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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4] 반공주의 이후 평화복지국가 기획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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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4] 반공주의 이후 평화복지국가 기획의 과제

익명 (미확인) | 일, 2018/07/01- 13:30

반공주의 이후 평화복지국가 기획의 과제

 

김건우 | 참여사회연구소 간사

 

 

“주적이 누구입니까?” 지난 대선 한 TV토론회에서 던져진 질문이다. 이 물음은 흡사 신앙고백처럼 주적고백을 요청한다. 적국을 말하는데 머뭇거리거나 답을 하지 못하면 의심받고, 적과 내통한 자 또는 적과 동일시된다. 이러한 고백문답은 북한이라는 ‘적’과 만성적으로 대치하면서 나타난 ‘반공신앙’의 교리문답이기도 하다. 이단을 색출하려는 이 문답은 내부의 전쟁을 전제로 한다. 남과 북은 서로를 적으로 간주해 항구적인 전쟁상태를 지속해왔고, 절멸의 공포 때문에 각각은 내부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해왔다. 이 내부의 전쟁, 일종의 상상적 내전이라 부를 수 있는 상태는 ‘대한민국의 국체보전’을 명분으로 만들어진 국가보안법 등에 의해 재생산되어왔다. 이 법에 따르면 “국헌을 위배하여 정부를 참칭하거나 그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결사 또는 집단을 구성한 자”(제1조)를 처벌할 수 있다. 이는 ‘목적’(또는 사상)이라는 증명 불가능한(또는 반증 불가능한) 근거를 통해 자유로운 ‘결사’를 부정함으로써 시민을 개인으로 파편화한다는 걸 의미한다. 일종의 반공규율이 일상화된 사회가 조성되는 것인데, 이 질서는 비밀정보기관, 치안기구 등 억압적 국가장치에 의해 유지·작동되었다. 우리는 이렇게 헌법을 종속시킨 국가보안법 우위의 일상화된 반공규율에 의해 구조적·문화적 폭력이 점증한 상태인 분단체제, 즉 일종의 예외상태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른바 반공주의·분단체제에 기인한 안보국가 기획은 예외상태를 결정하는 주권자의 결단을 상례화하는 정치질서를 법 제도화시킴으로서 가능했던 것이다.

 

안보국가 기획(분단체제)의 정치신앙이었던 반공주의는 그야말로 어떤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초월적 이념이었다. 반공주의에 기반한 정치세력은 박정희라는 유령을 국면마다 소환했고, 북한은 절대적 악의 형상으로 재현되었다. 식민지 조선과 그 일대에서 형성되어 남한에 정착한 공산주의·사회주의세력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궤멸했고, 이후 반주변부의 위상을 갖게 된 남한에서 좌파는 권력자원으로부터 만성적으로 배제되어왔다. 피로 써내려간 노동·민중운동사가 그러하듯, 노동자는 이렇다 할 민주노조를 가질 수 없었고 ‘노동조합=좌익(내부의 적)’의 등식아래 노동조합은 반체제적인 행동으로 간주되어 탄압 당했다. 노동자들의 결사는 언제나 공안이슈였고 파업은 노동자들에게 전쟁으로 유비되었다. 이렇듯 반공주의 우위의 사회질서는 내부의 적을 곳곳에서 발견·생성해내었고, 이를 자양분 삼은 보수세력의 정치권력 독점화는 굳어져갔다. 

 

반공주의와 평화복지국가 기획의 관계

이후 한국사회는 1987년 민주항쟁과 노동자대투쟁을 거치며 정치적 민주화를 획득했다. 대표를 직접 선출할 권리를 얻었고 행정부는 군부로부터 자유로워졌으며 민주노조가 건설되었다. 사회전반에 걸쳐 정치참여의 자유가 확대되었다. 80년대 중후반 이후로 진행된 일련의 민주화는 시민권의 확장을 가져다주었지만, 반공주의는 여전히 내부의 적을 색출해내고 있었다. 반공주의의 정치적 토대로서 한반도 정세 또한, 정치세력의 교체기 마다 부침을 거듭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를 전후로 목격된 노골적인 부패와 유착, 정보기관을 동원한 정치조작 그리고 세월호 사건 등 지속적으로 발생한 ‘정치의 실패’는 일정한 균열을 낳았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국가기구에 대한 불만과 국가의 공백에 대한 불안은 변화의 열망으로 치환되어 2016-17년 촛불항쟁으로 폭발했다. 그리고 촛불광장에서 발견된 수많은 시민은 모두 삶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수달에 걸쳐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광장의 정치는 비가역적 효과를 낳았다. 게다가 최근 한반도 정세의 긴장완화로 인한 항구적 평화에 대한 기대와 보수정당은 몰락에 가까운 패퇴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개혁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는 ‘낡은 보수’ 즉, 반공주의에 기반한 정치의 불가능, 더 이상 반공주의를 통한 ‘공포의 동원’, ‘배제의 정치’가 작동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연속적 단절로 인해 해방 이후 한국사회에서 공고히 구축된 분단체제의 해체를 상상할 공간이 개방되었다.

 

그렇다면 상술한 내용처럼 반공주의의 해소를 통해 시민적 권리의 확장이나 더 많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까? 평화복지국가 기획 또한, 그것의 성립 조건으로 안보국가의 종언과 반공주의·분단체제의 극복을 말한다. 곧, 복지국가 또는 복지체제로의 이행이 지연되는 원인은 반공주의 우위의 질서, 그로부터 파생된 건설주체(정당-노동조합의 정치연합)의 미성숙 및 정치자본의 불균등 등에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나아가 외재적 조건으로서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비롯한 평화체제의 구축)도 중요하지만 복지체제가 국가 내부로부터 형성될 수밖에 없고 (재)분배라는 것이 ‘정치’의 대상이라면 복지담론의 이념적 장애물인 반공주의의 해소는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이러한 논리가 타당하다면 현재 국내외로 벌어지고 있는 평화체제 논의와 반공주의를 적극적으로 동원하는 보수 세력의 축소 그리고 자유주의 세력으로의 정치재편은 평화복지국가 성립의 가능성을 이중으로 떠받쳐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평화복지국가의 장애물이 국내외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반공주의를 예외적이거나 역사특수적인 것이 아니라 보편성의 문법 위에서 생각한다면 좀 다른 결과를 떠올릴 수 있다. 반공주의의 해소가 곧바로 남한 내부의 증오의 정치의 중단을, 그리하여 한국적 복지체제의 구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즉, 시효 만료될 반공주의는 또 다른 증오의 정치에게 자리를 내어줄 여지가 매우 크다.

