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 미 대선 경선 당시 버니 샌더스 지지 운동을 통해 급성장한 미국민주사회주의자(DSA : Democratic Socialist of America)의 회원수가 4만명에 근접하면서 무서운 정치적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뉴욕 민주당 하원의원 경선에서는 약관 20 대의 젊은 여성 오카시오-코르테스가 차기 원내총무를 예약한 10선의 중진 의원을 물리쳤다. 한국에서도 정치공학에만 빠져있는 기성 정당에 철퇴를 가하는 새로운 젊은 진보그룹이 형성되기를 기대하면서 미국 내 진보포탈에 실린 내용을 소개한다.
지난 5월, 세 명의 젊은 여성 정치인들이 펜실베이니아 주의회 예비선거에서 탄탄한 정치적 입지를 가진 남성 정치인들을 당당히 꺾었다. 이들은 모두 미국민주사회주의자들(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 DSA)의 공개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 중 30세의 썸머 리(Summer Lee)와 32세의 사라 이나모라토(Sara Innamorato)는 펜실베이니아 정치의 상징과도 같은 코스타 가문의 먼 친척인 돔 코스타(Dom Costa)와 폴 코스타(Paul Costa)의 자리를 차지했다.
올해 37세의 엘리자베스 피들러(Elizabeth Fiedler)는 둘째 아이를 출산한 지 3개월 만에 출마를 선언했고, 필라델피아의 선거사무소에 탁아시설을 설치해 다른 부모들도 유세 전 아이를 맏길 수 있도록 했다. 유권자들과 이야기 하면서는 자신도 아이들 건강보험을 위해 메디케이드(Medicaid)와 아동건강보험프로그램(CHIP)에 의존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보험 소멸 후 2주간 느낀 불안함을 고백했다.
썸머 리는 로스쿨을 졸업한 이후로 계속 그녀를 짓눌러 온 20만 달러 이상의 학자금 때문에 본능적으로 “모두를 위한 양질의 무상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선거인 대부분이 백인인 지역에서 흑인 여성인 그녀는 전체 투표의 68% 득표했다).
이나모라토는 부친의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어떻게 그녀와 어머니가 중산층 밖으로 밀려났는지를 이야기했다. 그녀는 나에게 “우리 선거구가 겪은 그 고난을 내가 다 겪어왔다”고 말했다.
이들의 선거는 현재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풀뿌리 시민사회 부흥 운동의 일환이었다. 나는 이것이 이 칠흑 같은 암흑기에 낙관론을 위한 단 하나의 뿌리라고 생각한다. 뉴욕의 뉴스 속에 파묻혀 나는 종종 절망감에 시달리곤 한다. 의심스러운 저의와 부패한 성격으로 설명되는 권위주의적 대통령은 두 번째 연방대법원의 판결과 함께 미국을 수세대에 걸쳐 바꿔버릴 태세다. 연방정부는 절대 처벌받지 않는 부패의 장이 되었다. 내 아이들 또래의 어린 애들은 이민자라는 이유로 부모와 떨어졌다.
그러나 미 전역의 모든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근본적으로 민주주의를 재건하기 위해, 정치적 힘을 발휘할 방법을 찾기 위해 거의 초자연적 힘을 내 노력하고 있다. 반 트럼프의 중추가 되는 중년의 비주류들에게 흔히 이러한 노력은 곧 민주당 지지를 의미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당선을 썩은 정치와 경제 시스템의 절정으로 보는 젊은이들에게 이러한 노력은 곧 당을 민주적 사회주의의 수단으로 재건하는 것을 의미한다.
리와 이나모라토 그리고 피들러의 승리는 마치 폭풍 전야처럼 느껴진다. 지난 화요일에는 비슷한 양상이 뉴욕이라는 좀 더 큰 무대에서 재현되었다. 28세의 민주적 사회주의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가 19년간 자리를 지킨 민주당의 조셉 크로울리(Joseph Crowley)를 이긴 것이다. 크로울리는 퀸즈 카운티 민주당 의장이자 낸시 펠로시(Nancy Pelosi)의 뒤를 이어 차기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로 손꼽히던 인물이었다. 해당 선거가 열리기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크로울리는 자체 여론조사에서 오카시오-코르테즈를 36%p 앞서 있었다. 선거는 결과적으로 오카시오-코르테즈가 15%p 앞서며 끝이 났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의 포스터. 그녀는 6월 26일 뉴욕 시에서 민주당 현직 하원의원 조셉 크로올리를 물리쳤다. (사진 Scott Heins/Getty Images)
오카시오-코르테즈는 펜실베이니아 여성들과 같은 방법으로 승리했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를 동원했고, 봉사자 1인당 한 명의 유권자와 연결했다.
“전국적 관심이 전혀 없었던 시절부터 몇 달을 계속 지하철역 등에서 유권자들에게 이야기를 거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지난 5월 오카시오-코르테즈를 지지한 뉴욕주 검찰총장 후보인 제피르 티치아웃(Zephyr Teachout)의 말이다.
해당 선거구의 압도적인 민주당 구성비율을 봤을 때, 오카시오-코르테즈의 본 선거 승리는 거의 확실하다. 리와 피들러, 이나모라토 역시 이렇다 할만한 공화당 경쟁자가 없어 의원 선출이 확실시된다.
트럼프는 트위터로 오는 11월 훨씬 더 많은 공화당 의원을 탄생시켜 자신의 통치를 한층 강화할 붉은 물결에 대한 환상을 펼쳤다. 그러나 진짜 붉은 물결은 민주적 사회주의가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늘리는 것이 될지도 모르겠다.
미국민주사회주의자들(DSA)을 이끄는 마리아 스바트(Maria Svart)는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Medicare for All), 미국이민세관단속국(United State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의 폐지, 연방정부의 일자리 보장 등을 포함하는 코르테즈의 공약을 언급하며 “이런 문제를 가지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오카시오 코르테즈가 속한 DSA는 미국 내 가장 큰 사회주의 단체이다. 2016년 대선 당시, 자칭 민주적 사회주의자인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가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자 그 회원 수가 7,000명에서 37,000명 이상으로 증가하며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DSA는 선거 때에는 민주당과 일하지만, 정당이라기보다는 외부에서 부정에 맞서 싸우는 운동단체에 가깝다.
오카시오-코르테즈의 공약에 반영된 DSA의 많은 목표가 민주당 진보 진영의 목표와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닮아있다. 다만 DSA는 기꺼이 진보주의자들과 함께 일하지만, 그 회원들은 전체적으로 민주적 사회주의 중 “사회주의” 부분에 진지한 태도를 보인다. DSA의 설립헌장은 “자원과 생산에 대한 민중적 통제, 경제계획, 공평한 분배, 페미니즘, 인종평등, 억압 없는 관계 등 인도적 사회”를 명시하고 있다.
생산 수단의 민중적 통제에 대한 논의는 나이가 많은 민주당원, 심지어는 일부 매우 진보적인 당원들에게도 환영을 받지 못한다. 이는 젊은 당원들과 훨씬 잘 어울리는 주제로 최근 설문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18세~34세의 민주당원 중 61%가 사회주의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경기침체와 치솟는 학자금, 불안한 의료보험, 일자리의 불확실성 증가 등으로 극심한 물질적 불안정을 겪었다. 이들에게 공산주의의 광범위한 실패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자본주의의 실패는 곳곳에 널려있다.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 나선 민주사회주의자(사진: 위키백과)
DSA가 지지하는 후보들이 승리했다고 DSA가 그 공을 독차지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포퓰리스트 계열의 브랜드 뉴 콩그레스(Brand New Congress)와 저항단체 인디비저블(Indivisible)의 지역 지부 등 많은 단체가 오카시오 코르테즈를 위해 힘을 합쳤다. 또한, 피들러와 리, 이마모라토의 승리를 DSA가 도왔던 것은 사실이나, 이들 뒤에 DSA만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실제로 민주당원 사이에서 이데올로기 전에 대해 말은 많지만, 그 경계는 생각보다 유연한 듯 보인다. 최근 나는 펜실베이니아에서 이마모라토를 위해 자원봉사를 했고, 민주당의 재활을 돕는 젊은 여성을 지원할 수 있어 감격스러웠다는 한 온건파 저항 운동가를 만났다.
배리 루시(Barry Rush)는 올해 63세로 은퇴 후 삶을 보내고 있는데, 과거 민주당과 공화당을 고루 찍었지만, 트럼프에 놀란 후 이제 Progress PA라는 자유주의 단체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그의 주요 관심사는 민주당원을 찍는 것이다. 그는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을 이야기하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저는 계속 스머프 버튼을 누를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민주당에 젊은이들이 필요한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이나모라토의 승리 축하 파티에 “젊은 사람들이 500명이나 있었다”라며 거기 모인 밀레니얼 세대들을 보고 힘이 났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손주들을 위한 희망을 얻었다.
한편 DSA의 젊은 회원들은 분석을 통해 트럼프의 재앙을 이해하면서 희망을 잃지 않는다. 이들은 왜 우리 사회가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어떻게 사회를 재건할 것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때로는 진보주의자들보다도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일들에 놀라지 않는다.
나는 피츠버그 동부 끝의 한 작은 커피숍에서 피츠버그 DSA의 공동의장인 29세의 아리엘 코헨(Arielle Cohen)과 두 명의 다른 지부 지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코헨은 “트럼프의 재앙은 모두가 개별적으로 위협을 느끼고, 트럼프와 싸워야만 할 것 같고, 행정부와 싸워야만 할 것 같이 느껴진다는 것”이라면서 “사회주의자들은 사실 이 상황이 아주 오래 지속되고 있다고 말하죠. 트럼프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냥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란 거죠.”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생각에서 묘한 위안감이 느껴진다. 사회주의자들은 자신을 현재의 재앙을 피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존재가 아니라 미래에 그들이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드는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다.
620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DSA 피츠버그 지부의 코헨과 그 동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들이 지역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쏟아붓는 노력을 알고 놀랐다. 공립학교가 문을 닫는 날이면 DSA의 사회주의-페미니즘 위원회가 온종일 아이들을 돌보고 무료로 점심을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다른 일부 지부들처럼 피츠버그 DSA도 회원들이 자동차 브레이크 등을 무상으로 교체해주는 자동차 클리닉을 연다든지, 경찰의 불필요한 개입을 피하도록 사람들을 도우면서 지역사회로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메리라는 이 지역 정비공이 회원들이 자동차에 숙련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DSA 지부들은 꾸준히 회의와 사교모임을 개최해 미국인의 삶 속에 유행처럼 번지는 개인의 고립에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스바트는 “모든 것들이 매우 개인화되었고, 이것이 사람들을 고립시키고 있다”라며 “사람들은 매우, 매우 외롭습니다. 자살률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했죠.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겁니다.”라고 말한다. 이런 정치와 공동체 생활의 융합은 기독교 우파가 지지자들에게 제공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사회적 자본은 어떤 선거자금으로도 살 수 없다.
오카시오-코르테즈의 승리 이후, 펠로시는 사회주의가 민주당의 당론이라는 공화당의 공격을 반박했다. 수세대 간 “사회주의자”는 불명예로 치부되었고, 민주당원 모두를 향한 공격이었으므로 방어적 태세를 취한 펠로시를 비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오카시오-코르테즈 같은 지원자가 많을 것이고, 민주당은 이들을 환영해야 한다. 민주당을 가까이할 수 있는 단체로 재건하기 위한 작업에 이들의 젊음과 열정, 의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민주당 지도부가 원하든 아니든 그 젊은이들은 오고 있다.
다른 주들과 달리 펜실베이니아에서 주의회 의원은 모든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는 아주 힘든 일이다. 썸머 리가 승리한 지 한 달 후 그녀를 만났는데, 리는 주 수도인 해리스버그에 입성해 배워야 할 일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자신과 동료들이 민주당을 다시 만들 준비가 되었음을 자신했다.
리는 “펜실베이니아에서 우리가 하는 일로 뭔가를 보여준다면, 우리가 민주당을 재건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기득권에 맞서 도전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선거운동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선거운동을 펼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실제로 선거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이길 수 있습니다. 펜실베이니아를 넘어 모든 곳에서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달러는 국제 금융의 패권을 장악하고 있다. 국제 금융거래의 대부분이 달러로 이루어진다. 달러는 궁극의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통화이다. 그러나 미국 달러의 패권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종말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종종 약한 달러를 요구했다. 분명 이는, 그의 주장처럼,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자국 통화를 절하함으로써 미국을 상대로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는 나라들에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말이란 하찮은 것이며, 트럼프의 그러한 언사 자체가 달러의 향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달러 지위의 실질적인 훼손은 보다 은밀하게 이루어지는데, 이는 미국 국가재정의 안정성과 신뢰성 그리고 제도적인 견고함을 서서히 갉아먹는 정책들로부터 나온다. 미국에서 시작된 국제 금융위기와 같은 금융 대란의 시기가 오면, 공황 상태에 빠진 투자자들은 미국 채권 시장으로 몰려든다. 의심할 여지 없이 미국 국채 및 기업 채권 시장의 규모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러의 이러한 위상을 설명하는 데는 보다 미묘하고 더욱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 신뢰다. 중대한 금융 관련 의사결정을 동반하는 통화와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출입을 살펴보면, 겉보기에는 냉담하고 감정에 좌우되지 않을 것 같은 의사결정에서도 신뢰가 왜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불러일으키고 이를 유지하는 제도에는 공개적이고 투명하며 견제와 균형으로 작동하는 민주정부 시스템이 포함된다. 이는 정치의 직접 개입으로부터 자유로운 중앙은행과 독립된 사법부가 관장하는 법의 지배에 의하여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정부 부채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과 트럼프가 조장하는 경제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달러의 지위가 강고한 것은 바로 미국 제도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사진출처: 중앙일보
그러나 이러한 강고함이 일시적인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현재 대부분의 국제 금융거래는 달러 표시를 기본으로 하고 달러로 결재되며 때로는 미국 금융기관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경솔한 재정정책이 변동성을 높이고 달러의 가치를 침식할 수 있다고 투자자들이 믿게 되면, 상황은 매우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 현재도 여타 통화의 거래비용 감소 그리고 중국의 위안화 등 신흥 시장 통화의 부상은 국가 간 거래의 통화 표시와 결재수단으로서 달러의 역할을 이미 잠식 중이다. 중국과 남한은 “국제거래통화”로서의 달러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 통화를 사용하여 거래한다. 원유와 여타 상품 등 사실상 모든 계약을 달러로 표시한다는 논리는 쇠퇴하고 있다. 다른 힘들이 작동하는 것이다. 트럼프 통치 하의 미국은 무역과 군사 및 여타 합의에서 점점 더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로 인식된다. 미국의 국제적 신뢰가 손상되었고, 또한 트럼프가 다른 국가들을 통제하는 무기로 달러를 휘두를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져왔다. 그 결과 여타 국가들,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을 거치지 않는, 그들만의 결재 시스템과 채널을 구축하는 중이다. 어쩌면 지배적인 교환수단으로서 지위가 쇠퇴한다고 하더라도, 달러는 여전히 여타 통화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안전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타국 중앙은행들을 비롯한 외국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을 포기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미국의 제도는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건재하다. 그러나 이를 당연하게 여기다가는 커다란 비용을 치르게 될 지도 모른다. 과거 미국 정치 시스템이 심각한 불안에 빠졌을 때, 독립적인 사법부가 뒷받침하는 자유언론이 잘못을 시정하는 기제로 작동해왔다. 공화당이 다수파인 의회의 방조 속에, 트럼프는 이 모든 제도들을 공격하고 있다. 달러 패권은 단지 미국의 경제적, 군사적 힘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미국 제도의 지속성과 그 활력에 달려 있기도 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서서히 약화시키는 부분이 바로 이러한 제도들이다.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들마저도 언젠가 후회하게 될지 모른다.
“남북 평화회담의 훼방은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어리석은 짓이거나, 워싱턴 네오콘의 정말로 사악한 계획이다.”
큰 형격인 미국과 들러리 남한이 북한과의 접경지역에서 대규모 공군 훈련을 벌이기로 한 결정을 달리 어떻게 표현하겠는가. 미국이 북한 국경에서 무력을 과시할 때면 언제나 그랬듯이 북한이 발작을 일으켰음은 물론이다. 분노한 북한은 이번 주로 예정된 후속 남북평화회담을 취소했다. 떠들썩하게 논의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이제 취소되거나 연기될 위험에 처했다.
북한의 격분을 누가 비난할 수 있나? 트럼프 행정부를 대변하는 이들이 평화와 밝은 미래에 관해 떠드는 사이, 미국 공군은 B-52 중폭격기와 최신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를 준비시키고 바다에서는 미사일로 무장한 잠수함이 숨어드는 상황에서 말이다.
이 도발은 미국과 마지못한 속국 남한이 올 봄에 계획 중인 두 차례의 주요 군사훈련 중 첫 번째다. 북한이 군사훈련의 메시지를 파악하지 못할 경우, ‘극한의 천둥(Maximum Thunder)’이라고 명명된 두 번째 훈련이 기다린다.
또한 이는 트럼프와 충직한 네오콘 인사들이 이란과의 합리적 핵합의를 파기해버린 직후였다. 트럼프는 이란에게 핵무기 능력의 포기는 물론(이란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핵탄두가 장착되지 않은 중거리 미사일의 폐기,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의 헤즈볼라 및 예멘의 후티 지원 중단, 이스라엘을 자극할만한 일은 아무 것도 하지 말 것, 시리아에서의 철수를 요구했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향후 정권교체로 이어질 수 있는 완전한 항복의 요구로서 홀딱 벗으라는 식이었다. 북한을 향한 격려는 당연히 아니다.
골수 네오콘 존 볼턴이 평화협상을 훼방하고 있다는 북한의 비난은 정곡을 찌르는 것이었다. 2005년부터 2006년 사이 볼턴은 부시 행정부의 유엔 대사로 재직했다. 무슬림과 러시아에 반대하고 이스라엘에 친화적인 정책의 전통을 확립했고, 이는 떠버리 네오콘이자 현재 유엔 대사인 니키 헤일리로 이어진다.
수년간의 협상이 진행되고 난 이후인 2005년과 2006년에 미국과 북한은 핵/평화 협상 타결에 가까이 다가섰다.
여기에 볼턴이 나타났고, 북미 협상을 훼방 놓는 데 성공한다. 왜 그랬던가? 골수 네오콘 볼턴은 광적일 정도로 친 이스라엘 성향이었고, 북한이 이스라엘의 적들에게 핵무기 기술을 제공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네오콘에게는 이스라엘의 이익이 미국의 국익에 앞선다. 트럼프가 새로 임명한 국무장관 마이클 폼페이오 역시 열렬한 네오콘이다.
지난주 볼턴은 미국 텔레비전에 나와, 리비아가 걸었던 바로 그 경로를 북한이 따르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실제로 암시했다. 당시 리비아 통치자 무아마르 카다피(Muammar Kadaffi)는 파키스탄으로부터 약간의 핵무기 관련 장비를 구입했고,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 이후 협력의 제스처로 이를 미국에 넘겨줄 수 있었다. 대대적인 축하 속에 핵관련 장비를 미국에 넘겨주고 나자, 미국과 프랑스 그리고 영국이 리비아를 공격했고 카다피를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불운했던 리비아 통치자는 결국 프랑스 간첩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이것이 볼턴이 북한과 관련하여 염두에 두었던 것인가? 북한에서는 분명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사람들은 볼턴 그리고 어쩌면 폼페이오도 북한과의 협상을 훼방하려고 시도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들은 적어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둔감하고도 호전적이다. 트럼프 역시 이러한 모의의 일부인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이에 행복해 할 수는 없다. 트럼프의 수하들과 그에게 아부하는 인간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기도 전에 트럼프의 노벨상 수상을 떠들고 있다.
