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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국회 패싱' 현상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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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국회 패싱' 현상을 말하다

익명 (미확인) | 일, 2018/07/01- 21:40

특집1_이게 국회냐!

'국회 패싱' 현상을 말하다

 

글. 서복경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말했던 그 광장에서 시민들이 나눈 고민은 새 정부 출범 이후 현실의 다양한 공적 실천으로 나타났다. 공영 방송사 사장이 바뀌었고, 세월호가 세워졌고, 묻혀 있던 진실에 대한 규명작업과 억울한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이 공공기관과 민간영역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2017년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갈 길은 멀고 걸림돌도 많아 보인다. 그중 국회는 단연 톱으로 꼽힌다.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 눈에 국회는, ‘발목 잡고, 미적거리고, 시민들이 시키는 일은 안 하면서 지들 좋은 일은 번개같이 하’는 밉상 중 밉상이다. 앞서 말한 새 정부 출범 이후 공적 실천들은 대개 대통령이나 행정부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더 대비가 되어 보인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서명을 하면 대답이라도 나오는데 국회는 답이 없다. 한다는 건지, 안 한다는 건지, 한다면 언제 어떻게 한다는 건지…. 대안을 말하기 이전에,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촛불 이후 국회가 더 갑갑하게 느껴지는 이유

많은 시민들은 그때 그 광장에서, 그리고 이후의 일상에서 ‘주권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이 더 온전히 현실의 규범이 될 수 있기를 바랐고, 선거제도를 바꾸어 다시는 저런 대통령과 집권당이 나오지 않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으며, 청소년과 청년의 현실이 바뀌려면 교육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도 공감했다. 노조결성을 했다는 이유로 탄압받는 말도 안 되는 현실을 바꿔야겠다, 언론이 다시는 시민의 눈과 귀를 막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은 국회의 입법을 거쳐야만 가능한 일이다. 대통령이 바뀌었고 우린 많은 가시적 변화를 체감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와 그가 통솔하는 관료조직만으로는 근본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촛불 이후 국회를 더 갑갑하게 느끼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국회 패싱’은 가능하지 않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기대는 비약적으로 커졌지만 국회는 여전히 그 자리에 맴돌고 있는 현실의 괴리가 커질수록 분노와 냉소가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다. 

 

그럼 촛불과 탄핵이 지났음에도 국회가 지금 저러는 이유는 뭘까? 첫 번째 이유는, 우리 모두가 알듯이 우리가 2017년 5월에 한 선거는 대통령 선거였고 2018년 6월에 한 선거는 지방선거였으며 국회를 새로 구성하는 총선은 아직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촛불 전 구성된 국회가 촛불 이후 정책요구를 받아들이는데 지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회해산과 조기총선을 말하기도 한다. 물론 가능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화가 나니까 하는 말일 터다. 

 

다음 총선까지 2년여의 시간은 길어 보이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유익한 시간일 수 있다. 사실 우리가 촛불광장에서 앞으로의 사회변화에 합의한 내용은 많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말했고 들었지만 어느 한 방향으로 합의해낸 건 별로 없다. 권력형 비리를 뿌리 뽑기는 해야 하는데 어떻게? 교육개혁을 말하지만 어떻게? 재벌개혁은 대체 어떤 방향으로? 노동이 존중받고 대접받는 사회가 되긴 해야 하는데, 대체 무엇부터? 

 

이 모든 걸 ‘이니’한테 맡겨 두면 잘 해결될까? 그런 일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래서도 안 된다. 지도자가 아무리 도덕적이고 능력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에게 정치공동체의 운명을 위탁하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또 견제받지 않고 모든 걸 떠맡은 지도자는 과부하에 걸릴 뿐 아니라 필연적으로 도덕적 해이에 빠지게 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답답하더라도 앞으로 2년 동안 우리 사회 핵심의제들에 대해 어떤 방향을 설정해 나가야 할지 정당들에 답을 요구하고 시민들 사이에 공론화 과정도 거쳐 나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지금 만들어야 할 변화는 훨씬 더 긴 시간 우리의 삶과 우리 자녀세대의 삶을 결정할 중대하고 근본적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년은 그리 긴 시간도 아니다. 이 시간을 우리가 서로에게 유익하게 활용해나갈 수 있다면 21대 국회는 좀 더 숙고된 정책 방향을 추진해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국회와 대통령의 결정적인 차이 

지금 국회가 갑갑해 보이는 두 번째 이유는, 정당체제 재편기라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촛불 이후 보수정당의 분화와 정체성 확립 과정에서 나타나는 갈지자걸음이 국회 전체의 원활한 운영을 가로막고 있다. 인정을 하든 하지 않든 현재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한 축은 지난 30년 한국 정당체제의 중심축이었다. 촛불 이후 한국 보수는 변화된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해 자기 변화를 꾀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지만, 현재 보듯이 그 일이 그리 쉬울 것 같지는 않다. 