 

반공주의 이후 증오의 정치의 분출

근대국가는 소유권와 민족공동체의 결합으로 탄생한다. 이는 민족적 동일성으로 기획된 ‘상상의 공동체’인데, 내부의 다양한 차이(계급, 성별, 종족, 종교, 인종 등)를 민족(=국민)으로 봉합·통합·은폐하여 적대를 감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본의 반격’이라고 일컬어지는 20세기 말의 신자유주의적 전환은 정치의 조건을 변화시켰다. 금융은 민족적 틀을 뛰어넘는 법인자본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민족적 통제로부터 벗어났고, 세계 전역에서 노동의 불안전성이 심화, 생산으로부터 배제된 과잉인구를 증가시켰다. 신자유주의적 전환 이후 민족국가의 약화는 ‘배제의 공포’와 ‘포섭의 희망’을 통해 불안전한 개인을 탄생시킨다. 이 개인은 자기계발 담론에 포획된 불안전한 자기-경영주체다. 촛불항쟁 이후 여러 부문에서 개혁이 시도되고 있지만 만성화된 경제위기로 인한 ‘위기관리의 위기’는 개혁적 시도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는 민족의 이름으로 국민을 동원, 통합, 호명하지 않으며 많은 이들은 정치로부터 대표되지 못하고 완전히 소외된다. 구조적인 경제위기, 노동으로부터의 배제(착취될 기회의 박탈), 이를 관리하지 못하는 제도정치의 위기는 결국 ‘민족’이 봉합하고 있던 갈등이 정치공동체의 통제를 초과하는 극단적 폭력과 집단적 증오를 동반하는 계기를 형성한다. 특히 부정적 방식으로 ‘남성성’을 지탱해온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이 위기에 처하면서 남성성을 복원하려는 시도는 폭력에 호소하는 여성혐오로 목격되고 있다. 이러한 조건은 사회의 복잡성 증대로 드러나는 다원적 적대를 초과하는 화해 불가능한 적대 또는 나누어질 수 없는 갈등(정체성들 사이의 적대)의 분출을 예고한다.

 

적대를 무한정 생산하지만 국가 내부모순을 은폐하는 양가적 속성의 이데올로기인 반공주의가 희석되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반공주의가 적을 생산하는 증오 정치의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면, 신자유주의적 전환 이후 촉진된 민족적 동일성의 균열의 틈에서 발생하는 정체성 기반의 적대도 이와 문법적 유사성을 띈다. 정체성을 기반으로 적을 생성한다는 점에서 그렇고, 신자유주의적 자기-경영적 주체화가 차별을 정당화 또는 ‘주어진 것’으로 자연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극단적 폭력의 가능성은 오히려 증대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반공주의와 공명했던 치안기구의 물리적 폭력은 축소되었지만, 구조적·문화적 폭력은 도리어 점증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폭력을 목격하고 있다. 최근 예멘 난민의 제주도 입국으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젠더와 종교, 국적(=시민권), 노동을 교차하며 쟁점화되고 있다. 난민을 낭만화해 ‘보호’와 ‘인도’를 요청하는 이들은 공포를 느끼거나 난민지위 획득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이슬람에 대한 오해이며 그러한 공포 또한 허위라고 말한다. 물론 불안의 심연인 ‘이웃’을 마냥 사랑하라고 말 할 수 없을뿐더러 실재하는 공포의 현존에 대해 허위라 말하기엔 곤란함이 있다. 하지만 난민의 권력위계, 젠더구성, 종교적 특성 등을 고려해 ‘덜 위험한 난민’, 또는 ‘안전한 난민’만을 수용한다는 것만큼 곤란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외부남성으로부터 자국여성을 보호해야한다는 논리는 논박할 여지없이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다. 또한, ‘시민권과 동의어가 된 국적’ 없는 이들을 시민적 권리의 주체로 받아들이는 것에 있어 ‘위험한 존재’와 ‘위험하지 않은 존재’를 나눈다는 것은 반공주의의 실체인 국가보안법의 논리와 정확히 일치한다. 결국 ‘여성 대 비여성(또는 나머지)’의 대립구도, 즉 정체성 정치는 당사자 이외의 다른 정체성의 부정은 정치의 중단을 초래한다. 단순 대립구도 정립이 갖는 정치적 효과와는 별개로 배타적 정체성 주장은 증오를 기반으로 한 극단적 폭력의 거울쌍이다. 타자(=적)의 제거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더욱이 우리는 이미 또 다른 형태의 난민인 탈북자, 조선족, 자이니치(在日)를 알고 있다. 그리고 200만 명에 가까운 이주노동자(또는 미등록 체류자)까지. 이러한 논란의 중심엔 ‘시민=국적자’(시민권=국적) 등식이 자리 잡고 있다. 근대 국가의 시민은 본질적으로 국민으로 존재하며 시민이 곧 국민으로 한정되는 만큼 비국민은 정치의 바깥에 놓인다. 근대 정치공동체가 오랜 시간 유지·존속할 수 있었던 것도 민족적 동일성에 기반한 ‘국민’주체로의 통합에 있었다. 정치적 주체인 시민이 곧 국적자와 동일하다는 것은 비국적자는 곧 비시민이라는 말이다. 일종의 내부의 외부 혹은 내부의 식민지인데 이러한 경계의 한계는 폭력을 동반한 정체성 정치의 토대를 이룬다. 신자유주의적 전환 이후 해체되는 민족 경계의 틈새로 극단적 폭력의 정체성 정치가 발호하고 있음은 유럽의 경험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근대정치의 탄생은 곧 정치와 종교의 분리였지만, 다시 종교라는 나뉠 수 없는 정체성이 정치신앙으로 귀환했다. 이를 난민과 무슬림의 무차별적 수용 때문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국경을 허물고 자본과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허가했지만, 역설적으로 자유로워진 만큼 국경 주위는 높은 장벽(‘시민권=국적’의 강화)이 세워지고 있다. 이러한 타자에 대한 증오의 이상화는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 이후 국가 자율성의 침식으로 나타나는 ‘전능한 자의 무기력’ 즉, 국가의 무능력, 그리고 더 이상 국가를 통제하지 못하는 시민들의 무기력에 따른 정치의 공백과 실종의 결과다. 집합적인 정치적 무기력의 효과는 불안과 공포이며 자기 우선(또는 “국민 우선”)의 논리와 함께 타자의 배제를 요청하는 정치의 조건이 되는 것이다. 유럽에서 분출하는 반이민 정서는 극우정당의 정치세력화의 기반이 되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위기 또한 이민법을 둘러싸고 있으며, 심지어 극우를 표방하지 않는 정당들까지도 반이민법을 받아들이는 실정이다.