어쩌면 동북아시아에서의 막대한 투자를 보호하기 위해 미군이 무력을 과시하는 중일까? 펜타곤은 한반도의 핵 타결 제의를 비관적으로 바라본다. 평양으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달콤하고도 밝은 소식이 너무도 듣기 좋아서 사실일 리가 없다는 것이다.
다수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핵무기 포기를 믿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란을 상대로 하는 트럼프의 기만과 카다피 살해를 목격하고 난 이후에는 더욱 그렇다고 본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비핵화를 이야기하면서, 북한은 왜 남한과 오키나와, 괌, 그리고 7함대에 배치된 핵무기의 제거를 미국에 요구하지 않는가? 이 중 많은 핵무기가 북한을 겨냥한다. 미국 핵무기는 인도양에 위치한 디에고 가르시아 섬 기지에 배치되어 있고, 일부는 비밀리에 일본에 숨겨졌다.
전쟁 위험을 고조시키는 봄과 가을의 군사훈련은 단연코 중지되어야만 한다. 고강도 경제전쟁으로 이어지는, 북한에 대한 무역제재를 끝내야 한다.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확립해야 한다.
지금 세간에선 재정개혁특위를 보유세특위라고 부르고 있다. 재정개혁특위가 개선을 논의하는 세금이 한두개가 아니건만 재정개혁특위가 보유세특위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 혹은 ‘부동산 인질사회’라고 불릴 정도로 부동산에 목을 매는 나라다. 가계 자산의 8할이 부동산인 나라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사정이 이렇다보니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요인에 시장 참여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당연하다. 더구나 보유세는 양도소득세 이상으로 시장참여자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슈다. 재정개혁특위는 6월 중으로 종부세 개편안부터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병구 재정개혁특위 위원장은 △공시가격 실거래가 반영률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종부세 과표구간 및 세율 개편을 시사한 바 있다. (종부세 강화안 내달 발표..거래·재산·임대소득세 하반기 논의(종합))
나는 재정개혁특위가 현행 종부세 틀을 거의 그대로 유지한 채 공정시장가액비율만 현행 80%에서 100%로 상향하는 수준의 개편안을 발표하지 않길 강력히 희망한다. 그런 정도의 개편안은 미봉이며, 부동산 불로소득의 공적 환수라는 신호를 시장에 전혀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조세개혁안을 만드는 특위라면 대한민국의 적폐 중 으뜸이라 할 부동산 불로소득과 정면대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며 최소한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는 GDP의 1%수준의 보유세 강화를, 중장기적으로는 GDP의 2%수준의 보유세 강화 로드맵을 발표하는 것이 옳다.
보유세가 집값 안정효과가 없다고?
한편 보유세 개편안 발표가 임박하자 벌써부터 보유세 강화 효과가 없다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뉴스토마토〉의 ‘보유세 개편 초읽기…전문가들 “집값 조정 불가피“‘이라는 기사를 보면 심교언 교수와 박인호 교수의 발언이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유세 개편과 같은 정부 정책으로 주택 가격이 변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한정된다”, “보유세가 수요엔 영향을 미치지만 공급이 워낙 부족한 강남 집값 안정화에는 실패할 것”, “보유세 개편 타깃은 강남 지역인데 이미 강남 지역 집을 팔 사람들은 1~3월까지 다 판 상황”, “매물이 추가로 나와 급락할 가능성은 없으며 세금을 3~4배 올려봐야 약간의 하방 압력만 가해질 것”라며 보유세 강화가 집값 안정에 미치는 효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심 교수는 보유세의 기능을 오해하고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사실상 없애는 정도로 보유세가 강화되는 수준이라면 특히나 강남처럼 투기적 가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에서 집값안정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 그러나 보유세를 중장기적으로 국민총생산의 2%수준까지 올리겠다는 정책의지를 천명하는데도 강남 등에 투기적 가수요가 건재하고 집값이 요지부동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보유세가 그런 정도로 강화되면 투기적 가수요는 현저히 줄어든다. 투기적 가수요가 격감하면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시장에 매각하려고 앞다퉈 나서기 마련이며, 투기목적으로 주택을 구매하려는 사람들도 사라진다. 그런 상황이 되면 다른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주택 가격은 하향안정화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보유세의 본령은 부동산 불로소득의 공적환수이며, 가격안정효과는 부수적 효과라는 점은 늘 기억해야 한다.
또한 심 교수는 강남 등 지역의 공급이 워낙 부족하다고 말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워낙 부족한 강남 등은 공급을 늘려야지 보유세 등을 통해 수요를 억제한다고 해서 집값이 안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심 교수의 논지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강남 불패’라고 알려졌지만, 강남의 아파트 가격도 2010년부터 2013년까지 폭락한 적이 있다. 2011년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2.2% 하락한 데 비해 강남·송파·강동구는 3.41~4.69% 떨어져 낙폭이 훨씬 컸던 것이다. 심지어 2012년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이 6.6% 떨어지며 휘청거리는 동안 강남구는 무려 9.46%, 서초구·송파구·강동구는 7~10%가 폭락하며 시장에 충격과 공포를 안긴 경험도 있다.
그때는 지금보다 강남에 공급이 차고 넘쳤었단 말인가? 그 무렵에도 강남의 주택보급률은 100%를 하회했다. 단지 강남의 아파트 값이 폭락하던 시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투기적 가수요가 소멸했던 것이고, 2014년 이후에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난데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일관된 부동산 경기부양 올인 대책이 누적적으로 작용해 투기적 가수요가 완연히 살아났던 것이다. 입만 열면 ‘수요’와 ‘공급’을 외치는 사람들이 명심할 것이 있다. ‘수요’라면 어떤 ‘수요’라도 좋단 말인가? 최소한 ‘실수요’와 ‘투기적 가수요’는 구분할 줄 아는 양식과 지각은 갖추었으면 좋겠다.
보유세가 ‘전가’된다는 위협
위에서 언급한 <뉴스토마토〉의 기사에는 보유세 전가도 거론됐다. 박인호 숭실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가 “보유세가 높아지면 중장기적으로 주택 소유자가 나중에 팔 때 세금을 보충하고 싶어 한다”,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을 이루면 세금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거나 향후 매수자에게 전가해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발언 한 것이다. 보유세 강화 논의가 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보유세 전가론’이 또 고개를 내민 것이다. 보유세 전가론의 논지는 간명하다. ‘부동산 부자들에게 보유세를 중과해봐야 소용없다. 부동산 부자들은 임차인들이나 매수자에게 자신들이 부담할 보유세를 전가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부자들을 잡자고 만든 보유세가 결국 서민들만 죽이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보유세 전가론’은 시장의 매커니즘에 대한 악의적 오해나 무지에 기반한다. ‘보유세 전가론’은 부동산 소유자들을 전능한 능력자로 상정한다. ‘보유세 전가론’은 부동산 소유자들이 마음 먹은대로 매매가격이나 임대료를 조정해 자신들은 보유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모조리 매수인이나 임차인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비현실적, 비시장적 가정을 전제로 한다. 그게 가능하다면 당장 지금이라도 보유세 소유자들이 매매가격이나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리지 않을 까닭이 무엇이란 말인가? 경제학 교과서에도 나와 있듯이 토지 같이 공급이 비탄력적이고 수요가 탄력적인 재화는 조세의 전가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건물의 경우 조세 전가의 가능성이 있지만 전월세 상한제 같은 제도를 도입해 전가의 가능성을 봉쇄하면 된다.
조세 전가가 여의치 않다는 사실은 종부세 케이스에서도 경험한 바 있다. 참여정부 당시 종부세를 세금폭탄이라고 비대언론들이 저주하고 부동산 부자들은 민란이라도 일으킬 기세였다. 당시에도 종부세는 전가될 것이고, 애먼 서민들만 곡소리가 날 것이라는 비아냥이 많았다. 결과는 어땠는가? 조세 전가는커녕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말해 보유세는 전가되지 않으며 일부 전가시도가 있더라도 정부가 능히 통제할 수 있다. 죄 없는 서민을 볼모로 삼는 ‘보유세 전가론’은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 파산을 선고받았다.
“여기에서 나는 사람입니다.” 히틀러 별장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남부 독일의 작은 휴양도시 베르히테스가덴에 있는 생필품 체인점 ‘데엠’(dm) 입구에 붙은 파트타임 구인공고가 인상적이었다. 창업자 괴츠 베르너는 모든 독일인에게 ‘조건 없는 기본소득 1500유로’를 지급해 억지로 노동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신조를 가진 기업가이다. ‘인간의 얼굴을 가진 자본주의’로 불리는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가 노동 존중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 주고 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 행각에 온 나라가 분노하고 있다. 한국식 재벌체제가 경제성장의 견인차에서 걸림돌로 반전되었다는 진단이 나온 것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였다. 그럼에도 재벌체제는 세습으로 더욱 공고해졌고 재벌들의 영향력은 경제를 넘어 정치, 사회, 문화(언론)에까지 확산되었다. 세계경제 성장을 견인하던 한국경제는 그 사이 세계경제 성장에 견인당하는 처지가 되었다. ‘모피아’를 효시로 하는 ‘관피아’, 노조 탄압에서 출발한 ‘갑질’과 같은 신조어가 탄생했다. 대주주는 총수, 오너, 사주 등으로 참칭되는 ‘봉건적 자본가’의 지위에 올랐고 원래 자유롭다는 노동자는 ‘(외거)노비’쯤으로 전락했다. ‘정경유착’이란 비난에 맞서 재벌 1세대를 옹호하려고 내세우던 ‘기업가 정신’ 논리는 2세, 3세로 세습되면서 사라졌다. 오히려 부실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경영능력이 도마에 올랐고 끊이지 않는 ‘갑질’이 ‘오너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헌법에 규정된 ‘인간의 얼굴을 가진’ 경제질서가 현실에서는 지극히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실현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국가의 책임이 크다. 수출 주도 경제성장을 명분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기조는 특히 대기업과 대주주의 위법, 불법 행위를 방조하는 ‘관피아’가 곳곳에서 암약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를 사후적으로나마 교정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법부는 ‘사법부 독립’을 방패막이로 ‘전관예우’를 마음껏 누리는 적폐로 전락했다.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는 헌법 제119조 ①항은 기업을 기업가와 동일시하면서 기업가의 사익 편취를 뒷받침하고 있고 “경제민주화를 위한 규제와 조정”에 관한 ②항은 사실상 사문화되었다. ‘경제성장에 기여한 공로’가 감형과 사면의 사유가 되고 회삿돈을 수십 억 원 횡령해도 변제하면 죄를 묻지 않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되면서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가 달아오르고 있다. 접경지역 땅값과 관련 기업의 주가가 서둘러 치솟고 있다. 하지만 경제통합은 고속철도나 고속도로의 연결만을 뜻하지 않는다. 법과 제도는 물론 윤리와 문화의 통합이기도 하다. 북한 경제의 재건에서 남한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북한이 이를 수용하여 남북경제협력이 ‘남한 갑질경제’의 대북 이전으로 이어지고 통일이 ‘한반도 갑질경제’를 낳는다면 ‘나라다운 나라’는 요원해질 것이다. 서독의 슈미트 전 총리는 통일 후 회고록에서 ‘조국’을 재건하겠다는 동독인의 열정을 통일과정에서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쉬웠다고 적은 바 있다. 그로 인해 경제적 성과가 미흡했을 뿐만 아니라 ‘게으른 동독인’의 인상을 남겼고 동독인의 자존심을 충분히 살려 주지 못했던 것이다. 당초 서독 정부는 ‘경제화폐동맹’을 제안했지만 동독 정부가 ‘경제사회화폐동맹’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동독 주민의 기본적인 생존권을 보장받았다. 아울러 서독 노조는 동독 노동자들에게 통일 후 3년에 걸쳐 동독 노동자의 임금을 서독의 7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함으로써 연대의 가치를 실천했다. 한반도 통일과정에서는 북한주민의 권익을 누가 보호해 줄 수 있을까. ‘한반도 갑질경제’가 되면 북한 주민은 남한의 비정규직 아래 새로운 제4신분쯤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면 괜한 기우일까. 통일 30년을 눈앞에 둔 독일에서 동독 출신 주민과 그 2세가 ‘2등 국민’의 지위에서 제대로 벗어나려면 반세기는 더 걸릴 것이라는 진단이다. 남북 경제통합이나 통일도 ‘사람 중심’의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한반도 갑질경제’를 차단하려는 적폐청산의 길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사단법인 다른백년은 고려대학교 평화와 민주주의연구소와 함께 오는 5월 18일(금) 저녁 7시 고려대학교 정경관에서 백년포럼을 개최합니다.
사단법인 다른백년은 ‘대한민국 권력지도’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사회권력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권력지도’ 프로젝트의 중간발표 형식으로 개최되는 이번 백년포럼에서는 제7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한민국 권력지도1 – 누가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지배하는가”라는 주제로 진행합니다.
한반도 전체가 4.27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에 흥분하고 있던 시점인 지난 4월27일과 28일 양일간 중국 삼국지 이야기의 한축이었던 오나라의 수도 우한에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인도의 모디 수상이 아름다운 호수인 동호의 산책길을 걸으며 때로는 쉼터에 앉아 중국 명차를 나누면서 격의없는 회담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손을 잡고 도보다리에서 이야기를 나눈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어쩌면 인류 역사에 세기의 회담으로 기록될 만한 대사건이 될 수도 있는 만남에 대해 양국은 오히려 의도적으로 과도하게 보도되는 것을 자제하는 등 조용히 넘어가면서 더욱 궁금증을 일게 하는 측면이 있다. 예컨대 회담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식적인 정상회담이 아닌 비공식적인 사인(私人)간의 만남처럼 다루면서, 의제도 미리 조율하고 선정하지 않은 채 격의없는 대화의 형식을 취한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사진 출처: 경향
여기서 당시 한국언론들이 보여준 호들갑과 보도의 태도에 대해 한마디 지적하고자 한다. 판문점 회담이 끝난 후 문재인 대통령은 곧바로 트럼프 미대통령과 아베 일본수상 등 세계 주요 지도자들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회담의 결과를 설명한 반면에, 시진핑 주석은 상기의 우한 회담으로 전화연결이 되지 않았고 북경으로 복귀한 후 며칠이 지난 다음에야 비로소 통화가 가능하였다. 이를 두고 마치 ‘중국패싱’ 운운하면서 시주석이 서운한 심정에서 의도적으로 전화를 거절한 듯한 뉴앙스의 추측 기사가 여러 곳에 실렸다. 세계정세와 흐름에 어두운 국내 어리석은 언론들의 속좁은 식견이 벌인 해프닝으로 ‘우물안 개구리’라는 속담이 이를 두고 한 말인 듯 하다.
대국에 둘러싸인 반도에 위치한 국가의 입장에서 지정학과 지경학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특히 근현대사의 전개과정에서 난삽하게 드러난 국제정세에 대한 무지함과 무책임 그리고 망각증을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 역사에서 배움이 없으면 미래로 나갈 수 없다는 격언에도 불구하고, 현하 목격하듯이 한반도에서 냉전의 마지막 해체작업이라는 시대 흐름을 역류하는 자유한국당의 막가파식 무책임한 발언과 무뇌아적 황당무계한 처신에는 탄식이 저절로 터져 나온다.
나렌드라 모디 수상과 인도 경제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격동하는 한반도 정세의 주역으로 등장하였듯이, 국제정세 흐름의 새로운 줄기를 형성하고 있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라는 대국의 수상이자 인도인민당의 지도적 인물 그리고 향후 경제전망에 대해서 잠깐 살펴보고자 한다.
모디는 1950년 생으로 ‘불가촉천민’ 바로 위에 위치한 빈민 중심의 수드라 계층 출신이다. 10대부터 열차와 거리에서 차를 파는 잡상인으로 사회생활을 출발하여, 30대 젊은 시절 인도국민당에 입당하면서 입지전적 성공과 출세를 거듭한 사람이다. 학력으로는 델리에 있는 통신대학을 간신히 수료하였고 후에 구자라트주의 수상으로 취임하면서 주립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수여받는다. 독실한 힌두교인으로 하루 4시간 정도의 짧은 수면을 취하면서도 매일 요가와 명상의 수련을 빼먹지 않는 지독한 일벌레로 알려져 있다. 구자라트주 수상 당시 발생한 힌두교도의 무슬림 집단학살을 방조했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흔들림 없이 개혁과 경제정책을 추진하여 세계가 주목할 만큼 놀라는 발전의 성과를 이룬다. 인민당이 다수 여당이 된 유리한 정치환경에서 2014년 국민들에 의해 직접 선출되어 인도의 수상에 취임한 이래, 외국인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신용등급을 단계단계 올려가며 지난 수 년간 인도의 연 성장률을 한때 중국을 능가하는 7-8%대로 끌어올린다.
지난 세월 인도는 20여개 주의 세법과 거래관행이 모두 달라 경제와 산업을 인도라는 하나의 대륙으로 통합하기 어려웠으나, 모디는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안고, 기득권층과 소상인 세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합세법(Common Service Tax)의 도입을 강행하였고, 내로라 하는 전문가와 경제정책 관료들의 극심한 만류를 뿌리치며 2015년 가을 단하룻밤 사이에 화폐개혁을 신속히 단행하였다. 일정 금액 이상의 부동산 거래와 투자에는 반드시 자금출처의 소명을 의무화하는 등 부패와 기득권을 혁파하고 개혁하는 과정에서 작년부터 성장률의 일시적 저하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인생 역정에서 보여준 예의 모습대로 인도의 강점인 IT기술을 기반으로 줄기찬 정부혁신, 환경친화적 농촌(Clean India), 제조업중심( Made in India), 전자상거래와 금융의 투명성, 소규모 중소기업 중심과 벤쳐산업 육성 등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2,800불 수준의 인도 GDP가 조만간 5,000불을 달성하고 한 세대가 지나기 전에 중진국 대열에 합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한 회담의 의미와 배경
비공식 만남이라는 핑계로 일체의 성명과 합의 내용의 공개가 없었지만 양국 지도자의 우한 회동에 대한 중국방송과 외국신문에 비친 여러 기사와 보도를 종합하면서 필자 나름대로 지난 4월 27-8 양일간 있었던 회담의 의미와 배경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 본다.
첫째는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1949년 이래 줄곧 발생한 중인(中印)국경분쟁의 봉합과 조정에 대한 첫걸음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아래의 그림자료에서 보듯이 중국과 인도의 인접지역은 히말라야 산맥 지류의 고산지역으로 네팔과 부탄의 두 나라가 자연스레 거인 국가들을 갈라놓고 있지만 동쪽으로는 시킴 지역과 부탄에 인접한 인도령 아르나찰프나데시주 주변을 둘러싼 변경, 그리고 서쪽으로는 중국과 파키스탄을 연결하는 악사이친 회랑지역이 항상 분쟁의 불씨로 남아 있으면서 실제로 지난 수 십년 간 몇 차례의 군사충돌이 있었으며 최근에는 2017년 6월 춤비 계곡의 동트람 지역에서 벌어진 전투로 인하여 수백 명씩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특히 중국 입장에서는 야심적으로 추진하는 일대일로(BRI, Belt & Road Initiative)의 주요 투자국가인 파키스탄과 연결하는 인도 경유의 수송통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태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서 양국간의 긴장과 대립이 매우 높아진 상태였다.
