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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모의 노동에세이] 건설노동자가 노후를 차별받는 이유 (6.12. 정미경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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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모의 노동에세이] 건설노동자가 노후를 차별받는 이유 (6.12. 정미경노무사)

익명 (미확인) | 수, 2018/07/04- 15:52

건설노동자가 노후를 차별받는 이유


정미경 공인노무사(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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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미경 공인노무사(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

노동자는 입사한 때부터 국민연금 ‘사업장가입 자격’을 취득하고 퇴직하는 때 그 자격을 상실한다. 연금보험료의 반은 사업주가 부담한다. 이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회보험료 분담 원리일 것이나 건설노동자의 국민연금은 조금 다른 취급을 받는다. 현행 국민연금법령에 따르면 사업장가입 자격을 취득할 수 없는 노동자의 범위를 ‘1개월 미만의 단기간으로 고용된 때, 1개월간 소정근로시간이 60시간 미만인 초단시간근로’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공단은 2007년 법령에서 위임받은 바도 없는 ‘건설현장의 국민연금 실무안내(2008년 7월)’라는 내부처리지침을 만들어 건설업 종사자에 한해 ‘1개월간 근무일수가 20일 이상(근로계약서 미작성시)인 때’에만 사업장가입 자격을 취득하도록 했다. 마땅히 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4.5%의 연금보험료가 노동자의 ‘지역보험료’로 전가됐고 이러한 차별적 행정은 10년이 넘어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건설노동자의 국민연금 사업장가입 범위를 확대하겠다며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사업장가입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사람 범위에 ‘1개월 동안 소정근로시간이 60시간 이상인 사람’과 ‘월 근로일수가 8일 이상인 사람’을 추가했다. 그러나 이는 국민연금법 시행령 2조4호에서 ‘1개월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60시간 미만인 단시간근로자’는 사업장가입 자격 취득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을 동어반복한 조항이다. 보통 건설노동자의 1일 소정근로시간은 8시간으로 8일 이상 근로시에는 월 소정근로시간이 60시간 이상이 돼 당연히 사업장가입 자격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개정안은 사업장가입 범위가 확대(20일→8일)된 것과 같은 ‘착시효과’를 불러일으켰을 뿐 기존 법령을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할 것이나 건설사들은 이 착시효과를 핑계로 ‘그동안은 부담하지 않아도 됐던’ 연금보험료의 재정조달방안을 마련하라며 시행시기 유예를 주장하고 나섰다.

물론 이번 개정안이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받았던 건설노동자의 국민연금 혜택을 평등하게 회복시켜 줬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번 시행령 개정만으로 건설현장에 사회보험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건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종래 ‘건설현장 국민연금 실무안내’ 지침이 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지난 10여년간 건설현장에 당연한 원칙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사업주인 건설사와 노동자의 이해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건설노동자는 고정적인 수입을 확보할 수 없으니 눈앞의 생계를 위해서는 노후를 준비할 겨를이 없다. 한편 건설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하수급업체 (전문건설업체)는 대부분 최저가입찰로 공사를 수주하고 나면 인건비를 절감해 이익을 남기는 것이 가장 간단한 생존방법이다. 여기에 ‘1개월간 근무일수 20일 이상’이라는 공단 지침이 더해지고 나니 건설현장에는 매월 기묘한 ‘임금대장’이 만들어진다. 날씨 영향만 없다면 주말·공휴일도 없이 한 달 30일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건설현장에서 모든 노동자의 1개월간 근무일수가 한결같이 ‘19일’로 기록되는 것이다. 고용보험 근로내역확인신고나 국세청의 일용근로소득지급조서, 심지어 건설근로자 퇴직공제부금조차도 모두 그달의 근무일수를 19일 이하로 신고하고 납부한다. 임금대장을 작성하고 각종 세금과 사회보험을 신고·납부하는 주체는 사용자이기 때문에 사용자 의도에 따라 객관적인 공적자료가 아주 손쉽게 허위로 작성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건설노조에서 근무일수를 19일로 조작해 장기간 사업장가입을 해태하는 건설업체에 대해 국민연금공단 ‘사업장 실태조사’를 청구한 결과 200여명의 노동자가 출력하는 현장에 단 3명만이 사업장가입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건설업체는 1년이 넘도록 노동자의 사업장가입 신고를 하지 않았으며, 일부 임금에서 원천공제했던 연금보험료도 납부하지 않았다. 그러나 건설노조가 사업장 실태조사를 청구하기 전까지 이 건설업체에는 독촉장조차 발송되지 않았다. 국민연금공단에서는 오로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신고한 고용보험·근로소득세 등 기록된 공적자료만을 형식적으로 확인해 사업장가입 자격 취득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장조사 결과 공적자료의 근무일수가 조작된 것이 확인된 경우에도 직권가입 처리되는 기간은 1~3개월에 불과하다. 다수 건설업체가 으레 국민연금 가입을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니 특정 업체에 대해서만 원칙적인 처분을 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형평성 문제가 부담인 것이다.

