법률가들은 현재 상황에 분노하며 지난 2월 27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앞에서 집단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우리는 헌법상 노동3권 수호를 위해 아래와 같이 선언한다.


첫째,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개악안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한국노총과 경총이 야합한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안은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다.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고, 거기에 더해 주별로 근로시간을 정한다면 노동자의 과로사와 산재사고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첫째 주는 64시간, 둘째 주는 40시간, 다시 셋째 주는 64시간의 불규칙·장시간 노동이 반복되면 생체리듬이 깨져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 지금도 OECD 국가 중 산업 재해율 1위, 장시간노동 1위인데 얼마나 더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 삶을 갉아 먹겠다는 것인가. 노동자는 고무줄이나 기계가 아니다. 탄력근로제 개악안은 즉시 폐기되어야 한다.


둘째, 문재인 정부는 ILO 핵심협약을 아무런 조건 없이 신속히 비준하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3월 현재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어떠한 의지와 노력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경사노위 뒤에 숨어서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법 개악, 사용자의 민원해결을 맞바꿀 생각만 하고 있다. 21세기 노동자들을 19세기 단결금지, 노동조합 혐오법률로 묶어놓고 얼마나 풀어줄지 재벌들과 협상해 오라는 정부의 태도에 분노한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자 대한민국의 국격, 신뢰와 직결된 원칙의 문제로서 결코 거래나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셋째, 경영계와 고용노동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핑계로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침해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여야 한다. ① 대체근로 전면허용, ②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③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④ 쟁의행위 찬반투표 요건 강화, ⑤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규정 삭제 등은 주장 한마디 한마디가 노동조합의 조직·운영에 개입하고, 헌법상 보장된 파업권을 형해화하려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재벌들이 박근혜 적폐 정부에서도 차마 입밖으로 내놓지 못하고 쉬쉬하던 내용을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고용노동부의 비호 아래 공공연히 주장하는 모습에 참담할 뿐이다. 재벌과 적폐관료의 망동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우리 노동법률가들과 노동법률단체는 노동기본권은 거래와 흥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선언한다. 2019년은 한국사회가 21세기 노동존중 국가로 발돋움할 것인지, 아니면 19세기 단결금지와 노동조합 혐오의 야만사회에 머물지 판가름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광화문광장을 가득 채웠던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감시하며 노동자의 권리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싸워나갈 것이다.


2019. 3. 5.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법률원(민주노총·금속노조·공공운수·서비스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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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단체 긴급선언 참여자 명단(총277명)


노무사(172명)
강경모, 강두용, 강민주, 강선묵, 강성래, 강성회, 강정국, 강진구, 고경섭, 고관홍, 고은선, 공성수, 구동훈, 권남표, 권동희, 권오상, 권오훈, 권태용, 김 란, 김 민, 김경수, 김경희, 김기돈, 김기범, 김남수, 김남욱, 김명수, 김미영, 김민아, 김민옥, 김민철, 김민호, 김성호, 김세영, 김세종, 김수정, 김승섭, 김승현, 김왕영, 김요한, 김용주, 김유경, 김유리, 김은복, 김재광, 김재민, 김종진, 김종현, 김지혜, 김진영, 김철우, 김학진, 김한울, 김현호, 김형기, 김혜선, 남우근, 노영민, 노현아, 문가람, 민현기, 박경수, 박경환, 박공식, 박문순, 박민정, 박선희, 박성우, 박소희, 박용원, 박윤진, 박정호, 박주영, 박진승, 박현희, 박혜영, 배동산, 배현의, 변동현, 성명애, 손경미, 송예진, 신명근, 신은정, 신정인, 신지심, 심준형, 안현경, 양 현, 엄진령, 유명환, 유상철, 유선경, 유성규, 윤대원, 윤선호, 이경호, 이근정, 이근탁, 이다솜, 이민규, 이민정, 이병훈, 이보경, 이상권, 이상미, 이서용진, 이석진, 이선이, 이성재, 이수정, 이승현, 이영록, 이오표, 이인찬, 이장우, 이정미, 이제왕, 이종란, 이종인, 이진아, 이태진, 이현중, 이혜수, 이호준, 임득균, 장 환, 장수국, 장영석, 장혜진, 전선미, 정명아, 정문식, 정미경, 정미선, 정상욱, 정송도, 정승균, 정유진, 정윤각, 정윤희, 조국현, 조명심, 조영훈, 조윤희, 조은혜, 주민영, 주형민, 최강연, 최기일, 최성화, 최승현, 최여울, 최영연, 최영주, 최은실, 최지복, 최진수, 최진혁, 최혜인, 하윤성, 하태현, 하해성, 한태현, 함연경, 허윤진, 홍관희, 홍종기, 황선호, 황재인, 황진구, 황철희