 

운동으로서의 평화복지국가

반공주의가 초월적인 힘을 가지고 있을 때, 많은 이들은 국적자임에도 ‘빨갱이’, ‘종북’ 등 비시민으로 호명되었다. 국민이라는 경계는 보편성을 갖고 있지만 공동체의 위험이 될 만한 사상적 혐의를 받는 국민은 타자와 동일시되어 또는 증오의 대상이 되어 비시민으로 배제되어왔다. 반공주의가 일정부분 철회된 현재에도 이 배제의 논리는 동일하게 작동한다. 오히려 다양한 정체성을 가로지르며 나타난다. 국민이라는 경계, 민족이라는 경계가 느슨해짐으로써 감춰져왔던 적대적 정체성 정치가 드러나고 있다. 촛불광장의 정치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증명했지만, 최근 발생하는 다양한 정체성 정치는 이미 이를 초과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적 권리의 확대는 국민이라는 경계를 넘어설 때 가능하다. 상술한 내용을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라고 본다면, 앞으로 우리는 국민국가적 시민권을 탈구축하는 새로운 시민권을 상상해야 한다. 특히 분단체제의 해체와 남북간 교류 가능성의 증대는 ‘북한인’이라는 타자의 시민권을 강제적으로 고려하게 한다.

 

주지하듯 평화복지국가 기획의 조건은 반공주의와 분단체제의 해체였다. 외재적 폭력상태인 분단체제와 내재적 폭력상태인 반공주의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제는 폭력을 동반하는 적대·증오의 정체성 정치와 배제의 일반화의 중단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지, 어떻게 감축시킬지, 국민국가적 시민권을 넘어서는 시민권을 어떻게 발명할 것인지 적극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평화복지국가 기획은 반공주의를 이후, 지금의 국민국가 내부에서 벌어지는 정체성 정치와 적대의 문제를 또 다른 장애물로 인식해야한다. 그 중심엔 ‘국민’이라는 경계가 있다. 평화복지국가 기획이 반공주의에 기반한 반공국가 해체를 성립의 이데올로기적 조건으로 삼았다면, 이제는 국경의 민주화, 즉 ‘국(적)민’을 넘어서는 민주주의적 시민권의 구축을 그 조건으로 삼아야 한다. 그렇게 이해한다면 평화복지국가 기획은 어떤 완성될 국가모델 또는 결과적 형태라기보다 과정적 차원이 될 것이다. 애초에 평화복지국가는 일국적 차원에서 달성할 수 없는 ‘평화’라는 개념과 ‘국가’의 결합이라는 차원에서 모순적이다. 평화복지국가는 개념적으로도 하나의 국가형태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복지국가가 지칭하는 평화가 비전쟁 상태 즉, 물리적 폭력이 제거된 상태로서의 최소주의적 평화가 아닌 구조적·문화적 폭력을 감축시키는, 그리고 그러한 폭력의 조건(혹은 원인)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면 이 기획은 국민국가를 뛰어넘는 하나의 운동이 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김동춘. (2011). “냉전, 반공주의 질서와 한국의 전쟁정치: 국가폭력의 행사와 법치의 한계” 『경제와 사회』 99:333-336

윤홍식. (2013). 『평화복지국가: 분단과 전쟁을 넘어 새로운 복지국가를 상상하다』. 참여사회연구소 기획. 서울: 이매진

이병천, 구갑우, 윤홍식. (2016). 『안보개발국가를 넘어 평화복지국가뢰: 독일의 경험과 한국의 과제』. 참여사회연구소 기획. 서울: 사회평론아카데미

진태원. (2017). 『을의 민주주의: 새로운 혁명을 위하여』. 서울: 그린비

Balibar, É. (2010). 『우리, 유럽의 시민들?: 세계화와 민주주의의 재발명』. 진태원 옮김. 서울: 후마니타스(원서출판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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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복지 실현을 위한 서울시의 무모한 도전 그리고 미래

 

홍영준 | 상명대학교 가족복지학과 교수

 

시작하며

132,210번, 12,281가구, 8,791명...

 

이 숫자들은 서울시에서 추진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의 첫 1년간의 성과이다. 주민 삶 곳곳의 복지사각지대를 완전 해소한다는 목표 아래 서울시 공무원들은 지역 주민들을 13만 2,210번 찾아가 만났고, 이를 통해 빈곤위기가정을 12,281가구나 새롭게 발굴했다. 또한 송파 세모녀 사건과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한 제도인 ‘서울형 긴급복지지원’을 통해 8,791명에게 긴급 생계비·주거비를 지원하였다. 무척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이 단 1년 만에 이루어졌단 점이다.

 

2015년 7월에 첫발을 내딛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는 혹자에게는 너무나 무모하거나 이상적인 사업으로 비춰졌었다. 대도시를 넘어 메가시티라고 불리는 서울에서 위기주민을 직접 발굴해내는 복지서비스와 주민 주도하에 공동체 회복을 통해 마을을 만들겠다는 사업은 어떤 이에게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었다. 그러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의 첫 일 년 동안의 성과는 그간의 우려가 그저 기우에 불과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는 복지서비스를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체계를 개편한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생활고로 인한 일련의 ‘가족동반 자살 사건’은 대한민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그 해결책에 대한 갈증을 키워왔다. 특히 3년 전 송파 세모녀 사건으로 불리는 비극적인 세모녀 동반 자살 사건은 대한민국의 복지수준, 즉 대한민국 사회안전망의 처절한 민낯을 보여주며 우리 복지전달체계의 변화를 촉구했다. 간단히 말하면,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는 이러한 사회안전망을 조금이라도 더 촘촘하게 만들려는 사업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사회안전망은 우리 국력에 비해 너무나 성글고 엉성하여 이 사회의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있지 못하며 이는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 및 노인빈곤률 1위와 같은 참담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출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홈페이지

 

이와 같은 불행한 현실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가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간단한 진단으로 귀결되며,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는 국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비정상적 현 상황을 정상적으로 돌리려는 작업의 일환으로 이해 가능하다. 즉, 국민을 위한 공공의 역할을 다하고자 함이며, 담대한 복지국가의 첫 시작을 알리는 사업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17개 광역지자체 중 하나인 서울시에서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지만, 현재 중앙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읍면동 복지허브화 사업과 맞물려 찾아가는 능동적인 복지의 시작을 알리고 있는 신호임은 자명하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의 경과 및 내용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는 2014년 9월에 동마을복지센터 추진 기본 계획을 수립하며 시작되었고, 2014년 12월에 1단계 사업추진을 위한 대상 자치구 공모 및 선정을 시행하였다. 그래서 13개구 80개동을 첫 대상으로 선정하고 15년 7월 1일에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1단계 사업을 시작하였다. 이 중 4개구(성동, 성북, 도봉, 금천)의 경우에는 전체 동에 실시하였다. 그로부터 1년 후 2단계 사업 실시를 위한 공모·선정과정을 통해 13개구가 추가적으로 선정되어 2단계가 시행되었다. 그 다음해 같은 과정을 거쳐 7개구 59개동이 3단계 사업에 참가하는 것으로 결정되어 올해 7월 1일자 실시 목표로 준비 과정에 있다(<표1-1 참조).

