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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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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해야

익명 (미확인) | 목, 2018/08/30- 15:22

조슈아 로젠스와이그Joshua Rosenzweig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사무소 부국장
이 글은 한겨레에 동시 게재되었습니다.

한국이 마침내 양심적 거부자를 범죄자 처벌, 구금하고 낙인찍었던 부끄러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마감할 것인가?

6월 28일, 한국 헌법재판소는 역사적인 판결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사실상 인권으로 인정했다. 양심적 거부자에 대한 처벌과 수감이 위헌이라고 판결하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했지만, 군과 관계없는 대체복무를 허용하지 않는 병역법 5조 1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차기 법적 전쟁터는 대법원이다. 8월 30일 대법원은 병역 의무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양심이나 종교적 이유에 따른 병역거부도 해당하는지에 대한 공개변론을 개최한다. 현재 천여 명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인생이 걸린 모든 재판이 올해 말로 예정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며 계류 중이다. (국제앰네스티 의견서 보기)

국제법과 국제규범은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보장되어야 하며 양심적 거부자들이 법적 처벌을 비롯한 어떤 종류의 불이익도 받아서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다는 이유로 범죄자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권리는 세계인권선언 18조와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18조가 보장하는 사상과 양심, 종교의 자유에서 비롯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판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공익 관련 업무에 종사하도록 한다면, 이들을 처벌하여 교도소에 수용하고 있는 것보다는 넓은 의미의 안보와 공익실현에 더 유익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며 “국가와 사회의 통합과 다양성의 수준도 높아지게 될 것”이라며 양심적 병역거부가 국가 안보와 사회 통합을 저해한다는 한국 정부의 오랜 입장을 뒤집었다. 판결 이후 국방부는 헌재 결정을 존중하며 2007년에 제안된 바 있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판결을 내린 이래, 국제사회의 분위기는 한국이 양심적 거부를 인정하도록 더욱 압박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UN인권위원회는 한국의 사례 5건을 포함한 16건에 대해 적절한 대체복무 선택지 없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것은 인권과 양심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판단했다. UN인권위원회와 UN인권이사회는 한국 정부에 병역거부권을 인정할 것을 권고했다. 유럽에서도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는 판결이 여럿 나왔다.

오늘날 한국과 같은 규모로 병역거부자를 수감하는 나라는 지구 상에 없다. 이 문제로 계속해서 시간을 끄는 데 대한 변명은 있을 수 없다.

대법원은 대체복무의 형태 역시 결정해야 한다. 대법원에서 어떠한 판결이 내려지든 간에, 모든 대체복무는 반드시 국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대체복무는 지원자 평가를 포함, 복무의 내용과 관리, 행정 등 모든 면에서 순수하게 민간의 성격을 띠어야 한다. 국방부 관리 하의 “비전투 복무” 및 대체복무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복무 기간이 군 복무 기간보다 긴 대체복무와, 성격과 조건상 처벌적, 차별적으로 여겨지는 형태의 대체복무 역시 마찬가지다. 대체복무를 하는 이들이 복지 제도 및 연금 혜택, 교육과 채용에 있어 차별이나 미래의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

끝으로, 모든 대체복무는 개개인의 양심적 거부 사유를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 단일 형태의 대체복무제는 부적절하다.

한국 정부가 시급히 답해야 할 문제는 이 외에도 많다. 현재 수감 중인 100여 명의 양심적 거부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2만 명에 달하는 양심적 거부자들의 전과 기록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양심적 거부자들과 그 가족이 수감으로 인해 잃어버린 3만 7천 시간(여호와의 증인의 추정치)에 달하는 세월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이웃 국가와의 충돌에 따른 정치적 분쟁을 겪은 후 2003년에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바 있는 아르메니아의 사례는 참고할 만 하다. 당시 도입된 대체복무제는 진정한 의미에서 군으로부터 독립된 민간 대체복무가 아니었기 때문에 양심적 거부자들은 그 후로도 10년 간 복무를 거부했고, 이들에 대한 처벌과 수감도 계속되었다. 국제 사회의 긴밀한 감시 속에 여러 법적 절차를 거친 후에야 정부는 거부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2013년 제도를 개정하였으며 대법원은 거부자들에 대한 판결을 파기했다.

한국 정부는 이 문제를 단번에 제대로 해결할 기회를 맞이했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양심적 거부를 인정하고 제대로 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부끄러운 과거를 뒤로 하고 수 천 명의 청년들에게 미래라는 기회를 수 있을 것이다.

바야흐로 지금이 한국의 양심적 거부자들에 대한 처벌과 차별에 종지부를 찍을 시간이다. 전 세계가 한국의 다음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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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2019/01/12-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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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여성들이 낙태 비범죄화 캠페인에 참여하며 여행 가방을 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경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

이 글은 경향신문에 동시 게재되었습니다.

2010년 1월 아일랜드에 사는 쉬본 웰란은 임신 20주에 태아에게 뇌에 선천적인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고 싶었던 쉬본에게 돌아온 대답은 치명적인 손상으로 아기가 살 가망이 없다는 말뿐이었다. 그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임신을 유지하다 태아를 뱃속에서 잃을 것인가, 아니면 “여행”을 선택할 것인가.

여기서 “여행”은 아일랜드의 낙태 금지법 때문에 해외에서 낙태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한 주 뒤 쉬본은 영국 리버풀로 날아가 임신 중단 수술을 받았다. 이동 경비와 비싼 진료비 모두 그의 몫이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17년 쉬본의 사례에 대해 ”쉬본이 겪은 ‘강도 높은 정신적 괴로움’은 아일랜드의 낙태 처벌에 기인하며,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며, 굴욕적인 처우를 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여성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일랜드가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보고, 쉬본에게 30,000 유로(EUR)의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쉬본은 자국에서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없어 해외로 나가야 했던 17만명의 아일랜드 여성 중 한 명이었다. 그의 이야기는 전혀 특별하지 않지만, 낙태가 범죄가 되었을 때 개인에게 어떤 해를 끼치는지는 명백히 보여준다.

지난해 아일랜드는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를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헌법 조항을 폐지하였고, 이제 쉬본의 사례는 과거가 되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여전히 한 해 220만건의 안전하지 않은 낙태가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이해 목숨을 잃는 여성은 4만7천명에 달한다. 낙태 문제를 바라봐야 하는 시작점은 여기에 있다. 안전한 낙태 시술을 받았다면, 시술 이후에도 지속적 진료를 통해 합병증을 얻지 않았다면, 지금도 살아있었을 4만 7천명의 생명. 우리는 막을 수 있는 죽음과 불필요한 위험을 막을 방법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처벌은 낙태를 더 은밀하게 만든다.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하고, 낙인과 수치심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낙태 이후 치료를 받고 싶어도 기소의 두려움에 주저한다. 악순환의 고리다. 낙태를 범죄로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낙태를 막지 못한다. 앞선 쉬본을 비롯한 아일랜드의 17만 명의 여성이 그 증거이며, 지난 2월 나온 한국 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또한 같은 결과를 보여준다.

낙태가 합법이든 아니든, 여전히 낙태가 필요한 사람들은 시술을 받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국제앰네스티는 낙태 비범죄화를 촉구한다. 비범죄화는 개인의 신념에 따른 낙태 찬성 혹은 반대에 대한 논의가 아니다. 낙태 시술에 대한 의료적 규제를 모두 풀라는 말도 아니다. 낙태는 임신 가능한 사람들에게 제공되어야 하는 의료서비스 중 하나다. 그렇기에 다른 의료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법과 제도를 통해 규제할 수 있다. 앞서 본 사례처럼 낙태한 사람과 의료진을 처벌하는 것이 국제인권 기준에서 옳지도, 현실에서 효과적이지도 않으므로 형사처벌은 답이 아니라는 뜻이다.

1960년대 이래로 국제적인 흐름은 비범죄화, 즉 낙태에 대한 처벌조치를 부분적으로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74개국, 전 세계 인구의 약 60%가 낙태를 대체로 허용하는 국가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이 숫자는 반대로 나머지 40%가 낙태가 매우 엄격하게 제한되는 곳에 살고 있어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낙태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한국도 포함된다.

오늘은 세계여성의 날이고, 올해는 여성차별철폐협약이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지 40년이 되는 해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아일랜드에 이어 한국을 여성 인권의 진전을 이뤄낸 국가로 기억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금, 2019/03/0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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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치지향적 소비를 향한 디딤돌 – 시민연구자 조효진 님

<가치지향적 소비를 위한 기업행동 이력평가>라는 주제로 희망제작소의 온갖 문제연구, 시민연구 지원 사업을 신청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지향적 소비란,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대안을 찾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소비방식이다.

제품을 구매할 때 품질, 서비스, 가격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만드는 사회적 가치를 함께 고려한다. 천진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좋은 기업은 흥하고 나쁜 기업은 힘을 쓰지 못하도록, 시민들이 기업을 관찰하고 견제하는 것이다.

우리는 가치지향적 소비로 나아가는 길에 있는 걸림돌 몇 개를 치워두려 한다. 희망제작소의 시민연구 지원 프로젝트 덕분에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가치지향적 소비에 대한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면서 ‘어라, 걸림돌이 돌멩이가 아니라 바위였네?’ 하는 날들도 있었지만, 새롭게 배운 점도 많다. 오늘은 칼럼을 통해 배운 점을 공유해본다.

가치지향적 소비, 이미 하고 계시네요!

총 76명의 시민분께 가치지향적 소비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특정 기업의 제품을 불매해본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대다수 시민은 불매를 해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고, 불매를 생활화하고 있다는 답변도 23.7%에 달했다.

