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서 나는 사람입니다.” 히틀러 별장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남부 독일의 작은 휴양도시 베르히테스가덴에 있는 생필품 체인점 ‘데엠’(dm) 입구에 붙은 파트타임 구인공고가 인상적이었다. 창업자 괴츠 베르너는 모든 독일인에게 ‘조건 없는 기본소득 1500유로’를 지급해 억지로 노동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신조를 가진 기업가이다. ‘인간의 얼굴을 가진 자본주의’로 불리는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가 노동 존중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 주고 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 행각에 온 나라가 분노하고 있다. 한국식 재벌체제가 경제성장의 견인차에서 걸림돌로 반전되었다는 진단이 나온 것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였다. 그럼에도 재벌체제는 세습으로 더욱 공고해졌고 재벌들의 영향력은 경제를 넘어 정치, 사회, 문화(언론)에까지 확산되었다. 세계경제 성장을 견인하던 한국경제는 그 사이 세계경제 성장에 견인당하는 처지가 되었다. ‘모피아’를 효시로 하는 ‘관피아’, 노조 탄압에서 출발한 ‘갑질’과 같은 신조어가 탄생했다. 대주주는 총수, 오너, 사주 등으로 참칭되는 ‘봉건적 자본가’의 지위에 올랐고 원래 자유롭다는 노동자는 ‘(외거)노비’쯤으로 전락했다. ‘정경유착’이란 비난에 맞서 재벌 1세대를 옹호하려고 내세우던 ‘기업가 정신’ 논리는 2세, 3세로 세습되면서 사라졌다. 오히려 부실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경영능력이 도마에 올랐고 끊이지 않는 ‘갑질’이 ‘오너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헌법에 규정된 ‘인간의 얼굴을 가진’ 경제질서가 현실에서는 지극히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실현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국가의 책임이 크다. 수출 주도 경제성장을 명분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기조는 특히 대기업과 대주주의 위법, 불법 행위를 방조하는 ‘관피아’가 곳곳에서 암약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를 사후적으로나마 교정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법부는 ‘사법부 독립’을 방패막이로 ‘전관예우’를 마음껏 누리는 적폐로 전락했다.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는 헌법 제119조 ①항은 기업을 기업가와 동일시하면서 기업가의 사익 편취를 뒷받침하고 있고 “경제민주화를 위한 규제와 조정”에 관한 ②항은 사실상 사문화되었다. ‘경제성장에 기여한 공로’가 감형과 사면의 사유가 되고 회삿돈을 수십 억 원 횡령해도 변제하면 죄를 묻지 않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되면서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가 달아오르고 있다. 접경지역 땅값과 관련 기업의 주가가 서둘러 치솟고 있다. 하지만 경제통합은 고속철도나 고속도로의 연결만을 뜻하지 않는다. 법과 제도는 물론 윤리와 문화의 통합이기도 하다. 북한 경제의 재건에서 남한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북한이 이를 수용하여 남북경제협력이 ‘남한 갑질경제’의 대북 이전으로 이어지고 통일이 ‘한반도 갑질경제’를 낳는다면 ‘나라다운 나라’는 요원해질 것이다. 서독의 슈미트 전 총리는 통일 후 회고록에서 ‘조국’을 재건하겠다는 동독인의 열정을 통일과정에서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쉬웠다고 적은 바 있다. 그로 인해 경제적 성과가 미흡했을 뿐만 아니라 ‘게으른 동독인’의 인상을 남겼고 동독인의 자존심을 충분히 살려 주지 못했던 것이다. 당초 서독 정부는 ‘경제화폐동맹’을 제안했지만 동독 정부가 ‘경제사회화폐동맹’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동독 주민의 기본적인 생존권을 보장받았다. 아울러 서독 노조는 동독 노동자들에게 통일 후 3년에 걸쳐 동독 노동자의 임금을 서독의 7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함으로써 연대의 가치를 실천했다. 한반도 통일과정에서는 북한주민의 권익을 누가 보호해 줄 수 있을까. ‘한반도 갑질경제’가 되면 북한 주민은 남한의 비정규직 아래 새로운 제4신분쯤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면 괜한 기우일까. 통일 30년을 눈앞에 둔 독일에서 동독 출신 주민과 그 2세가 ‘2등 국민’의 지위에서 제대로 벗어나려면 반세기는 더 걸릴 것이라는 진단이다. 남북 경제통합이나 통일도 ‘사람 중심’의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한반도 갑질경제’를 차단하려는 적폐청산의 길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배달민족으로서 우리의 건국설화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여 매우 특별하다. 대부분 나라의 경우. 건국설화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배경으로 설정하거나 초인적인 영웅의 이야기로 출발하여 지배권력을 미화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하여, 우리 설화의 경우에는 태백을 거점으로 삼아 상제의 아들인 환웅이 보기에 아름다운 땅을 선택하여 나라를 세우면서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이화세계(理化世界)를 이의 근본으로 삼았다는 내용이다.
황해도 구월산 ‘삼성사’에 모셔져 있는, ‘환인, 환웅, 단군왕검’의 초상화
단군신화로 알려진 위의 이야기가 후대에 민족의 주체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지어낸 것인지, 오랜 역사 속에 체화되고 전승되어온 이야기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한반도의 역사를 관통하는 문화적이며 정치적인 토대를 형성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인간의 언어로서 가장 감동적이며 성스러운 내용을 담아낸 성경의 주기도문과 같이, 하늘의 뜻을 이 땅에 이루기 위해 나라를 세우며(이화세계) 널리 모두를 이롭게 하는 것으로 규범(홍익인간)을 삼는다는 것은 종교사적 견지에서는 황금률적인 표현이며 정치학적 의미에서도 제1의 공의적 원칙이다. 이번 글을 통하여 상기의 원칙들이 한국 역사에 투영된 기록을 찾아가며 한국사회의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가름해 보고자 한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무속적 신앙에 기초한 공동체적 모습으로 수렵사회를 반영한 제천행사가 부여 영고, 동예의 무천, 고구려의 동맹 등 형태로 행하여졌다고 전해지며, 농업이 번성하는 후대로 내려오면서 단오와 추석과 같이 마을 사람 모두가 함께 음식과 가무를 즐기는 명절로 발전해 왔다고 한다.
이후 신라의 기록을 보면 불교가 전해지면서 지배계층인 화랑이 중심이 되여 향도(香徒)라는 조직이 만들어져 지배질서로서 종교적 규범을 강조하고 생활의 실천적 지침을 삼아 내려오다, 이후 일반백성에게까지 조직이 확산되면서 새로이 절을 짓거나 탑을 쌓거나 불공의 행사에 다중들이 함께 모여 공력을 제공하고 신앙적 공동체를 형성해 왔다.
고려 왕조로 들어서면서 종교적 배경과 행사를 위해서 조직되고 활동하였던 향도는 이제 향촌의생활 속에 자리를 잡으면서 香徒가 아닌 鄕徒가 되여 생활의 공간과 내용을 공유하면서 함께 노동하고 함께 즐기고 서로를 도와가는 양속으로 이동했다. 마을의 공동노역, 혼례, 장례, 마을 수호신 제사를 함께 치르면서 자연스레 상부상조적 조직으로 변모해 갔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한민족 역사를 줄곧 관통해온 두레라는 협동적 노동방식과 상부적 자조금융인 다양한 형식의 계가 발전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향촌의 통치 방식에서도 지방을 대표하는 인물을 내세워 왕권을 대신하여 중앙에서 향촌으로 파견된 관리 간에 협의 내지는 역할 분담을 이루면서, 읍사(邑司)가 중심이 되어 일종의 지역자치를 이루면서 내려온 셈이었다. 그러나 고려말 성리학이 도입되어 확산되면서 자치적 성격이 강했던 향도와 읍사는 양반 중심의 지배계층에 의해 유교의 가르침과 규범을 가르치는 향약(鄕約)으로 흡수되어 재구성된 것으로 보여진다. 향약은 사원과 함께 향촌에 뿌리를 내린 사림의 지위를 강화하면서 중앙정치의 훈구 세력에 맞서는 일종의 정치적 거점으로 변모한다.
왕권을 정점으로 하는 신분제적 관료체제인 고려와 조선의 역사는 기본적으로 경제의 축을 이루는 농업 기반인 토지의 사용 및 소유의 형태와 조세정책의 변화에 따라 이해를 달리하는 지배권력간의 이권과 세력다툼, 그리고 권력의 틈새에서 민중들 스스로 자조하고 순응하며 때로는 협약하고 저항해온 기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달리 말하면 경제의 기반과 운용의 결과물을 놓고 지배계급과 기층민중간에 전개되는 ‘정치동력학’적 궤적이다.