분쟁직후 모디가 백악관을 방문하여 트럼프를 끌어안은 당시, 이를 보도한 신문자료를 살펴 본다.
2017.06.27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인도 정상회담이 이뤄진 전날 중국과 인도 동북부에서 도로를 건설하던 중국군 부대와 인도군 부대 간 충돌이 빚어졌다. 이 사건을 다룬 27일자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에는 “인도는 중국 앞에서 거만을 떨 주제가 아니다. 국내총생산은 중국의 4분의 1이고 군비투자는 3분의 1이니 중국과의 국경 분쟁은 조심히 접근하는 게 최선” 이라는 사설이 실렸다. 관영언론으로는 지나친 표현이다. 마찰이 발생한 지역은 인도와 중국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국경분쟁지역 중 하나인 춤비(春丕)계곡으로 부탄과 인도 영토 시킴(Sikkim)을 연결하는 핵심 길목이다. 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적 동반자로서 인도를 중시했던 오바마 대통령과 달리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ㆍ기후변화 등 의제에서 모디 정부와 입장 차이를 드러내 왔지만, 26일 회담에서 모디 총리는 “미국의 번영과 성공이 인도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선언해 사실상 ‘미국 우선주의’에 지지를 표명하는 것으로 트럼프를 구워 삶았다. (이상인용).
모디는 국경분쟁으로 갈등중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하여 불만스러운 트럼프를 끌어안고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일방적 미국우선주의를 비난하고 세계경제포럼에서 개방적 자유무역 원칙을 옹호한 시진핑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왔다. 결국 나날이 심해지는 미국 중심의 일방주의에 크게 실망한 인도는 미국 일변의 의존관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 등과 협력관계 구축이 간절했고 이를 위하여 수십 년간 지속된 중인(中印)국경분쟁부터 종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한의 회동을 통하여 양국 지도자들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체의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하여 문제의 분쟁지역에서 정기적인 군사합동 훈련을 실시하고, 만약을 대비하여 항시적인 대화채널을 유지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는 미국과 일본이 수 년째 공을 들여온 중국봉쇄전략에 일방적 편입을 거부하고 다변다극한 국제정세의 흐름 속에 인도의 독자적인 입장을 굳건히 했다고 보여진다.
특히 일본은 지난 10여 년간 미일을 중심으로 한 태평양 동맹에 한국과 호주를 넘어서 인도를 편입시킴으로써 중국의 진출로가 인도양과 태평양으로 확장되는 것을 봉쇄하고 아시아 권역에서 일본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인도와의 전략적 수준의 협력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엄청난 공을 들여왔다.
2015-2-30에 보도된 불룸버그의 보도내용을 살펴보면, 모디 수상과 아베 수상 간 정상회담을 통하여 미국을 대신한 듯 핵실험 중단에 따른 민간 핵기술 협력, 150억 달러에 달하는 고속 철도 건설, 경제개발 촉진을 위한 124억 달러 자금지원 그리고 중국의 해양확장을 막기 위한 해군 훈련 등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후 인도는 인도양에서 미일과 함께 연례적인 대대적인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실망이 커지고, 더불어 일본이 약속한 경제지원과 고속철도의 공사 등이 여러 가지 이유로 지지부진하여 지면서, 인도는 미일의존관계를 벗어나 기존의 BRICS관계망에 더하여 상해협력기구SCO, 아세안 안보포럼 ARF, 유럽연합 등으로 다양하게 접촉을 넓혀가면서 다변적 균형을 추구해 가는 행보를 보여 왔다.
한마디로 시진핑과 우한에서 양인이 단독으로 사전의 아젠다 없이 만나 흉금을 열고 부담없이 대화를 나누었다는 사실의 메시지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중국봉쇄 전략에 인도가 가담하지 않고 균형적이며 독자적인 행보를 유지하겠다는 것을 전세계에 천명한 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양인의 회동이 중요한 것은 인구가 각자 13-14억에 달하는 거대한 양국이 지난 2백여 년간의 서세동점 속에 수모와 비참함을 벗어나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을 성취해 가고 이들 양국이 과거 인류역사에 차지했던 정치적 경제적 비중이 되살아 나면서 향후 국제사회와 미래의 향방에 거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에 있다.
이러한 관점을 아래의 두 개의 도표가 정확히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도표1. 영국 연구기관에서 작성한 지난 2,000년간의 GDP 비중
도표2. 산업혁명 이후 2015년 까지 GDP 비중의 변화 by ECRI(Economic Cycle Research Ins.)
도표1은 지난 2,000년간의 경제비중을 보여주는 곡선의 조합으로 영국에서 작성한 탓인지 인도의 비중이 우리가 추정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고, 압도적 제국이었던 당(唐)과 인류 최초로 상업의 시대를 연 송(宋)나라 그리고 청(淸) 3현제 시대의 풍요로 40% 수준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중국의 수치가 상대적으로 적게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
산업혁명이 있기 전까지 지난 18세기 동안 중국과 인도의 경제적 비중이 전세계의 50-60% 수준까지 육박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역으로 19세기 이후 2세기간 유럽과 미국 그리고 러시아를 포함하여 구미 지역이 번성을 구가하면서 약 50-60% 수준의 비중을 차지하다가 근래 들어서 급격히 축소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표2를 참조하고 이를 PPP기준으로 재조정하여 판단하면, 2017년 기준으로 유럽과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공히 15-17% 정도, 중국은 20%, 인도가 5-6% 수준으로 추정된다. 일본과 한국 그리고 동남아를 포함하면 아시아의 비중은 이미 50%를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여전한 기술력과 군사력 그리고 달러라는 국제통화의 발권력을 기반으로 제멋대로 국제적 질서와 교역의 기준을 임의로 무시하거나 변경하고, 급기야 지난 5월 초에는 주요 국가들과 13년간 합의 통해 이룬 ‘이란핵합의’를 2년만에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이란과 협력을 지속하는 국가와 기업을 대상으로 세컨더리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세계대전의 위험까지 내다보며 외국 주요 언론들은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 보도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중동 발 세계전쟁이 없길 바라지만,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제재가 이란과 관련 국가들에게 일시적으로 심각한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바라보면 결국은 미국의 급격한 퇴조와 함께 미국의 강요에 굴복한 국가들 역시 선택에 따른 상당한 부담과 손실을 감당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합의를 깬 대가로 국제사회에서 지위가 심각하게 위축당할 것이다.
특히 중국과 인도, 그리고 러시아가 정치경제적으로 강력하게 연대하여 대응할 경우에는 미국이 가하는 충격은 대해(大海)에 잠시 이는 일과성의 파랑에 불과하며, 오히려 이들 국가들이 지니고 있는 거대한 자원과 잠재력이 향후 사태의 진행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필자는 중국과 인도의 두 지도자들이 어떤 정도 깊이의 인식에서 어느 수준의 이야기와 합의를 도출했는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위의 도표가 지난 2,000 년 간의 기록으로 보여주듯이, 역사적 도시 우한에서 우연을 가장해 이루어진 회담의 결과로 중국과 인도의 관계가 대결에서 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방향으로 자리잡게 되면, 이는 한 세기 이상 인류의 미래를 좌우하는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역사의 간계를 지금처럼 깊이 느껴본 적이 없는 필자는 중국방송에 기고된 한 칼럼의 글을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맺고자 한다.
“현대 중국과 인도 양국은 서구 국가들에 비해 매우 낙후되었다. 이런 양국이 협력을 통해 발전의 시대로 들어서면, 동양의 문명이 되살아 나게 될 것이고 아시아의 새로운 세기가 열리게 될 것이다. 세계는 지난 세기에 겪지 못한 변화의 시대를 지나고 있으며 동양 문명의 재출현(부활)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추세이다.”
In modern times, both China and India lag behind Western countries. If China and India develop through cooperation, it will help to revive oriental civilization and create a new century in Asia. The world is undergoing a major change that has not existed in a century. The re-emergence of Eastern civilization is an irreversible trend.”
하와이에 위치한 미국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인 해리 해리스(Harry Harris) 제독은 주호주대사로 임명되어 이달 중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4월 24일, 트럼프 행정부는 돌연 해리스 제독이 주한대사로 지명되었다고 발표했다.
여러 면에서 이러한 지명은 유례없는 일이었다. 한국 정부가 북한과 평화 무드를 조성하려는 시점에 군 장성을 대사로 임명해 한국과 동아시아로 파견하는 것은 예사 일이 아니다. 과거 일본의 식민지배를 둘러싼 민감한 이슈를 감안할 때 일본 극우와 친밀한 군 장성을 임명했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어머니가 일본인이고, 그가 일본에서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이 지명을 반대할 수는 없겠지만, 하필 해리스 제독이 주한대사로 지명된 순간 그에게 “욱일장(Order of the Rising Sun)”이 수여된 사실은 참 기묘하다.
주한미국대사로 지명된 미국 태평양사령부 사령관 해리 해리스 제독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고문과 학대가 자행되는 동안 그가 한 일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고문과 학대는 주도 면밀하게 구성된 법률의 사각지대 내에서 이뤄졌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떠들썩한 불법행위에 개입되면 경력이 끝장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는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 살고 있다.
애당초 많은 호주인들은 호전적인 맹렬 반중(反中) 해리스 제독의 호주대사 임명을 반기지 않았다.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호주 총리는 전 총리인 토니 애벗(Tony Abbot)이나 케빈 러드(Kevin Rudd) 보다는 중국에 대립각을 세우는 입장이었으나 보수적인 재계의 반대는 여전히 무마하지 못하고 있다.
미 군부 내 반중파에게는 중국과의 전쟁 추구를 반대하는 호주 내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해리스 제독이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다. 중국의 경제압박과 채굴, 농업, 교육 등 호주 내 현안 때문에 골드만삭스조차 턴불 총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해리스 제독의 호주대사 임명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게다가 그는 보통 군 장교가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군사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중국에 대항할 동력을 이끌 적임자다. 또한 그는 격식이나 군대의 법칙에서 벗어나 조롱과 도발을 쏟아내는 언행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런데 중국과 맞서기 위해 중요한 또 다른 국가가 있었으니 바로 한국이다. 한국에도 대중(對中)관계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목소리가 크다.
주한미국대사로는 극우파 퇴역 육군장교인 제임스 터먼(James Thurman) 전 사령관이 일찌감치 내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왜 마이크 폼페이오 (Mike Pompeo) 미 중앙정보부 국장(현 국무부장관)은 마지막 순간에 해리스 제독으로의 변경을 요청한 것일까?
이 급선회에 관한 자료는 내 평생 공개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의도는 분명하다.
최근 남북한은 11년만에 처음으로 남북회담을 갖고 합의를 도출했고, 4월 28일 발표된 공동선언문을 보면 양측이 상호협력을 위해 전반적인 의견을 나눴음을 알 수 있다. 이로써 수주 또는 수개월 내에 남북한의 휴전상황이 끝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이 평화협정을 원하느냐 아니냐는 사실 상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남북관계가 급진전해 트럼프 대통령의 뒤에 버티고 있는 미 군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자, 그들은 한국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해리스 제독 같은 거물급 인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혹여 협상의 성공이 아시아 내 미국의 입지를 흔들고, 그동안 미국이 전투기와 군함, 잠수함 수의 급증을 정당화하기 위해 중국과의 전쟁 상황을 조성한 마지막 순간에 군축을 하게 될까 우려하는 쪽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중국과의 광범위한 군사대결을 추구하는 쪽에서 큰 목소리를 내왔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미국 정부 내에는 해리 해리스만큼 가차없이,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은 중국, 일본, 러시아와의 정치, 경제적 통합과 동시에 북한과의 화해를 위한 여정을 시작했고 이것이 거대한 물결이 될지도 모를 일이므로 미국으로서는 이를 막기 위해 그 무엇도 망설이지 않을 누군가가 필요하다.
추악한 해리 해리스의 출세가도
해리 해리스 제독의 경력은 그가 2006년 3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관타나모수용소[1]의 사령관으로 복무한 이후 도약했다. (부시 정부에 의하면 제네바 협약의 대상이 아닌) 이 비밀 군시설이 수용자들에 가학 행위를 하는 장소로 쓰였다는 기괴한 이야기는 수용소 경비요원이었던 조셉 힉맨(Joseph Hickman)의 저서인 Murder at Camp Delta 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이 책에서 힉맨은 해리스의 재임 기간에 발생한 수용자 3인의 죽음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당시 이 죽음은 “자살”로 발표되었는데, 최초 보고에 따르면 이 수용자들은 (정말 자살이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헝겊을 목 깊숙이 밀어 넣는 방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6년간 조사를 계속한 끝에 힉맨은 이 수용소에서 향정신성 부작용이 있는 말라리아 치료제를 의도적으로 남용 투여해 수용자를 정신적으로 파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모든 일은 해리스의 묵인 또는 감독 하에 일어났다.
힉맨이 “미국의 전투실험실”이라고 칭한 이 곳에서 해당 약에 대한 결정을 내린 사람이 해리스다.
당시 운영된 고문 프로그램과 관련된 행위로 감옥에 간 사람은 CIA 전 직원인 존 키리아코 (John Kiriakou)가 유일한데, 놀라운 것은 해당 범죄행위를 대중에 공개했다는 이유로 형을 살았다는 것이다. 그는 해리스가 운영한 고문 프로그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프로그램에 인체실험도 있었다는 믿을 만한 주장이 있습니다. 상상도 못하겠고, 정말 끔찍합니다.”
이는 살아있는 수용자를 대상으로 은밀하게 화학전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악명 높은 일본제국 육군 소속 731부대와 닮았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승진한 고문 캠프 관리자는 비단 해리스 뿐만이 아니다. 현재 CIA 국장으로 지명된 지나 해스펠(Gina Haspel) 역시 광범위한 고문 프로그램을 감독했고, 그 결과 꾸준히 승진할 수 있었다.
해리스 당시 사령관은 이 수용자들의 사망원인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자살을 두고 공공연히 아래와 같은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
“그들은 똑똑하고, 창의적이고, 투지가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목숨에도, 자신들의 목숨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은 절망해서가 아니라, 우리에 대한 비대칭전의 일환으로 자살을 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더 존스 (Mother Jones) [2])
그는 끔찍한 정신적 학대로 목숨을 끊은 수용자들의 죽음을 비인간적인 적군의 사악한 음모로 치부했다.
이렇게 뻔뻔스러운 언동에도 불구하고 그는 기소되지도 않았고, 해고는 커녕 연달아 승진을 한 끝에 2013년 태평양 함대의 사령관에 임명되기에 이르렀다. 같은 해 5월에는 예상을 깨고 하와이 소재 태평양사령부 전체를 이끄는 사령관으로 선발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승진의 시기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당시 태평양사령부는 군대의 전략적 계획과 책무를 약화시킨 맹목적 군국주의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했다. 태평양사령부에는 기후변화를 가장 중요한 안보위협으로 다뤄야 한다고 공언하는, 안보의 개념을 완전히 재정립하고자 하는 무리가 주요한 분파를 형성하고 있었는데, 그 중 많은 이들은 기후변화 및 기타 안보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협력이 가능하고, 나아가 미국을 위해서 중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수십년간 태평양사령부는 전기배터리와 기타 대체에너지 인프라 개발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에 전념해왔고, 태평양 및 동아시아 지역 국가와 힘을 모아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관련 재해 발생 시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글로벌 프로젝트를 시작한 바 있다.
말하자면 태평양사령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파트너 국가들과 새로운 동맹의 초석을 쌓고 있었고, 이 프로젝트가 확대되었다면 한국전쟁 이후 미국 군대를 정의해 온 군사동맹체계에 직접적인 도전이 되었을 것이다 (엔드류 드윗(Andrew DeWit)).
결과적으로, 태평양사령부는 기후변화 대처 및 여러 협력 분야에서 중국과의 광범위한 논의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러한 노력은 2016년 9월 3일 항저우회담에서 발표된 버락 오바마 (Barack Obama) 대통령과 시진핑 (Xi Jinping) 주석의 선언에 잘 드러난다. 이 회담에서 양국은 기후변화 대응에 힘을 모으고 군사협력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이 상황은 수익을 보장해 줄 (그리고 군 장교에게는 안락한 퇴직생활을 보장해 줄) 값비싼 함정과 전투기를 계속 팔아야 하는 무리에게 매우 거슬릴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태평양사령부가 연2회 열리는 환태평양해군합동연습, 일명 림팩(RIMPAC)에 중국 해군을 포함하기로 결정하면서 보수파들은 더욱 화가 났다. 이는 태평양사령부가 미 군부 내 존재하는 중국의 위협이라는 슬로건을 부정하는 것이자, 미국 정계의 로비스트 그리고 단지 “중국의 위협”이 아닌 인종주의적 정치의 일부로 삼는 미 본토의 극우단체로부터 정책독립을 선언하는 것을 의미했다. 태평양사령부 내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이들의 사상을 믿기 어려워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보수진영의 반발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사령부 내 기후변화 대응 노력은 수그러들 기미가 없었다. 이러한 대결구도는 2013년 3월 9일, 당시 사령관인 새뮤엘 라클리어 (Samuel J. Locklear III) 제독이 하버드대학교에서 한 연설에서 기후변화를 태평양지역의 가장 일차적인 장기 안보위협으로 꼽으면서 정점에 이르렀다. 너무 당연한 사실이라 청중은 하품을 했을지 모르지만 사실 함축된 의미를 생각하면 획기적인 발언이었다 (보스턴글로브(Boston Globe)[3]).
태평양사령부 前 사령관인 새뮤엘 라클리어 제독
높은 지적 업적으로 “군대의 하버드”로 알려진 라클리어 제독은 기후변화를 안보정책의 우선순위로 삼고, 화석연료 축소를 추진하고자 하는 태평양사령부 내 강력한 한 분파를 대표한다. 퇴역장교들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The Burden”은 화석연료의 악영향을 기후변화 뿐 아니라 군대의 효율성 측면에서 파헤치며 사령부(그리고 다른 부처들)의 관련 노력을 가장 잘 담아내고 있다.
우파진영이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면 라클리어 제독이 하버드에서 한 연설로 미국의 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도 있었다. 즉, “테러와의 전쟁”에서 벗어나 기후변화에 중점을 둔 더욱 복잡한 전략이 탄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특수부대와 정보부 예산으로 이익을 추구하거나, 전통적 항공모함전투군과 까다로운 전투기로 부를 축적하는 군부의 실세들은 이러한 상황을 용인할 수 없었다. 라클리어는 (대부분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즉각 군 내부의 맹공을 받았다.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가차없이 그의 자리는 해리 해리스에게로 넘어갔다.
해리스는 과거 관타나모 때와 같은 이유로 태평양사령부에 배치되었다. 반대파를 누르고 실무전문가의 반대를 넘어 최악의 미국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해리스가 중국과의 협력을 끝내거나 사령부의 기후변화 연구를 중지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는 그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 과정에서 그는 일찍이 태평양사령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유력한 정계인사로 부상해 일본에서 많은 연설을 했고 (일본인들은 그를 토종 일본인으로 여긴다), 호주와 기타 아시아태평양 국가에서도 연설했다. 그의 연설은 객관적으로 전략을 평가하거나 과학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적인 정치 비난에 가까웠다.