그렇다면 선행을 한 기업의 제품을 일부러 구매하기도 하냐는 질문에는, 55.2%의 시민들이 긍정적 답변을, 그중에서도 11.8%는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다. 두 가지 질문을 통해 대다수의 시민분이 가치지향적 소비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가치지향적 소비에 대한 시민 설문조사 결과> 시민들은 불매 또는 구매에 있어 기업이 미치는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고 있다. ⓒ 만점팀

 

걸림돌 발견, 정보 과잉에 의한 정보 부족

이미 시민들은 가치지향적 소비를 실천하고 있다. 그런데 ‘가치지향적 소비의 판단기준인 기업의 행동에 대한 정보가 적절히 제공되고 있는 걸까’. 궁금했다.

시민들은 기업의 사회공헌, 갑질 등 행위에 대한 정보를 주로 신문 및 인터넷 뉴스를 통해 접한다(52.6%의 시민응답)고 밝혔다. 그러나 신문과 뉴스에서 접하는 정보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1)

하나, 신문과 뉴스는 기업의 사건, 사고 등을 취재하여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준다(약한 긍정). 둘, 그렇기에 기업과 제품에 대한 많은 양의 정보를 생산해내는 매체라고 생각한다(강한 긍정). 셋, 그러나 무조건 기사 내용을 수용할 수는 없다.

왜냐면 신문과 뉴스는 기업의 광고를 받아 홍보 매체의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강한 긍정). 넷, 그리고 뉴스와 신문으로는 사건의 원인, 후속대응, 결과 등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다(약한 부정).


<가치지향적 소비에 대한 시민 설문조사 결과> 신문과 뉴스 등 언론자료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들을 담고 있다. ⓒ 만점팀

 

위 생각을 한 문장으로 나타내면, ‘정보 과잉에 의한 정보 부족’이다. 기업에 대한 정보는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을 만큼 넘쳐난다. 하지만 믿을 수 있고, 전체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정리된 정보는 부족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쏟아지는 정보들은 유의미한 정보를 찾는 데 들여야 할 시간을 늘릴 뿐이다. 포털사이트에 기업명을 검색하면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정보들이 나열되지만, 그 속에서 소비자들이 기업에 관해 가치판단을 하기는 어렵다. 즉, 기업의 행동을 종합하고, 정리한 정보가 필요하다.

기업의 행동을 조사하고 정리해보자

우리는 건강, 일자리, 환경오염, 인권·정의 등 17개 기준(K-SDGs 사이트 참고)으로 기업별 행동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언론에서 보도된 기업의 행동을 긍정과 부정으로 구분하여서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그래프를 그렸다.

기업은 청년 및 저소득 아동에 대한 교육 지원, 주거 지원, 에너지 효율 증대 및 친환경 에너지 개발 등의 긍정 행동을 했다. 그러나 발암물질 배출 및 대기오염 등으로 지역주민의 건강을 악화시켰고, 연속된 산업재해로 안전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했다. 또한, 각종 뇌물, 비리 사건으로 인권·정의 부문에서도 부정행위가 다수 드러났다.


<기업행동 분석> 두 기업의 3개년 간의 긍·부정 행위를 하나의 그래프로 나타냈다. ⓒ 만점팀

 

긍정과 부정 행동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 세부적으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도 살펴보았다. A 기업은 2017년 발암물질 배출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그 이후 2018년부터는 대기오염 저감 숲을 조성하며 긍정 행동을 지속하는 듯했다. 그러나 2019년, 그동안 대기오염 배출량을 조작한 사실이 밝혀지며, 부정 행동을 나타내는 기사가 급증했다.


<기업행동 분석> 건강(3) 목표의 7번째 세부목표 “유해 화학물질, 대기, 물, 토양오염으로 인한 사망과 질병을 줄인다.”에 대한 A 기업의 행동을 기간별로 분석했다. ⓒ 만점팀

 

조금 더 나아가서

수많은 언론자료는 기업들의 행동을 담고 있었고, 하나씩 되뇌어 보니 얼마 지나지 않은 사건·사고들이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시민연구 과정에서, 기업의 잘잘못을 알리고 점수를 매기는 등 가치지향적 소비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보았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해 언론자료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세부적인 사건들까지 지도로 정리한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이성진 정책실장님, 그리고 영국의 4만여 개의 기업을 평가해 점수를 매기고 가치지향적 소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Ethical consumer’가 인상 깊었다.

가치지향적 소비에 관한 시민연구는 함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해가는 과정 그 자체로 우리에겐 의미가 있었다. 생각만큼 수월하진 않았지만, 걸림돌이 어디에 얼마나 많은지, 또 어떻게 빼면 좋을지 고민하고 시도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언젠가 우리의 과정과 연구 결과가 같은 관심을 가진, 혹은 이미 노력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닿아 작은 도움이 되길 기대해본다.

* 각주
1) [분석 방법] : 언론 자료에 대한 인식을 분석하기 위해 5점 척도로 질문에 동의하는 정도를 물었다. 평균 3점을 기준으로 3점 이상일 경우 긍정 인식, 3점 이하일 경우 부정 인식으로 해석했다. 또한 긍정 및 부정의 강도를 측정하기 위해 “(긍정응답자-부정응답자)/전체응답자”를 지표로 사용했다. 해당 값이 –1부터 –0.5 사이의 값일 때 강한 부정, -0.5부터 0 사이의 값일 때 약한 부정, 0부터 0.5 사이의 값일 때 약한 긍정, 0.5부터 1 사이의 값일 때 강한 긍정으로 판별할 수 있다.

화, 2020/01/2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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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인이든, 탈북인이든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 – 시민연구자 김명애 님

북한에 관심이 많아 탈북청소년의 한국 적응을 돕고자 꾸준히 만나왔다. 이번 연구를 진행하려고 만난 탈북 청소년 중 한 명은 3년 전에 수줍게 인사만 나누던 학생이었다. 당시 나와 이야기를 나눌 때 눈도 전혀 못 마주치고, 핏기없는 낯빛에 머리가 아프다며 힘들어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만나니 까르르 웃어댈 정도로 어찌나 밝아졌는지, 너무나 달라진 모습에 믿기지 않아 어리둥절했다.

“무엇이 널 이렇게 웃게끔 했니?” 어쩌면 내가 하려는 연구인 탈북청소년의 한국사회 적응에 미치는 긍정요소에 대한 직접적인 답이 될 수 있는 질문을 조심스럽게 던져봤다.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전문상담사에게 여러 번 상담을 받았는데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난 누구? 여긴 어디?” 아마 누구나 이런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복잡한 상황에 놓인 적이 한 번쯤은 있었을 것 같다. 이 친구도 목숨을 걸고 탈북을 시도해 어렵사리 한국에 왔지만, 모두가 바쁘게 살아가는 현 사회에서 북한에서 힘들게 왔다고 해서 특별히 따뜻한 눈빛이나 손길을 내미는 것 같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인이라고 하기에 뭔가 이상하고, 그렇다고 북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더욱 겁나는 상황에서 ‘나는 누구인가’에 관한 고민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고민에 대한 답을 찾게 된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점차 알면서 한국에서의 생활이 점차 편안해졌다고 한다.

자아정체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누군지를 알지 못하면 북한 사람이든 한국 사람이든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아~ 이게 나지. 맞아! 이 모습이 나야.”라고 하면서 심리적, 사회적 안정을 찾게 된다.

흔히 사춘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부르지 않는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자신을 바라보며 어린이도 아니고 성인도 아닌 어중간한 신체적 변화와 함께 남성과 여성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정체성을 혼란을 느꼈는지 되짚어 보면 그때의 심적 고통이 떠오를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 싶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고려해 나를 포장하기보다는 상황 그대로의 나를 있는 그대로 오롯이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사회라는 곳에 적응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알았다. 또 주위에 자신을 돕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들에게 얼마나 큰 소속감과 안정감을 주는지 알 수 있었다.

언제든지 기댈 수 있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고 감사하는 탈북청소년을 바라보는 내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음을 느꼈다. 앞서 말했던 그 친구는 한국에서든 북한에서든 바다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 친구의 말에 함께 바다 여행을 떠나자고 약속했다. 기대감이 가득 찬 눈빛과 너무 행복한 모습에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걸 다시 깨달았다.

탈북청소년의 한국 문화 적응을 위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간호의 긍정적 요인을 연구하면서 어찌 보면 한국, 북한 나눌 것 없이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현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긍정 요인을 연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쓴 현실 앞에서 탈북청소년에 관한 연구를 발판으로 아파하는 한국의 청소년과 나아가 전 세계 청소년에게 가장 필요한 긍정 요인을 찾아주고 싶다. 그들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서 나아갈 수 있는 요인을 알아가는 연구로 점차 확장되길 기대한다.

[칼럼] 남한 사회에 적응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야 – 시민연구자 백성희 님

청소년 시기는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고 성인기를 준비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탈북한 청소년은 북한에서 태어나 북한의 교육을 받다가 중국 등 제3국을 거쳐 또 다른 적응 시기를 보낸 후 남한으로 들어온다.

남한 사회라는 세 번째 다른 세상에 놓이며 자신의 역할에 많은 혼돈을 겪는다. 기본적인 지지체계인 가족은 해체되거나 상실된 상태이다. 지지체계의 상실과 함께 남한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연결된 교육을 받지 못해 학력이 결손 난 상황에 놓인다.

하나원을 통한 교육 이후에는 학교에 다니지만,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교사나 친구들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중도 탈락률이 일반 중고등학교와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청소년 시기는 곁으로 보이는 자신의 신체상이 매우 중요하다. 남한으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청소년은 외모와 말투가 확연히 다름으로 드러나지 않은 낙인을 경험한다. 여러 과정을 거쳤기에 또래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도 흔하다.

