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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시선] 잊혀진 이름, 한반도습지

지역

[생태시선] 잊혀진 이름, 한반도습지

익명 (미확인) | 금, 2018/10/19- 10:44
보호지역에 대해서

보호지역(protected area)에 대한 정의는 국가 및 기관마다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정의에 따르면, “보호 지역은 생태계 서비스 및 문화적 가치와 관련된 자연을 장기간 보존하기 위해, 법률 또는 기타 효과적인 수단을 통해 인정되고 전용되고 관리되고 있는 명확하게 정의 된 지리적 공간”이다. (IUCN. 2008)

‘한국보호지역 통합DB관리 시스템(http://www.kdpa.kr)에 등록된 한국의 보호지역은 2017년 기준 총 2,071개소에 면적은 20,439.6㎢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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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호보호지역 통합DB관리 시스템. 보호지역 유형별 통계


이 중 면적 기준으로 가장 넓은 보호지역은 국립공원으로 6,726.3㎢에 달하며, 개소수로는 천연기념물이 371개로 가장 많다.  


습지보호지역이라는 이름의 중요성

위에서 기술한 IUCN의 보호지역과 별도로, 생물다양성협약(UN, 1992)은 “보호구역”이라 함은 특정 보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지정되거나 또는 규제되고 관리되는 지리적으로 한정된 지역(CBD 협약 제2조)“을 말한다.

보호지역 유형 중에서, ‘습지보호지역’ 역시 ‘습지의 효율적 보전 ·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여 습지 및 그의 생물다양성 보전을 도모하고, 습지에 관한 국제협약의 취지를 반영함으로써 국제 협력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습지보전법’에 의해 지정되며 보호받는 지역이다. 습지보전법은 구체적으로 ‘①자연상태가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거나,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 ②희귀하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이 서식·도래하는 지역, ③특이한 경관적·지형적 또는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지역’ 중에서 환경부장관 혹은 환경부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지정하게 되어 있다. 

습지보호지역 지정 기준인 ‘원시성 및 풍부한 생물다양성,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서식지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습지보호지역은 그 자체로 보호되어야 하는 지역이다. 2017년 기준 내륙 습지보호지역은 총 23개소에 126.8㎢의 면적으로, 국내 보호지역 전체 면적대비 0.6%에 불과할 정도로 희귀한 지역 들이다. 


희귀한 하천습지(하도습지)

국립습지센터에 등록된 국내 내륙습지 2,499개소 중 습지보호지역으로 등록된 지역은 23개소에 불과하다. 또한 전체 하도형 습지 885개소 중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한반도습지(2012 지정)와 담양하천습지(2004), 김해 화포천습지(2017), 대구 달성습지(2004) 등에 불과하다. 국내에 조사된 내륙습지 중 1/3이 하도습지임에도 불과하고 보호지역 지정은 4개소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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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습지 지리경계 모습. 좌측 상단에 위치한 지역이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이다


이는 국내 물관리 관련 행정이 수량과 수질 분야로 분리되어, 그동안 수량은 국토교통부가 담당하고 수질은 환경부가 담당하였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하천 관련 업무를 총괄하였던 국토교통부는 습지보호지역의 수위 변동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습지보전법이 하천 수량 및 수위 관리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하천(하도)습지의 보호지역 지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었다. 그러나 2018년 정부의 물관리 일원화 방침에 따라 향후 환경부가 중요한 하천습지의 보호지역 지정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하천습지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리가 가능해졌다. 


한반도습지? 한반도지형? 국민관광지?

이렇게 희귀한 내륙습지보호지역 및 하천(하도)습지중 ‘한반도 습지’가 있다.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신천리 및 웅정리 일대에 ‘한반도 지형을 닮은 하천(하도형) 습지’이다. 환경부 기준 습지유형으로 내륙습지->하천형->유수역->하도습지(R4)에 해당하는 하천습지이다. 국내에서는 21번째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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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습지 전경(2018년 5월)


사실 한반도 습지는 습지보호지역으로 알려지기 보다는, 전체 경관 모습이 한반도 지형을 닮아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주요 지점으로 지형 전체를 조망하는 지점 인근에는 대형 주차장까지 설치 되었다. 