해리스도 수십억 달러를 가진 독립 연구단체를 통제할 수는 없었다. 이들은 재생에너지와 환경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해왔고 결코 포기할 뜻이 없었다. 다만 해리스는 안보 관련 논의는 그가 강조해온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4]” 캠페인에 초점을 맞추도록 했다. 결국 “항행의 자유”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의 섬들 인근 해역으로, 때로는 배타적경제수역 12해리 넘어서까지 미국이 정기적으로 군함을 보내야 한다는 것을 듣기 좋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필요한 도발(중국 군함이 정기적으로 하와이 해안 근처까지 항해를 한다면, 또는 미국의 하와이 영유권을 문제 삼는다면 미국은 어떻게 반응할 지 상상해보라)이 태평양사령부 전략 계획의 중심이 되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군부 내 “중국과의 전쟁”을 추구하는 분파는 트럼프를 강력히 지지했다. 트럼프와 오랜 유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의 주장을 후원해줄 누군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특히 러시아 또는 이란과의 전쟁을 계획하는 그룹, 또는 “테러와의 전쟁”에 많은 투자를 한 그룹을 반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또한 기후변화와 같은 비전통적 안보 이슈에 배정되는 예산 그리고 많은 예산을 배정받는 작은 분파의 예산을 통제하기 위해 분투했다.
군대의 성격 변화
트럼프처럼 해리스도 언론에 흥분 섞인 발언을 쏟아내며 주목을 끌었고, 자신만의 헌신적인 지지자들을 확보하게 되었다. 다소 거친 스타일에 특유의 매력이 있기도 하고, 사람들은 그를 고지식할 정도로 솔직한 사람으로 인식한다.
네이비타임즈(Navy Times)는 중국전문가 보니 글레이저(Bonnie Glaser)가 한 다음의 말을 인용해 해리스를 소개했다.
“그는 마음에 있는 말을 하고, 권력자에게도 진실을 얘기하되 공개적으로 하는 사람입니다. 말하자면 희귀종이죠.”
“태평양사령부가 오늘밤 싸워야 한다면, 난 그 싸움이 정정당당한 싸움이 아니길 바랍니다. 칼싸움이라면 총을, 총싸움이라면 대포를, 그것도 미국 동맹국 모두의 대포를 가지고 싸울 겁니다.”
미국 태평양사령부의 사령관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저돌적이고 격앙된 발언이라 할 수 있다. 사실 그는 지난 500년간 평화를 유지하고 전쟁을 막은 모든 군사 관례들이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떠벌리고 있다. 그런데 누구도 공격하지 않기 위해 우유부단한 태도를 취하는 정부 관료에 지친 군 내부에서는 그런 해리스가 활기차고 신선한 존재로 비춰진다.
그러나 해리스의 영향력이 증가하는 것은 단순히 트럼프 당선 이후 “중국과의 전쟁”을 추구하는 분파가 부상한 결과만은 아니다. 미국 정부 내 전반적으로 군대의 힘이 커지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
2016년 선거 이후 워싱턴 행정부가 무너졌고, 이는 결국 정부부처 중 제대로 기능을 하는 곳은 군대 하나 남게 된다는 뜻이다. 미국 군대가 발생시키는 폐기물 총량을 생각하면 이런 발언이 터무니 없이 들리겠지만, 이상하게도 군대는 특유의 경직성 덕분에 오히려 정치인의 직접적인 개입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고, 그러므로 연방정부 그 어떤 부처에서도 불가능한 장기적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제2차 세계전쟁 이후 미국에 의해 정립된 글로벌 체계의 운영을 점차 미 군부가 수행하게 되었지만, 군 장교가 정의를 위해 싸우든 부패에 탐닉하든 간에 사람들은 군대에 접근하기가 어렵고, 군대라 하면 그저 탐사보도의 주제로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국 정치를 이해하게 어렵게 되었다. 군 장교에게 제공된 가이드라인을 보면, 민간인은 물론 다른 정부부처 또는 군대 내 다른 부서와도 교류하지 못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따라서 그간 군대의 영향력이 매우 확대되었지만, 실제로는 그리 커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보다 더 복잡하다. 군대의 중요성이 커진 것은 행정부 붕괴의 결과일 뿐 아니라, 시민사회 와해의 결과이기도 하다. 학계와 비정부기구, 재계, 기타 시민사회의 여러 영역을 이끌었던 거물들이 체계를 잃은 채 비겁해진 나머지, 결국 자기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용감하고 조직적인 모습은 군인만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브래들리 매닝(Bradley (Chelsea) Manning)과 에드워드 스노우든(Edwin Snowden), 제프리 스털링(Jeffrey Sterling)의 전설과 그 밖에 군부와 정보국 내에 알려지지 않은 많은 이들이 그 결과다. 이들은 분명 군국주의에 반대했으나, 역설적으로 이들이 군대 내에서 행한 일들이 오히려 군의 정치적 역할을 강화했다. 이란과의 전쟁 같은 이슈를 논할 때는 민주당이 아니라 군 부대가 야당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새로운 세상의 주인은 해리스 사령관 같은 “각 지역 전투사령부”(아프리카사령부, 중부사령부, 유럽사령부, 북부사령부, 태평양사령부, 남부사령부 )의 사령관들이다. 이들은 각 국가별 대사보다 방대한 각자의 “책임지역” 내에서 임무를 수행하며, 정치인들의 방해공작에서 자유로이 스스로 예산을 관리한다.
이들의 행동이나 예산사용내역은 제한된 몇 명만 알 수 있고, 이들의 이름은 힘없는 정치인의 우스운 주장으로 가득한 일간지에는 잘 등장 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미디어의 주목은 피하면서 군대를 출동시키고 정책을 실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디어에 전면 노출되며 곤욕을 치러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보다도 큰 능력을 가지고 있다(마이클 클레어(Michael Klare)).
태평양사령부의 사령관은 수천억 달러의 예산을 집행할 수 있어 왠만한 대기업 CEO를 넘어서는 권한을 가진다. 또한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워싱턴 정가의 의미 없는 정쟁을 무시하고 정책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다.
해리스는 이전의 주한미국대사 후보였던 빅터 차 (Victor Cha) 조지타운대학교 교수와는 확연히 다른 인물이다. 빅터 차는 워싱턴 내에서 광범위한 컨설팅을 제공하는 학자로 북한을 악마로 묘사하여 (그리 되면 컨설팅 계약도 딸 수 있을 테니)군비증강의 정통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CSIS(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한국실장이자 선임고문으로 일한 그는 주요 방산업체의 후원 하에 군사예산을 늘리기 위해 로비와 PR 활동에도 기여했다. 한편으로는 단순한 일반화를 지양한 실제적 연구를 통해 적대적제휴: 한국, 미국, 일본의삼각안보체제 (Alignment Despite Antagonism: The United States-Korea-Japan Security Triangle)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반면 해리스는 중국의 위협에 집중해 예산을 확대하고 자신들의 권력도 확장하고자 하는 1성 장교 및 2성 장교(제독)들의 리더에 가깝다. 이들에게는 2018년 1월 19일 대중에 공개된 국방전략보고서가 성전이나 다름없다. 이 보고서에 나오는 전략은 정보부와 특수부대가 이끈 “테러와의 전쟁”을 중단하고 “경쟁국가”와의 “진짜 전쟁”에 대비해 군함과 전투기에 방대한 투자를 재개하는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해당 보고서는 “규칙에 의존한 장기 국제 질서의 쇠퇴로 인한 점증하는 국제 무질서”를 언급하며, 그 원인으로 미국의 제도적, 구조적 문제는 물론 중국과 러시아, 테러 집단의 공격적 행보를 꼽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혼돈 속에서 금융과 무역, 무역과 안보의 경계가 무너지는 가운데, 해리스 역시 안보와 경제, 문화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하면서 자신의 영향력을 더욱 증대시켰다. 트럼프는 트럼프 자신을 위해 일하지만 해리스는 분명한 목표 하에서 실질적 예산과 전문지식을 갖춘 장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일한다.
미 상원군사위원회는 2018년 2월 14일 청문회에서 해리스를 단독 증인으로 신청했고, 그는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군대가 중국의 점증하는 위협에 대응하는 데 있어 재원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몇시간에 걸쳐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할 것과 일본, 한국, 호주, 필리핀, 태국의 비용부담을 대폭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프랑스와 영국, 인도에 더욱 적극적으로 중국 대항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
이 증언은 과장이 좀 심했지만 현재 상원군사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2018년 국방수권법안 예산인 7천1백7십억 달러 (비공개예산을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을 것) 내에서 군함과 전투기의 생산 및 보수를 담당할 기업에 퇴역 장교가 컨설팅을 제공하거나 투자를 함으로써 벌 수 있는 금액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정부기관들에 조용한 전쟁을 선포했다. 정부가 적이 된 것이며, 공화당은 이러한 혼란을 긍정적 정치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늦은 밤 트위터를 하며 정책을 구상하다 보니 정책검토나 책임은 피하고 의사결정 전에 전문가의 의견을 구할 필요도 없어졌다. 이렇게 백악관이 정책의 세부내용을 경시한 결과 군부 내 파벌의 힘이 또 한번 강화되었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단계, 클린턴 정부 후반부에 시작된 군대 기능의 사유화의 최종 이식단계에 도달했다.
전쟁은 그 어느 때보다 돈벌이의 문제가 되었다. 전쟁은 곧 주가상승과 고위 군간부의 안락한 퇴직생활 문제인 것이다. 군대는 워싱턴 정가에서, 상원의회에서, 선거에서, 무기상만이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지역에서, 끊임없이 전쟁을 외치는 로비스트에 돈을 대는 투자은행, 기술기업, 방산업체와 밀접히 관계되어 있다.
군장성은 모두 한때 순수하고 도덕적인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가설을 지지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지난 20년간 군대의 리더십이 눈에 띄게 약화되었음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려 깊고, 박학다식한 정책전문가로 1940년대 중국의 공산주의와 민족주의 간 화해를 위해 노력한 존 마샬 장군(General John Marshall) 같은 인물을 찾아볼 수가 없다. 마샬 장군은 본인의 임무라 생각하면 보상을 바라지 않고 불가능한 일에도 도전했다. 5성 장군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Dwight Eisenhower) 역시 퇴임사에서 “군산복합체”에 대해 경고를 날린 바 있다. 그가 돈을 벌기 위해 방산업체와 컨설팅 계약을 추구하지 않았음은 자명하다. 사실 당시로서는 그런 계약을 하는 것이 수치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나, 오늘날이라면 거절하면 바보 취급을 당하게 될 것이다.
의회의 리더십 약화는 훨씬 더 두드러진다. 여러분도 제이콥 제비츠(Jacob Javits), 제임스 풀브라이트(James Fulbright), 애들레이 스티븐슨(Adlai Stevenson) 등 20세기 중반의 정치인들이 자신의 결함을 인정하고, 공공서비스에 헌신하여 밤낮 없이 정책의 세부사항까지 세심히 살피고, 미국의 장기적 전략을 개발한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런 정치인들은 더 이상 어디에도 없다. 아마도 1997년 퇴직한 폴 사이먼이 마지막이었던 듯 하다. 오늘날 “정치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정책의 의미를 모호하게 이해할 뿐이다. 그들은 마치 아이스크림 가게 앞 어린 애들처럼, 그저 사람들에게 돈을 받기 위해, 미디어에 좋은 인상을 남겨 표를 더 얻기 위해 애쓰는 데 시간을 쏟고 있다.
대부분의 정치인과 비교하면 해리 해리스는 전문가로 느껴진다.
해리스는 공화정 시기 원로원의 권력을 남용한 과거 로마제국의 식민지 총독과 닮았다. 또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청나라에서 급부상한 군벌과 더 유사한 듯도 하다. 과거 중국 제국에서 이들 군벌은 자신들의 점령민들과 긴밀한 경제관계를 형성하고, 독립적인 경제적, 정치적 존재로서 어마어마한 정치권력을 얻었다.
청 왕조의 부패가 심해지자 제국은 군벌이 (다양한 외세의 도움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는 지역들로 쪼개지고 말았다. 이 군벌은 1940년대 내내 강성한 권력을 누렸다.
군벌은 서태후의 비밀궁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그 어떤 이보다 훨씬 많은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절망한 진보세력은 중앙정부는 개념조차 잡지 못한 개혁을 수행하기 위해 위안 스카이 장군처럼 진보적인 군 지도자에 주목했다. 그러나 위안 스카이도 스스로 황제가 되기 위한 시도 끝에 점차 무자비한 정치인이 되어갔다.
해리스가 한국에서 할 일은 무엇일까?
미 연방정부의 권한이 축소되고, 군 사령관 개개인이 권력이 확대되면서, 한국인들(그리고 다른 아시아인)은 점차 혼란스러움을 느낄 것이다. 한국 국회는 힘 빠진 미 국무부가 여전히 한반도 문제에 결정권을 가질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태평양사령부가 명목상으로만 국방부장관의 명령을 받는다는 사실, 그리고 전 세계 다양한 권력기관과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에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국방부와 사령부가 비공개로 체결한 군사, 정보, 경제 협약의 복잡한 그물은 제1차 세계전쟁을 불러온 비밀외교와 유사한 폐해를 지니고 있다.
한국 미디어는 해리스라는 사람과 그의 배경을 심도있게 보도하지 않고 있다. 아마도 북한과의 우호적인 관계 형성에 트럼프가 보내는 지지를 유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해리스의 역할은 한국이 빠르게 북한과 통합을 이뤄 미국과의 군사동맹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일 게다. 미 군부의 다수가 이 군사동맹을 통해 중국의 위협에 집중하고자 한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을 한들, 보수적인 한국인들조차 실체가 없는 중국의 위협에 장단을 맞추도록 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의 경제력이 성장하고 그에 따라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외교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을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을 비밀에 부칠 수는 없다. 국제법과 기후변화 대응에서 발을 빼기로 한 미국의 결정 역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손실을 안겼다.
만약 해리스에게 주어진 임무가 이란과의 전쟁에 한국을 줄세우는 것이라면, 그는 앞으로 상당히 어려운 일을 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는 그런 갈등을 원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은 중국의 위협도 달갑지 않겠지만, 그러한 군사행동의 결과 발생할 러시아와의 최후 결전은 더더욱 반기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리스 제독이 주한대사로 임명된 것이 승진인지 강등인지를 두고 질문이 많았다. 물론 그는 권력을 더욱 확장하기 위해 한국으로 파견되었다. 그러나 기후변화 같은 중요치 않은 문제를 고집스레 연구하고 있는 태평양사령부의 분파는 앞으로 어찌될까? 앞으로 해리스는 한국이 호주, 일본과 함께 중국과의 전면적인 충돌에 대비해 전열을 갖추도록 하는 데에 모든 시간을 써야할테니 말이다.
2018년 5월 2일 발간된 미국 아시아정책 전문가 크리스 넬슨(Chris Nelson)의 “넬슨리포트 (The Nelson Report)”는 워싱턴에서 개최된 일본 사사가와 평화재단(Sasakawa Peace Foundation)의 연례 “미일동맹” 컨퍼런스에서 있었던 흥미로운 논의를 인용했다.
넬슨이 일본의 퇴역 해군 제독인 타케이 토모시마(Takei Tomohisa)에게 일본과 미국, 호주, 인도 해군이 중국과 힘을 합쳐 기후변화 및 그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 대응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하자 그 자리에 참석한 누구도 여기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 이 시점에 미 태평양사령부는 안보, 특히 바다에서 점점 더 재앙적인 양상을 보이는 기후변화에 대해 어떤 의견을 내놓을까? 오랜 해군 군가 가사처럼, “호랑이 없는 굴에는 토끼가 왕 노릇하기 마련이다”.
북한 관계의 많은 전문가들은 6월12일 싱가포르 회담을 기정 사실로 받아 들였고, 특히 북미정상회담에 실무책임을 지고 추진했던 정의용 안보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취소시키기 하루 전날까지 성사 가능성을 99.9% 라는 자신을 피력하면서 0.01%의 실패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단언까지 하였다.
반면에 ‘다른백년’은 온라인 칼럼을 통하여 지난 수 개월간 지속적으로 즉흥적인 북미회담의 가능성에 회의를 품고 낙관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여 왔다(3월24일자 – 북미정상회담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4월27일자 – Kim-Trump 회담은 어음거래다, 5월22일자 – 김정은 위원장 얼굴에 흙을 뿌리지 마라 등).
이젠 역으로 필자는 6월의 정상간 만남이 무산이 된 현시점이 문재인 정부의 의지 여하에 따라 비로소 북미간의 관계가 제대로 개선되고 정상화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자 한다. 예측의 근거를 제시하기 전에 우선 무산된 배경을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의 무산 배경
우선,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의욕을 앞세운 점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1987-88년 근저로 김일성 주석이 주한미군 주둔을 용인하는 조건을 제시하면서 북미간 정상회담을 희망하며 정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전환하고 한반도의 평화체제 정착과 대미수교를 제안한 바 있다. 이후 북한은 같은 입장과 제안을 미국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하여 왔다. 평창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로 물꼬가 트인 남북의 화해 분위기 속에 북한은 위의 제안을 희망을 섞어 되풀이 한 셈이다.
북한 전문가로 알려진 조셉 윤이 CNN과 인터뷰한 내용을 참조하여 보면, 사실 북한 측은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예전처럼 남한의 평양방문단에게 던져 본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핵무력 완성에 따라 경제와 산업발전에 전력을 다해야 할 북한의 입장에서는 UN을 지렛대 삼아 미국이 강요하는 외교경제적 제재와 압박을 완화시키고, 산업화와 사회기반시설에 필요한 초기자본(seed capital)을 어떠한 형태로도 형성해야 할 내부적 긴박성이 있었으리라 점은 쉽게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를 과대 포장하여 백악관에 던진 셈이다. 북미간의 핵심은 평화체제의 구축이고 북한이 당당하게 국제사회에 등장하는 것이다. 반면에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의용 실장 등은 마치 미국의 제재와 압박이 결정적 역할을 하여 북한이 협상테이블로 나오게 된 것처럼 아부하고 모든 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는 실수를 하였다. 더하여 지난 십 수년간 북한과 중국간의 불편한 관계가 마치 루비콘 강을 건넌 것처럼 미리 예단하고 이번 기회에 북한을 한미일 동맹에 더하여 중국봉쇄전략에 편입할 수 있다는 상상의 시나리오를 미국에게 던진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이에 대하여 장사꾼 트럼프는 자신을 부동산 재벌에서 미국 대통령까지 이끈 자기중심적 계산과 자기과시적 승부사의 장점을 발휘하여 북한의 희망이 섞인 제안을 덥석 잡아 역제안 하는 방식으로 수용하게 이른다. 오바마가 하지 못한 일(All but Obama)을 내가 해낸다는 일종의 병리적 심리와 정치적 궁지에 몰린 입장에서 탈출용 대형 이벤트가 절실했던 그로서는 북미회담을 구원의 돌파구로 판단했거나 또는 게임 패를 던지듯이 활용한 측면이 있다 할 것이다.