북한에서 왔다고 특별하게 인식되면서 겪는 불편함도 있다. 많은 탈북청소년이 일상생활에서 겉으로는 남한 사회에 적응을 잘하는가 싶어도 우울과 불안과 같은 내면화된 정서 반응을 보인다. 남한 사람에 의해 드러난 낙인과 스스로 지닌 숨겨진 낙인으로 낮은 자존감, 수치심을 겪는다.

탈북청소년이 남한 사회에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이루는 긍정적인 요인이 무엇일까. 많은 연구에서 사회적 지지수준이 높을수록 심리·사회적인 적응과 일상생활의 적응수준이 높은 결과를 보였다. 지지체계를 만들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남한 사람들이 모르고 있어서 갖는 편견을 극복할 수 있었다.

남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교육과 사회에서 제공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남한으로 오기까지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이후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잠재적인 심리적 문제들은 공식적인 지지체계보다는 비공식적인 소집단에 참여하고, 여기에서 상호작용하면서 정보를 나누기도 하고, 정서적인 문제를 스스로 극복하기도 하는 경우를 봤다.

그만큼 소집단이 활성화되고 지지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청소년 시기에 맞는 교육, 각각의 상황에 맞는 맞춤 교육을 하면서 한국사회의 심리·사회·문화적 적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새터민은 우리 사회의 편견으로 인해 신분이 노출되었을 때 받게 되는 불이익에 대한 우려로 대부분 자신을 숨긴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하면서 모든 편견에 맞서서 곳곳에서 사회인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 새터민을 만났다.

청소년기에 탈북해 남한 사회의 여러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성인에 이른 한 새터민은 남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다른 사람들을 돕고 자신이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직접 경험하고, 극복했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정서적인 지지체계를 형성할 수 있으리라 본다.

탈북청소년에게 남한에 와서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이냐고 질문했을 때 자유를 얻은 것이라고 했다. 꿈에 부풀어 바다에 가고 싶다고도 했다. 남한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곳이라는 마음이 들어서 좋았다고 한다.

‘자유’라는 단어를 다시 떠올렸다. 스스로 옭아매거나 다른 사람에 의해 구분될 때 자신이 자신의 자유를 빼앗아 버릴 수 있다. 지키고자 하는 자유가 단단히 지켜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는 누구이고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발견하는 청소년기에 남한 사회에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적응에 성공해 안정을 찾길 바란다.

[칼럼] 탈북인 그들이 가진 고유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 – 시민연구자 정란 님

이번 연구를 진행하며 공동체 의식에 관해 생각했다. 공동체란 소속감과 안정을 대표하는 사회적 구성에 기본 관념이다. 이와 관련해 인간의 기본욕구 중 소속과 안정의 욕구에 대한 결핍은 상위욕구를 향하는 열정마저 사그라지게 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제3국을 통해 남한으로 넘어오려는 욕구는 생존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들이 남한에 정착하는 데 필요한 두 번째 욕구는 소속과 안정감이다. 그렇기에 하나원에서 사회화를 위한 교화 교육을 받고, 세상에 나오게 되었을 때 얼마나 큰 벅참과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을지 탈북청소년과의 대화에서 알 수 있었다.

간접적으로 겪은 경험담으로는 그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글로 옮겨쓸 수 없을 듯하다. 그간 탈북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거리감은 청소년기 탈북민과 교류하면서 나에게도 그들을 향한 선입견이 있었음을 깨닫게 했다.

또 그들은 유학생과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깝고도 먼 북한 땅에서 다른 문화와 교육을 받았기에 사상과 가치관이 우리와는 완전히 다를 것 같았는데 실제 만난 탈북청소년은 새로운 문화를 동경하고 또 받아들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한국문화에 하루빨리 적응하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헤매는 여느 유학생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어쭙잖은 나의 섣부른 통찰력과 무분별한 조언은 그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행에 신중함을 기하고, 젊은 연구자의 장점으로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과 관련해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

그러나 이것 또한 나의 자만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난 왜 그들이 우물 안 개구리와 같다는 여기며 정보를 주어야 하는 대상으로 느꼈을까. 정작 우물 속에 있던 사람은 연구자 나 자신이었음을 알게 되어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탈북청소년은 나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하고 확고한 자아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과 만난 모임에서, 그리고 나눈 대화에서 자아 성찰을 하며 발전을 꾀했고, 그들에게 소속의 안정감을 주려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고 접근하기로 했다.

탈북청소년이기에 최신 추세에 민감하고 빠르게 흡수할 수 있을 거라고 본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처지를 바꿔 생각하면 나 역시 외국에 나가서 그곳의 경향과 유행을 따라가기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강점을 찾아주는 것으로 방향성을 잡았다.

빨갛게 머리를 물들인 남자 탈북청소년은 탈북한 지 갓 1년이 지났을 때였다. 북한식 말투와 억양이 강해 나서서 말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듯 보였다. 그래서 그가 관심을 가질만한 정보를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대화의 폭을 넓혀나가다 보니 교우관계에 문제가 있어 한국에 온 이후 학교를 여러 번 옮길 수밖에 없던 사연을 자연스럽게 털어놓았다.

이를 통해 탈북청소년과 정감 어린 교감을 했고, 탈북청소년이 아닌 평범하게 청소년기를 겪고 있는 고등학생의 멘토가 되어 편안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대화를 통해 “우리”, “함께”라는 소속감을 심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친구는 같은 여성이라는 성별을 앞세워 진학과 결혼, 육아에 대해 소탈하게 이야기를 나눴고, 미래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을 공유하며 연대감을 가질 수 있었다. 이외에 꿈과 관련해 현재의 불안함과 이를 해소하는 방법을 나눴고, 탈북이 약점이 아닌 강점이 될 수 있다며 힘을 북돋웠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거창하게 생각했던 연구과제는 생각 외로 단순한 문제로 다가왔다. 소속감과 안정은 협회나 단체를 통해서만 충족되는 게 아니라는 걸 새롭게 발견했다. 개인적으로 연구라는 거창한 단어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막연함이 있었다. 나의 관심과 호기심에서 시작된 문제점이지만 풀어내기엔 너무 큰 과제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과제를 수행하면서 위대한 발명은 대부분 호기심이 계기가 되어 시작되었음을 다시 깨달았다. 그러한 호기심으로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무척 감사함을 느낀다. 연구주제가 포괄적이지만 대상자를 선정함에는 어려움이 큰 연구다.

탈북이라는 특성상 가명을 사용하는 사람도 많고, 특히 청소년기를 겪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이번 연구로 즉각적인 변화를 도모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건 그들의 삶에 있어서 소속과 안정은 다음 욕구와 자아 성찰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 자부한다.

화, 2020/01/2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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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광장에 부는 페미니즘 – 시민연구자 박재승 님

우리는 되돌릴 수 없는 바람 속에 광장으로 나간다. 바람이 여성을 부른 것이 아니라 여성이 바람을 불렀다. 아무도 부르지 않았기에 그들을 반기는 것도 그들 서로일 뿐이다. 그럼에도 여성은 하늘 가장 가까운 곳으로 마이크를 들었다. ‘우리의 문제는 한 번도 끝난 적이 없어.’ 나는 그런 마음으로 여성의 광장을 촬영해왔다.

여성의 목소리는 광장 밖으로 나가 일상으로 들어가는 순간 다른 목소리에 비해 훨씬 빠르게 사라진다. 나는 그것들이 사라지게 놔두기 싫었다. 페미시국광장을 주시한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당시 ‘버닝썬’에 대한 의제를 놓치지 않는 시위는 이곳이 유일했다.

페미시국광장에 처음 갔을 때 다 같이 모리바야사(Moribayassa) 춤을 췄다. 모리바야사는 서아프리카 기니 북동쪽에서 여성들이 기쁨을 나누고 싶을 때 추는 춤이다. 성차별에 대항하는 힘과 의지를 북돋기 위해 준비한 퍼포먼스라고 했다.

그때 추석을 앞둔 시점이었다. 광장에서 나와 수차례 버닝썬 수사와 검찰 개혁 등의 공적의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서 추석 명절의 스트레스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의 문제는 공적이었고, 그것은 다시 사적이었으니 여성의 삶은 속속들이 모든 것을 고발해도 모자란 지경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 뒤로 10차까지 페미시국광장은 쉬지 않고 이어졌다. 10차 집회가 마지막이었는데 강간죄개정을 두고 머리에 빨간 두건을 둘렀다. 시위 현장에 도착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그 광경을 보던 노년의 남성이 웃으면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저기 봐. 민주노총이야. 서초동 시위를 여기에서도 하나 봐.”

이때가 서초동 시위와 맞물려 검찰개혁의 의제가 광장 내에 한참 퍼지는 시기였다. 그리고 10차에서는 강간죄개정이라고 적힌 빨간 두건을 머리에 두르고 있었기에 이를 노동궐기로 착각했던 것 같았다. 웃겼다. 그리고 동시에 마음 한편이 뒤척거렸다.

어떻게 보면 강간죄 개정은 여성에게 노동 운동이기도 했다. 왜냐면 여성이 직장 내에서 노동을 안전하게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강간죄 이슈가 잘 해결되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투쟁의 상징인 빨간 두건을 사용한 것도, 강간죄 개정은 정말 ‘투쟁’이며 그것은 더 남성의 얼굴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기에 그랬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불러일으킨 오해를 풀 길이 없어서 그랬는지, 이것이 새삼스러운 감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엇인가 마음을 계속 들쑤시는 걸 막을 길이 없었다.

이후 행진 때의 기억은 더 선명하게 남았다. 한 시간 넘도록 긴 행진을 하고 광화문 앞으로 돌아왔을 때 마주한 광경은 그야말로 ‘광장’이었다. 광화문 앞에는 서초동 시위의 연장선인 집회가 큰 무대 구조물 사이로 조명 빛과 노래를 흘리고 있었고, 반대편 길에는 그에 반하는 집회가 열려 수많은 소리와 다른 외침이 한 공간에 섞여 있었다.