 

또 당연하기도 하다. 수십 년간 기대온 반공주의도 버리고 재벌 대기업 중심 성장주의도 버려야 하는데, 그것 없이는 생존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아닌가. 그들의 자기 변화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은 생존 모색의 시간을 거쳐 2020년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앞으로의 2년은 지나온 시간 동안 그 당을 원내 제1당, 집권당으로 만들어온 유권자들이 치러야 하는 정치비용인 셈이다. 그 당의 성장과 집권에 기여한 바가 별로 없는 젊은 세대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어쩌겠는가. 

 

국회가 답답해 보이는 세 번째 이유는, 사실 국회 자체의 속성과 관련이 깊다. 현재의 국회는 시민들의 높아진 기대 때문에 더 갑갑해 보이긴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전에도 국회의 행보는 늘 대통령에 비해 뒤처졌던 게 사실이다. 왜 그럴까? 헌법이 부여한 두 기관의 속성 자체가 근본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나 국회 모두 직접 선출된 대의기관이긴 하지만, 국회는 서로 다른 이익과 의견을 대표하는 300명이 모여 심의하고 협의해서 규범과 제도를 바꾸는 게 임무이고, 대통령은 이미 정해진 법률에 따라 관료조직을 통솔해 집행하는 게 임무다. 국회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양한 사회적 목소리가 대표되어 지속 가능한 입법을 하는 게 직업윤리이므로 효율성이 우선할 수 없는 반면, 집행기관인 행정부는 관료조직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당장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 대통령은 1인 기관이기 때문에 빨리 결정할 수 있지만 국회는 300명의 결정이니만큼 속도가 느리다. 

 

앞으로 남은 2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물론 이런 일반론을 다 감안하더라도 지금 국회의 모습은 여전히 갑갑하다. 다수와 소수의 여론이 분명한 많은 의제에 대해서조차도 진전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직 그 당을 지지하는 20% 내외의 유권자들 역시 국회에서 대표될 권한이 있다는 점은 인정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결정으로 움직이지만, 결정에 이르기까지는 단 1%의 소수도 존중을 받아야 하는 체제이기도 하니까. 20% 내외 유권자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 국회 전체의 운영을 좌우하고 있는 현실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다음 대표를 뽑기까지 나타나는 시간 지체조차도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속성이니 어쩌겠는가. 

 

어차피 ‘국회 패싱’이 불가능하다면,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앞으로 2년 동안 부단히 우리 사회의 중심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정당과 정치인에게 말하고 압박하는 노력을 해보자. 이런 노력 자체가 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시민의 힘을 성장시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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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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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참여사회포럼

한반도 핵위기, 정부의 대응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북한은 미사일 시험을 계속하고 있고 6차 핵실험을 통해 사실상 완성에 가까운 핵무기 제조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유엔 제재가 결정된 이후에는 “끝을 볼 때까지 이 길을 변함없이 더 빨리 가야 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하여 핵무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차 보여주었습니다. 문재인정부의 대화제의에도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공언하며 대북제재와 군비 증강에 나서고 있습니다. 핵무장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전술핵 재배치 불가’ 입장을 밝혔지만, 송영무 국방장관의 발언 등으로 혼선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가 중대 기로에 서 있는 지금, 한반도 위기를 타개하고, 대화와 협상의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어떠한 변화가 필요한지 살펴보며, 시민사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모색하고자 합니다.

 


일시 : 2017년 9월 28일(목) 오후 1시 30분 ~ 3시 30분
장소 :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
주최 :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

 

프로그램

 

사회

박정은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발제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북한의 대내외 전략과 전망, 핵협상의 새로운 조건(가제)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한반도 핵위기 타개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가제)

 

토론
이희옥 (성균관대학교 교수)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

 

문의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  02 6712 5246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02 723 4250

 

월, 2017/09/18- 10:01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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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사찰 근절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내놔라 시민행동 캠페인에 함께 해주세요! 