그런데 기대했던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공화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그리고 진보적 언론으로 평가되는 CNN과 NYT 등 미국 주류 사회가 정작 이러한 결정에 대단히 부정적인 여론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물론 네오콘 등에 의해 조작된 내용이지만 지난 60여 년간 북한을 보는 미국인들의 대부분은 반드시 망해야 하는 독재정권(regime collapse), 근거가 없이 호전적인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는 권력을 교체시켜야 하는 대상(regime change), 인권의 무풍지대로 국제적 일원으로 인정할 수 없는 불량국가(rogue state) 등으로 강하게 인식하고 있어, 이들에게는 힘과 패권으로 국제질서를 책임져야 할 미국의 대통령이 사전적 합의와 양보 없이 북한 지도자를 만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남북 정상이 함께 연출한 판문점의 극적인 이벤트 장면과 선행적으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는 북측의 선언 등이 미국의 여론을 일부 순화시키기는 했으나, 트럼프 자신도 김정은 위원장과 만남이 실패로 끝날 경우 돌아올 엄청난 비난과 후폭풍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만에 하나,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평화협정과 북미간 국교 정상화가 이루어진다면 이것은 네오콘 및 미 군수산업에게는 재앙을 의미한다. 단순히 남한의 군사력 증강을 핑계로 팔아먹는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무기판매를 별도로 치더라도, 주한미군 및 주일미군의 역할과 위상을 조정하고, 수천억 달러의 예산을 집행하는 미태평양 사령부의 조직 전체를 새롭게 검토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지난 수십 년간 마음대로 조작하고 주물러 왔던 악의 축 나라를 한 순간에 정상적인 국가로 인정하여 외교적 관계를 수립하고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어야 할 대상으로 설정하는 상황이 분명히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전히 매파인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트럼프 지시로 한편에서는 미소를 짓고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 뛰어 다녔지만, 실제로 뒤에서는 남한과 북한까지 미국의 영향권에 강하게 구속시키기 위하여 6월 전역하는 미 태평양 사령관 해리 해리스 제독을 주한대사로 미리 내정하기도 했다. 구제불능인 악질적 네오콘의 중심축인 펜스 부통령과 볼턴 등이 던진 일련 발언들은 즉흥적이거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연막작전 수준의 발언이 아니라, 네오콘과 군수산업의 이해를 대변하여 북미회담을 훼방하고 성사되지 않기를 바라는 속내에서 터져 나온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트럼프의 즉흥적이고 이기적인 역제안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일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물론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북한에 대한 진정성이 한 축을 이루기는 했지만, 미국과 역사적 담판을 짓기 위해서는 반대편에 균형을 유지하기 위하여 중국과 러시아 등에 국제적인 연대와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자연스런 과정이다. 더구나 이를 계기로 저강도 전쟁행위인 UN제재를 무력화하고 북한사회를 현대화하기 위해서는 절대적 조건인 중국의 경제적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비핵화를 추진해야 하는 북한으로서는 현실적이고 탁월한 선택이다.
중국 역시 역내의 안보불안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서 북한에게 비핵화 과정으로의 진입을 조건으로 대대적인 경제적 지원과 협력을 약속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미 북한 동해안 라인에 철도 사업을 착수한 러시아 역시 한반도를 통하여 철로와 육로 그리고 에너지 공급라인이 남한을 거쳐 일본까지 연결된다면, 경제제재를 포함한 미국과 격한 대립 중에 있으며 에너지 가격 및 판로의 불안정을 겪는 입장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하는 것을 지지하고 도와주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현재의 바둑판을 흔든 것은 명백하게 미국,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 기질의 그에게 당장 승부의 패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정치적 궁지에 몰려 있는 그에게는 11월 중간선거라는 피할 수 없는 일정표가 던져져 있다.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이다
필자는 처음부터 판문점회담과 선언이 불확실한 북미정상회담보다 열배, 백배 중요하다고 반복해서 주장하여 왔다. 국제사회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눈치나 살피며 미국의 지시에 따른 대리운전의 역할을 마감해야 한다. UN의 제재가 국제사회에 던지는 명분은 북한에게 더 이상 핵과 미사일 개발을 하지 말고 협상의 자리에 나오라는 충고를 겸한 강요이다. 북한은 이에 선제적으로 호응하여 국제사회를 향해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는 장면을 공개하였고, 북미정상회담에 성실히 임하는 일련의 과정을 밟아 왔다.
앞으로 전개될 과정의 길라잡이 역할과 책임은 다시 문재인 정부에게 주어졌다고 판단한다. UN내 원조부처가 요청해서가 아니라 남한 정부가 동포애적으로 판단해서 인도적인 사안부터 시작하여 신속하게 식량과 의약품을 대거 제공하고 필요하다면 대규모 의료진을 북한에 파견해야 한다. 개성공단의 조업을 신속히 재개하되, 당장 현금거래를 문제 삼으면 물물교환으로 대체하면 된다. 중기적으로는 UN 제재를 중단시키는 외교노력에 힘을 경주해야 한다. 제재결의를 풀어야 할 명분은 충분하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주도하여 동포국가인 북한이 경제적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국제적인 기구들과 연합하여 가능한 모든 영역의 지원과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먼 훗날 이루어질 통일로 나가는 첫걸음이자 초석이다.
같은 민족이라는 명분으로 그리고 한반도라는 공간에 대한 역사의 주역으로 남한 정부가 적극적으로 상황을 타개하고 주도해 나가면, 중국도 러시아도 주변국가들도 호응해올 것이고 UN 역시 반가운 속내를 드러내며 반걸음으로 따라올 것이다. 결국 문제는 다시 미국이지만 당사자인 트럼프는 아직 문을 잠그지 않았다. 6월 24일자 CNN 분석기사 중 몇 귀절을 인용해 본다.
“결국 문제가 되고 말았지만, 김정은과 대화를 나눈 것은 훌륭했다. 언제가는 그와 만나기를 매우 기대한다. 한편 억류되었던 포로들을 석방해 가족들과 함께하도록 해준 것에 대해 사의를 표한다. 정말 멋진 제스츄어였고 높이 평가한다.” 트럼프 서신중에
I felt a wonderful dialogue was building up between you and me, and ultimately, it is only that dialogue that matters. Some day, I look very much forward to meeting you. In the meantime, I want to thank you for the release of the hostages who are now home with their families. That was a beautiful gesture and was very much appreciated.”
회담을 취소하기 전에도 북한에 대한 트럼프의 표현은 약간 혼란스럽다. 정상회담은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역사적인 사건이긴 했다. 좀 지켜보아야 한다. “일어나지 않을 수도, 아니면 나중에 성사될 수도 있다”고 그는 이번 주초에 언급했다. “당신들은 거래를 결코 이해 못하지, 나는 경험이 아주 많거든. 당신들은 정말 모를 거야, 회담은 6월12일 열리지 않을 수도 있어”.
Trump made on North Korea sounded like a bit of a jumble. The summit was going to be historic and no one other than Trump could have made it happen … or maybe it won’t happen at all. We’ll see! “If it doesn’t happen, maybe it will happen later,” Trump said earlier this week. “You never know about deals. … I’ve made a lot of deals. You never really know. It may not work out for June 12.”
취소를 결정한 이후,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보낸 서신과 그의 공개적인 발언들을 놓고 보면, 역사를 만드느냐 아니면 나쁜 거래를 받아들이느냐는 갈림길에서 그가 선택을 강요 받는다면 전자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표현대로 하자면 “채널을 고정시켜 !”. 정상회담의 취소는 분명히 퇴각이지만, 종결이 아니라 감질나게 하는 예고편인 셈이다
In the battle between making history and avoiding a bad deal, it would appear — from both Trump’s letter to Kim and his past public statements — that he favors the former, if and when he is forced to choose. Which means, in Trump’s own vernacular, stay tuned! This is a setback, quite clearly. But Trump seems to be signaling that this may well not be the season finale but rather just a mid-season twist.
트럼프는 애매모호한 여운과 혼란을 남겼다. 우리에게 주는 분명한 메시지는 후속편의 내용을 트럼프나 네오콘의 미국이 아니라 한반도의 주인인 배달민족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함께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에게 진정한 역사를 만들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북한 정부 관료들의 고충에 연민을 느껴야만 하겠다. 다국적 에너지 기업인 코크 인더스트리즈(Koch Industries)를 비롯한 거대 기업들의 능란한 말솜씨를 지닌 기업가들을 갑자기 맞닥뜨려야 하니 말이다. 이들 기업가는 알맹이는 없지만 현란한 제안을 앞세워 상대를 압도하려들고, 뇌물을 포함한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북한 자원에 접근하는 열쇠를 넘겨받고, 북한 땅을 영원히 밟지도 않을 투자자들의 이익을 위해 북한을 착취할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한다.
이런 과정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여타 걸프 국가들에서 그런 사례를 보았다. 처음에는 영국 국영 석유회사(British Petroleum)가, 이어서 스탠더드 오일(Standard Oil)이, 그리고 이후에는 또 다른 기업들이 소수의 엘리트에게 부를 안겨주겠다며 꾀어서, 외국 투자자와 한줌도 안 되는 사우디 인들을 위해 사우디 천연자원을 무자비하게 착취했다. 그 결과 교육과 사회복지는 말할 필요도 없고, 사우디 국내의 공공 기반시설 역시 매우 후진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다.
북한에는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는 또한 이러한 위험에 어떻게 적절하게 대응할지에 관해 시의적절한 조언을 제공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강탈은 한반도 전체를 상대로 하는 강탈이 될 수 있다.
기후변화 전문가가 전무하며 기후변화라는 재앙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무분별한 선전에만 열중하는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외국 투자가 가져올 환경에의 영향과 사회적 충격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사실상 어떤 기업 혹은 컨설팅 회사도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시장의 압력이 이들 모두로 하여금, 그들이 발견한 바를 이윤에 유리하게 왜곡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북한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 어떤 핵심 사항이 담겨야 할지를 여기서 제안하고자 한다. 이 제안은 정부나 재계에서 현재 실제로 진행되는 논의와 너무 달라서, 많은 독자들은 이 제안이 환상적이면서 동시에 완전히 비현실적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말 바꾸기를 밥 먹듯이 하는 사기꾼들이 수십 년간 휘젓고 다니던 무대에 진실이 갑자기 나타나면, 오히려 그 진실이 생경하고 현실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법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세심하게 살펴보고 스스로 평가하기를 바란다. 적어도 한국인들은 다른 제안들과 함께, 여기서 제시하는 모델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논의할 수 있는 용기와 시야를 가졌기를 기대한다. 북한 “개발”에서 거대한 이익을 바라는 인간들로부터 넉넉하게 보상 받는 사람들이 내놓는 그런 제안들과 함께 여기서 제기하는 모델도 함께 논의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서울이 종종 망각하는 점이 있다. 일단 북한이 개방되면 북한 사람들은 한국인이 된다는 단순한 사실, 그리고 남한 사람들 역시 북한이 겪을 수밖에 없을 그런 공격에 노출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은 더 나은 미래로 향하는 비전을 내놓아야 할 중대한 시점이다.
북한의 경제, 문화, 정치 발전을 위한 잠정 계획
계획 수립의 과정
우선, 북한의 천연자원과 노동력을 착취함으로써 이득을 얻게 될 기업과 연계된 컨설팅 회사나 이들과 부패사슬로 연결된 정부 기관의 제안은 무엇이 되었든 폐기해야 한다.
다음으로, 북한과 남한 인사 몇몇을 포함하는 국제자문위원회의 구성이 필요하다. 급속한 사회경제적 변화에서 비롯된 혼란에 대응하기 위해 애쓰는 북한 정부와 시민들에게, 위원회는 적절하고도 유익한 조언을 제공할 것이다.
자문위원회는 북한이 직면하게 될 특정한 사회경제적 도전을 깊이 이해함은 물론이고 대단히 높은 도덕적 기준으로 존경받는 전 세계 전문가들로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의 천연자원과 시민의 노동력을 착취함으로써 이득을 얻을 기업이나 투자은행과 관련된 사람은 자문위원회에 단 한 사람도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
위원회 그리고 이 과정에 참여하는 북한 사람들은 북한 개발을 위한 계획의 초안을 작성하게 될 것인데, 이 초안은 오로지 북한의 장기적 이익에 집중한다. 과학적 원칙을 따르고 가식이나 과장을 삼가며 오로지 진실을 바탕으로, 실현 가능하고도 북한 사람들이 고무될 비전을 제시한다. 소수의 주머니만 불리고 시민의 삶을 악화시키며 환경을 파괴하여 훗날 어마어마한 비용을 치르게 만드는 단기적 처방을 피하지 않는다면 북한이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없음을, 이 계획은 강조해야만 한다.
이 계획은 두 가지의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중심으로 삼아야만 한다.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지만, 인간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무책임한 정치인들과 선정적 보도를 일삼는 언론에 의하여 무시되어 온 사실들이다. 그 첫 번째는 인류에게 닥친 가장 큰 위협이 기후변화라는 사실이다. 기후변화가 북한에 미치게 될 영향은 건조한 지역의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막의) 확산 및 농업 생산에 영향을 미칠 기온 상승이란 형태가 될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야말로 개발 프로그램의 핵심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두 번째는 소수에게 집중된 부가 아시아 국가들의 사회조직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건강한 사회를 무너뜨려 왔다는 사실이다. 어떠한 북한 개발계획이라도, 지방 수준에서 시작하는 발전을 고취하고 일반 시민의 이익을 위하여 자금이 사용될 것을 보장하는,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상이한 경제 패러다임을 채택해야만 한다. 소수에 의한 부의 집중과 금융의 남용 문제에 대처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전 세계 금융의 대규모 파국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발전의 첫 번째 단계에서 과도한 부채를 짊어지지 않아야 한다. 단기 이익을 목적으로 북한에 들어오는 외국 기업들은 아무런 사전 경고도 없이 북한으로부터 갑자기 떠나갈 위험이 대단히 높다.
천연자원
북한은 다국적 기업들의 어마어마한 관심을 받을 것이다. 이들의 관심은 북한 사람들의 인권이나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빈곤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투자은행들은 북한 땅의 지표면 아래 광범하게 매장된 석탄과 우라늄, 철강, 금, 마그네사이트, 아연, 구리, 석회암, 그리고 (아시아 지역에서 번창하는 전자산업에 필요한) 희토류를 착취함으로써 얻을 잠재적 이윤에 이끌릴 뿐이다. 남한의 한국광업공사에 따르면 북한 광물자원의 가치는 약 6조 달러에 이른다.
북한은 가난한 나라이며, 북한 관리들은 천연자원의 착취가 환경과 사회경제에 가져올 충격을 판단할만한 전문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 적은 봉급으로 생활하는 북한의 정부 관리들은 풍족함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에 유혹되거나 노골적인 뇌물공세의 빠져 미래 세대가 후회할 결정을 내리게 될 수 있다.
천연자원 개발이 가져올 장기적인 영향을, 평양이 자체적으로 혹은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으며 높은 도덕성을 지닌 국제 자문가의 도움을 받아 평가할 충분한 전문성을 갖출 때까지 북한 천연자원의 과도한 개발은 조건 없이 동결되어야만 한다. 천연자원의 채굴에 관한 모든 제안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에 의한 폭넓은 환경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귀중한 토양을 파괴하고 돌이킬 수 없는 파괴를 가져오게 될, 우라늄과 철강 및 여타 자원에 대한 노천채굴은 금지되어야 한다.
북한에 엄청나게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석탄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핵 프로그램의 해체보다 훨씬 더 어려운 문제이다. 석탄 사용이 기후에 파국적인 영향을 미치며, 석탄과 석유 사용의 지속이 향후 30년 안에 지구를 인간이 거주할 수 없는 곳으로 만들 것이라는 점은 과학연구의 압도적인 증거에 의하여 확인된 바다. 가장 훌륭한 정책은 북한 정부가 매장된 석탄을 손대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이다.
석탄을 판매하여 이윤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주류 언론과 유력 경제인 및 정치인들은 오로지 이런 사람들이 제출하는 의견에 대해서만 소개하고 논의한다. 그러나 진실을 왜곡하는 정보 혹은 거짓된 정보를 바탕으로 대다수 사람들이 믿는 바는 현실적으로 아무런 적합성도 지니지 못 한다. 진실이 무엇인가가 가장 중요하며, 남북한 사람들이 진실에 접근할 수만 있다면 결론은 명확하다.
궁극적으로, 북한 천연자원의 개발은 이윤 추구의 동기를 지니지 않은 국가독점기관이 관리해야만 한다. 천연자원의 개발이 북한의 환경과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 과학적 조사에 의하여 판명될 경우, 이 기관은 개발을 종료시킬 전적인 권한을 지녀야 한다. 천연자원 개발에서 나오는 이익은 교육과 정부 기능의 향상 및 복지에의 투자라는 관점에서, 북한 경제의 발전에 온전히 그 초점을 두어야 한다. 패기 있고 잘 교육된, 새로운 세대의 북한 정부관리 육성이 향후의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긴요하다. 전문 지식과 높은 도덕적 원칙 그리고 시민의 장기적 요구를 옹호할 수 있는 새로운 관리들이다.
천연자원 개발의 부정적 영향은 환경오염에 국한되지 않는다. 갑작스런 부의 유입은 소수의 권력 엘리트에게 국한되고, 절대다수의 시민들에게는 아무런 이익도 가져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 걸쳐서, 영국 국영석유회사와 스탠더드오일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자원을 개발했던 과정을 보기만 하면 알 수 있다. 사우디 왕족은 어마어마한 부를 일구었고, 그들의 자산을 해외로 내보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공기반시설은 열악했고, 교육은 형편없었으며, 사막이 확산되고, 대다수 시민은 열악한 임금으로 생활했다.
북한은 이러한 시나리오를 피해야만 한다. 동포의 삶을 위하여 스스로 국가를 운영하는, 건강하고 도덕적이며 패기 있고 높은 교육수준을 자랑하는 북한 사람들을 형성하는 일이 우리의 목표이다. 저렴한 노동력의 착취를 통한 경제성장은 한반도의 문화적, 사회적 통합을 지연시킬 뿐이다.
극소수 엘리트에게 부가 집중되는 위험한 경향이 북한에 이미 존재한다. 향후 경제발전의 과실이 조직된 소수에게 더욱 집중되고 이들 소수가 국제금융에 연결될 경우, 이들은 공장과 광산에서 자행되는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를 끝내거나 석탄 화력발전소를 멈춰 세울 아무런 동기도 갖지 못 할 것이다.
일반 시민의 빈곤보다 점증하게 될 부의 불균형이 장기적으로는 북한에게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에너지
정치인들은 한밤중에 촬영한 한반도 위성사진을 보여주면서, 암흑에 휩싸인 북한 모습이 일본과 남한과 비교하여 북한에 경제발전이 부재한 증거라고 흔히 언급하곤 한다. 지난 수십 년간 북한 주민들이 부패와 전제정치에 고통받아온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의 밤하늘을 밝히는 일이 우선순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진실을 말하자면, 남한이야말로 자국 영토의 밤하늘을 북한의 그것처럼 어둡게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검소한 문화를 장려하고 무분별한 전력 남용을 종식해야 하는 것이다. 북한이 수십 기의 석탄 화력발전소를 건설하여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밤을 밝힌다면, 이는 한반도 전 지역에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다.
처음부터 100%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고수하고 화석 연료의 수입은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정책이다. 경제발전이 늦춰질지라도 말이다. 소비를 적게 하는 이전의 전통을 장려하면서도 영양섭취 개선 노력을 병행할 수 있다.