프로젝트 산업이자 다단계 하도급 체계인 건설업에서 노동자 고용은 매우 불안하고 하수급업체의 적정공사비 확보 또한 보장되지 않는다. 노사 간의 자정의지만으로는 건설현장에 국민연금 가입 확대가 어렵다는 것이다. 평생 고용불안에 시달린 그들이 이제는 노후준비를 고민해 볼 수 있도록 사회보험료 지원제도가 필요하다. 편법 없이 일한 기간만큼, 지급받은 보수만큼 연금보험료가 적립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해야 할 공단의 실무의지는 필수다. 무엇보다 하수급업체가 최저가낙찰로 사회보험 가입을 포기하지 않도록 적절한 수준의 공사예정가격 계상과 명목 외 사용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보장되는 ‘사후정산제’ 현실화가 선행돼야 한다.

2017년 건설노동자 평균연령은 43.8세로 급속도로 고령화돼 가는 산업군으로 꼽힌다. 게다가 정부와 건설사가 최저가공사에만 집중하는 사이 200만 건설노동자의 노후는 이미 ‘반환일시금’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더 이상 건설노동자에게만 불평등한 국민연금 제도를 두고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정미경  labortoday


건설노조 경기중서부지부

: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389-4

: 031-491-7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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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원 “달빛노동” 멈추려면


박공식 공인노무사(이팝노동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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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공식 공인노무사(이팝노동법률사무소)

정부는 201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뒤 2단계 정규직 전환 실적을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아울러 가이드라인 3단계로 “민간위탁 정책추진 방향”을 논의하고, 이 방향으로서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 마련과 민간위탁사무 직접수행 여부 검토 및 민간위탁의 공공성·책임성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 발표안을 보면 그럴듯하지만 결국 ‘민간위탁’이라 불리는 괴물의 실체를 인정한 것과 다름이 없다. 민간위탁 단면이 잘 나타나는 영역이 환경미화부문이다.

환경미화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기준이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인데도 열악한 작업환경과 노동조건에 대한 정부의 땜질식 '그때그때 지침'은 그야말로 지침에 머물러 있다.

그러한 지침에 더해 지난 4일 환경부는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지침'을 발표하면서 무언가 대단한 성과를 이룬 것인 양 "안전한 주간작업 전환" "사람중심의 안전한 청소차가 갖춰야 할 안전장치 구비" 같은 문구로 홍보하고 있다.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달빛노동'에 익숙하다. 달빛노동에 대한 보상은 근로기준법상 야간수당으로 나타나지만 치러야 할 대가는 산업재해 발생 현황으로 드러난다. 보상 기준이 되는 임금은 여전히 시중노임단가에 한참 못 미친다.

환경부 지침을 살펴보면 안전과 관련한 “청소차량의 안전기준, 보호장구 안전기준, 악천후로부터 보호”, 작업시간 및 형태와 관련한 “주간작업으로 전환, 3인1조 작업”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역점을 두고 마련했다는 "주간작업으로 전환"이라는 것을 보면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꾸준히 요구했던 것이 받아들여진 것처럼 보인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환경부는 "주간작업의 구체적인 시간대 설정은 작업현장 여건을 고려해 노사협의, 주민 의견수렴 등을 거쳐 지방자치단체 청소계획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실행 주체가 지자체라는 것이다. 과연 정부 가이드라인의 취지를 이해하고 집행할 의지가 있는 지자체가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 간다.

환경미화원 달빛노동은 진행형이다. 환경부 지침에는 주간작업 변경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논의해야 할 임금보전 방안이나 주간작업을 시행 중인 지자체의 환경미화 노동자 임금수준 비교 같은 언급이 빠져 있다. 차후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에서 논의될 수 있겠지만 결국 올해 하반기에나 나올 가이드라인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그때까지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달빛노동은 계속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폐기물관리법에서 정식 법제화가 되기 전까지 가이드라인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관련법 개정안(환경미화원 안전관리 규정을 포함한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은 지난해 9월 이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이다. 시중노임단가 의무적용 관련법인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지난 수년간 외쳐 온 핵심 법률안마저 국회 정문 앞에 멈춰 있는 것이다. 환경부 가이드라인 내용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 개정에 기댄 화려한 가이드라인은 달빛노동자들에게 일종의 희망고문이다.

달빛노동자는 우리 사회에서 조용하고 치열하게 일한다.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으로 포장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달빛노동에서 해방된다고 열악한 노동조건이 일거에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달빛노동에서 해방되는 것이 단순한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환경미화 노동과 관련한 핵심 논의사항이 결정되고 하루빨리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기를 기대한다.


박공식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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