페미시국광장의 행렬은 사이를 지나가며 강간죄 개정과 검찰개혁을 외쳤다. 같은 검찰개혁 의제를 외치고 있는데 다른 집회던가, 아니면 같은 집회던가. 그 생각을 안고 광장의 한 가운데를 넘어보며 걸어 내려왔다.

페미시국광장 10차의 참여자 수는 백 명을 겨우 조금 넘겼다. 서초동 시위의 규모가 아주 컸던 것을 보면서 의제 집중의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했다. 문제는 그곳에 있지 않았다. ‘여성시민의 의제는 과연 광장의 중심에서 발화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사념이 되어서도 떠돌아다닐 것 같은 오랜 고민이었으나 그날 따라 한참 맴돌았다. 버닝썬 수사에 대한 의제, 불법촬영물 카르텔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검찰개혁을 말하는 것은 순서를 따지기 이전에 여성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여성에게 강간죄 개정과 남성카르텔과 검찰개혁, 불법촬영카르텔은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 시스템의 권력관계가 여성의 삶 곳곳에 존재하는 아주 미세한 이야기가 맞닿아 있다. 그렇기에 여성의 시국은 일상의 두려움에서 버닝썬 수사와 양진호 카르텔로 이어지고, 검찰개혁에 대해 말하다가도 설·추석과 같은 명절에 독박으로 소진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광장에 한 개 의제가 아니라 열 개 의제가 나오게 된 것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과연 필연적인 것을 새롭다고 볼 수 있을까. 페미시국광장의 열 가지 의제의 등장을 새로운 형태의 광장이 유의미한 것으로 보고 연구를 시작했으나 그것은 사실 필연적이다.

어떤 공적 담론에서도 본인의 의제가 우선하지 못하고 밀려나는 삶을 지속하는 자에게는 공적 담론과 사적 담론은 구분되지 않는다. 일상과 공공(public)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둘 중 하나가 해결되려면 다른 하나가 해결되어야 한다. 일상에서 안전은 버닝썬의 강간 문화가 사라지지 않으면 영위할 수 없고 버닝썬 수사는 검찰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여성 시민은 열 개 의제가 계주를 달리듯이 이어지는 것을 그다지 새롭지 않게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특정한 의제에 공감하기보다 이 흐름 자체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듯이 달려야 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일상 정치라는 것은, 분명히 따로 존재하는 독립적인 영역이지만 공적인 것으로 담론화 못했기에 일상의 것으로 밀려난 자들의 정치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광장의 형태가 새로운 운동 네트워크-미시맥락적 동원 네트워크-를 부르는 것일까. 아니면 언론이나 정부로부터 알림 받지 못한 이들의 네트워크는 사적 네트워크를 통해 구성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연구를 마무리 지을 때는 이것을 중점적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바람은 멈추지 않는다. 어떻든, 어떤 경로든 비집고 스며들어 광장에 맴돌게 된다. 그 경로가 아무리 사적인 통로가 될지라도 결코 좁지마는 아닐 것이다.

[칼럼] 필연(必然)의 운동: 90년대생의 페미니즘운동 – 시민연구자 소정 님

“조선일보 폐간하라”라는 문구가 흔들리지 않던 조선일보 건물을 뒤덮었고 나의 SNS엔 친구와 함께, 동료와 함께 붉은 머리끈을 동여매고 나선 인증샷이 피드를 가득 채웠다. 7월 12일부터 9월 28일까지 두 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어진 페미시국광장이 보여준 모습들이었다.

1997년생인 나에게 거리로 뛰어나가 목소리를 외친다는 건 필연인지도 모른다. 2014년엔 나와 동갑인 친구들이 가라앉는 와중에도 수능영어기출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외치는 어른들 틈에 진절머리가 났다.

행동할 용기는 없고 숨은 탁탁 막혀와서 친구들의 손을 부여잡고 매일같이 어떤 감정인지 모르는 수많은 감정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2016년 그 감정이 분노이고, 공포이고, 두려움이었다는 걸 찾아가면서 대학교에 입학해 1년을 보냈다.

그러던 중에도 강남역에서 누군가 살해 당했으며 고등학생 때 미처 말하지 못한 성폭력 사건이 공유됐고 디지털성범죄 피해를 호소하던 주변인은 생사의 길목에 섰다. 그 모든 시간을 거쳐 2016년 말에는 먹먹한 마음을 풀어내기라도 하듯 광화문에, 시청에 우리는 모여들었다.

2016년 촛불집회는 정권을 교체해내는 쾌거를 이뤘지만, 우리의 분노와 먹먹한 응어리는 여전히 남아 사라지지 않았다. 2018년 미투운동은 언어화되지 못한 수많은 성폭력 사건들을 수면 위로 떠올렸지만 동시에 문제 해결이 절대 쉽지 않다는 절망을 느끼게도 했다. 풀어지지 않는 응어리진 마음들은 모이고 모여 다시 우리를 시위 현장으로 이끌었고 우리는 광장에서, 길거리에서, 학교 동아리에서 그렇게 다시 만났다.

누군가는 사회운동의 사회라고 말한다. 사회운동이 사회 내에 하나의 영역(sector)으로 자리 잡아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창구가 될 수 있다고 전한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의 목소리가 과연 사회에서 하나의 영역을 구성할 만큼 견고한가’라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할 것 같다. 사회운동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조차 일반 시민이 남성으로 상정된 이상 여성의 목소리는 배제되거나 타자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운동의 불씨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에 대한 고발과 남성권력카르텔에 대한 문제 제기는 페미시국광장 한참 전부터 이뤄졌다. 페미시국광장 이전에도 오랜 기간 고발의 역사가 있었고, 저항의 역사가 있었으니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성폭력 문제는 친한 몇몇 사이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기도 했고, 피해자들은 용기를 내어 언론을 향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역사가 뿌리 깊은 남성 중심의 권력을 뽑아내기에는 그 권력의 뿌리가 너무나 견고했다.

사회학자 래윈 코넬은 안토니오 그람시가 재정립한 헤게모니 개념을 차용해 ‘헤게모니적 남성성’을 제안했는데 이 권력의 뿌리를 이해하기에 적합한 개념이다. 헤게모니는 개인이 벗어나고자 해서 쉽게 벗어날 수 없고 벗어나기 위해서는 저항이나 협상을 통해 대가를 치러야 한다. ‘헤게모니적 남성성’은 이들이 쉽게 벗어날 수 없도록 사회 전반적으로 성별 역할 및 지위에 관여하고 기존의 가부장제와 남성중심적 권력 체계를 유지한다.

1990년대생에게 이 헤게모니는 일생에 거쳐 강력하게 작동했다. 그러나 2014년, 2016년, 2018년에 걸쳐 헤게모니가 ‘평화롭게’ 굴러가기 위해 탄압과 폭력이 전제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화했다는 게 90년대생의 특징이다.

앞서 언급했던 무수히 많은 사건과 90년대생보다 앞서 길거리에서 사회운동을 이끌었던 사람들의 역사는 작게 나마 90년대생에 저항의 싹을 틔웠다. 학교를 다니며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한 또래는 동아리를 만들거나 주변 지인들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연대를 이끌어나갔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전진했다.

그렇게 사회 운동을 체화한 세대에게 열 개 의제는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90년대생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느꼈던 응어리를 토해내는 광장이었다. 응어리와 공명하는 지점을 명확하게 포착하고 그 문제의식을 기존의 집단과 공유·연대하면서 사회운동은 일상이 됐다.

과연 어떤 삶을 살아온 것일까. 공유된 토대 위에서 개인이 각자 쌓아 올렸던 경험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무엇에 공명해 이들은 시위에 참여했는지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감정과 경험을 어떻게 체득했는가에 따라 페미시국광장의 원동력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응어리져있는 우리의 감정들, 우리의 경험을 펴내고자 한다.

화, 2020/01/2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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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이나 시청, 도청 등 지방정부의 활동과 정책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에게 가깝게 전달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정부의 대처로 공공기관의 정책과 조치가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일상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행정의 정책 결정 과정이 공론화를 통해 진행되면서 많은 이슈가 있었습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과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과정의 경우 정책 결정에 시민이 직접 참여한 사례로 언론을 통해 크게 조명받았던 일입니다. 우리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정책 방향에 시민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요?

행정에서도 절실한 시민참여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 국가, 정부의 역할에 대해 드러난 문제의식을 살펴보겠습니다. 오일쇼크와 재정위기 상황에 정부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관료제의 경직성과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문제의식이 나타났습니다. 후에 ‘신공공관리론’으로 불린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 운동 하에 공공서비스에 시장경쟁구조가 도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시민은 과거 ‘수혜자’에서 ‘소비자’로 인식되기 시작한거죠.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정부 지출 삭감, 규제 완화, 공무원 인원 감축 등으로 지방정부의 운영과 기능이 취약해집니다. 이 과정에서 공공서비스의 민영화로 복지 사각지대 등 우수한 소비자가 아닌 시민은 소외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90년대 들어서는 시민의식이 고조되는 사회현상 속에서 정부와 민간(기업), 시민사회 간의 네트워크를 통한 새로운 거버넌스가 등장합니다. 고객 관점으로 치부되던 시민이 공공서비스 결정에 참여하고, 공공의 과제 해결에 시민참여가 중요해지는 계기가 발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IMF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이 시민의 참여로 극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고, 시민의식 또한 지속해서 성장하면서 정부와 민간(기업), 시민사회가 협력하는 구조가 형성되었습니다. 최근에는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위기’, ‘경제적 빈곤 및 삶의 질 저하’, ‘사회적 참사에 대한 국가 안전망 부재’ 등 정부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복잡한 사회문제가 발생하면서 시민참여를 바탕으로 한 협력적 거버넌스, 즉 ‘협치’를 통해 대응하는 방식이 자리잡게 된 것이죠.