 

 

또한 찾동 사업의 내용은 네 분야(복지, 보건, 마을, 행정)로 구분 할 수 있지만, 분야 간의 유기적 결합으로 인해 <표1-2>와 같은 세부 사업으로 구성되어있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의 원리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는 지역의 사회안전망 강화와 주민자치를 구현한다는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다음과 같은 원리를 통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첫째, 능동성이다. 즉, 주민을 찾아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민들이 동주민센터를 방문하여 복지서비스를 신청하는 기존 방식을 벗어나, 보다 적극적이며 능동적인 복지전달의 개념을 추구한다. 주민의 서비스 신청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위기가정을 발굴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찾아가는 복지로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지원함과 동시에 보편복지와 건강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동주민센터의 공무원과 방문간호사가 짝을 이루어 노년층으로 진입하는 모든 65세 도래 가정을, 또한 임산부와 영유아가 있는 출산가정을, 마지막으로 복지대상자와 은둔형 취약계층 가정을 방문하여 복지와 건강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한다. 이 보편대상의 방문복지 서비스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가 보편적 복지의 개연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찾동이 시작 된 후, 대상자 및 서비스분야의 확대에 대한 논의 및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 되고 있다는 점은 보편적 복지의 개연성을 확보한 찾동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시행 2단계(‘16년)에서 여성과 가족분야가 결합되면서 더욱더 강력해진 사업으로 거듭났다. 찾동 사업 전반에 성인지 관점 견지를 목표로 하고 또한 돌봄 위기 가정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강화되었다. 이와 더불어 복지통반장과 같이 지역의 big mama(지역의 사정을 꿰뚫고 있는 민간인)를 이용한 사각지대 발굴 서비스는 과거의 유사한 사업 혹은 비공식적 서비스를 제도화 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둘째, 통합성이다. 즉, 주민에게 분절되지 않는 통합서비스를 제공한다. 찾아오는 복지 민원과 관련하여 원스톱 상담기능이 강화되었다. 복지상담전문관과 복지슈퍼바이저를 통해 이와 같은 대상자 중심의 통합적·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위에서 언급한대로 보건과 복지의 통합적 서비스 제공을 시도함으로서 대상자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동단위 통합사례관리가 이루어져 공공과 민간의 협업을 통해 대상자 사례관리를 고질적인 ‘자원·서비스 중복과 누락’에서 벗어나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셋째, 자치성이다. 즉, 주민이 만드는 마을공동체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민이 중심이 되는 발굴 및 돌봄 체계실현에 노력 중이며, 주민이 주도하여 마을 의제를 발굴하고 그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주민이 마을의 중심이 되는 공동체’를 형성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주민참여지원 및 동네트워크 파티, 마을기금, 마을활력소 등 많은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혁신성이다. 즉, 주민중심의 행정혁신을 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동장 등 공무원의 역할변신이다(<표1-3> 참조). 공무원의 역할변신에 따라 적정인원 재설계 및 조직을 개편하였고, ‘우리동네 주무관’이라는 사업을 통해 동주민센터 공무원이 각각 담당한 동네를 직접 탐방하며 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지역사회 현안을 해결하는 주민밀착 행정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주민참여 공간을 확보하여 민-민, 민-관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자 동주민센터의 공간 재설계 작업을 하였다. 이 공간에서 많은 주민들이 지역의 현안을 논의하고, 주민간의 관계망을 두텁게 하며, 관과의 협력을 공고히 해나가고 있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의 특징 및 성과

기존의 전달체계 개편과 비교해볼 때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의 가장 큰 차이는 인력 투입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인력부족에 있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각종 제도의 급여 대상자는 약 80%정도가 늘어났으나, 복지관련 인력은 18%밖에 증원되지 않았다는 점은 복지서비스 전달에 있어 절대적인 인력부족현상을 말해준다. 즉, 인력 증원 없이는 어떠한 제도 개선도 내실 있는 변화를 추구하기 힘들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1차 년도에 총 558명의 공무원을 새롭게 충원하였고 이는 주민센터 당 약 7명의 인력이 충원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를 통해 복지담당공무원 1인당 복지대상자 수가 170명에서 115명으로 줄었다. 이는 이웃나라이자 우리보다 복지 선진국인 일본이 공무원 1인당 복지대상이 되는 80가구를 담당하는 것을 고려할 때도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하겠다.

 

또한 본격적인 보편적 복지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보편적 대상에 대한 예방적 차원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서 일부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에서 보다 폭넓은 대상자로의 확대를 통해 국가의 책무성을 보여 주려하고 있다. 찾동은 이를 위해서 민간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전제로 하고 있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서구 복지사회에서도 민관의 협력 및 협치는 일상화 되어 있는 모습으로, 민간의 협력이 없이는 찾동이 구현하고자 하는 ‘주민이 만드는 복지공동체’의 건설은 요원할 것이다. 그러나 일각의 ‘공공만을 위한 민간자원 확보를 위한 협력’ 혹은 ‘민간의 비자발적인 혹은 강제적인 협력’에 대한 우려는 진솔한 소통을 통해 풀어나가야 할 문제이다. 단지, 일반적으로 소통이라는 것은 강자가 먼저 시작해야한다는 평범한 전제를 고려할 때, 민간과의 소통을 위한 공공의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마치며

이제 걸음마 단계를 면한 찾동의 성과를 논하기에는 이르다. 또한 찾동은 여러 가지 사회·정치적 현실을 고려한 서울시의 결정이었고, 완전히 개발되지 않은 ‘찾동’이라는 상품을 절박함에서 급하게 출시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프로그램의 수정, 개선, 그에 따른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즉, 현재로서는 찾동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능동적이며 보편적인 복지의 구현 그리고 그에 따르는 주민들 삶의 변화를 체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또한 찾동이 모든 사회 문제의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이다. 보편적 복지의 개연성 확보라는 큰 틀에서 찾동의 기능과 분야가 조금씩 더 확대 되어 갈 수 있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찾동은 더 이상 한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이 아니다. 서울시의 도전을 중앙정부는 유사사업시행으로 그 도전에 바른 화답을 해주었다. 즉, 찾아가는 동주민센터가 지향하는 발굴주의 복지는 대한민국 복지가 나아가는 방향을 알려주고 있음을 뜻한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시민의 삶을 보다 행복하고 안전하게 바꿔 가고 있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무모한 도전으로 보였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를 통해 이제는 향후 대한민국 백년을 책임질 무한한 미래를 내다본다.