검소한 습관을 지속할 수 있다면 북한은 화석연료를 수입할 필요가 전혀 없다. 태양광이나 풍력 관련 기술을 수입할 필요는 있을 수 있다. 이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일이 북한에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태양광이나 풍력 관련 기술이, 특허권에 대한 지불 없이도 광범하게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북한이 100% 재생 가능 에너지 국가가 된다면, 이는 북한 주민의 자랑이자 남한 사람들이 배워야 할 모범이 된다. 이러한 북한의 자존감과 뚜렷한 목적의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심리적 자신감이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상업 광고가 부추기는 충동에 빠지지 않는 것이지, 여타 “선진국”에 뒤쳐진 것이 아니란 점을 북한 사람들이 확신하도록 해야만 한다. 북한 사람들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점을 알아야만 한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한국 전통문화의 핵심이다.
북한에서 목격되는 검소함이란 북한의 경제발전 능력을 위축시켰던 지난 30여년의 형편없는 경제계획의 결과이기도 한다. 그러나 검소함은 죄가 아니라 미덕이다. 남한 사람들이야말로, 무분별한 소비에 탐닉하지 않고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는 법에 관하여 북한 사람들에게서 배워야 한다.
공공 기반시설
공공 기반시설 건설 계약에 서명하기 이전에 평양이 먼저 해야 할 일은 깊은 심호흡이다. 공공 기반시설과 도시 디자인에 관한 선진국의 접근법이 완벽한 재앙으로 드러났음을 지적하는 저명 학자들의 보고서가 넘쳐난다. 소수의 사람들만 접근할 수 있는 고층 빌딩의 고급 술집에서 눈 아래 펼쳐진 즐비한 마천루를 굽어보거나 스포츠카를 몰고 고속도로를 질주해서 내려오면서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런 식의 공공 기반시설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대체로 좋지 않다.
무엇보다 환경 그리고 일반 시민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지 않고 벌이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가 없어야만 한다.
소비와 낭비를 부추기고 넓은 집과 호화로운 자동차를 선전하는 광고는 북한 사람들에게 필요하지 않다. 호화스런 아파트, 여기저기 들어선 고속도로, 소수의 외국인 투자자가 운영하면서 끊임없는 소비와 낭비를 부추기는 백화점과 쇼핑몰이 북한 사람들에게는 필요 없다.
북한 사람들에게 알려줘야 할 첫 번째는 잘못된 개발계획이 장기적으로 자국에 가져올 막대한 비용에 관하여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을 비롯한 외국에 나가 볼 수 있었던 소수의 특권층 북한인들은 현대의 공공 기반시설과 관련된 심각한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만났던 기업가들 역시 이러한 문제점을 북한 사람들에게 설명하라고 봉급을 받는 것은 아니다. 북한 사람들에게 진실을 말해 줄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새로운 공공 기반시설을 필요로 한다는 점은 북한 사람들에게 커다란 축복이다. 북한의 조건에 부합하면서도 기후변화의 도전에 대응할, 완벽한 공공 기반시설체계를 창조할 귀중한 기회이다. 북한의 모든 공공 기반시설은 처음부터 100% 재생 가능하도록 건설되어야 한다. 북한 사회를 위한 이러한 모델은 전 세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이며 남한의 실질적인 변화에 영감을 불어넣을 것이다.
모든 빌딩의 벽은 상당한 수준으로 단열 처리하고, 악천후에 대비하여 2중 혹은 3중창을 채용하며 태양광 패널로 마감해야 한다. 가능한 최고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달성해야 하는 것이다. 풍력을 비롯한 모든 형태의 재생가능 에너지가 가능한 최대로 활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의 유지와 운영이 현지 주민에게 맡겨져, 일자리가 지역에 돌아가고 주민이 공동체의 디자인에 참여해야만 한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지양해야 하며, 주거와 농업 공간의 결합이 장려되어야 한다. 북한이 도시 사회로 변모할 이유는 없다.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참여를 보장하여, 해당 지역의 개발계획과 프로젝트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하여 자신의 집을 짓도록 장려하고 이 과정에서 이웃에게 일자리를 나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북한 사람들에게 수입 상품보다 더 필요한 것은 환경 및 사회 이슈에 관한 전문성과 경험과 교육이다.
금융과 자본
북한 사람들이 스스로 각종 도전에 대처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에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두어야만 하지만, 공공 기반시설이나 농업 및 에너지 생산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 미래 세대에게 짐을 지워서는 안 된다. 자본 조달의 새로운 전략을 고안하는 데서, 북한은 도덕성을 겸비한 전문가의 조언을 필요로 한다. 우선 북한은, 지역의 농업협동조합과 주민이 소유하는 공동체 은행을 통해 지방 수준에서 자본을 형성하는 프로그램을 고안해야 한다. 국내 자본을 형성하려는 이러한 노력이 북한의 경제발전에 매우 중요하며, 자국 경제를 스스로 관리하여 진정한 의미의 경제자립을 달성하는데 도움이 된다. 전 세계적 규모의 금융위기가 임박했을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최대한 자급자족 상태를 유지하는 일이 북한에게 긴요하다.
향후 들어설 북한의 은행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동경이나 쿠웨이트에서 투자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다국적 은행의 지점과 같을 수는 없다. 협동조합이어야만 하며, 이윤을 핵심 목표로 하지 않는 최고위층이 규제하는 독점이라야 한다.
외채를 들여올 필요도 생길 것이다. 외채 도입은 장기 프로젝트에 집중되어야 하며,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지니지 않는 전문가들이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태양광 및 풍력 발전에 자금을 조달하여 화석연료와 결별하기 위해, 북한에게는 20년에서 40년에 이르는 장기 외채가 필요하다. 나아가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장기 부채를 통한 투자에 집중함으로써, 북한은 더 큰 금융 안정성을 확보할 수도 있다. 자본이 생산적 목표에 긴밀하게 연계되어 (주식이나 채권 혹은 선물 등) 투기경제가 차지할 공간이 전혀 없어야만 한다. 북한 경제는 십여 년 동안 주식 등의 투기경제로부터 벗어나 있어야만 하여, 북한의 천연자원이 국제 선물시장에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
노동
북한 사람들에게는 일감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일이란 실질적이고 안정적이며 의미 있는 것이어야 한다. 외국인 소유의 불결한 공장에 떼거지로 수용되어, 낮은 임금을 받으며 수출품을 만드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제조업의 종속은 북한의 잠재력 발현을 영구적으로 가로막는다.
지방의 공동체에 뿌리를 두는 장기적인 일자리를 만들도록 장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일자리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외국 기업이 철수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지방의 제조업이 장려되어야 하고 이를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 신발과 갖가지 도구, (음식을 비롯한 다양한 상품을 담는) 용기 등을 만드는 지방의 제조업은 전통 사회에서 흔한 법인데, 이런 제조업은 지역 공동체를 다시 활성화하는데 지극히 유익하다. 의류와 가구는 20년 이상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일회용 상품이나 오래 가지 않아 못 쓰게 되는 붙박이 상품 등 환경을 파괴하는 상품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지방 수준에서 상품을 수리하는 것 역시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의복과 가구, 신발 등의 상품이 튼튼하게 제작되어 여러 차례에 걸쳐 고쳐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 수준에서 소액금융이 제공되어, 몇 개월 혹은 몇 년에 걸쳐 할부로 지불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한 켤레의 신발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언제라도 해고할 수 있는 시장의 일자리가 아니라, 소속감을 줄 수 있는 공동체 작업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 고용된 사람들에게는 노동자로서의 기본적인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
교통
자동차가 많지 않고 고속도로가 적다는 점은 북한에게 축복이다. 출근하거나 쇼핑을 하는데 자동차가 필요하지 않은 공동체를 만드는데 완벽한 환경이다. 지루한 고속도로가 없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면, 전 세계가 이를 부러워 할 것이다.
주어진 지형과 이미 존재하는 촌락으로부터 유기적으로 형성되도록 공동체가 구상되어야지, 이방인들이 미리 만들어 온 개발계획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 고객의 입맛에 맞춘다면서 농토와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여기에 새로운 도로 등을 개발해서는 안 된다.
가능한 한 가족 구성원들은 집에서 혹은 거주지에서 가까운 곳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부동산 투기는 철저하게 제한되어야 하며, 농지 소유는 지역 주민에게만 허용되어야 한다. 외부인, 특히 기업의 농지 소유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북한에 고속도로를 건설할 필요는 없다. 고속도로는 건설하고 유지하는데 많은 비용이 드는데, 개발도상국이 고속도로 건설 때문에 불필요한 외채를 지게 만든다. 서로 중복되는 대중교통이 사람과 물자를 이동시킬 수 있도록 교통체계를 잘게 나누고, 이에 따라 자동차가 그리 필요하지 않도록 만드는 방법은 많다. 전 세계가 부러워 할, 전례 없는 교통 인프라를 창조할 기회가 북한에게 주어졌다.
고속도로 시스템을 통해 다른 도시로부터 상품을 들여오는 낭비 없이, 각 공동체가 자급자족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처음부터 전기 자동차를 활용해야 한다. 북한에서는 100% 전기로 작동하는 교통체계를 만들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이며, 이 원칙을 고수한다면 향후의 발전 과정에서 커다란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사진 출처: 주간조선
교육
미국이나 남한에서는 교육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사업이 되었다. 북한도 그런 사회가 될 필요는 없다. 교육은 윤리적 문제와 개개인의 자유로운 표현, 학생들 사이에서 그리고 더 나아가 시민들 사이에서 토론되는 세계에 관한 과학적 탐구에 집중되어야 한다. 사회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다양한 도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커다란 프로젝트의 일부로서 독서가 장려되어야 한다.
초등학교부터 이루어지는 교육에 관한 접근법의 전환은 충분히 사회를 변모시킬 수 있다. 많은 나라의 젊은이들이 비디오 게임과 천박한 비디오, 상업화된 음악과 포르노에 아무런 생각도 없이 탐닉하여, 자신의 연령대에 접해야 할 이슈들에 참여하지 못 하는 수동적 소비자로 전락하는 상황을 북한은 피해야만 한다.
기후변화와 농토관리에 관한 주민 교육이, 북한의 국제협력에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필요하지도 않고 분에 넘치는 상품을 구입하라고 부추기기보다 농업을 발전시키는데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북한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서 교육의 질 향상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발전도상국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자 어쩌면 남한에도 수출할 수 있는 모델을 확립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이다.
교육은, 건강한 사회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야만 할 인문학과도 연결된다. 시민사회의 번성을 위하여, 예술을 통한 창조적이고도 세련된 표현이 장려되어야 한다. 가공음식과 일회용 화장품 소비를 통해 시민사회를 형성할 수는 없는 법이다. 회화와 조각, 음악과 노래, 댄스, 시와 서사는 시민 삶의 일부가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사람들은 주변의 세계를 이해하고 더 나은 세계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예술이란 분별없는 소비를 부추기는 수단이 아니다. 예술을 통해 사람들이 다양한 문제에 눈을 뜨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데 초점을 두어야만 한다. 지역 공동체에서 일반 시민이 창조하는 예술이 될 수 있다면, 북한은 자신의 문화 정체성을 정립함은 물론 세계에 기여할 수 있다.
농업
화려한 호텔과 호화로운 레스토랑 그리고 소수의 출입만 허용되는 밀실을 만들기보다는, 협동조합이 중심이 되는 농촌 공동체를 창조하는 일이 북한에게 장기적으로 훨씬 중요하다. 엘리트를 위한 방종한 프로젝트가 단기적으로는 정책 결정자들에게 짜릿함을 안겨줄 수도 있겠지만, 이는 결국 더 큰 사회적 소외를 가져올 뿐이다. 북한 사람들은 그들이 농부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어야 한다. 농업이란 세계 경제의 미래이며 가장 명예롭고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현대화가 농경 사회를 탈피하는 과정이라고 가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모든 노동자가 공장에서 일하거나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는 산업사회로 변모하는 과정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근거 없는 가정일 뿐이다.
가까운 장래에 남한은 농산물 생산비용의 상승으로 커다란 위기를 맞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사막화가 진행되고 농지를 보존하지 못 한 결과이다. 석유와 수출입에 의존하는 위험스런 경제를 추구하며 농업을 희생시키는 일은 남한의 커다란 실수이다.
북한은, 몬산토나 듀퐁 등의 다국적 농업기업에 의존하지 않는, 지역 공동체가 운영하는 지속가능한 유기농업을 발달시킬 필요가 있다. 북한은 애초부터, 외국으로부터 수입된 종자와 비료 및 농약에의 의존으로 이어질 비극적인 결정을 하지 않아야만 한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허버트 맥매스터를 경질하고 존 볼턴을 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앉혔을 때 사설 제목을 이렇게 달았다. 존 볼턴은 공공연히 “북한에 대한 선제 폭격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정당하다”고 외치는 강경파 중의 초강경파다. 미국이 힘으로 세계질서를 좌지우지해야 한다고 믿는 ‘네오콘’의 핵심으로 꼽혀 왔다. 북·미 정상회담을 두 달여 앞두고 이런 인사를 외교안보라인의 핵심 자리에 앉혔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경악했다. 임명 직후 그는 “그동안 개인적으로 얘기했던 것은 다 지나간 일”이라고 했지만 믿는 사람은 적었다.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일까.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밝혔을 때 볼턴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볼턴 보좌관 그룹이 대북 정책을 두고 의견차를 보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이를 두고 “네오콘의 승리”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정상회담 취소의 결정적 원인 중 하나였던 북·미 간의 상호 비방 역시 볼턴이 출발점이었다. 그는 언론인터뷰에서 “북한 핵무기를 테네시주로 가져가야 한다”며 ‘리비아 모델’을 언급했다. 그에 대해 김계관 북한 외무성 1부상은 담화문에서 “지난 기간 조미(북·미) 대화가 진행될 때마다 볼턴과 같은 자들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었다”며 격분을 토로했다. 김 부상은 볼턴을 세 차례나 언급했고 “조미수뇌회담 재고려”까지 꺼내들었다. 여기에 펜스 부통령의 도발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비난이 이어지면서 북·미 정상회담은 수렁에 빠지는 듯했다.
다행히 북한이 김계관 명의 담화문으로 한발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북·미 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재차 표명한 2차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6월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혀 한숨 돌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언제든 볼턴과 같은 초강경파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을지 늘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한반도의 운명이다. 당장에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돼야 하는 것도 문제지만, 비핵화와 평화체제 정착까지는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미국 일방주의 외교의 전형
볼턴은 1948년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소방관이었고 어머니는 가정주부였는데 주로 노동계급 이웃들 틈에서 자랐다고 한다. 소년 시절부터 보수주의에 매료됐던 그는 청소년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보여 1964년에는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배리 골드워터 선거 캠프에서 일하기도 했다. 예일대에 진학한 그는 1970년 최우수 등급(숨마 쿰 라우데)으로 졸업한다. 이어 예일대 로스쿨에 진학해 법무박사(JD) 학위를 받는다.
예일대에 재학 중이던 1969년 볼턴은 베트남전 징병 추첨에서 징집 대상으로 뽑힌다. 그러나 그는 징집 명령이 떨어지기 전 메릴랜드 주방위군으로 입대한다. 당시에는 월남전 파병을 기피하기 위해 주방위군에 지원하는 일이 많았다. 그는 훗날 “나는 동남아의 논바닥에서 죽기 싫었다. 베트남전은 이미 패배했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전쟁광’으로 꼽히는 그가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다며 아직까지도 비난받는 대목이다.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로 활동하던 볼턴은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를 거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부터 공화당 정권에서 활동했다. 2000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후보 측 법률지원단에서 활동하면서 플로리다 주 개표 논란에 대응하며 맹활약했다. 이 공로로 부시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2001~2005년)을 맡았다. 이때 이라크전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면서 전쟁을 정당화하는 정보를 퍼뜨렸다. 미국 정보기관이 이라크에 대량 살상 무기가 있다는 증거를 입수했다는 사실을 유포한 것이다. 이 주장은 나중에 허위로 밝혀졌지만 볼턴은 이후에도 이라크전은 옳았다고 계속 주장했다.
괄괄한 성격에 무자비한 관료적 승부 기질을 가진 볼턴은 국무부 내부에서도 분란을 일으켰다. 정당한 지적을 하는 부하 직원을 파면하겠다고 위협하거나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딕 체니 부통령 등 실력자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이용해서 하고 싶은 일을 관철하는 등 독선적 행동을 일삼았다. 때문에 상관이었던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수석 참모회의에서도 배제했다. 훗날 볼턴의 유엔 대사 지명에 이뤄졌을 때 공화당 의원들은 파월 전 장관에게 그의 자질을 물었다. 파월은 “개인적으로는 물론 정책 사안에서도 같이 일하기 벅찬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볼턴은 결국 유엔 대사 지명에서 상원 인준을 받지 못하고 휴회기간을 통해 변칙 임명됐다.
볼턴은 북한과 악연이 깊다. 북·미 제네바 합의가 붕괴되고 2차 북핵위기가 불거지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4년 북한과 미국은 경수로 발전소, 중유 제공과 핵개발 포기를 맞바꾸는 제네바 합의를 맺는다. 제네바 합의는 2002년 제임스 켈리 특사의 방북 과정에서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격 파기된다. 이 사실은 <USA투데이>에 실리면서 기정사실화됐는데, 이 정보를 볼턴 쪽에서 유출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이때 북한이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갖고 있었는지는 지금까지도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제네바 합의 파기를 위해 볼턴만큼 열심히 한 사람이 없었다”(뉴욕타임스)는 건 사실이다.
2002년 1월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것도 볼턴과 무관치 않다. 북한을 겨냥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입안한 것도 볼턴이다. 2003년 볼턴은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을 “북한을 지옥 같은 악몽의 나라로 만든 폭군”이라고 말했다가 북한으로부터 “인간쓰레기며 흡혈귀”라는 비난을 받았다. 북한은 2003년 제1차 6자회담을 앞두고 볼턴이 미국의 수석대표로 나오면 상종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볼턴은 결국 협상장에 나올 수 없었다. 볼턴은 2006년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했을 때 유엔 대사로 있으면서 북한을 완전 봉쇄하는 대북 제재안을 밀어붙이기도 했다.
유엔 대사를 지냈지만 정작 볼턴은 유엔을 ‘회색지대’ 정도로 폄하하며 ‘미국 일방주의’ 외교의 전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힘을 통한 국제문제 해결만이 가능하며, 미국의 외교정책이 유엔이나 국제협약의 제약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란 핵문제는 폭격이나 정권교체로만 해결 가능하다” “전쟁을 해서라도 중국을 주저앉혀야 한다”는 발언에서 그의 극단성이 느껴진다. 폭스뉴스 해설자로 활동하고 우파 성향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면서 이슬람 혐오 음모론을 펴고 반이슬람 단체들을 지지하기도 했다.
사진: 중앙일보
볼턴을 임명한 트럼프의 속내는?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런 볼턴을 국가안보보좌관 자리에 앉혔을까. 더구나 볼턴 임명 전 주에는 역시 온건파로 불리는 렉스 틸러슨을 해임하고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이오를 국무장관에 지명하기도 했다.