성리학을 지배이념으로 확고히 정립한 조선조 초기에는 주요 경제기반인 농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하여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을 산업정책의 기본으로 정하고 소농의 농민을 중심으로 백성을 위한 민본(民本)의 왕도사상을 정치적 지향으로 삼아 왔다. 조선왕조의 개국공신이었던 정도전, 조준 등이 비록 의도했던 균전제를 온전히 도입하지 못했으나 과전 및 직전법을 시행하여 고려 말 혼란하고 무질서했던 토지 소유관계와 조세체계를 바로 잡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왕족과 세도가들의 토지겸병 현상이 심화된다. 수조권을 기반한 토지지배구조가 약화되거나 붕괴되고 매득(買得), 장리(長利,) 개간(開墾) 등 통하여 토지의 사적 소유가 확대되면서 농지를 떠나는 유민(流民)들이 대거 발생하고, 일부 양반들이 사노(私奴) 또는 소작농으로 전락된다.
이에 지방에 기반을 둔 사림세력은 성리학의 창시자인 주희가 만든 주자증손여씨향약을 제도적 모범으로 삼고 사원과 유향소의 부활을 구실로 삼아, 탐욕스런 중앙의 왕족들과 세도가들을 견제하며 나라의 기반인 농촌사회가 무너져 가는 것을 방지하고 성리학을 정치사회적 규범으로 삼아 봉건적 질서를 유지하고자 목숨을 건 정치투쟁을 전개한다.
중종에서 시작하여 명종을 거쳐 임진왜란 전의 선조 대에 이르기 까지 백 년 가까운 세월 동안, 김안국이 경상도 관찰사 시절에 향약을 한글로 보급한 것을 시작으로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인물들인 조광조, 이퇴계 그리고 이율곡 등으로 이어지면서 사림파와 훈구파 간에 성리학의 해석을 겸한 권력투쟁과 향약논쟁의 역사가 펼쳐진다.
향약의 내용을 살펴보면 중국 섬서성의 한 향촌에 국한되어 행하였던 여씨향약을 주자가 국가단위의 시행을 위하여 새로이 체계적으로 정리하면서 주나라의 제도를 따라 다음과 같이 주요 4개의 덕목으로 요약하였다.
덕업상권(德業相勸) : 좋은 일, 바른 일은 서로 권한다.
예속상교(禮俗相交) : 미풍양속으로 서로 교제하여 이를 널리 확산시킨다.
과실상규(過失相規) : 잘못한 일은 지적하고 비판하여 바로 잡는다.
환난상휼(患難相恤) : 개인 또는 향촌이 어려움을 당하면 서로 돕고 함께 극복해 나간다.
향촌에 거점을 두고 있던 조선조 사림의 양반들은 상기 향약의 내용과 제도를 무기로 삼아, 한편에서는 중앙정치의 세도가들의 탐욕과 패악을 견제하면서, 동시에 성리학적 윤리도덕을 기반으로 현존의 상하 신분관계를 분명히 하는 가운데 향촌의 공동체에 자발적 참여를 통한 자치기능을 부여하여 스스로 규계(規戒)하고 향촌을 유지 발전시키는 규칙을 세우며 고조선 이래 배달민족의 양속인 향음주례(鄕飮酒禮)의 전통을 지켜 나가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사림파들의 향약 실천에 대한 강력한 요구와 움직임에 대하여 중앙의 왕족과 세도가들은 다양한 이유를 들어 거부한다. 예건데 인물이 부족하다거나, 인심과 풍속이 투박하여 오히려 역작용의 폐해가 예상되며, 신분제의 붕괴가 염려되고, 왕권의 향촌을 다스리는 힘이 약화된다는 등 이유를 핑계로 삼아 몇 번의 사화를 통하여 사림파들을 숙청하고 제거하는 과정을 거친다.
권력의 다툼과 논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향약은 오래된 것으로 이를 실시된 곳마다 사람들이 서로 보살피고 돌아보며, 서로 돕고 질병에 함께 대응하며 구제하며, 자제로 하여금 유학의 가르침을 따라 효제의 뜻을 두텁게 하는 것을 가르치니, 삼대지치(三代之治)를 융성하게 하고 풍속을 아름답게 한다 – 化民成俗”라는 상소에 따라 중종 시절부터 적극적인 시행을 논의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매우 주목할 만한 인물이 조선중기 최고의 지성이자 실천적 행정가였던 이율곡 선생이다. 본인이 관직에 있을 당시 향약을 권하면서 파주향약의 서문을 직접 작성하였고 청주목사로 재직 시에는 서원향약을 만들어 시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선조가 향약을 전국적으로 시행하려 하자 오히려 시기가 너무 이르다(時期太旱)고 주장하며 시행을 보류하도록 간곡히 주청하여 계획을 중단시켰다. 더욱 기이한 것은 본인이 훗날 향촌에 머물면서 다시 완성도가 매우 높은 해주향약을 제정하여 보급하였다는 사실이다.
일견 서로 모순되고 상반된 이런 대목은 선조라는 못난 왕의 됨됨이를 살펴보면 이해가 가능할 듯하다. 사림들의 줄기찬 요구에 따라 신하들의 논의를 거쳐 향약의 전국적 실시를 결심할 단계에서 이율곡은, 선조가 민본의 왕도정치에는 별로 뜻이 없고 오로지 자신의 안위와 왕권 강화에만 마음이 머물러 있어, 이런 상태에서 향약을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향촌의 자치적 기능과 양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훼방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왕권과 중앙정치의 강화를 위한 하부 조직으로 전락할 것을 심히 염려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점은 필자가 제3 섹타경제론의 서론에서 제기한 지적과도 궤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겨우 유아기 수준에 머물고 있는 현재단계의 사회적 경제영역은 당연히 지자체를 포함한 정부와 공공기관의 법제적 도움과 재정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揚水論), 제3 섹타가 추구하는 자발적 참여와 스스로 역동적이어야 할 네트워크 형성을 정치와 행정 권력이 저해하거나 왜곡시켜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되풀이 언급하지만, 제2 섹타와 더불어 세 분야 영역 모두 병렬적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결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율곡 선생이 보여준 천재적이면서도 백성을 진심으로 위하는 실천적 지식인의 전형적 모습을 다시 한번 반추해 볼 수 있다. 그는 단지 패자적 왕권과 세도가들의 영향을 차단한 것만이 아니라, 주자에 의해 체계화된 여씨향약을 당시 조선의 현실에 맞게 새롭게 해석하고 재구성하여 실천적인 내용을 담아내었다. 자발적 참여와 회원들간 원만한 합의를 유도하기 위하여 향약의 조직과 운영에 대한 세칙을 정치하게 기술하였고, 실천적이고 구속력 있는 모임이 되기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선악부(善惡賦)의 작성 요령과 규칙을 세밀히 규정하여 향촌내 세력가들이 행할 자의적인 패악을 엄하게 금하였으며, 향약의 기능을 사창(社倉)과 통합하는 사창계약속(社倉契約束)을 제창하여 현대적 의미에서 향촌단위의 사회안전망적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율곡 선생이 지향했던 향약 실천의 뜻을 다시 정리해보자면 단순히 기존의 지배 질서를 온전히 유지하고자 하는 것을 넘어서서, 위로부터의 통치가 아닌 백성들의 자발적 참여에 따른 자치를 이루고, 성리학적 규범 가치를 공유하면서 예(禮)를 통한 윤리적 절제로 향촌의 도덕적 질서를 유지하며, 향촌 단위로 상호부조를 통해 사회경제적 안전망 기능을 부여하고, 전체적인 강제보다는 개인과 공동체간의 관계성 회복에 초점을 두었다 할 것이다.
이는 필자의 앞선 칼럼 ‘인본적인 사회주의자’에서 소개한 19세기 초 프랑스 사상가 사를 푸리에의 기획과 일맥 상통하며 1990년대 노벨경제학을 수상한 인디애나 대학의 오스트롬 교수의 ‘공유지의 비극을 넘어’라는 저작에 담긴 구상과 비견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에 다시 한번 대학자의 경륜과 가르침에 머리 숙여 존경을 표하고 싶다. 안타까운 것은 필자가 역사 공부에 어둡고 한문이 서툴러 한걸음 더 깊이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분야의 전문학자님들께서 좀더 구체적이고 풍부한 내용을 밝혀주시길 희망할 뿐이다.