변호사(86명)
강보경, 강영구, 강은옥, 강호민, 곽예람, 권영국, 권호현, 김경민, 김도형, 김동창, 김두현, 김상은, 김성진, 김세희, 김영관, 김유정, 김종귀, 김준우, 김차곤, 김태욱, 김형규, 노종화, 류하경, 문은영, 박다혜, 박인동, 박인숙, 박현서, 백신옥, 변형관, 서채완, 서희원, 손명호, 손영현, 손익찬, 송영섭, 신선아, 신예지, 신의철, 신인수, 신지현, 신하나, 심재섭, 오민애, 오수진, 오현정, 유태영, 이경재, 이두규, 이 석, 이선민, 이용우, 이윤주, 이정환, 이종희, 이주희, 이환춘, 장범식, 장석대, 장석우, 장재원, 전다운, 전민경, 정기호, 정병민, 정병욱, 정소연, 정준영, 조덕상, 조미연, 조민지, 조세화, 조아라, 조연민, 조영신, 조이현주, 조혜진, 차승현, 천지선, 최석군, 최용근, 최은배, 최종연, 탁선호, 하태승, 황규수


법학자(19명)
고영남, 김선광, 김소진, 김영환, 김은진, 김종서, 박지현, 송기춘, 신옥주, 윤애림, 윤현식, 이계수, 이호중, 임재홍, 조경배, 조승현, 조우영, 조임영, 최정학

화, 2019/03/1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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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 119’ 1주년 좌담회 업무서 배제하고 따돌리는 등 은근히 피 말리는 괴롭힘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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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성심병원 노조 설립 때 전율했죠" 첫돌 맞은 '직장갑질119'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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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3권은 노동자 기본권이다


조국현 공인노무사(한국민주제약노조 법규국장)



▲ 조국현 공인노무사(한국민주제약노조 법규국장)

기본권은 국민이 가지는 기본적 권리다. 그중에서도 노동 3권은 모든 노동자가 갖는 기본권이다. 필자가 이해하는 기본권은 타인 배려를 통해 보장받는 것이 아니며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는 자유롭게 단결하고 사용자와 직접 교섭하며 때로는 사용자에게 대항하는 단체행동을 마땅히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경험한 대다수 회사는 노동 3권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희생과 배려로 가능한 것이라고 착각하는 듯하다.

최근 필자가 소속된 민주제약노조 신생지부의 첫 단체교섭이 있었다. 회사는 “저희는 노동조합을 존중하며 노동조합도 저희 직원들로 조직된 소중한 가족입니다”라는 말을 반복해 잠시나마 필자를 설레게 했다. 그러나 교섭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단체교섭은 근무시간 이외에 사외에서 진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였다. 해당 교섭에서 처음으로 이 말을 듣는 순간, 잠시나마 설레었던 순진한 나를 자책했다. 필자가 듣기에 회사가 말하는 위의 두 말은 대단히 모순적이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을 존중하지만 회사 내로는 절대 들일 수 없다는 것은 사실 노동조합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회사도 중요한 고객을 회사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지는 않는다. 또한 그 어떤 회사도 직원들과 회의를 할 때 사내 회의실을 사용해서는 안 되며, 사외공간 대여 비용을 회사와 절반씩 부담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가족으로 생각한다면서 이렇게 회사 밖으로 매몰차게 내모는 것은 법과 판례는 차치하고서라도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노동자와 그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다. 노동 3권을 노동자 기본권으로 이해하고, 노동조합을 진정으로 인정하고 존중한다면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 최소한의 기본적 보장은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

회사는 노동관계법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노동조합 활동은 근무시간 이외의 시간에 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당연한 듯이 말한다.