한반도습지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자연형 하천습지.한반도습지는 한반도 지형을 속 빼닮은 지형과, 석회동굴, 자연교, 바위절벽 등 다양한 하천 침식 및 퇴적지형이 존재하며, 자연적인 퇴적활동으로 인해 생성된 자연형 하천습지’이다. 또한 수달, 돌상어, 묵납자루 등 다양한 법정보호종이 서식하며,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이다.(국립습지센터. 2017)

구체적인 생물상 현황은 식물(469종), 조류(59종), 포유류(10종), 육상곤충(288종), 양서·파충류(16종), 어류(28종),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52종)이며, 이중 멸종위기 1급(1종)인 수달, 멸종위기 2급(10종)인 층층둥굴레, 백부자, 흰목물떼새, 삵, 담비, 무산쇠족제비, 묵납자루, 가는돌고기, 돌상어와 천연기념물인 어름치와 붉은배새매, 황조롱이 등의 법적 보호종이 서식하는 공간이다. 도한 서식 담수어류 중 15종은 한국 특산종일 정도로 생물학적 가치가 크다.(국립습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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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검색결과 - 한반도지형(상단), 한반도습지(하단)


이처럼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보유한 ‘한반도습지’이나, 실상 시민들에게는 ‘한반도지형’으로 더 알려져 있다. 사진 기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인스타그램(instagram)에서 해시태그(#)를 이용하여 ‘한반도 지형’을 검색하면 1만 3천여건 이상의 한반도 습지 전경 사진이 검색된다. 그러나 ‘한반도습지’를 검색하면 몇건 검색되지 않는다. 이곳은 시민들에게 습지보호지역이라는 인식보다는 관광지라는 인식이 높은 상황이다. 


보호지역을 보호지역답게

작은 안내판 하나가 습지보호지역임을 알려주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관광지로 인식된 한반도습지를 습지보호지역이라는 정확한 의미로 알려줄 ‘한반도습지 생태문화시설’이 조만간 건설될 예정이다. 다만, 해당 시설이 한반도 습지 북측에 위치해 한반도 습지 조망 지점과 이격되어 있어 얼마나 방문자들이 자연스럽게 찾을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시설 마련과 함께, 자연하천의 천이과정을 포함하여 한반도 습지의 형성과정과 생태적 중요성, 하천습지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일반적으로 보호지역은 많은 관광객이 찾고 방문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보호지역의 지정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교육이 우선이다. 한반도습지를 찾는 탐방객들이 한반도 지형보다 한반도습지라는 본래의 의미를 더 기억하게 되길 기대해본다.


글 : 명호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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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국립습지센터 블로그(https://wetlandkorea.blog.me/)에 게재되었습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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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해 소박하지만 조화로운 삶을 꿈꾸는 분들과 함께 따뜻한 식사와 마음을 나누고자 합니다. 생태지평연구소 창립 13주년 기념행사에 초대합니다. 

일시 : 2019년 11월 7일(목) 오후 6시 30분

장소 : 곤자가컨벤션(서강대 후문, 서울시 마포구 백범로 35, 02-711-3115)

후원 : 기업은행 048-065485-01-090 사단법인생태지평

문의 : 생태지평연구소(02-338-9572)

<모시는 이>
이 사 장   김인경
후원회장  임창수
이     사   전승수(소장), 명호(부소장), 고영조, 김광식, 조경만
연 구 원    강은주, 박현하, 손성희, 이이자희, 장지영, 홍숙경
 
여는마당(6시 30분) : 따뜻한 만찬
본 마당(7시~8시) : 감사와 나눔의 시간
# 행사에 참석하실 분은 미리 알려주시면 준비에 큰 도움이 됩니다. 

토, 2019/10/05-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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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생계를 위해 일식 레스토랑에서 웨이터 일을 한지도 어느새 6개월이 넘어섰다꽤 많은 손님들이 채식 메뉴나 글루텐 프리로 조리가 가능한지 물어온다다른 식당에 가도 베지테리언이나 비건을 뜻하는 ‘V’표시가 된 메뉴들이 있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딱히 전문 식당이 아닌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매장에도 베지테리언 햄버거나 피자 메뉴가 준비되어있다한국에 있는 채식을 하는 주변인들로부터 채식 메뉴가 흔치 않아 곤란을 겪었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단체 회식 혹은 외부 행사 진행 중 지급된 도시락이나 식단이 채식이 아니었는데 따로 뭔가를 요구하기에는 눈치가 보여 굶거나자비로 다른 음식을 먹었다는 내용이었다아마도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호주에 오면 이것저것 시도해볼만한 새로운 메뉴들이 많아 꽤 멋진 식도락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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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호주 프렌차이즈의 베지테리언 메뉴들



 