목, 2017/06/0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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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1번가에서 들려오는 소리

 

이은주 | 민주연구원

 

새 대통령으로 바뀌면서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국민과의 소통 노력이다. 지난 4년간 지독한 불통의 시대에서 일방적이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소위 ‘아무말 대잔치’의 대통령을 촛불시민은 평화적으로 몰아냈고, 그 자리에 ‘인간 존중’, ‘인간 존엄’이라는 상식적이지만 그동안 인정받지 못했던 단어를 조근 조근 말하는 대통령이 있다. 국민과의 소통 노력은 국민인수위원회인 “광화문 1번가”의 개장으로 이어졌고, 국민인수위원회는 광화문 현장과 홈페이지, 문자와 우편, 콜센터 등 모든 채널을 열고 국민의 정책 제안과 인재 추천, 불공정 사례들을 접수하고 있다. 광화문 1번가가 문을 연 지 이십 여일 만에 접수된 정책제안은 총 5만여 건이 넘으며, 웹상으로는 매일 2,000건이 넘는 제안들이 올라오고 있다(국민인수위원회 보도 자료, 2017.6.15).


촛불시민들은 국민인수위원회에서 그동안 쌓였던 답답함을 정책 언어로 또박또박 말하고 있다. 민주주의 회복의 염원뿐만 아니라 곳곳에 쌓여 있는 적폐들을 청산하길 원하며, 높아진 국민들의 정치의식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정치권을 비판하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과학기술의 발전방안을 제안하거나, 교육시스템의 전반적인 개혁, 경제민주화를 위한 수많은 제안들(중소상공인들을 보호하고 골목상권을 살리는 등)은 일상생활의 체험에서 나온 생생한 정책 대안들이다. 국민인수위원회에 올라온 정책 제안은 자칫 추상적일 수 있는 정책과 제도가 정치권의 언어가 아닌 시민의 언어를 통해 구체화되고 그동안 누적되었던 정책의 불합리한 부분들의 수정을 적극적으로 요구들로 채워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개선을 요구하는 분야는 개개인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노동현장이다. 시민들은 일자리를 늘려야 할 필요성에 공감하기도 했지만, 한국사회의 더 큰 괴물은 일자리에서의 차별이라는 것을 매일매일 체험하고 있었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야 하는 노동현장은 ‘먹고사니즘’에 지친 사람들의 고된 일상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법 위에 군림하는 수많은 갑의 갑들(건물주와 사업주)의 무시와 부당한 요구 속에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일자리는 없었다. 휴가 한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휴일도 출근하면서도 일한 대가의 정당한 지급이 보장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노동시간 준수와 같은 최소한의 근로기준법도 지켜지지 않는 노동현장은 특정인에게 집중되지 않고 유일하게 보편적으로 평등하게 적용되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학교에서, 병원에서, 사회복지 현장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노동은 여지없이 극한의 직업으로 내몰리면서 노동자로서 인간다운 생활을 꿈꿀 수 없도록 악화된 채 방치되었다는 것이다. 똑같은 일을 하지만 무기계약직, 기간제 등으로 구별된 일자리, 차별의 일자리는 나와 동료를 분리시킬 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비교와 차이를 발견하게 하여 차별을 정당화하였다. 특히 무기계약직은 ‘무기한 비정규직’이라는 푸념으로 알 수 있듯이 극단적으로 ‘안정성’이라는 단어에만 집착한 정부가 만들어 낸 또 하나의 괴물이었다. 일하면서도 존중받지 못하는 노동현장의 민낯은 끊임없이 차별을 만들어내는 지금의 현실이 결코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의 반증이다.

 

그런데 이러한 엄혹한 노동현장에서 매일 겪고 있는 불평등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시민들의 정책 대안은 양극화되어 나타났다. 한쪽에서는 차별을 철폐하자고 하지만, 다른 쪽은 정당한 차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차별과 불평등이 극대화된 사회는 ‘원래 그렇다’라는 체념 속에서 무엇이 옳은 것인가라는 가치 판단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사실은 알지만 맞서기보다는 회피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오히려 더 편할 수 있다. 불공평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기의 이해관계가 조금이라도 결부되었다면 더 집착하는 각자도생의 마음은 누구에게나 자리 잡고 있다. 나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는 사회에 대한 요구들은 나에 대한 차이와 차별에만 민감해지고, 나를 중심으로 한 불공평에 대한 인식이 결국 차이를 드러내고 차별을 강화하자는 주장들로 채워지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다양한 직종이 포진해 있는 동일노동의 현장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촘촘히 분리된 근로계약들 속에서 ‘공존’을 말하기는 어렵다. 신자유주의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살벌한 경쟁의 시대에 자기인정의 극대화는 연합, 연대, 공존이라는 사회의 가치를 붕괴시키기에 충분했다. 개인의 안전과 보호라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불안정하고 언제든지 침해당할 위험에 처한 사회에서 우리가 버텨온 생존수단은 차이를 인정하고 공존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살아남기 위해 차별을 정당화할 구실들을 찾는 것이었다. 삶의 안정성을 위한 제안은 불평등을 인정하는 역설로 나타나고 있다.


시민들이 요구하는 변화는 광화문1번가에서 구체적인 정책제안들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 주장들은 양극단화 된 대안들 속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모든 사안 하나하나가 다 사회적 합의, 즉 지금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준을 요구한다. 기본적인 노동 조건을 인간다운 생활을 기준으로 지키도록 하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평등을 찾아가는 과정이 순탄하게 한 순간에 사회적 합의로 귀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긴 시간의 논쟁은 또한 쉽게 피로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성장담론에 휘둘려 나를 버리고 열심히 살아온 시민들은 이제 갓 인간답게 살 권리에 대해 생각하고 민감해지고 있다. 지난 세월동안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들은 만들어졌지만 그 제도가 나와 연결되지 않았던 분열된 세상에서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스템을 한 순간에 변화시키는 것은 그 어떤 제왕적 대통령이 대신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이 분배의 문제, 복지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에는 시민의 일상과 너무 괴리감이 크고 지치고 힘든 상황이다. 제대로 된 분배의 경험은 여전히 미흡하기에 보편복지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린다. 다양한 복지서비스들이 부처별로 산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화된 제도가 견고하게 구축되면서 배제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오히려 제도의 경계에 선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만 키워왔다. 


그러나 제도를 만들고, 그 제도를 채워가는 것도 우리가 할 몫이다. 법이 없어서 못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갇혀 사람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법이 무시되고 정책이 무용지물이 되는 좌절의 경험이 반복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촛불시민은 스스로 공부하고 변화를 염원하면서 하루하루를 다르게 만들어가고 있다. 촛불혁명이 그렇게 이루어졌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되는 중이다. 지금까지 인식하지 못했던 인간 존중의 세상, 인간성의 회복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공존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촛불시민이 원하는 것은 이러한 요구가 전달되고 다시 환원되어 조금씩이라도 달라지는 변화의 체감이다. 정부는 간절한 외침이 공허하게 사라지지 않도록 성실하게 응답해야 한다. 갈라진 마음들을 보듬고 위로하고 모든 국민이 모두 만족할 수는 없더라도 납득할 수준의 합의들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 정부가 해야 할 국민 소통의 제 1과제이다. 