협치? 거버넌스? 숙의로!

숙의의 사전적 의미
‘숙의(熟議, Deliberation)’
“깊이 생각하여 충분히 논의함”, 또는 “한 주제에 대한 충분하고 깊은 고민”, “어떤 사건을 깊이 있게 고민하는 정규적인 토론”

지역주민 간 또는 이익집단 간 갈등을 해결하거나, 경제위기 극복과 삶의 질 향상과 같은 경제적, 사회적 과제를 극복하는 등 여러 상황 속에서 시민참여 방법으로 숙의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숙의를 활용하는 목적으로는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 모든 사람들의 상호작용과 함께 합의까지 도달하는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요. Ecran과 Dryzek의 숙의민주주의 연구에서는 합의까지 도달하지는 않더라도 동등한 권리를 갖고 참여하는 사람들 간의 상호 이해를 추구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즉, 숙의민주주의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숙의 과정을 통해 시민 스스로 소통과 참여에 대한 학습과 의사결정의 합리성과 질을 높여 공동의 이익을 창조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가 됩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숙의는 시민의 권리와 책임에 바탕을 둔 논의를 촉진하여 정부와 소수의 전문가 위주가 아닌 시민의 주도로 시민주권의 시대를 열어가는데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죠.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시민주도가 강화되고, 시민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며,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숙의의 기능은 “시민의 직접적인 참여로 의사결정과정의 정당성을 찾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과거 권한을 가진 소수 정치인의 결정에 의하거나, 법적, 제도적 절차만으로는 더 이상 정책 결정의 정당성을 얻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숙의 방법을 소개합니다.

행정의 입장에서 시민의 직접적인 참여로 의사결정과정의 정당성을 찾아가는 과정인 숙의 방법에는 여러 유형이 있고 각 유형마다 나름의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습니다. 기본 구성은 ⓵기획·준비 단계(의제선정/학습, 숙의 유형 선택 및 과정 설계), ⓶진행 단계(참여자 모집 및 선정, 정보 공유 및 학습, 토의·토론), ⓷마무리 단계(결론 도출 및 공표, 피드백 & 모니터링)로 볼 수 있습니다.

행정이 숙의 방법을 활용하는 목적으로는 ▲특정 정책에 대한 문제해결, ▲정책구상, ▲비전 제시, ▲의제 선정, ▲사회적 논의, ▲우선순위 설정, ▲구체적 대안의 선택 등으로 나눌 수 있고, 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숙의 방법으로는 ⓵시민배심원제, ⓶합의회의, ⓷시나리오 워크숍, ⓸공론조사, ⓹타운홀 미팅 방법 등이 있습니다.

최근 희망제작소에서는 시민참여, 직접민주주의 실현을 고민하고 있는 춘천시와의 협업으로 숙의과정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앞으로 다섯 번의 연재를 통해 다양하게 정리된 주요 숙의 방법에 대한 설명과 사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숙의 방법은 시민배심원제로 음식물자원화시설 건립을 추진한 울산 북구의 사례입니다.

화, 2020/03/03-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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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정책에 참여하는 일은 일상처럼 가까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우리 주변에는 정보공개, 시민참여예산, 온라인 플랫폼 등 시민이 요구하고, 행정이 답하는 다양한 형태의 참여 통로가 꾸준히 마련되고 있습니다.

특히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시민주도가 강화되고, 시민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며, 깊이 생각하고 논의할 수 있도록 활용되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숙의’입니다. 숙의 유형으로는 ⓵시민배심원제, ⓶합의회의, ⓷시나리오 워크숍, ⓸공론조사, ⓹타운홀 미팅 방법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숙의 유형들은 특정 정책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정책구상, 비전 제시, 의제 선정, 사회적 논의, 우선순위 결정, 구체적인 대안을 선택할 때 활용됩니다.

지난 글에서는 숙의 방법 중 시민배심원제 사례로 울산 북구(링크)의 사례를 전해드렸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숙의 방법 중 두 번째, 합의회의 방법과 사례를 전해드립니다.

숙의를 위한 시민주도 학습과 토론

합의회의는 주로 가치 갈등적 공공 사안이나 공적규제가 요구되는 사회적 논쟁에 대해 전문가 패널과 시민 패널의 질의응답 및 토론 등을 거쳐 특정 주제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는 숙의적 문제해결 방식입니다. 즉, 갈등이 예상되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시민과 학습하고, 시민 주도로 전문가에게 의견을 묻고 공론화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회의입니다.


1980년대 덴마크에서 유전 공학 분야에 대한 시민 의견을 모은 것을 시작으로 확산된 합의회의는 이후 의학뿐 아니라 과학기술, 사회, 윤리 등 사회적 이슈로 논의 범위가 확대되었습니다.(참고기사: 링크)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유전자 조작 식품의 안전과 생명윤리’를 주제로 합의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탐구형 합의방식 모델, 합의회의

합의회의는 기획 → 준비 → 시민 패널 선정 → 예비모임(사전회의) → 전문가 선정 → 본회의 → 결론 도출 순으로 진행됩니다. 먼저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를 배제하고 구성되는 시민패널은 일반 시민이 중심이 되어 주제에 대한 학습과 반복적으로 질문을 만드는 사전회의 시간을 갖습니다.

본회의에서는 시민이 준비한 질문에 대해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가패널이 직접 응답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응답을 토대로 시민패널의 토론은 반복해서 진행되는데, 이때 시민패널과 전문가패널 사이의 논의 또한 진행되며, 시민 구성원의 합의로 최종적인 결론을 도출합니다.

합의회의는 사전에 제공된 자료를 통한 학습을 기본으로 주제에 대한 반복적인 질의응답을 통해 시민 주도로 탐구하는 동시에, 주제에 대한 시민의 기본 합의를 이끌어냅니다.

국내 첫 합의회의 주제, 유전자조작 식품(GMO)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1997년 제29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된 ‘인간게놈과 인권에 관한 보편선언’에 따라, 생명윤리에 관한 논의를 국내에 촉진하기 위해 1998년 생명윤리에 관한 국내 최초의 합의회의를 개최하기로 하고, 전문가 자문을 통해 ‘유전자 조작 식품’을 주제로 선정했습니다.

사전준비, 예비모임, 본회의 순으로 진행된 합의회의는 사전준비 단계에서 3~5명으로 조정위원회가 구성되어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홍보와 시민패널 선발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시민패널로 총 14명의 시민을 선발했는데 여기에는 주부, 회사원, 자영업자, 농민, 노동자, 학생, 연구원, 공무원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20~60대 연령층이 골고루 포함되었습니다. (참고자료: 시민패널보고서 보기)

시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전문 영역

예비모임은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1차 예비모임에서는 시민패널이 전문가로부터 유전공학에 관한 기초지식을 학습하고, 본회의에서 제시할 질문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차 예비모임에서는 본회의에서 다룰 7가지 주요 질문을 선정했습니다.

최종 정리된 질문에 따라 조정위원회는 각 질문에 대답할 전문가패널(유전자조작 식품 개발자, 환경문제 전문가, 농업 전문가, 생명윤리학자, 식품안전규제 담당 공무원, 소비자 단체 및 기타 시민단체, 과학교육 전문가 등)을 구성했습니다.

본회의는 3일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언론과 입법 관련 공무원,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방청객까지 참여하는 열린 회의로 1일 차에는 시민패널이 선정한 7개 질문에 대한 전문가 패널의 주제발표가 진행됐습니다. 주제발표 후 시민패널이 추가 질문을 작성했습니다.

2일 차에는 시민패널이 전문가패널에 추가 질문을 하고, 청중도 질문할 수 있는 열린 토론을 진행했고, 이를 토대로 시민패널이 합의한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이어 국회의원, 정부 정책담당자, 시민사회단체인사, 생명공학 분야 인사, 시민 등이 참석해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첫 합의회의, 성과와 한계

유전자조작 식품에 관한 합의회의는 당시 사회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유전자조작 식품 이슈를 공론화시키는 데 기여했습니다. 시민이 수동적 객체가 아닌 바람직한 과학기술을 지향하는 쪽으로 발언하는 능동적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시민의 능동적 참여로 결과가 나왔음에도 정치권의 반응은 미온적이었습니다. 국회에서 1998년 국정감사 자료집을 통해 합의회의 개최 사실을 소개한 사례가 있으나, 정부 부처들은 시민이 참여하는 형태의 행사가 유전자조작 식품에 대한 반대로만 여겨질까 우려했습니다.

합의회의에 정책결정자가 직접 참여하지 않은 것은 물론, 시민패널의 최종보고서를 관련 부처에 전달한 이후에도 어떤 반응과 사후조치가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이처럼 시민이 직접 도출한 합의를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의미가 퇴색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합의회의 과정을 거쳐 도출된 결과를 어느 단위에서 어떻게 반영할 것 인지에 대한 설계도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 시민참여의 통로가 점점 더 다양해지는 만큼 합의회의와 같은 숙의 방법에 참여한 시민이 가시적인 변화를 체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민과 함께 하는 숙의 과정이 단순 참여나 구색 맞추기가 아닌 정책이나 제도에 실질적인 반영과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 글: 안영삼 미디어센터장·[email protected], 이규홍 대안연구센터 연구원·[email protected]

화, 2020/04/0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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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참여의 방법으로 다양한 워크숍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워크숍은 다수의 참여자가 하나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활하게 토론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지방 행정에서도 주민의 의견을 고루 취합하고, 아이디어 발상을 돕는 도구로써 워크숍을 구성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에서는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워크숍 기법을 묶어 <희망드로잉 26+ 워크숍 활용설명서>를 펴내기도 했습니다. (무료 PDF 내려받기)

시나리오 워크숍, 다양한 경험과 관점을 반영하는 도구 

숙의 과정에서도 주민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청취하고, 시민 참여의 폭을 넓히기 위해 워크숍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숙의 유형(⓵시민배심원제, ⓶합의회의, ⓷시나리오 워크숍, ⓸공론조사, ⓹타운홀 미팅 방법 등) 중에서 시나리오 워크숍은 지역의 발전 계획 입안과 미래 전망을 평가하는 도구입니다.