참가 신청서 바로가기▶ [캠페인 참여신청서 작성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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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7/10/2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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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정치, 숫자의 정치

2018년 예산안 처리를 바라보며

 

김용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

 

2018년 예산안이 법적 처리기한을 넘기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12월 6일 국회를 통과했다. 매년 12월이면 마치 일상인 것처럼 반복되는 예산을 둘러싼 국회의 공방은 올해도 변함없었다. 사실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을 심의하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고, 또한 실질적으로 공수의 역할을 나눠서 맡을 수밖에 없는 여야의 입장을 감안할 때 그러한 논쟁이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그러한 논쟁과 공방이 과연 얼마나 생산적으로 이루어졌느냐가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돈의 정치

 

매해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내역을 살펴보면, 최초 정부가 제시한 금액보다 약간씩 총액이 줄어서 통과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2016년 386.7조→386.4조, 2017년 400.7조→400.5조, 2018년 429조→428.8조). 그리고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예산 증액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런데 예산안이 통과된 뒤 이른바 지역구 예산을 챙긴 일부 의원들에 대한 기사를 많이 접할 수 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사실 국회에서는 정부의 동의 없이 예산 증액을 할 수 없지만 국회가 정부의 예산안을 엄청나게 깎을 경우 정부 입장에서도 매우 곤란해진다. 그런 상황에서 국회가 어느 정도 예산을 깎고 그 범위 내에서 예산 증액을 요구하면 정부 입장에서도 예산안 통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 그런 식으로 예산 심의가 진행될 경우 결국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보다 총액은 다소 줄었지만 예산의 세부내용은 꽤나 바뀌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결론적으로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국회가 다소 삭감해서 심의한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매우 제한된 시간 속에서 진행된다. 올해의 경우만 보아도 국정감사가 끝난 시점부터 실질적인 예산 심의가 시작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산 심의에는 사실상 한 달 정도의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급박한 일정을 맞추기 위해 법적 규정도 없는 '소소위' 등과 같은 예산 심의기구가 등장하게 된다.

 

사실 원래 예산 심의는 국회의 각 상임위 심사 이후 50여명 정도로 구성된 예결위에서 최종 심사를 거치게 되어 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예결위 내에서 다시 15명으로 구성된 이른바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를 통해 세밀한 심사가 이루어진다. 문제는 제한된 시간을 이유로 여야 간사로만 이루어진(교섭단체만 포함된) 이른바 '소소위'나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2 협의체', '원내대표단 협의체' 등과 같은 아무 근거도 없고 회의록도 없는 협의체를 통해 예산 심의가 이루어지고 결정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예산 심의 과정은 당연히 대부분의 국회의원을 협상과정에서 배제시킬 수밖에 없게 만든다. 물론 그에 참여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의원들의 상당수는 아마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상대적으로 다른 국회의원보다 수월하게 밀어 넣을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모든 지역구 예산이 절대악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개중에는 누가 보아도 오랜 민원이었으며 문제였던 사안도 있었을 것이다. 그에 따라 이른바 선한 의도를 가지고 해당 예산을 밀어 넣은 국회의원도 존재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이 밀어 넣은 그 예산이 사회 전체적으로 더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는 돈이었을 가능성은 없었을까? 다음 선거의 승리를 통한 재선이 매우 중요한 목표인 국회의원에게, 지역구 예산은 승리를 위해 필요한 표를 만들어내는 돈과 동일하게 여겨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극단적인 생각인걸까?

 

숫자의 정치

 

상위 10%. 결과만 보면 정밀한 연구에 의해 탄생한 숫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18년 예산안에서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추진되었던 아동수당 정책은 누군지 정의조차 불분명한 상위 10%를 제외한다는 결론으로 통과되었다.

 

실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도 군데군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숫자들이 쓰여 있는 경우들이 있다. 어떠한 산정근거에 따라 특정한 금액이 산출되었다는 결론을 내고 예산을 요구하지만 최종 숫자는 아무리 계산기를 눌러보고 예산서를 들여다보아도 의문투성이이다.

 

문제는 이렇게 마구잡이로 등장한 숫자들이 우리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다. 모든 아동에게 차별 없이 제공되는 아동수당의 보편적 복지 원칙을 저버린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소득증빙을 요구하고 일부 계층을 배제시키는 업무에 공무원을 투입하는 비용, 아슬아슬하게 배제되는 문턱에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억울함, 소득에 따라 갈리는 입장으로 생기는 사회 갈등 등의 비용이 과연 10% 제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크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 10%가 최적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가 존재하는가?