목, 2017/06/2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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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아동∙청소년 분야

 

최영 |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체적인 평가

아동·청소년복지 관련 예산은 보건복지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으로 분산되어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하나, 본 보고서에서는 보건복지부의 예산을 중심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예산분석에 있어 아동분야 뿐 아니라 장애인(장애아동가족지원), 보건의료(국가예방접종실시) 등의 분야에서 아동과 관련되어 있는 예산을 일부 포함하여 작성하고, 아동·청소년복지 관련 예산 중 인구교육, 인구개발 국제 부담금, 저출산·고령화 관련예산, 그리고 일부 기본경비 등은 본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보건복지부 소관 사업이나 기획재정부의 복권기금, 법무부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 등에서 예산이 지출되는 사업은 참고하였다. 

 

아동·청소년분야예산(약 1조 3,919억 원)과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운용되는 아동·청소년 보건의료부분 예산(2,859억 원)을 포함한 아동·청소년분야 예산의 총합은 약 1조 6,779억 원으로 전체 보건복지예산 64조 2,416억 원(일반회계 및 특별회계 예산 38조 7,917억 원) 대비 2.6%에 해당한다.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지출되는 아동보건의료 관련 예산을 제외하고 일반회계로부터 지출되는 아동 관련 복지예산은 약 1조 3,919억 원으로 전체 보건복지예산 64조 2,416억 원의 2.2%에 불과하며, 보건복지 일반회계 예산 38조 3,079억 원 대비 3.6%에 해당한다.

 

2018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서 아동청소년분야 예산은 전년 대비 약 148.8% 증가한 편성으로 보건복지부 소관 전체 사회복지예산 증가율 11.4%(본예산 대비, 추경예산 대비 9.8%)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0-5세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아동수당제도의 도입(약 1조 1,009억 원)으로 인한 것으로, 이를 제외하면 오히려 일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취약계층아동 등 사례관리 예산의 사례관리 전달체계 개편 사업으로의 이관과 저소득층 기저귀·조제분유 사업, 아동정책조정 및 인권증진 사업, 모자보건사업 예산의 감소에 따른 것이다.

세부사업 평가

요보호아동 보호·육성 사업

요보호아동자립지원 사업은 작년 대비 0.8% 증가하였으나 증가 수준이 미미하여 최근 몇 년 동안 예산 변화가 거의 없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지방자치단체 사정에 따라 100만 원에서 500만 원까지 지급의 차이가 크다. 자립정착금이 최대 500만 원이다보니 요보호아동이 현실적으로 자립하는데 한계가 있다.

 

중앙입양원 운영지원 사업 등에 대한 예산이 2017년 약 55억 원에서 약 58억 원으로 5% 정도 증액되어, 헤이그 아동입양 협약 가입에 따른 입양인의 권익보호와 사후관리를 위한 노력을 일정부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가정위탁 지원 운영 사업관련 예산은 2017년 약 12억 원에서 소폭 상승하였으며 주로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 운영과 위탁아동 상해보험료 및 심리치료비 지원에 한정된다. 요보호아동에 대한 시설보호 중심에서 지역사회보호로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에서 가정위탁보호업무가 지방정부로 이양되어 가정위탁 아동과 위탁가정에 대한 서비스를 위한 충분한 재정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한 지방정부사업으로 이양된 아동시설보호 사업의 경우도 지역 간에 서비스의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국고보조사업으로의 환원을 통해 요보호 아동보호와 관련된 중앙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아동발달지원계좌 사업은 2017년 약 173억 원에서 2018년 약 195억 원으로 예산이 13.1% 증편되어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기초수급가정 아동의 가입 연령 확대(12~17세 이하) 및 신규가입 증가에 따른 것으로 18세 미만의 요보호 아동 및 저소득층 아동을 포괄하는 사회투자 대책으로서의 모습을 일정부분 갖추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아동복지지원

지역아동센터 지원은 5.4% 증가하여 1,542억 원의 예산이 편성되었다. 이는 사회투자적 효과를 거두기 위한 보편적 프로그램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한 증액이라기보다는 지역아동센터 수 증가로 인한 자연증가분만을 고려한 예산편성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방과후 돌봄서비스 체계의 전반적인 개편을 전제로 한 예산편성이 요구된다.

 

취약계층아동 등 사례관리는 2018년부터 사례관리 전달체계 개선 사업으로 통합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중 취약계층 아동통합서비스 지원 예산은 전년과 동일하다. 한편 사례관리 전달체계 개선사업은 아동·노인·보건·자활 등 분야별 사례관리 사업간의 연계·협력 체계 구축하여 지역단위의 통합 사례관리 서비스 제공을 위한 예산 전환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저소득층 기저귀·조제분유지원 사업은 예산이 2017년 230억 원에서 2018년 178억 원으로 22.7%% 삭감되었다. 삭감액 중 일부는 저소득층 청소년 생리대 지원사업이 여성가족부로 이관됨으로써 발생한 것이나, 나머지 부분은 기저귀 지원사업의 대상자 중 실제 수혜자의 감소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국회 지적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사업대상자에 대한 홍보 강화 등을 통해 사업의 수혜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동청소년 정책

아동정책조정 및 인권증진과 관련된 예산은 큰 폭으로 감소했으나, 대부분이 아동인권 증진 지원사업 중 지난해에 구축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 관련 예산 축소와 관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권리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 및 홍보 관련된 예산은 여전히 비중이 높아 않아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이행 및 이를 통한 아동권리보호를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예산편성이 필요할 것이다. 

 

0~5세 아동 모두를 대상으로 한 아동수당 지급을 위해 새로이 1조 1,009억 원의 예산이 신규로 편성되었다. 그간 보편적 아동권리 보장 및 저출산·고령화 대비를 위해 지속적으로 그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져 왔던 아동수당제도의 실시는 그간 요보호아동 대상의 선별적 복지에서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복지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그러나 재원을 중앙과 지방매칭으로 제한하고, 0~5세 아동만으로 대상을 한정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후 18세(또는 16세)이하 모든 연령의 아동으로 점진적으로 대상을 확대하여 모든 아동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예산확보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성이 있다.