사내에서 근무시간에 단체교섭을 하는 것은 회사의 희생과 배려가 있는 경우에 가능하다는 생각이 전제된 듯하다.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주장하는 듯하지만, 대법원도 노사가 합의하면 근무시간 내의 활동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근무시간 이외에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하는 대법원 판례는 대법원의 의견일 뿐이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회사는 그 합의를 결코 해 주지 않으려 한다.

단체교섭 장소와 관련해 교섭 초반에는 근무시간 외라도 괜찮으니 회사에서 하자고 주장하면, 회사 내에 공간이 없다고 답한다. 회사에 노동조합이 생기면 없던 회의가 갑자기 빽빽하게 많아지며, 늦은 시간까지도 회의실이 가득 차는 듯하다. 회의실 예약내역을 확인하고 비어 있는 시간에 하자고 말하면, 회사 내에서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보면 반감을 가질 수 있고 업무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이상한 답변을 내놓는다.

단체교섭 시간과 관련해 근무시간 중에 하자고 하면 사측 교섭위원들은 “근무시간은 회사 고유업무를 하는 시간이기에 본인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답한다. 대표이사 교섭권까지 위임받았지만 교섭은 본인들의 업무가 아닌 개인적인 미팅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교섭에서 들었던 또 다른 창의적인 답변은 “지부 간부들이 근무시간에 교섭을 하면 회사 업무에 막대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1주일 1회 2시간이 불가능하다면 이 회사는 도대체 연차휴가 사용이 가능하긴 한지 모르겠다.

교섭에서 노동조합측 위원들에게 언성을 낮춰 정중히 말하라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노동조합과 회사 내 노동자들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하며 단지 목소리만 낮춰 조곤조곤하게 말하는 그들, 그리고 기본권과 존재 자체를 인정받지 못해 분노하고 항의하는 우리들. 이 중에서 도대체 누가 정중하지 않은 것인지 말이다.

마땅히 사람은 자신의 권리가 침해됐을 때에는 저항해야 한다.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 분노의 감정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목소리 데시벨(dB)에 집중하지 말고 그 내용과 내포된 의미를 의도적으로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어느 누구는 노조활동을 하기 좋은 세상이 왔다고 하는데, 여전히 많은 회사는 노동자 기본권인 노동 3권을 이해하지 못한다. 단지 ‘말로만’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존중한다. 회사는 그들의 배려와 희생으로 노동자들의 노동 3권이 보장된다는 착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길 바라며, 노동 3권이란 노동자라면 마땅히 누릴 수 있는 ‘기본권’이라는 것을 이해하길 바란다.


조국현  labortoday


: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7가 57번지 4층

: 02-2068-1258

: http://www.kdpu.org/


화, 2019/03/1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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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백화점 학교에서 일어나는 쟁송사례들


박정호 공인노무사(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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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호 공인노무사(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실장)

뭘 쓸까? 학교비정규직노조에 5년째 몸담고 있으니, 비정규직 얘기를 할 수밖에. 그럼, 여전히 산업안전보건법도 지키지 않아 고발당한 교육청들을 욕해 볼까? 법만 지키면 고발을 취하하겠다는데도, 과태료 수천만원을 내게 생겼는데도 꿈쩍 않는 교육청들, 그중에서도 진보교육감이 재선·삼선에 성공한 경기도교육청·전라북도교육청이 공공연히 법 위반과 처벌을 감수하겠다고 한다. 비정규직 산업재해 사망 소식이 연일 뉴스에 나오고,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개정된 이 마당에 말이다.

용두사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욕해 볼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은 1·2·3단계를 거칠수록 ‘라인’이 희미해진다. 상반기 발표될 민간위탁기관에 대한 3단계 가이드라인은 정규직화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민망할 거란 소문이다. 대통령 취임 후 현장방문 1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선포의 야심 찬 초심은 어디 갔단 말인가? 청와대와 여당, 정부는 초심을 잃고 눈치 보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지난해 말부터 학교비정규직노조 법규국은 8년 동안의 여러 쟁송들을 사례집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6명의 노무사·변호사가 쟁송사례집 준비모임을 격주로 한다. 기간제, 위탁·용역, 단시간, 초단시간이 총망라된 학교비정규직은 말 그대로 비정규직 백화점이다. 고용안정을 이루기 위한 투쟁 과정에서 계약만료·징계해고·차별시정·불법파견 등 많은 분쟁이 있었다. 여러 노조가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치고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들과 교섭하고, 파업하면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분쟁들도 많이 발생했다.