 

협상이라는 것의 특성상 모두가 100% 만족하는 결과를 낳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평행선을 달리는 의견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조금씩 자신의 견해를 수정해가는 것은 사실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협상이라는 미명 하에 마구잡이식으로 등장한 숫자가 우리 삶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공식적인 회의록은커녕 취재조차 할 수 없는 협상 과정에서 등장한 숫자가 얼마나 우리의 삶을 위해 고민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

 

매해 반복되는 예산에 대한 정부와 국회, 여야 간의 논쟁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논쟁이 애초의 취지에 맞게 이루어지고 있느냐이다. 촉박한 시간과 제한된 정치 상황이라는 이유로 공공이라는 기준으로 논의되어야 할 예산이 번번이 '쪽지 예산', '밀실 야합'이라는 딱지를 붙인 채로 통과되고 있다. 이러한 특정한 누군가를 위한 돈의 정치와 협상이라는 과정 속에 무심하게 등장하는 숫자의 정치, 이제는 멈춰져야 되지 않을까?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클릭)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연재합니다. 

 

월, 2017/12/1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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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와 맺은 비밀 군사협정, 핵발전소 수출 관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져 마땅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국익'이란 명분 아래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를 봉합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3회에 걸쳐 UAE 핵발전소 수출과 군사협력의 문제점을 다룬다. 

 

프레시안에서 보기 >> 클릭

[이제는 평화] 칼럼 전체 보기 >> 클릭

 

① 한국을 중동 전쟁의 들러리로 세우려 하나

 

한국을 중동 전쟁의 들러리로 세우려 하나

[이제는 평화] UAE '유사시 자동개입' 조항의 위험성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 수출과 함께 아크 부대를 파병하면서 양해각서(MOU)로 맺은 '이면 합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 이익이란 명분 아래 이른바 '봉합'을 한 모양새이지만,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다.

 

문제의 MOU는 UAE가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아 안보 위기가 일어날 경우 (이른바 '유사시'에) 한국군이 자동 개입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미국과 맺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도 '자동개입'이란 조항은 없다. 이는 그냥 동맹이 아니라 최고 수준의 동맹이다. 

 

여기서 따져볼 대목은 국군이 개입하게 될지 모를 UAE의 정치·군사적 상황이다. 결론을 미리 밝힌다면, UAE의 상황이 평화와는 거리가 멀고 따라서 UAE로부터 한국군의 자동개입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MOU에 명시된 UAE와의 약속을 지키려면, 한국이 자칫 남의 나라 전쟁에 들러리로 휘말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펼쳐질 것이다. 이 글에서는 그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짚어본다. 

 

UAE는 전쟁 중인 국가 

 

첫째, UAE는 현재 예멘 내전에 개입해 전쟁 중인 국가라는 점이다. 정부군(수니파)-후티 반군(시아파) 사이의 예멘 내전은 그 전에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2015년부터 본격화된 최근 내전의 상황은 1만 명가량이 죽고 2천만 명이 굶주림에 시달리는 등 유엔에서도 '인도적 재앙'이라 일컬을 정도로 엄청난 고통을 낳고 있다. 워낙 국제적인 관심사가 큰 시리아 내전에 가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지금의 예멘 내전은 2014년 9월 후티 반군이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정권을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후티 반군이 수도 사나와 제2도시 아덴을 점령하면서 공세를 강화하자, 하디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로 도망쳤다. 내전이 후티 반군의 승리로 매듭지어질 듯하자, 사우디와 UAE 등 걸프만 지역의 수니파 국가들이 2015년 3월부터 군사 개입에 나섰고, 전황은 지금껏 어느 한쪽의 일방적 우세 없이 교착 상태다.  

 

사우디-이란의 지역 패권 전쟁 

 

후티 반군의 뒤엔 시아파 종주국 이란, 하디 정부군 뒤엔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가 각각 버티고 있다. 따라서 예멘 전쟁이 사우디-이란 사이에 지역 패권을 둘러싼 대리전이라고도 일컬어진다. 사우디의 동맹국인 UAE는 수니파 정부군을 돕기 위해 특수부대를 주축으로 1500명 가량의 병력을 예멘으로 보냈고, 30대 가량의 전폭기를 투입해 후티 반군의 거점을 공습해왔다.  