 

한편, 다함께 돌봄 사업 예산으로 약 9억 원이 신규 편성되었다. 0~12세 아동의 돌봄을 위해 지역사회내의 공동육아·돌봄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기존 교육부나 여성가족부, 그리고 복지부 내의 아동돌봄 인프라와의 연계 및 역할분담에 대한 고려와 예산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 부분

모자보건사업은 2017년 약 703억 원에서 2018년 약 138억 원으로 약 80% 감소하였다. 이는 대부분 난임부부 지원사업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됨에 따라 예산이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국가예방접종 예산은 2017년 약 2,442억 원에서 2018년 약 2,596억 원으로 약 6.3%로 증가하였고, 증가예산의 대부분은 초등학생, 어린이집·유치원생을 대상으로 독감 국가예방접종 실시로 인한 것이다. 

 

기타 기금사업

아동복지시설 아동치료·재활지원사업, 요보호아동 그룹홈 운영지원, 입양아동 가족지원, 아동복지시설 기능보강 사업 등은 기획재정부의 복권기금에서, 아동학대 피해자 보호 및 지원사업은 법무부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에서 예산이 책정되고 있다. 사업의 성격상 소관부서인 보건복지부 일반회계 예산이 아니라 타부서의 기금으로부터 예산이 집행됨으로 인해 안정적인 예산의 확보가 쉽지 않다. 실제 이와 같은 기금으로부터 지원되는 예산은 2017년 619억 원에서 2018년 626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아동·청소년 욕구에 비해 거의 변화가 없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사업의 효과적인 운영과 이를 위한 안정적인 예산의 확보를 위해서는 이들 사업의 예산이 보건복지부의 일반회계 예산으로 편성되어 운용될 필요성이 있다. 

 

한편 기금관련 예산을 사업별로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아동복지시설 아동치료·재활지원사업의 경우 2017년 8억 9천만 원에서 2018년 약 10억 원으로 약 16.0%가 증가하였으나, 배정된 예산으로는 추정된 위기대상아동 약 5,800명 중 약 700명만 사업대상이 될 수 있어 추후 지속적인 확대가 필요하다. 더불어 요보호아동 그룹홈 운영지원 예산의 경우 2017년 약 164억 원에서 2018년 약 175억 원으로 약 1.7% 소폭 증가하였으나, 유사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시설보호 사업이나 타 사회복지 관련 사업 등과 비교해 종사자의 처우 및 운영비가 매우 낮아 이를 개선하기 위해 추가적인 예산배정이 필요하다. 

 

아동학대 피해자 보호 및 지원 관련 예산은 2017년 183억 원에서 2018년 약 187억 원으로 2.4% 소폭 상승하였으며, 이는 1개소의 아동보호전문기관 신규설립(3억 원)으로 인한 것이다. 아동학대가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상황에서,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피해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아동복지법에 규정된 최소한의 인프라(아동보호전문기관 및 피해아동쉼터 등)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예산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 보호를 위한 사업 예산이 여전히 범죄피해자 보호기금(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복권기금(피해아동쉼터) 등 타 부서의 기금으로 편성되고 있어, 노인학대 예방(노인보호전문기관)과 같이 소관부서인 보건복지부의 일반예산으로의 전환을 통해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결론

0-5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아동수당제도 도입을 위해 약 1조 1,0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배정되었다. 0-5세를 대상으로 한 보편적 아동수당제도의 도입으로 보육서비스를 비롯하여 보편적 아동·가족 지원정책의 기본틀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재원을 중앙과 지방매칭으로 제한한 점은 보편적 아동수당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며, 예산 심의과정에서 조정이 필요하다. 또한 모든 아동의 기본적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이후 대상아동을 18세 이하 모든 아동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있고 이에 대한 추가적인 정부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아동·청소년분야 예산은 아동수당제도의 도입으로 큰 폭으로 늘어났으나, 노인, 장애인분야 등 다른 분야에 비해 절대액 및 상대적 비중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2018년의 경우 아동수당관련 예산을 제외하고, 기존 취약계층 아동을 대상으로 한 예산은 대상아동수 증가에 따른 자연증가분 이외에 큰 변화가 없어 요보호 아동·청소년 복지향상을 위한 정부의 추가적인 의지와 노력의 표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이후 지방분권으로 지방정부에 이양된 사업 중 2015년부터 국고보조사업으로 환원된 장애인, 노인양로시설 운영사업과 달리 아동복지 관련 시설 운영 및 위탁가정 지원 관련 예산은 여전히 국고보조사업 환원에서 배제되어 예산에 반영되지 않는다. 보육서비스, 노인복지 등의 확대로 인한 재정 부담으로 인한 지방자치단체가 전반적인 복지 예산부족을 겪고 있고, 지역 간 재정 상황의 차이에 따라 서비스의 불균형 등이 나타나고 있음을 고려했을 때 아동양육시설, 지역 가정위탁지원센터 등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 대책이 요구된다.

 

최근 가족이나 교사 등에 의해 발생한 아동학대사건으로 인해 아동보호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욕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여 아동학대예방 및 피해아동 지원을 위해 체계적인 아동보호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 이와 관련된 예산이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법무부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으로 충당되고 있어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 보호를 위한 인프라 구축의 안정적인 예산확보가 어려운 문제가 있다. 따라서 관련 사업 예산을 소관부서인 보건복지부의 일반회계 예산으로 전환하여 안정적인 사업의 추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외 보건복지부 소관 사업이나 타 부서의 기금으로 운영되는 요보호아동 그룹홈 운영지원 등 요보호아동 관련예산도 보건복지부로 일원화할 필요성이 있다. 

 

수, 2017/11/0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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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순환출자 관련 가이드라인’ 변경, 
정경유착이라는 고질적 적폐를 청산하는 계기 되어야

‘순환출자 형성 및 강화’에 대한 공정위의 부적절한 해석 바로잡혀
이재용 항소심 재판부는 기존 가이드라인 폐지의 함의 주목해야
이재용은 승계작업 위한 꼼수 반복말고 가이드라인 변경 조치 따라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2017.12.20. 전원회의를 거쳐 2015.12.24. 발표한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집행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https://goo.gl/QKcV46). 변경된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기존 순환출자 고리 밖에 존재하던 계열사가 계열사간 합병을 통해 새롭게 순환출자 고리내에 편입된 경우 이를 ‘기존 순환출자의 강화’가 아니라 ‘신규 순환출자의 형성’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공정위의 결정은 기존 가이드라인 작성 당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재판 결과와, 2017.10. 국정감사에서의 지적 등에 따라 기존 가이드라인에 대해 새롭게 검토 절차를 진행한 결과이다.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2015.9.에 있었던 (구)제일모직과 (구)삼성물산간 합병(이하 “삼성 합병”)은 기존 순환출자 고리 밖에 있던 (구)제일모직이 합병을 통해 새롭게 순환출자 고리 내에 편입된 경우(존속법인인 제일모직은 삼성물산으로 명칭 변경)이므로 ‘신규 순환출자의 형성’에 해당한다. 따라서 삼성SDI는 지난 2016.2.에 매각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에 더하여 추가로 404만2천758주를 관련 예규 확정 후 6개월의 유예기간 내에 매각해야 한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이번 가이드라인 변경 결정이 ▲순환출자 금지를 통해 재벌 총수의 부당한 지배력 확장을 막는 입법취지에 부합한다는 점, ▲공정위가 과거의 잘못을 시인하고 이를 바로잡기로 한 점, ▲그동안 상위법의 입법 취지와 공정위의 실무 행정이 괴리를 보임에 따라 시장에 존재했던 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점 등에서, 이를 정경유착이라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를 청산하는 조치라고 보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아울러 참여연대는 이번 가이드라인의 변경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될 삼성그룹이 가이드라인 변경의 취지와 사유를 깊히 인식하여 관련 조치를 성실하게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또한 이재용 삼성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 역시 이번에 가이드라인이 변경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 함의를 신중하게 검토하여 그 결과를 적절히 재판에 반영할 것을 촉구한다.  