 사람들이 채식을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개인의 건강을 위해서환경을 위해서동물 복지를 위해서혹은 어느 날 갑자기 고기를 먹을 수 없게 되어서어느 날 갑자기 고기를 먹을 수 없게 되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의 주인공은 루마니아에서 온 Cosmin이다그가 몇 년 전 영국에 머물 때어느 날 눈을 뜨자 고기를 먹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평소 육식에 대한 반감이 있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고기를 보니 무언가 역한 느낌이 들어 채식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그는 이후에 고기를 먹으려고 몇 번 시도 했지만 거부감이 들어 결국은 포기하고 채식주의자로 지내오고 있다자신도 갑자기 그냥 그렇게 된 것이기에 다른 사람들이 고기를 먹는 것에 대한 반감은 없다고 Cosmin은 말했다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람이 이렇게도 변하는 구나’ 하고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Hannah는 고등학생 때 공장제 축산에 대한 다큐를 보고 채식을 선택했다공장제 축산이라는 시스템에 대한 반대라는 의식적인 측면 보다는 심적으로 동물이 죽는 것에 마음이 아픈 것이 이유가 되었다고 한다채식을 하는데 있어서 말레이시아와 호주에서 체감 되는 차이점이 있나 물어보자 자신은 항상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기에 차이를 못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집에서 다른 가족들이 채식을 하지 않는데 마찰은 없었냐는 질문에는 고기를 조리한 음식 냄새에 반감이 없고고기와 함께 조리한 야채도 먹는 편이라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고 한다.



 호주에서 태어난 모리셔스인 2세인 Nazaar는 건강의 문제로 채식을 선택하게 된 케이스이다채식을 하기 전까지 자주 아프고 피부에 반점이 자주 올라왔다고 한다그런데 어느 날 자신이 닭고기를 먹으면 피부 반점이 올라오는 것 같아 닭고기를 한동안 먹지 않았더니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체질적으로 채식이 맞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이후 채식으로 전향하자 소화불량 등 평소에 만성으로 지니던 증상들이 사라지고몸도 가벼워지며 스트레스도 덜 받고집중력도 올라가는 것을 체감했다고 한다이후로 Nazaar는 지금까지 채식을 유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채식주의 까지는 아니더라도 육류 섭취를 좀 줄여보려고 생각하는데먹는 것을 좋아하고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나로서는 고기가 들어간 음식에 자꾸 손이 가는 것을 멈추기가 어렵다공장제 축산을 생각하면서 세 네 번에 한번은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메뉴를 선택하려고 노력한다잡식인 인간이 고기를 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하지만 거대화집적화된 고기 공장에서 소비되기 위해 길러지는 동물을 생각하면 지금 인간은 동물을 과하게 잡아먹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린피스를 비롯해서 몇몇 환경단체들은 건강 문제를 비롯해 산림 파괴동물 복지탄소 배출토양 및 물 오염을 이유로 채식을 권장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한국에서도 동물 보호 단체들의 캠페인으로 인해 동물 복지 문제에 대한 이슈는 꽤 널리 알려져 있다공장제 축산업의 경우 최소 투입 최대 산출이라는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라 생물이 다루어진다그렇기에 가축이 태어나서 상품이 되는 과정 중에 동물 복지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같은 공간에서 더 많은 동물을 길러내고짧은 시간에 더 큰 고기를 얻기 위한 기준으로 유전자사육장먹이를 결정한다동물 복지와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방목형(Cage free) 농장이 생겨나고는 있지만 대세가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집적화된 축산업은 토양과 물을 소비하고사료로 쓰일 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한다예를 들어 두부 120g을 생산하는데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0.47kgCO₂ eq.* 인데 반해 같은 양의 소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5.365kgCO₂ eq. 가 배출된다.







* 온실가스 인벤토리란 온실가스 배출원과 배출량을 체계적으로 구성한 리스트를 뜻합니다. 단순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얼마인지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근거자료로 활용이 되므로 각 배출원 또한 명확히 파악이 되어야 합니다. 온실가스 인벤토리 산정의 대상이 되는 온실가스는 교토의정서 상의 6대 온실가스로, 직접 온실가스로 알려져 있는 CO2, CH4, N2O, HFCs, PFCs, SF6 입니다. 이 온실가스들은 각 온실가스 별로 배출량이 산정된 후 지구온난화 지수를 곱하여 CO2를 기준으로 환산됩니다. 주로 ton(kg) CO2 eq.로 표시됩니다.