역시 비정규직에게 가장 많은 사건은 해고다. 계약만료 등 학교비정규직 해고 사건에 가장 기여한 법은 역설적으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이다. 기간제법은 비정규직 남용을 억제하는 취지로 제정돼, 기간제 사용 2년 초과시 무기계약 전환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기간제법 4조와 동법 시행령 3조에는 광범위한 무기계약 전환 예외조항을 뒀다.

노동조합 투쟁 결과 모든 교육청이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한 무기계약직 전환 지침을 내리도록 했다. 그러나 많은 직종이 기간제법 예외조항에 걸려 무기계약 전환 전에 계약이 만료됐다. 다문화 언어강사와 방과후학부모코디네이터는 복지·실업대책에 따른 일자리 제공사업이란 예외조항(기간제법 시행령 3조2항)에 걸려 집단해고되고, 법원 최종심에서도 패소했다.

영어회화전문강사는 초·중등교육법에 사용기간을 4년으로 달리 정했다는 이유로, 스포츠강사는 국민체육진흥법에 체육지도자 자격증이 있다고 계약만료와 신규채용을 매년 반복한다. 영어회화전문강사 계약만료 사건은 1년 넘게 대법원에 계류 중이고, 스포츠강사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패소했다.

주당 14시간 근로계약한 초단시간 돌봄전담사는 꾸준히 15시간 이상 일했는데, 초단시간이라는 이유로 무기계약 전환에서 당연 제외되고 계약이 만료됐다. 끝까지 싸워 고등법원에서 승소한 조합원은 있었지만 다시 초단시간으로 복직해야만 했다.

무기계약 전환시 만 55세가 넘었다고 계약만료됐다가 노동위원회에서 구제된 경우도 있다. 기간제법상 55세 예외규정을 적용할 때는 무기계약직 전환 시점이 아니라, 근로계약 개시 또는 갱신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라는 대법원 판결(2013. 5. 23. 선고 2012두18967 판결) 덕분이다.

공공부문 일자리는 대부분 정부 시책에 따른 일자리 아닌가? 상시·지속적 업무지만 일자리 제공사업이라고 무기계약 전환이 안 된다는 시행령 조항은 말이 안 된다. 정부는 이제라도 기간제법 시행령 개정에 착수해야 한다.

기간제·단시간 노동자 차별시정 사건에서는 전문성 없는 심판관들의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다. 논문까지 뒤지며 차별판단 단계별로 여러 법리를 준비하고 들어갔지만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교육청 예산 걱정을 먼저 해 주곤 했다.

노조법 영역에서는 부당노동행위·단협 위반·교섭단위 분리 사건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의 지역적 효력확장 청구가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사건들을 정리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중요해 보이는 쟁점이라고 전문가적 허영심에 들떠 기획쟁송을 밀어붙이면 결과가 좋지 않다. 나아가 교섭에서 노동조합에 불리한 법적근거를 마련해 주는 꼴이 된다.

반면 쉽지 않아 보이는 사건이라도 조합원 당사자들이 정성을 쏟으면 잘 풀리기도 한다. 적극적으로 증거자료를 모으고 확인전화를 하면서 게으른 대리인들을 압박한다. 간혹 법률적으로 불리한 결론이 임박했더라도 조합원들이 끈질기게 투쟁한 사안은 교섭에서 좋은 결과로 노사합의가 되기도 한다. 돌아보면 모든 사건들에는 노동조합이 있었고, 열정적인 조합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법규국 일을 마무리하고, 정책실 일을 맡게 됐다. 학교비정규직노조에서 수습노무사를 포함해 후임자를 구하고 있다. 가장 자주적으로,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자리가 노동조합 노무사가 아닐까?

박정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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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9/03/1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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