아쉽게도 향촌 단위의 자치적 분권을 의도하였던 향약의 보급과 시행은 임진왜란 이후 기존 신분제의 급격한 붕괴, 다양한 원인으로 촉발된 농민층의 분화, 향시(鄕市)를 넘어선 격지 간 상업의 발달, 세도정치의 패악, 삼정의 문란 등으로 멈추어 서게 된다.
반면에 사림의 양반이 주도하였던 향약 운동을 대신하여, 모내기를 도입한 이양법으로 농업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 왔던 일반 백성 중심의 집단협동적 노동방식인 두레와 상호부조적 금융시스템인 다양한 계의 모임이 활발히 되살아 나고, 외척과 부패한 관리 등 지배층의 탐욕과 패악에 대항한 산발적인 민란이 지속되면서 새로운 자각과 실천 운동들이 벌어지게 된다.
청제국을 파탄내는 서세동점 흐름과 한국땅에 상륙한 가톨릭과 개신교 등 기독교의 충격 속에 북학파를 시작으로 전개된 다양한 실사구시적 운동, 위로부터 자강을 시도한 개혁파의 시도, 일반 백성들의 근대적 각성을 촉발한 동학을 중심으로 사회변혁운동 등이 전개되었고, 불행하게도 이후 일제강점기, 해방과 분단 등을 겪은 후에야 비로소 반쪽뿐인 현대 한국의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사진: 통일뉴스
2018년 현재, 남한사회는 양가(兩價)적이며 분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견 일인당 GDP가 3만 불을 넘어서면서 수치상으로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였고, 국력에 있어서도 세계 11위권을 유지하면서 강력한 미들파워 국가로 부상하였다. 반면에 외부적 조건이 불리한 가운데 양극화가 극심하고 사회적 불안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소득의 불평등 상황이 미국과 함께 OECD국가 중 가장 열악하여 1%의 국민이 20% 정도의 소득을 점하고 있고, 자산소득은 더욱 극심하여 이의 정도를 알려주는 피케티지수(국민순자산/국민총생산)가 10에 근접하고 있으며 (역사적 경험으로 지수가 6을 넘어서면 전쟁을 부추긴다고 피케티는 설명하고 있다), 1%의 부자와 재벌기업들이 민간소유 토지의 50%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자본 시장의 경우는 심한 정도를 넘어서서 1%의 자본가가 90%의 배당소득을 차지하는 등 극한적인 실태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한국의 사회경제적 현실은, 마치 왕족 및 세도가와 이들의 하수인격인 권노(權奴)들이 불법적인 토지겸병의 탐욕으로 국가질서를 뒤흔들고 온갖 수단으로 백성들을 수탈하던 조선중기 이후의 패악스런 모습이 다시 부활한 듯, 더욱 뿌리를 깊이 내린 채 난공불락의 기득권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타결책으로 어리석게도 국민소득 4 만불의 수치적 성장론을 제시한다거나 소중한 그린벨트를 풀어서 주택 건설량을 늘려 투기를 막고 주거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상황을 더욱 나쁜 방향으로 악화시킬 뿐이다.
핵심은 소수를 위하는 양적 성장에서 전환하여 일반시민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민본중심의 사회경제적 운영의 철학과 방향 위에서, 저마다 생업에 전념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투기적 부동산 소유에 대해 실질적이며 현실적인 고통을 가하고 불로적 지대소득에 대한 확실한 누진과세를 적용하며, 경제적 성과를 국민 모두가 골고루 향유하는 배분과 순환의 원칙을 정립하는 것이다.
역사적 변혁기에 서있는 한국사회는 당면한 문제를 본질적으로 직시하고 접근해야 한다. 부패하고 탐욕스런 무리와 이를 부추기는 관행 및 제도에 대항하여, 향촌의 사림들이 시도하였던 향약의 시행과 더불어 백성들의 자조적인 운동이었던 두레를 현대적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것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건국 신화로 전해지는 이화세계와 홍익인간의 역사문화적 DNA를 다시 발견하고, 이를 사회생물학적으로 우리 생활 속에 살아있는 유전적 밈(meme)으로 진화되도록 제도와 관행을 바꾸어 가야 한다.
부산시에서 노인들의 다양한 문화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다사랑복합문화예술회관(이하. 다사랑회관)은 건설하기로 하고, 2013년 10월에 기공식을 하고 2015년 6월 말에 완공했다. 이 과정에서 2015년 4월에 다사랑회관에 대한 위탁심사를 거쳐 위탁법인이 결정되었다.
위 내용만 보면 전혀 문제점이 없다. 그런데 아래의 내용을 보면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사라 질 것이다.
부산시에서 만든 다사랑회관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근거가 되는 조례를 만들어야 하고, 이 조례는 시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시의회가 조례를 심의하기 1개월 전에 000 법인이 ‘00대학교,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단체 등을 비롯한 여러 단체들과‘다사랑복합문화예술회관 위탁운영 협약식’을 몇 차례하고 그 내용이 두 차례에 걸쳐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에 부산광역시의회는 다사랑회관의 운영방식에 대한 심의도 하지 않았는데 마치 운영방식은 위탁으로 결정되었고 특정법인이 위탁 운영하는 것으로 결정된 것처럼 된 것을 부산시에 지적하였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민간에서 행하여진 일을 어떻게 다 대처할 수 있냐’는 식으로 답변했고, 결국 시의회는 다사랑회관을 위탁운영하는 것으로 하고 조례를 통과시켰다.
그리고 시의회에서 통과된 다음날 부산시는 다사랑회관에 대해 위탁공고를 했다. 그런데 협약식을 한 000법인 이외에 단 한곳도 위탁심사에 참여하지 않았고 부산시는 위탁참여기관 접수를 완료했다. 부산시는 몇 일 후 위탁심의위원회를 열어 000 법인을 다사랑회관의 위탁법인으로 선정했고 심의한 그날 오후에 바로 선정기관을 공고했다.
이런 과정은 아무리 봐도 미심적은 구석이 있어 보인다.
더욱이 000법인에서 위탁을 받게 될 경우 다사랑회관의 기관장으로 부산시에서 다사랑회관 설립 실무책임자이자, 퇴임한지 1년도 안 되는 前 부산시 고령화대책과 과장이 내정되어 있다는 점이 더 많은 의혹을 키웠다. 前 부산시 고령화대책과 과장은 위탁심사위원회 때도 “곧 관장을 맡을 사람이다.”라고 자신을 소개하기까지 했다.
사회복지연대에서는 아무리 봐도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성명을 발표하며 부산시에는‘위탁이 결정되기 전까지의 절차적인 문제와 함께「공직자 윤리법」과 「사회복지사업법」을 근거로 퇴직한지 1년이 되지 않고 다사랑회관의 설립에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퇴직공무원이 사회복지시설의 시설장으로 내정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에 같은 문제의식을 담아 공식적인 답변을 요청하였다.
부산시의 답변은 “위탁받은 기관이 시의회의 조례논의 전에 협약식을 추진한 것에 대해 전혀 몰랐고, 이런 내용까지 부산시에서 대응할 수 없다. 위탁과 관련된 법과 조례에 따라 절차를 진행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였다. 그리고 퇴직공무원의 기관장 내정은 “「공직자윤리법」 제17조와 동법 시행령 제33조의 의거하여 기본재산이 100억 이상의 법인이 아니면 취업하는데 문제 될 것이 없고, 「사회복지사업법」 제35조3항 ‘사회복지분야의 6급 이상 공무원으로 재직하다 퇴직한 지 2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사람 중에서 퇴직 전 3년 동안 소속하였던 기초자치단체가 관할하는 시설의 장이 될 수 없다’는 것은 기초자치단체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광역자치단체 관할인 다사랑회관은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보건복지부도 부산시와 마찬가지로 광역자치단체에서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런 보건복지부의 반응에 대해 유선상으로 사회복지사업법의 퇴직공무원의 취업을 막는 내용은 관피아를 막겠다는 취지인데 광역자치단체는 문제가 안 되고 기초자치단체는 문제라는 것은 취지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여기에 대한 판단이 어려우니 부산시와 이야기하라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복지관피아 일까? 갑질일까? 공무원 일자리 창출일까?
다사랑회관의 위탁 과정을 지켜보고, 대응하면서 최근에 퇴직공무원이 사회복지시설장으로 가는 실태와 복지시설의 위탁과정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현재 부산에는 장애인복지관 14곳 중 7곳, 노인시니어 클럽 13곳 중 4곳, 종합사회복지관 53곳 중 2곳, 노인복지관 23곳 중 2곳이 퇴직공무원을 시설장으로 두고 운영되고 있다. 부산의 전체 사회복지시설이 비하면 아직까지는 많은 수는 아니다. 하지만 노인요양시설 등 최근에 만들어졌고 연간 운영비가 10억 이상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정확치는 않으나 퇴직공무원의 시설장 진입 사례수는 늘어난다.