- 출처 : 국립수산과학원 홈페이지




 



온실가스 중 하나인 CH4는 메탄을 뜻하는데 이 메탄은 방귀의 성분에도 포함되어 있다. 2003년 뉴질랜드에서는 정부가 소나 양 등의 가축이 뀌는 방귀에 대해서 방귀세를 부과하려는 시도를 했으나 농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었다에스토니아에서는 실제로 소 한 마리당 한화 약 14만원 정도의 방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한다방귀에 세금을 부과하는 우스우면서도 결코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에서 축산업에서 생산되는 메탄으로 인한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반추동물(되새김동물)은 위가 4~5개 되는데 이들의 위에서 미생물들이 음식물을 분해할 때 메탄이 생성된다전 세계의 소와 양염소 등 모든 가축이 발생시키는 메탄가스는 전 세계 메탄가스 배출량의 약 37%를 차지한다그리고 이 메탄가스는 동일 부피의 이산화탄소보다 열을 가두는 능력이 21배 높기 때문에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이런 사실들을 미루어 생각하면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이 지속가능한 지구를 꿈꾸는데 꽤 도움이 되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는 메인 요리라고 하면 대부분 고기가 들어간 것이 많다그리고 회식과 같이 무언가를 함께 먹으면서 하는 사회적 활동이 잦기 때문에 채식을 접하고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사회적으로 채식에 대한 인식의 폭이 확장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된다그렇다고 당장 나 스스로도 입맛을 바꾸기 어려운 마당에 모두가 채식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다만 채식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폭과 기회가 늘어나면 세상이 조금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채식주의자들이 겪는 불평들을 줄이기 위해서든동물을 위해서든환경을 소모하는 속도를 줄이기 위해서든 그것이 결국 사람을 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그리고 육류소비를 줄이기 위해 반드시 채식주의자가 되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비틀즈의 멤버로 잘 알려진 폴 메카트니는 코펜하겐 2009년 기후변화 협약 전에 있었던 벨기에 토론회에서 고기 없는 월요일(Meat Free Monday)’* 운동을 제안했다그리고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이에 참여하고 있다서울시는 산하 161개 공공기관 구내식당에서 일주일에 하루 채식 식단을 마련해서 이를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환경 보호동물 복지건강 등 뭔가 무거워 보이는 내용들이 줄줄이 엮여 있지만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 주 월요일 친구와 함께 맛있는 채식 식당을 찾아가보는 것은 어떨까?





* www.meatfreemonday.co.kr : ‘고기 없는 월요일홈페이지에서는 채식에 관련한 소식뿐만 아니라 채식 레시피를 공유하는 공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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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말 호주에 가다>는 필자가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하며 바라본 일상에서의 환경 이야기를 담습니다. 

<필자 소개>

이재욱 전 생태지평연구소 연구원

생태지평연구소 전 연구원이자 전 프리랜서 기타 강사.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다며 무턱대고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온 33살.

월, 2019/09/16-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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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연기념물 원앙의 서식지이자 용암으로 인해 형성된 독특한 주상절리대가 지반을 이뤄 한반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비경이 잠자고 있는 곳.”

 이런 설명을 들었을 때 일반적으로는 생태계 보호를 위해서는 물론 미래 세대를 위해 해당 지역이 엄정하게 보전되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상식적으로도 이런 지역을 훼손한다는 것은 인간 외의 뭇 생명들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뿐 아니라 앞으로 한반도에서 살아가야할 숱한 이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상식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식은 유감스럽게도 해군과 제주도청에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강정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해군과 제주도가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부근 강정천 일대에서 진행 중인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로 인해 천연기념물 원앙이 크게 줄어들고, 주상절리의 붕괴가 가속화되는 등 심각한 생태계 교란과 환경 훼손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불필요한 도로를 만들기 위한 무리한 공사가 벌어지는 탓에 경관 훼손은 물론 주민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현재 제주도가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에서 일주도로까지 이어지는 4차선 도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3월 3~6일 사이 주민들과 함께 강정천과 서귀포시 등을 살펴본 결과 주민들의 우려는 기우가 아니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강정천 내의 사람들의 발길이 미치지 않는 물가에서 편안히 먹이활동을 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어야 했을 원앙들이 강정천 외부로 쫓겨난 상태였고, 강정천 내 곳곳의 주상절리에서 새로 떨어져 나온 바위들이 목격됐습니다. 모두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가 아니었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고 여겨질 만한 현상들이었습니다. 천연기념물 제327호인 원앙은 강정천에서 대체로 가을, 겨울을 나며 일부 개체는 텃새화돼 강정천에서 서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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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4일 강정천에서 관찰된 원앙의 모습. 강정천을지키는사람들 제공.
 강정마을 주민들과 조류 전문가에 따르면 주로 가을, 겨울철 강정천 일대에서 서식하는 원앙의 수는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가 본격화된 뒤 예년의 1,500여 마리에서 3분의 1가량인 500마리 미만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주민들은 소음과 진동이 심한 시기에는 100마리 정도로 급감하기도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위협을 느낀 원앙들이 원래의 서식지인 강정천을 떠나 인근 지역으로 흩어졌을 가능성이 큰 것입니다.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강정천은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 식수를 제공하는 상수원보호구역이 있는 곳인 동시에 일부 농로를 제외하면 인적이 드문 구간이 대부분이어서 원앙을 포함한 야생동물들이 사람의 눈을 피해 자유롭게 활동을 하고, 휴식을 취할 공간이 다수 존재하는 하천이었습니다.