시나리오 워크숍은 전문가와 과학자가 시나리오를 개발해 지역 시민에게 제시한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전통적인 시민참여 방식에서 유래했습니다. 갈등이 많은 현안을 다룰 때 상호 간 이해 및 신뢰를 쌓는 데 활용되는데 1990년대에 이르러 덴마크 도시 정책에 관한 결정에 시민의 능동적인 참여와 촉진을 도모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했습니다.

 

사회적 역할 그룹에 따라 논의하고, 교류하고

시나리오 워크숍은 시민, 정책 결정자, 이해관계자, 전문가 등 역할에 따라 25명 내외로 참여자를 구성합니다. 시나리오를 작성하기 위해 공론화 주제와 관련한 학습 자료를 모든 참여자에게 제공합니다.

역할 그룹 별로 작성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모든 참여자들은 각자의 경험, 지식, 관점에 근거해 긍정적/부정적 측면에서 바라보며 시나리오의 공통된 주제를 도출합니다.

이어 역할 그룹을 섞은 뒤 주제 그룹으로 구성해 시나리오에 대한 의견과 비전을 함께 제시합니다. 역할 별로 구성한 그룹을 섞어서 다시 주제 그룹으로 구성하는 이유는 숙의 과정에 여러 주체의 관심사를 균형 있게 수렴하기 위함입니다.

각 시나리오 별 전체 토의를 통해 주요 비전을 확정하면, 마지막으로 현재 여건과 장애 요소를 고려한 실현 가능한 계획을 수립하고 구체화합니다.

위 과정으로 진행된 시나리오 워크숍은 사회적 역할 그룹 간에 개선된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정책적 의사결정에 시민의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또 전문가, 정책결정자, 이해관계자, 시민 그룹 등 다양한 역할 그룹이 만든 가상의 시나리오가 지역과 각 단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 과정에서 우려 지점과 보완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함께 고민할 수 있습니다.


▲<희망드로잉26+워크숍활용설명서> 중 시나리오워크숍 시트 발췌

 

국내 시나리오 워크숍 사례 : 2022학년도 대입개편을 위한 공론화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대구광역시의 지역에너지계획 수립과 2018년 국가교육회의 주재로 2022학년도 대학 입시 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 과정에서 시나리오 워크숍이 활용되었습니다. 이 중 2020학년도 대학입시제도개편 공론화 과정을 사례로 소개합니다.

교육부는 2021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기 위해 여론 수렴 절차를 추진했으나 개편 방향에 대한 교육 주체 간의 이견이 크고,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개편 과정을 1년 유예하되 대학입시제도 전반을 대통령 직속인 국가교육회의가 숙의 공론화를 통해 권고안을 제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2018년에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 과정을 추진했습니다.

국가교육회의는 공론화 의제를 선정하고, 시민참여형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와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이중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2018년 6월 16일부터 이틀 간 대입제도개편 공론화 의제 선정을 위한 시나리오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시나리오 워크숍에는 공론화 의제로 활용될 시나리오를 마련하기 위해 대입제도 개편의 이해관계자인 학생, 교원, 학부모, 시민단체, 대학관계자와 대입제도 전문가 등 5개 그룹 각 7명씩 총 35명이 참여했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 국민제안 열린마당, 이해관계자·전문가 협의회, 좌담회 등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참여했던 관계자 중심으로 참여자를 선정했습니다.


‘대입제도개편’이라는 주제로 참여자 간 대화와 토론을 거쳐 의제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시나리오 워크숍에서는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비전을 공유 및 논의하고, 공유된 비전 및 공론화 범위 대상에 대한 입장을 반영해 시나리오(안)를 마련했습니다.

이어 그룹별 도출된 시나리오(안)를 공유하고 전체 논의를 통해 공론화 의제를 도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유된 비전 및 공론화 범위 대상에 대한 입장을 반영해 재구성된 집단 별 시나리오(안)를 전체 논의해 공론화 의제를 만들었습니다.

이틀에 걸친 시나리오 워크숍 결과 참여자들은 총 4개의 시나리오(공론화 의제)를 제안했습니다. 이후 공론화위원회에서는 국민 대토론회, 미래세대 토론회, TV 토론회 등을 통해 공론화 의제를 전 국민에게 확산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또 4개의 공론화 의제를 바탕으로 총 17일간 대국민 공론조사(전화조사)를 실시했습니다. 20,000명의 응답자 중 시민참여단에 참가 의향이 있는 6,636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추첨을 통해 550명의 시민참여단을 선정했고, 이들과 함께 이틀 간의 숙의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시나리오 워크숍과 공론조사를 거친  대입제도개편 공론화 과정은 이후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 발표로 이어졌습니다.

 

참여하는 시민의 노력으로 뒷받침되는 숙의

공론화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절차는 전문가의 주도로 이뤄질 수 있으나, 대학입시제도 개편처럼 전문가 간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는 참여자에 따라 공론화 과정이 편향되거나 논란이 발생할 소지가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과정은 이해관계자와 전문가가 균형 있게 구성해 시나리오를 마련하는 절차로 진행됐습니다. 실제 시나리오 워크숍에서는 미래 가치를 중심으로 향후 예상되는 쟁점에 대한 미래상을 그렸다는 데 유의미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편 시나리오 워크숍을 통해 도출된 추상적인 미래비전과 구체적인 과제인 대입제도개편안이 직결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비전과 실제 개편안이 어떻게 하면 긴밀하게 맞물릴 수 있는지 참여자에게 구체적으로 안내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이는 시나리오 워크숍에서 도출한 공론화 의제를 실체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 공론조사 및 숙의 토론회 등 후속 과정을 설계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다양한 숙의 유형은 사전에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충분한 학습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행정 및 기관의 노력 뿐 아니라 참여하는 시민의 노력도 뒷받침돼야 합니다. 또 숙의의 결과가 어떻게 반영되고, 어떤 식으로 활용되는 지에 대한 안내가 지속적으로 공유돼야 시민의 참여가 단순 동원을 넘어 참여의 효능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숙의 유형이 지역사회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시민의 주도적인 참여가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글: 안영삼 미디어센터장·[email protected], 감수: 이규홍 대안연구센터 연구원·[email protected]

수, 2020/04/0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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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줘야겠다면 국민 편 가르지 않고 다 주는 게 낫다.” 최근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국민의 70%에게 지급하겠다고 발표하자 미래통합당 박형준 선대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재난지원금 자체에는 반대하지만 혼란이 생기는 측면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다.

자신이 70%가 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일반 국민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조만간 기준을 발표한다지만 현행 시스템에서 얼마나 유효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런 비판 때문에 전부 지급하는 것으로 바뀌었던 사례도 있다. 아동수당은 하위 90%만 지급하다가 10%를 골라내는 과정에서 막대한 행정비용이 발생했고, 결국은 전부 지급으로 바뀌었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가구당 선별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재정승수가 낮아 내수 부양 효과가 의심되는 보편지급 방식은 정부의 방안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선별지급과 보편지급으로만 지급방식은 나뉘지 않는다. 선별환수 방안도 있다. 이는 전 국민 지급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재정개혁의 계기가 될 수 있게 해보자는 적극적 접근 방식이다.

왜 선별환수 방안이 좋은가. 우선 기준의 문제다. 현재 70%를 고르는 기준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대체로 재산 기준이 포함되는 건강보험 납부액 기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소득과 재산이 동시에 고려되는 기준이 건강보험이다.

그러나 건강보험 납부액 기준으로 선별한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작년 또는 재작년 소득 기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납부액 기준을 100인 이상 사업자는 올해 소득 기준으로 변경할 수 있지만 100인 이하 사업자는 작년 소득 기준으로 적용해야 한다. 특히 자영업자 대부분이 속해 있는 지역 가입자는 작년도 아닌 재작년 소득 기준이다. 따라서 재작년 소득이 많은 자영업자는 올해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반대 경우도 가능하다. 봉급생활자보다 타격이 더 큰 자영업자가 주된 고려대상이었던 정책의 기본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

이에 나라살림연구소는 보편지급·선별환수의 다양한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했다. 모든 국민에게 소득 등의 차별 없이 40만~50만원을 지급하고, 이를 2020년 소득 기준으로 2021년도에 세금으로 환수하는 방안이다. 세법상 기본공제를 정비하고 이를 기본소득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선별지원·보편지원 논쟁이 아닌 선별지원·선별환수 중 어느 방식이 효율적인지 논쟁해야 한다.

보편적으로 지원하고 선별적으로 환수하는 방안은 ▲2020년 소득 기준을 사후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가구 단위가 아닌 개인 단위로 보편적으로 지원할 수 있으며 ▲선별과정이 더 간단하며 ▲잠시 멈춰야 한다는 보건상 효과가 가능하고 ▲누진성 강화를 통해 재원을 아낄 수 있으며 ▲조세 인프라를 개선할 수 있으며 ▲전 국민이 정부와 소통하는 계좌 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략)

 

>> 칼럼 원문 보기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재난지원금, 보편지급·선별환수하자

“재난지원금? 줘야겠다면 국민 편 가르지 않고 다 주는 게 낫다.” 최근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국민의 70%에게 지급하겠다고 발표하자 미래통합당 박형···

weekly.khan.co.kr

 

수, 2020/04/15-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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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제도적 대책으로 전국민 고용보험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나라살림연구소 이왕재 부소장

 

코로나19 전염병은 기저 질환이 있는 고령층 건강 약자를 노리고, 그로 인해 촉발된 경제위기는 실업자, 일용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알바 청년,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 경제적 약자를 노린다.