그런데 왜 퇴직공무원이 복지시설로 일자리를 옮기고 있을까?
분명「사회복지사업법」, 「공직자윤리법」을 통해 퇴직공무원 취업에 대한 제한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다사랑회관의 사례처럼 법률의 정한 내용이 광역자치단체나 중앙정부 공무원은 취업제안에서 예외이고, 기초자치단체도 다른 기초자치단체에서 취업해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등 법적 제한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근거가 되고 있다. 즉 복지관피아를 막기 위한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
그리고 행정과 민간의 갑․을방식의 위탁구조 때문에 지방행정조직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여 운영의 편의성을 바라는 일부 법인들의 입장, 다사랑회관처럼 전직공무원이 참여하면 신규시설의 위탁의 용의하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의 공무원연금의 변화로 인해 퇴직 후의 안정된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결국 지금 퇴직공무원이 복지시설의 기관장으로 취업하는 것은 금전적 거래여부는 알 수 없으나 서로간의 편의를 봐준다는 점에서 관피아적인 요소와 갑․을 관계에서 오는 행정의 갑질, 안정된 공무원의 노후보장과 연결된 일자리확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관피아를 막으려면
모든 퇴직공무원의 사회복지시설 취업이 문제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현장의 상황을 잘 아는 현장전문가면서 전반적인 행정조직의 구조를 잘 아는 행정전문가라면 모시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그리고 퇴직공무원이 시설장으로 있다고 해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경우를 찾기가 어렵고 관으로부터 시달리지 않다보니 오히려 효율적인 업무처리에 유용하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용함은 퇴직공무원을 시설장으로 채용함으로써 행정조직의 갑질문제를 해결하고 위탁과정에 유리함을 얻겠다는 발상은 사회복지시설이 가진 본질적인 문제해결과 거리가 먼 관계설정이다.
관피아를 막기 위한 향후 노력은
결국 관피아를 막으려면 행정과 민간의 평등구조 즉, 위탁의 평등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갑을 방식으로는 사회복지시설의 관피아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회복지사업법」, 「공직자윤리법」의 개정을 통해 법적으로 관피아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시민사회와 사회복지계 등 여러 주체들이 어느 정도의 노력으로 법개정은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조직과 사회복지시설의 갑을 관계는 사회복지계의 적극적인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더욱이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관과 민간이 평등하고 지속적인 거버넌스의 관계를 형성하지 않으면 지역주민의 다양한 복지욕구를 해소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기때문에 제대로 된 복지,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노동자에 대한 비인격적 대우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대림산업과 두산모트롤이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받게 됐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운전기사를 상습 폭행하고 폭언을 퍼부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이 부회장은 지난 25일 공식 사과를 했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폭행죄가 적용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모트롤은 지난해 말 명예퇴직을 거부한 사무직 노동자를 대기발령한 뒤 책상에 앉아 벽만 바라보게 해 ‘면벽 책상 배치’ 논란을 빚었다.
[The New York Times] 직원들 목숨 걸고 갑질하던 기업인의 말로 (중앙일보)
최근 미국 연방 지방법원은 ‘석탄왕’으로 유명한 도널드 블랭큰십 전 매시 에너지사(社) 대표에게 징역 1년형을 선고했다. 최악의 광산재난을 방치해 다수의 인명피해를 낸 혐의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그는 곧바로 구금됐고 벌금 25만 달러도 내야 했다. 이 판결은 놀라운 선례를 남겼다. 블랭큰십은 미국에서 산업안전 기준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은 최초의 기업인이기 때문이다.
800만 명에 달하는 감정 노동 종사 노동자의 고통이 지속되고 있지만, 해결을 위한 단초가 되리라 기대했던 19대 국회 입법안은 결국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5월 9일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 감정 노동 보호 관련 법안이 다뤄지지 못한 것이다. '땅콩 회황', '라면 상무', 압구정 현대아파트 경비원 노동자 자살에 이르기까지 감정 노동의 심각성은 너무도 많이 알려졌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법안심사소위 안건 상정부터 반대하더니, 9일 회의에서는 "노동 4법이 함께 처리해야 되어야 한다" 고 주장하면서 '비쟁점 법안이라도 다루자'는 야당의 요구를 저버렸다.
2013년 감정 노동네트워크에서 26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감정 노동 종사 노동자의 현실은 참으로 비참하다. "고객으로부터 인격 무시 발언을 들은 경험이 있다"는 88%, "욕설 등 폭언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81%였다. 1개월 내 고객에게 욕설 등 폭언을 당한 경험은 7.2회에 달했다. 그러나 고객에게 피해를 입었을 때 휴식을 부여받은 경험은 23%에 불과했고, 오히려 미스터리 쇼퍼(Mistery Shoper)등 친절도 암행 평가로 회사에 대해 신뢰가 실종되었다는 답변이 90%에 달했다. 조사 대상 노동자의 30%가 최근 1년 이상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변했으며, 우울증이 심리 상담이 필요한 수준인 집단이 42%에 달했다.
감정 노동 종사 노동자의 현실이 수년 동안 사회적으로 제기되자 홈플러스, 롯데마트, 이마트 등을 비롯해 기업들은 자체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다. 그러나 그 실체는 기업 이미지 관리를 위한 방패막에 불과했다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5월 2일에는 부산 이마트 계산대의 여성 노동자에게 50대 남성 고객이 "이 사탕을 키스할 때 먹으면 입 냄새가 나요 안나요?"라며 성희롱을 했다. 성적 수치심을 견디며 계속 일하고자 했으나 계산 물품 확인 과정에서 동일한 고객이 폭언과 욕설을 퍼부었다. 회사 관리자는 상황을 방치하고 오히려 다른 고객들의 항의로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해당 노동자가 놀란 가슴에 잠시 휴식을 취하겠다는 요청도 관리자는 거부했다. 고객 폭력과 회사 측의 태도에 놀란 이 노동자는 지금 병원에서 적응 장애 진단을 받고 병가를 낸 상태이다.
이 같은 상황은 이마트 다른 매장에서도 발생했다. 가양점에서는 지난해 8월에 여성 고객에 폭행을 당한 노동자를 회사가 방치해서 노동조합이 나서 고객을 고발했다. 9월에는 남성 고객이 계산대에서 기다리게 한다며 "000를 부숴버리겠다"며 음료수 병을 던지고 폭언을 했다. 그러나 회사는 불안에 떠는 노동자에게 계속 일을 시킨 것도 모자라 그 진상 고객을 다시 만나게 했다, 진상 고객은 폭언이 담긴 녹음 파일을 지워라,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회사는 노동자를 전혀 보호해주지 않았고, 결국 해당 노동자가 직접 고객을 고소해서 벌금 30만 원을 선고 받기도 했다.
2016년 올해에도 이마트 대전과 서울에서 진상 고객에 대해 회사 측은 무조건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오히려 이마트 본사에서는 수년 동안 같은 일을 해온 해당 노동자에게 "고객 응대가 어려운 사람은 발령 조치하겠다"는 협박성 답변이 되돌아왔다. 이것이 2014년 감정 노동 종사자를 보호하겠다며 "e-케어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이마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언론에 보도된 이후에도 이마트는 매장마다 "우리는 매뉴얼대로 했다"며 해명 전단을 붙이고 있는 상태다. 감정 노동 보호를 하겠다는 매뉴얼이 노동자를 보호하기는커녕, 기업의 방패막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뿐 아니라 홈플러스는 2013년 '고객 응대 매뉴얼'을 만들고, 2017년에는 직원의 감정 케어를 위해 '해피 투게더' 프로그램을 운용한다고 한다. 롯데마트는 직원의 감정 노동과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행복UP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형 유통 재벌의 감정 노동 보호 운운은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매출 감소를 보호하기 위한 이중 가면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감정 노동에 대한 노동부의 예방 사업은 여전히 '고객 대응 매뉴얼' 작성에 대한 행정 지도와 <착한 소비 문화 운동>에 머무르고 있다. 감정 노동 보호를 위한 법 개정도 처벌 조항 없이 권고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감정 노동자 보호를 위한 입법 추진 과정에서 전경련은 '진상 고객의 문제를 왜 사업주에게 예방 조치 의무를 주는 식으로 규제를 강화하냐"고 반발하고 있다.