 

수니파 연합군 리더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으로부터 사들인 전폭기로 후티 반군이 점령 중인 예멘 수도 사나를 공습, 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사우디는 수단 용병을 지상군으로 고용해 정부군을 돕고 있다. 사우디 뒤에는 물론 미국이 있다.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1100억 달러 규모의 무기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에도 예멘 내전이 영향을 끼쳤다고 여겨진다. 

 

이란은 군사고문단과 함께 각종 무기를 공급해줌으로써 예멘의 후티 반군을 지원해왔다. 1600명 가량의 시아파 청년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유학생 신분으로 이란에 머물도록 하는 등 여러 형태로 반군 쪽을 돕고 있다. 후티 반군이 예멘을 장악할 경우, 지역 패권을 놓고 다투는 숙적인 사우디를 남(예멘)과 북(이란)에서 압박하는 전략적 이점을 마련하게 된다. 

 

예멘의 후티 반군은 사우디를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여러 번 쏘아댔다. 사우디의 동맹국인 UAE의 주요 거점을 후티 반군 쪽에서 미사일이나 특공대로 공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어떤 상황에서든 UAE가 안보 위기를 느낀다면, MOU의 자동개입 조항을 내세워 한국군을 중동 전쟁의 불기둥 속으로 끌어들이려 할 것이다.

 

 

원전 수주 계약을 체결할 당시인 2009년, 이명박 대통령과 칼리파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

▲ 원전 수주 계약을 체결할 당시인 2009년, 이명박 대통령과 칼리파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이

아부다비 에미리트 펠리스 호텔에서 원전사업 주계약서 서명식에 참석하기 위해 웃으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3개 섬 영유권 놓고 이란과 오랜 갈등 

 

둘째, UAE는 오래전부터 이란과 영토 분쟁 중인 상황이다. 자칫 전쟁의 불똥이 한국에 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세계 원유공급량의 20% 가량이 지나다니는 호르무즈 해협의 길목에 자리 잡은 전략 요충인 아부 무사, 대(大)툰브, 소(小)툰브 등 3개 섬의 영유권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으로 UAE와 이란은 오랜 반목을 거듭해왔다.  

 

이들 3개 섬에는 지난날 영국군이 주둔 중이었다. 1971년 UAE가 영국에서 독립하면서 영국군이 철수하자, 이란군이 재빨리 이들 3개 섬을 점령했다. 그 뒤로 UAE는 줄곧 이들 3개 섬의 영유권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 섬들을 실효 지배하는 쪽은 이란이다. 이란은 2012년 호르무즈 해협의 지배권을 위해 3개 섬 가까운 곳에 해군기지를 새로 건설했다. 이란 지도자가 이 섬들을 방문하게 되면, UAE는 거친 비난 성명을 내곤 했다. 독도를 둘러싼 한일간의 불편한 기류와 닮은꼴이다. 

 

이란은 사정거리 2000km가 넘는 장거리 미사일과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중동의 군사 대국이다. UAE 군사력이 이란에 맞설 만큼 강한 것은 아니다. 병력도 7만 명 (육군 4만7천5백 명, 해군 2500명, 공군 9000명, 대통령경호사령부 1만 명 등)에 지나지 않는다. UAE는 2014년 모병제를 버리고 18~30세 남성이 2년 동안 복무하는 징병제를 도입했다. 이는 근래에 들어 UAE가 밀어 붙여온 군사력 강화정책의 한 부분으로 풀이된다.

 

이란 겨냥해 사드 배치  

 

석유 매장량 세계 6위인 UAE는 오일 달러를 무기 도입에 쏟아 부어왔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에 따르면, UAE는 2006~2015년 사이 10년 동안 무기수입에 있어서 한국, 호주 등과 함께 공동 4위를 기록했다(세계 전체 무기수입의 4%). 참고로, 10년간 세계 1위는 인도(세계 전체 무기수입의 11%), 2위 중국(6%), 3위 사우디아라비아(4.8%). 사우디아라비아와 더불어 UAE는 중동 지역에서 미국 무기 생산업체의 VIP 고객이다. 