 

저축과 신용이 없는 이들은 일자리에서 짤리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바닥난 통장을 손에 쥐고 불안해 하고 있다.

기초수급 지원을 받는 빈곤계층은 작지만 안정적인 사회안전망 체계에서 공공기관으로부터 관리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약자는 사회적 안전망으로부터 행정적으로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떨어져 있다.

 

경제 위기시 제일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은 고용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을 지원한다. 하지만 수혜자는 기업에 고용되어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이다.

 

고용유지에 실패해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은 실업급여를 받아 생계를 유지한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노동자들의 경우에 그렇다.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노동자들은 해고되더라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다.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없어 가게 문을 닫는다. 이들도 고용보험 대상자가 아니고 실업급여도 없다. 다양한 지원책이 있다고 하지만 가게가 망한 다음에는 모두 별무소용이다.

 

한번도 취업을 하지 못한 취업준비자들은 고용보험에 가입할 기회가 없으니 당연히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다. 경제위기로 취업의 기회가 없어졌지만 경제 위기 상태에 놓인 사실조차 파악되기 어렵다.

 

전국민 실업안전망(전 국민 고용보험제) 구축으로 모든 국민을 실업의 공포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현행 고용보험 제도는 실업급여가 필요한 국민들의 35%정도만 포괄하고 있다. 사실상의 실업자 400만명과 언제든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국민들이 고용보험 또는 실업부조 등의 안전망에 포함돼야 한다.”

 

지금부터 10년 전 2009년 한겨레신문에 실린 당시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의 칼럼이다. 고용보험 가입자 비율이 35%에서 49%로 바뀐 것만 제외하면 지금에 오히려 절실한 제안이다.

 

20198월 기준 취업자 수는 2,736만명이다. 이 중 비임금근로자 680만명(25%), 고용보험적용제외 취업자 178만명(7%), 고용보험 미가입 취업자 378만명(14%) 45%에 달하는 취업자가 고용보험의 실질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해 국민 생활 지원에 나서고 있다.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도 늘리고 있다. 자영업자에 대한 맞춤형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할 때이다. 이 기회에 사회적 안전망 확충에 대한 제도적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은 지금이 적기이다.

 

지난 10년 넘게 지지부진했던 전국민 고용보험 논의를 이제 시작할 때이다. 재원 마련, 지급 기준 등 세부적 방안에 대한 실질적 논의와 제도 설계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수, 2020/04/15-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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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박시(우박사의 숫자로 보는 시대정신)는 드라마, 영화, 음악, 시사, 역사, 기념일, 절기 등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 예산을 쉽게 설명하는 컬럼입니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 가겠어요는 시청률이 높진 않았지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이 드라마는 겨울의 한적한 농촌 마을에서 굿나잇 책방을 운영하는 남자주인공과 문을 닫은 호두하우스펜션에 살고 있는 여자주인공의 사랑이야기로 전개된다. 이 두 청춘의 어릴 적 상처는 겨울 들판처럼 얼어붙었지만 마을 주민들과 부대끼며 아픔을 녹이고 있다.

 

드라마 속 농촌 마을에는 비밀은 없다. 누가 아픈지, 누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를 찾아야 하는지 등 시시콜콜 서로에게 관심을 보인다. 개인 사생활에 지나친 간섭과 관심으로 피곤할 수도 있지만 하루 일상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안심하며 굿나잇할 수 있는 마을의 모습은 따뜻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적적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다.

 

임진왜란, 6.25전쟁, IMF 시기 위정자들은 국민들을 나몰라라 했지만 국민들은 끈끈한 공동체 정신으로 힘을 모아 국난을 극복했다. 현재도 착한 임대료 운동’, ‘착한 소비 운동’, ‘재난지원금 기부등 국민들이 먼저 나서서 힘겨운 시기에 사회적 연대를 하고 있다. 지난 328일 한 언론사 뉴스에서 급식 중단 직격탄 맞은 농가...시민은 착한 소비농민은 나눔을 하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국민들이 먼저 나서서 농산물을 구입하고 농민은 납품 하지 못한 급식 재료들을 소외계층에게 기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지난 2월 초 전국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무료급식이 전면 중단되었고, 3월 초고교 학교 급식이 전면 중단 되었다. 급식에 재료를 납품하고 있는 업체 및 농가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강릉에서는 시금치 800킬로를 갈아엎고, 춘천에서는 감자 5톤을 폐기처분하는 등 급식 재료를 납품하는 농촌의 피해는 날로 극심해지고 있다. 이에 지난 3월 전남도청이 학교급식 예산을 전환해 농산물 꾸러미지원사업을 벌였고 효과를 거뒀다.

 

이후 정부는 427일 서울경기 등 8개 시도 초··고 학생 364만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미사용된 급식 식재료를 농산물 꾸러미로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학교급식이 중단됨에 따라 발생한 무상급식 지원 예산인 약 2,717억 원 내에서 진행된다. 무상급식 예산은 정부 예산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자체 예산이다. 전남을 시작으로 이미 지방자치단체 여러 곳에서 시행하고 있다. 8개 지방자치단체 및 교육청 예산을 더하면 2,717억 원 되는데 이를 마치 정부가 지원하는 것처럼 밝힌 것이다. 급식 중단 피해에 대한 늦장 대응도 모자라 숟가락 얹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방안을 내놓기 보다는 학교급식 중단으로 인한 피해를 다각도로 살피고 종합적인 피해 구제 및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폐기 처분한 비저장성 재료들로 인해 피해를 본 업체의 경우 농산물 꾸러미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무상급식으로 그나마 끼니를 때웠던 취약 계층 아이들도 급식 중단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긴급히 챙겨야 한다. 교육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집행 부진이 예상되거나 불용이 될 교육청 예산을 신속히 추산해 코로나19 피해 대상 교육 주체 및 관련 업체에 대한 구제 및 지원 예산으로 전환하여 집행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시기 우리에게 필요한건 지역 공동체의 복원과 공공성의 회복이다. 지역은 마을 주민들이 연대해 실시간으로 촘촘히 생계곤란에 처한 이웃이 없는지 살펴야 하며, 정부는 국민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으며 잘 살 수 있도록 책임지는 포용적 복지국가의 틀을 더욱 확고히 할 때이다.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 가겠어요’ 에 이런 대사가 있다. 오늘 하루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잖아. 부디 잘 먹고 잘 잤으면 하는 그런 마음에...굿나잇”.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오늘도 굿나잇

월, 2020/05/0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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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추경안이 이슈다. 가장 큰 관심은 통과 여부다. 그러다 보니 제출된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하는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다.

예산편성 실무를 맡은 기획재정부는 빚을 내는 것에 대한 극도의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는다는 목표에 따라 공직자 연가보상비를 삭감한다고 설명했다. 이상했다. 공무원에 따라 깎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부서가 있는 반면 더 주어야 할 만큼 일을 하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런 기계적인 발상조차 제대로 된 기준이 없었다. 나라살림연구소 조사결과 모든 공직자의 연가보상비를 일괄적으로 삭감하는 게 아니라 자의적인 기준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런 자의적인 기준으로 특정 공직자의 연가보상비만 전액 삭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그리고 여기에는 코로나19 대응 최전선에 있는 질병관리본부나 지방 국립병원이 포함돼 있다.

이 기관에 근무하는 공직자의 연가보상비는 전액 삭감된 반면 청와대·국회·국무조정실·인사혁신처·문화체육관광부의 연가보상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즉 모든 연가를 사용할 수 있는 공직자는 손해가 없으나, 코로나19 대응 역할로 격무에 시달리는 공직자만 피해를 보는 구조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면서 국민의 반발이 일어났다.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재정건전성을 위한다기보다는 정치적 목표다. 형식적으로는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F-35 전투기 매입 시기를 조절하거나 외국환평형기금 지출 축소로 회계상의 조절을 통한 숫자상의 재정건전성이다. 이런 예산편성은 재정 건전성에 도움이 안 된다. F-35 전투기 매입은 다음 연도에 지속되며, 국채를 발행해 2조8000억원의 외화자산을 매입하면 국채 발행량은 늘어나지만 재정건전성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금융성 채무에 불과하다.

 

(하략)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공직자 연가보상비 삭감 ‘희생양’

2차 추경안이 이슈다. 가장 큰 관심은 통과 여부다. 그러다 보니 제출된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하는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다.문재인 대통령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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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20/05/13-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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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혹자는 모 심리학과 교수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는 정답이 아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이를 본 네티즌”이다. 실제로 네이버 뉴스 검색창에 “이를 본 네티즌”으로 한 달 치만 검색해봐도 무려 765건이 나온다. 일간지와 주요 방송사만 한정하면 국민일보, 서울신문, MBN, 연합뉴스, 조선일보 등이 “이를 본 네티즌”을 최근에 가장 많이 인용했다.

왜 “이를 본 네티즌”을 많이 인용할까? 검색어 유입을 위한 만능열쇠이기 때문이다. 별다른 취재가 없이도 포털 상위에 뜨는 검색어가 들어가는 기사를 작성할 수 있다. 효율을 추구하는 언론사라면 놓치고 싶지 않은 코멘테이터(해설자)이다.