 이처럼 강정천 주변으로 쫓겨난 원앙들 중 일부는 강정천 대신 서귀포의 대표적 관광지 중 하나인 천지연폭포 등을 휴식처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실제 지난 4일 강정마을 주민들과 함께 방문한 천지연폭포에서는 약 150마리의 원앙이 관광객들의 접근이 어려운 물가 쪽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물론 강정천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천지연 역시 원앙의 서식지이긴 합니다. 하지만 강정천이 도로 공사 이전처럼 원앙들에게 안전하게 느껴지는 상태였다면 다수의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시간대에 원앙들이 천지연에 모여있을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반대로 강정천 내에서 원앙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주민, 전문가들은 앞으로 계속해서 도로 공사가 진행되고, 교각이 완성돼 차량 통행량이 많아지면 원앙의 생존에 더욱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앞서 2020년 1월에는 집단 폐사한 원앙 13마리가 강정천에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는 당시 강정천 중상류에서 13마리의 원앙 사체를 발견했고, 날개가 부러진 원앙 1마리를 구조한 바 있습니다. 원앙 몸속에서 발견된 산탄총 총알로 인해 누군가 의도적으로 원앙을 향해 총을 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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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제주 강정천에서 발견된 원앙 사체. 강정천을지키는사람들 제공.
 강정천에서 쫓겨난 원앙들이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로 인한 생태계 교란의 대표적인 사례라면 주상절리 붕괴는 주민들의 안전마저 위협하는 사안이 되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제 주민들과 함께 강정천 내를 살펴본 결과 기존에 자연스럽게 붕괴된 암반들과는 색상 등에서 확연히 구분되는 붕괴 현장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급격히 식으면서 만들어지는 돌기둥 모양의 지형으로 강정천 일대에는 수십m 높이의 주상절리가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도로 공사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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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강정천 내 주상절리 일부가 붕괴된 모습. 강정천을지키는사람들 제공.

 이처럼 주상절리 붕괴가 광범위하게 확인된 뒤 주민들은 자체 조사단을 꾸려 강정천 내 주상절리 전체를 조사하기 시작한 상태입니다. 강정천 주변의 농지나 도로 등이 주상절리 위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아 주민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해군기지 진입도로로 인한 환경 훼손은 원앙을 내쫓고, 주상절리가 붕괴되는 등의 현상뿐만이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지역은 제주에서 두 번째로 넓은 상수원보호구역인데 공사가 시작된 후 오염물질이 강으로 흘러든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과 지난 2월에는 급기야 가정집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깔따구는 매우 오염된 물인 4급수에 서식하는 생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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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강정천 상수원보호구역에서 실시 중인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 모습. 강정천을지키는사람들 제공.

 이처럼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가 주변 생태계와 주민 안전을 위협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은 공사 중지 가처분 소송을 법원에 제기해놓은 상태입니다. 특히 주민들은 기존 도로를 활용해도 되는데 불필요한 도로를 만들면서 이처럼 돌이키기 어려운 환경 훼손을 해군과 제주도가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해당지역은 문화재가 다수 출토되는 지역으로 현장을 찾은 날도 문화재 발굴팀의 현장 조사가 실시되었습니다. 공사 구역 내 다수 지역에서 문화재 발굴이 이미 이뤄진 상태이기도 합니다. 주민들은 또 공사가 시작된 이후 큰 비가 내릴 때는 기존에 없었던 수해가 발생하고 있고, 홍수로 인해 천연기념물인 500년 된 담팔수가 부러지기도 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해군과 제주도는 불필요한 공사를 중단하고, 주민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강정마을 주민, 환경단체 활동가 등이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 내용처럼 “공사장 주변 주상절리가 계속 무너지는 것이 공사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면 일단 공사를 중지하고, 붕괴 현상을 조사해야 마땅하”며 “공사를 얼른 진행하고 완공하는 것이 피해를 중단시키는 것이라는 제주도의 주장은 위험하고 무책임”하기 때문입니다.
화, 2021/04/27-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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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_ 2007년 12월7일. 남극반도 킹조지 섬에서 펭귄 하나가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남종영