 

UAE가 미국에서 들여온 무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다. 2011년 20억 달러 규모의 구매 계약을 미 록히드 마틴과 체결, 2016년 사드 2개 포대 실전배치를 마쳤다. 그뿐 아니다. 사드 배치 뒤 따라가는 후속 군수지원, 그리고 사드 운용 교육 등을 합칠 경우 록히드 마틴이 챙기는 금액은 34억 달러로 늘어난다. UAE가 중동 국가로는 처음으로 사드를 들여온 것은 다름 아닌 강력한 미사일 군사력을 지닌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UAE는 미국과 무기 거래뿐 아니라 자국 영토에 군사기지를 내주는 등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미국은 알 다푸르 공군기지에 병력 3500명과 F-22 스텔스 전투기 부대를 배치해 운용 중이다. 알 다푸르 공군기지 주둔 미군의 임무 첫째는 중동 석유에 대한 미국의 이권을 지키고, 둘째는 이란을 견제하고, 셋째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의 반미 무장세력을 견제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백악관을 접수한 뒤 전임자인 오바마 정권 때 맺었던 이란과의 핵 협상을 파기하겠다고 나서는 등 이란과 미국 사이엔 긴장감이 흐른다. 이스라엘에 기운 미국 내 유대인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들은 '바그다드 다음엔 테헤란'이라며 대이란 공격의 북소리를 두드려대곤 한다. 그럴 리야 없다고 믿고 싶지만, 만에 하나 트럼프의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벌인다면 인접국가 UAE에도 전쟁의 불똥이 튀기 마련이다. MOU에 따라 한국군이 자동 개입해 이란군과 전쟁을 벌인다? 이는 재앙이나 다름없는 악몽의 시나리오다.

 

비민주국가 UAE와 맺은 군사동맹은 '과거사 적폐' 

 

전쟁의 위험도 위험이려니와 UAE는 민주 국가와는 거리가 멀다. '에미리트'로 일컬어지는 족장이 다스리는 7개 아랍 부족들의 연합 국가다. 헌법상 대통령이 있지만 최대 부족인 아부다비의 족장이 대대로 이어받는다. 정당 활동은 허용되지 않고 의회도 없다. 입법 권한이 없는 연방평의회(40명, 임기 4년)가 허울뿐인 의회 흉내를 낼 뿐이다. 무슬림형제단 같은 비판 세력은 '과격 이슬람'으로 몰려 감옥에 가야한다. 그런 비민주 국가에 지난 한국 정부는 군사동맹 수준의 비밀 약속까지 해주었다.  

 

글을 매듭짓자면, 현재 UAE는 예멘 내전에 개입 중이고 이란과도 오랜 긴장 상태를 이어가는 중이다. 한마디로 불안 요소가 많다. 휘발성 높은 중동의 비민주 국가에 한국군 아크부대가 해마다 주둔기간을 늘려가며 7년 넘게 주둔 중이다. 자동개입 조항을 담은 비밀 MOU는 위법성을 넘어 한국을 자칫 중동 전쟁의 들러리로 내세울 위험성마저 지녔다. '끼워팔기' 파병과 그에 따른 비밀 합의 과정은 '과거사 적폐'로 조사돼야 마땅하다.

 

수, 2018/01/17-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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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되지 않고 있는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 문제에 대한 철저한 조사 이루어져야

2017년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심각성

어제(10/19) 있었던 자원공기업(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문제에 대한 지적이 이루어졌다.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자원공기업의 상태는 매우 심각하다. 2008년 이후 자원공기업 3개사는 해외자원개발에 34조원을 투자해 9조원을 회수하는 데 그쳤다. 또한 이 과정에서 자원3사가 빌린 차입금은 50.9조원에 달하며 관련해 만기까지 지급해야 할 이자만 4.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현재 광물자원공사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이며 석유공사는 부채비율 528%, 가스공사는 부채비율 325%에 달하는 등 자원3사의 재무상태는 심각하게 악화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은 당시 추진되었던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무리한 것이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특히 당시 추진했던 사업들이 최초 계획했던 투자비보다 83억 달러가 추가로 투입되었고, 회수율이 2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은 현재의 심각한 재무상태가 무엇때문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특히 2015년의 국정조사 당시 자원3사는 3년간(14~16년) 약 5,600억원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지만 실제로 같은 기간 동안 약 3조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은, 문제를 축소하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를 부린 것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심각한 상황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누구도 이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려 하고 있지 않다. 진상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제대로 된 감사원 감사와 국정조사 등이 조속한 시일 내에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금, 2017/10/2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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