 

 

공정위는 기존 가이드라인 제정 시 삼성 합병 이후 당시 삼성그룹 기존 순환출자 고리의 ‘강화’가 발생했다며, 삼성SDI가 보유한 ‘합병 후 삼성물산 주식’ 900여만 주 중 출자분이 많은 500만 주를 처분하거나 강화된 순환출자고리 자체를 해소하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당시 언론보도 등에서는 공정위 처분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 및 삼성에 대한 정권 차원의 특혜 의혹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https://goo.gl/HPGcfA). 참여연대는 이와 같은 삼성에 대한 정권 차원의 특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삼성 합병 관련 순환출자 문제에 대한 공정위 내부검토자료 ▲삼성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집행 가이드라인 원안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한 공정위 전원회의 내용 일체 등을 2017.2. 공정위에 정보공개청구했으나(https://goo.gl/kR8aEq), 공정위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 및 제7호에 의거해 이들 자료는 내부의사결정에 준하는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등의 사유를 들어 답변을 거부한 바 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이번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가이드라인 변경의 경위 등을 살펴보았을 때, 기존 가이드라인 검토와 관련한 공정위 내부자료 및 당시 회의록 등은 이재용 1심에서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은 박근혜에 대한 이재용의 ‘개별 현안에 대한 부정한 청탁’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으며, 이는 앞으로 이재용 2심 판결에서도 재판부가 이재용의 뇌물공여 혐의 관련 형량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삼성 합병 이후 순환출자 해소와 관련하여, 공정위의 특혜적 처분 뿐 아니라 삼성SDI의 삼성물산 주식 처분과정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이재용은 2016.2. 공정위의 기존 가이드라인에 따라 삼성SDI가 매각한 삼성물산 주식 200만 주를 자신이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자산 3천억 원을 투입하여 시간외대량매매(Block Deal) 방식으로 매수하였다. 그러나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에 따르면, “공익법인은 출연재산 매각대금을 직접 공익목적 사업의 용도로 사용”해야 함(제48조 제2항 제4호)에도 불구하고, 이재용은 자신의 사적 이익인 승계작업을 위해 ‘공익목적을 위해 설립된 재단’의 자산을 임의로 사용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에 대해 이미 국세청이 상증세법 상의 공익재단 출연재산 매각대금 운용규제를 위반한 삼성생명공익재단에 대해 상증세법 규정에 따라 증여세 및 가산세를 부과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https://goo.gl/ACCiua).

 

 

한편, 이번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있다. 그러나 행정처분을 한 처분청은 그 처분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별도의 법적근거가 없더라도 스스로 이를 취소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수익적 행정처분을 취소할 때에는 이를 취소하여야 할 공익상의 필요와 그 취소로 인하여 당사자가 입게 될 기득권과 신뢰보호 및 법률생활 안정의 침해 등 불이익을 비교, 교량한 후 공익상의 필요가 당사자가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한 경우에 한하여 취소할 수 있으나, 이 경우도 판례는 “처분의 하자가 허가신청자의 사실은폐나 기타 사위의 방법에 의한 신청행위에 기인한 것인 경우에는 처분에 관한 신뢰이익을 원용할 수 없음은 물론 행정청이 이를 고려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도 재량권의 남용이 되지 않는다(대법원 1991. 8. 23. 선고 90누7760 판결)”고 판결하였다. 따라서 공정위가 삼성에 대해 과거 하자 있는 처분을 직권취소하고 새로이 정당한 처분을 하더라도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금번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7명의 외부 경쟁법, 행정법 전문가들은 순환출자고리 내의 소멸법인(삼성 합병의 경우 ‘(구)삼성물산’)이 순환출자고리 밖 존속법인(동일 경우 ‘제일모직’)과 합병하는 경우가 순환출자 ‘형성’에 해당한다고 일치된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로 이재용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삼성 합병 당시에도 공정위 실무자들은 문리해석상 이를 ‘형성’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고,  2015.12.19.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중 900만주를 매각해야 한다는 잠정 검토 안을 마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12.22. 김학현 당시 공정위 부위원장은 ‘삼성SDI 보유 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 처분’ 안을 추가했으며, 정재찬 당시 공정위 위원장이 청와대로부터의 독촉 사실을 전달 받은 뒤 삼성 합병을 순환출자고리 ‘강화’로 보는 기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고 한다. 즉, 기존 가이드라인은 전형적인 정경유착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금번 공정위가 기존 가이드라인에 대한 절차적 하자를 인정하고 이를 변경한 것이야말로 삼성 합병 당시 이재용의 승계 작업에서 정권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 요소였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재용에 대한 1심 재판에서 ‘공정위에 대한 청탁이 성공하였다고 하더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 또는 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들에게 이에 대해 직접 지시를 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포괄적 청탁 이외의 개별현안에 대한 청탁을 부정한 것은, 항소심에서 새롭게 조명되어야 한다. 또한 지금이라도 이재용은 변경된 가이드라인에 따른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여 삼성의 실질적 총수로서 그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부패정권과 결탁하여 법제도를 왜곡하고, 자신의 지배권 유지를 위해 공익재단의 재산을 불법적으로 전용하는 등, 국민을 기망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금, 2017/12/2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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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총장협의회 규탄 피케팅 진행

사총협, 입학금 폐지 불가⋅등록금 자율인상 주장
9조원에 육박하는 적립금⋅연간 2천억원의 소모성경비
사립대는 입학금 폐지와 등록금 인하 여력 충분해

 

일시장소 : 09. 08. (금) 오후 3시~4시,
사립대총장협의회 회의장 앞(여의도 켄싱턴 호텔)

 

사립대총장협의회 회장단 회의를 개최하는 여의도 켄싱턴 호텔 앞에서 회의장에 입장하는 사립대 총장들을 상대로 피케팅을 진행했습니다.

 

CC20170908_피케팅_입학금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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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7/09/0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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