볼턴은 트럼프 정부 출범 당시부터 국무장관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지만 트럼프가 그의 ‘콧수염’을 싫어했기 때문에 기용하지 않았다는 설이 나왔다. 물론 부시 행정부 시절 고위관리를 지낸 이들 상당수가 임명에 반대한 것이 더 큰 이유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고집스러워 보이는 콧수염이 오히려 북한에 대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은 아닐까. 전문가들은 볼턴 기용이 북한에 대한 ‘경고’라고 말한다. 볼턴을 배경에 세워놓는 것만으로도 북한으로서는 인상을 쓰고 협상에 임할 수밖에 없다.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는 “만약 트럼프와 김정은 회담이 실패할 경우 볼턴은 즉각 이를 북한을 공격할 근거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 대통령이 국무부와 국방부를 포함한 모든 국가안보 기관의 견해를 고루 듣고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다. 한편으로 대통령의 명령을 각 기관에 전달하기도 한다. 존 볼턴은 임명 직후 인터뷰에서 “내 역할을 정직한 중재자로 본다”고 말했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은 없다. 역대 국가안보보좌관들은 막강한 비공식적인 힘을 행사했다. 존 볼턴이라면 더욱이 믿기 어렵다.
다만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얼마나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갑작스러운 회담 취소 선언이 보여주듯 트럼프의 대북 정책이 무엇인지는 그 자신 외에 아무도 알기 어렵다. 볼턴의 방식이라면 ‘선 비핵화 후 보상’이 맞겠지만 트럼프는 단계적 해법도 수용할 수 있다고 나오고 있고 북한도 “트럼프 방식을 은근히 기대했다”고 맞장구친 상태다. 오히려 볼턴이 자기 의견만 강하게 내세울 경우 단명한 트럼프 정부의 다른 인사들처럼 되기에 십상이라는 견해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는 물론 “미국시민”이라 불리는 어리석은 자들의 동의를 구하기도 전에 이란 핵협정을 무단 탈퇴하고, 곧이어 고성능 무기로 무장한 이스라엘 군경의 예루살렘 비무장 시위대에 대한 잔혹 살해 행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자, 많은 이들은 우리가 마침내 바닥을 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연방정부가 윤리적 기준을 가진 직원들을 사실상 쫓아내는 것을 보면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트럼프를 비난한다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미국에는 근본적으로 통제 불가능한 거대한 제도적 붕괴가 진행 중이다. 트럼프를 에워싸고 이 상황을 좌지우지 중인 무리는 불구덩이에 몰려드는 불나방처럼 어처구니 없는 극단주의자들이다. 이들은 어디를 봐도 보수주의자가 아니다. 극심한 기후변화의 미래, 핵전쟁, 심지어는 자기 자식들의 미래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정신병자들에 가깝다. 이들은 엄청나게 부유하거나 또는 그렇게 부유한 자들을 위해 일하며, 미국과 소위 국제사회의 유대를 끊기 위한 최후의 단계를 효과적으로 수행해왔다.
이들이 즐겁게 파멸로 나아가는 길을 따라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나는 또다른 세계전쟁을 촉발하기 위한 정신나간 길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어야겠다.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이렇게 말했다. “제3차 세계 대전 때는 뭘로 싸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제4차 세계 대전 때는 나뭇가지와 돌멩이로 싸울 것 같다.” 오늘날 사용가능한 무기들과 기후변화로 인해 눈 앞에 다가온 재앙을 생각해보면, 아인슈타인은 낙관주의자였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
2018년 5월 24은 전환점이 되는 날이었다. 어떻게 명나라 후기에 제도들이 붕괴하면서 내부로부터 강력한 정치 주체가 무력화되었는지를 설명한 레이 황(Ray Hwang)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이었다. 그날 일어난 일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별로 중요할 것 없지만 그 결과는 파멸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었다.
5월 24일, 두가지 사건이 발생했는데, 많은 한국인들은 거의 주목하지 않았다. 그리고 미국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가족을 먹여 살리느라, 또는 암울한 현실을 잊기 위해 비디오 게임을 하고 포르노에 빠져 바빴을 것이다. 그러나 아픈 진실 추구에 주목하는 자들에게는 이 날 일어난 두 사건은 그 영향력 면에서 엄청난 것이었다.
우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다소 경박한 편지를 보내 약간의 시간을 벌었고, 언론은 이를 두고 신나게 떠들어댔다. 그런데 트럼프가 직접 서명한 이 편지는 보통 편지가 아니었다. 이 편지는 이제 미국의 대통령은 전세계에 미국을 대변하기 위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의회와 전문가는 물론 그 누구의 승인도 필요 없는 “최고 지도자(supreme leader)”라는 선언문이었다. 그는 그래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세상을 파괴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정치적 악몽이 마치 일시적인 오해인 척 구는 미국인이 놀랍도록 많다.
언론은 이 편지가 복잡한 협상의 한 단계일 뿐, 협상의 끝은 아니라고 했다. 이 편지가 협상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낙관해도 좋다는 논리였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편지가 북한과 중국 그리고 대한민국의 많은 이들에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미국 언론이 이런 긍정적 해석을 의도적으로 조장했다는 해석이 더욱 일리가 있다.
북미정상회담을 몇 주 또는 몇 달 미루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다. 북한이 외신기자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현장에 초대한 바로 그 날 김정은 위원장에게 이런 무례하고 위협적인 편지를 보낸다는 것은 명백한 모욕이었다. 풍계리 행사가 완전한 비핵화는 아니지만 북한의 실행의지를 확인하고, 북한과 세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일련의 호의적 행동의 첫 단추이다. 미국이 이 과정에 참여한다면, 비핵화로 나아가는 길도 가능할 것이다. 비확산 전문가 아무에게나 한번 물어보라. 핵무기의 파괴가 아니라 긴장완화가 첫 단계가 되어야 한다고 답할 것이다.
이 편지는 분명 최고의 모욕이었다. 북한과 남한, 중국, 일본은 물론 북미회담을 시작하고 진정한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땀 흘린 모두에게 말이다. 게다가 트럼프의 이 편지는 김정은만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만약 트럼프 정부가 전쟁 위협을 하면 미국의 경제적 및 정치적 요구에 완전히 복종하는 조건 외에는 그 무엇도 협상 대상이 아니다 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낸 것이다.
5월 24일에 또 하나의 중요한 것이 취소되었는데, 신문에 많이 실리지는 않았지만 군사적 결정을 내리는 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갑자기 공식적으로 태평양사령부에게 하와이에서 열릴 예정인 2018년 환태평양해군합동연습(RIMPAC)에 중국을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중국인민해방군 해군) “초대하지 말라”고 주문한 것이다. RIMPAC은 중국군과 미국군이 함께 일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가장 중요한 기회로 발전해왔다. 군사전문가들은 이 훈련을 태평양을 마주보는 가장 강력한 두 국가가 협력하기 위한 노력 중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여긴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5월 공식적으로 중국을 RIMPAC에 초청한 바 있다.
이미 보낸 초대장을 갑자기 백지화 한다는 것인가? 그것도 중국이 성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싱가포르 회담을 트럼프가 취소한 바로 그날에? 이런 행동은 중국에 대한 엄청난 모욕이라고 밖에는 해석하기 어렵다. 중국이나 미국의 일반적인 시민은 이런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군사계획을 맡은 자들에게 이런 결정이 몹시 중요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수십년간 이어질 악감정을 유발할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사고가 아니라, 트럼프의 생각이라는 데 있다.
동시에 중동에서도 군사대립의 추구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시리아에서 전쟁 위험이 조금씩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현장에서 실제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또는 뉴욕타임즈에 보도된 내용 중 뭘 믿어야 할 지 누가 알겠는가. 다만 미국 특공대원들이 러시아와 이란, 그리고 시리아에서 충돌을 위해 첫 걸음을 뗐음은 분명하다.
이들의 작전은 모호해서 작전에 참여하고 있는 군인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부분의 미국 군대가 사실상 민간하청업자에게 고용된 용병이고, 책임이 없다.
그러나 이것 하나는 명확하다. 이렇게 애매모호한 환경에서 소규모 총격전 하나가 미국의 지휘 계통을 (또는 러시아의 지휘 계통을) 타고 올라가 전술핵무기 또는 다른 무기의 사용을 명령하는 상황으로 쉽게 치닫을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자동화된 군대에서는 세계전쟁을 촉발할 수도 있는 그런 행동 하나가 대통령의 인가 없이도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어쩌면 그게 목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위험한 행위도 전쟁 욕망을 채우기에는 불충분하다. 미국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이라는 극단적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학살되는 상황을 보고 있으면 점차 이것이 냉혈한 정치적 술책이었던 듯 보인다. 이 시위대가 누군가를 위협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어린 아이들이 총격을 당하는 모습에 전세계가, 특히 미국이 아니라 중동이 공포에 떨었다.
셈법은 간단하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런 잔학행위로 이슬람 단체를 자극하면 결국 이슬람 군대가 이스라엘 내의 또는 이스라엘 바깥의 이스라엘인에 대한 공격을 개시할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공격은 그 공격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리에 대한 개전의 명목으로 사용될 것이다. 의심의 여지없이 공격을 시작한 자들을 이란과 연결 지을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에 따라 이스라엘은 아마도 미국과 함께 이란에 바로 폭탄을 투하할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인 (또는 한국인과 일본인)이 뉴스를 잘 보지도 않고, 본다 해도 가장 형편없는 뉴스 보도에만 노출되어 있다. 이들은 위에 언급한 모욕이나 지정학적 중요성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나 중국 또는 이란의 다음 반응은 주류 언론에 의해 기이할 만큼 공격적인 행동으로 묘사될 것이다.
지식인의 몽유병
이는 역사를 따라 몽유병에 걸려버린 지식층 전체에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몽유병자들(The Sleepwalkers)”은 (독일어로는 Die Schlafwandler) 오스트리아 소설가 헤르만 브로흐(Hermann Broch)의 장편소설 제목이다. 이 소설에서 그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무렵 그리고 전쟁 이후의 암울한 시절, 유럽의 문화질서가 붕괴되던 당시의 세 명의 가상 인물들의 삶을 통해 당시 독일 지식층 사이에 퍼진 기이한 정신상태를 묘사하고 있다. 사람들은 사회에서도 제 역할을 하고, 직장에서도 능숙히 일하지만 마치 몽유병자처럼 가장 중요한 경제사회적 붕괴의 신호에는 완전히 둔감한 상태로 살았다. 자신들의 행동이 가져오는 결과에 대해 굳이 알지 않고도 사회를 운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 가능했던 것이다.
크리스토퍼 클락(Christopher Clark)은 이 제목을 차용해 2012년 자신의 책 “몽유병 환자들: 1914년 유럽은 어떻게 전쟁으로 향했나(The Sleepwalkers: How Europe Went to War in 1914)”를 발간하였다. 이 책은 문학이 아니라 역사책으로 클락은 아무도 원치 않았던, 파괴적 전쟁으로 유럽국가들을 몰고간 정책과 경제원칙들을 설명한다.
클락은 긴장이 고조되자 유능한 외교관과 정치인들은 점점 더 기발한 해결책을 생각해냈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긴장의 고조를 미룰 수 있었을 뿐, 무기 제조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나 정치인들이 직면하는 감정적 호소를 해결할 수 없었다.
트럼프의 싱가포르 회담 취소 직후 김정은과 문재인이 판문점에서 전격적으로 만난 것에서 바로 그러한 위험이 감지된다. 이것은 탁월한 외교적 조치였으나 미군 내 중국과의 전쟁을 부추기는 분파의 압력이 증대되고 있는 진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클락의 책과 1914년에 대한 다른 연구들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최종적인 교훈은 비밀외교의 중대성이다. 당시 모든 유럽국가들이 비밀외교와 군사조약으로 믿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한 그물망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반대파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럴듯한 문서를 얼마든지 만들어냈다.
이 비밀 군사조약은 다양한 국가들이 상호 협력을 하는 방식을 좌우했다. 이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페르디난트 대공(Archduke Ferdinand)의 암살이 기폭제가 되어, 오직 소수의 사람에게만 알려진 이런 조약이 군사행동의 방향을 좌우했다.
보통 시민에게는 국가들이 하나 둘 집단 자살을 택하지 않을 수 없는 듯 보이는 이 과정이 불가사의하게 느껴졌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외교적 투명성을 강조해온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다시금 우리는 파국으로 치닫는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아시아 그리고 전세계는 수많은 고위급 군 당국자 회의를 통해 정보공유나 미사일방어 협력, 또는 기타 군대 간 협력을 논의해왔다. 뉴스에 등장하는 소식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각종 기밀 협약은 분쟁 발생 시 각 당사자가 무엇을 할 것인지 수많은 규칙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정보공유” 협약들 중 상당 수는 사악한 첩보활동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고, 미사일 방어 협약은 미사일을 멈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협약들은 그보다는 위기 발생 시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할 지 알릴 것인가를 규정하는 기밀협약인 것이다. 왜 이런 협약들이 비밀이어야 하는지 자문해보아야 한다.
긴 잠에서 깨어나 평화를 향해 긍정적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 여전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러나 그 첫걸음은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스며든 부정의 군중 심리를 탈피해, 있는 그대로의 세상과 인간 본성을 마주하는 것이다.
편집 주: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보이고 있는 행태는 rules-based order in agreement 가 아니라 일방적인 power-based order 방식이다. 북한 문제의 최고 전문가 중 한 분인 미국 조지아 대학교 박한식 명예교수 역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미간 협상에서의 미국 일방주의에 심각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기사는 미국의 이란 핵 협상의 일방적 파기로 야기되는 복잡한 국제정세의 전개에 중요한 시각을 제공하여 준다. 남북미의 향후 행보에 매우 소중한 참조가 되길 바란다.
미국은 동맹국들 없이도 세계를 관리할 수 있을까?
핵에 대한 이란의 야심을 저지하기 위해 어렵사리 성사시킨 국제합의에서 발을 빼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정이 제기하는 핵심 질문이다.
미국의 힘을 일방적으로 휘두르겠다는 아이디어는, 국가안보보좌관에 새로 임명된 존 볼턴의 오래된 생각이다. 2000년 볼턴은 이렇게 말했다. “만일 내가 지금 유엔 안보리를 다시 만든다면, 상임이사국을 단 하나만 두겠다. 세계 권력분포를 정확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지금 볼턴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국제협력을 무시하는 미국 대통령을 위해 일하고 있다.
이란 핵 합의로부터 탈퇴하는 과정에서, 트럼프는 프랑스와 독일 및 영국 지도자들이 몸소 전달한 호소를 거절했다. 이란 핵 합의에 관한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 일방주의를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그리고 가장 심각한 사례일 뿐이다.
지난해 6월 트럼프는 또 하나의 중대한 국제협약으로부터 미국을 철수시켰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이다. 바로 그 다음 주, 미국은 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상징적인 조치를 취했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 모두가 줄기차게 반대했던 행동이었다. 또한 트럼프는 국제무역 시스템을 공격하는 중이다.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 캐나다, 유럽연합 등 핵심 동맹국들에게도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다.
이들 정책은 단순히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아니다. 점점 더 “미국 고립주의(America Alone)”로 보인다. 이란 핵 합의 서명국 모두가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반대했다(프랑스, 독일, 영국,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찬성했지만 말이다.
마찬가지로 무역과 기후변화에 관한 트럼프의 접근법 역시 주요 동맹국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미국의 일방주의는 중동 지역에 직접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여타의 더 광범한 지역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란과의 비밀회담을 이끌었던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은, 이란이 미국의 탈퇴에 반드시 맞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장 위기를 촉발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도의 원심분리기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식의 비교적 덜 도발적인 조치를 선택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비교적 조심스런 이란의 대응마저도,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요구하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및 이스라엘 사람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이란에 대한 압력 수위를 조금씩 높이는 수단이라고, 그래서 더 많은 양보를 강제하는 수단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볼턴과 같은 트럼프의 핵심 보좌관들은, 이란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궁극적인 목표 아래, 진정으로 전쟁을 원하고 있을 수도 있다. 2015년 이란에 관한 언론 기고문에서 볼턴은 “오로지 군사행동을 통해서만 ……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동에서의 새로운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았을지는 모르지만, 이란 핵 합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든 트럼프의 결정은 서방의 동맹 내부에 심대한 균열을 가져왔다. 2003년 조지 W 부시의 이라크 침공 결정으로 미국은 프랑스 및 독일과 갈라섰다. 그러나 당시에는 영국과 스페인, 네덜란드와 폴란드 등 이라크 문제를 두고 여전히 부시 행정부를 지지하는 유럽 동맹국들이 존재했다. 그런데 이란과 관련해서는, 미국을 확실하게 지지하는 유럽 국가를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소리 없는 분노가 유럽에서 들려온다.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기만 한다면, 이란 핵 합의를 지속할 수 있지 않겠냐는 논의가 유럽에서 벌어져 왔다. 그러나 이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힘을 행사할 수 있다는 근본적인 이유 때문이다. 미국은 에어버스나 토탈 등의 기업들에게 미국과 이란 시장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제할 수 있다.
사진: 한국일보
미국의 경제 권력이란, 단순히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지 여부를 훨씬 넘어선다. 이란과 거래를 지속하는 유럽 기업가가 미국을 여행하다 체포되는 극단적인 경우도 가능하다.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 은행이 미국 금융시스템으로부터 퇴출되고 심지어는 기소되거나 엄청난 벌금을 얻어맞을 수도 있다. 리처드 그리넬 독일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화요일 트위터를 통해 이렇게 경고했다. “이란과 거래하는 독일 기업들은 즉시 그 활동을 종료해야만 한다.”
이 모든 상황은 미국 달러가 전 세계의 기축통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전임 프랑스 대통령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이 “엄청난 특권”이라고 표현했던 달러의 역할 말이다. 미국이 적대 국가들은 물론 동맹국들을 강제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의 군사력에 버금가는 달러의 힘 때문이다.
미국의 제재가 지니는 파괴력과 미국 사법 시스템이 미치는 광범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최근의 사례가 있다. 미국은 최근, 푸틴 정부와 밀접한 러시아 과두세력의 일원 올레그 데리파스카에게 심각한 타격을 안겼다. 유럽 경제계와 금융권은 데리파스카가 대표로 있는 세계2위의 알루미늄 생산업체 루살과의 거래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위협 때문이다.
심지어는 세계축구협회 피파의 몇몇 임원들 역시 미국 달러가 지니는 국제적인 힘을 체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2015년 스위스에서 체포되었고 미국으로 인도되어 부패혐의로 재판을 받아야 했다. 미국 은행을 이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들의 법률적 약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 금융시스템에서 미국이 행사하는 중심 역할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건 미국 행정부는 경제라는 대단히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게 된다. 그러나 너무 자주 사용하면, 이 무기가 지니는 힘도 약화된다. 러시아와 중국은 모두 미국을 우회하는 대안 국제결제 시스템을 구축하여 달러 이외의 통화를 사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제는 유럽 역시 이러한 노력에 매력을 느낀다. 특히 유로의 국제 역할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말이다. 그러나 유로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새로운 통화이며, 중국의 위안화는 모든 통화와의 환전이 어렵고, 러시아 루블은 아직 도전장을 내밀 처지가 아니다. 더구나 미국 이외 지역에서 유로로 거래하는 기업들조차도 잠재적으로는 미국 시장에서의 퇴출이라는 위협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않다.