감정 노동의 원인은 갑질 고객만의 문제일까? 소비자의 자성을 촉구하는 캠페인만 열심히 하면 해결되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감정 노동의 문제는 사업장 안의 노동 통제 과정과 직결되어 있다. 유통 재벌 기업은 고객을 가장한 조사원이 노동자들의 친절도를 평가하고 인사 고과와 연계시키는 미스터리 쇼퍼 제도를 통해 노동 통제를 해왔다. 또한, 고객 대응 업무를 하는 전 업종에서 업무와 관련된 모니터링이 진행된다.
[그림]국내 주요 서비스산업 작업장 모니터링 시행 여부 의견(단위: %) *자료 : 주요 서비스산업 업종 및 직종별 감정노동 실태조사(2011~2012, 김종진) 원자료에서 재구성.
사업장 실태 조사에서는 고객과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벌칙이 있는 경우가 콜센터 21.25%, 판매직 25.4%, 호텔 등에서는 29.6%로 나타났다. 진상 고객이 있어도 노동자들은 임금삭감이나 부서 이동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인사상 불이익 문제 때문에 힘겹게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가, 각종 정신질환과 자살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있는 상태에서, 그야말로 갑질 고객이 폭언과 폭행까지 서슴지 않아도, 회사는 방치할 뿐 아니라, 고객에게 무릎을 꿇어 사과하게 하고, 심지어는 한 부서에서 고객과 문제가 생기면 부서 직원 전체에게 '고객에게 인사하기'를 집단적으로 30분 이상 시키는 행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노동자의 밥줄을 잡고 인권을 철저히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구분
콜센터
판매직
호텔
벌칙의 종류
시말서 37.3%
임금삭감 12.8%
승진 불이익 7.4%
시말서 38.4%,
공개적 사과 21%, 해고 10.2%
시말서 42%,
공개적 사과 7.3%,
부서이동 6.9%
고객 친절
확인제도
녹음 69.5%
컴퓨터 모니터링 41.6%
온라인민원제기 확인 31.5%
CCTV 설치 51.3%
암행감찰제도 40.2%
관리자 수시확인 37.9%
온라인게시판 민원제기 확인 56.2%
관리자 수시확인 34.2%
암행 감찰제도 23.9%
[표]감정노동과 인사고과 연계
*자료: 2011-2012 김종진 자료 재구성]
국제 노동기구(ILO)는 2002년 출퇴근을 포함하여 작업과 관련된 상황에서 학대받거나, 위협당하거나, 공격받은 사건 등을 작업장 폭력으로 정의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외국의 제도와 가이드라인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작업장 폭력은 육체적 폭력뿐 아니라 정신적 폭력도 포함하고 있고, 가해자에 대해서도 고객, 소비자 등 제 3자의 폭력도 포함하고 있다.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이나 근로기준법 등을 통해 작업장 폭력에 대한 사업주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노동자의 정신건강에 대한 예방 의무를 사업주에게 부과하고 있다. 대만에서도 2014년에 산업안전보건법에 작업장 폭력에 대해 사업주 의무를 부과하고, 행정기관이 감독하도록 명시했다.
감정 노동의 문제는 '착한 소비 문화 운동'을 넘어서서 사업장 안의 예방 조치 의무를 강력하게 부여하는 입법으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 고객에 의한 폭언, 폭행에 대해 해당 노동자가 업무를 회피할 권리 보장, 고객에 대한 사업주 고발 의무 부여, 인사고과 연계나 암행감찰제도 금지, 감정 노동 예방과 직무 스트레스 관리 등 예방 의무 부여 등이 포함된 법 개정이 진행되어야 한다. 노동자도, 소비자도 요구하고 있는 감정 노동 보호 입법에 정부와 국회가 즉각 나서야 한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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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산업은 삼성전자의 우수 협력업체였다. 박근혜 정부들어서는 천만불 수출탑도 받았다. 법정관리 중이었지만 2014년 한 해에만 영업이익 90억 원 정도 났다. 채권단에 진 빚 200여 억 원 정도는 3년이면 금방 털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런데 2014년 9월. 삼성전자 협력업체들의 모임인 협성회에서 긴급 공지가 떴다. 협성회의 회장단으로부터 태정산업 권광만 회장은 삼성전자가 어려우니 협력업체들이 돈을 갹출해서 200억 원의 협력기금을 조성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말을 듣는다. 실제 그가 받은 문자에도 분명히 “각 사별 협조하실 금액”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그의 회사는 법정관리 중이었다. 직접 돈을 낼 수도, 스스로 납품단가를 인하해서 각 사 별로 사실상 할당된 액수를 맞출 수도 없었다. 법원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삼성전자 구매팀 상무에게 직접 자신의 사정을 전달하고 삼성전자의 요구를 완곡히 거부했다. 그리고 그 뒤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여기까지가 삼성전자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태정산업 권광남 회장의 주장이다.(5월 10일 기사 링크해주세요) 뉴스타파 취재진이 직접 접촉한 전 삼성전자 구매팀 부장-2014년 9월 협성회 모임을 예약한 당사자-도 권 회장과 비슷한 진술을 했다. 삼성전자가 말하는 원가절감이란 곧 납품단가 인하며 그 해에는 특정금액을 정해 놓고 사실상 강제로 납품단가 인하를 하도록 해야할만큼 삼성전자 가전부문의 누적적자가 심했다는 증언이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200억 원 강제 모금이나 일방적 납품단가 인하 요구는 없었다고 계속 부인하고 있다. 그러자 권 회장은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추가로 삼성전자의 ‘갑질’을 증언했다.
태정산업 등 협력업체들의 중국 투자를 독려해 온 삼성전자가 협력업체들이 막상 중국에 진출한 뒤에는 한국에서보다 더 노골적으로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다.
같은 부품을 만드는 회사를 서너 개 이상 두는 이른바 ‘부품사 다원화’ 전략을 실시하면서 서로 단가 인하 경쟁을 시키고 단가를 인하하지 않으면 납품물량을 줄이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해왔다는 것이다.
실제 권회장이 취재진에게 보여준 중국 삼성전자로부터의 메일에도 “추가 단가 인하가 필요합니다”, “오늘 내로 완성할 것으로 요구하셨습니다”라고 되어 있다.
이 메일의 발신자는 삼성전자 중국공장의 중간 간부. 오늘 내로 납품가 인하를 완성하라는 고압적인 말에서는 원청과 하청간의 일방적 관계가 엿보인다.
태정산업은 이렇게 2014년에 4번, 지난 해에는 8차례나 삼성전자로부터 일방적으로 단가 인하 압력을 받았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태정산업은 내국 법인이기 때문에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하고 처벌할 수 있는 ‘하도급법 위반 사안’이라고 참여연대 김남근 변호사는 말했다.
2014년 9월 협성회를 통해 전달된 삼성전자의 ‘각 사별 협조하실 금액…’에 응하지 않은 뒤 2015년 삼성전자 수주물량이 급감하고, 매출액이 60% 수준으로 줄어든 태정산업의 권 회장은 마지막 절규하는 심정으로 삼성전자 구매팀장(부사장급)에게 서한을 보낸다. 여기엔 삼성전자 때문에 태정산업이 2015년 막대한 손실을 입었으며, 이는 삼성전자가 마땅히 보상을 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갑질을 당한 권 회장의 심정이 구구절절 들어 있다. 권 회장은 서한을 이렇게 끝맺었다.
귀사의 구매팀은 협력업체는 밟히면 밟힌다고 안다. 그렇지 않은 정의로운 업체도 있어야 하겠다고 결심했다.
권 회장은 이 서한을 보내고 한 달쯤 지난 뒤 삼성전자는 중국 돈 1500만 위안과 한화 10억 원 등 약 35억 원의 현금을 태정산업에 입급시켰다고 증언했다. 취재진은 실제 입금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은 결국 삼성전자 스스로 자신들의 갑질을 인정한 것이 아닐까?