세탁기에 빨래가 돌아가는 것처럼, 바다는 우리가 탄 배를 마음대로 휘저었다. 
“남극 환류에 진입한 겁니다. 남극에 들어가려면 꼭 치러야 할 의식이지요.”
휘청거리는 나에게 선장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객실의 탁자가 엎어졌다. 배를 따라오던 앨버트로스도 동행을 포기했다. 매일 세 차례씩 모이는 식당에 사람이 안 보일 때가 되고 나서야, 평안이 찾아왔다. 그리고 저 멀리서 은빛을 반짝이며 흘러내려오는 빙산이 보였다. 남극 환류는 남극대륙을 빙빙 도는 해류다. 배는 남극환류를 가로질러, 남극이 지배하는 영역에 들어섰다. 
킹조지 섬은 그러고서 하루를 더 항해해 도착했다. 이 섬은 남극에서 꼬리처럼 내려온 남극반도에 자리잡았기 때문에, 정확히는 ‘아남극’이었다. 저기 먼 대륙의 땅의 탐험가들이 '거기도 남극이냐'라고 힐난할 만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바다가 주관한 의식을 치렀고 펭귄 또한 만날 수 있지 않은가? 
내가 남극에 온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기후변화를 취재하기 위해서였지만, 사실은 펭귄이 보고 싶어서였다. 
킹조지 섬 세종기지에서 해안가를 따라 2~3㎞ 가면, 대규모 펭귄 서식지가 있었다. 아델리펭귄, 젠투펭귄 등이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중요한 곳이었다. 대원들은 이곳을 ‘펭귄 마을’이라고 불렀는데, 나로선 꽤 괜찮은 산책길의 목적지가 되었다. 
언덕 위에는 펭귄 마을이 있었지만, 여기저기 둥지가 있어 조심스러웠고 펭귄 또한 바다에서 새끼에게 줄 먹이를 실어나르느라 분주했기 때문에 혼자서 들어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펭귄 마을로 가는 바닷길에는 어떤 날엔 바다코끼리가 엎드려 길을 막고, 펭귄들이 줄을 지어 걸어가곤 했다.
대부분의 펭귄은 한 번도 인간을 만나본 적이 없다. 그도 그런 것이 남극에 인간이 발을 들여놓은 지 100년 남짓밖에 안 되었다. 펭귄이 정작 두려워 하는 것은 해표나 범고래 같은 일상의 포식자이지, 인간이 아니었다. 나는 가까이서 펭귄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서 펭귄을 쫓아다니면, 펭귄은 일정 거리 이상만 둔 채 도망갔다.
나는 전략을 바꾸기도 했다. 그리고 가만히 눈밭에 주저 앉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나에게 쫓겨다니던 펭귄은 잠시 상황을 파악하는가 싶더니 한 발자국씩 나에게 다가왔다. 펭귄의 체취가 느껴질 만큼 가까와졌다. 펭귄에게 숨소리가 났다면, 그 횟수를 셀 수 있었으리라. 몇 초였을까. 고요한 시간이 흘렀다. 나는 엉뚱하게도 펭귄의 발을 찍었다. 돌밭으로 된 언덕을 종종걸음으로 오르고, 바다에서는 넓은 노가 되어주는 펭귄의 발. 사진을 찍자, 펭귄은 종종걸음으로 바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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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들었는데 신이 잠깐 왔다 간 순간, 소음과 혼란에서 갑자기 완벽한 조화가 찾아든 순간, 영원에 닿아있는 이 시간을 우리는 '에피파니'라고 부릅니다. 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동물과 자연에 대한 짧은 생각을 한 장의 사진과 함께 담아봅니다.

<필자 소개>
남종영 생태지평연구소 운영위원 / <한겨레> 기자
15년 전 캐나다 처칠에서 북극곰을 만난 뒤 기후변화와 고래, 동물 등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화, 2020/08/25-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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