세계 경제계가 달러 사용 중지를 선언하면서도 희희낙락하고 미국 시장을 외면할 수 있는 날은 아직 멀었다. 이러한 달러의 영향력 때문에,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일방주의를 휘두를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크다고 트럼프가 믿을 수도 있겠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미국의 이란 핵합의 파기 혹은 파리기후협정 탈퇴가 용인될 수 없다고 불만을 터뜨릴 수 있지만,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다.
결국 유럽의 동맹국들은 미국 달러에 의존해야 할 뿐만 아니라, 트럼프가 반복해서 상기시켰듯이 미국의 군사 보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유럽이 스스로의 방위를 위해 “보다 노력”해야 하고 유로의 통합력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논의가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국이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책무를 근본적으로 거부하고 있다고” 믿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유럽의 정치적, 실질적 통합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한다면, 아직은 어떠한 시도도 점진적일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의 미국 동맹국들 역시 유사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탈퇴와 철강에 대한 관세 위협에 일본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의 회담을 계획하는 트럼프를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동경에게는 미국의 안전보장을 손쉽게 대체할 대안이 전혀 없다. 그렇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가 치러야 할 대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대가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해도 말이다.
미국 행정부는 러시아와 중국을 자국의 전략적 경쟁 상대라고 지목해 왔는데, 미국이 이들 국가와 비교하여 지니는 차별성은 동맹국들과의 네트워크에서 나온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대단히 중요한 자산을 제공한다. 해외 군사기지는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바탕이다. 동맹국들과의 정보 공유는 미국이 테러 위협을 봉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마음 맞는 파트너란 법과 무역의 표준을 확립하는 데 요긴하다. 무엇보다 이들 동맹국은 미국이 자국의 힘을 행사하려고 할 경우 정통성을 제공한다.
미국이 모든 도전에 군사력이나 경제제재로 맞설 수는 없는 일이다. 평상시에 미국은 “규칙에 입각한 국제질서”에 의존한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과 동맹국들이 구축한 법과 제도의 네트워크이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맞서, 미국은 국제법에 호소했고 유엔 등에서 여타 국가의 지지를 동원하려고 애썼다.
그런데 규칙에 입각한 질서가 그 기능을 발휘하려면, 때로는 미국 역시 그 규칙에 제약받을 용의가 있음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세계무역기구의 달갑지 않은 결정을 받아들인다거나, 미국에게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이란 핵 합의 조항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와 볼턴 등의 보좌관들은 이러한 제약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것 같다. 규칙을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 대신 힘을 바탕으로 하는 질서로 이동하려는 시도이다. 미국이 규칙을 정하고 여타 국가들은 이에 따르도록 강제되는 질서다. 한동안은 이런 질서가 유지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중동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행동할 의지가 확고한지 시험하려는 경쟁자를 초대하는 일이기도 하다. 훨씬 더 위험한 세계로 이끄는 비결이 되겠다.
도날드 트럼프는 2017년 1월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래 백악관의 공식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견해를 알리기 위해 트위터를 상당히 자주 사용했다.
현재 트럼프의 트위터 팔로워는 5천2백4십만 명에 달하고 있으며, 백악관 대변인실보다 그의 트위터가 가장 중요한 소식통이 되곤 한다.
중국공영국제방송(CGTN)은 트럼프 취임이래 2018년 6월1일까지 북한에 관한 트위터 내용을 분석했다.
위의 도표는 2017년 1월 20일 취임이래 트럼프가 북한에 대해 언급한 횟수를 월별로 기록한 내용이다.
그가 북한을 언급할 때 사용한 형용사는 2017년의 ‘나쁜’, ’위험한’이라는 표현에서 지난 2개월간 ‘좋은’, ‘훌륭한’이라는 단어로 변했다.
‘중국’이라는 단어가 총 31번 언급되면서 가장 빈번히 사용되었고, 남한이 9번, 러시아가 6번, UN과 일본이 각각 5번씩 사용되었다.
시진핑 주석이 8번 언급되어, 아베 수상 4번, 문재인 대통령 3번보다 많다. 물론 당사자인 김정은 위원장10번으로 가장 자주 언급되었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북한을 언급하는 트럼프의 감정 표현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했다. 부정적 표현으로는 ‘나쁜’, ‘불량’, ‘적대적’, ‘위험한’ 등 용어를 사용하였고, 긍정적 표현으로는 ‘대단한’, ‘생산적’, ‘좋은’ 등을 선택하였다. 시진핑 주석을 표현할 때는 언제나 긍정적인 용어들로 ‘ 대단한’, ‘존경하는’, ‘좋은’, ‘생산적인’ 등을 사용하였다.
이제 일주일 남짓 남은 싱가포르의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차분히 기다리면 될 일이지 구태여 미리 전망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힐문하는 분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의 글을 쓰는 뜻은 이후에 전개될 상황에 대한 희망을 전달하고자 함이다. 지난 해부터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는 관점에서 상황의 급반전을 예상하였지만, 필자는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 매우 회의적이었다. 다행스럽게도 필자의 염려와는 반대로 우여곡절의 과정 끝에 6.25 전쟁 이후 60여 년간을 극한 대치하던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으로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회담을 진행하게 되었으니 이는 한반도의 경사 일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역사적 사변이라 부를 만하다.
우선 본 회담을 둘러싼 주요 관계국들을 잠깐 살피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북한은 소비에트 붕괴 직전에 김일성 수상의 제안을 통하여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부터 미군의 한반도 내 주둔을 인정하면서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북미간에 국가관계를 정상화하여 국제사회에 정상적인 국가로 등장할 것을 희망하였고, 이후 미국의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정상회담의 요청을 되풀이 하였다. 그러나 당시 미국의 단호한 거부로 기대했던 한반도를 둘러싼 4대국의 교차승인은 불발로 그치고 유엔의 동시가입은 다행스레 성사되었으나 남한의 일방적 북방정책으로 외교적으로 고립된 처지에 빠지게 된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뒤늦게 발동이 걸린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은 대통령 임기라는 시간적 제한으로 불발로 끝나고 호전적인 아들 부시 이후 기대를 담고 출발한 오바마 행정부는 오히려 북한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전략적 인내’라는 최악의 한반도 전략을 구사해 왔다. 그런데 돌연 북한 핵무력 완성 국면과 남한 내 촛불시민혁명으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라는 새로운 흐름에 더하여 트럼프라는 변종의 미국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모두가 깜짝 놀랄 북미정상회담이 목전에 현실로 다가왔다. 이는 북한이 지난 1987년 이래 지속적으로 꿈꾸던 희망 사항으로 정상국가로서 국제사회 진출과 경제 재건의 절호의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중국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한국의 언론들이 간혹 ‘패싱’으로 표현하는 중국의 영향력이 사실은 미국보다 결정적인 측면이 있다. 이는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한에 대해서 언급한 트위터의 분석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국가의 이름이 북한도 남한도 아닌 중국이라는 점에서도 명확히 알 수 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역의 80%를 의존하는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 적극 호응했을 뿐만 아니라, 비공식적으로 암암리에 북한을 지원해 왔던 러시아와 대비하여, 완고하리만큼 유엔 결의를 실행에 옮기면서 북한에 압력을 크게 행사하여온 배경을 유의하여 분석하여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이 표면적 이유로 내세우는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 불안요소로서 북핵이 제3차대전의 불씨가 될 염려도 있지만, 지난 십여 년간 심각한 대립 양상을 보여온 양국관계에 더하여 북핵 개발의 목표가 단순히 미국을 향한 것이 아니라 중국도 포함될 수 있다는 북한의 공공연한 암시 역시 크게 작용한 듯하다. 과거의 영화를 재현하고자 중화대국으로 굴기하는 과정에서 국경을 접한 북한을 관리하고 때대로 개입하고자 하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보유가 주는 현실적 부담과 위협을 지리적 인접성이라는 측면에서 미국보다 분명 강하게 느꼈을 것이다. 한마디로 그 동안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서는 미국보다도 중국이 비타협적으로 강경했다고 말할 수 있다.
초유의 북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김정은 위원장은 상기 맥락의 이해 속에서 상황을 반전시키고 이를 활용하고자, 최근 시진핑 주석과 두 번의 만남을 통해서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다짐을 제공하는 대가로 유엔재제 결의와 무관하게 상당한 경제적 외교적 지원과 혈맹적 우방으로서의 관계회복을 약속 받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
소비에트 붕괴 이후 미국의 주류적 세력들은 일관되게 북한을 자신의 세계전략 구도 속에 희생양으로 활용해 온 측면이 크다. 동유럽 사회주의 동맹국가들이 해체되었듯이 북한도 붕괴하리라는 자신들의 기대가 어긋나자, 국제적 여론의 흐름을 절대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서방 미디어의 강점을 활용하여 조작과 허위를 일삼으면서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하고 불량국가의 이미지를 덧씌워 소위 레짐-체인지 전략을 정당화하면서 군사적 협박을 지속적으로 강화시켜 왔다. 실제로는 중국과 러시아의 태평양 진출을 봉쇄하려는 목적으로 구축한 한미일 동맹과 세계 최대규모의 한미 군사합동훈련의 표면적 구실로 북한의 존재를 십분 조작하고 활용하여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트럼프 등장이라는 이변이 돌출하였다. 그는 위에 언급한 지난 60 여 년간 미국 사회의 주류적 세력에 의해 형성된 대북 전략과 이미지를 전적으로 묵살하고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판단과 이해라는 시각에서 한반도 전략의 재구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하여 WP과 CNN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언론 매체인 NYT 조차 비판적인 기사를 지속적으로 게재하여 왔으며, 정치권 역시 민주 공화 양당 모두 부정적인 견제의 의사를 표출하고 있다.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하는 것은 지난 대선 시 러시아 개입여부와 포르노 배우와 성매수 사건에 더하여 뮬러 특별검사의 활동을 방해한다는 비판 여론에 발끈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스스로 사면할 권리가 있다고 공언함으로써 바야흐로 미국 정치는 한치를 내다 보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한반도의 장래에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되는 6.12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북미 정상회담의 전망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구축은 동전의 양면인 동시에 매우 복잡하게 꼬인 고르디우스의 매듭 같은 성격을 지닌다. 일괄타결은 동시에 단계적이고 쌍무적인(steps in synchronization) 실행조치를 후속적으로 요구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정상이 만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매우 주요한 진전과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장기간의 극한적인 대결과 불신의 과정에서 정상간에 얼굴을 맞대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성과로 볼 수 있다. 상대방의 입장을 듣고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신뢰의 출발이며, 신뢰가 전제가 되지 않는 국가간 어떠한 합의와 약속도 한낱 종잇장에 불과하다.
곧 있을 두 사람의 만남이 단순히 서로의 탐색전 수준에서 쌍방의 입장을 확인하는 성명(announcement)에 그칠 수 있다. 한걸음 더 나가 공유의 부분을 묶어서 합의(agreement)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예컨대 비핵화의 중간과정으로 사찰을 통해 최소 수준의 핵보유와 억지력을 인정하는 파키스탄 모델 수준과 유엔제재 결의를 단계적으로 풀고 쌍방간에 연락사무소를 평양과 워싱턴에 설치하는 정도의 합의에 이를 수도 있다. 물론 북한의 시각에서 트럼프의 현재 불안정한 정치적 입지를 감안하면서 단기간 내 실제적 성과를 내기 위하여 불가침을 포함한 종전선언 및 완전타결과 이행을 위한 선언(declaration)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선언이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는 조약이 되려면 미 연방의회의 2/3 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현실적 제약에서 완전타결과 이행을 선언하는 것은 아무래도 역풍과 후유증이 예상된다. 현재 단계에서는 북한이 미국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을 폐기하는 수준에서 트럼프의 체면을 살려주는 타협적 봉합을 이루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보인다.
남북한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사항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을 통해서 이루려는 목표와 배경을 읽어내는 것이다. 일견 트럼프의 현상과 정책은 매우 상호모순적이고 상충적이며 예측이 어려운 주제이다. 한반도에서는 역사적 기회로 작동하고 있지만 국제적 지형에서는 매우 일방적이고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격추시키는 위험한 패권적 행보를 반복하고 있고, 국내적으로는 대대적인 감세와 복지축소를 통해 기득권 체계를 강화하는 수구적 정책을 피면서 정치적으로는 공화당 보수파까지 반발하는 파시스트적 성격까지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 성격과 흐름은 우리에게 한반도의 향후 중장기적인 정책을 트럼프에게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근본적으로 미국과의 약속과 협약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최근 트럼프의 북한에 대한 유화적 발언이 눈에 띈다. 그동안 단호히 주장해 온 ‘일괄적 타결’이라는 조건에서 돌연 ‘회담은 과정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일면 북한의 입장을 한층 깊이 이해하는 듯도 하고 일괄적 타결에서 선회하여 합의 이행과정의 단계적 쌍무적 실행과 조치를 수용하는 듯도 하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노밸평화상도 수상하고 미국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어하는 긍정적 공명심도 작동하는 한편, 북핵 문제를 단순히 자신의 정치적 위기에서 탈출하는 정치적 승부수로 극적인 활용을 위해 숨 고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보다 현실적으로는 채널방송의 앵커맨 출신답게 팔로워가 5천만 명이 넘는 트위터를 통해 여론의 흐름을 주도하면서 북미협상의 극적인 성과를 11월초 중간선거 직전에 설정하여 이후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재구축하고 재선의 길로 나서려 것으로도 예상할 수 있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북한문제와 한반도 평화라는 주제가 자신의 정치적 구도와 진행에 도움이 되는 한, 적극적인 기회를 계속 제공하겠지만 실효성이 떨어지고 오히려 자신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 우리에게 트럼프라는 존재가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과 후유증을 가져 올 것이라는 판단이 가능하다.
따라서 남북한 당국은 단순히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미회담과 한반도 평화구축에 대한 주재를 트럼프와 측근에게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북한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견지하고 있는 미국 주류사회에도 채널을 가동하고 지지와 동의를 획득해야 하며, 평화를 갈망하는 미국 시민사회와도 연대를 강화해야 하는 동시에 더욱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의 절대적 지지를 조직해 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역할
6.12 북미회담이 단순히 성명수준에 그칠지 합의와 선언의 수준에 이를지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회담 이후에는 이를 계기로 비핵과 평화라는 군사외교적 주제를 넘어서 북한사회의 개방과 경제재건이라는 또 하나의 핵심 이슈로 극적인 전환이 이루어 질 것으로 전망되며, 반드시 그렇게 실현되어야 한다. 이 지점부터는 미국보다는 남한과 중국이 주도하게 될 것이고, 종국에는 일본까지 참여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측은 6.12 이후에도 비핵화가 이루어지기 까지는 유엔 결의를 통한 제재와 압박이 지속된다고 공언하고는 있지만 이는 이미 약효가 떨어진 허풍에 지나지 않는다. 유엔 결의의 분명한 메시지는 북한에 대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미국과의 협상테이블에 나오라는 충고이다. 이미 풍계리 핵 실험장을 공개적으로 폭파했고 양국정상이 얼굴을 맞대고 회담을 한 이상, 북한제재를 지속한다는 것은 사실상 북한과 대결을 지속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고 북한붕괴와 레짐-체인지라는 미국의 기존의 목표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스스로 폭로하는 셈이다. 진즉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결의와는 무관하게 무역과 거래를 재개한 셈이다. 문제는 남한 당국이다.
이제부터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요구에 따른 대리운전에서 민족의 역사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자가운전으로 전환해야 한다. 고난의 행군 이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산업화의 시동에 필요한 사회간접자본과 금융적 인프라구축 및 경제재건에 필요한 자본의 축적이며, 국내저축이 빈약한 조건에서 이를 제공해줄 외부적 지원이다.
이 점에서는 남한 사회가 동포국가라는 점을 떠나서 누구보다도 경험과 사례가 풍부한 파트너이다. 비록 현재 제조업 분야에서는 세계 7위건, 경제규모에선 11위건을 형성하고 있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헬조선’이라고 스스로 자조하고 있고, 사회양극화가 미국과 함께 OECD 국가들 중에 최악의 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향후 한국산업의 성공과 지속가능 여부에는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고 있다. 향후 북한과 협력과정에서 남한이 그 동안 이룬 양가적(兩價的) 성과 속에서 놀라운 산업과 경제성장을 이룬 긍정적 요소는 진솔하게 전수하고 사회경제적 악폐요소는 제거시키도록 조언해야 한다.
남한의 개발독재 과정에서 있었던 60년대 이래 연평균 14%라는 인플레를 이용한 강제저축, 월남파병과정에 수십만 명의 젊은이 생명으로 벌어드린 외화로 키워낸 재벌 체제, 민족의 자존심을 팔아 넘긴 8억불 수준의 대일배상청구, 경제 쿠데타로 불리는 8.3 사채동결, 유신체제하에서 이루어진 민중탄압과 기득권 독점체제 등을 북한지역이 되풀이하게 해서는 안된다. 노무현 참여정부시절 북한에 제안한 경제 협력안에 필자는 매우 비판적이었다. 그 당시 내용을 보면 기본적으로 남한의 대기업 중심 산업재벌과 독점자본의 이익실현 및 불황 탈출구를 위하여 북한을 임노동 가공공장과 하청기지화 하려는 구도에서 기획되어 있었다.
국제화와 개방경제 속에 살고 있는 지금은 실효성이 떨어져 21세기적 시각으로 재구성해야겠지만 박현채 선생이 민족경제론에서 제기한 ‘내포적 자립경제’라는 기본적 개념이 여전히 북한에게 유효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현재 북한의 사회경제적 조건은 남한이 겪고 왔던 일제청산, 재벌독점, 기득권체계, 양극화, 적폐누적이 없는 백지상태이다. 자본주의의 병폐와 한계를 이야기하는 현 시점에서 인류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참여-협력-혁신-공유-순환이라는 이상적 사회경제 시스템을 북한에 도입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이다. 기후변화 등 지속가능 조건도 심각하게 취급되어야 할 주제이다. 가급적 석탄발전을 배제하고 자급적 재생에너지를 개발하면서 러시아로부터 남한으로 연결되는 PNG 라인을 이용하고 몽골을 연결하는 동아시아 수퍼그리드 전력망으로 에너지와 전력 수요를 해결하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자체 저축률을 기대할 수 없는 조건에서 경제특구를 통해 외국투자를 유치하여 임가공을 통한 외화획득을 계획하되 이는 초기 단계로 머물려야 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의 우애 원조, 정치적 타협을 통한 일본의 배상지원금, AIIB 및 IMF 가입을 통한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등 장기거치 차관, 상당량에 이른다는 희토류 등 지하자원의 부가가치공정을 통한 수출 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남한 정부가 적극 협력하고 지원해야 한다.
당연히 철로, 육로, 통신, 발전 등 인프라 건설에 한국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되 이익실현에 앞서 동포애적 지원이라는 원칙하에 이루여 져야 한다. 장기적으로 북한의 우수한 노동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지는 산업과 서비스업을 육성하도록 경험을 전수하고 조언해야 한다.
한마디로 산업화와 경제재건에 필요한 자금과 경험을 지원하고 제공하되 국제적 금융이 가지는 수탈적 위험과 탐욕적인 국제적 기업들에 종속 당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남한 측이 북한을 돕고 조언해야 한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재건되어 국제사회에서 이상적이고 선진화된 국가로 우뚝서는 것이 남한사회에게도 새로운 기회와 비전을 제공하는 것이고 각자 독자적인 양국체제를 경과하면서 서로의 필요에 의해 통일한국으로 나가는 민족역사의 미래 경로이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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