두 번째로 많이 인용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한 업계 관계자”가 아닐까 한다. 네이버 뉴스 한 달치 검색 결과는 551건이다. 다만 “한 업계 관계자”를 인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비판을 할 수는 없다. 예를 들면 정부가 어떤 정책을 발표했는데 업계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보기에는 탁상공론일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특정 업체의 이름을 밝히고 멘트를 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이럴 때, 소속과 실명을 밝히지 못하고 “한 업계 관계자”의 의견을 전하는 사정도 이해될 때도 있다. 또는 업계의 잘못된 관행이나 대기업의 갑질 등을 전하는 익명의 “한 업계 관계자”의 목소리는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한 업계 관계자”를 인용한 홍보성 멘트는 분명히 잘못된 기사다. 홍보성 발언을 하는 업계 관계자라면 반드시 소속과 실명을 밝혀야 오해를 피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연합뉴스의 “총수 이재용, 예상 뛰어넘는 파격 선언…’뉴삼성’ 탄력받나”라는 기사는 여러모로 아쉬운 기사다. 최근 이재용씨가 선고를 앞두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를 전하는 연합뉴스는 제목을 통해 ‘파격 선언’, ‘뉴삼성’이라고 평가했다. 그 근거를 보면 “삼성의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미래를 시작하는 변곡점을 만들어 일대 혁신을 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사과를 넘은 ‘뉴삼성’ 선언이라는 분석”이다.

 

(중략)

 

마찬가지로 기사는 “이병철 선대회장의 83년 도쿄 선언(D램 산업 진출), 이건희 회장의 93년 ‘신경영선언’(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말이 나온)에 이은 ‘뉴삼성’ 선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나 역시 그 평가의 출처는 ‘삼성 내부에서는’이라는 불명확한 집단일 뿐이다. 이는 “삼성 미래전략기획실 김XX 부장은”과 같은 형식으로 바꿔야 한다. 차라리 ‘삼성 관계자는’이라고 쓰는 것이 좋다. ‘삼성 내부에서는’이라는 출처는 마치 삼성 임직원의 여론을 분석해서 파악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데 비판적 기사에도 오류가 많다. 예를 들면 ‘편법 상속’이라는 단어로 비판하는 기사가 종종 보인다. 그러나 일단 상속은 사망했을 때만 발생할 수 있다. 이재용씨는 물론 이건희 회장도 아직 사망하지 않았으니 상속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편법 증여도 맞는 단어는 아니다. 만약에 이건희 회장이 자신의 재산을 이재용씨에게 편법으로 전달했으면 편법 증여가 맞는 단어일 수 있다. 그러나 에버랜드 사건부터 최근 삼성물산 합병사건까지 이건희 회장의 재산을 이재용씨에게 준 것이 아니다. 다른 주주의 재산을 이재용 씨에게 넘긴 것이니 ‘불법 횡령’ 정도가 맞지 않을까 한다.

경영권 승계란 말 자체도 성립할 수 없는 말이다. 회사를 경영하는 이사는 주주가 선임한다. 주식회사를 경영할 수 있는 지배력은 승계의 대상이 아니다. 회사 지분의 50%+1주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주식지분보다 경영능력을 통해 이사에 선임되는 것이 원칙이다. 이재용씨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불과 0.7%일 뿐이다. 그리고 경영을 할 수 있는 권리란 존재하지 않는다. 지배력이란 말이 맞다. 이제부터 경영권이라는 말 대신에 지배력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어떨까?

 

 

이재용 칭찬기사, 출처가 이 사람이어도 괜찮나? - 미디어오늘

한국 언론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혹자는 모 심리학과 교수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는 정답이 아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이를 본 네티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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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20/05/2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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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박시(우지영 박사의 숫자로 보는 시대정신)는 드라마, 영화, 음악, 시사, 역사, 기념일, 절기 등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 예산을 쉽게 설명하는 컬럼입니다.

얼마 전 드라마 이태원클라쓰가 인기리에 종영하였다. 이 드라마는 이태원을 배경으로 주인공 박새로이의 꿈과 도전을 그린 드라마이다. 박새로이는 사람이 먼저라는 소신 하에 직원들을 이끌고 나가는 리더로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드라마 이태원클라쓰는 이태원에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였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확진은 현재 진행형이다. 질본은 이태원 클럽 7차 감염까지 발표하였다. 얼마 전 일 때문에 이태원에 갔는데 많은 상점이 문을 닫았고 거리는 을씨년스러웠다. 주말 기준 이태원역을 이용하는 승객 수는 최근 3주 사이 30%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 클럽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매출이 80% 가까이 줄었다는 한 식당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주말 영업을 포기했다고 한다.

 

이태원클럽 감염이란 말이 계속해서 오르내리면서 이태원 전체가 감염의 온상으로 인식되어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의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방역 당국과 서울시 등은 이태원 클럽 감염으로 코로나 정보를 밝히고 있기에 대구와 마찬가지로 특정 지역명이 들어가면서 지역 상권 전체가 한데 묶여 감염원으로 인식되는 낙인 효과가 심각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이태원의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의 피해에 서울시와 해당 자치구인 용산구는 적절한 조치를 하고 있을까? 서울시는 25개 자치구 대상으로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들에게 생존 자금으로 140만원 상당 현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 지역 내 특히 피해를 본 이태원 관련해서는 서울시와 해당 지자체인 용산구 차원의 대책은 미흡한 수준이다.

 

용산구 2020년 세출예산은 5,717억으로 주민(229,677) 1인당 세출예산액은 2,541,090원으로 25개 자치구 중 3번째로 많다. 경기도 시군은 광역 차원의 경기도 재난지원금과는 별도로 지역 사정을 고려해 재난지원금을 주민들에게 지원했다. 포천의 경우에는 주민 1인당 40만원을 지원 했고, 부천은 전년대비 매출 20% 이상 감소한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에게 1개 업체당 50만원씩 지원했다. 포천과 부천은 세출 예산이 타 시군에 비해 큰 곳도 아니지만 과감히 주민들의 생계 지원에 나선 것이다. 용산구도 생존생계에 지장이 있는 이태원의 소상공인들을 살펴야 할 것이다.

 

용산구는 가용재원이 부족하다면 과감히 세출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집행 부진 또는 불용이 될 예산을 활용해 재난지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성질별 세출예산 중 불용이 예상되는 물건비 항목에서 각종 사무용품, 인쇄비, 광고료 등 사무관리비, 위탁교육비, 각종 위원회 참석 및 심사 수당, 외래 강사료 등 운영수당, 각종 경비 및 숙식비 성격인 급량비, 교육시설, 버스 및 승용차 등 차량 임차료, 각종 행사 운영비, 국내여비, 월액여비, 국외업무여비, 국제화여비, 공무원 교육여비, 의원 국내여비, 의원 국외여비 등, 경상이전 항목에서 민간인 국외여비, 외빈 초청여비, 행사실비지원금, 예술단원운동부등 보상금, 포상금, 모범공무원 산업시찰, 민간행사사업보조, 민간인 위탁교육비 등, 시설비 항목에서 행사관련시설비, 민간위탁사업비 등을 조정할 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재난지원금이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지만 주민들은 생계로 힘이 부칠 때 자신이 잊혀 지지 않고 보호를 받을 수 있음에 큰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다시 가게 문을 열 수 있게 하는 용기와 희망의 씨앗이 될 것이다. ‘이태원 클라쓰의 주인공 박새로이들이 좌절감을 딛고 삶을 재개해야 이태원 거리에 불이 환하게 켜지면서 비로소 이태원에 사람들이 다시 몰려 올 것이다. ‘이태원이 세계 각국에서 몰려오는 여행객들의 도시 클라쓰를 되찾길 바라며 이태원 클럽 코로나가 아닌 클럽 코로나라고 지칭하면 어떨까. 이태원은 빼고.

수, 2020/06/03-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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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로 접어든 지 4개월, 사회 시스템의 상당 부분이 멈춰 있다. 여러 시스템 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곳은 학교다. 방역 모범국이라는 싱가포르마저 개학 후 확진환자가 급증한 장면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대학생은 그나마 성인이라 문제가 덜하다. 하지만 초·중·고, 특히 초등학교의 돌봄 문제는 심각하다. 교육부도 문을 열어달라는 학부모와 열어서는 안 된다는 학모들 사이에서 묘수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아이돌봄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영아 종일제 돌봄서비스는 만 2세 이하의 아동을 대상으로 하며, 시간제 돌봄서비스는 만 12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중위소득 150%까지’라는 제한이 있기는 하다. 사업의 목적은 맞벌이 부부 등 취업 부모의 양육 부담을 줄이고, 양육 공백 가정에 서비스를 제공해 안전한 육아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여성의 경제활동을 높이려는 저출산 대책의 중요한 사업으로 국정과제 중의 하나다.

고용효과도 있다. 아이돌봄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주로 경력이 단절된 중년 여성이다. 주로 정부가 지원하고 지방이 매칭해 진행하는데 이용자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4년 5만4000가구에서 2018년 6만4000가구로 크게 늘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최근 예산현황을 분석해본 결과 코로나19 이전보다(전년 대비) 지방자치단체 총지출액이 1.3배 늘어났다. 원래 늘었던 추세였던데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개학이 늦어지면서 돌봄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역별 집행현황에 차이는 있다. 시·도별 집행률을 보면 충북이 38.6%로 가장 낮고, 경북이 73.9% 가장 높았다(4월 말 기준). 시·군·구에서도 지역별 편차가 있다. 일부 시·군·구 중 집행률은 90% 이상이다. 문제는 이런 일부 시·군·구가 이미 사업 예산 절반 이상을 써버려 남은 기간 사업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년 대비 총사업비를 1.2배 늘렸지만, 지출액이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략)

여러모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바야흐로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바꾸는 계기로 작동할 것이다. 위기는 활용에 따라 기회일 수 있다. 사회가 책임지는 육아와 돌봄, 이로 인한 행복의 증가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싶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코로나19 시대 아이는 누가 돌보나?

‘코로나19 시대’로 접어든 지 4개월, 사회 시스템의 상당 부분이 멈춰 있다. 여러 시스템 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곳은 학교다. 방역 모범국이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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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20/06/10-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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