삼성전자는 뉴스타파의 해명 요청에 대해 자신들은 “국제 원자재가격 변동에 따른 원가 하락분을 납품가에 조정했을 뿐 일방적 납품 단가 인하 요구는 하지 않았다”고 서면으로 답변했다. 또 “태정산업에 지급한 돈도 긴급 운영자금이 필요하다고 해서 별도의 자금계약서를 체결하고 3자 위탁 대출 방식으로 지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태정산업 측은 “지원금의 형식이 아니면 삼성전자가 손실을 보전해줄 합법적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정신질환으로 인한 산재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A씨처럼 산재를 신청해도 실제로 승인을 받지 못하는 비율이 75%에 달했다. 정신질환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근로자가 늘고 있는데도 산재 승인 제도가 감정노동 종사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는 2016.10.10. 국토교통부의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이 화물노동자가 현재 직면해 있는 장시간·저임금 노동구조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하며 파업에 나섰다. 노동자임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화물노동자는 ‘지입차주’라는 이름으로, 턱없이 낮은 운송료와 과도하게 책정된 수수료를 감내해야 하고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장시간의 운전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화물연대는 최소한의 생존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더 이상 상식적이고도 절박한 화물노동자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화물연대는 적정 수준의 운송비를 제도로써 보장하고 ‘지입제’ 등 화물운송시장을 왜곡하는 현행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화물노동자의 요구안은 그들에게 있어 기본적인 노동조건을 보장하고 최소한의 생존권을 확인하고자 함이다. 화물노동자에 대한 노동3권 보장과 장시간노동의 개선, 표준운임제도의 도입에 대한 정당함과 그 필요성은 이미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현 정부에게서 화물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확인하기 어렵다. 2016.8.30. 발표된 국토교통부의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에 대해서는 화물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을 전혀 기대할 수 없고 소수 대형운송업체의 이익만을 반영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정책수립과정에서 사안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최대한 수렴하고 그 결과를 정책에 구체적으로 반영해야 하는 정책입안자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방기하고 있고 소수 대형운송업체의 이해관계만을 대변하면서 화물노동자는 대형운송업체과 차주의 횡포와 장시간·저임금노동에 방치되고 있다.
화물노동자의 요구가 중요한 것은 이들의 요구는 노동의 문제임과 동시에, 화물운송업계의 왜곡된 구조가 야기한 과적·과속, 장시간 운전 등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다수의 사고를 제도적으로 예방하고 이를 통해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사회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화도, 대책도 없이 정부는 ‘불법’이라는 수사만 요란하게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화물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임을 인정받지 못해,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대형운송업체과 차주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지도, 과도한 노동시간에서 벗어날 수도 없는 화물노동자의 절박한 요구는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는 화물연대와 파업에 참여한 화물노동자에 대한 폭력적인 탄압과 무분별한 연행을 중단하고 화물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정의로운 사회를 꿈꿨던 A씨(36)가 지난해 12월 14일 새벽 자신이 일하던 편의점에서 손님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중학교까지 수석을 놓치지 않았던 A씨는 사교육 없이도 수능성적이 전국 최상위권이던 충남의 한 기숙형 일반고로 진학했다. 아버지(66)는 공부 잘하는 외동아들에게 의대를 권했지만, 아들은 기자가 되고 싶다며 2000년 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를 지원해 수석으로 입학했다. 아버지는 “외동아들이지만 제 것만 챙기는 아이가 아니었다”고 했다.
A씨는 대학에서 진로를 사회학자로 바꾸고 학문의 기본인 철학을 전공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고교 때부터 친한 친구였던 B씨(36)는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은 정의로운 친구로 공부를 정말 잘했다”고 했다. A씨는 재주도 많아 인디음악 작곡가로도 활동했다. 그 무렵 자동차 기업 관리자로 일했던 아버지가 퇴직하고 아들이 다니는 대학 앞에 편의점을 냈다. A씨는 틈틈이 아버지를 도와 편의점 일과 인연을 맺었다. 처음엔 곧잘 장사가 됐지만 인근에 편의점이 늘어나면서 수익도 떨어졌다. A씨가 편의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친구 B씨는 “친구는 집안이 좀 어려워지자 부산과 대구로 이사를 자주했다”고 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대학원 마친 뒤 유학을 가려 했는데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아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친구들은 지난해 방황하던 A씨에게 정신 차리고 자리를 잡으라고 다그쳤다. 친구들의 충고에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경북 경산시 진량읍의 한 CU편의점에서 알바노동자로 일했다. 봄까지 버티며 목돈을 마련해 서울에서 새 삶을 개척할 요량이었다.
편의점 노동자, 봉투값 20원 때문에 피살
지난해 12월 14일 새벽 3시30분께 A씨가 일하는 편의점에 50대 남자가 들어섰다. 진량공단에 있는 편의점의 새벽 손님은 대부분 혼자 사는 공단 노동자다. 손님 조모 씨(51)는 숙취해소 음료를 사려다가 A씨가 봉투값 20원을 달라고 하자 언쟁을 벌였다. A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별 조치 없이 돌아갔다. 조 씨는 편의점 인근 자기 집에서 흉기를 들고 다시 나타나 범행을 저질렀다.
대부분의 편의점이 그렇듯, A씨가 일하던 편의점의 계산대도 퇴로가 막힌 ‘ㄷ’자 형태라 유일한 출입구를 막고 흉기를 휘두르는 범인을 피할 길이 없다. 경산경찰서는 다음날 조 씨를 붙잡아 살인혐의로 구속했다.
편의점 알바노동자는 자주 봉투값 때문에 감정노동에 시달린다. 환경부는 일회용품을 줄이자며 비닐봉투를 공짜로 주는 업소에 과태료를 매긴다. ‘봉파라치’들도 공짜 업소를 노리는 통에 점주들도 알바에게 무료로 주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단골에겐 공짜로 준다. 때문에 몇 십원을 놓고 손님과 벌어지는 잦은 실랑이는 모두 알바노동자 몫이다.
CU 본사, 두 달 넘게 유족 외면
사건 다음날 알바노조는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서울 선릉동 BGF리테일(이후 CU로 표기) 본사 앞에서 추모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일 CU 관계자와 면담에서 “유족과 적극 협의하고 추후 안전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는 말을 듣고 안심했다. 편의점주는 A씨의 장례식장을 찾아 산재보험금과 위로금 300만 원을 내놨다. 그러나 알바노조는 “CU본사가 두 달 넘게 유족과 접촉하지 않았고, 오히려 유족이 콜센터를 통해 대화를 요구했으나 묵살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A씨의 친구들이 나섰다. 친구들은 지난달 4일 알바노조와 모임을 갖고, 지난달 23일 다시 CU본사 앞에서 사과 및 면담 요구 회견을 열었다. 이날 CU는 알바노조에 공문으로 “가맹본부(CU본사)가 가맹점(편의점)을 위해 지속적 지원과 노력을 기울이지만, 개인 사업자인 가맹점주의 권한과 의무를 본사가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고 답했다. 숨진 A씨는 점주와 고용관계를 맺었을 뿐, CU본사와는 무관하다는 뜻이다. A씨는 CU 로고송을 들으며 CU 매장에서 CU 유니폼을 입은 채 숨졌지만 형식상 CU본사와 무관한 사람이다.
똑똑했던 외동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49재 때 찾아온 아들 친구들의 권유로 편의점 본사에 문을 두드렸지만 묵살 당했다. 아버지는 아들 같은 억울한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아들 친구와 알바노조 등 시민대책위원회에 모든 것을 위임했다. 아버지는 “지난달 CU 영남권 임원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 같은 뜻을 전했다”고 했다.
홈페이지에 사과문 올린 뒤 유족에 문자 통보
알바노조는 지난달 27일부터 CU본사 앞 1인 시위에 들어갔다. CU는 지난 2일 언론을 통해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CU는 이틀 뒤 자사 홈페이지에 박재구 대표이사 명의로 “안전한 근무환경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입장을 발표했다. 발표문은 “유가족과 CU를 아껴주시는 모든 분들께 심리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사과 드립니다”라고 해 사실상 사과문이었다.
CU는 사과문에 △모든 가맹점에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점주와 협의해 개선 △안전사고 예방 매장 개발에 노력 △휴식 및 대피가 용이하도록 ‘안심 카운터’ 단계적 도입 △사고에 대비해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 마련 등 모두 4개항의 개선책을 담았다.
A씨 친구들과 알바노조는 모임을 ‘경산CU편의점알바노동자살해사건 해결 및 안전한 일터 만들기 시민대책위원회’(CU대책위)로 확대하고 지난 4월 8일 첫 회의를 열었다. 대책위는 이날 “유족이 대책위에 모든 걸 위임했는데도 CU는 대책위를 배제한 채 유족과 별도협상을 시도하는가 하면 언론을 통해 개선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일방적으로 올린 뒤 유족에게 문자로 통보하는 상식 밖의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서울에서 CU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개선책도 대부분 기존에 해오던 것이고 새로운 개선책은 ‘노력하겠다’라고 표현해 믿을 수 없다”고 했다.
CU대책위는 8일 A씨 친구들과 알바노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연 회의에서 CU본사에 ‘△홍석조 회장과 박재구 대표는 유족을 직접 만나 공개사과하고 △유족에 합당한 보상 △안전히 일할 대책에 대해 시기를 정해 집행하겠다는 약속 △알바노동자와 점주를 압박하는 야간영업 유도정책 중단’ 등 4개항을 요구키로 했다.
초고속 성장 속 편의점주들 하청계열화
국내 편의점 프랜차이즈는 양적으로 초고속 성장했다. ‘편의점 천국’인 일본이 1호점에서 1천점까지 확대되는데 6년이 걸렸는데, 우리는 4년만에 1천점을 돌파했다. 대만은 1천점까지 확대하는데 10년이 걸렸다.
편의점의 초고속 양적 성장에도 개별 가맹점은 부실해졌다. 편의점을 중심으로 한 ‘프랜차이즈 노동관계 실태’를 연구한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김철식 전문연구원은 “개별점포 수익보다 점포수 확대만 강조하는 편의점 가맹본부의 양적 성장과 ‘방어 출점’으로 인한 무리한 출점경쟁의 폐해가 점주에게만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보증기금은 개별 편의점 부실률이 급격히 증가해 2012년부터 편의점 부실률이 전체 프랜차이즈 부실률을 웃돌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국내 편의점은 3만 2,611개로 늘어나, 점포당 인구 수가 1500명에 불과했다. 편의점 천국 일본도 점포당 인구 수가 2천명을 넘는다. 국내 편의점업계는 “일본의 편의점은 SSM(기업형 슈퍼마켓)처럼 매장 규모가 크지만 한국의 편의점은 규모가 작아 과밀화됐다고 볼 순 없다”고 주장한다.
시기
편의점 수
누적연한
1989년 5월
1
1993년
1,000
4년
1997년
2,000
8년
2001년
3,000
12년
2007년
10,000
17년
2011년
20,000
21년
2016년
32,611
26년
▲ 국내 편의점 성장사
국내 편의점업계는 CU와 GS25가 1만 1천개 이상의 편의점을 개설해 1위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 위드미(신세계그룹)가 뒤쫓고 있다. 전체 매출도 2011년 10조원을 돌파한 뒤 5년 만인 지난해 20조원을 돌파했다.
편의점주, 자영업자 지위마저 흔들
애초 프랜차이즈는 제조업체가 자사제품을 팔려고 판매대리점을 개설하면서 출발했다. 1850년대 미국 재봉틀 회사 Singer가 최초로 대리점을 열었다. 1950년대에 유통업이 프랜차이즈에 뛰어들었다.
한국엔 치킨업체 림스치킨이 1977년 최초로 가맹점 1호를 개설했다. 이후 1979년 커피점 난다랑, 롯데리아가 들어섰고 편의점은 1989년 5월 세븐일레븐이 1호점을 열었다.
21세기 들어 유통업이 프랜차이즈 권력을 장악하면서 제조업체를 누르고 무섭게 확장했다. 김철식 연구원은 “프랜차이즈의 골목시장 진출로 가맹점은 본사(가맹본부)에 더욱 종속됐는데, 이는 80년대 제조 대기업이 독립 중소기업을 자신의 하청계열화 화는 과정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편의점의 성장으로 구멍가게와 동네슈퍼는 붕괴됐다.
편의점엔 바코드 찍힌 완제품이 들어와 스캔을 하는 순간 상품정보가 실시간 본사에 모인다. 외식 프랜차이즈에선 점포가 받은 재료를 가공할 재량권이 있지만, 편의점은 표준화가 극대화돼 점주가 제품에 손도 못 댄다. 그만큼 제품을 둘러싼 점주의 교섭력이 없다. 이렇게 편의점은 ‘구상과 실행’이 극단적으로 분리돼 점주가 사업 구상에 참여할 여지가 없다.
김철식 연구원은 “자영업의 핵심은 사업운영의 자율성과 독자성인데, 편의점주는 자율성과 독자성을 심각하게 제약 받기 때문에 최근엔 자영업자에서 자본-노동 관계로 포섭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익은 본사(가맹본부)와 점주가 일정비율로 철저하게 공유하지만, 영업이 시작된 뒤 일어나는 여러 비용과 위험은 점주가 일방적으로 부담한다. 가장 큰 위험은 주변상권의 변화다. 이 때문에 점주는 가족을 동원한 극단적 장시간 노동을 하거나, 알바노동자의 인건비를 최저임금 이하로 낮춰 생존할 수밖에 없다. 즉 본사, 점주, 알바로 위험과 비용이 전가되는 구조다.
편의점주는 월급 260만원짜리 노동자
김철식 연구원은 “2012년 기준 하루 8시간 자기노동을 하는 편의점주의 월 평균 소득을 계산한 결과 260만원 8,431원으로 도시근로자 평균소득보다 낮았다”고 했다. 이런 편의점주의 저소득이 알바노동자에게 극단적 저임금으로 전가된다.
최근 5년 사이 편의점주와 알바노동자의 소득은 각각 12.5%와 44% 늘어난 반면 본사의 수익은 200% 늘었다는 보고도 있다. 이처럼 높은 소득을 기대할 수 없는 편의점 사업인데도 낮은 진입장벽 때문에 편의점은 해마다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편의점마다 다르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2,200만~5,000만원이면 편의점 개설이 가능하다.
사망진단서 변조해 대국민 사과했던 CU
자영업은 영업 자율성이 최대의 덕목인데, 자영업자 편의점주는 사업포기의 자유마저 온전히 확보하지 못해 폐점도 제 마음대로 못한다.
2013년 1~5월 사이 4명의 편의점주가 자살했다. 자살한 4명 중 3명이 CU 점주였다. 2013년 5월 16일 경기 용인의 CU 편의점주 C씨(당시 53)가 본사 직원에 폐점 문제로 항의를 하던 도중 수면제를 다량 복용해 자살했다.
숨진 C씨는 2012년 7월부터 CU 편의점을 운영하다가 수익이 나지 않고 오히려 적자에 시달리다가 그해 연말부터 본사에 폐점을 요청했다. CU는 계약서대로 1억원 상당의 위약금을 요구했다. 신속한 폐점절차가 진행되지 않자 C씨는 건강 악화로 편의점 운영을 하루만 쉬게 해달라고 본사 직원에게 요청했으나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런 과정에서 본사 직원 앞에서 수면유도제 40알을 삼켜 결국 목숨을 잃었다.
당시 CU 본사는 아주대병원 담당의가 작성한 사망진단서에서 ‘항히스타민제 중독’ 항목을 지운채 보도자료를 배포해 지병에 의한 사망으로 오인하게 했다. CU는 유족의 사전동의도 없이 사망진단서를 배포했다.
참여연대 등은 사건이 불거지자 홍석조 회장과 홍보책임자를 사문서 변조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결국 CU는 5월 30일 박재구 대표이사가 직접 나와 “이번 일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로 삼겠다”며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알바노조 최기원 대변인은 “4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개선책 잇따라 내놔도 실효성 의문
CU는 본사 앞 1인시위와 대책위까지 구성되는 어수선한 속에 지난 10일에도 언론을 통해 경찰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알바노동자가 단말기 터치스크린에 ‘긴급신고’만 누르면 관할 지구대로 곧바로 통보되는 ‘원터치 신고’ 시스템을 모든 편의점에 갖추겠다고 발표했다.
공정위도 2012년 가맹사업 모범거래기준을 마련하고 가맹사업법 시행령도 개정해 점주들의 권익을 강화해왔다. 국회도 지난달 30일 가맹사업법을 개정해 ‘갑질’하는 가맹본부에겐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했다. 편의점업계는 “수차례 법 개정으로 점주의 권익을 강화하는 장치가 있는데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한 건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했다.
CU는 이처럼 안전사고가 계기가 생길 때마다 개선책을 내놨지만 점주들과 알바노동자들은 실효성 없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대책위 관계자는 “사고 때마다 일방적으로 개선책을 발표해 매번 실질적 개선의 기회를 놓치는 CU의 기업문화가 아쉽다”고 했다. CU 홍보팀 관계자는 “유족과 대화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유족과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했다.
CU는 지난해 매출 5조 526억 원에 영업이익만 2,170억 원을 냈다. 지난해 현금배당 총액은 396억 원이었다. 31.81%로 최대 주주인 홍석조 회장은 사업보고서상으로 126억 원을 현금배당 받았다. 홍 회장과 친인척의 지분을 합치면 55.36%로 과반이 넘는다.
홍 회장은 2006년 노회찬 의원이 ‘안기부×파일’에 실명을 거론하자 광주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나와 2007년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당시 보광훼미리마트) 회장에 취임했다. 홍 회장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외삼촌이다.
CU대책위는 13일 저녁 CU본사(선릉역) 앞에서 추모 문화제를 열고, CU가 유족에게 직접 사과하고 실질적 개선책을 내놓을 때까지 다양한 항의행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와 참여연대가 미스터피자 경영진을 업무방해 혐의로 공동고발하였습니다. 사진 : 참여연대
미스터피자 정우현 전 회장 등 전현직 경영진
업무방해(가맹점주단체 활동방해) 혐의로 고발
미스터피자 본사의 가맹점주단체 파괴공작 규탄
검찰수사 가맹분야 전반으로 확대하라!
'가맹점 갑질'도 모자라 가맹점주단체 파괴 위해 회장선거 개입정황까지
피자에땅·피자헛 등 끊이지 않는 가맹점·프랜차이즈 분야 갑질 뿌리뽑아야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7/11(화) 오후 2시 현재 가맹점주에 대한 갑질로 구속수사 중인 미스터피자 정우현 전 회장을 비롯해 최병민 대표이사, 정순태 고문 등 전현직 미스터피자 경영진을 업무방해(가맹점주단체 활동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합니다.(고발인은 가맹점협, 참여연대) 이에 앞선 오후 1시 30분에는 서울중앙지검 앞 법원삼거리에서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전국네트워크 주최로 기자회견을 열어 미스터피자 본사의 가맹점주단체 파괴공작을 규탄하며, 미스터피자 외에도 가맹본사의 갑질행태에 큰 고통을 겪고 있는 또 다른 피해사례들을 밝히고 검찰수사를 가맹분야 전반으로 확대할 것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가맹점사업자(가맹점주)는 권익보호 및 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가맹점사업자단체’를 구성할 수 있으며, 가맹본부는 이러한 활동을 이유로 가맹점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은 미스터피자 정우현 전 회장의 구속사유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맹본사의 갑질에 대해 개별 가맹점주가 사실상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불균형적인 구조로부터 가맹점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가맹본사의 불합리한 계약강요, 광고비 떠넘기기 등의 갑질에 저항하는 점주는 본사의 계약해지와 보복출점 등으로 인해 자신은 물론 가족의 생계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내몰리기 때문에 이를 보호하고자 ‘가맹점사업자단체’의 구성과 본사에 대한 거래조건 협의요청권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상대적 약자인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협상권을 법이 보장하는 것과 같은 취지입니다. 다만 노동조합에 대한 방해행위가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을 받는 것과 달리 가맹사업법은 과징금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본사의 가맹점주단체 파괴공작을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이러한 와중에 정우현 전 회장과 최병민 대표이사, 정순태 고문 등 미스터피자의 경영진이 가맹점주들에 대한 갑질도 모자라 점주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의회(미가협)’를 파괴하기 위해 지난 6월 7일에 있었던 미가협 회장 선거에 개입하고 특정 점주를 회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공작을 펼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이는 자신들이 벌여온 갑질을 반성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갑질에 저항하는 점주들을 탄압하고 법이 보장한 점주들의 단체구성권을 무력화하는 반사회적이고 악질적인 행태입니다. 노조파괴가 자행되었던 갑을오토텍, 유성기업의 가맹점판이자 미스터피자 내의 창조컨설팅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러한 파괴공작이 자행된 시점은 본사의 갑질에 따른 폐점위기에 놓인 가맹점에 대한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상생협약 파기를 규탄하는 218일간의 농성 끝에 서울시의 중재로 협상을 타결한지 불과 한 달 남짓한 시점이었습니다. 쏟아지는 사회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앞에서는 상생협약을 통해 불공정·갑질행태를 개선하는 척했지만 뒤에서는 가맹점주단체를 와해시키려 공작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난 7월 3일 정우현 전 회장의 검찰소환조사와 동시에 열린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 임시총회에서는 본사로부터 가맹점주협의회 회장 출마를 권유받았던 한 점주가 양심선언을 통해 미스터피자 본사의 점주단체 회장선거 개입사실을 폭로하였습니다. 이 점주의 증언에 따르면 미스터피자 본사의 최병민 대표이사와 정순태 고문은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의회 정기총회(6/7)를 앞두고 직접 자신의 매장에 찾아와 “어려움에 처한 미스터피자를 살려야하지 않겠냐”며 “모든 지방점주 분들께 다 얘기를 해놨고 이미 준비가 다 되어있으니 다가올 총회에서 이 점주가 회장을, 또 다른 특정 점주가 부회장을 하면 어떻겠냐”는 취지의 제안을 하고 출마를 종용하였습니다. 이 점주가 수일째 출마를 망설이자 정 고문은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빨리 결정해야 다른 사람에게 다시 제안을 한다며 독촉하였고, 결국 이 점주가 참석하지 않은 6월 7일 정기총회에서는 회사가 부회장 후보로 제시했던 특정 점주가 적극적인 출마의사를 밝히며 단 4표차로 회장에 당선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마저도 본사가 개입하여 그동안 본사의 불공정 갑질 행위에 저항하던 점주들은 정기총회에 참석할 수 없도록 방해하고, 본사와의 사전접촉 의심이 있는 점주들은 총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특혜를 제공하는 등 추가적인 의혹도 제기된 상황입니다. 다행히도 지난 7월 6일 있었던 임시총회에서 해당점주의 양심선언과 또 다른 점주들의 의혹제기가 이어지고 새로 선출되었던 점주가 회장직에서 불신임되며 본사의 가맹점주단체 파괴공작 시도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지만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이 없다면 이러한 사태는 또다른 가맹점점주단체·프랜차이즈 영역에서 반드시 재발될 것입니다. 검찰은 미스터피자 본사와 이 사건 관련자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실제 미스터피자 본사가 가맹점주단체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증거가 있는지 명명백백 밝혀내고 관련자들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해야 할 것입니다.
미스터피자 본사는 2007년 판촉행사비를 점주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부담시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을 받았고, 2014년에는 마케팅비 과다책정 및 광고비 미집행으로 분쟁조정신청 사건화 되었으며 , 2015년에는 마케팅비 문제를 제기한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에 대한 가맹계약 해지 통보(이후 법원에서 가처분 기각으로 영업지속)를 강행하는 등 갑질을 행사해왔습니다. 2016년에는 전 해에 체결한 상생협약을 위반하여 일방적으로 POS 재계약을 체결하고 치즈가격 폭리를 취한 것은 물론, 경비원 갑질 폭행, 치즈가격 폭리 문제를 제기해온 점주에 대한 형사고소와 민사상 손배청구 위협, 가맹갱신 거절 통보 등 가맹점주에 대한 탄압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2017년에는 가맹계약을 종료하고 울며겨자먹기로 자체 브랜드를 출시한 점주들의 가게 옆에 직영점을 보복 출점하여 해당 점주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등 비상직적인 갑질행위를 지속해왔습니다.
이러한 사태가 비단 미스터피자 뿐만 아니라 가맹·프랜차이즈 업계에 폭넓게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공정거래위원회, 검찰 등 관계기관의 소극적인 감독·개선행정과 법제도의 미비점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맹점주단체활동 방해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구성된 단체의 신고제도, 정당한 이유없이 거래조건에 대한 협의요청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집단적 대응권을 강화해야합니다. 더불어 보복조치 금지를 명문화하고 이 사건의 발단이 된 광고판촉비에 대한 사전동의 · 부당한 필수물품강요금지 등 불공정행위를 제도화 해야 하며, 조정권·조사권·처분권·고발요청권을 지방자치단체에 까지 확대하는 등 가맹사업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당사자 단체 및 시민사회단체는 불공정 갑질에 의한 피해사례 보고대회를 개최하는 등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끝으로 미스터피자 가맹본사의 행태에 대한 분노한 여러 시민들의 응원과 자발적인 시민행동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만 프랜차이즈의 특성상 불매운동은 가해자인 본사보다는 오히려 피해자인 가맹점주들과 종사자들에게 매출 하락이라는 더 큰 고통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갑을문제 해결에 함께 애써주시는 시민들께서도 불매운동보다는 본사가 제대로 된 책임을 지고, 또한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앞으로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함께 고민하고 행동해주시기를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끝.
※ 이 사건 고발장 원본은 관련자들의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공개하지 않으니 양해바랍니다. 대신 아래 고발장 주요내용을 첨부하오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붙임1 : 기자회견 개요
▣ 붙임2 : 고발장 주요내용 요약
▣ 붙임3 : 미스터피자 본사의 가맹점주단체 선거개입 사건 개요
▣ 붙임4 : 7/3 가맹점주협의회 임시총회에서 나온 A 점주의 양심선언 녹취록
▣ 붙임5 : 미스터 피자 관련 언론보도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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